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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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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미가 강추한 이태리 그 뮤지컬

    조수미가 강추한 이태리 그 뮤지컬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만든 뮤지컬은 어떤 매력일까. 동화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일 삐노끼오’가 새달 7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2003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이탈리아 전역 22개 도시와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서 공연되며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조화를 이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유럽권 이외 지역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을 영화감독 사베리오 마르코니가 이탈리아 특유의 오페라적 느낌을 살린 음악과 감각적인 무대로 재창조했다. 이탈리아 인기 그룹인 ‘이 푸(I Pooh)’가 맡은 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의 록발라드와 힙합을 비롯해 이탈리아 정통 가요 칸초네와 라틴음악까지 총 22곡의 아리아로 구성돼 있다. 주최사인 SMI엔터테인먼트측에 따르면 소프라노 조수미가 로마에서 공연을 보고 적극적으로 추천해 내한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예술의전당 화재사고로 연기됐다. 4만~13만원. (02)3461-097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쉬커 감독 “셰익스피어 작품 통해 많은 걸 배워… 경극의 진가 알게 될 것”

    쉬커 감독 “셰익스피어 작품 통해 많은 걸 배워… 경극의 진가 알게 될 것”

    홍콩 누아르영화의 대가 쉬커(徐克·59)감독이 첫 무대 연출작인 음악극 ‘태풍’을 들고 9월 내한한다. 제3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에 선정돼 9월4~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중국 전통 공연양식인 경극으로 풀어낸 ‘태풍’은 타이완 당대전기극장 예술감독이자 국민배우인 우싱궈와 함께 만든 작품으로 2004년 초연됐다. 영화 ‘와호장룡’‘영웅본색’의 의상·미술디자이너인 팀 윕도 스태프로 가세했다. 현재 중국 본토에서 류더화, 류자링이 출연하는 신작 ‘적인걸’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그를 29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떤 계기로 음악극 연출을 하게 됐나. -내가 작품을 결정했다기보다 작품이 나를 택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오랜 친구인 우싱궈가 밤 늦게 전화를 걸어 연극 연출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기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답했다. 우싱궈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 의외의 결정을 한 거였다. 경극이나 셰익스피어에는 문외한이었으니까. →‘태풍’은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도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태풍’을 읽는 건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를 연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우싱궈에게 ‘태풍’에 대한 나의 아마추어적인 지식을 너그럽게 봐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경극의 관점에서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 것은 서구 문명에 뿌리를 둔 원작의 힘과 이와는 전혀 다른 경극이라는 형식의 무대 언어를 연결시키는 것인데 이는 마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얇은 현을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잃으면 셰익스피어 팬과 경극 팬 모두를 언짢게 할 수 있다. →영화와 연극 연출의 차이점은. -영화에서 얻은 경험은 모두 버려야 한다. 무대에선 매 공연이 늘 새로운 쇼이다. 관객 반응도 극의 일부가 된다. 나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걸 즐기는데 ‘태풍’에서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무대에서 새로운 기회가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각색 단계부터 참여해 영화의 스토리보드처럼 주요 장면을 직접 스케치했으며, 영화속 몽타주 기법 방식을 무대에 활용했다.) →당대전기극장은 ‘맥베스’ ‘햄릿’ ‘리어왕’등 여러 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경극의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 -경극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본질을 알지 못하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경극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사랑, 열정, 도덕성 등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도 ‘인류’라는 공통분모 아래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전세계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경극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태풍’과 같은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나. -최악의 태풍은 아마도 어린 시절 전쟁의 경험일 것이다. 시위를 진압하는 군대가 쏜 최루탄 가스를 처음 들이마셨을 때 죽음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살아있는 것만도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영화가 아닌 연극으로 한국 관객을 맞는 소감은. -2004년 타이완 초연 당시 관객들이 보내준 기립박수를 잊지 못한다. 그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공연될지 몰랐고, 한국에서의 공연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로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무대연출가로 한국 관객앞에 선다고 하니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카자흐인에 주몽 후예의 혼을 심다

    카자흐인에 주몽 후예의 혼을 심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 이순녀특파원│ “어, 주몽이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대통령문화회관 박물관 5층 전시장. 고구려 고분벽화 전시회를 둘러보던 10대 여학생 2명이 행사장 한쪽에 걸린 한국 드라마 ‘주몽’의 포스터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4월 현지에서 종영된 ‘주몽’을 재밌게 봤다는 하쿠(15)와 알마(15)는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고구려 역사를 좀더 알고 싶어서 전시장을 찾았다며 반가워했다. 이들은 동방신기, 비, 슈퍼주니어 등 한국 아이돌 스타의 이름을 줄줄 외우며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까지 건넸다. ●드라마 ‘주몽’ 포스터 보고 환호 역사를 전공했다는 20대 청년 피르다우시(23)는 “드라마 ‘장보고’와 ‘해신’을 통해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전시된 고구려 고분벽화의 그림에 등장하는 기마문화와 씨름 장면 등에서 카자흐 전통 문화와의 유사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5세기 동북아시아 4강의 일원으로 실크로드 초원의 길을 따라 중앙아시아와 교류한 고구려의 찬란한 문화가 1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실물에 가깝게 복원한 덕흥리벽화분, 강서대묘 벽화 그림을 중심으로 고구려 문화유적을 소개하는 ‘동아시아 고대 문화의 빛, 고구려’전이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지난 22일 성황리에 개막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신문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고구려 고분벽화 몽골-튀르크벨트’ 순회 전시회의 하나로 마련됐다. ‘몽골-튀르크벨트’는 몽골에서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에 이르는 고대 유라시아 동서 문물교류의 통로이며, 고구려 고분벽화는 동북아시아에서 고구려가 주도한 문명교류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유적이다. 순회 전시회는 지난달 몽골에서 시작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9월)에 이어 내년에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터키에서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몽골-튀르크벨트 문화교류 흔적 남아 전시 기획을 담당한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몽골-튀르크벨트는 고구려 북방동맹의 통로이자 문화교류의 가교로 동서세력 연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잊혀졌던 역사속 문화교류의 통로를 새롭게 연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고구려 역사지도, 성(城), 고분, 무기,토기, 와당 등의 사진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 2년간 디지털로 복원한 북한 남포시 소재 덕흥리벽화분, 강서대묘 벽화 그림 등 40여점이 소개됐다. ●“암각화와 벽화그림 유사”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한류 드라마의 영향으로 부쩍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현지 관계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대통령문화회관 박물관 큐레이터인 바흣 발타바예바는 “고구려 벽화의 문양이 카자흐스탄의 암각화에 그려진 산양 뿔 무늬와 비슷하고, 고분 석실의 고깔 형태도 카자흐스탄 전통 집 모양인 유르타와 닮아 문화적 유대감을 느꼈다.”면서 “고구려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일반 시민은 물론 역사학자와 언어학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립자노바 로자 문화부 부위원장도 “양국간 문화교류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10만명이 넘는다. 193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한 한인 후손 2~4세대로 최유리 상원의원을 비롯해 정·관계 고위직, 학계,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로만 고려인협회장은 “카자흐스탄은 고향이지만 내 피는 한인”이라며 “우리 선조인 고구려인의 문화유적을 이곳에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암각화와 고분 벽화속 개마무사 사이에 유사성이 확인되고, 카자흐스탄 언어와 한국 고대 언어 사이에도 연결성이 발견되는 등 고구려와 중앙아시아 유목국가는 상당히 긴밀한 문화교류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이번 전시가 한국과 카자흐간 오랜 교류의 기원을 찾고, 앞으로 교류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전시회는 새달 20일까지 계속된다. 글 사진 coral@seoul.co.kr
  • 서이숙 “무대 두려워할 줄 아는 배우 될래요”

    서이숙 “무대 두려워할 줄 아는 배우 될래요”

    연극 ‘리어왕’(3월)을 시작으로 ‘피카소의 여인’(4월), ‘템페스트’(5월), 그리고 ‘고곤의 선물’(6월)까지 올 들어 쉴새없이 무대에 섰다. 그것도 전부 에너지 소모가 큰 대극장 작품이다. 이중 ‘리어왕’과 ‘고곤의 선물‘은 지난해 최고의 연극으로 꼽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끊임없이 무대에 호출되고 좋은 평가를 얻는 것, 배우에게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지금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여배우, 서이숙(41)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한숨 좀 돌리나 했더니 그새 또 신작 연습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청했다. ●극단 미추 입단한지 어느덧 20년 “아휴,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네요. 앙상블에서 한 장면이라도 더 나오려고 애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너무 자주 공연해서 관객이 싫증내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시원시원한 생김새처럼 소탈한 성격의 그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고곤의 선물’ 공연이 끝나기 이틀 전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이 체호프의 ‘갈매기’를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좀 쉬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소극장 연극인 데다 박근형 연출의 작업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욕심을 냈어요.” 1989년 극단 미추에 입단하면서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배우 경력 20년이다. 김성녀, 윤문식, 김종엽 등 대선배 밑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그는 오랜 무명생활 끝에 2003년 ‘허삼관매혈기’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리어왕’과 ‘고곤의 선물’에서 잇따라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이면서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이어지자 미추의 손진책 대표는 “이제 우리 극단만의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새달 1일 개막하는 ‘갈매기’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그가 연기하는 주인공 아르카지나는 한때 잘 나가던 여배우로 까탈스럽고 예민하며, 아들 트레플레프에게조차 매몰차게 대하는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저도 배우지만 아르카지나처럼 여리거나 예민한 성격이 아닌 데다 그동안 주로 카리스마 있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배역을 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난감했어요. 하지만 밖으로 표출되는 형태는 달라도 저 또한 여배우로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외로움은 있으니까 그런 걸 잘 찾아내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체계적인 시스템의 미추와 달리 자유분방한 극단 골목길의 작업 방식도 처음엔 낯설었다. 그는 “박근형 연출은 배우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편이어서 연습 때 별다른 지적이나 지시를 하지 않고, 대신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면서 “한동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했는데 이젠 적응이 돼 연습이 즐겁다.” 고 말했다. ‘들인 공만큼 무대에서 드러난다.’고 믿는 그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 항상 마음을 열어두려고 노력한다. 틈날 때마다 북한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지고 책이나 영화, 연극 등을 통해 감각을 깨우는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무대를 두려워할 줄 아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대배우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정체되거든요.” ●11월 안방무대 첫 도전 하반기에도 이미 스케줄이 꽉 차 있다.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일 미추의 셰익스피어극을 비롯해 2편의 연극에 출연할 예정이다. 또 11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제중원’에도 캐스팅돼 안방무대에 첫 도전한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日, 천황제 논의 비켜가는 한 진정한 식민지 사과는 난망”

    “日, 천황제 논의 비켜가는 한 진정한 식민지 사과는 난망”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65) 가나가와대 교수는 30년간 한·일관계와 민족문제 연구에 매진해왔다. 해방 직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일 현대 사상사와 지식인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 지식인의 이념 지형도를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현대 한국의 사상 흐름’(2000년)과 ‘한·일 근대사상의 교착’(2003년)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윤 교수가 지난 5년간 한·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 흐름을 비교분석해 집필한 신간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1945년 이후의 한국·일본·재일조선인’(창비 펴냄)이 국내에 출간됐다. 지난해 ‘사상체험의 교착’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먼저 소개된 것으로, 지금까지 그가 연구한 한·일 사상사 연구의 결정판이다. 이 책과 첫 시집 ‘겨울숲’(화남 펴냄)의 동시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사상체험’은 머릿속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가 현재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책은 1945년 해방 또는 패전 이후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역사 속에 각인된 사상체험에 대한 탐구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연구는 정보 수집이 어려워 거의 다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 사회의 근원적인 사상 과제는 천황제이다. 그는 “마루야마 마사오, 와다 하루키 등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도 천황제 문제는 비켜간다. 천황제에 대한 논의가 터부시되는 한 식민지 과거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한국은 일본 측에 사과를 계속 요구하되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최대 과제는 남북 분단의 극복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또 통일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지만 식민지배의 유산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독특한 시도를 했다.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사회상을 대표한다고 보는 시 68편을 뽑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그는 “사회과학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려면 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 시에는 일본과 남북한, 세 개의 나라 사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으로 어떻게 고민하고 투쟁하며 살아왔는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집 ‘겨울숲’은 대학 때 썼던 시와, 지난해 아내와 사별한 뒤 집중적으로 쓴 시들을 모은 것이다. 윤 교수는 향후 과제로 ‘자이니치 정신사’ 연구를 꼽았다. 재일조선인 2세대로서 1세대와 3세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마도 자서전을 쓰는 느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안식년인 그는 가을 학기에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는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세계 우수 어린이공연 다 모였네

    방학을 앞두고 어린이 공연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오랜 경험과 세심한 기획으로 정성껏 만든 수작도 많지만 허울만 그럴듯한 돈벌이용 공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큰 부모라면 25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 정동 문화일보홀, 서대문아트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미동초등학교 등지에서 열리는 ‘아시테지 여름축제’를 들러볼 만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공연예술축제로, 세계 각국의 우수 공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은 연륜 있는 행사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어린이에게 어린이를 돌려주자’.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어린이에게 맘껏 뛰놀며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장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축제에는 올해 서울어린이연극상 본심 진출작인 국내 4개 작품과 독일, 호주,영국,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일본의 초청작 6편 등 총 10편이 소개된다. 유럽에서 인기있는 영유아용 베이비 드라마 같은 새로운 흐름의 어린이 공연을 비롯해 멀티미디어 그림자극, 인형극, 라이브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가 관객을 맞는다. 크로아티아 극단 말라 시나의 ‘그런데 넌 누구야’, 오스트리아 극단 듕글 빈의 ‘서프라이즈’는 대사 없이 몸짓과 움직임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며 영유아의 표현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넥타이, 다리미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활용한 영국 극단 이올로의 ‘카펫 밑에서’도 흥미롭다. ‘신나는 연극놀이’, ‘신비한 마술학교’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워크숍 등이 무료로 열린다. (02)745-5874~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 창조 도시, 뉴욕의 속살 엿보기

    문화 창조 도시, 뉴욕의 속살 엿보기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로 꼽히는 뉴욕. 예술성과 상업성, 고급문화와 하위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트렌드와 부를 좌지우지하는 뉴욕의 힘과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쌤앤파카스 펴냄)은 뉴욕이 어떻게 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 최첨단 유행의 발신지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그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지에 관한 분석서이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도시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나 인문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그 자신 뉴요커로서 골목골목을 누비며 몸소 체험한 실제 사례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65㎢ 공간에 밀집된 예술 공간 저자는 뉴욕에서 크리에이티브 산업(창조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우선 ‘지리적 밀집성’을 든다. 아티스트, 뮤지션, 패션디자이너와 클럽, 미술관, 록콘서트장이 모두 65㎢(서울 서초구와 동작구를 합친 크기) 남짓 되는 공간에 모여 있다. 첼시에 모여 있는 갤러리와 로어 이스트 사이드, 미트패킹, 소호의 유흥가, 그리고 웨스트빌리지, 놀리타에 밀집한 예술공동체가 하나의 문화클러스터(cluster·집단)를 형성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1970년대 경기 침체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버려진 창고들이 갤러리와 작업실, 나이트클럽으로 바뀌었다. 낮은 집세는 예술가들을 1970년대에는 소호로, 1980년대에는 바워리와 이스트빌리지로 끌어모았다. 뉴욕 역사상 최악의 경제 시기에 오히려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풍요로운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뉴욕의 명성을 좇아 점점 더 많은 사람과 자본이 몰리면서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를 견디지 못한 문화예술 생산자들과 관련 기관들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브루클린에서도 내몰린 아티스트들이 이제 고속도로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쟁우위의 관점에서 보자면 뉴욕은 지금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음악·패션 등 뒤얽힌 사교의 장 또 다른 요인은 뉴욕의 독특한 사교 문화(소셜 라이프)와 인맥이다. 지리적 밀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공동체의 형성은 1970년대 앤디 워홀의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워홀이 미드타운에서 운영하던 팩토리는 실크 스크린 작품을 창조하는 작업실이자 믹 재거, 루 리드, 트루먼 카포트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였다. 미술, 음악, 패션, 디자인이 서로 뒤섞여 오늘날의 총체적인 컬처 이코노미로 발전해 나간 것도 이 시기부터다. 대학, 미술관, 갤러리, 협회와 같은 공식 기관과 일상적인 길거리 문화, 유흥 현장이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뉴욕의 크리에이터들은 같은 술집에서 어울리고, 같은 갤러리로 몰려다니며 인맥과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이런 인맥은 서로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로 발전한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마크 제이콥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퀸시 존스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뒷골목 아티스트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클럽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 유명 패션브랜드의 탄생 비화, 연예인의 숨겨진 뒷얘기 등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는 뉴욕의 속살을 엿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 준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공연리뷰]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눈이 오는군. 오늘은 산에서 자는 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늦는고?”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 어미가 오지 않는 아들 온달(김수현)을 기다리며 혼잣말을 한다. 허공에는 끝없이 눈발이 날리고, 이윽고 그 위로 조용히 어둠이 내린다.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마지막 장면은 이전의 모든 비극적 서사를 압도하는 서정으로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온달모(박정자)는 분명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들었고, 눈 앞에서 며느리 평강공주(서주희)의 죽음을 목도했음에도 마치 이 모든 일들이 한낱 나쁜 꿈이기라도 한 양 아들의 귀가를 걱정한다. 억울한 현실에 맞설 아무런 힘이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절박한 저항은 그저 현실을 부정하는 방법뿐이라는 것처럼. 평강온달 설화에 바탕을 둔 연극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며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대신 핵심적인 대목들을 뚝 떼어내 클로즈업시킨다. 평강이 가상의 인물로만 여겼던 바보 온달을 현실에서 만나는 장면, 평강의 도움으로 장수가 된 온달의 죽음, 그리고 권력암투에 의해 평강마저 목숨을 잃는 파국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바닥과 수십개의 장대로 숲을, 커다란 검은 돌덩이로 가옥을 대신한 상징적인 세트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신화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2층 객석 양 끝에 자리한 피아노와 드럼, 아쟁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은 불안한 기운을 사방에 퍼뜨린다. 소설가 최인훈이 1970년대에 발표한 첫 번째 희곡인 이 작품은 평강과 온달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인연과 업(業)을 얘기하는 한편으로 권력의 비극적 속성에 대해 경고한다. 정적을 피해 궁을 빠져나온 평강이 온달을 통해 권력을 되찾으려고 했다가 희생되는 결말이 상징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평강에 비해 온달의 캐릭터가 희미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이 긴 독백으로만 표출된 점 등 몇몇 대목에선 세월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를 극점까지 몰고 가는 한태숙 연출의 스타일이 이 작품에선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크다.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1644-260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문화예술 경쟁력 높이는 계기될 것”

    “한국문화예술 경쟁력 높이는 계기될 것”

    이종호(56) 제주세계델픽대회 집행위원장은 행사 준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꼽았다. 그럴 만도 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중도사퇴한 유홍준 전 조직위원장의 후임으로 6월에야 이종덕 신임 조직위원장과 함께 위원회에 합류했다. 2005년 한국델픽위원회 창립 멤버이자 이사로 꾸준히 활동해온 덕에 대회의 성격이나 업무 파악 등은 일주일만에 끝냈지만 행사 개막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터라 마음이 바쁘다. 사실 델픽대회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도 아직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국가 단위로 경쟁을 펼쳐 메달을 준다는 것도 왠지 어색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새로 시작하는 대회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면서도 국제문화예술제전으로서 제주세계델픽대회가 갖는 위상과 의의에 대해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델픽대회는 최고의 예술적 성취를 비교 평가하는 예술경연의 장이기도 하지만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다양한 전통을 교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경연 종목이 우리가 흔히 아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이 아니라 1현 악기, 더블리드 목관 악기 등인 점도 보다 원형적인 예술의 형태를 보존하자는 뜻에서다. 비경연 프로그램인 축제 행사를 통해서 각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델픽대회는 한국, 특히 제주의 문화적 특성을 세계인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된다는 점에서도 좋은 기회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관광 도시의 이미지에 문화도시의 브랜드를 덧입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국제적인 예술단체, 예술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런 최상의 성과를 기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예산확충이 제일 시급하다. 전체 예산 60억원 가운데 정부 20억원, 지방자치단체 20억원, 민간지원금 8억원 등 48억원만 확보됐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이 위원장은 “현실적 여건이 어렵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대회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상무를 지낸 이 위원장은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 서울세계무용축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07년 문화관광부 표창과 프랑스 정부의 문화예술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았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세계 문화예술 올림픽 9월의 제주 달군다

    세계 문화예술 올림픽 9월의 제주 달군다

    오는 9월 제주가 전세계 문화예술인들의 불꽃 튀는 경연과 축제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문화예술올림픽을 표방한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조직위원장 이종덕)가 그 무대다. ‘자연과 더불어’를 주제로 9일부터 15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신산공원 등지에서 6개 영역 18개 종목 예술경연과 비경연 프로그램 등으로 꾸며진다. 음악, 공연, 시각, 언어, 건축 등 모든 문화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보기 드문 총체적 예술제전이자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국제적 예술교류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직위원회 측은 40여개국 1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델픽대회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는 신에게 바치는 두 가지 제전이 있었다. 하나는 전쟁의 신 제우스를 위한 스포츠 경연인 올림픽(Olympic)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의 신 아폴론에게 바치는 예술제전 델픽(Delpic)이다. 올림픽보다 한 해 앞선 기원전 582년 그리스 성지 델피에서 시작돼 기원후 394년에 막 내린 델픽은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번씩 열렸고 우승자에겐 월계관이 수여됐다. ●6개 영역 18개 종목 40여개국서 1500명 참가 1600년 동안 맥이 끊겼던 델픽대회는 1994년 독일인 크리스티안 키르슈에 의해 현대적으로 부활했다. 18개국이 참여해 국제델픽위원회(IDC)가 출범했고, 6년 준비 끝에 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초대 대회가 열렸다. 2회 대회는 2005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상만 전 고양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주축이 돼 한국델픽위원회(KDC)를 창설했고, 이듬해 IDC총회에서 3회 대회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현재 IDC 참가국은 36개국이다. 델픽대회의 특징은 경연과 비경연 프로그램이 함께 열린다는 점이다. 경연 프로그램에선 악기, 노래, 연극 등의 기예를 겨뤄 우승자를 가렸던 고대 델픽처럼 각 분야별 참가자들이 예술적 기량에 따라 메달을 수여받는다. 특이한 점은 경연 부문의 종목이 기존 국제 대회와 차별되고, 매 대회마다 채택 종목이 달라진다는 것. 이를테면 올해 ‘음악 및 음향예술’ 분야는 1현·2현 악기, 더블리드 목관악기, 타악기(개인·단체), 아카펠라로 나뉘고, ‘공연예술’은 탈춤, 즉흥무용, 즉흥마임, 그림자연극으로 구분된다. ‘공예디자인·시각예술’ 분야에선 조각, 드로잉, 칼리그라피, 그래픽스토리텔링, 다큐멘터리 제작, 북 아트 종목이 개최된다. ●각국 문화 특성 살린 종목추가 금·은·동메달 수여 대회마다 개최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종목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이번 대회에선 제주도의 환경을 고려한 돌담쌓기가 ‘소통과 사회예술’분야의 종목으로 채택됐다. 각 종목별로 2명 이상의 국내외 심사위원이 평가를 하고, 결과에 따라 금·은·동메달을 수여한다. 경연 참가자들은 각 국가별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다. 반면 비경연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축제와 화합의 장이다. 유명 예술가들이 워크숍과 강연을 하는 마에스트로 프로그램과 샤머니즘 축제, 시낭송 축제, 참가 대륙의 날 등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행사들이 다채롭게 열린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제주의 자연경관을 소개하는 제주 사진전과 올레길 걷기 행사 등도 마련된다. 제주세계델픽대회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조 미비로 지난해 연말에야 뒤늦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지난 5월엔 유홍준 조직위원장이 갑자기 중도사퇴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종덕 조직위원장이 6월 초 새로 부임하면서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고 김철호 전 국립국악원장,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 김영준 도시건축 대표 등이 분야별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해외 유명예술인 누가 오나

    해외 유명예술인 누가 오나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기간에 제주를 방문하는 유명 예술인들은 누가 있을까. 조직위원회측은 경연 심사에 권위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국내 14명, 해외 20명 등 총 41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 중 세계적 수준의 예술인 6명에겐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인은 프랑스 마임극의 대가 필립 장티. 그는 마임을 기본으로 무용, 인형극, 마술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합해 꿈의 무대를 선보이는 독창적 예술가로 명성 높다.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 활동과 더불어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9월11일부터 13일까지 하루 7시간씩 워크숍을 갖고, 폐회식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준비한 20분가량의 공연을 선보인다. 오랜 조력자인 마리 언더우드가 동행해 마스터 클래스 진행을 돕는다. 참가자 선정도 까다롭다. 성장 배경과 활동계기 등을 적은 자기소개서와 직접 출연한 10분 분량의 영상자료를 검토해 참가자를 뽑는다. 미국 칼리그라피 예술가 질 벨도 방한한다. 칼리그라피는 문자를 예술 형식으로 발전시킨 디자인의 한 영역이다. 질 벨은 재즈 보컬리스트 노라 존스의 앨범 재킷 디자인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2004년 국제 타이포 디자인 경연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이번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에선 일반인과 전공자를 대상으로 라틴문자, 아랍 문자, 한글을 비교하는 강연을 하고 실습 과정도 운영한다.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지낸 로빈 아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녀는 가수이자 작가, 배우, 연극연출가 등 세계를 무대로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이는 전방위 예술가다. 국제호주연극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3년간 일했고, 멜버른 박물관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예술가로는 한국민속극연구소 심우성 소장이 있다. 한국 민속극과 그림자 연극의 대가인 심 소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림자 연극 시연과 인형 작동법 등을 가르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더위 식히고 문화예술도 즐겨볼까

    더위 식히고 문화예술도 즐겨볼까

    7월 넷째주부터 8월초까지 남쪽으로 휴가일정을 짰다면 경남 밀양과 거창, 전남 목포를 우선 고려해 볼 만하다. 짧게는 9년, 길게는 21년의 연륜을 이어오며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은 공연예술축제가 올해도 관객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더위도 식히고, 문화까지 즐기는 일석이조의 고품격 피서법으로 인기가 높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문화게릴라’ 이윤택 연출이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밀양의 한 폐교에 정착한 지 꼭 10년이 됐다. 이듬해부터 시작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문화관광부 선정 최고 공연예술축제(2007년)로 꼽힐 만큼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올해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밀양에서 만든 연극’을 주제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밀양 출신 항일독립투사의 활약상을 그린 대중 가극 ‘약산 아리랑’, 밀양 주민들이 참여하는 가족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 밀양연극촌이 제작한 대형뮤지컬 ‘이순신’, 그리고 밀양이 낳은 배우 손숙의 대표작 ‘어머니’가 공연된다. 이윤택 연출이 국립극단 예술감독 재직때 기획했던 ‘셰익스피어 난장’도 밀양으로 무대를 옮겨 계속된다. 극단 미추의 ‘리어왕’, 일본 극단 구나우카의 ‘오셀로’ 등 6개 작품이 초청됐다. 창작 인력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해온 ‘젊은 연출가전’에는 7개 작품이 경합을 벌인다. 남천둔치 야외극장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23일~8월2일. (055)355-2308. ●거창국제연극제 올해로 21회인 거창국제연극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연극축제다. 수령 300년의 은행나무와 구연서원이 있는 야외공연장, 물속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수승대의 무지개극장은 거창국제연극제의 자랑이다. ‘냉정과 열정, 아름다운 공존’을 테마로 한 이번 행사에는 영국, 크로아티아, 콜롬비아 등 8개국 8개팀과 국내 공식 초청작 21개 팀, 국내 경연 참가작 16개 팀이 참여한다. 가족극, 뮤지컬, 인형극, 풍자극, 악극 등 다양한 장르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관객이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게 했다. 기러기아빠의 애환을 담은 ‘매직 릴리’,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무대화한 ‘블랙코미디’등이 눈에 띈다. 24일~8월9일. (055)943-4152. ●전국우수마당극제전 골치아픈 현실을 잠시 미뤄두고 홀가분하게 떠난 여행지에서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마당극을 즐긴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제9회 전국우수마당극제전이 23일부터 26일까지 목포 유달산 유달예술촌과 유달산주차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품바품바’ ‘무지개 뜨는 교실’ ‘밥심’ 등 8편이 공식 초청작이다. 마당극 외에 마임, 전통탈춤, 퍼포먼스, 현대무용, 콘서트 등도 특별 기획공연으로 소개된다. 한국 마당극 1세대인 채희완 부산대 교수가 이끄는 창작탈춤패의 봉산탈춤,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의 배뱅이굿, 재즈피아니스트 미연의 크로스오버 공연 등을 만날 수 있다. (061)243-978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민족, 과연 최상위 가치일까

    단일민족 신화에 기반한 한국 민족주의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강한 응집력으로 근대 산업화를 이룬 성장의 원동력인 동시에 ‘우리’와 다른 남을 철저히 차별하고 배제하는 획일성으로 비판받고 있다. 긍정적 요소를 강조하는 쪽은 우파 민족주의, 폐해를 인정하지만 유효성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은 진보적 민족주의로 구분된다. 근래에는 민족주의를 폐기, 또는 약화하자는 탈민족주의도 민족담론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권혁범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민족주의는 죄악인가’(생각의 나무 펴냄)에서 이 세가지 민족주의를 둘러싼 논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나름의 균형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시도했다. 권 교수는 먼저 단일민족 의식은 근대민족국가 형성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국사와 국어 등 국가 교육을 통해 유포된 상상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민족을 최상위 가치로 두는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생명, 자유, 평화, 환경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거나 배제할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적 민족주의도 퇴행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민족관에 반대하지만 젠더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하위집단의 문제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한계를 지닌다고 권 교수는 주장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민족주의의 부정적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민족이라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또 민족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보는 단순한 시각을 경계한다. 결론적으로 ‘민족주의는 죄악인가’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대신 민족이란 범주를 고민하면서 페미니즘, 인권, 환경 등을 축으로 한 세계시민주의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사를 세계사와의 유기적 관계에서 파악하고, 민족주의가 지배적 담론의 장에서 약화되도록 다른 가치체계, 이를 테면 사회정의론, 세계시민주의 등을 확산해야 한다는 것 등이 권 교수가 제시하는 방책이다. 1만 1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업 문예 지원액 6년만에 첫 감소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6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 수는 늘었으나 지원 건수와 금액은 오히려 줄었다. 문화예술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경제불황 여파로 실질적인 지원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14일 발표한 2008년도 문화예술 지원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해 문화예술에 지원한 금액은 총 1659억 8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1876억여원에 비해 11.5% 줄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문화예술에 지원한 기업 수는 469개사로 전년(403개사)대비 16.3% 늘었으나, 지원 건수는 2389건으로 전년(2402건)보다 0.5% 줄었다. 총 지원액 중 기업 출연 문화재단에 지원된 금액은 469억원으로 28.3%를 차지했다. 1위는 리움 등 미술관을 운영해온 삼성문화재단, 2위는 문화복지 사업을 진행한 LG연암문화재단, 3위는 음악영재 발굴사업에 집중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차지했다. 4위는 CJ문화재단, 5위는 대산문화재단이었다. 기업 중에서는 울산 현대예술관 운영과 문화나눔 사업에 지원한 현대중공업이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홈플러스, 포스코, SK텔레콤, 한화, KT&G, 두산, 현대·기아차그룹, 현대백화점, 하나금융지주가 10위권에 들었다. 분야별 지원금액으로는 문화예술교육에 투입된 돈이 37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시설 지원에 351억원, 미술 305억원, 서양음악 224억원 순이었다. 미술 분야의 지원금이 전년(116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학력 위조 파문 등 불미스러운 일로 위축됐던 미술계 지원이 회복된 결과로 보인다고 메세나협의회는 설명했다. 반면 뮤지컬(39억원), 무용(26억원), 연극(21억원), 국악(18억원), 전통·민속(15억원), 문학(13억원), 영상(11억원) 등 기초 예술 분야의 지원 규모는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총 629개사 를 대상으로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예종 총장선거 과반 득표자 없어 20일 재투표

    13일 치러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신임 총장 선거에서 과반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0일 2차 투표가 실시된다. 한예종 총장후보추천선거관리위원회는 총 투표권자 135명 중 130명이 참가한 이날 선거에서 4명의 입후보자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이중 상위 득표자인 김남윤 음악원장, 허영일 전 무용원장, 박종원 영상원장(후보등록순) 등 3명을 후보로 2차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예종은 2차 투표에서 상위 득표자 2명을 총장 후보로 뽑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한예총 총장은 문화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학술원상 수상자 4명 선정, 학술원 신임회원 5명 선출

    대한민국학술원은 12일 지난 정기총회에서 제54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수상자로 성균관대 이한구(66·인문학 부문) 교수를 비롯한 4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연과학 기초부문에는 카이스트 신성철(57) 교수와 포항공대 남홍길(52) 교수가 공동수상하며, 자연과학 응용부문에는 서울대 조종수(64) 교수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9월17일 학술원에서 거행되며 수상자에게는 부상 각 5000만원이 주어진다. 학술원상은 지난 1955년부터 매년 인문·사회·자연과학 부문에서 학술연구 또는 저작이 매우 우수해 학술발전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학자를 대상으로 선정·시상했으며, 올해까지 총 20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편 학술원은 불교학자 길희성(65) 서강대 교수 및 중어중문학자 김학주(75) 서울대 명예교수, 민법 연구자 김상용(59) 연세대 교수, 경제학자 이학용(74) 고려대 명예교수, 수산식품위생학 전공 장동석(69) 부경대 명예교수를 학술원 신임회원으로 선출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과학기술학 관점으로 근대 세계 재해석

    프랑스 석학 브뤼노 라투르 파리정치대학교수는 가장 독창적인 과학기술학자 중 한 사람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과학기술자’가 아닌 ‘과학기술학자’라는 것. 과학 이론이나 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이 어떻게 사회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홍철기 옮김, 갈무리 펴냄)는 1991년 출간 이래 24개국에 번역된 라투르의 대표작이다. 근대사상의 영역에 과학기술학의 관점을 적용해 사회와 과학, 기술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이 책은 라투르 사상의 입문서이기도 하다. 제목만 보면 탈근대주의자의 무수한 근대성 비판서와 한 묶음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라투르는 근대성이 지닌 보편적 합리성의 한계와 그로 인한 폭력성을 비판하는 탈근대주의와 궤도를 달리한다. 탈근대주의는 근대성의 개념을 공유한 상태에서 근대인을 비판하지만 라투르는 근대성과 근대인에 대한 이해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제시한다. 이를테면 근대인은 사실과 가치, 주체와 대상, 자연과 사회, 야만과 문명을 엄격하게 구분했고, 이것이 그들을 전근대인과 구분시켜 주는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라투르는 그러나 실제로 근대인들은 자연과 사회, 과학과 문화, 지식과 이익이 구분될 수 없게 뒤얽힌 비인간적 사물인 하이브리드를 엄청난 규모로 증식했다고 주장한다. 근대성이 태동하던 17세기 영국에서 토머스 홉스와 로버트 보일이 진공 펌프를 둘러싸고 벌인 논쟁을 시작으로 오존층 파괴, 에이즈, 유전자 변형식품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정치, 기술과 사회는 언제나 이 하이브리드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근대인이 자신이 창조한 하이브리드 이해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과학논쟁은 근대적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학과 기술이 사회적 이익이나 권력에 의해 구성된다는 ‘근대 구성주의´와 자연적 사실은 사회나 문화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과학적 실재론’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워 왔다. 라투르는 이같은 이분법을 근대성의 비대칭성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가 달랐던 ‘언행의 불일치’를 근대인의 딜레마로 꼽았다. 라투르는 이런 이유로 “근대성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근대 세계는 존재한 적도 없으며, 누구도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 해결은 비대칭성을 교정하는 것이다. 라투르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그 방법으로 제시한다. 계몽주의 자체를 반대하는 반근대적 전통주의나 냉소적인 탈근대주의와는 입장이 다른 것으로, 라투르는 이를 비근대적 계몽주의라고 부른다. 핵심에는 근대인의 본질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이해가 있다. 하이브리드를 이해해야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라투르는 강조한다. 2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국무대 자주 서려고 서울로 이사 왔죠”

    “고국무대 자주 서려고 서울로 이사 왔죠”

    데뷔 10년인데 출연작은 고작 세 편이다. 1999년 ‘페임’, 2003년 ‘싱잉 인 더 레인’, 그리고 2007년과 올 초 두 차례 출연한 ‘김종욱 찾기’가 전부다. 데뷔작 ‘페임’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 후보까지 올랐던 유망 배우치고는 참 과작(寡作)이다 싶다. 하지만 오해 마시라.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 무대에 섰던 작품만이다. 지난 10년간 주 활동 무대로 삼았던 일본으로 건너가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불새’, ‘엘리자베스’ 등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작 뮤지컬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있었다. 그것도 당당히 주역으로 말이다. ●日서는 뮤지컬계의 ‘욘사마’로 통해 뮤지컬 배우 박동하(35). 일본에선 뮤지컬계의 ‘욘사마’로 통할 만큼 유명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2000년 일본 최대 극단 시키에 입단한 후 첫 복귀작인 ‘싱잉 인 더 레인’에선 더블캐스트였던 남경주의 빛에 가렸고, ‘김종욱 찾기’는 소극장 뮤지컬이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런 그가 국내 뮤지컬 팬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대형 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다. 코러스걸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여주인공 페기를 돕는 남자 주인공 빌리 역을 맡아 박상원, 박해미, 옥주현 등 쟁쟁한 선후배들과 한 무대에 선다. “화려한 쇼뮤지컬을 좋아하는 저에겐 딱인 작품이에요. 탭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요.” 다행히 ‘싱잉 인 더 레인’ 공연 때 하루 15시간씩 탭댄스를 연습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톱스타 빌리역 익히다 거울보는 버릇 생겨 “작품마다 새롭게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무대 뒤 배우의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 더 흥미롭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는 “극중 브로드웨이 톱스타인 빌리의 멋진 모습을 몸에 익히기 위해 항상 거울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웃었다. 배우는 그의 오랜 꿈이다. 아역 뮤지컬배우로 시작해 안양예고 연극영화과를 다녔고, 대학에선 발레를 전공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다졌다. 순간의 인기에 연연하기보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는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단돈 60만원을 들고 감행한 일본 유학은 그의 도전 정신을 단단하게 담금질했다. 2004년 뮤지컬 ‘엘리자베스’의 루돌프 역으로 스타가 됐고, 지난해 ‘불새’의 성공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그는 일본 활동을 줄이고, 국내 공연에 무게중심을 둘 계획이다. “한국 무대에 자주 서고 싶은 생각은 항상 했어요. 일본에 머물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올봄에 아예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활동을 접는 건 아니고, 두 나라를 오가면서 꾸준히 작업할 생각입니다. 무대가 어디에 있든 오래오래 배우를 하는 게 제 목표이니까요.”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직접 만들고 느끼며 창의력 키우세요”

    “직접 만들고 느끼며 창의력 키우세요”

    보고, 듣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 아이가 직접 만들고, 체험하면서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우길 원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공연과 놀이, 전시와 교육 등을 결합한 복합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름방학에 가볼 만한 행사들을 소개한다. 국립극장은 27일부터 31일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어린이예술학교’를 운영한다. 연극체험교실 ‘우리들의 이야기, 연극이 되다’는 연극과 춤을 기본으로 열린 사고와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고, 움직임교실 ‘몸으로 말하기’ 는 춤, 미술, 음악이 어우러지는 통합적 예술체험 프로그램이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매년 여름 운영하는 연극놀이교실은 연극을 통해 창의력과 발표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유아반과 초등반으로 나눠 20일부터 8월15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8일부터 8월21일까지 어린이 여름방학 무료 미술 특강을 마련한다. 놀이를 통한 워크숍 형식의 미술 체험수업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조형물을 직접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17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받아 무작위 추첨한다. 삼성미술관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패밀리워크숍 ‘동그라미를 찾아요’를 21일부터 8월16일까지 운영한다. 백자 달항아리, 분청사기, 데미안 허스트 등 동서양 미술과 건축을 쉽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21일 크라운해태 사옥 1층 갤러리 쿠오리아에서 선보이는 ‘미술관이 마법에 걸렸어요’는 미술과 연극을 합친 통합미술체험극이다. 마녀로부터 과자로 만든 미술관을 지키기 위해 마술사와 요정이 미술관을 모험하며 다양한 양식의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8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열리는 ‘와글와글 미술관’도 연극, 퍼포먼스가 결합된 체험 전시회다. 빛과 색을 주제로 한 아동극 ‘모네씨 안녕하세요’등이 전시관에서 공연된다. 9월27일까지. 과학 체험전도 있다.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연구팀과 갤러리 잔다리가 함께 만든 ‘빛을 쏘는 꼬마 과학자’가 18일부터 8월23일까지 갤러리 잔다리 어린이교육장에서 열린다. 지킬 박사의 요술액자, 몬스터 그림자 등 빛의 반사라는 과학적 현상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장난감 자동차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10일부터 8월23일까지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되는 어린이자동차과학 체험전 ‘키즈 모터쇼’를 놓치지 말자. 자동차 운행 원리에 관한 지식과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운전 체험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韓, 17세기 이후 족보 성행… 철저히 부계 중심으로 기록”

    “韓, 17세기 이후 족보 성행… 철저히 부계 중심으로 기록”

    족보(族譜)는 한 집안의 내력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회구성, 종족제도 등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자료이다. 족보는 중국 고대에서 비롯됐는데 송나라때 비교적 완성된 형태의 족보가 등장했고, 명청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이뤘다. 한국 족보와 일본 계보 기록은 중국 족보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라마다 특성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족보를 비교연구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10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연구소에서 강원대 산학협력단 주최로 ‘동아시아 족보 자료의 구조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차장섭 강원대 교수, 호다테 미치히사 도쿄대 교수, 유상광 타이완 국립정치대 교수가 각국 족보 구조의 특성을 발표하고 이건식 한중연 연구원이 족보의 학문적 활용을 위한 방안을 소개한다. 차 교수는 미리 배포한 논문 ‘한국 족보의 유형과 내용’에서 우리나라 족보는 조선 시대 왕실 족보가 간행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고려 때도 가계 기록이 있었으나 족보 형태는 아니었다. 족보는 조상에 대한 가계 기록을 체계화해 서책으로 편찬한 것을 말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권씨성화보’다. 사가(私家)의 족보 편찬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명문가가 몰락하는 대신 신흥세력이 대두해 족보를 경쟁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가 전란으로 인한 재정부족을 벌충하기 위해 공명첩을 팔고, 군공면천(軍功免賤)을 실시하면서 신분질서가 해이해졌다. 이 틈을 타 명문가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족보를 보강했고, 신흥세력은 미천한 가계를 은폐하고 가문의 품격을 높이고자 족보를 위조했다. ●조선시대 왕실족보 간행되면서부터 시작 17세기를 기준으로 족보의 수록 내용은 변화한다. 조선 전기 족보는 부계와 모계를 모두 기록하는 내외보로 자녀와 친손, 외손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자녀를 기록하는 순서도 남녀구분 없이 출생순이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족보는 외손을 제외한 친손만을 기록하고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선남후녀의 순서로 기록하는 등 철저하게 부계중심으로 이뤄졌다. 또한 조선 전기 족보에는 양자가 일반화되지 않았으나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점차 활성화됐는데 이는 종가사상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차 교수는 “족보 기록 형식이 달라진 것은 성리학의 심화와 예학의 발달, 종법적 가족제도의 정착 등 당시 사회의식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세력 미천한 가계 은폐위해 족보 위조 유 교수는 논문 ‘중국 근세 족보의 구성 형식’에서 “송원 시기에 전해온 원본 족보는 없으나 현존하는 송원 문집속에서 두 시대에 여러 사대부와 사인이 족보 편사작업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명대 중기 이후부터 형식과 내용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호다테 교수는 ‘일본 역사 계보 자료에 대한 개관’에서 계도(系圖)의 시대라고 불렸던 14세기의 가계 기록을 분석한다. 한편 이건식 연구원은 ‘학문적 활용을 위한 족보 자료의 사실정보화 방법 연구’에서 족보 자료의 디지털 정보화 작업을 체계적으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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