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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통일과 문학

    “뒷동산 동백나무 우에 올라/밀짚대로 꽃속의 꿀을 함께 빨아먹던/추억속에 떠오르는 어린 날의 그 얼굴들/눈오는 겨울밤 한이불 밑에서 서로 껴안고/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르던 혈육입니다”(‘다시는헤어지지 맙시다’중에서) 북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가 이산가족 상봉단의 일원으로 지난 15∼18일 서울에 왔다가 남겨놓은 시 가운데 한편이다.이 시를 남쪽 어느 시인의 작품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북을 대표하는시인의 작품에 흐르는 정서가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 문학작품이 모두 우리 정서에 맞는다고 강변하려는뜻은 아니다.계간지 ‘21세기 문학’ 최신호가 소개한 북한시 몇편은 50여년 분단이 자아낸 그쪽 시 세계를 남쪽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온 한해/오곡을 위해/성실한 땀을 다 바치고도/장군님 이끄시는 우리의 강성대국/쌀로 받들 한마음 불타올라…”(박해출의 ‘흰눈 덮인 대지는 잠들었어도’) “…우리 장군님인덕으로/서로 돕고 이끌며/정에 묻혀 사는 사람들의/너무도 평범한자랑이여”(박옹전의 ‘사람들이 좋지요 뭐’) ‘조선문학’ 지난해와 올해 수록분에서 인용한 북한의 시 구절들이다. 그런가 하면 북의 한글학자 류렬씨(82)는 남쪽 거리의 인상을 말하면서 “여기에 와보니 거리에 써붙인 글이 외래어·외국어투성이다. 민족 주체성이 없다”고 말했다.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선물’(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하사품에만 사용),‘애무하다’(이성간의 신체적 접촉을 뜻하는 말이 북에서는 ‘쓰다듬다’는 폭넓은 의미로 사용) 등 많은 단어들의 의미가 달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바탕은 공통된 민족정서와 이를 담아내는 우리 말글이다.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혈연의 힘이 무엇보다 강하다는 점이 입증되긴 했으나 이는 세월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퇴색하는 부분이다.남과 북은 정서상으로나 언어상으로나 폭넓은 공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질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마침 남의 시인 고은씨(67)와 북의 시인 오영재씨가 지난 17일 하얏트호텔 만찬장에서 만나 남북 시인이 함께 문학지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누었다.개인적인 의견 나눔이지만 ‘남북 문학지’ 만들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그동안 달라진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이질화하는 남북 언어를 재통합하기에 문학만한 수단이 또 있겠는가.남북 문인들이 힘 합쳐 만든 문학지가 민족통일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돼 서가를 밝힐 날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남북이산상봉/ 취재기자 방담

    역사적인 8·15 이산가족 상봉은 세계적인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감히 연출하지 못할 최고의 ‘휴먼드라마’였다.부둥켜안은 이산가족들은 떨어질 줄 몰랐고 가슴은 뜨겁게 하나가 돼 통일의 길이 멀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3박4일간의 상봉장면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취재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감격의 순간을 되짚어본다. ■이번 상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15일 첫날 단체상봉이었습니다.북측 방문단의 상봉장소인 코엑스 3층 컨벤션홀은 상봉단 100명과 그 가족 500명 등 모두 600명이 쏟아내는 혈육의 정으로 온 국민의 눈물샘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남측 방문단의 고려호텔 단체상봉은 보다 리얼했습니다.일부 이산가족은 실신하기도 했죠.워커힐호텔프레스센터에서 멀티큐브로 이를 지켜본 취재기자들도 연신 눈가를훔쳤습니다. ■이 와중에 간간히 웃음거리도 있었습니다.단체상봉 순간 한 기자가북측에서 온 할머니에게 “어떻게 만났습니까?”라고 묻자 “어떻게만나긴 어떻게 만나. 여기서 만났지”라고 대답,그 기자를 무색케 했죠.순간프레스센터는 웃음바다가 됐습니다.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라고나 할까요. ■얘깃거리는 많습니다.또 다른 기자가 북측 이산가족에게 “만나니기분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저리 좀 비켜.우리끼리 얘기 좀 하게”라며 귀찮다는 표정이었습니다.인터뷰에 응하는 것보다 가족상봉이 더 중요했던 것이죠. ■평양을 방문한 남측 상봉단은 북측 가족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적잖게 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북측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모습이 역력했습니다.이몽섭씨(75·경기 안산시 초지동)의 딸 도순씨(55)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준비해주신 선물입니다”며 아버지에게선물을 건넸고 최성록씨(79·대구 서구 비산동)의 딸 영자씨(53)는“50년만에 만난 것은 모두 장군님의 덕분입니다.통일되는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삽시다”라고 말했습니다. ■‘남과 북 두 부인,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이선행씨(81·서울 중랑구 망우동)는 북한 TV가 취재를 하자 아들 형제에게 “아버지없이자식을 훌륭하게 키워준 것은 주석님이다.주석님 만세를 부르고 싶은심정이다. 나는 나대로 남에서 조국에 충성하고 너는 북에서 조국에충성해라”고 당부했습니다.서울에 온 북측 방문단도 예외없이 기자들이 취재를 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느닷없이 정치적 발언을 했습니다. ■서울에 온 평양 상봉단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하경씨는 개별상봉때 세 아들이 큰 절을 하려 하자 손을 내저으며 “먼저 장군님께 절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기자들이 앞에 있으니 50년만에소원을 풀겠다”며 ‘김일성 주석님 만세’를 세번이나 외쳐 취재기자들이 쓴웃음을 지었죠. ■그러나 이런 것들은 남과 북의 상이한 체제에서 오는 문화 차이로자주 만나면서 극복되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입니다. ■서울과 평양 상봉단의 현격한 ‘감성지수’도 화제였습니다.북측방문단 100명은 대부분 북한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계층인 반면남측 방문단은 자율추첨에 의한 탓에 그야말로 각계각층에서 골고루구성됐죠.여하튼 북측 방문단의 감정 절제력은 대단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박기륜(朴基崙)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 오전 브리핑에서 “서울 공연을 위해 방한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서해상을우회하는 항로가 아닌 휴전선 상공을 통과하는 직항로를 이용한다”는 반가운 오보(?)를 발표한 일도 있었습니다.자세히 알아보니 이 해프닝은 브리핑 직전 박 총장 등 우리측 관계자들이 북측 수행단 창구를 통해 들어온 소식 중 “육로영공(陸路領空)을 통하는 직항로”라는 문구를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벌어졌다는군요.브리핑 후 북측이“육로영공을 통한다는 것은 휴전선 통과가 아니라 평양과 서울을 ‘〈’자 혹은 ‘ㄷ’자로 잇는 것”이라는 연락을 해와 부랴부랴 브리핑 내용을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북측 상봉단 가족들의 뒷얘기를 알아보겠습니다.이들이머문 서울 올림픽파크텔 객실은 사흘 밤 내내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심정은 매일 달랐어요.상봉 하루 전인 14일 밤이 특히 길었습니다.“혹시 못 오는 것은 아닐까,얼굴을알아 볼 수 있을까,무슨 말을 먼저 할까…”고민은 꼬리를 물고 계속됐지요.15일 밤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호텔측에 우황청심환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취재가 점점 힘들어 지더군요.“내 마음 잘 알지 않느냐,이제 그만하자”는 등수심이 가득한 노인들에게 말을 걸기가 어렵더군요. ■가족들의 식사량도 분위기에 따라 달랐습니다.만나기 전에는 떨려서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상봉 후에는 “아들 만나느라 힘을 너무 뺐어,역시 시장이 반찬이야”라며 밥그릇을 싹싹 비우더라구요.이별을앞두고서는 제대로 수저를 드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별을 아쉬워 한 가족들을 아이디어도 많이 짜냈습니다.숫제 휴대전화를 북측 가족에게 건네주기도 했습니다.때문에 공항으로 가면서계속 통화를 할 수 있었죠. ■북측 방문단에 ‘스타’가 많은 점은 향후 남북 교류에 긍정적인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원로 국어학자 류렬씨,계관시인오영재씨, 남북 합작영화를 찍고 싶다는 리래성씨 등은 진한 인상을남긴 만큼 앞으로 남북간 문화교류의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외신기자들은 상봉의 드라마를 ‘눈물 전쟁’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냉전이라는 ‘이념 전쟁’의 종말에 따라 그동안 정치적으로 희생되고 붕괴된 가족사,민족사가 복원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충격’이라는 의미겠지요. ■취재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은 남북 상봉단이 최소한의 통제선 안에서만 3박4일의 체류일정을 보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앞으로는 상봉과 상호방문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통제는 최소,자율은 최대’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많은 이산가족들은 “집에 데려와 따뜻한 밥 한그릇 먹이는 것이 소원”이라고 되풀이했습니다.또 북측 방문단은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에 술 한잔 올리지 못하는 불효자를 용서해 달라”면서 슬피 울기도 했습니다.50년만에 만난 부모형제가 한 이불 속에서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못 나눈다는 것은 정말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대표적인 사례가 18일 새벽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량한상씨와 노모 김애란씨의 상봉이죠. ■이산가족 교환방문사업을 계속하려면 비용절감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서해 직항로보다는 판문점을 통한 육로를 이용하고 ‘일정은 짧게,만남은 길게’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1,500여명의 취재진이 북적댄 워커힐호텔은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다는 평가입니다.미비점이 발견되면 지체없이 보완하는 기민성도 갖췄습니다.반면 상봉단 가족들이 머문 올림픽파크텔은 준비상태가 수준 이하여서 상봉가족과 취재진들이 대단한 곤욕을 치렀습니다. ◆방담기자 명단. ◇한종태차장,진경호 오일만 주현진기자(정치팀)◇조현석(경제팀)◇김재천(디지털팀)◇오승호차장,전영우 이창구 안동환 이송하 조태성 윤창수기자(사회팀)◇김용수 심재억(전국팀)◇황수정 이순녀(문화팀)◇장택동(특집기획팀)◇류길상(체육팀)◇박록삼기자(행정뉴스팀)
  • 남북이산상봉/ 서울 상봉 이모저모

    서울과 평양에서의 3박4일은 반세기 동안의 ‘긴 이별’에 비해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다.남과 북으로의 출발을 하루 앞둔 17일 이산가족들은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다시 ‘생이별’을 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에 울고 또 울었다.남북이 각각 주최한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회한과 상념에 젖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17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마련한 만찬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3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 박 장관은 만찬사에서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헤어짐은 더욱 애틋해 잡았던 손을 차마 놓치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접고 다시 만날그 날을 기약하자”며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남한의 막내딸 최순애씨(48)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나온 류미영북측 단장도 답사에서 “서울에서 보낸 며칠은 격정 속에 흘러간 나날이었다”고 회고한 뒤 “남측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정계 뿐 아니라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했던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문화·체육·언론계 대표들이 참석했다.경기대 교수인 전 방송인 차인태씨,전 영화배우 김보애씨,그룹 ‘코리아나’의 여성멤버 홍화자씨 등 낯익은 인사들도 포함됐다. 미국 국적의 인요한(41·본명 존 린튼)연세대 외국인진료소장도 눈길을 끌었다.인씨는 형 세반씨(50·스티브 린튼)와 함께 북한의 결핵 퇴치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진벨 재단 활동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져있다. ◆하얏트호텔측은 북측 상봉단이 고령임을 감안,북어와 더덕구이,갈비와 전복구이,수정과 등 부드러운 음식들로 상을 차렸다. 또 한 테이블에 한명씩 배치하던 서비스 요원을 3명씩 배치해 몸이불편한 상봉단들을 부축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약 2시간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만찬은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간의 뜨거운 악수와 함께 “또 만납시다”“건강하십시오”라는 등의 덕담으로 끝맺었다. ◆서울 체류 3일째인 이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은하지 말자”며 짧은 재회의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희망의 날을 기약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탓에 “한 번이라도 더,1분이라도 더 만나게 해 달라” “부모님 산소라도 찾게 해 달라” “어머니와 하룻밤이라도 자게 해 달라”는 안타까운 주문도 잇따랐다. ◆북에서 온 김용호씨(72)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면서 “면회소가 생기면 아직 못본 조카들도 만날 것”이라며 다시 만날 날을 확신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산가족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나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만남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 통화와 편지의 상시 교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덕씨(64)는 “형님과 얘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면서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밤 새도록 얘기하고,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한 번 같이 갔어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 평양무용대학 교수이자 최초의 여성박사 김옥배씨(68·여)는“어머니 품에서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면서 “어머니께 밥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 이산가족 김인수씨(68)는 이날 대한적십자사측에 요청,6·25때 헤어졌던 선린상업중학교 시절단짝 김학모(70·서울 중랑구 망우동)·이창영씨(70·서울 은평구 응암동)를 50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까까머리 중·고교시절의 삼총사가 허연 백발이 돼 재회한 것이다. 김학모씨는 16일 오후 고교 총동창회로부터 50년 전 행방불명된 뒤로 ‘죽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던 친구 인수가 북에서 내려와 자신을애타게 보고 싶어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김학모씨는 중학교 5학년 동안 내내 같은 반이었던 삼총사 중 나머지 한명인 이창영씨에게 연락,이날 오전 김인수씨가 머물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을 찾았다. ◆신정현씨(86·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이날 창경궁 관람을 마치고나오던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에게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약했다는 오빠 구현씨(89)의 생사를 물었으나 타계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망연자실,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46년 충북으로 시집간 뒤 고교 교사였던 오빠와 소식이 끊겼으며 10년전 우연히 오빠가 김일성대 언어문학연구부 교수 등을 역임한 문인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특별취재단
  • [외언내언] “밥 한끼 못해 먹이고…”

    이청준씨의 소설 ‘눈길’은 우리네 어머니의 지극한 모정(母情)을보여준다.집안이 몰락해 살던 집을 팔게 되자 어머니는 외지로 공부하러 간 고등학생 아들에게 그 집에서 “밥 한끼 지어 먹이고 마지막밤을 보내게 해 주려고” 새 주인의 양해를 얻어 기다린다. 매일같이빈집을 드나들며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면서 아직도 그집에 사람이살고 있는 양 안방 한쪽에 이불 한채와 옷궤 하나를 예대로 남겨둔다.소문을 듣고 찾아 와 집앞에서 서성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더운 밥지어 먹여서 하룻밤 재워가지고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길을 되돌려 떠나 보낸다.시오리나 되는 장터 차부까지 아들을 배웅하고,하얀 눈길에 찍힌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다시 돌아 오면서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군다.아침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로…. 16일 저녁 대한적십자사가 상봉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만찬장에서아흔살의 어머니는 북쪽에서 온 일흔살의 아들 입에 밥과 고기를 넣어주면서 “손수 밥 한끼 못해 먹이고…”하며 안타까워 했다.북에서온 오빠를 만난 육순의 남쪽 누이도 “(돌아가신)엄마 솜씨 흉내 내서 생선찌개 끓여 드리고 싶었는데,오빠한테 밥 한끼 못해 드리고 보내려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어머니와 누이들에게 “손수 지은 더운 밥 한끼”는 무엇인가.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자식과 형제들에게 주고 싶은 절절한 마음과 사랑의 최소한의 표현이다.아무리 호화로운 식당에서 진수성찬을 대접한다 하더라도 손수 지은 더운 밥 한끼의 정성에는 까마득히못 미친다.그 세대의 여성들에게는 귀한 손님에게 더운 밥 한끼를 차려 내놓는 것이 당연한 예절이다.지금처럼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 식은 밥이 많이 있을지라도 귀한 손님이 찾아 오면 새로 밥을 지어 대접하고 식은 밥은 나중 안식구들끼리 먹었다.하물며 오매불망 그리던자식과 형제들을 반세기 만에 만났는데 손수 지은 밥 한끼 대접 못하는 그 어머니와 누이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아들이 왔다는 말에오랜 치매상태에서 깨어나 아들 이름을 부른 어머니도, 건강이 나빠상봉장에 나가지 못하고 앰뷸런스 안에서 아들의 큰절을 받고 “우리늙은애기 왔구나”하며 눈물을 쏟아 낸 어머니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소설 ‘눈길’에서 어머니는 말한다.“더운 밥 해먹이고 하룻밤을재우고 나니 그만만 해도 한 소원은 우선 풀린 것 같더구나”이산 가족들이 지닌 그 ‘한 소원’은 언제쯤 풀릴 것인가.내년에는 가정방문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지만 오래 헤어졌던 혈육에게 더운 밥한끼 해먹이고자 하는 이들의 자연수명이 그 열매를 거둘때 까지 기다려 줄지 안타깝다. 임영숙 논설위원실장 ysi@
  • 분당 하수처리장 “어찌하오리까”

    한국토지공사가 158억원을 들여 건설한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이 주민 반발로 5년째 가동을 못해 시설비 전액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하수처리장이 완공된 것은 95년.용인 수지1·2지구에서 배출되는 하수처리를 위해 구미동 915 일대 2만6,400㎡에 하루 1만5,000t 처리규모로 건설됐다. 그러나 시험가동중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문을 닫았고 2단계 시설공사도 중단됐다.기피환경시설로 주로 처리과정에서발생되는 악취가 원인이었다.이후 하수처리장은 5년째 개점휴업상태로 곳곳에 잡초만 무성한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 수지지구의 하수는 현재 탄천 둔치를 따라 매설돼 있는 차집관로를통해 성남시 복정동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고 있으며 시는 늘어난 하수용량에 맞추기 위해 증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변칙 하수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처리장 인근 주민들과는 달리 가동을 하자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돼 주민들간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분당환경시민의 모임 등 환경단체들은 탄천의 수질오염은 수량 부족이큰 원인으로 차라리 이 하수처리장을 가동해 탄천 상류지역의 방류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가동을 지지하고 있다.그러나 줄곧 토지공사와 대치하던 구미동 주민들은 환경단체들의 이같은 입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폐쇄를 가정한 활용방안도 문제다.시설자체가 다른 용도로 활용이불가능한 것들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철거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야만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현재 공원이나 학교부지 등 대체활용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뾰족한 처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무계획적으로 아파트 인근에 하수처리장 건설공사를 강행,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며 “주민들의 결정을기다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北영웅시인‘상봉감격’노래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만나니 눈물입니다다섯번이나 강산을 갈아 엎은50년 기나긴 세월이 나에게 묻습니다너에게도 정녕 혈육이 있었던가아,혈육입니다. 다같이 한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혈육입니다한지붕 아래 한뜨락 우에서 다같이 아버지,어머니의 애무를 받으며 자라난 혈육입니다뒷동산 동백나무 우에 올라밀짚대로 꽃속의 꿀을 함께 빨아먹던 추억속에 떠오르는 어린날의 그 얼굴들 눈오는 겨울밤 한이불 밑에서 서로 껴안고 푸른하늘 은하수를 부르던 혈육입니다정이란 그렇게도 모질고 짓궂어 헤여져 기나긴 세월때없이 맺히는 눈물속에 조용히 불러보는 그 이름들승재형 형재동생 진이 흥이 필숙아 영숙아이렇게 만났으니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평양에서 서울까지 한시간도 못되게 그렇게도 쉽게 온길을 어찌하여 50년동안이나 찾으며 부르며 가슴을 말리우며 헤매였습니까다시는 다시는 이 수난의 력사,고통의 력사,피눈물의 력사를 되풀이하지 맙시다또다시 되풀이된다면 혈육들이 가슴이 터져 죽습니다 민족이 죽습니다반세기 맺혔던 마음의 응어리도 한순간의 만남으로 다 풀리는 그것이 혈육입니다그것이 민족입니다정견과 신앙이 다르면 통일은 못합니까만나서 얼싸 안으니 그 뜨거움도 같고 눈물도 같은데 이것이 통일이 아닙니까우리가 우리지 남은 우리가 아닙니다우리 힘으로 우리 손으로 통일합시다그 누가 이날까지 우리의 이 길고 긴 아픔을 알아주었습니까누가 우리에게 통일을 선사했습니까누가 우리의 통일을 바라기나 했습니까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형제들이여 동포들이여영원히 리별이라는 것을 모르고(중략) 오늘의 이 만남의 길을 통일의 길로 이어갑시다북과 남 두 수뇌분들이 힘겹게 솟구쳐 주신 통일의 그 샘줄기가 순조로이 흐르도록 물길을 크게 내여 갑시다아,7천만이 바라고 바라던 민족의 새장이 펼쳐졌습니다위대한 력사가 흐르고 있습니다반목과 대결의 얼음장을 녹이며 막혔던 분렬의 장벽을 부시며 화해와 협력,대단결의 대하가 흐릅니다 통일의 대하가 흐릅니다이밤이 가고 또 한밤이 또 한밤이 가면 우리는 돌아갑니다그러나 헤여질때 형제들이여 울지 맙시다 다시는 살아서 못보는 그런 영원한 리별이 아닙니다서로가 편지하고 서로가 전화하고 서로가 자유로이 오고 갈 통일을 한시바삐 앞당깁시다통일만이 살길입니다 더 늙기 전 더 늙기 전에 우리가 어린 날의 그때처럼한지붕 밑에서 리별없이 살아 봅시다우리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8월15일 서울에서오영재
  • [대한광장] 도심 녹지공간을 늘리자

    [박주현 변호사]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 그냥 외쳐보는 구호가 아니라 최고 규범인 헌법 제35조의 내용이다.건강하고 쾌적한환경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공원과 녹지일 것이다.걸어서 5분 거리 이내에 나무들과 벤치,오솔길과 잔디밭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마을공원이 있다면 주민들의 생활의 질은 기대 이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공원과 녹지는 주거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몇 년전 독일 뮌헨에서 얼마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집에서 30여미터떨어진 곳에 아주 작은 레오폴드 공원이 있었다.그 공원의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 잔디밭이 있는데,잔디밭 한 켠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고,나무그늘에는 나무의자들이,잔디밭 사이로는 오솔길이 나 있었다.공원한켠에는 대학식당도 있고 유치원도 있었지만 건물 모양과 색조를 자연친화적으로 맞추어서 공원분위기를 거의 해치지 않았다.우리는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매일같이 그곳에 가서 아이들을놀게 하고 벤치에서 책을 읽곤 했다.언젠가 공사를 며칠씩 하기에 무슨 공사인가 했더니 반듯한 오솔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작업을 그리도 정성스럽게 한 것이었다.그 작은 마음 씀씀이가사람들에게 숲속기분이 나도록 해주었고,이게 바로 눈높이행정이구나 하는생각을 하게 되었다. 뮌헨에는 유명한 영국공원이 있어서 도시면적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공원 모양이 길쭉해서 도시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용이하다.필자가 살던 곳에서도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깨끗한 호수와 커다란 잔디밭,울창한 수풀이 있었음에도,지금 뮌헨을 더욱 살갑게 느끼게 하는 것은 집 바로옆에 있던 레오폴드 공원이다.가까이에 있어서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일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들이 많아서 녹지조성에는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과밀한 도시에서 생긴 매연이 산으로 갇힌채 머물러 있어서,강풍이불거나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에야 산들이 그토록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새삼 알게 될 정도로 그 산들은 산소와 녹색을 제공하기에는 너무먼 존재가되어 버렸다. 결국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집 가까이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식물학자와 공원설계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의 겨울은 길고도 건조해서 활엽수는 1년에6개월 정도만 나뭇잎을 볼 수 있고,상록수가 자라기에도 어려운 조건이라고한다.그래서 식물학자의 조언이 필요하다.집 한채를 짓는데도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 하는데,마을 주민들이 내집 정원처럼 드나들며 쉴 수 있는 아름다운공원을 만들려면 공원설계사와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시공원법에서는 재정을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국고지원이 지극히 미약하여,재정이 탄탄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공원과 녹지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재정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공원부지로만지정된 채 방치되어 폐자재가 쌓이고 우범지역이 되는 등 오히려 환경악화의 요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주거환경의 부익부 빈익빈은 국고지원을 통해시정되어야 한다.현행 도시공원법은 융통성이 부족하여 소규모 마을공원의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공원지구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들은 엄격하게 규정하되,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지역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외국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미리 녹지를 조성한 후 도시를 만들며 나무를 절대 건드리지 않고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그런데 우리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사정을 이유로,가지고 있던 토지들마저 다 팔아버려서 공원과 녹지조성에 어려움이 많다.지금이라도 마을공원을 위한 부지확보에 노력하고,자투리땅이나 도로하천 부지 등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녹지를 조성하고 마을 안에 예쁜 공원을 만들어가야 한다.녹지는 도시의 허파이고 생존조건이며,공원은 도시의 얼굴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 ‘마이웨이’작곡자 질 티보 타계

    프랭크 시나트라의 세계적인 히트곡 ‘마이 웨이’의 공동 작곡자인 프랑스출신의 질 티보가 지난 3일 파리 교외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8일 보도했다.향년 73세. 티보가 1967년 작곡한 ‘콤 다비튀드(평소와 같이)’란 곡을 영어로 옮긴‘마이 웨이’는 프랭크 시나트라,니나 시몬,섹스피스톨 등 유명 가수들이불러 큰 인기를 얻었으며 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낸 프랑스 10대곡 가운데하나다.예술가와 학생들이 모여 살던 파리 센강 좌안 지하술집 등지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가난한 음악가 생활을 시작했던 티보는 유명한 록가수 조니할리데이,실비 바르탕,미셸 사르두 등이 부른 노래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파리 AFP 연합
  • 한여름에 캐는 ‘겨울진주’

    백화점 광고전단을 보고 한번쯤 떠올렸을 의문이 한가지 있다.‘이 많은 행사들을 어떻게 다 기획하나’.행사 내용도 비슷비슷하다. 이는 치열한 ‘첩보전’의 결과다.어느 한 업체가 색다른 행사를 기획하면금방 ‘염탐’을 해낸다.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중의 하나가 ‘사계절 상품전’이다.계절이 바뀌는 이맘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행사다. 밍크코트,패딩조끼 등 겨울 재고상품과 이월상품들이 창고먼지를 툭툭 털고 쏟아져 나온다.‘이열치열 마케팅’이다.정상가보다 50∼90% 싸다.특히 올해는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고있는 토끼털코트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잘만활용하면 여름속의 겨울을 알차게 캐낼 수 있다. ■롯데 = 수도권 9개 전점에서 30일까지 겨울코트 기획상품및 지난해 이월상품을 60∼70% 싸게 판다.마리끌레르 등이 참여하며 39만원짜리 토끼털코트도준비돼있다. 9만원짜리 겨울 롱코트도 눈여겨볼 만 하다.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청량리점 관악점 부평점 강남점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7개점은 ‘패딩 코트’ 특별전을 마련했다. 보브퀵실버 등 유니섹스 브랜드의 패딩제품이 7만원대부터다. 이어 본점잠실점 분당점 일산점은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유니섹스 캐주얼 겨울상품전’을 연다.닉스 온앤온 나이스클랍 등 10여개 브랜드의 제품 3만점을 유치,‘물량공세’를 펼친다. ■현대 = ‘안지크’ 사계절 상품전을 단독 유치했다.무역센터점 천호점 신촌점에서 30일까지 열린다.겨울 하프코트가 10만9,000원,롱코트가 12만∼16만원이다.천호점은 이은희 시스막스 윤모드 등 유명 여성의류 겨울상품을 정상가보다 최고 80%까지 싸게 판다. ■신세계 = 스키용품을 파격가에 내놓았다.본점에서 30일까지 ‘노르디카 고별전’을 연다.스키복,스키장갑,스키모자 등이 정상가의 10%다.영등포점에서는 ‘모피·피혁 대전’이 열린다.무스탕 재킷 및 하프코트 등이 19만원대부터다.미아점은 다음달 3일까지 ‘양모 침구 대전’을 연다.뉴질랜드 양털을 깎아 만든 양모이불이 5만7,000원이다. ■갤러리아 = 31일까지 ‘캐주얼 브랜드 사계절 상품전’을,다음달 1일까지 ‘수입브랜드 사계절 상품전’을 연다.토끼털 하프코트가 49만원,앗슘 롱코트가 17만9,000원이다. ■삼성플라자 = 분당점은 다음달 3일까지 사계절 상품전을 연다.아이비하우스더블코트(11만9,000원),트리아나 토끼털 반코트(69만원) 등이 전략품목이다. ■뉴코아 = 여성의류는 물론 겨울 아동복도 준비한 점이 눈에 띈다.동수원점은 다음달 3일까지 ‘톰키드’ 겨울아동복을 50% 세일하며,서울점은 아동 스키복 상하를 10만원에,성인스키복은 16만원에 판다.성남점은 진흥모피를 다음달 10일까지 20% 세일한다.일산점은 사계절 여성의류를 1만원·2만원 균일가에 판다. 안미현기자 hyun@
  • 국회법 강행처리…정국 경색

    국회는 24일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와 ‘선거부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예결위와 법사·행자 연석회의 등 11개 상임위를 열었으나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야당측이 크게 반발,회의가 중단되는 등 극심한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에서 처리된 뒤 임시 의총을열고 국회일정을 전면 거부,본회의장 철야 농성에 들어감으로써 정국 경색이불가피해졌다. 여야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은 16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으로,추경안및 약사법 처리 등을 위해 25일로 예정된 본회의 운영도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또 오는 26일까지 예정됐던 법사·행자 연석회의도 오후부터 중단돼 남은이틀 간의 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처럼 국회가 또 다시 파행을 거듭하자 새 천년 들어서도 종전의 구태(舊態)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날 오후 열린 운영위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를 뚫고 상정,전격처리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 후 합동의총을 열고 한나라당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여당 단독으로 안건 등을 처리한 뒤 25일 오후 본회의에서총 2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과 국회법 개정안 등 계류안건을 강행처리할 것을 결의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금융지주회사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오후에 예결위와 행자위를 열어 추경안과 정부조직법을다룰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예결회의장과 행자위 회의실을 봉쇄하는 바람에 처리하지 못했다.이같은 대치상황이 밤늦게까지 계속됨에 따라 민주당은총무단회의와 의원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방안을 세우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강행처리를 주도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의 윤리위 제소 및 국회의원 제명을 추진키로 했다.또 국회법 개정안의 법사위 및본회의 상정을 금지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권한쟁의심판 가처분신청을 내기로했다. 오풍연기자 po
  • 新마포대교 불안하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신마포대교가 한쪽으로 기울게 건설돼 차량 운전자들이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공사나 서울시측은 “설계상 한쪽으로 기울게 건설했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안내표지판조차 설치하지 않고 있다.이 때문에 “다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여의도에서 도심쪽으로 차를 운행할 때 운전대에서손을 떼면 차량이 중앙차선으로 쏠린다”는 운전자들의 제보전화가 언론사등에 잇따르고 있다. 교량도로는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하기 위해 중앙차선을 중심으로 양쪽을 낮게 건설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현장사무소에서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L엔지니어링 소속 감리단장 남모씨(55)는 23일 “한쪽으로 기울게 건설됐으나 통행안전 등 설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공법상 도로 폭의 2%만큼 기울기를줘야 하기 때문에 폭이 22.75m인 신마포대교의 경우 좌우의 높낮이는 45.5㎝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남씨는 “마포대교(구교)의 개·보수 공사가 끝나는 오는 2003년 12월 신마포대교는 지금의 왕복 6차선에서 일방통행 5차선으로 바뀌게 된다”면서 “일방통행에 대비해 한쪽으로 기울게 시공했다”고 말했다.왕복 6차선인 구교 역시 일방통행 5차선으로 바뀌게 되며 신마포대교와 대칭이 되도록 반대쪽으로 기울도록 공사중이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업체인 B사 토목담당 이사 김모씨(52)는 “다리를 건설할 경우 원활한 배수와 차량통행 때의 하중을 고려,도로의 중앙이 볼록하고양쪽으로 기울어지도록 설계한다”는 원칙론을 폈다.따라서 신마포대교처럼도로가 한쪽으로만 기울면 폭우가 내릴 경우 배수처리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현대건설측 관계자는 “신·구교의 높이가 나란해지면 두 다리의 중심으로부터 양쪽이 기울어진 모습이 돼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운전자들과 건설·운수업계는 이같은 공법의 타당성에 대한 명확한결론을 내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송한수기자 onekor@
  • 여름세일 마감 D-1 백화점 ‘떨이행사’풍성

    이미지를 중시하는 백화점가에 ‘발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재래시장에서나 봄직한 떨이행사가 세일 마감(23일)을 하루 남겨둔 백화점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격특종’ ‘세일 피날레’ ‘찬스 찬스’ 등 매장 여기저기 써붙인 행사 제목도 사뭇 감각적이다.오전 구매고객중 추첨을 통해 구매금액을 돌려주는 등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심지어 해골,썩은 시체,잘린 손가락 등 백화점 매장에서는 금기시돼왔던 엽기적인 소품들도 ‘볼거리’로 등장했다. LG백화점 관계자는 “세일 막판은 가을 시즌 및 다음번 세일의 매출과도 연계가 되기 때문에 백화점들마다 크게 신경쓴다”면서 “노마진 상품들이 대거 배치된다”고 밝혔다. ◆‘떨이요 떨이!’=현대백화점은 미쏘니 오일릴리 등 명품의류를 최고 60%까지 할인판매한다.미쏘니 추동상품은 현대 본점에서만,오일릴리 사계절상품 특별초대전은 현대 천호점에서만 만날 수 있다.500여종의 커플수영복을 특별기획,23일까지 50%에 할인판매하는 이색행사도 현대 신촌점에서만 볼 수있다. 신세계는 22∼23일이틀동안 남녀의류를 파격 균일가에 판매한다.파올라·피에르가르뎅 투피스가 7만원,까르뜨니트 풀오버가 2만원,잔피엘 정장이 10만원(50매한),리복 티셔츠가 1만9,000원(100매한)이다.마소재 이불도 1만9,000원에 50개 한정 판매한다.미아점에서는 일본제 주방잡화를 1,000원∼2,000원 균일가에,2단 식기건조대를 3만원에 특별판매한다. 뉴코아는 시간대별 반짝 떨이행사를 연다.22일 오전 10시30분부터 티셔츠 30매를 1,000원에,23일 같은 시각에는 반바지 30매를 1,000원에 각각 판매한다.이브니에 여름잠옷은 5,000원까지 떨어졌다.단,23일 하루뿐이다. LG백화점은 제일모직 3대브랜드(엘르,신시아로리,아이덴티)를 50% 단독 할인판매하며 한신코아는 냉방용품에 승부를 걸었다.에어컨,선풍기 등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여름 속의 겨울상품전=신세계 영등포점은 밍크코트,토끼털코트,가죽재킷등 겨울상품을 시즌보다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중이다.뉴코아는 ‘니커스하프코트’를 15만원에,재킷을 39만원에 내놓았다. ◆오전에 구매하면 캐시백서비스=현대 천호점은 오후 1시 이전에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대 10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준다. 신세계는 10만원어치 이상 물건을 사면 망사로 된 여름 패션가방 세트를 덤으로 얹어주며 E마트는 25일까지 내점하는 고객중 1,020쌍을 추첨해 캐리비안 베이 무료이용권을 준다.24일까지 세일하는 뉴코아 동수원점은 8층 특설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중 선착순 200명에게 10만원 상당의 가족사진 촬영권을 준다. LG백화점 부천점의 ‘신나는 댄스,월드 스타 이미테이션쇼’도 눈길을 끈다.23일 오후 5시에 마이클 잭슨,브루스 브라더스,시스터 액트 등 ‘진짜같은가짜’들이 나와 춤기량을 선보인다.갤러리아는 ‘명품관’ 이미지를 깨고해골,썩은 시체,잘린 손가락 등 엽기소품 전시회를 마련했다. 안미현기자 hyu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8)낯선 땅에서

    *'옹심이 수제비'맛보았던 가슴아린 강릉길. 이미 청소년기에 집을 나가 한 해 가까이 남도 곳곳을 싸돌아 다녔고, 장성해서도 남한의 이 구석 저 구석을 헤집고 다녔으니 비록 먹는 이야기라 하여도 한정된 지면에 모두 기억하여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음식이나 풍속과 말씨에 오래 전부터 동한 서한의 구분이 있어 강원 경상도와 충청 전라도가 한데 묶인다.같은 생선탕도 서해의 조기매운탕과 동해의생태매운탕은 그 맛이 전혀 다르다. 내가 강원도 출입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일학년부터였는데 첫 학기에 등산반에 들어갔던 탓이었다.당시의 고등학교 등산반은 그냥 산에만 오르고 내리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선배들이 암벽타기 훈련부터 시켰다. 기초는 대개 인왕산에서 슬로프 코스와 침니를 익히고 북한산으로 가서 인수봉의 두코오스를 마치고 틈틈이 오봉과 우이암에서 세밀한 기술을 익힌다.그래서 바위에 자신이 붙으면 도봉산의 선인봉 남측 측면 십자로와 전면을 타고 주봉의 그 유명한 티자 침니를 기어 오른다.그리고는 여름방학이면 벌써설악산으로 가던 것이다.겨울에는 다시 빙벽 훈련을 하러 내설악을 찾아가고 지경을 넓혀 오대산까지 찾아갔다.고등학교 때에 알고 지내던 어린 록크라이머들은 조난으로 죽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유명한 산악인이나 등산지도자로 성장했다. 내가 고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가서 방랑했던 얘기는 뒤에 하겠지만,하여튼산에 다니면서 나는 당시 일제에서 해방 되었어도 전체주의 교육의 잔재였던규율과 획일화라는 학교감옥에서 놓여나는 기분이 들었다.감수성이 예민하던시절에 벌써 나는 학교와 집과 동네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체험을 원격지 등반을 통하여 익혔던 셈이다. 훨씬 뒤에 아직은 이십대 초반이었지만 아직도 수염이 뻣뻣하지는 못했을 적인데 나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 한다는 어느 친구와 함께 강원도를 돌아다녔다.나도 가난했지만 그 친구도 겨우 남의 가정교사로 용돈벌이를 하던 중이었다.그에게는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건만 심중을 털어 놓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의 집이 왕십리에 있었는데 우리는 막걸리 한 주전자를 놓고 어느 선술집에앉아 있었다.그는 술이 거나하게 오르자 점점 우울해지는 얼굴로 변해 갔다.이해가 되는 것이 그는 영장을 받아 놓고 있던 터였다.연기를 할 수도 있었건만 집안 형편도 좋지 않으니 얼른 나가서 때우고 와야 할텐데 그네가 마음에 걸린다는 얘기였다.그는 도스또에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창백하고 마른 인상은 아니었지만 러시아 소설에나 나옴직한 깃넓고 치렁치렁한 검게 물들인 군용 오버코트를 겨우내 걸치고 다녔다. 때는 마침 늦은 봄이라 불행하게도 분위기 있던 외투를 벗어버리고 역시 검게 물들인 미군 쫄쫄이 작업복 차림이어서 볼품은 없었다.그가 갑자기 강릉엘 가자는 것이었다.거리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청량리 역은 선술집에 앉아서도 기적 소리가 들려올 만큼가까운 거리에 있었다.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역까지 걸었다.거의 통금시간이다 되어 출발하는 강릉 가는 완행열차가 있었다.처음에는 소주에 마른 오징어를 씹다가 서로 기대어 자다가 날이 밝으면서 영주 태백을 지나서삼척에당도하면 거기서부터 철도는 바닷가를 향해 달린다. 바로 철로 아래 흰 포말이 이는 파도와 짧은 백사장이 보이고 저 근사한 해변묘지가 천천히 지나간다.해송이 구부리고 섰는 숲 위로 백로 떼가 날아 앉는다.벌써 상큼한 바다 비린내가 풍겨 온다. 우리는 항구에 도착했다.정박해 있는 배는 마치 잠시 후에는 모든 것을 훌훌털고 먼 바다로 떠나버릴 자유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다.그가 전화를 건다. 그네는 주문진에서 소학교 선생님으로 있다고 한다. 사범학교를 나와 부임했다니 겨우 우리네와 동갑내기이거나 아래일 것이 분명했다.소녀였지만 그네는 하여튼 선생님인 것이다. 퇴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니까 우리는 강릉으로 되돌아 나가서 하루 종일서성거렸다.그때에는 해수욕장이라곤 경포대 정도 밖에 없었고 요즈음처럼시도 때도 없이 바다를 보러오는 사람도 드물어서 봄철의 바닷가는 거의 인적이 없었다. 그가 주문진으로 그네를 만나러 가기 전에 우리는 선창가 언저리를 돌아다니다가 뱃사람들이나 가끔씩 들를 것같은 구석진 모퉁이의 작은선술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앉았다. 거기서 술국과 끼니 대신 먹어본 것이 ‘옹심이 수제비’였다.팟죽에 넣는찹쌀경단이나 조랑떡국의 동그랗게 뭉친 떡 보다는 약간 크고 투박하게 뭉친알심이 들어 있었다.감자 전 지질 때처럼 감자를 강판에 갈아 녹말을 내려서건더기와 함께 반죽하여 수제비 끓일 때처럼 멸치 다시에 호박이며 양파며 풋고추 등속을 넣고 그저 설설 끓여낸 것인데 시원하고 얼큰하고 든든하다. 그때 처음 본 오징어 순대도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흔한 음식이 되어 버렸다. 그냥 시장 모퉁이 아무데서나 해장으로 끓여 주는‘곰치국’은 충청도 서해안 지방의‘물텀벵이탕’과 비슷했다.해안가에서 사는 메기 비슷하게 생긴놈인데 살과 뼈가 흐물거리고 무를 함께 넣고 오래 우려낸 국물 맛이 비리거나 기름지지 않고 맑았다. 나는 선창이 멀리 내다보이는 일본식 이층의 여인숙에 방을 정하고 주문진에그네를 만나러 간 친구를 기다렸다. 그는 통금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더니한 시가 넘어서야 술이 만취해서 방문을 벌컥 열었다.그는 아무 말없이 그무렵에 젊은 여자들 사이에 대유행이던 흰색 하이힐을 비좁은 방 가운데로 던졌다.나는 이불 위에 떨어진 여자 구두를 내려다 보았다.잠이 번쩍 깨는 느낌이었다. 엽기적인 생각과 함께 그가 성공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부러움이 동시에 지나갔던 것이다.그렇지만 그는 사건의 전말을 절대로 얘기하지 않고 취해서 시뻘건 눈으로 자기 청춘의 시대가 이것으로 막을 내렸노라고 중얼거렸다.그는한 달 뒤에 군대에 나갔고 몇 년 후에야 제대한 그에게서 그날 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여선생을 만나서 다방에 앉아 청혼을 했다고,그네는 어리둥절하고 놀라서 말을 못하더라는 것,마침 휘영청 달이 밝은데 그가 여선생을 하숙집까지바래다 주겠다고 했고,걷다가 이제는 마지막이니 표적이라도 남기겠다며 그가 입을 맞추려고 덤볐다는 것,바로 길 옆에는 바람에 휘청대는 보리밭이 있었고,장소는 맞춤했지만 술 취한 그 보다 그네가 힘이 더 세었다고,그쪽에서떠미는 바람에 넘어지고, 넘어져서도 두 다리를 잡았다는 것,그래서 그네는콩쥐처럼 신만 남겼다고 한다. 어쩌다가 동해안에 가게 되면 음식들은 모두 관광 일색이 되어 온통 생선회천지가 되었지만 ‘옹심이 수제비’나 ‘곰치 해장국’을 찾으려면 선창을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헤매다녀야 한다. 황석영
  • 美 해병대원과 비밀결혼…바레인 국왕 조카딸 추방 위기

    [로스앤젤레스 연합] 미국 해병대원과 몰래 결혼한 바레인 국왕의 조카딸이불법입국 혐의로 강제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스 판사는 17일 로스앤젤레스 남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이민귀화국(INS) 청문회에서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의 질녀인 메리엄(19)이 위조된 군인신분 서류를 이용해 미국으로 불법입국한 뒤 해병대원과 결혼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메리엄은 정치적 망명을 모색하지 않는 한 미 영주권을 신청할수 없게 됐다. 메리엄측 변호인은 그녀가 귀국할 경우 비(非) 이슬람교도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극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안에 정치적 망명을 정식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망명을 신청하면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메리엄은 최장 1년까지 미국에 체류할수 있다. 이날 청문회는 비공개로 30분간 진행됐는데 메리엄과 남편인 미 해병대원제이슨 존슨(25) 일병은 아무런 말없이 법정을 떠났다. 존슨은 파병기간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해 봄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한 쇼핑몰에서메리엄을 만나 사귀어왔으나 그녀의 가족이 교제에 반대하자 메리엄신분을 해병대원으로 위조,미국으로 함께 도주한 뒤 작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양평 양수리-서종면 도로 확장공사 산림 마구잡이 훼손

    경기도가 양수리∼청평간 363번 지방도 일부 구간을 넓히면서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무리한 공법을 동원,10여개에 이르는 산자락을 마구잡이로 잘라내는 등 자연훼손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산이 깎이면서 도로변 곳곳에 조성된 수직에 가까운 높이 40∼50m의절벽들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방치되고 있어 집중 호우시 산사태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절벽이 붕괴될 경우 엄청난 양의 토사가 곧바로 팔당호로 쏟아져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을 흙탕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17일 양평군에 따르면 경기도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서종면 문호리까지 2차선 지방도 9㎞구간의 폭이 6∼7m에 불과하고 갓길이 없어 교통사고에위험이 크다며 지난 97년 297억여원을 들여 폭 10m로 넓히는 확장공사에 착수,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는 그러나 당초 이 도로가 팔당상수원과 바로 붙어 있는데다 도로변이 이미 깍아지른 벼랑이어서 산림절개식 공법으로 공사할 경우 자연훼손이불가피하고 완공후에도 산사태 등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변에 다리를 세워 도로를 확장하는 교량형 공법은 예산이 많이 들고 교각공사시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산을 깎아 길을 넓히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지 주민과 도로건설 전문가들은 “인근 국도 6호선 가운데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에서 양서면 용담리까지 구간이 길이 2.18㎞의 양수대교와 길이 2.38㎞의 용담대교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량형 도로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한국도로공사 책임연구원 유경수박사는 “산들이 마구 잘려나간 공사현장을직접 확인해 보았다”면서 “자연과 상수원을 보호하려는 의지부족이 이같은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박사는 “산을 깎은 경사면의 높이가 높을수록 해빙기와 우기때 산사태위험성이 크다”면서 “무엇보다도 상수원 주변 삼림이 중요한 정화작용을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박사는 또 “교량형 공사의 경우 산림 절개식보다 1.7∼2배 가량 예산이더 소요되지만 이곳의 경우 산을 깎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예산 차이는 크지않을 것”이라며 “예산 절감 및 공기 단축 등의 단기적인 잇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잃은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산도 부족했지만 교량형 도로의 경우 교각공사가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고 유속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산림을 절개하게 됐다”며 “절개면에 나무를 심는 등 공사를 마무리하면 외관이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개신교 단일 연합기구 탄생할까

    한국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일 연합기구가 탄생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개신교 17개 교단이 국내 보수 진보를 망라하는 단일 연합기구를연말쯤 창설키로 합의해 교계에 교회일치와 연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여기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해 이 합의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독교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새 연합기구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데다 일부 보수 교단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최근 합의가 결실을 거두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7개 교단 대표들은 지난 6일 연세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간담회’에서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연합’ 준비위원회를 발족, 다음달 초쯤 후속회의를 열어 연합기구 출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참가 교단들은각각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한기총과 KNCC간 기구적 통합이 사실상 어려운상황에서 교단 연합기구 창설쪽으로 방향을정했으며 각 교단이 가을총회에서 이에 대한 승인을 얻어 연말쯤 연합기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대해 양대 연합기구인 한기총과 KNCC의 반응은 곱지않다.양쪽 모두 교회일치를 위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한기총은 “한기총 자체가 한국 개신교의 일치를 위해 만들어진 연합기구인데 제3의 기구를 또 만든다고 해서 얼마만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는 주장.KNCC도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이번 합의가 급하게 진전돼 연합기구의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들이다. 여기에 한기총과 KNCC의 분열과정에서 갈라진 보수 교단들의 행보도 작지않은 변수다.이들 교단들은 기존 한기총과 KNCC간 기구통합이 아닌 교단 연합엔 공감하면서도 갈라진 교단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의견조율이 쉽지만은않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실제로 지난 6일 회의에 적지않은 보수 교단들이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계가 이번 통합작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개(個)교회성장위주로 치우친 개신교계의 분열상을 정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때문. 한기총과 KNCC 모두 이런 교계의 여론을 인식,지난해 11월 이후 교회일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놓았었다.이번 간담회가 마련된 것도 KNCC산하 한국교회연합운동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병금 목사의 역할이 컸다. 전병금 목사는 “각 교단의 지도자들이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연합기구 출범에 의견을 모은 것은 한국 뿐 아니라 개신교 역사상 유례가 없다”면서 “처음 회의적이던 교단도 속속 동참할 뜻을 밝혀와 연말 기구출범에 별 문제가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목협 이상화 목사는 “교단의 움직임과 기존 단체들의 반응을 볼때 연합기구 창설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평신도들이 교파를 초월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이럴땐 산사태 조심

    ‘산에서 비가 많이 올 경우 이런 곳은 반드시 피하세요’ 서부지방산림관리청은 12일 여름철에 산사태가 나기 전 나타나는 징후들을소개하며 등산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선 산의 경사면에서 갑자기 다량의 물이 샘솟는 것은 땅속 빈 구멍 등에 물이 가득 차 과포화된 지하수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산사태에 앞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또 평소 잘 나오던 샘물이나 지하수가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산 허리의 일부가 금이 가거나 내려앉는 것도 산사태를 예고하는 현상이다.특히 바람이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질때,산울림이나 땅울림 등이 들릴 때도 산사태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남원 조승진기자 redtrain@
  • 李漢東총리 53일만에 공관입주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가 10일 오전 공관으로 이사했다. 총리로 지명된 지 53일 만이다.‘혹독했던’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6월29일 총리 임명장을 받았지만 집안일 때문에 그동안 이사를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는 간단했다고 한다.옷가지와 이불,음식,서적이 대부분으로 일반 이사차량 1대분이었다. 총리실에서도 특별한 준비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도배도 하지 않고 카펫 청소 등 간단한 정리만 했다.도배는 98년 김종필(金鍾泌·JP) 전 총리가 입주했을 때 한 것으로,박태준(朴泰俊) 전 총리도 그냥 사용했었다. 오전에는 우선 부인 조남숙(趙南淑)여사만 이사를 했다.양친은 별세했고 1남2녀의 자제들은 따로 산다.이 총리는 이날 서울 염곡동 자택에서 출근을한 뒤 퇴근은 공관으로 했다. 물론 공관 이용이 처음은 아니다.의료계 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 등 몇차례공식적인 행사를 공관에서 열었다. 관용차량도 총리지명 며칠 뒤부터 사용했다. 그래도 공식적인 공관입주는 의미를 갖는다.이 총리로서는 본격적인 활동을 의미한다.이 총리는 그동안 염곡동 자택에서 지내면서 여러 불편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청사와의 거리도 멀어 출퇴근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가장 큰 애로점이다.자택이 좁아서 이런저런 회의를 갖기도 어려웠다고 한다.또 지역구 주민등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공무 수행에 지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관 입주로생활에 ‘안정’을 찾은 이 총리가 1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 질문의관문을 잘 통과할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
  • [마음은 북녘 고향에](6)평남 성천 출신 이태흥 할아버지

    “별명은 ‘돌배’,야무졌던 북녘의 동생이 살아 있는지…” 이태흥(李泰興·70·인천시 부평구 산곡1동)씨는 4일 “평남 성천군 대곡면 대곡리 추피마을에 두고 온 막내 동생 태용(泰龍·62)이는 어릴 적 별명을부르면 나를 곧바로 알아볼 것”이라며 신음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님 보비(75)와 보옥씨(73),누이동생 보화(68)·보여씨(65)도 고향에 남았지만 나이가 많은 누님 둘은 살아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난다.하지만 어릴 적부터 똑똑했던 ‘돌배’가 누이동생 둘은 잘 보살피고있을 것이라고 되뇌인다. 이씨는 1946년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었다.일제 치하에서 대장장이 일로 어머니를 비롯,8남매를 부양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아버지가 44년부터 강원도이천군 음탄면 건자리 두메산골에 숨어 지내다 광복 이듬해에 어머니와 함께 장티푸스로 숨진 것이다. 이씨는 부모님을 여읜 슬픔이 채 가시기 전인 그해 2월 식솔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당장 생계가 걱정인데다 이불 보따리 등 이삿짐도 많아 ‘돌배’만은 두 매형에게 맡기고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며 발길을 재촉해야 했다. 고향 길은 험난했다.원산에 이르자 눈이 어른의 가슴 높이까지 쌓여 사경을 헤메다 간신히 트럭을 얻어탈 수 있었다.하지만 고향에 돌아온지 얼마 안돼 태용은 10세의 나이로 수백리 길을 찾아와 ‘과연 돌배’라는 소리를 들었다. 고향에 돌아온 형제는 돈을 벌기 위해 1년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48년 11월 흩어졌다.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곧 전쟁이 터져 50여년 동안 생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1·4후퇴 때 동생과 누이들의 얼굴도 못본 채 혼자 남으로 내려와 1남 4녀를 둔 이씨는 “고향 앞을 흐르는 대동강의 물결치는 모습이 아련하다”면서 “죽기 전에 동생과 누이,친척 어르신들이 어떻게 됐는지 소식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송한수기자 onekor@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교통질서와 ‘룰’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지구촌을 한나절에 돌 날이불과 몇년 앞으로 다가왔다.숙명으로 여겨온 시공의 제약을 과학과 교통의발달이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에 몰려 살았다.70년대부터 급격히 이루어진 도시화도 따지고 보면 직장과 학교를 쉽게 오가며 필요한 물건들을 제때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러한 도시가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출퇴근때뿐 아니라 하루종일 막히는 교통체증 때문이다.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차가 있어도 무용지물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성능좋은 차가 생산되고 많은 예산을 들여 도로를 신설하는데도 도시 교통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대 로마에서도 도시내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시간대에는 마차의 통행을 제한했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을 거둬 전체 도시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도로와 주차장을 확충한 미국 LA의 경우도 예나 지금이나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교통은 물리적인 흐름이다.이러한 흐름을 가장 빨리,가장 안전하게 하는방법은 그 구성입자가 모두 동일한 원칙에 의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다.하늘을 나는 기러기떼를 보면서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깨닫는다. 복잡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차선과 신호등,제한속도와 건널목,끼어들기와 추월하기 금지 등 여러가지 시설과 질서를 만들어 놓았다.길에있는 모든 사람과 차량이 이들 질서를 지킬 때만이 우리는 최상의 교통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게임에도 ‘룰’이 있듯이 교통도 ‘룰’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신호등의빨간불에서는 당연히 정지해야 하고 푸른 불에서는 가야 한다.무인속도측정기에 적발돼 벌점 부과와 과태료를 내는 게 두려워서라기보다 제한속도를 지키도록 되어 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다.안전벨트를 매면 대형사고시 화를덜 입는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매라는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모두가 정해진 ‘룰’대로만 하면 교통질서는 저절로 잡힌다. 교차로에서로 얽힌 차량,전용차선을 위반한 차량,갓길을 달리는 차량,모른척 끼어드는 차량…. 교통시설 확충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것보다 이처럼 ‘룰’을 어기는 차량들이 없어질 때 우리의 교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金允起 건설교통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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