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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피플+] 노숙인 머리 잘라주는 남자…이발소 선물 받아

    [월드피플+] 노숙인 머리 잘라주는 남자…이발소 선물 받아

    노숙인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온 한 이발사에게 ‘깜짝 선물’이 찾아왔다.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1일(현지시간) 지난 1년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여러 거리를 다니며 1000명이 넘는 노숙인에게 무료로 이발 서비스를 제공한 이발사 브레넌 존스이 이발소를 선물 받았다고 전했다. 존스는 약 1년 전부터 노숙인들의 머리와 수염을 무료로 깎아주는 선행으로 지역 사회에서 빠르게 관심을 받았다. 그는 노숙인들에게 이발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해서 번 돈의 일부를 사용해 음식과 옷, 세면용품 등을 제공했다. 그렇지만 존스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추워지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유명 이발소 ‘테이퍼스 바버숍’의 주인이자 성공한 이발사 숀 존슨이 그를 찾아왔다. 존스의 선행을 접하고 ‘어떻게 도울지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이 원래 확장 이전하려고 새롭게 개조해 만들었던 이발소를 그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존스는 “그가 내게 ‘들어봐요, 내가 건물 하나를 갖고 있는데 당신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면서 “이후 함께 건물을 보러갔을 때 그는 ‘이곳이 마음에 드나요?’라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예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내게 열쇠를 건네며 ‘당신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자신만의 이발소를 운영하게 된 존스는 이달부터 날짜를 정해 노숙인들에게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단지 내 믿음에 의존해 왔다”면서 “신께서 내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文의 지난 일주일’ 靑 홈피서 본다

    ‘文의 지난 일주일’ 靑 홈피서 본다

    세월호 7시간 없게…공약 이행문재인 대통령의 일과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1주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23일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대통령 일정 전면 공개를 23일부터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첫 조치로 청와대는 10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의 대통령 공식 업무 가운데 특수성을 고려해 비공개해온 일정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지난 한 주간의 일정을 사후 공개할 방침이다. 대통령 일정 공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를 열어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해 일과가 국민께 투명하게 보고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많은 의문과 공분을 일으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미스터리’를 겨냥한 공약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며칠간 문 대통령의 일정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공약 이행이 미뤄지면서 일부에선 새 정부도 보안을 강조한 이전 정부들의 행보를 답습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약 ‘지각 이행’ 논란에 대해 “일정 공개에 따른 위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이행할지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비서실과 안보실의 업무보고 등 구체적인 회의 일정을 시간, 장소와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보고자는 명시하지 않았고, 온라인 업무보고나 대통령의 개인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24시간 공개’가 공약이었으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진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분 단위로 일정을 공개했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일 브리핑 형식으로 일정을 알리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주말에 이발소를 방문한 일정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나눠 공개할 때의 부작용, 외교·안보 사안 등을 고려해 공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공개 범위와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오늘부터 문 대통령 일정 ‘전면 공개’…비공개 일정도 포함

    오늘부터 문 대통령 일정 ‘전면 공개’…비공개 일정도 포함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도 채택됐던 ‘대통령 일정 전면 공개’가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는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 주간 공식 업무일정 가운데 비공개 일정을 다음 주 월요일 오전에 일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공개 개시일인 이날에는 특별히 10월 1~3주 기간의 공식 업무 중 비공개 일정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대통령 일정 공개의 구체적 방침이 확립되기 전인 지난 9월까지 비공개 일정은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대통령 일정 공개’ 공약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의문의 ‘세월호 7시간’(지금은 ‘7시간 30분’) 행적이 논란이 되면서 대통령의 일정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해 나온 공약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개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지난 3주 간 비공개 일정을 보면 지난 12일의 경우 오전 9시 12분, 9시 44분, 10시 10분, 오후 1시 25분 등 모두 9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는다. 일정명은 ‘비서실 일일현안보고’로 동일하다. 지난 18일에도 오전 9시 9분과 오후 4시 15분에 ‘정책실 업무현안보고’ 일정이, 오전 10시에는 ‘현안 관련 내각 보고’ 일정이 올라와 있다. 대통령 일정 사후 공개 관행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미국, 일본처럼 더욱 자세하게 일정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분 단위로 일정을 공개했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주말에 이발소에 방문한 일정까지 공개하기도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포토 다큐] 노년판 홍대거리… 느림이 고맙다

    [포토 다큐] 노년판 홍대거리… 느림이 고맙다

    서울 종로 복판에 옛 풍미를 간직한 골목길이 있다. 탑골공원을 끼고 있는 ‘락희(樂喜)거리’와 ‘송해길’이다.공원 뒤편 담에서 시작하는 골목길이 일본 노년층 특화거리 ‘스가모거리’를 모델로 조성한 락희거리이다. 락희는 ‘러키’(lucky)를 음차(音借)한 것으로, 그 자체로 정겹다. 그 거리 끝에서 종로로 나오는 큰길이 방송인 송해씨의 지역 활동을 기념해 이름 지어진 송해길이다. 젊은이가 열정을 발산하고 꿈꾸는 거리가 홍대거리라면 이 골목길은 노인들이 세상을 관조하며 추억을 즐기는 길이다. 홍대 앞에 활기가 넘친다면 이곳에는 잔잔한 여유가 흐른다. 락희거리 골목 어귀 음악감상실에서 냇 킹 콜의 ‘투 영’(Too Young)이 낮은 디스크자키(DJ)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온다. 낮술 한 잔에 얼큰해진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따라 부른다. DJ 장민욱(63)씨는 좋은 음향기기는 아니지만 서울 사대문 안에 유일하게 DJ박스가 있는 음악감상실이라고 가게를 소개한다.바로 옆 깔끔하게 단장한 이발소 앞에는 머리 염색약을 바른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시국토론에 열중이고, 맞은편 모퉁이에 설치된 커피자판기 앞에는 친구 사이로 보이는 노인들이 200원 자판기 커피를 서로 사겠다는 기분 좋은 실랑이를 벌인다.돌아가신 시어머니 커피자판기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고한순(63)씨는 “깨끗해진 거리는 좋은데 노인들이 앉아 쉬던 담벼락 자리까지 사라져 길에서 커피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없다”며 아쉬워한다. 락희거리를 지나 송해길로 접어들면 복잡하지만 활기가 느껴진다. 곱게 차려입은 노인들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2층으로 눈을 돌리면 송해길 사랑방 역할을 하는 옛 분위기를 간직한 다방, 술집들이 있다. 둘러보며 만난 사람의 얘기는 다양하다.건물주와 상인은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고, 거리에서 만난 주머니 가벼운 노신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뒷골목 담에 기대어 장사하는 손수레 상인, 허술한 포장마차 주인과 낮술에 취한 손님들은 변화를 강하게 거부한다. 거리가 어두워지면 노인들은 사라지고 송해길 식당은 주변 직장인으로 채워진다. 입소문이 난 맛집과 조명을 밝힌 가게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저녁술 한잔하는 노인들은 락희거리 모퉁이 2500원짜리 해장국집과 뒷골목 맥줏집 창문 너머에서나 볼 수 있다. 거리가 정비되고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노인들이 갈 곳이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저녁 무렵 음악감상실에서 냇 킹 콜의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 노래가 흘러나온다. 냉면으로 유명한 맛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젊은 연인은 가볍게 리듬을 타고 노점 플라스틱 탁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노인은 발박자를 맞춘다. 노인 3명 중 1명이 홀로 사는 외로운 고령 사회에 락희거리와 송해길이 노인들이 모여 과거 추억만 소비하는 거리로 한정돼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세상과 연결되어 새로운 추억과 문화를 만들고 다른 세대와의 소통, 공존이 가능한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글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 ‘소록도’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 ‘소록도’

    소록도가 앓고 있습니다. 개발의 압력도 거세지만 그보다 문화재급 옛 건물들이 허물어져 가는 게 더 문제입니다. 한센인들이 거주하던 마을 몇몇은 이미 흔적 없이 사라졌고 서생리 등 그나마 남은 자취마저 생멸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즐겨 찾을 곳을 소개해야 하는 본연의 직무와 동떨어진 소록도 안쪽을 낱낱이 보여드리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시나브로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을 서둘러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번 여정은 국민들이 아직 가볼 수 없는,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이 모여야 할 곳을 전한다는 의미만 갖습니다.먼저 전남 고흥 소록도의 발자취부터 살핍니다. 소록도 한센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 자혜의원이 들어서면서 시작됩니다. 현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이지요. 자혜의원 주변으로는 한센인들이 거주했던 병사(病舍)들이 하나둘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가 서생리 일대입니다. 이후 전국적으로 수많은 한센인들이 수용되기 시작하면서 한센인 마을도 급속도로 확장됩니다. 1933년부터 시작된 확장공사로 자혜의원은 현재의 국립소록도병원 자리로 이주하게 됐고 한센인 마을도 남, 북 병사에서 9개 마을로 확대됩니다. ●병에 대한 무지·공포에 유린당한 인권 현재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소록도 초입의 수탄장 일대와 관사 지대, 소록도병원 주변 정도입니다. 수탄장은 한센인 부모와 ‘미감아’(한센병에 감염되지 않은 아동이란 뜻)들이 눈물로 상봉하던 장소입니다. 한센인 부모와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각각 도로 양쪽 끝에 서서 마주 보기만 했다지요. 아이들은 바람을 등지고 섰고, 부모들은 그 반대편에 섰습니다. 미구에 발생할지도 모를 전염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소록도 병원 주변에도 명소들이 많습니다. 한센인들을 동원해 조성한 중앙공원, 일제강점기에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소록도갱생원 검시실(등록문화재 66호)과 감금실(등록문화재 67호) 등이 남아 있습니다. 한센인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권을 박탈당했고, 병의 대물림을 우려해 단종(정관수술)과 낙태를 강요당했습니다. 우리가 한센인들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일 겁니다. 병에 무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지독했던 인권유린과 탄압은 결코 설명될 수 없습니다. 나을 수 있고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일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무지와 편견으로 거대한 벽을 쌓았던 우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13년에 보건복지부 등이 밝힌 한센인 피해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6462명의 한센인들이 살해당하거나 강제노역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공학(共學) 반대운동 등 거대한 차별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태 우리가 벌인 일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이지요.●애환 담긴 간장공장 허물고 기념관으로 관사지대는 병사지대 건너편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센인을 돌보던 병원 직원 등 정상인들이 생활하던 공간입니다. 저 유명한 ‘소록도 할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간호사 마리아네 스퇴거(83)와 마르가레트 피사레크(82)가 1962년부터 머물던 집도 관사지대 초입에 있습니다. 소박하고 단아한 두 ‘할매’의 집을 지나면 소록도 선착장이 나옵니다. 소록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바깥세상과 소록도를 이어 주던 공간입니다. 당시 운항하던 행정선과 철부선 등이 여태 남아 있습니다. 선착장 뒤는 2층 건물을 짓는 신축 공사장입니다. ‘소록도 할매’들의 기념관이라고 합니다. 건물을 짓는 명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경위를 짚어 보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옛 간장공장 건물이 있었다고 하지요. 한센인의 애환이 담긴 기억의 집을 허물고 자신들의 기념관을 짓는다는 걸 두 할매들은 반길까요. 게다가 훗날 소록도를 찾는 우리 후손 역시 ‘이 자리에 간장공장이 있었다’는 사실만 전해 들어야 하잖습니까. 무엇보다 할매들께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하고 싶어 합니다. 그걸 굳이 끄집어내는 게 감사의 뜻일까요. 이 신축 건물을 보자면 이제 여러 사람의 합리적인 생각을 모으고 정당한 방법으로 소록도를 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이제 소록도 안쪽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외부인 출입금지 시점을 지나 조붓한 언덕을 몇 번 오르내리면 서생리 자혜의원(지방문화재자료 238호) 건물과 만납니다. 소록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하지만 병원의 문을 열면 감회는 곧 실망으로 바뀝니다. 복원 작업을 거쳤다는 내부는 시골의 버스 대합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이쯤 되면 복원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입니다. 자혜병원 아래로는 한센인 병사가 여러 채 이어집니다. 소록도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병사도 이 마을에 있습니다. 마을 아래는 바다입니다. 지금이야 아름답지만, 유배 생활을 하는 한센인들에게도 어디 그랬으려고요. 아마 절벽 같은 바다였을 겁니다.●30년 가까이 폐가로 방치된 한센인 병사 병사 건물들은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가옥 양식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기와가 특히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데려온 연와공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한센인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와는 사각형의 평탄한 모습입니다. 우리 전통 기와처럼 물결치는 모양새가 아닙니다. 건축 양식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차차 연구돼야 할 부분일 겁니다. 몇몇 건물은 강관 파이프들이 외관을 감싸고 있습니다. 소록도병원의 의뢰를 받아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진행한 ‘소록도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의 결과물입니다. 보존사업을 이끈 조성룡 성균관대 교수는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큰 부분만 보강하면서 가능하면 기와 한 장, 벽돌 한 무더기도 그대로 뒀다”고 했습니다. 뭔가를 덧대고 개선을 운운할 단계가 아니라는 거지요. 조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보존이 시급한 때입니다. 굵은 나무들이 건물을 휘감고 있습니다. 그 서슬에 낡은 벽과 담장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자혜병원 왼쪽 언덕엔 옛 목욕탕과 이발소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소록도 할매들’이 고국에 읍소해 지원받은 돈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발소 건물에 서면 남해 바다가 창문 자리 가득 채워집니다. 말 그대로 ‘오션 뷰’지만 당시 한센인들에겐 아마 그림의 떡보다 못했을 겁니다. 한센인 병사들의 건물로서의 ‘법적 지위’는 등록 말소된 폐가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것도 아니란 거지요. 1920년대 세워진 이후 1990년대까지 한센인들이 거주했으니 이후 30년 가까이 폐가로 방치된 셈입니다. 감금실, 안치실 등은 그나마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 건물은 다릅니다. 보호받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지금도 소록도병원의 많지 않은 관리 예산으로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는 형편입니다. 우리의 역량이 시험받아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시민사회의 지원이든, 나라의 지원이든 보존을 위한 역량이 모여야 합니다. 조 교수는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의 말을 빌려 “집은 기억”이라고 했습니다. 집이 허물어지면 기억도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회한만 남겠지요. 그러니 한센인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그들이 머물던 집의 보존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겁니다. 서생리에서 서남쪽 해안 절벽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소록도 성당 측에서 치유의 길로 조성해 일반에 공개하려던 곳입니다. 더 오래전에는 한센인들이 박해를 피해 도망가려던 탈출의 길이었고, 이들을 잡기 위한 추격의 길이기도 했지요. 담긴 내력은 슬퍼도 길은 아름답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급하지 않고, 주변의 숲 그늘도 퍽 깊은 편입니다. 죄지은 한센인들을 구속했던 교도소(옛 순천교도소 소록도지소)가 이 길 끝에 있습니다.●오마도 간척사업은 ‘좌절·분노의 장소’ 정말 아름다운 길은 구북리에서 신새마을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길입니다. 오래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곰솔들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소록도의 상징인 사슴을 만난 것도 이 언저리였습니다. 1992년쯤 경기 호법의 한 농장에서 기증했다는 사슴입니다. 소록도에 터를 잡은 녀석들은 번식을 거듭해 지금은 주민 텃밭과 야생화를 해치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래도 큰 말썽 없이 그럭저럭 어울려 사는 듯합니다. 동생리 쪽에도 허물어져 가는 병사가 몇 채 있습니다. 소록도 병사성당(등록문화재 659호), 녹산초등학교 등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건물들도 제법 많습니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소록도갱생원 식량창고(등록문화재 70호), 1937년 세워진 소록도 등대(등록문화재 72호) 등도 이 마을에서 멀지 않습니다. 소록도를 둘러본 뒤엔 오마간척지로 가야 합니다. 우리가 한센인들에게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겨줬던 장소지요. 1962~64년 소록도의 한센인은 고흥 도양면의 다섯 섬을 잇는 ‘오마도 간척사업’ 공사에 동원됐습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간척한 토지를 나눠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받았지요. 하지만 약속과 달리 한센인들은 간척사업 중도에 손을 떼야 했고, 이후 어떤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센인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기념물이 오마간척지 언덕에 조성돼 있습니다.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복고(復古)의 계절/박건승 논설위원

    서울 소공동 하면 예스러운 고급 양복점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도 몇몇 곳이 복고의 명맥을 잇는다. 태평로의 옛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헐리면서 대한성공회 본당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볼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이다. 오래된 것을 보는 반가움에서다. 동네 인근 숲공원 가는 골목길에 복고풍의 양복점 하나가 생겼다. 상호가 그냥 ‘양복’이다. 격조가 있다. 언제 어디선가 봤던 모습이다. 골목 일대가 카페와 브런치 전문점으로 바뀌어 가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지나칠 때마다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꽤 오래전 살았던 읍내에는 업종별 대표집이 한두 곳씩 있었다. 극장, 중국집, 이발소, 그리고 양복점이 그랬다. 요즘엔 복고술집과 복고다방이 새 창업 아이템으로 뜬다. 서울시는 ‘고고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그때가 좋아서 복고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고 싶어서 기억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복고는 자신과 친숙한 추억의 가치를 찾는 일일 게다. 어쩌면 우리는 추억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모른다. 퇴근길에 70, 80년대의 올드팝 CD 모음집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 ‘효리네 민박’ 이상순, 이발 포착..확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이효리 반응은?

    ‘효리네 민박’ 이상순, 이발 포착..확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이효리 반응은?

    ‘효리네 민박’ 이상순이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공개한다. 지난 방송에선 달콤한 휴가를 보낸 후, 민박집 운영을 재개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아이유는 새로운 손님 두 팀을 맞이했다. 새로 온 젊은 부부의 남편이 미용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효리는 자신의 아버지 또한 이발소를 운영했었다며, 그런 아버지를 도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는 일을 했었다고 추억했다. 이를 들은 미용사 손님은 딸이 커서 도와주면 아빠 입장에서 너무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이효리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어 이효리는 조심스럽게 이상순의 머리를 잘라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손님은 혹시나 해서 가위를 챙겨왔다며 이효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효리는 민박집 마당 한쪽에 의자와 거울을 세팅해 간이 미용실을 만들어 주었고, 손님은 이상순의 머리카락을 거침없이 자르기 시작했다. 이에 이효리와 아이유는 카메라로 그 모습을 찍기 시작했고, 조금 쑥스러운 표정을 짓던 이상순은 이내 코믹한 포즈를 취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이상순은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 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효리는 남편의 새로운 모습에 낯설어하면서도 포옹을 하는 등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상순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은 8월 27일 일요일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되는 JTBC ‘효리네 민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청춘,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청춘,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예술은 굳이 혁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새롭게 인정되면 예전의 것과 공존하거나 또는 스스로 고전이 되어 뒷자리로 물러나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대체하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사회와 제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과거와 현재의 질서를 대신하는 속성이 있어 늘 기성체제로부터 배척당하기 일쑤다.때문에 진보와 혁신은 항상 어렵고 전통 또는 고전은 걸림돌처럼 생각되지만 실은 그 반대이기도 하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 고전과 혁신, 원칙과 변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공존해야 한다. 세상에 새로운 좋은 것들이 가득해도 ‘오래된 것은 좋은 것’(Oldies but Goodies)이라는 말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사실 고전이란 단순하게 오랫동안 굳어진 진리가 아니라 동시에 끝없는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칭호다.불과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굿 윌 헌팅’(1997)이 고전의 반열에 든 것도 단지 오래된 영화라기보다는 시선과 관점에 따라 끝없이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로맨스영화이며, 성장영화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로도 꼽힌다. 법학, 수학, 역사 등등 거의 모든 학문에 재능을 지닌 천재소년 윌(맷 데이먼 분)은 상처투성이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이비리그의 본산 보스턴 남부에 사는 그는 MIT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며 대학생들도 어려워 쩔쩔매는 수학문제를 칠판에 낙서처럼 쉽게 풀어낸다. 그의 수학실력을 알아본 수학교수 램보(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분)는 그를 자신의 수하에 두고 싶어 하지만 정작 윌은 아랑곳 않는다. 동네친구들과 사고를 친 윌을 램보는 고액의 보석금을 내고 데려와 자신의 연구실로 끌어들이지만 윌은 고분고분하기는커녕 더욱 삐딱하게 나간다. 그의 상처를 달래고 보듬기 위해 정신과 의사까지 붙여도 소용이 없자 램보는 동창이자 라이벌인 션 맥과이어에게 윌을 맡긴다. 션은 영원한 ‘오 마이 캡틴’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했다. 영화는 윌과 션의 만남으로 진부한 성장영화가 아닌 인생영화로 반전한다. 마음을 닫은 윌과 션의 관계는 한 폭의 작은 그림 덕분에 풀린다. 영화에서 이 그림은 션이 그린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영화를 연출한 구스 반 산트가 솜씨를 부린 것으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윈즐로 호머(1836~1910)가 그린 유화 ‘안개경보’(The Fog Warning·1885)를 모사한 것이다.호머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삽화가로 가장 미국적인 화풍으로 일컫는 풍경화가들의 모임인 ‘허드슨강파’(Hudson River School)의 일원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생한 최초의 화파로 광활한 대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낭만적이며 사실적인 필치로 담았다. 허드슨강파의 풍경화는 6·25전쟁 전후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물레방아와 폭포, 초가집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소위 이발소그림의 원형이 되었다. 영화는 호머에게 상당 부분 빚졌다. 특히 윌과 션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단초가 되는 그림은 호머의 ‘안개경보’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안개 때문에 잡은 고기를 버리고 빨리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잡은 청어를 가지고 사력을 다해 항구로 복귀할 것인가’ 하는 실존적 고민을 윌의 입장에서 풀어냈다. 영화 후반부에 윌이 그의 친구로 배운 것은 없지만 충고를 아끼지 않는 처키(벤 애플렉 분)와 광대한 하늘을 배경으로 저 멀리 조선소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로 노인들이 오래된 탑을 철거하고 있다. 처키는 범선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다. 이것도 호머가 삽화가로 일하던 하퍼스 위클리(1873년 가을판)에 실었던 음각 목판화 ‘배짓기, 글로스터 항구’를 연상시킨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조선소와 철거지가 교차하는 대목에서 문화지리학자 피어스 루이스의 ‘경관 읽기에 필요한 공리’를 떠올리게 된다. 자연을 배제하고 인간이 만든 경관을 문화경관이라 하는데 문화경관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사실 엄청난 변화나 압력, 동기가 없다면 사람들은 크게 경관을 바꾸지 않는다. 항구 근처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계급은 불가피하게 스스로가 풍경의 일부가 되어 그 삶을 영위한다. 처키는 영화에서 통찰력 있는 말로 윌에게 충고한다. “내일 나는 일어나서 50살이 될 것이고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할 거야.” 이외에도 영화는 장면마다 문화적 경관을 놓치지 않는 관찰자로서 호머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 초입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라든가, 윌이 칠판 앞에서 문제를 푸는 모습도 호머의 작품 ‘칠판’에서 빌려 온 것이다. 사실 영화와 그림, 회화는 매우 흥미로운 관계다. 영화는 예술적인 문제를 풀고자 회화가 획득한 일련의 효과들을 이용한다. 회화의 고정성과 단면적인 성격은 영화의 유동성과 방향성과 어울려 서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회화는 형상의 움직임은 없지만 관람객의 눈의 움직임에 의해 영화와 같은 연속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회화는 같으면서 다르고 또 다르면서도 같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이성과 감성, 두 가지 속성이 모두 필요한 게 수학이다. 윌은 아무도 손을 못 대는 수학문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램보 교수도 정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술술 푼다. 그가 수학문제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직관 즉 마음으로 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사람에게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하다.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지만, 마음으로 다가간 이는 같지만 다른 상처를 공유한 션뿐이었다. 혁신도 좋고 새로운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른과 선생 즉 고전과 전통 그리고 뿌리와 원칙도 필요하다. 스승은 없고 선생만 있는 이 시대에,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세상에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오로지 일자리뿐일까.
  • 새정부 한달새 민원신청 ‘봇물’

    새정부 한달새 민원신청 ‘봇물’

    4·5월 권익위 접수분 분석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여 만에 민원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부처 10곳 중 7곳에서 지난달 민원 건수가 전월보다 늘었다. 탄핵과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새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해도 안 될 거야’에서 ‘일단 해 보자’는 쪽으로 국민 의식이 바뀐 것이다.서울신문이 15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43개 중앙행정기관의 민원 접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민원 건수가 12만 2987건으로 전월보다 5000건 이상 늘었다. 민원 건수가 증가한 부처는 총 29곳으로 전체 부처(43곳)의 67.4%였다. 지난해 5월보다 민원 건수가 늘어난 부처도 25곳(58.1%)이나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통신요금 인하, 재벌 개혁 등과 관련된 부처들을 대상으로 민원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전월 대비 민원건수 증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부처는 ‘블랙리스트 파문’을 겪었던 문화체육관광부였다. 문체부는 지난 4월 579건에서 지난달 1307건으로 125.7% 급증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광 시즌이라 각종 불편 민원이 증가한 부분도 있지만 체육시설 인허가 등에서도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민원건수 증가율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국세청은 99.8%(1952→ 3901건), 기재부 역시 74.3%(388→659건) 증가했다. 기재부에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자신이 해당되는지를 묻는 민원이 집중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자리 추경과 종교인 과세 등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측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민원은 물론 하청업체를 포함해 정책이 바뀐 데 따른 처우 개선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검찰청과 공정위의 민원 접수 건수도 각각 3283건, 1417건으로 51.9%, 23.0% 증가했다. 억울함을 토로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대다수였다. 나지원 공정위 고객지원담당 과장은 “지금도 확연히 체감할 정도로 민원이 많은데 6~8월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동네 이발소나 세탁소 가격 짬짜미 정도의 소소한 담합류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과 공정 기치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공약에 기대를 품고 평소 같았으면 단념하거나 포기했을 사소한 민원들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 1번가’나 직접 공정위에 제기하는 민원도 대폭 늘고 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통신요금 기본료 인하 공약으로 뜨거웠던 미래창조과학부(지난달 민원 건수 3040건, 증가율 30.4%)와 방송통신위원회(287건, 49.5%)도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1187건, 67.2%)와 해양수산부(4068건, 11.2%)에는 ‘청탁금지법’ 개정 문의가 증가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수평적 정권교체에 정부가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주려다 보니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민원부터 제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업무과부하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평상이 없다/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소리가 없다/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중략)/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이정록, 시 ‘옥상이 논다’ 부분)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블록 담을 넘어가 낯가림 없이 과부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가는 비 오는 어느 여름날 저녁 이웃집 고등어구이 냄새가 배고픈 남매의 공복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했던 골목길. 늦은 저녁 나이 어린 누이와 함께 집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저쪽 끝에서 빈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며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골목길. 새벽마다 두부장수 방울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조간을 돌리는 고학생의 성급한 발자국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 흔들어 대던 골목길. 백내장 앓아 대던 가등 아래 서로 더운 숨을 탐하던 늦은 밤의 연인들 실루엣이며, 이집 저집에서 흘러나온, 온갖 소리의 넝쿨들과 온갖 색깔 범벅의 냄새들이 주인 몰래 저희끼리 희희낙락 짝짓기하던 우리 한때의 자궁이었던 그곳, 그 골목길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없다. 모던의 상징이었던 공중전화. 뜨겁고 짜고 싱겁고 차갑던 사연들을 분주히 실어 날았던 공중전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뜻 모를 그리움이 까닭 없이 마음의 우물에 가득 차 출렁이던 공중전화.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차갑게 식은 청색의 손을 호호 불어 대던 추억의 공중전화. 한 시절 시쳇말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잘나가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이제 늙은 창부처럼 누군가 덜커덕 떨어뜨린 마음 한 조각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공중전화가 우리 시대 낡은 서정시같이 잘 보이지 않거나 후미진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무채색 벽면에 걸려 있던 천장 낮은 이발소. 장 프랑수아 밀레의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만종’이 걸려 있던, 금성 라디오에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던, 국수 내기 장기 놀이가 자주 벌어지던, 늘 서울이 그리운 늙다리 총각들이 무나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장삼이사들이 모여 앉아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자꾸만 그리운 서울 얘기 등으로 까닭 없이 흥미진진하던 곳, 정겨운 이발소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 멸종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정미소, 떡 방앗간, 하꼬방, 연탄구이 집, 지하다방, 작부 집 등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의 목록들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시편 ‘옥상이 논다’는 이제 이곳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지난 연대의 살가운 풍경이다. 다 해진 런닝구를 입고 염장을 지르던 이웃 아저씨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 이발소 줄고 이용사 늘고… 뒤엔 ‘바버숍’

    남성들이 이용하던 이용원(이발소)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이용사 자격증 응시생은 최근 3년 사이 2배로 늘었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겨냥한 고급 이용원, 일명 ‘바버숍’이 느는 추세와 맥을 같이한다. 2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이용사 자격증 응시생 숫자는 2014년 1275명에서 2015년 1760명으로 늘었다. 2016년에는 2811명으로, 전년에 비해 1.6배나 증가했다. 합격자 수도 2014년 760명에서 지난해 1566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용사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바버숍의 수요 증가가 있다. 바버숍은 기존 이용원과 차별화한 인테리어와 소품을 이용해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남성 전문 미용실이다. 이용원을 일종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은 일반 이용원의 2배인 3만~4만원 정도다. 수도권에 5개 매장을 운영하는 한 바버숍 관계자는 “2015년 처음 문을 연 후 지금까지 직원이 5배 이상 늘었고, 올해 9월까지 2개 지점을 더 낼 예정”이라며 “패션에 관심이 높은 30·40대 남성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얀 가운과 삼색 기둥으로 대표되는 전통 이용원은 계속 줄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으로 전국에 1만 2289개 이용원이 영업 중인데, 처음 업종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7월(1만 2843개)에 비하면 4.5%가 감소했다. 554개 이용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런 변화가 장·노년층에게는 썩 달갑지 않다. 직장인 양대천(61)씨는 “평소 동네에 있는 이용원만 가는데 미용실은 아직도 여자만 가는 곳 같고 바버숍이란 데는 비싸다고 해서 안 가봤다”며 “인테리어만 잘해 놓고 가격만 올리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규 이용사 자격증 응시생은 증가하지만 전체로 보면 이용사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원을 찾는 사람들이 미용실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윤전추·기치료 아줌마 ‘박근혜 거울방’ 출입…전문가가 본 심리상태

    윤전추·기치료 아줌마 ‘박근혜 거울방’ 출입…전문가가 본 심리상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 안 거실을 거울방으로 꾸민 것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실무진이 관저를 손보려고 들어갔는데 거울이 사방에 붙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지금은 거울을 떼고 벽지로 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내실로 가는 문을 차단해, 문을 열면 복도가 나오게 했다. ‘거울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청와대 요리연구가, 윤전추 행정관, 기치료 할머니 뿐이었다고 김막업 전 청와대 요리연구가는 증언했다.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은 “관저 주방에서 문만 열면 그냥 대통령 내실이다. MB 때는 들어가면 이발소도 있고 영부인 미용실도 있고 그랬는데 이번 정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분석도 눈길을 끈다.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은 “심리학에서 거울은 중요하다. 현대인의 대표적 심리상태가 나르시시스틱이다. 헛헛한 마음을 자기에 대한 관심으로 푼다. 나르시스 신화에서도 자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물에 빠져 죽는다. 거울도 자기중심 세상이다. 심리학자들은 열등감 자기 확신 부족에서 나온다고 한다. 너무 심리학적으로 과도하게 푸는 것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성문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 안하고 혼자 밥 먹고 운동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폐쇄적 성격, 불통의 이미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용실·편의점 뜨고 이발소·식품점 감소

    미용실업자 1년 새 4.4% 증가…이발소업자는 2.6% 줄어들어 미용실과 편의점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비슷한 업종인 이발소와 식료품 가게는 감소하고 있다. 자영업 유사업종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4227곳↑… 식품점 3259곳↓ 30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월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미용실 사업자 수는 9만 2704명으로 1년 전보다 4.4% 증가했다. 미용실 사업자 수는 2015년 2월 8만 4782명에서 지난해 2월 8만 8794명으로 4.7% 늘었다. 올해도 4%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군·구별로 지난 2년간 미용실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부산 강서구(47.8%)였다. 세종시(41.8%)와 전남 나주시(35.8%)도 증가율이 높았다. 이와 달리 이발소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2월 이발소 사업자는 1만 2282명으로 1년 전(1만 2603명)보다 2.6% 줄었다. 이발소 사업자는 지난해에도 전년(1만 2953명) 대비 2.7% 감소했다. 음식료품과 잡화를 파는 편의점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물품을 취급함에도 식료품 가게는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슈퍼마켓을 포함한 편의점 사업자 수는 2월 기준으로 2015년 5만 5933명, 지난해 5만 9715명, 올해 6만 3942명으로 6~7%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식료품 가게의 사업자 수는 각각 6만 1764명, 5만 9025명, 5만 5766명으로 매년 4∼5%의 감소율을 보였다. ●목욕탕·철물점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 목욕탕과 철물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2월 기준 목욕탕 사업자 수는 5978명으로 2년 전보다 4.8%, 1년 전보다 2.5% 줄었다. 철물점 사업자도 2015년 2월 9610명이었지만 지난해 2월에는 9497명, 올 2월에는 9287명으로 감소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손님 면도하던 현아에게 무슨 일이…트리플 H ‘365 FRESH’ 티저

    손님 면도하던 현아에게 무슨 일이…트리플 H ‘365 FRESH’ 티저

    가수 현아와 신인그룹 펜타곤의 멤버 이던, 후이가 ‘트리플H’라는 유닛을 결성하여 데뷔를 앞둔 가운데, 신곡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트리플 H는 28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공식 SNS를 통해 현아 편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몽환적인 이발소를 배경으로 현아가 남자 손님에게 면도를 해주는 장면이 담겨 있다. 면도를 받던 손님은 현아의 다리에 손을 가져다댄다. 영상은 쓰러진 손님 옆에 피가 묻은 채로 앉아 있는 현아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트리플 H의 데뷔 타이틀곡 ‘365 FRESH’는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신나는 펑크 스타일의 곡으로, ‘1년 365일 항상 쿨 하고 멋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초적이고 화끈한 트랙 위에 신나는 가사와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한편 ‘트리플 H’의 첫 번째 미니앨범 ‘199X’는 오는 5월 1일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영상=트리플 H(Triple H) - ‘365 FRESH’ M/V Teaser (HyunA)/V Liv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정겨운 “열애설 때문에 힘들어, 그 분에게 너무 미안해”

    정겨운 “열애설 때문에 힘들어, 그 분에게 너무 미안해”

    배우 정겨운이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패션 화보를 공개했다. 최근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한 정겨운은 오버사이즈 맨투맨 티셔츠와 와이드 팬츠 조합으로 화사한 봄을 만끽하듯 패셔니스타 다운 면모를 자랑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발소 외관을 배경으로 진행한 촬영에서는 스트라이프 셔츠로 경쾌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화보와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출연 중인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맡은 ‘박현준’ 역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정겨운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악랄하게 대하는 부분들이 힘들더라. 맨날 화내고 소리 지르고 대사도 많아서 목도 많이 안 좋아졌다(웃음). 이런 캐릭터는 처음”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아쉽게 하차했던 배우 구혜선에 대해 묻자 “아쉽더라. 하루 빨리 쾌차해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브라운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구혜선을 대신해 교체된 배우 장희진 관련 질문을 하자 “구혜선 씨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준비기간 없이 바로 촬영에 합류했는데도 잘 녹아드는 것 같고 현재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호흡도 잘 맞고(웃음)”라며 웃음을 보였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열애설로 현재 힘들다고 밝힌 정겨운은 “열애설로 기사가 보도된 것은 알겠는데 예능에서 했던 말들까지 기사화해서 재조명되니깐 솔직히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내가 힘든 것보다 그 분에게 너무 미안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다”며 아픈 심정을 드러내기도. 최근 관심사는 운동이라고 전하며 “담배 끊은 지도 3년이나 됐고 술은 아예 안 마신다. 매일 맑은 정신이다. 그런데 체중이 6kg이나 빠졌더라. 이제는 나이가 드는 게 티도 나고 주름도 자꾸 생기고 운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진제공=bnt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너와 나를 살리는 녹색의 시간

    [고진하의 시골살이] 너와 나를 살리는 녹색의 시간

    하늘엔 국경이 없구나. 거침없이 날아온 스모그로 온통 뿌옇다. 맑은 날이면 잘 보이던 앞산의 삿갓봉우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거니 말거나 텃밭에 나가 오전 내내 어정거렸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도 완전히 풀려 일찍 돋아난 봄풀들이 연둣빛 고개를 쳐들고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부르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꽃다지, 광대나물, 냉이, 개망초, 민들레 등 풀들이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저마다 색색의 꽃미소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텃밭에서 어정거리고 있는데, 삐걱 대문이 열리며 아내가 곁으로 다가왔다. 오늘 이발하셔야죠? 며칠 전부터 아내는 내 긴 머리에 시비를 건다. 나는 긴 머리가 좋은데, 아내는 짧고 단정한 머리를 선호한다. 새뜻한 성품의 아내는 뭐든 구중중한 걸 못 참는다. 성깔이 살아 있던 젊을 때 같으면 그냥 냅두슈 했겠지만 이젠 그런 걸로 다투지 않는다. 하여간 아내는 내 머리칼이든 뭐든 자기 존재의 일부로 여기는 것 같다. 나는 곧 고물 스쿠터를 끌고 나와 부릉부릉 시동을 건다. 이발을 하려면 면 소재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환해진 아내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이발소로 향한다. 납작한 슬레이트집, 드르륵 나무문을 열면 담배 찌든 냄새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낡은 시 액자가 정겨운 예스런 이발소. 오늘따라 손님이 별로 없는 듯 백발의 이발사가 ‘어서 오쇼, 고선상’ 하며 주름 가득한 미소로 반겨 준다. 의자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재게재게 가위질하는 소리를 듣다 보면 50년 경력의 능숙한 솜씨가 전해져 온다.머리 손질이 끝나 돈을 지불하고 나오려는데, 문득 이발사가 벽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어, 벌써 소중한 한나절이 다 갔네. 그동안 이발하러 올 때마다 도인 같은 언사로 놀라게 했던 이발사를 돌아보며 내가 큰 눈을 뜨자 한 말씀 더 보태신다. 그렇잖아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잖아요. 암요, 그렇다마다요. 집안이 가난해 초등학교 문턱도 못 넘어 봤고, 평생 남의 머리만 만지고 살아온 이발소 주인, 늙어 백발이 성성해도 살아가는 지혜는 시들지도 않고 언제나 파릇파릇하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이발소 주인의 말씀, ‘소중한 한나절이 다 갔네’가 귓가에 쟁쟁거린다. 좋아하는 심보르스카의 시구도 문득 겹쳐 떠오른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두 번은 없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텃밭에 나와 땅을 호미로 파고 뭘 심느라 분주하다. 머리를 깎고 온 날 쳐다보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공치사를 늘어놓는다. 거봐요, 십 년은 젊어 보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뭘 하는 거예요? 차풀 씨를 뿌리고 있어요. 작년 늦가을에 받아 둔 차풀 씨다. 당신이 오늘은 군말 없이 내 비위를 맞춰 줬으니, 이야기 선물 하나 줄게요. 그러면서 아내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차풀이나 괭이밥은 저녁이 되면 잎을 오므리고 잠을 잔단다. 그런데 이렇게 잠을 자는 식물들은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그게 사실이오? 거 참 신기하네. 우리 가족은 잡초 연구에 폭 빠져 있지만, 식물의 세계는 정말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이다. 나는 아내를 거들어 땅에 쪼그리고 앉아 차풀 씨를 뿌린다. 차풀 씨를 다 뿌린 뒤엔 쇠비름 씨도 뿌린다. 쇠비름 씨도 작년 여름에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껏 받아 둔 것이다. 하여간 씨를 심는 시간이야말로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 아닌가. 모든 씨앗은 너와 나를 살리는 시간의 종자(種子)가 아니던가. 내 주변에는 토종 씨앗을 모으고 연구하는 아름다운 녹색 모임도 있다. 이마빼기가 새파랄 땐 나도 몰랐다. 생명의 씨앗을 모으고, 그 씨앗을 땅에 넣느라 쪼그리고 앉아 땀 흘리는 일이 그렇게 소중한 일인 줄.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무리 천대받고 괄시를 당해도 씨앗을 넣어 생명을 가꾸는 농사일이야말로 천하에 으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것을. 까짓 내 머리야 길게 기르나 짧게 깎으나 백발이지만, 지구의 머리는 항상 푸르러야 함을.
  • 심상정 “병사 봉급 2.5배 인상”…국방개혁 공약 발표

    심상정 “병사 봉급 2.5배 인상”…국방개혁 공약 발표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가 27일 국방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심 대표는 군 장병의 봉급을 2.5배 인상, ‘애국페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국방을 위해선 일선 사병에게 낮은 보수를 감수하라고 윽박질러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심 대표는 병장 기준 21만 6000원인 월급을 50만원으로 2.5배가량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병사들의 봉급을 최저임금의 40%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 마트 수익금을 상급부대가 가져가지 못하게 해 해당 부대 사병 복지에만 쓰도록 제한하겠다고 했다. 그는 “병사들이 주 고객인 군 마트가 올린 수익은 연간 9000억원인데, 군이 거둬가는 700억여원의 순수익금은 90% 이상 골프장 운영비 등 간부 복지사업에 지출된다”며 “군이 병사와 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18세에 입대가 가능하도록 ‘군 복무 예약제’와 ‘사단별 모병제’의 전면 실시를 제안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부대를 선택해 군 복무 앞뒤로 학업·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형 모병제 도입도 약속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40만 현역군을 장교 10만명, 부사관 10만명, 징집병 10만명, 4년제 전문병사 10만명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모든 장병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정신적 상해를 치료하는 ‘군 트라우마센터’ 설립도 공약했다. 국방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을 임용하는 한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때 연례 국가안보 성과 보고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군 복무를 고의로 기피한 사람의 경우 고위공직자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며, 식당·목욕탕·이발소 등 각종 간부전용 시설은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심 대표는 ▲국군 기무사령부 해체 ▲군사법원 폐지 ▲국방감독관 제도 도입 ▲군 영창제도 폐지 등을 제시했다. 심 대표는 “수구보수는 안보를 정치에 악용만 했다. 천문학적 방산비리를 저지르고 군 현대화 작업은 방치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병사 복리 증진, 국방 민주화, 자율·지능형 현대군으로 진짜 안보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다큐] 이발소의 역습… 수컷 본능을 깨우다

    [포토 다큐] 이발소의 역습… 수컷 본능을 깨우다

    ‘구닥다리’ 이미지 탈피… 패션 소품·남성 잡지·오락기 갖춘 ‘멋남’들의 공간으로 재탄생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 가득한 미용실처럼 과거 이발소는 남자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지금은 남녀 모두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 미용실을 주로 찾지만, 예전에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을 가는 것이 상식이었다.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멋을 내기 시작한 1990년대를 지나면서 이발소에 위기가 찾아왔다. 미용실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커트 스타일과 낙후된 인테리어, 여기에 퇴폐업소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많은 남성들이 이발소로 향하던 발길을 끊고 여성들의 공간이었던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미용실에 밀려 쇠락 업종으로 전락했던 이발소가 미국과 영국식 이발소를 한국화한 바버숍으로 체질개선을 하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살롱에 뺏긴 남자들을 찾아오자!’라는 목표 아래 남성 취향의 공간과 서비스 등을 앞세운 역습으로 미용실로 향하던 멋쟁이 남성들의 발길을 바버숍으로 돌려세우고 있다.4~5년 전 한남동과 홍대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문을 열기 시작한 바버숍은 최근 최고급 호텔과 유명 가전 마트에도 입점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고풍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손재주 좋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남자 바버(이발사의 영어식 표현)들이 멋쟁이 남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당구대와 오락기 등 남자들이 좋아하는 놀잇감부터 넥타이와 구두 등 패션 소품 판매 공간까지 각각의 바버숍마다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남자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남자들은 손이 안 가는 여성지만 가득한 미용실과 다르게 살내음 풍기는 유명 남성지를 비치하는 등 작은 부분까지 수컷 취향을 놓치지 않는다. 유행 스타일의 커트를 앞세운 미용실과 달리 바버숍은 반고체 향유인 포마드 왁스를 발라 단정하게 빗어 넘긴 클래식 스타일을 앞세워 정갈하고 신사다운 느낌을 원하는 남성들을 공략하고 있다. 남성적이고 색다른 스타일을 원하는 젊은 남성부터 여자들과 한 공간에서 머리를 자르는 일이 어색하고 불편한 중년 남성들까지 찾는 이도 다양하다.서울 영등포의 한 바버숍에서 만난 임기영(31·자영업)씨는 “평소 슈트 등 클래식한 스타일의 옷을 자주 입는데 이와 잘 어울리는 포마드 스타일로 머리를 자르려고 1년 전부터 바버숍을 이용하고 있다. 남자머리를 전문으로 하는 만큼 미용실보다 깔끔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바버숍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치솟는 인기 덕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4만~8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서비스 요금은 바버숍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처음 도입 당시 남성들의 고급문화 공간을 표방하며 임대료가 비싼 유명상권에 자리잡은 탓에 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고 한다. 영등포와 홍대에 매장을 둔 엉클부스를 중심으로 2만원 후반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바버숍들이 느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진민준 엉클부스 대표원장은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가격을 더 낮춰 유명상권을 벗어나 동네 골목까지 바버숍을 퍼트리는 게 목표다. 고급문화라는 틀을 깨고 예전 이발소처럼 남성들의 사랑방 같은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바버숍이 뜨면서 이용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이용기술학원을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이발소로 대표되는 이용산업이 쇠락한 후 한동안 이용학원 수강생의 대부분은 염색방 개업을 하려는 여성들이었다. 바버숍 열풍 덕에 최근에는 바버숍 창업을 준비 중인 남성들이 수강생의 다수를 차지할 만큼 부쩍 늘어났다. 이들 중 포화상태인 미용업계에서 일하다가 블루오션 시장인 바버숍을 열기 위해서 이용기술을 배우는 현직 남성 미용사도 적지 않다. 패션과 미용에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을 칭하는 그루밍족의 증가세에 비춰 볼 때 바버숍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장례식장 ‘시신 이발’ 영상…뭇매 맞은 이발사

    영국의 한 이발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의 ‘독특한 요청’을 들어줬다가 구설에 올랐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영국 맨체스터에 살던 15세 소년 캐머론 채드윅은 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타다 가로등과 충돌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캐머론의 부모는 평소 아이가 자주 다니던 이발소의 남성 이발사에게 ‘아들의 마지막 이발’을 부탁했고, 이발사는 이를 받아들여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발사는 관에 누워있는 캐머론 시신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잘라줬고, 장례식은 별 탈 없이 마무리 됐다. 문제는 최근 캐머론의 부모가 온라인상에서 아들의 장례식을 담은 동영상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동영상은 이발사가 관에 누운 캐머론 시신의 머리카락을 다듬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영상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캐머론의 부모로서는 차갑게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까지 재차 확인하며 지난 슬픔을 곱씹어야 했다. 해당 동영상은 당시 장례식에 들렀던 이발사의 친구가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발사의 친구는 유가족의 허락없이 장례식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페이스북에 올려 타인과 공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머런의 부모가 이발사에게 항의했고, 이발사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친구가 이를 촬영했다고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여성은 “내 아들이 그 이발소에 자주 들르는데,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아들을 떠나보낸 캐머런의 엄마는 나와 가까운 친구인데, 미안하다는 한 마디 사과로는 그녀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인과 관련이 없는 친구를 왜 장례식에 데려갔으며, 그가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막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온 나라가 잘살아 보겠다며 땀 흘렸던 1960~1970년대. 굶주린 배를 부여잡기 일쑤였던 그 시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은 혹독했다. 지금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며 한잔 술에 호기롭게 말하지만 당시는 춥고 황량하기만 했다.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과 추억으로 회자된다. ‘달동네’는 도시 빈민들의 상징적인 주거 공간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들은 값싼 주거지인 동시에 생존의 공동체였다.달동네란 이름은 마을이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혹은 고단한 삶 때문에 달을 바라보며 출퇴근했기에 그리 불렸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은 대개 재개발로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인천에 지난 시절 달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곳이 있어 찾아갔다.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1960~1970년대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테마로 한 체험 중심 박물관이다. 수도국산(水道局山)은 동구 동인천역 뒤에 있는 산이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이 인천 중구 지역을 차지하자 그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수도국산으로 쫓겨나면서 산자락 주거지가 탄생했다. 그 후 6·25전쟁 피란민과 산업화 시기 실업자들이 몰려들어 18만 1500㎡ 규모인 동네에 3000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시작했다. 수도국산 박물관은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모아 실제 달동네 터 꼭대기에 2005년 10월 건립됐다. 박물관을 향해 언덕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정상에선 인천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과거와 현재를 데자뷔하는 듯하다. 박물관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층으로 나뉘어 있다.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제1전시실은 990㎡ 규모로 영화 세트장처럼 과거 달동네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한 공간이다.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안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연탄가게, 구멍가게, 이발소, 솜틀집 등이 자리한다. 구멍가게에는 예전에 인기를 끌던 과자와 음료수가 진열돼 있고 솜틀집에서는 마네킹이 솜을 틀고 있다. 여럿이 사용했던 공동구역의 공동수도와 공동변소는 금방이라도 악취가 올라올 것처럼 현실감 있게 묘사해 놓았다. 달동네는 여러 가구가 수도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다. 줄을 서서 물을 길었고, 아침저녁으론 화장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게 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달동네는 이웃관계가 지속되는 공동체였다. 옆집 담벼락이 우리 집 담벼락이기도 했고 TV가 있는 집으로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곳 전시실에는 그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낸 가정집의 모습도 보인다. 좁은 쪽방 안에는 진짜 사람처럼 마네킹들이 TV 앞에 모여 김일의 레슬링을 관람하고 앉아 있다. 흑백 TV에서는 김일의 실제 레슬링 경기 영상이 재생돼 현실감을 더해 준다. “이야 김일이다, 김일!” 지난 15일 전시장을 관람하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발길을 멈추고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마치 생중계를 보는 것처럼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경기가 끝나자 웃음을 머금으며 발길을 돌렸다. 아마 예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함께 온 손자는 이런 광경이 어리둥절한 눈치다. 요즘 아이들은 달동네 생활상에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그 시절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 내 곳곳에는 물지게 체험, 연탄불 갈아보기, 주사위 놀이 등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한 골목에 놓여 있는 터치스크린 컴퓨터를 누르면 전문 작가들이 촬영한 달동네 모습부터 실제 달동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잠시나마 부모의 삶을 느끼게 해 세대 간을 이어 주는 장소다. 2층 제2전시실로 올라가면 추억 어린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상점들은 실제로 인천을 대표했던 가게를 본떠서 재현해 놓았다. 가장 먼저 1971년부터 영업했던 ‘우리사진관’이 있다. 사진관 안에는 1970~1980년대에 촬영한 사진들이 비치돼 있고 옛 교복과 교련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그 옆은 ‘미담다방’이다. 미담다방은 동인천역 축현파출소 옆에 있었던 다방으로 1960년대부터 인천의 명소였다.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옛 다방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푹신한 다방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한쪽에는 LP 판이 빼곡한 뮤직박스가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방 앞에는 인천 토박이라면 대개 들어본 바 있는 ‘송림양장점’과 ‘창영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달동네박물관의 11번째 기획 특별전인 ‘추억 속 우리집에 가다’를 오는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특별전은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기에 의미를 더한다. 실제 살림살이로 쓰던 드레스 재봉틀부터 타자기, 라디오, 선풍기 등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는 1950년대부터 동구 금곡동 배다리에 위치했던 ‘20세기 약방’에 관한 자료를 기증받아 마련된 공간도 있다. 박물관 관람의 종착점은 ‘추억의 구멍가게’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옛 과자와 기념품, 만화책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5~12세) 500원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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