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관련 3제
전례없는 기상 이변 현상을 겪었던 지난해에 이어 지구촌이 새해들어 살인적인 폭염과 기록적인 한파, 폭설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기상 이변은 천재지변이라기보다는 인재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이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과학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발언 자제 압력 파문과 오염 때문에 갈수록 햇빛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이번 겨울들어 기승을 부린 북반구의 한파는 ‘라니냐 현상’때문이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마이클 자로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온난화 현상이 기후의 자연적 변화력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라니냐 때문에…
|도쿄 이춘규특파원|이번 겨울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시베리아·유럽 등 북반구 세계각지에 한파가 몰아친 것은 ‘라니냐 현상’이 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라니냐 현상은 ‘엘니뇨 현상’과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낮은 상태로 일정기간 지속되는 ‘기온하강 현상’이다.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뒤에 찾아온다. 남미 페루 앞바다 해수온도 저하가 발생 신호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한국이나 일본 등지의 여름은 더위가 맹위를 떨친다는 분석도 있어 전문가들은 라니냐와 관련, 해수온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미국 해양대기국(NONA)도 향후 라니냐 현상의 행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도쿄대의 기상전문가들은 라니냐현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본 등지의 이번 겨울 한파도 페루 앞바다의 해수온 저하와 관계가 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페루 앞바다의 해수온도가 낮아졌고, 이후 무역풍이 강해져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열대지방에 평년 보다 3배의 적란운(積亂雲·대규모 소나기구름)이 발생, 중국대륙 부근의 편서풍의 방향을 틀어 한국과 일본까지 찬공기덩어리가 남하했다고 보고 있다.
10년주기설에 따르면 1990년대는 따뜻한 겨울이 계속됐지만 2000년전후부터 추운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5년 정도 추운 겨울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2000년쯤부터 시작된 겨울철 북극권의 찬공기 방출 경향이 향후 수년간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taein@seoul.co.kr
■ 연무 때문에…
중국의 하늘이 지난 50년 동안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고 미국 에너지부 연구자들이 말했다.
화석 연료로 인해 발생한 배기 가스 배출량이 9배나 늘면서 생겨난 연무 때문이란 주장이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지구물리학 연구 서한’ 1월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국의 500여개 기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태양 복사량이 구름 양의 감소에도 불구,1954년에서 2001년에 걸쳐 계속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태평양서부국립연구소의 윈치안 연구원은 “구름이 없는 날이 더 많으면 햇빛이 더 많이 비쳐야 하는데도 연구결과는 반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논문의 주요 연구자인 윈치안 연구원은 “인간 활동으로 생긴 오염이 태양 광선들을 흡수하고 굴절시키는 연무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연무가 햇빛을 대기 중으로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부 연구자들은 중국 500여개 기상관측소의 자료들을 이용해, 땅에 비치는 태양광선 양이 지난 50년간 10년마다 1㎡ 당 3.7와트씩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태양광의 감소가 연무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황사와 대기 오염으로 인해 중국에서 연무 문제가 실제로 있으며 태양광선의 조사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사막화 진전에 따른 황사현상의 확대와 낡은 공장, 저질 유류, 석탄 사용, 자동차사용 확대 등으로 대기오염이 더 확산되고 있다.
이석우기자 외신종합 jun88@seoul.co.kr
■ 백악관 때문에…
미국 정부에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주문했던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기상학자가 나사로부터 강의·논문의 사전심의를 요구받는 등 사실상의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사 부속기관인 고다르 우주연구소 소장직을 오랫동안 역임한 한센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6일 부시 행정부에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 줄이라고 요구한 뒤 강의와 논문, 웹사이트 게시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사전 심의를 얻을 것을 요구받았다.”면서 “거부할 경우 ‘무서운 결과들’이 있을 것이란 협박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사의 딘 아코스나 대외협력실 부실장은 “한센이 받은 사전 심의요구는 모든 나사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협박은) 나사의 방식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 과학자들은 과학적 발견들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지만 정책적 발언들은 입안자들과 공식 대변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센은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주장을 펼친 지난 1988년 이래 미국 정부와 논쟁을 벌여왔다. 미국 정부는 가스배출과 기후변화의 연계성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센은 정책과 연계된 인터뷰·기고 등을 제한하는 나사의 규정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는 “과학적 발견들이 특정 이해집단에 의해 은폐·왜곡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대중들과의 소통”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