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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과학의 날 유공자 78명 표창

    정부는 21일 ‘제51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 진흥에 앞장선 유공자 78명에게 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한다고 19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와 별도로 우수 과학어린이 5691명과 우수과학교사 225명, 과학기술유공자 175명 등 6091명을 선정해 과기부 장관 표창을 시상할 계획이다. 과학기술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은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이며 국내 공학교육 혁신을 이끈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등급 혁신장은 제6세대 이동통신 기반기술인 차세대 광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한 송종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등 4명, 3등급 웅비장은 국내 최초로 자동화 용접라인을 만든 서정범 우진이엔지 대표이사 등 6명이 받는다. 과학기술 포장은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성능을 3000배 이상 높여 광(光)물리학 발전을 이끈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를 비롯한 7명, 대통령 표창은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18명, 국무총리 표창은 보리 관련 산업 활성화와 수출 기반을 마련한 이미자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등 24명에게 주어진다. 정부는 오는 22일 ‘제63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정보통신 발전 부문에서도 42명에게 정부포상을 실시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3색’ 제20회 함평나비대축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3색’ 제20회 함평나비대축제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함평나비대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개최된다. 호랑나비 등 24종 20만마리의 나비가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날갯짓을 유혹한다. 이번 축제에는 33개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인기 있었던 살아있는 나비를 날리는 ‘야외나비날리기’는 올해도 진행된다. 나비모양 소원판에 소망을 적어 게시 후 바람에 날리는 행사가 새롭게 추가됐다. 아이들은 토끼·새끼 멧돼지 등 동물들을 열심히 쫓고, 부모들은 목청껏 아이들을 응원하면서 가족 간의 화합을 다지는 ‘가축몰이 체험’도 마련됐다. 온 가족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젖소목장 나들이’, ‘미꾸라지잡기’와 같은 인기 체험행사도 지난해보다 5일간 더 확대했다. 2400여종, 2만 4600여본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다육식물관, 황금 162㎏으로 제작된 박쥐 조형물과 박쥐생태환경을 알 수 있는 황금박쥐 전시관 등을 만날수 있다. 각종 생활유물과 모형을 통해 1960~1980년대 회생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함평천지 문화유물 전시관이 새롭게 조성돼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20주년을 기념해 20번째, 20만 2020번째 입장객 이벤트도 운영해 기분 좋은 행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도 운영한다. 평일 1~2개, 주말 3~4개의 공연이 축제장 곳곳에서 열린다. KBS 전국노래자랑과 중국 덩핑시 소림 무술공연, 이미자 특별공연, 대한민국 공군 ‘블랙이글스’팀의 7분여간 축하비행도 만날수 있다. 군 관계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져 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며 “나비대축제장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동철 칼럼] 남북 문화 교류의 대차대조표

    [서동철 칼럼] 남북 문화 교류의 대차대조표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을 마치고 어제 새벽 인천공항으로 돌아온 남측 예술단의 표정은 아직도 약간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수란 관객의 환호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지난 1일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단독 공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페라글라스까지 챙겨 참석했고, 북한 가수들과 무대에 오른 ‘우리는 하나’ 공연에서는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 2000명 관객으로부터 10분 동안 기립 박수를 받았다. 평양 공연 실황은 오늘에야 녹화 중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현지 관객의 반응을 TV 뉴스로만 대했을 뿐이다. 짧은 시간의 뉴스에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해도, 남측 예술단을 맞은 북측 관객들의 반응은 전과 다르게 보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북측 관객이 남측 노래에 ‘리듬’을 타는 모습이 조금은 신기했다. 과거 최진희나 조용필의 노래가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믿지 않았다. 평양의 대학생 사이에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 유행했다는 최근의 뉴스에도 그랬다. 2005년 평양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나 ‘못 찾겠다 꾀꼬리’ 같은 노래에도 무대는 뜨거웠지만, 객석은 차분하기만 했다. 조용필에 앞서 평양에서 공연한 이미자와 김연자를 비롯해 최진희와 이선희 등도 북한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은 가수로 알려졌다. 그런데 달라지기는 했어도 이번에도 남측 가수가 히트곡을 부를 때보다는 북측 노래를 부를 때 더 호응이 컸던 것으로 윤상 음악감독은 전했다. 좋아서 듣기도 하지만, 듣다 보니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 음악이다. 대중가요는 이런 속성이 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임진강’이라는 북한 노래를 우리 가수들이 음반으로 만든 것도 있어 가끔 듣는다. 그런데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공연에서 북측 예술단이 들려준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 같은 노래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음악 전문가라면 모를까, 아무리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익숙지 않은 노래를 처음 듣고 마음에서부터 감동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북측 관객에게도 이번 공연에서 불린 남측 노래는 대부분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서로의 노래를 잘 모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남측 대중음악의 다양한 양상을 북측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의미가 있는 공연단 구성은 평가할 만하다. 로커 윤도현을 비롯해 평양 공연 경험이 있는 가수는 물론 정인, 알리, 서현에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이 참여하기까지 남북 관계 당국의 조율 과정도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열린 북측 예술단의 두 차례 남측 공연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남측 예술단의 두 차례 북측 공연으로 한바탕의 남북 문화 교류는 일단 마무리됐다. 지금은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손익을 따져 보면 결과는 어떨까. 남북 교류는 우선 서로의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다. 우리 정부는 나아가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남북 문화 교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생존’보다 더한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일리가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문화 교류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측 관객들은 이번에도 남측 공연단이 보여 준 ‘자유로운 문화의 가치’보다는 ‘남북 문화 교류의 정치적 상징성’에 기립 박수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북측을 변화시키기보다는 북측이 오히려 우리를 변화시킨 측면이 더 크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레드벨벳이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매우 잘 짜인 이미지 변화 전략이다. 북측은 이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면 문화 교류를 늘려 갈 것이다. 그럴수록 결국에는 우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유로운 문화’는 강하기 때문이다.
  • [동영상] 금강산 남북문화행사에 남측 관객 300여명 간다

    [동영상] 금강산 남북문화행사에 남측 관객 300여명 간다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 공동문화행사에 우리 측에서 일반 국민을 포함해 300여명의 관객이 참여하게 된다. 일반 국민의 방북은 2015년 10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다. 공동문화행사는 2월 초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음악공연과 문학행사를 갖는 방안이 유력하며 남북 합동 음악공연도 포함됐다. 또 원산 인근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될 스키 공동훈련에 참가하는 우리 측 선수단은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친선경기도 열린다.지난 23일부터 사흘간 방북해 금강산 일대와 마식령스키장, 원산 갈마비행장 등을 사전점검한 통일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최종 선정은 좀더 검토해야겠지만 금강산문화회관을 공동문화행사장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며 “남북이 객석을 절반씩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월 4일을 포함해 몇 개의 공연 날짜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측은 현대·전통음악·문학행사 검토 금강산문화회관이 620석 규모임을 감안하면 우리 측에선 문화계, 예술계, 체육계, 사회시민단체 인사와 일반 국민 등 300여명이 공연단과 함께 방북하게 된다. 군사분계선에서 30분 내에 도착할 거리임을 감안해 당일 오후에 공연을 보고 저녁식사 전에 내려오는 일정이 유력하다. 공연은 1, 2부로 나눠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은 남북 합동공연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측은 현대음악이라든지 전통음악, 문학행사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2002년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이미자, 윤도현밴드 등이 공연한 것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관람객 구성 및 모집 방법에 대해서는 정부합동지원단에서 논의 중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훈련할 마식령스키장 시설에 대해서는 “슬로프 및 설질이 양호했고 곤돌라나 리프트도 정상 가동 중이었다. 연습경기 및 공동훈련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스키장 숙소에 대해 “마식령호텔에서 2박을 했는데 (평양)고려호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고 평가했다.●마식령스키장·갈마비행장 시설 양호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공동훈련은 이르면 오는 31일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첫날은 프리스키(연습스키)를 하고 이튿날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2개 종목에 대해 남북 친선경기를 연다. 공동훈련에 참가하는 우리 측 선수단은 평창올림픽 국가대표는 아니다. 또 방북 선발대는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 마식령리조트까지 4시간이나 걸려 선수들의 항공 이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평창에 있는 선수들이 양양공항에서 전세기에 올라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갈마비행장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지는 자동차로 45분 정도 걸린다. 통일부 관계자는 “갈마비행장의 활주로, 유도로, 주기장 등 시설과 안전시설·안전장비 등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고 관리 상태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우리 측 선발대의 체류비용에 대해서는 “환대를 받았으며 북측이 모두 부담했다”고 설명했다.●北 선발대 IBC·알파인스키장 등 둘러봐 한편 지난 25일 방남한 북측 선발대 8명은 이날 이틀째 일정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공동입장 과정에 대해 점검했다. 오전에는 국제방송센터(IBC)를 찾아 북측으로 중계방송을 보내기 위한 시설을 살폈고 인근의 홀리데이인 리조트도 방문했다. 이곳은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인사들의 방남 기간 숙박 장소로 거론된다. 이들은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와 용평 알파인스키장을 둘러봤고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강원도 지역 공연장으로 거론되는 속초 강원진로교육원도 찾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민우혁 ‘불후의 명곡’ 2017년 최다 우승 기록 ‘믿고 보는 출연자’

    민우혁 ‘불후의 명곡’ 2017년 최다 우승 기록 ‘믿고 보는 출연자’

    민우혁이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2017년 최다 우승을 기록했다.23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2017 왕중왕전 특집에서는 민우혁이 1부 우승과 함께 2017년 최다 우승자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우혁은 조용필의 ‘꿈’을 선곡했다. 그는 선곡 이유에 대해 “꿈을 이루게 해준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섬세한 감정과 소름 돋는 연기력의 민우혁은 ‘불후의 명곡’ 자칭타칭 스토리텔러답게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과, 무명 시절 자신의 모습을 그려줄 뮤지컬 배우 박종배와 함께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의 무대를 본 패널들은 “가장 큰 힘은 진심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달력이 대단하다”, “이 무대를 보며 저 친구를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민우혁은 422표를 얻어 산들과 안시하의 3연승을 막고 1부 우승을 했다. 지난 2월, 아이비와 함께 ‘불후의 명곡’ 엄정화 편에 혜성처럼 등장한 민우혁은 첫 등장부터 뛰어난 표현력과 가창력으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후 출연을 확정하며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이미자의 여로 등으로 손에 꼽히는 레전드 무대를 남겼다.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로 등극한 그는 이번 무대 역시 감독과 스토리, 노래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완벽한 짜임새로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을 알렸다. 사진= KBS2 ‘불후의 명곡’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연말과 성탄절로 다가서는 계절에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연말과 성탄절로 다가서는 계절에

    유명 가수들이 앞다퉈 캐럴 음반을 내던 시대가 있었다. 1960년대에는 트로트를 주로 부른 이미자, 배호의 캐럴 음반도 있을 정도이니 그 열풍을 짐작할 만하다. 1980년대까지도 12월이 되자마자 길거리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울려 퍼지고 성탄 카드와 트리 장식품들이 번쩍번쩍 내걸렸다. 이제 이런 풍경도 옛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에서 성탄절을 휴일로 제정한 것부터가 희한한 일이다. 미군정 경험과 기독교인 대통령이 그런 결정의 중요 배경이었겠지만 확실히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75년에나 이르러서이다. 성탄절을 요란하게 보내는 것이 촌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90년대였다. 올림픽을 치르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부가 ‘세계화’를 내세우던 시대, 이제 미국과 서유럽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그리 엄청나 보이지 않게 된 시대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 촌스러운 짓을 그만둘 수 있었다. 조용한 휴일 성탄절은 무언가 생각하기 좋은 날이다. 인간 세상과 신의 의미를 생각할 만한 날인 것이다. 1.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후렴)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2.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저 캄캄한 곤욕의 거리/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후렴)‘금관의 예수’ (1972, 김지하 작시, 김민기 작곡) 이 노래의 역사는 노래 가사 내용만큼이나 아프다. 처음 발표된 음반에서부터 이 노래는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1976년 양희은의 캐럴 음반에 숨어 있던 보석 같은 트랙이건만, 제목은 ‘주여 이제는 그곳에’였다. ‘여기의 우리’가 ‘그곳 그들’로 바뀌고 ‘어두운 북녘 땅에 한 줄기 빛이 내리고’란 반공주의적 가사가 들어가서야 겨우 발표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얼굴 여윈’, ‘죽음 저편’ 같은 가사, 김지하, 김민기란 이름도 모두 제거되어 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한 양희은의 고육지책이었는데, 이후 양희은이 창작자에게 불려가 혼쭐이 났다는 후문이다. 법과 무관한 민중가요권의 비합법 음반과 악보집에서나 원작 그대로 수록될 수 있었다. 제목과 가사가 훼손되지 않고 합법 음반에 수록된 것은 1993년 김민기 전집음반에서였다. 화려하고 처절한 양희은의 목소리와 달리, 낮고 음울한 김민기의 목소리는 기도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 노래는, 김지하가 쓰고 연출하여 1972년 서강대 운동장에서 공연한 연극 ‘금관의 예수’에 삽입된 작품이었다. 연극 ‘금관의 예수’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다. 1971년 김지하는 황금에 갇힌 왕자 모티브를 구리에 갇힌 이순신으로 바꾸어 ‘구리 이순신’을 발표했고, 다시 이듬해에 이순신을 예수로 바꾸어 ‘금관의 예수’를 썼다. 금관에 짓눌려 답답해하는 예수가, 굶주린 문둥이와 거지에게 자신의 금관을 벗겨달라고 부탁하지만, 결국 금관을 벗긴 거지와 문둥이는 경찰에게 절도죄로 잡혀간다는 이야기이다. 노래의 험한 역사만큼이나 연극의 내용도 가슴 아프다. 이 노래는 지금도, 현실의 벽에 부딪쳐 무릎 꿇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기도로 종종 현실로 불려나온다. ‘죽음 저편 푸른 숲’의 천국을 기다리기엔 지금의 삶이 너무도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기도이다. ‘주기도문’에서처럼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아직 이 땅에 많다.
  • 다양한 장르의 대결… 이게 ‘진짜 음악’

    다양한 장르의 대결… 이게 ‘진짜 음악’

    엠넷(Mnet)이 달라졌다. 과감한 편집과 빠른 전개, 극도의 서바이벌 경연으로 ‘악마의 편집’이라는 오명까지 썼던 엠넷이 음악의 본연으로 돌아오겠다며 ‘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마스터’를 새롭게 내놓았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로 시작한 ‘더 마스터’는 밴드, 트로트 등 대중음악부터 뮤지컬, 클래식, 국악, 재즈까지 한 무대에 올려놓았다.지난 10일 첫 방송에서는 첫 번째 경연자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제시된 주제는 ‘운명’이었다. 바로크 시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 아리아가 임선혜의 입술에서 고요히 흘러나왔다. 종지부에서 화려한 고음의 카덴차(즉흥적이고 화려한 기교)가 관객을 압도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음악이 이어지는 6분 14초 동안 중간에 인터뷰 영상이 끼어드는 식의 교차 편집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자막도 곡 소개 외에는 거의 볼 수 없었다.이어 최백호가 1960년대 나온 이미자의 노래 ‘아씨’를,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들국화 1집 ‘그것만이 내 세상’과 뮤지컬 넘버 ‘메모리’(캣츠)를 편곡해 차례로 불렀다. ‘사랑일 뿐이야’를 열창한 이승환과 밴드는 후반부에 세월호를 기리는 4·16 합창단을 등장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명창 장문희는 판소리 ‘춘향가’의 소리 대목 중 하나인 ‘천지삼겨’를 부르며 현대 음악을 반주로 깔았고 재즈 가수 윤희정은 빅밴드와 함께 ‘세노야’를 차례로 선보였다.이미 입지가 탄탄한 가수들이 나와 노래 경연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MBC)가 있었고 비주류로 간주되던 크로스오버 음악을 경연 프로그램에 끌어와 흥행한 ‘팬텀싱어’(JTBC)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에서 분야별 마스터들이 나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새롭다. 이를 기획, 제작한 신정수 PD는 기자간담회에서 “‘더 마스터’가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은 음악의 진정성”이라며 “클래식, 국악, 재즈 역시 시청자 수요가 분명 있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시청자들에게 똑같이 줄 때 우리 음악과 문화 수준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의 대결이라는 이번 콘셉트는 편중화된 음악 산업에 대한 자성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엠넷은 지난 10년간 ‘슈퍼스타K’, ‘쇼미 더 머니’,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음악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어왔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음악 시장을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편중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비주류 장르와 결합을 시도하며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행면에서 그닥 빛을 보진 못했지만 지난해 ‘판스틸러-국악의 역습’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기도 했다. 신 PD는 “엠넷이 장사가 잘되는 음식만 만들어 판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음악채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살려 더 깊고, 더 넓은 음악을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자는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고 덧붙였다. ‘더 마스터’의 첫회 시청률은 1.4%(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흥행을 장담하기엔 다소 미흡하다. 탈락자 없이 1위(그랜드 마스터)만을 뽑는 시스템이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화려한 오케스트라나 밴드, 군무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건 최백호의 트로트나 장문희의 판소리는 상대적으로 풍성함이 덜해 보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부 교수는 “다양한 장르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지만 국악과 대중음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우위를 정하는 방식이 음악 자체의 감동을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경연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서리풀 지하터널·스피드재건축…비결은 서초의 ‘엄마행정’

    [자치단체장 25시] 서리풀 지하터널·스피드재건축…비결은 서초의 ‘엄마행정’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3년여 동안 서울 서초구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서초구가 1988년 강남구에서 분구되기 이전부터 기대했던 정보사 부지 터널 관통부터 성뒤마을 공영개발까지 실타래처럼 읽히고 설킨 숙원 사업들을 속속 풀어내는가 하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랜드마크 조성 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해 추진하고 있다.주민을 폭염으로부터 막아 주는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을 곳곳에 설치하고, 불법 노점상은 당당한 푸드트럭 사업자로 전환시키면서 거리의 모습도 정비하고 있다. 집안 대소사를 모두 챙기듯 서초구라는 집안의 발전과 불편까지 모두 잡아내는 ‘엄마행정’의 달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16일 만난 조 구청장은 이에 대해 “물이 99도까지는 잠잠하다가 100도에서 끓어 넘치듯, 제 앞에서 일하신 분들과 우리 서초 구민들께서 이미 99도까지 만들어 놓으셨고 저는 마지막 1도만 채웠다”며 몸을 낮췄다.조 구청장의 ‘엄마행정’은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을 시작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서초구는 구가 생긴 1988년 이래 도시계획이 바뀐 적이 없어 수십년 묵은 숙원 사업이 많았다.우선 37년간 서초의 막힌 맥을 뚫는 일부터 시작했다. 강남의 동·서축을 단절시키는 장애물인 서리풀공원 내 정보사 부지 밑으로 서리풀(정보사) 지하터널(355m)을 조성해 서초역과 내방역 길을 연결하는 일이다. 조 구청장은 2014년 7월 취임 후 정보사의 정보사령관과 국방부 차관을 잇따라 찾아갔다. 정보사 부지 주인인 국방부와 서초구가 부지 개발 계획을 놓고 오랫동안 합의하지 못하면서 터널공사도 발을 떼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일단 서리풀터널 관통 공사를 시작하고 부지 개발 방법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설득했다. 이 같은 ‘투 트랙 전략’으로 문제는 실마리를 잡아내면서 공사는 이듬해 10월 착공됐다. 같은 해 말에는 부지에 공연장 등이 포함된 3만 2200㎡ 이상 규모의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안도 마련하면서 ‘문화 서초’의 이미지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서초구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인 대형 판자촌 성뒤마을 공영개발 계획도 조 구청장의 작품이다. 마을은 석재상, 판잣집, 고물상 등 무허가 건축물 179개 동이 난립해 주변 지역에서도 민원이 많았지만 시는 자연녹지 보존을 이유로 방치했다. 조 구청장은 2014년 말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취임하자 자리를 마련해 현장에 함께 가서 실상을 보여주고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결과 이듬해 5월 시의 공영개발 결정을 이끌어냈고, 지난 9월 공공주택 지구로 지정되면서 2022년까지 1200여 가구가 입주하는 계획을 완성시켰다.조 구청장은 무허가 건물이 난립한 방배동 국회단지 개발 계획도 완성했다. 이곳은 1970년대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토지 소유주들과 매매협상에 실패한 가운데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 가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40여년간 무허가 난립지로 방치됐다. 조 구청장은 단지 내 도로와 땅을 공동소유한 200여명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고 최근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땅 주인들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단지 일대 3만 2172㎡는 명품 전원주택마을로 재탄생하게 된다. 조 구청장이 이 같이 숙원 사업을 속속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머리’가 좋고 인간관계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란 평이 많다. 기자·청와대 비서관·서울시 정무부시장·대학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축한 인맥이 풍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대인 매너도 뛰어나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조 구청장은 ‘2등 정신’을 비결로 꼽는다. 그는 “일에는 상대가 있는데 모든 공을 나 혼자 가져가면 다시 함께 일하기 어렵다”면서 “항상 상대방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을 하면서 어깨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20년 넘은 강남역 불법 노점상을 푸드트럭으로 전환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년 가까이 수십번을 담당부서장 등과 함께 노점상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백종원 같은 유명 셰프를 초청해 노점상들이 좋은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매출이 100배가량 오른 푸드트럭이 나올 만큼 활성화되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생활밀착형 행정 서비스 구체화  조 구청장의 적극적인 소통은 지역 주민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만 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게 행정 서비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은 기본이고, 직접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을 중시한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듣는 ‘스쿨톡’부터 어린이집을 찾아 육아 고충을 나누는 ‘보육톡’, 어르신 복지를 챙기는 ‘골든톡’ 등 분야별 정기 소통 장을 운영한다. 주로 주민 이야기를 많이 듣는 토크 콘서트 형식이어서 호응이 높다. 소통은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로 구체화된다. ‘스피드재건축 119’가 대표적이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구청이 분쟁과 갈등을 조정해 주고 각종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지원하는 내용이다. 당장 서초구에서 내년부터 적용될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재건축 단지가 15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면서 인기가 높다. 실제로 최근 방배13구역,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14차, 신반포22차 등의 사업시행인가를 처리한 바 있다. 서초 거리에 대형 파라솔인 서리풀 원두막을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민 통행이 많은 횡단보도와 교통섬 등 120곳에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서리풀 원두막을 설치해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면서 유럽 대표 친환경상인 그린애플 어워즈를 받기도 했다. 그의 소통 행보는 지역 내 스타들을 구가 주최하는 지역 페스티벌인 서리풀페스티벌에 참여토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해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를 비롯해 김세환, 남궁옥분, 테너 임웅균, 배우 정일우 등이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연예인들이 한마음으로 지역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보육 문제에서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조 구청장은 취임 전인 2014년 초 32개였던 지역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취임 후 3년여 만인 9월 현재 61곳으로 늘렸고, 내년 3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은 72곳으로 확충한다. 개청 30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 개원이 연평균 1개에 그칠 만큼 보육 수급률 꼴찌를 전전하던 서초구가 그의 임기 4년간 한 달에 한 개꼴인 40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가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조 구청장은 “모든 성과는 서초구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했다”면서 “훌륭한 주민들을 모시고 일한다는 게 영광이란 마음으로 서초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조은희 구청장은 누구 靑·서울시 근무한 마당발 경북여고, 이화여대 영문과, 서울대 국문과(석사), 단국대 행정학(박사) 출신. 기자로 출발해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 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었다. 2014년 7월부터 민선 6기 서초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 ‘불후’ 워너원 김재환 “이미자, 어머니 삶에 위로 준 아티스트”

    ‘불후’ 워너원 김재환 “이미자, 어머니 삶에 위로 준 아티스트”

    그룹 워너원 김재환이 애틋한 무대로 눈길을 끌었다.김재환은 30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 이미자 편’ 무대에 올랐다. 이날 김재환은 워너원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닌 솔로로 첫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섰다. 그는 선배가수 이미자에 대해 “저희 어머니, 할머니 삶에 위로를 준 아티스트”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재환은 “‘기러기아빠’라는 곡을 선곡했다”며 “데뷔 후 아버지를 자주 보지 못했다. 부르면서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재환은 “부모님이 이 자리에 와주셨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부르겠다”고 말한 뒤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의 애틋함을 제대로 표현해낸 김재환의 무대에 일부 청중들은 눈물을 흘렸다. 홍경민은 “어린 가수가 최고치의 곡 이해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했고, 이미자는 “한 마디로 장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사진=KBS2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리풀페스티벌 폐막…조은희 서초구청장 참석

    서리풀페스티벌 폐막…조은희 서초구청장 참석

    “동네 집 앞에서 수준 높은 문화 공연을 매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한 9일이었는데 벌써 끝이라고 하니 무척 아쉬워요.”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 서리풀페스티벌이 9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 일정은 1970~80년대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던 청춘의 거리인 방배카페골목에서 펼쳐졌다. 방배 카페골목은 행사 시작 전부터 지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로 붐볐고 축제 인파가 3만 5000명 넘게 몰려 골목은 뜨거운 열기로 채워졌다. 이곳에서 서리풀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는 골목 스케치북과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골목 스케치북’에서는 시민들이 7000㎡의 아스팔트를 도화지 삼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출연했던 서초구민 배우 정일우씨가 함께했다. 실제로 서리풀페스티벌 주요 프로그램마다 지역예술인들의 재능나눔이 이어져 화제를 모았다. 축제 첫날인 지난 16일에는 국보급 가수 이미자씨가 데뷔 후 58년만에 처음으로 서리풀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무대에 올라 노래를 선사했다. 둘째날에는 서초구 홍보대사 서초컬처클럽(SCC)의 멤버 가수 김세환, 남궁옥분, 방송인 김승현씨는 양재 연인의 거리 콘서트에서 관객 2500명과 함께 열창을 했다. 이어 지난 19일 국민성악가 테너 임웅균 교수도 재능나눔으로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열어 서리풀페스티벌을 빛냈다.골목 스케치북이 진행되는 동안 카페 골목 곳곳에서 캣우먼, 엘사 등 영화 속 주인공들과, 삐에로,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해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착시효과를 주는 재미있는 ‘트릭아트’가 설치됐고, 마치 공중에 사람이 떠 있는 듯한 ‘무중력인간’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이어 오후 4시부터는 17개 팀 400여명이 방배 카페골목 550m 구간에서 주민참여형 골목 퍼레이드를 진행됐다. 방사 군악대의 경쾌한 리듬을 선두로, 30명으로 구성된 타악밴드 라퍼커센의 라틴과 쌈바 음악이 뒤를 이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에서 비눗방울, 눈꽃과 꽃가루가 뿌려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불후의 명곡’ 민우혁 ‘여로’ 1부 우승..전설 이미자 “가슴에 와닿았다”

    ‘불후의 명곡’ 민우혁 ‘여로’ 1부 우승..전설 이미자 “가슴에 와닿았다”

    뮤지컬배우 민우혁이 ‘불후의 명곡’ 이미자 특집 1부에서 우승했다.2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에는 데뷔 58주년을 맞은 이미자가 전설로 등장했다. 린, 유미, 백아연, 박재정, 민우혁, 이세준, 김용준, 홍경민, 소냐, 박혜신, 이예준, 워너원 김재환 등 가수들이 출연해 이미자의 노래를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재해석해 무대에 섰다. 린이 첫 번째 무대로 ‘섬마을 선생님’을 열창했다. ‘이미자 데칼코마니’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감성을 뽐냈다. 하지만 유미가 부른 ‘아씨’에 패했다. ‘불후의 명곡’에 처음 출연한 백아연은 ‘여자의 일생’을 불렀지만 유미의 372점엔 미치지 못했다. 유미의 3연승을 저지한 건 박재정이다. 그는 1968년 발매된 ‘황혼의 블루스’를 2017년 감성으로 열창했다.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가창력을 뽐냈고, 381점으로 1승을 차지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민우혁은 ‘여로’를 열창했다. 그는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미자 역시 “가슴에 와 닿는 노래를 들었다. 행복하다”라며 울먹였다. 민우혁은 420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1부 마지막 무대는 홍경민이 꾸몄다. 그는 쓸쓸한 감성으로 ‘작별’을 덤덤하게 불렀다. 민우혁의 점수엔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민우혁이 2승을 1부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김재환, 김용준, 이세준, 이예준, 박혜신, 소냐가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불후의 명곡’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5분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현장 행정] 서초 골목에 스미는 ‘입맞춤’

    [현장 행정] 서초 골목에 스미는 ‘입맞춤’

    “부끄러워 마시고 막 불러 보세요!”15일 서울 서초동 서초구청 2층 대강당.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의 지휘 아래 구청 간부 29인으로 구성된 합창단원들과 장단에 맞춰 ‘고향의 봄’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 한국판 에든버러 축제를 표방한 서초의 대표 지역 축제인 서리풀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 공연인 만인대합창을 이끌기 위해서다. 서초의 모든 마을이 화음으로 하나가 되자는 의미에서 간부 가운데 전·현직 동장 29인으로 국내 최초 동장합창단을 구성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만인대합창은 지난해 예술의전당 광장에서 열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방배 카페 골목으로 무대를 옮긴다. 서리풀페스티벌은 지난 2년간 반포대로 10차선을 막고 대로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방배 카페 골목, 반포 서래마을, 양재 말죽거리, 예술의전당 앞 악기거리 등 지역 내 골목 27곳에서 지난 16일부터 진행 중이다. 조 구청장은 “대로변에서 하던 축제를 골목으로 스며들게 하면 골목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골목 페스티벌을 기획했다”면서 “기성세대는 골목에 대한 추억을 만끽할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은 골목의 정취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개했다. 지역 상인들도 조 구청장의 아이디어에 호응했다. 페스티벌은 방배 카페 골목에서 만인합창단이 페스티벌 참여자들과 함께 ‘고향의 봄’, ‘앞으로 앞으로’, ‘아파트’ 등 노래를 부르고 폐회하지만 상인들은 방배 카페 골목 상가 번영회 주도로 자정까지 뒤풀이 공연을 열고 열기를 이어 간다. 서초 골목 상점 가운데 120여곳이 자발적으로 10~20% 할인행사를 마련했으며 즉석복권을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힘을 모았다. 가수 이미자씨는 반포 주민 자격으로 노래자랑 무대에 나왔다. 양재동 주민인 가수 김세환, 잠원동에 사는 가수 남궁옥분씨 등은 양재천 수변무대를 이끌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페스티벌은 조 구청장이 예술의전당 고 사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총장 등 취임 후 지역 문화 인사들을 예방한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나왔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하기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 문화관광비서관 등을 지낸 문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조 구청장은 “씨앗이 새싹을 틔우고 꽃이 만개하도록 거름과 물을 잘 줘야 하듯 서초의 골목 상권이 번창하도록 서초구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국보급 가수 이미자 서리풀 축제 출연 왜?

    국보급 가수 이미자 서리풀 축제 출연 왜?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75)씨가 한국판 에든버러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페스티벌’에 등장한다.페스티벌 기간 열리는 KBS 전국노래자랑(서초구편)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이씨가 전국노래자랑은 물론 지역 행사에 출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초구는 오는 16일 오후 3시 서리풀페스티벌 일환으로 구청 앞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전국노래자랑에 이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석, 스페셜 무대를 갖는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심사는 물론 시상도 하고 무대에 올라 동백아가씨 등 국민 애창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조 구청장은 2014년 7월 구청장 취임 이후 ‘구민 섬김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구민들에게 바짝 다가가는 정책을 폈다. 서초구 주민으로 27년간 서초동·반포동에 살고 있는 이씨에게도 마찬가지다. 조 구청장은 구민 섬김 차원에서 이씨에게 가끔씩 휴대전화로 안부 메시지를 보냈고 이씨는 조 구청장에게 격려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씨의 이번 서리풀페스티벌 출연 결정은 두 사람이 그동안 끈끈하게 다져온 ‘관계’의 결실이다. 이씨는 “지난해 제2회 서리풀페스티벌 때 조 구청장이 만인합창에 참석해 달라고 제안해 참여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참가하지 못했다”며 “내내 마음속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었는데 올해 전국노래자랑에 참석해 달라고 해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구민으로 구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겠다”고도 했다. 전국노래자랑 관계자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모시기 어려운 이미자씨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했다. 주민 이지은(63·방배동)씨는 “국보급 가수인 이미자씨의 노래를 동네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서리풀페스티벌이 전 국민의 축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이미자 선생님이 45만 서초구민을 위해 감동의 노래를 들려주실 것을 약속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올해 서리풀페스티벌은 대로변을 넘어 골목까지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 축제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서초구편은 다음달 15일 낮 12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예심은 14일 오후 1시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가산점도 좋고 낭만도 좋지만 나홀로 관사는 남자도 겁나요”

    “반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지금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다문화가정 아이였다. 그래서 반 학생들을 모두 내 차에 태워 시내에 나가 영화도 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함께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12년 교사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강원도 양양회룡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라기룡(35) 교사의 이야기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이 38명에 불과하다. 그가 담임인 3학년 학생은 모두 4명뿐이다. 그는 2014년 다른 교사가 꺼리는 이 학교에 지원했다. 작은 학교에서 일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큰 학교와 달리 작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안전한 거주와 문화생활 등 인프라 필요 1965년 가수 이미자의 히트곡인 ‘섬마을 선생님’에 대한 교사들의 ‘로망’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전국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작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살아간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할 때 받을 수 있는 가산점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교사는 여전히 도서벽지 근무를 꺼린다. 외지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고, 때론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남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교생이 48명뿐인 전북 남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29) 교사는 2015년 12월 부임 후 다른 교사와 함께 관사에서 거주하다 지난해 60㎞ 떨어진 시내 쪽으로 집을 옮겼다. 그는 “관사 주변에 인가가 아예 없다. 밤마다 ‘이러다 무슨 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함께 관사를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 교사는 “남자들도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서 솔직히 여교사라면 오죽하겠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환경이 열악한 도서벽지 학교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때는 이 초등학교도 전교생이 400명이 넘었지만 주민들이 대도시로 가면서 학생이 대폭 줄었다. 이 학교 박모 교장은 “학생이 줄고, 각종 인프라 구축도 늦어지면서 교사들이 꺼리는 학교가 돼버렸다”면서 “가산점의 유인 효과가 크다고는 하지만, 요새 젊은 교사들은 예전처럼 승진에 욕심을 덜 내는 경향이 있어 그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도서벽지 학교를 살리려면 단순히 가산점만 주는 데서 그치지 말고, 교사들의 안전한 거주와 문화생활 등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콘도형 관사’ 추자초교 … 교사 경쟁률 10대1 제주시의 추자초등학교는 도서벽지 학교지만 교사들이 서로 가려는 학교로 꼽힌다. 섬에서 배를 타고 내륙까지 1~2시간이 걸리지만, 학교에서 선착장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은행, 슈퍼, 파출소, 보건소, 경찰서·우체국 출장소도 모두 학교와 도보 5분 이내에 있다. 학교 주변에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 학교 김석갑(48) 교감은 제주도에서 매일 2시간씩 배를 타고 추자도로 출근하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일요일에 들어와 월~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금요일 오후에 나간다. 학교 근처에 있는 관사는 8년 전 지은 콘도형 원룸으로 훌륭한 시설을 자랑한다. 퇴근 후 낚시나 운동, 올레길 걷기 등 교사들이 자유롭게 취미 생활을 즐기도록 배려했다. 김 교감은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가산점도 받을 수 있어 교사들의 경쟁률이 매년 10대1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으니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으니

    초여름이 되면서 여러 꽃들이 만발하다. 특히 장미가 화려하다. 여섯 살 연상의 이혼녀였던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열렬한 구애로 결혼을 하지만 황위를 이을 후계자를 낳지 못해 이혼을 하게 된다. 이후 조세핀은 장미 향기가 가득한 말메종 성에서 살지만 가시울타리에 갇힌 위리안치의 유배인 같은 신세였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에 유배를 가자 조세핀은 그와 함께 가고자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조세핀은 디프테리아에 걸려 눈을 감는다.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은 말메종을 찾아와 죽은 그녀를 그리며 눈물을 흘린다. 나폴레옹은 2차 유배지였던 세인트헬레나섬에서 그녀의 초상화를 보며 운명을 한다. 화려한 장미 뒤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다. 권력은 화려해 보이지만 장미가 필 때와 질 때가 다르듯 그 종말은 대개 슬프고 처참하기까지 하다. 황제의 권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사람의 좋은 일은 10일을 넘지 못하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10일을 넘지 못하는데, 달도 차면 기우니 권력이 좋다한들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장미 외에 작약이 곱게 눈에 띈다. 작약은 꽃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널리 아낌을 받아 왔다. 모란이 꽃의 왕이라면 작약은 꽃의 재상이라 불렸다. 그러나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말처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런데 작약을 우리말로는 함박꽃이라고 부른다. 작약(芍藥)과는 관련 없지만, 크게 소리 지르고 뛰며 기뻐한다고 할 때 환호작약(歡呼雀躍)한다고 한다. 요즈음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 그래서 환호작약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어 다만 함박꽃처럼 함박웃음만은 아끼지 않고 크게 지어 본다. 작약이 곱게 핀 요즈음 특히 어울리는 웃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가장 듣기 좋았던 소식은 스승의 날에 대통령이 행한 세월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강화산성을 사수하다가 청나라에 함락되기 직전 남문에 올라가 분신 자결한 23살의 김익겸도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과 비슷하게 어렸다. 김익겸은 후일 영의정에 추증되는데 이렇게 예우를 하자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 둘은 자부심으로 크는데, 특히 김만중은 최초의 한글소설을 쓰는 등 큰일을 한다. 꽃다운 나이에 순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안하고 감동적이었음에도 그동안 국가가 예우 문제에 왜 그렇게 인색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답답함과 억울함을 일거에 해결해 주었으니 어찌 함박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승의 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이 계셨는데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하면서 서울엘랑 가지를 말라고 간청을 했더니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끝내 가지 않으셨다는 원로 가수 이미자씨가 전해 주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5월 스승의 꽃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해당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혜원 절간 마당에 꽃이 곱게 피었지만 다른 꽃들에 가려져 아무도 알아보지도 않고 귀하게 여기지도 않는 것을 보며 황주에서 유배살이 하던 소동파가 자신의 신세와 닮았다고 탄식했던 꽃이 바로 해당화이기도 했다. 아무도 알아보지도 않고 귀하게 여기지도 않지만 그러나 가장 귀한 것이 스승의 길이기에 스승의 꽃이야말로 해당화가 아닌가 여겨진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김춘수의 시 ‘꽃’처럼 여러 가지 꽃들이 제각각 의미 있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모두에게 참 좋은 시간들이다.
  • [대선 D-5] ♬ 꽃 피는 동백섬에~ ‘노래 유세’ 나선 洪

    [대선 D-5] ♬ 꽃 피는 동백섬에~ ‘노래 유세’ 나선 洪

    대구선 ‘홍도야 우지 마라’ 불러 “YS 득표한 42%로 승리할 것”“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 3일 부산 중구 남포동 BIFF거리에 가수 조용필의 유명 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반주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 무대 위로 마치 초대가수처럼 등장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열창했다. 시민들은 ‘떼창’(다 함께 따라 부르기)으로 화답하며 홍 후보에게 성원을 보냈다.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는 ‘홍도야 우지 마라’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최근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 후보가 유세 현장 곳곳에서 ‘전국노래자랑’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대전 서대전공원 유세에서도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대전부르스’를 반주에 맞춰 2절까지 불렀다. 같은 날 광주송정역 광장 유세에서는 가수 이미자의 ‘영산강 뱃노래’를 무반주로 불렀다. 지난달 29일 부산과 경남 김해 유세에서는 남상규의 ‘추풍령’, 같은 달 27일 충남 서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조미미의 ‘서산갯마을’을 열창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과의 인연과 함께 노래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홍 후보는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도 가는 곳마다 ‘추풍령’을 부르며 지지를 호소했다. 때문에 ‘홍준표의 전국노래자랑’은 홍 후보 선거 운동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는 유세를 시작하기 전 방문한 지역의 애창곡으로 유세의 집중도를 높여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서민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홍 후보는 이날 영남권의 두 핵심 거점인 부산과 대구를 방문해 대규모 유세전을 펼쳤다. 홍 후보는 “양강구도를 형성한 지 이미 며칠이 됐다”면서 “7일 골든크로스(여론조사 지지율 역전)를 이루고 9일 1992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득표한 42%로 승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누가 이 위급한 대한민국을 수습할 적임자인지 국민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대한민국 모든 현안을 놓고 양자 끝장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생의 절정 붉은 희생

    생의 절정 붉은 희생

    동백을 흔히 겨울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찬 겨울에 붉디붉은 꽃망울을 열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동백의 절정은 사실상 3월부터다. 동백은 꽃이 지기 직전 가장 붉게 타오른다. 이어 그 자태 그대로 봉오리째 떨어져 내린다. 규모가 큰 동백숲에 들면 꽃 지는 소리가 들린다. 과장 좀 보태 빗방울 듣는 소리와 닮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피보다 붉은 동백이 후드득 떨어질 날이. 그날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명소 몇 곳 소개한다.# 붉은 판타지 속으로- 전남 고흥 금탑사 금탑사는 다소 생경한 동백꽃 명소다. 절집이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239호)으로 꽤 널리 알려진 탓에 동백숲은 늘 그 그늘에 가려져 있어야 했다. 포두면 봉림리에서 금탑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 숲길이 이어진다. 푸조나무, 굴참나무 등이 숲그늘을 이룬 길은 누구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만큼 깊고 서늘하다. 숲길 끝에서 만나는 금탑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이다. 그네들의 꼼꼼한 손길이 닿았을 장독대와 담, 텃밭 등에 봄이 나른하게 매달렸다. 절집 안팎으로는 비자나무들이 무성하다. 동백숲의 붉은 영토는 그 너머에 있다. 절집 뒤란의 동백숲에 들면 그야말로 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수십 그루의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수백, 수천 송이 동백꽃이 산비탈 한 면을 빨갛게 붓칠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지나치면 천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백꽃은 다르다. 땅에 떨어졌어도 꽃 하나하나에서 여전히 단단한 결기가 느껴진다. 그 덕에 한 치 이지러짐 없는 풍경이 숲 한편에 만들어진다. 3월 말~4월 초가 탐화의 적기다.# 초록 대궐 안 붉은 꽃길- 전남 강진 백련사 갯바람이 닿는 남도 여기저기에 동백숲이 흩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등위를 매겨 보라면 백련사 동백숲은 늘 앞줄에 서지 싶다. 천연기념물(151호)로 지정돼 있기는 하나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꽃과 사람 사이에 경계가 없다. 그 덕에 가까이서 꽃의 자태를 엿보고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백련사 주차장에 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경내로 직행하는 아스팔트 길이다. 왼쪽은 비포장의 숲길. 여기서부터 동백숲이 시작된다. 사실상 이 숲이 절집의 일주문 노릇까지 겸하고 있다. 동백숲은 터널을 이뤘다. 떨어진 꽃들은 땅 위에 붉은 비단처럼 깔렸다. 예서 백련사까지 거리는 대략 300m. 위로 오를수록 붉은 기운은 들불처럼 번져간다. 길 양옆엔 높이 5~7m 정도의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수백년 묵은 고목들이다. 숫자가 얼추 1500그루를 헤아린다. 동백나무 사이사이엔 후박나무 등 늘 푸른 나무가 섞여 있다. 허리 숙여 땅을 보면 들꽃 천지다. 보랏빛 현호색 등 키 작은 들꽃들이 동백꽃과 어우러져 있다. 3월 말에 찾는 게 좋다.# 남도바다 너른 품 닮은-전남 장흥 천관산 남도의 봄은 장흥의 ‘정남진’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바다를 건너온 촉촉한 봄바람은 내륙으로 내달리고, 천관산의 동백꽃도 그제야 비로소 달뜨기 시작한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너른 크기가 자랑이다. 약 20만㎡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나라 안에서 가장 큰 규모다. 숲엔 동박새, 직박구리와 함께 1만 2000그루에 달하는 동백나무들이 살아간다. 기특하게도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스스로 자란 것들이다. 오래된 건 한 세기를 훌쩍 넘겨 살아왔고, 어린 축에 속한 것도 수령이 30년은 족히 넘는다. 동백생태숲은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임도의 아래에 있다. 임도에서 거대한 동백 숲까지 탐방로가 놓여져 있다. 목재데크가 깔려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거리는 2㎞쯤 된다. 숲의 중심부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따라 돌게 돼 있다. 아쉬움은 남지만 초록빛 숲을 따라 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역시 3월 말이 적기다. 용산면 묵촌마을에도 동백숲이 있다. 늙은 고목 140여 그루가 모인 아담한 숲이다.# 애타는 마음 품은 동백섬-경남 거제 지심도 경남 일대에서 동백 숲으로 가장 명성이 ‘자자한’ 곳은 지심도다. 섬 안에 자라는 식물의 10그루 가운데 7그루가 동백이다. 섬이 통째 동백나무로 뒤덮였다 해도 틀리지 않겠다. 그래서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지심도는 거제 장승포항에서 5㎞ 남짓 떨어져 있다. 둘레는 1.5㎞ 정도. 하늘에서 굽어본 섬의 형상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지심도다. 지심도 동백 숲엔 굵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늙은 동백들이 이끼 낀 가지를 뒤틀고 선 모습은 괴기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지심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300여명이 주둔했던 곳이다. 일본군 포진지 등 당시 흔적이 남아 있다. 섬을 일주하는 오솔길이 평탄해 2시간 정도면 섬의 속살을 샅샅이 살필 수 있다. 3월 중순이 꽃구경에 좋은 시기다. 낙화 시기를 맞추기가 어렵긴 하지만, 꽃이 없더라도 아름드리 동백이 드리운 짙은 숲만으로도 훌륭하다. 거제 남쪽의 우제봉 산책로에도 동백꽃이 흔하다. 해금강 등 주변 바다 비경이 어우러져 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 여인의 수고와 헌신-제주 위미 군락지 제주도는 나라 안에서 동백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이다. 당연히 지는 것도 뭍보다 이르다. 서귀포시 위미항 인근에 140년 넘는 동백 군락지가 있다. 제주도 최고의 동백나무 군락지다. 제주시 선흘리의 동백동산이나 유료 시설인 카멜리아힐 등도 이름났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로는 위미 동백군락지가 단연 으뜸이다. 위미 동백숲엔 150여 그루의 동백이 자란다. 숲을 가꾼 이는 현명춘(1858~1933)이란 여인이다. 17세 꽃다운 나이에 이 마을로 시집 온 그는 황무지에 밀어닥치는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에서 동백씨앗을 구해와 심었다고 한다. 이맘 때 동백군락지 주변 길은 온통 붉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처럼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꽃잎’ 때문이다. 가지 끝에서 하루하루 시들 바에는 차라리 떨어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남겠다는 동백꽃 아니던가. 꽃의 속내를 아는 이라면, 이를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는 없다. 철없는 아이조차 꽃술 하나 다칠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3월 초까지 붉은 융단을 볼 수 있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여기에 모았다. 자기 그림 작품들도 여러 점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 ●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도 힘들었다. 집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마친 뒤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딱 걸렸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그걸로 족했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 -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해볼 생각 없나.” 현기증이 났다. ‘얼마 전까지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마다 그토록 높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났고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법원 공무원으로 취직했다. 그 덕에 적당히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자는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웅변대회에도 단골로 나갔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목소리 흉내를 내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공부는 못했다.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공부 의욕도 떨어졌지만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어졌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를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를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아무래도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전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방송 요청이 연달아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한밤중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허기져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응답하라 1950, 칠곡 호국축제

    한국전쟁의 참상을 바로 알리고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호국축제가 ‘호국 평화의 도시’ 경북 칠곡에서 열린다. 칠곡군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칠곡보 생태공원 일원에서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다. 30일 개막식에는 한국전쟁 참전국이었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에티오피아 등을 돕기 위한 ‘평화의 동전밭 퍼포먼스’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건물을 배경으로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낙동강 방어선 격전지였던 칠곡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마지막 남은 땅 5%, 66년 전 칠곡 모습 등이 영상으로 연출된다. 특히 낙동강 칠곡지구에서 벌어진 전투를 축소해 실제 전투를 체험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낙동강 방어선 리얼 테마파크’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리얼 테마파크는 ▲피난민촌 응답하라 1950 ▲피난학교 천막교실 ▲학도호국병 신병훈련소 ▲328고지를 지켜라 ▲낙동강 방어선 돔 체험장 ▲태극기 휘날리며 등 6개 테마로 구성됐다. 볼거리·즐길거리도 다양하다. 축제 기간 내내 평화 무대와 문화 무대에서는 어린이 가족 뮤지컬 공연, 국민 가수 이미자 빅쇼, 각종 경연대회 등이 열리고 한국전쟁 당시 생사를 함께한 에티오피아와 대한민국 참전용사가 재회하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된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역사·안보의식이 희박해져 가는 전후 세대에게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호국영령에게는 감사와 경의를 나타내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칠곡은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이자 조국 수호의 최후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로 유명하며, 반격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칠곡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한국전쟁 참상 알리는 칠곡군 낙동강 평화 대축전 30일부터

    한국전쟁의 참상을 바로 알리고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호국축제가 ‘호국 평화의 도시’ 경북 칠곡에서 열린다. 칠곡군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칠곡보 생태공원 일원에서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다. 30일 개막식에는 한국전쟁 참전국이었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에티오피아 등을 돕기 위한 ‘평화의 동전밭 퍼포먼스’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건물을 배경으로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낙동강 방어선 격전지였던 칠곡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땅 5%, 66년 전 칠곡 모습 등이 영상으로 연출된다. 특히 낙동강 칠곡지구에서 벌어진 전투를 축소해 실제 전투를 체험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낙동강 방어선 리얼 테마파크’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리얼 테마파크는 ?피난민촌 응답하라 1950 ?피난학교 천막교실 ?학도호국병 신병훈련소 ?328고지를 지켜라 ?낙동강 방어선 돔 체험장 ?태극기 휘날리며 등 6개 테마로 구성됐다. 볼거리·즐길거리도 다양하다. 축제 기간 내내 평화 무대와 문화 무대에서는 어린이 가족 뮤지컬 공연, 국민 가수 이미자 빅쇼, 각종 경연대회 등이 열리고 한국전쟁 당시 생사를 함께한 에티오피아와 대한민국 참전용사가 재회하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된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역사·안보의식이 희박해져 가는 전후 세대에게 한국전쟁 참혹함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호국영령에게는 감사와 경의를 나타내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칠곡은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이자 조국 수호의 최후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로 유명하며, 반격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칠곡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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