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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치 농구 레시피…요리만 남았다

    10년치 농구 레시피…요리만 남았다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48) 감독은 ‘농구대잔치’의 마지막 세대다. 실업과 대학 14개 팀이 자웅을 겨뤘던 이 대회를 통해 ‘허동택 트리오(허재-강동희-김유택)’를 비롯해 숱한 실업·대학스타가 한국 농구 최대 중흥기를 꽃피웠다. ‘에어본’이라는 별명이 붙은 전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에어본’은 강습 낙하 침투를 주임무로 하는 공수부대(원)을 이르는 말이다. 7일 경기 용인 SK 체육관에서 만난 전 감독은 “한 여성팬이 ‘에어 희철’이라 쓴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들고 다녔다. 마이클 조던의 닉네임 ‘에어 조던’을 본 뜬 건데 이게 부르기 쉬운 세 음절의 ‘에어본’으로 바뀌었다”고 기억했다. 낙하 지형을 가리지 않는 ‘에어본’처럼 전 감독도 코트 내·외곽을 가리지 않았다. 농구대잔치 당시 경기가 뒤집힐 조짐이 보이자 혼자 드라이브인 2개와 덩크슛, 3점슛까지 연속 9점을 뽑아내 기어코 승기를 잡은 장면을 떠올리면 그가 왜 ‘에어본’인지 짐작할 수 있다. 1996년 실업팀 동양제과에 입단한 뒤 이듬해 프로농구가 출범하며 대구 동양 멤버가 된 전 감독은 2001~02시즌 팀의 첫 챔피언 등극을 이끈 뒤 전주 KCC를 거쳐 2003년 SK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은퇴가 빨랐다. 그는 “허벅지 부상 때문이었다. 2~3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코트를 떠났다. 그때 나이 서른 여섯이었다”고 돌이켰다. 전 감독은 “2군 감독에 여자팀 감독 제의까지 받았다.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없었다. 고민하느라 두 달 동안 세면대가 새까매질 정도로 탈모가 왔다”며 “결국 제 등번호 13번의 영구 결번을 지켜보면서 코트와 작별했다”고 말했다. ‘에어본’의 화려한 시대를 끝낸 그는 SK 전력분석관, 운영팀장 등을 맡아 코트 바깥에서 3년 가까이 서성댔다. 평생 해본적 없는 접대까지 해야했다. 전 감독은 “갑자기 이방인이 된 것 같았지만 차라리 한꺼풀 벗은 느낌이었다. 농구 선수로서 ‘나 밖에 몰랐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그 시간이 향후 10년 지도자 경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1년부터 문경은 전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10년을 꼬박 같이 했다. 문 전 감독이 연세대라면 전 코치는 고려대 출신으로 스타일까지 다른 탓에 ‘오래 못 간다. 분명히 깨진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지금은 ‘어떻게 10년을 동거했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전 감독은 “코트 밖에서 아픈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인생이란게 내가 만들어서 가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농구 인생을 억지로 만들지 말고 물처럼 흐르듯이 가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팀의 부진(정규 8위)을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 탓으로 진단한 전 감독은 “수석코치의 10년 안목을 살리겠다”며 “올 시즌 목표는 일단 4강으로 잡았다. 재료가 어떤 건지 알고 레시피는 이미 나와있는 거니까 조리 과정만 남았다.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대만계 뉴욕시장 1위 후보 앤드루 양… 美일간지 “관광객이 돌아왔다” 조롱

    대만계 뉴욕시장 1위 후보 앤드루 양… 美일간지 “관광객이 돌아왔다” 조롱

    미국 일간지인 뉴욕데일리뉴스가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한 아시아계 후보인 앤드루 양(46)을 마치 관광객처럼 묘사한 만평을 게재해 비판받고 있다. 후보의 아내 에블린 양이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분노를 드러냈다.만평에는 뉴욕의 관광명소인 타임스스퀘어 전철역에서 관광객처럼 보이는 티셔츠를 입은 양이 뛰어나오는 장면과 그 모습을 본 주변 상점 주인이 ‘(코로나19 이후 사라졌던) 관광객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모습이 담겼다. 타임스스퀘어 전철역을 만평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최근 앤드루 양이 코미디쇼에 출연해 전철역 중 타임스스퀘어역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타임스스퀘어역은 관광객들이 대형 전광판 앞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빠트리지 않고 찾는 관광명소인 타임스스퀘어 광장으로 통한다. 에블린 양은 25일(현지시간) “인종차별적인 만평을 보고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뉴욕에서 태어난 나와 25년 동안 뉴욕 생활을 한 남편이 가정을 꾸려 뉴욕에서 아이들을 낳았는데도 우리가 이방인 관광객 취급을 받고 있다”고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아시아계 권리 옹호단체인 AAPI승리연합 역시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은 매일 우리를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인식과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이것은 역겹고 잘못된 일”이라고 만평을 비난했다. 남편과 함께 뉴욕 퀸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에블린 양은 “(만평은) 하나도 재미없고, 인종차별적이며, 유해하다”면서 “(아시아계 증오범죄 확산 때문에) 외출이 두려워진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만평이) 보내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맨해튼 권역인) 헬스키친 지역에 15년 넘게 산 우리 가족에게 타임스스퀘어역은 퇴근을 뜻하기 때문에 이 역을 좋아한다고 한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앤드루 양은 대만계 이민자 2세로 아이비리그 졸업 뒤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유력 후보로, 만약 오는 6월 22일 민주당 경선과 11월 본선거에서 앤드루 양이 승리한다면 뉴욕의 첫 아시아계 시장이 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장애는 탁구대 네트, 딱 그만큼… 도쿄서도 우리는 환상의 라이벌

    장애는 탁구대 네트, 딱 그만큼… 도쿄서도 우리는 환상의 라이벌

    “패럴림픽이 벌써 다섯 번째라니 믿기지 않네요.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오른쪽·37·김영건) “몸이 불편하다고 혼자 처박혀 있으면 더 우울해져요. 그깟 장애가 대수인가요.”(왼쪽·35·김정길) 장애인탁구의 ‘간판스타’ 김영건(광주광역시청 장애인체육회)은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전남 광주 숭의중 1학년 때다. 수업 도중 목이 뻣뻣해지고 두통이 심해지더니 그만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서 깨어나 보니 이미 허리 아래는 감각이 없었다. 급성척수염. 그는 “하반신마비 2년의 절망을 깨운 건 탁구였다”면서 “16세 때 재활을 위해 근처 복지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난 비장애인 문창주 선생님(청주장애인탁구팀 감독)이 쥐여준 라켓을 처음으로 잡았다. 희망을 봤다”고 했다. 중학교와 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친 뒤 광주보건대를 수료하고 편입한 호남대 사회체육학과에서 정규 4년제 대학 졸업장도 받았다. 2개월 뒤엔 ‘새 각시’도 맞이한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김정길은 김영건의 훈련 파트너이자 광주시청 장애인체육회 동료로 둘도 없는 동생뻘 라이벌이다. 그는 스포츠광이었다. 격한 운동이 특히 좋았다. 2004년 3월 경북 고령의 산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반대편 능선으로 점프한다는 게 그만 거리가 모자라 계곡으로 추락했다. 척추 골절로 6개월 만에 퇴원했지만 그 역시 하반신마비라는 호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천성이 긍정적인 김정길은 퇴원 직후 탁구를 시작했다. “‘장애인 탁구를 하려면 모름지기 광주로 가야 한다’는 주위의 말에 뒤도 안돌아보고 ‘광주 유학’에 올랐죠.” 지금까지 광주에서 16년째다. 지난 26일 광주광역시 치평동의 광주광역시청 장애인탁구팀 훈련장에서 만난 둘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이방인을 맞았다. “이제 곧 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으로 들어가는데 본격적인 정규 훈련 시작에 앞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영건은 패럴림픽 ‘메달 부자’다.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개인·단체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대회 개인 금메달·단체전 은메달, 2016년 리우대회 단체전 금메달 등 네 차례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모두 5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정길은 런던대회부터 패럴림픽에 출전해 김영건과 리우에서 단체전 금메달 1개를 합작했다. 그는 “두 번째 단체전 금메달은 물론이고 저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야죠. 아마 8강쯤에서 영건이형과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것 같습니다”라며 웃었다. 둘은 휴식 시간 탁구대 모서리를 가운데 두고 앉아 두 손을 맞잡으면서 말했다. “팔씨름을 하면서 저희는 ‘잠재적 장애인’이었던 비장애인 시절을 기억합니다.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는 탁구대 네트, 딱 그만큼의 두께밖에 안 됩니다.” 글 광주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한인·흑인 눈으로 본 美인종갈등

    한인·흑인 눈으로 본 美인종갈등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스테프 차 지음/이나경 옮김/황금가지/404쪽/1만 3800원 1992년 4월 29일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은 흑인을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분노한 흑인들이 한인 상점을 약탈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왜 한인 상점이었나. 이 답을 알려면 1년 전 일을 돌아봐야 한다. 한국계 상점 주인 두순자씨는 열다섯 살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목숨을 빼앗았지만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흑인 사회에선 두 사건이 하나가 되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치열한 생존이 미국 주류사회 편입과 돈벌이에 집착하는 억척스러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소외받는 흑인들에겐 ‘어글리 코리안’으로 비칠 수도 있다.재미 교포 작가 스테프 차(한국명 차영애)의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이런 한인과 흑인 가정의 시선을 모두 담아 미국 인종갈등의 실상과 딜레마를 그렸다. LA타임스 도서상을 받은 이 책은 1991년과 2019년을 넘나들며 인종갈등을 부추긴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남긴 깊은 상처를 짚는다. LA 한인 마켓에서 약사로 일하는 교포 그레이스 박은 최근 경찰에 의해 사망한 10대 흑인 소년 추모 열기에 불편해하는 부모를 보고 의아해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정체 모를 괴한의 총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28년 전 어머니가 한 흑인 소녀를 사살했던 일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어릴 때 누나 에이바를 눈앞에서 잃은 숀은 강도 사건으로 수감된 사촌 레이를 대신해 남은 가족들을 돌보며 살아왔지만,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레이가 불안하기만 하다. 독자는 그레이스의 어머니에게 총을 쏜 범인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증을 품으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작가는 ‘두순자 사건’의 비극적 진실을 최대한 살리되 인종, 가족, 폭력, 용서의 문제를 모두 파고들었다. 뒤늦게 어머니의 잘못을 알게 된 그레이스가 숀을 찾아 용서를 구하지만, 숀에게는 알량한 자비를 구걸해 위안을 구하려는 행위로 보일 뿐이다. 그레이스는 어머니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한인 교회 사람들에게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들고, 하느님에게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226쪽)라고 일침을 가한다.성공 지향적이고 한국식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 등 2세대 한인 교포 여성의 시점에서 그리는 이민자 사회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방인’으로 남은 이민 가정의 애환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로서의 한인 사회도 균형 있게 조명해 ‘인종의 용광로’에 융합될 것을 촉구해서다. 아울러 현재에도 진행되는 인종차별과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3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음을 고발한다. 한 한인 가정의 ‘아메리칸 드림’이 인종차별의 악몽으로 변모하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미국 언론과 공권력의 무지함도 폭로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모든 역경에 저항하는 인간 존엄의 힘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한 짓을 용서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은) 용서해요. (중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게 어떤지 저도 아니까요”(382쪽)라는 숀의 이모에게서 화해를 통한 변혁의 가능성을 엿본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인종 차이를 넘어 소통해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소설을 덮고도 곱씹게 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영작 76% 웨이브 동시 공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영작 76% 웨이브 동시 공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9일 막을 올리는 가운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상영작을 동시에 공개한다. 웨이브는 이날부터 오는 5월 8일까지 해외 79편, 국내 63편 등 총 142편을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 194개 상영작 중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막작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아버지의 길’을 비롯해 ▲국제경쟁부문 ‘모든 곳에, 가득한 빛’, ‘아버지는 영화감독’, ‘파이널 라운드’, ‘친구들과 이방인들’, ‘해변의 금붕어’, ‘저항의 풍경’, ‘파편’, ‘쌩땅느’, ‘스톱-젬리아’ ▲한국경쟁 부문 ‘낫아웃’, ‘복지식당’, ‘성적표의 김민영’, ‘열아홉’, ‘인플루엔자’, ‘코리도라스’ 등이다. 이외에도 한국단편경쟁 출품작과 프로그래머들의 초청작을 만날 수 있다. 장편영화는 5000원, 단편영화는 1500원 결제 후 12시간 이내에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관람 인원은 영화사들의 요청에 따라 작품별 300~1500명으로 제한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도시와 나와 코로나블루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도시와 나와 코로나블루

    많은 이가 동경(憧憬)하며 찬사하는 도시 프랑스의 파리에 도착한 지 두 달여가 지나간다. 직장을 휴직하고 몇 년간의 국외 생활을 준비하며 설렘보다는 오랜 지인들과 사회적 경력의 이중단절에서 오는 두려움을 마음 한쪽에 담은 채 출발했다. 1년이 넘도록 도무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절차가 포함됐는데 프랑스 입국 시 ‘나는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 PCR 검사 유효기한은 72시간을 넘지 않은 ‘싱싱한’ 결과여야 했다. 출국·입국 심사에서부터 파리 호텔 객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안전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하기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발터 베냐민이 말했던 산책자의 도시 파리. 코로나 시국이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했었다. 아름다운 건축물 사이로 노상 카페에 앉아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른한 고양이처럼 앉아 있는 파리지앵의 낭만 뭐 그런 것. 그런데 이게 뭐람? 모든 카페와 음식점의 테이블과 의자는 쌓인 채 문을 닫았으며 간혹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식당들이 눈에 띌 뿐이다. 을씨년스러운 카페 풍경이 꽤 충격적이었는데 하버마스가 근대 공론장의 맹아로 여겼던 카페와 살롱의 자유로움이 결박된 느낌이었다. 예술을 상징하는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도 문을 닫았고, 명품관이 즐비한 샹젤리제와 캉봉가도 더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파리는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변덕스러운 날씨와 우울한 빗속에서 이방인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파리가 파리’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블루가 나를 더 잠식하지 않도록 어느 햇살 좋은 주말 오후 무작정 나가 걷기로 했다. 에펠탑 앞 공원(샹드마르스)에 가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십여 명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웃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모두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여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그 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라는 절체절명의 방역 수칙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뒤였다. 그러나 이내 ‘저러니 봉쇄령에도 하루에 수만 명씩 신규 환자가 나오지. 코로나가 과연 끝날까…’ 하고 혀를 차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짐작했지만 프랑스의 코로나19 상황은 마크롱 대통령이 4월 초 직접 3차 봉쇄령을 발표했음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시설과 상점, 음식점은 문을 닫았지만 공원과 광장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대화하고 운동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공원이나 광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재택근무, 이동금지, 생필품점 외 영업금지,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함에도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는 것은 공원과 광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지적도 존재한다. 지난 1년 동안 인류의 삶과 생활규범은 완전히 변했고,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도시는 보다 급격하게 진행됐지만 국가와 문화마다 속도의 차이는 존재하는 것 같다. 한국은 가장 먼저 매우 꼼꼼한 방역 지침이나 규칙들을 마련해 적용했고, 사람들은 재빠르게 내재화해 실천에 옮겼다. 여기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자율적인 지침을 적용했고(사실 저녁 6시나 7시 통행금지, 포장 외 모든 카페와 음식점 영업금지는 한국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다), 사람들은 더 느리게 내재화해 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아날로그적인 문화는 더욱 디지털화할 것이고, 카페를 잃은 사람들은 다른 방식의 연결과 문화 향유의 방식을 찾을 것이다. 우버이츠가 밖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스포티파이와 같은 플랫폼이 새로운 콘텐츠 향유의 방식을 제공할 것이며, BTS의 노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처럼 코로나블루가 우리를 엄습하더라도 도시의 삶, 또한 계속될 것이다.
  • “조선 독립 나선 고종 외교고문 데니, 관저 터에 표석이라도”

    “조선 독립 나선 고종 외교고문 데니, 관저 터에 표석이라도”

    “데니 고문이 머물렀던 관저 자리에 작은 표석이라도 세워 그의 활동을 기억하면 좋겠다. 데니 태극기와 조선 외교 상황에 대한 역사 찾기 의미도 있다.” ●미국인 변호사 데니, 청나라 내정 간섭 비판 송명호(70)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35년 전인 구한말 고종의 외교자문을 맡았던 오언 데니(1838~1900) 고문이 조선에 거주했던 ‘관저’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인 변호사인 데니는 1886년 3월~1890년 4월 18일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활동했다. 그가 조선을 떠날 때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데니 태극기’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2008년 태극기 중 처음 국가등록문화재(제382호)로 지정됐다. 데니는 청나라가 천거했지만 청나라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는 ‘청한론’을 저술했고 1888년 조러수호통상조약 당시 조선 대표의 한 사람으로 서명하는 등 자주 독립에 나섰다가 파면됐다. ●송 위원, 기록에 없던 135년 전 관저 첫 발견 송 위원은 각종 자료를 통해 고종이 데니를 가까이했고, 4년간 조선에 거주했는데 어디에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궁금증을 갖고 나홀로 조사에 나섰다. 각종 문헌과 미국인이 기록한 데니 관련 문서에도 관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우연히 1981년 데니 태극기 기증 당시 후손들이 우리 정부에 보낸 편지와 동봉한 낡은 사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궁금증이 해소됐다. 송 위원은 “오래된 사진을 디지털 복원한 결과 관저가 경희궁 끝자락에 위치했고 주변에 국기 게양대도 설치돼 있었다”며 “궁내 숙소를 제공한 점에서 데니에 대한 고종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저와 게양대는 귀국 후 일제가 총독부 관사를 지으면서 사라졌다. 송 위원은 당시 관저 위치가 서울 종로 새문안로3길 15 동원빌딩 자리로, 게양대는 새문안로5길 19 로얄빌딩으로 추정했다. 그는 “보물이나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것보다는 구한말 조선의 외교 전면에 섰던 이방인을 기억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구한말 고종 외교자문 데니 관저 자리에 표석이라도…”

    “구한말 고종 외교자문 데니 관저 자리에 표석이라도…”

    “데니 고문이 머물렀던 관저 자리에 작은 표석이라도 세워 그의 활동을 기억하면 좋겠다. 데니 태극기와 조선 외교 상황에 대한 역사 찾기 의미도 있다.”송명호(사진·70)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35년 전인 구한말 고종의 외교자문을 맡았던 오언 데니(1838~1900) 고문이 조선에 거주했던 ‘관저’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인 변호사인 데니는 1886년 3월~1890년 4월 18일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활동했다. 그가 조선을 떠날 때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데니 태극기’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2008년 태극기 중 처음 국가등록문화재(제382호)로 지정됐다. 데니는 청나라가 천거했지만 청나라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는 ‘청한론’을 저술했고 1888년 조러수호통상조약 당시 조선 대표의 한 사람으로 서명하는 등 자주 독립에 나섰다가 파면됐다.송 위원은 각종 자료를 통해 고종이 데니를 가까이했고, 4년간 조선에 거주했는데 어디에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궁금증을 갖고 나홀로 조사에 나섰다. 각종 문헌과 미국인이 기록한 데니 관련 문서에도 관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우연히 1981년 데니 태극기 기증 당시 후손들이 우리 정부에 보낸 편지와 동봉한 낡은 사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궁금증이 해소됐다. 송 위원은 “오래된 사진을 디지털 복원한 결과 관저가 경희궁 끝자락에 위치했고 주변에 국기 게양대도 설치돼 있었다”며 “궁내 숙소를 제공한 점에서 데니에 대한 고종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저와 게양대는 귀국 후 일제가 총독부 관사를 지으면서 사라졌다. 송 위원은 당시 관저 위치가 서울 종로 새문안로3길 15 동원빌딩 자리로, 게양대는 새문안로5길 19 로얄빌딩으로 추정했다. 그는 “보물이나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것보다는 구한말 조선의 외교 전면에 섰던 이방인을 기억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태극기 연구가인 송 위원은 태극기의 아픈 역사를 강조했다. 국기가 제정·공포된 것은 1883년이지만 당시 국기 제작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국기가 사용됐다. 현재의 태극기는 1949년 10월 15일 ‘국기 제작법 고시’를 통해 정해졌는데 당시 파악된 태극기만 48종에 달했다. 송 위원은 “일제가 국기 사용을 막다 보니 국민들이 듣기만 했을 뿐 태극기를 본 적이 없어 발생한 현상”이라며 “태극기 역사를 알릴 박물관이 필요하지만 6·25전쟁 등을 거치며 많은 유물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4일만 쉬어” “1구마다 수비 바꿔” MLB 스타일 심는 두 외인 감독

    “4일만 쉬어” “1구마다 수비 바꿔” MLB 스타일 심는 두 외인 감독

    이번 시즌 프로야구 두 외국인 감독의 메이저리그식 파격 실험이 시즌 초반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 국내 감독이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한 야구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이들의 야구가 어디까지 통할지 주목되고 있다. ●윌리엄스 “미국식으로… 브룩스·멩덴 4일 휴식”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4일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을 4일 휴식에 맞춰 등판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통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틀을 깬 파격이다. 모험일 수 있는 선택이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두 선수가 미국에서도 해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말대로 메이저리그에서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kt 위즈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자진해서 4일 등판 간격을 유지했다. 브룩스와 멩덴은 각각 빅리그에서 47경기, 60경기를 뛰어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KIA는 양현종이 미국으로 떠난 공백이 크다. 윌리엄스 감독의 선택은 시즌 초반 에이스를 더 많이 내보내 승리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명의 투수가 4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되면 다른 국내 선수의 등판 간격이 애매해지는 문제가 있다. 5일 휴식이 익숙한 국내 선수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수베로 ‘왔다갔다 시프트’… 도루 허용 약점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볼 카운트마다 달라지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화제다. 기존의 수비 시프트가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면 ‘수베로 시프트’는 더 적극적으로 볼 카운트에 따라 움직인다. 지난 6일 SSG 랜더스전 8회말 추신수의 타석 때 한화는 볼 카운트마다 2루수 강경학과 유격수 하주석이 분주히 움직였다. 다만 수베로 시프트는 개막전부터 상대에게 허를 찔리는 도루를 허용하며 약점이 노출됐다. kt 위즈와의 4일 경기에서 대주자 송민섭이 9회말 도루를 시도할 때 내야수들이 2루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끝내기 패배로 이어졌다. 수베로 감독은 “배움의 기회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시프트 활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두 이방인 감독의 파격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은 프로야구의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섬 섬 여수, 섬과 섬 사이 산들 산들 폴짝 폴짝

    섬 섬 여수, 섬과 섬 사이 산들 산들 폴짝 폴짝

    전남 여수의 지도를 보면 남쪽으로 여러 개의 섬들이 매달려 있다. 그야말로 ‘섬섬여수’다. 섬과 섬 사이엔 다리가 놓였다. 여수를 ‘해상 교량의 도시’로 기억하게 할 만큼 많은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따라 봄마중에 나선 길이다. 섬과 섬을 폴짝대며 쏘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봄날의 여수를 만끽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해도 좋겠다.●고흥~여수 신상 다리 건너 낭도엔 갱번미술길 여수 끝자락의 낭도(狼島)부터 간다. ‘이리 랑’(狼) 자를 쓰면서도 ‘여우섬’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난해 고흥과 여수를 잇는 5개의 해상 교량이 완공되면서 여수 내륙과 연결됐다. 낭도에 올 초 ‘갱번미술길’이 조성됐다. ‘갱번’은 ‘갯가’의 사투리다. 그러니까 이름을 풀면 ‘갯가를 따라 조성된 미술관’이란 뜻이다.공공미술 조성 사업으로 진행된 ‘갱번미술길’은 갤러리, 낭도마을쉼터, 낭도 포토존 등으로 나뉜다. 전체 구간은 3㎞ 정도. 이 가운데 핵심은 마을 초입부터 1㎞ 정도 이어진 ‘담벼락’ 갤러리다. 파스텔톤의 벽화와 다양한 색감의 타일 등으로 꾸민 담장이 이방인을 반긴다. 여수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과 시화,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 130여점도 액자 형태로 걸어 뒀다.낭도 쉼터도 독특하다. 낭도를 상징하는 그림을 타일화로 표현했다. 낭도 쉼터를 지나면 앞이 툭 터진 절벽이 나온다. 낭만 포토존이 조성되는 곳이다. ‘공룡의 섬’이라 불리는 사도와 추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멀리 여수 일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절벽 아래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낭도 등대 옆 해안 절벽 일대에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썰물 때 물이 빠져야 접근할 수 있다.●조발도 전망대 한 걸음 더 오르면 ‘여명의 성찬’ 낭도에서 둔병도, 조발도 등을 지나 화양조발대교를 건너면 화양면이다. 여기부터 ‘뭍의 여수’가 시작된다. 화양조발대교가 놓인 언덕에 ‘여자만 해넘이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이름 그대로 여자만(汝自灣)을 붉게 적시는 해넘이를 바라보는 곳이다. 이름만으로 보면 이 일대가 일몰 명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데 이렇게만 특징지워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전망대가 선 자리에서 등 돌려 공정마을 방향으로 한 걸음만 더 나가 보시라. 서정적인 해돋이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 장소가 거기 있다. 화양조발대교가 놓인 섬 조발도(早發島)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몇몇 자료를 보면 ‘다른 곳에 앞서(早) 해가 떠올라 사위를 밝힌다(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청컨대 해넘이 전망대 뒤로 동쪽을 바라보는 전망대를 하나 더 올리시라. 더 많은 이들이 섬과 섬 사이에서 펼쳐지는 여명의 성찬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화양면 끝자락의 백야도까지 가는 77번 국도, 율촌면 봉전리 해안도로 등도 잊지 말고 찾으시길. 남도의 탁월한 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바닷길 연결 진섬다리 건너면 ‘예술의 섬’ 장도 화양면에서 여수의 반대편 끝자락인 화태도까지는 곧장 갈 수 없다. 여수 시내로 들어갔다가 돌산도를 거쳐 돌아 나와야 한다. 말발굽 모양, 그러니까 영어 ‘U’ 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여수 남쪽을 돌아야 한다. 이 여정에서 둘러볼 만한 곳이 몇 곳 있다. 가장 권할 만한 곳은 ‘예술의 섬’ 장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 친수공원 바로 앞에 표주박처럼 떠 있는 섬이다. 한 대기업이 섬을 산 뒤 예술 공원처럼 꾸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섬 안에 아틀리에, 정원, 전망대 등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장도로 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진섬다리는 물때에 따라 하루 두 번 물에 잠긴다. 안 잠기는 날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잠긴다. 물때표는 예울마루 홈페이지(www.yeulmaru.org)에 나와 있다. 장도와 마주한 예울마루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무엇보다 건물 외형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가 ‘예술이 넘실대는 마루’를 콘셉트로 설계했다고 한다. 건물 주변에 조형 미술 작품도 많아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이웃한 고소천사벽화마을은 허영만 화백의 작품 ‘타짜’ 등 다양한 콘셉트의 벽화와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진남관에서 고소동을 거쳐 여수해양공원까지 1004m 거리의 골목에 조성됐다 해서 ‘천사’란 이름이 붙었다.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 타루비(보물 1288호) 등 역사 유적도 깃들여 있다. 벽화마을 바로 아래는 종포해양공원이다. 낮보다는 경관 조명이 켜지는 밤 풍경으로 더 유명하다. 이제 무슬목을 건너고 돌산도를 거쳐 화태도까지 둘러볼 차례다. 돌산도를 지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섬 중심부를 관통하는 국도(17번, 77번)를 타는 것이다. 아마 내비게이션도 이 코스로 안내할 텐데, 갈 길 바쁜 주민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이 길을 택할 까닭이 없다. 여행자라면 당연히 일주도로를 타야 한다. 해안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옛길이다. 이 길에서 맞는 봄날의 싱싱한 갯가 풍경은 국도를 따라 빠르게 가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비췻빛 바다 가르는 돌산도~화태도 1.3㎞ 대교 돌산도는 익숙해도 화태도는 생경한 이들이 많을 터다. 화태대교가 놓이기 이전까지만 해도 차로는 갈 수 없는 섬이었기 때문이다. 화태대교는 2015년에 완공됐다. 당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1390여년 만의 일이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연도교인 화태대교는 길이 1345m, 왕복 2차로의 사장교다. 다리 위로 130m 높이의 주탑을 세우고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늘어뜨려 교량 상판을 지탱하는 형태다. 유려한 자태가 아름답고, 다리 위에서 굽어보는 경관도 빼어나다. 화태도부터는 다도해국립공원 지역이다. 화태대교 끝자락에 이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시작되는 곳이란 안내판이기도 하지만, 여기부터 관광객이 지켜야 할 게 많아진다는 경고판이기도 하다. 화태도는 작은 섬이다. 두드러진 명소는 없어도 월전, 독정 등 작고 예쁜 포구마을들을 둘러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무엇보다 물빛이 곱다. 예쁜 바다를 표현할 때 흔히 쓰이는 ‘비췻빛 바다’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차박’을 즐기는 이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월전선착장 쪽은 평일에도 ‘차박’을 하는 이들이 많다. 글 사진 여수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4일턴·극단 시프트’ KIA·한화 두 이방인 감독 파격 실험 통할까

    ‘4일턴·극단 시프트’ KIA·한화 두 이방인 감독 파격 실험 통할까

    이번 시즌 프로야구 두 외국인 감독의 메이저리그식 파격 실험이 시즌 초반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 국내 감독이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한 야구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이들의 야구가 어디까지 통할지 주목되고 있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4일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을 4일 휴식에 맞춰 등판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통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틀을 깬 파격이다. 모험일 수 있는 선택이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두 선수가 미국에서도 해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말대로 메이저리그에서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kt 위즈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자진해서 4일 등판 간격을 유지했다. 브룩스와 멩덴은 각각 빅리그에서 47경기, 60경기를 뛰어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KIA는 양현종이 미국으로 떠난 공백이 크다. 윌리엄스 감독의 선택은 시즌 초반 에이스를 더 많이 내보내 승리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명의 투수가 4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되면 다른 국내 선수의 등판 간격이 애매해지는 문제가 있다. 5일 휴식이 익숙한 국내 선수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KIA가 마운드 운용에서 파격을 택했다면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볼 카운트마다 달라지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화제다. 기존의 수비 시프트가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면 ‘수베로 시프트’는 더 적극적으로 볼 카운트에 따라 움직인다. 지난 6일 SSG 랜더스전 8회말 추신수의 타석 때 한화는 볼 카운트마다 2루수 강경학과 유격수 하주석이 분주히 움직였다. 다만 수베로 시프트는 개막전부터 상대에게 허를 찔리는 도루를 허용하며 약점이 노출됐다. kt 위즈와의 4일 경기에서 대주자 송민섭이 9회말 도루를 시도할 때 내야수들이 2루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끝내기 패배로 이어졌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초반에 발생한 게 다행”이라며 “배움의 기회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시프트 활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두 감독의 파격 실험은 본인들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살리는 것인 만큼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두 이방인 감독의 파격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은 프로야구의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아시아계 미국인, 美서 영원한 이방인… 美경찰, 혐오범죄 적용 지나치게 엄격”

    “아시아계 미국인, 美서 영원한 이방인… 美경찰, 혐오범죄 적용 지나치게 엄격”

    “인종 편견이 관찰된 범죄로 좁게 정의트럼프 ‘중국 코로나’ 발언, 혐오 부추겨청년층 교육 확대 등 근원적 치유해야”“미국에서는 많은 이들(백인)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봅니다. 학대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죠.”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이 연합한 ‘스톱 AAPI 헤이트’를 창설한 러셀 증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 근절이 힘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 경찰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참사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해 ‘성중독자’임을 내세워 혐오범죄 적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증 교수는 “경찰이 혐오범죄를 ‘인종 편견이 관찰된 범죄’로 좁게 정의하고 있다”며 “증거가 없다면 (사건의 정황만으로는) 적용하지 않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롱이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업소만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인종적 편견 때문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도 지난 17일 성명에서 ‘반아시아적 혐오가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증 교수는 최근 아시아계 혐오범죄의 급증에 대해 “미국에는 아시아계가 자신들을 괴롭히는 아웃사이더라는 식의 ‘황화 공포’(아시아계가 서양 문명을 압도한다는 백인들의 공포심)가 오랜 기간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오 발언이 이런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을 자유롭게 해 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스톱 AAPI 헤이트에 3800건이 넘는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증 교수는 향후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범죄뿐 아니라 학교 내 괴롭힘, 사이버폭언 등을 포함해 인종차별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인종적 공감 및 연대감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확대하는 등 인종차별의 근원을 치유하는 방식이 폭력의 악순환을 깨뜨리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빈센조’ 등 韓 드라마 공습한 중국 PPL 모아보니

    ‘빈센조’ 등 韓 드라마 공습한 중국 PPL 모아보니

    tvN 드라마 ‘빈센조’에 중국 기업의 비빔밥 제품이 PPL 상품으로 등장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김치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일명 ‘김치 공정’으로 한중 관계에 날이 선 가운데 등장한 광고라는 점에서 더욱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의 자본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깊숙하게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은 소위 ‘잘 나가는’ 작품에서 공공연하게 중국 기업의 간접 광고를 접해왔다.  대표적으로 7년 전인 2014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이방인’(주연 이종석, 진세연, 박해진 등)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PPL로 등장했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이 타오바오 앱을 이용해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는 장면, 조연의 책상 위에 타오바오의 택배 상자가 등장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앞서 타오바오는 같은 해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을 직접 지원하며 본격적인 자금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 헬퍼’에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 ‘신원CK모터스’의 주력 차종이 간접광고로 등장했다.같은 해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주연 현빈, 박신혜 등)에서는 더욱 본격적인 중국 기업의 PPL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게임 속 가상의 적을 피해 명동의 한 옷가게 탈의실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포스터가 노골적으로 등장한 것.  역시 tvN에서 2019년에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주연 현빈, 손예진 등)에서도 징둥닷컴의 PPL이 등장했다. 남자 주인공이 백화점 문을 열어주는 장면에서 문 양옆으로 징둥닷컴의 포스터가 노출됐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중국 기업의 간접광고는 지난달 종영한 tvN ‘여신강림’이다. 여신강림‘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과 인스턴트 훠궈 등을 노골적으로 등장시키며 드라마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한국의 드라마 컨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으면서 ‘K-드라마’ 열풍이 일었고, 완성도를 위한 제작비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간접광고가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중국의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 작금의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한국 문화에 공격적으로 진입하면서 도리어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군산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 울외장아찌 채만식 이은주

    군산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 울외장아찌 채만식 이은주

    전북 군산이 좋은 도시란 것은 누구나 안다. 신선하고 횟감이 그득하고 아름다운 섬들이 지척이다. 전라도 땅이면서 충청 사람이 많아 한결 부드럽고 눙치는 사투리가 질펀하고 지붕 없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지난해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늬들이 서울을 알아?’을 펴냈던 SBS 기자 출신 김병윤 선배가 2편 격으로 ‘늬들이 군산을 알아?’(감미사)를 펴냈다. 전작이 조선시대 얘기가 많았다면 이번은 불과 100년 전, 일제 강점기 아픈 얘기들이 수놓는다. 1987년 야구 취재를 위해 처음 찾았다가 바쁜 기자생활 속에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군산을 30년을 훌쩍 넘긴 지난 2019년 운명처럼 다시 찾았단다. 군산의 속살을 취재한다며 고샅을 누비다 창피함을 느꼈다고 했다. 군산의 아픔을 모르고 살았던 스스로가 미워질 정도였다고 했다. 해서 속죄의 심정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예 군산에 터 잡고 군산사람들 얘기를 속속들이 글로 옮겼다. 과거를 끄집어냈다. 현재를 적었다. 미래를 그렸다. 한 문장을 쓰느라 2시간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원고를 미리 살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울외장아찌였다. 임금님이 먹던 음식이다. 군산의 특산물이다. 울외는 군산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성산면이 울외장아찌 특화마을로 조성돼 있다.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인데 박과 오이, 참외를 두루 닮았다.호남평야의 좋은 쌀은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옥한 농지는 일본인에게 빼앗겼다. 소작농으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군산의 선조들은 먹을 쌀이 없어 벼 옆에 자라는 잡초인 피죽으로 연명했다. “피죽도 못 먹었냐”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군산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 동국사가 남아 있다. 일본식 가옥 170여 채도 잘 보존되고 있다. 히로쓰 가옥은 거의 원형 상태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군산세관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 국내 3대 서양고전주의 건축물의 하나로 보존돼 슬픈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군산내항은 수탈당한 쌀들이 실려나간 고통의 현장이다. 빛바랜 임피역은 그 시절의 아픔을 감춘 채 낭만을 찾는 이들에 쉼터가 되고 있다. 군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섬이 아름답다. 왕들이 반한 섬이다. 신선의 섬이다. 군산의 섬을 걷다보면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석양이 비출 때 몽돌해변을 걸어 보라. 황혼의 노부부가 걸으면 지나온 삶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서로가 미안한 마음에 두 손 꼭 잡게 된다. 젊은 연인이 걷게 되면 말없이 껴안게 된다. 석양의 붉은 빛보다 더 뜨겁게 사랑해야 되겠다며.” 너무 아름다운 섬들이 많은데 다섯 곳만 책에 실어 안타깝다고 했다. 싱싱한 해산물. 바닷바람을 견뎌낸 채소 등 음식 재료가 풍성한 곳인데 손맛이 더해지고 넉넉한 인심에 사투리가 더해진다. 군산에 머무는 내내 저자는 객지에 와서 먹을 걱정을 안해 행복했다고 했다. 군산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탈바꿈 시켰다. 진취적이다. 현대중공업과 GM자동차의 철수로 지역경제가 힘들지만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융합된 특색 있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관광도시가 설립된다. 군산은 이방인의 도시다. 많은 예술인들이 정착을 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터를 잡아 채만식과 이은주 등의 뒤를 잇고 있다. 군산은 건강의 도시다. 시내에 나지막한 산이 많다. 해발 200m 안팎의 산이다. 언제나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면 된다. 자연과 역사가 숨쉬는 트레킹 코스도 자랑거리다. 11개 코스로 이뤄진 구불길은 트레킹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백제부터 현재의 역사를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된다. 몽돌해변의 파도 소리에 시름을 씻겨 보낼 수 있다. 아! 군산 가고 싶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5세 수감돼 83세에 출소…무려 68년 美 최장수 청소년 수감자

    15세 수감돼 83세에 출소…무려 68년 美 최장수 청소년 수감자

    술에 취해 폭행과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됐던 15세 소년이 무려 68년의 장기수 생활을 마치고 83세가 되어 출소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요셉 리곤(83)은 15세였던 1953년 당시 필라델피아에서 다른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다. 강도 및 폭행으로 두 사람을 살해하고 여섯 명을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그는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1953년 최종 재판에서는 결국 종신형을 받았다. 요셉 리곤은 미국 내에서 최장수 청소년 수감자로 꼽힌다. 약 70년에 달하는 수감 기간 동안 가석방의 기회가 찾아온 적도 있지만, 리곤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가석방을 받아들일 경우 이동에 제한이 생기는 등 ‘완전한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감옥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신이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2년 미국 대법원은 청소년에게 선고되는 종신형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이라며 위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이 나온 뒤 펜실베이니아주는 청소년 시기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500여 명의 재소자들의 형기를 대대적으로 감형했다. 이중 한 명이었던 리곤 역시 2017년이 되어서야 35년형으로 감형됐고, 지난해 11월에는 변호사를 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석방을 허가받았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68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그의 나이는 83세가 됐다. 15세 때 감옥에 들어갔다가 80세가 훌쩍 넘은 할아버지가 돼 나온 셈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권투 훈련을 꾸준히 받았다. 힘든 운동을 견뎌내면서 건강을 유지하려 애썼다”면서 “나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교도소에서 글을 배울 수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이어 “사건 발생 당시 나는 매우 가난한 가정의 어린 소년이었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방인과 같았고, 결국 무리의 희생양이 됐다”고 덧붙였다. 68년 동안 수많은 고층빌딩이 들어선 달라진 필라델피아의 모습에도 감탄을 아꼈다. 그는 “나에게 이러한 풍경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으며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나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됐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 PBA 투어 연착륙 ‥ 한 달음에 32강 선착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 PBA 투어 연착륙 ‥ 한 달음에 32강 선착

    한국으로 시집온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25)가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프로당구(PBA) 투어에 연착륙했다.스롱은 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PBA 투어 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인 웰뱅챔피언십 여자부 예선인 PQ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해 64강에 안착한 뒤 본선 1회전에서도 1위로 32강에 진출했다. 4명이 전·후반 90분 동안 겨뤄 이 가운데 상위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이날 PQ라운드에서 스롱은 105점을 내 2위 이금란(57점)과 3, 4위 박서정(25점)과 위카르 하얏트(모로코·13점)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총 득점을 타수로 나눈 에버리지도 1.208을 기록해 4명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를 넘었다. 전반 5이닝에서 7점짜리 ‘하이런(연속득점)’으로 72점을 획득, 선두로 나선 뒤 리드를 놓지 않았다. 전반을 76점으로 끝낸 스롱은 후반 23이닝째 100점 고지를 넘어서면서 나머지 3명의 추격 의지를 꺾으면서 64강 진출을 확정했다. 전체 24이닝동안 공타는 4번 밖에 없었다. 스롱은 김민아, 이유주, 송은주,와 가진 역시 서바이벌 방식의 64강전에서도 가장 높은 74포인트를 따내 역시 1위로 32강에 올랐다. PBA 투어는 녹록치 않은 무대다. 특히 ‘이방인’에겐 가혹하다.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은 원년인 2019~20시즌 네 번째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근 프로무대로 전향한 아마추어 최강 조재호(41)는 기대했던 ‘돌풍’이 무색하게도 128명이 겨루는 1회전 탈락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여자 아마추어 최강 김민아(31)도 아직까지 32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착륙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조재호와 김민아처럼 ‘와일드카드’를 받아 이날 데뷔전에 나선 스롱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래서 엇갈렸다. 그러나 명불허전, 스롱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자신의 매 이닝마다 점수를 돌탑 쌓듯이 불려나간 끝에 보란 듯이 팬들의 걱정을 가라앉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 방문을 수행하기도 했던 스롱은 경기를 마친 뒤 “경기 초반 긴장한 탓에 이기는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괜찮다고 계속 마음을 다독였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당구 선수로 뛰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우승도 좋지만 매 경기마다 잘 치고 많은 팬들에게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항상 멋있는 피아비라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여자 당구선수로서 부끄럽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PBA 투어에서 뛸 것”이라면서 “다문화 가족의 일원이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목표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스롱 피아비, 프로당구(PBA) 투어에 연착륙

    스롱 피아비, 프로당구(PBA) 투어에 연착륙

    한국으로 시집온 캄보디아 출신의 ‘늦깎이 당구 신동’ 스롱 피아비(31)가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프로당구(PBA) 투어에 연착륙했다.스롱은 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PBA 투어 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인 웰뱅챔피언십 여자부 예선인 PQ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해 64강에 안착했다. 4명이 전·후반 90분 동안 겨뤄 이 가운데 상위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이날 PQ라운드에서 스롱은 105점을 내 2위 이금란(57점)과 3, 4위 박서정(25점)과 위카르 하얏트(모로코·13점)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총 득점을 타수로 나눈 에버리지도 1.208을 기록해 4명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를 넘었다. 전반 5이닝에서 7점짜리 ‘하이런(연속득점)’으로 72점을 획득, 선두로 나선 뒤 리드를 놓지 않았다. 전반을 76점으로 끝낸 스롱은 후반 23이닝째 100점 고지를 넘어서면서 나머지 3명의 추격 의지를 꺾으면서 64강 진출을 확정했다. 전체 24이닝동안 공타는 4번 밖에 없었다. PBA 투어는 녹록치 않은 무대다. 특히 ‘이방인’에겐 가혹하다.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은 원년인 2019~20시즌 네 번째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근 프로무대로 전향한 아마추어 최강 조재호(41)는 기대했던 ‘돌풍’이 무색하게도 128명이 겨루는 1회전 탈락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여자 아마추어 최강 김민아(31)도 아직까지 32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착륙에는 사실상 실패했다.조재호와 김민아처럼 ‘와일드카드’를 받아 이날 데뷔전에 나선 스롱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래서 엇갈렸다. 그러나 명불허전, 스롱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자신의 매 이닝마다 점수를 돌탑 쌓듯이 불려나간 끝에 보란 듯이 팬들의 걱정을 가라앉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 방문 당시 수행하기도 했던 스롱은 경기를 마친 뒤 “경기 초반 긴장한 탓에 이기는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괜찮다고 계속 마음을 다독였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당구 선수로 뛰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우승도 좋지만 매 경기마다 잘 치고 많은 팬들에게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항상 멋있는 피아비라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여자 당구선수로서 부끄럽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PBA 투어에서 뛸 것”이라면서 “다문화 가족의 일원이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목표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슈퍼 알바하던 팔라존, 프로당구 첫 ‘무실세트 우승’

    슈퍼 알바하던 팔라존, 프로당구 첫 ‘무실세트 우승’

    ‘투잡’으로 당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방인’ 하비에르 팔라존(33·스페인)이 프로당구(PBA) 투어 첫 ‘무실세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팔라존은 2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특설경기장에서 끝난 PBA 투어 2020~21시즌 네 번째 대회인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강민구(38·블루원리조트)를 4-0(15-6 15-10 15-11 15-9)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32강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무실세트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의 주인이 됐다. 128명이 출전하는 PBA 투어는 64강전까지는 한 경기에 4명이 출전, 이 중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상위 2명을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진다. 본선 격인 32강전부터는 5세트 3선승제로 두 명이 맞대결하는 세트제다. 32강전에서 조건휘(29), 16강에서는 임정완(49)을 3-0으로 완파한 팔라존은 8강전과 4강전에서도 각각 엄상필(44)과 사바스 불루트(터키)를 상대로 세트를 내주지 않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7세트 4선승제로 펼쳐진 결승에서도 그는 ‘베이글 스코어’를 기록하며 투어 통산 네 번째 결승에 나선 강민구를 상대로 첫 우승을 거뒀다. 주니어 시절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그는 2019년 3쿠션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팔라존은 “결혼 이후 생활고 때문에 슈퍼마켓 장난감 매장에서 일하면서 당구를 병행했지만 ‘당구에 전념하라’고 다독인 와이프 덕에 우승까지 했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가족 생각에 더 우승이 간절했다”고 감격해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투잡 인생’ 하비에르 팔라존, “아내 덕에 PBA 투어 첫 무실세트 우승”

    ‘투잡 인생’ 하비에르 팔라존, “아내 덕에 PBA 투어 첫 무실세트 우승”

    ‘투잡’으로 당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방인’ 하비에르 팔라존(33·스페인)이 프로당구(PBA) 투어 첫 ‘무실세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팔라존은 2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특설경기장에서 끝난 PGBA 투어 2020~21시즌 네 번째 대회인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강민구(38·블루원리조트)를 4-0(15-6 15-10 15-11 15-9)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32강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무실세트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의 주인이 됐다. 128명이 출전하는 PBA 투어는 64강전까지는 한 경기에 4명이 출전, 이 중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상위 2명을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진다. 본선 격인 32강전부터는 5세트 3선승제로 두 명이 맞대결하는 세트제다.32강전에서 조건휘(29), 16강에서는 임정완(49)을 3-0으로 완파한 팔라존은 8강전과 4강전에서도 각각 엄상필(44)과 사바스 불루트(터키)를 상대로 세트를 내주지 않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7세트 4선승제로 펼쳐진 결승에서도 그는 ‘베이글 스코어’를 기록하며 투어 통산 네 번째 결승에 나선 강민구(38)를 상대로 첫 우승을 거뒀다. 주니어 시절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그는 2019년 3쿠션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팔라존은 “결혼 이후 생활고 때문에 슈퍼마켓 장난감 매장에서 일하면서 당구를 병행했지만 ‘당구에 전념하라’고 다독인 와이프 덕에 우승까지 했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가족 생각에 더 우승이 간절했다”고 감격해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밖에서 본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전

    밖에서 본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전

    “동아시아 미술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빈 박람회에 있었던 일본 공예품 전시를 통해서였는데, 당시에는 ‘조선미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조선미술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이 적었다. 현존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조선미술에 관한 통사를 저술하는 것은 아직까지 아시아 언어나 유럽 언어로 결코 시도된 적이 없다. 이를 달성하는 것이 ‘조선미술사’의 목적이며, 온 세계에 조선미술의 의미를 밝히고 알리는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이자 한국학자 안드레아스 에카르트(1884~1974)는 1929년 독일어와 영어로 출간한 ‘조선미술사’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에카르트는 1909년 조선에 선교사로 파견돼 숭의학교 초대 교장, 경성제국대학 언어·미술사 강사 등으로 활동하다 1928년 귀국했고, 이듬해 한국미술을 통사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74년 후인 2003년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권영필 역, 열화당)라는 제목으로 완역됐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미술을 연구하고 저술한 외국 연구자들의 인명 정보와 연구 결과를 한자리에 모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전이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말부터 현재까지 한국미술을 다룬 16명 외국 연구자들의 단행본과 번역본, 전시 팸플릿, 기사, 사진 등 아카이브 100여 점이 선보인다. 김달진 박물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시기에 한국미술의 위치를 보다 국제적 시각에서 가늠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일본 민예운동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1922년 조선미술에 대한 주요 미학 개념을 정리한 ‘조선의 미술’을 펴냈다.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로 규정한 그의 연구는 ‘야나기 신드롬’과 아울러 식민사관이란 비판을 받았다. 미국 조지아대 교수 엘렌 프세티 코넌트는 1957년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해방 이후 최초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을 기획한 연구자다. 한국에 두 차례 방문해 전시 작품을 직접 선정하는 등 동양미술 전공자로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전시라는 평가를 들었다.1세대 한국미술 연구자들에 대한 자료와 더불어 동시대 활발히 활동 중인 제인 포탈 영국박물관 아시아부 큐레이터, 샬롯 홀릭 런던대학 SOAS 교수, 부르글린트 융만 전 미국 UCLA대 교수, 조 앤기 미시건대 교수, 키다 에미코 일본 오타니대 한국미술전공 준교수, 후루카와 미카 한국미술연구자에 관한 정보와 자료들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권영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송미숙 성신여대 명예교수,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등 국내 학자들의 인터뷰 영상도 소개된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이며, 관련 단행본도 비매품으로 출간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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