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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인은 해충”, “외국인은 꺼져라”···英, 브렉시트 후폭풍 ‘혐오범죄’ 기승

    “폴란드인은 해충”, “외국인은 꺼져라”···英, 브렉시트 후폭풍 ‘혐오범죄’ 기승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국민투표 이후 영국에서 이주민을 겨냥한 인종 차별적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터진 셈이다. 지난 26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해머스미스에 있는 폴란드사회문화협회(POSK) 건물 입구에 인종 차별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건물 외벽과 창문 곳곳에 “집에 돌아가라”고 쓰인 낙서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과 POSK는 지금은 지워진 낙서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또 영국 잉글랜드 동부의 캠브리지셔에서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24일 영어와 폴란드어로 “EU를 떠나라, 폴란드 해충은 필요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가 대량으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이날 잉글랜드 남부의 글로스터에 있는 테스코 슈퍼마켓에는 한 남성이 급습해 “여긴 영국이다. 외국인은 48시간 이내로 꺼져라. 여기서 누가 외국인이냐”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 남성은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너는 어디서 왔느냐,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라고 국적을 물었다. 폴란드인은 영국 외국인 인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 좋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영국에 온 폴란드인은 약 85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폴란드 이민자를 노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비톨트 수브쿠프 주영 폴란드 대사는 트위터에서 “영국 정치인과 친구들이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민자 혐오 행동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에 사는 EU 국민도 본국으로 추방당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EU 가입 목전에 둔 터키 “브렉쇼크는 이슬람 혐오 현상”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가 넘쳐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슬람 국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EU 가입 협상 중인 터키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현재 벌어지는 반터키 행태는 이슬람 혐오현상”이라며 “EU가 계속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현재와 같은 길을 간다면 조만간 추가 탈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터키의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데일리도 “영국의 EU 탈퇴 절차와 관련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87년 EU 가입을 신청한 터키는 2005년 10월이 돼서야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는 가입 조건을 이행하고 있지만 가입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터키의 EU 가입은 EU의 무게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인구 7900만명의 EU 내 최대 인구 국가가 의사 결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여기에 EU 확대의 종착점은 어디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로마조약은 어떤 유럽 국가도 EU에 가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유럽의 정의는 내리지 않고 있다. 터키의 EU 가입은 중세 십자군 전쟁 이후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았던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같은 울타리에서 공존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터키의 EU 가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영국의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일부 영국 정치인은 터키의 EU 가입을 단골 주제로 꺼내 들며 1200만명의 무슬림이 영국으로 몰려올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대부분의 아랍 지식인은 브렉시트를 영국과 유럽의 패배이자 EU 종말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르단 작가인 야세르 자트레는 “유럽 정체성의 단편화 시작 단계”라고 정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자인 자말 카쇼기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오늘 행복할 것”이라며 “그는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 위기를 통해 EU를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브렉시트 거센 후폭풍] 세대 갈등·난민·양극화 ‘反기득권’ 폭발…노르웨이·스위스 경제모델 도입도 난망

    [브렉시트 거센 후폭풍] 세대 갈등·난민·양극화 ‘反기득권’ 폭발…노르웨이·스위스 경제모델 도입도 난망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난민문제에 대한 불안과 소득 양극화, 세대 간 갈등이라는 국내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EU 탈퇴를 통해 노르웨이나 스위스 같은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국민투표는 영국이 EU에 가입한 1973년 이후 태어나 통합 유럽의 분위기에서 자란 세대와 그 이전 세대와는 투표성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여론조사 기관 로드애쉬크로프트가 1만 2369명의 투표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18~24세의 유권자 중 73%가 EU 잔류에 투표한 반면 65세 이상은 60%가, 55~64세는 57%가 EU 탈퇴를 지지했다고 응답했다. 가디언도 지난 25일 개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교육, 출생지 등에 따라 투표성향이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소득 양극화 역시 ‘유권자의 반란’을 이끈 주원인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부유층과 고학력 전문직 근로자, 자본가 등 기득권층은 큰 혜택을 봤다. 그렇지만 세계화를 통해 보통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노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됐다. 소득 수준이 높은 런던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 선거구의 경우 무려 75%가 잔류에 몰표를 던진 상황에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이 영국 내 최하위 수준인 보스턴은 75%가 탈퇴를 지지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난민 문제도 향후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내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3%인 840만명으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난민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탈퇴는 영국의 이민자 수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거 기간 일부 정치인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1200만명에 이르는 터키인이 영국으로 와서 서민 일자리를 뺏고 복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유권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변화다. 같은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반으로 기독교가 중심인 EU가 이슬람이 중심인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국은 일단 EU 탈퇴 후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하는 스위스나 노르웨이 등의 모델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2012년 스위스 잡지 ‘벨트보헤’와의 인터뷰에서 “브리처랜드(Brizerland·브리튼과 스위처랜드의 합성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영국이 스위스처럼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만들고 무역도 하겠다는 것이다. 스위스 모델과는 별도로 비(非)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FTA는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을 맺고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이민자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영국은 노르웨이 모델 채택이 쉽지 않은 상태다. 스위스 모델 역시 영국 금융산업이 전 유럽에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스위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설] 현실이 된 브렉시트 후폭풍, 방어막 튼튼히 쳐야

    유럽연합(EU)이 결국 분화의 길을 걷는 것인가.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자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와 정치 지형의 대격변이 예상된다. 영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EU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하나 된 유럽을 기치로 1993년 마스트리흐트조약에 의해 EU가 설립된 후 23년 만에 첫 탈퇴국이 나오게 된 셈이다.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기준으로는 43년 만이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달러와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우리 증시도 새파랗게 질렸다.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소비 침체 등 가뜩이나 악재투성이인 우리 경제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비상대책이 시급해졌다. 중요한 이슈는 경제와 이민 문제였다. 특히 인구 7600만명인 터키의 EU 가입이 임박하면서 영국이 ‘이민자 천국’이 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난만 초래한다는 주장에 표가 쏠린 셈이다. 이런 반(反)이민 정서의 밑바닥에는 영국인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계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인들이 EU 탈퇴로 인한 거시적인 경제적 손실보다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회적 이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투표에서 EU 회원국으로서의 이익을 가장 많이 받아 온 스코틀랜드나 런던 거주민 등이 잔류에 몰표를 던진 반면 대도시 외곽 주민들과 서민들을 중심으로 탈퇴에 표를 던진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벌써부터 EU 탈퇴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브렉시트 현실화가 EU 회원국들의 제2, 제3의 탈퇴로 이어져 결국 EU 분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체코, 그리스, 독일 등 상당수 EU 회원국들이 영국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EU 주요 10개 회원국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EU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그리스와 프랑스는 각각 71%와 61%가 비판적이었다. 이번에 EU 탈퇴에 표를 던진 영국인들의 48%보다 높았다. 스페인과 독일, 네덜란드인들도 46~49%가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영국에 이어 이웃 회원국들마저 언제든지 분리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00엔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한 일본에선 닛케이 지수가 어제 하루 동안 7.9% 폭락했다. 중국도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0.5% 하락하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가득하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어제 브렉시트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세계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에 주는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주요 20개국(G20)에선 국제통화기금과 지역 금융안전망을 통해 지역 간 통화 스와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는 우리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당장 어제 증시에서 코스피가 3.09% 급락한 1925.24로 마감됐다. 낙폭(61.47포인트)이 2012년 5월 18일(62.78포인트)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76% 떨어졌다. 2008년 9월 2일(-4.80%) 이후 최대다. 따라서 우리로선 당장 증시와 환율 안정이 시급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 당국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가용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요동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이 급선무다. 파운드화 폭락과 원화 가치 하락, 달러와 엔화 가치 급등으로 우리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커졌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이상 기류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 차관이 어제 “주요 통화의 움직임과 외국인 자금 유출입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안정화 방안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브렉시트 결과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시장 변동이 수출과 소비 등 우리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선 작은 변동도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견고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당부 정도로는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브렉시트의 충격파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내려 제시했다. 그동안 고수해 온 3% 성장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브렉시트 영향으로 수출과 소비 모두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 교역량이 줄면서 운임료와 선박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검토 중인 ‘슈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충격이 클 때일수록 정부가 먼저 나서서 방어막을 튼튼하게 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안심시켜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
  • [영국 EU 탈퇴] EU, 유로화 포기 허용 등 결속용 ‘당근’ 내놓을지 주목

    [영국 EU 탈퇴] EU, 유로화 포기 허용 등 결속용 ‘당근’ 내놓을지 주목

    주권 제한하고 분담 비용은 늘려 난민 문제 겹쳐 반대 세력 세 불려 남·북유럽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 영국이 24일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하면서 ‘EU연방’을 꿈꾸던 EU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EU 회원국이 국방과 외교 정책을 함께 수립하는 EU연방이 아니라 경제정책만을 공조하는 현재 체제에서조차 회원국이 탈퇴하는 냉정한 현실이 이번 영국 국민투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의 탈퇴로 EU 회원국은 27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EU가 분열된 근본 원인은 회원국의 주권을 제한하고 분담 비용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난민 문제를 악화시키고 극우세력 부상이라는 부작용을 부추겼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1993년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과 함께 EU 체제를 유지하던 세 가지 축인 국경 이동의 자유, 유로화 사용, EU 회원국 가입 확장 등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로서는 우선 영국의 탈퇴가 다른 국가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영국은 그동안 EU에서도 국가 주권을 중시하며 낮은 단계의 통합을 선호했다. 이번 국민투표에 동조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적 결속을 강화한 EU를 넘어 외교, 안보에서도 하나의 유럽을 꿈꾸던 EU연방의 꿈은 냉정한 현실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의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EU 27개 회원국은 통합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27개 회원국으로서 공동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도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EU 종말의 서곡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EU의 더 강한 통합을 추구하는 프랑스, 독일과 영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북유럽 국가 등으로 EU가 쪼개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EU는 우선 내부 결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9년 EU를 강타한 유로존 경제 위기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과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 간에 생긴 갈등을 풀어야 하는 것도 EU의 숙제다. 아프리카나 시리아 출신 불법 이민자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유럽에 진출하는 관문인 그리스는 EU에 대해 이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하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리스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혹한 긴축정책을 주도한 독일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존 안정화를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EU 회원국 중 일부가 유로화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EU의 영향력 쇠퇴를 어떻게 만회할지도 과제다. 크림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서 러시아에 경제 제재만 가하고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EU는 그나마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영국이 빠져나가면서 영향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EU 탈퇴의 가장 큰 안보 수혜자는 러시아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력한 EU 통합을 주장하는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이에 동조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남유럽과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이 포함된 강력한 통합체로 EU가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영국 EU 탈퇴] 佛·伊·스웨덴서도 “탈퇴”… EU 붕괴 시작되나

    더 센 통합 외치던 佛마저 공론화 극우파 중심… 덴마크·체코서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EU 회의론’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되면서 몇몇 국가에서 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가장 먼저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역내 3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다. 이미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EU 탈퇴를 뜻하는 ‘프렉시트’ 요구를 공론화하고 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프렉시트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사용과 솅겐조약(EU 국가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조약)을 동시에 비판하며 “프랑스는 EU를 떠날 이유가 영국보다 1000개는 더 있다”고 주장했다. 르펜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 결선투표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제성장 둔화로 프랑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잇따른 테러로 EU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우정당에 힘을 실어 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자 이탈리아에서도 EU 탈퇴를 주장해 온 극우정당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EU,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는 브렉시트 진영의 승리가 확정되자 “브렉시트는 유럽의 마지막 재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신들을 ‘스칸디나비아의 영국’으로 여기는 스웨덴에서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논의가 커지고 있다. EU의 요구로 수십만명의 난민을 수용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통합하지 못해 여러 사회문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역시 브렉시트 여파로 EU 내 그리스의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외신들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EU 체제에 줄곧 회의적인 자세를 보여 온 덴마크의 덴시트(덴마크의 EU 탈퇴)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이민자 유입을 극도로 꺼리는 체코의 첵시트(체코의 EU 탈퇴) 논의도 점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영국 EU 탈퇴] ‘탈퇴’ 통보 2년이 되면 협상과 무관 자동 탈퇴… EU와 FTA·국경 통제 캐나다 모델 유력 거론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함에 따라 영국은 1973년 이후 43년간 몸담았던 EU를 떠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EU 리스본 조약 50조는 탈퇴를 원하는 회원국은 EU 이사회에 탈퇴를 통보하고 EU 이사회와 탈퇴 협정을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통보한 날로부터 2년이 되면 협상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탈퇴한다. 다만 EU 이사회가 영국과 합의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탈퇴로 가결되면 통보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EU가 맺을 새 협정의 모델로는 노르웨이, 캐나다, 스위스 형태가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이다. EFTA가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을 맺음으로써 EU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분담금도 낸다. 특히 노동자의 자유 이동도 보장한다. EU 이민자들은 노르웨이 국민과 똑같은 복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민자 문제가 영국이 EU를 탈퇴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노르웨이 모델은 성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스위스는 EU와의 양자협정을 통해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EU 분담금을 낸다. 무역과 자유 이동에 관한 EU 일부 규제는 이행해야 한다. EU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은 캐나다 모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캐나다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도 국경 통제를 유지하고 있어 좋은 모델이라고도 했다. 캐나다와 EU는 4년에 걸친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 협상을 2014년 마친 뒤 현재 서명 준비 단계에 와 있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영국 EU 탈퇴] 일자리 줄고 복지비 늘고 테러 위협… 反이민정서 ‘폭발’

    [영국 EU 탈퇴] 일자리 줄고 복지비 늘고 테러 위협… 反이민정서 ‘폭발’

    EU 회원국 국적자 비중 4.6% 최고 학교·주택난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EU 내 낮은 위상·분담금도 ‘반감’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여론 ▲유럽연합(EU) 내 낮은 위상 ▲EU 분담금 부담 및 과도한 규제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꼽힌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대륙의 유럽과는 다르다는 의식도 강하게 작용한 데다 최근 경제적으로 독일에, 정치적 영향력은 프랑스에 밀리는 것도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영국이 43년 만에 EU 탈퇴를 결정하게 한 가장 강력한 동인은 이민 문제다.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EU 탈퇴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제작한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난민 행렬 사진에 ‘한계점’이라는 문구를 적은 선정적 포스터로 반(反)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영국에선 이민자 급증으로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복지 지출이 확대되면서 불만이 커졌다. 이뿐만 아니라 난민·이민자로 위장한 테러범이 일으킨 파리, 브뤼셀 등지의 연쇄 테러로 이민자 배척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등 찬반 진영 측 인사들이 참여한 BBC방송의 공개 토론회에서도 최대 이슈는 이민이었다. 이날 두 진영은 터키의 EU 가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찬성 측은 인구 7600만명의 이슬람 국가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영국이 ‘이민자 천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004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를 포함한 13개국이 새로 EU에 가입한 뒤 자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 수가 급증하는 경험을 한 영국인들로서는 흘려들을 수 없는 주장이다. 영국의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명에서 지난해 313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총인구에 대비하면 EU 회원국 국적자 비중은 4.6%로 EU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 관련 목적으로 이민을 선택한 인구도 2012년 17만 3000명에서 지난해 9월 29만명으로 뛰었다. 전체 취업자 수(3월 말 현재 3150만명) 가운데 520만명이 영국 외 출신이고, 이 중 220만명이 EU 출신이다. 투표에 앞선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로 46%가 이민 문제를 꼽았고, 이민이 영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45%로 긍정적 응답(29%)을 크게 상회했다. 영국에서 이민은 사회적 문제로도 비화했다.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뿐 아니라 학교가 부족하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는 것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경제난과 이민 문제 심화에 대한 불만은 결국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24일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만난 조너선 테일러(43·엔지니어)는 “EU가 아니라 영국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탈퇴 찬성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언급하며 “런던, 케임브리지 등 일부 남부 도시만 부유하고 나머지는 아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지역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美연방대법원, 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제동 걸어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강제 추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올 가을 공화당을 쫓아내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23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 추방 유예를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실행에 최종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리자 캘리포니아주에서 히스패닉을 위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교사 키트 밀러(57)는 페이스북에 이 같이 올리며 히스패닉 등 이민자들과 유권자들이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이민개혁법의 대안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발동한 이민개혁 행정명령마저 대법원 판결로 좌초 위기에 처하자 오는 11월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이를 심판하겠다는 목소리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바마 정부가 불법 체류 부모 추방 유예(DAPA)와 청소년 추방 유예(DACA) 확대를 골자로 한 이민개혁 행정명령 실행에 제동을 건 항소법원 결정에 반발해 지난해 말 상고한 사건을 찬성 4명, 반대 4명 결정으로 기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이 권한 남용이라는 항소법원 판단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 부모 등 최대 500만명에 대한 3년 추방 유예와 취업허가증 신청이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이민시스템을 후퇴시킨 판결에 실망스럽다”며 “이번 판결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라고 개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판결은 우리가 열망하는 나라에서 훨씬 더 멀어지게 한다”며 “그러나 포괄적 이민개혁 정책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대선 후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측과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정책을 반대해온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만이 법을 만들 수 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양 당은 그러나 이번 연방대법원 결정이 “11월 대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한목소리로 외치며 민심의 향방을 살피는 모습이다. 미 언론과 선거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반(反)이민자 공약이 힘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히스패닉 유권자가 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소수계 껴안기를 해온 클린턴에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0년 만의 대륙봉쇄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200년 만의 대륙봉쇄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1806년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사시킬 요량으로 대륙봉쇄령을 단행했다. 산업혁명의 원조 영국에 대한 금수 조치는 오히려 유럽의 물자 부족을 야기했다. 유럽 이외에 시장(식민지)이 있었던 데다 해상권도 장악하고 있었던 영국은 다른 지역과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 더욱 번성했다. 실패한 나폴레옹의 작전이 200여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이번엔 영국이 스스로 대륙봉쇄령을 자처한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유럽연합(EU) 탈퇴를 두고 오늘(24일) 영국에선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다. 과연 영국은 나폴레옹 때처럼 유럽 대륙 없이 독야청청할 수 있을까. 사실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지역 통합체에 처음부터 미지근했다. 통합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민의를 묻지 않은 결과 내정과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브렉시트가 고개를 들었다. 캐머런 보수당 정권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이전과 달리 최대 이슈가 된 것은 최악의 난민·이민 문제 때문이다. EU 내에서 영국의 위상 따위는 서민층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망명자와 이민자에게 너그러웠던 ‘신사의 나라’는 곳간이 비어 가면서 인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몰려드는 이민자와 줄어든 일자리를 다투게 되면서 민심이 들끓은 것이다. 브렉시트가 몰고 올 경제파탄의 경고음 대신 탈퇴파의 구호(EU 밖에서 더 잘살 수 있다)만 요란하다. 이민자를 막고, EU 분담금도 내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맹목적 선동만 먹혀 D데이가 다가올수록 탈퇴 지지 여론이 급증했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저자 이언 모리스가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했다. 최근 기고에서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의 문제(양극화, 주권상실, 이민)를 해결할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역사학자인 모리스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지난 2000년간 서양이 점유했던 부와 권력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영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묘책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EU는 유럽의 패권이 쇠락한 데 대한 위기감에서 탄생했다. 유럽 통합 논의는 195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존재로서 위상을 지키려 몸집을 키우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부와 힘의 동진(東進)이 가속화하고 있어 영국의 운명은 유럽을 벗어나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모리스는 고대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물고기 법칙’, 즉 가뭄(위기)에는 큰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대목을 원용한다.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2강 체제가 굳건한 글로벌 현실에서 EU라는 큰 물고기에서 떨어져 나와 작은 물고기가 되려는 영국의 행보는 시대착오적 자충수라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그럼에도 영국민은 왜 EU 바깥의 ‘낙원’을 꿈꿀까. 지도자들의 무능과 무감각 탓이다. 경제난과 상관없이 안락을 누리는 기득권층은 살인적 물가와 실업으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서민층과 괴리돼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보듬지도 못하면서 “잔류”만을 외치는 특권층에 민심은 폭발했다. 선거를 위해 브렉시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캐머런 내각은 물론 반이민 정서만을 부추겨 민의를 오도하는 극우 인사들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바보짓을 저지른 셈이다. 결국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alex@seoul.co.kr
  • 황준국 駐英대사 “어떤 결과든 EU 개혁 압박받을 것”

    황준국 駐英대사 “어떤 결과든 EU 개혁 압박받을 것”

    英 이민 절차 더욱 엄격해질 것 브렉시트 돼도 한국영향 제한적 집권 보수당도 내홍에 빠질 것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더라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겁니다.” 황준국 주영 한국대사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브렉시트 투표가 열린 이날 런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사는 “영국을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이곳에 공장과 인프라를 두는 등 직접 투자가 활발한 중국, 일본, 호주 등에 비해 다수의 한국 기업은 공장 없이 상사 업무만 하기에 브렉시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이민 통제 강화 등의 주장들이 앞으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탈퇴파든 잔류파든 이민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에 향후 이민 절차가 엄격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탈퇴로 결론 나면 비EU 국가에 대한 이민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그동안 EU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은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순이민을 제한하기 위해서 비EU 국가의 이민을 더 억제해 왔습니다. 아세안 국민 비자 발급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높았는데 브렉시트가 되면 EU 국민의 이민을 제한할 수 있기에 비EU 국민의 비자 발급 기준이 완화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영국도 프랑스, 오스트리아처럼 고립·극우주의가 힘을 얻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방법론이 다를 뿐 EU 탈퇴파와 잔류파의 메인스트림은 모두 영국적 가치인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선봉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민 절반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데다 최근 대표적 EU 잔류파인 조 콕스 하원 의원의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국에서도 극우파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인 사디크 칸이 런던 시장으로 당선된 사실을 언급하며 그는 “영국 사회는 유럽 주요 도시 중에서 최초로 무슬림 시장을 당선시켰다”며 “이는 파리, 베를린도 해내지 못한 일로 영국의 포용성, 개방성, 합리성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영국 사회에서 고립적, 배타적, 극우적 입장을 취한다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며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50%에 육박하는 것은 극우파와 거리 두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EU에 대한 개혁 압박 등 한동안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EU는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비민주성, 비효율성, 관료주의 문제를 개혁하는 데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회원국들로부터 EU의 전면적 개조 요구가 폭풍처럼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에 남더라도 브렉시트가 야기했던 회원국의 불만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EU가 혁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여론 양극화로 몸살을 앓은 영국 사회의 투표 이후 과제는 갈등 수습, 통합이 될 전망이다. 황 대사는 “결론이 어떻든 잔류와 탈퇴의 득표율 차이가 근소하면 갈등이 일소되기 어렵다”면서 “집권 보수당도 내홍에 빠지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파운드화의 운명/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파운드화의 운명/오일만 논설위원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하면서 파운드화의 가치가 폭락할 것이란 진단이 많다. 파운드화의 운명은 늘 유럽의 역사 흐름과 맥이 닿는다. 15세기 경제 패권은 스페인에 있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해상 무역권을 장악한 덕이다. 1588년 영국 해군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침하면서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무역 해상권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경제 패권이 파운드화로 기울어지지는 않았다. 양국이 전쟁을 벌이며 국력을 소진하는 사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식민 지배를 확대했던 네덜란드가 급부상하면서 네덜란드 ‘길더화’가 이 시기에 국제통화 노릇을 했다. 18세기 중엽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우뚝 서게 된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성장한 대영제국은 파운드화를 금에 연계하는 금본위제를 도입했고 세계 각국은 파운드화를 교역 시 결제 용도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 파운드화가 세계 교역 결제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에 이르렀다. 미국 달러화가 부상하던 1940년까지 해외 각국이 보유한 파운드화의 양은 달러의 두 배에 이르렀고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파운드화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지켰다. 파운드화는 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달러화에 패권의 지위를 넘겨 줬다. 1944년 44개국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는 금환본위제에 합의했고 이후 70년간 달러의 시대가 이어진 것이다. 파운드화가 또 한번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급전직하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92년 영국과 독일의 통화전쟁 와중에 영국 파운드화의 하락을 예상하고 파운드화 약세에 100억 달러 이상을 베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브렉시트 논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유럽 각지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 자국민의 취업 기회를 빼앗아 영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EU의 재정악화로 영국의 EU 분담금 부담도 급격히 늘어났고 EU 내 금융업 감독 규제 강화도 금융강국 영국에 족쇄가 됐다. EU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영국 옥스퍼드대 등 96개 대학의 총장 등 최고의 지성들이 나서 브렉시트를 만류하는 상황이다. 영국민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英총리 “EU라는 비행기 내리면 다시 못 타”

    英총리 “EU라는 비행기 내리면 다시 못 타”

    캐머런 “주도력·경제 손실 불가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하루 앞두고 2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한 잔류 찬성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반대 진영은 일분일초도 아낀 채 세몰이를 이어갔다. 특히 EU 탈퇴 여부를 놓고 캐머런 내각에서도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영국 정치권은 내전에 가까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캐머런 총리는 투표를 앞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라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면 다시는 조종석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이민 문제를 풀기 위해 EU를 탈퇴하면 경제에 막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전날 BBC가 주최한 브렉시트 대토론회에 찬성 진영 대표로 나온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23일 목요일은 영국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며 EU 탈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열린 대토론회는 국민투표 전 열린 마지막 대규모 토론으로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했다. 토론회 현장에는 6000여명이 참석했으며 390만명이 토론회 TV 생중계를 시청해 시청률 19%를 기록했다. 찬성 진영에서는 보수당의 존슨 전 시장과 노동당의 지젤라 스튜어트 하원의원, 보수당의 앤드리아 리드섬 에너지부 장관이 출전했다. 반대 진영에서는 노동당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스코틀랜드보수당의 데이비드슨 대표, 영국 노동조합회의(TUC)의 프랜시스 오그레이디 사무총장이 역공을 펼쳤다. 존슨은 브렉시트 반대파가 EU 탈퇴 시 닥칠 경제 위기를 과장한다며 “공포 장사를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의 후임인 칸 시장은 브렉시트 찬성파가 이민 문제에 대해 “공포 장사를 넘어 혐오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인 칸은 “이민자들은 영국에 큰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혜택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소속인 스튜어트 의원은 “제한 없는 이민은 복지 서비스에 압박을 줄 것”이라고 칸에게 맞불을 놓았다. 토론회장 밖에서도 찬반 진영의 유세전이 치열했다. 런던 트래펄가광장에서는 노동당 런던 청년위원회가 청년층의 투표 독려를 위해 조직한 EU 잔류 지지 집회가 열려 100여명의 학생과 시민이 참가했다. 청년위의 맨딥 시다우(20·여)는 BBC 토론에 대해 “아직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투표 당일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을 상기해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 탈퇴 찬성 진영을 대표해 나온 스튜어트 노동당 의원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노동당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의견이 절대다수”라고 못박았다. 찬성 진영은 런던 주요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에게 리플릿과 스티커를 나눠 주며 파상공세식 유세에 나선 반면 반대 진영은 공개 유세 대신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 운동을 펼쳤다. 워런스트리트 역에서 EU 잔류 유세를 조직한 패트릭 리치몬드(54)는 “10%에 달하는 부동층 중 3분의2가량은 EU 잔류를 좀더 선호한다”며 “투표율이 높을수록 EU 잔류파에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 관계자인 피터 스티픈슨(51)은 “적극투표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다면 결과는 EU 탈퇴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브렉시트 국민투표 D-1] “경제 타격” vs “이민자 반대” 갈라선 영국 민심

    [브렉시트 국민투표 D-1] “경제 타격” vs “이민자 반대” 갈라선 영국 민심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루 앞두고 찬반으로 나뉜 영국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쏠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찬·반 두 진영은 ‘브렉시트’(탈퇴), ‘브리메인’(잔류)을 주장하며 투표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기 위한 표현을 쏟아냈다. 영국의 EU 잔류를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직접 나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라”며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경고했다. 이날 영국 언론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이날 집무실 앞에서 “여러분의 자녀와 손주들의 희망과 꿈을 생각해 달라”면서 “탈퇴를 선택한다면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 (브렉시트는) 영국에, 영국의 가정에, 영국의 일자리에 엄청난 위험요소”라고 경고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투표에서 잔류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면 다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탈퇴 진영을 겨냥해 “내가 아는 한 이번 투표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영국은 이 일을 다시 겪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 즉 ‘브리메인’(잔류) 진영은 사회 명사들로부터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억만장자 외환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브렉시트 시 파운드화 폭락으로 가계와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세계 축구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도 브렉시트 반대를 천명했다. 영국 FTSE100 지수에 포함된 50개 대기업과 900여개 중소기업 등의 기업가 1285명은 전날 일간 더 타임스에 보낸 공개 편지에서 “브렉시트는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 유럽과의 거래 축소,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며 잔류 찬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촉구하는 진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탈퇴 진영에 속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잔류 진영이 영국 경제의 타격 가능성을 설파하는 “공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1일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청중 6000명이 모인 영국 공영방송 BBC가 연 공개 대토론에서 “그들은 브뤼셀(EU본부 위치)에 머리를 숙이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한심하게도 이 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을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슨 전 시장은 탈퇴에 투표한다면 오는 23일 투표일이 영국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박수 세례를 받았다. 이민 문제도 찬·반진영의 큰 논쟁거리 중 하나다. 존슨 전 시장은 이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민은 통제돼야만 한다”면서 “지난해 EU로부터의 순유입 18만 4000명, 그중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지도 않은 채 들어오는 7만 7000명이라는 숫자를 보면 명백히 (이민) 통제권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EU 국적을 가진 이민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영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더 많은 이민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사상 첫 무슬림 런던 시장이자 브렉시트 반대파인 사디크 칸 시장은 이런 존슨 전 시장을 향해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겁주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맹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잔류 지지세 강한 런던 투표율이 승부 가를 것”

    “잔류 지지세 강한 런던 투표율이 승부 가를 것”

    21일(현지시간) 유스턴역 선거 홍보는 EU 잔류 지지를 공식 선언한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이 조직했다. 현장에서 홍보를 주도한 이 당의 부대표 사라 알리는 선거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간발의 차이로 EU에 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EU 탈퇴 여론이 우세한 지역들이 있지만,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런던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EU 잔류 지지세가 강한 런던의 투표율이 높으면 우리가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반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를 반영하듯 유스턴역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웨일스 출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존스(52)는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EU를 떠나는 것이 맞다”며 “많은 이민자가 실업수당, 교육수당, 건강보험 등을 지급받으면서 국가 재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리카계 런던 시민인 데이비드 스티븐(25)은 “영국은 EU에 매년 수십억 파운드를 내고 있다”며 “이 돈을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면 영국민들이 더욱 잘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U 잔류 지지자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EU라는 큰 단일 시장을 잃는다고 말하지만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과의 교역을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버밍엄 출신의 회사원 크리스 워크맨(32)은 “EU를 탈퇴하면 어떤 경제적, 정치적 결과가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이에 사람들은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버밍엄 출신의 보험업계 종사자 패트리샤 헌트(47·여)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전 유럽이 단결할 때 영국도 강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EU 탈퇴파는 이민자들이 영국 사람의 일자리를 가져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민자들의 일자리는 대부분의 영국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헌트는 이어 “정치인과 언론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정확한 팩트만 전달해야 한다”며 “특히 이민 문제는 언론이 이슈를 왜곡해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를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유스턴역과 달리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마련된 조 콕스 하원의원의 추모공간은 콕스 의원을 기리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있었다. 20일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10여명의 시민들이 끊임없이 추모공간을 찾아 꽃다발을 바치거나 양초에 불을 켰다. 몇몇 시민들은 꽃다발에 적힌 추모 글귀를 읽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근처를 순찰하는 관리인은 “하루에 수백명이 추모 공간을 찾는다”며 “특히 점심 시간에 직장인들이 추모공간에 모여 점심을 먹으며 콕스 의원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퇴근 후 추모공간을 찾은 새라 치즈먼드(50·여)는 “콕스 의원은 자신의 신념을 말하다 살해당했다. 끔찍한 일이다”며 탄식했다. 그는 “영국에는 오래전부터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인정하는 관용의 전통이 있었다”며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관용의 전통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난민 급증은 거짓말” “극단주의 사라질 것”

    “난민 급증은 거짓말” “극단주의 사라질 것”

    “처칠처럼 유럽 위해 싸우기 원해” TV출연 캐머런 ‘EU 잔류’ 호소 탈퇴 진영 패라지 英 독립당 당수 “이민자 대한 증오들 실제 일어나”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 피살 직후 중단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캠페인이 19일(현지시간) 재개되면서 찬반 진영이 막바지 지지세력 결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영국 국기와 아웃(OUT), 유럽연합(EU)기와 인(IN) 등을 새긴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이날 런던 하이드파크에서는 얼굴에 영국 국기와 EU기를 그린 사람들이 입맞춤을 하는가 하면 의회광장에서 EU 잔류자 240명이 나란히 서서 옆사람에게 입 맞추는 ‘키스체인’으로 영국과 EU가 하나임을 보여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BBC 브렉시트 특집편 ‘퀘스천 타임’에 출연해 한 청중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흔들며 ‘내가 이 약속을 받아냈다’고 외치는 ‘21세기 네빌 체임벌린’”이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받았다. 체임벌린 전 총리는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협정문을 받아와 “우리 시대의 평화를 지켰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다. 캐머런 총리가 EU와의 협상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도 EU 잔류를 고집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캐머런은 히틀러의 전체주의에 맞서 유럽의 공동 대응을 주도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그는 “처칠은 고립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프랑스, 폴란드와 함께 싸우기를 원했다. 그는 유럽과 유럽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오늘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길 원한다. 우리는 싸우며 그것이 우리가 이기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캐머런은 이어 “EU 탈퇴 진영이 완전히 거짓인 3가지 주장에 근거해 브렉시트를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영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서기 3000년이 돼도 터키가 EU에 가입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EU 탈퇴 진영의 대표 주자인 보리스 존스 전 런던시장은 일간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EU 탈퇴만이 극단주의자들이 총을 드는 일을 막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EU 탈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극단적 브렉시트 지지자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는 유럽 입성을 위해 줄지어 선 난민 수백명의 모습과 함께 ‘한계점’이라고 쓰인 포스터를 공개해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켰다. 패라지는 ITV에 출연해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이 포스터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교부 장관은 영국의 EU 탈퇴가 동유럽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캐머런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은 역사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 동작구, “결혼 이민자 정착을 도와줍니다”

    서울 동작구에는 2269세대의 다문화 가정이 산다. 이들 결혼 이주민 중에는 비교적 무난하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이들도 있지만, 언어나 문화적 차이 탓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다. 동작구가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도움을 주고 나섰다. 20일 동작구에 따르면 구 다문화 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 등 다문화 가족의 원만한 생활을 돕고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다문화 가족 멘토링 사업이 주목할 만하다. 결혼 이주 여성 등에게 한국 생활 적응을 도울 멘토를 한 명씩 붙여줘 가족 간 생활법이나 지역 사회의 도움받는 법 등을 알려준다. 또 방문교육서비스를 통해 방문지도사가 다문화 가정을 직접 찾아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자녀와 잘 지내는 법 등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입국한 지 5년이 안 된 결혼 이민자와 만 24세 미만 다문화 가족이라면 간단한 생활언어를 익히는 단기 한국어교육을 받아봐도 좋다. 한국에 막 건너와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태인 이민자를 위해서는 통·번역도 지원한다. 구는 다문화 가족 자녀(만 4세~만 12세 미만)를 대상으로 지역 대학생을 멘토로 붙여주는 ‘해피 메이트’ 사업도 벌인다. 대학생들은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 발달 등을 직접 챙긴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의 취업을 돕고자 교육과 훈련도 들어볼 만하다. 결혼 이민자를 대상으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이력서 작성과 면접준비 등 취업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구의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구 보육여성과(02-820-9716)로 연락하면 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부작 사부작 페낭을 걷다

    사부작 사부작 페낭을 걷다

    사부작 사부작 페낭을 걷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Malaysia Penang 페낭의 거리를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오래된 건물이 머금은 세월이 눈에 들고 마음에 새겨지자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밀려온다. 맑은 물빛과 아름다운 해변을 지닌 남국의 섬은 아니지만 페낭은 최상의 가치를 지닌 여행지다. ●다시 발견하는 여행자의 아침George Town 문화유산 도시의 품격 10년 만에 다시 페낭을 찾았다. 그때 싱가포르를 지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쿠알라룸푸르, 페낭, 랑카위를 찾았었다. 말레이시아가 처음이었던 당시에는 페라나칸 문화와 서양 문화가 뒤섞인 말라카의 독특한 분위기에 반해 예정보다 하루 더 말라카에 머물렀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런 여정을 따라 도착한 페낭은, 솔직히 말해, 그저 그랬다. 조지타운은 정갈한 말라카에 미치지 못했고, 섬을 감싸 안은 물빛은 랑카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페낭의 물빛은 여전했다. 후끈한 밤공기, 바람에 떠밀리는 파도와 야자수 이파리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이곳이 남국임을 알리고 있었다. 최소한 아침이 밝기까지는 그랬다. 페낭의 조지타운George Town은 말라카와 더불어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때로 이러한 타이틀은 얼마나 중요한지! 말레이 본토 사람들과 중국과 인도에서 온 이민자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일궈낸 페낭의 오랜 문화는 분명 지난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수백년 문화에 10년은 그저 녹아내리고 이어지는 시간일진대 사부작사부작 길을 건너 만나는 페낭의 조지타운은 아주 많이 변해 있었다. 거리에서 찾은 견고한 자부심 카피탄 클링Kapitan Keling을 시작으로 조지타운을 걷기 시작한다. 카피탄 클링 모스크와 스리 마하 마리암만Sri Maha Mariamman 인도 사원, 콴인텡觀音寺 불교 사원, 세인트 조지 교회St. George’s Church가 이어지는 이 거리는 카피탄 클링 모스크 거리Jalan Masjid Kapitan Keling라는 원래 이름 대신 하모니 스트리트로도 불린다. 몇 걸음 사이에 온갖 종교의 사원이 어우러진 거리는 이주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페낭과 참으로 닮아 있다. 콴인텡 사원으로 가기 전, 파사르 골목Lorong Pasar으로 접어든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판매하는 노점이 골목 입구를 차지하고, 트라이쇼Trishaw는 관광객을 태우고 좁은 골목을 누빈다. 오래된 건물 아래에는 건물만큼 오래된 일상이, 좁은 골목 곳곳에는 골목만큼 소소한 일상이 펼쳐진다. 이처럼 오래되고 소소한 일상은 조지타운의 52개 건물 벽에 철제 예술로 승화됐다. 트라이쇼, 국수를 파는 노점, 나무 물지게인 나시칸다Nasi Kandar를 지고 카레를 파는 상인 등. 52개의 철제 벽화만 봐도 페낭의 문화가 대충 눈에 들어온다. 파사르 골목에는 코코넛 와인을 소개하는 철제 벽화가 걸렸다. 가난한 인도 이주민들이 즐겨 먹던 탓에 가난뱅이 와인Poor Man Wine으로도 불리는 술이다. 불교 사원에 바치는 향과 초, 꽃도 철제 벽화의 소재가 됐다. 벽화 옆에는 실제 향을 판매하는 상점인 조스 스틱Joss Stick이 자리했다. 6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향을 만들어 온 백발의 장인은 여전히 손수 향을 만들고 태양 볕에 향을 말린다. 콴인텡 사원에서 큰길을 건너 킹 거리Lebuh King로 접어들면 특이한 지붕의 행렬이 이어진다. 풍수를 고려해 불, 물, 지구, 금, 나무의 5가지 요소를 결합해 만든 건물들로 중국 이주민들의 문중 회관과 도교 사원이 자리한 거리다. 중국 이주민들은 페낭의 주요 구성원 중 하나. 주로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에서 이주한 그들은 푸젠 사람이 아니라 호키엔福建 사람으로 대를 이어 페낭에서 살아간다. 중국 본토에 비해 잘 간직된 전통 문화는 호키엔 사람들의 자랑이다. 문중 회관에 모이는 것은 물론 본토와는 달리 청명절에 조상의 묘를 찾아 예를 갖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킹 거리를 끝까지 걸으면 아퀴 거리Lebuh Ah Quee다. 아퀴는 장사를 통해 큰돈을 번 상인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길을 낼 때 아퀴는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놓았고, 영국인들은 거리를 아퀴라 이름하며 존경을 표했다. 과거, 수많은 상점들이 자리했던 이 거리는 현재 조지타운의 색다른 볼거리로 탈바꿈했다. 벽화 때문이다. 아퀴 거리의 낡은 오토바이Old Motorcycle, 브루스 리Bruce Lee 벽화를 시작으로 십여 개의 벽화가 골목골목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는 기념엽서나 티셔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전거를 탄 아이들Kids on Bicycle이다. 덕분에 벽화가 자리한 왕복 2차선의 아르메니안 거리Lebuh Armenian는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여행자들로 붐빈다. 하지만 페낭 사람들은 여행자들을 향해 경적 한 번 울리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조지타운에 일어난 변화는 이처럼 작지만 크다. 예술 작품이나 벽화 몇 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역사적인 동네에서 살아가는 페낭 사람들의 자부심은 울리지 않는 경적처럼 곳곳에서 드러난다. 도시에는 말레이시아 최초로 자전거 도로도 생겼다.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매주 일요일에는 거리 곳곳에서 각종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아, 매우 현실적이지만 조지타운의 집값도 5~6배 올랐다고 한다. ●높고 밝고 섬세한Kek Lok Si & Penang Hill 오르면 보이는 도시 너머의 풍경 조지타운에서 차로 20분가량. 아이르 히탐Air Hitam 언덕에 자리한 켁록시Kek Lok Si 사원으로 향한다. 켁록시는 웅장한 사원 건축물이 끝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색채의 사원이다. 세 분의 부처를 모신 대웅전과 섬세하게 용을 조각해 얹은 탑, 중국 색채가 강한 불이문, 금칠로 화려하게 장식한 사천왕상 등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크고 작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1만 분의 부처를 모신 만불탑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7층 탑의 층층이 중국, 태국, 미얀마 양식을 담아 불상을 모시고 벽의 타일 하나하나에 부처를 앉혔다. 탑의 모든 층은 전망대이기도 해, 층을 달리하며 다른 시야의 조망을 선사한다. 360도로 펼쳐지는 맨 꼭대기 층의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 사원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만불탑 반대편의 관음상은 켁록시의 또 다른 전망대다. 만불탑을 걸어 오를 자신이 없는 이라면 야외에 자리한 거대한 관음상 쪽에서 사원과 조지타운을 전망하는 편이 낫다. 관음상까지 푸니쿨라(편도 3링깃, 왕복 6링깃)가 운행된다. 켁록시에서는 야외에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관음상에 파빌리온을 씌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관음상보다 더 거대한 파빌리온은 16개의 기둥으로 이뤄졌다.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데 드는 비용은 300만 링깃. 우리 돈으로 9억 원가량이다. 돈의 규모는 다르지만 신자들의 믿음과 기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다. 켁록시 입구에는 1890년경에 사원을 창건할 당시 100링깃을 기부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당시 한 달 월급은 6링깃 정도였다고 한다. 페낭의 전망대로 페낭 힐Penang Hill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830m의 페낭 힐은 영국 식민지 당시 관원의 집과 관청이 자리했던 장소다. 아랫마을의 더위를 참기 힘들었던 영국인들은 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머물며 일이 있을 때만 아랫마을로 향했다고 한다. 페낭 힐까지는 푸니쿨라(편도 15링깃, 왕복 30링깃)가 운행돼 쉽게 오를 수 있다. 푸니쿨라는 해발 712m에 자리한 종착역까지 무서운 속도로 내달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마저 든다. 그렇게 오른 페낭 힐의 전망은 훌륭하다. 조지타운은 물론 날이 좋으면 말레이시아 본토 버터워스까지 보인다. 페낭 브리지와 세컨드 페낭 브리지도 아득하다. 우리나라 현대건설에서 건설해 1985년에 개통한 페낭 브리지는 2014년에 세컨드 페낭 브리지가 생기기 전까지 본토와 페낭을 잇는 유일한 육로였다. ▶travel info AIRLINE말레이시아항공에서 인천-쿠알라룸푸르 직항편을 운항한다. 약 6시간 20분 소요.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까지는 국내선으로 40분가량 소요된다. 말레이시아항공에서는 4월11일부터 5월13일까지 봄맞이 특가 세일을 진행한다. 4월11일부터 7월22일까지 출발 가능한 항공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는 쿠알라룸푸르 110만원, 페낭 95만원, 이코노미 클래스는 쿠알라룸푸르 46만원, 페낭 39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페낭 항공권은 1회에 한해 쿠알라룸푸르 무료 스톱오버가 가능하다. www.malaysiaairlines.com FOOD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존재하는 페낭은 음식 문화가 다채롭기로도 유명하다. 말레이, 중국, 인도, 뇨나 요리를 맛보려면 1일 6식은 기본. 씨엔엔 고CNN Go에서는 페낭의 아삼락사를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7위로 꼽았으며, 최고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아시아 10개 도시 중 하나로 페낭을 선정했다. 다양하고 맛있는 페낭의 요리를 모두 맛보려면 호텔 조식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낫다. RESTAURANT 쇼우펑라이Seow Fong Lye식당 겸 카페. 카야 토스트, 쌀국수, 페낭 커피 등 다양한 아침 메뉴를 선보인다. 가게 앞 노점에서 바로 볶아 선보이는 볶음 쌀떡인 차코아이칵Char Koay Kak도 인기 메뉴다. 위치는 조지타운 꼼따 버스 터미널 인근. 94C, Macalister Lane, 10400, Penang +604 229 7390 7:30~13:00 떽셍 레스토랑Teksen Restaurant 1965년부터 2대째 이어 온 중국 요리 전문 식당이다. 조지타운의 카나본 거리에 자리했으며,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높다. 18, Lebuh Carnarvon, 10100 George Town, Penang +6012 981 5117 퍼룻 루마Perut Rumah말레이와 중국의 퓨전 요리라 할 수 있는 뇨냐 요리를 선보인다. 중국 요리에 비해 매운맛이 강하고 자극적인 편이다. 페라나칸 스타일로 꾸민 내부가 정감 있다. 4, 6 & 8 Jalan Bawasah, 10050, George Town, Penang +604 227 9917 아떽 두리안Ah Teik Durian 두리안 노점. 페낭에서도 5~7월 성수기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두리안이지만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두리안을 판매한다. 시즌이 아닐 때에는 킬로그램당 80링깃 가량으로 가격이 오른다. Lorong Susu, 10400, Penang +6012 438 3881 HOTEL 파크로열Park Royal페낭 북부에서 가장 번화한 해변인 바투 페링기Batu Ferringhi에 자리한 리조트. 리조트 바로 앞에 해변이 펼쳐져 객실에서 바다가 조망된다. 밤에는 호텔 인근에 야시장이 들어서 기념품, 의류 등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조지타운까지는 30분가량 걸린다. www.parkroyalpenang.org 라싸 싸양 리조트 & 스파Rasa Sayang Resort & Spa바투 페링기 해변에 자리한 리조트. 바다를 향해 펼쳐지는 넓은 정원이 인상적이다. 라싸 싸양의 게스트는 바로 옆에 자리한 골든 샌즈 리조트Golden Sands Resort의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리조트 모두 샹그릴라에서 운영한다. www.shangri-la.com 이엔오E&O 1885년에 설립한 페낭 최초의 호텔. 오랜 세월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고풍스러운 기운이 호텔 전체에 넘쳐난다. 옛 건물인 헤리티지 윙에 100개, 2013년에 새로 지은 빅토리아 아넥스에 132개의 스위트룸이 자리했다. 수영장, 레스토랑, 바, 스파 등의 부대시설도 흠잡을 데가 없다. 조지타운의 해변에 자리해 일부 호텔 시설에서 바다가 조망된다. www.eohotels.com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말레이시아항공 www.malaysiaairlines.com, 말레이시아관광청 www.tourism.gov.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구글, MS와 달리 트럼프에게 등돌린 애플···“공화당 전당대회 후원 안 한다”

    구글, MS와 달리 트럼프에게 등돌린 애플···“공화당 전당대회 후원 안 한다”

    미국 ‘애플’이 다음 달에 있을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 등을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이나 물품 등의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화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전당대회에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과 이민자, 사회적 약자 등을 향한 트럼프의 거친 발언을 애플이 문제 삼았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수많은 이민자를 미국 밖으로 내쫓으려는 트럼프의 생각이 외국 출신의 고급 인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노력과 배치된다”고 전했다. 애플과 트럼프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후원 불가 방침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놓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이 갈등을 벌였을 당시 트럼프는 “애플이 테러범에 대한 정보를 관련 당국에 넘길 때까지 삼성의 휴대전화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애플은 2008년 대선에선 민주·공화 양당에 14만 달러(약 1억 6000만원) 가량의 맥북 등을 지원했다. 2012년 대선에는 기업 후원을 받지 않기로 정한 민주당의 방침에 어느 당의 전당대회도 후원하지 않았다. IT 기업 가운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은 애플과는 달리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인권활동가 출신 정치 샛별… 생일 일주일 앞둔 ‘두 아이 엄마’

    개발도상국 빈곤·차별 퇴치 위해 힘써 시리아 인도적 접근… 공습 표결 기권도 16일(현지시간) 선거구민 간담회에 참석했다 목숨을 잃은 조 콕스 하원 의원은 인권활동가이자 노동당의 떠오르는 신예 정치인이었다. 콕스 의원은 영국 웨스트요크셔 주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치약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학교 서무 직원이었던 것으로 현지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가족 중 유일한 대졸자로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사회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차별 퇴치에 힘썼다. 옥스팜에서 정책부장을 지냈고 미국 뉴욕에서 인도주의 캠페인을 이끌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사무소 책임자로도 일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반(反)노예 운동 단체인 더프리덤펀드 등 여러 자선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간부였던 남편 브랜던 콕스도 구호 현장에서 만났다. 3살과 5살 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콕스 의원은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름을 알렸고 노동당 전국 여성 네트워크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자신이 태어난 웨스트요크셔의 배틀리·스펜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하원에 입성했다. 콕스 의원은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과 난민을 쏟아내는 시리아 내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시리아를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이끌었다. 시리아 내전의 해결책으로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며 영국의 시리아 공습 표결에 기권하기도 했다. 콕스 의원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지난해 6월 하원 연설에서 “우리 지역은 이민으로 가치가 높아졌다. 아일랜드 기독교도와 인도 구자라트주 무슬림들,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들이 있다”면서 “지역을 돌아다니며 때때로 놀라운 건 우리가 매우 단합돼 있다는 것, 우리를 구분 짓는 것보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 훤씬 더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며 정계에서 주목받던, 전도유망했던 정치인은 42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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