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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2R 신춘문예 당선작 방송

    ‘문청’(文靑)들의 가슴을 불타게 했던 신춘문예의 시즌이 지나갔다. 당선자 얼굴이 각 일간지 지면을 장식했다.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주어졌다. 작품이 드라마로 꾸며진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 5분부터 방송되는 KBS 제2라디오(수도권 106.1㎒)의 ‘라디오 독서실’을 통해서다. ‘라디오 독서실’은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단편작품들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방송해 왔다. 이번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이 그 대상이다. 김혜진 작가의 ‘치킨 런’(동아일보 단편소설)에 이어 22일 안숙경 작가의 ‘삼각조르기’(조선일보 단편소설), 29일 허진원 작가의 ‘덫’(한국일보 희곡), 2월 5일 김가경 작가의 ‘홍루’(서울신문 단편소설) 등 4편이 선정됐다. 프로그램은 해당 작품을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방송하고, 작가들의 인터뷰를 곁들이는 방식이다.
  • “세 아이 엄마로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겠다”

    “세 아이 엄마로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5회 이상문학상(주관 문학사상) 시상식에서 소설가 공지영(48)씨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말을 빌려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 묘사할 것” 공씨는 올 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단편소설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날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통해 “번잡스럽게 살 생각은 원래 추호도 없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 생각도 없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폭풍 속 런던 한 빈민가에서 더럽고 천한 계급을 위해 태어난 것이 소설이라면, 소설 쓰는 내 운명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억압받고 약하고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을 위해 편파적으로 인생을 바쳐 그들을 묘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스스로 ‘테러’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격에 시달리는 공 작가는 “작가로서 이 땅에서 드물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았다. 23년차 소설가이자 교육받은 시민,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무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고 이를 억누르는 어떤 것과도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금 3500만원 인권센터 건립에 기부 상금 3500만원은 인권센터 건립기금 등에 기부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인 정봉주 전 의원이 시상식장을 찾아 공 작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 “제 소설은 공상이고 망상… 가능성 찾는 자세로 봤으면”

    “제 소설은 공상이고 망상… 가능성 찾는 자세로 봤으면”

    그의 인상은 자매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경숙 작가와 닮았다. 하지만 신 작가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간의 내면을 향했다면 소설가 강영숙(44)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신 작가가 ‘국보급’인 데 견줘 자신은 장편소설 2편을 냈고 그중 한편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음에도 ‘신인급’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20년 넘게 한 직장 다니며 두 자녀 키워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8월의 식사’로 등단한 강 작가가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이후 2년여 만에 네 번째 소설집 ‘아령 하는 밤’을 펴냈다. 가장 처음 실린 단편 ‘문래에서’는 2011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구제역’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구제역으로 수많은 동물을 살처분한 이의 정신적 상처를 다뤘다.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아이오와가 배경인 ‘라디오와 강’, 허리케인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진 뉴올리언스에서 펼쳐진 이야기 ‘재해지역투어버스’ 등 올 상반기에 쓴 세 편의 단편이 모두 공교롭게도 자연재해를 다루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주택가에서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도시인들로서는 ‘프리퍄트창고’ 역시 눈이 가는 소설이다. 프리퍄트는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로의 근로자들이 살던 주거 지역이다. ‘프리퍄트창고’에서 주인공은 ‘프리퍄트’를 자신의 심리적 고향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방사능에 노출된 ‘잠재적 암 환자’라고 믿어버린다. “기질인 거 같아요. 아이오와에 가도 누구는 음악에 끌리는데 저는 홍수의 흔적을 찾아다녔으니까요.” 재해로 가득한 도시를 그린 작품을 쓰는 까닭에 대한 작가의 답이다. 미국 아이오와는 국제창작프로그램을 통해 3개월간 머물렀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는 20년 넘게 한 직장을 다니는 생활인이자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다. 직장이 사회단체라 자유로운 근무가 가능하지만 하는 일의 중량은 크다. 작가는 ‘노동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자 직장 생활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글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쓴다. ●“문학, 경향성 안 따졌으면… 다양하면 좋아” 강 작가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에 당선되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응모한 신춘문예에서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여성 작가들이 존재론적 문제에만 천착한다는 의견에 대해 “성별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뭔가 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문학을 하나의 경향으로 몰기보다는 다양하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공대생들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오면 한 권씩 사곤 했다. 문학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떨어진다는 걱정에 대해 소설가도, 문학을 담당하는 신문 기자도 뾰족한 대안을 찾진 못했다. 작가는 “결국 고급 독자가 남지 않겠느냐….”는 비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작가 자신도 소설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 더 재미있다고 하면서. ●“인터넷글 소설보다 재미… 고급 독자만 남을 것” “이상한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억지로 만들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부터 써라.” 작가가 소설창작론을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여전히 문학 청년들은 있지만 9·11밖에는 겪은 게 없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가 신통하지만은 않다. 김유정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거푸 수상한 작가는 “잘 쓰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에 대입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찾는 자세로 봤으면 좋겠어요. 제 소설은 결국 다 공상이고 망상이니까요.” 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많은 여성 작가들은 설거지를 끝낸 저녁 식탁에서 작품을 썼다. 그 문학 작품은 노동하는 손에서 나온 것이기에 삶에 대한 끈질긴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욕망에 솔직·자유로운 30대 여성의 편력기

    소설의 첫 대목부터 파격적이다. ‘맛있는 섹스는 있어도 맛있는 사랑은 없다. 사랑이 허기라면, 섹스는 일종의 음식이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권지예(51)의 네번째 장편소설 ‘유혹’(1~3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작가는 소설에서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확고한 사회적 지위와 기반 아래,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예속돼 있지 않은 주인공 ‘오유미’는 과감하고 매우 도발적인 30대 후반의 여성이다. 독립적인 사고를 가지면서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롭고 거침없이 성적 쾌감을 즐긴다. 소설은 오유미의 사랑과 야망, 복수 등을 추리기법으로 긴장감 있게 그리면서 남성 편력기를 흥미롭게 다뤄 눈길을 끈다. 읽노라면 얼핏 그렇고 그런 통속 소설인 것 같지만 박진감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 속도감 있는 전개, 풍부한 상징과 은유, 매혹과 정염의 이미지 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유혹하지 않으면 유혹당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성과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욕망 지형도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여성의 성적 판타지와 남성의 로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권지예는 작가의 말에서 “짐승은 발정을 하지만 인간은 유혹한다. 솔직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유미의 행보는 나도 궁금하다. 다만 오유미가 욕망의 종결자, 유혹의 종결자가 되었으면 싶다는 바람뿐”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썼던 어떤 소설보다도 파격적이다. 어떤 비난이나 찬사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내가 천착해온 주제인 인간의 욕망을 이 소설에서 끝까지 밀어붙였다.”라고 출간 소감을 피력한다. 한 일간지에 2년째 연재 중인 이 소설은 내년 2월 완간(4~5권)할 예정이다. 작가는 경주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파리7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 근대문학에 나타난 여주인공들의 섹슈얼리티를 통한 여성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2005년 ‘꽃게무덤’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 ‘붉은 비단보’ ‘아름다운 지옥’ 등을 펴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김인숙 “낯선 공간·낯선 문화의 삶 써보고 싶었다”

    김인숙 “낯선 공간·낯선 문화의 삶 써보고 싶었다”

    건물은 무너졌고, 찢긴 시체들은 떨어진 꽃송이처럼 시멘트 덩어리 틈 사이에 널브러졌다. 임시로 차린 병원은 차라리 죽여 달라며 소리치고 신음하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엄마를, 형제를 찾는 이들이 부르짖는 아우성은 환청인 듯 귓가에 박혔다. 엄청난 지진이 땅을 흔들었고 절벽처럼 일어선 바다가 섬을 뒤덮었다. 대재앙에서 비롯된 죽음과 붕괴, 공포와 불안이 불러온 것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또는 기억하려야 기억할 수 없는-과거의 한 장면이다. 새 희망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도, 삶도. 김인숙(48)의 새 장편소설 ‘미칠 수 있겠니’(한겨레출판 펴냄)는 사랑의 진정성을 묻는 작품이면서 또한 한 편의 재난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발생한 일본 대지진의 끔찍함을 상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7일 만난 김인숙은 아직도 흥분과 충격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듯 한껏 상기돼 있었다. 비록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공간의 재앙이었고 죽음의 기억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소설에 사로잡혀 지낸 탓이리라. 김인숙은 “지난해 11월까지 문학웹진에 연재한 뒤 단행본을 내기 위해 올해 여섯 달 동안 끙끙거리며 고쳐 썼는데 그 사이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면서 “가능하면 TV도 보지 않고 신문 기사도 읽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진 이야기를 (작가로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쓰고 있는지 자문하면서도, TV 등을 보고서 지진을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과연 옳은 자세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노부부가 쓰나미가 등 뒤에서 몰려오는 순간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는 기사를 봤어요. 대단히 인상적이었죠. 나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생각났다는 투로 쉼표를 찍듯, 천천히 말을 이어 간 김인숙의 볼이 살짝 붉어졌고 눈시울에 물기가 어렸다. 소설 속 공간은 ‘신들의 섬’이라고 하는 이국의 섬이다. 언어에 시제가 따로 없어 어제와 오늘, 내일이 모두 현재형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관광객이 없으면 한시도 지탱할 수 없는 곳이면서, 돈 많은 외국인 여자 또는 남자와 사랑인지 매춘인지 알 수 없는 만남을 꿈꾸는 청춘 남녀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설은 여자 ‘진’과 섬의 관광 가이드 운전 기사 ‘이야나’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진의 남편 유진은 7년 전 섬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아예 혼자 섬에 눌러앉는다. 그리고 진이 국내를 오가는 사이 유진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어린 하인 여자아이에게 살의(殺意)의 충동을 느끼게 되고, ‘기억이 모호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진은 살인 사건과 함께 사라진 유진을 찾기 위해 다시 섬으로 왔고, 거기에서 끔찍한 대지진을 직접 겪는다. 진은 ‘세상이 무너지고 땅이 전부 갈라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겠는가.’라고 읊조리며 7년 전 살인 사건 또한 결국 한 사람의 인생에는 어마어마한 대지진이었음을 깨닫는다. 끔찍한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는 지진이 형태를 달리해 7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난 셈이다. 옛 사랑을 되찾고, 깨끗이 버리고, 또 새 사랑을 만나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 거쳐야 할 삶의 필연적 수순이다. 지진과 죽음이 휩쓸고 가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 위에 섰다면 무엇이든 새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삶의 수순, 사랑의 운명이다. 설령 그조차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무너질 것임을 뻔히 알더라도 마찬가지다. 김인숙은 “소설에서 굳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5년 전부터 길게는 넉 달, 짧게는 1~2주일 수차례 머물며 쓴 얘기”라면서 “낯선 공간, 낯선 문화의 삶을 써 보고 싶었다. 한국 사람을 아예 등장시키지 않으려고도 했으나 힘이 달려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인숙은 1983년 스무 살 나이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며 문단에 나왔다. 벌써 등단 30년을 바라본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모두 섭렵한 세월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써 왔지만 계속 변화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면서 “판타지 소설, 로맨스 소설 등 장르소설도 제대로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마음 속엔 살가움 한가득임을 알기에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같고, 큰 누이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유해는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25일 오전 경기 용인 천주교 묘지에 안장된다.    ● 분열의 문단 어머니처럼 보듬어 안던 ‘큰 나목’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셔지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 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 전쟁·참척 고통까지 관조“내 나이 새삼 징그럽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늘 내면의 상처에 주목해왔기에 그의 문장은 섬세한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았다.    ● 암 발견 직전까지 유니세프 한국위 친선대사 활동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호암상 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은 소설가로서 삶에 내려진 작은 상일 뿐이다.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 곤경에 처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몸 속의 깊은 병을 확인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한국위 평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 고귀한 이상을 가지신 분임을 새삼 확인했다.’라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밤하늘 별로 반짝거리며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상문학상 대상에 공지영씨

    대중적 인기에 비해 상복이 없던 소설가 공지영(48)씨가 드디어 큰 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35회 이상문학상은 7일 공씨가 지난해 12월 월간지 ‘문학사상’에 발표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 발표했다. 한편 우수작으로는 김경국의 ‘빅브라더’,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등 7편이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작가 이문열…연평도를 바라보며

    [김문이 만난사람] 작가 이문열…연평도를 바라보며

    한해가 저물어간다. 연평도의 영혼을 달래는 갈매기들은 더욱 애잔하게 울어댄다. 잠시 노래말을 생각해본다. ~황천 간 그 얼굴 언제 다시 만나보리/~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그리면/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 1959년 9월 사라호 태풍 때 연평도 어장으로 조기잡이를 나갔던 많은 어부들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어부들을 그리며 불린 노래, ‘눈물의 연평도’다. 태풍만이 아니다. 서해 최북단의 섬 연평도는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두 차례 연평해전을 겪었다. 최근에는 북한의 포격 도발로 새로운 비극의 현장이 됐다. 연평도는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떠안아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작가 이문열씨. 분단의 아픔을 몸소 체험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아버지가 6.25전쟁 당시 월북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가족에게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끊임없는 재난이자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소설 ‘영웅시대’에도 아픔이 잘 담겨져 있다. 이런 그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979년 문단 데뷔 이후 쓴 책이 무려 3000만권이나 팔린 작가와 마주앉아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할 재간도 없고 해서 연평도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즉답으로 “참 고약하다. (북한에게) 멱살을 잡혀도 단단히 잡혔다.”라고 하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젊은이들이 걱정입니다. 이번 문제로 비관적인 대북 인식 같은 것 말입니다. 무기가 뒤쳐지면 새로 구입하면 되고, 군인 수가 모자라면 더 뽑으면 될 거고, 결국은 정신입니다. 젊은이들은 교육에 의해 정신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反)교육을 하는 사람이 많지요.” “젊은이들과 만나보셨는지요.” “이번 사건으로 젊은이들과 얘기를 나눠 봤는데 일부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 때와는 달리) 다소 낙관적인 조짐이 있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신뢰가 안 간다는 것이지요. 그 부분이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연평도 사격 훈련 재개를 앞두고 야당 쪽에서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비이성적인 집단, 비정상적인 국가(북한)에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해선 안 되며 이들을 자극하다가는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이 부분을 해석하면 반대로 비이성적인 자가 때리면 그냥 맞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젊은이들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친북 중에서 제일 나쁜 투항주의나 다름없습니다.” “투항주의란 어떤 것인가요.” “젊은이들의 친북 사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같은 종족끼리인데 뭐하러 싸우느냐’ 하는 민족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싸움하면 큰일 난다, 돈이나 줘서 달래자’하는 투항주의입니다. 북한이 비이성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참아야 한다는 것이나, ‘전쟁을 원하십니까’라고 말하는 것은, 반문하면 투항주의인 셈이지요. 이 두 가지가 젊은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이런 사람들이 막상 전쟁이 나면 총이나 쏠까요. 투항심리는 노예심리로 갑니다. 굴복해서 노예가 되든 다른 뭐가 되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런 것이지요. 또 있습니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 여당의 패인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예로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곧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여론이 돌았지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전쟁을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대의가 있을 뿐입니다. 싸우지도 않을 사람이 전쟁을 말합니다. 모든 전쟁은 싸울 사람이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이상한 논리지요.” “연평도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이길 바랍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결국 정신적인 무장이 중요합니다. 6.25 전쟁을 볼까요. ‘대한민국은 오로지 내가 지켜야지’ 하는 대의에서, 그런 굳건한 정신 무장에서 전장에 나섰다기보다는 전쟁이 발발하자 준비도 없이 남들을 따라갔다가 옆에서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총을 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상황은 옛날보다 더 불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쟁터에서도 상대가 비이성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돌아설까 봐 걱정된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 울적하고, 이것은 또 빨리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사회 분위기를 올바르게 잘 이끌어가야 하며 그런 사람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강조했다. ‘영향력’ 얘기가 나오자 하나의 예를 든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 문단에 영향력이 있는 어떤 쪽(특정 단체를 거명했지만 ‘어떤 쪽’으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에서 사건과 관련된 두권의 보고서를 냈다. 내용인즉 ‘북한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보고서로 인해 문화 예술계 쪽에서는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북한이 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여론의 추가 7대3, 8대2로 기울었다.”면서 “이런 사람들의 조직성, 이러한 문학 진지가 걱정스러울 뿐이다.”라고 했다. 이런 것을 막아야 할 대항 진지는 아주 약화됐다고도 했다. “대항 진지는 어떤 상태입니까.” “대항 진지가 있기는 한데 작동을 못 하고 있습니다. 보수집단이 데모를 하면 희극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나이 많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화문에서 데모하는 모습을 보면 처절합니다. 젊은이들은 이들을 보면서 ‘살아봐야 몇 년 산다고’ 하면서 ‘보수 골통’으로 분류하고 희화화해 버립니다. 사실 이런 것이 비극입니다. 1980년대 이후 그렇게 되도록 사회교육이, 그런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대항 진지 구축 방법은요.” “함락당한 진지를 탈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한 산하단체를 봅시다. 새로운 진지 구축을 위해 수장을 바꿨지만 진지 탈환은커녕 기존 조직원들한테 휘둘려 오히려 수장이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수장한테 진지를 탈환하라고 했지만 잘되는 곳이 어디 있나요.” “평소 무협지를 많이 읽으셨고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작가입니다. 그런 작가적 관점에서 북한의 다음 도발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글을 통 못 썼습니다. 당장 머리 위로 불덩이가 떨어질 만큼 워낙 호들갑을 떨어가지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북한은 연속성 있게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해전이나 금강산 피격 사건 등 성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런 연속 선상에서 공격은 계속된다고 볼 수 있지요. 다만 언제, 어떤 일로 핑계를 삼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시대에 진정한 보수와 진보, 좌우의 이념은 어떤 식으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합니까.” “우리는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전제 조건도 없어야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에도 좌우 날개가 있다고 하면서 좌우가 공평하게 잘 나누자는 주장은 모순입니다. 분단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우 똑같이 나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외세 개입이든 아니든 우리가 처음 분단될 때 북은 좌, 남은 우로 갈라졌습니다. 50여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북에는 여전히 좌만 있고 남은 좌우로 갈라졌습니다. 반공 시대를 거치면서도 말입니다. 남한에서 좌우로 똑같이 나누자는 것은 남한의 반을 잘라 북한에 떼어주자는 것과 같지요. 또한 분단 고착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북한에도 좌우가 있어야 된다는 건데, 논리가 맞지 않지요.” “우리 사회에서 소통은 잘되고 있습니까.” “불통하기 때문에 소통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불통하는 사람들이 소통을 내세우고 있지요. 정작 본인은 소통하지 않으면서 너는 내 말을 잘 들어라 하고 다닙니다. 지역 감정을 해소하자는 것도 마찬가지이지요.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너는 지역 감정을 해소하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동안 팔린 책의 수를 헤아릴 때 국민 5명 중 3명은 이씨의 책을 읽었거나 혹은 가지고 있거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여 북한에도 이씨의 책을 읽은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대표적 남조선 반동 작가로 분류돼 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며 웃었다. 신묘년 새해 계획에 대해서는 “나이 70대에도 창작한다는 것은 힘이 들 것이다. 앞으로 글 쓸 시간은 10년으로 본다.”면서 올해부터 1년에 두권꼴로 20권 정도의 책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문열은 1948년 5월 18일 서울 청운동에서 태어났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가 월북하자 외가인 경북 영천에 잠시 머물다가 1951년 조상 대대로의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이사했다. 1965년 안동고교를 중퇴하고, 1968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울대학 사범대 국어과에 진학한 그는 사대문학회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 1977년 ‘대구매일신문’에 단편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입선되면서 문학적 자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塞下曲)이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다. 데뷔 원년부터 ‘사람의 아들’(1979), ‘들소’(1979),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1979), ‘어둠의 그늘’(1980), ‘황제를 위하여’(1982)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상문학상(1987), ‘시인과 도둑’으로 현대문학상(1992),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으로 21세기문학상(1998), ‘변경’으로 호암예술상(1999) 등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이 있다.
  • 읽어 갈수록 내 이야기 같은 느낌

    사랑, 이별, 실연, 배신 등 다반사로 겪지만 번번이 고통을 주는 일상의 사건들을 그보다 더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소설가 권여선은 자칫 신파로 빠지기 쉬운 소재들을 격하거나 급하지 않게 풀어내온 이야기꾼이다. 그의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 번째 소설집 ‘내 정원의 붉은 열매(문학동네 펴냄)’가 나왔다. 200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 ‘사랑을 믿다’를 포함해 그동안 문학계간지에 발표했던 7편이 담겨 있다. ‘사랑을 믿다’는 실연의 고통을 간직한 두 남녀의 복잡한 심리를 술자리 담화라는 가벼운 형식을 통해 건드린 작품. 전개와 표현에 알맞은 무게를 실어 ‘절제란 이런 것’을 보여준 화제작이었다. 나머지 소설들도 낯익음으로 큰 공감을 얻을 만한 것들이다. 사랑이야기에 빗대 인간 사이의 권력관계를 은근하게 포착한 ‘빈 찻잔 놓기’, 뒤늦게 더듬는 대학시절 첫사랑의 추억을 다룬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뒤틀린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K가의 사람들 ’ 등은 모두 있을 법한 일들을 말한다.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그의 소설이 가진 장점에 대해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어쩐지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것은 모든 소설의 본성이 아니라 좋은 소설에만 가능한 자질이다.”라고 평했다. 낯익지만 닳아빠진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빛나는 묘사가 군데군데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야심이나 권력욕이 그다지 추하지 않게, 오히려 고급스런 액세서리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사람이 있다. 연 선배는 사람을 긴장감 있게 끌어당기지만 아무리 가까워져도 끝내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녀는 그런 종류의 사람을, 끝이 보이지 않는 서늘한 동굴 안을 들여다보듯 좋아했다. 세상에는 손바닥만한 웅덩이처럼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빈 찻잔 놓기)” 머릿속에 뿌옇게 자리잡고 있기만 했던 세상과 인간에 대한 모호한 이미지를 낱낱의 언어로 잡아채 선명한 그림을 선사한, 탁월한 문장들을 마주할 때마다 독자들은 통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1만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창동은 누구? 43세 데뷔… 연출작 5편 모두 국제영화상 받아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56) 감독은 영화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43세 때 ‘초록물고기’(1997)로 늦깎이 감독으로 데뷔한 뒤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에 이어 ‘시’까지 불과 5편의 작품을 연출하고도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돼 문학계에 등단했다. 이후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문학적 감수성은 그의 영화에 그대로 드러났다. 사회에 대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개성 있게 담아내며 뛰어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상복도 많았다. 1995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각본을 써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초록물고기’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신인감독상·각본상, 청룡영화제 작품상·감독상, 밴쿠버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박하사탕’은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오아시스’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는 한편, 배우 문소리에게 신인배우상을 안기는 등 세계 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03년 2월 돌연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변신했지만,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 등으로 영화인과 대립하기도 했다. 1년4개월간 몸담았던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제작사 파인하우스를 직접 설립해 ‘밀양’을 내놓으며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모순된 시대 가운데 선 비운의 세자

    모순된 시대 가운데 선 비운의 세자

    아주 오래전 갓 스무 살의 나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김인숙(47)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안다. 기성의 성(性) 인식 굴레에 갇혀 있던 사랑과 자유, 도덕의 문제를 그가 얼마나 감각적인 문체로 능수능란하게 풀어냈는지 말이다. 그러나 당시 여성잡지 등에서는 ‘여대생의 성애 소설’로만 주목하며 난리를 피웠다. 오죽했으면 당시 심사위원조차 “통속소설 작가로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고, 또 정진하라.”고 그에게 덧붙였을까. 우려와 기대 속에 등단한 김인숙은 이후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으며 민중문학 작가로 ‘변신’한다.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함께 걷는 길’, ‘하나 되는 날’ 등을 발표한다. 굳이 전태일 문학상 수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1980년대 후반 당시 방현석, 안재성 등과 함께 민중문학 작가로 활약한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인간의 문제, 관계 속 소통의 문제 등을 천착하는 작품으로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김인숙이 다시 한 번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수백년 전 역사 속 인물과 그의 고독, 번민, 불안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들인 역사 장편소설이다. ‘소현’(자음과모음 펴냄)은 병자호란 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을 지내고 환국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겪어야만 했던 조선의 비극, 권력의 암투 속에 방치되는 백성, 시대의 혼란 등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얼개는 이렇다. 조선을 침략한 청이 명에 승리해야 모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조선의 굴욕은 계속된다. 이 모순된 상황이 소현의 몫이다. 청은 승리했고, 소현은 돌아온다. 하나 인조와 신하들은 청의 신임까지 업고 돌아온 소현을 권력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삼을 뿐이다. 소현은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에서는 ‘학질’로, 많은 사학자들의 평가로는 ‘비공식 암살’로 눈을 감는다. 김인숙은 ‘친청파’로 남은 소현의 고뇌와 갈등을 그릴 뿐 아니라 아들을 삶 저편으로 보내야만 하는 아비로서 인조의 고뇌와 갈등을 예의 섬세하면서도 객관의 문체로 풀어낸다. 마치 건조하면서도 간결한 김훈의 문장을 보는 듯 때로는 몰아치고, 때로는 훈훈하게 기록한다. 김인숙은 “역사를 소설화하는 것은 실존 인물과 사건에서 한 걸음 떨어져 새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굉장히 매력있는 작업”이라고 첫 역사 장편소설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이어 “현대소설의 스타일과 달리 역사소설인 만큼 의도적으로 객관적이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 애썼다.”면서 “이것 또한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있는 것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名士의 귀향별곡]장흥 율산마을 소설가 한승원

    [名士의 귀향별곡]장흥 율산마을 소설가 한승원

    득량만이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해산 토굴’이란 빛바랜 목조 간판이 토굴 처마에 내걸렸다. 마당에 들어서면 득량도 너머 고흥 반도의 리아스식 해안과 섬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전남 장흥 안양면 율산마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소설가 한승원(71)씨의 창작실이 해산 토굴이다. “서울 우이동에서 살다가 짐을 싼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한승원씨는 “당시 지인들은 ‘문학시장’이 서울인데 왜 지방으로 내려가느냐며 ‘낙향’을 반대했다.”며 “그러나 서울보다는 바닷가로 내려온 뒤 훨씬 글이 더 잘 써졌다.”고 말했다. 그가 이름붙인 ‘연꽃 바다’ 득량만은 자궁을 상징한다. 풍요와 만물의 근원이다. 그는 요즘도 늘 자궁을 내려다보며 글을 써 나간다. 그의 소설과 시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비릿한 ‘바다 냄새’는 태생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갯벌과 해풍을 버무린 듯한 향토색 짙은 작품 속 언어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금세 느낄 수 있다. “고향이 나를 키워줬으니 이제는 내가 보답해야지요.” 그는 어떻게 보답하겠느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작품을 쓰겠다.”고 답했다. 고희를 넘기고서도 어떻게 저런 정열이 나올까 궁금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을 들고 나왔다. 최근 펴낸 장편 소설 ‘다산’ 속에 해답이 깃들어 있다. “다산 선생은 일을 통해 깨달음(正心)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힘이 다하는 날까지 생각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수많은 저술과 육체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육체가 스러지는 순간까지 쓰고,또 쓰겠다.”며 “소설속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소설 ‘다산’은 그가 젊었을 때부터 천착해 온 정약용의 삶에 대한 완결편이다. 손암 정약전의 유배생활을 통해 인간의 ‘절대고독’을 얘기했던 ‘흑산도 하늘길’ ‘초의’ ‘추사’ 등도 다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것들이다. 최근엔 장편 소설 ‘억불산 이야기’를 탈고했다. 산 이름의 억(億)자는 ‘민중’을 뜻하며, 구세주인 부처가 곧바로 민중이란 얼개로 짜였다. 설을 쇠고 나서는 포구 이야기를 엮어낸다. 고향인 장흥의 크고 작은 포구와 경상남도, 서해안 포구까지를 망라한다. 포구를 중심으로 사람사는 얘기를 만들어간다. 그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작품을 통해 고향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고향 산천과 어릴적 고된 바닷일을 했던 기억들이 그의 문학의 알토란 같은 자양분이다. 그는 고교 졸업후 이곳에서 3년간 김양식과 농삿일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고향은 ‘자연’이라고 하는 프리미엄을 나에게 줬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태어난 작가들은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그는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방에는 고급 문화의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작가들이 각 지방으로 흩어져 작품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도 아침 6시에 일어나 한시간 가량 작품을 쓴 뒤 2~3㎞쯤 떨어진 수문리 앞 해안도로를 산책한다. 아침 식사 후 10시부터 12시까지 또다시 펜을 든다. 오후엔 잠도 자고, 자료조사를 하며 뉴스와 동물의 왕국 등 TV 프로그램을 즐긴다. 군이나 다른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강연회 등에도 자주 불려 나가 ‘문학의 역할’ 등을 역설한다. 그는 “세상과 교통·교감하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문학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차와 포도주를 마시고, 회 먹고, 글쓰는 재미로 삽니다.” 그는 끝없이 펼쳐진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다산의 정심(正心) 상태에 이르기 위해 오늘도 일(글쓰기)에 매달린다. 글 사진 장흥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약 력 << ▲장흥중·고 졸업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목선, 신화, 불의 딸, 포구, 해산가는 길, 원효, 흑산도 하늘길, 다산 등 수 백편의 소설과 수필·시집 등 다수. ▲한국소설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서라벌문학상▲한국해양문학상▲미국의‘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등 수상
  • 설맞이 가족과 함께하는 무대 풍성

    설맞이 가족과 함께하는 무대 풍성

    최대의 명절 설(14일)이 다가왔다. 설 연휴에 TV에 매달리기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지들과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TV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우려낸 맛이 있다. ●우리 소리는 명절을 싣고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소리다. 서울 시내 국악 공연은 설 당일에도 쉬지 않기 때문에 가족 행사를 마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에서는 14일과 15일 오후 3시에 전통 타악과 무용이 어우러진 전통문화 체험 공연인 ‘설날의 행복’을 개최한다. 전통타악연구소의 신명나는 길놀이로 막을 여는 공연은 새해의 행복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비나리, 판굿을 거쳐 진유림 청어람무용단이 선사하는 화려한 태평무, 궁중무용 춘앵전으로 이어진다. 설날을 맞아 공연장 마당에서는 사전행사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과 공연 뒤풀이 행사로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강강술래’가 준비됐다. 1만원. (02)3990-1114~6. 국립국악원도 14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경인년, 신명난 세상 만들기’를 연다. 한국청소년전통예술단 소리누리가 흥겨운 북소리와 대금·태평소가 어우러진 퍼포먼스 ‘북으로 여는 새해 희망가’를 선보이고, 민요 신동 송소희양은 ‘비나리와 흥겨운 민요’, 무용 신동 최민재군은 ‘승무’를 선사한다.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소리꾼들과 국악 아카펠라 그룹 ‘솔리스츠’, 퓨전 국악 그룹 ‘나비야’의 무대도 이어진다. 8000~1만원. (02)580-3300.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는 14일 오후 1시부터 ‘2010 설맞이 축제’가 열린다. 야외광장에 대형 윷판을 설치, 가족 구성원이 직접 말이 되는 가족 대항 인간 윷놀이 행사를 진행하고 널뛰기, 투호,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준비한다. 국립극장 예술단 미르는 KB하늘극장에서 국악 음악회 ‘우리민요’, 국악뮤지컬 ‘맹진사댁 경사’를 선보인다. 5000원. (02)2280-4115~6. ●낮잠…B언소…구름빵, 연극·뮤지컬도 풍성 연극, 뮤지컬 공연들도 줄을 잇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허진호의 연극 데뷔작 ‘낮잠’은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황혼기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중후한 노신사 한영진 역에는 탤런트 이영하, 가수 김창완, 배우 오광록 등 익숙한 얼굴들이 공동 캐스팅됐고,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김기범은 소년 영진 역을 맡아 연극에 데뷔한다. 4만~5만원.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 (02)764-7858~9.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하고 싶다면, 연극 ‘B언소’가 있다. 터무니없는 말 ‘비언(蜚言)’이 난무하는 공간인 ‘변소’를 배경으로 어느 도시의 번잡한 공중 화장실을 찾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20여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연결해 묘사한다. 1996년 초연 이래 송강호·명계남·정은표·박원상 등이 출연했으며, 2003년 공연에는 류승범이 참여하기도 했다. 6년 만에 공연을 재개하면서 일부 내용을 새롭게 각색하고 제목을 ‘B언소’로 바꿨다. 문성근, 강신일, 김승욱, 박원상 등 극단 차이무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2만~2만 5000원. 15일까지 새해맞이 30% 티켓 할인을 해주고, 16일부터는 범띠에게만 20% 깎아준다. (02)747-1010.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도 있다. ‘구름빵’은 홍비홍시 남매가 엄마가 만들어 준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올라 아빠의 출근을 돕는다는 이야기로, 동명의 창작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 ‘간다간다’, ‘괜찮아요’ 등 신나는 동요와 화려한 와이어 액션으로 어른들도 좋아하는 어린이 뮤지컬로 인기가 높다. 15일까지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설날맞이 앙코르 공연이다. 연휴 기간 동안 3인 이상에게는 30% 할인해주고, 4시 공연을 찾는 아빠들에게는 무조건 1000원(주말·공휴일만 적용, 중복적용 가능)만 받는다. 2만 5000~4만원. (02)2261-1393~4. 이은주 이경원기자 erin@seoul.co.kr
  • “느낌 낯설어도 작가는 끊임없이 변해야”

    “느낌 낯설어도 작가는 끊임없이 변해야”

    계간 ‘자음과 모음’과 인터파크 웹진 ‘북&’에 연재된 소설가 권지예(50)의 ‘4월의 물고기’를 본 독자들은 아리송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칙릿(Chick-Lit)이나 연애소설 같으면서도 추리소설 요소가 있고 또 그냥 순수문학 같기도 하다. ‘4월의 물고기’(자음과 모음 펴냄)를 단행본으로 묶어내고 14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이 소설이 “순수와 장르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꾸준히 천착해 왔던 사랑의 문제를 새롭게 추리소설 방식을 빌려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소설은 이미 일본·프랑스 등에서는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젊은 작가들이 종종 시도하고 있지만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중진 작가가 이런 시도를 한 경우는 드물다. 계기가 뭘까. 그는 “작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작가가 끊임없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고 답했다. 사랑이란 소재는 같지만 그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주로 ‘어긋난 사랑’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운명적 사랑을 소재로 했다. 작품은 천사·악마의 두 영혼을 가진 남자 ‘선우’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 ‘서인’을 통해 운명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등 추리 요소가 쓰여 이야기 진행의 긴박감을 더한다. 그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쓰면서도 내 안에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걸 느꼈다.”는 그는 “독자 역시 낯선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새로운 시도가 분명 소설에 활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자만할까 걱정돼 상 거부할까 생각도”

    “자만할까 걱정돼 상 거부할까 생각도”

    올해는 ‘날개’를 쓴 이상(李箱·1910~1937)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그래왔지만 문학상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이상문학상이 올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대상 수상의 주인공은 소설가 박민규(42)다. 수상작은 단편소설 ‘아침의 문’이다. ●작년 황순원문학상서 복면쓰고 수상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박민규 마니아들을 끌어모은 뒤 ‘카스테라’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작품으로 충성도를 높여온 그는 이로써 지난해 마지막 문학상인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첫 문학상까지 휩쓸었다. 작가로서 참으로 영예로운 일의 연속이다. 그러나 7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의 반응은 의외로 뜨뜻미지근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뒤 안 받는다고 할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이런 것, 개인적으로 안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박민규는 한참 뜸을 들이며 어눌한 어투로 이렇게 말한 뒤 “상을 많이 받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상을 받음으로 해서 여전히 신인에 불과한 내가 뭐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까,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박민규지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만큼은 조금이나마 남다른 감회가 있다. 그는 “우리 세대만 해도 이상은 로망이고, (문학적)원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누구나 존경하는 작가일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수상작 ‘아침의 문’은 집단 자살을 꾀한 남자와 아기를 낳고 죽이려던 미혼모를 등장시켜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한 작품이다. 심사위원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죽음과 생명이라는 삶의 문제성을 충격적인 소재를 빌려 대단히 탁월한 소설적 기법과 서사적 미학으로 풀어나갔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박민규는 익히 알려진 대로 괴짜다. 지난해 말 황순원문학상 시상식에 멕시코의 전설적인 레슬러 ‘블루 데몬’ 복면을 쓰고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외부 노출을 꺼리긴 해도 불가피한 공개석상에는 큼지막한 색안경, 고글 등을 쓰고 나타나곤 했으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날 역시 커다랗고 까만 색안경을 끼고 등장했다. ●“죽음·삶 충격적 소재로 그려” 그러나 드러나는 모습과 달리 그는 대단히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올해도 소설집 두 권을 출간할 계획이고, 이미 구상을 마친 장편소설 두 권도 동시에 써나갈 예정이다. 그는 “한 달에 3주는 강원도 춘천의 집필실에서 오로지 읽고 쓰기만 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방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습관의 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우직하게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다잡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고] 유재용 전 소설가협회 이사장

    ‘두고 온 사람’, ‘어제 울린 총소리’ 등을 쓴 소설가 겸 아동문학가 유재용 전 소설가협회 이사장이 29일 오전 8시4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73세. 1936년 강원도 김화 출신인 유씨는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화 ‘키다리 풍선’이 당선되고, 1968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상지대’가 추천돼 등단했다. 이후 ‘손 이야기’, ‘공존’, ‘타인의 생애’, ‘성역’, ‘누님의 초상’, ‘한여름밤의 꿈’, ‘그들만이 꿈꾸는 세상’ 등 전통적 소설 미학을 충실히 따르면서 진지한 주제의식을 녹여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2007년에는 종교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 내면을 성찰한 새 장편 ‘사로잡힌 영혼’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회장 등을 지냈다. 딸 정현(35), 아들 국현(34)씨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의료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1일 오전 10시. (02)3430-0226.
  • 아버지 소설을 시극으로

    소설가 김지원(66)이 오랜 친구인 소설가 서영은(64)에게 “‘국경의 밤’을 연극화하고 싶다.”고 말한 건 정확히 32년 전이었다. ‘국경의 밤’은 아버지 파인 김동환(1901~?)의 대표작이자 한국 최초의 장편서사시. 김지원은 이 작품을 시극으로 개작하는 작업을 최근 끝내고 문학사상 3월호에 실었다. ‘문학의 위기’는 십년 남짓 동안 지루할 만큼 반복돼온 화두다. 그래서 ‘문학 위기론’ 자체가 위기로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문학의 위기 징후가 쉬 가시지 않고 심화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줄탁동시(?啄同時·병아리가 부화하려면 달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것),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이유다. ‘국경의 밤‘은 1925년 발표됐다. 배경은 만주 접경 두만강변의 작은 마을. 두만강을 건너간 소금 밀수꾼 남편과 남편이 떠난 사이 돌아온 옛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이’가 여주인공이다. 시극 ‘국경의 밤’은 원작에 나오는 시구를 원용하면서도 목소리를 다양화시켰다. 원작은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로 단출하게 시작하지만 새 작품에는 네 여인이 등장한다. 전체 4막(원고지 160장)인 작품은 대체로 원작의 서사를 따르면서 희곡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특히 순이가 청년을 거부하고 남편은 주검으로 돌아오는 등 원작 시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3부는 3막과 4막으로 나눠 장면 연출과 이야기 전환이 쉽도록 했다. 총소리, 바람소리 등 음향효과를 적극 사용해 극의 암울한 분위기도 살렸다. 원작 시 말고도 ‘봄이 오면’, ‘산너머 남촌에는’ 등 김동환의 다른 작품도 집어 넣었다. 이 작품은 김지원의 5년 공백을 깨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지원은 시인 김동환과 소설가 최정희(1912~1990) 사이에서 태어나 1975년 등단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97년에는 ‘사랑의 예감’으로 이상문학상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절필 상태였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김지원은 5년 전 주변에 모든 책을 치워 버리다시피 하고 명상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서영은은 “절필 상태지만 국경의 밤을 꼭 한번 연극으로 올리고 싶다던 꿈은 잊지 않고 작품을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도 “사랑의 갈등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작품해설을 붙였다. 한편 역시 ‘국경의 밤’ 무대화를 계획하고 있던 연극연출가 김광림은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실현돼 반갑다.”면서 “작품 검토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려볼 뜻이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첫 청소년 소설작품집으로 1년만에 돌아온 공선옥씨

    첫 청소년 소설작품집으로 1년만에 돌아온 공선옥씨

    중견 작가 공선옥이 2007년 12월 내놓은 소설집 ‘명랑한 밤길’ 이후 1년 만에 돌아왔다. 첫 번째 청소년 소설작품집 ‘나는 죽지 않겠다’(창비 펴냄)를 내세웠다. 청소년 문학을 표방하지만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식의, 진부한 성장소설류는 아니다.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소외된 것, 힘없는 것, 작은 것에 꾸준히 관심 기울여온 공선옥이 이번엔 처음부터 청소년을 겨냥했다. 2005년 10월부터 3년여에 걸쳐 청소년 문학사이트인 ‘문장 글teen’(teen.munjang.or.kr)과 ‘창비어린이’, ‘청소년문학’ 등 청소년 문예지에 발표한 글을 묶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순수하면서도 불안한 일상이 등장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역사와 대면한다. ●꿈·희망보다 자살, 빈곤, 미혼모 문제 다뤄 사업의 부도로 자살한 아버지,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어머니, 학급비를 몰래 썼다가 자살을 고민하는 딸(이상 ‘나는 죽지 않겠다’), 중국 랴오닝성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당숙(‘일가’), 거짓으로 중산층인 체 하는 빈곤계층 청소년(‘라면은 멋있다’), IMF 때 사업 부도로 위장 이혼한 부모와 덜컥 임신한 10대 미혼모(이상 ‘울 엄마 딸’), 간첩으로 내려온 작은아버지(‘보리밭의 여우’) 등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것들이 소설의 소품이나 장치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에 펴낸 동화집 ‘울지마 샨타’에서 다문화 가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듯 우리 사회 어두운 구석을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뭐 애당초 청소년 문학이 따로 있었겠는가. 우리네 현실의 삶과 사회, 역사의 상관관계 속에서 인물과 사건이 씨줄날줄로 얽힌 서사구조 속에서 풀어진다면 모두 소설의 영역에서 대접받는 것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청소년’ 역시 이주노동자, 여성, 빈민, 성적소수자, 비정규직 등처럼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비주류 집단 아닌가. 실제 공선옥은 이번 소설집에 포함된 ‘보리밭의 여우(원제 보리밭에 부는 바람)’로 이달초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서사 디테일 부족·모호한 캐릭터 아쉬워 표제작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주인공은 반장 대신 걷은 학급 아이들의 돈 100만원 중 생활에 허덕이는 엄마에게 50만원을 주고, 오빠는 나머지 돈을 훔쳐간다. 학교에서는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강가에 나와 ‘아빠처럼’ 자살을 생각하다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아빠처럼) 죽·지·않·겠·다.”고. 소설가 박완서는 추천의 글에서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청소년에게 더 이상 그런 속임수(권선징악의 해피엔드)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공선옥의 소설은 청소년에게 부질없는 환상을 주지도 않지만, 빈곤 등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칙칙하거나 어둡지도 않고 씩씩하고 명랑하다.”고 평했다. 다만 아쉽게도 서사의 디테일 부족은 ‘옥에 티’다.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주인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거나 가족을 책임지는 입장이 아님에도 엄마와 오빠를 위해 늘 헌신하는 캐릭터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공감대를 가질지 의문이다. 또한 연작인 ‘힘센 봉숭아’, ‘라면은 멋있다’에서도 서사의 순차성이 떨어지거나 펄쩍 튀어오르는 대목 등이 엿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통이란 결국 소통하지 못할 때 생기죠”

    “고통이란 결국 소통하지 못할 때 생기죠”

    “기분이 묘하네요. 이상(李箱) 덕분에 문학에 들어섰고, 이상에 관한 소설을 써서 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이상의 이름이 걸린 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진짜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당분간은 ‘나’라는 매개체를 믿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3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김연수(39)씨는 새해가 열리자마자 전해들은 수상 소식에 ‘어리둥절함’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쓰면서 얼떨떨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씨의 대상 수상작은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불면증을 겪고 있는 주인공이 서로 다른 유형의 고통을 겪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고통에 천착한 작품이다.  6일 서울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지난해 여름 자주 거리를 산책할 일이 있었고 이때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할 때 고통이 생긴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간 지난해 촛불집회에서의 느낌이 작품 속에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993년 ‘작가세계’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한 그는 1994년 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꾿빠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달로 간 코미디언’ 등으로 각각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번에 이상문학상까지 받음으로써 굵직한 문학상은 대부분 휩쓴 셈이다.   그는 “큰 상은 그만큼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바깥에서 내 안으로 들어와 차곡차곡 쌓아뒀던 것이 ‘나’를 거쳐 어떻게 작품으로 풀려나올지 늘 불안하기만 했는데 앞으로 얼마간은 ‘나’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선고(選稿)위원인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늘 새로운 서사 기법을 사용해 왔던 김연수는 이 작품에서도 다른 텍스트에서 자기 텍스트로 이야기를 끌어오는 ‘상호 텍스트적인 방식’과 함께 앞서 언급한 모티프를 다시 되받아오는 ‘거울기법’ 등 고도의 서사 전략을 사용했다.”면서 “소설의 미적 자율성에 대한 작가의 신념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올해 봄부터 ‘창작과 비평’에서 소설을 연재하기에 앞서 두 달에 걸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쯤에는 장편소설도 내놓을 계획이다. ‘젊은 이야기꾼’이 쏟아내는 창작 활동에 거침이 없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처세술 개론(최인호 지음, 푸르메 펴냄) 등단 이후 천재적 작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온 최인호의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제17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타인의 방’‘처세술 개론’, 제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깊고 푸른 밤’ 등 모두 7편의 작품을 실었다. 다양한 문학적 모색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통과 불안을 치유하는 ‘최인호표 글쓰기’를 실감할 수 있다.1만 500원.●벚꽃나무 아래(김향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예리한 작가의식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가 ‘서서 잠드는 아이들’ 이후 8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욕망과 부조리의 삶을 살아가며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현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작가는 갈등과 반목 속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화해의 논리를 꾸준히 개진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고 있다.9000원.●녹두장군(송기숙 지음, 시대의 창 펴냄) 부패한 봉건왕조에 대한 민중의 분노를 모아 갑오농민전쟁을 주도했던 혁명가 전봉준의 삶을 조명한 소설.14년에 걸친 집필 끝에 갑오농민전쟁 100주년을 맞은 1994년 전12권으로 완간한 뒤 절판됐던 것을 이번에 재출간했다. 첫 출간되던 해에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구수한 호남 사투리와 아름다운 호남의 산하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각권 1만 800원.●제국의 뒷길을 걷다(김인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가 김인숙씨의 첫 산문집.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베이징 곳곳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작가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작가는 베이징 곳곳에 산재한 제국의 흔적 속에서 사라진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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