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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교수는 여대의 죄인”…미투 파문 동덕여대 혐오표현 조사나서

    “남교수는 여대의 죄인”…미투 파문 동덕여대 혐오표현 조사나서

    서울 성북구에 있는 동덕여대에서 일부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교사들의 혐오 표현에 대한 사례 수집에 나섰다. 30일 동덕여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성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학내 단체는 지난 27일부터 학내 교수·강사의 혐오 표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재학생과 졸업생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문조사는 여성 혐오, 인종 차별, 장애 혐오 등 학생들이 경험한 교수·강사의 혐오 표현 사례를 파악하고 학교에 전할 요구사항 등 의견을 수렴하는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는 지난달 교내에서 교수들의 부적절 발언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잇달아 게시된 데 따른 조치다. 비대위와 성인권위원회는 “교수·강사의 인권 감수성 부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사건 해결과 사전 예방을 위한 기초자료 구축을 위해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지난달 말 한 남성 교수의 발언이 여성 혐오 성격을 띤다며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A교수가 올해 강의 도중 “여러분이 나이가 들면 시집을 가지 않겠냐. 애를 좀 낳아라. 나는 출산율이 너무도 걱정된다”, “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들 만나야지. 오빠들 만나러 가려고 수업 빠져도 돼”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입학할 후배들에게 당신 같은 교수를 물려줄 수 없어 펜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당신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낙오되고 있다”며 “꼭 페미니즘을 배워 당신의 ‘교수다움’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이튿날 게시된 다른 대자보에서는 또 다른 B교수가 “왜 강의자료를 다들 안보나. 야동(야한 동영상)을 올려줘야지 보나”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생들은 이들 대자보 주위에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125혐오표현해방’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려 의견과 경험을 공유했다. 학내 단체나 개인의 연대 대자보도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해시태그와 함께 “여교수님·남교수님 가릴 것 없이 ‘화장도 좀 하고 꾸미고 다녀라’는 말을 하고 ‘여성적인’, ‘남성적인’ 같은 성별 이분법적 발언을 자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님들이 전반적으로 사고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남성 교수들이 학생들의 대자보에 대응했으나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문제가 된 A교수는 반박 대자보에서 자신이 인구 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설명하면서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며 ‘오빠’ 언급은 사정이 있어도 수업에 아예 결석하지는 말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오히려 학생들은 “반성 없는 당신을 규탄한다”는 항의 포스트잇을 교수의 대자보에 붙였다. 또 다른 남성 교수는 강의 도중 학생들의 대자보 내용을 두고 “남교수는 여대에서 죄인이지 뭐”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성인권위원회 등은 “지난해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강제추행 등 사건으로 인권을 보장하라는 구성원의 요구가 커졌지만 학교는 피해자 보호와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학교본부와 모든 교수·강사는 남성중심적 사회의 차별을 답습했던 동덕여대의 현 상황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일지 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공격을 받게 됐다”며 강단을 떠나 파문을 일으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도서관 등 공공건축에 개성·색깔 입혀 삶의 질 높이는 도시재생”

    “도서관 등 공공건축에 개성·색깔 입혀 삶의 질 높이는 도시재생”

    더 빨리, 더 많이 짓던 시대는 지났다. 주거나 활동 공간의 역사성과 문화, 환경을 살려 품격 있는 건축·도시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그동안 민간과 시장에만 맡겨 왔던 건축을 공공성 영역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학교, 도서관, 주민센터 등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디자인과 편의성, 접근성, 주위 환경과의 조화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동네에 들어선 잘 지어진 공공건축물이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에 ‘개성’과 ‘색깔’을 입힌다. 이런 과제를 정부 차원에서 실현하기 위해 2007년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건축·도시 분야의 첫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박소현 소장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거주하고 이용하는 건축물과 이웃과 어울리는 도시 공간은 국민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공건축 및 도시공간 개발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 다양한 연구을 통해 공간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건축·도시정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압축성장에 따른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도시와 삶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는 생활의 편리함은 있지만 획일적인 주거공간으로 시민들이 건축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생활환경이 더 쾌적하고 아름답고 편리했으면 하는 요구가 많아졌다. 요즘 방치돼 있던 빈 주거공간이나 구시가지 등을 이색 카페나 핫플레이스로 재탄생시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것을 보면서 건축과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래된 건축물과 생활 공간을 보존해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을 철거하기보다 필요와 기호에 맞게 고쳐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기존의 도시개발이 전면 철거·재개발을 의미한다면, 도시재생은 기존의 것들을 고쳐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좁은 골목길에 마주한 낡은 단독주택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대규모 철거형 재개발에 따른 각종 폐해가 드러나고 옛 도시공간을 가능한 한 보존하자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죽어 가던 도시가 살아나기도 한다. 서울 북촌, 경리단길, 성수동, 부산 감천마을 등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도시의 시간과 흔적에 대한 가치를 이끌어내는 ‘삶의 공간´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과 군산의 근대건축유산과 전주 한옥마을의 생활형 한옥군 등도 우리의 삶터이자 건축문화유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서울 세운상가도 대규모 정비사업 대신 도시 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방 도시가 경제 위축 및 인구 감소로 쇠퇴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한 지방 중소도시의 구도심의 경우 오래되고 볼품없는 노후 건축물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다시 짓는 재개발 대신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참여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쇠퇴한 지역의 문제를 그 지역만의 건축, 도시공간의 특성과 문화에 맞게 풀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스페인 빌바오의 경우 망해 가는 철강도시를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고, 포르투갈 리스본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폐공장을 명물 예술촌으로 탄생시킨 것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고 도시재생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개발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지 않나. “도시재생과 개발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신 지역마다 다른 도시 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규모 자동차공장이 떠난 군산에 다시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유치해야 할까. 군산은 그들만이 가진 지역 자산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부각시키는 도시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군산의 ‘영화타운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군산 출신 젊은이들이 지역 특색을 살려 각종 먹거리·볼거리가 넘치는 영화시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 지역 명소로 만들었다.” -도시재생이나 생활SOC 사업을 작은 규모의 토목사업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 사업을 ‘짓는 것’으로만 바라봐서 그렇다. ‘운영’과 ‘관리’에 역점을 두고 도시재생과 건축물 조성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어떤 공공시설물을 지을 때 인구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해 건축물 유지·관리가 가능한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경북 영주가 ´공공건축의 성지´로 떠올랐다. “영주시는 공공건축 중심의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곳이다. 우리 연구소와 영주시는 2007년부터 공동으로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시행했다. 2009년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고 이듬해 시장 직속으로 ‘도시디자인관리단’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지역건축 디자인 기준을 마련하고 영주시 경관 및 디자인 조례를 제정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영주실내체육관 등 20여개 공공건축물을 건설했다. 영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실내수영장은 주민 놀이터이자 사랑방이 되고 있다. 노인복지관도 주민들이 일상을 풍요롭게 나누는 삶과 생활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공공건축이 바꿔 놓은 도시 풍경으로 시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인구 10만명의 소도시를 대표적인 건축 답사지역으로 만들었다.” -공공건축에 있어서 연구소의 역할은. “도서관과 주민센터 등 공공건축물이 이제는 주민 복지를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는 공공건축물이 주민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담아내는 공간, 즉 ‘공간 복지’까지 제공한다. 지난해 720만동의 건축물이 지어졌는데, 공공건축물은 전체의 2.93%인 21만동이다. 해마다 5000동씩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로 보면 전체 건축시장 150조원(2016년) 중 공공 건축시장은 15조원 정도다. 앞으로 지역밀착형 생활SOC 추진 사업 등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사업 규모와 입지 등 배치 계획과 공간시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사업 규모와 프로그램은 적절하게 설정됐는지 분석해 바람직한 공공건축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앞으로 중점 추진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시티’ 조성이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교통, 환경, 시설 비효율 문제 등을 해결해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도시를 말한다. 도시의 인프라와 정보,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녹색 건축’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또 건축물에서 일어나는 인명·재산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건축물 관리를 강화하고, 공간환경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확대하는 등 생활밀착형 공간을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박소현은 누구 196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재직 중 지난해 5월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으로 취임했다. 연세대에서 건축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오리건대에서 역사보존학 석사, 워싱턴대에서 도시설계·계획학 박사를 받았고 콜로라도대 건축도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 도시재생특별위원, 문화재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역임하는 등 건축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 [사설] 국민 92% “이념 갈등 심각”, 정치권이 반성해야

    우리 국민들은 이념 갈등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공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91.8%였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85.3%), 대기업과 중소기업(81.1%), 부유층과 서민층(78.9%) 등의 순으로 갈등이 크다는 게 우리 국민의 인식이다. 이념 갈등은 직전 조사인 2016년만 해도 순위가 다섯 번째(77.3%)에 불과했으나 3년 사이 14.5% 포인트가 오르며 올해는 첫손가락에 꼽혔다. 2006년에는 부유층과 서민층(89.6%), 2016년엔 정규직과 비정규직(90.0%) 등 주로 경제 분야 갈등이 부각됐다면 이번에는 사회 분야 갈등이 도드라진 모양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옳고 그름을 달리하는 이분법적 싸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사회정의, 공익존중이라는 말은 공허해졌다. 6월 항쟁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동력이었던 광장정치는 ‘조국 사퇴’ 정국을 거치면서 광화문과 서초동 등 분열정치의 무대로 변질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평가를 달리해야 할 판이다. 이념 갈등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고 연간 관리 비용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인 246조원이나 쓰고 있다. 공동체의 갈등은 도약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정치권이 정파적으로 악용할 때는 분열의 칼이 된다. 한국 사회가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활성화해야겠으나, 타협과 협력이 가장 취약한 곳이 정치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념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은 갈등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반성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 “타다, 택시와 구체적 상생 대안 제시하라” “혁신은 국회의원·장관 아닌 국민이 판단”

    “타다, 택시와 구체적 상생 대안 제시하라” “혁신은 국회의원·장관 아닌 국민이 판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 개정을 둘러싸고 이재웅 쏘카 대표의 비난에 침묵하던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맞받아쳤다. 하지만 이 대표와 정부 간 공방엔 정작 택시 서비스 개선과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은 빠져 있어 ‘누구를 위한 날 선 비판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 거냐 살릴 거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상생안 발표 이후 택시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되던 10월 7일 타다가 서비스 전국 확대와 차량 1만대 증차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정책관은 “타다 측에서는 상생 협력할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택시와는 어떤 대화의 노력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면서 “우리가 알기로 타다는 택시업계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타다는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면서 “법이 통과되고 공포되는 순간 국민의 이동 편익을 가장 우선에 놓고 다니던 타다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자 모빌리티 금지법, 혁신 금지법, 붉은 깃발법”이라고 강조했다. 타다가 혁신 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혁신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하고, 혁신 서비스가 아니면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다”면서 “이제라도 혁신은 민간에 맡기면 좋겠다. 혁신인지 아닌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아닌 국민이 판단한다”고 맞섰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국민 이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양측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타다가 법의 허점을 이용한 변칙적이고 편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국민 이동권 보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택시와 플랫폼 모빌리티업계의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택시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느끼거나 심야시간에 택시 잡기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국민은 적기 때문에 ‘타다 금지법’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타다가 택시업계와의 상생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택시에서 플랫폼 모빌리티로 서비스가 전환되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라면서 “일정 시간이 흘러 플랫폼 모빌리티와 택시가 같이 운영되는 환경이 되면 좀더 사업 영역이 확장될 것인데 타다가 과도하게 자기주장만 하면서 다른 형태의 사업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업계에 따르면 타다 기사들은 ‘타다 금지법 철회를 바라는 타다 드라이버 서명운동’에 나섰다. 11일까지 온라인 서명 300개를 모아 국회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타다, 택시와 구체적 상생 대안 제시하라” “혁신은 국회의원·장관 아닌 국민이 판단”

    “타다, 택시와 구체적 상생 대안 제시하라” “혁신은 국회의원·장관 아닌 국민이 판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 개정을 둘러싸고 이재웅 쏘카 대표의 비난에 침묵하던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맞받아쳤다. 하지만 이 대표와 정부 간 공방엔 정작 택시 서비스 개선과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은 빠져 있어 ‘누구를 위한 날 선 비판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 거냐 살릴 거냐 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상생안 발표 이후 택시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되던 10월 7일 타다가 서비스의 전국 확대와 차량 1만대 증차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정책관은 “타다 측에서는 상생 협력할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택시와는 어떤 대화의 노력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면서 “우리가 알기로 타다는 택시업계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타다는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면서 “법이 통과되고 공포되는 순간 국민의 이동 편익을 가장 우선에 놓고 다니던 타다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자 모빌리티 금지법, 혁신 금지법, 붉은 깃발법”이라고 강조했다. 타다가 혁신 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혁신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하고, 혁신 서비스가 아니면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다”면서 “이제라도 혁신은 민간에 맡기면 좋겠다. 혁신인지 아닌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아닌 국민이 판단한다”고 맞섰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국민 이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양측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타다가 법의 허점을 이용한 변칙적이고 편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국민 이동권 보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택시와 플랫폼 모빌리티업계의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택시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느끼거나 심야시간에 택시 잡기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국민은 적기 때문에 ‘타다 금지법’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타다가 택시업계와의 상생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택시에서 플랫폼 모빌리티로 서비스가 전환되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라면서 “일정 시간이 흘러 플랫폼 모빌리티와 택시가 같이 운영되는 환경이 되면 좀더 사업 영역이 확장될 것인데 타다가 과도하게 자기주장만 하면서 다른 형태의 사업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타다가 택시에 질 수밖에 없는 이유

    타다가 택시에 질 수밖에 없는 이유

    “타다만 차별하고 금지시키는 것이 국토부나 국회가 해야 할 일입니까?”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놓고 이재웅 쏘카 대표의 항변이 거세다. 이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를 차별하고 금지법안을 만드는 것이 역설적으로 택시와는 다른 고급이동 서비스를 너무 잘 만들었고, 택시가 못마땅해해서 아닌가?”라고 국토부를 맹공격했다. 이는 타다를 담당하는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이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택시와의 구체적 상생방안을 거부한 타다는 혁신산업을 죽일 거냐 살릴 거냐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몰지 말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은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 통과하면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타다는 시행 유보 1년, 처벌 유예 6년을 거쳐 1년 6개월 뒤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운행할 수 없게 된다.현재 타다는 고객에게 11~15인승 승합차를 빌려주면서 운전기사를 소개하고 있는데 개정법안은 승합차를 6시간 이상 빌려주거나, 고객이 공항 또는 항만에서 타고 내리는 경우로 제한했다. 즉 타다는 공항을 오가는 관광객 상대 또는 운전사가 있는 렌터카로만 운영이 가능해져 지금처럼 고급 택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된 1500대의 타다를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실패해온 국토부의 정책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20만대의 택시 기사들이 싫어한다고 한다”며 “국토부는 국민인 택시기사가 신산업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하고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곳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로서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나 혁신 산업보다는 표심을 움직이는 여론몰이 세력인 택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95년 대한민국 최초로 무료 인터넷 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을 제공한 ‘다음’을 창업했으며, 다음은 지난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뒤 다음해 카카오로 회사 명칭을 변경했다. 2008년 다음을 퇴사한 이 대표는 10년 뒤 쏘카 대표를 맡으며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인 이 대표의 타다는 분신까지 감행하는 택시 기사들의 밥그릇 투쟁에 애초부터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대표는 타다로 인한 택시 업계의 피해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처럼 혁신산업 타다 대 생존형 택시업체로 구도가 형성된 이상 정부가 타다 규제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택시기사들은 이 대표는 다른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장 밥그릇이 깨질 판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기 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전날 성명에서 “만일 ‘타다’ 측의 억지주장으로 법률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100만 택시가족의 총궐기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몸, 지구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몸, 지구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지난 5일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인류 전체가 즉시 기후 위기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전례없는 고통에 처할 것임을 경고하는 공동 성명이다. 한때 지구는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고, 극복해야 할 환경이었다. 이제 지구는 ‘인류세’를 맞이했다.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 거대한 지질학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인류세는 인간 활동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인간에게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의 위기이기도 하다. ‘인류세와 에코바디’는 몸문화연구소의 포스트휴먼 총서 세 번째 책으로 기획됐다. 우리가 직면한 인류세의 도래와 그 징후들을 주제별로 살핀다. 저자들이 일관적으로 제시하는 키워드는 ‘연결’과 ‘순환’이다. 지구는 거대한 연결망이며 우리의 몸은 지구에 있는 모든 존재들과 특정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순환, 바디버든(몸 속에 쌓인 유해물질), 육식과 배양육, 플라스틱과 같은 개별 이슈들을 물질과 인간이 상호관련되는 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중 생태윤리학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후반부가 특히 흥미롭다. ‘갠지스강이 법인격을 가지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비인간존재들의 권리, 자연의 권리를 고찰하게 한다. 한편 여성이자 어머니의 모습으로 여겨져 온 ‘가이아’는 과거 인간의 자연에 대한 위계적 관점을 반영하지만, 현대의 가이아는 생물과 무생물의 총체적 시스템으로서 재평가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을 지구 시스템의 한 요소로 인식하고 비인간존재들을 대해 온 우리의 폭력적인 태도를 반성하며, 자연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고민하는 과정이 각각의 글에 담겨 있다. 거대한 시스템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나가 아닌 전체를, 연결과 구조를 주목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포스트휴먼 총서 기획의 다른 책들 ‘지구에는 포스트휴먼이 산다’, ‘포스트바디’도 마찬가지로 도래할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몸이 어떤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갈 것인가를 다룬다. 인간 이후의 포스트휴먼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싶다면 함께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 ‘여성 성기’ 총신대 교수 “앞으로도 적극 알리겠다” 반박 대자보

    ‘여성 성기’ 총신대 교수 “앞으로도 적극 알리겠다” 반박 대자보

    “건전한 성관계 증진시키는 일 계속할 것”“논란 제기한 측, 차별금지법 입법화 논리”총학생회 “진영논리 사고 오류…본질 왜곡” 여성 성기를 부적절하게 언급하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총신대 교수가 대자보를 통해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24일 총신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신학대학원 소속 A 교수는 최근 총학생회가 ‘2019 총신대학교 교수 성차별, 성희롱 발언 전문’을 공개한 데 대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반박하는 대자보를 강의동에 붙였다. 앞서 총신대 학생자치회가 공개한 발언 내용을 보면 A 교수는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 성기는 하나님이 잘 만들어주셔서 성관계를 격렬하게 해도 된다”고 발언했다. 또 “남성 전립선은 항문 근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극 가능하다. 자꾸 느끼다 보면 동성애를 하게 된다”며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주장했다. A 교수는 반박 대자보에서도 동성애가 단순히 쾌락을 좇는 후천적인 성향일 뿐이라는 주장을 강조했다. A 교수는 대자보에서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사실로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기회가 주어질 때 이 사실을 알려 건전한 성관계를 증진시키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또 “동성 간 성관계를 비판하며 동성 간에 느끼는 성욕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것임을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사실로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동성 간 성관계에 경종을 울리는 일을 계속할 것임을 밝혀 둔다”고 덧붙였다. A 교수는 자신을 향한 비판이 차별금지법에 따른 잘못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언 내용을 성희롱으로 곡해한 대자보 게시자들의 의도는 현 정부가 입법화하려고 시도하는 차별금지법의 독소 조항을 그대로 반영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은 건전한 성 윤리를 파괴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시도이며 대자보 게시자들도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총신대 학생자치회는 A 교수의 대자보에 유감을 표명하며 이를 반박하는 대자보를 다시 게시했다. 조현수 총신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22일 A 교수가 부착한 대자보 옆에 대자보를 붙여 “최근 총신대 학내에서 불거진 성 문제를 정치 진영 논리,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했다. 이어 “교수님의 (대자보) 문구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가족과 직무 간 균형점 찾아야”… 암참 여성 리더십 포럼

    주한미국항공회의소(암참·AMCHAM)와 한국암웨이는 20일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여성 리더십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포럼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자궁외임신을 임신·출산 진료비 지급 기준에 포함시키는 내용 등을 담은 ‘난임 지원 법안’ 등을 예로 들며 “국회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이후에도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 의원은 국회의원 최초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현업에 복귀한 바 있다. 이어 이성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한국의 기업가 정신지수와 경제참여의 현주소’를 주제로 주제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기업가정신이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한국의 경우 남성은 중장년 시기에 창업 의지가 강한 반면, 여성은 연령이 높을수록 기업가 정신이 낮다”며 기업가 정신 함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 디삼브리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북아시아지역 총책임자는 ‘글로벌 시대, 미래변화를 위한 여성 리더십의 필수요소:자기 역량 강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절 임신한 첫째를 비롯해 4명의 자녀를 둔 워킹맘인 그는 “여성이 직업을 위해 가족을 희생하거나 가족을 위해 직업을 희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생각을 거부한다”면서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결정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 그 결과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역량을 강화하며,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편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일을 남들보다 두 배로 잘해야 하는 부담감과 주변을 보살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동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을 아끼고 보상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히틀러가 한국에 부활한 셈”…인권단체, 인권위법 ‘개악안’ 규탄

    “‘히틀러가 한국에 부활한 셈”…인권단체, 인권위법 ‘개악안’ 규탄

    “차별금지 사유는 소수자 인권 마지막 보루”“혐오와 차별을 정치 자산삼은 히틀러 같아”“대통령 물러서지 말고 사회합의 노력해야”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에서 차별의 근거로 삼지 못하도록 한 ‘성적 지향’ 항목을 삭제하고 ‘남녀 성별’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인권위법 개정안에 인권단체들이 거센 반발을 내놨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은 개악안”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 사유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소수자들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위임받아 제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QIP’의 다나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통해 삭제되는 것은 법률 조문 속 ‘성적 지향’이라는 네 글자가 아니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소수자 인권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희생해도 된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을 정치 자산삼아 대중을 현혹하고 선동했던 히틀러가 한국에 부활했음을 알리는 것이며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사회적 합의가 물론 필요하지만 국민을 대변하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권은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뒤로 물러설 게 아니라 노력하고 힘쓰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40명이 현행 인권위법에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내용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 개념을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를 말한다’고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일부 의원은 철회 입장을 밝혔지만 대표 발의한 안 의원은 철회 의원 이름 수정 후 재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9일 “안 의원의 인권위법 개정안은 편견에 기초해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로 판단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자동봉진’ 축소? 자사고 폐지?… 갈팡질팡 中 어찌할 高

    ‘자동봉진’ 축소? 자사고 폐지?… 갈팡질팡 中 어찌할 高

    “앞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동봉진’(자율활동·동아리·봉사활동·진로활동)이 폐지되거나 축소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가 지정 취소될지 모르는데 보내도 되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교육부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셨을 겁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서울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0학년도 고입 전형 종합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은 바뀐 대입 전형에 대한 설명이 파워포인트(PPT) 화면에 나올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했다. 현재 고3과 고2, 고1의 대입제도가 다 다른 데다 정부가 ‘학종 공정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중2에게 적용될 대입제도까지 바뀔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전모(47)씨는 “아들이 집 근처 일반고에 가고 싶어 하는데, 혹시 외고로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설명회에 왔다”면서 “외고가 정말 폐지되는지, 일반고에 보내도 대입에 불리하지 않을지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교 체제 개편과 학종 개선 등 급변하는 교육 정책은 중학생들까지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진학을 고려하는 중학생들에게는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여부가 불안 요소지만, 학교가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택하지 않는 이상 고교에 진학해 다니는 동안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특목고·자사고의 존재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해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점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으로,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시기다.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 방식을 계속 추진하더라도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학교들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지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고교 체제 개편 정책이 이들 학교에 미칠 혼란과 진통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방안대로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면 수년 뒤 지위가 달라질 고교의 인기가 하락할 수 있다. 일괄 전환이든 단계적 전환이든 이를 추진하는 교육 당국과 학교 간 갈등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다음달 내놓을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도 고교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하는 요소다. 이른바 ‘자동봉진’으로 대표되는 비교과 영역에 대해 교육부가 개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비교과 영역의 전면 폐지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큰 틀에서의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은 올해 발표되더라도 ‘4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2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한발 앞서 중3에게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비교과 축소에 따라 대학들이 수능 최저등급이나 면접을 강화하는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대입 전형 요소는 수험생들이 고2가 되는 해 4월에 발표하는 것들”이라면서 “학종 개선안이 중3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종 개선은 고교 유형별 유불리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비교과가 축소될수록 내신과 교과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교 정규 수업 자체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언뜻 보면 ‘내신 따기 쉬운’ 일반고가 유리해 보이지만, 대학들이 일반고와 특목고 및 자사고 사이의 내신 변별력을 높일 다른 장치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고에서는 “비교과에서 강점을 드러내 특목고·자사고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종 개편이 가져올 유불리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학습 태도를 둘러싼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라고 강조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 성향의 학생이라면 특목고 또는 자사고를, 인정받아야 잘할 수 있는 성향의 학생이라면 일반고로 진학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학생의 성향에 맞는 고교에 진학하고 선택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대입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입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외고나 자사고, ‘강남 8학군’이 유리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오히려 일반고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지망하는 대학 전공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대입 준비의 핵심”이라면서 “일반고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므로 특목고·자사고가 아니면 ‘필패’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정부의 일반고 강화 정책을 통해 일반고의 교육과정이 다양화되고 있어 자신의 진로에 맞게 교과 과정을 설계하고 충실히 임해 강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에 전면 실시되지만, 고교학점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형 교육과정은 지금도 일반고에 확대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일반계고의 22.8%인 354개교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178개교)와 연구학교(64개교)로 지정돼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105개교)보다 3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또 과학과 소프트웨어(SW), 외국어, 국제화, 사회 등 특정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는 교과중점학교도 올해 226개교(14.5%)가 운영되며 인접한 학교들이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심화과목을 개설하는 등 일반고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선택형 교육과정의 확대는 진로진학 지도의 강화와 맞물린다. 서울교육청은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선택과목 설계, 진학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교육과정·진로·진학전문가’(CDA·Curriculum Design Advisor)를 양성할 계획이다. 일선 교사들은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라는 이분법을 넘어 개별 일반고의 중점 과목과 공동교육과정 등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과정을 탐색하라고 조언한다. 로봇 분야를 지망하는 학생은 과학 또는 소프트웨어 중점학교를,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은 사회와 외국어, 국제 분야의 교육과정이 강화된 학교를 선택하면 학생부를 알차게 채울 수 있다. 당장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사회에 진출해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면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교육과정)를 적극 고려하는 것도 좋다. 직업계고는 최근 ‘상업’ ‘공업’ 같은 낡은 간판을 내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변화하는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91개교, 125개 학과의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계과는 스마트공장을 운용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스마트기계과’로, 지적건설과는 드론을 활용하는 ‘드론공간정보과’로, 금융마케팅과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스마트금융경영과’로 간판을 새롭게 달았다. ‘영상 크리에이터’, ‘3D건축’, ‘스마트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학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을 돕는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해 6개월 이상 직장을 다닌 졸업자에게 주어지는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은 올해부터 중견기업과 비영리법인 등으로 대상자가 확대됐다. 내년부터는 1인당 300만원이던 지원액이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졸업 후 3년 이상 재직할 경우 대학에 정원 외 입학할 수 있는 재직자 특별전형이 확대되고 있으며, ‘희망사다리(II유형) 장학금’을 통해 취업 후 대학에 진학해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임창용 칼럼] 진영 논리가 뭐가 나쁘냐고?

    [임창용 칼럼] 진영 논리가 뭐가 나쁘냐고?

    5단계 욕구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단다. 옳고 그름이나 가치의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의미다. 반면 성숙하지 못할수록 애매한 것을 참지 못하는 특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사물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편에 대해선 강하게 집착하지만 자신과 다른 진영에는 극도의 증오심을 갖는다. 극단적으로는 상대편을 악으로 규정하고 공격한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조국 정국의 여러 현상을 보면 매슬로의 이런 분석이 떠올라 머리를 무지근하게 조여 오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갑자기 정신적으로 퇴행할 리는 없을 텐데, 사안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단순화, 극단화되는 듯싶어서다.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을 외치는 양 진영의 주장과 구호를 보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조차 없다. 진영의 선봉에서 상대편을 공격하는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편을 악의 무리로 단정 짓고, 소멸되어야 할 집단인 양 몰아붙인다. 작가 공지영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자. “나라가 두 쪽이 났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저들은 적폐고 우리는 혁명이다.” 간단명료하다. 광화문 집회에 나선 이들은 한 묶음으로 혁명의 대상, 적폐 덩어리가 됐다. 공씨가 사유의 깊이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던 작가라는 사실이 놀랍다. 정치인 홍준표는 서초동 집회에 대해 “조폭들끼리 서초동 단합대회를 해 본들 마지막 발악일 뿐”이라고 했다. 마치 ‘모래시계 검사’로 돌아가 조폭들을 때려잡을 기세다. 검찰청사 앞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졸지에 ‘조폭 똘마니’가 됐다. 그가 한때 국민 통합을 외치던 여당의 대선후보였는지 헷갈린다. 한데 사람에 대한 판단이 그리 간단한가. 사람의 생각과 태도, 행동, 가치 판단이 그리 명료할 수 있는 건가. 옳고 그름, 선과 악은 무 자르듯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판단과 행동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도(道)라고 하는 순간 이미 도가 아니다’(노자)라고 했다. 사람의 가치 판단은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누구든 어떤 가치를 내세우려면 그 가치와 결을 달리하는 수많은 가치도 포용해야 하는 이유다. 조국 사태는 국민을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게 한다. 단지 장관 자격 논란으로 봐야 할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임과 직결되지는 않는 것인지, 검찰개혁이란 대의를 위해 흠결 있는 장관을 받아들여야 할지,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는 공명정대한지, 피의자인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끄는 게 타당한지 등등 하나하나가 어려운 문제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가치 판단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신적 혼란과 불안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경향이 있단다. 선동가들은 이런 인간의 취약점을 노려 진영 논리와 극단화 전략을 쓴다. 조국 정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강경론자들의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인 해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상대는 적폐나 조폭, 우리는 개혁세력. 이보다 더 명료한 논리가 있을까. 진영 논리와 극단주의는 매우 위험하다고 선스타인 교수는 경고한다. 그는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란 책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끼리끼리는 다양한 의견을 절충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보다 외려 더 극단적 입장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토론할수록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성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백인들끼리 인종편견에 대해 토론을 하게 했더니 이들의 인종 편견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 토론방이나 소셜미디어가 불통과 극단주의를 더 부추긴다. 자기 생각과 맞는 토론방이나 친구만 찾게 되고, 생각이 다르면 떠나고 차단한다. 끼리끼리만 소통하면서 불통과 극단의 수위가 더 올라간다. 선스타인은 이런 현상을 ‘집단 극단화’라고 했다. 조국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가 양 극단의 늪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해소책이 필요한데 외려 강경론자들의 목소리엔 갈수록 독이 오른다. 이른바 진보의 아이콘이라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영 논리가 뭐가 나쁘냐”며 편가르기를 노골화할 정도다. 통합의 메시지를 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야 할 대통령마저 서초동과 광화문의 세 대결을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한다. 착잡하다. sdragon@seoul.co.kr
  • “혁신과 포용의 충돌… 플랫폼 협동주의로 이윤 배분 공유해야”

    “혁신과 포용의 충돌… 플랫폼 협동주의로 이윤 배분 공유해야”

    공유경제와 4차 산업혁명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혁신과 융합에 기반하는 4차 산업혁명은 개방적인 공유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빠르게 확장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 생태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를 ‘혁신’과 ‘포용’의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혁신과 기존 시스템의 충돌 등 문제는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소수가 의사 결정권을 독점하는 지금의 보편적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 전 사회적으로 논의될 시점이다”고 조언한다. 6일 이 원장을 만나 경기도가 역점을 두는 공유경제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공유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수준은. “우리도 선진국 못지않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공유서비스 업체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어디를 가든 공유자전거,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연구원 조사결과 공유경제를 경험한 경기도민수가 최근 2년 새 34.6%에서 69.3%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공유경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유경제의 취지는 좋지만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뻗어 가면서 일부 기득권과 충돌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에서 보듯 혁신적 포용 정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는 ‘혁신’을 주장하지만 약자(택시업계)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정부는 ‘포용’을 내세우는 양상이다. 양쪽이 기계적으로 결합하기가 쉽지 않아 긴장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안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는 플랫폼과 관련 있기 때문에 빠른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산업구조가 흔들리면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고,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천천히 진행하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신구의 대결로 몰아가기보다는 정책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플랫폼 독점’이 공유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플랫폼이 외연적으로 확대되면 기득권의 이익이 흔들리고 양측 간 갈등이 발생한다. 우버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소유기업들이 이윤을 독점하기 때문에 이윤 배분의 불공정성 등 심각한 독점의 폐해가 뒤따른 것이다. 또 허술한 노무관리,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 등 문제도 파생적으로 따라온다. 플랫폼 산업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 제로섬 게임과 같은 양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플랫폼 협동주의’로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협동조합은 사적 소유방식을 다수의 공유형태로 넓혀 가자는 것으로, 이윤 배분의 공유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플랫폼 협동주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정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의 공유 협업모델로는 ‘경기 에너지협동조합’ 등이 있다. 태양광 발전을 지역별 협동조합이 운영하며 거버넌스형을 지향하고 있다. 셔틀버스 협동조합 등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공유경제의 중심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공간, 물건, 재능, 경험 등 자원을 여럿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주민 편의 증진 및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B2P, P2P 등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경기도는 많은 기업과 공장이 입지한 곳이어서 기업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수혜자는 기업뿐 아니라 많은 도민들이 돼야 한다고 본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공유경제의 핵심주체이기 때문이다.” -도내 플랫폼 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경기도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플랫폼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도민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돼야 한다. 그래야 경기도의 지원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기업과 도민 모두 윈윈할 수 있다.” -경기도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이 있다면. “공유경제 추진 이유는 그게 단지 유행이고 대세라서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공유단체나 공유기업과 협력한다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기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공간 및 공유제작소 운영을 추진하는 등 플랫폼 구축과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 판로개척, 창업보육 등도 공공이 맡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식은 동북아 신냉전(新冷戰) 체제가 엄습하고 있다는 상징적 행사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은 패권국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다는 G2의 군사굴기 선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톈안먼 망루에 올라 70년 전 “중국인이 일어섰다”고 외친 마오쩌둥처럼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했다.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의 굴욕과 치욕을 딛고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을 건설한 중국 공산당이 세계 최강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인 것이다. 시 주석이 밝힌 것처럼 신중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의 길은 명확하다. 중국식 사회주의, 즉 정치적으로 마오쩌둥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공산당 영도와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귀결되는 국가자본주의라는 양대 축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증폭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최근의 홍콩 사태,그리고 경제침체·빈부격차 등 대내외적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 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함성과 비례해 이웃 나라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는 덩샤오핑의 유언(도광양회)을 받들어 은인자중하는 측면이 컸다. 때론 유연하고 때론 포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주변 이웃 국들과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역시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해 갔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화민족주의는 더욱 거칠어졌다. 이 시기에 일어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대표적이다. 힘을 통해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키려는 패권주의적 본질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작금의 호전적 중국 민족주의의 뿌리는 마오쩌둥에 맥이 닿는다. 미중 패권 전쟁 개시와 함께 중국인들은 미국과 소련에 맞서 당당하게 ‘노’라고 말한 마오를 그리워한다.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東風壓倒西風)는 1960년대의 문화대혁명 당시 슬로건이 2019년 지금 중국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자유, 평화,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존경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대국으로 성공하고 군사대국으로 근육질을 자랑한다고 해서 ‘중국 모델’이 세계인들의 박수 갈채를 받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전후 경제적 성공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이었지만 그들의 추한 탐욕 때문에 ‘이코노믹 애니멀’(경제 동물)로 지탄을 받았지 않았던가. 세계의 리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 측면의 하드웨어 이외에 보다 매력적인 정치적 이념과 문화 등의 소프트 파워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군사적 성공은 하루아침에 국제사회의 역풍을 잉태한 대국주의로 변질될 소지가 많다. 개인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이웃이나 남의 나라를 무시하거나 교만해지면 결국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최근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홍콩 사태를 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역시 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했다. 미중 간 패권 싸움은 단기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치이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식으로 동맹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한미동맹은 중국이 간섭할 수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동북아 중견국으로서 숙명적인 지정학적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우리의 국익 극대화 법칙은 자명하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한반도는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완충·중립지대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의 국익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이자 최대 경제협력국인 중국 사이에서 있는 만큼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시각은 위험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골라 잡는 식의 편승외교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 영구 분단을 자초하는 길이다. oilman@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진보적 지식인의 운명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진보적 지식인의 운명

    2005년에 번역 출간된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위대한 명성 뒤에 가려진 지식인의 이중성’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인류 사상사와 예술사에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대가들의 위선과 모순을 탐사한다. 예를 들어 장자크 루소,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사르트르, 조지 오웰, 촘스키 등의 인간적 약점이 서술되는데, 주제에 따라 그들 각자의 기만, 사기, 불륜, 이중성, 위선 등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물론 이 책의 의도가 이들을 매장하는 데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식인의 이중성’을 읽다 보면 이들에 대한 환상과 기대치가 다소간 낮아지는 건 인지상정이지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거둔 빛나는 성취와 업적이 무시되어야 할까. 오히려 이런저런 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혹은 자신의 비루함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그들이 인류 문화사에서 거둔 탁월한 성취와 자산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 이 시대의 시각이나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보면 이들의 업적과 성취가 재평가될 여지도 분명 존재하리라(이는 또 다른 중요한 논점이겠다). 당연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성자, 평생을 이타적으로 살아 온 사람조차도 오류나 성격적 결함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으리라. 뛰어난 인성을 갖추고 대의에 헌신하는 인물이라도 알려지지 않은 내밀한 흠결과 약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순교는 배교(背敎)와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거니와, 따지고 보면 진보와 보수 사이에 놓인 강(江)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한 시대의 진보에서 인정 욕망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 중에 보수로 전향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운 사람도 존재한다. 민중과 함께했던 양심적 진보의 표상이 극우의 전위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진보적 지식인(공인)은 한층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그들은 숙명적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일관성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의 과거와 현실 사이, 가족의 욕망에는 그 이상을 지키기 힘들게 하는 무수한 지뢰밭이 놓여 있다. 때로 진보의 대의와 이상을 향한 열정은 그 지뢰밭을 과감하게 제거하게 만들 테지만, 항상 그 작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리라. 어느 순간 자신의 발밑을 보는 데 둔감해지는 때가 온다. 사람들은 진보적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이중성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존의 반듯하고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그들의 약점을 한층 도드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는 자신의 과오(過誤), 무관심, 이중성이 한순간 개혁에 대한 환멸을 불러올 수 있음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공인이 자신의 발밑까지 면밀하게 조회하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그 개혁 과정에 마음을 내주지 않으리라.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과정은 바로 이런 준엄한 사실을 환기한다. 물론 이번 사태를 불러온 요인 중에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면 진보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뼈저리게 배우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개혁적이며 정의롭고 상대방은 저열하며 형편없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우리도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조금씩 더 진전하려 한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 조 장관의 최근 인터뷰처럼 “죽을힘을 다해”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때로 자기 자신을 치는 마음으로 수모와 모욕을 견뎌야 하리라. 모든 걸 건 정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내해야 한다. 용기와 겸허함으로 그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했을 때, 세간에서 주장하는 조 장관의 한계와 위선이라는 멍에는 어느새 자신의 존재 기반을 극복하려는 필사적인 헌신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부디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 추석 날의 커밍아웃…“다양성 포용했으면”

    추석 날의 커밍아웃…“다양성 포용했으면”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물씨 인터뷰지난 추석 친척들에게 성 정체성 밝혀“커밍아웃 때 상처 받는 이 많아 안타까워정상·비정상 이분법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머리가 좀 길다. 단정하게 하라’는 어른들의 말도 성소수자인 아이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잖아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인 물(활동명·48)씨는 20대 mtf(male to female,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트랜스젠더 딸을 둔 엄마다. 물씨는 친척들이 딸이 성소수자임을 모르고 “(남자가) 머리가 좀 길다. 단정하게 하고 다녀”라고 말할 때마다 혹시라도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소수자들에게 추석 명절 때 오가는 대화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일 때가 많다. 특히 아직 ‘커밍아웃’(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일)을 하지 못했다면 더더욱 고역이다. “결혼은 언제 하니”부터 “‘여친’(여자친구)은 있니”까지 질문을 던진 당사자는 별 뜻 없이 했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성소수자에게는 그 자체로 곤란을 겪는다. 물씨 역시 이런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지난 추석, 물씨와 아이는 용기를 냈다. 물씨는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였지만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해 친척들에게 커밍아웃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내년에 딸이 트랜지션(성전환 수술)도 할 것이고 그러면 외형적 변화가 있을 텐데 친척들에게도 아이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지길 바랐다”고 털어 놓았다. 물씨는 조카들에게 먼저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오래 고민해보니 아무래도 20~30대가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 같더라”라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기사 링크 등을 미리 보내주고 ‘실은 내 아이가 트랜스젠더’라고 고백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이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과정도 최대한 솔직하게 전했다. 당시 물씨의 아이는 “평생 커밍아웃을 가족에게 못할 테니 25살까지만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물씨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움츠러들고 힘들어 하던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 가족들이 함께 있는 그대로 우리 아이를 받아 들여줬으면 좋겠다고 털어 놓았다”고 회상했다.조카들의 도움으로 집안 어른들에게도 자연스레 커밍아웃이 이어졌다. 다행히 가족들은 “그간 말 못해 힘들었겠다. 걱정 말아라”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물씨는 “큰 형님께서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 때 놀라긴 했지만, 요즘 그런 거 다 이해하는 시대’라며 토닥여주신 게 제일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커밍아웃’은 많은 성소수자들에게도 고민거리다. 특히 부모를 비롯한 혈연관계의 친척들에게 성 정체성을 털어 놓는 일은 쉽지 않다. 물씨는 “부모모임에서도 ‘커밍아웃 워크샵’을 여는데,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털어 놓고 싶은 상대로 부모를 가장 많이 꼽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듣고 싶은 건 ‘네가 어떤 지향성을 갖고 있든지 상관없다. 이런 말을 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정서적 지지”라고 덧붙였다. 물씨는 “커밍아웃이 필수라는 생각은 안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커밍아웃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는 경우를 많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최소한 나의 가족들에게만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인데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성애자가 이룬 가족형태만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프레임이 안타깝다”면서 “사회적 편견 없이 다양한 성정체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시인의 민주주의

    [황규관의 고동소리] 시인의 민주주의

    4·19혁명에 김수영이 얼마나 몰두했었는지는 다시 말하기가 새삼스러운 일이다. 그는 자신의 지나친 열기를 의도적으로 식히기 위해 도봉산 기슭에 있는 동생 집에 가서 2~3일 농사를 짓다 오기도 했다. 그래도 그의 가슴은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갔으며, 결국 1년 뒤에 반혁명으로서의 5·16쿠데타가 터지고 말았다. 물론 김수영은 4·19혁명이 자신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현실과 자신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급기야는 “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 묻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왜 그렇게 깊은 ‘고독’을 느꼈던 걸까? 그 해답은 구체적으로 ‘육법전서와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김수영은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다”고 외쳤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품이 갖고 있는 낭만성에 취해 김수영이 생각하고 있던 혁명의 ‘내용’을 잊고는 한다. 사실 이 작품은 “보라 금값이 갑자기 8900환이다/달걀값은 여전히 영하 28환인데” 같은 구절에서 드러나듯 구체적인 생활의 감각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작품 안에서도 직접적으로 진술되지만, 누군가는 배불리 먹고 누군가는 곯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혁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5·16쿠데타의 충격으로 훗날 김수영의 혁명은 추상화되고 대신 ‘언론의 자유’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최소한 4·19혁명 시기에 김수영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그의 일기에도 썼듯이 “무지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김수영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혁명을 ‘이만하면’의 울타리에 가두고 만족하려는 세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생각들이 일반화되기 시작됐음을 알고 절망했다. 이제 자신의 혁명을 밖에다 대고 말하기조차 괴롭게 된 것이다. 그 답답한 심정이 ‘중용에 대하여’에 나타나 있다.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의 때묻은 혁명을 위해서/어차피 한마디 할 말이 있다/이것을 나는 나의 일기첩에서/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수영의 시가 현실에 대해 내향적이 돼 가는 시작은 이런 절망에서 찾아야 한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듯 김수영은 ‘혁명’을 자신의 민주주의를 “일기첩”에나 적어 두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말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중용이 아니라/답보다 죽은 평화다 나타다 무위다” 슬그머니 덧붙인다. “‘중용이 아니라’의 다음에 ‘반동이다’라는 말은 지워져 있다” 김수영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 ‘이만하면’은 기실 “반동”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시인의 정치의식과 작품은 별개이거나 최소한 서로 독립적인 자리를 차지한 채만 영향 관계가 가능하다고 본다. 정치‘의식’이 문학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비평가들은 복잡한 시인의 내면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시와 정치의 관계를 떼어 놓고 싶은 보수적인 무의식을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을 쓰고 난 다음날 일기에 메모 하나를 남기는데, 위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얼마나 유아적인지를 이미 예견했던 것 같다. “‘4월 26일’ 후의 나의 정신의 변이 혹은 발전이 있다면, 그것은 강인한 고독의 감득과 인식이다. 이 고독이 이제로부터의 나의 창조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뚜렷하게 느낀다.”(여기서 ‘4월 26일’은 이승만이 하야한 날이다.) 시인은 사건의 ‘자식’이 됨으로써 “정신의 변이 혹은 발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자식’이 되느냐는 것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강도(强度)에 달려 있으며, 그 강도는 시인 자신의 평소 꿈과 바람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여기서 4·19혁명 이전 김수영의 내면과 정신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자리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짧게 말해 둘 것은 서강으로 삶의 터를 옮긴 후 그의 내면은 점점 햇볕에 검게 그을려졌는데(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이웃들의 삶과 함께 뒤섞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이게 시의 정치의 시작이며 전부라고 본다. 시의 정치는 현실 정치를 초월하지도 않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에 예속되는 것도 아니다. 김수영의 말에 의지하자면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는 것인데, 나는 이 말을 이상을 품은 채 현실의 복잡한 맥락들과 쟁투하는 것이라 해석하곤 한다. 그래야 새로운 언어도 가능할 테니까.
  • [길섶에서] 변두리, 시골이라는 말/이지운 논설위원

    언제부턴가 ‘시골’이라는 표현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울 아니면 시골’이라는 이분법이 문제였다. 서울서 나고 자란 선민의식에서 왔을까? 일찍이 ‘지방’이라는 단어를 익혔더라면 좋았을 것을. ‘서울 이외의 지역’이니 딱 맞는 표현이었는데. 아무튼. 시골이라 하면, 시골 출신들은 대개 그러려니, 무덤덤했더랬다.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면, 영락없이 ‘지방의 도시’ 출신들이었다. 예컨대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사람들이었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끌끌 혀를 차는 이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반발’하는 이도 있었다. 지역의 명문고를 나왔다면 더 그랬던 것 같다. “서울 변두리도 서울이랄 수 있나!”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일갈했다. 내가 ‘변두리’서 자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대전생으로 그곳 명문고 출신. “우리 때만해도 서울 변두리는 대전 중심만 못했지!” 시골사람 정체성을 강요당했을 때 이런 심정이었을까. 음주 총량이 평소를 웃돌 수밖에 없는 자리가 되곤 했다. 이제라도 두루 혜량(惠諒)하여 주시길. 기실 ‘시골’은 내게 늘 설렘의 대상이었는데, 명절이고 방학 때만 갈 수 있던 곳이었는데…. 이제 찾아갈 시골이 없으니, 공연히 심통을 부렸던 것은 아닌지. 아무튼. jj@seoul.co.kr
  • 무장도 안한 흑인 목 감아 숨지게 한 백인 경관 5년 만에 파면

    무장도 안한 흑인 목 감아 숨지게 한 백인 경관 5년 만에 파면

    무장도 안한 남성의 목을 뒤에서 감아 조르기로 숨지게 한 미국 뉴욕의 경관을 파면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제임스 오닐 뉴욕경찰청(NYPD) 청장은 지난 2014년 7월 세금이 붙지 않은 담배를 길거리에서 팔던 에릭 가너(43)를 체포하려다 저항하자 뒤에서 한 팔로 목을 감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19일(현지시간) 파면했다고 밝혔다. 오닐 청장은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판탈레오가 NYPD에서 시민을 체포할 때 사용하면 안된다고 규정된 초크홀드(chokehold) 기술을 건 것이 맞다고 파면한 이유를 밝혔다. 이 과정에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무려 열한 차례나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 자녀의 아버지였던 그는 몸무게가 160㎏이나 나갔으며 당뇨병과 천식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담배를 낱개로 불법 판매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체포되면서 경찰관들에게 희롱을 당했던 그는 당시 수갑을 차지 않겠다며 버티다 다섯 경관에게 에워싸였고 그 중 판탈레오에게 목을 졸려 심장마비를 일으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경찰은 촉홀드가 직접 사인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고, 판탈레오는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를 담은 휴대전화 동영상이 유포돼 흑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그의 사건은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구호에 곧잘 등장했으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다수가 판탈레오의 파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이달 초 NYPD 송무 담당 부청장인 로즈마리 말도나도가 위원장을 맡은 징계위는 판탈레오가 목을 조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하지만 촉홀드 기술을 건 것이 맞다고 결정했다. 뉴욕 경찰노조는 권고안이 “정치적으로 오염된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오닐 청장은 판탈레오를 해고하기로 했다. 대선 도전장을 낸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이 사건 처리를 미적거려 집중포화를 맞았다. 지난달 31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연설하던 도중 시위자들이 “판탈레오를 해고하라”고 외치는 바람에 중단되는 곤욕을 치렀는데 이날 “오늘 우리는 마침내 정의가 이뤄진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5년이나 지난 오늘 (이런 결정이 내려져) 너무 늦었다”면서 “가족들이 많은 것을 잃은 뒤라 기쁨이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달콤쌉싸래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과거에 우리의 죄악에 갇혀 이분법에 빠질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진보로 대체하고 속죄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고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판탈레오는 사법 처리는 받지 않는다. 스태튼 아일랜드 대배심은 2014년 판탈레오에 대한 기소를 거부했고, 연방 검찰도 지난달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서 불기소를 결정했다. 뉴욕시는 2015년 응급구조요원들이 가너에게 충분한 의학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그의 가족에게 590만달러를 주고 법정 화해를 한 일이 있다. 한편 이날 해고 결정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지사가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어셈블리 빌 392 법안에 서명한 것과 맞물려 주목됐다. 셜리 웨버(민주·샌디에이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가능한 경우를 ‘합당한’(reasonable) 때에서 ‘불가피한’(necessary) 때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용의자가 경관을 향해 다가온다든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경우 곧바로 발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경관이 용의자로부터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아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또 도주하는 용의자에게 총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1872년 제정된 뒤 거의 바뀌지 않은 캘리포니아주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손질한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의미를 부여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청문회, 공안조서 작성 자리 아냐” 與, 황교안 겨냥 조국 총력 방어

    “청문회, 공안조서 작성 자리 아냐” 與, 황교안 겨냥 조국 총력 방어

    黃 “조 후보, 신념·처신 부적격” 또 공세 조국 “할 말 많지만 청문회서 답할 것”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념 공세를 펴면서 ‘색깔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전날 조 후보자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성에 대해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말한 데 대한 비판 격이다. 이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이 발언을 ‘색깔론 공세’로 규정하고 “총칼로 집권한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주의 열정을 폄하하지 말라”며 “한국당은 장관 후보자를 마치 척결해야 할 좌익 용공으로 몰아세우는 듯하다. 공안검사적 이분법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날 강원 고성 산불피해 현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법을 지키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처신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계속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이 사노맹 사건 연루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묻자 “할 말이 많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답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 후보자는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사노맹 산하 기구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설립에 참여한 혐의로 6개월간 구속수감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사노맹은 사회주의 체제 개혁과 노동자 정당 건설을 목표로 1980년대 말 결성된 조직이다. 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이날 연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가 “대한민국 역사를 칼질하는 근현대사 결과, 80년대 주사파를 만들어 내고, 문재인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괴물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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