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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외교장관이 베트남에 간 이유

    [세종로의 아침] 외교장관이 베트남에 간 이유

    조기 대선 국면과 미국발 통상위기라는 큰 현안들을 방패삼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넘겨버린 몇 가지 외교 일정들을 뒤늦게 복기해 본다. 미국으로 긴박한 시선들이 쏠릴 때 우리 외교 수장과 경제 담당 고위 당국자의 발길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닿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5~17일 제4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조 장관은 한·베 외교장관 대화에 이어 팜 민 찐 총리와 르엉 끄엉 국가주석을 예방하고 양국 간 협력을 이야기하며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자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베트남에 무려 46%의 관세를 매겼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우리나라 3대 교역국이자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LG전자 가전 등의 생산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초고율 관세는 우리 기업들에도 직격탄이 된다. 관세 조치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대미 관세를 0%로 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 유예조치를 받아내 일단 한국 기업들도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견제든 협상을 위해서든 대미 외교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자 주변국 정상들도 잇따라 하노이로 향했다. 지난달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각각 베트남에서 협력을 다짐했다. ‘정상 공백’에 놓인 우리는 조 장관이 베트남을 간 것이었는데, 부이 타잉 썬 베트남 외교장관이 만찬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꾸린 인도태평양전략과 한·아세안연대구상(KASI)이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지 궁금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지난달 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외교부·상공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교역·투자 및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민관 1.5트랙 세미나를 통해 한국과 인도, 미국이 삼각협력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강조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군’이라며 한국과 일본, 인도, 영국, 호주 등 5개 국가를 신규 무역 합의의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인도의 대미 협상 방향은 우리와도 무관치 않다. 지난달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한·네덜란드 경제공동위원회에선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 재외공관 조기경보시스템(EWS)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핵심광물 등 공급망 정보를 주기적으로 교환하고 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함께 식별하는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반도체 제조장비) 제조 기업인 ASML을 중심으로 여러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SK하이닉스·삼성 등 한국의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산업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 아직은 빗겨나 있지만 반도체도 관세 폭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교 현장 곳곳에선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협력을 모색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이상 먼 유럽의 일만이 아니게 됐고 경제와 안보의 경계도 모호해지며 미국과 주변국뿐 아니라 아세안, 유럽, 글로벌 사우스까지 힘을 합쳐야 할 대상과 범위는 훨씬 커지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움직임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앞서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더 많은 세계의 눈들이 지금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드디어 한 달 남짓이면 새 정부가 출범해 우리 안의 불확실성을 한층 걷어낼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어느 쪽과 더 가깝게 지낼 거냐는 식의 해묵은 이분법을 넘어 함께 돌파구를 찾자고 손 내미는 많은 국가들과의 연계를 넓히는 더 촘촘한 외교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허백윤 정치부 기자(차장급)
  • [서울광장] 이것은 대선인가, 정책 듣기평가인가

    [서울광장] 이것은 대선인가, 정책 듣기평가인가

    혹시 수능을 다시 보는 꿈을 꾼 적 있는가. 남자들의 군대 다시 가는 꿈에 이어 한국인의 두 번째 악몽 정도 될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펼쳐지는 조기 대선 국면이 딱 그렇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악몽에서 겨우 깨어나니 이번엔 교실에 앉아 OMR 카드를 손에 쥔 듯하다. 인구절벽, 고용위기, 지역소멸, 통상분쟁…. 시험 문제는 난해한데 후보들이 내민 답안은 숫자만 바꾼 객관식 보기 같다. 더 큰 문제는 기시감이다. 아주 오래 같은 문제를 푸는 기분인데 후보들은 풀이과정 설명도 제대로 안 하면서 제 답만 정답이라 우긴다. 주요 공약들은 그야말로 객관식 문제로 규격화됐다. ‘문제 1.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이라고 질문하면 ①50조원(홍준표) ②100조원(이재명) ③200조원(한동훈) ④민간 투자(이준석) 식으로 답만 들린다. 막대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을뿐더러 무엇에 투입할지, 저 돈을 활용해 AI 개발 인력 양성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저 더 큰 숫자가 더 야심 찬 정책처럼 포장될 뿐이다. 나중에라도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을 가능성 역시 희박해 보인다. 강행 처리와 거부권을 오가던 정책들의 평행선 역시 단 1도도 움직이지 않았다. ‘문제 2.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정책을 만들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집단은’이란 상법 개정안 관련 질문에 민주당은 소액주주, 국민의힘은 기업 생태계라는 답만 고수한다. 그동안에도 양 진영은 자신의 답만 고집하며 정책을 제로섬 게임으로 다뤄 왔다.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쪽은 필연적으로 패배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균형점을 모색하기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법안들이 양산됐다. 대선 국면이 되자 상황은 더 악화돼 버렸다. 정책과 법안이 공론장에서 더 심도 있게 논의되기는커녕 지지층 결집을 위한 도구로 변용되고 있다. 숙의 과정 없이 일방의 힘으로 추진된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오답노트를 덮어 둔 채 같은 답안이 다시 제출되는 일도 벌어진다. ‘문제 3. 의정갈등 해소 대책은’이란 질문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의대가 없는 유일한 광역 지자체인 전남과 서남대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 국립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대에서 국립의대로 명칭이 바뀌었을 뿐 권역마다 의대를 배치하는 기본 골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정책과 동일하다. 의료계에선 ‘이미 전국에 있는 약 230개 국공립 병원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공병원 추가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데도 말이다. 이 공약은 윤석열 정권하에서 지난 1년간 계속된 의정갈등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기도 하다. 의정갈등은 개별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결정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역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의료계는 이에 대한 불신으로 대화의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교육부는 의대생을 포함하는 의학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의대 정책 거버넌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런 노력이 진행되는 와중에 유력 대선 주자가 현장과의 협의 없이 의료 정책을 먼저 제시하는 모습은 과거 실패의 패턴을 그대로 반복하는 듯하다. 박근혜의 ‘국민행복’,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 최근 세 정권에서 추상적이고 정적인 원칙이 캐치프레이즈로 부각되는 이례적 흐름이 이어졌지만, 대선은 해묵은 논쟁거리를 두고 가르마나 타는 선거가 아니다. 87체제 대통령은 국가 미래 비전을 탐구하고 거대한 의제를 제시해 대한민국을 점점 더 큰 나라로 이끄는 자리였다. 김영삼의 ‘세계화’, 김대중의 ‘IT 강국’, 노무현의 ‘국토균형’, 이명박의 ‘녹색성장’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 개개인 삶의 방향과 범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시대의 이정표였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유권자들과 진영 논리와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는 정치권. 숫자의 전쟁이 아닌 철학의 대결, 정쟁의 나열이 아닌 비전의 설계가 절실하다. 후보들에게 객관식 시험지를 거두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상상력을 담을 백지 답안지를 새로 배부하고 싶다. 홍희경 논설위원
  • 작은 존재들의 꿈틀거림… 詩로 가꾸는 언어의 정원

    작은 존재들의 꿈틀거림… 詩로 가꾸는 언어의 정원

    세포·닭·지렁이, 자연 다큐 같은 시집인간 아닌 다른 존재 탐구하고 성찰폭발물 횡행하는 세상 詩 역할 집중 삼라만상이 물질이다. 열 번째 시집에 이르러 시인은 세계를 이루는 물질에 시선을 두기로 했다. 현미경을 든 자연과학자처럼, 카메라를 든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물질이 요동친다. 물질이 아우성친다. 얼마 전 새 시집 ‘시와 물질’로 돌아온 시인 나희덕(59)을 1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직전 ‘가능주의자’까지 아홉 권의 시집에서 인간에 대해 썼으니까요. 한 권 정도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탐구하며 기리는 시를 써 보고 싶었어요.” 세포, 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진딧물, 멸치…. 작은 존재의 꿈틀거림이 시인의 눈에 들어온다. 나희덕은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시집”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인간 아닌 존재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며 인간은 무엇을 느끼고 성찰할 것인가. 뚜렷하고도 분명한 문제의식이 피어오른다. 질주하는 문명의 끝에서 시인은 이제 시간이 “한 줌밖에”(‘여섯번째 멸종’ 중) 남지 않았음을 알아챈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등의 이분법을 생각해요. 과연 그사이에 자명한 선이 그어질 수 있을까요. 완강한 근대적 사유의 관습을 최대한 비워 내고 싶었어요. 과학자나 이론가들이 이야기를 꽤 자주 인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집은 그들의 진술을 시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현장의 언어’도 돋보인다. 예컨대 ‘광장의 재발견’은 시 안에 있는 문장 그대로 “계엄과 탄핵의 나날 속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희덕은 지난겨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던 집회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발을 헛디뎌 얼마간 깁스 신세를 지기도 했으나 그는 여의도와 광장의 새로운 힘을 발견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위험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극우 정치인이나 정당이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시 하나 쓴다고 새로운 사회를 열어젖힐 순 없겠죠. 하지만 급속도로 나빠지는 세계의 폭주를 늦출 순 있으리라 봐요. 발터 베냐민의 말처럼 우리 시대 혁명의 힘은 역사를 달리게끔 하는 게 아니라 멈춰 세우는 힘에 있을 겁니다.” 이번 시집은 빼곡한 독서의 흔적이기도 하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세계 끝의 버섯’,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 등 시인이 그간 탐독한 책들의 영향이 역력하다. 표제작 ‘시와 물질’은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과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란드 출신 미국 과학자 로알드 호프만의 인터뷰가 담긴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느 과학자가 정립한 이론과 규칙으로 그동안 인간이 알지 못했던 물질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러나 그 물질이 훗날 인간과 세계에 ‘위험한’ 독극물이나 폭발물일 때 과학자는 그 발견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호프만은 “심지어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말로 응수한다. 호프만은 화학자이면서 시인이기도 했다. “시와 물질,/또는 시라는 물질에 대해 생각한다//한 편의 시가/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시와 물질’ 중) 두 사람의 대화에 나희덕이 말을 덧댄다. 정말로 시가 사람을 해칠까.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순수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가장 쉽게 오염되는 것이니까. “호프만의 말에 반문하게 되더라고요. 시는 무용하지만 유용한 것입니다. 그 역설로 세상을 치유하고 어루만지며 때로는 굳은 걸 풀어내고 갈라진 것을 연결합니다. 폭발물과 독극물이 횡행하는 시스템 안에서 언어의 정원을 가꾸고 흙을 보살피는 게 시의 일입니다. 그걸 믿기에 36년이나 시인으로 살았던 것이겠지요.”
  • [서울광장]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다

    [서울광장]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올랐다. ‘용꿈’을 꾸는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권 도전에 나섰다. 대선 후보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인 만큼 주목도가 더 높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보수 잠룡 ‘빅4’인 김문수·오세훈·한동훈·홍준표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모두 5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이 54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여론이 흘러가면 대통령 당선은 떼 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목숨 걸고 싸우는 우리나라 역대 대선에서 결과가 뻔한 ‘맹탕 선거’는 없었다. 2002년 압도적인 대세론 속에 선거 레이스를 시작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도 ‘비호감 이회창’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이 전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과 0.735% 차이로 패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에게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점들을 선거 내내 보완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후보와의 사실상 양자 대결에서 분루를 흘릴 수 있다.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인 셈이다. 이 전 대표가 3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먼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전 대표와 오랫동안 함께해 온 사람들은 이 전 대표가 아직도 비주류 약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년공과 검정고시 출신의 열악한 가정환경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은 최강자 후보로서 대범하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 등 모든 것을 받겠다”며 통 크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선에서 승리하면 경쟁자들을 품을 준비도 해야 한다. 비토세력이 뭉치느냐가 대선 승리의 바로미터다. 진정한 지도자는 귀가 여러 개 있다.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한다. 반면 계파 보스는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미워만 한다는 정치 격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둘째, 측근들을 무대 뒤로 배치하는 용인술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세력인 성남라인과 경기동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의 측근들은 이미 차기 정부의 그림자 내각을 짜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더이상 팬덤정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30%대 지지층을 가지고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일명 ‘개딸들’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과는 적극적으로 거리를 둬야 한다. 유튜브만 보는 획일적인 언론관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극우세력이 제작하는 유튜브에 빠졌다가 계엄 환상에 빠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신뢰를 줘야 한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했다가 번복하고, 비명계를 만났다가 “검찰과 내통한 세력”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은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의 이념적 이분법은 이미 낡은 것이다. 개혁할 것은 개혁하고 보수할 것은 보수하면 되지 거기에 무슨 금기가 있겠는가. 넷째,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려는 수구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 전 대표는 3년 전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선거 기간 내 개헌을 하기가 버겁다면 최소한 개헌 로드맵이라도 제시했으면 한다. 가만히 있으면 대권을 거머쥐는데 개헌을 한답시고 응했다가 선거판이 흔들릴 걸 걱정한다면 너무 옹졸하다. 이 전 대표도 금방 수구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 다섯째, 정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내내 이 전 대표 등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불행하게도 이 전 대표가 집권해도 ‘복수의 정치’가 이어질 것을 염려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야당을 심하게 탄압한다”는 비난을 듣지는 않았다. 이 전대표도 선거 기간 내내 화해와 용서, 포용과 통합의 메시지를 줄기차게 내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도층 유권자들이 마음을 열게 되고 ‘비호감 이재명’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종락 상임고문
  • “기자들, ‘생물학적 성별’ 밝혀! 안 그러면 대답 안해준다”-美백악관

    “기자들, ‘생물학적 성별’ 밝혀! 안 그러면 대답 안해준다”-美백악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성별’에 따른 인칭 대명사를 이메일 서명이나 약력에 쓴 기자에는 응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기소개에 자신이 선호하는 성별 인칭 대명사를 쓰는 기자는 생물학적 현실이나 진실에 분명히 관심이 없으므로 정직한 기사를 쓴다고 신뢰할 수 없다”라며 이런 기자들과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 방침이 공식적으로 언제부터 시행됐는지와 공보실 소속이 아닌 다른 백악관 직원들과 기자들 사이의 서신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미 이메일 서명에 자신이 원하는 대명사를 썼다는 이유로 회신받지 못하는 등 이 방침에 영향을 받은 기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자사 기자 3명이 이메일에 생물학적인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대명사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백악관으로부터 회신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치 매체 크룩트 미디어(Crooked Media) 소속 맷 버그는 실험 삼아 여러 대명사를 나열해 트럼프 행정부 대변인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이 거부됐다고 전했다. 이메일을 통해서나 사람을 직접 만날 때 자신이 선택한 대명사를 표현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생물학적 이분법적 구분을 벗어나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규정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 공동체를 향해 지지를 표명하고 성별을 잘못 붙이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업계에서 일상화됐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런 흐름을 뒤집고 출범 이후 반(反) 트랜스젠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기관은 ‘젠더’(gender·성 정체성)가 아닌 ‘섹스’(Sex·성별)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여권 등 공식 서류에 남성과 여성 외 제3의 성별 정체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선택지를 삭제했다. 지난달 미 텍사스주의 한 공무원은 이메일 대명사를 삭제하라는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는데, 텍사스주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는 이 해고 결정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 머스크 성전환 큰딸까지 경악한 ‘이 동작’…“미친 짓이었다”

    머스크 성전환 큰딸까지 경악한 ‘이 동작’…“미친 짓이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트랜스젠더 큰딸인 비비안 제나 윌슨(20)이 아버지의 ‘나치식 경례’ 동작을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큰딸과 연을 끊고 사는 머스크는 해당 인터뷰 직후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윌슨은 20일(현지시간) ‘틴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머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윌슨은 원래 머스크의 큰아들로 태어났으나 2022년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전환하고,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라 ‘비비안 제나 윌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이후부터 머스크와 단절된 채 지내고 있다. 그녀는 머스크가 지난 1월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축하하는 행사 자리에서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킨 동작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을 두고 “나치 경례는 미친 짓이었다”고 직격했다. 그녀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명백한 나치 경례였다. 군중들도 똑같이 책임이 있는데,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윌슨은 아버지가 점점 더 우파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것이 자신의 성전환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누군가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는 상관없다. 정말 상관없다”며 “누구에게도 내 마음속 공간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드래그 퀸’”이라고 윌슨은 덧붙였다. 머스크는 딸의 인터뷰에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게재 당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트랜스젠더 혐오 내용을 다뤘다. 그는 “호르몬 주사는 극심한 감정적 불안정성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 엑스 사용자가 테슬라를 파괴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 중 4명 중 3명이 트랜스젠더 또는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규정에서 벗어난 정체성)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을 공유했고, 머스크는 이에 반응했다. “트랜스젠더 폭력에 대한 통계는 어떻나? 트랜스젠더가 폭력적일 확률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호르몬 주사는 극심한 감정적 불안정성을 유발한다. 그것은 단순한 사실이다”라고 머스크는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한다. 호르몬 주사가 ‘극심한’ 감정적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호르몬 요법은 트랜스젠더의 우울증과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테슬라 공격과 트랜스젠더를 연결하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캐나다에 있는 자동차 딜러십에서 테슬라 차량과 충전소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3명에 대해 트랜스젠더와 연관시키며 “와, 트랜스젠더 폭력은 정상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 음악, 그거 왜 하냐고? 밥 먹듯 그냥 일상일 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음악, 그거 왜 하냐고? 밥 먹듯 그냥 일상일 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이름과 같은 5집 ‘키라라’로 컴백강한 비트와 서정적 멜로디 특징트랜스젠더로 장르의 경계 넘어 남성·여성성 다 갖춘 야누스 희망“음악적 무경계 아티스트 되고파” 긍정이 항상 좋고 옳은 것은 아니다. 어떤 부정(否定)은 예술가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전자음악 아티스트 키라라(33)가 그렇다. 최근 5집 앨범으로 돌아온 그를 2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공연장 프리즘홀에서 만났다. 앨범명이 활동명과 같은 ‘키라라’다. 슬쩍 본명을 물었더니 “곧 바꿀 예정이라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키라라인가. 이건 비밀이란다. 훗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밝히겠다는, 가슴 찌릿한 농담을 덧붙였다. 키라라는 트랜스젠더다. “지금이 저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정점’이라고 느꼈다. 물론 심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아니, 커리어상으로 정점인 것 같기도 하고….” 4집을 만들 땐 심적으로 최악이었다. 애인과 이별했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비관하기도 했다. 다행히 음악을 만들면서 치유가 됐다. 고통의 한가운데서 보지 못했던 트라우마나 피해의식을 멀리서 보게 됐단다. 그러나 음악가에게 음악은 일이다. 괴로울 때 일이 되나. 살아 내기도 버겁지 않은가. 거기서 어떻게 음악이 나올 수 있나. “산을 왜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있지 않나. 그저 컴퓨터가 내 앞에 있으니 음악을 만들 뿐이다. 음악을 만드는 건 밥을 먹는 일과 같다. 일상적이라는 의미다.” ‘키라라는 이쁘고 강한 음악을 합니다.’ 과거 활동할 때 세웠던 모토다. 이번 5집 앨범 수록곡 ‘러브 미’, ‘조감도’, ‘조각’ 등을 들어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게 된다. 전자음악 특유의 강렬한 음향과 비트. 그러나 그 안에 어딘지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다. 말 그대로 이쁘고 강하다. 하지만 키라라는 지금 이 말을 부정한다. “트랜스젠더로서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를 가진 야누스적 면모를 담고 싶었다. 하지만 이쁜 건 반드시 여성적이고 강한 건 반드시 남성적인가. ‘피시(PC)하지 않은’(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면이 있다. 이 말 뒤에 비겁하게 숨으려고 했던 게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다.” 클래지콰이 1집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어린 학생을 컴퓨터 앞으로 이끌었다. 무작정 여러 프로그램을 만지며 뚱땅뚱땅 음악을 작곡했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모르는 건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면서 해결했다. 악착같이 걸어온 전자음악 외길. 하지만 지금 키라라는 이 정체성을 부정한다.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열심히 했음에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한다. 이 울화통을 앨범에 담았다. 남들은 나더러 경계를 허문다고 하지만 그러려고 한 적 없다. 그저 음악에 이것저것 섞는 게 재밌었을 뿐이다. 앞으로 전자음악에 국한하지 않는 ‘무경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한참 망설이다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키라라는 “시스젠더였다면 이런 질문 안 받겠죠”라고 반문했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의 반대말이다. 타고난 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하는 성별이 같은 사람을 뜻한다. 괜히 물어봤나, 낯이 뜨거워졌지만 그래도 질문을 밀어붙였다. 그가 말한 ‘무경계 아티스트’가 트랜스젠더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트랜스젠더 역시 경계 너머의 존재. 인간의 언어가 멋대로 구분한 남과 여의 이분법을 뛰어넘는다. 키라라는 “트랜스젠더라는 게 음악을 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답했다. 오히려 “항상 남에게 설명해야 했기에 피로하고 피곤하고 외로웠다”고 했다. 저변이 좁은 전자음악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트랜스젠더도 아직은 누군가에게 설명이 필요한 존재. 하지만 키라라는 적어도 이제는 스스로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그만큼 내적으로 단단해졌기 때문일 터다. 자신의 좌우명도, 그토록 사랑한 전자음악도 부정한 키라라는 그럼에도 ‘음악을 만드는 일’만큼은 열렬하게 긍정한다. “스스로 특이하다 느꼈고 그래서 외로웠다. 2014년 데뷔 후 11년간 내가 왜 사는지, 음악은 왜 하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제 고민하지 않는다. 오래 했으니까. 음악은 ‘그냥’ 하는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吳 시장의 우군들

    [세종로의 아침] 吳 시장의 우군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의 A구청장은 자신을 오세훈 서울시장의 ‘참모’라고 자임한다. 오 시장과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조언할 것은 조언하고 필요할 때는 구청 행사에도 초청한다는 것이다. 선거 때야 민주당 소속으로 뛰지만 구청장이 되고부터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중앙당도, 중앙정부도 아닌 서울시일 수밖에 없다. A구청장은 “시 정무직들에게는 진짜 강북의 발전이 무엇인지, 진짜 균형발전이 무엇인지를 만날 때마다 설명한다”고도 했다. 탄핵 정국만 보면 나라 전체가 두 동강이 난 것 같지만, 사실 여의도 정치에서 눈을 돌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 시장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간담회를 가 보라. 여의도식 이분법으로 보면 국민의힘 구청장들만 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오 시장, 시 간부들과 얼굴을 마주한다. 고성과 상스러운 폭언이 난무하는 국회와 비교하면 지금 오 시장과 기초단체장들은 점잖은 ‘양반’에 가깝다. 지자체가 원래 그런 게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명색이 광역단체장이라고 해도 모두 오 시장만큼 위신을 세워 주는 것은 아니다. 남경필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와 기초단체의 회의 때 당시 민주당 소속의 한 기초단체장은 ‘내가 왜 당신을 만나야 하냐’는 듯 남 전 지사에게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고 한다. 기초단체장에게까지 무시를 당한 남 전 지사에 비하면 ‘민주당 출신 참모’까지 가진 오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 아닌가. 한 여권 인사는 사석에서 우스갯소리로 “아직도 김문수가 도지사인 줄 아는 경기도민도 있다”고도 말한다. 서울시장 정도라면 인지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다른 지자체장들은 웬만한 이슈가 아니고서는 중앙 언론에 이름 한 번 나오기가 어렵다. 오 시장 주변에선 기대만큼 대선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지구 100바퀴를 돌아도 존재감이 없는 다른 광역단체장들에 비하면 서울시장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전·후반기 계속해서 여당 우위인 시의회는 어떤가. 임기 내내 극단적 여소야대를 겪은 윤석열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서울 시정을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오 시장도 한때 윤 대통령 못지않은 극단적 여소야대를 겪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선 잠룡으로서 오 시장은 정치 기사 댓글마다 자신을 ‘계엄에 반대한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보수층을 어떻게 달랠지, 모든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을 어떻게 우군으로 만들지, 여론조사마다 유독 낮게 나오는 20대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가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우군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서울이라는 ‘한배’를 탄 25명의 구청장들, 기후동행카드와 손목닥터9988, 책 읽는 서울광장과 같은 시정의 혜택을 일상에서 누리는 평범한 시민들이 바로 오 시장의 우군이다. 오 시장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공무원들도 고마운 존재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을 바라보며 “한강에 수상버스를 띄우겠다’”는 말 한마디에 1년 8개월 만에 ‘뚝딱’ 하고 배를 만들어 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안 되는 이유야 만들면 수백 가지일 텐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뤘다면 한강버스는 시작도 못 하고 잊혔을 것이다. 물론 시 공무원들이 특정한 누군가를 대선주자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노력 덕분에 그나마 오 시장은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얼굴은 내밀어 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른 게 아닐까.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만큼 나의 우군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오 시장은 물론 다른 대선주자들도 한 번쯤 차분하게 우군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며 자신의 위치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안석 사회2부 기자
  • 인간만의 정치 넘어… 모든 종을 위한 ‘생태주의’로

    인간만의 정치 넘어… 모든 종을 위한 ‘생태주의’로

    기후 변화 가속화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 질서, 국가 정책, 사회 제도 차원에서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위기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최근 학술서 ‘제4부의 상상력’(문학과지성사)을 통해 250년 전 미국에서 처음 고안된 삼권분립 민주주의 제도를 기후 위기 시대에 맞게 생태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의 민주주의(데모크라시)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종을 위한 생태주의(바이오크라시)로 정치 시스템이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탁월한 발명품이었던 미국식 민주주의 모델은 시민 다수에 의해 지배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시민 의사의 반영과 지식층의 숙의 사이에서 부단히 균형을 찾아간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에 이르러 양당의 독점 체제나 금권 선거, 단기주의적 경향 같은 정치 구조가 만들어지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 모델의 여러 특성 중 ‘인간중심주의’에 주목했다. 또 시대 변화에 맞춰 민주주의가 상정하는 공동체 성원의 범위를 미래 세대와 비인간 생명까지 확장하는 생명 공화주의 정치 질서, 즉 ‘바이오크라시’로의 전환을 상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비인간 생명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이들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정치 질서 구축이 가능할까. 안 교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국가권력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이뤄 왔던 지금의 방식에서 수탁자와 배심제의 결합으로 구성된 제4의 국가기관 ‘미래심의부’를 신설하자고 제안한다. 엘리트주의와 단기주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로 보완되는 미래심의부는 현재와 미래 세대, 생명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 삼아 기존 3부의 의사 결정을 심의하고, 필요시 결정 지연 권한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미래심의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국가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심의부에서는 과학자 대 인문학자, 전문가 대 시민, 인간 대 비인간 등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될 텐데 이런 갈등의 합의야말로 정치의 본령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안 교수는 “당장은 이상주의적으로 들리겠지만 지속 가능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유주의 대 비자유주의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선 더 대담한 정치 체제를 상상하고 실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입법·행정·사법 3권 분립 넘어 ‘미래심의부’ 더해 4권 분립 가자”

    “입법·행정·사법 3권 분립 넘어 ‘미래심의부’ 더해 4권 분립 가자”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 기본법 일부 조항에 대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후 변화 가속화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헌재 결정처럼 정치질서, 국가정책, 사회제도 차원에서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이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최근 학술서 ‘제4부의 상상력’(문학과지성사)을 통해 250년 전 미국에서 처음 고안된 삼권분립 민주주의 제도를 기후 위기 시대에 맞게 생태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의 민주주의(데모크라시)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종을 위한 생태주의(바이오크라시)로 정치 시스템이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제도 연구자인 안 교수는 민주주의 개념을 현실에서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민주주의 모델의 설계도가 짜인 근대로 거슬러 올라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근대 민주주의의 탁월한 발명품이었던 미국 모델은 시민 다수에 의해 지배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시민 의사의 반영과 지식층의 숙의 사이에서 부단히 균형을 찾아간다는 특정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에 이르러 양당의 독점 체제나 금권 선거, 단기 주의적 경향 같은 정치 구조가 만들어지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 모델의 여러 특성 중 ‘인간 중심주의’에 주목했다. 또 시대 변화에 맞춰 민주주의가 상정하는 공동체 성원의 범위를 미래 세대와 비인간 생명까지 확장하는 생명 공화주의 정치질서, 즉 ‘바이오크라시’로 전환을 상상해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비인간 생명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이들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정치질서 구축이 가능할까. 안 교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국가권력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이뤄왔던 지금의 방식에서 수탁자와 배심제의 결합으로 구성된 제4의 국가기관인 ‘미래심의부’를 신설하자고 제안한다. 엘리트주의와 단기 주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로 보완되는 미래심의부는 현재와 미래 세대, 생명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 삼아 기존 3부의 의사 결정을 심의하고, 필요시 결정 지연 권한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미래심의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국가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심의부에서는 과학자 대 인문학자, 전문가 대 시민, 인간 대 비인간 등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될 텐데, 이런 갈등적 합의야말로 정치의 본령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안 교수는 “미래심의부라는 제4부의 신설과 바이오크라시로의 전환은 분명히 정치적 대전환을 꾀하는 상상력의 일환”이라면서도 “당장은 이상주의적으로 들리겠지만 지속 가능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유주의 대 비자유주의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선 더 대담한 정치체제를 상상하고 실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치광장] 빵도 장미도 모두 구민의 것

    [자치광장] 빵도 장미도 모두 구민의 것

    2025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마주한 혹독한 지방재정의 위기에 서울 노원구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사정이 어렵다는 걸 주민들도 아는지 올해 재밌었던 축제나 행사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 물어오곤 했다. “노원구 축제는 다르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슬리퍼 신고 나와서 아이와 함께 박수 치며 들으니 문화도시란 실감이 난다”던 주민들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새해엔 더 깜짝 놀랄 일들이 있을 겁니다”라고 답하며 ‘빵과 장미’에 대한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지났다. ‘빵과 장미’는 1911년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의 “우리가 싸우는 것은 빵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미를 위해서도 싸운다”에서 유래했다. 이듬해 매사추세츠주 로런스 파업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구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빵이 생존이라면 장미는 존엄이다. 그중 장미는 역사적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 인권, 연대할 권리를 의미해 왔다. 생존, 그 이상의 가치다. 21세기 현재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생존 이상의 가치로서 삶의 풍요를 줄 수 있는 것은 문화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복지 위주의 행정 수요 속에서도 ‘문화도시 노원’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문화야말로 전체 구민을 위한 복지라고 설명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자치구 단위에서 문화는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수용돼야 하는가. 먼저 가깝고 개방된 곳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명소인 ‘불암산 철쭉제’와 집 앞에서 누릴 수 있는 ‘찾아가는 오케스트라’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만큼 공공의 참여를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작품의 기획과 전시까지 어린이, 주민들이 참여한 ‘달빛산책’,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의 창의적인 몸짓을 수용하는 ‘댄싱노원’이 그 사례다. 지역의 특성을 담는 것도 중요하다. 뜨는 상권 경춘선 공릉숲길에서는 ‘커피축제’와 1세대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모태로 한 ‘노원수제맥주축제’가 첫 개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단숨에 대표축제로 거듭났다. 이에 더해 우수한 품질까지 인정받고자 ‘수락산 선셋음악회’, ‘경춘선 가을음악회’는 매년 국내 최정상급 출연진과 시스템으로 주민들이 귀호강하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계절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문화 행사들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기 머무르지 않고 상설화된 무언가가 필요했다. 심혈을 기울인 노원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완성됐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까지 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명품 공연을 선사할 시설을 갖췄고, 부족했던 공공미술관을 새로 더했다. 회관의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앞서 주민들에게 말한 깜짝 놀랄 일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신년음악회와 잭슨 폴록을 포함한 ‘뉴욕의 거장들’ 전시가 새해 첫 달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구청장이 짊어진 지역의 과제 중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자립을 위한 복지와 직주락 집약도시로의 도약이 ‘빵’을 위한 것이라면, 풍요로운 문화와 건강한 여가는 ‘장미’다. 빵도 장미도 모두 구민의 것이어야 한다. 빵이 엄중하다고 장미의 쓸모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빵과 장미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빵만 중요하다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장미 외에도 모든 것들을 하찮게 만든다. 결국에는 우리 삶의 존엄성마저도. 생의 여러 난관 속에서도 구민들의 마음에 장미 한 송이씩을 품는 노원의 2025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 금기ㆍ경계 허물고… 비로소 ‘몸의 선언’

    금기ㆍ경계 허물고… 비로소 ‘몸의 선언’

    타인의 평가서 벗어나지 못하고평생 대상화에 시달리는 여성들내가 되어 가는 연대의 기록 담아“고백 마친 그들 모두 평안해지길” “어쩌면 여성과 여성의 몸은 동의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120쪽)라는 절망에서 시작한 몸에 대한 고백이 ‘포섭되지 않는 몸’에 대한 선언까지 나아가는 연작 소설집이 찾아왔다. 노동, 세대, 가족, 국적 등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문제를 포착해 온 소설가 이서수(41)의 신작 ‘몸과 고백들’이다. 작품에는 여성의 몸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서 시작해 다양한 양태의 ‘섹슈얼리티’를 다룬다. 작가는 작품에서 논바이너리(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젠더 정체성),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정체성을 구분 짓지 않고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사랑), 무성애 등을 다루지만, 단순한 분류법에 따라 구분 짓기를 경계한다. 몸에 관한 다양한 탐구를 통해 경계를 허물고 비로소 내가 되는 연대의 기록을 담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하필 ‘고백’이라는 형태를 취했을까.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9쪽)로 시작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의도와 무관하게 발화자 자신을 가장 먼저 위로한다. 고백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자기 안의 이야기를 바깥에 스스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이서수는 “누군가의 고백은 가장 큰 연대의 방식일 수 있음을 알기에, 고백을 마친 그들 모두가 부디 평안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남겼다. 다섯 편의 소설에는 몸에 대한 다양한 고백이 담겼다. ‘몸과 여자들’에서는 1983년생인 나와 1959년생 어머니 박미복 두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라빠진 몸’을 가진 나는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이차 성징이 나타나야 할 평균’에 수렴되지 않아 두려움을 느낀다. 스무 살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강간당하듯 첫 섹스를 경험한다. 박미복은 ‘몸이 예쁘다’, ‘얼굴이 하얗다’ 등 ‘아름다운 여성의 몸’으로 대상화되는 경험을 해야 했던 존재다. ‘몸과 우리들’에는 어떤 성별로도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는 주인공 미지가 등장한다. 끊임없이 구분 짓기를 요구하는 세상에 그는 “남성이 되고 싶은 것도, 여성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닌” 몸을 두고 “도대체 어떤 몸인지 매일 생각”하며 “어쩌면 이런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존재 방식인지도 모르겠다”(150쪽)는 결론을 낸다. ‘몸과 금기들’의 주인공인 나는 어린 시절 친구와 비밀스럽게 자위 행위를 한 경험을 회고한다. 학원 여자아이들을 성추행하는 남자아이들을 역으로 추행할 만큼 소위 ‘발랑 까진’ 여자로 자란 나는, 몸을 ‘제대로 쓰는’ 기능적인 섹스를 즐기는 사람이 된다. ‘몸과 무경계 지대’에서는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유난히 여성스러웠던 소련에서 온 소년 등 경계에 선 자들을 통해 섹슈얼리티의 무경계 지대인 이태원을 헤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몸과 비밀들’에서는 마침내 ‘버섯 인간’과 같은 다른 종과 연결된 ‘혼종’으로, 인간의 차원을 횡단하는 모습으로까지 나아간다. “인간은 끊임없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하고 궁리하는 존재”이지만 버섯은 그렇지 않다. “진화하는 서열 체계가 없는 곳에서 탄생하고 존재하는, ‘생’하는 게 아닌 ‘생’ 그 자체”(277쪽)이자 온 군데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버섯이다. “존재 그 자체를 느끼고 싶다”는 각각의 고백에 작가는 “이미 네 안에 너 같은 사람의 우주가 다 들어 있어. 그걸 알면 되는 거야. 잊지 않으면 돼”(131쪽)라고 응답한다.
  • 반복되는 ‘人災’… 우리가 놓친 건 ‘기술 재난’이었다

    반복되는 ‘人災’… 우리가 놓친 건 ‘기술 재난’이었다

    ‘재난’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으로 설명돼 있다. 법체계에서는 재난을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 재난과 인간에 의해 일어난 사회 재난으로 구분한다. 이 때문인지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등 20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굵직한 재난들에는 ‘인재’(人災)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렇지만 국내의 대표적 과학기술학자인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단순히 ‘자연 재난/사회 재난’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대신 ‘기술 재난’이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 재난은 단순히 사람의 실수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뤄진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생긴다. 기술 재난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나타난다. 독성 물질이나 환경 오염에 의해 서서히 드러나는 ‘느린 재난’,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순식간에 일어나는 ‘빠른 재난’, 환경과 기술이 얽혀 나타나는 ‘환경 기술 재난’, 독특한 사회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재난’ 등이 그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NT)에 따라 서술된다.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은 서구 근대 사회를 지탱하는 철학적 토대였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사회 기술적 난제의 원인이 됐다. ANT에 따르면 과학기술이라는 비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무력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만든 재난은 과학기술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말이다. 저자가 공학적 분석은 물론 사회과학적 분석을 융합해 대응할 수 있는 ‘기술재난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과학기술학(STS) 관점에서 쓰인 책이기 때문에 술술 넘어가거나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꼼꼼히 읽어 보면 ‘재난 사회’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각종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 ‘선’ 넘는 도발의 연속… 솔직함에 뒤통수 맞다

    ‘선’ 넘는 도발의 연속… 솔직함에 뒤통수 맞다

    야한 것을 넘어 엽기적인 시어 속 난무하는 성(性)과 성(聖)의 역설규범·윤리마저 모욕한 ‘호랑말코’시를 쓴 작가인가 읽는 독자인가 시집을 다 읽은 뒤 머릿속에 ‘도발’이라는 단어가 번쩍 떠오른다. 이건 아마도 시어의 솔직함에서 오는 관성적인 반응일 것이다. ‘섹스’나 ‘똥구멍’ 같은 단어는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성기를 뜻하는 속어를 비롯해 거친 언어가 범람한다. 요컨대 ‘선’을 넘나드는 시집이라고도 하겠다. 하지만 선을 넘는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그 선은 누가 그어 놓았는가. 김언희(71)의 새 시집 ‘호랑말코’가 던지는 물음이다. “내 인생은 모종의/어질리티야//개와 사람이 짝이 되어 벌이는 장애물 경기//내 짝은 검은 핏불/핏불테리어//우린 미증유의 게임 체인저가 될 거야//핸들러가/개거든”(‘어질리티’ 전문·9쪽) 그어진 선을 넘나들다 보면 금을 밟기 마련이다. 밟힌 금은 지워진다. 반복된 경계 허물기의 사유는 앞과 뒤, 위와 아래 같은 이분법의 구분을 무너뜨린다. 첫 번째 시부터 강렬하다. 개와 사람이 짝이 돼 장애물을 넘는 어질리티 경기에서 시인은 ‘핸들러’의 지위를 개에게 넘긴다. 인간과 동물, 주(主)와 종(從)의 위계는 호떡처럼 뒤집힌다. 이 ‘뒤집음’을 휘어잡고 시집으로 들어가면 다채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금보다 비싼 걸 똥으로 싸지르는 향유고래의 금요일, 물구나무를 서서 오줌을 갈기는 덤불개의 금요일, 내 오줌으로 나를 침례하는 금요일, 깨물 게 따로 있지, … 뒤통수를 맞는 금요일, … 제가 저를 겁탈하는 말미잘의 금요일, 내가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시속 20만 킬로, 그 속도감을 만끽하는 금요일, 진균문자낭균류의 금요일, 1조개의 포자를 품고 있는//금요일, 聖 유다의/불가항력의/금요일”(‘성 금요일’ 부분·43쪽) 주종을 넘어 성스러운 것과 악한 것의 관계도 뒤집는다. 성경에서 금요일은 불길한 날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날이라서다. 그런 금요일 앞에 성(聖)을 떡하니 붙여 버린다. 심지어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 앞에도. 물구나무를 서서 오줌을 갈기는 덤불개는 이런 ‘성스러운 금요일’에 무척 어울리는 존재다. 뒤집힌 존재니까. “보노보처럼 살면/안 될까?//좋은 아침!/섹스하고//죄송함다!/섹스하고//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도 섹스로, 제가도 섹스로/치국도 섹스로//평천하도//패거리들을 빙 둘러 세운 채/우두머리끼리 화끈한 섹스로 뒤끝 없이 해결하는 보노보”(‘팬 패니스쿠스—보노보의 학명’ 부분·21쪽) 시인의 말대로 보노보처럼 ‘화끈하게’ 살면 어떨까. 웃음이 터져 나오는 시지만 곰곰 생각해 보자. “날깃날깃하도록 해젖히다 보면 만사가/나른해져서//핵탄두가/다/뭐냐”(같은 시·22쪽)고 말하는 시인의 주장은 꽤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핵탄두’가 상징하는 죽음과 전쟁의 시대, 시인의 농담 섞인 제안은 생각보다 힘이 센 통찰처럼 읽힌다. 김언희는 1989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시력(詩歷) 35년을 맞는다. 시어의 급진성에 있어 김언희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야하고, 더럽고, 엽기적이라고 해도 끝까지 밀어붙인다. 표제작인 ‘호랑말코’는 사회의 규범이나 윤리,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한다. ‘호랑말코’는 누구인가. 김언희인가, 독자인 우리인가. “우리가 조물주의 창조물일 리가 없다. 배설물이라면 모를까. 우리를 배설해서 이 황막한 우주에 영역 표시를 해둔 거라면 모를까.”(‘호랑말코’ 부분·74쪽)
  • 리움미술관서 열흘간 펼쳐지는 ‘아이디어 뮤지엄’… 키워드는 ‘젠더와 다양성’

    리움미술관서 열흘간 펼쳐지는 ‘아이디어 뮤지엄’… 키워드는 ‘젠더와 다양성’

    리움미술관이 퍼블릭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뮤지엄’을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진행한다.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미술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포용성, 다양성, 평등, 접근성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리움미술관의 중장기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첫 번째 ‘아이디어 뮤지엄’은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성찰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 가능성을 탐색했다.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와 ‘에어로센 서울’ 프로젝트를 대구, 부산, 제주, 대전, 수원, 광주, 용산 등 10개의 지역 미술관과 함께 진행했다.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아이디어 뮤지엄’은 ‘젠더와 다양성’이 키워드다. ‘사이 어딘가에’라는 제목으로 이를 깊게 논의하는 강연, 토크, 필름 스크리닝, 퍼포먼스 등 19개 프로그램이 페스티벌 형식으로 개최된다. 여성과 남성,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장애와 비장애 등의 고착화된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에서 펼쳐질 무수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특히 올해는 강연자와 토론자가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구성을 통해 각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한 ‘신체성’을 탐구하는 퍼포먼스와 워크숍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신체적 가변성을 바탕으로 타자와 얽히고 변용되는 사유의 장을 여는 기조강연과 퍼포먼스로 시작한다. 여성과 비인간의 다중적 정체성을 다루고 공동체적 사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시인 김혜순의 기조강연과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세실리아 벵골레아의 퍼포먼스와 영상 ‘베스티에르’를 상영한다. 이밖에 젠더학 교수 멜 Y. 첸, 미술사가 김홍희, 예일대 미술대학장 킴벌리 핀더의 강연,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안젤라 고의 ‘토털’ 퍼포먼스, 안무가 서영란의 ‘함께 짓기’ 워크숍, 시각 미술가 우 창의 ‘모비 딕, 혹은 고래’ 필름 스크리닝 등이 진행된다. 구정연 교육연구실장은 “아이디어 뮤지엄은 동시대 현안을 둘러싼 사유와 논의의 장소로써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며, 학제 간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퍼블릭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두 개의 국가론’ 주장… 한반도서 유엔군 철수가 목적”[황비웅의 열린 시선]

    “김정은 ‘두 개의 국가론’ 주장… 한반도서 유엔군 철수가 목적”[황비웅의 열린 시선]

    北 고위직 탈북 늘어나는 이유는북한 세습독재체제에 미래 없어탈북 외교관·엘리트들 큰 좌절감 尹정부 ‘8·15 통일 독트린’ 정책은한반도 통일 국제공동체와 연대국제적 지지 확보 정책 선결조건한반도서 전쟁 일어날 수 있나굳건한 한미동맹이 전쟁 발발 억제전쟁하면 北 김정은 정권은 종말北, 러시아에 군사 파병 목적은궁지에 빠진 北, 돈·군사기술 필요 ‘혈맹관계’ 러, 한반도 유사시 참전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최종 완결판’이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러조약이 혈맹 관계로 변화한 만큼 러시아가 ‘다탄두 기술’을 전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통령의 통일정책 자문과 건의, 국민 사이의 통일정책과 관련한 이견 조율 등을 수행한다. 민주평통 의장은 대통령이며 국내에 228개, 전 세계 136개국 45개 지역에 협의회를 두고 있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지난 5일 사무처장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강조하면서 돈을 위해 자기 나라 젊은이들을 러시아 군복을 입혀 전장에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궁지에 빠져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 국가론에 대해 중국은 침묵하고 있는데 북한은 중국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북한 고위직 탈북이 늘고 있다. 이유가 뭔가. “일단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세습독재체제에 빠져 낙후한 나라의 모습을 보이는 북한에서 계속 산다는 것은 탈북 외교관이나 북한 엘리트층엔 큰 좌절감일 거다. 남은 인생을 인간으로서 좀 자유롭게, 자기가 선택한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동기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탈북민 출신으로는 최고위직인 차관급에 임명됐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에 선출된 것도, 북한 공직자 출신으로 차관급 정부 인사에 임명된 것도 분단 역사에서 처음이다.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서 강조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향한 통일 제안인데 남한 전문가나 주민들의 생각뿐 아니라 탈북민의 생각도 반영하라는 메시지라고 본다.”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8·15 통일 독트린과 기존 정책들의 차이점은 대통령이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내놨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변화시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지금까지는 통일 정책에서 외부를 끌어들이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 국제공동체와 연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국제공동체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통일 정책의 선결 조건이 됐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어떤 활동이었나. “(진지한 표정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 워싱턴에서 민주평통 글로벌 전략 특별위원회를 진행했는데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민주평통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과 관련해 앞으로 해외에서 어떤 활동들을 할지 토의했다. 8·15 통일 독트린과 북한의 적대적 국가론이 부딪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 통일에 대한 국제적인 연대와 지지를 끌어낼지 숙고했다. 지금은 사무처장으로서 해외에서의 활동 목표와 기준을 어디까지 하고,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검토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와 향후 한반도 영향에 대해 들어 봤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적으로 공식화됐다. 북한의 목적은. “돈과 군사적 기술 때문이다. 김정은이 2013년에 제기한 핵·경제 병진 노선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많이 발전시켰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된 건 없고 경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이런 찰나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러시아는 자국 병사들에게 한 달에 2600달러를 지급한다고 한다. 북한이 1만명 이상의 병사를 보낸다면 수십억 달러를 러시아로부터 받을 것이다. 2021년 김정은이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걸 발표했는데 미국이나 일본 같은 정찰위성을 만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북한의 국방공업 수준으로는 할 수 없는 허황한 내용이다. 이걸 도와줄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밖에 없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전수하면 어떻게 되나. “만일 김정은이 북한군 파견으로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기술을 받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공언한 대로 핵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한다는 정책적 홍보를 할 거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것도 북한의 정책적 노림수가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갔다는 걸 숨기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 떳떳하게 홍보하는 것보다는 결국은 총알받이 용병으로 보내 돈을 벌려는 데 목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대참패를 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고, 승리하면 홍보에 이용할 것이다. 김정은도 도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신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ICBM인 ‘화성-19형’을 최종 완결판이라고 했는데 러시아의 ICBM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아직 흥정 단계에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군사기술을 전수했다고 해도 아직 확고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최근 러시아에 간 것도 돈과 군사기술과 관련한 무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없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얘기하는 건 현 상황에 맞지 않는다. 첫째,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전쟁 발발 억제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일어난다. 북한이 아무리 미친 국가라고 해도 한미동맹이 튼튼한데 전쟁을 하면 북한 정권의 종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는 우리한테 달려 있다. -러시아가 한반도 유사시에 참전할까. “북러조약이 혈맹 관계로 격상됐기 때문에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도 꼭 참석할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장 상황에 따른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언급하면서 살상무기 지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시점에서는 우리 국민도 살상무기 지원을 바라지 않고 있다. 정부는 향후 상황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거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안보를 크게 해칠 수 있는 최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에 넘어가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게 증명됐을 때는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느냐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어느 정도까지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황분석팀을 파견하겠다고 했는데 논란이 많다. “저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군사론의 핵심은 전쟁을 피하려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전쟁 대비가 뭔가. 적들이 어떻게 싸우고 적군이 어떤 군사 의견을 가지며 어떤 무기를 쓰는지 우리가 알아야 전쟁에 대비하는 것 아니겠나. 전황분석팀을 반대하는 쪽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왜 포기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태 사무처장은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다. 최근 북한이 주장해 이슈가 된 두 개 국가론에 대해서도 들어 봤다.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중국이 두 개 국가론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데 북한은 두 개 국가론을 인정해 달라는 공세를 끊임없이 펼 거다. 두 개 국가론이 앞으로 국제적 분쟁 요소가 되면 다음 단계로 북한은 한반도에서 유엔군 철수 문제를 주장할 거다.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부르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북한이 유엔군 철수를 주장할 거라고 보는 이유는. “한반도 유사시에는 북러조약에 의해 러시아군이 들어올 거다. 그러면 러시아군이 유엔군과 싸우게 된다. 그런데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유엔 깃발을 둔 군대와 싸운다는 건 논리적으로 대단히 맞지 않는다. 중국군이 들어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유엔군과 싸우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부담이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두 개 국가론을 통해 유엔군을 철수시키려고 하는 거다. 우리는 비무장지대(DMZ)를 무조건 유엔 관할권으로 둬야 한다.” -북한은 인권 논의 이슈화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정치범 수용소를 유지하는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모든 주민을 법률적으로 등분해 관리하는 인권유린 국가도 북한뿐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인권 이슈가 논의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북한은 핵 문제로 인권 문제를 덮어 버린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가 제네바에서 개최됐다. 의미는. “국제사회는 UPR 시스템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UPR을 통해 북한 스스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학습 효과도 있다. UPR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이걸 통해 끊임없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은 한반도 통일을 자신들과 크게 관련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반도 통일이 점점 그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공동체의 공조가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강조하고 북한군을 러시아군으로 둔갑시켜 파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궁지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목소리가 커지며) 그래서 통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독일도 두 개 국가로 갈라진 뒤에 15년 만에 통일됐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통일은 더 빨리 올 거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1962년생으로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베이징외국어대 영문학부를 졸업했다.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던 중 북한의 독재체제에 염증을 느껴 탈북을 결심하고 2016년 8월 남한으로 입국해 같은 해 12월 대한민국 국민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을 거쳐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의원 시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와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지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 덧칠된 이미지 빼고… 광주에서 ‘진짜 광주’를 사유하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덧칠된 이미지 빼고… 광주에서 ‘진짜 광주’를 사유하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는 작가 한강의 대표작이다. 한강은 이 소설에서 광주의 현장을 감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이 탄생했다는 국가적 경사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었다. 역사가 과거에 있었던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각자의 기억 위에서 재구축되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광주에 기반을 둔 미학 연구자이자 광주를 ‘이미지적’으로 사유하는 미술평론가 김서라(33)에게 7일 전화를 걸어 이에 대해 물었다. “아직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 몰랐어요. 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도 스웨덴 한림원에 민원이 들어갔다죠. 문학에 대고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5월의 광주가 역사적 사실을 넘어 현실 정치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지역의 다채로운 빛깔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가장 잘 보이는 법. 지방소멸을 비롯해 지역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은 그 빛깔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김서라는 믿는다. 최근 출간된 ‘이미지와 함께 걷기’(민음사)는 그런 생각의 결과물이다. “본격적으로 비평을 훈련하게 된 것은 ‘광주모더니즘’이라는 연구공동체에 합류하면서입니다. 이 모임에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도 있고 연구자도 있고 학교 선생님도 있어요. ‘광주를 광주에서 광주답게’ 생각해 보려는 청년들이 뭉쳤죠.” 광주모더니즘은 2019년 4월 결성됐다. 처음엔 여느 학술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 광주에서 겪은 일상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정치적, 사회적으로 재해석하는 토론을 벌인다. 꼭 심각한 일만 공유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길고양이에게 밥을 줬던 경험까지 함께 나눈다. 각기 다른 광주의 경험이 마치 ‘콜라주’처럼 한데 합쳐지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광주가 태어난다. 지금은 10명 정도가 이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다양한 기억이 다 광주의 이야기죠. 광주를 둘러싼 ‘외부로부터 강요된’ 이미지가 있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항쟁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큽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개발이 덜 됐다며 ‘노잼 도시’로 부르기도 하죠. 광주에 다양한 이미지가 있는데 결국 이런 이분법으로 귀결하게 만드는 정치적 혹은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그걸 의심해 보자는 거죠.” 김서라는 2021년 광주·전남의 지역신문 광남일보 신춘문예에 ‘역사의 잔해와 무덤 순례자-오종태론’이 당선되며 평론가로 등단했다. 이 글에서 그는 사진가 오종태(1917~2008)를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광주의 풍경들을 찍었지만 누구도 더이상 되새김질하지 않는 광주의 역사와 풍경을 기록한 작가”로 평가한다. 이런 움직임을 세세하고 낱낱이 비평의 언어로 복원하는 것. 이 일이야말로 지역에서 연구를 이어 가는 자신의 사명이라고 김서라는 여기고 있었다.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독일 미학자 발터 베냐민(1892~1940)의 이미지론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베냐민을 “프랑스혁명을 비롯한 역사적 사건을 나름대로 ‘현재화’하려는 글을 썼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베냐민의 태도는 김서라의 작업과도 무관치 않다. 광주가 광주를 어떻게 대하는지, 단순히 ‘기념의 대상’으로만 국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 것이다.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방식은 대단히 ‘중앙집권적’이죠.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거죠. 숫자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삶의 질이 어떤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의지 같은 것이 필요한 시점이죠.”
  • “한탄·임진강권 관광 개발… 연천 생활인구 1000만명으로 늘릴 것”

    “한탄·임진강권 관광 개발… 연천 생활인구 1000만명으로 늘릴 것”

    교통망 정비, 만반의 준비전철 1호선·자동차 전용도로 개통서울서 40~50분, 접근성 크게 개선관광객 방문 지난해 200만명 넘어2030년까지 5배 늘리면 목표 달성관광자원 풍부… 특별한 혜택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경관 수려평화습지원 등 국가정원 지정 추진태풍전망대, DMZ 안보관광 거점화경기도 유일 ‘세컨드 홈 정책’ 수혜지“2030년까지 연천군의 생활인구를 1000만명까지 늘리겠습니다.” 이제는 생활인구 시대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 인구 외에 통근·통학·관광·휴양·영농 등을 위해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동안 주민등록상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인구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교통 등의 발달에 따라 앞으로는 유동인구와 중장기 체류인구까지도 포함하는 인구관리 정책이 필요해 나온 것이다.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들은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의 최북단 접경지에 있는 연천군은 지난달 현재 인구 4만 863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적다. 전남 장성군·보성군과 비슷하면서도 ‘수도권’이란 이유로 각종 중첩 규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자연환경이 빼어난 전곡읍 백학면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 소멸 및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천 토박이 공무원 출신인 김덕현(68) 군수는 여러 국책사업과 광역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등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3일 김 군수로부터 생활인구 1000만명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들어봤다. -생활인구 1000만명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유는. “도시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 미국 커뮤니티프로그레스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2.1) 수준을 밑도는 나라가 전 세계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출산율 하락에 성공적으로 대처해도 출산율 1.2를 넘어서긴 어렵다고 한다. 아마 다른 많은 석학이나 정책 당국자들도 표현은 않지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최북단, 그것도 접경지역인 연천군으로서는 두려운 일이다. 우리 지역 중 신서면에 있는 경원선 대광리역을 가 보면 20~30년 전만 해도 복작복작했던 길거리가 썰렁하게 쇠락했다. 90%가 넘는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 아기를 많이 낳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고, 인구 유입에도 한계가 있다면 ‘생활인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연천군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군에서는 사통팔달의 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을 대폭 개선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를 생활인구로 유입하는 것이 인구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생활인구 1000만명 실현이 가능한지. “관광 등을 위해 2022년 약 150만명이 연천군을 방문했는데 지난해에는 200만명이 넘게 찾았다. 올해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객 수를 지금보다 4~5배 늘리면 생활인구 1000만명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와 함께 추진 중인 임진강 반려동물 테마파크, 경기도소방학교 북부캠퍼스, 제3국립현충원 등이 조성되고, 임진강 국가정원 지정 등이 완료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무엇보다 연천군 방문객 증가는 실로 놀랄 만하다. 중면의 댑싸리정원에는 2022년 6만명에서 지난해 3배에 달하는 16만명이 방문했다. 재인폭포에도 야간의 오르빛 축제와 마당놀이 공연 등으로 밤낮없이 연중 관광객이 몰렸다. 장남면의 호로고루성은 해바라기 축제 기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입소문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댑싸리와 해바라기를 더 심는 등의 방법으로 이뤄 낸 성과다. 연천은 파크골프장의 성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8만명 가까이 이곳을 찾았다. 더 많은 관광객이 지역 파크골프장을 이용하고 지역 상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규모를 2배가량 늘리려고 한다. 앞으로 이같이 다양한 목적으로 연천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더 증가할 것이다. 지난해 5월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와 12월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연천역까지 연장 개통했기 때문이다.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는 서울 경계부터 의정부~양주~동두천을 거쳐 연천까지 약 36㎞를 남북으로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서울에서 연천까지 자동차로 40~5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연천을 찾는 분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지역에서 유일하게 중앙정부의 ‘세컨드 홈 정책’ 수혜지역으로 선정됐는데. “그렇다. 가뭄 중에 단비와도 같다. 생활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초 정부에서는 세컨드 홈 특례적용 지역에 수도권을 제외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안에 연천군이 포함됐다. 경기도에서 유일하다. 세컨드 홈 특례는 수도권 1주택자가 연천군에 있는 주택 1채를 추가로 취득해도 ‘1세대 1주택자’로 인정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군에서 정치권과 중앙부처에 지속적이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뤄 낸 결과물이다.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과거의 수도권 규제 정책,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우리의 논리를 중앙정부가 전향적으로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세컨드하우스 등 주말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져 지역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물론 생활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맞춰 군에서는 전곡읍 내 근처 군부대 유휴부지를 활용한 은퇴자 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곡읍 은대리 일대에 약 6만 5000㎡(약 2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과 연접해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3번 및 37번 국도, 전철 1호선 전곡역과도 가까워 기대가 매우 크다.” -이 밖에 생활인구를 더 늘리기 위한 방안은. “현재 서울시와 함께 추진 중인 임진강 반려동물 테마파크, 국립연천현충원, 에듀헬스케어타운 등의 조성사업과 국립보훈종합복지시설 유치, 은통역 신설 등을 차질 없이 완료해야 한다. 특히 교통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임진강, 한탄강 권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 인프라 및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임진강 권역의 고유한 관광자원을 전략적으로 개발해 우리 연천군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보고인지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려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우선 평화습지원~댑싸리정원~연강포레스트로 이어지는 임진강 유역을 2030년까지 국가정원으로 지정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면 태풍전망대를 DMZ 안보관광 거점으로 활성화하고, 연강포레스트(그리팅맨)를 조망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도 있다. 임진강 주상절리 관광센터를 건립하고, 삼국시대부터 남북을 잇는 교통 및 군사 요충지인 고랑포구 일대의 옛 모습을 장차 복원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골프장과 국제회의 등이 가능한 호텔콘도 등의 민간투자사업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취임 후 지난 2년 반 동안 군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연천군에 사는 게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700여 공직자들과 함께 10년 후, 20년 후를 설계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호서대 학생들, 서초건축문화제서 ‘두각’

    호서대 학생들, 서초건축문화제서 ‘두각’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는 건축학과 학생들 작품이 ‘2024 서초건축문화제’에서 대한건축사협회장상과 서울특별시건축사회장상, 서초구건축사회장상 등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장상 작품은 한강과 도시, 이분법적인 두 공간 사이의 새로운 공공 그리드를 통해 도시 활성화의 형태를 재정의하는 가능성을 제안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장상과 서초구건축사회장상 작품들은 각각 아동·노인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유자시설의 새로운 경계와 기존 아파트 구조를 활용한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초건축문화제’는 11월 1일까지 서울시 서초구청에서 진행된다.
  • 오래 살고 싶다면 친구 더 자주 만나라 [사이언스 브런치]

    오래 살고 싶다면 친구 더 자주 만나라 [사이언스 브런치]

    MBTI에서 E는 외향적인 성향, I는 내향적인 성향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격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면 성향을 바꿔야할까.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인 종이 더 오래 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더 사회적인 종들의 수명이 길고, 더 오랫동안 자손을 생산할 수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10월 28일 자에 실렸다. 동물들이 사회적인 존재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사회적 동물은 자원을 공유하고, 포식자로부터 더 잘 보호받으며 자식을 기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집단생활에서 사회적 유기체는 질병 확산, 경쟁 증가, 공격성과 갈등으로 인한 피해 같은 단점도 겪게 된다. 지금까지 사회성이 동물 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는 단일종 또는 조류나 일부 포유류에 집중됐다. 연구팀은 COMADRE 동물 매트릭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조류, 포유류, 곤충, 산호를 포함한 152종의 다양한 동물 종을 대상으로 사회성과 세대 기간, 기대 수명, 생식 기간 같은 다양한 생에사적 특징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인간, 원숭이, 코끼리, 플라밍고, 앵무새 등 사회적인 종들이 더 오래 살고, 노화가 지연되며, 일부 어류, 파충류, 곤충같이 고립된 종들보다 성공적으로 번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생식이나 생존 능력이 감소할 때 집단은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돼 수명을 늘릴 수 있지만, 사회적 위계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수명 감소 효과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종들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얻는 데 독립 종들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집단으로 회복력은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회성이 명백한 비용을 동반하더라도 전반적인 이점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사회성은 이분법적 범주로 분류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사회성이라는 것이 동물 종 간에 스펙트럼 방식의 연속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무리 지어 사는 것, 공동체를 꾸려 사는 것, 다른 동물에 기생하거나 사로잡혀 사는 것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성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연구를 이끈 롭 살게로 고메즈 교수(생태학)는 “이번 연구는 해파리에서 인간에 이르는 동물 왕국을 아우르는 사회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적합성 비용과 이점에 대해 교차 분류학적 증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살게로 고메즈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고립의 영향이 매우 사회적인 동물 종인 인간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사회적 동물이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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