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독립운동 ‘햇빛’
1910년대 말에서 1920년대 초에 이르는 러시아 내전기에 만주와 연해주,시베리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군 부대와 이들의 활동과정을 보여주는 육필 자료가 국내 첫 발굴됐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리인섭이 남긴 이 자료에는 안중근 의사의 사촌 안홍근 등 당시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수십명의 명단과 러시아 한인마을 양허지(루키야노부카)에 한인들이 세운 사관학교가 존재했다는 사실 등 그 동안 국내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이 다수 수록돼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독립기념관 자료실에서 이 자료를 발굴한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의 반병률(48·독립운동사 전공) 교수는 29일 “최초의 한인 사회주의 단체인 한인사회당의 결성과정과 이와 관련된 독립운동단체와 지도자들,이들이 펼친 독립전쟁의 경과와 내용 등 새로운 사실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반 교수는 “이들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일본이나 비사회주의 계열 단체들의 자료에 의존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과소 평가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당시 독립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내부인의 시각에서 참여단체와 인물,복잡한 내부 역학관계 등을 기술하고 있어 향후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는 ‘한인사회당 참고자료’ 6권과 ‘우랄 노동자 동맹’ 1권,‘원동 인민위원 소비에트 외교위원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에 관한 회상기’ 1권 등 대학노트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인들의 독립 무장투쟁과 관련된 ‘한인사회당 참고자료’다.여기에는 이동휘,김립,이한영 등 한인 사회당과 김좌진,이청천,홍범도 등 무장 독립군 부대 대표자뿐 아니라 안홍근,허회,김광택,백수산,임기학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무장조직 지도자 수십명이 대거 등장한다.
A4용지 160장 분량인 이 자료는 ▲한국적위군에 대하여 ▲적의군 조직에 관하여 ▲김 알렉산드라의 최후 ▲수청 고려 의병대 ▲올긴항 전쟁 ▲철혈 강북단과 지방대 사실 ▲자유시 고려군대,무장 ▲독립단 군대 ▲니항 군대 ▲중령에서 공작하던 독립군들 ▲국민회 군대 ▲독립군 군대 ▲군정서 군대 ▲연해주 솔벽관 고려혁명군 ▲이만의병군동에 대하여 ▲이만 전투와 볼로차예프 전투 등 18개의 소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우랄 노동자 동맹’은 모두 34장의 분량으로,1차세계대전 당시 우랄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리인섭과 김 알렉산드라가 결성한 한국 사상 최초의 노동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노트가 씌어진 것은 소련에서 스탈린 격하운동이 한창이던 50년대 말이다.반 교수는 “러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상당수가 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기에 ‘반혁명분자’,‘일본의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처형됐다.”면서 “스탈린 격하운동으로 가능해진 유화국면 속에서 대숙청기에 살아남은 리인섭이 자신의 기억과 주변 동료들의 진술을 모아 기록을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영 박지윤기자 s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