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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유권자 선거전 온·오프라인 달군다

    예비유권자 선거전 온·오프라인 달군다

    예비 유권자인 청소년 사이에서도 10·26 재보궐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무소속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등 치열한 선거전을 펴고 있다. 정치권이나 유권자 못지않게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정치 관심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자칫 보수·진보 대립에만 매몰돼 바람직한 정치관을 형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교 3학년생인 청소년단체 ‘한국청소년 미래리더연합’(한청연) 대표 곽도훈(18)군은 25일 한 인터넷 매체에 ‘나경원과 싸우는 악마들’이라는 글을 띄워 나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380여명의 청소년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청연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청소년 NGO’라고 밝혔다. 곽군은 이 글에서 “투표권도 없고 미성년자라고는 해도 기본적인 사리분별은 된다.”면서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보다, 모 NGO 상임이사(현 서울시장 후보)보다 내 사리분별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박 후보를 비난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청소년연맹과 대한청소년골프협회가 중도보수 성향의 180여개 시민단체와 함께 나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 후보와 진보진영 지지 의견을 내는 청소년들도 만만찮다. 청소년 정치참여 보장 운동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박 후보의 공약 아래에는 “역시 제대로 된 후보는 한 명뿐”이라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이라고 생각해 상대편을 악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SNS 선거운동 불법·합법 제대로 적용해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시대적 트렌드가 되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SNS 선거운동 기준을 정하고 검찰이 단속에 나섰다. 우리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기회의 확장이라는 SNS의 순기능은 마땅히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SNS가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불법 여부를 가리는 명확한 잣대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SNS 선거운동은 우리의 정치문화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선에서 각 후보진영의 트위터를 활용한 메시지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버스로 유권자들을 끌어모으던 과거에 비해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했다.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금권정치의 폐해를 줄이고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이끄는 통로가 될 게 분명하다. 말하자면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민주적 선거운동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긍정적 측면 이상으로 역기능도 두드러지고 있다. 익명성에 기댄 근거 없는 인신비방이나 흑색선전은 오프라인의 혼탁상을 뺨칠 정도라고 한다. 선관위가 SNS 글 45건을 불법선거 행위 사례로 적발했다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무제한의 정보를 퍼나를 수 있는 SNS의 속성을 감안할 때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 SNS가 물리적 동원을 통한 고비용·저효율 정치를 근절하는 의사표현 통로로 자리잡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나친 단속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귀 기울일 만하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권이 내년 총선·대선에 앞서 SNS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전향적으로 손질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거듭 강조하지만, SNS 선거운동을 선악 이분법으로 볼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까닭에 선거게임의 룰을 어기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므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엄정히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의정부 지방법원이 얼마 전 내년 총선 여당 참여 예상자 19명을 대상으로 한 낙선운동 행위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한다. 트위터를 선용한 게 아니라 악용한 사례로 본다는 뜻이다.
  • “안철수 대선 나올 것… 내년 3월 정당정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안철수 대선 나올 것… 내년 3월 정당정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한 달 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나들이’ 일주일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영원한 전략가’로 통했고, 최근엔 안 원장의 정치 멘토로도 불렸던 그를 6일 어렵게 만났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접고 학교로 돌아간 뒤로 그 역시 한 달간 침묵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식사라도 하자며 간신히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신중했고, 말도 가려서 했다. 안 원장이 일주일간의 ‘정치 나들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직후 그로부터 미안한 마음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직간접 전달받은 뒤 아직 접촉이 없다고 밝혔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한 과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그토록 신중한 그가 힘 주어 말한 게 있다. “(총선을 한 달 앞두는) 내년 3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이 올 것이고, 지금의 정당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 내년 12월 대선에 나올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안철수 바람, 안풍은 여전한 건가. -기성정당으로부터의 민심이 떠났는데 안철수 말고 마음 줄 데가 없지 않나. 쉽게 안 사라질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야권 단일화 승리도 안철수의 힘인가. -박 후보는 지지율 10%가 안 나오던 사람이었다. 안 원장이 양보해 나온 효과다. 한나라당,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정당이 안철수 한 개인에게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리는 걸 봐라. 얼마나 약하면 그 모양일까. →대안 정치세력이 나올 토양이 돼 있나. -그렇다. 미국 월가 시위처럼 학생들뿐 아니라 서민들의 분노가 말도 못한다. 내년 봄 대학 등록 시즌이 되면 물가가 엄청 올라 있을 거고, 유럽의 위기가 한국에 전이되면서 선거를 앞두고 충격이 올 것이다. 현재의 대권 구도는 날아가고 제3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제3세력의 정치화는. -제3세력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심리는 전혀 죽지 않았다. 그럼 이제는 두 당 중에 하나가 없어지거나 아예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보수진영의 시민세력화 움직임이 있나. -보수진영은 원래 그런 거 잘 못한다. →정계 대개편 가능성은. -가능성이 많다. 기성정당 의원들의 이탈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 상황이 가속화될 것이다. →나경원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 상황이 올까. 박 후보가 위기를 맞으면 안 원장이 나오지 않을까.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이 변하면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의 정체성은. -한나라당 공천 때마다 현역의원 40%를 바꾸지만 당은 그대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적으로 강고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다가도, 공통의 이익에는 뜻을 같이한다. 안 원장은 진보, 보수 이분법으로 보지 말라 했고, 이분법은 의미가 없는 시대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대권 밀약설은. -글쎄. 세력이 있어서 약속했다면 모르겠는데, 박 후보 개인적으로 약속했다는 것, 우습지 않나. →안 원장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까. -당연히 이어질 것이다. 보수언론이나 세력은 흠집을 내려 할 것이지만, 안 먹힐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볼 때 보수언론이나 세력이 도덕적으로 공격할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안 원장이 제3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건가. -제3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보수, 진보도 아니다.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야 한다. 여야의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안 원장이 시련을 겪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서 막상 그런 현실에 부닥치면 감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건은 국민들의 지지다. 지지를 얻으면 이를 극복할 것이고, 지지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이미 무너진 것 아닌가. 안철수 대세론이 일찍 와서 잘된 측면이 있지. 다행인 면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지. →박 전 대표가 한국 정치가 위기라며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했는데. -지면 한나라당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극복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위력을 보이는데. -인상이 좋다. 깨끗하고, 탐욕스럽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인간적이다. 그런데 정치적 명분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춘규 선임기자·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法-檢 ‘보석조건부 영장’ 갈등 재현?

    法-檢 ‘보석조건부 영장’ 갈등 재현?

    양승태 대법원장이 구속영장 제도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이후 법원과 검찰 간의 미묘한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이 영장제도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소개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에 대해 검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양측 간의 반목으로 비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이지만,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수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은 형사소송법상에 명문화돼 있고, 법원은 이를 원칙적으로 추구해야 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불구속 처리되면 이를 비판하는 국민 시각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법원이 원칙을 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제시한 대안이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찰이 주장한 영장항고제(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검찰이 상급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제도)와 함께 논의되던 사법 개혁안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검찰소위가 영장항고제를 주장하자 법원소위는 보석조건부 영장제를 들고 나와 맞섰다. 현 제도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발부 아니면 기각이라는 이분법적 결정만을 할 수 있었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서는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의자 인권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곤 했다. 특히 이용훈 전 대법원장 때는 구속영장 발부율이 70%대까지 낮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구속영장 발부율이 낮다.”면서 “불구속으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죄를 수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법원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 인권 보호 기여 등을 제시했다. 피의자가 구속된 이후 주변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등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단계에서 보석처분을 받으면 구속수사도 보장하고 피의자 인권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검찰은 보석제도가 부유한 범죄자, 화이트칼라 범죄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만큼 결국 돈 있는 피의자가 보석조건부 영장제를 이용하는 ‘유전무죄’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맞받아쳤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과 발부 두 가지인데도 기준이 모호해 수사기관이나 변호인, 피의자 등이 모두 영장 발부 여부를 예측할 수 없어 ‘로또 영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법원이 먼저 발부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보석조건이 추가되면 영장 발부가 원칙 없이 뒤죽박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용어 클릭]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석과 같이 보증금, 주거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부과해 석방하는 제도. 조건을 어길 경우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이 집행된다.
  • [포커스 人]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 “내년 복지예산은 맞춤형”

    [포커스 人]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 “내년 복지예산은 맞춤형”

    “예산은 국정운영 방향하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입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의 예산에 대한 정의다. 이 점에서 27일 발표된 내년 예산안에서 볼 수 있는 정책의 1순위는 일자리, 2순위는 복지다. 김 실장은 27일 국무회의의 예산안 의결 직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예산은 ‘찾아가는 예산실’을 가동해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편성한 결과”라며 “지원 대상에 포함된 국민이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일선 공무원들이 정책을 익히고 홍보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산실 최초로 ‘찾아가는 예산실’까지 가동돼 올해 예산 작업량이 예년보다 많았다. -연초부터 구제역 발발에 취득세 인하 보전, 무상복지 등 주요 이슈가 터졌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산 요구도 많았다.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일은 최대한 억제하되 현장방문과 간담회는 수시로 열었다. 낮은 자세로 부처와 지자체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예산 심의 중에도 현장을 방문했는데. -지난 8월 한 대학의 청년 창업·창직 현장을 찾아갔다.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현재 시스템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작동을 안 하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그 결과 예산지원뿐만 아니라 창업 관련 서비스를 예비 창업자들이 고를 수 있도록 바꿨다. 예산은 끊임없이 현장과 의사소통하면서 결정된다. →복지 요구가 거셌는데. -어느 정도 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복지 지출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지만 스킴(계획)이 중요하다. 복지 제도는 한번 시작되면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 얼마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설계가 중요하다. 보편적 복지와 맞춤형 복지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은 옳지 않다. 내년 복지 예산의 색깔은 맞춤형 복지다. 보편적 복지는 수혜대상이 제한돼 있고 정책에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경우에만 적합하다. 다문화가족이나 특성화고에 대한 지원이 그 예다. →예산 편성 이후 느끼는 소감은. -올해처럼 어려운 해에 예산을 편성한 것이 공직자로서는 큰 행운이다. 예산실을 ‘갑 중의 갑’이라고 하는데 ‘을 중의 을’이다. 예산 요구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할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담당자는 고뇌하고 갈등하는 등 부담감이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재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 점에서 예산실 직원들도 열심히 했다. 김동연 예산실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뒤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땄다. 정통 기획예산처 공무원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에서 2년 반 동안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등을 지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7일 낮에 만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침울했다. “‘안철수 바람’이 휩쓸고 간 국회가 황량해 보인다.”고 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 자신이 발의한 법안 3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저력을 뽐낸 초선의원이었지만, 밀려오는 자괴감에 고개를 떨궜다. 같은 당 유정복 의원은 얼마 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연예인 김구라씨가 발단이었다. 유 의원의 지역구(경기 김포)에 사는 김씨가 방송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유정복’을 꼽았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유정복? 대체 누구야?’하면서 이름을 검색하는 바람에 졸지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대중은 김구라는 알아도 지난해 구제역 위기 속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 유정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엿새 나라를 뒤흔든 ‘안철수 바람’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확인시켜 준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대중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대중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던 정치권력이 다시 대중에게 권력을 내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얼마전 ‘오늘 있지만 내일 없어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40년이면 사라질 것 가운데 정당을 집어넣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직업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똑똑한 대중, 즉 ‘스마트 몹’이 스스로의 법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소수민주주의가 부상한다고 예언했다. 미래학자이자 의사인 정지훈(융합의학) 관동의대 교수는 “자신만을 위하는 권력의지와 정파이익에 매몰된 기성 정치인은 대중과 소통할 능력을 잃었다.”면서 “비단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과 직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리더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사회가 다원화되고, 대중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이분법적인 기존 정당정치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꽃으로 추앙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진(미국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과 ‘안철수 바람’의 원인은 그들이 권력에 대한 의지보다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이들의 진정성을 대중이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지형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용석(정치학) 박사는 “대중은 기존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주체를 세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면서 “미래정치가 성큼 다가왔는데도 정치체제와 절차가 변하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직접민주주의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할지언정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의 성숙을 통해서 구현된다.”면서 “우리의 정당정치가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당들은 통렬한 반성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와 방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영리병원 보완책 고려” 임채민 복지 후보자 밝혀

    “영리병원 보완책 고려” 임채민 복지 후보자 밝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영리병원 문제를 이분법적으로만 보지 말고 영리병원 추진 병원에 대해 사회공헌을 하도록 한다거나 반대로 서민들에 대한 의료 혜택을 확대하는 식으로 보완 방법을 찾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총리실장(장관급)직 사표를 제출한 임 후보자는 퇴임 인사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리병원과 관련, “(복지부에 가서) 열린 귀로, 열린 마음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들어 보겠다.”고 말한 뒤 이같이 밝혔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임 후보자를 “MB정부가 영리병원을 추진하기 위해 임용한 불도저”라며 임용 철회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과거 제주 지역만 놓고 볼 때는 영리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인데 그게 앞뒤 이야기 다 잘리고 마치 무조건 도입하겠다는 것처럼 (기사가)나오면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이슈로 떠오른 복지 철학 문제에 대해서는 “일을 해보지도 않고 (보편적 복지든 선택적 복지든) 무조건 옳다 그르다 이야기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에) 가서 이야기를 잘 들어 보고 저도 다시 출발해 봐야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임 후보자는 오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임시 사무실을 배정받아 청문회 준비에 몰입할 예정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회생 가로막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회생 가로막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달 초 미국의회는 채무 불이행 사태 직전에 민주당이 원하는 채무 한도액을 올리는 대신 공화당이 원하는 재정 적자를 축소시키는 데 합의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한 단계 낮추자 미국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춤을 추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불안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우리 경제도 가파른 물가상승, 과도한 가계부채, 전세난, 청년 실업, 경제 양극화 등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특히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바람에 환율이 치솟고, 수출 부진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치달아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미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미국이 1980년대 초처럼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당시 미국은 1970년대에 금본위 제도 포기, 닉슨의 탄핵, 베트남전 패배,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의 인플레이션), 이란 인질 사건 등으로 인해 정치·경제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더욱이 ‘재팬 넘버 원’(Japan No.1)이 나올 정도로 고도성장을 구가했던 일본이 계속 이런 추세로 간다면 미국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옴직했다. 그런데 1980년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감세, 민영화, 탈규제 등 과감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미국 자본주의를 회생시켰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처럼 위기에 처한 미국 자본주의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미국 정치가 미국 경제를 발목 잡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회생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다고 본다. 지난번 채무한도액 증액 협상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국 의회가 너무나 양극화돼 있어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매우 어렵다. 감세를 거의 ‘십계명’처럼 신봉하는 공화당 의원들 때문에 증세 없이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결국 정부의 복지와 국방 예산을 축소해야 하므로 연방정부의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 수단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경제 회생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만 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을 ‘반대만 하는 정당’(Party of No)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안한 경제 회생 입법안을 공화당 하원의원 전원이 반대하였다. 과거에 미국 의회는 당론에 관계없이 의원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자유 투표(cross-voting)가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 공화-민주 양당은 당론 투표(partisan voting)에 충실해 의회 내 타협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한 뒷받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의회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왜 미국 의회가 양극화되었는가? 1970년대 말부터 소위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공화당을 장악하는 바람에 공화당이 우파 일색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기독교 우파를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제리 폴웰 목사의 모럴 머저리티(Moral Majority)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신조(낙태와 동성 결혼 무조건 반대)를 가지고 있다. 공화당 우파들은 2008년 대선에서 조건부 낙태에 찬성하는 공화당 후보 매케인에 대해 ‘공화당 후보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낙태문제에 대해 매우 경색돼 있다. 더욱이 이들은 작은 정부, 시장 중시, 감세 등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최근 이들이 감세를 위해 ‘티 파티’(Tea Party) 운동(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을 본뜬 이름)을 맹렬히 전개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월가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장은 무조건 좋은 것, 연방정부는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월가 개혁을 위해 연방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보고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미국이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공화당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 [사설] 민심 새겨 복지를 새롭게 고민하라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함을 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개표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2011년 서울의 여름을 뜨겁게 달군 ‘식판전쟁’이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투표 정국이 걱정스러울 만큼 왜곡된 모습으로 전개된 데다 여야와 보수·진보단체 등으로 양분된 찬반 진영이 선거판을 엉뚱하게 키워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이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모두 서울 시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복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투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다. 한쪽이 얻고, 다른 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바람직한 학교 급식 방식을 서울시민에게 물어서 결론을 얻기 위해 서울시가 발의한 것이다. 여러 복지 정책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런 정책 투표이자 지역 투표가 정치 투표, 전국 투표 양상으로 왜곡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오세훈 시장의 책임이 크다. 정책 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 본질을 흐렸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서울시 살림이란 지역 문제에 국한된 것인지, 국가 재정이란 나랏일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경계가 애매모호했다. 그 출발점은 오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의 소통 부재다. 양측은 결국 정답 없는 문제를 서울 시민에게 내던지고 답을 강요한 셈이다. 정치권은 정략적인 접근으로 왜곡을 더 키웠다. 주민투표에 중앙당이 개입한 것도, 총력전을 편 것도 방법론에서는 위험한 시도였다. 모두가 편 가르기를 반성하고, 복지 논쟁을 정상의 궤도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때다. 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총선의 경우 서울에서 전체 선거인의 18.1%를, 유효 투표 수의 39%를 얻어 압승했다. 이번 투표에 응한 유권자 대다수가 서울시안에 찬성 입장일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지지는 결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은 패배로, 야당은 승리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은 무리한 발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민주당이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부풀리는 것도 서울 시민의 민심을 꿰뚫어 보지는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오 시장의 사퇴와 관련된 ‘꼼수’를 부리려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 역시 서울시정과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로 굳어졌다. 과열된 투표 정국은 역설적으로 온 국민이 복지에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정치권에는 내년 총선·대선 전략으로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슈가 됐다. 국민의 뜻은 서울 시민의 표심을 통해 표출됐다. 국리민복이라는 국정의 큰 틀에서 복지정책을 펴라고 엄중히 주문했다. 한나라당이 반(反)복지를 하자는 것도 아니며, 민주당이 재정파탄 복지를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쟁용 복지가 아니라 재정건전성 복지, 미래형 복지를 진지하고도 치열하게 모색하길 바란다.
  • [일본통신] 이승엽과 김태균의 차이는?

    [일본통신] 이승엽과 김태균의 차이는?

    흔히 이승엽(35. 오릭스)을 가리켜 ‘국민타자’라고 부른다. 이 수식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국민배우’, ‘국민가수’ 처럼 언론이 만들어낸 신조어의 하나 쯤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국민타자(國民打者)는 엄연히 국어사전에 등록돼 있고 사전적 의미는 ‘야구에서,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타자’로 명시되어 있다. 국민타자라는 별칭이 붙었던 시절 이승엽은 삼성 소속이었다. 선호 하는 팀이 제각각인 야구판에서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타자일리가 없었던 이승엽은 그러나 이젠 이러한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동안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논외로 치더라도 인품 자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야구는 구기종목의 팀 스포츠지만, 결과(기록)를 남겨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개인 스포츠다. 오릭스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이승엽의 성적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필요가 없다. 이승엽을 응원하는 한국팬들은 오릭스 성적보다는 이승엽 개인 성적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 8년간 일본에서 보여준 이승엽의 발자취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특히 최근 3년동안 이승엽은 완연한 하락세 기미를 보이며 1군보다는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선수다. 이승엽의 실망스런 성적에 대다수의 팬들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올때가 됐다’며 더 이상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는게 의미가 없다라고까지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오릭스 팀의 주전선수로 뛰고 있으며 시즌 초반의 빈타를 뒤로 하고 최근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승엽의 인품은 야구인들이라면 최고로 손꼽는다. 겸손한 모습도 그렇지만 특히 그는 자신이 부진했을 때도 어떠한 변명을 늘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던 선수였다. 엄밀히 따져보면 요미우리 시절 부진했을때의 이승엽은 그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부풀려진 말들때문에 늘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라 타츠노리 감독에 대한 기용불만은 이승엽 자신의 입으로 한말도 아니었고 그가 2군으로 추락했을 때 나왔던 온갖 추측성 기사 역시 이승엽이 내뱉은 불만도 아니었다. 언론의 관심은 인기와 정비례 한다.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승엽은 잘못 알려진 언론기사마저도 자신이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인배 다운 성품을 지닌 선수다. 최근 몇년간 이승엽은 시즌이 끝나면 타격폼 수정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일부에서는 이것 역시 비판의 중심이 돼 그를 폄하했지만 타격폼을 수정하는 건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것은 명예와 절박함이 낳은 이승엽의 자존심으로 귀결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라는 명예와 이대로 끝낼 순 없다는 절박함이 곧 자신의 자존심과 같기 때문이다. 지난해 요미우리와의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만 해도 이승엽의 국내유턴을 예상했던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을 놔두고 더욱 어려운 길을 택하며 다시 일본야구에 뛰어들었다.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성공보다는 ‘실패’ 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이건 자신이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라 해도 무방하다. 얼마전 김태균(전 지바 롯데)은 1년반 동안의 짧은 일본생활을 정리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배우고자 하는 어떠한 귀감에 있어 김태균이 남긴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힘들면 쉽게 포기해 버리는, 덧붙여 앞으로 일본야구 진출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후배선수들에게도 도움이 아닌 손해만 입혔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한참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이승엽의 좌우명이다. 한국나이로 이제 30살인 김태균은 지금이 전성기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만큼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일본야구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갔음에도 왜 그렇게 쉽게 포기를 했는지 묻고 싶다. 비교하긴 싫지만 8년동안 일본에서 뛴 이승엽의 험난했던 여정이 지금에서 와서 더욱 크게 와닿고 그의 몸부림이 위대하기까지 하다.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인 결과론이 아닌 그 과정에서 얼만큼 최선을 다했느냐, 이승엽과 김태균의 차이는 딱 이것 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은 복지공화국이다/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은 복지공화국이다/박정현 경제부장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서슬 퍼런 5공 시절 구청, 동사무소와 초·중학교 벽에는 ‘국정운영지표’라는 게 걸려 있었다. 첫째 민주주의의 토착화, 둘째 정의사회구현, 셋째 복지사회의 건설, 넷째 교육혁신과 문화창달이라는 ‘4대 국정지표’는 액자에 싸여 전두환 대통령의 사진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지금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31년 전만 해도 관공서의 분위기와 어울려 꽤 위압적으로 각인됐다. 교과서 외에서 복지라는 단어를 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5공 출범 1년 뒤인 1981년 노인복지법을 만든 걸 보면 전두환의 복지사회 건설은 선전구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복지가 전두환 정부의 국정 세번째 중요한 순위로 자리매김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탓에 복지는 항상 후순위였다. 복지가 우리 생활 주변에 등장한 것은 국민의 정부 때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단순히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는 개념은 수혜자의 모럴해저드를 차단하고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를 했다. 이듬해 나온 국민기초생활수급제는 노동이 있으면 돈을 지원해 주지만, 노동이 없으면 지원도 없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복지였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자립형 복지라는 얘기다. 노인요양장기보험이 생긴 지 만 3년이 지났다. 치매나 중풍을 앓는 어르신들이 부담금의 75~80%를 나라의 도움을 얻어 시설이나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제도다. 한해에 31만여명의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달에 150만원 안팎이 들어가는 요양병원 비용 가운데 등급에 따라 어르신은 몇십만원만 내면 된다. ‘지공(지하철 공짜) 도사’는 고령화시대의 보편적인 복지수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지공도사는 65세가 넘어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천안이고 춘천이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어르신을 일컫는 말이다. 나이를 탓하기보다는 즐기고, 한군데 모여 정적인 대화를 하기보다는 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활기 있는 생활을 하는 지공도사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복지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5000달러 시대인 200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은 6.9% 수준이다. 영국은 17.2%, 미국은 13.9%로 우리나라의 두배가 넘는 돈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너무 커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고 지적하면서 복지를 더욱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무상의료와 기초노령연금 확대, 무상교육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실현하는 데 적게는 41조원, 많게는 60조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모두 정책으로 채택하면 복지공화국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복지정책을 쏟아내면서 본격적인 복지정책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복지정책을 내세우면 진보이고, 성장을 주장하면 보수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최근 들어 물러졌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투표는 이념 대립과 갈등의 틀을 깨지 못한 상태라는 방증일 수도 있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대대적인 복지정책 공세를 펼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을 광복절 메시지는 화합이라고 한다. 계층 간 화합은 곧 복지제도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정·청이 최근 회동에서 화합과 단결을 위해 ‘친서민 복지’를 키워드로 삼은 걸 보면 올가을 정기국회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다. 과천청사 관료들은 벌써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복지 정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복지정책은 더욱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문제는 쏟아지는 복지정책을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현실화하느냐다. 고속도로 무료화, 고교 교육 무상화 등 파격적인 포퓰리즘 총선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반성과 남유럽 재정위기는 우리 복지정책의 반면교사이자 가이드라인이다. jhpark@seoul.co.kr
  • [일본통신] 퍼시픽리그의 강자 세이부의 추락

    [일본통신] 퍼시픽리그의 강자 세이부의 추락

    일본프로야구는 1950년부터 양대 리그(센트럴-퍼시픽)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이 기간동안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팀은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요미우리는 리그 우승 42회, 이 가운데 일본시리즈 패권을 21차례나 차지했다. 일본야구에서 요미우리를 상징하는 강자의 이미지는 때론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요소까지 포함돼 있긴 하지만 명문구단이란 사실엔 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양대리그 시행 이후 퍼시픽리그의 절대강자는 어느 팀일까. 이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다. 비록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와 비교해 우승 횟수에선 부족하지만 세이부는 21번의 리그 우승과 더불어 13번의 일본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팀이다. ‘황금시대’라 일컫는 세이부의 1980년대 그리고 이후 1990년대까지 8번의 일본시리즈 우승은 요미우리의 대항마로 불리기에 충분했을 정도로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2004년 명포수 출신의 이토 츠토무 감독시절과 더불어, 투수 출신인 와타나베 히사노부 감독이 부임 첫해(2008년) 요미우리를 물리치고 일본시리즈를 우승하는 성과를 올리며 변함없는 강자의 이미지를 누려왔다. 지난해 세이부는 단 2리의 승률차이로 리그 우승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넘겨줬을 정도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팀이다. 세이부는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조건에 있어 매우 부합된 전력을 갖춘 팀이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일본최고의 수비형 포수인 호소카와 토오루를 소프트뱅크에 내주긴 했지만 이것은 전도유망한 스미타니 긴지로(24)가 존재했기에 그렇게 큰 전력누수는 아니었다. 국가대표 출신의 리드오프인 카타오카 야스유키를 위시해 쿠리야마 타쿠미 그리고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나카무라 타케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어느팀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는 전력이 아니다. 와쿠이 히데아키-키시 타카유키-호아시 카즈유키로 이어지는 3선발 역시 리그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투타밸런스가 완벽한 팀중에 하나가 세이부다. 하지만 시즌 전 전망했던 세이부의 우승권 전력평가는 전반기가 끝난 지금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 세이부는 5위 오릭스 버팔로스에 4.5경기나 뒤진 리그 꼴찌(28승 2무 43패, 승률 .394)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9연패 포함, 7월 성적은 3승 15패로 한때 상위권 도약도 노려볼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젠 꼴찌 탈출을 목표로 해야 할 정도로 팀 자체가 엉망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세이부는 도대체 왜 단 1년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변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짜임새가 없어진 공격력과 선발진들의 연이은 부진이 팀 성적 추락을 부채질했다. 3년연속 50도루, 그리고 지난해 도루왕(59개)을 차지했던 1번타자 카타오카의 부진은 전반적인 팀 득점력 빈곤을 일으키게 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올해 카타오카는 타율 .226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전혀 못했다. 18도루로 발은 건재했지만 .289의 출루율이 말해주듯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지금은 팀에서 유일한 3할타자(.300)인 쿠리야마가 카타오카 타순에 배치돼 있지만 쿠리야마는 1번타자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나카지마와 일본최고의 홈런타자인 나카무라(홈런 26개, 1위)가 있음에도 득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카타오카의 부진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셈이다. 세이부는 팀 홈런 59개로 이 부문 리그 1위팀이다. 하지만 야구는 홈런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연타와 섞여야 공격력이 배가 되는데 최근 세이부 경기를 보면 이런 야구 자체가 실종돼 있다는 느낌이다. 전반기 막판 세이부가 9연패를 당하는 동안 팀이 올린 총 득점은 14점에 불과하다. 경기당 1.56점으로 2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후반기 팀 타선의 정비없이는 꼴찌 탈출이 힘들다는 뜻과도 같다. 세이부 선발전력 역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전반기였다. 2009년 사와무라 에이지상에 빛나는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는 5승 7패로 부진했다. 평균자책점은 2.98로 준수한 편이지만, 올 시즌이 그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극심한 투고타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각팀 에이스들인 다르빗슈 유, 타케다 마사루(이상 니혼햄), 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와다 츠요시, 스기우치 토시야(이상 소프트뱅크), 카라카와 유키(지바 롯데)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일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하지만, 와쿠이는 일본야구의 투고타저 바람을 전혀 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시 역시 3승 3패(평균자책점 3.19), 그리고 일본 최고의 ‘팜볼러’인 호아시 역시 4승 5패(평균자책점 3.24)에 머무는 등, 타팀 선발진과 비교해 보면 암울할 정도의 성적이다. 2.08의 믿기지 않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니혼햄과 비교해 보면 3.26의 세이부의 팀 평균자책점은 지금 팀 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할수 있다. 세이부는 1979년 네모토 리쿠오 감독시절 꼴찌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31년동안 최하위를 경험한 적이 없는 팀이다. 우승을 하는것도 어렵지만 그만큼 꼴찌를 한다는 것도 어렵다는 표본이 세이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올해 그 힘든 꼴찌를 다시 기록할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요미우리가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이 리그엔 ‘절대약자’ 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있기에 요미우리가 꼴찌로 추락하는 일은 힘들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팀간 전력편차가 적은 퍼시픽리그는 센트럴리그와는 다르기에 올 시즌 지금까지 보여준 세이부의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꼴찌를 해도 이상할게 없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해외문화재 환수, 성공 가능한 나라부터 공략을”

    “해외문화재 환수, 성공 가능한 나라부터 공략을”

    “문화재 반환을 요청할 때 처음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후 다른 나라에 반환 요청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선례가 되기 때문이죠.” 1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문화재 환수 국제포럼’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선 린델 플롯 호주 퀸즐랜드대 명예교수는 ‘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 협력의 강화’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의 구체적인 전략과 대안 및 실전 지침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이미 1989년 같은 대학 동료 교수 패트릭 오키프와 해외 문화유산 검색 프로그램 관련 지침을 만들어 공표한 바 있다. 플롯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문화재 환수를 위한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고 높게 평가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실전 매뉴얼로 ‘국내 문화재 목록 작성→해외 문화재 목록 작성→환수 요청 문화재 우선 순위 선정→요청 문화재의 철저한 연구→반환에 대한 소장 기관(또는 정부)의 태도 조사→환수 요청 대상국 선정→맞춤형 환수 방법 검토’ 등을 제시했다. ●“반환 당위성·논리 섬세하게 짜야” 그는 특히 “반환 요청에 응하는 박물관이나 소장 기관과의 장기적인 협력 사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주와 문화재 반환 협상을 진행했던 스톡홀름 박물관은 뉴질랜드로부터 하이슬라족이 손으로 만든 장승을 받아 전시함으로써 기술과 문화재적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재를 단순히 빼앗기고 되찾아 오는 식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아니라 ‘윈·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원래 소유했던 나라의 반환 요구가 감정적인 부분이 있을지라도 잘 짜여진 이론과 논리적인 주장을 펴면 소장 국가들이 거부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 윤리, 법률,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환의 당위성과 논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합리적이고 정중한 협상 태도 중요” 그는 또 “반환 청구는 식민 기간 중 있었던 온갖 종류의 착취를 상기시키면서 감정적 분출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관련 논의를 할 때 감정적 측면 또한 양측이 서로 잘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상호 간 합리적이고 정중한 협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제성장만으로 근대화라 말할 수 없어”

    근대화론에 항상 따라붙는 의문은 경제만 성장하면 무조건 근대화인가 하는 점이다.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해서도 “식민지 ‘개발’이면 몰라도 식민지 ‘근대화’가 가능한 개념이냐.”는 반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대화혁명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업개발, 경제성장 정도면 몰라도 근대화라고까지 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근대화란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신장이라는 측면도 포함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 시기, 박정희 시기를 일컬어 ‘반쪽자리 근대화’ 혹은 ‘어둠의 근대화’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21~22일 강원 춘천시 옥천동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주최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 ‘개념사 연구의 길을 묻다’에서 발표되는 박근갑 한림대 사학과 교수의 ‘수용과 굴절: 동아시아에 건너온 국민과 민족 개념’은 이 문제를 건드린다. 국가,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굴절된 방식으로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한국 땅에서 국가, 민족 개념을 추적하다가 독일 법학자 요한 카스퍼 블룬칠리(1808~1881)의 책 ‘문명제국의 현대국제법’과 마주쳤다. 이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896년 조선에서 ‘공법회통’으로 번역됐고, 당시 해외 세력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던 조선의 사정 때문에 고종은 신하들에게 이 책을 읽고 연구하라 명령했다. 우리나라 최초 헌법이라는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도 이 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박 교수가 주목하는 대목은 이 책이 어떻게 수용됐느냐이다. 박 교수는 “블룬칠리는 유기체 국가이론을 동아시아에 전파한 학자로 유명한데 민족과 국가를 구분한 뒤 민족은 하나의 문화 개념이지만 국민은 국가 속에서 온전한 신체를 갖추고 법률상 인격체가 되는 유기적 존재로 규정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민족은 자연적 문화이고, 국가는 인위적 문명이라는 전형적인 독일식 이분법이다. 문명 전파라는 사명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서구 제국주의의 논리이기도 하다. 블룬칠리는 “권리를 신장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이 민족보다 상위에 선다.”고 주장했다. 블룬칠리의 논리는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수용된다. 박 교수는 대한매일신보 1908년 7월 30일 자 논설 ‘민족과 국민의 구별’을 상기시킨다. 글은 국민의 행동과 정신을 ‘병영의 군대’로 묘사하는데 이는 “메이지 후반기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관행”이라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번역서 자체는 대체로 원전의 의미에 충실했으나 번역 텍스트가 민권 의식 형성에 기여하기보다 국가 중심 이념과 제도 형성에 이용되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개념사 연구자들의 학술대회인 만큼 개념의 번역 문제에 집중한다. 왕훙즈 홍콩 중문대 번역학과 교수, 요하임 쿠어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아시아유럽연구소 교수, 헨릭 스테니어스 핀란드 헬싱키대 북유럽연구센터 소장, 핌 덴 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유럽문화사학과장, 호아오 페레스 주니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 사회정치연구소 교수 등이 나와 각국의 연구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야 의원이 말하는 해법]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이슈대결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 쌓아야”

    [여야 의원이 말하는 해법]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이슈대결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 쌓아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정치 불신이 심각한 이유를 문제해결 방식의 미숙함에서 찾았다. 안 의원은 “우리 국회는 여전히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타협이나 다수결이 아닌 극한 충돌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정치 불신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압축성장을 해온 한국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면서 “압축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책무)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사회지도층을 편법을 동원해 성공한 사람들로 보고,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인들을 불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압축성장을 거치며 더디고 느린 타협과 화합의 문화가 아니라 빠르게 승패가 결정되는 대립의 문화가 형성됐고, 그 절정판이 정치권에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대립의 정치 문화는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더 확고해졌다.”면서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는 모든 정치 현안을 적을 몰살해야 내가 사는 전쟁 구도로 내몰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 같은 대결구도가 최근 완화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았다.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펼치던 정치가 이슈 대결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무상급식, 성장과 분배 논란, 반값 등록금 등 정책 문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논리 대결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대결을 이분법으로 해결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조율하는 경험을 쌓으면 정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20대, 정치를 묻다] 청춘에게 정치는 푸른 꿈이다

    [20대, 정치를 묻다] 청춘에게 정치는 푸른 꿈이다

    새로운 생각으로 닫힌 세상 활짝 여는 정치를 ●김병민(29) 서울 서초구의원 대학 시절 특정 정치성향의 학생들만 대대로 총학생회를 꾸리는 것이 불만스러워 비(非)운동권 타이틀로 총학생회장에 도전했다. 정치가 기득권이나 특정 집단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반 사람들이 만들어서 결국 대중에게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남짓 정치를 경험해보니 우리나라가 경제는 선진화돼 있고 국제적 위상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정치 문화는 아직 낙후된 것 같다. 진입장벽도 높다. 20대 구의원으로서 내가 하는 일이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꿈을 갖고, 대학생이 무조건 대기업에 취업하는, 그런게 아닌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새로운 생각으로 닫힌 세상을 바꾸는 열린 정치를 할 수 있길 바란다. ▲1982년생 ▲대원고,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경희대 총학생회장 ▲대입수시 U캠퍼스학원 원장 ▲한나라당 ▲18대 총선 한나라당 서초을 전략기획팀장 ▲사단법인 드림파머스 이사 젊은 층 목소리가 의회에 더 많이 반영돼야 ●이관수(28) 서울 강남구의원 20대 정치의 1세대로서 시발점이 됐다고 자부한다. 세대를 대표하는 공감의 정치를 하고 싶다. 참신한 시각으로 구정을 균형있게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특별한 보람을 느꼈다. 강남구청은 예비비 사용을 업무추진비로 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여기에 어긋나게 사용하고 있어서 시정조치시켰다. 노무사 경험을 살려 지방의회의 국정감사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 때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인사노무의 부적절한 사례를 적발했고 예산도 삭감시켰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강남구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발의했고 청년 고용창출기금을 조례로 지정해 취업난 해결에 앞장섰다. 반값 등록금이나 청년실업 문제들이 중앙정치에서도 핵심 이슈가 되는 만큼 젊은 층의 목소리가 의회에 더 많이 반영되고 청년층을 위한 사업이 많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1983년생 ▲서대전고, 충남대 법학과 ▲제15회 공인노무사 최연소 합격 ▲대유한솔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대학생특별위원장 ▲민주당 강남갑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아이들 웃음 퍼지도록 자치 재량권 확대 필요 ●황순규(30) 대구 동구의원 한나라당 텃밭에서 민주노동당 출신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고 충분히 할 만했다. 내가 내걸었던 작은 도서관 건립사업을 주민센터 4~5곳 이상에서 진행 중이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 지원도 기존 지정병원 비율을 10%에서 올해 20% 달성 목표로 현재 18%까지 이뤄냈다. 내년 총선 및 대선과는 관계없이 우리 지역의 교육과 보육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동네에 울려퍼지도록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에 대한 재량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층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너무 좁다. 젊은 세대의 정치권 유입이 절실하다. ▲1980년생 ▲영진고,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대구청년센터 청년실업대책팀장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 본부장 ▲대구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제정 동구운동본부장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부위원장 구청 단위 업무를 洞주민센터 단위로 전환해야 ●이은창(28) 대전 유성구의원 정치에 꿈이 있어 일찍 입문했다. 기초의원에서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차츰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 아직 기초의원으로서 한계는 있지만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지방자치 시스템을 바꿔보고 싶다. 중앙정부의 업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듯 구청 단위 업무를 동 주민센터 단위로 전환해야 주민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 지방정부 내에서도 권한을 이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를 하는 사람은 국가관이 투철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관은 거의 없고 개인의 출세를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정체성을 확실히 다져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개인이 아닌 사회와 국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 ▲1983년생 ▲공주고, 대전대 행정학과 ▲자유선진당 ▲에바다투어(주) 대표 ▲명성실버대학 운영위원 젊은 열정 키우는 지역사회 환경 만들어야 ●조화영(29) 경기 광명시의원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와 역사를 움직였던 주체는 젊은이들이었다. 4·19 혁명을 주도했던 것은 고등학생, 5·18 민주화운동을 이끈 것은 대학생이었다. 2011년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이끈 것 또한 대학생들이었다. 젊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현실에서 나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도 당해봤고 정당생활이 짧다는 이유로 중요한 사안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젊은 열정들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자라날 수 있는 정치를 바란다. 열정을 가진 청소년, 젊은층이 세계의 리더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 올해 지역 어린이도서관에 영어도서관을 설치한 것도 그러한 취지에서 보람을 느낀 일이다. ▲1982년생 ▲한국외국어대학 아프리카학과 ▲아프리카연구소 연구조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해외인턴십 남아공 케이프타운 난민센터 근무 ▲민주당 광명을 지역위원회 국제교류특위 부위원장 ▲광명지역혁신교육협의회 상임위원 말보다 발로 뛰어야…정치 관심부족 아쉬워 ●김지혜(27) 경기 오산시의원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꿈이 있었지만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 면적이 좁은 오산에 와서 일을 하다 보니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오산시가 보육시범도시로 지정돼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혁신교육지구로도 지정이 돼있는데 초기 단계이다 보니 청소년에 대한 교육사업이 성적 위주로 간다. 그런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 등 아동·청소년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처럼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발로 뛰는 정치를 해나가고 싶다. 또한 나처럼 젊은 층이 직접 정치에 입문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게 절실하다. ▲1983년생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영·유아교육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한나라당 오산시 보건사회분과 부위원장 ▲한나라당 여성위원회 2030 분과장 ▲한나라당 차세대 여성위원회 오산시지회장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원우회 사무국장 청년 도전 막는 의회 정당·연령 독점 안돼 ●김수민(29) 경북 구미시의원 사회운동가를 꿈꾼다. 보통 사회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꾸로 생각했다. 운동권이 축구의 수비수라면 기초의원으로서의 현재 내 모습은 공격수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분법적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인간적 공간이다. 이런 경험이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방의회의 정당 독점 못지않게 연령 독점도 중요한 문제다. 나처럼 젊은 사람도 도전할 수 있는 게 기초의회여야 한다. 다만 기초의원은 전문가 출신일 수는 있지만 전문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주의에 빠지면 시각이 협소해질 수 있다.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시키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다. ▲1982년생 ▲구미고, 연세대 교육학과 ▲무소속 ▲구미 YMCA, 참여연대 회원 ▲‘유뉴스’ 기획위원 ▲구미 풀뿌리희망연대 운영위원 의욕있는 사람들 직접 정치 뛰어들었으면 ●최유진(27) 광주 북구의원 20대에게는 교육, 취업, 보육 등 너무나 많은 고민들이 있다.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에 끼인 세대인 20대들에게 답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일궈내고 싶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출신 기초의원은 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원까지 포함해 정확히 두배가 됐다.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젊은 사람들도 더 많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도전, 정치권에 입문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욕이 있는 사람들부터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궁극적인 꿈은 통일 관련 작품활동을 하는 동화작가다. 지방정치에 참여하는 동안에도 통일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1983년생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수료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 ▲광주 시민의소리 기자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정리 장세훈·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6)페미니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6)페미니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

    1910년 영국 런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이었던 로저 프라이가 기획한 프랑스 현대미술작가전이 그래프턴 갤러리에서 열렸다. 제목은 ‘마네와 후기 인상주의’. 세잔, 반 고흐, 고갱, 피카소 등 지금은 거장이라 추앙받는 이들의 작품을 두고 당시 영국인들은 ‘포르노’ ‘미친 사람들의 작품’이라며 경멸했다.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고전주의 회화와 달리, 주체와 대상의 경계 없이 자신의 눈과 마음을 관통해 들어오는 세계를 표현해낸 이들의 작품은, 중심과 보편을 거부하는 ‘반(反) 전통적 선언’이었다. 버지니아 울프(1882~1941)에게 이 전시는 낯선 감각적 충격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1월 25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버지니아 스티븐. 정치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19세기 영국 지성사의 중요한 인물이었고, 어머니 줄리아는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울프는 어린 시절부터 가끔씩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울프의 이런 병증을 개인적인 가정사나 의붓오빠들에게 당한 성추행의 충격 탓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의 기록을 보건대, 그녀의 병증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다.“이 일은 몸의 어떤 부분에 대한 감정이, 그 부분은 만져서는 안 된다는, 그 부분이 만져지게끔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본능적임을 보여준다. 이 일은 버지니아 스티븐이 1882년 1월 25일 태어난 것이 아니라 수천년 전에 태어났다는 점을, 그리고 과거의 수천명 선조에 의해 획득된 본능과 바로 처음부터 만났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녀가 느낀 수치심과 두려움은 ‘과거의 수천명 선조’의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온 것이다. 즉, 그녀의 병증은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온 것이다. 울프의 무의식에 내재된 수천의 조상들과 전통은 망령처럼 그녀의 삶을 통제했다. 그런 울프에게 돌파구가 된 것은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이었다. ●문학으로 광기를 돌파하다 가족이 새롭게 거처를 마련한 블룸즈버리에서 울프는 지적 네트워크와 접속한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와 오빠 토비를 비롯해 E.M. 포스터, 로저 프라이, 클라이브 벨 등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엘리트들이 참여한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울프는 모더니즘적 자양분을 섭취한다. 그들은 문학, 평론, 미술, 경제학 등을 가로지르며 19세기의 숨막히는 빅토리아적 관습에 저항했다. 울프는 세잔이 그림을 통해 한 일을 자신은 문학으로 하겠노라고 결심한다. 울프에게 문학은 낡은 세계와 결별하고, 과거의 자기로부터 떠나는 것을 의미했다. 1915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의 제목 ‘출항’은 이런 울프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울프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그 시대가 낳은 광기를 돌파해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출항’까지는 9년이라는 힘든 시간을 통과해야 했다. 기존의 영토를 떠나 새로운 흐름에 자신을 던지는 일은 그토록 지난(至難)한 일이었으리라. ●‘댈러웨이 부인’, 또 다른 탄생의 기록 1925년 버지니아 울프의 첫 출세작 ‘댈러웨이 부인’이 출간된다. 중산층 부인 클라리사의 하루를 담은 이야기, 특별한 인과도 없고, 정해진 인칭도 없으며, 성격 묘사나 교훈도 없이 기억과 의식, 감각만으로 이루어진 이 낯선 소설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소설의 원제는 ‘시간들’이다. 울프에게 시간은 “빛이 발산되는 후광, 의식이 생기기 시작해서부터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감싸는 반투명의 봉투”이다. 균질하게 흐르는 객관적 시간은 없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시간이 다르고, 한 사람에게도 동시에 여러 겹의 시간이 작동한다. 울프에게 시간은 경험하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지 인간의 경험 이전에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들’ 속에서 우리의 기억은 끊임없이 유동하고,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에게 스며든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들’ 속에서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클라리사는 매순간 자신을 관통해 들어오는 자극을 “끔찍하도록 민감하게” 느끼면서 복수의 시간들을 통과한다. “그녀가 집에 있는 나무들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클라리사와 셉티머스의 관계다. 셉티머스 역시 클라리사처럼 세계를 민감하게 느끼지만 그는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하는 비밀의 암호는 혐오와 증오와 절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민감함이 세상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그의 자아가 세상 앞에서 빗장을 닫아거는 순간, 그의 탈출구는 죽음밖에 없었다. 반면 클라리사는 매순간 세상을 향해 자신을 열며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경험함으로써 죽음의 충동을 극복해 나갔다. 셉티머스와 클라리사, 그들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글을 써 나갔던 울프의 분신들이다. 문학은 광기의 기록이 아니라, 광기를 넘어서려는 분투의 기록이라는 것. 어렵게 ‘출항’한 울프는 그렇게 흐름 위에서 자신의 광기를 직시하며 나아갔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여성작가로서 명성을 얻는 듯했던 울프. 그러나 모더니즘 문학의 영토 안에서 그녀는 새로운 벽에 부딪히게 된다. 모더니즘 역시 남성들의 영토였고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 그 안에서 여성은 여전히 성적 매력과 미모를 과시하며 남자를 유혹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페미나(Femina)상을 받은 ‘등대로’(1927)는 울프의 페미니즘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흔히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램지 부인은 대지의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램지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성성을, 릴리 브리스코는 이 둘을 조화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남성-여성의 이분법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공허하다. 울프는 ‘조화’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兩性)을 구분하는 전제들 자체를 의문시한다. 소설에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릴리의 선처럼, 울프는 양성을 가로지르는 제3의 선을 그리며 남성-여성의 영토에서 탈주한다. 그리고 “인생이란 양성 모두에게 힘들고, 어렵고, 영원한 투쟁”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자기만의 방’(1929)이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쓴 ‘여성문학사’다. 영국 역사 속에서 여성 예술가는 죽거나 미칠 수밖에 없었다. 자기만의 방이 없었고, 잘난 여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프는 여성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기를 권할 때, 나는 여러분이 리얼리티에 직면하여 활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울프의 두 발은 현실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유머와 활력을 잃지 않았다. 그것만이 ‘여성 작가’가 아닌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었다. 울프는 여성의 상황을 남성들이나 시대에 대한 증오로 돌리지 않고, 그 지반을 가볍게 활공한 선배 작가의 삶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울프가 주목한 것은 “미움 없이, 쓰라림 없이, 두려움 없이, 항의 없이, 설교 없이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이었다. 남성에 대한 적대감이 여성을 구원해줄 수는 없다. 여성이 작가로 살아가려면 담담하게 세상의 적대감과 대면하면서 자신의 영토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순수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가운데서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는 대로의 사물을 움츠러들지 않고 굳건히 고수”한 제인 오스틴에게서, 울프는 남성-여성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 “천재적 성실성”을 보았다. 역사 속의 여성작가들을 경유한 울프는 이제 “여성으로서, 그러나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잊어 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썼으며 그리하여 그녀가 쓴 페이지들은 성이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때에만 도래하는 진기한 성적 특성으로 가득차” 있게 된다. 여성의 눈도 남성의 눈도 아닌, 모든 ‘시간들’을 살아가는 모든 ‘성(性)들’의 눈을 갖고, 버지니아 울프는 세계를 감각하고, 기록한다. 더없이 성실하게. 그렇게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영토를 끊임없이 탈주하는, 모든 실험적 페미니즘들의 이름이 되었다. 최태람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광기, 정말 배척만 할 대상인가

    인간의 광기(狂氣)는 흔히 정상적인 것과는 대칭에 선 비정상과 몰이성의 개념쯤으로 통한다. 우울증과 죽음, 욕망, 폭력, 비판과 같은 광기의 양상은 위험하고 거세돼야 할 가치로 여겨지기 일쑤다. 그래서 이 광기는 정치와 철학, 역사의 범주에선 늘상 배제되고 억압받곤 한다. 그러면 광기는 정말 비정상적이고 배척해야만 할 주제일까. “광기란 역사의 문제이며 이성은 우리를 조용히 혹사시켰다.” 이는 광기를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부정의 개념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미셸 푸코의 유명한 말이다. 푸코는 “화가와 시인들의 기발한 착상은 광기의 완곡한 표현”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문학과 예술이 근원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실체 찾기에 천착하는 행위라고 할 때 그 말은 결코 허튼 망언이 아닐 것이다. 송기정 이화여대 교수(불어불문학)가 낸 ‘광기, 본성인가 마성인가’(이화여대출판부 펴냄)는 광기를 ‘심층적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미셸 푸코의 주장에 아주 근접한 책이다. 문학 측면에서 광기를 풀이한 것이라고 할까. 규격화된 틀에서 탈출하고 법이 정한 금기를 어기려는 ‘삐딱함에 대한 욕망’의 광기가 문학의 영역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조망한 시도가 신선하다. 등장하는 작가는 루소, 디드로,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모파상 등의 프랑스 작가들과 박지원, 김동인, 염상섭 등의 한국 작가들이다. 18∼19세기 프랑스 문학과 18세기 및 개화기의 한국 문학 속 광기에 대한 집중 조명인 셈이다. 책을 통해 드러난 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광기와 싸우고 거짓의 광기로 위장해 오염되고 타락한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토하거나 시대적 절망을 쏟아낸다. 루소의 ‘참회록’에선 박해 망상과 편집증의 흔적이 보이고 모파상의 단편 소설들에선 자아 상실의 공포가 역력하다. 스탕달의 ‘아르망스’는 실어증, 네르발, 염상섭의 글에는 우울증과 죽음의 욕망이 배어 있다.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의 욕망’에선 환각과 욕망이 춤추고 있는 반면 박지원은 이 광기를 사회 비판의 도구로 사용한 흔적이 또렷하다. 작가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고 세밀하게 탐색한 이 책은 단지 광기의 문학적 의미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인간 내면에 숨은 가장 솔직하고도 섬뜩한 마음인 ‘광기’를 빌려 문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찬찬히 따져 묻고 있는 것이다. 1만 8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일본통신] “아 옛날이여~” 끝없는 추락 요미우리

    [일본통신] “아 옛날이여~” 끝없는 추락 요미우리

    일본프로야구의 ‘절대강자’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최고의 인기구단이자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요미우리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요미우리는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주중 3연전(5-7일)에서 모두 패했다. 최근 야쿠르트전 7연패와 더불어 어느새 1위 야쿠르트와는 11경기 차이로 벌어지며 1위 탈환은 물론 올 시즌 A클래스(포스트시즌 진출)에 들어갈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요미우리는 7월 들어 치른 6경기에서 1승 5패, 덕분에 리그 5위(24승 4무 34패, 승률 .414)까지 팀 순위는 내려갔고 이젠 꼴찌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 겨우 2.5경기 앞서고 있을뿐이다. 요미우리 부진이 심각하게 다가 오는 것은 반전이 필요한 어떠한 대안책이 없다는 점에 있다. 선발진엔 현재 9승(2패)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츠미 테츠야, 신인인 사와무라 히로카즈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인 레비 로메로가 7월 1일 주니치전에서 3실점으로 불을 지른후 2군으로 내려가 있다. 현재 요미우리는 전문마무리 투수 없이 야마구치 테츠야, 오치 다이스케 등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중이다. 이렇다 보니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뒤가 불안해 여유로운 경기운영이 힘들다. 요미우리는 7일 경기에서 에이스인 우츠미를 내보내 연패를 끊으려 했지만 다 잡은 경기를 또다시 놓쳤다. 초반 2-0으로 앞서 갔지만 야쿠르트가 야금야금 쫓아가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1회말 오치가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 맞으며 3연전을 모두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엔 이닝이터형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 이것은 당연히 불펜의 과부하를 부채질하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빈약한 팀 타선에 있다. 팀 타선이 초반부터 화끈하게 터지는 경기가 거의 없다보니 그만큼 마운드 운영에 있어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의 팀 타율은 .231에 불과하다. 양리그 통틀어 꼴찌다.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2.90로 수준급을 자랑한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올해 일본프로야구는 극심한 투고타저다. 즉 예년같으면 2.90의 팀 평균자책점이라면 우승팀이나 기록할수 있는 훌륭한 마운드지만 올 시즌엔 이미 주니치와 한신 역시 2점대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막강한 투수력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타팀 역시 마운드 높이가 그만큼 높기에 특별한 투수력이라고 볼수가 없다는 뜻이다. 요미우리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중 현재 리그 타율 1위인 쵸노 히사요시(.322)를 제외하면 3할 타자가 전무하다. 4번타자 알렉스 라미레즈(.276) 사카모토 하야토(.263)는 각각 12개,10개의 두자리수의 홈런을 기록중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파괴력이 떨어진다. 덧붙여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도 위 3명뿐이다. 시즌 초반 포수 아베 신노스케의 부상, 미래의 요미우리 감독인 타카하시 요시노부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제몫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7번 타순까지 밀려난 주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의 극심한 부진은 팀 전체적인 공격력 약화를 가져왔다. 요미우리는 팀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 주전 선수들중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 나이로 타카하시는 37살 오가사와라 역시 39살이다. 어쩌면 요미우리는 팀의 세대교체를 서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2006년 요미우리 유니폼을 다시 입었던 하라 타츠노리 감독의 부임 첫해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요미우리는 이승엽(현 오릭스)과 니오카 토모히로(현 니혼햄)를 제외하면 제대로된 활약을 해준 선수가 없었다. 당시 팀의 주포였던 코쿠보 히로키(현 소프트뱅크)의 부상과 부진은 팀 전체적인 공격력 약화를 가져왔고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선수도 없었다. 이후 요미우리는 2007년 니혼햄에서 오가사와라를, 이듬해인 2008년엔 야쿠르트에서 알렉스 라미레즈를 데려오며 최강의 중심타선을 구축했지만 이젠 이러한 막강타선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만약 올 시즌 요미우리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손에 쥔다면 어쩌면 내년시즌 또한번의 큰돈을 쓰며 일본야구 판도를 좌우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올 시즌 성적이다. 요미우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준다면 꼴찌 추락도 시간문제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1934년 창단돼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미우리는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2차 집권 시기였던 1975년 최하위를 끝으로 36년간 꼴찌로 추락했던 시즌이 없는 팀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Q&A] “종북·친북 싫어 한나라당 선택”

    Q 왜 정치를 시작했나. A ‘공직은 가장 명예로운 봉사직이다’라는 케네디의 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침 여야에서 제안을 많이 받았다. Q 왜 한나라당을 선택했나. A 미국이라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가까운 성향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틀은 남북, 노사 문제로 보수와 진보가 갈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쪽과는 함께하기 쉽지 않겠다고 느껴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됐다. Q유복한 가정환경을 성공 비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A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재단은 참 쉬운 것 같다. 로스쿨 마칠 때까지 10만 달러가 넘는 빚을 졌다. 사업도 두 번 실패했고, 공천에 떨어져 보기도 했다.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살았다. 정계에선 서민, 비(非)서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론에 대한 동질감 호소 도구로 악용돼 아쉽다. Q엄친아, 귀족 등 수식어가 많다. A ‘귀족’이라는 말이 가장 부담스럽다. 영화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진 아버지께서 학비를 위해 밤무대에까지 출연했는데 ‘귀족’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Q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느끼나. A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경륜과 지혜를 갖춘 중진들이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아직도 연공서열, 선수, 계파, 당파가 확실하다. Q 지난해 6·2 지방선거 참패 뒤 ‘쿨 보수’론을 내세웠다. A 자유·보수라는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유연하게 진보적 이슈를 선점해 가자는 주장이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당내 사정들을 고민하는 동안에 진짜 민생 현안들은 방치되고, 자기반성을 통한 자기 희생이 뒤따르지 않아 쇄신에도 실패했다. Q 한·EU FTA 비준안 처리 때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A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절실하게 느낀 게 ‘빠르게 하는 것보다 바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익에 중요해도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이 없다면 나중에 훨씬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미 FTA는 국익에 더 중요하지만 만일 불상사가 되풀이된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 Q 앞으로 정치적 목표는. A 나라와 시대를 한 번 주도해 보겠다는 꿈이 있다. 다만 큰 지도자는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인데, 그런 일을 하기 전에는 미래 주자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불이라고 생각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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