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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스와 지단을 예술로 만나다

    마르크스와 지단을 예술로 만나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무대에서 만난다. 27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리는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에서다. 2007년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이 축제는 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다원예술 행사다. 올해는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 ‘카를 마르크스-자본론 제1권’을 개막작으로 총 15편의 작품이 참가한다. 개막작은 독일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작품으로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 아홉 명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자본론’을 한국어로 번역한 강신중 동아대 교수도 무대에 오른다. 작가 임민욱의 ‘S.O.S’는 여의도와 잠실을 잇는 한강 유람선 상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다. ‘한강의 기적’부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근대화와 세계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신화의 이면을 빛과 소리로 이뤄진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 준다. ‘지단-21세기의 초상’은 축구 선수 지단의 경기 속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국 영상작가 더글러스 고든과 알제리 출신의 필리페 파레노가 15대의 35㎜ 카메라와 미군이 제공한 두 대의 슈퍼확대 카메라를 사용해 지단의 움직임을 포착,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시적인 이미지로 완성했다. 이탈리아 현대무용가 에미오 그레코와 네덜란드 연출가 피터 숄텐이 모여 결성한 ‘에미오 그레코|PC’의 작품 2편과 벨기에와 한국 합작 댄스프로젝트 ‘한국의 스크린-4개의 독무’도 눈여겨볼 만하다. 49재, 단군신화, 가족적 사회조직, 아버지상 등 한국 문화 속 모티브들이 창작의 재료로 사용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 참조. www.festivalbom.org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술접대·복제폰… 사생활 간섭 도넘어

    술접대·복제폰… 사생활 간섭 도넘어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이 “성상납 강요와 폭력에 시달렸다.”고 쓴 자필 문건이 공개되면서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톱스타와 연예계의 이면을 다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온에어’에서 알 수 있듯 여자 연예인을 둘러싼 술접대와 성상납 강요, 스폰서 제안 등은 이제 일반인도 짐작할 만큼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여기에 최근 전지현 소속사의 휴대전화 불법복제 사건처럼 거대 기획사의 도를 넘어선 사생활 간섭은 정신적 폭력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가수 아이비는 올초 자신의 홈페이지에 “만나만 줘도 3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실질적으로 연예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루머로만 떠돌던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연예인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아이비의 발언을 계기로 신인 여자 연예인은 6개월에 2000만~5000만원이라는 구체적 액수도 제기됐고, 한 스타 여배우는 6개월에 7억원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연예계 성상납과 관련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06년 연예인 성상납 리스트 파문으로 연예계가 들썩인 데 이어 지난해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대기업과 여배우간 성상납 의혹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경우 물증과 자백 확보가 어려운 데다 사회적 파장 등을 감안해 수사 당국도 내사에 그칠 뿐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이르진 못하고 있다.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는 노예계약 역시 연예계의 뿌리깊은 비리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와 올리브나인 등 35개 기획사에 대해 불공정계약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중소연예기획사들의 경우 불공정 계약 관행은 더욱 심각하다. 연예인측에서 계약을 파기할 때 계약금이나 투자금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전속 계약기간도 5~10년으로 지나치게 길게 계약하는 등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강요한다. 금전적인 불이익은 물론이고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 폭행 같은 비인격적 대우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성 친구를 사귈 때 허락을 받아야 한다거나 해외 여행을 맘대로 다니지 못하는 것쯤은 약과이다. 일부 기획사의 경우 소속 연예인을 감금, 구타하거나 협박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도 저지른다. 한때 god의 멤버 김태우와 함께 활동했던 가수 수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뷔 직후 3년 동안 폭력으로 고통받았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창작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17일 첫 무대

    창작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17일 첫 무대

    창작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두 가지. 자살이 테마이니 우울하고 칙칙하진 않을까, 외국 소설이 원작이라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을까. 결론은 둘 다 아니다. 올해 창작 뮤지컬 기대주인 ‘기발한 자살여행’이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개막에 앞서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리허설 공연은 우울함보다는 유쾌함이, 한숨보다는 웃음의 파동이 훨씬 컸다. 핀란드 대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남북통일이 이뤄진 가상의 미래 시점이란 것 말고는 현재 한국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매끈한 각색은 원작의 존재를 의심할 정도다. 발단은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중소기업 사장과 통일 이후 대기발령 상태가 된 육군장교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면서 비롯된다. 목을 매려던 전깃줄이 길어서 어이없게 살아나고, 권총 자살에도 실패한 이들은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의 자살 여행단을 모집한다. 이렇게 해서 삶의 모든 의욕과 희망을 잃은 채 오직 죽음만을 갈구하는 12명의 자살 희망자들이 자살버스에 탑승한다. 실연당한 여인, 기러기아빠, 시한부 노동자, 매맞는 아내, 추락한 스타 여배우 등 저마다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최후의 목적지인 백두산 천지를 향해 힘껏 달린다. 이들의 절박하고, 야심찬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공연은 국내 초연이면서 세계 초연이다.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2006년말 원작소설에 대한 전세계 독점 뮤지컬 저작권을 따냈다. “소설을 읽자마자 뮤지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송 대표는 “스토리가 재밌고, 기발할 뿐만 아니라 삶이 아무리 힘들고 비참해도 살아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향후 핀란드 공연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해외 라이선스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인 만큼 창작에 참여한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극 ‘보이첵’으로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임도완 연출이 작품 전반에 유머 코드를 적절히 배치했고, 극작가 이수연은 원작의 배경인 핀란드와 유럽 대륙을 통일 한국과 중국,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로 각색해 공감대를 높였다. 뮤지컬에서 드라마 못지않게 중요한 음악은 영화 ‘실미도’ ‘올드보이’로 유명한 작곡가 이지수가 맡았다. 40인조 체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음악들은 장중하면서도 경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등 다양한 정서를 자유자재로 뿜어낸다. 임도완 연출은 “자살이란 무거운 주제를 위트와 유머로 따뜻하게 그려낸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음악은 웅장하게, 드라마는 코믹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객석쪽을 바라보던 버스가 양옆으로 갈라져 방향을 바꾸는 등 재치있는 무대 전환도 눈길을 끈다. 4월19일까지. 4만 4000~7만 7000원. 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가장 노릇 5학년 다애의 성장통

    초등학교 5학년인 다애는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모범생 회장이고, 집에선 일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며 집안 일을 척척 해 내는 의젓한 딸이다. 사업 실패로 아빠가 집을 나간 이후 다애네는 지하 셋방으로 이사했다. 친구들이 학원 다니기 싫다고 투정부릴 때 학원 다닐 돈도, 시간도 없는 다애는 혼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한다. 공부도 잘하고, 사는 형편도 넉넉한 친구들은 그런 다애의 속사정을 모른다.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친구는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세미의 말에 다애는 친구들의 오해를 모른 척한다. 개교기념일에 부모님 몰래 서울대공원으로 놀러가기로 하면서 사건은 터진다. 다애는 동생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가방을 사주려고 모으던 돼지 저금통을 털어 용돈을 마련한다.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4호선 오이도행 열차안에서 행상을 하는 아빠를 본 다애는 친구들이 알까봐 서둘러 열차에서 내린다. ‘오이도행 열차’(홍종의 글, 이우창 그림, 미래i아이 펴냄)는 너무 일찍 삶의 무게를 짊어진 다애의 성장통을 그린다. 힘겨운 현실을 묵묵히 견뎌 내던 다애는 서울대공원 사건을 계기로 더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한다. 친구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편지를 쓰고, 엄마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다애의 결단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작가는 다애와 세미의 감동적인 화해, 아빠와의 극적인 재회 같은 해피엔딩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대신 누구에게나 삶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껏 살아가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넌지시 들려준다. 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통섭시대 미래대학의 모습은?

    통섭시대 미래대학의 모습은?

    ‘통섭’이란 용어가 대중적으로 회자된 건 2005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인문학과 과학, 정치, 경제,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통합, 복합, 융합이란 이름으로 교류하던 학제간 연구는 ‘통섭’ 개념의 등장으로 좀더 구체화되고 본격화됐다. 더불어 미래의 학문인 융합학문이 어떻게 발전하고, 이에 발맞춰 대학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학계의 논의도 활발해졌다. 2007년 3월 김광웅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의 주도로 발족한 ‘미래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생각의나무 펴냄)를 내놨다. 융합학문이 보편화되는 시기에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석학들의 제언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12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현재 대학의 형태와 학제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제시한다. 그는 전체적으로 대학의 양극화가 진행돼 세계적으로 소수의 명문 엘리트 연구중심 대학들은 앞으로도 번창하겠지만 그 수준에 못 미치는 대다수 대학은 인터넷 강의를 이용한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는 대중대학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현재의 전통적인 학문 분야에 기초한 학과(학부)체제가 유지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범학문적인 융합연구 또는 교육을 하는 조직이 번성하는 대학도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미래 융합대학의 교수 방법으로 참여와 대화를 지향하는 ‘Teaching 2.0’을 제안한다.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을 배타적으로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학습자가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으로 유도하는 것이 융합대학이 지향해야 할 교수법의 핵심이란 주장이다. 그렇다면 창조적 교육을 위한 미래 대학 캠퍼스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 개교하는 핀란드의 알토 대학교는 기존 헬싱키 공과대학교와 헬싱키 경영대학교, 헬싱키 디자인예술대학교를 합병했다. 미래사회의 핵심 이슈인 지속가능한 가치와 에너지 문제를 다학제적 접근으로 탐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순종 서울대 교수는 “디자인과 경영과 공학이 모여 각 학문의 앎을 미래의 지속가능한 삶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 대학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달 7일 개막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주연 이정미씨

    새달 7일 개막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주연 이정미씨

    동글동글한 얼굴에 아담한 키, 찰랑이는 단발머리. 다음달 7일 개막하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순박한 시골 소녀 홍연을 연기하는 배우 이정미(27)는 영락없는 열여섯살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연달아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싶다. 실제 나이보다 열살이나 어린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최강 동안’은 배우로서 실(失)이 될 때가 많지만 이 작품에선 분명히 득(得)이다. 이정미는 재공연 제의가 왔을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초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 홍연이 짝사랑하는 총각 선생님 강동수를 비롯해 대다수 출연진이 바뀌면서 작품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자신이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 공연을 택한 건 초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당시 뜻하지 않게 다른 작품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홍연 역할에 전념할 수 없었다. 8월 한 달 동안 하루는 광주로 내려가 ‘맘마미아’의 딸 소피가 되고, 이튿날은 서울로 올라와 홍연으로 무대에 섰다. “ 두 작품 모두 애착이 컸던 터라 욕심을 내긴 했는데 참 아쉽더라고요. 다행히 이번엔 홍연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을 많이 보완하고 있어요.” 전도연, 이병헌 주연의 영화가 원작인 ‘내 마음의 풍금’은 첫사랑의 성장통을 앓는 홍연을 통해 순수했던 유년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과 완성도 높은 음악 등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작품상, 연출상 등 6개 상을 차지했다. “초연 때는 ‘어떻게 하면 홍연처럼 보일까.’를 고민하며 애써 ‘홍연인 척’ 연기했다면, 이젠 나도 모르는 새 홍연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연습실 밖에서 사람들이 ‘홍연아’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요.” 가수 이지훈과 뮤지컬배우 성두섭, 이창용 등 세 배우가 강동수 역을 나눠 맡는 바람에 이정미는 똑같은 장면을 세 번씩 연습한다. 고역일 법도 하건만 “세 배우가 저마다 색깔이 달라서 재미있다.”며 밝게 웃는 얼굴 위로 홍연의 순수한 모습이 겹쳐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 리뷰] 청춘, 18대 1

    [공연 리뷰] 청춘, 18대 1

    “일식(日蝕)! 태양이 가려지는 시간. 태양에 상처가 났다는 뜻이지. 우리가 폭약을 던지는 날 이 작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거야.” 광복 한 달 전인 1945년 7월, 일본 도쿄 댄스홀에서 도쿄시청장을 암살하기위한 거사에 가담한 청춘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는다. 그들은 진정으로 그렇게 믿었던 것일까. 연극 ‘청춘, 18대1’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고, 독립운동이 구심점이지만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버린 애국 청년’식의 구태의연한 시대극과는 다른 길을 간다. 댄스홀에 폭약을 숨겨두고, 댄스광인 시청장을 유인하기 위해 춤을 배우는 이들의 나이는 열여덟, 열여섯.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쳐온 이들, 살아남고자 부모와 고향을 등진 꽃다운 청춘들을 자폭 테러범으로 이끈 건 애국심도, 이데올로기도 아니었다. 나로 인해 타인이 죽었다는 죄책감, 동생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형의 의무감, 남편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겠다는 아내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춘이기에 가능한 열정과 무모함이었다. 때문에 이 연극은 장엄한 서사극이 아니라 18대1로 맞붙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인 청춘에 대한 애잔한 서정시다. 뜨거운 열정이 무모함과 짝을 이루듯 지나친 서정은 감정 과잉과 신파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그 비극의 시대를 거대 담론의 압박에서 벗어나 차차차와 퀵스텝, 자이브 리듬이 흐르는 무대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테러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토에의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은 이 연극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한아름 극작가와 서재형 연출가는 이전에 함께한 작품인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등에서 독창적인 형식미로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에선 그런 형식미는 약해졌다. 하지만 영화의 플래시백 기법처럼 현재와 과거를 숨가쁘게 오가고,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장면을 요령있게 배치하면서 사건 당사자들의 시점과 취조관의 시점을 이물감 없이 교차시켜 연극적 재미를 배가시킨 점은 돋보인다.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조리 극작가 이오네스코 탄생 100주년 페스티벌

    부조리극의 대가인 프랑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오네스코는 1950년 반희곡(反戱曲)이라는 부제를 단 ‘대머리 여가수’를 발표한 이래 ‘수업’(1951) ‘의자들’(1952) ‘의무적 희생자’(1953)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인물과 사건 중심의 전통 서양연극 흐름에 맞서 현대 전위극의 토대를 세웠다. 11일부터 5월10일까지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극단 노을, 연희단거리패 등 중견 7개 극단이 참가해 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첫 공연은 이오네스코의 대표작을 재구성한 극단 노을의 ‘단막극 시리즈’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11~13일)와 스튜디오76(4월2~12일) 무대에 오른다.‘수업’(연출 이윤택)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장 주네의 ‘하녀들’과 더불어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한 여학생이 교수를 찾아와 수업을 받지만 수업은 왜곡과 소통 불능으로 점점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결국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는 학생에게 교수는 칼을 꽂는다.‘코뿔소’(연출 오동식)는 마을에 코뿔소가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속속 코뿔소로 변신하는 가운데 이에 저항하는 한 소시민의 투쟁을 그린다. 당시 유럽을 휩쓸던 나치즘의 집단 본능에 대한 풍자극이다. 이밖에 현실적 강압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비극을 희극적으로 풀어낸 ‘의무적 희생자’(연출 채윤일)를 비롯해 ‘왕은 죽어가다’(연출 오세곤), ‘살인놀이’(연출 김태수), ‘의자들’(연출 기국서) 등이 공연된다. 축제 기간 ‘이오네스코와 현대연극’을 주제로 학술대회도 열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몽주 장원급제 답안 첫 공개

    고려 말기 충신인 포은 정몽주(1337~1392)가 공민왕 9년에 치른 과거 시험에서 수석합격한 답안지의 내용이 밝혀졌다. 도현철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일본 호사문고에서 발견해 5일 공개한 정몽주의 대책문(과거 시험 답안지) 필사본에 따르면 정몽주는 당시 빈번하게 국경을 넘어오던 홍건적(紅巾賊) 대처법을 6쪽 분량으로 제시,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대책문에는 홍건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강태공이나 제갈량처럼 문무겸용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주나라 이전에는 문과 무가 일치했으나 수, 당을 거치면서 이런 전통이 무너졌다. 이제 이같은 전통을 복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도 교수는 지난해 방문한 일본 호사문고에서 94쪽 분량의 ‘책문’(과거시험 기출문제집)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서 정몽주의 답안을 발견했다. 책문집에는 정몽주 외에 이색(1328~1396), 이손(1439~1520), 이영은(1434~1471) 등 고려말 유학자와 조선 사림파 계열 문인 10여명의 답안이 실려 있다. 도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일종의 과거시험 기출문제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이 책문집은 사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몽주의 대책문은 20일 한국중세사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제 강점기에도 도시 철거민 운동

    용산 철거민 참사로 정부의 도시재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에도 도시 철거민들이 집단적인 저항 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인상·철거후 주거대책 요구도 김영미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내놓은 ‘동원과 저항’(푸른역사 펴냄)에 따르면 당시 일제가 식민지배 정책에 활용했던 동회(洞會·동사무소의 전신) 제도 아래서 도시 주민운동의 일환으로 철거민들의 집단 행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조선 전통의 주민자치 생활단위였던 동은 일제 시기 주민동원의 기반인 동시에 일상적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민운동의 토대라는 이중적 속성을 띠고 있었다. 주민들은 동 대표인 총대(지역 유지가 주로 맡았다)를 중심으로 일제 행정당국의 차별적이고 권위적인 대민정책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항의했다. 김 교수가 1920~1940년까지 일간 신문에 보도된 경성부 주민들의 집단 대응 사례를 분석한 결과 62건 가운데 7건이 주택 문제였다. ▲안암 주민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항의(1922) ▲황금정 주민의 철거후 주거 대책 요구(192 5) ▲신당리 주민의 주택불하요구(1934) ▲방산정 주민의 이사보조금 요구(1934) 등으로 오늘날 철거민이 주장하는 요구 사항과 다를 바 없다. 주목할 점은 이 운동은 철저히 해당 무허가주택 거주자들이 주도했으며, 이들을 위한 총대의 활동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물처리와 상하수도 시설, 도로·교통 문제, 교육·환경 등과 관련한 경성부의 부당한 행정에 총대가 앞장서 주민운동을 이끈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교수는 “철거민은 정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하층민으로 지역 개발을 위해 사라져야 하는 존재 취급을 받았다.”면서 “계급에 따른 주민운동의 갈등과 차이를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도시 주민운동의 대표적 방법은 연명 진정서를 활용한 ‘진정운동’이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실력행사를 벌인 사례도 있다. 전차구간철폐운동을 벌이던 주민들이 전등료 불납운동을 결의하고, 전농정 총대가 도로 차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성부는 아현동 분뇨탱크반대운동의 경우 분뇨탱크를 설치하는 대신 수도를 만들어 주는 등 타협하는 방식으로 주민운동에 대응했다. 진정운동은 합법적이고 온건한 방식이었지만 일제 행정당국을 압박해 주민들이 당국으로부터 일정한 권리를 확보해 내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당국 압박 일정한 권리 확보 수단으로 김 교수의 연구는 기존 계급운동이나 민족운동의 틀로 포착되지 않았던 식민지 시기의 도시 주민운동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도시 주민들이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름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면서 “전통적인 생활공동체로 기능하던 도시의 동은 식민지와 근대화 과정에서 말단 지배조직으로 포섭되기도 했지만 능동적으로 국가권력에 대응해 시민 주체를 형성, 시민운동의 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동회는 1955년 동사무소라는 시청과 구청의 하부 행정조직으로 편입됐다. 1990년대 들어 동사무소 폐지론이 대두되다 최근엔 주민자치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 리뷰] 뮤지컬 ‘드림걸즈’

    [공연 리뷰] 뮤지컬 ‘드림걸즈’

    쇼 뮤지컬의 화려한 귀환이자 첨단 무대 테크닉의 빛나는 향연이다. 프리뷰를 거쳐 27일 공식 개막한 뮤지컬 ‘드림걸즈’는 기대 이상의 시각적 쾌감과 청각적 즐거움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켰다. 드라마적인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 영리함도 발휘했다. 1960년대 백인 위주의 쇼비즈니스에 뛰어든 흑인 여가수들의 성공과 좌절을 그린 ‘드림걸즈’는 탄탄한 내러티브와 뛰어난 음악에 힘입어 198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2006년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돼 흥행을 거뒀다. 초연 이후 30여년 만에 한·미 합작 뮤지컬로 재탄생한 이번 공연은 전작의 흥행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이전 무대와 스크린에선 볼 수 없었던 시각적 새로움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토니상을 세 차례나 받은 무대 디자이너 로빈 와그너가 제작한 무대는 가로 2m, 세로 6m의 발광다이오드(LED)패널 5개가 전부다. 하지만 이 검은색 패널 위에 영상과 빛이 투사되면 무대는 일순간 뉴욕의 화려한 야경,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 녹음 스튜디오 등으로 변모한다. 세트 전환이 자유로우니 극 전개는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관객은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한다.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패널의 위치에 따라 가상의 3차원 공간과 무대 위 현실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대목은 탄성을 자아냈다. 1막에서 흥행사 커티스 일행이 돈가방을 들고 춤을 추는 장면, 2막에서 에피가 부르는 ‘원 나잇 온리’가 드림스의 노래로 전환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400벌의 옷과 100개의 가발 등 화려한 무대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홍지민(에피), 정선아(디나), 최민철(지미) 등 배우들의 기량 역시 박수를 받을 만하다. 고난도의 소울과 R&B 넘버들을 흑인 특유의 느낌대로 구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세계 초연 무대라는 부담감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배신당한 에피가 온몸으로 절규하며 부르는 ‘아임 낫 고잉’, 에피와 디나가 화해하며 부르는 이중창 ‘리슨’은 짜릿한 감동을 전달했다. 한물간 가수 역을 능청스럽게 해낸 최민철의 존재감도 특별했다. 반면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역이었던 커티스(오만석)는 무대에선 상대적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7월2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고, 내년 브로드웨이 진출에 앞서 오는 11월 현지 배우들로 미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1588-521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제가 궁궐 이렇게 훼손” 설계도면 첫 공개

    “일제가 궁궐 이렇게 훼손” 설계도면 첫 공개

    일제 강점기에 진행된 신축·개조 사업을 통해 창덕궁, 덕수궁, 경복궁 등 우리 전통 양식의 궁궐이 어떻게 훼손되고 변형됐는지를 보여주는 설계도면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1906년부터 1936년까지 작성된 궁궐 관련 도면 122종과 고종 황제 홍릉 조성 등 의례 관련 19종, 가옥 33종 등 총 174종의 원본 도면을 실은 ‘근대건축도면집’을 26일 펴냈다. 이 도면들은 일제 통감부와 총독부의 지휘 아래 있던 궁내부와 이왕직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도면에는 창덕궁 인정전 주변의 행각(行閣)을 복랑(複廊)에서 전각 형태로 고치고, 주위에 복도를 신설해 알현소로 조성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또 순종황 제의 침전이었던 대조전 일원이 1917년 화재로 소실되자 그 자리에 서양식 침전인 내전양관을 지으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경궁 전체 평면도에는 창경궁을 동물원, 식물원, 박물원 등 세 영역으로 개조하는 안이 포함됐다. 한중연 윤진영 연구원은 “일제가 궁궐 신축·개조사업을 실시하면서 궁궐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한 채 편의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종 황제의 홍릉 조성과정을 그린 도면과 순종 황제의 국장 자료 등이 포함된 의례 관련 도면은 일제 강점기에 진행된 황제릉 조성사업의 실체를 엿보게 한다. 또 가옥 관련 도면은 17세기 중반에서 19세기 말까지 한성부의 주거모습을 명확히 파악할 수있는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일제 강점기에 진행된 황제릉 조성사업에 관한 사료인 순종 유릉의 정면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 “민중이 역사 주체로 떠오른 3·1운동 세계 反제국주의 투쟁 선봉장 역할”

    “민중이 역사 주체로 떠오른 3·1운동 세계 反제국주의 투쟁 선봉장 역할”

    3·1운동 90주년을 앞두고 동아시아와 세계사의 맥락에서 3·1운동을 재평가하려는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세계적으로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이 극렬했던 시기에 일어난 3·1운동은 한국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라는 자각의 목소리가 드높다. 이와 함께 3·1운동을 기점으로 역사의 주체로 전면에 나선 민중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범세계적 이상과 지향점 제시 김희곤 안동대 교수는 “3·1운동은 세계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두주자로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범세계적인 이상과 지향점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새달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3·1운동 90주년 기념 국제 학술강연회’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세계사적 의의를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세계 식민지 해방투쟁사에서 우뚝한 위상을 갖는다. 국가를 세우고 정부 조직을 구심점으로 삼아 무려 27년 가까이 투쟁한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3·1운동은 바로 그러한 역사를 만들어내는 시점이자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세계 개조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나선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연회에선 겅윈즈 중국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이 ‘중국 근대사와 5·4운동의 역할’, 마쓰오 다카요시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1919년과 다이쇼 데모크라시’, 토머스 녹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대 교수가 ‘윌슨의 이념과 세계질서’를 각각 발표한다. 한국근현대사학회가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3·1운동의 세계사적 맥락과 해외 한인사회’ 학술대회에서도 3·1운동이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민족운동으로만 평가해선 안돼 3·1운동을 통해 부상한 ‘민중’에 대한 재평가도 주목을 끈다. 김희곤 교수는 “3·1운동은 전통적인 피지배계급이 아니라 민중이 새로운 국가와 정부조직체를 요구했고, 이에 맞춰 임시정부가 조직돼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공화정 체제가 등장했다.”면서 “구성원 거의 모두가 참가한 저항은 곧 민중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이자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등이 2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3·1운동, 기억과 기념’학술대회에선 역사의 주체로서 역량을 보여준 민중의 부상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근대 시위 문화 등에 대해 토론한다. 주최측은 “그간 3·1운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3·1운동 배경, 전개과정, 영향 등에 국한되어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오로지 하나의 결론, 즉 거족적인 민족운동으로만 평가했던 점을 극복하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좌와 우, 남과 북이라는 권력 주체의 기억과 기념 방식, 대중적 상징성을 갖는 유관순 영웅 만들기의 역사, 역사 교육을 통해 재구성된 3·1운동의 기억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3·1운동의 기념이 관성화되고, 타성화되는 데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 원작 뮤지컬 맞대결

    영화 원작 뮤지컬 맞대결

    영화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대박을 터트린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영화를 원작으로 한 신작 뮤지컬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재구성한 ‘마이 스케어리 걸’(3월6일~5월17일 충무아트홀 블랙소극장)과 이성재, 유지태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주유소 습격 사건’(3월12일~6월14일 백암아트홀)이 그것. 영화에서 출발했지만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색다른 재미를 내세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재구성 ‘마이 스케어리 걸’ 예기치 않게 잇달아 살인을 저지르는 수상한 여인 미나, 그리고 그녀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는 소심한 대학강사 대우. 이들의 아슬아슬한 러브스토리를 다룬 저예산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극 전개로 2006년 뜻밖의 흥행을 거뒀다. 뮤지컬은 영화의 기본 구성을 토대로, 엽기적인 현실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사랑을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음악적 변주로 풀어낸다. 무대 위의 주인공은 진지한데 관객은 웃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 영화에서 다소 설명이 부족했던 미나의 심리를 좀더 부각시켜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뒀다. 뉴욕대 예술대학원 뮤지컬극작과 동문인 작가 강경애와 작곡가 윌 애런슨 콤비의 대중적인 음악도 비장의 무기다. 지난해 대구 뮤지컬페스티벌에서 워크숍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성록, 김재범이 순진남 대우로 번갈아 출연하고 방진의가 살벌하지만 매력적인 미나를 맡는다.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 박용호 대표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블랙 코미디적 느낌이 강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2230-6601. ●동명 영화 무대로 옮긴 ‘주유소 습격 사건’ 무작정 주유소를 습격한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1999년 개봉 당시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전형으로 떠올랐다. 뮤지컬은 영화에 참여했던 박정우 작가와 손무현 음악감독, 그리고 ‘헤드윅’ ‘쓰릴 미’ 등 화제작을 만들어낸 김달중 연출가 등 쟁쟁한 스태프들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상황에 따른 인물간 충돌과 개성 강한 캐릭터의 힘에 중점을 둔 영화의 특징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난다. 영화 OST로 익숙한 ‘오늘도 참는다’ ‘희망가’를 비롯해 2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원작 뮤지컬들이 영화와의 차별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영상 사용을 꺼리는 것과 달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목도 눈에 띈다. 프로젝터 4대를 활용해 공연 내내 무대에 영상을 투사한다. 때론 인물 심리를 나타내기도 하고, 때론 무대 세트로도 활용된다. 이성재가 맡았던 리더역의 최재웅, 유지태가 열연했던 ‘뻬인트’역의 이율 등 뮤지컬계 신성들이 출연한다. 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의 조건

    문화예술에 경영의 개념이 도입된 건 불과 반세기 남짓이다. 예술이 소수 특권층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엔 창조자(예술가)와 향유자(후원자)만 존재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대중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역할자가 필요했다. 가까이 하기엔 서로 너무 멀었던 문화예술과 대중을 만나게 함으로써 ‘예술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 그것이 문화예술 경영의 몫이다. ‘문화, 경영을 만나다’(김승현 지음, 김영사 펴냄)는 문화부 기자로 오랫동안 예술 창조의 현장을 밀착 취재해온 지은이가 대중을 흥미로운 문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예술 입문서이다. 동시에 문화예술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경영 안내서이다. 문화예술 경영과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도 소개돼있지만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지은이가 직접 겪은 사례에서 건져올린 생생한 현장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은이는 “경영의 측면을 무시한 채 예술적 가치만 고집할 경우 문화예술의 현실적 존립근거 자체가 위협받으며, 예술의 측면을 무시한 채 경영만 주장할 경우 예술을 위한 경영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상실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과 경영의 행복한 만남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의 조건으로 창조성과 도전 정신, 짜임새 있는 경영을 꼽는다. 뮤지컬 ‘명성황후’, ‘지하철 1호선’ , ‘난타’가 대표적인 예. 이젠 공연 때마다 관객이 저절로 몰리는 ‘국민 뮤지컬’로 자리잡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창작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명성황후’의 성공 뒤에는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공연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 시장을 두드린 도전 정신이 있었다. 한국형 넌버벌 퍼포먼스의 지평을 연 ‘난타’는 창조성과 도전 정신의 바탕 위에 상설 전용극장 개관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탁월한 경영 수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밖에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한국 공연, 넌버벌 퍼포먼스 ‘델라구아다’의 추락 등 실패 사례를 통해서 타산지석의 기회도 제공한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추 세종 때에도 먹었다”

    “고추 세종 때에도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가 임진왜란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세종과 세조 때 이미 고추장에 대한 문헌 기록이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고추는 임진왜란(선조 25년, 1592) 때 일본에서 전래됐다는 주장이 통설로 여겨져왔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책임연구원은 임진왜란 이전에 고추의 존재를 알려주는 각종 문헌에 대한 연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임진왜란 100여년 전인 성종 18년(1487)의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 한자 ‘椒’(초)에 한글로 ‘고쵸’라는 설명이 명시돼 있고, 중종 22년(1527)에 발간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도 ‘고쵸’가 적혀 있다는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권 박사는 “역사학계 등에서 ‘椒’를 고추가 아닌 천초(산초) 등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고쵸’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고 주장했다. 고추장 역시 세종 15년(1433)에 발간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세조 6년(1460)의 식료찬요(食療纂要)에 ‘椒醬’(초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1670년대 문헌에 ‘순창 고추장(淳昌椒醬)이 전국에 유명하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향약집성방과 식료찬요의 ‘椒醬’은 고추장임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조-다산 시경 문답집 ‘시경강의’ 5권으로 완역

    정조-다산 시경 문답집 ‘시경강의’ 5권으로 완역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규장각의 초계문신(학자)이던 서른살에 정조(1752~1800)의 시경(詩經)에 관한 물음에 답을 한 ‘시경강의’와 뒷날 이를 보완해 적은 ‘시경강의 보유’를 한글로 번역한 ‘역주 시경강의’(사암 펴냄)가 5권으로 완간됐다. 벽사 이우성 퇴계학연구원장을 중심으로 1992년 발족한 ‘실시학사 경학연구회’의 중견 학자 24명이 7년에 걸쳐 번역과 주석 작업에 매달린 성과물이다. ‘시경강의보유’ 말미에 수록된 옛 시(逸詩) 27편도 번역했다. 경학연구회는 매주 화요일 다산 경학 자료에 대한 강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산경학자료’ 5권을 출간한 바 있다. ‘시경강의’는 다산이 ‘자찬묘지명’에서 중요 저작을 나열하며 첫번째로 꼽을 정도로 아끼는 작품이다. 그에 대한 설명은 다산이 초고본 완성 20년 뒤인 순조 9년(1809) 유배지 강진에서 쓴 ‘시경강의’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신해년(정조 15년,1791) 가을 9월에 내원에서 활쏘기를 하였다. 나는 과녁에 맞히지 못하였으므로 벌칙으로 북영(北營)에 가 있게 되었다. 며칠 뒤에 임금께서 ‘시경에 관한 조문’ 팔백여 조목을 내리시며 나에게 40일 만에 조목마다 대답하라고 하였다. 나는 기한을 20일 더 늘려주기를 빌어서 허락을 받았다. 조목마다 진술을 하여 바치니, 임금의 비점(批點)이 밝게 빛나고 장려의 뜻이 융중하였으며 조목마다 친히 품평하심이 모두 내 분수를 넘는 것이었다.” 다산은 ‘시경강의’에서 청대 고증학자들의 시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롭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주자학파 시설과 청대 고증학파 시설의 오류를 지적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다산은 ‘시경’을 문학작품으로서가 아닌 정치·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탕평의 완성과 강력한 군주권 수립으로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정조의 뜻과 일치했다. 정조는 친위 세력인 초계문신을 통해 주자학의 절대적 권위를 상대화시켜 신하들을 개혁의 주체적 실천자로 변모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다산은 1789년 초계문신으로 발탁된 이래 정조의 경사강의에 계속 참여했고, ‘시경강의’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탄생했다.”면서 “‘시경강의’뿐만 아니라 다산의 모든 저술이 정조에 의해 훈도되고 계발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선종… 안구기증 2명에 ‘새 빛’

    한국 천주교의 정신적 지주인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87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추기경께서는 노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했다.”며 애도했다. 고인의 주치의인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 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임종을 지킨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겼다.”고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2~3일전부터 ‘사랑한다. 사랑해라. 용서해라.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고인은 전날부터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이다 이날 오후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생전 장기 기증 약속에 따라 선종 후 병실에서 안구 적출 수술로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김 추기경의 안구 기증으로 2명이 새 빛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교황의 선종과 마찬가지로 추기경의 시신은 발인 때까지 유리관에 안치돼 조문객을 맞는다.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으로 장례미사를 치르기로 했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마련된다. 글 /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랑한다, 사랑해라, 용서해라”

    “사랑한다, 사랑해라, 용서해라”

    한국 천주교의 정신적 지주인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87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추기경께서는 노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했다.”며 애도했다. 고인의 주치의인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 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임종을 지킨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겼다.”고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2~3일전부터 ‘사랑한다. 사랑해라. 용서해라.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고인은 전날부터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이다 이날 오후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생전 장기 기증 약속에 따라 선종 후 병실에서 안구 적출 수술로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김 추기경의 안구 기증으로 2명이 새 빛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교황의 선종과 마찬가지로 추기경의 시신은 유리관에 안치돼 조문객을 맞는다.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으로 장례미사를 치른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마련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은 운명적 사랑으로 인해 파멸하는 인간의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선 잔인하지만 무대에선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인 사랑에 관객은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긴다. 두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인 질 마으(61)는 “사랑의 끝은 항상 비극”이며, “운명적 사랑을 100% 믿는” 로맨티스트였다.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돈 주앙’ 한국어 공연과 13일 대구 계명대에서 막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보기 위해 내한한 그는 “한국어 발음이 부드럽고 로맨틱하게 들려 공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돈 주앙’이 프랑스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2006년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 때 보름 만에 3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기록에 힘입어 세계 첫 라이선스 버전을 만들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부터 한국어로 제작해 전국 순회 공연중이다. ●“시적인 무대 아시아인들 더 친숙한 듯” 3월 국내 공연을 앞둔 중국 뮤지컬 ‘디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고, 마카오에서 상설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를 연출한 마으는 안무를 중시하고, 조명과 세트의 독창성을 잘 살리는 예술가로 꼽힌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애크러배틱과 ‘돈 주앙’의 플라멩코춤이 대표적이다. 마으는 “내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했다.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출하기 전까지 30년 간 자신의 극단에서 실험적인 무용극이나 마임을 주로 했다. 이미지와 은유·여백을 중시하는 그의 무대는 시적인 느낌이 강한데, 마으는 “아시아인들이 이런 느낌에 더 친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서 작업기회 갖고파” 마으는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예술을 거의 접하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한다. 반항심 많은 청소년기에 그는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 마으는 “그때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자가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배우로 출발해 안무가, 작가, 그리고 연출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퀘벡은 세계적 공연단체인 ‘태양의 서커스’의 고향이다. 창립자인 기 랄리베르테와 40년 친구인 그는 “퀘벡은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 같은 오랜 연극 전통이 없는 젊은 도시여서 예술가들에게 어떤 한계나 경계도 없다. 관객과 평론가도 새로운 예술적 실험에 관대한데 이런 분위기가 퀘벡만의 독창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라고 정의하는 그는 한국에서 작업을 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글ㆍ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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