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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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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제는 메달의 벽도, 기록의 벽도 없다

    이 젊은이들에게 세상 무엇이 두려울까. 20대의 패기와 열정, 자신감과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의 젊은 승부사들이 연일 얼음판 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은 어제 새벽(한국시간)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금메달을 따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 선수가 실격 처리되는 운도 따랐지만 12분58초55의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의 12분대 진입으로 놀랄 만한 성과다. 피겨퀸 김연아도 어제 낮에 열린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78.50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자신이 세웠던 세계 최고기록을 깨뜨렸다. 자기 자신만이 유일한 라이벌인 그녀가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싸움에서 또다시 승리한 것이다.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이승훈 선수의 5000m 은메달 획득만 해도 기적이라 여겼는데 모태범·이상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석권하는 세계적 이변을 연출했고, 마침내 스피드스케이팅 최장거리 1만m까지 휩쓸며 순식간에 빙속 강국으로 우뚝 섰다. 김연아의 신기록 행진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경기 전 드레스 리허설 때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해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실전에 강한 평소 모습대로 한치 흐트러짐 없이 경기에 임해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하는 장면은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의 벽과 기록의 벽은 오랫동안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기성세대가 넘지 못할 벽이라고 지레 넘겨짚고 외면했던 그 장애물들을 우리 젊은이들은 사생결단의 자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는 태도로 하나씩 뛰어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부족함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은 없다.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연아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남은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원한다.
  • 한국, 金 2개 포함 메달 6개 더 딴다

    대한체육회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발표한 메달 예상치는 금 5개, 은 3개, 동메달 4개 등 총 12개였다. 23일 현재 금 4개, 은 4개, 동메달 1개 등 9개. 한국이 앞으로 메달을 몇 개나 더 딸 수 있을까. 체육계가 당초 예상한 금메달 종목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남자 쇼트트랙 1000m, 1500m, 5000m 계주, 피겨스케이팅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상화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이 추가된 상황. 따라서 27일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은 당초 예상한 금메달이다. 25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못해도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당초 예상은 동메달. ‘밴쿠버 4관왕’의 기대주에서 ‘불운의 노메달’이 된 성시백 등이 출전하는 쇼트트랙 남자 500m(25일 예선, 27일 결승)에서도 동메달이 기대된다. 27일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당초 동메달을 예상했지만, 은메달로 상향조정되는 분위기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는 당초 ‘노메달’을 예상했는데, 이승훈이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다음에는 이승훈의 주종목인 10000m에서 최소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26일 여기에 피겨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가 우승하면 한국은 최대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다. 메달 카운트에서는 빠졌지만 27일 오전 5시30분에 예선전이 시작하는 모태범과 이승훈이 참가하는 남자 추발에서도 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결국 후반전까지 다 치를 경우 추가되는 메달은 금 2개, 은 2개, 동메달 2개 등 총 6개를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면 한국은 금 6개, 은 6개, 동메달 3개로 1994 릴레함메르올림픽 때 세운 종합 순위 6위보다 높은 종합 5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빛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초래한 경제난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을 다수의 국민이 선수들의 승전보에 환호를 보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 언론들도 신세대 금메달리스트들의 톡톡튀는 발언들을 생중계하듯 전달하면서 흥겨운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쇼트트랙의 활약이야 예상했다고 해도, 취약종목으로 분류됐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메달 소식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 동반 우승을 이뤄냈고, 이승훈은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인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AP통신이 ‘한국선수에 질렸다.’는 특집기사를 전 세계에 타전했을 정도다.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연아가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 금메달까지 목에 건다면 온 나라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젖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밴쿠버의 영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냉정하게 보면 몇몇 뛰어난 선수들이 ‘돌출’했을 뿐 우리나라의 빙상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지금의 신세대 메달리스트들이 앞으로 몇 년간은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칠 꿈나무들이 있는가. 빙상시설이나 여건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부상한 ‘신흥 빙상강국’에 걸맞은 수준인가. 이번 동계올림픽 돌풍의 주역인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실만 봐도 참담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라고 해야 고작 500여명에 그친다. 국제규격인 400m의 롱트랙을 갖춘 실내 스케이트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일반 선수들은 국가대표와 상비군에 밀려 하루 2시간씩 두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초·중·고와 대학 선수들은 한꺼번에 몰려 연습해야 한다. 그나마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을 위한 스케이트장이 32곳 있을 뿐이다. 다른 종목의 환경은 더하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스키점프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 점프대가 하나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사용료가 비싸 선수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김흥수 스키점프 대표팀 코치가 “지원을 요구하느니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체념에 가까운 소리를 하겠는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아예 경기장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서 국가대표를 뽑아야 한다. 시설과 여건이 맞지 않아 동계체전 종목에서조차 빠졌다. 이들 종목의 선수는 개개인의 힘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밴쿠버 땅을 밟았다. 물론 여러 가지 악조건을 뚫고 일궈낸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세대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모의 헌신, 지도자와 협회 등의 구슬땀이 조화를 이뤄 일궈낸 결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뛰어난 선수에게만 의존해서 유지되는 빙상 강국의 위치를 우리가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렵게 구축한 밴쿠버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각종 종목의 저변 확대에 나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가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빙상과 스키 등 훈련 및 경기 여건이 열악한 비인기 종목 15개를 선정, 청소년 대표선수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빠르면 6월부터 선수 육성에 20억 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가 금메달 열풍에 휩싸여 나온 일회성 정책이 될지, 지속성을 갖추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jeuness@seoul.co.kr
  • [씨줄날줄] 메달 심리학/구본영 논설위원

    요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기쁨이 쏠쏠하다.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관전자의 입장에선 1위든, 2위든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얼굴에서 오랜 세월 감내해 왔을 법한 인고의 무게는 똑같이 읽혀진다. 하지만 메달 색깔에 따라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뒤풀이 세리머니에서 우승한 이정수의 환한 얼굴과 간발의 차로 은메달에 머문 이호석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보라. 이 정도의 희비 교차는 인지상정일 게다. 그러나 동메달보다 은메달을 딴 선수의 얼굴이 더 어둡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회심리학적 함의가 숨어 있는 까닭이다. 이상화 선수가 우승한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시상식.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왕베이싱이 활짝 웃는 동안 은메달리스트인 독일의 예니 볼프는 씁쓸해 보일 정도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왕보다 우승을 자신했던 볼프가 진한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던 걸까.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등 외신은 이를 주목했다. 이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 연구진의 심리분석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인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4.8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조금만 더 힘썼으면 금메달이었는데….”라고 ‘자탄’하지만, 동메달 딴 선수들은 “하마터면 노메달이었겠군.”이라고 ‘자위’하기 때문이란다. 최인철 교수의 책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프레임’에서 그런 사례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 불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서양 심리학에서도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인 ‘프레임’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가 마거릿 리 런백이 그랬던가. “행복은 종착역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 중에 발견되는 것”이라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면 이호석이든 볼프든 은메달로도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다. 사회 전체가 승리지상주의와 승자 독식만 부추긴다면 개인 루저는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게다. 한 분야에서 패배하더라도 다른 데서 또 다른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면 사람들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는 다수가 불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를 해결하는 건 결국 정치의 몫일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소외종목 최선다한 선수들도…/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소외종목 최선다한 선수들도…/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개그맨의 유행어다. 더러운 세상이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1등만 선택해 크게 보도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스포츠 보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요즘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앞머리는 올림픽 관련 소식들이 장식하고 있다. 첫 메달 소식을 전한 2월16일자 서울신문을 보자. 1면에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 은메달)과 이정수(쇼트 트랙 금메달) 관련 기사가 실렸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김연아(피겨 스케이팅)도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며 1면에 등장했다. 그 밖에 스키 점프가 단신으로 실렸을 뿐 다른 종목이나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보도 전까지 다양한 경기가 진행됐고, 한국 선수들이 참가했다. 바이애슬론의 이인복과 문지희, 프리스타일스키 모굴의 서정화, 루지의 이용 등이다. 이날 이후 지면은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차지한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 이야기로 채워졌다. ‘모터범’ 파워, 빙상의 ‘꿀벅지’ 등 흥미로우면서도 선정적인 제목까지 동원됐다. 경기 관련 소식 이외에 두 선수의 친밀한 관계와 포상 규모 등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25일자 지면은 전날 경기를 치를 김연아 기사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에서 1등은 뉴스가치가 있다. 특히 종목 첫 한국인 메달리스트이거나 세계 기록을 낸 경우는 중요한 기삿거리임에 틀림없다. 언론학자인 갈퉁과 루지(Galtung & Ruge)는 뉴스가치 기준으로 엘리트 개인을 언급했다. 언론이 정치경제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급 개인들이 관련된 사건을 더 쉽게 기사화하며 더 크게 보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언론에 매일같이 나타나는 이유다. 스포츠 세계에서 엘리트는 1등 선수다. 언론이 그 밖의 선수들보다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하지만 언론이 도를 넘어 1등에 집착하는 건 문제다. 1등을 영웅으로 미화하고, 그 밖의 선수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이다. 상대 외국 선수들은 심지어 악당처럼 묘사된다. 이 경우 영웅은 남다른 노력을 투자했고,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으로 그려진다. 운동 이외 분야에도 뛰어나 소위 ‘엄친아’가 되기도 한다. 이상화 선수는 타이어 끄는 강훈련을 소화했고,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했다고 보도됐다. 음악을 좋아하고, 외모도 수준급이라고 강조됐다. 반면 이상화 선수와 함께 출전한 3명의 한국 선수들은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도 이상화 선수 못지않게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올림픽 같은 국가 경쟁 이벤트에서 자국 스포츠 스타를 영웅시하는 데에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국민들이 영웅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로 통합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이상화 선수가 애국가에 눈물 짓는 장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한국인임에 자긍심을 느꼈다. 찬반으로 나뉘어 싸웠던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하지만 1등을 지나치게 영웅시하는 엘리트 제일주의식 보도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다수는 소외되어도 괜찮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퍼뜨릴 수 있다. 1등 선수의 고액 포상금을 강조하는 보도는 이런 이유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언론은 한 선수를 ‘깜짝 영웅’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선수의 존재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권한 행사에는 뉴스가치 이외에 소외된 다수가 고려되어야 한다. 올림픽 개막 전 서울신문(13일자)은 1면에 ‘출전 자체가 영광… 밴쿠버의 마이너리티들’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스키 점프와 봅슬레이팀, 에티오피아에서 혼자 참가한 크로스컨트리 선수, 눈 없는 가나에서 참가한 알파인 스키팀 등을 소개했다. 이들의 메달 소식이 없어서인지 후속 기사가 거의 없다. 올림픽 개막 전의 보도 태도가 흔들리고 있다.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경기앞둔 선수 한밤 인터뷰… 과열취재 언제까지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이슈를 만들고, 이슈를 소비하는 것. 그것이 반복되는 게 기자의 숙명이다. 요즘 화두는 ‘한국체대 3인방’.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란히 메달을 건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가 최고의 인기다. 이상화와 모태범이 10년 지기 ‘절친’이라는 것부터 이들의 허벅지 사이즈, 미니홈피 일촌명까지 소소한 것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다. 18일 밤 10시(현지시간). 셋은 메달을 들고 선수촌 앞으로 나왔다. 어떤 기자가 만나자고 했다. 간단히 인터뷰를 했고 사진도 찍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할 만큼, ‘기자들이 모른 척해 서러웠다.’고 할 만큼 관심에 목마른 선수들이었다. 밤이 늦었지만 ‘기자님’이 원한다니 즐겁게 인터뷰에 응했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이튿날 오전 8시. 이들은 또 한 번 사진기자들 앞에 섰다. 전날 찍은 사진이 화근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찍혀야 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물음에 “일단 푹 쉬고 싶다.”고 했던 그들이다. 연일 강행군을 하느라 체력은 고갈됐다. 신세대답게 거침없고 솔직한 이들이지만 어린 운동선수들이 기자를 만나는 것은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메달을 목에 건 만큼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 ‘이만큼도 장하다. 충분히 잘했다.’고 박수를 받을 만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상화를 제외한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다. 21일 1500m 경기를 마친 모태범은 “진짜 너무 힘들어요. 일단 쉬면서 컨디션 관리하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이틀꼴로 경기를 했고, 메달 세리머니를 했고, 또 기자들을 만났다. 취재에도 ‘룰’이 있다. 취재진은 모든 선수들이 통과하는 믹스드존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된다. 올림픽은 전화해서 선수를 불러내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 올림픽은 선수 인생을 건 아주 중요한 무대다. 0.01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 과열된 취재경쟁 때문에 이들에게 아주 약간의 미련이라도 남긴다면 그건 누가 책임질까. 이런 기사는 독자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zone4@seoul.co.kr
  • [도시와 길] 대구 유명코스로 떠오른 ‘골목투어’

    [도시와 길] 대구 유명코스로 떠오른 ‘골목투어’

    대구 도심에는 문화와 역사의 흔적이 있는 골목들이 참 많다. 진골목을 비롯해 약전골목, 남성로, 종로, 3·1만세운동길 등. 이 골목들이 골목투어라는 관광명소로 탄생했다. 골목투어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돼 명맥을 이어오다 2008년 5월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코스는 경상감영공원∼향촌동∼종로초교∼삼성상회∼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1코스(2㎞)와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종로∼진골목으로 이어지는 2코스(1.7㎞), 동성로 대우빌딩∼교동∼약전골목∼서문시장의 3코스(2.4㎞), 국채보상공원∼삼덕문화거리∼방천시장∼봉산문화거리∼건들바위까지의 4코스(2.5㎞), 반월당∼상덕사∼성바오로 수녀원∼성모당의 5코스(1.5㎞) 등 총 5가지가 마련됐다. 올해 골목투어는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1·2 코스는 2,4째주 토요일에 운영되며 3·4·5코스는 단체관광객(10명 이상)들의 신청이 있을 때만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야간 투어가 신설된다. 매주 3째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또 투어 코스 내에 있는 맛집을 찾는 ‘맛기행’도 매월 셋째주 목요일 운영한다. 골목투어를 하면 영남지방 최초 고딕양식 건물인 계산성당, 벽돌건물과 종탑으로 유명한 제일교회,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동산선교사 사택 등 골목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한 세기 전 근대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골목투어신청은 중구 홈페이지(gu.jung.daegu.kr)를 통해 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구 문화관광과(053-661-2194)로 문의하면 된다.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는 전액 무료로 진행되며 4명의 일반인 문화해설사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투어 중간에는 인력거 탑승 체험 같은 행사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에는 149차례에 걸쳐 모두 3052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꿀벅지요? 고맙죠…이젠 푹 쉬고 싶어”

    “꿀벅지요? 고맙죠…이젠 푹 쉬고 싶어”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가 있는 16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써놓은 당돌한 아이. 이상화(21·한국체대)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고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 실감이 안 나요. 그래도 이 정도면 ‘한 방’ 단단히 했잖아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메달 감격이 아직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화는 19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여자 1000m에서 23위(1분18초24)에 머물렀다. 출전선수 36명 중 중위권.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원래 1000m 전문이 아닌 데다 월드컵 랭킹도 7~8위가 최고 성적이다. 입상한 적도 없고, 전혀 기대도 안 했다. 열심히 탔고 그래서 실망은 없다. “23등 하고 이렇게 즐거운 선수는 저밖에 없을 거예요. 오늘 스케이팅에 만족해요.”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500m 라이벌들이 모두 주춤한 것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왕베이싱도 24위 했고, 예니 볼프도 17위잖아요. 원래 1등하고 2~3초 정도 차이 나요.”라고 했다. 이상화는 이날 1000m를 끝으로 밴쿠버올림픽을 마쳤다. “다 끝났으니 이제 푹 쉬고 싶어요. 눈 부은 것 좀 보세요.”라고 피로를 호소했다. 폐막식까지 밴쿠버에 머물면서 올림픽 열기를 몸소 느낄 계획이다. 솔직함으로 일관하던 이상화는 선배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 얘기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빠들 덕을 참 많이 봤어요.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잘 이끌어 주신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관규 감독님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알려 주셨어요. 이번 금메달이 거기에 대한 보답이죠.”라면서 “큰절을 100번 정도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금벅지, 꿀벅지’라는 별명 얘기에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제 최고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해주시니 고맙죠. 그런데 악플도 많던데요?”라며 눈을 흘겼다. 그래도 ‘무플(리플이 없는 것)보단 악플이 낫다.’고 기뻐했다. ‘허벅지가 22인치’라는 기사도 완강히 부인했다. “허벅지 사이즈를 잰 적은 한번도 없어요. 설마 22인치가 나오겠어요?”라고 되묻더니 “운동 안 하면 금방 빠져요.”라며 웃었다. ‘절친’ 모태범(21·한국체대)과의 열애설도마냥 즐겁기만 하다. “인터넷 보니까 커플링이라는 얘기까지 있더라고요. 그냥 웃겨요.”라고 깔깔거린다. 오른손에 낀 반지는 부모님 연애 시절 어머니가 끼시던 반지고, 왼손 반지는 힘내라고 아버지가 사주신 거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빙판 위의 신세경’이라는 별명에 부끄러워하던 이상화는 “운동선수치고 예쁘다는 말이겠죠. 전 운동선수니까 유니폼 입고 있는 모습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라고 털털하게받아쳤다. 이상화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겠다.”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산업발전, 이젠 실천할 때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금융산업발전, 이젠 실천할 때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최근 이른 바 ‘볼커 룰(Volcker Rule)’의 등장으로 우리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제한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등이 골자인 볼커 룰로 글로벌 금융규제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으면서 우리 금융회사를 대형화와 글로벌화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저변에는 우리 금융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많은 이들은 금융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일찍이 조앤 로빈슨 여사는 1952년 ‘일반이론의 일반화’라는 논문에서 금융발전은 단순히 경제성장을 쫓아갈 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발전은 경제성장에 따른 부산물이지 금융 자체가 성장을 주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에게 ‘창조적 파괴’로 너무나 유명한 슘페터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11년 ‘경제발전이론’이라는 저서에서 금융 중개기관이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슘페터의 사고는 제조업만으로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보이는 국가에서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논거가 되었고, 1990년대 미국·영국 등 선진국이 실천했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도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금융산업이 너무나 뒤처져 있어 과연 선진금융회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다. 사실 선진금융회사의 뛰어난 금융기법이나 대규모 자본을 바라보면 우리 금융산업의 현 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9년 우리 금융시장 성숙도는 133개국 중 58위이고, 은행대출 용이성은 80위, 은행건전성은 90위, 자본이동 규제는 78위로 저조한 편이다. 국제 금융전문 잡지인 ‘더 뱅커’의 ‘2010년 세계 500대 은행 브랜드’에서도 100위권 안에 든 국내은행은 단 한 곳도 없고 신한은행이 135위, 기업은행이 192위, 외환은행이 219위로 뒤처져 있다. 아울러 2008년 총자산 순위는 우리금융 81위, 국민 87위, 신한지주 89위이고, 국내 최대 자산규모인 우리금융이 세계 1위 은행의 6.6%에 불과하다. 여기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선진 금융회사에 비해 우리 금융회사의 규모나 경쟁력이 마치 헤비급과 최경량급을 비교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볼커 룰을 우리 금융회사에 선진 금융회사와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우리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본래부터 글로벌 리딩기업은 아니었다. 마치 불모지였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모태범·이상화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처럼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도 모방으로 출발해 세계의 정상에 우뚝 솟아오른 저력이 우리에게는 살아 있다. 금융산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필요는 없다. 한편 볼커 룰의 등장은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 역사를 보면 항상 규제가 강화되어 왔다. 대공황으로 은행들이 무더기로 파산하자 글래스-스티걸법이 생기면서 규제가 강화됐고,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면 상당기간 금융부문에 혁신이나 신상품이 등장할 수 없고 금융발전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선진 금융회사들이 강력한 규제로 위축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금융회사들이 대형화, 겸업화, 글로벌화를 통해 선진 금융회사를 따라잡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다. 돌다리를 두드리기만 하고 건너가길 두려워하면서 분분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이젠 실천할 때다. 금융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시점이 지금이다.
  • 金비결 모태범 리듬, 이상화 체력

    ‘샛별’ 모태범은 리듬감,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는 체력을 바탕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금메달을 딴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체육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낸 모태범은 출발 신호가 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반응시간(0.23초)과 준비자세에서 왼발을 내디뎌 착지할 때까지 걸린 시간(0.50초)에서 5명의 전·현 남자 대표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빨랐다. 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모태범이 빠른 발동작까지 겸비해 스타트 때와 몸의 중심을 이동할 때 리듬이 좋다.”면서 “속도가 붙으면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기 마련이어서 몸의 중심 이동이 어렵지만, 모태범은 가속 상황에서도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빙면을 미는 힘을 뜻하는 ‘신근력’에서 오른발 268%, 왼발 277%로 나타나 폭발적인 파워와 두 다리 힘의 균형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인 윤성원 박사는 “여자 선수의 신근력이 1㎏당 250% 이상이면 우수, 280%가 넘으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꿀벅지’, ‘금벅지’로 불릴 만큼 탄탄한 허벅지를 지닌 이상화는 근력을 앞세워 얼음판을 지치고 나갈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2007년 1월 체중당 최고 파워에서 7.08을 기록한 이상화는 2008년 7.75에 이어 지난해 5월엔 7.98까지 끌어올렸다. 육상 여자 허들 100m 한국기록을 지닌 이연경(29·안양시청)의 7.85보다 높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밴쿠버 조은지특파원│“금·은·동 다 따면 정말 무릎 꿇고 울 겁니다.” 발랄한 ‘신세대 스프린터’ 모태범(21·한국체대)이 ‘모터범’이란 애칭답게 제대로 달렸다. 한국 최초의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멀티메달리스트’이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한국의 첫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모태범은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00m에서 샤니 데이비스(미국·1분08초94)에게 0.18초 뒤진 1분09초12의 기록으로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은 2006 토리노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 채드 헤드릭(미국·1분09초32). 한국이 동계올림픽 1000m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18년 만이다. 모태범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내 실력을 100% 발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어 “내친김에 1500m와 팀추월 경기에서도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아~아깝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태극기를 두른 채 막춤을 추고, 시상대에서 V자를 그리는 톡톡 튀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신세대의 당돌함 그자체였다. 16조로 나선 모태범은 초반 200m를 16초39에 주파했고, 600m를 41초75로 통과했다. 피니시 라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 모태범의 기록은 1분09초12. 지난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 기록(1분10초11)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모태범은 “마지막에 데이비스가 타는 걸 보면서 ‘조금만 늦게 가면 안 될까. 한 번쯤 삐끗하면 안 될까.’ 생각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첫 출전에 벌써 메달을 두 개나 따다니 스스로도 놀랍다.”고 금세 씩 웃었다. 한국에서 유명해졌다고 하자 “빨리 한국에 가 보고 싶다. 어제 이승훈(5000m 은메달)이랑 ‘빨리 한국 가서 길거리 걸어다니고 싶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볼까.’라고 얘기했다.”며 깔깔거렸다. 이어 “이상화(여자 500m 금메달)와 사귄다는 얘기도 있던데 절대 아니다. 상화가 아깝다.”며 손사래를 쳤다. 통통 튀는 모습에 적응될 쯤 진지한 매력도 보였다. “자만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잘할수록 고개를 숙여라’, ‘잘 타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선수답게 성실히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21일 1500m와 27일 팀추월까지 앞으로 두 경기를 남겨뒀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치러지는 강행군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쌓였다. 모태범은 “21일까지 좀 여유가 있으니 잘 먹고 푹 쉬고 싶다.”면서도 “이상하게 안 될 것 같은 생각은 안 든다.”고 자신했다. 이어 “팀추월은 두 번 이기면 은메달을 확보한다. 금·은·동을 다 딴다면 그때는 무릎 꿇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역시 발랄하고 거침없었다. 이규혁은 뒷심부족으로 9위를 차지, 다섯 번째 올림픽을 노메달로 마쳤다. 문준(성남시청)은 18위(1분10초68), 이기호(서울시청)는 36위(1분12초33)를 차지했다. zone4@seoul.co.kr
  • SBS 박선영 아나, 밴쿠버 여신 등극

    SBS 박선영 아나, 밴쿠버 여신 등극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맡고 있는 SBS 박선영 아나운서가 인기다. 올림픽이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19일,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게시판에는 국가대표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응원과 더불어 한국 경기를 보도하고 있는 박선영 아나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선영 아나운서는 오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동계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SBS 밴쿠버 2010 프라임타임’에서 단독 MC를 맡고 있다. 한국선수단의 좋은 성적으로 대중들이 관심이 쏠리면서 지적인 미모와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진행이 시선을 끌은 것. 국내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아나운서 갤러리에는 “2004년 아테네의 여신 MBC 김주하, 2008년 베이징의 여신 SBS 윤소영에 이은 세번째 주인공이다.” “단아한 외모도 훌륭하지만 올림픽중계에 어울리는 똑 부러지는 목소리 톤이 매력적”이라며 호평했다. 한편 박선영 아나운서는 그동안 SBS ‘좋은 아침 플러스원’ ‘SBS 애니 갤러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MC로 활약했고 현재 ‘SBS 8시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다. 사진 = ‘SBS 밴쿠버 2010 프라임타임’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rornfl84@nate.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4전5기’의 꿈은 실패했지만 도전만으로도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이자 ‘맏형’ 이규혁(32·서울시청)이 16년 묵은 올림픽 메달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이규혁은 1분09초92의 기록으로 9위에 머물렀다. 앞서 16일 열린 500m에서도 1, 2차 레이스 합계 70초48로 15위에 그쳤다. 남은 1500m와 1만m, 팀추월에는 출전하지 않아 이규혁은 결국 ‘노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스스로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이가 많아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 된 셈이다. 올림픽 무대만 5차례 밟은 긴 도전의 세월이었다. 대회를 치를 때마다 상심도 했고, 은퇴 결심도 했지만 성적의 아쉬움과 책임감에 도전을 계속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에서 김윤만, 제갈성렬 등 쟁쟁한 선수와 함께 중학생 시절 첫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이규혁은 500m에서 38초13으로 36위에 그쳤다. 이후 1998년 나가노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2006년 토리노대회까지 매번 올림픽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금메달 후보라는 기대 속에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늘 아쉬웠다. 토리노대회 때는 주종목으로 내세웠던 1000m에서 0.05초 차로 동메달을 놓치면서 또 한 번 올림픽 메달의 기회를 날렸다. 이규혁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이익환씨와 피겨스케이팅 대표 코치 출신 어머니인 이인숙씨의 장남이다. 동생 이규현도 피겨스케이팅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빙상 명가’ 출신. 13세 때부터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아시아기록 2개(1000m·1500m)와 한국기록 2개(1000m, 스프린트 콤비네이션)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선수다. 이규혁은 이강석(25·의정부시청), 모태범(21), 이상화(21·이상 한국체대) 등 밴쿠버 영웅들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 16일 500m에 이어 18일 1000m에서도 메달을 따내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 모태범은 “(규혁이) 형은 저의 우상이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넨 이규혁을 진하게 얼싸안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그대들은 밴쿠버 연금술사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멀티메달’을 획득한 모태범과 한국 최초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 뒤에는 그림자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공신들이 있었다. 우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삼성 스포츠단 단장이었던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박 회장은 토리노올림픽 직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빙상 종목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밴쿠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쇼트트랙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종목까지 지원 폭을 확대한 것. 1997년부터 14년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해 왔다. 매년 평균 7억~8억원을 지원해 온 셈이다. 연맹은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과학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스피드스케이팅을 중점 종목으로 선정, 3명으로 한 팀을 이뤄 체계적인 지원을 했다. 주 코디네이터로 윤성원 박사가 선정됐고, 기술 담당은 이순호 박사가 맡았다. 선수들의 심리 지원은 우민정 박사가 담당했다. 윤성원 박사는 선수들 개개인의 체력과 피로도를 측정해 취약점을 찾아내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로도를 누적시키는 젖산 분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고, 이는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 우민정 박사는 심리 검사를 통해 선수들이 시합장에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순호 박사는 “선수들의 실제 경기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스타트 동작을 심층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스타트 반응속도가 느린 문제를 해결했다. 스케이트날 각도가 너무 벌어져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박사는 스케이트날과 다리 각도, 짧은 보폭 등을 개선할 것을 조언했다. 연맹에서 특별히 영입한 스케이트화 정비 전문가 2명도 빼놓을 수 없다. 토리노 대회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오세종(28)씨와 스케이트 장비 전문회사인 삼덕스포츠에서 특별 영입된 김동민(34)씨가 그 주인공. 지난해 8월 대표팀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선수들의 그림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토리노 대회까지는 선수들이 직접 날을 갈아 연습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번 대회부터 선수들은 두 전문가 덕분에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김양수 재활 트레이너도 선수들의 물리치료를 담당하면서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토리노 대회까지는 대표팀 트레이너가 따로 없었다.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역사 탄생은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태범은 스피드광·상화는 지고 못살아”

    “태범은 스피드광·상화는 지고 못살아”

    다시 한 번 벅찬 감격이 밀려 왔다. 18일 오전 모태범이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장면을 자택에서 TV로 지켜 보던 전풍성(59) 코치는 두 손을 번쩍들며 “태범이 만세!”라고 환호했다. 몇시간 뒤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함지박만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 코치는 두 금메달리스트, 모태범과 이상화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9년간 가르친 스승이다. 모태범은 은메달을 따자 곧바로 전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코치님, 저 또 은메달 땄어요.” 개구진 성격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이상화도 정식 시상식을 마치고 전화로 감사인사를 했다. 이상화는 19일 열리는 1000m 경기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전 코치는 “솔직히 1000m는 네 주종목이 아니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또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태범이처럼 메달을 또 노려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북돋웠다. 전 코치는 모태범이 첫 금메달을 땄을 땐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다음날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쇼트트랙이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금메달리스트라니, 영광스럽다는 말밖에는 안 나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로 땀을 흘린 30년 이상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우리나라 빙속계의 74년 숙원을 푼 자랑스러운 두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전 코치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그는 ‘제2의 모태범·이상화’를 키우기 위해 매일 빙상장에 나와 10여명의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모태범과 이상화 사이는 어땠나 -둘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어서 잘 맞았다. 뛰고 구르면서 같이 커간 친구들이다. 태범이가 상화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캐나다로 전지훈련 나갈 때 태범이가 “이상화는 외국 나가면 열심히 안 한다.”면서 장난을 걸기도 했다. →처음에 두 선수를 만난 계기는?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코치였다. 태범이랑 상화가 그전까지는 빙상부 취미반에서 배우다가 각각 4, 5학년 때 선수부로 들어왔다. 은석초 코치를 그만두고 개인지도자로 나섰을 때 둘 다 내게 와서 개인 지도를 받았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처음에는 일반 학생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중학교 올라가던 해 겨울, 전국대회에서 상을 싹쓸이하면서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 둘 다 스케이트를 굉장히 좋아했다. 태범이는 평소에는 개구쟁이인데 운동만 시작하면 집중력이 남달랐다. 굉장히 진지했다. 스케이트만 신으면 눈이 빛났다. 관찰력도 뛰어났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혼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자세를 따라했다. “저는 왜 이강석, 이규혁 선배들처럼 안 될까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상화의 승부욕은 알아줬다. 대회에서 지면 항상 울었다. “시합이란 게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고 달래도 대성통곡을 하면서 난리가 났다. 라커룸에서 울다가 화장실 가서 또 울고 그랬다. 분에 못 이겨서 ‘담에 꼭 이긴다’면서 씩씩대기도 했다. 운동선수로서는 ‘완벽’ 그 자체였다. 다른 아이들은 시키는 것만 하는데도 투덜대거나 벅차했는데, 그 둘은 항상 운동 욕심을 부렸다. →두 선수의 장단점을 말해 달라 -상화는 순발력을 타고났다. 어렸을 때부터 출발이 빨랐다. 지구력은 조금 떨어졌다. 기초체력 훈련을 통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기억이 난다. 상화 자신도 부족한 점을 알고 매일 달리기 등을 통해 그 점을 단련했다. 결국엔 스스로 극복해내더라. 태범이는 단거리를 위해 태어난 선수였다. 장거리 훈련은 힘들어했다. 400m 경기장을 10바퀴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을 가장 싫어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상화가 중학교 때, 태범이가 고등학교 때 각각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때 가장 크게 칭찬했다. 상화는 여학생이다 보니 혼 내면 삐칠 때도 있었다. 입이 쭉 삐져 나왔는데 모른척하고 있으면 금세 풀리고 연습에 집중했다. 태범이는 스피드광이다. 초등학교 때 스키장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처음 타는데도 제일 높은 코스에 올라가서 활강을 하더라. 오토바이, 자동차도 좋아한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의 반응은? -다들 활기차졌다. 그동안 쇼트트랙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다. 학생들이 “저도 모태범·이상화 선수처럼 되겠다.”면서 열심이다. 어린 아이를 스케이트장에 데리고 온 아버지들도 갑자기 늘었다. →스케이팅 열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스피드스케이팅을 위한 400m 경기장이 국내에 태릉 하나다. 외국의 경우 실내 온도가 영상 15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는 영상 1도 수준이다. 아이들이 너무 추우니까 배우기를 꺼린다. 경기장 하나라도 국제 수준에 맞는 곳이 필요하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SBS 박선영 아나, 밴쿠버 여신 ‘등극’

    SBS 박선영 아나, 밴쿠버 여신 ‘등극’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맡고 있는 SBS 박선영 아나운서가 인기다. 올림픽이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19일,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게시판에는 국가대표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응원과 더불어 한국 경기를 보도하고 있는 박선영 아나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선영 아나운서는 오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동계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SBS 밴쿠버 2010 프라임타임’에서 단독 MC를 맡고 있다. 한국선수단의 좋은 성적으로 대중들이 관심이 쏠리면서 지적인 미모와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진행이 시선을 끌은 것. 국내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아나운서 갤러리에는 “2004년 아테네의 여신 MBC 김주하, 2008년 베이징의 여신 SBS 윤소영에 이은 세번째 주인공이다.” “단아한 외모도 훌륭하지만 올림픽중계에 어울리는 똑 부러지는 목소리 톤이 매력적”이라며 호평했다. 한편 박선영 아나운서는 그동안 SBS ‘좋은 아침 플러스원’ ‘SBS 애니 갤러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MC로 활약했고 현재 ‘SBS 8시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다. 사진 = ‘SBS 밴쿠버 2010 프라임타임’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rornfl84@nate.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4년의 땀과 눈물이 0.05초차 일궜다

    4년의 땀과 눈물이 0.05초차 일궜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전광판을 슬며시 보고 ‘졌나?’ 싶었다. 상대가 살짝 빨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코너를 돌자 김관규 감독 얼굴이 보였다. 김 감독이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금메달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고, 한 번 터진 기쁨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태극기를 들고 천천히 링크를 돌았다. 매일 밤마다 상상하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이상화(한국체대)는 17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09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과 모태범(이상 한국체대)이 뜨겁게 달궈놓은 스피드스케이팅 메달행진을 이상화가 이어받은 것. ‘한국체대 07학번 3인방’이 모두 빛나는 메달을 건 순간이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여자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는 출국 전만 해도 “기록을 줄이자는 생각뿐이다. 빨리 올림픽을 끝내고 쉬고 싶다.”고 쿨하게(?) 말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엔 “(이)승훈이가 은메달 따고부터 계속 찡하고 울컥하다 나 메달 따면 완전 펑펑 울 것 같은데 어쩌지.”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솔직하고 터프한 성격이지만 마음이 여려 눈물도 많은 이상화였다. 스타트 총성이 다가올수록 심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멋지게 해냈다. 4년 전 토리노에서 5위에 그쳐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 달랐다. 그동안 쏟은 땀과 눈물은 ‘역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동차 타이어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달렸고, 외국선수들이 140㎏ 드는 스쿼트를 170㎏까지 올렸다. 운도 따랐다. 이상화는 “1차 시기에 아웃코스 배정받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왔다. 인코스 선수를 쫓아가면서 견제할 수 있는 데다 가속도가 붙는 레이스 후반 3~4코너를 안정적으로 돌기만 해도 돼 부담이 덜하다. 대부분 선수가 아웃코스를 좋아하지만 이상화는 유독 심하다. 다행히 경기 전날 발표된 조편성에서 이상화는 17조 아웃 코스를 꿰찼다. 상대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여제’ 예니 볼프(독일). 그와 뛸 생각을 하니 밤에 잠도 안 왔다. 김 감독은 “금메달 따려면 어차피 꺾어야 할 상대”라고 달랬다. 그래도 떨렸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 오자 월드컵 대회에 온 것처럼 담담했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 덕분인지 레이스는 좋았다. 스타트가 약한 이상화는 초반 100m를 볼프(10초26)보다 0.08초 느린 10초34로 통과했지만 결승선을 지났을 때 전광판은 38초24를 가리켰다. 볼프(38초30)는 물론 세계랭킹 2위 왕베이싱(중국·38초48)보다도 빨랐다. 2차 레이스는 마지막 조(18조)에 코스만 바꾼 채 볼프와 또 붙었다. 바로 전에 달린 왕베이싱은 1, 2차 시기 합계 76초63의 기록으로 스케이트를 벗었다. 더욱 힘이 났다.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차 때보다 빠른 10초29로 통과했고, 흔들림 없이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볼프가 37초838, 이상화가 37초85였다. 합계 0.05초 차의 짜릿한 금메달이었다. zone4@seoul.co.kr
  • “충격적 승리… 놀라운 반전…” 주요외신 반응

    │도쿄 박홍기·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나길회기자│이상화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대부분의 외신들은 “이변” “충격”과 같은 표현을 동원해 긴급 타전했다. AFP통신은 17일 한국은 쇼트 트랙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지만 그 외 종목에서는 아니었다고 언급하면서 이 선수가 “충격적인 승리를 따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여자 500m에서 이변이 일어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상화가 강력한 우승 후보인 볼프를 제치고 (모태범에 이어) 한국에 또 하나의 깜짝 금메달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1980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부 전 종목(4관왕)을 휩쓴 미국의 빙상영웅 에릭 하이든은 AP에 한국 선수를 향해 “도대체 어디에서 온 선수들이냐”면서 “그들을 가르친 지도자들은 지금 절정의 행복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역시 ‘놀라운 반전’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진과 함께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경기 결과와 인터뷰 기사 외 별도로, 자세한 프로필까지 소개하는 등 이 선수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이변’을 연발하는 다른 매체들과 달리 이 통신은 이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운이 아니다.”라면서 “예전 방식으로 고되게 훈련한 선수들이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NHK는 요시이 사유리 선수가 5위에 그친 사실을 보도하면서 스피드 스케이트 남녀 500m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두 제패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미우리신문 등 모든 언론들은 남자 500m에서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한 나가시마 게이치로 선수와 가토 조지 선수의 투혼 스토리를 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중국 언론들은 남녀 500m를 한국 선수들이 석권한 사실을 비교적 간단하게 보도한 반면 여자 500m에서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았던 왕베이싱(王北星)이 한국의 ‘신예’ 이상화와 독일 선수에 이어 동메달에 그친 것을 아쉬워했다. kkirina@seoul.co.kr
  • “월드컵 우승때 연아에 묻혀 서러웠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사이클에 타이어 매고 달리는 체력훈련요, 그거 정말 너무 싫었는데 이렇게 성공했으니까 앞으로도 하던 대로 쭉 해야죠.”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한국체대)는 벌써 ‘미래’를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로 스피드 금메달을 땄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올림픽이란 생각에 너무 떨렸고 (이)승훈이랑 (모)태범이가 메달을 따 심적 부담도 컸다. 예니 볼프가 워낙 좋은 선수고 스타트까지 빨라서 뒤처지지 말고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긴장돼 잠도 잘 못 잤는데 1위라니 꿈만 같다. 운이 좋았다. 4년 전 토리노에서 흘린 ‘아쉬움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 됐다. →금메달의 원동력은. -쇼트트랙이나 피겨 스케이팅에 밀려서 아무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았을 뿐, 우리는 열심히 운동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때 결과도 좋았는데 김연아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바로 묻혔다. 서럽기도 했다. 이번에 좋은 성적이 난 건 좋은 팀 분위기와 체력훈련 덕분이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전날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조언은 없었나. -태범이가 메달 따고는 보지 못했다. 며칠 전에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태범이가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해줬다. 경기 후에는 부모님이 떠올랐고 함께 끌어준 규혁 오빠, 강석 오빠, 문준 오빠가 생각났다. 오빠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줬다. zone4@seoul.co.kr
  • 이상화 우린 9년지기 ‘절친’ 모태범

    이상화 우린 9년지기 ‘절친’ 모태범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나란히 금매달을 목에 건 ‘동갑내기’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9년지기 ‘절친’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은석초등학교 동창으로 초등 1학년 때부터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진한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1989년생으로 둘다 한국체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다 처음에는 쇼트트랙으로 시작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불모지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일궈낸 것도 공통점. 둘 사이의 돈독한 우정은 미니홈피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 밑에는 “힘내자 친구야.”라고 서로 격려하는 글이 남아 있다. 또 두 사람은 서로 미니홈피 일촌지간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서로의 일촌명을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남자’,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여자’로 붙였다. 이상화는 사진 설명에서 모태범을 ‘돌+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모태범이 금메달을 딴 15일에는 모태범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서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연신 축하글과 응원글을 쏟아내고 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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