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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 안은 풍요… 국외입양의 두 얼굴

    상처 안은 풍요… 국외입양의 두 얼굴

    1958년 전쟁 고아의 해외 입양에서 비롯된 국외 입양인이 어느덧 16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유복한 가정에 입양돼 순탄한 삶을 살아온 반면 일부 입양인들은 언어·신체적 학대를 받아 어두운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서울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언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국외 입양인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의 81.4%가 직업이 있으며 이 가운데 77.2%가 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유형별로는 78.9%가 전문기술직, 사무직, 행정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외 입양인 10명 중 3명 이상(37.9%)은 연평균 수입이 6만 달러(약 64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학력은 76.0%가 대졸 이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이 보고서는 해외 및 한국에 거주하는 국외 입양인 103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11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국외 입양인 실태와 관련해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설문조사를 병행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들은 전문직 또는 기술직 종사자가 53.6%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14.5%, 고위 행정직이 10.8%에 이르는 등 직업의 질적인 측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수입 또한 4만~10만 달러(약 4200만~1억 600만원)가 51.5%, 10만 달러 이상이 11.7%에 이르는 등 높은 분포를 나타냈다. 2012년 OECD의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3만 6932달러(약 3800만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소득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얼마나 자주 행복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국외 입양인들은 평균 4.2점(‘거의 대부분 그렇다’와 ‘항상 그렇다’ 사이, 5점 만점)을 줬다. 하지만 68.3%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등 다수의 국외 입양인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또한 거듭 확인됐다. 차별을 경험한 대상은 또래 친구가 36.5%로 가장 높았고 지역사회(27.5%), 직장(14.7%) 순으로 나타났다. 국외 입양인이 입양 가족과 친인척으로부터 신체 학대를 한 번 이상 경험한 비율은 38.6%에 달했다. 정신·정서적 문제로 상담 또는 치료를 받은 국외 입양인도 60.6%에 이르렀다. 특히 여성이 69.7%로 남자(41.6%)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에 입양된 40대 여성 A씨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을 받을 당시에는 정신적 혼란이 입양 경험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국외 입양인에 대한 전반적인 생활 실태를 다각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맞춤형 사후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라면서 “뿌리 찾기, 언어 교육, 문화 캠프 등의 지원을 통해 국외 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정착했을 때 자존감을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원 싸다 했더니… 신종 주유기 조작

    신종 주유기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액을 챙긴 제조·판매업자와 주유소 대표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유기 조작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고 판매한 구모(53)씨와 개발자 김모(59)씨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조작 프로그램을 구매한 주유소 대표 임모(5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덜미를 잡힌 20곳의 주유소 대표들이 8개월간 챙긴 부당이득은 82억 4000여만원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 등은 김씨가 개발한 조작 프로그램을 담뱃값 크기의 휴대용 기기에 저장해 전국 주유소 20곳의 주유기 60여대에 직접 이식해 주고 대가로 한 대당 200만~300만원을 받아 총 1억 6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주유소는 서울 구로구, 경기 안산·의정부·남양주·이천·김포·포천, 인천 부평·부천, 충남 천안에 위치했으며 현재 영업이 정지됐다. 김씨는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되는 프로그램을 완성, 2000만원을 받고 구씨에게 넘겼다. 김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주유기 메인보드에 별도로 메모리칩을 탈·부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휴대용 기기를 연결하기만 하면 7초 만에 메인보드에 이식됐다. 단속에도 철저하게 대비했다. 입력 조작을 하더라도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 기준인 20ℓ 주유 시점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가 되도록 설정했다. 해당 주유소들은 근처 주유소보다 ℓ당 평균 10~20원씩 더 싼 가격을 내걸어 고객들을 유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비슷한 불법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단속할 방침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리베이트 제공 혐의 태평양제약 압수수색

    경찰이 제약회사 ‘태평양제약’을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태평양제약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태평양제약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태평양제약 의약품 사업부가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 사옥과 경기 군포시 소재 지점 한 곳에서 의약품 거래 장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태평양제약이 자사의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내부 직원의 제보를 받아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를 소환해 리베이트 제공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가 지난해 12월 제약전문업체인 ‘한독’이 태평양제약 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하기 이전에 이뤄진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수사로 한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환자들 아픈 몸 이끌고 병원 찾았지만 곳곳 허탕

    환자들 아픈 몸 이끌고 병원 찾았지만 곳곳 허탕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예상보다 참여가 저조함에 따라 ‘의료 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이었던 만큼 문을 연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는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일부 환자들은 문을 연 병원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환자들의 불편은 고령층에 집중됐다. 정부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보 접근성이 낮다 보니 헛걸음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에서 만난 강영희(83)씨는 “평소에 당뇨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약을 타 먹는데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 헛걸음”이라면서 “나 같은 늙은이가 (정부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어떻게 혼자 찾아볼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작구 신대방동의 이비인후과에서 만난 강경하(76)씨는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데 근처에 문을 연 이비인후과가 없어 30분이나 걸려서 왔는데 허탕 쳤다”면서 “뉴스를 통해 파업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오늘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전공의 500여명이 휴진에 동참한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대학병원들도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전체 전공의 150명 가운데 80% 정도가 파업에 참여한 순천향대병원은 회진 시간을 평소 오전 8~10시 사이에서 7시로 옮겨 진행했다. 오후 회진 역시 한두 시간 뒤로 미뤘다. 진료 가능 여부를 묻는 환자들의 전화 문의도 끊이지 않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내 데스크의 한 직원은 “의사 파업 소식에 평소에는 없던 ‘진료에 차질이 없냐’, ‘병원은 가도 되는 거냐’는 식의 문의 전화가 오늘만 10통 가까이 걸려 왔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집단 휴진 참여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병의원 2877곳 가운데 506곳(17.6%)이 파업에 참여한 인천 지역 역시 일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없었다. 충북에서는 12개 시·군 가운데 집단 휴진 참여율(80%)이 가장 높은 제천시에서 의원 80곳 가운데 64곳이 집단 휴진을 강행했지만 보건소와 정상 진료를 한 병·의원이 평소보다 환자가 10% 내외 늘어난 정도였다.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안정된 은행원 3년 접고 소방관 꿈 이뤄 행복”

    “안정된 은행원 3년 접고 소방관 꿈 이뤄 행복”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큰불이 났었요. 화재 진압을 하던 소방사들이 제게는 영웅이었습니다.” 서대문소방서 임혜정(30) 소방사는 9일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5월 임관한 새내기인 임 소방사는 13명으로 이뤄진 화재진압팀 중 유일한 여성 소방사다. 하지만 실력 있는 소방관이 되겠다는 욕심은 선배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임 소방사는 지난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고가사다리차 등 특수 소방차를 조작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고 전국 최초로 도입한 ‘특장소방차 자격인증’ 시험에 도전해 소방차운용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여성 1호 합격자다. 그는 “소방서에서 일하면서 전문 자격증이 있으면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 더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품어 온 소방관의 꿈을 이루려고 호서대 소방학과에 진학했지만 실제 소방관이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졸업 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은행에서 취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관의 꿈을 버리지 못해 3년 만에 퇴사했고 3년간 더 공부한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임 소방사는 매일 3교대로 돌아가는 고된 근무 환경과 언제 불길이 치솟는 화재 현장에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은 늘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출동 경보가 울리면 즉각 달려나가 차 안에서 소방복을 입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부리나케 출동한 적도 많다”며 웃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출동했던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임 소방사는 “집 안에 있던 매트리스에서 불이 났는데 할머니와 아이들끼리만 사는 집이었다”면서 “소방사에게는 작은 불이었지만 이 화재로 가정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다음 달에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소방차운용사 1급 자격증에도 도전한다는 그는 “화재 현장을 누비는 전문 여성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week&story] 누려~ 눈높이 맞춘 작은 사치 가져~ 무한정 존재감·만족감

    [week&story] 누려~ 눈높이 맞춘 작은 사치 가져~ 무한정 존재감·만족감

    #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김승수(28)씨.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술자리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지만, 집에만 오면 흐뭇하다. 책상에 진열된 10여 개의 한정판 스타벅스 텀블러(휴대용 음료수 컵)가 반겨주기 때문. 최근 스타벅스가 삼일절을 기념해 만든 ‘2014 스프링 무궁화 텀블러’부터 ‘밸런타인데이 텀블러’까지 다양하다. 한 개 사는 데 들인 돈은 1만 5000~2만원 정도. ‘한정판’이란 점을 감안하면 큰돈이 아니다. 전씨는 “한정판임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부담되지 않아 종종 사모으는 편”이라면서 “투자한 돈에 비해 만족감이 커서 앞으로도 계속 수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회사원 조아름(30·여)씨는 날개를 단 아기천사의 모습을 한 ‘소니 엔절’ 피규어(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동물 형상의 장난감)를 모은다. 수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 벌써 20여개가 놓여 있다. 대부분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에 나온 한정판으로 산타복 등 특색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 판매공지가 올라오면 기다렸다가 바로 살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1만 3000~1만 5000원 정도로 부담도 적다. 조씨는 “집에 지쳐서 돌아와 소니 엔절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한정판은 아니지만 내 돈과 시간을 들여 모은 거라 소유의 가치와 쾌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작은 사치’를 통해 일상에서 큰 활력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 역시 그동안 ‘희소성’과 ‘높은 가격’으로 일부 부유층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한정판 초기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 세계에 1개 출시’ 등과 같은 마케팅을 펼치는 게 대부분이었고 소비자들도 구입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면서 “지금 소비자들은 그동안 경험을 통해 꼭 비싼 한정판보다는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면서 뭔가 독특하고 펀(Fun·재미있는)한 느낌의 상품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킨키로봇’ 매장. 예술성을 더한 장난감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20~40대 손님들은 진열장에 놓인 수많은 피규어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피콜로 대마왕’ 캐릭터를 지켜보던 김경호(24)씨는 “사람보다 괴물 캐릭터를 좋아하는 데 한정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한정판이란 ‘과시용’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고 독특하고 재밌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유만으로 기분전환·차별화 효과 커 이날 한정판으로 나온 4만 9000원짜리 야광 ‘좀비 심슨’ 세트를 구입한 이수정(35·여)씨는 “지난주에 와서 구경하고 갔는데 고민 끝에 사기로 했고, 주변 친구들이 예쁜 옷을 구입한 후에 기분 전환을 느끼듯 나에게는 피규어 한정판이 그렇다”면서 웃었다. 아트토이 수입 전문 브랜드 킨키로봇의 매출은 2007년 문을 열 당시보다 지난해 9배가량 늘어났다. 킨키로봇의 한 관계자는 “독특한 안목으로 남들과 다른 개성을 표출하고 싶은 20~40대가 주요 고객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유명 예술가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아트토이를 구매함으로써 일상의 활력소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문구업체 모나미가 발매 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블랙’(모나미 153 한정판)의 선풍적인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모나미 153 한정판은 기존 제품의 육각형 디자인을 고수하면서도 황동으로 된 몸체에 니켈과 크롬을 도금해 차별성을 뒀다. 지난 1월 출시돼 하루 만에 1만개가 동났다. 200~300원대의 기존 모나미 펜 가격보다 100배가량 비싼 2만원에 팔렸지만, 추가 제작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모나미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22일 오후 3~4시쯤에 ‘모나미 스테이션’이라는 자체 판매사이트에 상품을 올렸는데 다음날 출근해보니 동난 상태였다”면서 “젊은 층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에 남들과 차별화되는 한정판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30% 프리미엄도 붙는 활발한 중고거래 한정판의 중고거래는 활발한 편이다. ‘모나미 153 한정판’ 제품은 정가 2만원짜리가 최고 34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7일 현재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7만~10만원에 팔리고 있다. 스타벅스 ‘2014 스프링 무궁화 텀블러’ 관련 거래 글 역시 하루에 30~40개씩 올라온다. 약 20~30%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판매는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소유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터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는 수집가들도 많다. 지난 2000년 장편소설 ‘폴라리스 랩소디’의 가죽 양장 특별판을 7만원 주고 산 회사원 김정원(30)씨는 시세가 70만원까지 뛰었지만 팔 생각이 없다. 김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비틀스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일단 앨범을 사고 보는 것처럼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애정없이 한정판 자체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존재만으로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책을 팔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한정판 수집’은 일상의 자그마한 활력소지만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스타벅스 한정판 컵 받침, 열쇠고리 등을 소유한 대학생 김종수(24)씨는 “올해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말이 그려져 있는 텀블러, 머그컵 한정판이 나와서 샀는데 부모님이 쓸데없는 일로 치부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회원이 5만명에 달하는 포털 사이트의 한 스타벅스 관련 카페에는 텀블러를 모으면서 겪은 어려움을 담은 글이 쉼 없이 올라온다. 피규어에 관심을 두는 이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킨키로봇 홍대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양지윤(30·여)씨는 “가끔 손님들이 (피규어를 가리키며) ‘이거 어디다 쓰는 거예요?’라고 물어온다”면서 “‘좋은 그림을 집에 거는 것처럼 이것(아트 토이)도 하나의 예술품이자 소장품’이라고 말하지만 편견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고교생 김모(19)군은 “피규어를 모은 지 4년 정도 됐는데 친구들이나 부모님의 유치 하다는 시선이 많이 느껴진다”면서 “취미 생활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경은 별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한정판을 경쟁하듯 내놓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성이나 특성에 대한 강조 없이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려고 제품 수량이나 행사기간을 확대하면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앞으로 다시는 살 수 없을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조급하게 한정판을 사게 되면 기업들이 한정판 마케팅을 남발하도록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에 맞게 한정판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용재학술상 진덕규 교수 선정

    용재학술상 진덕규 교수 선정

    연세대는 제20회 용재학술상 수상자로 진덕규(76)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용재학술상은 연세대 초대 총장인 용재 백낙준(1895~1985)의 업적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으로 진 교수는 한국 정치 발전사와 민주주의 이론 정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1964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진 교수는 30여년간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법정대학장, 대학원장, 한국문화연구원장, 이화학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진 교수는 퇴임 후 연구 지평을 확장해 서구 사회과학 이론이 수입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등 한국지성사를 새롭게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루스채플에서 열린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가입하면 최신영화 공짜라더니 자동 소액 결제로 14만명 사기

    무료 체험권을 미끼로 웹하드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 뒤 별도 고지 없이 자동결제 회원으로 등록해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1년부터 2년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피해자들이 회원 가입을 할 때 입력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과정임에도 경품 발송을 위한 본인 인증 절차라고 속이는 수법으로 43억원 상당을 챙긴 원모(33)씨 등 8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소액결제 사기인 것을 알고도 결제대행 업무 계약을 맺은 국내 유명 결제대행업체 임모(39)씨 등 3명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씨 등은 웹하드 사이트에서 ‘7일 무료 다운로드’, ‘최신영화 무료다운’ 등의 광고로 회원을 모았으며, 경품 발송을 위한 본인 인증 절차라고 속여 매달 최대 1만 6500원씩 자동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대 24번까지 사이트에서 자동결제가 된 사람도 있었다. 피해자는 모두 14만여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소액결제를 하면 결제 내역을 매달 문자로 통보해야 하는데 원씨 등은 문자 내용을 교묘히 바꿔 피해자들이 스팸 문자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노동자 “시급 7000원으로” 용역업체 “임금 인상 불가능”

    노동자 “시급 7000원으로” 용역업체 “임금 인상 불가능”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로. 학교 청소노동자 300명가량이 도로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원청업체인 대학과 용역업체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임금을 인상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평소 대학 정문과 각 단과대를 연결하며 학생들의 이동을 돕던 셔틀버스는 개강 첫날임에도 운행을 멈췄다. 복도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영수증이 널려 있는 등 학생회관 곳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전국 14개 대학 및 대학병원 청소·경비노동자 1600여명이 총파업을 벌인 가운데 대학 캠퍼스가 어수선한 개강 첫날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이하 서경지부)는 “용역업체와의 단체협상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등을 거쳤지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들은 사업장별로 5210~5700원인 시급을 노동부 권고 시중노임단가인 7920원의 87.7%인 7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사업장은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광운대, 인덕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이다. 용역업체는 대학과 재계약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청이 주는 사용료에 따라 임금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정작 뒷짐을 지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총파업은 용역업체와 노조 간의 문제로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장은 이날 오후 고려대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서 “용역업체가 파업기간 동안 학생들이 겪을 불편과 노동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이뤄진 8차례의 교섭과 3주간의 조정에서 단 1원의 임금 인상도 어렵다는 입장을 고집한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안현혜(19·여·자유전공학부 14학번)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시간당 임금이 5700원에 불과한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학생은 “청소하는 분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면 결국 학생들이 최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강남 한복판서 묻지마 인질극 ‘공포의 주말밤’

    강남 한복판서 묻지마 인질극 ‘공포의 주말밤’

    지난 1일 밤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에서 ‘묻지마 인질극’을 벌인 50대 남성은 4년 동안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등 정신과 치료 병력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일 오후 9시 33분쯤부터 이튿날 0시 25분까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부근 P 제과점에서 손님 A(48·여)씨를 붙잡고 “나를 죽여 달라”며 인질극을 벌인 김모(57)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소지 및 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4월 의류사업에 실패한 이후, 식당에서 설거지 등 잡일을 하며 일정한 주거 없이 찜질방과 사우나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이혼을 했고, 아들과 딸도 외국에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계속 헛것이 보인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런 일을 벌였다’, ‘지난해 정신병 치료 경험이 있고 일주일 전 끊긴 했지만 최근 4년 동안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는 김씨의 진술에 따라 정신이상 상태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김씨는 범행 직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한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찧어 자해했다. 그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제과점에 들어갔고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온 119 구급요원이 치료하려는 순간, 주방에 있던 40㎝ 톱날형 칼 두 자루를 흉기 삼아 인질극을 벌였다.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김씨를 설득해 1일 밤 12시를 넘겨 인질은 풀려났다. 직후 주변에 있던 포크로 자해를 하려던 김씨를 경찰이 제압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묻지마 인질극’이 강남 번화가에서 벌어진 데 대해 경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주택가 강절도와 조직폭력 등에 대해 100일간 집중 단속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치료 기록 등을 통한 정신질환 여부와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마지막 집세·공과금…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

    “마지막 집세·공과금…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 20분쯤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박모(60)씨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가 숨진 채 발견돼 집주인 임모(73)씨가 신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봉투에는 현금 70만원과 함께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박씨의 남편이 12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계는 급격히 기울었다. 박씨의 두 딸은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의 생계는 박씨가 식당일을 하며 책임졌지만 한 달 전쯤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점 등을 미뤄 모녀가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먹자골목 잿빛 병원·약국 햇빛

    먹자골목 잿빛 병원·약국 햇빛

    중국발 미세먼지 공포가 엿새째 전국을 뒤덮었다. 서해에 형성된 고기압이 중국 내륙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한반도에 내뿜었고 이후 우리나라 대기가 안정되면서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은 탓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7일에도 수도권은 ‘나쁨’(일평균 121~200㎍/㎥), 강원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은 ‘약간 나쁨’(일평균 81~120㎍/㎥)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26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서울 144㎍/㎥, 인천 141㎍/㎥, 대전 145㎍/㎥, 광주 118㎍/㎥, 대구 160㎍/㎥, 부산 140㎍/㎥ 등 여전히 ‘나쁨’(121∼200㎍/㎥) 상태가 지속됐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는 사흘째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역과 광화문 사거리 등의 식당은 물론 서울 전역의 노점상엔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강남구의 고깃집 사장 박모(40)씨는 “미세먼지가 심해진 최근 3~4일간 점심때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길 건너편 도시락 배달집은 정신없이 배달 오토바이가 오가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한모(51)씨도 “평소보다 10%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비인후과와 약국도 북적거렸다. 실제로 호흡기 환자가 늘어난 데다 미세먼지에 뒤늦게 대비하려는 이들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광진구의 이비인후과 간호사 김모(26)씨는 “천식이나 인후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늘었다”면서 “하루 평균 100명이 내원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120~130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 약국 종업원 노모(35)씨도 “황사 마스크가 전보다 3~4배씩 팔린다”면서 “가족들 것까지 사 가는 손님이 많아졌고 꼼꼼하게 마스크 기능을 따져 묻는 이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는 27일 이후에나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 형성된 저기압 세력이 약해지면 시베리아의 대륙고기압이 다시 확장해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온도 차로 바람이 세게 불어 미세먼지가 날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지방을 제외한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아 미세먼지가 완전히 씻겨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27일쯤 바람의 방향이 서풍에서 북풍 혹은 북동풍으로 바뀌면서 정체된 공기가 순환되고 미세먼지 농도가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워킹맘 두번 울리는 민간 베이비시터

    워킹맘 두번 울리는 민간 베이비시터

    # 직장인 이모(38·여)씨는 이웃집 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며칠 전 고용한 베이비시터(보모)가 아들 김모(6)군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걸 목격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은 김군이 병원 내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는 게 이유였다. 이씨는 “법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김모(35·여)씨도 올 들어 보모를 세 번이나 교체했다. 베이비시터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 집에 설치해 놓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잡혔기 때문이다.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기를 주의 깊게 돌봐야 하는데도 소홀히 한 것이다. 25일 서울신문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여성가족부의 ‘민간 베이비시터 운영실태 및 관리 개선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123개 업체 중 38.1%(47개)가 초보 베이비시터에 대한 신규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 6월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직업소개업체 9290개 가운데 123곳을 설문조사해 작성됐다. 교육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절반가량이 10시간 미만에 그쳤다. 2012년부터 정부가 운영 중인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에서 아이돌보미들에게 80시간의 교육을 이수토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8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재교육에 해당하는 ‘보수(補修)교육’이 필요하지만 10곳 중 6곳(58.5%)은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민간 베이비시터를 뽑는 자격기준이 없다 보니 전문성이 소홀히 다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이나 민간자격증을 우대하는 경우는 123개 중 각각 40.7%(50개), 24.4%(30개)에 그쳤다. 반면 건강이나 연령제한을 두는 곳은 78.9%(97개)와 64.2%(79개)에 달해 차이를 보였다. 김소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체 대부분이 전문성은 고려하지 않고 나이나 신체 상태만을 고려해 인원을 선발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베이비시터 소개업체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 또한 문제로 지목했다. ‘아이돌봄 지원법’은 아이돌보미의 결격사유 및 자격을 규정하고 있으나, 민간 베이비시터는 별다른 조항이 없는 탓에 여성부와 고용노동부 등에서 관리할 법적 근거조차 없는 현실이다. 김 연구위원은 “민간 베이비시터들도 아이돌보미들과 동일한 자격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태”라면서 “업체들의 질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을 개정해 베이비시터 업체의 등록요건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북·중·러도 철도 연결 필요성 공감… 통관 간소화가 경쟁력 핵심”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북·중·러도 철도 연결 필요성 공감… 통관 간소화가 경쟁력 핵심”

    부산에서 시작해 북한을 거쳐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유럽의 관문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유라시아 철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북한 철도 개·보수 및 TKR과 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신문은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시리즈를 통해 TSR 전 구간과 TCR 일부 구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와 중국 훈춘 등 유라시아 루트 주요 도시들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 기획을 마치며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필요성과 올바른 추진 방향, 개선점 등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짚어 봤다. 김승동 LS네트웍스 사장,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박사,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정한구 범한판토스 러시아법인장 등 5명(가나다순)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지금의 남북관계 및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서종원 박사 과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철의 실크로드’ 등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숙원 사업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지금은 중국의 G2(주요 2개국) 부상,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고, 자원수송로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 경제협력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및 경쟁력 향상 등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커가는 상황이다. 러시아, 중국 등의 참여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사업의 핵심 주체인 한국과 러시아만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지만 정부차원의 움직임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선택한 데다 극동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 철도 계획이 러시아의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사업에 동의하더라도 세부적인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난제들이 많아 시간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진 박사 실현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라는 최대 변수가 해결돼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전제돼야 하고, TKR과 TSR 미연결 구간의 정치적·군사적 문제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김 박사의 말처럼 사업의 실현 여부를 놓고 북한이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해결방안이 있을까. 김승동 사장 북한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점진적 개방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하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다. 특히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과 명분이 있다면 충분히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원 박사 우선 한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북한도 남북한 철도 연계가 통과 비용 등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중국 고속철도 건설합의,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의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긍정적 입장표명 등은 이러한 북한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해상·항공 운송이 존재하고 있고, 북한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유라시아 철도 계획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나. 서종원 박사 유라시아 철도와 관련해 ‘가격 경쟁력은 해상운송보다 낮고, 속도는 항공보다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가격 경쟁력은 항공보다 월등하며, 속도는 선박보다 휠씬 빠르다’로 해석된다. 화물의 품목별로 각각 요구하는 운송시간과 비용 등 적합한 운송 수단이 다르다. 정한구 법인장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물류 수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기존의 해상, 항공 운송과 철도 운송이 경쟁이 되면서 안정적인 루트 개발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운송 수단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도 부산항의 중요성 증대와 열차가 통과하는 강원 지역의 발전 등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용상 교수 단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의 논리로만 본다면 유라시아 철도 계획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철길 하나가 연결됨으로써 러시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선로를 지나는 국가들과의 사회·문화적 교류와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하게 된다. 섬나라처럼 막혀 있던 우리가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통일을 위한 선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필요성이 높은 사업이다. 단순한 물류 운송이 아니라 유라시아 루트에 위치한 주요 도시들에서 원자재가 가공·개발되거나, 자원의 운송과 재가공 등 협업 모델도 가능해진다.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올바른 추진방향과 갖춰야 하는 경쟁력은. 김승동 사장 정부 간 협약으로 루트가 조성돼도 실질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 북한, 러시아의 통관절차 간소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즉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제품을 보내야 할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 서종원 박사 우선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북한지역 통과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개성공단과 같은 파행이 이어진다면 운송수단이라는 특성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차 궤도가 다른 점 등 기술적인 문제는 환적 설비구비, 궤간가변기술(궤도 사이 간격을 변화시키는 기술) 등이 이미 많이 연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바로 사용가능할 수 있게 현실에 적용하는 작업도 준비해야 한다. 이용상 교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국제협력 강화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 중국, 북한을 포함하는 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모인 철도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OSJD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효과 및 파급은? 서종원 박사 우선 동북아시아~유럽 간 철도운송체계 구축 현실화를 통해 물류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중앙아시아와 우리나라 간의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나 전자 제품 등 비교적 운송시간의 탄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물동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유럽행 화물에 비해 다시 돌아올 때 발생될 수 있는 공컨테이너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진 박사 TSR을 이용한 철도 물류루트 이외에 우리나라와 태평양 국가들의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유럽을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철도와 해상 복합 운송루트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벨라루스공화국, 카자흐스탄 등 과거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로의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고, 북방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 회복에 따른 자생력 확보로 향후 통일비용 감소 효과 및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외교적·경제적 성과도 기대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독도 문제 등 日은폐·왜곡 바로잡아야죠”

    “독도 문제 등 日은폐·왜곡 바로잡아야죠”

    “독도 문제 등 일본이 은폐·왜곡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호사카 유지(58)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독도와 한·일 관계에 관한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 ‘독도와 동아시아’(dokdoandeastasia.com)를 일반에 공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88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호사카 소장은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3년 귀화한 이후 줄곧 한·일 문제에 관심을 둬 왔다. 새로 공개한 홈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료는 ‘태정관 지령문’이다. 태정관 지령문은 1877년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가 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는 영토라고 공식 인정한 문서다. 메이지 정부 최고 권력기관이자 의사결정기관이었던 태정관은 당시 ‘죽도(竹島·울릉도)와 그 밖에 있는 한 섬(독도)의 건은 본방(일본)과 관계가 없음을 명심할 것’이라는 공문을 내무성에 내려보냈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일본 내 북한 이슈 등과 함께 일본 정부에 보내는 항의 성명이 정리돼 있다. 호사카 소장은 “일본인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고 일본 정부와 주요 인물에게 뉴스레터도 보낼 계획”이라면서 “영어로 번역해 미국·영국·호주 등에도 진실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 예비역 기자 3인 논산 육군훈련소 다시 가던 날

    [커버스토리] 예비역 기자 3인 논산 육군훈련소 다시 가던 날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는 입대를 앞둔 청춘들에겐 두려움의 공간이다. 사랑하는 이와 잠시 이별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고된 훈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호랑이 조교’의 불호령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5주간의 훈련을 통해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 사격술, 수류탄, 화생방, 각개전투, 20㎞ 완전군장 행군 등 어느 하나 쉬운 훈련이 없지만 극복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먼지 날리는 훈련장에서 함께한 전우들과의 추억은 앞으로 남은 군생활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서울신문 예비역 기자 3명이 지난 17일과 19일 육군훈련소에서 이들의 훈련을 함께했다. ■물집의 추억 행군:20㎏ 완전군장·20㎞ 이동…변함없는 기피대상 “앞뒤 거리 유지하고, 뛰지 마라. 소총 파지(把持·꽉 움키어 쥐는 것) 똑바로 해!” 지난 17일 낮 12시 10분 육군훈련소 충성교장 안. 영상 4도에 바람은 매섭지만 한대영(28) 훈련병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20㎏의 완전군장을 짊어지고 4시간가량을 걸은 건 태어나서 처음. 이미 발바닥에 100원 크기만 한 물집이 3개 잡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늘로 쿡쿡 찌르는 고통이 밀려왔다. 군장은 어깨와 가슴을 짓눌렀다. 진퇴양난이었다. 5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바라던 것이 왔다. 뒤에서 인솔하던 이성욱(33·중사) 소대장이 외쳤다. “10분간 휴식. 궁둥이 붙이고 앉아.” 이날은 23연대 1교육대(14-1기) 훈련병 559명이 4주차 20㎞ 완전군장 행군 훈련을 하는 날이다. 오전 8시 30분 1교육대 연병장에서 출발해 멸공문, 충성문을 지나 영외에 있는 충성교장 등을 반복해 오가는 코스로 총거리만 20㎞에 이른다. 예상 소요시간은 총 5시간이다. 2008년 2월 육군 병장 만기 전역한 기자도 이날 3중대 1소대 3분대와 함께 행군에 참여했다. 행군은 보통 걸음보다 빠른 시속 4~5㎞로 걸어야 한다. 전장에선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군장까지 짊어진 상태로 걸으면 어느새 500원 크기의 물집이 잡히기 일쑤다. 육군훈련소에서 하는 행군은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 체력 부담은 덜하지만, 훈련병들은 군장의 무게와 물집을 이겨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행군은 훈련병들에겐 기피 대상이다. 훈련병을 인솔하던 박근재(22·상병) 분대장도 행군 전에 물집 예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고 한다. 그는 “물집이 생기면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쉬는 도중에도 바늘을 들고 다니며 물집 처치를 한다”면서 “행군 중엔 훈련병들이 대열을 맞추며 걷는지 확인하고 대열을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군한 지 5시간쯤 지났을까. 충성 교장을 지나 영내로 들어왔다. 도착까진 20여분 남은 상황. 이 소대장은 “마지막이다. 긴장 풀면 안 돼. 막사에서 군장 풀고 총 내려 놓아야 끝난다”며 훈련병들을 독려했다. 권기풍(30) 훈련병은 “행군만 버텨내면 훈련소 모든 과정이 끝나 도착 순간만을 생각하며 걸었다”면서 “나이 들어 입대해 어린 전우들에 비해 몸은 안 따라줬지만 완주할 수 있어 성취감이 든다”며 뿌듯해했다. 이날 행군에는 1교육대 훈련병 559명 전원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완주했다. 논산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전우의 사랑 장애물 극복훈련:조율·협력 통해 하나로 강조된 팀워크 흙무덤 뒤에 납작 엎드려 총구만 살짝 내민 채 가늠자 사이로 전방을 응시하던 엄지수(21) 훈련병의 눈빛이 일순간 번뜩였다. 그가 “분대장조 약진 앞으로!”라고 크게 외치자 “약진 앞으로”라는 구호가 동료들의 입에서도 메아리쳤다. 사격 반대방향으로 재빨리 빠져나와 다음 장애물을 향해 질주해 신속한 포복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이 매끄러웠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 무리의 훈련병들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한 팀이었다. 17일 기자가 꼭 5년 만에 다시 찾은 육군훈련소는 확 달라져 있었다. 28연대 3교육대 14-6기 훈련병 917명과 함께 각개훈련 장애물 과정을 반나절 동안 함께하면서 새로워진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훈련 동작을 설명하며 교관은 ‘까라면 까’라는 식의 일방적인 지시 대신 훈련병의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훈련병 스스로 생각하고 터득하는 훈련법을 강조했다. 교관의 시범을 따라하기 급급했던 예전 방식과는 달랐다. 또 하나 강조된 것은 팀워크다. 한 번 설명한 동작은 교관이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조율하며 협력을 통해 완성됐다. 쉬는 시간에까지 훈련에 대한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오갈 정도로 훈련병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올해부터 적용된 팀 경쟁 방식에 따라 훈련마다 팀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훈련병들의 사기가 높았다. 멍하니 앉아서 딴생각을 하거나 훈련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무기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훈련 뒤 맛볼 수 있는 따끈한 어묵 국물은 성적이 좋은 팀에만 돌아갔다. 이 밖에 추가적인 휴식 기회, 상점 적립을 통한 부모님과의 통화 기회 역시 훈련 성과에 따라 얻게 되는 보상이다. 주간 우수팀에는 영내매점(PX)을 이용할 기회도 줬다. 함형태(21) 훈련병은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어묵탕을 먹으려고 이렇게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나태해질 수가 없고 팀원 간에 격려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것을 팀 단위 훈련의 장점으로 꼽았다. 팀장 엄지수 훈련병 외 7명으로 이루어진 자칭 ‘두치와 뿌꾸’(애니메이션 제목에서 따온 이름)팀은 이틀 뒤 있을 종합평가를 위한 반복 훈련을 하는 틈틈이 그들만의 파이팅을 하며 힘을 냈다. 이날 하루 두치와 뿌꾸 팀원으로 받아들여진 기자도 함께 외쳤다. “뿌꾸 빠 뿌꾸 빠 뿌꾸뿌꾸 빠빠!” 논산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훈련의 고통 종합각개전투:‘훈련의 꽃’… 500m 고지를 향해 돌진 지난 19일 육군훈련소 내 종합각개전투교장. 얼굴에 위장 크림을 까맣게 칠한 28연대 3교육대 훈련병들이 소총을 들고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맹렬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 놓인 장애물을 능숙하게 넘었고, 이동 시에는 가상의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 흙바닥에 배를 바싹 깔고 포복했다. 앞서 17~18일 양일간 진행된 각개훈련 ‘연습’ 과정을 ‘실전’에 적용시키려는 훈련병들은 사뭇 진지했다. 종합각개전투는 각 병사에게 전투부대의 일원으로 싸우고 전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훈련으로 ‘훈련의 꽃’이라 불린다. 2006년 전역한 기자도 예비군 6년차를 끝으로 방 한쪽 끝에 내팽개쳤던 훈련복을 꺼내 입고 28연대 3교육대 훈련병과 함께 4주차 훈련인 종합각개전투 전장실상체험에 참여했다. 10살 이상 어린 전우들과 함께 500m에 이르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함께 장애물을 넘고, 뛰고, 기었다. 육군훈련소 관계자는 훈련에 앞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에게 귀띔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속았다는 걸 알게 됐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엎드려 총’ 자세를 하고 바닥에 눕자 ‘양발을 T자로 만들라’는 분대장의 지적이 바로 들어왔다. ‘T자가 뭐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도는 가운데 ‘멘붕’ 상태가 됐다. 담당 분대장은 “발을 T자 모양으로 해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부상을 피할 수 있다”면서 “아킬레스건 쪽에 총을 맞으면 어느 부위보다 위험하고 걷지 못하게 돼 주변 전우에게 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응용포복’ 등 군 제대 이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졌던 용어들이 혼란을 가중시켰다. 중간쯤 도달했을까. 이미 양 팔꿈치와 무릎은 포복으로 욱신거리기 시작했고, ‘왜 보호대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나’라며 스스로를 원망했다. 보호대는 훈련병의 필수품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특히 철조망 아래로 기어가는 장애물 코스에서는 더 큰 후회가 밀려왔다. 등을 땅바닥에 댄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방탄모와 소총의 개머리판을 함께 잡고 조금씩 이동했다. 앞으로 진격할수록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500m 고지를 점령한 후 팀원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독려했다. 김주원(21) 훈련병은 “이틀 동안 연습한 것을 막상 실전에 적용해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하니 너무 재밌고 즐겁다”고 말했다. 훈련이 끝난 뒤 전우들과 나눠 먹은 어묵 국물은 어느 때보다 꿀맛이었다. 논산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논산 육군훈련소를 가다] “고무신 걱정 말고 군화나 거꾸로 신지 마”

    [커버스토리-논산 육군훈련소를 가다] “고무신 걱정 말고 군화나 거꾸로 신지 마”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고요? 천만에요. 꼭 ‘꽃신’을 신겠습니다.”  지난 19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수료식. 김금비(21·여)씨는 5주 훈련을 마친 남자친구와 만날 생각에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는 김씨는 “남자친구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이 처음이라 힘들었다”면서도 “수료식 후 영외 면회 시간에 그동안 남자친구가 먹고 싶어 했던 초코우유, 돼지갈비, 닭강정, 삼겹살을 함께 먹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까마득하게 남은 군 생활 동안 기다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상병, 병장이 되면 남자들이 군화를 거꾸로 신는 일이 더 많다고 해 걱정”이라면서도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 꽃신을 신은 다음에 꼭 결혼할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사이에 변심한 여성을 가리켜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말한다. 다른 남자에게 정신이 팔린 여성이 고무신을 바로 신을 여유도 없이 도망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전국 ‘곰신’(인터넷상에서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들의 ‘꽃신을 신겠다’는 열정은 장병들의 패기만큼이나 뜨겁다. 꽃신은 남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곁을 지킨 곰신들만 신을 수 있는 훈장이나 다름없다.  수료식장에서 남자친구 윤현수(20) 이등병과 재회의 기쁨을 나눈 이나래(20·여)씨는 “남자친구의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 덕분에 3년이라는 시간을 사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2년간의 군 생활 역시 큰 무리 없이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20·여)씨 역시 “지난 설날 남자친구가 사격 포상으로 받은 쿠폰으로 전화통화를 한 이후 한 번도 목소리를 못 들었는데 오히려 애틋함이 깊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5주 만에 수료식장에서 아들을 만난 훈련병 가족들의 표정은 입소식 때보다 한층 활기찼다. 오전 11시쯤 수료식이 끝나자마자 가족들은 연병장에서 한층 씩씩해진 아들과 포옹한 뒤 서둘러 훈련소를 빠져나갔다. 영외 면회가 오후 5시면 끝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직접 밥상을 차려 주고 잠시라도 편히 쉬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훈련소 인근 펜션, 모텔 등 숙박업소로 향한 부모들도 많았다. 최은숙(56·여)씨는 “아들을 만날 생각에 어제부터 김밥, 샌드위치, 불고기 등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마치 소풍 전날처럼 설렜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이 5주 만에 몰라보게 늠름해졌다”며 “전역할 때쯤이면 진정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거듭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훈련소 내 의무대 건물 앞에 텐트를 치고 수료식을 파티처럼 즐기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광주에서 김태희(21) 이등병을 면회하러 온 김재윤(44)씨는 “짧지만 아들과의 시간을 최대한 즐기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직접 텐트를 쳤다. 아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마음껏 구워 먹여 힘을 보태고 싶다”며 웃었다.  논산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논산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 배고프던 짬밥… 그게 뭐죠?

    [커버스토리] 배고프던 짬밥… 그게 뭐죠?

    예비역들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는 ‘짬밥’이다. ‘먹고 남긴 밥’이란 뜻의 잔반(殘飯)에서 유래한 속어로 군대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품질이 나쁘고 맛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최근 육군훈련소는 이 같은 편견(?)을 벗어던지기 위해 제철 과일의 배식 횟수를 늘리는 등 급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들어 장병 1인당 급식비가 전년 대비 6.5% 늘어난 6848원으로 인상됐다. 덕분에 훈련병들도 사과 등 신선한 과일을 자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자가 육군훈련소를 방문한 19일 저녁 식사 때도 어김없이 사과가 배식됐다. 인공 조미료(MSG) 대신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등 천연 조미료를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포크가 결합된 숟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던 28연대 2교육대 소속 우한영(23) 훈련병은 “오늘 나온 반찬 중에 계란찜이 제일 맛있다”면서 “군대 밥이 집에서 먹던 밥보다 맛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급식 개선은 올해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1960년까지 급식은 ‘밥+국+김치’ 1식 2찬에 불과했지만 1996년을 기점으로 ‘밥+국+김치+반찬1+반찬2’의 1식 4찬이 정착됐다. 20년 전부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식판’의 형태를 갖게 된 셈이다. 잡곡 비율도 현재는 검은콩, 조, 흑미 등이 쌀과 섞여 나오지만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보리가 전체 비율의 30%를 차지했다. 식판은 지금의 스테인리스 모습을 갖기까지 3단계를 거쳤다. 첫 식기(食器)는 전투용으로 보급됐던 반합이었고, 이후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알루미늄 재질은 독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모습을 감췄다. 자율배식도 시행되고 있다. 훈련병들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양만 덜어 먹게 해 잔반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자연스럽게 분대장들이 싹싹 비워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도 사라졌다. 28연대 2교육대 편호웅(20) 훈련병은 “식사 시간이 짧지 않고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지도 않아 밥 먹을 때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다”고 반겼다. 육군훈련소의 한 관계자는 치킨, 튀김 같이 인기 있는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양이 모자라기도 해 정량배식을 강조한다고 귀띔했다. 하루에 소비되는 음식량은 쌀 300가마, 소 1.7마리, 돼지 12마리, 닭 827마리, 달걀 1만 3200개, 우유 1만 6500개에 이른다. 배식조에 편성돼 동기들에게 국을 떠 주고 있던 김태훈(21) 훈련병은 “밥 220인분이 20~30분이면 동난다”고 말했다. 논산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논산 육군훈련소를 가다] Q.육군 훈련소는 후방 직행? A.전국 팔도로 흩어진다네

    [커버스토리-논산 육군훈련소를 가다] Q.육군 훈련소는 후방 직행? A.전국 팔도로 흩어진다네

    “행정병에 지원하고 싶은데 이 정도 스펙이면 어떤가요?” “육군훈련소(논산)로 가면 자대를 후방으로 배치받나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때론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식 풍문들이 진실처럼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육군본부, 병무청 등의 도움을 받아 입대 예정자와 가족들의 궁금증을 풀어 봤다. →육군훈련소로 가면 후방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육군훈련소로 배치된 훈련병은 1·3군 사령부, 2작전사령부 예하의 모든 사단으로 배치된다. 즉 경기·강원·충청·경상·전라도 등 전 지역으로 배치된다. 특정 지역으로 많이 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민간 물품의 사용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샴푸, 보디로션 등 개인 물품은 전혀 쓸 수 없다. 단, 안경이나 당뇨·천식 등 특이질환으로 입대 전부터 복용하던 약품은 군의관의 진료에 따라 허용된다. 입영을 할 때에는 신분증, 나라사랑카드(징병검사 시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얼굴을 찍은 이미지를 저장해 발급하는 카드. 전역할 때까지 신분증 및 금융 업무 및 병역증 역할을 하게 된다), 자격증 증명서 등을 소지하면 된다. →입소하는 날 입영통지서를 갖고 오지 않으면 귀가 조치하나. -아니다. 해당 지방병무청장이 부대에 통지한 명부가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만으로도 입영 대상자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꼭 입영통지서를 갖고 올 필요는 없다. →입영 대상자들이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입영 날짜를 선택할 때 화요일·목요일을 선택하면 102보충대(춘천)나 306보충대(의정부)로 빠지고, 월요일을 선택하면 육군훈련소로 배치된다고 하는데 맞나. -근거 없는 이야기다. 본인들이 직접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입영 일자를 선택하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분류가 된다. →훈련소 내 편의시설은 쓸 수 있나. -영외 교육이나 야외 교육이 끝나면 목욕탕은 이용할 수 있다. 군 매점(PX)의 이용도 제한된다. 하지만 주간 훈련 평가에서 6~7명으로 구성된 본인 소속 팀이 1등을 하면 PX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등은 전화 사용 쿠폰이다. →헌병대, 수색대, 기동대 등은 군에서 차출해 가나. -헌병대는 훈련소나 보충대 인원 중 선발한다. 자격 기준은 신체검사 2급 이상, 키 170~190㎝, 체중 90㎏ 이하, 시력 0.8 이상이다. 관련 분야는 경찰행정·법무·행정·경호 분야 등인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 인원을 추려 전산을 통해 무작위 선발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 “다·나·까 힘들어도 나는 한국인”

    [커버스토리] “다·나·까 힘들어도 나는 한국인”

    육군훈련소가 연간 배출하는 훈련병은 12만명. 나이, 직업 무엇 하나 공통점 없는 이들이 한데 모여 분대장의 지휘에 따라 5주간의 훈련을 거친 후 늠름한 대한민국 군인으로 태어난다. 이 가운데 국외 영주권자들은 관심의 대상이다. 외국 영주권을 가졌거나 영주할 목적으로 국외에 거주하면 병역의무가 없음에도 ‘뿌리를 찾겠다’며 군 입대를 주저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육군훈련소에 따르면 2007~2012년까지 그 숫자는 1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19일 육군훈련소에서 국외 영주권자인 박헌(23)·전진길(20) 훈련병을 만나 입대를 결정하게 된 이유 등을 들어 봤다. 또한 우수 분대장의 입을 통해 ‘훈련소 생활 잘하는 법’을 전한다.“끈기와 열정, 도전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정신을 배우고 뿌리를 찾고 싶다.”(박헌 훈련병) “단체 생활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맞춰 가는 문화를 배우고 싶다.”(전진길 훈련병) 19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만난 박헌·전진길 훈련병은 국외 영주권자로서 군 복무에 대한 의무가 없음에도 입대를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박 훈련병은 1991년 부모님이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에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4년 미국으로 간 뒤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이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 뉴욕주립대에서 금융공학을 공부하던 중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지난 1월 귀국했다. 전 훈련병은 4세 때이던 1997년 간호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갔다. 청소년기를 낯선 환경의 미국에서 보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혼자 한국에 돌아와 아버지와 생활해 왔다. 입대를 결심하는 데는 해병대 출신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도 한몫했다. 전 훈련병의 가족은 해병대 사랑으로 유명하다. 증조부를 시작으로 할아버지, 큰아버지 4명, 아버지까지 모두 7명이 해병대 출신이다. 전 훈련병은 “아버지께서 해병대는 아니더라도 군대에 가서 한국의 조직문화를 한번 배워 보라고 권유하셨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란히 소대장으로서 56명의 훈련병을 인솔하는 등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박 훈련병은 “시간을 정확히 지키거나 모든 것을 질서 있게 정리·정돈해야 하는 부분은 아직 생소하고, 오(伍)와 열(列)등 군대용어를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게 낯설다”고 말했다. 전 훈련병 역시 “말끝마다 ‘-다’ 나 ‘-까’를 붙여야 하는 건 지금도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남은 4주간의 훈련을 마치면 이들은 수료식 후 전국의 각 자대로 배치될 예정이다. 논산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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