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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 前 회장 악기 케이스에 몸 숨겨 일본 탈출, 영화 같은 탈주극

    곤 前 회장 악기 케이스에 몸 숨겨 일본 탈출, 영화 같은 탈주극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을 떠나 레바논에 도착한 과정은 악기 케이스에 몸을 숨겨 감시가 심한 자택을 빠져나가는 등 한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곤 전 회장은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재작년 11월 체포된 후 1차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지난해 4월 다시 구속 기소됐다가 다시 보석으로 풀려난 뒤 가택연금 상태였다. 모두 15억엔(약 150억원)의 보석 조건으로 사흘 이상 여행하려면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했고, 출국은 아예 금지됐다. 소지하고 있던 프랑스, 레바논 등의 모든 여권은 변호인에 맡겼다. 브라질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기업가로서 르노그룹 회장 자리까지 올랐던 곤 전 회장은 세 나라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의 도쿄 거처인 미나토(港)구 자택 현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형법상 징역·금고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피고인이라 출입국관리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다. 이 때문에 출국하려면 입국 심사관이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출국수속 절차를 24시간 막을 수 있었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오는 4월 시작될 예정이던 공판을 앞두고 연기처럼 일본에서 사라진 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현지시간 30일 오후 11시 30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당국은 그의 출국 소식을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한 뒤 부랴부랴 탈출 경로 파악에 나섰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정확한 탈출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MTV, 르몽드 등 레바논과 프랑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곤 전 회장의 탈출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전체 탈출 계획을 아내인 캐럴이 짰다고 보도했다. 터키 이스탄불을 떠나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자가용 비행기에도 부부가 함께 탑승했다. 도쿄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택에서 열린 파티에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악기 케이스를 들고 들어가 곤 전 회장이 들어가게 한 다음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CCTV 등 감시망을 피해 자택을 벗어난 곤 전 회장은 수도권의 나리타(成田), 하네다(羽田)공항 대신 오사카(大阪)에 있는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이스탄불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간사이공항 사무소 측이 지난달 29일 밤 자가용 비행기 한 대가 이스탄불로 떠난 사실을 확인해 줬지만 탑승자 이름과 출발시간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하는 경우도 똑같은 출국 수속을 밟아야 하지만 곤 전 회장의 출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교도통신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입국할 때는 다른 이름의 프랑스 여권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확인할 수 없지만 곤 전 회장의 탈출 과정에 부인인 캐럴과 연락을 주고받은 레바논 민병대가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민병대는 헤즈볼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곤 전 회장의 재판을 관할하는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검찰 측 청구에 따라 보석 조건을 위반한 곤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두 차례 납부한 15억엔의 보석보증금은 몰수하기로 했다. 또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인데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 언론은 적군파 요원의 송환 요구를 레바논 정부가 거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합법적으로 들어왔다며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던 곤 전 회장의 공판 진행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베이루트 자택에 캐럴과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베이루트 도착 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면담하고 레바논 정부로부터 엄중 호위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저출산·이민 통제… 美 인구증가율 100년 만에 최저

    출산율 저하, 고령화, 이민자 감소 등으로 미국의 2019년 인구증가율이 약 10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통계국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2019년 인구가 3억 2823만 9523명으로 전년에 비해 155만 2022명(0.5%)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P는 해당 인구증가율이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17~1918년 이래 최저치라고 보도했다. 통계국은 인구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수치인 인구 자연증가분의 감소를 들었다. 2019년 자연증가분이 95만 6674명을 기록하면서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1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저출산 경향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출산율은 4년간 연이어 하락해 2018년에는 출생아 수가 32년 만에 최저치(379만 1712명)를 기록했다. 이민자 수 감소도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1년간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약 59만 5000명인데 이는 2016년의 100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통제 정책을 강화한 결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통계국 자료를 분석하며 캘리포니아의 탈출 러시에 주목했다. 지난 9년간 18세 미만 인구를 40만명 이상이나 잃었기 때문에 주 하원의석 53석 중 1석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뉴욕 인구 역시 4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구가 감소한 주는 뉴저지와 코네티컷을 포함해 총 10개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미국 100년만의 ‘저출산 시대’

    미국 100년만의 ‘저출산 시대’

    美 인구 3억 2824만명, 전녀보다 0.5%↑1910년대 이후 100년만 최저 인구 증가율자연증가분도 2010년대 첫 100만명 이하 캘리포니아 9년, 뉴욕 4년 연속 인구 감소이민통제, 고령화, 출산율 저하 ‘3대 원인’출산율 저하, 고령화, 이민자 감소 등으로 미국의 2019년 인구증가율이 약 10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통계국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2019년 인구가 3억 2823만 9523명으로 전년에 비해 155만 2022명(0.5%)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P는 해당 인구증가율이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17~1918년 이래 최저치라고 보도했다. 통계국은 인구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수치인 인구 자연증가분의 감소를 들었다. 2019년 자연증가분이 95만 6674명을 기록하면서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1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저출산 경향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출산율은 4년간 연이어 하락해 2018년에는 출생아 수가 32년 만에 최저치(379만 1712명)를 기록했다. 이민자 수 감소도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1년간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약 59만 5000명인데 이는 2016년의 100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통제 정책을 강화한 결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통계국 자료를 분석하며 캘리포니아의 탈출 러시에 주목했다. 지난 9년간 18세 미만 인구를 40만명 이상이나 잃었기 때문에 주 하원의석 53석 중 1석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뉴욕 인구 역시 4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구가 감소한 주는 뉴저지와 코네티컷을 포함해 총 10개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조지 마이클 3주기 성탄절에 여동생 멜라니도 ‘라스트 크리스마스’

    조지 마이클 3주기 성탄절에 여동생 멜라니도 ‘라스트 크리스마스’

    3년 전 세상을 뜬 오빠 조지 마이클의 3주기인 성탄절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오빠의 공연 투어에 늘 함께 했던 여동생 멜라니 파나요투(55)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빠가 1983년 그룹 왬(Wham)으로 데뷔해 발표한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데 오누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날 세상을 떠났다. 2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가족은 성명을 발표해 멜라니가 지난 25일 런던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면서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런던 경시청도 50대 여성이 위독하다는 신고에 25일 저녁 7시 35분에 구급대가 출동했으며 죽음을 둘러싸고 의심스러운 죽음으로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본명이 게오르기오스 키리아코스 파나요투인 조지는 2016년 성탄절에 옥스퍼드셔 고링온템스의 자택에서 53세의 나이로 별세했는데 연년생 여동생 멜라니가 정확히 3년이 지나 뒤를 따랐다. 오누이는 그리스계 이민자인 아버지 잭과 잉글랜드인 어머니 레슬리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다. 1997년 레슬리는 세상을 떠났으며 큰딸 이오다(57)만 남았다. 조지는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고’ 등으로 대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 1987년 솔로로 전향해서도 초대형 히트곡들을 양산했다. 활동 기간 앨범 판매고는 1억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가 부른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발표한 지 36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성탄 시즌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잡지 ‘빅 이슈’ 인터뷰를 하며 멜라니는 최근 발표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오롯이 오빠의 음악에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과 난 여러분이 영화를 한껏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요그(조지의 아명)의 음악은 오래 됐지만 새롭고, 즐겁고도 쉬운 사랑 얘기와 자기애(self-love)를 아름답게 빚어냈다”며 “많이 알려져 있듯이 요그는 성탄을 경배했고 이 영화 아이디어를 좋아했다. 난 그가 저멀리 하늘에서 에밀리아 클라크(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여주인공이자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여주인공)의 환하게 빛나는 미소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털어놓았다. 1985년 멜라니는 잡지 ‘No.1’ 인터뷰를 통해선 오빠와 함께 자란 어린 시절에 대해 “조지가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게 자라났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내 말은, 내가 기억하기론, 또래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나 자동차, 그딴 것들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내성적이지도, 몇몇 사람들이 꾸미는 것처럼 부끄러워 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아이였다”고 돌아봤다. 나아가 둘이 아주 닮았고, “서로에 대해 아주 솔직할 수 있었고 웃음 코드마저 똑같았다. 팬들은 우리가 머리끝까지 닮았다고 한다. 콩 심는 데 콩 난다고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할리우드 엘리트’의 州…트럼프는 캘리포니아를 싫어해

    ‘할리우드 엘리트’의 州…트럼프는 캘리포니아를 싫어해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샌드백’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관련 인사들과 연일 말다툼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이렇게 비유했다. 이른바 ‘할리우드 엘리트’로 불리는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캘리포니아적’ 발언은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떠오른 낸시 펠로시 의장과의 갈등으로 최고조에 다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 하원과 펠로시 의장을 공격하며 캘리포니아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펠로시의 지역구는 노숙자 및 범죄와 관련해 급속히 미국에서 최악의 도시 중 하나가 됐다. 너무 빨리, 너무 나빠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탄핵의 선봉에 선 펠로시 의장의 지역구가 바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코인데, 펠로시와 해당 지역구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는 “펠로시는 똑같이 무능한 주지사 개빈 뉴섬과 함께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 그건 매우 슬픈 광경”이라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지지를 얻기를 아예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많은 5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대선의 가장 큰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이지만,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연방정부 탈퇴 움직임이 있었을 정도로 반트럼프 정서가 높다. 당시도 캘리포니아의 선택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매릴 스트립과 조지 클루니, 로버트 드 니로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 역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다.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이미 수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이번 펠로시 공격 발언도 노숙자 문제를 놓고 최근 연일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뉴섬 주지사를 다시 비판하며 나온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의 노숙자 숫자가 급등한 것에 대한 해법을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노숙자를 수용하기 위한 기존 시설을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노숙자들을 도시 외곽의 연방시설에 몰아 넣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숙자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민주당이 집권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 양측은 이민, 환경 문제를 놓고도 충돌한 바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의 합법적 이민을 어렵게 하겠다는 규정을 발표하자 캘리포니아와 뉴욕 주정부가 소송을 예고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뉴섬 주지사와 하비어 베세라 주법무장관은 “이것은 이민자 가족과 유색인종 공동체의 건강과 복지를 타깃으로 하는 무모한 정책”이라는 성명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웠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26일부터 초등학교 예비소집…아동 안전 확인 안 되면 수사

    26일부터 초등학교 예비소집…아동 안전 확인 안 되면 수사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예비소집이 실시된다. 예비소집에 불참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학교·지방자치단체·경찰청 등과 함께 2020학년도 초등학교 취학대상 아동 소재·안전 집중점검을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예비소집은 이달 26일 세종시를 시작으로 내년 1월 10일까지 지역별로 실시된다. 학교별로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예비소집 일자와 시간은 취학통지서로 확인해야 한다. 보호자는 자녀나 보호하는 아동이 입학하는 학교의 예비소집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동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학교에 문의해 개별 방문 등 별도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취학이 어려운 경우에는 학교에 취학의무 면제 또는 유예를 신청하면 된다. 특히 예비소집에서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아동에 대해서는 가정 방문, 등교 요청 등 절차를 진행한다. 학교는 아동의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소재 파악을 위한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예비소집 불참 아동을 비롯해 무단·장기결석 학생의 안전과 소재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던 신원영군은 예비소집에 불참한 뒤 부모 학대로 숨졌지만 새 학기 개학 후 무단결석 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취학 대상 아동의 소재와 안전 확인을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부터는 법무부와 정보를 연계해 중도입국 자녀(결혼이민자가 본국에서 데려온 자녀)가 있는 가정에 초등학교 입학 절차에 대한 안내 문자를 해당 국가 언어로 발송하기로 했다.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주민센터 등 유관기관에는 학교 편입학 안내자료를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러시아어·크메르어·미얀마어·몽골어·아랍어·타이어·타갈로그어·프랑스어 등 13개 언어로 배포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색채 마술사’ 佛 패션 디자이너 웅가로 별세

    ‘색채 마술사’ 佛 패션 디자이너 웅가로 별세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가 22일(현지시간)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86세.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웅가로는 신사복 재봉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9살 때부터 의상 제작술을 배웠다. 그는 23살이던 1956년 파리로 상경해 거장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조수로 들어가면서 오트쿠튀르(고급맞춤복)의 세계에 본격 입성했다. 이후 그는 이브 생로랑과 함께 오트쿠튀르의 대안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게 됐다. 웅가로의 디자인은 기하학적이고 과감한 무늬의 활용과 여성의 신체 특성을 살린 관능적인 스타일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그가 1965년 세운 웅가로 패션하우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능과 색감, 화려함의 거장으로서 그는 우리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 “옷 안에서 살게 해야”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 “옷 안에서 살게 해야”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숙환으로 여든여섯 삶을 마쳤다. 이탈리아 이민자 재단사의 아들로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태생인 웅가로는 부친의 영향으로 아홉 살부터 의상 제작을 익히기 시작해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맞춤복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다. 가문의 영향으로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워온 그는 20대 초반이던 1956년 파리로 상경, 스페인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조수로 들어가면서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의 세계에 입성했다. 발렌시아가는 그에게 “엄격함과 완벽함”을 가르쳤다고 홈페이지 ‘하우스 오브 에마뉘엘 웅가로’는 전하며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에마뉘엘 웅가로는 과감히 변신을 시도하며 뜻밖의 감각적인 충돌을 즐겼다”고 하우스했다. 웅가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패션 스타일을 접목해 화려한 색채, 기하학적인 프린트, 과감한 무늬의 활용과 더불어 여성의 신체 특성을 살린 로맨틱하면서도 관능미 넘치는 선의 스타일로 독특한 패션세계를 구축했다. 웅가로는 1980년대에 특히 큰 성공을 거둬 재클린 케네디, 카트린 드뇌브, 마리엘렌 드 로스칠드 등의 명사들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2005년 은퇴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인 아심 압둘라에게 처분한 그는 미국 여배우 린제이 로한이 이 브랜드의 예술감독으로 잠깐 고용되자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패션 하우스가 “혼을 잃는 과정”에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은 일로 눈길을 끌었다.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구도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향수와 명품 등 여성의 패션을 창출하는 일을 말년에도 계속해왔다. 그는 결혼했으며 딸 하나를 뒀는데 그녀는 최근에 거의 대중의 눈 밖에 있었다. 한 가족 구성원은 AFP에 고인이 최근 2년 동안 건강 상태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간방패’ 만들어 경찰 몽둥이질에서 남학생 구한 인도 여학생들

    ‘인간방패’ 만들어 경찰 몽둥이질에서 남학생 구한 인도 여학생들

    인도 정부의 시민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의 한 대학가에서 벌어진 시위 이후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남학생 한 명을 집단 구타하는 무장 경찰을 막아선 여학생들의 사연이 퍼지면서 경찰을 향한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인도 NDTV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 소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JMI) 공립중앙대학교 인근에서는 시민권법 개정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돌과 최루탄 등을 주고받으면서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JMI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있는 샤힌 압둘라 역시 시위 도중 경찰에게 둘러싸여 크게 다칠 뻔했다. 압둘라는 “여학생들을 궁지로 몬 경찰을 보고 달려갔다가 붙잡혔다. 기자증과 학생증을 보여줬지만, 소용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둘라를 바닥으로 넘어뜨린 뒤 마구잡이로 몽둥이질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집단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압둘라는 여학생들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그때, 한 무리의 여학생이 경찰 앞을 가로막았다. 쏟아지는 곤봉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압둘라를 빙 둘러싼 여학생들은 ‘인간방패’를 만들어 친구를 보호했다. 차마 여학생들을 때릴 수 없었던 경찰은 ‘인간방패’ 틈 사이로 곤봉을 찔러넣거나 발길질을 해대며 끝까지 압둘라를 폭행했다.인간방패 중 한 명으로 JMI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샤 렌나는 NDTV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학생들을 뒤쫓으며 잔인하게 공격했다. 숨어든 우리 앞으로 몰려와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곤봉이 여학생들을 공격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압둘라가 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들을 구하려 뛰어든 압둘라가 오히려 경찰에게 맞는 상황이 벌어지자 망설임 없이 경찰을 막아섰다고도 덧붙였다.애초 평화 행진으로 시작됐던 시위는 경찰이 연대 행진에 나선 알리가르 무슬림대 학생들을 저지하면서 무력 충돌로 번졌다. 진압 과정에서 100여 명의 학생을 연행한 경찰은 발포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시위대 중 1명이 다리에 총알을 맞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모하마드 무스타파 역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양팔을 다쳤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인도에서는 최근 시민권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논란과 시위가 촉발됐다. 개정안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나라 출신 불법 이민자로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믿는 이의 경우 과거보다 쉽게 시민권을 얻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무슬림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야당, 대학생, 이슬람교도 등은 곳곳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등은 개정안이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 등 인도의 헌법 이념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反무슬림법’ 강행하는 모디… 민족주의 이슈로 경제 위기 덮나

    ‘反무슬림법’ 강행하는 모디… 민족주의 이슈로 경제 위기 덮나

    이민자 종교검사로 무슬림 시민권 제한 학생들 “헌법 위반·세속주의 파괴” 반발 경찰, 강경진압… 6명 사망·3000명 체포 인권변호사 “국민 관심 돌리려 만든 이슈”인도에서 이슬람교도 이민자를 사실상 불법화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시위로 6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체포됐다. 문제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이민자의 종교 검사를 통해 무슬림에게 시민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시민권법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시위에 인도의 평등과 세속주의 골격을 세운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5일째 시위가 벌어진 서벵갈에서 17일 최소 354명이 체포됐다. 이날 펀자브대학에서는 뉴델리에 있는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대학과의 연대 표시로 거리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개정된 시민권법은 평등을 규정한 헌법 14조 위반이자 세속주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아삼주 최대 도시 구와하티에서 계속된 시위로 군병력 수천명이 진압에 투입됐으며 지금까지 6명이 경찰 발포와 폭행으로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윗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은 1000% 옳은 조치”라며 법안 시행을 강행할 태세다. 힌두 민족주의는 모디 총리 지지층의 이념이자 인도국민당(BJP)의 핵심 목표다. 지지자들은 심지어 인도의 국가 명칭을 고유어인 ‘바랏’으로 바꿀 것을 주장한다. 2014년 집권 이후 모디 총리는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등 민족주의 조치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아삼 지역 인권 변호사인 아만 와두드는 “경제가 누더기”라며 “인권법 개정은 국가를 양극화하고,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만든 이슈”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연방 하원, 12일 상원을 통과했다. 대통령 공표만 남겨 둔 상태다. 유명 배우이자 하원 의원인 라비 키샨은 “무슬림 국가도 있고, 유대교 국가도 있는데 우리도 하나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시민권법은 무슬림이 다수 국가인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서 2014년 12월 이전에 인도로 건너와 정착한 힌두교·기독교와 같은 종교적 소수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내준다. 그러나 무슬림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에서 박해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시민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럴 경우 인도 동북부 무슬림 약 200만명이 국적이 없는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시아파, 미얀마의 로힝야 무슬림과 힌두교, 스리랑카의 기독교 타밀족 등이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종교에 따른 무슬림 차별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모디 정부가 헌법이 규정한 세속주의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손녀이자 야당인 국민회의 임시 대표인 소냐 간디는 “시민권법은 인도의 영혼을 찢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자국민에게 인도 동북부 여행 주의령을 내렸다. 주인도한국대사관도 “아삼의 경우 여행이나 출장을 예정한 사람들은 일정을 재고해 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패배한 야당은 다 똑같네...英노동당 내분 확산

    당대표 사퇴론에서 동료 의원 간 설전까지…. 선거에 패배한 정당에 불어닥치는 후폭풍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조기 총선에서 대패한 영국 노동당에서는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당내 소송전까지 비화되고 있다. 영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예비내각 외무장관인 에밀리 손베리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캐럴라인 플린트 전 의원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린트 전 의원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지역으로 꼽히는 잉글랜드 북부 돈 밸리 지역구에서 보수당에 밀려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는 지난 주말 스카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 패배 원인으로 당내 유럽연합(EU) 잔류파들을 꼽았다. 노동당을 지지했던 노동자들이 동유럽 등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브렉시트(EU 탈퇴)에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졌는데, 당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었다. 플린트 전 의원은 “그녀(손베리)는 내 동료 중 한 명에게 ‘내 지역구 유권자들은 당신들 지역구 유권자들만큼 멍청하지 않아서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손베리 의원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플린트 전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손베리는 “사람들이 사실을 갖고 나를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지어낼 수는 없다”면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법정으로 가야한다”고 대응했다. 특히 손베리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군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발언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베리 의원과 함께 EU 잔류를 강하게 주장했던 키어 스타머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등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브렉시트 이슈는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 후보군간 합종연횡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손베리와 스타머 등을 비롯해 레베카 롱 베일리 노동당 예비내각 기업부 장관, 리사 낸디 하원의원, 제스 필립스 하원의원 등의 이름이 차기 당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후보군 가운데 한명으로 보도됐던 앤절라 라이너 예비내각 교육부 장관은 평소 친분이 있는 롱 베일리 의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 대표보다는 부대표직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용감한 인도 여성들, 경찰이 남성 무차별 구타하자 ‘인간방패’로

    용감한 인도 여성들, 경찰이 남성 무차별 구타하자 ‘인간방패’로

    사정 없이 휘두르는 경찰의 막대기를 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남성을 보호하는 용감한 인도 여성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의 시민권 개정 법안(CAA) 강행 움직임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15일 수도 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대학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샤힌 압둘라란 남성이 진압복에 헬멧까지 갖춘 경찰관들에 의해 끌려 나가자 젊은 여성들이 인간방패를 만들어 보호했다. 라디다 파르자나(22)는 다음날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친구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치는 일분도 안돼 끝났지만 경찰의 잔인한 시위 진압 방식을 폭로하기에 그만인 동영상이다. BBC에 따르면 다음날 압둘라의 얼굴은 베인 상채기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그는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압둘라는 “우리(와 동영상)에 대한 것만 아니라 이 법이 실행되면 어찌 될 것인지” 봐야 한다며 “나와 이 소녀들에게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무슬림에게 벌어질 일”이라고 개탄했다. 라디다 역시 주민들에게 “제발 깨달아 거리로 나와 함께 어울려 이 문제에 맞서 싸우자. 이건 우리의 의무”라면서 “우리가 얘기하지 않으면 누가 얘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인도 야당과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반무슬림 정책이 강화돼 대규모의 이민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힌두와 시크, 불교와 자인, 파르시, 기독교 등 여섯 종교 신도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박해를 받다가 탈출한 전력이 입증되면 시민권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은 제외된다. 다만 현행 11년이 아니라 6년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북동부 아삼주에는 200만명이 넘는 무슬림 이민자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을 국경 밖으로 내쫓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델리의 시위 인파는 이전보다 많이 줄어 경찰과 시위대원 합쳐 50명 정도만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시 적어도 세 명이 경찰이 발포한 총탄에 다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유엔 인권사무실은 의회 승인을 이미 거친 이 법안이 본질적으로 차별적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BJP 정부는 종교적 편견 없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달아난 이들을 수용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 세 나라의 소수 종교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슬림들은 인도가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디다와 친구들은 이 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무도 분명하다며 “CAA가 무슬림을 몰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이 인도의 세속적인 전통들과 충돌할 것을 우려하는 비무슬림 학생들까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학 캠퍼스 안에까지 들어가 출입문을 부수고 도서관에 최루 가스를 살포하는 등 엄격한 진압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런던에서 상주곶감 “달콤하고 맛도 좋다” 평가…수출 청신호

    런던에서 상주곶감 “달콤하고 맛도 좋다” 평가…수출 청신호

    경북 상주시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상주곶감’ 판촉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상주시와 수출업체 경북통상은 지난 13∼15일 영국 런던 외곽지역인 뉴몰든의 한 마트에서 상주곶감 홍보 판촉행사를 열었다. 마트를 찾은 주민에게 곶감을 소개하고 시식회도 했다. 이곳 한인교포와 중국 이민자들이 상주곶감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몰든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런던 남서부 지역으로 한인 가게와 식당가는 물론 한인 교회와 유치원 등을 갖춘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다. 주선동 상주시 유통마케팅과장은 “‘달콤하고 맛도 좋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시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여 수출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부터 상주곶감 수출판로 확대를 추진 중이다”면서 “앞으로 유럽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한편 상주 시민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시 양촌면 행사장에서 “유명한 상주곶감은 양촌에서 가져간 것”이라고 발언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송병길(64) 법무사는 지난 16일 “김 의원이 한국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상주곶감의 가치와 3860가구에 달하는 상주곶감 농가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며 상주경찰서에 김 의원을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김 의원은 14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열린 ‘2019 양촌 곶감축제’ 개회식 축사에서 “상주곶감이 유명해서 중국까지 수출된다고 하는데 알고보니 양촌에서 가져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상주곶감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지역 정치권에서도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상주시의회는 16일 “김 의원이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려 상주시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임이자 국회의원(자유한국당)도 “김 의원의 발언은 상주곶감 농가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심한 모멸감을 안겨 주었다”고 사과를 요구했고, 상주에 지역구를 둔 김재원 의원(자유한국당)도 “김 의원 발언은 4000여 상주곶감 농가에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해명 및 사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獨 축구스타 외질은 왜 ‘中저격수’ 자처했나

    獨 축구스타 외질은 왜 ‘中저격수’ 자처했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31)이 중국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그의 소속팀 아스널의 중국 내 중계가 금지되면서 ‘제2의 휴스턴 로키츠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구단주도 홍콩 시위 사태를 옹호하는 내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올렸다가 중국에서 보이콧을 당했다. 독일 국적의 외질은 왜 축구계 퇴출을 각오하고 ‘중국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을까. ●홍콩 지지 역풍 ‘제2 휴스턴 로키츠’ 될판 16일 중국 최대 스포츠지 티탄저우바오는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월 데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SNS 게시물보다 외질에게 더 큰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CCTV는 아스날 경기 생중계를 다른 경기로 대체했다. 앞서 외질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은 코란을 불태우고 이슬람사원을 폐쇄한다. 이슬람 신학교를 금지하고 이슬람 신학자를 죽인다. 이슬람 형제를 강제 수용소에 가두고 이슬람 여자들을 중국 남성들과 강제로 결혼시킨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들을 ‘동투르키스탄’으로 지칭하며 이들을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이슬람 전사로 묘사했다. 사실상 중국인들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표현이다. 터키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과거 ‘돌궐’(투르크)에서 찾는다. 돌궐은 중국 역사에서 ‘흉노’로 불리던 민족들 가운데 하나로 중앙아시아와 만주 지역에 걸쳐 생활했다. 전성기에는 고구려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중국 대륙을 위협했다. 터키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돌궐은 내부 분열과 중국의 압박 등으로 서쪽으로 이동해 지중해 지역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정착해 위구르족으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중국이 위구르족을 탄압할 때마다 터키가 성명을 내 강하게 규탄하는 데는 이같은 민족적 동질감이 자리잡고 있다. ●터키 출신 獨서 차별… 인권문제 거론한 듯 외질은 1988년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터키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2009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에 크게 기여해 ‘독일 사회통합의 성공 사례’로 여겨졌다. 왕성한 기부 활동 덕분에 미담도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을 눈앞에 둔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가 ‘독재자를 옹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내 가족의 고향 지도자에 대한 예우였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외질을 희생양으로 삼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결국 그는 인종차별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외질은 터키인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독일 국적을 택했다. 이슬람교 신자임에도 스스로를 독일인으로 여기며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터키 대통령 기념사진 촬영을 계기로 독일 사회의 뿌리깊은 민족 차별을 경험한 뒤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것 같다. 이제 그는 터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위구르족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그가 속한 축구팀은 중국 업체의 후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명문 클럽들에게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외질은 아스날을 끝으로 유럽 빅리그 생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이런 불이익을 예상하고도 중국을 비난한 것은 최근 독일에서 느낀 민족적 설움이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증오정치 그만”… 로마서 외치는 10만 ‘정어리떼 시위’

    “증오정치 그만”… 로마서 외치는 10만 ‘정어리떼 시위’

    야당 살비니 겨냥 분열 정치 중단 요구 새달 26일 지방선거때까지 이어질 듯이탈리아 시민들의 극우 포퓰리즘 반대운동인 ‘정어리떼 시위’가 수도 로마에 상륙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민 10만여명이 14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이탈리아에서 준동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극우 성향의 동맹당을 이끄는 ‘분열과 증오의 아이콘’ 마테오 살비니를 정조준해 분열·증오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려 넣은 플래카드·포스터 등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고 ‘반(反)파시즘’을 상징하는 노래인 ‘벨라 차오’(Bella Ciao)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지난 한 달간 이탈리아 각지에서 진행된 시위 중 이번 로마 시위 규모가 가장 크다. 집회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인 마티아 산토리는 연단에 올라 “목표는 광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고 우리는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바티칸 교황청 최고위 인사까지도 가세했다. 권력서열 2위인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앞서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정어리떼 시위의 일원은 아니지만 이 운동의 장점을 이해하고 국익에 기여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운동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목받고 그것이 국가 복지를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어리떼 시위는 좌파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볼로냐에 살고 있는 30대 시민 4명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반극우 시민운동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수백만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며 덩치 큰 물고기와도 맞서는 정어리처럼 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 주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지난달 14일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볼로냐를 출발점으로 시칠리아와 밀리노, 토리노 등 들불처럼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들은 오랜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과 이주·이민자들에 대한 증오 심리를 활용해 이탈리아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이민자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정당을 겨냥하고 있다. 정어리 시위는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에밀리아로마냐주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최고 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前 연준의장 별세

    ‘최고 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前 연준의장 별세

    1980년대 미국 호황기를 이끌었던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2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최고 14.8%까지 치솟던 인플레를 잡아 ‘가장 위대한 인플레 파이터’로 불렸던 볼커 전 의장이 이날 사망했다고 그의 딸 재니스 지마가 확인했다. 1979~1987년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을 지낸 그는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최고 20.5%까지 올렸다. 2m가 넘는 거구인 볼커 전 의장은 당시 신변 위협을 느껴 권총을 차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에 힘입어 물가안정과 산업 구조조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미국은 이후 장기 호황의 길로 들어섰다. 1927년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난 볼커 전 의장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대학원, 런던정경대학(LSE)을 졸업한 뒤 체이스맨해튼은행, 미 재무부, 뉴욕연방준비은행 등을 거쳐 연준 의장에 올랐다.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난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자기자본의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 룰’로 유명하다.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헨리 카우프먼은 볼커 전 의장에 대해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英최고의 문제적 작가 제이디 스미스 다문화에 대한 혐오의 최격전지 런던 경제적 성공 좇는 서로 다른 네 인종 브렉시트 전후 영국인의 고민 담아내 오늘의 런던을 읽는 두 가지 콘텐츠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제이디 스미스가 쓴 소설 ‘런던, NW’다.‘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 런던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난민, 아시아계 등이 집결해 아직도 혐오와 차별에 허덕이는 격전지다. 영국 문예지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 제이디 스미스가 그린 런던은? 다문화주의를 넘어 강고한 신자유주의로 넘어가는 복판에 있다. NW는 런던의 북서부 지역을 의미하는 우편 기호라고 한다. 이 소설은 NW의 저소득층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네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공통된 꿈을 좇는 모습을 추적한다. 리아, 내털리, 필릭스, 네이선은 런던 북서부의 저소득층 주택 단지 ‘콜드웰’에서 자랐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낭만적인 성격의 백인 리아 한월은 미래를 위해 쾌락을 보류하는 대신, 모든 시절의 유행을 마음껏 즐기며 성장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프랑스 출신의 흑인 미용사 미셸과 결혼했지만, 이들의 동상이몽은 점입가경이다. “프랑스에서라면 내가 아프리카인인지 알제리인인지 아무도 관심 없어.(중략) 거기에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여기서는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52쪽) 미셸은 호언장담하지만, 리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남편과 침대 위 쾌락에만 집중할 뿐 왜 사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도대체 어느 쪽이 앞인지에 대해서는 반문한다. 미셸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크고 좋은 집을 구하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책으로 배운 투자로 번번이 실패하는 한편, 리아는 몰래 피임약을 복용한다. 한편 4인방 중 유색인인 내털리는 보란 듯이 성공해 법정 변호사가 됐다. 리아가 마리화나에 빠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색인인 내털리는 도서관에서 독학해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내털리는 상류층 인사들이 가득한 자신의 파티에 리아 부부를 초대하고, 리아 부부는 파티에 섞이지 못한 채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화려한 저택과 든든한 인맥,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삶. 이 모든 것은 그간 열심히 노력한 내털리가 누려 마땅한 보상일까, 혹은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의 시작일까. 소설의 첫머리를 장식한 글귀 하나. ‘아담이 밭을 갈고 이브가 베를 짜던 시대에는 누가 귀족이었을까?’ 14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사상가이자 농민 반란 지도자인 존 볼의 말이다. 거의 ‘태초에 귀족이 있었다’ 수준이다.‘라스트 크리스마스’ 이후의 세계는 ‘런던, NW’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은, 어찌 보면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자신의 인종적 처지에 따라 내몰린 경향이 있고, 그 결과는 자식들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하게 부유하거나 고통스럽게 전진하기, 행복한 빈민이 되거나 불행한 귀족이 되거나. 브렉시트 전후의 영국 구성원들의 고민을 담은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북 리뷰’가 꼽은 최고의 책 10권, ‘월스트리트저널’과 ‘타임’이 뽑은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되었다. 본인 자신도 자메이카 이민자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디 스미스는 지금 현재 영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멜라니아 ‘난 상관 안 해’ 재킷 입은 속내

    멜라니아 ‘난 상관 안 해’ 재킷 입은 속내

    “이방카의 영부인 역할 불만 메시지” 패션에 담긴 생각·감정 집중적 다뤄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49)가 줄곧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이용했던 옷 이야기가 그의 전기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AFP통신은 CNN 케이트 버넷 기자가 집필한 ‘프리, 멜라니아’(Free, Melania)가 곧 발간된다며 일부 내용을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공식 발언보다 옷을 통해 의중을 알렸다. 지난해 6월 텍사스 접경 지역의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난 상관 안 해’라는 문구가 적힌 자라 브랜드의 녹색 재킷이 대표적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이나 적대적 언론에 대한 비판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버넷 기자는 “의붓딸 이방카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주장했다. 장녀 이방카가 이따금 영부인 역할을 하며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멜라니아가 바지 정장 등 남성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것은 여성스러운 옷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슬로베니아 태생인 멜라니아는 모델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다. 백악관 내의 영향력은 대중에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멜라니아는 백악관 3층의 투룸 스위트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아래층이 대통령의 주 침실이다. 별도의 화장공간 및 운동 전용실이 있다. 한편 이날 멜라니아는 ‘미국의 정신’을 주제로 꾸민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을 트위터에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흰색으로 통일한 멜라니아의 패션에 대해 “크리스마스의 온정과 환대하는 마음을 보여 주고자 제작한 영상에서 어깨에 걸친 흰색 코트는 차가움과 무관심을 풍긴다”고 비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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