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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R 채용비리…단골식당 자녀까지 꽂아줘

    前대표·인사팀장 등 檢 송치 노조위원장, 청탁받고 1억 챙겨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이 신입·경력직 공개채용 과정에서 서류평가 점수 조작 등을 통해 수년에 걸쳐 20여명을 부정 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현직 임원과 노조위원장까지 청탁에 연루됐으며 단골식당 주인 자녀까지 부정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58)씨와 전 인사팀장 박모(47)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하고 김복환 전 대표 등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 등은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수차례 이뤄진 SR의 신입·경력직 채용에서 서류 점수를 조작하거나 점수가 높은 다른 지원자들을 이유 없이 탈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총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SR의 부정 채용 때문에 이유 없이 탈락한 지원자가 총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처조카를 부정 채용하도록 인사팀에 지시했고, 김씨도 다른 임원들로부터 특정인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박씨에게 전달했다. 기술본부장 박모씨는 단골식당 주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접수 기간이 끝났는데도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직접 건네받아 인사팀장에게 부정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위원장 이모씨는 지인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이를 박씨에게 전달해 주는 대가로 총 1억 23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챙겼다. 박씨는 청탁 대상자 이름과 함께 누가 청탁했는지 나타내는 ‘영’(영업본부장), ‘위’(노조위원장), ‘비’(비서실), ‘수’(수송처장) 등 약자가 붙은 명단을 관리했다. 한 청탁 대상자는 면접에 불참하고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부정 채용 청탁자 대부분이 코레일 또는 SR의 가족이나 지인들이었다”며 “고액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을 대물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인 영화가 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 히어로들이 잔뜩 나옵니다. 우주에서 가장 힘센 악당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지요. 맞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지난달 25일 개봉했는데 벌써 1000만명이 넘게 봤더군요.영웅은 판타지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전 평범한 슈퍼히어로를 발견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가로막아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한영탁(46)씨입니다. 그의 차량 모델 이름을 따 ‘투스카니 의인’으로 불리고 있죠. ●투스카니 의인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건데…부담스럽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를 3km 앞둔 지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코란도차량을 몰던 A(54)씨가 신음을 내며 쓰러졌습니다.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지만 A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약 4분간 1.5km의 거리를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주행 중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씨는 A씨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진 것을 본 뒤 경적을 울리며 그를 깨우려했으나 반응이 없자 코란도를 앞질러 자신의 차량과 충돌하게 한 뒤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한씨의 용감한 선행은 코란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투스카니 제조사인 현대차는 그에게 2000만원 상당의 벨로스터 신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한씨의 반응입니다. 그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관심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만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선행을 별일 아닌 일이라며 쑥쓰러워 했습니다.어벤져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시민영웅은 한씨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희생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한 평범한 슈퍼히어로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LG복지재단이 제정한 ‘LG의인상’을 받은 71명의 일부입니다. 결말이 중요한 히어로 영화 기사 앞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습니다. 이 기사에는 가슴이 울컥하고 소름이 돋거나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피 흘리며 흉기범 제압한 남성 “피하면 다른 사람이 다칠 것 같았다” 지난해 4월 7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에서 노숙자 김모(54)씨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30대 여성을 따라가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개찰구에서 나오던 곽경배(40·이하 당시 나이)씨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김씨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곽씨는 김씨가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칼을 꺼내 휘두르는 바람에 오른 팔뚝을 찔렸지만 도망가는 김씨를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붙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간 곽씨는 오른팔 신경과 근육이 끊어지고 동맥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2년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흉기를 보는 순간 두려웠지만 내가 피하면 다른 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응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고 그래서 사회가 유지된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LG는 곽씨에게 치료비를 포함해 5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했습니다.또다른 흉기범을 제압한 80대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6일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에서 60대 남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여성을 뒤쫓아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여성의 목과 가슴을 수차례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범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현장을 지나던 김부용(80)씨와 김용수(57)씨가 범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김부용씨가 범인의 목을 잡고 김용수씨가 팔을 비틀어 흉기를 빼앗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이 체포되고 피해 여성은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노장 히어로’가 없었다면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이런 ‘묻지마 폭행’이 적잖이 일어납니다. 시민영웅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 2016년 6월 27일 교대역 근처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남성이 30cm가 넘는 흉기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습니다. 이를 목격한 대법원 직원 송현명(30), 오주희(29), 변재성(26)씨와 서울중앙지법 직원 이동철(29)씨는 가방을 방패 삼아 범인에게 다가갔고 시민 조경환(30)씨도 가세해 흉기를 빼앗고 범인을 제압했습니다. 이들은 얼굴과 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명의 영웅은 모범시민 표창과 함께 각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아이언맨 부럽지 않은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 영웅들의 진가는 화재 현장에서도 발휘됩니다. 마블스튜디오의 영화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우리에겐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 22일 오후 8시, 경기 부천 여월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엄마와 13개월 아들, 초등학생 두딸 등 일가족 5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소방용 사다리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전선에 걸릴 위험 때문에 사다리를 뻗지 못한 채 40분이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빨간 크레인차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간판가게를 하는 원민규(51)씨가 자신의 2.5t 크레인을 몰고 온 것입니다. 원씨는 크레인에 소방대원을 태워 4층에 올려보냈고 일가족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원씨는 “저도 6살 딸 아이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그러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2016년 12월 16일 경기 화성 방교초등학교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급식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10대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연료통과 타이어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습니다. 4층 건물이 30분만에 타버릴 정도로 불길이 거세 교사와 아이 20여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철문이 굳게 닫혀 소방차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굴착기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굴착기는 지체 없이 학교 철문을 부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고 난간에 고립된 8명을 굴착기 삽에 태워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포크레인맨은 주변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안주용(46)씨였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홀연히 사라졌던 그의 선행은 화성소방서의 수소문 끝에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안씨가 간 이식 수술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용감하게 나섰던 것으로 확인돼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안씨는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데 그저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발’ 버스 기사들 ‘시민의 발’인 버스기사들의 영웅적 면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2월 6일 전남 여수 학동을 시내버스 한대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퇴근길 40여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60대 문모 씨가 갑자기 시너 15ℓ를 바닥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운전기사 임정수(47)씨는 재빨리 앞뒤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켰습니다. 2~3분 만에 버스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지만 모든 승객이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내린 임씨는 달아나는 범인을 쫓아가 붙잡았습니다. 지난 1월 26일 전북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서는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튕겨져 나간 차량 한대가 인도턱을 들이받았는데 차에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핸들과 시트 사이에 끼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기사 이중근(61)씨는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한 시민과 함께 피 흘리는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빼냈습니다. 2~3초 뒤 큰 폭발음과 함께 차량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씨는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한참 후에야 바지가 불에 타고 머리와 손목에 화상을 입은 것을 알게 된 이씨는 “누구나 다 그런 상황이 되면 사람부터 살리려고 할 거다.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구조 요청에 2000만원짜리 그물 버린 ‘바다의 영웅’ ‘투스카니 의인’처럼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6일 오전 5시 강남역사거리를 마지막 야식 배달을 마친 오토바이 한 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무서운 속도로 검은색 외제차가 달려와 오토바이와 부딪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도로 위에 나뒹굴었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달아나버렸습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이원희(32)씨와 류재한(27)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 된 새차 생각에 이씨는 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뺑소니 차량을 추격했습니다. 류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뺑소니범은 강남역부터 남부순환로까지 무려 13km를 질주했습니다. 새벽의 추격전 끝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합동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외제차에서 내린 곽모(25)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9%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추격전에서 곽씨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류를 무려 26차례 위반했습니다. 곽씨를 멈춰 세우려던 이씨의 새차는 크게 파손됐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뺑소니범을 검거한 두 사람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영웅의 선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씨와 류씨는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지만 사고 당하신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포상금 전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바다를 지키는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2일 새벽 3시, 깜깜한 진도 앞바다에서 선박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해경은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인근에서 조업하던 ‘707 현진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배의 선장인 김국관(49)씨는 지체 없이 선원들에게 조업 중인 그물을 칼로 잘라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고 현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린 김씨는 불이 난 배에 밧줄을 묶어 연결한 뒤 바다에 뛰어든 선원 7명을 25분만에 모두 무사히 구했습니다. 김씨는 이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옷과 양말을 있는대로 꺼내 갈아입혔습니다. 김씨가 끊어버린 그물은 2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그가 해경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면, 그물을 다 거둬들인 뒤에야 움직였다면 선원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김씨는 2004년에도 전남 신안 소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난파된 어선의 선원 10명을 구조한 적이 있는 진짜 바다의 영웅이었습니다. LG 측은 김씨에 그물 수리비를 포함해 30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흙탕물에 침수된 차에 갇힌 일가족 구한 최현호씨 영웅들은 물불 가리지 않죠. 물에 빠진 시민들을 용감하게 구한 의인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전남 광주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로 도시는 마비 상태였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비에 침수된 송정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9)씨는 물에 잠겨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은 차량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함께 있던 아내에게 구조 신고를 부탁한 최씨는 싯누런 흙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5분 만에 할머니와 3살짜리 아이, 아이의 엄마를 물밖으로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차안에 생후 7개월 아기가 갇혀있다며 발을 굴렀습니다. 최씨는 다시 물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2m가 넘는 수심. 수압 때문에 뒷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운전석 쪽으로 이동한 그는 가까스로 문을 연 뒤 손발을 휘저어 뒷좌석 천장에 떠 있던 아기를 발견해 구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최씨와 주변의 시민들은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인공호흡을 했고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딸 2명을 키우는 최씨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면서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에 나섰을 텐데 뜻밖에 많은 칭찬을 받게 돼 쑥스럽지만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지난해 8월 13일 오후 3시, 강원 속초 장사항 해변에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해수욕을 즐기던 40대 남성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나간 직후 였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서객을 해변에 옮긴 이 영웅은 구조대가 나타나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영웅의 정체는 뜻밖에 온라인에서 확인됐습니다. 출장 수리를 나온 LG전자 속초서비스센터의 서비스 엔지니어 임종현(35)씨였습니다. 임씨의 유니폼과 이름을 눈여겨 본 목격자가 LG서비스센터 미담게시판에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호수에 빠진 차량 운전자 구한 10대 영웅들 어벤져스 멤버인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10대 고등학생 피터 파커입니다. 어린 영웅의 활약은 더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체고 3학년이었던 김지수, 성준용, 최태준군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강원 춘천 의암호에 추락한 승용차를 발견합니다. 차 무게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물 아래로 가라앉은 차량에는 몸이 반쯤 빠져나온 여성 운전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호수 뚝방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물이 깊고 차가워 구조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3명의 고등학생은 20여m를 빠르게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침착하게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주변에 위험하다고 말리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에 뛰어들었다”면서 “학교에서 평소에 생존 수영과 인명구조를 배워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처럼 용감하고 강력한 여성 영웅이 현실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6일 울산 중구의 도로 한가운데 경보를 울리는 구급차 한대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대였습니다. 호흡곤란 상태인 임신 7개월의 산모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양편으로 갈라졌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최의정(31)씨가 길을 막은 차량들의 문과 트렁크를 일일이 두드리며 구급차가 갈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구급차 길 터준 30대 여성 최 씨는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구급차를 호위했습니다. 덕분에 산모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제때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소방관의 아내였던 최씨는 “사이렌이 울리면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차들이 조금만 비켜줘서 빨리 구급차가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영웅도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니말(39)씨입니다.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군위 산골마을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90대 여성이 불이 난 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니말씨는 망설임 없이 거센 불길을 뚫고 집안을 뒤져 할머니를 구했습니다. 얼굴과 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니말씨는 3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치료비만 1300만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니말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고용주와 소방서 직원들이 돈을 모아 치료비를 대신 내주었습니다. 니말씨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보살핌이 고마워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지하철 선로에 발을 헛디뎌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군인, 큰 너울에 휩쓸린 근로자를 구하다 숨진 해경 특공대원, 800도가 넘는 불길을 온몸으로 막고 시민들을 구조한 소방관들… 영웅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2명입니다. 의로운 선행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은 아마도 더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소개한 영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렵고 겁이 나서 못할 일인데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얘기합니다. 영웅들은 공감능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나에게도 가족이 있기에”가 영웅들이 선행에 나선 동기였습니다. 이런 의인들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비싼 음식 먹고 도망쳐” 美 ‘데이트 먹튀남’ 신상 공개

    “비싼 음식 먹고 도망쳐” 美 ‘데이트 먹튀남’ 신상 공개

    최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알게 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먹튀’ 행각을 벌여온 한 남성의 신원이 KCAL 9 등 현지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폴 곤살레스(45)라는 이름으로 밝혀진 이 남성은 캘리포니아주(州) 패서디나에서 살며 무전취식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여 년 동안 만남 주선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들과 처음 만났을 때 일부러 고급 식당으로 불러낸 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서 전화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망치는 파렴치한 행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행위를 하기 전까지 온라인상에서 상대 여성에게 각종 감언이설로 호감을 샀다. 실제로 그에게 피해를 본 여성들은 만나기 전까지 매너가 좋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들은 이 남성이 가명을 썼기 때문에 먹튀 사건을 당한 뒤 연락조차 되지 않아 그저 울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미셸이라는 이름만 밝힌 한 여성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남자와는 신분을 감추고 만났다. 맛있는 저녁과 커피를 마신 그곳에서 남성은 아픈 이모를 걱정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던 중 ‘휴대전화 배터리가 부족하다. 차에서 충전기를 가져오겠다’고 말한 뒤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30달러짜리 밥값은 내가 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멕시코 레스토랑까지 매번 데이트 장소는 곤살레스가 원하는 곳이었다. 그는 안심 스테이크와 와인 등 값비싼 요리를 시키고 나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 “중요한 전화라서 잠시 실례하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잠적했다. 그런 그에게 당한 여성들도 창피함 때문에 그의 밥값까지 계산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 여성은 5명이다. 현지 변호사는 “피해액 규모를 밝히면 곤살레스에게 청구할 수 있다”며 신고를 촉구하고 있다. 또 이 변호사는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그에게 6개월 징역이나 1000달러 벌금형까지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현지 방송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내연녀 5세 아들 폭행한 20대, 대법원 ‘징역 18년’ 중형

    내연녀 5세 아들 폭행한 20대, 대법원 ‘징역 18년’ 중형

    내연녀의 5살짜리 아이를 폭행해 시력을 잃게 한 20대 남성에게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8년의 중형이 확정됐다.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5일 살인미수 및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 아동 친모 최모(36·여)씨도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이씨는 2016년 10월 전남 목포 최씨의 집에서 최씨의 아들 A(당시 5세)군을 폭행해 광대뼈 주위를 함몰시켜 시력을 잃게 하는 등 같은해 7∼10월 8차례에 걸쳐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친모 최씨는 A군이 수차례 눈의 출혈과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이씨에게 아동학대중상해죄와 별도로 살인미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지가 쟁점이 됐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짐작할 수 있는데도 그런 결과가 발생하도록 놔두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폭행을 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다. 1심은 살인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나머지 학대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학대행위 자체가 살인에 버금간다며 양형기준 상한인 13년보다 무거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폭행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살인미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1심에서 양형기준을 상회한 형량이 선고된 만큼 징역 18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를 인정하면서, 지난달 30일 집단폭행으로 피해자를 실명하게 한 광주 집단폭행 사건에도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앞서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 티저 보니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 티저 보니

    그룹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트랙리스트에 이어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티저를 공개했다. 15일 0시에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쇼팽 ‘이별의 왈츠’의 피아노 선율에 따라 멤버들이 한명씩 차례로 등장, 각기 다른 물건을 건네받는 장면이 담겼다. 마지막에 등장한 정국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어둡고 낯선 이와 마주하자 영상은 끝이 난다.방탄소년단의 신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는 운명인 줄 알았던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으로 이번 앨범의 테마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런지 록(Grunge Rock) 기타 사운드와 그루비한 트랩 비트가 기이한 음울함을 자아내는 이모 힙합(Emo Hiphop) 장르의 곡으로 방탄소년단의 어두운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소속사의 설명이다. 방탄소년단은 5월 18일 오후 6시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세 번째 정규앨범을 공개하고 2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새 앨범의 신곡 무대를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야간 조깅하다 음주 뺑소니차에 치여 2명 사상

    조깅을 하던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음주 뺑소니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15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후 8시 52분쯤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청해수산식당 앞 노상에서 김모(45·여)씨가 렉스턴 승용차로 운전하다 조깅을 하던 김모(47)씨 등을 치고 달아났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뛰던 이모(47)씨도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인도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를 달리다 뒤에서 달려온 승용차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 번호를 확인한 시민의 제보로 오후 9시 30분쯤 집에 있던 운전자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27%로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교도소서 골든타임 놓쳐 숨졌다 주장 논란

    교도소 출소후 암으로 사망한 50대의 유족이 재소 기간에 병증을 호소했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모 대학병원에서 숨진 이모(58) 씨의 유족은 14일 군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이 군산교도소 수감 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의 증세를 지속해서 호소하며 대형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줄곧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고인은 교도소 측의 방치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증상 악화로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말부터 군산교도소에 복역하다가 징역 6개월이 확정돼 올해 2월 8일 정읍교도소로 이감된 이튿날 두통 등을 호소해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는 지난 3월 말 만기 출소 이후 혈액암 등의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다가 지난 6일 숨졌다. 이에대해 군산교도소는 “이씨는 입소 후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다가 올해 1월 29일 어깨통증으로 진료 및 처방을 받았다”며 복역 중 어깨 통증 외에는 사망원인과 관련한 증세를 호소하지 않았고 진료 때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용자 이송 때 병증을 호소하고 응급환자라고 판단되면 외부병원 진료를 받는데, (이씨는) 이송 당일 아프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호송 때도 특이 동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슬퍼지기 일보 직전

    슬퍼지기 일보 직전

    퇴근 시간 삼십여분을 앞두고 그 어르신은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는 어르신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인 듯했다. 맨발에 앞코가 막힌 낡은 고무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들어왔는데,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어르신의 발뒤꿈치는 거칠었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했다.“아가씨야, 동에 가믄 그 무슨 카드인가 맹글어 준다카든데, 나도 그거 하나 맹글어 도.”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를 그 무엇을 받으러 동 주민센터에 들르는 어르신이 하루에 대여섯 명은 되었다. 동 주민센터에서 만들어 주는 카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복지카드, 다자녀 카드, 문화누리카드, 바우처 카드 등등. 어찌나 많은지 나도 다 몰랐다. 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이 오면 우선, 나이와 동태를 살핀 후 핵심 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질문을 유도했다. 가령 “자녀가 몇 명입니까?”라든가, “어디가 불편하세요?” 등등. “어떻게 오셨습니까?” 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로 시작하는,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딱한 사연을 처음부터 들어줘야 했다. 자기연민이 가득한 이야기의 첫 운을 떼지 못하도록 요령껏 질문해야만 그들이 왜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면 대단히 언짢아했다. 그건 누구라도 그럴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으면 심지어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당하기 일쑤라,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당사자들로서는 결코 ‘그렇고 그런’ 사연이 될 수 없는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루에 두어 번, 한 달에 열 번쯤, 일 년에 백 번쯤 듣다 보면 나로서는 그 이야기들이 죄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26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옆집 할매가 동에 가믄 뭐를 해 준다 카든데, 나도 신청하믄 된다 케서 왔다. 카드(card)라던가?” 어르신은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발뒤꿈치 같았다.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목소리가 안 이랬는데 느그 시아버지하고 살면서 이래 됐다이가.” 시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고생을 하면 발뒤꿈치처럼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목울대, 말하자면 목소리까지도 쩍쩍 갈라진다는 건 사실 같기도 했다. 나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거의 비슷했으니까.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그쪽으로 매달 7만원이 들어온다 카든데.” 문화누리카드(국민기초수급자에게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발급해 주는 1년에 7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카드)를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 1년에 7만원이 충전되는 카드예요. 올 11월까지는 다 쓰셔야 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이고 7만원이나? 고맙습니데이, 돈 준다 카는데 얼마든지 기다려야지. 이모, 이모는 얼굴도 뽀얗고 참 예쁘데이.“ “할머니, 한 달에 7만원이 아니고 1년에 7만원입니더.” “알긋소. 아이고 고마버래이.” 할머니의 표정이 금방 화색이 돌며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졌다. 나는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PC에 입력했다. “근데, 보소. 내가 이모라 카고 예쁘다 는데 와 대답이 없능교. 나는 이런데 오믄 절대로 싫은 소리 하거나 고함 안 지른데이... 그래서 아가씨아가씨 안하고 이모 이모 한다이가. 근데 와 대답이 없소?” 나는 순간 ‘아가씨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 “아가씨”란 성매매여성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나는, “아예...할머니 고맙습니다.” 했다. 80세가 넘은 분이 나에게 이모라 부르는 것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아 웃음이 났다. 나는 웃음을 참고 발급한 카드를 할머니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할머니, 이 카드는 시내 버스나 지하철 말고예, 고속버스나 기차 탈 때 쓰면 됩니더. 비행기도 되고예.” “뭐라꼬?” “기차 타거나 고속버스 탈 때 사용하시면 된다고예.” “기차라나? 나는 영세민이라서 기차 탈 때는 돈 안낸다. 그것도 안즉 몰랐나?” “할머니, 지하철 탈 때는 돈 안내지만 기차 탈 때는 영세민도 돈을 내야 되는데예.” “뭔 소리 하노. 나는 이때까지 기차 탈 때 한 번도 돈 내고 탄 적 없다.” 할머니는 “한 번도”를 말할 때 목젖을 꾸욱 눌러 강하게 말했다.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똑같은 대화가 서너 번 오갔다. 할머니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동 주민센터 방문객 한분이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나긋해졌던 할머니 목소리가 다시 쇳소리로 변했다. “그라모 기차 탈 때 말고 또 어디에 쓸 수 있노?” 내가 어르신들에게 이 카드를 발급해 주면서 가장 난처할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 카드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외에는 하루하루 살기 팍팍한 어르신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머니가 다시 한번 다그쳤다. “할머니, 이 카드는 책 살 때, 영화 볼 때, 연극 볼 때 쓰는 거라예.” “뭐라카노.” “책요 책, 책 살 때 이 카드 쓰시라고요. 아니면 영화를 보러 갈 때, 연극 보러 갈 때. 그리고 놀이공원 알아요? 놀이공원 갈 때요.” “크게 쫌 말해라. 안 듣긴다.” “책요 책, 그라고 영화 보러 갈 때요, 놀이공원 갈 때나.” 나는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가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떠올랐다. 옆에 서 있던 방문객도 똑같은 장면을 떠올렸는지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쌩하는 표정이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죽겠구만 괜히 왔네.”영화나 연극을 보시라, 놀이 공원에 가시라고 안내할 때 이것이 웃을 일은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짧고 씁쓸한 웃음 뒤엔 곧 슬퍼지리라는 것까지. 하지만 웃음이 났다. 할머니는 앞코가 막힌 고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절름거리며 동 주민센터 유리문을 밀고 나가면서 밖을 향해 냅다 욕을 쏟아냈다. 쇳소리가 났다. 슬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노진숙씨(부산 부진진구 개금3동 주민센터)
  • 순천만 습지 무인궤도 택시 추돌사고 25명 부상

    순천만 습지 무인궤도 택시 추돌사고 25명 부상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오가는 무인궤도 택시들이 잇따라 3차례 급정거하거나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2014년 4월 개통 이후 첫 추돌사고다. 13일 낮 12시 30분쯤 전남 순천시 순천만 국가정원역을 출발해 문학관역(순천만 습지 인근)을 향하던 ‘스카이큐브’ 무인궤도 택시 1대가 급정거했다. 다시 속도를 높여 운행하던 이 무인궤도 택시는 다시 앞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문학관역에서 정원역으로 돌아오던 다른 택시 2대가 정원역 도착을 2㎞ 앞두고 다시 추돌하는 3차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모두 경미한 사고였지만 이모(59)씨, 손모(8·초등생)군 등 가족 단위 탑승객 2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4대의 차량에는 모두 25명이 탔으며, 이 중 일부 승객은 사고가 난 택시에 두 번 잇따라 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오가는 무인궤도 택시는 평상시 자동제어로 운행된다. 그러나 사고 당시 관제사가 실수로 자동제어 설정을 해제하는 오(誤)조작을 하면서 전체 택시 차량의 운행이 갑자기 멈췄다. 관제사는 제어시스템을 재부팅하기 위해 궤도 교차로에 있는 차량을 수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재차 실수를 저질러, 1차 급정거 2차 추돌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수는 문학관역에서 국가정원역까지 택시를 운행하는 과정서 다시 한차례 반복돼 3차 추돌사고가 났다. 마지막 추돌 사고 직후 택시는 자력으로 종점역까지 이동해 정차했고, 부상자들이 하차했다. 업체 관계자는 “평일 1천여명보다 약 두배 많은 탑승객이 몰려 고객불만을 최소화를 위해 관제사가 서둘러 조치를 하다 잇따라 실수한 것 같다”며 “시스템상에 잘못된 위치정보가 입력돼 차량 간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과실이나 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법원, 여경 성희롱하고 불륜 맺은 파출소장 징계는 정당

    여경을 성희롱하고 불륜을 맺은 파출소장 징계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 하현국)는 이모 경감이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경감은 전남 모 지역 파출소장으로 근무하면서 2016년 7월 파출소 여경(29)에게 ‘예쁘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파출소의 다른 여성 경찰관(26)과 불건전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 경감은 이같은 비위 사실로 감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등 조사를 거부했다.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8월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 경감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 경감은 “성희롱 했다는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고,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했다”며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실추했다”며 “근무 중임에도 불건전한 이성 교제를 위해 직무를 태만히 하는 등 비위행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 기강 확립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등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순천만 국가정원 무인궤도차끼리 부딪쳐 24명 경상

    순천만 국가정원 무인궤도차끼리 부딪쳐 24명 경상

    13일 낮 12시 20분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역 인근에서 ‘무인궤도차(스카이큐브)’ 3대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이모(59)씨, 손모(8)군 등 가족 단위 탑승객 24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이날 사고는 무인궤도차(스카이큐브)가 순천만 습지를 운행하던 중 출발 장소 부근에서 원인불상으로 멈추면서 뒤로 밀려 따라오던 다른 무인궤도차와 부딪쳤다. 이후 30분후 도착 지점에서 또다시 무인궤도차가 앞서가던 차량을 다시 한번 충격하는 등 두차례 충돌이 일어났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 4.6㎞ 구간을 오가는 무인궤도 택시(8인승)는 평상시 자동제어를 통해 운행되지만, 제어기 오류로 갑자기 멈춰 섰다. 사고 직후 무인궤도차는 수동으로 종점역까지 이동해 부상자들이 하차했다. 무인궤도차는 포스코가 610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현재 포스코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순천에코트랜스가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과실이나 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양양고속도 이천터널 부근서 SUV 승용차 가드레일 충돌…2명 사망

    13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가평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방면 이천터널 부근에서 이모(57)씨가 몰던 싼타페 승용차가 1차로를 달리다 도로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강모(72)씨와 윤모(61)씨 등 2명이 숨졌다. 운전자 이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들(30)은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라 다행히 큰 피해는 면했다. 운전자 이씨는 경상이지만 아들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함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서울메이트’ 소유 친언니 공개 ‘싱크로율 99%’ 놀라운 미모

    ‘서울메이트’ 소유 친언니 공개 ‘싱크로율 99%’ 놀라운 미모

    ‘서울메이트‘에 소유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소유의 친언니가 등장해 눈길을 끌 전망이다. 오늘(12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올리브 ’서울메이트‘에서는 박물관 구경을 마친 뉴질랜드 모녀 캐서린과 틸리가 소유 친언니와의 첫만남을 가진다. 생김새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비슷한 소유 자매의 모습에 캐서린, 틸리 뿐 아니라 화면을 보고 있던 스튜디오 출연진 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소유와 소유 언니는 뉴질랜드 모녀에게 한국의 매운 맛 전파에 나선다. 메뉴는 바로 소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매운 닭발. 뉴질랜드 모녀는 매운 닭발과 함께 주먹밥, 계란찜까지 완벽한 한상을 주문할 수 있는 한국의 24시간 배달 서비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소유는 살만 쏙 발라내는 발골 스킬을 선보이며 ’닭발퀸‘의 면모를 뽐냈다고. 과연 뉴질랜드 모녀의 매운 맛 도전을 무사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앤디 하우스에서는 이웃 사촌 이민우와 함께 하는 홈파티가 펼쳐진다. 요리를 준비하던 앤디가 근처에 사는 이민우를 집으로 초대한 것. 이민우는 토마스와 알렉스를 위해 준비해 온 소주로 한국식 술문화 전파에 나선다. 토마스와 알렉스는 스펀지같은 학습 속도로 기술들을 익혀 웃음을 자아낼 예정. 김치전, 김치찌개, 매운 갈비찜 등 미국 게스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앤디표 김치요리도 눈길을 끌 전망이다. 이이경은 터키 게스트들을 오랜 단골 식당으로 안내한다. 시티투어 버스로 서울 구경을 마친 후 허기졌던 에렌과 도루칸은 LA갈비부터 굴전, 꼬막무침, 달래 강된장, 여기에 막걸리까지 식당 이모 음식에 홀릭됐다고. 이모님의 음식들은 ’이기우 떡국‘을 제치고 터키 메이트들의 ’최고 한국 음식‘에 등극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메이트‘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올리브와 tvN에서 동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범죄수익으로 찔끔 기부 과시…‘청년 사업가 가면’ 쓴 조폭

    범죄수익으로 찔끔 기부 과시…‘청년 사업가 가면’ 쓴 조폭

    검은색 안경에 스웨터를 즐겨 입으며,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산다. 중국 유명 전자업체 ‘샤오미’ 국내 총판의 대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노인복지시설에 공기청정기 100대를 기부했다. 장기연체자들의 부채 탕감 프로그램에 수백만원을 기부했다. 지역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에게 편의도 제공했다.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우수 기업인이라고 표창도 받았다. 그는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통한다.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가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한 국제마피아파 이모(37)씨의 이야기다.●1세대 유흥업소 갈취→2세대 철거·개발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전국 175개 2만 4000여명이 구속되면서, 국내 폭력조직은 합법적으로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탈세·횡령·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는 쪽으로 변신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3세대 조폭의 출현이다. 그 결과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갈취를 통해 이윤을 챙기는 1세대 조폭과는 달리 3세대 조폭은 기업 인수합병(M&A)과 주가 조작, 인터넷 도박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수익구조가 바뀌었다. 2세대 조폭은 1980~1990년대 부동산 활황기에 철거·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다. 이 때문에 경기 상황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폭력조직원 1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조직 운영 애로사항 2위가 경기하락(24명·28.2%)이었다. 1위는 일반의 선입견(25명·29.4%), 3위가 사법기관의 수사(16명·18.8%)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제 상황에 따라서 늘어나는 조폭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 휘발유값이 비쌌을 때는 유사휘발유를 판매하거나 유류 관련 탈세를 하는 조직이 많았고,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그와 관련된 범죄가 늘어난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도박게임장, 특히 인터넷 도박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2015년 기준 정부 예산의 5분의1에 해당하는 83조 7000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합법적인 사업체를 같이 운영할까. 범죄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인정 욕구에서 찾는다. 조폭이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존경받고 싶은 심리가 있어, 범죄를 통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나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폭도 나이가 들고 사업이 안정되면 좋은 아버지, 존경받은 사장님이 되고 싶어 한다”면서 “합법적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언제라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상대를 해칠 수 있는 이들이 조폭”이라고 전했다. 부동산·건설 등에 개입하다 정식 사업가가 된 2세대 조폭이 이들에게 롤모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철거나 분양대행을 맡았던 조직들이 용역 대금 대신 토지를 받아서 사업을 시작해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한 곳도 몇몇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쪽에서는 나름 성공한 케이스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 후원 논란도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보이는 행태들도 달라졌다. 지자체 등에 기부를 하거나, 정치인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 이씨가 운영한 코마트레이드는 이번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후보로 나온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016년 당시 운전기사였던 최모씨에게 월급을 제공하기도 했다. 은 후보 측은 “운전을 해 준 최씨가 순수한 자원봉사자인 줄 알았다”면서 “이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폭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체계를 따라간다”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외 활동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어 이후 사업에도 활용을 하고 자신들이 직접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범죄수익 환수해야 조폭 뿌리 뽑을수 있어 조폭들이 진화하면서 검찰 수사도 바뀌고 있다. 일제단속을 통해 조직원 수십명을 일시 검거하는 방식의 수사도 진행하고 있지만 보다 새로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범죄수익 환수다. 이제까지는 범죄수익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11년 전북 김제 마늘밭에 폭력조직이 불법도박 수익금 110억원을 묻어 뒀다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범죄 수익을 챙긴 수십명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하면서 2000억원대 세금을 물렸다. 중앙지검 강력부는 이를 위해 검사들이 오랜만에 세법 공부를 다시 하고, 국세청으로부터 인력 지원도 받았다. 도박장 개설·개장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조세포탈 혐의는 액수가 1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고, 포탈액의 최고 5배에 해당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다. 박재억 중앙지검 강력부장은 “검거를 통해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고 해도 범죄수익 환수가 제대로 안 되면 몇 년만 살고 나오면 수십억, 수백억원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범죄를 통해 얻는 수익을 가질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영국 초연 현대극, 한국 관객 홀리다

    영국 초연 현대극, 한국 관객 홀리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후예를 꿈꾸는 30~40대 극작가들의 영국 현대극 세 편이 국내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불과 1~2년 전 영국에서 초연된 최신작들이지만 한국 연출가와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와 연출이 더해지면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올해 영국 최고 공연예술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받은 게리 오언(46)의 ‘킬롤로지’, 배우 겸 작가 롭 드러먼드(36)의 ‘피와 씨앗’, 세계적 흥행작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작가 사이먼 스티븐스(46)의 ‘하이젠버그’. 세 작품 모두 특유의 작가주의 시선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돋보인다. 지난해 3월 영국 ‘셔먼 시어터’에서 초연됐던 ‘킬롤로지’(Killology)는 동명의 온라인 살인 게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소년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체제에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과 이를 방조하는 사회 시스템을 고발한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질문’이라는 묵직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해진다는 평이다. 극은 소년 데이비(장율, 이주승), 아버지 알란(김수현, 이석준), 게임 제작자 폴(김승대, 이율)의 독백 만으로 전개되는 ‘1인극 같은 3인극’이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후 인터파크 예매율 1위를 지켰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컬렉티드 스토리즈’ 등으로 인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신선하게 풀어낸 박선희 연출가가 한국 초연 무대를 지휘했다.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두산인문극장 레퍼토리인 ‘피와 씨앗’은 ‘장기이식’ 문제를 통해 생명윤리의 치명적인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극은 선(善)한 명분이면 기꺼이 희생해야 하는 게 맞는지, 옳다고 믿는 상식은 늘 옳은 것인지 등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제기한다. 지난해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를 통해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 연출가의 개성 넘치는 재해석과 회화풍 무대가 인상적이다. 12살 소녀 ‘어텀’(최성은), 어텀의 아빠인 장기 복역수 ‘아이작’(이기현), 보호관찰관 ‘버트’(안병식), 할머니 ‘소피아’(강명주, 우미화), 이모 ‘바이올렛’(박지아) 등이 열연한다. 오는 6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중견 연기자 정동환과 연기파 배우 방진의,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연출가 김민정이 합작한 ‘하이젠버그’는 짜릿하고 기발난 2인극이다. 런던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을 하지 못한 75세의 모태솔로 알렉스와 40대의 볼 장 다 본 거침없는 미혼모 조지가 서로 사랑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어른들의 성장담이다. 속사포같이 쏟아내는 생기발랄한 방진의와 어눌한 정동환의 따뜻한 감성, 그리고 얽히고설킨 예측 불허의 전개를 통해 삶을 반추한다. 두 배우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이 중년층의 입소문을 타면서 40~60대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2015년 미국에서 ‘올해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4일 네이버 전막 생중계에 1만 5819명이 동시 접속해 호평했다. 아시아를 통틀어 한국이 초연 무대다. 오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교육 바람, 강남 못지않아…年2000만원 홈스테이 성업

    사교육 바람, 강남 못지않아…年2000만원 홈스테이 성업

    뒤처질라 대부분 영어 과외 미술·음악 등 학원 속속 생겨 마트 등 편의시설 부족 불편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사는 김모(44·여)씨는 시장을 보러 멀리 모슬포까지 간다. 영어교육도시에는 편의점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10일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러 국제학교 학부모들이 모슬포나 서귀포까지 장을 보러 가곤한다”며 “아직은 정주 인구가 적은 탓인지 대형 마트 등이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는 초등과정 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없다. 부모가 함께 이주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은 학교 인근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홈스테이 운영자가 등하교와 숙식 등을 책임진다. 연간 비용은 2000만원 수준이다. 한 학부모는 “홈스테이 주인들이 교복 세탁, 병원 데려가기, 과외 시간 관리 등 부모를 대신해 애를 돌봐 준다”면서 “영어교육도시에는 이런 홈스테이가 여러 곳 성업한다”고 말했다. 국제학교 학생들도 과외는 피해 갈 수 없다. 영어교육도시에는 2~3년 전부터 영어와 미술, 음악 학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유아 영어학원도 문을 열었다. 외부 강사를 불러 개인 과외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개인 과외비는 시간당 8만~1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영어 배우라고 국제학교에 보냈는데 영어 과외를 해야만 뒤처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과외를 하려고 아예 기숙사를 나와 홈스테이하는 학생도 있는 등 서울 강남 못지않게 과외 바람도 거세다”고 말했다. 자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낯선 제주에 온 학부모들은 무료한 일상이 최대의 적이다. 이모(40·여·서울)씨는 “친구도 없어 사정이 비슷한 학부모끼리 모여 새로 생긴 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주말에는 1시간이면 남편이 제주에 올 수 있어 해외 유학보다 제주 국제학교가 장점은 있다”고 말했다. 또 “은퇴한 노인들이 바쁜 자식을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보기 위해 이주한 경우도 있는데 마땅히 어울릴 곳이 없어 딱해 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영어교육도시에는 최근에야 피부과, 치과 등의 병원이 들어섰다. 아직 파출소는 없다. 조윤경 제주도 영어교육도시담당 주무관은 “영어도시에 공동주택과 상가 등의 건설 공사가 계속되고 정주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마트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도 속속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취준생 악용’ 독서실 알바 시급 1400원

    ‘취준생 악용’ 독서실 알바 시급 1400원

    최저임금 공고 후 시급 낮추기도 “공시족 많아 그래도 경쟁 치열”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관행이 독서실 아르바이트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와 생활비 마련 사이에서 고민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열악한 처지가 독서실 알바의 노동조건에서 드러나는 모양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안모(26)씨는 지난 8일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인 ‘알바천국’에서 최저 시급으로 독서실 총무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서둘러 면접에 응했다. 그러나 독서실 측은 면접 과정에서 하루 6시간 30분 근무에 일급 1만 6000원으로 제안을 수정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약 2500원. 이는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독서실 측은 “적은 시급 대신 독서실 자리를 줄 테니 공부하면서 돈을 벌라”면서 “화장실 청소도 시키지 않겠다”고 안씨를 설득했다. 안씨는 “비교적 일하기 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알바라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시급 2500원은 너무 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잠실의 한 독서실에서 알바 중인 임모(27)씨는 주말 이틀간 하루 8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20만원을 받는다. 시급 3140원이다. 경남 창원 소재 독서실에서 알바 중인 공시생 이모(31)씨도 “격주로 한 달에 이틀 쉬면서 하루 7~8시간씩 일하지만 3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1400원이다. 광주에서 독서실 알바를 하는 공시생 김모(29)씨는 “하루에 30분 화장실 청소와 한 달에 8회 6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20만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부를 병행할 수 있어 저임금 독서실 알바를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비싼 책값이라도 벌어 보려는 마음으로 알바를 한다”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월 30만원짜리 알바 자리도 경쟁이 심하다”고 귀띔했다. 아무리 관행이라지만 독서실의 낮은 시급은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2016년 서울에서 독서실 알바를 했던 박모(30)씨는 “자료를 잘 모아 체불로 진정을 넣었고 고용주와 합의가 이뤄져 체불 금액의 55% 정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독서실 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낮은 시급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조윤희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르면 고용주는 임금을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씨 사례의 경우 독서실 측은 채용광고를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4조도 어겼다”고 덧붙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슬퍼지기 일보 직전

    퇴근 시간 삼십여 분을 앞두고 그 어르신은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는 어르신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인 듯 했다. 맨 발에 앞코가 막힌 낡은 고무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들어왔는데,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어르신의 발뒤꿈치는 거칠었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했다. “아가씨야, 동에 가믄 그 무슨 카드인가 맹글어 준다카든데, 나도 그거 하나 맹글어 도.”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를 그 무엇을 받으러 동 주민센터에 들르는 어르신이 하루에 대여섯 명은 되었다. 동 주민센터에서 만들어 주는 카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복지카드, 다자녀 카드, 문화누리카드, 바우처 카드 등등. 어찌나 많은지 나도 다 몰랐다. 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이 오면 우선, 나이와 동태를 살핀 후 핵심 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질문을 유도했다. 가령, “자녀가 몇 명입니까?” 라던가, “어디가 불편하세요?” 등등. “어떻게 오셨습니까?” 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로 시작하는,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딱한 사연을 처음부터 들어줘야 했다. 자기연민이 가득한 이야기의 첫 운을 떼지 못하도록 요령껏 질문해야만 그들이 왜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면 대단히 언짢아했다. 그건 누구라도 그럴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으면 심지어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 당하기 일쑤라,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당사자들로서는 결코 ‘그렇고 그런’ 사연이 될 수 없는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루에 두어 번, 한 달에 열 번쯤, 일 년에 백 번쯤 듣다보면 나로서는 그 이야기들이 죄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26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옆집 할매가 동에 가믄 뭐를 해 준다 카든데, 나도 신청하믄 된다 케서 왔다. 카드(card)라던가?” 어르신은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발뒤꿈치 같았다. “내가 시집 올 때만 해도 목소리가 안 이랬는데 느그 시아버지하고 살면서 이래 됐다이� � 시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고생을 하면 발뒤꿈치처럼 보이는 곳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목울대, 말하자면 목소리까지도 쩍쩍 갈라진다는 건 사실 같기도 했다. 나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거의 비슷했으니까.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그쪽으로 매달 7만원이 들어 온다 카든데...” 문화누리카드(국민기초수급자에게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발급해주는 1년에 7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카드)를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 1년에 7만원이 충전되는 카드예요. 올 11월까지는 다 쓰셔야 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이고 7만원이나? 고맙습니데이, 돈 준다 카는데 얼마든지 기다려야지. 이모, 이모는 얼굴도 뽀얗고 참 예쁘데이.“ “할머니, 한 달에 7만원이 아니고 1년에 7만원입니더.” “알긋소. 아이고 고마버래이.” 할머니의 표정이 금방 화색이 돌며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졌다. 나는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PC에 입력했다. “근데, 보소. 내가 이모라 카고 예쁘다 ?는데 와 대답이 없능교. 나는 이런데 오믄 절대로 싫은 소리 하거나 고함 안 지른데이... 그래서 아가씨아가씨 안하고 이모이모 한다이가. 근데 와 대답이 없소?” 나는 순간 ‘아가씨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 “아가씨”란 성매매여성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나는, “아예...할머니 고맙습니다.” 했다. 80세가 넘은 분이 나에게 이모라 부르는 것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아 웃음이 났다. 나는 웃음을 참고 발급한 카드를 할머니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할머니, 이 카드는 시내 버스나 지하철 말고예, 고속버스나 기차 탈 때 쓰면 됩니더. 비행기도 되고예.” “뭐라꼬?” “기차 타거나 고속버스 탈 때 사용하시면 된다고예” “기차라?나? 나는 영세민이라서 기차 탈 때는 돈 안낸다. 그것도 안즉 몰랐나?” “할머니, 지하철 탈 때는 돈 안내지만 기차 탈 때는 영세민도 돈을 내야 되는데예....” “뭔 소리 하노..나는 이 때까지 기차 탈 때 한 번도 돈 내고 탄 적 없다.” 할머니는 “한 번도”를 말할 때 목젖을 꾸욱 눌러 강하게 말했다.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똑같은 대화가 서너 번 오갔다. 할머니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동 주민센터 방문객 한분이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나긋해졌던 할머니 목소리가 다시 쇳소리로 변했다. “그라모 기차 탈 때 말고 또 어디에 쓸 수 있노?” 내가 어르신들에게 이 카드를 발급해주면서 가장 난처할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 카드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외에는 하루하루 살기 팍팍한 어르신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머니가 다시 한 번 다그쳤다. “할머니, 이 카드는 책 살 때, 영화 볼 때, 연극 볼 때 쓰는 거라예.” “뭐라카노.” “책요 책, 책 살 때 이 카드 쓰시라고요. 아니면 영화를 보러갈 때, 연극 보러 갈 때. 그리고 놀이공원 알아요? 놀이공원 갈 때요.” “크게 쫌 말해라. 안 듣긴다.” “책요 책, 그라고 영화 보러 갈 때요, 놀이공원 갈 때나....” 나는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가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떠올랐다. 옆에 서 있던 방문객도 똑같은 장면을 떠올렸는지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쌩하는 표정이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죽겠구만 괜히 왔네.” 영화나 연극을 보시라, 놀이 공원에 가시라고 안내할 때 이것이 웃을 일은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짧고 씁쓸한 웃음 뒤엔 곧 슬퍼지리라는 것까지. 하지만 웃음이 났다. 할머니는 앞코가 막힌 고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절름거리며 동 주민센터 유리문을 밀고 나가면서 밖을 향해 냅다 욕을 쏟아냈다. 쇳소리가 났다. 슬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사진 유출 피해’ 남성 누드모델 “가족들 볼까봐 죽고 싶은 마음뿐”

    ‘사진 유출 피해’ 남성 누드모델 “가족들 볼까봐 죽고 싶은 마음뿐”

    미대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누군가 몰래 촬영해 유출한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유출 피해자가 대인기피증 등의 괴로움을 호소했다.최근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에는 홍익대 미대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누드크로키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올려 논란을 불러왔다. 이 누리꾼은 “남성누드모델…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제목과 함께 “어디 쉬는 시간에 저런 식으로 까면서 덜렁덜렁거리냐. 어휴 누워 있는 꼴을 보니 말세”라고 썼다. 뿐만 아니라 이 게시물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도 여러 건 달렸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진이 다른 사이트 등으로 퍼지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 피해자 A씨는 9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며칠간 밥 한 톨도 못 넘기고 잠도 못 자며 대인공포증에 외출도 못 하고 있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형, 이거 맞죠?’ ‘오빠, 다 알고 연락했어요. 힘내세요’ 같은 연락을 받을 때마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영원히 도망치고 싶다”면서 “답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안절부절하다가 하루가 다 가곤 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가장 두렵고 불안하다고 했다. 누드모델들은 대부분 가족들 모르게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씨는 “이모, 고모, 사촌들, 조카들이 사진을 볼까봐 뇌수가 다 녹아내리는 듯하다”면서 “학교 다니는 사촌 동생들이 이걸 보고 이모에게 말을 한 건 아닐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 건지, 아직까지는 정말 모르는 건지, 결국에는 부모님도 알게 되시는 건 아닌지, 자녀가 누드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인데, 하필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되실 걸 생각하면… 부모님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대에서 누드 수업을 없애거나 중단하게 되면 모델들과 모델 회사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가해자는 단지 타인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쾌감을 얻자고 한 생활인의 생업과 기본권을 파괴하고,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모델에게도 손해를 끼치고 있다. 미대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됐다. 정말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A씨는 “경찰이 나를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던데 남자 성폭력 피해자가 드물다 보니, 관련 단체도 없는 것 같고 막막하다”면서 법에 대해 잘 몰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A씨는 하루빨리 사진들이 다 지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진 삭제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의 인력이 부족해 삭제 요청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해 깊은 절망감이 든다”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를 빨리 잡는 것보다도 사진들이 빨리 삭제되고 더 이상 유포되지 않는 것이 급하다”고 했다. 또 “지금도 비하글이 계속 올라오는데,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아공에서 전직기자 포함된 주가조작 일당 9년만에 덜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고가 매수 주문을 내서 주가를 올린 뒤 29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9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문성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인터넷 교육방송업체 A사 대주주 곽모(59)씨와 시세조종 전문가 이모(52)씨, 인수합병(M&A) 전문가 강모(61)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곽씨 등은 2009년 3월 2∼5일 A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2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곽씨 등은 계좌 제공, 자금 세탁, 시세조종성 주문 제출 담당 등 업무를 나누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정했다. 특히 전직 증권사 직원인 이씨는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남아공으로 이민을 간 뒤 시세조정성 주문을 내는 등 수사망을 피해오다가 지난 2월 일시 귀국하며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이씨를 체포하고 남아공 수사기관과 공조해 이씨가 남아공에 보유한 부동산과 차량 등에 대해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해외에 도주 중인 인터넷 언론사 기자 이모(38)씨 등 2명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씨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호재성 허위 기사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파견되어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 서울시 공무원 최모(64)씨도 사건에 연루됐다. 검찰은 최씨는 자신을 현직 검찰 수사관으로 사칭해 강씨 등에 접근한 뒤 담당 수사관들에게 청탁해 불기소 처분을 받게 해주겠다며 27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확인하고, 최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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