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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와 극단 아리랑(대표 방은미)은 우리 전통연희 양식의 미덕을 누구보다 잘 지켜내고 있는 단체다. 마당놀이(미추)와 마당극(아리랑)이라는 전통 민족극 형식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현대극, 뮤지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함이 돋보인다. 어느 작품이든 사회현실의 문제에 깊은 시선을 두는 점 역시 닮았다. 1986년, 같은 해 태어나 올해 스무살 성년이 된 두 극단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잇따라 기념공연을 올린다. 미추는 17일부터 26일까지 창작 초연작 ‘주공행장’을, 아리랑은 4월1일부터 16일까지 시대극 ‘격정만리’를 공연한다. ●금주령에 얽힌 풍자와 해학극 극단 미추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극 동지이자 인생 반려자인 김성녀와 배우 윤문식, 김종엽, 정태화 등 30여명과 함께 만든 단체다.‘추(醜)를 떠난 미(美)가 없고, 미를 떠난 추가 없다.’는 창단 선언처럼 극단 미추는 지금까지 추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 외적인 아름다움의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내는 무대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해마다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마당놀이 풍자극을 비롯해 뮤지컬 ‘정글이야기’‘최승희’, 현대극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 등 숱한 화제작을 남겼다. 20주년 기념작 ‘주공행장(酒公行狀)’(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은 조선 영조시대 금주령을 둘러싼 갈등과 해학을 담은 코미디극이다. 여러 번안극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글솜씨를 뽐내온 극작가 배삼식이 ‘오랑캐여자 옹녀’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창작 희곡으로, 공연 전부터 대학로는 물론 충무로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수리 소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고민하던 왕은 궁중 연회장에서 술에 취한 신하들이 생모 영전에 올리는 제주(祭酒)를 거론하며 불만을 쏟아내자 금주령을 내린다. 주인공 주호는 애주가인 아버지가 금주령의 폐단을 상소하다 매를 맞고 죽자 왕에게 술을 권하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건 도전을 감행한다. 연극은 왕의 권위에 맞서 기행을 벌인 한 소년의 행적과 그에 대한 기록을 옛 가전체 소설을 빌려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윤문식, 이기봉, 이미숙이 연령대별 주호로 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극의 묘미를 살린다.1만 5000∼3만원.(02)747-5161. ●격정의 시대를 산 연극인들의 자화상 “우리는 ‘아리랑’이라는 조각배를 바다에 띄운다. 선원 모두가 익사할 때까지 우리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1986년 8월22일 신촌의 한 소극장 분장실.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서른 다섯살의 대표 김명곤은 단원들 앞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조각배는 암초와 폭풍우를 헤치며 20년간 항해 중이고, 지난 연말 국립극장장직에서 물러나 현장에 복귀한 초대 선장은 이달 초 문화행정의 수장이 됐다. 연극 ‘격정만리’는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991년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격변의 세월을 살아낸 연극인들의 다양한 삶을 담고 있다. 창극, 신파극, 악극 등 한국 연극사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 성격 때문에 초연 당시 이념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방은미 대표는 “연극의 사회적 책무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꾸준히 창작극의 길을 고집해 온 지금까지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극단이 지향할 방향을 점검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현준, 이승비, 권태원 등이 출연한다.2만∼5만원.(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2) 국제도시 딜레마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2) 국제도시 딜레마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전부터 외국인 학교와 병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어찌 보면 생활환경 인프라에 불과한 이들 시설에 집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외국인들은 타국 거주시 자녀 교육을 위한 학교와 의료시설 존재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돈을 쓰게 하려면 이러한 시설들을 갖춰야 한다. 즉 ‘외국인학교·병원=외자유치’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이들 시설은 외자유치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작용한 것은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비율. 송도국제도시가 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려는 서울 부유층이 아파트 청약에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제정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으로 내국인 입학제한은 풀렸다. 하지만 내국인 입학비율이 10% 이내로 제한되자 내심 60%까지 기대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재정경제부 등은 외국인투자를 유인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라며 아쉬워했다. 다만 개교 5년까지는 30%까지 허용한다는 예외규정이 위안이 될 뿐이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국내 교육기관의 반발을 수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인 입학비율 때문에 경제자유구역 입성을 놓고 ‘입질’을 계속해온 외국 교육기관 또한 불만을 표시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외국인 자녀만으로는 학교 경영이 어렵고,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이 원활한 경영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학교가 설립되더라도 내국인 입학비율 상향조정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어찌됐든 ‘송도국제학교(NSCIS)’는 다음달 8일 송도국제도시 1공구 1만 5000여평에 착공된다. 영국 노드앵글리아교육그룹도 2008년 9월까지 영종지구에 외국인학교를 짓기로 했다. 재경부는 송도경제자유구역내 국제병원 운영 주체로 미국 뉴욕프레스비테리안(NYP)병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코넬대 공동 대학병원인 NYP는 전체 의료진의 10% 이상을 파견한다는 방침 아래, 국내 파트너로 거론되는 서울대·연세대 병원과, 가톨릭의대, 삼성의료원 등과 의료진 구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는 외국인병원 설립을 반대해왔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병원은 2008년 말까지 송도국제도시 1공구 2만 4000여평에 600병상 규모로 세워진다. 외국인병원은 외국인학교와는 달리 제한없이 내국인 이용이 가능하다. 당초 경제자유구역법에는 내국인 이용이 금지됐었지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이 규정이 삭제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인병원 설립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치료를 위해 외국에 나가는 현상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교육·의료계 개방 반발 심할듯 외국인 학교와 병원에 대한 입지가 확정됐음에도 국내 관련단체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학교에 대해서는 전교조 등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외국인학교는 외국거주 제한이 있는 기존 외국인학교와는 달리 돈만 내면 내국인 입학이 허용돼 ‘귀족학교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학교가 경영 정상화 등을 내세워 내국인 학생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교조 인천시지부 이미숙 정책국장은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청의 통제가 불가능한 외국인학교는 내국인 가운데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병원에 대해서도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은 “우리의 의술이 외국에 뒤지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내국인 치료를 외국 의료기관에 맡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당장 외국인 학교·병원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내국인 관련 부분 등 민감한 사안이 대두될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국 및 외국자본과 첨예한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아파트 광고에는 아줌마가 산다

    아파트 광고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의 후분양을 실시하는 추세인데다 지난달 서울지역 동시분양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아파트 광고에서 ‘아줌마 바람’이 드세다. 아파트 구입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사람이 주부인 까닭에 아파트 광고에서도 ‘미시 파워’가 커지고 있다. 미시가 아파트 광고에서 유난히 많은 이유가 뭘까? 미시 모델은 주부 모델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 미스 모델의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반면 미스에게서 찾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주고, 아줌마에게서 찾기 힘든 고급스러움을 겸하고 있다. 왕성한 연예활동으로 소비자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도 광고 모델로 적격이다. 과거 화장품 광고를 해야 진정한 미녀 스타 반열에 들었다면 이제는 아파트 모델을 해야 ‘토털 스타’라는 말이 나돈다. 미모에 웰빙, 럭셔리, 호감과 신뢰도 등의 이미지를 전부 가져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실례로 남광토건은 자사 아파트 ‘하우스토리’의 모델을 ‘잘 나가는’ 김태희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한 패션스타 이요원으로 바꿨다.1980년생인 이요원은 아직은 젊지만 결혼 이후 원숙해져 또래의 연기자들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선 이요원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미를 강조하고 있다. 하우 스토리는 이요원의 연예계 복귀이후 첫 광고로 알려졌다. 또 미시스타 채시라는 오랜기간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채시라는 2000년 브랜드 마케팅 시작 때는 기능을 강조했지만 요즘은 웰빙에 컨셉트를 맞췄다. 2003년 첫선을 보인 대우건설 푸르지오는 미시 탤런트 김남주를 3년째 모델로 기용했고, 금호의 어울림 역시 같은 해 런칭때부터 김희애를 모델로 쓰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2001년 브랜드를 출범할 당시 모델로는 서세원의 아내 서정희를 내세웠다가 다음해 이미연으로 모델을 바꿨다. 2000년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한 서해 그랑블은 지난 9월 이미숙을 모델로 캐스팅했다. 중견 건설업체들이 모델없이 분양광고에 중점을 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영조주택은 얼마전에 고현정을 모델로 캐스팅, 여왕이 사는 곳이라는 뜻의 ‘퀸덤’을 내보낼 예정이다. 아파트를 가족이 머무는 보금자리로 강조한 광고도 많아졌다. 미시 모델과 남편을 한꺼번에 기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림건설은 모델로 신애라와 차인표를 쓰고 있다. 올해 자사 브랜드를 ‘필유’로 바꿨지만 모델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신성건설의 ‘미소지움’은 김호진·김지호 부부가, 빌리앙뜨는 김지연·남성진 부부가, 동문건설의 굿모닝힐에서는 유동근·전인화 부부가 나온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열린세상] 천국보다 낯선/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수업시간에 ‘멋진 신세계’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무심코 말했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반론을 제기했다. 요즘 세대에게 헉슬리의 세계는 유토피아처럼 보인다고 했다. 생각을 요하는 대목이었다. 무스타파 몬디가 통치하는 멋진 신세계는 카스트 사회이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 그것이다. 엡실론은 매사에 열등한 천민이다. 마땅히 불행해야 할 그들은 완벽하게 행복하다. 그들은 신분질서 속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자유롭고 평등하다.’ 교육과 계몽에 의해 자신의 분수를 파악하면서 현재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하지만 생명공학에 힘입은 신세계의 통치자는 자신이 원하는 신분질서를 애초부터 단숨에 프로그램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분에 맞춰 프로그램된 인간들은 자기 현실에 불평을 토로하거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다. 신분상승의 욕망 자체가 오작동이기 때문이다. 이 멋진 신세계에서 여자들은 예순이 되어도 열일곱 살의 피부와 탄력성을 유지한다. 요즘 드라마에서 여자들은 스물아홉 살도 끔찍해서 열여덟 살로 퇴행하고 싶어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나이든 여자에게 보낼 수 있는 찬사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뿐이다. 젊음만이 숭배받는 시대에 젊어지려는 욕망은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나이든 여성들은 행여 주접이라고 할까봐 질병이라는 면죄부로 성형을 윤리화한다. 눈꺼풀이 처져 눈썹이 안구를 찌른다. 아파서 자식들 고생시키는 것보다 처진 눈꺼풀을 쌍꺼풀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것이 느지막이 성형한 여성들이 주로 하는 변명이다. 어쩌다 텔레비전을 보게 되면, 특정한 여성들에게는 세월이 비켜가고 있었다.‘봄날’의 고현정은 1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모래시계’의 고현정보다 더욱 어려 보이고 아름답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사랑공감’의 이미숙은 ‘겨울나그네’(1986년)의 이미숙보다 더욱 젊어 보이고 우아하다. 사반세기가 흘렀는데도 그녀의 얼굴은 세월을 역행하고 있었다. 세월은 가도 일정한 부류의 사람들은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물론 이들 여성은 육체를 자본으로 하는 스타들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한 맥주 광고는 ‘나 오늘 쌍꺼풀 했다, 축하해야지.’라는 카피를 내보냈다. 작년 연말 대학 입시부정이 전국을 떠들썩하도록 만들었다. 조직적인 휴대전화 입시부정뿐만 아니라 수공업적인 대리시험도 있었다. 교육부는 원서에 붙은 사진을 대조하여 얼굴이 전혀 다른 19명을 애써 적발했다. 그 중 1명만 대리시험자이고 나머지는 전부 본인들이었다. 성형과 포토샵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뿐이었다. 이처럼 성형은 특정 연예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부처에서부터 ‘남녀노소상하’ 불문하고 전국민적 운동이자 산업이 되었다. 딸이 되고 싶은 엄마들, 아들이 되고 싶은 아빠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육십대이지만 십대의 아름다움을 가진 레니나는 아들 세대와 사랑에 빠진다. 따지고 보자면 시간이 멈춘 곳에 세대가 있을 수 없고 세대가 없는 곳에서 아들 세대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동시대인이자 동세대들이다. 세대 구분이 없는 곳에서 근친상간, 원조교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무력과 무능의 전시에 불과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주름살 사이에 삶의 이야기가 없는 무역사적인 동안(童顔)들을 보고 있으면 기묘한 느낌이 든다. 천국에는 시간이 없다. 시간과 역사가 멈춘 곳이 천국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모두 시간이 멈춘 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동결된 얼굴들은 천국보다 낯설다. 낯선 천국보다 친숙한 지옥이 그나마 편안하다면, 나에게 헉슬리의 세계는 여전히 디스토피아이다. 아니면 유토피아를 보지 못하는 내 맹목과 무능에 대한 변명일까?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밥상용 배우’ 아닌 당당한 주연급 브라운관 ‘중견의 힘’

    요즘 안방극장의 지형도를 ‘중견의 반란’쯤으로 표현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동안 10∼20대 중심의 트렌디 드라마가 범람하면서,‘얼짱’‘몸짱’을 내세운 신세대 스타들에 치어 브라운관 뒤편으로 밀려났던 중견 연기자들. 그들이 세월의 농익음에서 뿜어나오는 원숙미를 뽐내며 안방극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희화화되거나 망가지는 등 단순 감초 역할이 아닌, 작품 전체를 이끄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맹활약하는 등 브라운관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오락프로까지 ‘점령’ 6일 오후 10시5분 방영되는 KBS 창사 78주년 특집드라마 ‘유행가가 되리’(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는 최근 브라운관을 관통하고 있는 ‘중견 코드’가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 청춘을 소진하고 어느새 세상의 뒤안길로 쓸쓸히 밀려난 우리네 ‘어른’들에게 훈훈한 위로의 시간을 마련한다는 게 기획의도다. 김철규 프로듀서는 “뛰어난 연기력과 풍부한 경험, 삶에 대한 철학과 연륜까지 갖췄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구누구의 엄마·아버지’로 밀려나 젊은 스타의 배경이 돼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중견 연기자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늦바람이 든 중년의 부부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낸 ‘유행가가 되리’는 박근형·윤여정 두 주인공을 필두로 연규진, 박원숙 등 연기파 중견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견인한다.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SBS 금요드라마 ‘사랑공감’‘(극본 전영실, 연출 정세호)은 중견 연기자의 매력을 톡톡히 실감할 수 있는 작품. 시청자들은 극중 주인공인 이미숙, 전광렬, 견미리, 황인성 등 중견 연기자들이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아우라’에 압도돼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기 시트콤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주인공으로 열연중인 심혜진이나, 안방극장의 ‘지존’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수종과 채시라, 김갑수도 중견 연기자의 힘을 보란 듯이 과시하고 있다.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TV ‘부모님전상서’,MBC ‘한강수 타령’의 인기도 고두심, 송재호, 김해숙, 김희애, 허준호 등 중견연기자들이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젊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던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중견 연기자들의 힘은 빛을 발하고 있다. 출연 빈도가 늘어난 것도 그러하지만, 활약 또한 젊은 연기자 못지않다.KBS2TV ‘해피투게더’와 ‘비타민’,MBC ‘브레인 서바이버’와 ‘전파 견문록’,SBS의 ‘야심만만’과 ‘솔로몬의 선택’ 등 간판 오락프로그램에서 강부자, 임현식, 노주현, 조형기, 김을동 등 중장년 연기자들이 특유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젊은 연예인 못지않게 내실 있는 웃음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대 위주 제작흐름에 시청자 염증” 이렇듯 중견 연기자들이 당당하게 제몫을 담당하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는 것은 “시청자들이 신세대 스타 위주의 획일적인 제작 흐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 특히 신세대 연기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안정감과 원숙함 등 또 다른 매력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중년 연기자들의 당찬 각오들은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SBS 주간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농익은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김수미는 “중견 연기자가 더이상 ‘밥상용 배우’(극중 가족들이 식사하는 장면에만 등장할 정도로 극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을 비꼬아 부르는 표현)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힌다. ‘사랑 공감’의 이미숙도 “주인공이 나이로 결정되는 것은 정말 웃긴 일”이라면서 “중견 연기자들도 얼마든지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이를 거꾸로만 먹어 온 안방극장에 요즘 중견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세월의 힘’이 언제, 어느 정도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레옹(SBS 오후 11시45분) 고독한 킬러 레옹과 고아 소녀 마틸다의 사랑을 그린 프랑스 거장 뤼크 베송 감독의 1994년작. 주연 배우 장 르노와 나탈리 포트만은 세계적 히트작인 이 영화를 통해 단번에 국제 스타가 됐다. 극장판 ‘레옹’은 액션과 스피드를 강조한 할리우드식의 편집본이었던 데 반해,30일 방송되는 ‘디렉터스 컷(극장에서 개봉된 영화와는 달리 감독이 자신의 본래 의도를 살려 재편집한 영화)’은 프랑스식 영상 감각을 보여주는 장면과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까지 묘사됐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자폭이라는 레옹 최후의 선택에 납득할 동기를 부여해 준다. 레옹과 마틸다는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 레옹은 살인 청부업자로 떠돌아 다니는 인생이며, 마틸다는 마약 중간상인인 아버지 밑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 어느 날, 마틸다의 가족이 마약문제에 얽히면서 마틸다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범죄조직에 의해 몰살당한다. 이때 레옹이 마틸다를 구해주면서 마틸다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어린 동생을 죽인 범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는 살인 청부업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레옹에게 방법을 전수받는다. 어린 소녀는 점차 함께 사는 레옹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레옹 또한 고아소녀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마틸다를 여자로 여기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던 두 사람의 감정은 점차 사랑으로 발전한다. 레옹은 마약 밀매업자 스탠과 맞붙게 되는 과정에서 마틸다를 살려내보내고, 자신은 죽음을 맞는다.130분. ●단적비연수(KBS1 밤 12시20분)‘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기획하고 박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김석훈 설경구 최진실 김윤진 이미숙 주연. 부제인 ‘은행나무 침대2’가 뜻하듯, 전편인 ‘은행나무 침대’의 주인공들의 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그렸다. 제목의 다섯 자는 주요 인물 다섯 명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공을 많이 들인 장면들에 비해, 낯선 배경과 진부한 사랑 이야기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정령의 ‘신산’아래 매족과 화산족이 살고 있었다.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매족의 욕망은 화산족과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신산의 저주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척박한 땅으로 쫓겨난 매족은 신산의 재앙을 버텨내며 부족 재건의 날만을 기다리는데….12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책꽂이]

    ●오늘이 역사다(정옥자 지음, 현암사 펴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규장각 관장을 지낸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역사에세이. 오늘의 문제를 역사의 창을 통해 비춰보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씨줄삼아 43개의 이야기를 따뜻한 문체로 펼쳐나간다.8000원. ●존경받는 부자들(이미숙 지음, 김영사 펴냄) 문화일보 워싱턴특파원인 지은이가 한국적·비교문화적 관점에서 미국의 기부문화와 미국인들의 자선정신을 살핀 책. 짧은 역사, 인종간 대립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1세기 최강국이 된 저력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려는 일반인들의 기부의식과 부유층들의 자선정신에 있다고 강조한다.1만 3900원.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찰스 프레드 앨퍼드 지음, 이만우 옮김, 황금가지 펴냄) 일찍이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신분석적 방법을 적용해 사회현상을 연구해온 지은이가 악에 대해 분석한 책. 인종청소, 테러, 연쇄살인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폭력까지 68명의 다양한 사람들과 면담하면서 인간이 악에 굴복하는 이유를 밝힌다.1만 5000원. ●일본만화의 사회학(정현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세계 만화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일본 만화의 막강한 경쟁력의 원인을 만화사적 접근을 통해 분석했다. 만화출판의 오랜 역사속에서 독특한 출판방식, 출판사와 만화가의 유기적 관계, 젊은이들의 독특한 소비문화 등의 토대위에서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성장해 왔음을 밝힌다.2만원. ●중국의 하늘을 연다(하성봉 지음, 일송북 펴냄)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한겨레신문 중국특파원을 지낸 지은이의 생생한 중국 현장보고서. 취재활동을 통해 알게 된 거대한 중국의 실체와 그 뒷얘기, 광활한 땅덩어리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그린 여행기 등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1만 3800원. ●환상을 만드는 언론(노엄 촘스키 지음, 황의방 옮김)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지은이가 미국의 주류 언론의 본질과 그 이면을 들여다본 책. 촘스키는 미국 언론들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정확하고도 공정하게 언론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란 물음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어떻게’,‘왜’ 아닌지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1만 2800원. ●하버드에서 만난 부처(소운 지음, 도솔 펴냄) 도쿄대, 하버드대에서 13년간 공부하며 수행했던 비구니스님이 들려주는 배움과 만남의 이야기. 특히 하버드에서 만난 진정한 부처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 재미 있게 소개한다. 미국, 일본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곳에서 당차게 지냈던 소운은 항상 수처작주, 즉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처한 곳에서 주인이 되라고 강조한다.9000원.
  • [추석연휴 안방극장] 드라마·비디오

    ●라이방(KBS1 25일 오후 10시50분) 장현수 감독의 2001년작.각기 개성이 다른 3명의 택시 기사들의 한바탕 소동을 통해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을 그렸다.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30대 후반의 택시 기사 해곤,학락,준형은 자신들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이들은 방바닥에 억대의 현금을 깔아 놓고 산다는 동네 할머니 집을 털기로 작정한다.91분. ●똥개(MBC 25일 오후 11시30분) 곽경택 감독.정우성 주연.2003년작.경찰 아버지를 둔 지방 소도시의 어리숙하지만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철민은 자신의 별명인 ‘똥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시골 경찰서 수사반장인 아버지는 꿈도 없고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민을 구박하며 나무라지만 철민은 여전히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115분. ●집으로 가는 길(KBS1 27일 밤 12시30분) 장이머우 감독.장쯔이 주연.1999년작.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와호장룡’에서 무술의 고수로 등장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시골 처녀의 수줍은 사랑을 보여준 장쯔이의 연기가 돋보인다.원작 소설 ‘회상’의 작가 시 바오가 각본에도 참여했다.시골 소녀와 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나라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연상시킨다.88분. ●엘시드(KBS1 29일 오후 3시20분) 호세 포소 감독의 2003년작 스페인 영화.카스티야 왕국의 귀족 로드리고는 용감한 청년 기사.그는 고메즈 백작의 딸인 히메나와 사랑을 꿈꾸지만,고메즈 백작은 그녀를 왕의 사촌인 오도네즈와 결혼시키려 한다.로드리고는 무어족 족장들을 석방시켜주고 ‘엘시드’라는 영웅 칭호를 얻는다.그러나 반역죄로 몰려 히메나의 아버지이자 반대파 수장인 고메즈와 뜻하지 않은 결투를 벌이게 되고,실수로 그를 죽인다.73분. ●화성으로 간 사나이(KBS2 29일 밤 1시5분) 김정권 감독.신하균·김희선 주연.2003년작. 돌아가신 아빠가 화성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믿는 어린 소녀 소희는 아빠가 그리운 마음에 지금이라도 당장 화성으로 달려가겠다고 한다.그런 소희의 곁을 늘 지켜주는 이웃집 승재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화성에서 온 아빠의 편지를 대신 써보낸다.외롭던 소희에게 아빠의 답장은 더없이 반갑고 행복하다.104분. ●스캔들(KBS2 28일 오후 11시) 이재용 감독.배용준·이미숙·전도연 주연.2003년작.프랑스 피에르 드 라클로 원작의 18세기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생활을 배경으로 옮긴 영화.유판서의 정실 조씨부인은 호색한인 사촌동생 조원에게 남편의 소실인 소옥을 범해달라고 요구하지만,조원은 열녀문을 하사받은 청상과부 숙부인을 목표로 정한다.조씨 부인은 숙부인을 ‘함락’시키면 자신의 몸을 주겠다며 거래를 제시한다.118분. ●싱글즈(KBS2 29일 오후 11시) 권칠인 감독.장진영·엄정화·이범수·김주혁 주연.2003년작.일본의 소설 ‘29살의 크리스마스’를 원작으로,일과 사랑과 결혼 등 20대 후반 독신 남녀들의 생활과 고민을 그렸다.주연 배우들의 생동감있는 연기와 톡톡 튀는 대사,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재치있는 연출과 편집으로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미국 시트콤 ‘섹스 앤 시티’나 ‘프렌즈’가 연상되는 발랄한 작품.108분. ●책상서랍속의 동화(KBS1 29일 밤 12시45분) 장이머우 감독의 1999년작.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작은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한달간 자리를 비운다.촌장님은 대리 교사로 올해 열 세 살 밖에 안 된 졸업생 소녀 웨이를 추천한다.선생님은 학생들이 많이 줄었으니 더 줄어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한다.웨이는 출석부를 쓰고 교실 앞을 지키며 학생들을 지도한다.그러나 장휘거라는 학생이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105분. ●킬 빌2(액션) 감독/배우/등급 쿠엔틴 타란티노/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18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결혼식장에서 뱃속의 아이와 남편이 살해당한 뒤 펼치는 한맺힌 여성의 복수,그 내막을 알고보니…/전편보다는 덜 잔혹한 영상에 전편을 비꼬는 재기발랄함.패러디 찾는 재미도 ●돌려차기(액션·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남상국/김동완·현빈/12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만세고 주먹대장 용객은 태권도부와 패싸움을 벌이고,교장은 태권도부에 가입해 예선전만 통과한다면 퇴학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하는데…/일본 스포츠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그래도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린 괜찮은 가족용 영화 ●화씨 9/11(다큐멘터리) 감독/배우/등급 마이클 무어/마이클 무어·조지 부시/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부시 대통령의 무능을 꼬집고 비아냥대며 부시와 빈 라덴 양가의 부적절한 유착관계 조명/통렬한 웃음과 우울함이 동시에.보수성향이라면 불쾌할 수도 ●인어공주(멜로·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박흥식/전도연·박해일/전체 줄거리/감상 포인트 20대 딸이 엄마의 스무살 시절로 빠져들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팬터지 속에 유쾌함과 찡한 감동을 규모있게 뒤섞었다. ●내 남자의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감독/배우/등급 박제현/김정은·김상경·오승현/12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프로포즈만 손꼽아 기다리던 현주.하지만 남자친구 소훈에게 갑자기 톱 여배우가 사랑을 고백하는데…/‘노팅힐’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김정은표 연기의 결정판 ●아는 여자(멜로·코미디) 감독/배우/등급 장진/이나영·정재영/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투수 치성은 ‘아는 여자’ 이연에게 사랑을 발견한다./계보없는 독특한 코미디에 찐한 감동까지.거친 핸드헬드 화면은 다소 신경이 거슬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유다에게 배신당한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끌려오고 사형선고를 받는다./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고통스러울 만큼,피와 고문으로 얼룩진 이미지의 폭력 ●나두야 간다(코미디) 감독/배우/등급 정연원/정준호·손창민/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소설가가 조폭 두목의 자서전 대필을 맡으면서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어간다./뻔한 조폭 코미디지만 억지스럽지는 않다.어리버리한 촌놈 정준호와 점잖은 조폭 두목 손창민의 연기 대결도 볼만
  • 성북구 돈암1동 ‘뜨락음악회’ 가보니

    성북구 돈암1동 ‘뜨락음악회’ 가보니

    지난 1일 오후 8시 성북구 돈암1동 범양아파트 단지 놀이터에는 맑은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퍼졌다.이어 대나무 목관악기인 팸플루트으로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과 ‘베사메무초’ 등 귀에 익은 팝 음악이 연주됐다.빼곡하게 모인 주민 500여명은 숨소리 마저 죽인 채 이를 경청했다. 돈암1동 사무소가 야심차게 내놓은 ‘뜨락 음악회’는 이달 동안 매주 수요일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며 열린다. 저녁식사를 마친 아파트 주민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무대에는 지하철공사의 오디션까지 통과한 준(準)프로급 연주가들이 등장한다. 인근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민경(31·여)씨는 “며칠 전 아파트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면서 “애까지 업고 나와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이미숙(36·여)씨는 “저녁식사를 하다가 음악소리가 들려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면서 “옆집과 아랫집 등 아파트 주민들이 대거 나왔기 때문에 모처럼 이웃끼리 인사하며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음악회를 기획한 김재봉 돈암1동장은 “아파트 주민이 전체 인구에서 85%이기 때문에 단지내에서 할 수 있는 음악회를 구상했다.”면서 “정장을 입고 진지하게 듣는 것이 아니라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음악회”라고 밝혔다. 그는 빈약한 동사무소 예산으로 유명 연주가를 섭외하기는 어려워 실력은 좋으면서도 출장비가 비교적 저렴한 공연팀을 모셨다고 귀띔했다. 첫날 공연자는 팸플루트를 부는 장선희(41·여)씨와 재즈 피아니스트 차경찬(38)씨.두 사람 모두 몇 년째 구민회관이나 지하철역에서 공연하며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베테랑.장씨는 “팸플루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쳐다보지만 가냘픈 선율이 목가적으로 연주되면 금세 빠져든다.”면서 “오늘 공연은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어떻게 연주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뜨락 음악회는 8일과 15일 동부아파트내 분수광장과 삼성아파트내 테니스장옆 공터에서 각각 열린다.22일에는 풍림아파트 배드민턴장에서 10∼30대를 위한 잔잔한 발라드가 준비됐다. 돈암1동 사무소는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 쯤에는 실내 음악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토요명화]

    ●리스본 스토리(EBS 오후 11시10분)프리드리히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흑백 무성영화에 담으려고 한다.하지만 한계에 부딪치면서 영화동료이자 사운드 담당인 필립에게 편지로 도움을 요청한다.한참 뒤에 편지를 발견한 필립은 독일에서 포르투갈까지 긴 여정에 오르지만 차가 고장나 힘들게 도착한다.리스본에는 프리드리히가 찍다만 필름만 남아 있다.그의 조수였다는 아이들,영화음악을 맡았다는 민요그룹들 모두 어제까지는 그를 봤다는데,어찌된 일인지 찾을 수가 없다.필립은 그를 기다리는 동안 음향효과를 녹음하러 다니면서 영화에 차츰 소리를 입혀 나간다. ‘파리,텍사스’,‘베를린 천사의 시’의 빔 벤더스 감독 작품.초심으로 돌아가 그가 익숙하게 다뤄왔던 로드무비 형식과 영화적 재현의 문제를 다시 끌어냈다.리스본이라는 도시의 매혹을 비추면서 동시에 순수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담아낸 것.영상의 그늘로부터 벗어난 음향과 음악을 다루는 영화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최근 개봉한 ‘더 블루스-솔 오브 맨’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94년 영화 탄생 100주년에 맞춰 만들어졌다.100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울랄라 시스터즈(MBC 오후 11시30분) 3대째 가업을 이어 라라클럽을 운영하는 은자는 스테이지에 파리만 날리는 나날이 괴롭기만 하다.여기에 길 건너편 네모클럽의 김거만 사장은 클럽을 인수하기 위해 자꾸 딴지를 걸어온다.은자는 종업원인 터프걸 미옥과 립싱크의 달인 혜영,그리고 뒷북 소녀 경애와 함께 클럽의 재도약을 꾀하는데….이미숙,김원희,김민,김현수 등 네 여배우의 개성 연기를 볼 수 있다.박제현 감독의 2002년작.110분. ˝
  • 司試2차 수험생 “교통편 확보 비상”

    사법 2차시험을 1주일여 앞두고 수험생들이 교통편 마련에 분주하다.‘단체버스파’ ‘콜택시파’ ‘숙박업소파’ 등 준비방법도 각양각색이다. 2차시험을 위한 교통편 확보는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필수 준비사항.나흘간 치러지는 시험이 평일에 실시될 뿐더러 시험장도 사시 수험생들이 몰려 있는 신림동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출근길에 빚어지는 교통체증으로 자칫하면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되는 시험시간에 늦을 수 있다는 게 수험생들의 우려다.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편은 고시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단체버스’다.신림동 학원들은 해마다 관광버스를 빌려 일반형은 2만원에,우등형은 6만원에 신림동에서 시험장까지 4일 동안 왕복 운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수험생 이미숙(28)씨는 “2만원을 내고 학원 단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면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움직이니 마음도 안정되고 가격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단체버스는 서두르지 않으면 등록을 못할 정도로 인기다.V법학원 관계자는 “2차 시험장인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 4곳에 버스 2대씩을 배정,운영할 계획인데 벌써 마감됐다.”면서 “여유좌석이 없느냐는 수험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H법학원 관계자도 “벌써 300명 정도가 단체버스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했다.”면서 “시험장소에 따라 많게는 4대까지 운행할 계획인데 이마저 모자랄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체버스 등록을 놓쳤거나 개인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수험생들이 택하는 교통편은 콜택시다.바쁜 아침 택시잡기가 힘들 것에 대비해 콜택시를 예약하는 것.하지만 비용상의 부담 때문에 대개는 3∼4명이 조를 짜서 이용한다.수험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콜택시로 함께 움직이자며 멤버를 모집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예 시험장 근처에 숙소를 잡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신림동에서 거리가 먼 고대와 한양대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이 많이 택하는 방법이다.이들 학교 앞 하숙집,원룸들도 수험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단을 뿌리는 등 홍보에 적극적이다.고대에 배정된 수험생 고모(32)씨는 “시험장소까지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까워 10일 정도 머물 하숙집을 구했다.”면서 “2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지만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비틀거리는 인천경제특구] (上) 외국계 병원·학교 발목잡는 ‘부실 특구법’

    지난해 8월11일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으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비틀거리고 있다.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성급한 진단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외자유치를 위한 최소한의 ‘법체계’도 형성돼 있지 않아 실무자들의 힘을 빼고 있다.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재원조달 난항,부처간의 협조 부진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외자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이같은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집중점검해 본다. 경제자유구역의 근간은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법률’.그러나 이 법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오히려 외자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1년도 못돼 손을 대야 하는 사정에 이르렀다. 법제정 당시 인천에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되는데 대해 타 지역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익단체가 반발하면서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난항을 겪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그러다 보니 수십년을 내다보는 법이 아닌,당장 땜질이 필요한 절름발이법이 됐다.따라서 법 개정 및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나 이익단체의 반발과 이에 따른 관련부처의 미온적 태도로 난관을 겪고 있다.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 병원과 학교 설립이 시급하다.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살 수 있는 여건 조성은 외자유치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경제자유구역법 제23조는 “외국인은 경제자유구역에 의료기관 및 약국을 개설할 수 있지만 내국인을 대상으로 의료업 또는 약업을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인천시와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내·외국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병원을 유치해야 외자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내국인 이용을 통한 경영 활성화라는 메리트가 있어야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병원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또 첨단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한해 수만명씩 국내 환자들이 외국에 나가 진료를 받음으로써 낭비하는 외화를 절감할 수 있고,아시아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막대한 부가가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차원에서 시와 재정경제부는 외국인병원에서 내·외국인이 함께 진료받을 수 있도록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은 “우리 의료기관의 기술력이 외국에 뒤지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내국인 치료를 외국 의료기관에 맡길 이유가 없다.”면서 “국내 의료자본도 경제자유구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똑같은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학교 설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경제자유구역법 제22조에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으나 외국학교법인의 자격,승인조건 등 설립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국교육기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친 상태나 이 또한 국내 교육계와 전교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는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외국인학교는 입학자격에 외국거주 제한이 있는 기존 외국인학교와는 달리 조건없이 내국인 입학이 허용되는데다 등록금이 분기당 1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귀족학교화’가 우려된다며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 인천시지부 이미숙 정책국장은 “가뜩이나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판에 교육청의 통제가 불가능한 외국인학교는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갈등을 조정하고 법개정 및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 학교 및 병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인천시 및 재정경제부의 입장과 이에 반대하는 이익단체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국회에 특별법을 상정한다는 방침은 섰으나 아직 내부 결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보건복지부 역시 법을 개정한다는 원칙은 정했지만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 TV드라마·영화 ‘판박이’ 많다

    “이 드라마 이야기는 전에 본 ○○영화 줄거리와 똑같은데.”“이 영화속 캐릭터는 저번 △△드라마 주인공의 그것과 판박이잖아.” 상당수의 안방극장 시청자와 스크린 관객들은 요즘 이같은 느낌을 받고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한두번쯤은 있을 법하다.기대했던 새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 허탈하기까지도 했을 텐데…. ●“닮아도 너무 닮았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상대 장르의 작품을 ‘베끼기’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TV 드라마는 영화,영화는 TV 드라마의 ‘복사판’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신부’를 보는 관객은 최근 종영한 KBS드라마 ‘낭랑18세’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이 영화의 줄거리는 김래원과 문근영이 어릴 적 조부들끼리의 정혼 약속에 따라 티격태격하며 신혼생활을 꾸려간다는 내용.영락없는 ‘낭랑‘의 재판이다.특히 부잣집 아들 김래원이 양가 부모의 동의 하에 여고생 신분의 문근영과 만나 혼례를 올리고 부부로 연을 맺는 설정에서는 ‘표절’시비까지 거론될 정도다. 현재 방영중인 MBC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도 인물 설정과 내용에 있어 영화 ‘스캔들’과 ‘첫사랑사수궐기대회’와 매우 흡사하다.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쟁취하는 염정아의 캐릭터는 ‘스캔들’에서 전도연의 정절을 놓고 바람둥이 배용준과 내기를 벌이는 이미숙을 빼닮았다.어릴 적 친구인 김래원과 윤소이를 결혼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온 힘을 기울이는 박인환을 보고 있자면 ‘첫사랑‘의 유동근이 오버랩된다.김래원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도 ‘첫사랑‘의 차태현의 말투와 똑같다. 얼마전 전파를 내보낸 KBS드라마 ‘백설공주’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영화에서 따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말괄량이 삐삐 같은 우스꽝스러운 양갈래 파마머리,꺼벙해뵈는 두꺼운 뿔테안경,이마를 가린 앞머리 스타일 등 김정화의 외모는 영화 ‘영어완전정복’의 이나영과 매우 비슷하다.점찍은 남자를 필사적으로 쫓아다니는 용감무쌍한 열혈 순정파 캐릭터까지 판박이다. ●“베낄 수밖에 없다.” 영상물간의 표절 시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이처럼 다른 장르간의 ‘닮은꼴’까지 등장하는 것은 최근의 제작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 MBC드라마 관계자는 “‘사랑이 뭐길래’의 작가 김수현씨가 지난 2002년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최근 법원이 김씨의 손을 들어준 영향인지 드라마간의 ‘베끼기’는 주춤해진 상태”라며 “대신 영화나 인터넷 소설 등에 대한 모방 또는 짜깁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히 올해부터는 일본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돼 과거처럼 대놓고 일본 드라마를 베끼기도 힘들게 됐다. KBS소속 한 드라마 프로듀서는 “준비기간과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고,작품성보다는 시청률이 우선시되는 현재의 제작 시스템에서는 장르를 막론하고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작품의 줄거리·인물설정 등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뼈에 꼭 필요한 ‘마그네슘’

    흔히 골격과 치아 형성에 중요한 영양소 하면 칼슘을 떠올린다.하지만 칼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마그네슘이다.칼슘,인과 복합체를 이뤄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300여종의 효소 작용을 돕는 미네랄인 마그네슘.골격을 만드는 것 외에도 우리 몸 안에서 여러가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칼슘 조절해 동맥경화 예방,골다공증 치료에 도움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칼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칼슘은 근육이 수축하는 데 필요한데 마그네슘은 칼슘의 이런 작용을 조절한다. 따라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경련이나 떨림,불안 증상 등이 나타난다.또 칼슘이 혈관 벽에 들러붙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한다.칼슘은 마그네슘 덕분에 우리 몸에서 유익한 작용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골다공증을 치료할 때는 칼슘 못지 않게 마그네슘도 중요하다.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마그네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추가로 칼슘을 섭취해야 하는 사람들은 마그네슘도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하다. 칼슘을 조절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마그네슘의 역할은 뇌,심장,간,신장 등의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 마그네슘을 충분히 먹은 경우 혈중 지질이 감소됐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은 고지혈증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이뇨제,알코올 섭취 많으면 결핍되기 쉬워 마그네슘은 두부,콩류,견과류,녹색채소,코코아 등에 풍부하다.하지만 생선,우유,육류,과일에는 적은 양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그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은 이처럼 한국식 식사에서는 부족한 무기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인들은 일일 성인 권장량 280㎎(여),350㎎(남)에 크게 못미치는 143∼266㎎ 정도를 흡수하고 있다.이는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가공식품에는 마그네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인이 다량 함유돼 있고 가공 과정에서 마그네슘 등의 영양소가 정제되기 때문이다.우리도 예전과 달리 식사의 상당부분을 가공 식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하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또 이뇨제를 복용한 경우 마그네슘이 체외로 다량 빠져나가 결핍될 수 있다.알코올 역시 마그네슘의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음주량이 많은 사람들은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마그네슘 듬뿍 든 ‘콩찹쌀전’ 마그네슘이 풍부한 콩.밥을 지을 때 넣거나 두부로 반찬을 해 먹으면 되지만 좀더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까.이럴 땐 주저말고 콩찹쌀전을 만들어보자.콩에 찹쌀가루를 넣어 쫄깃하게 부쳐낸 콩찹쌀전.영양은 물론 노릇노릇한 빛깔에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주재료 흰콩 1컵,찹쌀가루 100g,돼지고기 100g,홍고추 1개,풋고추 1개 고기양념 간장 1큰술,후춧가루,참기름 약간씩 만드는 법 (”) 흰콩은 씻어 물에 충분히 불려 껍질을 비벼 씻는다.(2) 2배의 물을 넣고 믹서기로 간다.(3) 돼지고기를 간장 등으로 간을 한다.(4) 갈은 콩,찹쌀가루,양념한 고기,어슷썬 고추,소금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한다.(5)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한 국자씩 부쳐낸다. ■ 도움말 김문정 한솔요리학원 조리기능장 ■ 도움말 김일두 대구보건대학 식음료 계열 겸임교수,이미숙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교수˝
  • '아연’ 먹어 건강 지킨다

    아연을 먹어야 한다? 금속으로는 친근하지만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영양성분이라고 하면 왠지 어색한 아연.하지만 아연의 중요성을 안다면 생각을 달리 하게 된다. 아연은 무려 200여 가지 효소의 필수 성분이다.그저 ‘먹어서 좋은’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 체내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성생활 도움 되고 당뇨 환자에게 필수 아연의 별칭은 ‘섹스 미네랄’.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성생활에 중요한 영양 성분이다. 우선 아연은 성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왕성하게 성호르몬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 성적 능력 저하를 막아준다. 또 아연이 부족하면 전립선 비대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남성들은 이를 막는 차원에서라도 아연 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당뇨병 예방에도 반드시 필요하다.인슐린의 구성 성분이자 혈당 조절 호르몬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또 당뇨 환자의 경우 아연 대사에 이상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따라서 당뇨가 있든 없든 아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 노화 현상을 막는 것 역시 아연의 역할.세포와 조직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또 아연은 머리카락의 성분인 케라틴 합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충분히 섭취하면 모발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반면 아연이 부족하게 되면 머리카락이 뚝뚝 끊어지는 증세가 나타나거나 원형 탈모증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부족하면 성장 장애 초래할 수 있어 성인에게뿐만 아니라 아연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한 성분이다. 아연은 여러 효소 중 특히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효소에 꼭 필요하다.그래서 아연이 결핍되면 단백질 합성이 제한되고 성장을 비롯한 여러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또 아연은 성장 호르몬의 활성을 조절하는 성분이기도 하다. 아연은 성장뿐만 아니라 신체 면역 기능에도 관여하므로 아이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채식 위주 식단은 아연 결핍의 지름길 우리 나라의 아연 1일 권장량은 성인 남자는 15㎎,성인 여자의 경우 12㎎이다.어떤 식품을 식탁에 올려야 이러한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아연이 풍부한 식품 중 대표격은 굴.100g당 18.12㎎이나 들어 있다.이 외에 각종 육류,가금류,달걀 및 유제품에도 아연이 많이 들어 있다.100g당 3∼4㎎의 아연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아연은 주로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 반면 채소류에는 아연의 함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흡수 이용률이 낮다.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거나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한다면 아연이 결핍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을 위해서는 아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식탁에 한 가지 정도는 올리도록 하자. 다만 아연을 한번에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게 되면 구토나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이는 200㎎ 이상 먹었을 경우에 해당된다. 또 아연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만성 중독을 겪기도 한다.하루에 25㎎ 이상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아연이 구리의 흡수를 방해해 구리 결핍으로 인한 빈혈과 면역 결핍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식품을 통해 섭취하면 과잉될 염려는 없으므로 균형있는 식단을 통해 아연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 ■ 도움말 이미숙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교수 ■ 촬영 협조 신세계 이마트˝
  • 설특집 We/비디오와 뒹굴뒹굴

    ●위대한 유산(로맨틱 코미디) (감독/배우)오상훈/임창정·김선아·공형진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명문대학 심리학과를 나오고도 취직을 못해 빈둥거리는 남자와,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무료하게 비디오가게만 지켜야 하는 여자의 티격태격 ‘사랑만들기’. 임창정과 김선아 콤비의 여유넘치는 코믹연기에 배꼽을 잡을 만하다. 취업대란시대에 한줄기 코끝 찡한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야마카시(액션) (감독/배우) 아리엘 제이통/쇼 벨 딘·윌리엄스 벨 ‘야마카시’란 맨손으로 도심 빌딩을 오르내리거나 낙하하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파리 뒷골목을 전전하는 7명의 20대 야마카시 동호회원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상이다.이들을 흉내내다 어린 아이가 다치자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회원들은 ‘있는 집’만 골라 터는 ‘현대판 로빈후드’가 된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멜로사극) (감독/배우) 이재용/이미숙·전도연·배용준 지난 10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흥행작.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사는 선비 조원과,내연의 관계이자 명문가 정실부인 조씨가 은밀한 사랑게임을 벌인다.조원이 정절녀 숙부인을 유혹해내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는 갈수록 진정한 사랑에 눈떠가는 조원과 숙부인의 관계에 주목한다. ●시카고(뮤지컬 드라마) (감독/배우) 롭 마셜/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리처드 기어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 6개 부문 수상작.스타를 꿈꾸는 여자와 그 욕망을 비열하게 이용하려는 변호사가 주인공인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임신 중에도 쇼걸처럼 화려한 무대를 꾸민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의 춤솜씨가 놀랍다. 리처드 기어의 탭댄스도 볼만하다. ●신밧드-7대양의 전설(애니메이션) (감독/배우) 팀 존슨/- 혈기와 모험심으로 충만한 바다의 도적 신밧드는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평화의 책’이 사라지자 이를 훔쳤다는 누명을 쓴다.친구 프로테우스가 대신 감옥에 갇히자 신밧드는 ‘평화의 책’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길에 나선다.브래드 피트,캐서린 제타 존스,미셸 파이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했다. ●젠틀맨 리그(SF·액션) (감독/배우) 스티븐 노링턴/숀 코너리·스튜어트 타운젠드·페타 윌슨 1억 1000만 달러를 들인 블록버스터.원작만화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보물’‘드라큘라’ 등 유명 SF·팬터지소설의 주인공 7명이 세계를 제패하려는 ‘팬텀’의 음모에 맞선다는 내용.지킬박사가 야수로 변하는 모습 등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기법과 첨단 기술이 화면을 압도. ●굿바이 레닌(드라마) (감독/배우) 볼프강 베커/다니엘 브르헬·카트린 사스 2002년 유럽영화제 6개부문을 수상한 유쾌한 독일 코미디.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어머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동독의 몰락을 보고 받을 충격을 우려,자식들이 집안과 주위 환경을 이전처럼 꾸민 이후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코믹하고 따스하게 그렸다. ●여섯개의 시선(옴니버스·단편) (감독/배우) 박광수 등/변정수 등 여섯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주제로 인권 사각지대를 비춘 옴니버스식 단편 영화.성희롱에 가까운 여상 3학년생들의 취업준비,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발음을 위한 혀 절개수술,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장애인의 취업난과 이동권 문제 등 ‘불평등 한국’의 단면을 요모조모 조명.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각 편의 작품성도 높다.
  • 달콤 쌉싸래… 그러나 애잔한 ‘슬프지 않은’ 슬픈 연가/이언희감독 데뷔작… 오늘 개봉

    “어쩌면 데뷔작을,그것도 27세의 젊은 여감독이 이토록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28일 개봉하는 ‘…ing’(제작 드림맥스) 시사회가 끝났을 때 나온 반응들이다.시한부 생명의 여고생이 아랫집에 이사온 대학생과 나누는 사랑과 그를 지켜보는 엄마의 애절한 시선 등,진부하고 단순한 스토리를 신예 이언희 감독은 잔잔하면서도 생동감있는 영상으로 살려냈다.영화 속에 깔리는 노래 ‘기다림’의 분위기처럼 영화의 색깔도 달콤함·부드러움·눈물·가슴졸임이 적절히 버무려진 발라드풍이다. 약을 달고 사는 병약한 여고생 민아(임수정)는 어릴 적부터 병원에서 살다시피해 친구가 거의 없고 홀로 사는 엄마(이미숙)가 유일한 말벗이다.그가 시한부 생명임을 숨기는 엄마는 딸이 남은 생을 하고 싶은 대로 보낼 수 있도록 집으로 데려간다.그리고 ‘미숙’이란 이름을 부르라고 하면서 친구처럼 지낸다.발레와 공상을 좋아하는 민아는 “운명적으로 만나서 뜨겁게 사랑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다 아래층에 제대후 복학을 앞둔 사진과 대학생 영재(김래원)가 이사오면서 변화가 생긴다.남의 입장은 개의치 않은 채 “나,너한테 첫눈에 반했나봐.”라며 넉살좋게 다가오는 그의 존재가 처음엔 거북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밝음 앞에서 마음의 문이 열린다.가슴이 두근거리는 분홍빛 사연이 이어지려는 순간 죽음의 신은 여지없이 찾아온다. 이 애잔한 내용은 그러나,밝게 채색된다.특히 모녀간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영재와 벌이는 아기자기한 소동은 민아의 슬픈 운명을 잊게 한다.이런 식이다.딸이 “괜찮은 남자 있으면 시집가.지금이야 화장발로 대충 커버하지만 더 늙으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툭 쏘면 엄마는 “왜,애인 생기니까 엄마고 뭐고 남자가 최고인 거 같니?”라며 “돈 많고,맘 좋은 놈으로 물어오면 아빠라고 부를 자신 있어?”라고 되받는다.또 딸이 “그냥 이름 부를 거야.호동아!”라고 딴죽을 걸면 엄마는 한 술 더 떠 “으윽.그건 아니야.넌 이렇게 부르게 될 걸? 원빈아!”라고 대답해 연신 웃음을 머금게 한다.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애틋함은 더 커진다. ‘장화,홍련’으로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수정에게 민아역은 몸에 잘 맞는 옷이다.‘옥탑방 고양이’로 인기 절정에 오른 김래원은 영재역이 약간 헐렁해 보인다.KBS미니시리즈 ‘고독’에서 애틋한 모정을 소화한 바 있는 이미숙의 노련함이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자주 접하는 소재를 웃음과 싸한 맛으로 버무려 지루하지 않게 엮은 주역은 아무래도 이언희 감독인 듯.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뒤 ‘고양이를 부탁해’ 각색을 거쳐 깔끔하게 첫 장편을 만들었다.그의 연출력에 힘입은 영화의 감동은 계속 ‘진행형(…ing)’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올해 최고의 배우 송강호·문소리

    영화 전문 월간지 ‘프리미어’가 영화계 종사자 1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올해 최고의 배우’로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뽑혔다.이어 남자배우는 최민식 박해일 차승원 김상경,여자배우는 김선아 이미숙 장진영 전도연 순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김상경과 배종옥은 ‘과소평가된 배우’,한석규와 손예진은 ‘과대평가된 배우’로 각각 뽑혔고 조인성과 고소영은 ‘최악의 배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 ‘살인의 추억’ 영평상 3개부문 석권/여우주연상엔 ‘스캔들’ 이미숙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주진숙)는 제23회 영평상 심사 결과,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대종상의 4개 부문을 석권한 ‘살인의 추억’이 작품상,감독상(봉준호),남우주연상(송강호) 등 11개 부문 가운데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다고 7일 발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미숙은 치열한 경합 끝에 배종옥(질투는 나의 힘)과 문소리(바람난 가족)를 누르고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으며,베니스영화제 본선 진출에 빛나는 ‘바람난 가족’은 각본상(임상수)을 받았다.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한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은 신인감독상에 뽑혔으며,남녀 신인배우상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과 ‘장화,홍련’의 임수정에게 돌아갔다. 촬영상에는 이모개(장화,홍련),음악상에는 이병우(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기술상 미술부문에는 장근영ㆍ김경희(지구를 지켜라)가 각각 선정됐다. 제23회 영평상 시상식은 13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층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황수정기자 sjh@
  • 스크린서 TV서 ‘너도나도’ 史劇 레디고!

    스크린,TV할 것 없이 사극돌풍이 거세다. 지난 2일 극장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는 개봉 3주째인 지난 주말로 전국관객 300만명을 훌쩍 넘겼다.지난 17일 개봉한 역사코미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의 흥행성적도 놀랍다.개봉 열흘 만에 무려 172만명을 불러모았다. ●‘다모' 이어 ‘대장금'도 초강세 안방극장에서도 사극은 초강세다.MBC가 방영하는 ‘대장금’의 지난주 시청률은 43.7%.첫 방송 이후 3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다모’ 폐인(?)들이 채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시대극 열풍이 잇따라 불어닥친 셈이다. 그러면 최근 이같은 사극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일단 경직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한꺼번에 걷어내는 트렌드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최근 인기사극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도한 역사를 오락의 코드로 유연하게 변주해 낸다는 것.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온 ‘과거’는 현대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기발한 감미료가 됐다. 실제로 최근의 화제작들은 시대배경만 과거로옮겼을 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감상주파수는 철저히 현대적 감성에 맞췄다.톱스타 배용준·전도연·이미숙이 극중 삼각관계를 이루는 ‘스캔들’은 조선시대가 시간배경.왕실,권력 암투,당쟁 등 기존 사극들의 틀에 박힌 소재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화려한 복식과 소품들도 ‘퓨전’스타일로 재탄생했다.“현대적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증과 상상을 반씩 섞어 고안했다.”는 게 영화사측의 설명이다. 박중훈·정진영이 주연한 ‘황산벌’의 흥행 노림수도 같은 쪽으로 읽혀진다.1300여년전 신라 김유신 장군과 백제 계백 장군의 대결을 그렸지만,정작 드라마를 살지우는 감상포인트는 배꼽잡는 영·호남의 생활사투리.이준익 감독은 “역사에 관한 한 우리는 지나친 패배주의에 휩싸여 있었다.”면서 “지역감정과 사투리를 그 시절에 대입해 한번쯤 역사를 갖고 놀아보는,적극적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군신(君臣)이나 왕실의 여인들이 권력암투를 벌이는 설정이나 고어투의 대사 등 시대물의 해묵은 공식을 벗어나기는 TV사극 ‘대장금’도 마찬가지다.연기자들의 의상만 현대식으로 바꿔입히면 요리를 소재로 한 트렌디 드라마로 전혀 손색없다.SBS ‘왕의 여자’도 이례적으로 신세대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등 분위기 반전에 애썼다.‘임금님’‘왕자님’ 등 생활용어식 호칭이 매우 새롭다. ●‘스캔들' ‘황산벌' 등 관객몰이 역사의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려는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12월5일 개봉할 코믹무협영화 ‘낭만자객’(제작 두사부필름)도 역사를 비튼 각도가 혀를 찰 만한 수준이다.조선시대를 무대로,처녀귀신의 한풀이에 나선 멍청한 자객들이 엮는 코미디.서울 강남의 소문난 나이트클럽 줄리아나를 ‘주리아나’(酒里亞羅)란 주점으로 패러디한 설정은 단연 압권이다.테크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한복차림의 남녀,횃불과 거울로 사이키 조명을 만드는 노비 등 과거와 현재를 무차별 ‘짬뽕’시킨 기발함이 벌써부터 충무로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새달 14일 개봉하는 팬터지멜로 ‘천년호’(제작 한맥영화)도 역사를 거침없이 상상의 재료로 삼았다.실존인물인 신라 진성여왕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음모와 복수로 얼룩진 멜로드라마를 빚어낸다. ‘역사 엄숙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최근의 영상 문화적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사회전반이 문화적으로 성숙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트렌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그러나 이 못지않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한 제작자는 “뚜렷한 메시지 없이 경박한 아이디어만 남발함으로써 관객들의 입맛에 일시적으로 최면을 거는 거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역사가 관객몰이를 위한 ‘봉’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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