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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길섶에서/ 자기표절

    ‘나태한 젊음보다 부지런한 노년이 낫다’고 한다.연륜에따라 더 원숙해지거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선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한 소설가가 나이 들면서 새로운 경지의 작품을 계속 발표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젊은 시절보다 더유려한 글로 다양한 소재를 감동있게 그려낸 작품을 읽노라면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탐구력과 정열이 부러워진다. 예술가는 20대에 걸작을 생산하고 이후에는 하향세를 걷거나 젊은 시절 작품을 재탕하는 일도 없지 않다고 한다.20년이고 30년이고 비슷한 그림을 계속 그리는 화가도 적지 않다. 이를 ‘꾸준한 탐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종의 재탕이자 ‘자기표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창의성 없이 자신의옛지적(知的) 상품을 계속 우려먹고 있는 것이다. 남의 작품 표절뿐만 아니라 자기표절을 줄이려면 얼마나많은 독창성,천착과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다작(多作)을 경계하고 늙어서는 절필(絶筆)한 원로 수필가는 아마도 자기표절을 경계한 것이리라. 이상일 논설위원
  • [씨줄날줄] ‘새로운 테러시대’

    전쟁수준의 다발적 테러,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비행기의 고층건물 돌진 광경과 민간인 대량 사망….엊그제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경악케 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있다.비행기가 건물을 관통하는 장면이 TV에 생중계돼 ‘말로만 듣던’과거 테러보다 더 크고 깊은 충격을 주었다.집과 일터가 고층건물에 있는 많은 한국인들은 마치 테러가자신에게 가해지는 듯한 피해의식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은 “당한 것 이상으로 보복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보복전쟁과 이를 앙갚음하려는 추가 테러의 악순환이 우려된다.3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가능성도 나온다.1차대전의 발단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청년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테러였다.테러는 당시 ‘3국동맹’과 ‘3국협상’으로 갈려있던 국가간 집단 대립구도에 전쟁의 불을 붙였다.2차대전은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파시즘 국가들과 서구국가들간의 잠재적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지금은 과거 1,2차대전때와 같은 2분화된 세계 갈등은 없다.상당수의 중동국가들뿐만 아니라 테러국 낙인이 찍힌 국가들까지 이번에 테러 반대의사를 밝혔다.회교국가들의 이념편차도 커 서구를 대상으로 세계대전을 벌일 만큼 결속력이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골이 깊어지고 오래 계속된 배경과 관련해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자국산업보호와수입제한조치를 취한 미국 등의 정책실패와 △세계 경제지도국의 부재 등을 지적했다.이번에는 어떤가.테러직후 세계 주요국은 잇따라 금융완화책을 발표했다.중동국가들도 석유증산책을 밝혀 기름값을 빨리 안정시켰다.보복전쟁 우려등으로 경기회복이 늦어질지 모르나 대공황과 세계대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다만 주목할 것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도미니크모이지 소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다.그는 “우리는 9월1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오늘부터 서방과 가장 과격한 이슬람 세계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전망했다.이어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새뮤얼 헌팅턴이 제기했던 이슬람과 서구국가간의 문명충돌론은논란이 있지만 이슬람 과격파의공격강도가 높아진 것은 심상치 않다.테러 규모가 커진데다 앞으로 테러리스트의 무기가 전술핵과 세균 등으로 확대될까 걱정이다.서구 모델 위주로 치닫던 세계적인 조류도 본격 도전받을지 모른다.국가외교나 개인 시각도 다원화해야 할 듯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美 피해규모 400억弗…보험사 휘청

    [제네바 AP 연합] 미국 테러로 보험업계가 보상해야할 돈의 규모는 얼마일까. 일각에서 이번 테러의 피해가 400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보험 보상액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강한 허리케인이 강타할 경우 피해가대략 200억달러 규모라면서 이번 테러의 경우 이보다 두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의 보험을 받는 재보험업계도 배상 준비에 여념이 없다.우선 드러난 것만도 15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독일의 뮌헨 레이측은 이번테러로 근 10억유로(9억300만달러)를 보상해야할 것으로보고 있다. 세계 2위 재보험회사인 스위스 레이의 경우 보상액이 12억 스위스프랑(7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다른보험회사들도 보상액을 산정할 예정이나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 지점을 둔 케이스가 많아 우선 직원들의 안위를 챙기는 일에 여념이 없다.
  • 2001 길섶에서/ 恥部 드러내기

    어머니 얼굴 양쪽에 두 딸은 머리를 돌려 기대어 있다.생활고(苦)에 찌든 듯한 어머니의 얼굴에 어린 수심이 찡한느낌을 준다.1930년대 대공황때 미국에서 찍은 사진이다. 미국 정부가 사진작가들을 풀어 찍게 한 작품 중 하나라고한다. 국민들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겨 보존하자는 취지였다. 한 사진작가는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도심의 5층 이상 건물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며“국가 보안상 이유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 이후에도사회의 구질구질한 부분을 적극 공개하는 일은 별로 없는것 같다. 치부(恥部)를 정부가 앞장서 사진으로 찍어 드러낸 미국과 대조적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사사(社史)와 기업인의 회고록은 잘못했거나 부끄러운 일은 다 접어두고 자랑과 공적만 부각시킨다.그래서 감동은커녕 사실에 대한 의구심만 더 들게 한다. 치부를 공개해야 진실감이 더하고 감동도 있고 자성도일고 여기서 대책도 나오는 법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 12일 동국대서 사회봉사기관 박람회 개최

    동국대는 7일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기회를 넓히기 위해사회봉사기관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12일 대학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국립재활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약수노인복지관,볼런티어21,이대 종합사회복지관,생명나눔실천회 등 30여곳의 사회봉사기관 실무자들이 각자의 부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기관및 봉사프로그램을 설명하고,봉사자 접수도 받는다.후원자및 학과별로 봉사기관과 자매결연도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측은 자원봉사활동을 한 학생에게는 2학점까지 학점을 인정해주고 해외연수 및 취업시 우선적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또 봉사활동 1,000시간 이상일 경우 등록금 전액,700시간 이상은 등록금 반액,250시간 이상은장학금 30만원의 특전도 베풀기로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2001 길섶에서/ 축제의 조건

    지금은 메밀꽃 필 무렵이다.이효석 단편소설의 한 장면이그림처럼 떠오른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라는 조그만 마을이 ‘효석 문화제’란 이름으로 메밀꽃 축제를곁들이는 것은 이채롭다. 메밀꽃 축제를 보러 일요일 새벽에 떠났다.봉평면 근처허브농원도 같이 돌아보고 메밀국수를 먹는다는 계획을 세웠다.먼저 깊은 산 속 골짜기에 있는 허브농원에 외지인들이 몰렸다.겨우 차 한대가 지나갈 만한 길은 폭우로 군데군데 무너진데다 차들이 몰려 꽉 막혔다.축제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늘 찾는 허브농원이라면 길도 넓히고 보수라도했어야 옳지 않을까. 축제 행사장으로 가는 2차선 도로 역시 꽉 막혀있었다.전국에서 자동차들이 몰려 행사장은 한마디로 접근 불능이다.걸어서 가보려 했지만 자동차 세워놓을 곳도 없었다.행사장 구경은 커녕 점심 막국수도 먹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축제의 조건을 생각해봤다.홍보만 잘 되면 무엇하나.손님을맞으려면 축제 운영기술과 길도 닦아야지…. 이상일 논설위원
  • [씨줄날줄] 룸살롱 과세

    살롱(salon)은 원래 프랑스 대저택의 객실로 17∼18세기유럽 상류층 모임의 대명사였다.‘룸살롱’은 그런 역사와관계없다. 1980년대초 5공 정권은 요정(料亭)등 향락산업을 강력히 규제했다.그후 요정이 사라지면서 대신 등장한것이 룸살롱이다. 룸살롱을 국어사전은 ‘칸막이가 있는 방에서 술을 마시는 술집’으로 정의한다.‘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파는집’인 요정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정 기생이 한복을 입는 반면 룸살롱 아가씨가 양장하는 것외에는 거의 같다고술꾼들은 말한다.룸살롱의 변형으로 ‘단란주점’‘비즈니스클럽’‘룸카페’등이 있다.카바레는 ‘무도교실’과 ‘노인교실’의 간판도 달고 있다.옛 ‘고고장’은 ‘나이트클럽’과 ‘록카페’로 바뀌었다. 이름 변경은 규제와 세금 탓인 경우가 적지 않다.세법상유흥업소는 술마시고 노래하는 룸살롱,나이트클럽과 카바레 등을 가리킨다.유흥업소에는 특별소비세 등 총 38.6%의세금을 물린다. 그러나 사실상 유흥업소인 ‘단란주점’과‘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특소세 과세대상에서제외된다. 최근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유흥업소특소세를 2년간 한시적으로 폐지,향락산업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국자들의 해명은 이렇다.첫째 한국 특유의 결제 관습에문제가 있다.손님들은 룸살롱에서 술값에다 접대부 팁,밴드비,택시기사비까지 한꺼번에 지불한다.그 경비의 각 부분을 여러 사람이 나눠갖는데도 세금은 룸살롱에 집중된다.예컨대 술값 100만원만이 룸살롱 매출인데도 그외 비용 150만원을 합한 총 250만원에 대해 룸살롱 사장이 96만5,000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모순이 있다.따라서 룸살롱들은기를 쓰고 탈세하려 한다. 둘째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유흥업소가 판매용 술을 살때 반드시 카드를 이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이 제도가 정착돼 유흥업소가 도저히 장사규모를 숨길 수 없을 때까지한시적으로 특소세 면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조세행정과 세율이 합리적이어야 세금을 제대로 내는 법이다.세율이 너무 높거나 세금징수에 문제가 있으면누구나 탈세 욕구를 느끼게 마련이다.그런 점에서 “칼이너무 날카롭고 무거우면 쓸 수 없다”는 당국자들의 설명은 맞다.다만 오랫동안 유흥업소 탈세를 강력 단속한다고홍보해오다 어느날 갑자기 특소세 폐지 방안을 밝히니 국민들이 어리둥절한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건교부 항공실무자 문책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위험국 판정을 받은 건설교통부가 항공 관련 실무책임자들에 대한 대기발령인사를 낸 가운데 김세찬(金世燦)수송정책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1급인 김 실장은 지난주말 김용채(金鎔采)장관을 만나 2등급 판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김 장관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고 국회 개회 등을들어 사표제출을 만류,대기발령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 담당 업무는 이날부터 김종희(金鍾熙)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이 대행하고 있다. 한편 건교부는 이날 지난 5월 FAA의 1차 지적 당시 항공국장이었던 지광식(池光植) 현 신공항건설기획단장과 항공국의 이상일(李相一) 운항과장,김관연(金觀淵) 기술과장을 대기발령했다.후임으로 이우종(李宇鍾) 전 항공국 사고조사과장을 운항과장으로 발령했고 항공기술과장은 유병설(兪炳說) 전 서울항공청 안전운항국장을 앉혔다. 김용수기자 dragon@
  • [씨줄날줄] 틀린 예측

    “앞으로 종이로 된 책이 없어질 것이다.사람들은 휴대용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보고싶은 책 내용을 컴퓨터나 무선통신으로 다운받아 어디서나 읽게 될 것이다.” 이런 종이책 종말론이 1년전 풍미했다.장삼이사(張三李四)의 허황된말이 아니다. 정보통신혁명을 주도한 마이크로소프트사나미국 최대서점 체인인 ‘반스&노블’의 예상이었다.국내외신문지면을 장식했던 이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자책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재택근무의 급속 확산도 점쳐졌지만 그것도 너무 앞섰다. 샐러리맨들은 여전히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지능이 모자란 ‘팔푼이’의 말이라면 대수롭지 않다.가방끈 길고 학식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한 예측을 내놓았는가를 짚어보면 흥미롭다. 20여년전 이 땅에 컬러 TV 도입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여기에 강한 반대론이 제기됐다.화려한 색깔이 화면에 등장할 경우 불필요한 소비가 조장될 것이란 주장이었다.컬러 TV가 소비를 조장한 증거는 별로 없다.오히려 컬러 TV가 없었다면 전자산업 발전이 늦었을 것이다. 8년전인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에 앞서 반대론이 무성했다.재계나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실명제를실시하면 자금이 대거 금융기관을 이탈해 경제가 망가질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실명제가 지금까지 급격한 자금이탈을 촉진하거나 경제를 망친 요인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예측이 실패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현재 추세가그대로 또는 증폭될 것이란 잘못된 기대 △예상밖의 돌발사태 발생 △또는 사전에 파악치 못한 원인의 현실화 등때문이다. 최근 쟁점인 주5일근무제의 실시를 놓고 나오는 예상도볼 만하다.재계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해 여기에 반대한다.한 경제연구소는 호텔,항공운송업의 활성화를 예상한다.증권가에서는 더 기발한 전망이 난무한다.‘주5일근무제로 사람들의 여가가 늘면 섹스를 더 즐긴다.따라서 러브호텔 신축 증가로 건설업체 주식에 호재다’‘축제가 많이열려 폭죽이 많이 사용돼 화학업체에 이익이 된다’ ‘뱃놀이도 증가할 테니 조선업체의 일거리가 많아진다’ 어느 사안이나 긍정·부정적 효과가 교차하기 마련이다. 잘못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준비를 제대로 하면 예측이 틀릴 여지는 줄어든다.그리고 음울한 예상보다 밝은예측을 해보자.그것이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2001 길섶에서/ 銓官

    조선조 때는 인사를 다루는 이조(吏朝)의 벼슬을 전관(銓官)이라 했다.저울대가 수평을 유지하듯이 한쪽으로 기울지 말라는 뜻이다.그러나 이는 공리공론일 뿐 실제는 당쟁에서 승리한 쪽이 맨 먼저 챙기는 자리가 요즈음 행자부인사과장쯤 되는 이조 정랑이었다.그래야 뜻대로 논공행상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조선조 최초의 붕당인 동인과 서인도 김효원(金孝元·동인)과 심의겸(沈義謙·서인)의 이조 정랑 싸움이 발단이었던 것을 보면 ‘기울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은 이상일 뿐이었던 것같다.인사권 넘겨주는 것을 칼자루 넘겨주는 것으로 생각했으니 그 자리를 놓고 대를 이어 싸운 것 아닌가.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이면서도 잘해도 욕먹기 쉽고 잘못하면 두고두고 원망듣는 자리가 인사직이다.그래 그런지행자부가 인사계장 직위공모라는 모처럼 신선한 발상을 했는데 별로 지원자가 없어 싱겁게 끝났다나.하긴 옛날에도진짜 선비 집안에서는 “출사(出仕)해도 전관은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니 그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짐작이 간다. 김재성논설위원
  • 2001 길섶에서/ 운명과 감사

    한 고위관리는 “아무래도 사람의 운명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그는 주위 사람들이 점도 치러 간다고 전했다.자신에게도 운명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지나온 인생이 자신이 노력해온 방향과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는 안타까움도 깔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위에서 조금만 더 도와주면…”하는아쉬움을 나타냈다.아마도 그랬으면 앞으로라도 더 출세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사람들은 기를 써도 인력(人力)으로 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아쉬움을 떨쳐버리기는 힘든가 보다. 하루아침에 장관으로 발탁됐다가 말썽끝에 물러난 어느 배우가 자신을 밀어주었던 사람들이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그 역시 불운을탓하면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이 가슴에 남는 모양이다.운명을 감지할 지긋한 나이가 됐으면 원망보다 흔치 않은 영광을 잠시나마 누린 데 감사하는 게 보기가 더 좋았을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 [대한포럼] 쌀문제, 돌파구 없나

    요즘 쌀재고 과잉으로 값이 떨어지자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그런 가운데 시골 땅값이 조금씩 오른다고 한다.도시인으로 상상을 해봤다.아파트를 판 돈 2억여원을 들고 낙향을 해봐? 훌쩍 도시를 떠나 이른바 그림같은 전원주택에서 학(鶴)처럼 살아볼까,생각은 굴뚝같다.그런데 셈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2억여원이면 평당 5만7,000원인 도시 주변 논을 4,000평정도 살 수 있다.여기서 쌀 80가마(평균 수확량기준)의 소출을 얻고 가마당 20만원에 팔면 연간 1,600만원의 소득이된다. 품삯,농약과 볍씨 구입비 등을 빼면 실질 수입은 절반 정도로 줄 것이다.농사꾼은 홍수와 가뭄에 얼마나 노심초사할까.오히려 아파트 판 돈을 모두 은행에 넣어 얻는 5%이자 1,000만원이 쌀농사보다 더 나아보인다. 논 4,000여평(1.36㏊)은 농민의 평균 경작면적이다.논값은 도시주변에서 5만원을 넘고 전국 평균으로 4만원 정도다.비싼 논값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쌀농사는 밑지는 것이며 4,000평에 쌀농사만 지어서는 수준높은 생활을 하기어렵다.한마디로 좁은 경작면적과 비싼 농지가격은 한국쌀농사 경쟁력에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한다.농민소득이 늘어나려면 쌀값이 오르든가 아니면 논값이 폭락해 쌀 생산비용이 감소해야 한다.그러나 두가지 가능성 모두 희박해보인다.오히려 쌀값은 떨어지고 논값은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값으로 수매해주거나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정부 예산이 빠듯해 여유가없다. 올해부터 시행된 논농사직불제로 3,000평당 20만∼25만원을 지급하는데 이를 2배로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있다.그 말대로 직불제 보조금을 50만원까지 준다고 해서논농사 매력이 크게 높아지긴 어렵다. 쌀 문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국산 쌀은 중국과 미국쌀보다 4∼7배나 비싸다. 외국 쌀을 먹어본 사람은 국산쌀 맛이 좋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가격과 맛이월등하게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3년후 쌀 개방이본격 논의될 경우 우리 쌀농사의 장래는 밝지 못하다. 요즘 쌀이 다시 문제가 되니 이런저런 방안이 논의되고있다.지난 정책을 하나씩 따져보면 그 효과에의구심이 든다.경지면적을 늘려 쌀의 가격경쟁력을 높인다고 수십년동안 경지정리사업에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평균 경지면적은거의 늘지 않았으며 여전히 소농(小農)수준이다.쌀 유통시장을 개선한다고 지은 미곡종합처리장은 쌀값 안정에 별로기여한 것은 없고 상당수가 부실화되었다. 현재 쌀이 남아돌고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결책은감산(減産)밖에 없어 보인다.정부가 양위주에서 질위주로전환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증산정책을 수정한 것은 옳은방향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쌀농사를 쉬게하고 그 손실을보전해주는 휴경제를 거론하고 있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960년대 식량부족시대에 짜여진 농업정책의 틀이 시대에 맞는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비싼 논을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은 뒤 쌀 생산을 강제하고쌀 농사의 수지가 맞지 않으니 다시 재정에서 보조금을 주는 모순을 이제 해결할 때가 됐다. 과거 만나봤던 농민들은 농사보다 땅값에 더 큰 관심을보였다.과연 농민들은 진심으로 쌀농사를 원할까,농민들에게 물어보자.‘식량안보’라는 개념은 국토 한쪽은 바다,나머지 방향에는 모두 적국이 위치한 이스라엘도 집착하지않는다. 그 ‘식량안보’를 원용,농민들에게 수지가 맞지않는 농사를 짓도록 함으로써 저소득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농민들의 낮은 소득을 돈으로 보전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농민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자신의 땅을 어떤용도로 사용하고 어떤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그 결과를 바탕으로 경지정리사업,쌀 생산과 유통시장 등 농업정책의 틀을 다시 짜면 어떨까 싶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적조 확산…‘양식업’ 피해 급증

    유독성 적조의 동해안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적조생물의 밀도 급증으로 양식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27일 경북 경주시 감포만까지 적조경보를 확대발령하고 포항 장기곶 이북 해역에도 적조주의보를발령했다. 동해안으로 번진 이후 적조의 확산 속도가 감소하고 있으나 남해안에서 적조생물 코클로디니움의 고밀도화로 양식어장의 피해는 급격히 늘고 있다.적조생물의 밀도가 ㎖당 3,000마리이상일 때 적조경보가 발령되고,이같은 상황이 3시간정도 유지되면 주변 어패류가 폐사하는데 경남 남해안의 적조 밀도가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두리양식장이 밀집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일대 해역의적조밀도는 최고 ㎖당 2만7,400마리로 조사됐으며,남해군창선도주변은 2만4,000마리,거제도 동쪽해역도 1만7,800마리로 나타났다.동해안은 울산시 온산면 해역이 3,500마리,감포연안은 2,000마리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산피해도 급증했다.26일과 27일 새벽사이 경남 남해안에서 우럭,돔,방어 등 모두 58만여마리가 폐사,13억여원의재산피해를 냈다.지난 14일 적조경보가 발령된 이후 경남 양식업은 65만4,000마리 폐사로 재산피해 16억여원을 입었다. 더구나 28일이 조류의 이동속도가 가장 느린 ‘조금’이므로 앞으로 3∼4일간 적조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95년이후 최대의 적조피해가 우려된다.경남도는 95년308억원의 적조 피해를 냈다.지난해에는 2억5,000여만원 피해에 그쳤다. 경남도는 이날 선박 2,500여척과 어민과 공무원 등 2,000여명을 동원,황토 8,500여t을 살포했다. 한편 적조경보가발령중인 부산시와 기장군도 이날 해양환경정화감시선과 어업지도선 등을 동원해 육상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기장군일광면 일광해수욕장 주변에 황토를 집중 살포했다. 또 27일 새벽 적조로 양식 넙치 3만여마리가 폐사했다는신고를 받은 동해안의 울주군과 울산시는 어선 17척을 동원,황토 150t을 뿌렸다. 피해가 아직 접수되지 않은 전남도도 이날 선박 115척을동원해 황토 1,350t을 살포했다.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도 헬기와 경비정을 이용해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통영이정규·부산 이기철·울산 강원식·포항 김상화·보성 남기창기자 jeong@
  • [씨줄날줄] 통계 올림픽

    브리핑 때 무능을 위장하려면? 내용중 숫자를 되도록 많이 들먹인다.그러면 뭔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샤넬 No.5’화장품 등 상품 브랜드에 숫자를넣으면 공신력이 높아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실제 숫자와 통계는 인간 인식의 범위를 결정한다.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경제성장률,물가,조업률,수출실적과실업률 등은 개개인의 인식범위를 벗어나 있다.통계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기 주변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또 숫자와 통계는 바로 행동 지침으로 통한다.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는 모든 음식의 조리 기준을 숫자로표시한다.햄버거에 넣는 고기의 양파 무게를 7.08g,치즈는0.014㎏으로,그리고 튀김감자의 두께는 0.28㎝로 썰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숫자는 기원전 2,000여년전 식량의 채집단계에서 생산 단계로 들어서 비로소 등장했다고 한다.지식이전의 도구인숫자가 등장하면서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그렇다고숫자가 지선(至善)은 아니다.숫자는 신뢰와 정확성을 상징하는 반면 숫자에 너무 집착하면 정확성을 넘어 결벽증이나 일종의 노이로제로 간주된다.통계로 지칭되는 숫자가과연 믿을 만한가.의구심이 드는 함정도 곳곳에 있다. 첫째 컵에 물이 반쯤 차 있을 때 ‘절반밖에 안된다’와‘절반이나 된다’는 식의 해석차이가 있다.통계를 보는시각차이가 있는 것이다.둘째 평균치는 믿을 게 못된다.강물 깊이가 평균 1m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사람이 빠져죽은곳은 2m20㎝였다.가장 깊은 곳과 얕은 곳의 평균이 1m였을뿐이다. 셋째 통계 측정 방법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4천만명중에서 불과 100명의 표본을 골라 추출한 통계는 믿을게 못된다.‘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와 ‘적절치 못하다’라고 묻는 미묘한 질문 차이에 따라서도 통계는 달라진다.여기에다 경기전망을 묻는 시점이 호황기냐,침체기냐에따라 응답에 차이가 난다.돌발 사건이 통계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또 조사기관의 능력부족으로 요즘처럼 경제성장률이 조사기관마다,그리고 발표될 때마다 달라지는것도 문제다. 통계인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통계대회’가 22일 개막해 29일까지 국내에서열린다.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통계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종종 의문이 가는 상황에서 국내 통계수준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이상일 논설위원bruce@
  • [대한포럼] ‘작은 정부’ 의 부작용 논란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공무원이란 직업은 생각보다인기직종이 아닌 것같다.어느 나라 정부나 ‘작은 정부’의 깃발을 드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여기에 깔려있는 인식은이렇다.“공무원들은 쓸데없는 규제로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따라서 공무원을 줄이고 규제를 없애자” 그런데 최근 이런 통념과 정반대로 ‘작은 정부’와 지나친 규제 완화가 문제라는 역설적인 주장이 나왔다.미국 연방항공청이 우리나라를 2등급인 ‘항공안전위험국’으로 판정한 원인과 관련해서다.즉 3년전 정부 조직개편때 건설교통부 항공국의 전문인력을 18명에서 6명으로 축소하고 규제완화차원에서 ‘정비규정심사지침’등 8개 항공안전 지침을 폐지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공무원이 줄어들다보니 ‘시급한 현안’이 아닌 안전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안전지침마저 없어져 미국의 항공안전 감독 기준에 미달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국 정부를 망신시킨 당사자는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 당국자들이다.‘작은 정부’와 규제완화 문제가 자칫 당국자들의 면피용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다만 항공안전 위험국이 된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 탓이란 점에서 ‘작은 정부’방침과 규제완화 정책의 문제점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작은 정부’방침이 아이러니컬한 것은 거의 모든 정권이 이를 지향했지만 성과는 ‘별로’였다는 점이다.6공과 문민정부 모두 정부조직 축소와 공무원 감원을 시도했다.그러나 조직축소는 부분에 그치고 공무원은 20%나 급증했다.현정부는 지방공무원 20%선,국가공무원 2.8%를 각각 줄여 주로 하위직과 지방직 공무원만 잘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처 분할로 장관급 등 고위직 자리는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다. ‘작은 정부’정책이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행정학 이론대로 ‘늘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내는 공무원의 속성과 반항’때문인지,아니면 정부개혁의추진력 약화 때문인지는 명확치 않다.일을 실질적으로 줄여주지는 않고 공무원과 정부 조직을 줄이려는 명분에만 집착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되짚어 볼 대목이다.실제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걸핏하면 정부 관리가 통계자료를 요구하는바람에 시간을 빼앗긴다고 불평했다. 정부가 스스로 처리할 일을 산하 단체,기업 또는 금융감독원 등 반(半)공조직에 맡기는 경우는 흔하다.공무원들은 일손이 달릴 경우 자신의 업무를 하부 기관에 떠맡기든가,당장 급하지 않은 일을 미루거나 소홀히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잡무와 규제·관리를 철폐·축소하거나아니면 공무원 증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우리나라 공무원 숫자가 외국보다 적다고 하지만 공공연한 증원은 사회분위기상 어려워 슬그머니 사람을 늘리는 변칙이 그래서 나온다.잡무축소는 절실한데도 아주 미진한 분야다.수개월전기획예산처 전 차관은 공무원들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결재단계도 불필요하게 많다고 지적했다.여기에다 청와대,국회 등 상급기관에 설명하고 형식적인 회의에 참석하느라 시간을 뺏긴다.‘작은 정부’는 외형적인 조직과 공무원 감원만이 아니라 고위층부터 전시성 행사와 회의를 줄여야 달성 가능하다.공무원이 너무 바쁘면 항공안전같이 당장 급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이 밀려날 가능성이높아진다. 규제 완화가 능사는 아니며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3년전 소형주택 건축 의무비율을 폐지해 소형주택 공급난을 빚었고 항공안전지침 폐지가 초래한 부작용을 요즘 겪고 있지않은가. 적어도 국민의 복지와 안전 및 경쟁촉진 등과 관련된 규제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그런 원칙이 서지 않으니 섣부른 규제완화의 부작용으로 시달리는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최근 경기침체를 ‘규제’탓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이런 주장에 말려 이것저것 다 풀어주다나중에 감당못할 일을 당할까 우려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재검토를”

    건설교통부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재개발 기준요건 등을 강화한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부산시가 이의 검토 및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수도권 지역 재개발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산시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조건완화와 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건교부는 최근 도시재개발법,도시저소득주민 주거환경개선임시조치법(주거환경개선사업),주택건설촉진법(재건축) 등 3개 법안을 올해안으로 통합제정하기로 하고 시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교부는 이 입법 예고안에서 1종 주거환경정비구역 지정은 노후 불량건축물 수가 해당 지역 건축물 수의 5분의4 이상일 때만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현행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하는 요건보다 강화됐다. 이같은 조항에 따를 경우 불량노후주택비율이 8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 안전에 위협이 돼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산에서는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렵게 된다. 또조합결성도 예비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해 기존법령(3분의 2 동의)보다 요건이 강화됐다. 건교부는 법 시행 이전에 지정된 주거환경 개선지구나 재개발지구는 법 시행 뒤 2년까지 종전법을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았으나 주거환경 개선이나 재개발사업은 지구지정에서조합설립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2001 길섶에서/ 極端의 해악

    과거 정부의 한 경제부총리는 부하들에게 ‘나가 죽어라’는 등 듣기 민망한 욕설을 적지 않게 퍼부은 것으로 유명하다.어찌나 당했던지 한 관리는 나가려고 문을 찾다 캐비닛문을 열고 들어갔다던가.최근 이런저런 인사들을 거친 표현으로 비난해 문제가 된 국회의원도 있다.비난하거나 화풀이하는 말을 들어보면 학식과 교양의 차이는 별로 없으며 역시 인간은 무엇보다 감정에 지배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맨 정신인데도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경제가 어렵다니까 대뜸 1930년대 대공황의 재발 가능성을 거론한 유명 경제학자가 있다.툭하면2001년 한국사회를 중국의 문화혁명이나 히틀러 시대에 빗대는 경우도 있다. 대공황,히틀러,문화혁명의 실체를 정말 알고서 그 말들을쓰는지 아리송하다.우리 주변에 보다 유사한 사례와 부드러운 표현이 있을 텐데도 극단(極端)적인 케이스와 말을 끌어다쓰는 것이 왠지 탐탁치 않다.지식의 빈곤 탓인가,아니면강렬한 심성 탓인가. 이상일 논설위원
  • 오존, 여름 천식 주원인 ‘급부상’

    “예전에는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만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는데 올해는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한 여름인데도 숨이 차서 잠도 못 잘 지경이에요.” 최근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가정주부 K씨(39)는 진찰대에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대기 오염으로 해마다 도심의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서 여름철 천식환자가 늘고 있다. 천식은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걸리거나,실내 공기가나쁘거나,차고 건조한 공기에 많이 노출되는 겨울철에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나 최근에는 계절과 무관하게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천식의 새 원인은 오존= 이재영 을지대학병원 천식 및 알레르기 클리닉 교수는 “해마다 여름철에 천식 발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있다”면서 “여름철 천식 악화나 발작이 흔치않던 예전에는 그 원인이 주로 곰팡이 등에 있다고 보았으나 여름철 천식 환자가 늘면서부터는 대기오염에의한 오염 물질,특히 오존을 천식 발작의 새롭고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 환경백서에 따르면 0.12ppm이상일 때내려지는 오존주의보가 서울에서 96년 11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22건으로 두 배가 증가했고 전국 21개 도시의 오존주의보발령회수 역시 98년 24회에서 지난해는 38회로 급증해 오존 오염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높은 오존 농도와 호흡기 장애= 호흡기는 항상 대기에 노출돼 있어 오존에 의한 손상을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다. 정상인도 오존농도가 단기간동안 0.1ppm이 넘으면 눈,코,목 등을 자극받아 운동 신경 기능 저하,학습능력의 감소,기침,호흡 곤란,흉부 압박감 같은 호흡기 자극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천식 환자에게 오존은 대기 오염물질 중 가장 질병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기관지 상피세포에 손상을 주고 여러 종류의 염증 세포들을 기관지에 불러모아 염증을 악화시키는 한편 폐기능도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98년 국제학회에 보고된 연구들은 12시간동안 오존의 평균농도가 증가되는 경우 천식 소아환자가 흡입성 기관지 확장제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며 오존농도가 높은 날에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37%나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여름철 장마가 걷힌 뒤에는 오존 오염이더욱 심해진다.강한 햇볕 아래 기온이 높아지고 바람마저없는 날이면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화합물과 탄화수소 화합물이 일정 온도에서 자외선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일으켜 높은 농도의 오존이 생성되면서 인체에 유해하게 작용하거나 독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교수는 “천식 및 호흡기 질환자와 노약자,어린이들은대기 중 오존의 농도가 높은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햇빛이 강한 오후에 외출을 삼가고 항상 오존 주의보에 관심을기울여야 한다”면서 “천식은 심할 경우 생명에도 위협을주는 질환인 만큼 만일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곤란,기침 같은 천식 증상이 심해지면 빨리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유상덕기자
  • 언론사주 구속이후 수사/ 기각2명 증거보강에 초점

    언론사 세무비리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부 피의자의 영장 기각이란 ‘역풍’을 맞음에 따라 향후 수사의초점은 영장 재청구나 불구속 기소를 위한 보강수사에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영장이 기각된 동아일보 김병건 전 부사장에대해서는 혐의 입증보다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부각,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법원이 김 전 부사장의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다른 구속 피의자와는 달리 횡령 혐의가 없다는 점을 영장 기각 사유로밝혔기 때문이다. 대한매일사업지원단 이태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업지원단이 사실상 당시 이 전 대표의 개인 사업체였다는 점을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이 전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사업지원단은 대한매일의 도급을 받은개인사업체로서 사업의 이득이 모두 이 전 대표에게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영장이 발부된사주 3명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명백히 입증하는데 주력키로 했다.검찰이 영장 청구 직전까지 횡령액수의 확정을놓고 고민했던 점도 기소 시점까지 횡령 부분에 대한 강도높은 보강 수사가 이뤄질 것임을 가늠케 한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혀낸 방 사장의 횡령 액수 50억원은형량의 기준점이다.50억원 이상일 때의 형량은 무기 또는5년 이상의 징역이며,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차이가 크다.따라서 ‘짜맞추기 수사’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위해서는 횡령 금액을 명백히 해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검찰은 일부 법인이 사주의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등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어서 기소 때 배임 등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조사과정에서 포착된 사주 등의 추가 개인비리 수사에도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현재 검찰은 모 언론사 계열사 대표가 국내에서 부동산을 변칙 취득하고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를 잡고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추가로 넘겨받아 계좌추적을 실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언론노조가 조선일보 고위간부 및 한국일보대주주들을 계열사 부당지원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기소때까지는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대한포럼] 신자유·질서자유·사회주의

    현 정부 출범이후 정책 색깔은 툭하면 도마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주말 “교육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김만제 정책위의장도얼마전 부실기업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와 의료보험 개혁등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2년전 당시 전경련산하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부의 정책은 집단주의와 복지주의 성격이 짙어가고 있다”며 “노사정은 원래 사회주의체제하에서 태동했다”고 지적했다.반면 노조는 “DJ정부는 영국과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불만을토로했다.근로자들의 해고 독려와 국가보조 없는 개인연금제도를 그런 예로 들었다. 흔히 ‘사회주의=공산주의’로 혼동하기 쉽지만 사회주의의 의미는 무려 260가지나 된다고 한다.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당’을 비롯해 복지중시의 유럽 ‘민주사회주의’까지 다양하다.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았다.국내 노조와 학계가 환란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캉드쉬 전 IMF총재는 미국 공화주의자들에게 ‘프랑스의사회주의자’라고 불렸다.사회주의라는 말은 그만큼 상황에 따라 남용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딱지를 붙이기 전에 현 정부 정책의 색깔을 알아야 한다.정책줄기를 입안했던 이진순 전 KDI(한국개발연구원)원장은 DJ노믹스의 구성요소를“신자유주의 60%,독일식 질서자유주의(Order Liberalism)가 40%정도”라고 밝혔다.독일에서 유래한 질서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은 상호 담합해 경쟁을 배제하는 자유’도 보장해주는 문제에 우선 주목한다.예컨대 경제권력화된 기업집단(콘체른)과 대은행들이 입법부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질서자유주의는 △독점규제 등 시장 질서 수립 △공정경쟁 보장 △최저수준의 생활 보장과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질서자유주의는 가격기구를 중시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공통점이 있지만 규제철폐와 복지정책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와 상당부분 상충된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각종 이념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됐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구체적인 쟁점 차원으로 내려오면 문제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먼저 고교 평준화정책이나 정부의 부실기업정리 정책 등은 과거 정권때부터 시행되어온 것으로 ‘사회주의’레테르는 억지이다. 노사정위원회의 경우 노조가 전국적인 활동을 벌였던 영국에서도 도입된 제도로 특별히 이념적인 소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야당과 재벌들은 집단소송제 도입,기업지배구조개선과 강력한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실업수당과 주5일 근무제의 전격 도입 등을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간주할것이다. 복지제도와 경제력 집중 견제는 사실 유럽의 민주사회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종주국격인 미국의 관심사다.또 과거 정권보다 현 정부가 크게 역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그런 메뉴를 단기간에 도입하고 강도를 높인 것이현 정부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환란이후 문제된재벌의 과잉투자와 실업자 양산사태속에서 어느 정부라도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재벌을 규제하지 않을 도리가 있었을까.그런 점에서 설혹 사회적 약자를 부양하는 복지정책 등이 ‘사회주의적’으로 불린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 1992년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공산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좌파가 필요하다’고주장했다.“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결국 이 세상을 더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 타당한 설명이다.…공산주의의 종언은 이 세상을 한쪽 다리로 서 있도록 만들고 있다.다른쪽 다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인류에게 새로운 전진이란 있을 수 없다”그 뒤 10년남짓지났는데 아직 이 땅에서는 큰 전진없이 레드(red)콤플렉스를 조장하는 말만 무성하니 한심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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