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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말 못하면 왜 욕하고 바보 취급하는지”…한국 인종차별 심각

    “한국말 못하면 왜 욕하고 바보 취급하는지”…한국 인종차별 심각

    인권위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조사’ 발표이주민 약 68% “한국에 인종차별 있다”한국어 능력·외국인·출신국 주된 차별사유한국어 못하는 이주민 여성 성폭행 피해도이주민 약 49% “차별 당해도 그냥 참았다” “남편 회사 공장장이 한국 사람한테는 욕 안 하는데 남편한테는 ‘XX새끼, 왜 제대로 일 안 하냐’ 이렇게 얘기해요. 어쩔 수 없이 참아요.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예멘 출신 난민 A씨) “한국말을 못하면 왜 애 취급하는 건지, 왜 바보 취급을 하는 건지…. 그런 것들이 한국 사람들한테 있어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B씨)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을 앞두고 국내 이주민 상당수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국가인권위원회가 19일 발표했다. 인권위가 이날 공개한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이주민(난민,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재외동포, 북한이탈주민 등) 310명 중 68.4%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인종, 민족, 피부색, 출신국, 한국어 능력 등 각 차별 사유별로 차별을 경험한 정도를 물었더니 ‘한국어 능력’(62.3%), ‘한국인이 아니어서’(59.7%), ‘출신국’(56.8%)이 주된 차별 사유였다. 캄보디아 출신의 한 결혼이민자는 “택시는 외국인을 안 태워준다. 우리 엄마를 안 태워줬다”면서 “주소를 확인하고 못 간다고 하면 알겠는데, 택시기사가 외국인이니까 나가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여성은 신체 접촉이나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 중국동포 여성은 “남성 직원이 항상 매장 창고에 가서 처음에는 말로 놀리다가 나중에 제 얼굴을 만지거나 스킨십 같은 걸 막 했다”면서 “‘이러지 마세요’라고 하면 그는 ‘어디서 이런 일 가지고 정색하냐. 별것도 아닌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주민들이 경험하는 차별 행위는 주로 반말, 욕, 조롱 등의 ‘언어 비하’(56.1%)와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질문’(46.9%), ‘불쾌한 시선’(43.1%), ‘일터에서의 차별’(37.4%) 등이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한 중국동포는 “‘너네 어차피 여기 오는 건 그냥 돈 벌러 오는 거잖아. 대학원 다니는 것도 학위 따서 좋은 시집가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차별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는지를 물었더니(복수응답)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말했다’(50.2%)와 ‘그냥 참았다’(48.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참는 주된 이유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57.8%),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45.3%)였다. 보고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한국인 중심주의’ 또는 ‘한국 우월주의’에 기반하면서, 출신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위계를 나누고 이를 근거로 이민자 집단을 무시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인종차별 행위 중지 및 피해구제 △인종차별 선동 행위의 범죄화 △인종차별적 혐오표현 규제 등을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인종차별 확산 금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적이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코로나 두려움에 묻힌 과테말라 임신부의 죽음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코로나 두려움에 묻힌 과테말라 임신부의 죽음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과테말라의 19세 임신부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기 위해 장벽을 넘다가 떨어져 숨진 사건은 묻히고 말았다. 야후 뉴스 검색을 해보면 영문 기사가 단 세 건에 불과하고 국내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예 기사를 다룬 매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로 향하던 미리암 스테파니 히론 루나가 6m 높이의 국경 장벽을 기어오르다 떨어졌다. 아이 아빠로 추정되는 26세 남성이 함께 장벽을 넘다가 미국 국경순찰대원들에게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요청해 히론을 급히 엘패소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온몸에 상처는 물론 간과 신장마저 상한 히론을 여러 차례 수술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태아라도 살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과테말라 북부 산 마르코스주 출신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했고 미인대회 우승 경력도 있는 히론은 가족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겠다며 미국행을 원해 멕시코까지 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과테말라와 이웃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의 수많은 이들은 가난과 폭력 때문에 못 살겠다며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멕시코로 건너와 미국이 세운 장벽을 넘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 성명은 그녀가 임신 7개월이었다고 밝힌 반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임신 8개월이었다고 달리 전했다. 마크 모건 CBP 국장 대행은 밀입국 브로커들이 히론을 한밤중 국경에 데려다 놓았다고 전했다. 히론과 동행한 남성은 국경순찰대에 붙잡혔는데 “그렇게 위험이 큰줄 알았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더라고 테칸디 파니아과 델리오 주재 과테말라 영사는 AP통신에 전했다. 파니아과 영사에 따르면 미국 국경 장벽을 넘으려다 떨어져 다친 과테말라 사람이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명째다. 하지만 미국으로 넘어오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힘들어지고 있다. 중미 이민자들이 제3국에 대신 망명하도록 하거나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정책 때문에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거액을 주고 국경 장벽 근처에 와 장벽을 기어오르거나 강을 건너는 등의 위험한 방법으로 불법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CBP는 장벽을 넘도록 부추긴 밀입국 브로커들이 히론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멕시코 당국과 협력해 책임자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지난해 8월에도 엘패소 동쪽의 농수로에서 과테말라시티 북쪽의 바하 베라파스주 출신 스무살 여성 빌마 멘도사가 주검으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그녀는 한달 전 미국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보호 프로토콜에 의거해 후아레스로 이송돼 법원 심리를 기다리던 중 몰래 밀입국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봉쇄에 따라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를 통해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만 8959명이 검거된 반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2만 3181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한편 원래는 멕시코와의 국경을 걸어 잠그려는 쪽은 미국이었는데 이제는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더 골몰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멕시코가 국경을 통한 바이러스의 남하를 경계하는 것이다. 우고 로페스가텔 멕시코 보건부 차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코로나바이러스의 가능한 움직임은 (국경) 남쪽에서 북쪽으로가 아니라 북쪽에서 남쪽”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북상하는 사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보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로페스가텔 차관은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면 (국경을) 통제하거나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의 확진자는 현재 18명 밖에 되지 않고, 사망자도 없다. 미국이나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서도 확산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오히려 진단 능력 등에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멕시코 당국은 지금까지 9000건 이상의 진단 검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700명을 훌쩍 넘어섰고, 40명 넘게 숨졌다. 티후아나 상공회의소의 훌리안 팔롬보는 최근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붐비는 티후아나 육로 국경의 검역이 너무 허술하다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더 철저하게 검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한 트위터 이용자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얼른 장벽을 짓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우리가 비용을 대자”고 비꼬았다.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에다 코로나를 막기 위해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장벽을 필요로 한다!”고 적었다. 현재 장벽의 길이는 220㎞ 정도인데 이를 더 세우기 위해 여러 조달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BBC “불법체류·비싼 의료비 때문에 미국 더 위험”

    BBC “불법체류·비싼 의료비 때문에 미국 더 위험”

    “미국이 위험하다. 시스템 미비와 비싼 의료체계 때문이다.”(영국 BBC) “미국이 ‘뉴 노멀’(새로운 정상)을 맞이하고 있다.”(미국 CNN) 뉴욕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13일(현지시간)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42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까지 알려졌던 328명에서 100명 가까이 급증했다. 쿠오모 지사는 뉴욕주에서 수천 명의 감염자가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딸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예방적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내가 내 딸을 보호하지 못했나?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이날 오전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를 1740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는 41명으로 워싱턴주에서 31명, 캘리포니아주 4명, 플로리다주 2명, 조지아·캔자스·뉴저지·사우스다코타주에서 한 명씩 나왔다. 이날부터 유럽에서 오는 여행자들의 미국 입국이 30일 동안 중단되고 워싱턴·뉴욕·캘리포니아주 등은 대규모 집회와 모임을 금지했다. 여러 주의 학구에서 초중고교에 휴교령이 내려지며 학생들은 집에 머물게 됐고, 하버드·프린스턴·스탠퍼드 등 대학들도 강의실 문을 닫고 사이버공간으로 교실을 옮겼다. 그러나 이런 전대미문의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미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병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훨씬 많은 환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쿠오모 지사는 또 코로나19 검사 확대를 위해 연방정부가 테스트 권한을 주에 나눠줘야 한다고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연방정부가 워싱턴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식품의약국(FDA)을 통해 검사를 모두 통제하기보다 분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FDA는 이날 뉴욕주 보건국에 이 주의 보건연구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승인할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FDA는 이날 또 코로나19 검사 장비에 대해 비상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약·장비 기업 로슈 몰레큘러 시스템이 설계한 코로나 테스트 장비에 대해 신청이 들어온 지 24시간 안에 사용을 승인한 것이다.그러나 영국 BBC는 미국의 이런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들에도 의료 시스템은 더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1100만명에 이르는 멕시코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불법 체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비싼 의료 환경은 합법, 불법 이민자를 가리지 않고 2700만명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아 이들은 한 번도 병원이나 의원 등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부 리사 루비오(28)는 고용주를 잘 만나 아주 기본적인 혜택만 주어지는 의료보험에 가입했는데 아이를 소아과에 데려가 아주 간단한 진료를 받는데만 100달러를 지출한다고 했다. 그녀는 “일주일 전부터 기침이 나오고 목이 아프다. 내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사비를 내야 하는지, 아니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참아야 하는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중보건 분야 종사자들도 누구보다 심각한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내 어떤 고용주도 유급 병가란 것을 생각도 하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지역을 순회하며 일주일에 50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는 라비 그라보이스 샤 박사는 “우리 환자들에 대해 내가 걱정하는 것은 짬을 내 진찰을 받고 돌봄을 받기 어려우며 아프더라도 식품과 주거비용을 대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이런 것을 바꾸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코로나19는 한 나라를 휩쓸며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데 중국은 정보의 자유가 주어지지않는 데 문제가 있었고 반면 미국은 경제여건이나 이민자의 신분에 따라 사람들이 병원의 도움을 받는 데 너무 심한 불균형이 주어지는 점이 문제라고 BBC는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는 이런 배경들을 차별하지 않고 확산하기 때문에 한 사회의 아주 커다란 비중이 의사 진찰을 받을 수 없는 여건은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한 나라 전체를 좋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폭발적으로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中 ‘코로나19’ 종식? 美 차이나타운 상권은 무너졌다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中 ‘코로나19’ 종식? 美 차이나타운 상권은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와이 주 소재 차이나타운 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중국 대륙에서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사태가 태평양 건너 하와이 소재의 차이나타운 상권을 무너트린 양상인 셈이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이었던 상당수 상점은 모두 문을 닫은 채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양상이다. 이는 지난 10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 우한시 일대를 전격 방문,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국 내륙에서 증폭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인 것. 11일 오전 필자가 찾은 호놀룰루 시 중심의 차이나타운에는 상당수 상점이 문을 닫은 채 적막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차이나타운에는 약 400여 곳의 사업체가 주 정부에 공식 등록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 상점의 규모가 대부분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크다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입장이다. 평소 차이나타운은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필자가 찾은 차이나타운 곳곳은 문은 닫은 상점들이 상당했고 일부 영업을 이어가는 소수의 상점들 내부에도 고객들을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었다. 문을 연 상점 내부에는 물건을 고르는 고객 대신 소수의 직원들만 상점 내부의 진열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후 인적이 드문 거리로 전락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나마 이날 상점 문을 연 곳은 채소와 과일을 주로 취급하는 신선 식품 유통 업체들 뿐이었다. 해당 상점 상인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이 일대를 찾는 여행자들의 수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소 빈 곳을 찾기 힘들었던 차이나타운 소재 내부 주차장과 거리에 조성된 외부 주차장 시설은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긴 채 텅 비어 있었다. 약 2개월에 걸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지이지 않자, 이곳 상인들은 주 당국이 법안 제정 등을 통해 상권 회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기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일대에 대한 보안 강화와 청결한 거리 유지를 위해 주 당국이 법안을 제정한다면 방문자의 수가 평소 수준으로 회복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 사태가 지속되자, 최근 커크 콜드웰 시장도 차이나타운을 직접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는 등 지역 사회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차이나타운에 대한 주민들과 여행자들의 경계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차이나타운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소재한 다운타운에서 근무하는 에일리 한 씨(42세)와 그를 포함한 회사 동료들은 지척의 거리에 있는 차이나타운 일대를 찾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소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차이나타운에 소재한 맥주 집과 피자 전문점 등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그쪽 방향으로 단 한 차례도 가본 적이 없다”면서 “온라인 sns을 통해서 차이나타운 소식을 묻는 친구들에게 그 쪽으로는 당분간 가지 말 것을 충고하거나 혹시라도 방문 계획이 있는 지인에게는 코로나19 전염을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지 커뮤니티 내의 코로나19 전염 공포가 곧장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인 셈이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1월부터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이나타운의 상권이 하와이 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하게 제기돼 왔었다. 더욱이 최근 하와이 거주민 중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3월 이후에는 이 일대를 찾는 외부인의 발길이 모두 끊어진 상태다.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이 일대를 방문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 실제로 현지에서 9년 째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케빈 우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하와이를 찾아오는 중국인 여행자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라면서 “코로나19 사태 발병 이전이었다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여행 코스에 차이나타운이 반드시 포함돼 있었지만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탓인지 차이나타운은 여행코스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행자들 중 지난 2개월 동안 단 3팀만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길 원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들 역시 이동 중인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단순히 이 일대를 둘러보는 형식의 관광을 선호했다. 평소였다면 이 일대 식당을 예약한 뒤 식사 후 도보로 이동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와이 중국인협회 측은 코로나19 발병과 전염이 사실상 차이나타운과 무관한 상태에서 상인들의 생계에 대한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빅터 림 중국인협회 전 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막연한 두려움과 오해, 그리고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많은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식당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차이나타운비즈니스커뮤니티협회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차이나타운 상권이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해외 뉴스와 개인 SNS 등을 통해 번진 내용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샌더스, 유세장 등장한 나치깃발에 “역겹다”

    샌더스, 유세장 등장한 나치깃발에 “역겹다”

    미국의 첫 ‘유대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최근 자신의 유세현장에서 나치 문양의 깃발이 휘날린 것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샌더스 의원은 이날 CNN에 “미국의 주요 정치 집회에서 ‘스와스티카’(나치 문양)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말할 수 없다. 역겹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샌더스 의원 유세에서 한 남성이 나치 문양 깃발을 흔들었다. 이에 청중들은 이 남성의 돌출 행동에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는 그가 갖고 있던 깃발을 찢기도 했다. 결국 그는 경비원들에 의해 유세장에서 쫓겨났다. 샌더스 의원은 당시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남성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의 뒤편에 있었다”면서 “내가 연설할 때 청중이 야유해서 뒤돌아봤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샌더스 의원은 “‘스와스티카’는 이 나라가 저항하는 모든 것의 상징”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그 상징과의 싸움에서, 나치즘과의 싸움에서 40만명을 잃었고, 600만명의 유대인이 숨졌으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이다. 샌더스의 아버지 형제 등 그의 가족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자신을 ‘미국에 온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등 평소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민주 사회주의’라는 그의 정치적 성향과 전략 때문에 미국 내에서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비치는 유대인 조직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애타게 ‘아빠’ 불렀지만…美 맥도날드 화장실서 3세 여아 성폭행 사건

    애타게 ‘아빠’ 불렀지만…美 맥도날드 화장실서 3세 여아 성폭행 사건

    미국 시카고의 한 맥도날드 매장 화장실에서 3세 여아가 성폭행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저녁 8시경 아버지와 함께 시카고의 한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한 3세 여아는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생면부지의 한 남성에 의해 화장실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해당 화장실의 바로 옆 칸에서 동행했던 아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그 사이 가해자는 피해 아동에게 다가가 화장실 구석으로 유인했으며, 피해 아동이 소리를 지르며 울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 잠시 후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어린 딸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 칸의 문 아래로 쓰러져 있는 딸의 다리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딸의 다리를 잡아당겨 현장에서 구출했지만 그 사이 가해자는 도주하고 말았다. 가해자는 지난달 말, 사건이 발생한 시카고 내를 수색하던 경찰에 의해 결국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크리스토퍼 푸엔테(34)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멕시코 국적의 불법이민자였다. 그는 지난해 이민단속을 전담하고 있는 ICE(이민세관집행국)에 의해 체포됐었지만, 시카고가 ‘이민자 보호도시’라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민자들에게 최상의 도시라고 알려진 이민자 보호도시는 불법체류자들이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도록 허용된 도시로, ‘성역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내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을 감싸는 ‘이민자 보호도시’ 정책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이민관세청 강제추방국(ERO)의 로버트 가디언은 “지난해 시카고가 가해자인 푸엔테를 풀어준 것은 적절하지 못한 입법 절차였다”면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더 발생해야 입법자들이 문제의 법률을 수정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피해 아동의 변호사는 “피해 아동은 사건이 발생할 당시 두려움에 떨며 ‘아빠’를 여러 차례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해자인 푸엔테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아이를 추행하고 옷을 벗긴 것은 맞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재판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사진=자료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인 ‘로즈 먼데이’ 카니발 등 독일 유명 축제의 단골손님은 바로 ‘유럽의 거물’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카니발 퍼레이드를 장식하는 기상천외한 각종 정치 풍자 조형물 가운데 메르켈 총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빠짐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와 같이 보기 민망한 스트립걸로 여성 정치인을 묘사한 조형물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풍자물은 차라리 점잖다는 생각마저 든다. BBC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카니발은 메르켈이 수치심을 견뎌야 할 마지막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21년에 임기를 마친 뒤 명예롭게 은퇴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기독민주당에 닥친 연이은 위기로 메르켈의 ‘아름다운 퇴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극우에 치이고 좌파에 치이고 지난 2월 초 독일 정가는 튀링겐주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몰표를 받아 총리가 탄생하며 발칵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기민당과 ‘신나치 정당’인 AfD가 한배를 탄 모습이 연출되며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기성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깨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책임을 지고 메르켈이 자신의 후임으로 직접 점찍었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며 다시 한번 독일 정가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그동안 메르켈은 당권과 총리 권력을 분리시켜왔다. 이 같은 그의 방침이 크람프카렌바워의 당내 위상을 위축시켜온 가운데 AfD가 집권당의 권력구도까지 뒤흔들자 메르켈의 리더십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소도시 하나우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의 총격사건이 벌어지며 독일 사회의 분위기는 한층 뒤숭숭해졌다.이 같은 소요 속에 같은 달 23일 치러진 함부르크 지방선거에서 기민당은 3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39%의 득표율로 1위를, 환경 정당인 녹색당은 2위(24.2%)를 차지하는 등 진보 진영이 크게 선전한 반면 기민당은 11.2%를 얻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AfD도 5% 지지를 넘지 못해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외신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과 앞서 극우주의자의 총격 사건에 따른 위기감이 사민당과 녹색당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극우정치의 부상과 크람프카렌바워의 총리 불출마 선언, 극우 테러 사건, 함부르크 선거 패배 등 일련의 사건들은 기민당의 향후 노선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반이민 정서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의 우경화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도·좌파정당들의 함부르크 선거 승리는 기민당에 정반대의 신호를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함부르크 지방선거는 올해 독일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으로서는 민심을 확인할 유일한 기회였다. 가디언은 함부르크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메르켈의 그늘을 벗어나는 길이 중도 노선을 고수하는 것인지, ‘우클릭’을 하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기민당에 (함부르크 같은) 도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줬다”고 진단했다. ●조기 전대 카드로 위기 돌파할까 함부르크 선거 참패 이후 기민당은 당대표 선거 조기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초 8월쯤 개최하기로 했지만, 연이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4월 25일로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모두 중년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초반 판세는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민당 원내대표 등이 선두에 선 모양새다. 라셰트 주총리는 메르켈 시대의 계승을 표방하는 중도·온건파 후보다. “메르켈 시대와 거리를 두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는 출마선언을 하며 최근 총격사건을 의식한 듯 “독일 내 유대인과 이민자 공동체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향후 기민당의 중심 임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그의 난민 공약은 메르켈의 현 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셰트에 이어 곧바로 출마선언을 한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중도 행보에 반발해 돌아선 옛 기민당 지지자들을 되찾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힐 만큼 우파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메르츠는 2018년 12월 당 대표 선거에서 메르켈이 지원한 크람프카렌바워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이번 선거를 통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오스카 니더마이어 베를린자유대 정치학 교수는 BBC에 “기민당을 지지하는 민초들은 메르츠를 선호하고 있으며,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그가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반(反)메르켈파’로 유명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외원장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2009~2012년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12년 NRW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메르켈로부터 해임된 바 있다. 메르켈에 비판적인 인사이지만, 당 안팎의 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그는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대신 라셰트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대표직보다는 부대표직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라셰트와 메르츠 간 2파전 양상은 앞서 함부르크 선거 이후 제기됐던 당내 노선 투쟁의 대리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18년간 기민당 대표를 지냈고, 15년째 총리로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존재감을 당장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독일 측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유럽에 대한 차기 독일 정부의 영향력은 메르켈의 그것보다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독일이 살아야 유럽이 산다 더불어 메르켈과 기민당의 위기는 비단 독일 정치만의 위기가 아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독일의 내부 문제는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올해 하반기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 협상과 10년간 1조 유로(약 1조 3333억원)가 투입되는 기후대응정책인 ‘EU 그린딜’과 같은 의제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리더십 위기가 사실상 EU의 리더십까지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디언은 “독일 원로정치인들은 기민당 지도부가 오는 여름까지 현재 문제를 방치하면 EU의 업무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치의 위기로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EU 내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독일의 도움 없이 프랑스 혼자 EU의 난제들을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를린의 ‘헤비급 파트너’(독일 총리)가 없다면 마크롱은 홀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며 “기민당의 부활과 메르켈의 훌륭한 후계자를 찾는 것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입장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美 워싱턴 요양병원, 제2의 청도대남병원 되나?…코로나 의심 무더기

    美 워싱턴 요양병원, 제2의 청도대남병원 되나?…코로나 의심 무더기

    미국 워싱턴의 한 요양병원에 우리나라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 두 번째 코로나19 사망자가 해당 요양병원에 머물렀던 데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의심 환자도 무더기로 나와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당국은 하루 전 미국 워싱턴주 킹카운티 커클랜드시의 한 요양병원에 머물던 70대 남성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인근 에버그린헬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 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이다. 첫 사망자 역시 두 번째 사망자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특히 두 번째 사망자가 머물렀던 요양병원에서 노인 3명과 직원 1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각 80대 여성과 90대 여성, 70대 남성으로 알려진 노인 환자 3명은 모두 위독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의심 환자도 50여 명에 육박한다. 현지언론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27명과 직원 25명 역시 호흡기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으나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요양병원에는 총 108명의 노인이 입원해 있으며 직원은 180명이다. 현재 요양병원 측은 신규 입원을 중단하고 모든 방문을 금지한 상태지만, 구급대원 20여 명과 레이트워싱턴공과대학 간호학과 교수 및 학생 17명이 병원을 방문한 이력이 있어 지역 전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구급대원들은 자택 및 소방서에서 자가격리 중이며, 레이트워싱턴공과대학 측은 교내 방역을 시행하고 보건당국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지금까지 워싱턴주에서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1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우려가 번지자 워싱턴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주 방위군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경로가 불분명해 애를 먹고 있다. 의료보험 가입자가 적고 보건당국과 접촉이 어려운 불법 이민자가 많은 점도 감염병 확산 우려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을 수 있으며, 한국처럼 감염자 수가 폭발할 수도 있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1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89명으로, 44명은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 중에서 나왔으며 다른 3명은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탈출한 미국인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민자 추방 18개월 만에 집으로

    이민자 추방 18개월 만에 집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이민정책으로 캄보디아로 추방됐다가 18개월 만에 미국으로 돌아온 타이 체아(오른쪽)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어린 딸과 함께 감격적인 포옹을 하고 있다. 1981년 미국으로 건너와 영주권을 취득했던 그는 폭행 등의 혐의로 범죄 이민자 추방 계획에 따라 쫓겨났다가 돌아오게 됐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 유럽 코로나 확산에도 국경 개방… EU ‘솅겐조약’ 때문?

    유럽 코로나 확산에도 국경 개방… EU ‘솅겐조약’ 때문?

    비상사태에도 최대 2년 임시 국경 재도입 국경 봉쇄로 확산 방지 한계 있다고 판단유럽 각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들의 감염 경로가 이탈리아 방문으로 확인되면서 국경 통제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 국경 개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잇따라 확인했다. 유럽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인 ‘솅겐조약’의 정신을 지키려는 의도와 함께 국경 봉쇄가 확산 자체를 막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 이어 이날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 지역에 사는 38세 여성 확진환자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을 여행한 뒤 지난 23일 입국했고 북마케도니아의 50세 여성 환자도 이탈리아에서 한 달간 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덴마크 남성도 가족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스키 여행을 갔다가 지난 24일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유럽에 확산되자 기존에도 이와 무관하게 국경 강화·복구를 주장하던 반이민·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프랑스 우익인 공화당 소속 에리크 시오티는 “너무 늦기 전에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도 이탈리아 국경 폐쇄를 주장했다. 하지만 EU집행위원회와 이탈리아 등 7개국 보건장관들은 국경 개방을 유지하기로 재차 결정했다. EU가 국경 폐쇄에 보수적인 이유는 1995년 체결한 솅겐조약이 유럽 통합 이념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이 아닌 유럽 국가도 다수 가입한 이 조약은 26개국이 여권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근거다. 이에 따르면 테러리즘의 위협이나 이민자 급증 등 비상사태가 일어나도 최대 2년간만 임시로 국경 검문을 재도입할 수 있다. 조약 폐기나 임시 국경 재도입이 코로나19 확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EU의 방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경 통제가 밀입국을 증가시켜 이동 경로 파악을 더 어렵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솅겐조약 가입국이 아닌 영국도 이탈리아발 항공편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이탈리아는 앞서 중국발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지만 지금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런던정경대 클레어 웨넘 박사는 “여행 제한과 같은 방법은 효과가 없다. 단지 바이러스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환자는 456명, 사망자는 12명이었다. 한편 중동 확산의 중심지로 평가되는 이란의 확진환자는 139명, 사망자는 19명이었다. 이날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과 조지아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민자 추방 18개월 만에 집으로

    이민자 추방 18개월 만에 집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이민정책으로 캄보디아로 추방됐다가 18개월 만에 미국으로 돌아온 타이 체아(오른쪽)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어린 딸과 함께 감격적인 포옹을 하고 있다. 1981년 미국으로 건너와 영주권을 취득했던 그는 폭행 등의 혐의로 범죄 이민자 추방 계획에 따라 쫓겨났다가 돌아오게 됐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 “내 사건 손떼” 진보대법관 2명에 경고 날린 트럼프

    “내 사건 손떼” 진보대법관 2명에 경고 날린 트럼프

    “충성파 원해” 블랙리스트 존재도 인정 탄핵무효 이후 보복인사·사법개입 가속미국 상원의 탄핵 무효 이후 ‘정치적 보복 인사’와 ‘측근을 위한 사법개입’을 이어 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진보 성향의 연방대법관 2명을 겨냥해 현 행정부와 관련한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 인사보복설 논란에 대해 “나는 충성파를 원한다”며 사실상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해 그의 일방주의 행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임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비난하며 “나와 관련된 사안을 스스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소토마요르가 공화당이 임명한 판사들이 나에게 유리하다고 비난했다. 대법원에서 그런 끔찍한 발언이 나온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긴즈버그가 나를 ‘가짜’라고 부를 때는 비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직 판사를 지목해 공격한 것은 정치를 사법영역에 개입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소토마요르가 판사들의 성향을 언급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수성향 대법관(5명)이 진보(4명)보다 많아진 상황이 깔려 있다. 2018년 10월 성추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으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이념 공방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방대법원은 저소득층 이민자에 대한 영주권 발급을 어렵게 하는 새 이민 정책에 대해 ‘5명 찬성’으로 길을 열어 줬다. 하급심은 ‘아메리칸 드림을 사라지게 한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줬지만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정치적 편향성을 다시 비판하면서 소위 ‘대법관 찍어내기’ 우려가 커졌다. 그는 역대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86세로 현직 최고령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보수성향 판사로 바꾸려 한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에 2년 전 긴즈버그가 넘어져 갈비뼈 3개가 부러졌다고 한 폭스뉴스의 기사까지 올리며, 건강에 대한 공격을 이어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긴즈버그는 지난달 4번째 암을 이겨 냈다고 선언하며 종신직인 대법관을 이어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법란’(法亂)의 원인이었던 측근 로저 스톤의 징역 판결에 대해서도 “대표 배심원의 성향이 편향됐다. 슬프다”는 비판적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충한 당국자를 골라내 제거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존 매켄티(29) 백악관 인사국장이 ‘반트럼프 세력’에 대해 숙청작업을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많은 수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의용군’이 해냈다 ‘풀뿌리’가 통했다

    ‘의용군’이 해냈다 ‘풀뿌리’가 통했다

    샌더스 네바다 압승 배경 3가지“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진정한 ‘너 스스로 해라’(Do it yourself·DIY) 정신입니다. 펑크록처럼 말이죠.”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선거캠프의 한 운동원이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전한 캠프 내 분위기다.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에 오른 샌더스의 선거운동원들을 ‘의용군’에 비유했다. 네바다에서의 압승 배경에는 선거캠페인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의미다. ①밑바닥 민심을 훑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샌더스 캠프는 네바다주 유세 기간 동안 50만 가구 이상을 방문하며 밑바닥 민심을 훑는 ‘풀뿌리 유세’를 펼쳤다. 300만명가량인 네바다주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발이 붓도록 곳곳을 다녔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예컨대 한 선거운동원이 말을 타고 네바다 시골 유세를 다니는 모습은 이번 경선을 앞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샌더스 캠프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 보육서비스를, 경선에 참여하는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주차비를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 승리 후 연설에서 “어떤 선거 유세도 우리와 같은 풀뿌리 운동의 힘을 갖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고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을 치켜세웠다. ②히스패닉을 잡아라 히스패닉이 29%에 이르는 네바다주 코커스는 유색인종의 숨은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 특히 히스패닉은 올해 대선에서 유색인종 유권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될 만큼 중요했다. 이 때문에 샌더스는 어떤 후보보다 먼저 네바다의 히스패닉 사회를 공략했다. 민주당 비주류인 그는 미국사회 비주류인 유색인종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고, 이 같은 전략으로 젊은 히스패닉들로부터 ‘티오 버니’(버니 삼촌)라고 불릴 만큼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캠프 참모들은 뉴욕타임스에 “샌더스는 민주당에서 소외됐던 히스패닉과 젊은층 유권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같은 지역에서 더 큰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도 선거사무소를 15개나 개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③건보 이슈 선점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이슈에 대한 네바다주 유권자들의 관심과 샌더스의 관련 공약이 맞아떨어진 것에 주목한다. CNN은 “앞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유권자들의 우선순위는 ‘누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느냐’였지만, 네바다주에선 헬스케어 이슈가 최우선으로 떠올랐다”면서 “건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40%는 샌더스의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네바다주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요식업노조는 요식업계 의료보험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샌더스 공약에 반대했지만, 노조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CNN의 네바다주 경선 입구조사에 따르면 노조원의 34%가 샌더스를 지지하며 사실상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중도 성향 후보들의 온건적 공약은 이번 경선에서 파괴력이 더욱 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버니 삼촌 찍어주세요”...숨은 민심 찾는 풀뿌리 운동 통했다

    “버니 삼촌 찍어주세요”...숨은 민심 찾는 풀뿌리 운동 통했다

    ‘DIY 정신’ 무장한 지지자 선거 캠페인비주류 히스패닉계와 공감대 형성 성공모두를위한건강보험 공약에 대중 호감“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진정한 ‘너 스스로 해라’(Do it yourself·DIY) 정신입니다. 펑크록처럼 말이죠.”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선거캠프의 한 운동원이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전한 캠프 내 분위기다.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에 오른 샌더스의 선거운동원들을 ‘의용군’에 비유했다. 네바다에서의 압승 배경에는 선거캠페인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의미다. ①밑바닥 민심을 훑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샌더스 캠프는 네바다주 유세 기간 동안 50만 가구 이상을 방문하며 밑바닥 민심을 훑는 ‘풀뿌리 유세’를 펼쳤다. 300만명가량인 네바다주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발이 붓도록 곳곳을 다녔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예컨대 한 선거운동원이 말을 타고 네바다 시골 유세를 다니는 모습은 이번 경선을 앞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샌더스 캠프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 보육서비스를, 경선에 참여하는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주차비를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 승리 후 연설에서 “어떤 선거 유세도 우리와 같은 풀뿌리 운동의 힘을 갖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고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을 치켜세웠다. ②히스패닉을 잡아라 히스패닉이 29%에 이르는 네바다주 코커스는 유색인종의 숨은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 특히 히스패닉은 올해 대선에서 유색인종 유권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될 만큼 중요했다. 이 때문에 샌더스는 어떤 후보보다 먼저 네바다의 히스패닉 사회를 공략했다. 민주당 비주류인 그는 미국사회 비주류인 유색인종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고, 이 같은 전략으로 젊은 히스패닉들로부터 ‘티오 버니’(버니 삼촌)라고 불릴 만큼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캠프 참모들은 뉴욕타임스에 “샌더스는 민주당에서 소외됐던 히스패닉과 젊은층 유권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같은 지역에서 더 큰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도 선거사무소를 15개나 개설한 것으로 전해진다.③건보 이슈 선점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이슈에 대한 네바다주 유권자들의 관심과 샌더스의 관련 공약이 맞아떨어진 것에 주목한다. CNN은 “앞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유권자들의 우선순위는 ‘누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느냐’였지만, 네바다주에선 헬스케어 이슈가 최우선으로 떠올랐다”면서 “건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40%는 샌더스의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네바다주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요식업노조는 요식업계 의료보험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샌더스 공약에 반대했지만, 노조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CNN의 네바다주 경선 입구조사에 따르면 노조원의 34%가 샌더스를 지지하며 사실상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중도 성향 후보들의 온건적 공약은 이번 경선에서 파괴력이 더욱 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샌더스 독주 굳히기…“슈퍼 화요일 잡아라”

    샌더스 독주 굳히기…“슈퍼 화요일 잡아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3차 경선인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22일(현지시간) 압승을 거두면서 이른바 ‘대세론’을 입증했다. 14개 주에서 총 1357명의 대의원을 결정하는 다음달 3일 슈퍼화요일까지 남은 ‘10일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독주 체제를 굳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네바다에서 2위에 오르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고,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참전도 있어 형세는 녹록지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러시아가 손쉬운 대결 상대인 샌더스를 돕는다는 ‘러시아 지원설’까지 겹치면서 아직 향방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샌더스는 이날 46.6%(한국시간 23일 오후 5시·개표율 50% 현재)로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바이든이 19.2%로 2위였고,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15.4%),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0.3%), 에이미 클로버샤(4.5%) 상원의원 순이었다. 히스패닉이 인구의 29%인 네바다는 그간 샌더스의 텃밭으로 평가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출구조사에서 샌더스는 히스패닉 유권자 중 51%의 지지를 받았다. 샌더스는 4년 전에도 폴란드 이민자 출신으로 ‘돈 한 푼 없이’ 미국에 건너온 아버지를 언급하며 히스패닉 표심을 잡았다. 샌더스는 이날 이미 슈퍼화요일의 접전지인 텍사스로 향했고 네바다 승리연설을 미·멕시코 장벽에서 240㎞ 떨어진 샌안토니오에서 진행했다. 그는 “트럼프는 피부색, 출생지, 종교 등에 따라 국민을 갈라놓아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와 반대로 연대로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첫 무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티지지에게 단 0.1% 포인트 뒤진 2위를 기록한 뒤, 뉴햄프셔와 네바다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 대학생, 히스패닉, 흑인 청년층 등 핵심 지지층에다 일부 중도층도 그를 지지한 것으로 봤다.다만 흑인 인구가 10%인 네바다에서 2위를 차지한 바이든이 흑인 집중 거주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29일)에서 승기를 이어 간다면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슈퍼화요일에 처음 등판하는 억만장자 블룸버그의 화력도 만만치 않다. 현재 경선을 치른 3개 지역의 대의원수는 불과 101명으로 슈퍼화요일 대의원수(1357명)의 7.4%, 전국 대의원(3979명)의 2.5%에 불과하다. 전국민 의료보험, 무상 대학 교육 등 급진적 공약으로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샌더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가장 손쉬운 상대라는 민주당 주류의 평가도 있다. 실제 WP가 전날 보도한 러시아 지원설이 네바다 코커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향후 샌더스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이미 바이든과 부티지지는 샌더스의 ‘약한 트럼프 경쟁력’을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샌더스 의원의 네바다 압승에 “축하한다”, “1등을 뺏기지 말라”, “전하는 바에 따르면 크렘린이 샌더스의 대선 승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고 트윗을 올리며 러시아 지원설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독일 하나우 총기 난사, 터키인·쿠르드족 노린 인종범죄

    독일 하나우 총기 난사, 터키인·쿠르드족 노린 인종범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하나우에서 19일(이하 현지시간) 총기 난사로 9명의 목숨을 빼앗은 용의자는 인종차별적인 사고와 음모론에 빠져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은 그에게 극우 사고를 주입한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독일 남성 ‘토비아스 R’(43)은 전날 밤 10시쯤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하나우에 있는 물담배(shisha) 바 등 두 곳에서 잇따라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했다. 6명이 다쳤는데 그 중 한 명이 특히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그 뒤 토비아스와 그의 72세 어머니는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물담배 바는 사람들이 중동 물담뱃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다. 첫 번째 총격이 발생한 곳은 쿠르드족 공동체의 중심지인 동시에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희생자의 상당수가 이민자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적어도 5명이 터키 시민이라고 밝혔으며,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계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독일이 이번 공격의 모든 측면들을 명백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날 희생자 중 5명이 터키 국적자라고 밝혔다. 터키인들은 독일 내 소수민족 중 최대 집단을 이루고 있다. 독일 내 쿠르드계 주민들을 대표하는 ‘재독 쿠르드 공동체 연맹’(KON-MED)의 메흐메트 탄리베르디 부의장은 희생자 중 5명이 쿠르드계였다고 밝혔다. 터키 국적 희생자들과 겹쳐 보인다. 터키와 독일 언론은 희생자 중 보스니아인과 폴란드인도 한 명씩 있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들의 나이는 21∼41세였으며, 두 아이의 어머니인 35세 임산부도 포함돼 있다. 용의자 토비아스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했으며, 이번 사건 이전에는 당국에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페터 보트 헤센주 내무 장관은 말했다. 용의자는 자신이 과거 은행에서 일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은 용의자가 남긴 자백 편지에서 극우 성향의 시각이 노출됐다고 빌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용의자는 편지에다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들을 제거한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검사는 용의자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영상과 ‘선언문’은 “정상이 아닌 생각들, 복잡한 음모론뿐 아니라 깊은 인종차별주의적 사고방식”이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 연설을 통해 “범인이 우익 극단주의, 인종차별주의의 동기에서, 다른 출신, 종교 또는 외모의 사람들을 향한 혐오에서 행동했다는 많은 징후가 있다”면서 “인종차별주의는 독”이라고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우는 10만명 정도가 모여 사는 공업도시다. 이곳에 50년 동안 살았다고 밝힌 터키 출신 이민자는 블룸버그에 쿠르드인과 터키인, 독일인이 뒤섞여 살아왔는데 극우 극단주의의 문제는 없었다며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에 의한 극우 범죄로 드러나면 독일에서는 지난해 6월 난민을 옹호하는 데 앞장 선 정치인 살해, 같은 해 10월 동부 유대교회당 공격에 이어 일년도 안 되는 동안 일어난 세 번째 범죄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의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과 비교할 때 드문 편이지만 최근 극우·이슬람 테러리즘, 조직 폭력범죄가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신문은 독일 정계에서 전통적으로 중도 정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5년 이후 사회가 더욱 양극화됐고, 2015년 이후 독일 정부가 200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이면서 사회통합에 진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獨 하나우서 극우범죄 추정 총격… 9명 사망

    獨 하나우서 극우범죄 추정 총격… 9명 사망

    사건 발생 1시간 뒤 용의자 숨진 채 발견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소도시 하나우에서 19일(현지시간) 극우주의 범죄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43세의 독일인으로 밝혀진 용의자 남성은 이날 오후 10시쯤 하나우 도심에서 차량을 운전하며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최소 5명이 크게 다쳤다. 1차 총격은 하나우 시내에서, 2차 총격은 도시 서쪽 케셀슈타트에서 발생했으며 모두 도심의 ‘시샤(중동식 물담배) 바’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목격자들은 1차 총격에서만 8~9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즉각 용의자 추격에 나섰고, 사건 발생 1시간쯤 뒤에 용의자가 자택에서 70대인 어머니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치안당국은 용의자가 운영한 웹사이트 등을 조사한 결과 최근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는 극우주의에 경도돼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독일 일간지 빌트를 인용해 용의자가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을 제거한다”며 극우 성향을 드러낸 편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공격한 장소는 중동에서 유래한 ‘시샤’를 피울 수 있는 술집으로, 중동이나 다른 아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희생자 중에는 터키 출신과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계 출신이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독일에서는 외국인 이민자를 향한 극우·혐오범죄나 이 같은 이념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범죄에 대한 경고음이 다시 커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의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아마존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통해 35분간 생중계돼 충격을 준 바 있고, 올해 첫날에는 외국인 혐오범죄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 사건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트로프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사건 수습을 위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반유대주의의 표적이 된 할레의 한 대학을 방문하려던 20일 일정을 취소했다고 AP는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美 ‘짜파구리’ 열풍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美 ‘짜파구리’ 열풍

    “맛보고 가세요. 봉 감독 ‘기생충’ 영화 속 바로 그 ‘짜파구리’입니다.” 미국의 50번 번째 주인 하와이 호놀룰루 시 중심의 대형 마트에 일명 ‘짜파구리’로 불리는 한국 라면 제품을 현장에서 조리, 시식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짜파구리’ 는 농심의 ‘짜파게티’ 와 ‘너구리’를 합성한 말이다. ‘짜파구리’ 시식으로 화제가 된 곳은 한인 교민들이 주로 밀집해 거주하는 오아후 호놀룰루 시 카피올라니 스트릿(KAPIOLANI ST.)에 소재한 ‘팔라마 슈퍼'(PALAMA SUPER MARKET).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대형 영화관을 중심으로 약 7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된 영화 ‘기생충’이 화제가 되면서, 영화 속에 등장한 한국 라면 시식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행사 당일 매장 외부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내부로 통하는 입구에는 현장에서 직접 조리돼 종이컵에 담아 무료로 제공되는 ‘짜파구리’를 맛보기 위해 긴 줄을 선 고객들의 행렬을 확인할 수 있었다.갓 끓여낸 매콤한 라면 냄새 덕분에 시식대 앞에는 한국 라면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선 이들의 긴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실 인스턴트 라면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각각 1봉지씩 섞어 만드는 ‘짜파구리’는 이미 한국인에게는 낯선 요리가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경 농심이 운영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라면짱'(www.ramyunzzang.com)의 ‘비법전수’ 코너에서 한 누리꾼이 게재한 조리법이었다. 이후 MBC에서 방영한 ‘아빠 어디가’에서 일명 ‘먹방의 신’으로 불렸던 윤후 군의 ‘짜파구리’ 폭풍 흡입 영상이 색다른 맛의 인스턴트 라면 돌풍을 불러왔던 바 있다. 당시 윤후 군의 ‘먹방’을 눈 여겨 봤던 미국의 유명한 블로거이자 요리 평론가로 알려진 한스 리네시가 자신의 SNS에 ‘짜파구리’에 대해 ‘excellent’라는 평가를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부는 ‘짜파구리’ 열풍은 단순한 관심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이후 영화 속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미국 내 한인 교민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즐거운 비명’이 이곳 저 곳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실제로 이날 ‘짜파구리’ 무료 시식회를 진행한 한인 대현 마트 측은 오는 20일(현지시각)까지 총 7일 동안 이 행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시식 행사는 한인 마트 측에서 ‘빅세일’이라 칭할 정도로 최근 북미 지역에서 재개봉되며 큰 화제가 된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구성됐다. 이날 무료 시식회에 대한 소식은 전날인 13일(현지시각) 온라인 SNS 계정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일명 ‘CHAPAGURI’로 불리며 온라인을 통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 라면 열풍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에 등장하는 다수의 ‘짜파구리’ 조리법과 ‘먹방’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이날 시식회가 열린 하와이 현지 마트 입구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 ‘김치라면’ 등 한국에서 공수된 다양한 라면 상자가 박스 채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쌓아 놓은 한국산 라면 상자 높이와 비례해, 미국 현지에 부는 한국 라면에 대한 인기가 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팔라마 슈퍼마켓 측은 이날 행사를 위해 평소 6.99~8.99달러 대에 판매됐던 제품을 3달러 대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지속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진행된 시식 행사에 참여한 한인 이민 3세 조아영 양(19)은 “평소 현지인들 사이에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았지만, 요즘처럼 영화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이후 한국에 대한 새로운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만큼 기생충 흥행과 오스카상 수상에 대한 친구들이 높다는 점에서 한인으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짜파구리’ 시식회에 참여한 교민들 역시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이 현지 한인 교민 커뮤니티에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는 목소리다. 정사라 씨(36)는 “하와이 거주민의 경우 미국인 외에도 일본계, 중국계 이민자 후손들이 많다”면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이 곳 주민들 사이에 최근 연일 화제가 되는 것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상 수상이다. 한국 교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장 씨는 이어 “지금껏 고국에 대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할 때마다 IT 강국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면서 “비영어권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건 최초라는 점에서 이제는 여기에 더해서 문화 강국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SNS에서는 ‘한국 라면’, ‘짜파구리’, ‘기생충 라면’, ‘차파구리’, ‘korean mian’ 등으로 불리며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도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현지 SNS 계정 등에서는 ‘짜파구리'(CHAPAGURI)라는 명칭으로 각종 태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명칭에 낯선 미국인 소비자들 역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한국 라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인 셈이다. 특히 하와이 현지에서 운영 중인 대형 마트와 한인 식당 등에는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한 한국 음식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급증한 분위기다. 현지 한인 식당에서 3년 째 근무 중인 이주임(51) 씨는 “최근 들어와서 식당을 찾아와서 ‘짜파구리’를 맛 볼 수 있는지를 묻는 미국인 고객들이 생겨났다”면서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찾는 현상을 과거에 없던 현상이다”고 했다. 이 씨는 이어 “원래 메뉴에 없던 음식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이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있는 중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벤트와 현지 주민들의 관심은 이 지역 대형 영화관을 통해 개봉된 기생충 영화 상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초부터 하와이 호놀룰루 일대에 소재한 총 7곳의 영화관에서 일평균 약 70회에 걸쳐서 상영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상영 중인 영화 ‘나쁜녀석들3’가 이 일대 영화관 10곳을 중심으로 약 45곳의 상영관을 확보한 것과 비교해 매우 큰 성공이라는 평가다. 한편,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기생충’은 북미 흥행 수익 50만 1222달러(이하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로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북미 지역에서만 총 3669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흥행 수익은 무려 1억 6658만 달러에 달한다. 북미 흥행 수익은 역대 비영어권 영화 중 6위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수상을 기점으로 순위와 수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현재 하와이를 포함한 북미 전역에서 총 1060곳의 상영관을 확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향후에도 한인 교민 사회의 활력소로 작용하길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영화같은 인생 살다 간 할리우드의 터프가이

    영화같은 인생 살다 간 할리우드의 터프가이

    美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 103세 별세 아들 마이클 “정의 헌신한 박애주의자” 1950~60년대 美영화의 황금기 이끌어 ‘챔피언’ ‘OK 목장의 결투’ 등 다수 출연 헬기사고·뇌졸중 극복 입담 뽐내기도20세기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별세했다. 103세. 고인의 아들이자 역시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는 “아버지는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대의를 위해 헌신하며 우리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였다”고 애도했다.더글러스는 1916년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이 ‘이수르 다니엘로비치’였던 그는 부모가 이민을 오며 쓴 ‘뎀스키’라는 성을 이어받아 쓰다가 군복무와 배우 생활을 계기로 현재 이름으로 다시 개명했다. 1946년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1949년 영화 ‘챔피언’으로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열정의 랩소디’, ‘해저 2만리’, ‘OK 목장의 결투’ 등에 출연한 그는 1950~60년대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배우로 활약했다.그는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린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복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52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 당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로마의 휴일’의 스타 작가 돌턴 트럼보를 고용했고, 이는 매카시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다른 영화인들이 업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 더글러스로서는 위기에 처한 스타 작가를 적은 비용으로 고용한 셈이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아 함께 만든 ‘스파르타쿠스’ 등은 큰 성공을 거뒀다. 고대 로마 노예의 반란을 다룬 이 영화로 당시 큐브릭은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친구인 트럼보를 지원한 일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선택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았고, 1995년 뇌졸중으로 언어장애를 겪는 등 위기도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사회자 앤 해서웨이에게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영화를 할 때에는 왜 앤 같은 배우가 없었냐”고 입담을 뽑내며 건재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91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1999년 미국영화배우조합(SAG)에서 각각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1996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들 마이클이 시상자로 나선 가운데 명예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로도 활동하며 자서전 ‘넝마주이의 아들’을 비롯해 ‘악마와 춤을’, ‘브루클린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같은 책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클의 부인이자 그의 며느리인 할리우드 스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아버지, 평생 당신을 기억할게요. 벌써 당신이 그립습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커크 더글라스 별세, 할리우드 큰 별 지다…향년 103세

    커크 더글라스 별세, 할리우드 큰 별 지다…향년 103세

    미국 할리우드의 원로배우 커크 더글라스가 103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5일(현지시각) 커크 더글라스 아들이자 역시 배우인 마이클 더글라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버지 커크 더글라스가 향년 103세로 오늘 우리 곁을 떠났다고 발표하는 것은 엄청난 슬픔이다”라며 부고를 직접 전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자신이 믿었던 대의에 헌신해 모두가 우러러볼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라면서 “좋은 인생을 살았고, 영화계에 많은 후세대로도 지속할 유산을 남겼으며, 지구 평화를 이룩하고 대중을 지원하려고 노력한 자선가로서의 역사도 남겼다”고 고인을 기렸다. 1916년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커크 더글라스는 드라마 예술아카데미에 진학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1946년 영화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데뷔했으며 ‘미녀와 건달’, ‘열정의 랩소디’, ‘스파르타쿠스’, ‘해리와 아치’, ‘O.K. 목장의 결투’ 등에 출연하며 1950~6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선 굵은 연기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 관객을 사로잡았다. 1999년 제5회 미국 배우 조합상 공로상을 받았으며, 1996년에는 제 6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 분쟁 지역에 학교와 공원을 세우는 등 자선활동도 펼쳤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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