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기짱의 슬픔
‘영원한 오빠, 식지 않는 인기.’ 새달 1일 울산에서 열리는 남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11회째를 맞는다. 올스타를 선정하기 위한 팬 투표는 01∼02시즌부터 시작됐다. 이전엔 기자단 투표였다.‘영원한 오빠’ 이상민(35·KCC)이 첫 실시된 팬 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그새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됐다. 흐르는 세월 탓에 최근 개인 성적이 내리막이고, 특히 올시즌 팀은 바닥을 헤맨다. 하지만 ‘그놈의 인기’는 이상민을 떠날 줄을 모른다. 한국농구연맹(KBL)은 06∼07프로농구 올스타전 팬 투표 결과 이상민이 13만 2633표 가운데 5만 296표를 받아 최다 득표자가 됐다고 21일 밝혔다. 이상민은 현장 투표에서 주희정(KT&G), 신기성(KTF), 양동근(모비스), 키부 스튜어트(SK)에 밀렸지만 인터넷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2위는 KT&G의 주희정(4만 5540표).6회 연속 장기 집권하고 있는 셈. 또 프로농구 첫 해를 제외하곤 98∼99시즌부터 9회 연속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자로 잰 듯한 패스와 깨끗한 3점포 등 깔끔한 플레이, 경기장 밖에서는 평범해 보이지만 코트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샤프한 외모와 훈훈한 매너….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점화된 이상민의 불꽃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요즘도 중·고교 여학생들이 “오빠!”를 외치며 따라다닐 정도다. 김광 KCC 코치는 “(이)상민이는 농구대잔치 시절 얻었던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팬들이 많은데 조금은 갸냘픈 몸매에 여성스럽다거나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어 연령대를 떠나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지 않는 이상민의 인기는 현재 프로농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김승현(오리온스), 양동근, 방성윤(SK) 등이 이상민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인기에선 그렇지 않다.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초창기 열기에서 탄생한 팬들은 지금까지 건재하지만, 이상민의 뒤를 잇는 새 얼굴들이 올드 팬을 뛰어넘는 새로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만큼 농구 인기가 식었다는 반증이다. 이상윤 엑스포츠 농구해설위원은 “스타 만들기는 구단이나 연맹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 솜씨를 발휘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농구판을 만들어야 스타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대형 선수가 여럿 나와야 저변이 넓어지고 저변이 넓어져야 스타가 또 탄생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