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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드&뉴 춤꾼 다 모인다

    올드&뉴 춤꾼 다 모인다

    한국무용협회(이사장 김복희)가 주최하는 제27회 서울무용제가 15일부터 10월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경연에 대상 부문(9개팀)과 자유참가작 부문(6개팀)외에 안무 부문(7개팀)이 새롭게 추가돼 총 22개팀이 본선에 오른다.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개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단을 꾸릴 예정이다. 경연에 관심이 덜한 일반 관객을 위한 무대도 풍성하다. 먼저 눈길을 끄는 행사는 15·16일 이틀간 진행될 개막공연.‘한국의 춤을 이끌어가는 올드&뉴 제너레이션’이란 타이틀로 20대 젊은 무용수들부터 60대 중견 무용가들을 두루 아우르는 축제마당이 펼쳐진다. 첫날은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의 독무 ‘숨’을 시작으로 김순정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페넬로페 2006’, 정재만 숙명여대 교수의 ‘허튼 살풀이’, 손관중 한양대 교수의 ‘적Ⅳ-허무’,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춘설’이 선보인다. 둘째날은 20·30대 젊은 무용가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국립발레단의 김주원과 장운규가 ‘로미오와 줄리엣’중 ‘발코니 파 드 되’를 선사한다. 이어 이원국의 ‘에스메랄다’, 이윤경의 ‘이중주’, 조재혁·김미애의 ‘사랑은 노을되어 지다’, 최데레사의 ‘기억 속에’, 정혜진의 ‘무에’등이 무대에 오른다. 22∼29일 세종문화회관 분수대광장 야외특설무대에서 무료로 열리는 ‘광화문 댄스페스티벌’도 볼 만하다.34개 무용단,500명의 무용수가 참가해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소개한다. 코스타리카와 라트비아 민속무용단의 이색 춤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02)744-806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뮤지컬 ‘헤드윅’ 주연 김수용

    뮤지컬 ‘헤드윅’ 주연 김수용

    뮤지컬을 즐겨보는 20대에게 그는 그저 데뷔 5년차의 전도유망한 뮤지컬배우일 뿐이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세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십중팔구 드라마 ‘간난이’(1984)의 동생 영구를 떠올린다.20년이 훌쩍 흘렀는데도 사람들의 기억은 끈질기다. 김수용.2002년 ‘풋루스’의 주인공으로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아역탤런트 출신이 무슨 뮤지컬을?”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숱하게 받았다. 그러나 박쥐 인간으로 열연을 펼쳤던 ‘뱃보이’로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세간의 편견을 한방에 날려보냈다.3년 연속 후보에 오른 끝에 따낸 값진 결실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비로소 나를 뮤지컬배우로 인정했구나 싶어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리스’‘렌트’ 등을 거쳐 최근의 ‘까미유 클로델’까지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연기의 폭을 넓혀온 그가 이제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한다. 새달 14일부터 대학로 SH클럽에서 장기공연하는 ‘헤드윅 시즌3’의 트랜스젠더 주인공역을 맡은 것. 조승우, 오만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섰던 바로 그 무대다.“영화 ‘헤드윅’을 너무 좋아해서 초연 때부터 무척 하고 싶었던 역할이에요. 늦게라도 인연이 닿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헤드윅’공연 때마다 다른 작품에 출연 중이어서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다.“못 본 게 차라리 잘됐다 싶어요. 백지 상태에서 제 나름의 헤드윅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초연 때는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이 강했다면 이번엔 재미는 덜해도 원작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전체적인 공연 분위기도 약간 달라질 겁니다.” 엉터리 수술로 남성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하는 트랜스젠더 로커는 결코 만만한 역할이 아니다. 섬세한 내면 연기는 물론이고, 폭발적인 가창력이 필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몸매의 굴곡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여장까지 감수해야 한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아역배우’꼬리표를 뗐지만 방송사와 영화계에서는 아직 ‘영구’의 그림자가 짙다. 그의 나이 벌써 서른한 살이지만 올초 종영한 드라마 ‘황금사과’에서 처음으로 성인 연기를 했다. 그래도 조급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어차피 평생 따라다닐 낙인이라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활용해야지요. 배우는 결국 연기로 승부하는 거니까요.”(02)3485-87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 이물감 없는 번안극 묘미 ‘자애의 모정’이 더 그립네

    [공연리뷰] 이물감 없는 번안극 묘미 ‘자애의 모정’이 더 그립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서푼짜리 오페라’와 함께 베를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중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국내에선 한번도 원작 그대로 공연된 적이 없다. 배우 박정자가 모노드라마로 재구성해 공연한 것이 고작이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가 브레히트 서거 50주기에 맞춰 지난 5일부터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중인 ‘억척어멈’은 국내 초연이란 점에서 개막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한국적 리얼리즘을 추구해온 연출가 이윤택이 원작의 구조와 주제의식은 고스란히 살리되 배경과 형식을 완전히 토속적으로 변용시켜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를 부추겼다. ‘30년 전쟁의 한 연대기’라는 원작의 부제를 ‘한국전쟁의 한 연대기’로 바꾼 것에서 알 수 있듯, 이윤택의 ‘억척어멈’은 17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30년 전쟁의 이야기를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치환시킨다. 시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전쟁터에서 군인들에게 생필품을 팔며 한몫 잡으려던 억척어멈이 난리통에 세 남매를 차례로 잃고도 또다시 군부대를 따라 수레를 끌고갈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통해 전쟁의 비인간성을 짚어내는 점은 마찬가지다. 독일 민요와 군가 대신 판소리와 남원 사투리, 오광대 탈춤의 전통 몸짓을 차용한 연극은 외국 원작이 주는 이물감 없이 객석과 매끄럽게 소통하며 번안극의 묘미를 새삼 일깨워준다. 기실 ‘억척어멈’의 어머니상은 우리네 전통 어머니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물건을 팔려는 욕심에 큰아들을 병사로 빼앗기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둘째 아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억척네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한국의 어머니와는 분명 다르다. 전쟁 앞에선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이라 해도 억척스러운 어머니보다는 자애로운 어머니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차이로 다가온다.10월8일까지.(02)763-126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찢어진 시간’에 비친 덧없는 삶

    ‘찢어진 시간’에 비친 덧없는 삶

    하성란(39)은 ‘모범생과’의 작가다.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풀’로 등단한 후 소설집이든, 장편이든 일년에 한 권꼴로 성실하게 책을 냈다. 그러던 그가 2002년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를 내고 나서는 한동안 신작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강의 백일몽’등 11편의 단편 수록 “문예지에 글은 열심히 발표했는데 책 욕심은 나지 않더라고요. 전투성이 떨어진 건지….(웃음)” 4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 ‘웨하스’(문학동네)를 내놓은 작가는 외려 담담했다. 하지만 2004년 이수문학상을 수상한 ‘강의 백일몽’을 비롯해 열한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에선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어떤 변화의 기미가 느껴진다. “예전에는 소설에만 매달려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지난 4년간 인생의 중요한 변화들을 겪으면서 성격도, 작품 스타일도 달라졌다.”고 작가는 말했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하나로 꿰는 주제어는 시간이다. 이혼하고 십년 만에 귀국해 폐허가 된 옛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는 ‘웨하스로 만든 집’이나 오래된 사진 한 장에서 균열된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는 ‘강의 백일몽’은 시간이 가져다 주는 예기치 않은 변화들을 섬세한 촉수로 끄집어낸다. 자전적인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가 옛 친구들과 만나 과거의 끔찍한 사건 현장으로 말려드는 ‘자전소설’과 해외출장에서 의문사한 남편의 사라진 시간을 좇는 아내의 이야기인 ‘낮과 낮’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쉽게 바스라지는 웨하스 과자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긋나고 뒤틀리는 인간 관계를 통해 시간의 덧없음과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 사물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묘사가 장점 하성란 소설에는 늘 ‘마이크로 묘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묘사는 그의 소설을 특징짓는 가장 큰 장점. 카메라의 클로즈업 기법처럼 미시적으로 파고들어간 세밀한 문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지없이 빛난다. 하지만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작가는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섣부른 관념보다는 드러난 현상을 관찰하는 데서 통찰을 얻으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현상의 이면을 뚫고 들어가는 관념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뿐만 아니다. 작품 안에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인색했던 그는 “비로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4년의 시간이 그에게 가져다준 긍정적인 변화들일 것이다. ●두 편의 장편소설 연말·내년 초 발표 오랜 공백을 만회하듯 두 편의 장편소설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현대판 아마조네스로 불릴 만한 ‘주홍글씨’는 연말에,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등단 10년, 습작까지 합하면 20년째 소설을 붙들고 있다는 작가는 “새롭고 멋진 작품을 쓰고 싶은 욕망은 들끓는데 길은 안 보여 미칠 지경”이라며 웃었다. 불안이나 초조함보다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수백년을 살아야 하는 구미호는 얼마나 삶이 지루하겠어요. 하지만 소설가는 적어도 500년은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면 그 정도 수명은 돼야지요.(웃음)”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넉넉한 자연서 깨닫는 ‘삶의 참맛’

    시인의 우주는 텃밭이다. 경북 울주군 산골마을 은현리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시인은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들과 작고 사소한 생명체들에게서 자연의 언어를 깨우친다. 정일근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시학)은 그 언어로 짠 결 고운 옷감이다. 달개비 꽃물이 좋아 보여 성마르게 씨를 받아다 밭에 뿌린 시인은 꽃은 커녕 싹도 못 피울 정도로 실패의 경험을 맛본 뒤에야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그렇게 서너 해 달개비 농사 망치고/사람의 손이 거두는 달개비 꽃씨와/자연의 손이 거두는 달개비 꽃씨는/전혀 다른 꽃씨라는 것을 배웠다.”(‘자연의 손’중) 자연의 넉넉한 품에 안긴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다. 상처와 고통도 삶의 참맛이라고 말한다.“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독 맛/그 하나라도 독으로 먹어 보지 않았다면/당신의 사는 맛은/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사는 맛’중) 8년 전, 뇌종양 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시인이기에 더욱 울림이 깊다.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삼라만상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대로 받아적는 행위다.“마당에 나가면 시는 기다리고 있다/…내가 아는 식물학자는/한 평의 땅에는/200가지의 시들이 산다고 했다/…/마흔 넘어 스무 평의 마당을 가진 나는/4000여평의 시 창고를 가진 부자”(‘마당론’중)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과 이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고,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로도 등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등 아홉권의 시집과 더불어 지난 6월 첫 시조집 ‘만트라 만트라’를 발표했고, 소월시문학상과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빠알간 피터’ 천상서 웃고 있겠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모노드라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무대를 채워야 하는 만큼 탁월한 연기력은 기본이고 체력과 정신력까지 세 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노극의 선구자는 연극 ‘빠알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추송웅이다.1977년 초연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8년 동안 1000회를 넘는 공연 기록을 세웠다. 추송웅은 모노극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빠알간’외에 ‘우리들의 광대’‘검은 고양이’ 등 세 편의 모노극에 출연했다.81년에 등장한 ‘품바’의 김시라도 대표적인 1인극 배우로 꼽힌다. 두 배우를 떠나보낸 지 올해로 각각 20주기와 5주기를 맞아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제1회 모노 페스티벌이 9일부터 11월11일까지 대학로 일대 소극장과 홍익대앞 떼아뜨르추 소극장에서 열린다.70·80년대 모노드라마의 붐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추송웅의 장남인 추상욱 가을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김시라의 미망인인 박정재 상상소극장 대표가 의기투합했고, 때마침 모노드라마를 준비 중이던 대학로 공연기획사들이 힘을 보탰다. 참가작은 6편.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유순웅의 ‘염쟁이 유씨’와 장영남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성병숙의 ‘발칙한 미망인’을 비롯해 극단 가가의회의 ‘품바풀이-날개없는 천사’, 극작가 다리오 포의 ‘호랑이 아줌마’, 극단 띠오빼빼의 ‘명성황후, 내가 할 말이 있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추상욱 대표는 “‘모노드라마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아버지는 배우로서 모든 걸 걸고 모노극을 하셨다.”면서 “이번 페스티벌이 침체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는 첫해라 별다른 부대 행사가 없지만 내년부터 창작 모노드라마 공모전과 해외 우수 모노드라마 초청, 모노드라마 학술 세미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02)31412-053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극장 뮤지컬 “로맨틱은 잊어줘”

    올가을, 핑크빛 일색이던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다채로워진다. 라이선스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성공으로 ‘김종욱찾기’‘폴인러브’등 한동안 대세를 이뤘던 로맨틱 코미디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폭을 넓힌 작품들이 줄줄이 선보인다. 스릴과 관능, 멜로 등 확연히 차별되는 코드로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1일 PMC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개막한 살인사건(성재준 작·연출)은 세 건의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극이다. 저승에 간 형사가 생전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의 진실을 뒤늦게 하나씩 파헤치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다이어리에 적힌 내용을 오해해 약혼자를 죽인 여자, 조직의 넘버투 자리 때문에 벌어진 살인경쟁, 아내와 연인을 화재로 한꺼번에 잃은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겸 연출가인 성재준은 이번 작품에서도 재기발랄한 솜씨를 뽐낸다. 극을 열고 닫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영화기법으로 표현한 대목은 기발하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작곡가 박초롱의 음악도 귀기울여 들어볼 만하다.11월19일까지.(02)738-8289.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콤이 만든 라롱드(아서 슈니츨러 작·박혜선 연출)는 ‘19세 이상 관람가’를 당당히 내건 성인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외설혐의로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던 오스트리아 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이 원작. 젊은 아내와 남편, 군인과 여배우, 화가와 모델 등 10쌍의 연인이 불륜의 고리를 이어가는 이야기다. 음습하게 취급되는 성담론을 무대로 끌어올려 밝고 건강하게 그리겠다는 게 제작진의 포부다. 연출, 작곡, 안무 등 주요 스태프들이 전부 여자인 점도 관심을 모은다.9일부터 웅진씽크빅아트홀에서 무기한 공연된다.(02)575-6606. 이 가을, 진한 사랑에 감염되고 싶다면 19일 충무아트홀에서 막 올리는 컨페션(성재준 작·왕용범 연출)이 제격이다.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작곡가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스타 지망생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렸다. 밀고당기는 핑크빛 사랑놀이가 아니라 비극적 운명에 가슴 아파하는 애절함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로 탄탄한 드라마 구성 능력을 발휘했던 연출가 왕용범은 ‘컨페션’에서도 연극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작곡은 박초롱, 안무는 이란영이 맡았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와 ‘드라큘라’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 정성화와 윤공주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11월19일까지.(02)501-788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피가로의 결혼’ 발레극으로 본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발레로 보면 어떨까. 모차르트의 동명 오페라를 춤으로 형상화한 창작 발레극 ‘피가로의 결혼’이 8·9일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른다.발레 대중화에 앞장서온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백설공주’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창작 발레 대작이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아름다운 선율과 개성적인 캐릭터,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꼬집는 경쾌한 유머 등으로 전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차르트의 대표작.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이 하인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를 넘보다가 망신을 당한다는 줄거리의 희극이다.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은 이번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되 몸의 언어인 무용의 특성을 살려 한층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군무와 마술쇼를 보는 듯 화려한 무대 전환은 오페라와는 차별되는 발레극의 매력이다. 원작과 달리 모차르트가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식도 새롭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는 과정과 오페라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드라마가 강한 탓에 무용수들이 춤만 추지 않고 직접 연기를 하는 것도 이색적인 시도다. 모차르트역은 2004년 입단한 터키 출신 무용수 쿠제이 키히칸이 맡았고, 피가로와 알마비바 백작으로는 정경표와 정운식이 각각 출연한다.8일 오후 8시,9일 오후 3시·7시.2만∼7만원.(02)3442-2637.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시인 이종만(사진 오른쪽·57)과 류기봉(41)의 시에서는 땀냄새가 난다.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자의 정직한 땀방울이 느껴진다. 이 시인은 전국을 돌며 벌을 치고, 류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포도를 키운다. 양봉과 포도농사는 이들이 30년 가까이 매달려온 생업이다. 주경야독으로 농사와 문학을 겸업하는 두 농부시인이 나란히 책을 냈다. 이종만 시인은 등단 15년 만에 첫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문학세계사)를 묶었고, 류기봉 시인은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예담)를 냈다. 꽃과 벌을 연인처럼 따라다니고, 포도를 자식처럼 키우는 농부의 일상에서 깨달은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진솔하고, 담백한 언어에 담았다. ‘벌 치는 시인’ 14년만에 첫 시집 “나는 눈보라처럼 날리는/아카시아 꽃잎 사이를 가는 사람/꽃보라처럼 날리는 생을/괴로워하지 않는다//아카시아 꽃 시들어도/벌이 있어 꿀이 있어/꽃은 지지 않는다/꿀 먹은 사람 속에서/아카시아꽃 다시 환하게 핀다”(‘꽃은 지지 않는다-양봉일지9’중) 이종만 시인이 벌을 치기 시작한 건 스물아홉살 때부터다. 경남 사량도에서 태어나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시인은 동네 어른에게서 벌 키우는 법을 배워 고향을 떠났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초등학생때 동시를 곧잘 쓸 만큼 일찍 문학에 눈을 떴다. 봄에는 꽃소식을 따라 전국을 떠돌고, 여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로열젤리를 수확하고, 가을에는 벌의 월동을 준비하는 빡빡한 일상에서도 시를 놓지 않은 끝에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인의 꿈을 이뤘다. “시를 꾸준히 써야하는데 일이 없는 겨울에만 쓰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 시집 한 권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시인은 “자연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욕심 부리지 않고 썼다.”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시집에는 소박하지만 정겹고, 단순하지만 울림이 깊은 시들이 많다.“생각하기보다 기도하기로 한다/기도하기보다 미소짓기로 한다/미소짓기보다 손을 잡아주기로 한다”(‘별’전문)라거나 “귀뚜라미 울음에 방문을 열다//휘영청 달빛에 방문을 열다//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방문을 열다//소리 없는 봄비에 방문을 열다”(‘방문을 열다’전문)에서는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된 시인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포도시인’ 농부를 이야기하다 류기봉 시인의 포도밭은 유명하다. 포도 수확철인 9월 첫째 주말에 문인과 일반인을 초청해 여는 ‘포도밭 작은 예술제’가 올해로 9년째다.1993년 ‘현대시학’에 그를 추천한 김춘수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는 시 낭송과 그림전시, 흙 밟기 등 자연과 사람, 문화가 하나되는 잔치마당으로 인기가 높다. 30년 전 시인의 아버지가 남양주 장현리의 거친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부자가 함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흙이 건강해야 포도나무가 건강하고, 그 열매를 먹는 사람도 건강해진다.”고 믿는 시인은 농약을 한방울도 치지 않는 자연산 포도만을 고집한다. ‘장현리 포도밭’‘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는 포도나무를 키우면서 터득한 인생 철학과 이 땅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포도밭 일은 복잡할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단순한다. 그 단순함 속에서 우주와 자연의 진리는 더 분명하게 보인다.”(57쪽) “포도밭에는 가뭄이 최악의 재해다. 타들어가는 포도밭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깊게 타들어간다. 이때의 애타는 심정을 농부말고 또 누가 알 것인가”(79쪽) “올여름 햇볕이 좋아서 예년에 비해 수확이 좋다.”는 시인은 “포도 수확에 맞춰 산문집을 내다 보니 올해는 자식농사를 두번이나 지은 듯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국에 대한 그리움 알알이

    마종기(67)시인의 열한번째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문학과지성사)가 나왔다.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이후 4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은 2002년 미국 오하이오 의대 교수직을 은퇴하고 오롯이 시작에만 몰두해온 시인의 내면풍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따뜻한 서정과 맑은 지성, 쉽지만 세련된 언어로 대변되는 시적 경향은 여전한 가운데 40년 이국생활로 인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들이 두드러진다.“뻘밭 넒은 서해안에서도/남해안에서, 또 동해안에서도/파도들은 너나없이 모국어만 하데”(‘파도의 말’중)나 “나는 이제 고국에서는/바람으로만 남겠네”같은 시구에서는 고국을 오래 떠나있는 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올해로 시력 47년을 맞은 시인은 “자연과 인연을 노래하며 즐기는 고결한 영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태껏 성심을 다해 시를 써왔다.”고 고백했다.‘조용한 개선’‘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등의 시집이 있다.6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성혜랑씨 서울 오빠와 연락하며 소일”

    1996년 탈북 이후 해외에서 망명생활중인 성혜랑(72)씨가 남한에 사는 친오빠 성일기(74)씨에게 최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독서와 집필로 말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거했던 성혜림(2002년 사망)씨의 언니다. 성일기씨를 주인공으로 한 실록소설 ‘북위 38도선’(교학사)을 펴낸 소설가 정원석씨에 따르면 혜량씨는 가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고 있으나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쟁 중에 아버지 성유경은 혜림과 혜랑 두 자매를 데리고 월북했고, 이중 동생 혜림이 김정일과의 사이에 아들 김정남을 두었다. 언니 성혜랑은 1996년 모스크바에서 체류 중 탈북한 이후 거의 소식이 끊겼고, 혜랑씨의 아들 이한영(본명 이일남)은 1997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괴한에게 피살됐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호남농악 ‘풍물춤’ 향연

    호남농악 ‘풍물춤’ 향연

    풍물 하면 으레 사물놀이의 흥겨운 가락을 떠올리지만 원래 풍물은 춤과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진 신명나는 놀이였다. 판소리의 ‘발림’처럼 풍물에서는 연주를 위한 몸짓을 ‘버슴새’라고 부르는데 이 버슴새를 발전시킨 것이 풍물춤이다. 새달 1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하는 ‘풍물명무전(風物名舞展)’은 상쇠의 부포춤, 장구재비의 설장구춤, 소고재비의 소고춤 등 풍물춤의 고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드문 기회다. 호남농악의 명인 7명이 무대에 선다. 김형순(73)과 김동언(66)은 설장구춤을, 유지화(63)와 유순자(51)는 부포춤을 선보이고, 류명철(64)은 부들상모춤을, 정인삼(64)과 김운태(43)는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을 춘다. 설장구춤은 북을 빼고 장구로만 풍물을 편성할 정도로 장구가 발달한 호남농악, 그중에서도 (전라)우도농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춤이다. 벼락치는 가락과 현란한 디딤새로 연주와 춤, 호흡의 절묘한 일치가 백미로 꼽힌다. 같은 우도라도 김형순은 전북 부안·정읍의 가락을, 김동언은 전남 영광·광주의 가락을 보유하고 있다. 호남농악의 상쇠들은 상모라는 모자를 쓰는데, 그 위에 다는 날짐승의 깃털장식을 ‘부포’라고 부른다. 우도의 상쇠는 뻣뻣한 대공 위에 정연하게 깃털을 꽂은 ‘뻣상모’를,(전라)좌도의 상쇠는 삽살개의 꼬리처럼 부들부들한 ‘부들상모’를 쓴다. 여성농악단 출신의 유지화와 유순자는 우도 부포춤의 명인이고, 류명철은 좌도 부들부포춤의 마지막 기능자다. 손잡이가 달린 작은 북을 들고 추는 소고춤은 모자에 따라 춤이 다르다. 우도의 고깔소고춤은 상모에 꽃을 달고 추며, 좌도의 채상소고춤은 긴 종이띠를 단 상모를 돌리면서 추는 기예적인 춤이다. 정인삼은 우도농악의 소고춤을, 김운태는 여성농악단에서 추던 채상소고춤을 춘다. 공연은 오후 7시30분 단 한차례 열린다.1만∼3만원.(02)3216-118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연극 ‘이아고’로 연기 다지는 뮤지컬스타 이석준

    연극 ‘이아고’로 연기 다지는 뮤지컬스타 이석준

    뮤지컬 ‘아이다’에서 남자 주인공 라다메스 장군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석준(34)이 데뷔 11년 만에 처음 정극에 도전한다. 연출가 한태숙의 신작 ‘이아고와 오셀로’(9월12∼17일 LG아트센터)에서 이아고의 음모에 희생당하는 오셀로의 심복 캐시오를 맡았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드는 배우가 드문 건 아니지만 오랜 ‘언더 그라운드’활동에서 벗어나 뒤늦게 주역으로 발돋움한 뮤지컬 배우로서는 예상밖의 행보다. 25일 오후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이석준에게 던진 첫 질문도 당연히 “왜?”였다. 탄탄대로를 놔두고 비포장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지난 4월 ‘아이다’를 끝낼 즈음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어요.8개월 장기 공연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외국 작품이 갖는 한계도 느꼈고요.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해서 차기작은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아이다’이후 출연 요청이 들어온 10여편의 뮤지컬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이아고와 오셀로(사진 위)’의 조연출에게서 전화가 왔다.“‘연극계의 김수현’인 한태숙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얘기에 두말 않고 오케이했어요. 이왕 연극을 할 거면 철저하게 깨지면서 배우겠다 생각했죠.” 노래와 춤, 연기 등 보여줄 게 많은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모든 에너지를 대사에 전부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연극적 화술을 익히는 일이 쉽지 않다.“한달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잘 만큼 고생했다.”는 그는 “다행히 함께 작업하는 배우가 박지일, 김소희 등 쟁쟁한 선배들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캐시오는 오셀로의 신임을 받는 부관이지만 이아고의 계략으로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와 불륜 관계라는 모함을 받는다. 이석준은 “오셀로와 이아고, 데스데모나 사이의 갈등을 발화시키는 화약의 심지 같은 캐릭터”라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세 인물과 달리 안으로 감춰야 하는 역할이라 표현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1996년 데뷔한 이석준은 2004년 ‘블러드 브라더스’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노틀담의 꼽추’‘틱틱붐’으로 인기를 모았고,‘아이다’로 주연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최근 4년간 교제해온 탤런트 추상미와의 결혼 계획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그에게 여자친구에 대해 묻자 “그거 물어보실 줄 알았다.”면서 “서로 연기 모니터링을 열심히 해주는 좋은 동료이자 조언자”라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혁명적 富의 시대가 온다

    미래의 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지배할 것인가.‘제3의 물결’‘권력이동’ 등 전작에서 농업혁명, 산업혁명, 지식혁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신작 ‘부의 미래’(원제 Revolutionary Wealth)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다. 토플러는 혁명적 부 창출의 요인으로 시간, 공간, 지식을 꼽는다. 경제와 사회 전반을 주관하는 심층기반으로서 이 세 가지 요인이 적절하게 고려돼야만 새로운 혁명적 부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 먼저 토플러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위기 상황이 속도의 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는데 정부와 관료조직, 정책과 법 제도는 3마일도 안 되는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호 충돌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공간의 확장도 필수 조건. 토플러는 지식혁명이라는 제3의 물결과 더불어 부의 주도권이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 영향을 받고 미치는 공간이 이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적인 경제 파워로는 승부를 낼 수 없으며, 세계를 넘어 우주 공간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또 지식혁명의 시대에 무한한 지식의 공급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의 상당 부분이 점점 더 진실에서 멀어지고 있고, 모든 지식에는 한정된 수명이 있다는 점이다. 토플러는 이를 ‘무용지식(obsoledge)’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하면서 진실로부터 무용지식을 가려내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토플러는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통찰력으로 한국, 중국,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문제를 부 창출 시스템과 연관시켜 명쾌하게 분석해낸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그는 시간의 충돌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점진적인 협상을 우려하면서, 한국이 속도 지상주의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신중하고 더딘 외교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한국은 물론 북한의 미래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부의 혁명이 가져올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유형자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본의 의미 자체가 혁명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한다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대단히 낙관적이라고 전망한다. 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펴냄.1만 98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인 사람. 다른 인종의 장점이 합쳐진 사람.’미국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지난봄 내한할 당시 TV 전파를 탔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다. 혼혈 가수 인순이의 눈물을 배경으로 한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성공한 혼혈 스타에게 환호를 보내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냉대와 괄시를 받는 평범한 혼혈인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김중미의 첫 장편소설 ‘거대한 뿌리’(검둥소)는 혼혈인을 대하는 이중적인 사회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달동네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친숙한 동화 작가 김중미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동두천 미군 기지가 낳은 혼혈의 아픔과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도시 빈민촌에서 태어난 정아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묵묵히 폭력을 견디는 어머니 밑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자랐다. 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정아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온 ‘나’는 정아를 이주노동자 축제에 데려가는 등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아가 네팔 이주노동자 자히드의 아기를 가졌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다. 정아와 자히드, 그리고 태어날 아기가 겪을 고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동두천에서 자란 ‘나’는 혼혈인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곳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에는 첫사랑 재민도 있다. 백인 혼혈인 재민은 동네 사람들의 심한 멸시를 받았다.“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 도대체 튀기가 뭐 어쨌다는 거야? 물건은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왜 우리 같은 애들은 싫어해?”(150쪽) ‘나’는 정아를 위해, 그리고 동두천에서의 기억이 시시때때로 가슴을 내리누르는 자신을 위해 중학생 때 떠나온 이후 한번도 가지 않았던 동두천을 찾아간다. 미국으로 간 줄 알았던 재민을 다시 만난 ‘나’가 그에게 털어놓는 속마음은 바로 작가의 목소리다.“재민아, 동두천은 말이야.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곳이야. 여기 살던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아.(중략)왜냐하면 동두천은 현실이거든. 이 땅 어디를 가도 지워버릴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189쪽) 1963년생인 작가는 동두천에서 열네살때까지 살았다.“사춘기 이후 내 안에 큰 의미로 자리잡은 동두천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동두천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이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2001년 ‘작가들’에 발표했던 중편 분량의 소설을 다시 손질해 내놓은 그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걸맞게 사회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자연 순응으로 깨닫는 생명의 숨결

    조향미(45)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를 냈다.1984년 ‘무크’지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 있네’‘새의 마음’에 이은 6년 만의 신작이다. 시집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겸손함과 담담한 성찰을 담은 시들이 두드러진다.“시답잖은 인생살이 그나마 고마운 것 중 하나는/마음을 생짜로 노천에 내놓진 않아도 된다는 것/몸이라는 황송한 제 집이 있어서/벌거숭이 마음 담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몸’중)에선 일상을 대하는 긍정의 힘이 전해진다.“내가 하늘보다 땅에 더 감동받으며/이렇게 천천히 한 발 한 발/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땅이 나를 끌어당기며 놓지 않기 때문이지”(‘내가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중)에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자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시인은 작고, 하찮은 존재들에서 새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화분에 작은 싹 하나도/매순간 심호흡으로 자기 생을 밀어올”리는 모습에 감탄하고,“느릿느릿 온 몸을 밀고가는/아득한 달팽이의 생”(‘달팽이’중)에서 삶의 숭고함을 엿본다. 그래서 시인은 “대지에 겸허히 허리 굽혀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끝없는 경주를 거부한 느린 도보의 즐거움”을 예찬한다. 고은 시인은 이를 두고 “아픔과 슬픔을 다 겪고 난 뒤에 이르는, 일상적 삶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긍정”이라고 평했다. 시집에는 부산 문현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시인의 일상을 담은 시들도 눈에 띈다.“가을 교실에 들어서면/살진 강에 발목을 담근 듯하다/풍성한 감자밭에 호미 들고 앉은 듯하다/줄기 당기면 여기저기 불쑥불쑥 달려나올 알감자들/…/금빛 햇살 화아한 이 가을/아이들은 몰라보게 단단하니 여물었다”(‘가을교실’중) 뜨거운 여름을 견디며 훌쩍 커버린 제자들에게서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시인의 심정이 손에 잡힐 듯하다.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고] ‘머나먼 쏭바강’ 소설가 박영한씨 별세

    ‘머나먼 쏭바강’‘왕룽일가’등을 쓴 중견 소설가 박영한씨가 23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일산 백병원에서 별세했다.59세. 박씨는 2003년 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최근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아왔다.194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77년, 베트남 참전 체험을 담은 중편소설 ‘머나먼 쏭바강’이 계간 ‘세계의 문학’에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1988년과 1989년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에서 밀려난 소시민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린 ‘왕룽일가’와 ‘우묵배미의 사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랑받았다. 고인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주제와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교 졸업이후 공장 노동자, 거리의 악사, 가정교사 등 떠돌이 생활을 하며 몸으로 직접 체득한 경험들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았다. 대표작으로는 ‘인간의 새벽’(1980년),‘노천에서’(1981년),‘지옥에서 보낸 한철’(1988년),‘장강’(1996년)등이 있다.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몇달 간 머문 경험을 토대로 출간한 ‘카르마’(2002년)가 마지막 소설이다. 오늘의작가상(1978년), 동인문학상(1988년)을 수상했고,6년 전부터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인숙(53)씨와 딸 낭이, 아들 노아씨 등 1남1녀가 있다. 발인은 25일 오전.(031)910-744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을 가다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을 가다

    |에든버러(영국) 이순녀특파원|축제 초반에 불거진 ‘런던발 악재’로 축제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에든버러행 비행기를 타기 전 평소보다 까다로운 탑승 절차를 거치면서 내심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에든버러에 도착해 보니 전세계를 경악시킨 ‘런던 항공기 테러음모’의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년과 다름없이 도시 곳곳에서 공연은 수없이 넘쳐났고, 관광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인구 50만 소도시에 관광객 40만명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 주도인 에든버러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매년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프린지페스티벌을 비롯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필름 페스티벌, 재즈페스티벌, 북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군악대) 등 6개의 축제가 한꺼번에 열리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하다. 이맘때면 인구 50만의 소도시 에든버러에 4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니 어디를 가나 인파에 휩쓸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로 60회를 맞은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우선 규모면에서 다른 공연예술축제를 압도한다. 지난 6일 개막한 올 행사에는 전세계 735개 팀이 261개 극장에서 1860여개의 작품을 공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연 관계자는 공연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숙제고, 관객은 수많은 작품 중에서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고르는 일이 즐거운 고민거리다. 도시 중심의 메인 도로인 하이스트리트는 가장 인기있는 공연 홍보 무대다. 도로 한가운데서 즉석 공연을 펼쳐 순식간에 수백명의 구경꾼을 모으는 공연자가 있는가 하면 아이디어 넘치는 이색 복장으로 시선을 끄는 젊은이들도 상당수다. 관광객들의 손길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프린지페스티벌 박스오피스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서있다. 수첩 가득 공연 스케줄을 적어와서 티켓을 예매하거나 신문 리뷰를 꼼꼼히 읽으며 신중하게 공연을 선택하는 열성 관객들이 상당수다.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뉴캐슬 지역에서 휴가 온 사이몬 엘리엇(43)은 “에든버러에 온 지 3일째인데 그동안 10편의 공연을 봤다.”고 말했다. ●무술 퍼포먼스 ‘점프´ 올해도 대인기 1999년 ‘난타’가 처음 에든버러에 입성한 후 한국 작품들도 꾸준히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참가작은 지난해 에든버러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무술퍼포먼스 ‘점프’(예감)와 무언극 ‘기차’(극단 초인), 어린이 영어뮤지컬 ‘춘향’(극단 서울),‘인형도시, 코리아 판타지’(현대인형극회) 스트리트댄스 퍼포먼스 ‘묘성’(묘성)등 모두 7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큰 공연장인 어셈블리홀을 차지한 ‘점프’의 인기는 대단했다. 개막 초반 740석 객석이 모두 팔려 올해 페스티벌 참가작 중 가장 먼저 ‘솔드 아웃’을 기록했다.17일 공연에선 기립박수가 나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태권도, 기계체조, 아크로바틱 등 신기에 가까운 무술 동작에선 탄성이 터져나왔고, 등장인물들의 코믹 연기에선 어김없이 폭소가 터져나왔다.‘점프’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IMG사와 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을 적극 추진 중이며,9월 초 종로 씨네코아 지하에 전용관을 오픈한다.‘점프’를 제외한 한국 작품들에 대한 반응은 썩 호의적이진 않다. 일부 작품의 경우 한국에서 제대로 공연해 보지도 않고 서둘러 에든버러행을 결정하는 등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28일 폐막한다. coral@seoul.co.kr
  • “한국은 ‘점프’처럼 넌버벌 퍼포먼스에 강해”

    |에든버러(영국) 이순녀특파원|올해로 60회를 맞은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매년 700개 이상의 공연단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이다. 지난 6일 개막해 28일까지 진행되는 올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735개 단체가 참가해 총 1860여개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1999년부터 8년째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을 총지휘하고 있는 폴 거진(42) 위원장은 20일 인터뷰에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유로운 참가 방식,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 그리고 에든버러가 지닌 축제 도시로서의 매력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돼 성공적인 축제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축제 초반에 발생한 런던 항공기 테러음모의 여파가 우려됐으나 실제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일부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연착되는 돌발상황이 벌어지긴 했으나 축제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다.”면서 “오히려 티켓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좋다. 축제 기간이 아직 일주일 남았는데도 티켓 판매량이 140만장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133만 5000장)을 벌써 앞섰다.”고 자랑했다. 1947년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의 주변부(프린지) 행사로 8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첫 행사를 치른 프린지페스티벌은 1970년대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1990년대 이후 세계 진출을 꿈꾸는 공연단체들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아트마켓으로 각광받고 있다.한국 작품 중에서도 99년 ‘난타’가 이곳에서의 흥행을 발판으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점프’도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참가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다졌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 한국 참가작은 ‘점프’ 외에 현대인형극회의 ‘퍼펫 시티’, 극단 초인의 ‘기차’ 등 7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는 “한국은 ‘난타’와 ‘점프’처럼 넌버벌 퍼포먼스에 강하다.”고 평가했다.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인터내셔널, 재즈, 도서, 영화 등 여러 장르의 페스티벌이 동시에 진행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매년 여름, 다양한 축제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은 40여만명으로, 에든버러 전체 인구(50만명)에 버금간다.한 해 100만파운드의 예산으로 치러지는 축제가 거둬들이는 경제적인 효과는 7500만파운드. 폴 거진 위원장은 “축제 규모가 커지면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험성과 도전성을 중시하는 프린지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등 영국 내 다른 도시에서 대규모 공연예술축제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이 60년간 쌓아온 경쟁력을 믿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coral@seoul.co.kr
  • 美 부부 소설가의 화제작 2편 선봬

    니콜 크라우스(32)도, 조너선 사프란 포어(29)도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 문단에서 이들 소설가 부부의 이름은 누구보다 자주 호명됐다. 아내 니콜 크라우스의 소설 ‘사랑의 역사’는 모든 문예지가 언급할 정도로 문단의 이슈였고, 남편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발표한 ‘엄청나게’는 ‘미국 편집자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2002년 데뷔하자마자 수전 손택을 비롯한 문학 평론가들로부터 ‘미국 문학사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민음사가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번역출간했다.‘사랑의 역사’(한은경 옮김)는 한 편의 소설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운명을 따라가는 로맨틱 미스터리다. 소설속 소설의 제목도 ‘사랑의 역사’다. 첫사랑 알마를 찾아 뉴욕에 온 유대인 레오. 그러나 알마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됐고, 레오는 알마를 기억하며 쓴 원고 ‘사랑의 역사’를 잃어버린다.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은 레오의 첫사랑과 이름이 같은 10대 소녀 알마 싱어. 알마는 번역작가인 엄마 샬럿이 번역하는 ‘사랑의 역사’를 탐독하다가 소설속 주인공 알마가 실존인물일 것이라 판단하고 그녀의 행방을 추적한다. 레오가 잃어버린 원고가 어떻게 칠레에서 출간됐는지, 샬럿에게 ‘사랑의 역사’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한 사람은 누구인지가 차례차례 밝혀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눈물겨운 순애보는 감동적이다.9500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송은주 옮김)은 9·11사건을 배경으로 아홉살짜리 소년 오스카가 겪는 상실과 슬픔, 소통의 단절을 그려낸다. 세계무역센터 테러로 아빠를 잃은 오스카는 아빠의 유품을 만져보다가 꽁꽁 숨겨둔 열쇠를 발견한다. 열쇠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오스카는 저마다 슬픔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작가는 오스카의 공포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테러나 전쟁 같은 재난은 더이상 특수상황이 아니며, 이미 일상적인 두려움이 되었음을 환기시킨다.1만1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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