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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전주 모악산

    [도시와 산] 전주 모악산

    모악산(해발 793.5m)은 전북 대부분의 시·군에서 그 웅장한 자태가 바라다보이는 대표적인 ‘평지 돌출산’이다. 모악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어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고어인 ‘엄뫼’를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영험한 기가 뭉쳐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증산교를 비롯한 숱한 신흥종교가 태동했다. 이 산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복지사회를 제시하는 불교의 미륵사상이 개화했다. ●온갖 전설 얽힌 무속신앙의 본거지 모악산은 난리를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각종 무속신앙의 본거지가 됐고, 신흥종교 암자가 난립하기도 했다. 많을 때에는 8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 모악산 서쪽 자락 금평저수지 인근에는 증산교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기를 품은 산이다 보니 세상이 혼란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회개혁을 꿈꿨다. 통일신라 때 억압받던 백제 유민의 고통을 달래준 진표율사, 후백제를 세운 견훤, 조선 중기 ‘천하공물설(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없다.)’ 등 혁신적인 사상을 품다 고발당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여립, 동학혁명의 기치를 내건 전봉준 등 수많은 이들의 혁명정신이 깃든 곳이다. 모악산은 한때 북한 김일성의 시조묘 논란으로 화제가 됐다.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가 모악산 명당 터에 묘를 써 김일성과 김정일의 운이 발복했다는 설이다. 산이 크고 역사가 깊은 만큼 많은 전설이 얽혀 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의 무제봉은 기우제를 올리던 곳이다. 조선시대 가뭄 때마다 전주감사가 산 돼지를 제물로 올리고 주민들은 농악을 울리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무제봉 왼쪽의 장군봉은 많은 사람이 신성시해왔다. 명당으로 소문나 몰래 묘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줄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들어 입산금지령까지 내려졌었다. ●접근성 뛰어난 근교산 모악산은 전북 전주시 중인동, 김제시 금산면, 완주군 구이면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주 도심에서 차량으로 15분 안팎이면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전·후에도 다녀올 만큼 시민들의 친숙한 쉼터이자 휴양지다. 이름처럼 언제 누가 찾아와도 어머니처럼 품에 안아주는 정겨운 산이다.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의욕이 용솟음치는 기운을 준다고 한다. 동편 자락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이 있어 건강을 챙기고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산 주변은 경관이 아름답고 환경이 좋아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찍 터를 잡았다. 3.3㎡에 70만~100만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없을 정도다. 남서쪽 자락인 전주시 중인동 일대도 전원주택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전주시가 완산체육공원을 조성해 찾는 시민들이 급증했다. 모악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이동훈씨는 “모악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불교, 증산교, 천주교 등 각종 종교문화가 발달한 특별한 지역”이라며 “탐방객이 연간 100만명에 이를 만큼 전북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호남의 명산”이라고 말했다. ●호남 4경의 아름다운 산 모악산은 봄경치가 아름답다. 모악춘경(母岳春景)은 호남사경(湖南四景) 가운데 제일로 꼽힌다. 4월에 피는 벚꽃과 배롱나무 꽃은 장관이다. 두번째가 변산반도의 하경(夏景)이요, 세번째는 내장산의 단풍, 네번째가 백양사의 설경(雪景)이다. 봄이 아니어도 모악산은 수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정유재란,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큰 나무는 거의 베이거나 불에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빠르게 상처를 회복했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모악산은 도시 근교에 있지만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할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면서 “전주시의 녹지 핵심공간으로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산이지만 등산코스는 만만하지 않다. 4개의 등산코스가 모두 2시간30분 이상 소요된다. 가장 인기 좋은 완주군 구이면 주차장~대원사~수왕사~금산사 주차장 코스는 4시간이 걸린다. 구이면 원기리 모악산 들머리에서 고은 시인의 시비를 지나면 왼쪽에 선녀폭포, 사랑바위, 선녀다리를 만난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랑을 속삭이다 노여움을 사 바위로 굳어져 석상이 됐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20분쯤 오르면 보덕화상의 제자 대원스님이 창건했다는 대원사에 이른다.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정상에는 방송사 중계탑이 있다. 최근에 옥상을 공개해 산 정상을 도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민원이 다소 가라앉았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동으로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구이 호반이 눈길을 붙잡는다. 서쪽으로는 호남평야가 발아래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변산반도까지 보인다. 남쪽으로는 멀리 내장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북으로는 전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구이, 금평 등 대다수 저수지와 하천은 그 물의 근원을 모악산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개시설인 벽골제도 젖줄이 모악산에 닿아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고용지원센터 상담원 전문화가 급선무”

    “고용지원센터 상담원 전문화가 급선무”

    노동부의 고객만족(CS·Customer Service) 업무 관련 자문위원회 역할을 할 ‘노동민원행정 옴부즈맨’ 송위섭 위원장(66·아주대 명예교수)은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부가 국민에게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고용지원센터 상담원들의 전문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일부 상담원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심리학·사회학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학비를 보조하는 방안을 제언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2005년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하는 등 지난 20년간 노동행정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고용지원센터가 실업자에게 실업 급여를 주고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알선하기에는 전문성과 규모, 시스템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 시스템 개선을 위해 현재 1800여명인 상담사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기초 상담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취약 계층의 경우 실업 급여나 직업 상담 등을 하기 위해 직접 고용지원센터를 찾게 하지 말고 전문가들이 이들을 찾는 ‘방문 상담’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노무사를 모집해 전문상담의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용지원 상담은 고용과 복지를 연계해 상담하는 ‘뉴질랜드식’이다. 송 위원장은 “노동부의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이라면서 “이들에게 일자리는 곧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판정 등 복지와 연관되어야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연예인들도 피할 수 없는 탈모의 공포

    연예인들도 피할 수 없는 탈모의 공포

    여름철 빛나는 구릿빛 피부와 조각 같은 몸매로 수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연예인들에게도 숨기고 싶은 남모를 비밀이 있다. 바쁜 일정과 불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들로 인해 생기는 탈모 증상이다. 특히 여름은 탈모를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여름엔 피지선 활동이 왕성해지고, 피지가 땀과 뒤엉켜 두피의 모공이 막혀 탈모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탈모의 원인을 대부분 유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후천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40~50대 중년 남성들만의 고민거리로 여겨지던 탈모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20대는 물론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 여성들까지 탈모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탈모의 공포에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이미성형외과 조을제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새로운 모발을 심는 것보다, 더 이상의 탈모 진행을 막고 가늘어진 모발을 굵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로도 치료가 충분한 경우엔 약물 치료를 하지만,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되었거나 약물로 치료의 효과기 미미할 때엔 모발 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모발이식은 아무리 탈모가 진행되더라도 빠지지 않는 후두부나 가르마 주위의 머리털을 두피와 함께 절제해서 모근을 하나씩 분리한 후 모발이식기에 옮겨서 원하는 부위에 심는 방법으로 이식 모발이 자라서 나머지 부분을 가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모발이식을 하게 된다. 최근의 모발이식 수술법은 모낭단위를 통째로 한번에 이식하는 모낭단위 이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기존의 방법에 비해 생존률이 높다. 모낭단위로 보면 총 모발의 50%는 2개의 모, 30%는 한개의 모, 20%에서 3-4개의 모를 갖는데, 미세한 모낭 주머니를 정확히 분리하려면 현미경을 사용하여 섬세하게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소량의 모낭을 여러 차례에 걸쳐 이식하는 방법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메가세션(Mega Session, 500개 이상의 모낭이식), 맥시세션(Maxi Session, 5000개 이상의 모낭이식) 등 한번에 다량의 모낭을 이식하여 수술의 횟수를 줄이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첫번째 수술 후에 두피에 흉조직이 생겨 두 번째 수술부터 생존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많은 양을 이식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환자의 탈모상태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양을 이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수술 전에는 짧은 이발, 아스피린 등의 약물 복용, 음주를 삼가고, 최대한 편안한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 등을 긁는 등 자극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보통 수술 후 일주일 정도면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아이미성형외과 조을제 원장은 “민간요법이나 인터넷 등에서 찾은 정보를 믿고 섣불리 관리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치료효과뿐 아니라 2차적인 감염 등의 문제를 만들 수 있으니,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도움말: 아이미성형외과 조을제 원장
  • 지방기능직 단계적 일반직 전환

    지방기능직 단계적 일반직 전환

    중앙행정기관공무원에 이어 지방공무원의 기능직도 일반직으로 전환이 허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무(행정보조)·교통지도·검침 등을 담당하는 조무직렬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당초 보류하기로 방침을 세웠던 기능직 지방공무원의 일반직 전환을 추진키로 하고 관련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무직과 시설직이 섞여 있는 조무직렬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침대로 일반직 전환을 허용치 않기로 했다.<서울신문 7월15일자 25면>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 기능직 공무원 중 사무직렬만 일반직 전환이 가능한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조무 기능직들도 많지만 정책적, 신변적 차원에서 사무·조무 직렬을 분리, 단계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시험 기회마저 박탈하나” 불만 토로 지난 연말 기준 지자체 소속의 기능직 공무원은 4만 4643명으로, 이 가운데 사무직렬은 1만 759명(24%), 조무직렬은 16.4%인 7342명이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9급 기능직 공무원(조무직)은 “어렵게 공채로 들어와 행정보조를 하며 사무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시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며 억울해했다. 또 다른 지방 공무원은 “국가직 조무직류와 인사교류도 하는데 일반직 전환을 원천봉쇄하고, 사무직이라고 규정해 기능기술수당도 제외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기능직 업무는 일반직 기술직렬 등으로 매칭이 가능한 만큼 형평성에 맞게 일반직으로 유도, 포용(통합)해 주고 해당 직렬이 없다면 새롭게 직렬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건비, 승진 등의 문제가 얽혀 있으나 원칙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일반직의 자리가 비면 누구라도 공정한 시험을 통해 능력껏 전환 기회를 주는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기공노 “국가직과 차별땐 투쟁할 것” 지난 16일에는 전국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기공노), 한국공무원노조, 대구북구공무원노조 등이 행안부를 방문해 국가직과 동일하게 지방 기능직공무원에게도 일반직 전환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전재균 기공노 위원장은 “모든 직무에 있어 위탁이 가능한 지방 조무직렬을 폐지해 사무직렬로 통합하고 국가직처럼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방직을 제외할 경우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바더 마인호프’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바더 마인호프’

    1968년, 세계의 젊은이들은 더 나은 세상과 미래의 희망을 위한 투쟁에 나서 자본주의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미완의 혁명인 ‘68혁명’이 40주년을 맞은 2008년을 전후로 발표된 몇 편의 영화는 당시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2003년), 필립 가렐의 ‘평범한 연인들’(2005년), 줄리 테이머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년), 그리고 올리비에 뒤카스텔과 자크 마르티노의 ‘‘68년에 태어나’(2008년)도 물론 좋다. 하지만 와카마쓰 고지의 ‘실록 연합적군’(2007년)과 울리 에델의 ‘바더 마인호프’(2008년)의 거대한 에너지 앞에서 다른 작품들은 한낱 유희처럼 보인다. 프랑스의 배우 피에르 클레멘티는 1968년의 5월을 다룬 단편 ‘혁명’(1968년)의 도입부에다 ‘혁명은 시작일 뿐이다. 계속 싸워 나가자.’라고 써놓았다. 클레멘티가 혁명을 꼭 낭만적으로 여긴 건 아니라 할지라도, 이상적인 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당시 젊은이들이 품었던 건 사실이다. ‘실록 연합적군’과 ‘바더 마인호프’는 68혁명의 중심에 서는 대신, 혁명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자들이 서서히 스러지는 시간을 쓰라린 마음으로 포착한다. 두 영화는 영화의 많은 부분을, 혁명그룹의 조직원들이 활동의 명분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잃어가는 시기에 할애한다. 혁명적 사상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줄어들면서, 투쟁 수위에 변화를 줘야 했고, 그럴수록 혁명그룹은 고립되어 갔다. ‘바더 마인호프’는 (1990년대에 ‘신화의 시간’으로 번역, 소개된) 슈테판 아우스트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감독 울리 에델은, 진보 언론인인 울리케 마인호프, 열혈 혁명운동가 커플인 안드레아스 바더와 구드룬 엔슬린을 리더로 둔 ‘바더 마인호프 그룹’(일명 독일 적군파)이 형성되고, 도시 게릴라 투쟁을 펼치는 때와 이후 그들이 체포돼 오랜 수감 생활을 겪다 죽음을 맞는 과정을 때론 다큐멘터리의 시선으로, 때론 한 편의 드라마처럼 묘사한다. 독일영화사에는 알렉산더 클루게,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 뉴저먼시네마의 기수들이 동일한 사건을 다룬 ‘독일의 가을’이라는 작품이 이미 존재한다. 울리 에델은 선배들의 기록에 어떻게 대답하고 싶었던 것일까. 독일 내에서 적군파의 역사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며, 그들이 지울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바더 마인호프’는 ‘나치 잔재와 미 제국주의 청산, 반자본주의’ 같은 적군파 노선을 선뜻 지지하거나, 죽은 혁명가들을 감상적으로 대하지 못한다. 또한 어떤 면에서 패배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더 마인호프’의 기저에는, 올바른 사회와 역사를 이루고자 죽음도 불사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흐른다. 우리가 ‘바더 마인호프’를 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던 자들의 시대를 불러내 머릿속에 각인시켜야 한다. 혹자는, 현대가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바더 마인호프’에는, 내적으로 정부와 우익언론이 만행을 벌이고 외적으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이 나오는데, 어쩌면 40여 년이 지난 지금과 별로 다른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걸음을 멈춰야 할까. 사회는 굳은 그릇과 같아서, 새 사상과 변화의 목소리를 담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자에겐 긴 시간이 흘러도 새 시대가 오지 않는 법이다. ‘바더 마인호프’는 무엇을 하라고 일러 주는 작품이 아니다. ‘바더 마인호프’는 우선 올바른 현실 인식과 소신의 소중함에 대해 말한다. 원제 ‘Der Baader Meinhof Komplex’, 감독 울리 에델, 23일 개봉. 영화평론가
  • [시론] 무늬만 남은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무늬만 남은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주의 이상적 모델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 산실은 아고라(Agora)였다. 시민들은 그들의 시장인 아고라에 모여 민회를 열고 국가 중대사를 투표로 결정했다. 광장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할 정도로 인구가 적은 시대적 상황과 경제·군사적 면에서 효율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소통의 방법이 바뀐 오늘날의 민주주의 방식은 ‘광장의 정치’가 최선의 방식이었던 고대국가와는 천양지차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간접민주주의가 출현했다. 오늘날 대의민주제의 가장 상징적인 기구가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며 우리가 마음 졸이며 보고 있는 국회다. 그러나 21세기 민주주의 산실인 대한민국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장내가 아닌 장외정치만을 고집하며 당리당략의 음모와 선동, 불신만이 판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이른바 7·7대란이라고 일컫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의 국가주요기관, 기업 사이트에 대한 공격으로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국가 정보통신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우왕좌왕하며 대책도 중구난방으로 혼선이 극에 달했다. 이 와중에도 정치권은 당파적인 이익을 내세우며 정쟁에 여념이 없었다.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 앞에서 ‘사이버테러의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이버 북풍논란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북풍을 일으킨다고 가능하겠으며, 그것을 믿을 국민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사이버 북풍을 이슈화해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들을 자극하는 야당의 속셈은 과거 권위주의정권하에서 자행된 북풍공작정치의 향수를 그리는 것에 불과한 3류정치 수법이다. 북풍 운운하며 정치논쟁으로 확대시켜 가는 모습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정치의 구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서로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위기의 해법을 논의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정상적인 국가기구의 대응을 방해하는 행위보다는 향후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이버위기관리법’, ‘테러방지법’ 등의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여야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 국회는 민생마저 외면한 채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계법 등을 비롯한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사상초유의 코미디 같은 사태도 빚어졌다. 민주주의 보루라는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또다시 지난 연말의 폭력·막장 국회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충분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되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의 원리에 따르는 승복의 정치문화가 민주주의 요체다.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인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의 횡포를 합리화시켜주는, 대중을 이용한 ‘포퓰리즘적 다수결의 효과’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적 위기라는 중차대한 문제에서조차 국민의 선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적 장외 정쟁에 몰두하는 행태는 청산돼야 한다. 차제에 정치권은 음모적 논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국가적 낭비와 소모적 탁상행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 마련에 힘을 합쳐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하는 게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막걸리도 테이스팅?…5가지 단계별 시음법

    막걸리도 테이스팅?…5가지 단계별 시음법

    막걸리를 프랑스 와인이나 일본 사케와 같은 고급 주류 문화로 격상시키자는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 제조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막걸리 시음법을 개발하고 있다. 색깔과 향, 그리고 맛 등으로 주류를 구분하거나 등급을 매기는 시음법, 즉 테이스팅(tasting)은 고급 주류 문화의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우리 전통주 막걸리 시음법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종 고문헌에 따르면, 전통주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는 5미(味)가 있었다. 감(甘·단맛), 산(酸·신맛), 신(辛·톡 쏘는 맛), 고(苦·쓴맛), 삽(澁·걸쭉한 맛) 등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함유한 술일수록 좋은 술로 평가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척도를 현재의 막걸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현대인의 입맛도 변했고 막걸리 제조 방식도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통 막걸리인 현미 막걸리를 재현하려고 노력중인 이상철 천안양조장 이사(44)는 “최근 주류 소비자들은 쓴맛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면서 걸쭉한 맛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평가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즉 단맛과 신맛, 그러니까 달콤새콤한 정도를 주로 평가하고, 톡 쏘는 느낌 정도를 부수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대신 과거에 없던 기준도 추가할 필요가 생겼다. 현재 주류 소비자들은 술 색깔과 향을 중시하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막걸리의 향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막걸리가 원래 향을 중시하지 않은 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막걸리에도 고유의 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이사는 “쌀로 잘 빚은 술은 사과 향이 나고, 밀가루로 잘 빚은 술은 복숭아 향 비슷한 과일 향이 분명히 난다.”고 말한다. 다만 향은 술이 완숙하면 순간적으로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막걸리 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호프식 막걸리 장치나 냉장 유통 시스템을 두루 고려중이다. 이들 5가지 요소를 모두 감안한 막걸리 시음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막걸리 잔을 들어 색깔을 들여다 본다. 백미가 주원료인 경우 색깔은 흰색, 현미의 경우는 노르스름해야 한다. 밀가루가 주원료인 경우는 노란 색이 더욱 강해진다. 전체적인 색깔은 노르스름하되, 탁한 정도를 나타내는 탁도는 가시(可視) 정도가 1cm 안팎이면 좋다. 둘째, 잔을 코에 대고 향을 맡아야 한다. 깔끔한 주향에 약하게 재료에 따라 곡물과 과일향이 나야 좋은 막걸리다. 셋째, 입에 한 모금 머금었을 때, 달콤새콤함이 느껴져야 한다. 특히 단맛이 신맛을 약간 누른 정도가 좋다. 역시 논란이 있긴 하지만, 당도 8, 산도 5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맛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적의 톡 쏘는 맛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막걸리 업체들에 따라 다양하게 탄산을 가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깔끔하다고 느낄 정도면 된다. 탄산이 지나치면 막걸리가 아니라 사이다에 가까워진다. 넷째, 목을 넘길 때는 묵직한 바디(body)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걸림 없이 술술 넘어가며 상쾌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막걸리를 목으로 넘기고 나서는 감칠 맛이 남아야 한다. 이 경우도 주재료에 따라 잔미(殘味)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쌀 술인 경우는 깔끔한 시원함이, 밀가루가 섞인 경우는 당기는 느낌이 나는 것이 좋은 막걸리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식당도 프로파일링”…맛집을 알아보는 3가지

    “식당도 프로파일링”…맛집을 알아보는 3가지

    프로파일링(profiling)이 화제다. 주요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통점을 파악해 수사에 참조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진작부터 주요 수사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행동분석팀(BAU)이다. 전국폭력범죄분석센터(NCAVC)의 일원인 이들은 과거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분석 자료를 근거로 범인을 추정해나가는 방식을 개발해왔다. 이들의 활약상을 드라마화 한 것이 국내에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크리미널마인드>다. 최근에는 우리 경찰도 전문적인 프로파일러를 육성해, 범죄 수사에 활용중이다. 프로파일링을 범죄 수사에만 활용하라는 법은 없다. 좋은 식당, 나쁜 식당을 추려내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의 과거 선택과 다른 사람의 경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BAU는 30대 전문직 백인 여성이라는 피해자의 공통점을 확인한 후, 범인이 유년기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했던 어머니를 두었던 중산층 출신의 백인 남성이라는 추론을 한다.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과 피해의식이 일종의 보복이란 형태로 범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찰도 팔당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프로파일링 하고 미제 사건과의 관련성을 밝히고자 했다. 이 용의자는 여죄 추궁 과정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식당 프로파일링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이미 미식가들은 식당을 선택하는 데 나름의 경험을 활용해왔다. 미식 취미를 가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식당과 나쁜 식당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파일링이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범인을 찾는 것이라면, 식당 프로파일링은 최악의 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식당의 간판을 보고 들어가, 메뉴판을 보고,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기 전까지 유용한 방식이다. 일단 주문을 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하는 소극적 보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식당 선택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미식가들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들, 즉 식당 프로파일링의 기본 법칙 3가지를 소개한다. 1. 간판은 식당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미식가들은 간판으로 식당의 수준과 환경을 70% 이상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좋은 식당 간판의 구체적인 공통점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쁜 식당에는 공통점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식당 이름이 지나치게 말장난에 치우쳐 있다고 치자. 음식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술에 탐닉하는 젊은 사람들의 기분 전환에 더 관심이 많은 식당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만 치중해 간판이 지나치게 화려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음식점의 장르와 음식점명, 외관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한정식집이라는 데, 크고 눈에 띄는 영어로만 ‘Kim’s Korean Restaurant’라고 돼 있다면? 이 식당에서는 어설픈 퓨전 요리에 지나치게 자부심 강한 조리사와 주인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가격도 꽤 비쌀 것이다. 업종에 잘 맞는 식당 이름과 소박한 간판, 여기에 오랜 연륜이 느껴지면 십중팔구 좋은 식당이다. 2. 메뉴판은 식당의 얼굴이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유심히 보라. 종업원이 건네준 것도 좋고, 벽에 붙은 것도 상관없다. 메뉴판의 형식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메뉴를 유심히 관찰하라는 뜻이다. 메뉴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집에서 냉콩국수를 한다면 중국 요리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해당 식당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손님을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싶은 욕심에서 저지른 일이다. 그러나 중국 식당은 맛 있는 중국 음식으로 승부해야 한다. 메뉴가 적을수록, 그리고 오래 된 집일수록 전문성이 있는 집이다. 물론 메뉴가 많은 집 가운데서도 좋은 식당이 많다. 그러나 이 경우도 메뉴의 통일성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격이 최고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식당 선택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식당의 수준이나 품질 등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비싸다고 다 괜찮은 것도 아니고, 싸다고 다 엉망인 것도 아니다. 3. 인터넷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확인하라. 간판이나 메뉴는 해당 식당에 가지 않고도 확인해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서다. 블로그나 카페, 지역 정보 등을 뒤져보면, 단순한 문자 정보가 아니라 사진이나 심지어 동영상도 넘쳐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식당을 선택한다고 실패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식당 정보는 해당 정보를 제공한 이의 취향이나 수준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신뢰할 수 없는 증인의 제보로 수사를 결론지을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꾸준히 접해서 정보 제공자를 어느 정도 이해한 경우에만 해당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실제 식당에 들어가면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 장식과 손님 응대 방식, 그리고 종업원의 태도 등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유용한 정보다. 화려한지 여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실내건, 종업원이건 당당하면서도 손님을 배려하는 태도가 엿보이면 가장 이상적이다. 못 미쳐도 안되지만, 지나쳐도 곤란하다. 음식점 분위기나 손님과 관계없이 주인이 개인적인 소장품을 쌓아둔 곳이라면 음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식당이다. 반면 종업원이나 주인이 음식이나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나치게 손님을 교육시키려 드는 곳도 별로다. 이런 곳은 인터넷이나 구전 홍보를 통해 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된 곳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정보를 통해, 적어도 최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주문을 하자. 주요 용의자들을 제외한 후에라야 범인을 추정하듯.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휴우~휴우~’. 올빼미가 두 눈을 꿈쩍이며 고적하게 울고 있는 사이 가파른 지붕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다. 바람에도 꿋꿋한 네 그루의 푸른 소나무도 하얀 눈꽃을 입고 있다. 둥근 창으로 촛불이 흔들거리고 글 읽는 선비는 밤이 새는 줄 모른다. 그렇게 책읽던 선비의 창 옆으로 추운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오고, 바람 시원한 여름과 쓸쓸한 가을이 찾아온다. ●LED 디지털 영상으로 고전 재해석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시절, 자신을 위해 베이징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을 보내주던 제자이자 역관인 이상적의 절개를 기리며 그렸다는 세한도(歲寒圖)를 영상미디어 작가 이이남(41)이 새롭게 해석해낸 작품이다. 평면 TV모니터인 LED(발광다이오드)를 캔버스 삼아서 조선시대 산수화로 움직이는 영상작업을 해오던 그가 이번 작업에 4계절까지 포함하게 됐다. 더 이상 조선의 산수화는 곰팡이내 나는 과거의 잊혀진 그림이 아니라 최첨단의 기계를 통해 살아나게 된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개인전이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7월21일까지 약 한달간 열린다. 서울 명동 근처에서 쇼핑을 한다면 쉬엄쉬엄 이 전시를 보러가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미술 상식이 없더라도 아주 재밌게 미술 교과서에 실린 익숙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소치 허련의 산수화가 인상파 화가 모네의 ‘해돋이’와 만나 교류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가 4계절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눈동자 굴리는 모나리자… 세태 풍자 강세황이 그린 ‘영통동구’. 오른쪽 하단에 마땅히 있어야 할 나귀 탄 선비와 딴청을 피우는 동자가 보이지 않아 의아한데, 이런! 오른쪽 하단부터 능청스럽게 산길을 올라오고 있다. 일본 수묵화 ‘자연’ 속의 해오라기가 계절을 따라 물고기와 벌래를 잡아먹기도 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는 1만 2000봉마다 크레인과 송신탑이 가득하다. 지구의 환경파괴를 고발했다. 통상 A4용지만한 크기로 인쇄된 겸재의 ‘금강전도’를 보다가 50인치 크기로 커진 금강전도를 보면, 겸재의 그림솜씨를 절로 감탄하게 된다. 실제 크기보다 3배 정도 커진 모나리자는 전투기와 낙하산을 따라다니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전쟁비판이다. ●피카소·마네 등 서양명화도 함께 감상 ‘신갤러리’ 작품에는 고흐, 피카소, 레제, 샤갈, 마네, 벨라스케스 등 작가들 작품 30여점이 들어가 있고, ‘리히텐슈타인연구’에도 서양명화 30여점이 전개된다.(02)310-192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전국플러스] 거창 극단 ‘입체’ 아비뇽서 공연

    경남 거창지역 극단 ‘입체’가 7월8~19일 열리는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 참가해 아비뇽 포룸 극장에서 연극 ‘어미’(오태석 작, 이종일 연출)를 공연한다. 5번째 참가로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된 입체의 작품을 보고 관심이 있던 한불문화교류회와 프랑스 극단 ‘오디세이’가 지원해 이뤄졌다. 대관료 등은 오디세이와 한불문화교류회, 도 및 거창군에서 지원한다. 어미는 한국인의 토속적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풀이를 통해 강인한 생명력과 모성을 표현한 연극으로 특히 동양의 자연중심적 가치관을 이상적인 것으로 제시한다.
  • 파렴치한 이남자 그래도 아빠잖아

    파렴치한 이남자 그래도 아빠잖아

    ‘남미’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체 게바라의 청년시절 여행을 그린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쿠바 음악의 흥겨운 향연을 담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다. 이들 대열에 어깨를 견줄 또 한편의 수작이 등장했으니 바로 ‘아빠의 화장실’이다. ‘아빠의 화장실’은 따뜻한 가족영화의 외피 속에 묵직한 사회 비판을 숨겨둔 독특한 영화다. 게다가 시종 한폭의 유화 같은 남미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점 등 음미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미 영화로서의 매력 충만 브라질 국경 옆에 위치한 우루과이의 작은 마을 ‘멜로’. 조용하던 마을이 언젠가부터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남미 최초로 교황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마을 사람들은 목돈을 벌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다. 너도나도 내다팔기 위한 물건과 음식을 만들며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언론도 가세해 수년 만에 호경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떤다. 주인공 비토(세자르 트론코소)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본디 그는 브라질 국경을 넘나들며 생필품을 조달해오는 밀수꾼이다. 하지만 걸핏하면 군인이나 기동순찰대에 물건을 뺏기는 통에 견디기가 어렵다. 교황 방문은 그에게도 희망이다.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이방인을 위한 유료화장실. 이 사업만 성공하면 아내 카르멘(버지니아 멘데즈)에게 밀린 전기세도 주고, 딸 실비아(버지니아 루이즈)에게 새 라디오도 사줄 수 있다. 곧 화장실 신축에 착수하는 비토. 하지만 예기치 않은 우여곡절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빠의 화장실’은 1988년 교황의 멜로 방문이란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원제 ‘El bano del Papa’에서 ‘Papa’는 스페인어로 ‘아빠’, ‘교황’이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이는 아빠의 동선을 충실히 따라가는 영화가 교황 방문이란 사회적 차원에서 해석될 수도 있음을 넌지시 시사한다. ●가족영화이자 사회풍자영화 먼저 영화는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시대 고단한 아빠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읽힌다. 물론 그렇다고 이상적으로 그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빠 비토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아내에게 폭언을 퍼붓는가 하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딸의 꿈을 무작정 반대하는 등 독불장군이 따로 없다. 심지어 생계를 명목 삼아 비열한 권력자에게 빌붙는 변절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토가 끝까지 관객들의 공감대를 벗어나지 않는 건, 순수한 가족 사랑에는 손끝만치도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다는 점에서 풍자극의 면모를 띠기도 한다. 교황 방문은 짧은 해프닝에 그치고 외지인들은 주머니를 여는 데 인색하다. 대통령이 직접 교황을 환대하고 나서지만 열악한 지역경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진실해야 할 매스컴조차도 과장 보도로 현실을 왜곡하기만 한다. 멜로 사람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영화는 결코 심각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딸의 시점에서 바라본 일련의 현상들은 일상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담담히 깨닫게 한다. ●비전문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엔리케 페르난데스와 공동연출을 맡은 세자르 샬론 감독은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촬영감독을 담당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이 때문인지 ‘아빠의 화장실’은 천연색 화보를 떠올릴 만큼 영상미가 뛰어나다.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의 페르난데스 메이렐레스 감독이 “시나리오에 매료됐다.”며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후문도 작품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한다. 비전문 배우들의 대거 기용은 작품의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 비토와 그의 아내 등 일부만 전문 배우일 뿐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딸 실비아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 모두는 실제로 멜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25일 개봉한 ‘아빠의 화장실’은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009 상반기 히트상품] 오리엔트골프 ‘2009 야마하 Inpres… ’

    [2009 상반기 히트상품] 오리엔트골프 ‘2009 야마하 Inpres… ’

    ‘2009 야마하 Inpres X 4.6D r.p.m 드라이버’는 페이스를 4분할했던 X-멀티페이스에 비해 페이스 구조를 더욱 세분화하고 페이스 두께를 전체적으로 얇게 만들어 반발 영역이 4% 확대됐다. 3.5g의 경량화로 이상적인 저중심화를 실현했다. 초광폭 고반발이 된 3X-멀티페이스로 반발 영역이 확대돼 비거리가 늘어난다. 이 제품은 볼이 위로 치솟으면서 발생하는 비거리의 손실을 방지하고자 r.p.m컨셉트 설계를 했다. 따라서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질 때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더욱 뻗어나가 더 긴 ‘캐리’와 ‘런’이 나온다. 샤프트는 신개발의 멀티플 EI 샤프트 드로 임팩트 디자인을 채용했다. 손잡이 부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파워를 높이고 이 파워를 헤드부분에 효율적으로 전달, 헤드스피드를 끌어올려 볼을 확실히 잡아주도록 했다.
  • [발언대] 새마을운동으로 국가브랜드 가치 높이자 류종춘/새마을운동중앙회 기획조정국장

    [발언대] 새마을운동으로 국가브랜드 가치 높이자 류종춘/새마을운동중앙회 기획조정국장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지닌 경제 강국이다. 그럼에도 국가경쟁력지수를 보면 인도·중국보다 뒤처진 33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저평가 이유는 북한과의 대치상황, 국제사회의 기여 미흡, 정치사회적 불안을 꼽고 있다. 국가 브랜드의 가치는 세계인들의 이목과 감정에 달려 있다. 우리가 못사는 나라를 돕는 것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보은의 의미만은 아니다. OECD 회원국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성숙한 나라라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일이다. 새마을운동이 근래 재조명되는 이유는 저개발국가의 가장 이상적 개발모델이며 무엇보다 순수 나눔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아프리카 등 13개국 64개 지역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해 왔으며 몽골과 네팔· 콩고 등의 일부지역에서는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이들 세 나라는 자체적으로 새마을회를 조직해 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소득증대를 위한 기반조성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 대학생들과의 문화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가들로부터 계속해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새마을운동을 요청하는 나라는 40여개국.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몽골·네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4회에 걸쳐 필리핀·탄자니아·캄보디아·라오스·콩고 등 9개국 150여명의 외국인에게 새마을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수대상은 마을지도자·주민·공무원들이다. 갈수록 해외로 확산되는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무형의 자산인 새마을운동을 제2 한류 상품으로 수출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2013년 한국브랜드 목표순위를 15위로 정한 국가브랜드위원회도 새마을운동이 제대로 기여할 수 있도록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운동이야말로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와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류종춘 새마을운동중앙회 기획조정국장
  • 퍼거슨, 호날두의 ‘7번’ 누구를 생각할까?

    퍼거슨, 호날두의 ‘7번’ 누구를 생각할까?

    이적 시장의 ‘화수분’이었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마침내 ‘은하수 군단’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이로써 올 여름 히카르두 카카에 이어 호날두까지 영입하는데 성공한 레알 마드리드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신임 회장의 야심찬 계획 아래 ‘제2의 갈락티코’ 시대를 열게 됐다. 1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공식 홈페이지는 “호날두가 팀을 떠날 것이다. 스페인행 의사를 거듭 밝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이적이 사실임을 밝혔다. ‘흰색저지’를 입은 호날두의 이적료는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600억원)로, 이는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지네딘 지단의 7,600만 유로를 뛰어 넘는 엄청난 액수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휴가 차 미국 비버리힐즈에 머물고 있는 호날두를 직접 찾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영입으로 새 시대를 열고 있다면, 맨유는 팀의 간판스타인 호날두의 이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팀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달았던 호날두의 이적으로 마케팅 측면에서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팀의 전력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온 그의 이적은 맨유가 지금과는 다른 스타일의 팀으로 거듭나야함을 의미한다. 현재 호날두의 대체자로 언급되고 있는 선수는 ‘나폴레옹’ 프랑크 리베리와 ‘프랑스의 미래’ 카림 벤제마 그리고 위건의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다. 이 중 호날두의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선수는 리베리다. 호날두 못지 않은 빠른 발과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리베리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능력까지 갖춰 맨유의 전술을 보다 다양하게 해 줄 카드로 손색이 없다. 리베리의 동향출신인 벤제마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날두의 완벽한 대체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데다 지난 시즌 올림피크 리옹이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해진 상태다. 리옹의 아울라스 회장도 “벤제마도 카카가 밀란을 떠났듯이 리옹을 떠날 수 있다.”며 이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에과도르 출신의 발렌시아는 리베리와 벤제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가 장점이다. 벤제마의 경우 리옹이 싼 값에 내놓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3,500만 유로(약 65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리베리도 바이에른 뮌헨이 바이아웃 금액으로 5,000만 유로(약 877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이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위건은 발렌시아의 몸값으로 1,600만 유로(약 280억원)를 책정해 놓아 두 선수에 비해 손쉬운 영입이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맨유의 등번호 7번이 갖는 무게감이다. 멀게는 조지 베스트, 스티븐 코펠을 비롯해 90년대 이후에는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호날두로 이어지는 맨유의 7번은 팀의 에이스이자 맨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7번의 출발이 늘 ‘수퍼스타’였던 것은 아니다. 유망주 혹은 기대주에서 출발해 진정한 7번의 주인으로 거듭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호날두의 경우가 그랬다. 2003년 입단 당시 18살의 애송이 호날두가 이처럼 크게 성공하리라 장담한 이는 없었다.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 맨유의 7번을 달은 데다 입단 초기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호날두는 ‘명장’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유럽 올해의 선수상인 발롱도르(ballond’or)’를 수상하는 세계최고의 선수가 됐다. 때문에 퍼거슨이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파격적인 No.7을 등장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분명 카카, 호날두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지구방위대’의 등장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많은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가 떠난 7번의 빈자리도 축구팬들에게는 올 여름 이적 시장을 즐기는 또 다른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마르카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박자 늦게 깨닫는 가족愛 느껴보세요

    한박자 늦게 깨닫는 가족愛 느껴보세요

    “걸어도 걸어도 작은 배처럼, 나는 흔들리고 흔들려서 당신 품 안에” 일본 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한 대목이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는 일본의 전설적 가수 이시다 아유미가 부른 노래로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족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47) 감독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노래였다. 어머니가 부엌일을 하며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 곡조만 들어도 푸르른 옥수수밭이 펼쳐지는 고향집이 생각나는 노래…. 대본을 쓰기도 전에 가사의 일부인 ‘걸어도 걸어도’를 제목으로 정했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행사는 지난 15일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열렸다.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친 ‘아무도 모른다’, 배두나 주연의 ‘공기인형’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감독답게 관람석은 열기로 가득했다. 감독에 따르면,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지난 5~6년 사이 아버지, 어머니를 차례로 잃은 그가 회한을 추스르고자 만든 가족영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2년 동안 뇌출혈로 입원해 있었어요. 간병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더니 노트 7권이 나오더군요. 그 기억들을 영화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 일 하느라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어요.” ●18일 개봉…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회한 담아” 자전적 영화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녹아 들어갔다. 극중 어머니 대사의 절반을 실제 어머니가 하던 말씀에서 따왔고, 등장하는 음식 모두가 실제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추억의 요리들이다. 감독은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귀찮고 성가시지만, 죽고 나면 그립고 아쉬운 존재”라며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함께 드는 것이 가족이라는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에 모인 가족의 1박 2일을 다룬다. 준페이는 10여년 전 바다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 어느새 늙어버린 아버지와 어머니, 각자 가정을 꾸린 동생 료타와 지나미는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 하지만, 대화는 겉돌기만 한다. 권위를 중시하는 아버지는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온화하지만 자식과 관련된 일에는 이기적인 어머니는 묵은 상처를 하나씩 꺼낸다. 부모님의 희망인 의사 대신 미술복원사가 된 료타는 자신이 현재 무직임을 숨기고, 지나미는 여차하면 부모님의 집에 들어오려 자꾸 욕심을 부린다. 이처럼 ‘걸어도 걸어도’ 속 가족은 이상적인 가족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때문에 제목 ‘걸어도 걸어도’를 ‘아무리 노력해도 가까워지지 않는 인간관계, 가족관계 등을 가리킨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에 따르면, 감독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는 ‘남겨진 사람들’이다. 이는 ‘걸어도 걸어도’에서도 나타난다. 아들을 잃은 부모, 전 남편과 사별한 부인, 그리고 훗날 부모를 여의는 자식들이 그렇다. 남겨진 사람들은 늘 한걸음씩 늦게 깨닫는다. 그러고는 놓쳐버린 순간을 뒤늦게 안타까워한다. ‘걸어도 걸어도’는 이같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곳곳에 유리알처럼 박아놓았다. 눈여겨볼 장면 중 하나는 자신의 장남이 목숨을 구해준 청년에게 어머니가 보이는 반응이다. “쉽게 잊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내뱉는 어머니의 속내는 섬뜩한 동물적 본성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엄마의 광기를 그린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떠오르기도 한다. 감독은 “자식에 대한 애정 때문에 왜곡되기도 하고, 혈육이 아닌 자에 대해서는 냉혹함마저 보이는게 모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냉혹한 모성 등 낯선 가족의 모습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료타 역의 아베 히로시는 주로 TV드라마에서 활약해온 연기파 배우이고, ‘아무도 모른다’에서 철없는 엄마로 나온 지나미 역의 유는 TV쇼 패널을 병행하는 엔터테이너이다. 또 어머니 역의 기키 기린은 일본 대표 배우로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자국 영화제 여우조연상 3관왕을 휩쓸었다. 감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동일성을 만들기보다는 차이점을 부각하려 했다. 보통 가족 속의 부조화를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 흔들리며 끝없이 ‘걸어갈’ 것 같던 배는 좌초한다. 적어도 해변의 난파선 장면을 보면 그렇다. 세월이 흘러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주인공들도 노쇠했음을, 창창한 젊음에도 끝이 있음을 난파선은 보여준다. 의도적인 설정이라 여기기 쉽지만, 감독은 우연히 건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암시를 주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흐뭇해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나마 행복한 해후를 꿈꾼다. 부모님이 살아 돌아와서 1박 2일 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면 감독은 무엇을 해드리고 싶을까. “영화 속 어머니처럼, 제 어머니도 늘 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겐 차를 태워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얼른 면허부터 따야겠죠. 아버지와는 사이가 안 좋아서 15~20년 동안 말을 나누지 않았어요. 돌아오신다면, 생전에 좋아하신 야구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그리고 가족 중 유일하게 영화 일에 찬성하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화는 18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1962년 10월22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쿠바는 1962년 9월에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소련제 미사일을 도입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에 무기를 싣고 오던 소련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취한다. 일주일 뒤인 11월2일 당시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자국 선박의 회항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철수를 명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처럼 19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이 심각한 양극 대립을 보였다. 세계의 패권 장악을 위해 양 진영은 앞다투어 군비를 증강했다. 쿠바 봉쇄 사건은 이러한 구도가 가져온 대표적인 상황이었다. 또한 당시의 베트남 전쟁은 냉전체제가 낳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는 미국에서는 1967년부터 히피문화가, 유럽에서는 ‘68세대’가 등장하는 등의 반전 및 반문화운동의 계기가 된다. 이들은 기성사회의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으로의 귀화 등을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평화 지향과 인류 파괴에 대한 대안적 사회구축과 철학으로서 친환경 저탄소 녹색문화 운동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사상은 표현주의 건축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 배경이 되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본질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대량학살무기의 개발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이 가져다준 큰 폐해였다. 신무기는 소규모의 공격으로도 엄청난 살상효과를 보였고 사상자 수는 이전의 재래식 전쟁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표현주의 건축가들은 전쟁과 산업기술에 대한 반감을 특유의 비정형적 건축 언어로 그려 냈다. 또한 자연 형상을 닮은 유기적인 건축형태를 추구해 기술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도시와 문명사회의 건설을 동경했다. 냉전시대인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친환경 생태건축의 태동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북한은 제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여 긴장감을 매우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인류와 문명사회를 파괴하는 군비증강 행위와 이를 위한 기술 도용행위에 대한 대응책은 저탄소 녹색문화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은 일부 경제적 개념에만 국한되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단지 몇 개 정부부처가 모여 주도함으로써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치, 경제, 사회, 철학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광범위한 문화운동으로 확산해 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4대강개발 등의 즉각적인 시행 외에도 생태 기술의 개발과 축적을 위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저탄소 녹색문화운동은 무엇보다도 양극화로 인한 갈등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있어 투명성은 사회 통합과 소통 원활을 위한 녹색 철학으로 강조되어 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남북 간의 긴장고조 등으로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의 강화가 요구된다. 여기에는 우선 정치권의 반성이 앞서야 한다. 당과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맑은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재계도 밀실에서 이루어졌던 정경 유착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요즘 무리한 수사와 독립성의 훼손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검찰과 사법부도 자연의 투명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문화는 우리 사회를 내부적으로는 건강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북핵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 [두 국책은행장 바쁜 현장 행보] 회생 가능 中企 찾아 신속 구조조정

    [두 국책은행장 바쁜 현장 행보] 회생 가능 中企 찾아 신속 구조조정

    산업은행이 한 중소기업의 회생에 4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턴어라운드(Turn around, 회생)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모펀드(PEF)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에 첫 시동을 건 것이다. 시작치고는 배짱이 두둑하다. 산은은 최근 턴어라운드 PEF의 투자 1호 기업으로 썬스타특수정밀을 선정했다. 턴어라운드 펀드는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에 재기의 기회를 주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산은이 구주 인수와 신규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지만, 경영은 기존 대주주에게 위임한다. 성과를 올리면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 다만, 1년 단위로 실적을 평가해 양해각서(MOU) 목표치에 미달하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사실 산은이 중소기업에 4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기업은 1974년 조그만 재봉틀 회사로 출발해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가 넘는 초우량 회사로 급성장한 입지전적 회사다. 특히 컴퓨터 자수기분야 기술은 세계 1위다. 연매출은 1200억원. 수출 비중은 이미 90%가 넘었고, 중소기업의 이상적 모델로 꼽혀 지난 2007년엔 청와대 국정브리핑에도 소개됐다. 하지만 지난해 단 6건의 선물환 계약으로 부도 직전에 몰렸다. 누가 봐도 쓰러지도록 놔두기에는 아까운 기업이었지만 회사를 구하려면 4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였다. 최종 결정이 필요한 순간 민유성 행장이 결단을 내렸다. 민 행장은 “한 고비만 넘기면 보란 듯이 일어날 수 있는 회사라면 거액이라도 투자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며 지원을 지시했다. 경영 정상화에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운용기간도 3~5년으로 잡았다. 충분히 기다려주자는 배려였다. 민 행장은 “우리 은행의 투자 모델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돼 일시적 어려움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에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산은은 턴어라운드 사모펀드의 운용 규모를 1조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임상적용 가능 역분화줄기세포 확립

    임상적용 가능 역분화줄기세포 확립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역분화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자신의 체세포를 역분화한 줄기세포로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만들어 자신의 질병을 고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차병원그룹은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인 하버드대 김광수 교수와 바이오기업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자회사 스템인터내셔널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역분화 조절 단백질만을 이용한 역분화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확립한 줄기세포가 가진 임상 적용시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줄기세포 확립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연구는 국제적인 줄기세포 전문지인 ‘셀스템셀(Cell Stem Cell)’지 28일자에 게재됐다. 역분화줄기세포란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 배아줄기세포처럼 무한대 증식 및 모든 세포로의 분화가 가능한 만능세포를 확립하는 기술로,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세포치료 중에 생기는 면역거부 반응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 줄기세포로 알려졌다. 또 인간의 난자·배아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연구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역분화줄기세포를 생산할 때 역분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바이러스를 이용하거나 발암성 화학물질을 이용했으며 이를 치료가 아닌 연구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 착안, ‘Sox2’ 등 역분화 조절 단백질만으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역분화줄기세포의 임상 적용에 한계로 작용했던 안전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광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의학적으로 안전한 맞춤형 역분화줄기세포은행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차병원그룹이 보유한 망막상피세포·인공혈액·심혈관세포 등 각종 줄기세포 분화기술에 접목, 새로운 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北 2차 핵실험 이후] 北핵실험 미·중·일 전문가 진단

    북한이 25일 2차 핵실험을 전격 실시함에 따라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거리 로켓을 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속내는 무엇이며, 향후 국제정세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해외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봤다. ■빅터 차 美조지타운대 교수 “美, 양자접촉보다 다자 틀 해결 시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연구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 접촉보다 유엔과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공조 등 다자틀을 통해 북핵 위기 해결을 시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차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의 2차 핵실험의 배경과 의미,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와 향후 미국의 대응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CSIS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의미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2008년 말 조지 W 부시 행정부 말기에 (검증 의정서 내용을 놓고) 6자회담을 거부한 이래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도발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의 외교적 제의에 대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6자회담 거부에 이어 2차 핵실험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보나. -이번 핵실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과 핵무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둘째, 건강 이상설이 나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 가족과 강성 충성파들이 점진적으로 후계구도를 잡아가는 리더십의 전환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 같은 전체주의 체제에서 내부의 정치적 유동성은 일반적으로 대외적으로는 호전적인 모습을 띤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는. -지금까지 전례만 따져본다면 정답은 워싱턴과의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급 대화 제의를 모두 거부했다. 따라서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 목표가 아니며, 이보다는 장기적인 두 가지 목표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부여받은 상태에서 미국과 핵 군축협상을 벌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상적인 협상 결과는 비군사적 목적의 핵에너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적 사찰을 받지 않는 일부 핵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체제안전보장’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당면한 개혁과 관련한 근본적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즉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불가피한데, 이럴 경우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체제 또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잠재적 불안정 요인이 있는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지지하겠다는 확약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대응은. -먼저 미국은 고위급 관리를 동북아 지역에 보내 동맹국들에 미국의 안보공약과 핵우산 제공을 재확인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전면 이행을 요구하는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유엔 회원국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들 간에 다음 단계에 대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다. kmkim@seoul.co.kr ■진징이 中베이징대 교수 “핵은 협상용… 美 특사 파견해야”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최악의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가 찾아오는 법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동방학부 교수는 26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악화 상황과 관련, “제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북한의 의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포함해 더욱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명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 시간적으로 급박한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화가 없고, 기대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도 북핵 문제는 밀려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계속 손을 놓고 있을 것이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국제사회가 제재 수순으로 가고 있다. -제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핵 보유가 아니다. 핵은 협상용 카드일 뿐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20여년 넘게 추구해온 가치다.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들어가야 강성대국이든 뭐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나. -북한이 먼저일 수도 있고, 미국이 먼저일 수도 있다. 굳이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 미국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특사파견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국이 강한 비난성명을 냈는데.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핵실험이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다. 비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6자회담에 마지막 기대를 걸 것이다. 북한을 어떻게든 6자회담의 틀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6자회담을 전망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급박하게 재개되긴 어렵겠지만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핵 해결의 유용한 틀이다. 물론 북·미간 양자접촉 등이 먼저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동북아 여러 나라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6자회담의 틀에서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이 PSI 참여선언을 했다. -남북관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위기를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데 서로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거꾸로 달리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노력이 아쉽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북한은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강력한 수단이 나올 수 있다. 추가 핵실험도 배제할 수 없다. stinger@seoul.co.kr ■오코노기 마사오 日게이오대 교수 “한국의 PSI 참여 큰 효과 기대못해” │도쿄 박홍기특파원│“북한의 2차 핵실험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전략이다. 대화가 아닌 협상을 재촉하는 메시지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65) 게이오대 교수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진단했다. 또 “목적이 충족돼야 핵 폐기에도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로켓 발사에 이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는데 속내는. -북한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같은 하이레벨(고위급)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이 필요해서다. 북한은 지난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냉담한 반응을 보인 미국에 단단히 화가 났다. 2006년 1차 핵실험 땐 독일 베를린에서 북·미 협상도 이뤄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버락 오바마 정권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만 신경 썼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때문에 북한은 예고했던 대로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의 태도에 따라 북한이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더라도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은 지금껏 제재 결의안을 무시해 왔다.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북한의 행동을 막기란 쉽지 않다. 북한은 이미 6자회담 불참도 선언한 상황이다. 또다시 미국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길 경우 예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차 핵실험과 북한 내부의 관계는. -미국과의 협상 이외에 북한의 군사력 혁신, 내부 결속의 의미도 크다. 2차 핵실험을 통해 높아진 군사기술력을 과시했다. 궁극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맞물린 후계자 문제 즉 체제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한국이 북한 핵실험에 맞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했는데. -PSI의 전면적인 참여는 북한에 핵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다. 미국이나 일본 등 관련국들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전략적 선언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예컨대 한국이 북한의 의심쩍은 선박을 수색하려 한다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북·미 간의 대화 채널은. -원론적으로 북·미 간의 대화 채널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북한의 전제는 대면 접촉, 하이레벨의 대화이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도 북·미 간의 현안이다. 최근 제기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 추진이 실제 이뤄진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hkpark@seoul.co.kr
  • “난이도 오르고 논술비중 커질 듯”

    오는 8월 치러질 ‘법학적성시험(LEET)’의 문항 수와 시험시간이 줄어들면서<서울신문 5월18일자 8면>, 수험가에서는 시험이 어떤 경향을 보일지 분석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일단 시험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논술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학원 심화문제 위주로 강의 편성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해보다 문항 수가 줄어든 만큼, 출제기관이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문제 난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선 합격의 법학원 로스쿨 총괄팀장은 “LEET를 준비하는 수험생 대부분이 어려운 문제는 버리고, 맞출 수 있는 문제만 확실히 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문항 수가 줄어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포기해야 할 문제도 줄여야 하고 그만큼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학원에서는 심화문제 위주로 강의를 편성하고 있으며, 수험생들도 지문이 길거나 어려운 문제를 모의고사로 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험이 너무 어려워지면, 제도를 개선한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시험 난이도는 평균점수가 60점대 중반을 기록하면서, 표준편차가 8점 정도의 분포를 보이는 것. 이승일 에듀PSAT연구소장은 “LEET는 공직적격성검사(PSAT)와 유사하면서도 몇몇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는 시험”이라면서 “난도 있는 문제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결국 PSAT를 준비했던 수험생에게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술 배분시간 50분→ 60분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은 지난해 전형과정에서 LEET 논술 점수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논술이 수험생을 걸러내는 역할을 거의 못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LEET를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제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논술도 어느 정도 변별력 있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쉬운 문제로 분류됐던 요약문제가 사라지고, 보다 논증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항당 배분 시간이 지난해 50분(3문제 150분)에서 올해는 60분(2문제 120분)으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논증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지금처럼 소수의 ‘큰 문제’가 출제되기보다는, 여러 개의 ‘작은 문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수험생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가볍게 서술하면서도, 논리력이 있어야만 글을 전개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종기 LSA로스쿨아카데미 상담실장은 “많은 대학들이 올해도 LEET 논술이 변별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전형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논술을 치를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면서 “출제 기관도 LEET 논술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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