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선언 평화분야 3대 쟁점] (중) 서해 평화지대와 NLL 향배
남북이 ‘2007 정상선언’을 통해 접경수역에서의 공동어로와 직항로 개설 등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의 큰 틀에 합의함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둔 군사적 대치국면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이번 합의에 대해선 군사문제를 경제적 공동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해 평화정착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군과 보수진영 일각에선 NLL 무력화로 이어져 해상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평화체제 구축때까지 거론않기로 입장정리
군 일각에선 NLL을 건드리지 않고 공동어로수역과 직항로를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며, 결국 NLL 무력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이번 합의로 NLL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7일 “(NLL 없이 공동어로수역은 있을 수 없다는)김장수 국방장관과 (NLL이 영토적 개념이 아니라는)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얘기는 NLL의 양 측면을 다 보여주는, 둘 다 옳은 얘기”라면서 “발상을 전환해 제의하고 북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과 정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 보면 남북은 공동어로수역과 직항로를 운영하는 선에서 NLL 문제를 더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경제적 실익을 나눠 가진 데다,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자연스러운 해소방안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굳이 거론해 상황을 경색시키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인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북한의 NLL 재설정 요구는 실상 직항로와 공동어로 등 경제적 이익 확보를 노린 측면이 컸다.”면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새삼 재론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공동어로·평화수역, 부처간 해석차
주목되는 사실은 서해 문제를 둘러싼 정상간 합의의 핵심인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에 대해 부처간 개념정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4일 정상선언문 발표 직후 통일부가 내놓은 해설자료는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이 별개의 수역이란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공동어로수역에 대해선 “남북 어민들이 공동 조업”하는 ‘경제 수역’ 개념으로, 평화수역은 어업활동이 불가능한 특정 수역에 설치하는 일종의 ‘해상 비무장지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입장은 다르다. 군사회담을 총괄하는 국방부 관계자는 5일 “공동어로수역을 해보고, 잘 되면 평화수역으로 간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해석의 차이는 두 수역에 대해 언급한 정상선언문 3항과 5항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다룬 3항에서는 두 개념을 ‘조건부 선후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서해평화협력지대(한강하구∼연평도)를 다룬 5항에서는 ‘병렬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직항로 허용, 안보위협 낮아
해주 직항로 허용에 따른 안보위협 문제도 제기되지만 ‘지나친 기우’라는 평가가 많다. 해군 관계자는 “직항로가 열리더라도 육상 분계선의 ‘통문’처럼 폭 1㎞안팎의 항로만 열어주게 된다.”면서 “경계를 수행하는 군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수도권 방어로 직결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연평도를 기준으로 동쪽 해역에 설치될 평화수역이다. 해군 관계자는 “북측이 해주항 개방의 상응조치로 연평도·우도 등에 설치된 고속정 기지와 해병대 병력, 해안포대 등의 후방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 “군사적 신뢰가 쌓인다면 논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