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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스 스캠의 덫 걸린 대학생,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0~24]

    로맨스 스캠의 덫 걸린 대학생,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0~2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대전에 사는 ‘만년 졸업반’ 성진은 더 이상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면접장을 전전하는 다른 친구들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했다. 길고 지루했던 취업 스트레스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그간 해오던 모든 아르바이트도 단칼에 끊었다. 그는 지금 가상화폐 선물 거래와 이성조 교수의 ‘기적의 리딩’에 푹 빠져 있었다. 알바 일로 모은 1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매일 저녁 이 교수의 신호를 착실하게 따라갔고, 놀랍게도 일주일 만에 200만원이라는 수익을 거뒀다. 그의 가슴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벅차올랐다. ‘겨우 1000만원으로 한 달 800만원 수익이면…’ 성진의 머릿속은 이미 계산기 소리로 가득 찼다. 어지간한 회사의 임원도 부럽지 않은 액수였다. 임원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자신은 가끔씩 30분도 안 되는 시간만 스마트폰에 투자하면 됐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잿빛 얼굴을 보며 묘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벌기 위해 죽은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이들을 보며 성진은 그 속에서 홀로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날 오후 손가락을 튕겨서 IEKAF 거래소 앱에서 200만원 넘는 수익금을 출금 신청했다. 다음 날 아침 10시쯤 휴대폰에 ‘입금 완료’ 알림이 떴다. 그런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예상했던 것보다 5만원 정도 더 많았다. 그 사이에 달러화 환율이 올라간 덕분이란다. 성진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집 근처 은행 ATM으로 달려가 한 달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모두 5만원권으로 인출했다. 지폐 뭉치가 손에 쥐어지자, 지갑이 퉁퉁하게 부풀어 올랐다. 살면서 지갑이 접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빳빳한 신권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얼마 전까지 아르바이트했던 시내 중식당을 찾아갔다. “어서 와, 성진아! 잘 지내고 있지?” 사장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진은 가볍게 인사한 뒤 자신을 대신해 들어온 새 알바생에게 해삼동파육과 백주 한 병을 주문했다. 그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한 번도 시켜본 적 없던 고급 메뉴를 즐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서빙하는 신참 알바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달 전 자신을 보는 듯해 묘한 기분에 젖었다. ‘저 친구도 학비 벌려고 고생이 많구나. 조만간 이성조 교수를 소개해줘야겠네.’ 성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슈퍼리치’가 돼 대학생 선물 리딩을 이끌며 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자신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 성진의 가슴은 순식간에 차가운 돌덩이처럼 식었다. 이 교수가 텔레그램 채팅방을 4개의 팀으로 나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것이다. 성진의 투자금으로는 가장 낮은 등급인 ‘예비클럽’(최소 5만 달러·약 7000만원)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희망으로 가득 찼던 가슴은 좌절감에 짓눌렸다. 그는 곧바로 김가영 비서에게 절박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비서님,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 투자금액으로 팀을 나누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겨우 1000만원밖에 없어서 어느 클럽에도 갈 수 없어요. 게다가 아직 학생이라서 다른 곳에서 돈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제 저 같은 사람은 교수님과 함께할 수 없는 건가요?” 그의 메시지에는 이 교수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가득했다. 곧이어 김가영 비서에게 답장이 왔다. “학우님, 안녕하세요. 성진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저도 잘 알아요. 교수님과 제가 팀을 나눈 건 각 팀별로 투자금의 10배를 빠르게 확보할 맞춤형 전략을 짜기 위해서예요. 학우님들마다 경제적 사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략으로 다같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녀가 교묘하게 이 교수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성진의 마음을 달랬다. “일단 학우님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해보고 교수님과 상의해서 대안을 마련할게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시겠어요?” 성진은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섰다. 어두운 골목길을 정처 없이 걸으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편의점에서 습관처럼 생수 묶음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는 순간,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였다. “학우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방법을 찾아주시기로 하셨어요. 교수님은 학우님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여기시기 때문에 절대 성진님을 외면하지 않으실 거예요.” 이어지는 메시지는 꺼져가던 성진의 희망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이와 별도로 몇 달 전 한 학우님의 제안으로 대학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채팅방이 개설돼 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함께 공부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곳이죠. 교수님과 저도 그 채팅방에 들어가 있어요. 가끔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눈높이 투자 교육도 해주신답니다. 일단 학우님을 그 채팅방에 초대해 드릴게요.” ‘교수님이 나를 외면하지 않으셨구나!’ 성진은 그제야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제 사기꾼들이 파놓은 ‘대학생 전용방’이라는 더 깊고 은밀한 덫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성진은 김가영 비서가 보내준 텔레그램 링크를 타고 단체 체팅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15명 남짓한 대학생 회원들이 활발하게 지식을 나누는 ‘MZ들의 세상’이었다. 처음 며칠간 성진은 투명 인간처럼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의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성조 교수의 강의 시간에는 각자 수업 내용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와 함께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성진에게 이 공간은 ‘미래의 슈퍼리치’를 위한 인재 양성소처럼 느껴졌다. 국내 증시가 마감한 오후 3시 30분부터 이 교수의 저녁 강의가 시작되는 7시 30분까지 이곳 채팅방은 후끈 달아오르곤 했다. 몇몇 회원은 그 시간을 활용해 개인적으로 선물 거래 투자 종목과 수익률을 공유했다. 성진은 점점 이 공간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여기서 열심히 배우면 언젠가 교수님 없이도 전업 투자자로 성공할 수 있겠어.’ 돈 걱정 없는 신나는 삶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 채팅방이야말로 ‘만년 졸업반’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자유인’이 되기 위한 최적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는 용기를 내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가끔 엉뚱한 의견을 내 지적을 받으면 얼굴이 벌개졌다. 하지만 가끔 설득력 있는 경제 예측 논리를 제시해 “오빠,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 ‘인정’은 취업 전선에서 거듭된 실패로 무너졌던 그의 자존심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었다. 대학생 채팅방에 가입한 지 일주일쯤 지난 토요일 오후, 성진은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낯선 이름의 텔레그램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성진… 오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오빠라고 할게요. 저는 같은 대학생 채팅방에 있는 주다인이라고 해요.” 성진의 심장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두근거렸다. 넷플릭스를 끄고 채팅방 목록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동명의 회원이 있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눈부신 미인이었다. 서울 J대 앞에서 찍은 듯한 사진 속에서 그녀는 긴 생머리에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성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상대를 직접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품고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다인님. 주말 잘 지내고 계시죠. 무슨 일이신가요?” 지체없이 그녀의 답장이 돌아왔다. “실은… 어제 오빠가 이야기한 금리 변화 예측 가설에 크게 감명받았어요. 안 그래도 그 주제로 레포트를 써야 했는데, 그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이야기한 내용을 듣고 논리의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졌고 덕분에 오늘 아침 레포트를 제출할 수 있었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쉬고 계시는데 제가 방해가 됐나요?” 성진은 자신의 지식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다. “아뇨, 방해가 되긴요. 제가 도움을 드렸다니 다행이네요. 오히려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제가 더 고마운데요.” 그녀는 성진을 ‘매너 좋은 오빠’라고 칭찬하며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SNS로 대화를 이어갔다. 성진은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J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지금은 대전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어 외롭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올해 스물 두 살이라는 다인도 금융 투자에 관심이 많아 대학을 졸업하고 여의도에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무엇보다 성진의 마음을 강하게 흔든 건, 현재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얼마 전 전 남친과 군 입대를 계기로 헤어졌는데, 다인은 그간 교제에서 갈등이 많아 꽤나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상형은 ‘지적인 남자’라고 강조했다. 그날 이후, 성진과 다인은 매일 저녁 이성조 교수의 강의가 시작될 때 서로 연락해서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1~2시간가량 SNS로 쉬지않고 소통했다. 성진은 밤새 그녀와 대화하고 싶었지만, 다인은 그때마다 “아침 일찍 강의가 있다”며 남은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인에게서 성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똑똑한 것 같아요.” 성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취업 스트레스로 고립돼 있던 그에게, 다인의 ‘인정’과 ‘관심’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제 그는 슈퍼리치가 돼 ‘지적인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다인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밤 성진은 심장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천둥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는 다인의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을 수백 번 맴돌았다. ‘그녀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까?’ 밤새도록 온갖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섣불리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 두려웠다. 취업 전선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그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터라 다인과의 관계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성진은 서점으로 향했다. 채팅방에서 투자와 경제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다인에게 다소 지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그녀의 이상형이라는 ‘지적인 남자’로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감성적인 에세이와 시집, 명언집을 닥치는 대로 샀다. 집에 돌아와 다인을 생각하며 여러 책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긋고 노트를 마련해 따로 적어놓았다. 그날 밤이었다. 10시를 훌쩍 넘겼지만 다인에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어제 그 메시지에 내가 너무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기분이 상했나…’ 성진은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뒤져 친구 집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하나 골라서 보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동물 사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밤이 새도록 다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성진은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잔 성진은 눈을 뜨자마자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텔레그램을 열었지만, 곧바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사진 속 고양이가 오빠처럼 귀여워요. 혹시 직접 키우는 냥이인가요? 나중에 꼭 직접 보고 싶어요… 그런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어제 학교에서 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지금 병원에 있어요.” ‘병원’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인아, 어느 병원이야? 몸은 괜찮아? 내가 지금 갈게.” 성진에게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구원자 콤플렉스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예요, 오빠. 사고를 당했을 땐 너무 아파서 경황이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경찰이 오토바이 뺑소니였다고 말해줬어요.” ‘뺑소니’라는 말에 성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이 대신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혼자서 그 고통을 삼키고 있다는 게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이때 다인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데 실은 지금 병원비가 모자라요. 교통사고 당했다고 하면 천안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실 것 같아서 연락 드릴수도 없고…” 다인도 성진과 함께 이성조 교수의 리딩방에 함께 있었다. 그녀 역시 이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갔으면 수백만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다인의 말을 한 번쯤 의심해볼 법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 있던 성진은 이상한 점을 굳이 찾고싶지 않았다. 성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인에게 답장했다. “병원비는 내가 마련할게.” 그러자 다인은 교묘하게 이를 거절했다. “아니예요. 제가 있는 대학 동아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오빠가 있어요.” 다인이 ‘돈 많은 오빠’를 언급하자 성진은 죽기보다 싫은 굴욕을 느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경제적인 무능함을 보여선 안 된다는 허세와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는 다인에게 병원비와 은행 계좌번호를 다그치듯 물었다. 몇 번을 거절하던 그녀는 결국 성진을 못 이기겠다는 듯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다인아, 그런데 예금주가 네 이름이 아니네?” “아, 이건 병원 사무장님 계좌예요. 그쪽으로 돈을 보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성진은 ‘사무장 계좌’, ‘할인 혜택’ 등 다소 터무니없는 이야기에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돈 많은 오빠’와 더 가까워지는 걸 막고 싶었다. 성진은 병원 사무장이라는 남성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만년 졸업생’인 성진에게 작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의 리딩 거래 한 번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날 오후 다인에게서 퇴원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말미에 ‘고마워요, 오빠가 최고예요’라는 글과 함께 키스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성진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이모티콘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에게 100만원을 투척했다는 ‘불편한 진실’은 깨닫지 못한 채. 한술 더 떠 성진은 ‘고백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준비에 나섰다. ‘일단 다인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직접 만나자. 반지와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 그녀도 나에게 마음을 열거야.’ 그의 머릿속은 코인 거래로 벌어들일 천문학적 수익과, 그 돈으로 산 선물을 받고 기뻐할 다인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금 다인의 병원비 100만원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고백을 준비해온 토요일 오후가 왔다. 성진은 다인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시를 쓰듯 정성스럽게 다듬었다. ‘반지와 명품 가방을 사줄 다정한 남자친구’로서의 완벽한 모습을 상상하자 그의 심장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방금 이성조 교수님이 대학생 단체방 방장 오빠한테 선물 거래 따라오겠냐고 제안하셨대요. 방장 오빠가 저도 동참하겠냐고 물어보네요. 오빠, 우리 같이 할까요?” ‘우리 같이’라는 다인의 말에 성진은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됐다. 두말할 것 없이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에 번 돈으로 그녀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10분쯤 뒤 이 교수가 직접 보낸 듯한 매수 신호가 다인을 통해 전달됐다. “대상: PALQ, 배율: 100X, 비중: 20%.” 성진은 흥분감에 취해서 망설임 없이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PALQ 가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손쓸 틈도 없이 그의 선물 계좌는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오빠! 큰일 났어요. 저 망한 것 같아요.” 성진은 다인의 메시지에 아무 답도 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봤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인에게 온 다음 메시지가 충격적인 진실을 전했다. “오빠, 우리 방금 강제 청산 당했대요. 알고 보니까 이번 신호는 교수님 지시가 아니라 방장 오빠가 직접 리딩을 해보고 싶어서 거짓으로 낸 것이었대요. 조금 전 방장 오빠는 계정을 폐쇄하고 사라졌대요. 대학생 방에 있던 다른 언니도 청산당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성진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1000만원을 순식간에 날렸다는 사실보다 다인에게 로맨틱하게 고백할 기회를 놓쳤다는 현실에 더 크게 낙담했다. ‘강제 청산’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기에,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다인아, 잠깐만. 내가 다시 연락할게.” 성진은 다인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김가영 비서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대학생방 방장이 이 교수 지시를 사칭해서 회원 몇 명과 함께 선물 거래를 하다가 모두 강제 청산당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의 답장은 이미 준비된 각본처럼 유려했다. “큰일이네요. 작년에도 어떤 대학생이 그런 식으로 교수님 행세를 하다가 몇몇 학우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었는데,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실력이 영글지 않은 친구가 교수님의 명성을 빌려서 자신의 권능을 과시하려다가 결국 사달이 났네요.” 그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사칭범’에게 있음을 강조한 뒤 다음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단 교수님께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심장 질환이 있는 교수님께서 올해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지실 수도 있어서요. 제가 상황을 봐서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이제 성진은 ‘스승’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단 IEKAF 거래소 앱을 켰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모두 사라지고 ‘-300 USDT’(약 –42만원)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강제 청산’이 무엇인지, 선물 계좌가 어떻게 마이너스가 되는지를 알아보려고 스마트폰을 검색하려는 순간, 다인에게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저 어떻게 해요… 방금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대요. 지금 급하게 천안으로 가는 중이예요.”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다인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이후 며칠 동안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냈지만, 그녀는 하나도 읽지 않았다. 성진은 어두운 방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전화기만 바라보는 폐인이 되어갔다. 그녀가 잠적한 지 4일째 되던 날, 마침내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빠…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급하게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후에도 의식이 없으셔서 계속 울면서 기다렸는데, 다행히 오늘 아침에 눈을 뜨셨어요.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니 오빠 생각이 밀려왔어요. 그 사이에 저한테 이렇게나 많이 연락을 주셨네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요 며칠 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성진은 다인이 자신에게 연락했다는 안도감과, 자신이 그녀의 ‘유일한 구원자’가 되겠다는 환상 속에 빠져 있었다. 투자금이 녹아 없어진 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꿈은 어려움에 처한 다인을 도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 뿐이었다. 다인의 연락을 받은 성진의 몸은 배터리에 전기가 100% 충전된 것처럼 활기로 넘쳤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자신이 다인의 사랑 덕분에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코인 선물 거래로 잃어버린 1000만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임무는 다인을 행복하게 지켜주는 것이었다. 성진은 자신감을 갖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는 네가 돌아와서 너무 기뻐. 아버님이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야.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꼭 알려줘.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 그의 문장에는 다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성진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오빠. 대부분 문제가 순조롭게 풀렸어요. 이제 아빠 수술비만 해결하면 돼요.” 성진은 ‘수술비’라는 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느꼈다. “수술비? 얼마나 들어가는데?” 다인은 깊은 한숨을 쉬는 듯한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했다. “아빠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셔서 1000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 같아요. 며칠 전 코인 거래에서 강제 청산만 당하지 않았어도 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고모들이 다들 아빠 일을 모른 척해서 저도 무척 답답해요.” 아빠에게 보험이 없고 고모들까지 병원비 문제를 외면한다는 다인의 절망적 이야기는 성진의 ‘구원자 콤플렉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졌다. “다인아, 걱정 마. 오빠가 해결해 줄게.” 성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빠, 무슨 말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저번에 제 병원비도 대신 내줬잖아요. 오빠도 투자금을 모두 잃어서 형편이 여의치 않을텐데요.” 다인의 걱정 어린 우려가 성진의 허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다인 앞에서 결코 무능력한 남자로 보여선 안 됐다. “다인아, 오빠를 믿는다면 하루만 기다려줘.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아버님 수술비도 네 투자금도 모두 해결한 테니 딱 하루만 기다려.” 성진은 다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원룸의 불을 켰다. 며칠간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다인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당장 수천만원의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섰다.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다인을 만날 때 입으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리 사둔 가장 비싸고 세련된 옷이었다. 거울 속 성진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굳게 닫혔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을 검색해서 오래 전 저장해 둔 ‘김관조(우성캐피탈)’를 찾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다인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법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장님, 전에 만났던 연수 친구 성진이라고 합니다. 연수가 대출 받으려고 사무실 찾아갔을 때 같이 만났던…” “아,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관조는 어렴풋하게나마 성진을 기억하는 듯했다. 성진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 사장님께서 저한테도 ‘돈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전화 드렸어요. 지금 돈이 필요해서요.” “예, 긴급 대출은 이자가 좀 쎈데 괜찮으시겠어요?” 성진은 이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 괜찮습니다. 금방 해결할 수 있어요. 당장 3000만원이 필요한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사무실에 오셔서 몇 가지 정보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택시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성진은 대출을 받아 다인이 부친의 수술비(1000만원)와 그녀가 청산당한 투자금(1000만원), 그리고 자신이 선물 거래로 날린 돈(1000만원)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캐피탈 업체에서 빌린 3000만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성조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가면 오래지않아 갚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소중한 여인 주다인이 실제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진은 스스로를 ‘다인의 위대한 구원자’라고 믿으며, 사채의 세계에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 몇 분 만에 사라진 1억원…‘밑빠진 독’에 돈 붓기 시작한 40대 가장 [파멸의 기획자들 #13~16]

    몇 분 만에 사라진 1억원…‘밑빠진 독’에 돈 붓기 시작한 40대 가장 [파멸의 기획자들 #13~16]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해 질 녘 노을이 창문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민준은 책상에 앉아 딸 지영의 증명사진을 바라봤다. ‘딸에게 이 세상의 모든 문을 열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간의 세월을 버텨왔다. 딸을 위해 모아둔 2100만원과 은행 대출로 마련한 3500만원, 그리고 이성조 교수가 건네준 ‘개인 지원금’ 1만 달러(약 1400만원)까지. 이걸 모두 더해서 어렵사리 5만 달러(7000만원)를 채웠고 텔레그램 ‘예비클럽’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이 마침내 가족을 위한 ‘성배’(聖杯)를 찾았다고 확신했다. 이제 그는 딸의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지영이 원하는 국내 사립대학은 물론이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세계적 명문대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는 환상이 차올랐다. ‘이참에 지영이가 진학하는 나라로 함께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까.’ 그의 머릿속이 동화 같은 상상으로 가득찼다. 지영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 그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의 한 노천 카페에 앉아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열고 코인 선물 거래를 즐길 것이다. 이성조 교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현실은 곧바로 그를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수 일이 지나도 ‘예비클럽’에서는 아무 거래도 진행되지 않았다. ‘골드클럽’과 ‘실버클럽’ 회원들의 채팅방에는 날마다 막대한 수익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나만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짓눌렀다. 참다못해 김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예비클럽에 들어간 김민준입니다. 교수님께서 리딩을 전혀 안 하고 계셔서요. 예비클럽은 언제부터 거래를 시작하나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김 비서에게 답장이 왔다. “이 교수님이 인정하는 우등생 김민준 학우님, 다른 학우님들을 상담하느라 답변이 늦었어요. 전에 말씀드린 대로 요즘 교수님은 골드클럽과 실버클럽 회원들을 중심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계세요. 저도 교수님 덕분에 어제 골드클럽에서 큰 수익을 냈답니다.” 김 비서가 전날 코인 선물 거래로 얻었다는 수익 인증 사진을 보여줬다. 수익금은 1만 USDT(1400만원)였다. 민준은 부러움을 넘어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민준은 ‘우등생’이라는 말이 고마우면서도, 다른 이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는 동안 자신을 포함한 예비클럽 회원들에게 이 교수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살짝 화가 났다. “비서님, 이제 교수님이 예비클럽과는 거래를 안 하실 생각인가요? 예전에 안내해주신 내용을 보면 모든 클럽 멤버들이 리딩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이 교수가 예비클럽 회원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채팅방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이죠. 학우님, 교수님은 예비클럽에도 선물 거래 기회를 주실 거예요. 지금은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계시는 중이니 너무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다소나마 안도감을 느낀 민준은 담배를 피우며 딸이 미국 아이비리그 입학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얼마 안 있어 김 비서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회원님, 방금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교수님께 다시 여쭤봤어요. 교수님께서는 본인이 개인 자금까지 빌려주며 예비클럽 회원님들을 모았기 때문에 다른 클럽보다 더 큰 애정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 예비클럽 회원님들이 더 빨리 브론즈, 실버, 그리고 골드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십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애정’, ‘특별한’ 이라는 단어가 그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이 교수가 진정으로 우리를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민준은 그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언젠가 기자들이 이 교수의 진가를 알아보고 회원들을 인터뷰한다면, 자신이 제일 먼저 나서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돼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회원님, 교수님께서 새 전략을 세울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 어려우시죠? 다른 클럽 분들은 이미 크게 수익을 내고 있어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도 드실 테고요. 그래서 따로 도움을 드릴까 해요. 전문가 한 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민준의 귀가 솔깃해졌다. 김 비서가 대화를 이어갔다. “김승대 대표는 이성조 교수님의 수제자 같은 분이예요. 이분도 회원들을 데리고 개별적으로 선물 거래를 리딩하고 계시죠. 김 대표에게 미리 이야기해 뒀으니 원하시면 이 채팅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민준은 김 비서가 보내준 링크를 타고 새로운 단체방에 들어갔다. 15명 정도 되는 회원들이 이미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듯 활발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분위기를 끊지 않으려고 몇 분간 ‘눈팅’을 이어가다가 잠시 정적이 흐르는 틈을 타 가입 인사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김민준입니다. 김가영 비서의 소개로 들어 왔습니다.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좋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그가 가입 인사를 남기자 많은 이들이 이모티콘으로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있다가 채팅방 방장인 김승대 대표가 등장했다. “민준님 반갑습니다. 가영이가 어떻게 소개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너무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입니다. 운 좋게 이성조 교수님을 알게 돼 큰 부를 일궜지만 여전히 제 능력은 교수님에 비하면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는 수준에 불과하죠. 그래도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민준님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가 메시지를 남기자 다른 회원들이 ‘대표님 최고’라며 감사의 글과 이모티콘을 남겼다. 나중에 김 비서에게 들어보니 김승대는 이 교수의 선물 거래 리딩 덕분에 큰 돈을 벌었고 이걸 종잣돈 삼아 강원도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여러 개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원들이 그를 ‘대표’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3일에 한 번 정도 선물 거래 기회를 포착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저녁 매매 신호가 잡혔습니다. 수익률이 높진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용돈 번다고 생각하고 따라오실 분 있을까요?” 그가 거래를 제안하면 보통 5~6명 정도 회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주로 밤 10시 반쯤 거래를 시도했다. 이성조 교수와 사전에 조율을 했는지 두 사람의 리딩 시간은 겹치지 않았다. 이 교수의 수제자답게 그 역시 성과가 탁월했다. 하루 거래에서 20~30%를 거뜬히 챙기곤 했다.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민준은 김 대표를 100%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었다. 이 교수처럼 24시간 투자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리딩을 따랐다가 자칫 손실을 기록하는 ‘첫 사례’에 동참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만 그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채팅방 회원들은 하나같이 매너가 좋았다. 누군가 이상한 소리를 해도 다들 웃음으로 넘기며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애썼다. 힘든 일을 겪으면 서로 위로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등 인간적인 정도 돈독했다. 민준이 김 대표의 텔레그램 채팅방에 들어간 지 일주일쯤 지난 금요일 오전이었다. 한 회원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서영이라고 해요. 김승대 대표님 텔레그램 방에 같이 있는데 잘 모르셨죠?” “아, 안녕하세요. 서영님을 왜 모르겠어요. 늘 화기애애한 대화로 단체방 분위기를 띄우시잖아요. 우리 방에서 서영님 모르면 간첩이죠.” “아 다행이다. 워낙 말이 없으셔서 저를 모르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오늘 텔레그램 회원 목록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제 오빠 또래이신 것 같아서 감히 용기를 내 연락드렸어요.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반드시 통성명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요. 민준님께 사기 치려고 연락드린 것 아니니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세요. 하하하!” 반나절 가까이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며 민준은 그녀와 서로 통하는 게 많다고 느꼈다. 30대 후반의 독신녀 서영이 보여준 일상 사진들을 보며 참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에 대한 끌림과 함께 고독한 세상에서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동시에 샘솟았다. 퇴근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회식을 하던 때였다. 김가영 비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성조 교수님이 예비클럽에서 첫 번째 거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준은 밖으로 나와 식당 옆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기고 IEKAF 거래소 앱을 열었다. “거래품목: DAINT, 거래방향: 롱오픈, 선택배수: 100X, 투자비중: 20%.” 리딩 메시지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매수 주문을 넣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차트를 보며 담배를 피웠다. 10분쯤 지나자 등락을 거듭하던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 이 교수가 이를 놓치지 않고 매도 지시를 내렸다. 수익률 35%, 수익금 3500 USDT! 1만 USDT(1400만원)를 넣어서 불과 10분 만에 우리돈 500만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예비클럽에 가입하려고 투자 규모를 5만 달러(7000만원)로 늘린 덕분에 이에 비례해서 한 번 거래로 얻는 수익 규모도 커진 것이다. 500만원이면 딸아이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이다. 5만원짜리 장거리 대리운전 콜을 100번은 잡아야 벌 수 있는 돈을, 저녁 회식 자리에서 잠깐 나와 담배를 피우며 벌었다.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쾌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낮에 대화했던 서영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준님, 조금 있다가 김승대 대표님도 리딩을 하겠다고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함께 하실래요?” 민준은 지금 기분이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서영이 자신을 특별히 챙겨주는 것 같아서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당연히 함께 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회식 중인 식당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양해를 구했다. 스마트폰으로 김승대 대표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들여다보며 세 블록쯤 떨어진 호프집을 찾아갔다. 안쪽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생맥주 500㏄ 한 잔과 마른안주를 주문한 뒤 김 대표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조금 전 이성조 교수의 리딩으로 얻은 수익 3500 USDT(약 490만원)가 더해져 투자금 규모가 더 커져 있었다. “DJP 현재 가격으로 매수하세요.” 이 교수가 보낸 리딩 메시지를 확인하자 민준은 재빨리 매수 버튼을 눌렀고, 잠시 뒤 새로운 신호에 맞춰 매도 버튼도 터치했다. 수익금은 3200 USDT(450만원)이었다. 앞서 이 교수가 이끈 거래로 500만원을 번 것을 더하면 하루 저녁에 1000만원 가까이 챙긴 것이다. 월급의 세 배나 되는 돈을 1시간도 안 돼 긁어 모았다. “으하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 속 마약에 중독돼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주인공의 그것과 같았다. 그는 이미 ‘슈퍼리치’가 된 기분이었다. 민준은 맥줏집에서 나와 주변에서 가장 비싸 보이는 일식집을 찾아갔다. 거기서 최고급 초밥 세트 두 개를 사고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타지 않은 모범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검은 색 고급 세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을 창문으로 지켜 본 아내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캐물었다. “다음 주에 특별 보너스가 나온다고 해서 기분 한 번 내봤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선물 거래로 큰 돈을 번 데다가, 특별한 친구 서영까지 알게 돼 정말 기분좋은 밤이었다. 토요일 아침, 민준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이제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터라 아침이 더 평안했다. 아내와 딸은 집에 없었다. 아내는 마트에, 딸은 학원에 간 것 같았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을 들어 IEKAF 거래소 앱을 켰다. 어제 단 두 번의 거래로 얻은 수익을 보니 배가 고프지 않았다.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경제적 자유인’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았다. 냉장고를 열어서 물을 꺼냈다. 식탁에 앉아서 어제 제대로 보지 못한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주옥같은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 ‘부자가 되는 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느꼈다. 이때 서영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준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처음 대화를 나눴는데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서로 마음이 잘 통해서 그런지 살짝 설레기도 하고요.” 민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녀가 새로운 정보를 알렸다. “방금 김 대표님에게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오늘 오후에 선물 거래를 하실 거래요. 부자가 되신 뒤로는 ‘워라밸’을 챙기시느라 주말 거래는 거의 안 하시는데, 오늘 아침에 꽤 좋은 신호가 잡혔다고 하네요. 민준님한테 미리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도 김 대표가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면 수익이 크게 불어날 테니까. 그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사실 저도 서영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김 대표 리딩에 참가할 수 있게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채팅방을 계속 지켜 보고 있을게요.” 오후 4시가 되자 김 대표가 텔레그램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자, 오늘은 특별히 주말 거래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오전에 정말 좋은 신호를 포착했거든요. 따라오실 분은 숫자 ‘111’을 남겨주세요.” 민준과 서영을 포함해서 네 명이 김 대표의 메시지에 답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김 대표가 매수 지시를 내렸다. “자, 이제 들어갑니다. DJP를 현재 가격으로 매수하세요!” 민준이 환희에 찬 눈으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의 눈에는 앞으로 얻게 될 천문학적인 수익금과, 그 옆에 서 있을 서영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지금 막 자신의 모든 돈과 희망을 걸고 파멸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민준은 어제의 기적 같은 결과를 떠올리며 별다른 의심 없이 DJP를 지정했다. 레버리지 100배, 투자비중 20%로 설정하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가격이 출렁거리더니 이내 상승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오늘은 40% 수익률을 넘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웃음을 머금고 차트를 바라봤다. 이번 거래를 성공시키면 서영을 따로 불러내 감사의 표시를 전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였다. 순식간에 DJP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던 터라 민준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김승조 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할 것으로 믿고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그런데 김 대표는 수 분이 지나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텔레그램 채팅창에 서영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망했어요. 투자금이 전부 날아갔어요.” 처음 겪는 상황에 민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민준의 계좌에 6만 USDT(약 8400만원) 정도 투자금이 있었는데, 지금 계좌에 보이는 숫자는 ‘-9500’(-1330만원)이었다. 100배 레버리지의 위력이 정말로 무서웠다. 단 몇 분 만에 1억원 가까운 돈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선물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큰일났다’, ‘어떻게 하죠’ 같은 메시지를 남기며 우왕좌왕했다. 누군가가 ‘이성조 교수님께 연락해보겠다’고도 했다. 민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곧 부자가 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투자금이 한 푼도 남지 않고 모두 녹아 내려 버렸다. 심지어 1000만원 넘는 빚까지 생겼다. 김 대표가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 IEKAF 거래소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 추가 손실을 방지하고자 해당 종목 거래를 강제 청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방금 DJP의 시세 변동으로 우리도 예기치않게 강제 청산을 당한 거고요. 이번 손실은 변명의 여지 없이 100% 제 잘못입니다. 저 역시 투자금이 큰 만큼 손실 규모가 상당합니다.” 채팅방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김 대표가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저는 코인 선물 투자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겪어봤고 그때마다 전략을 정비해서 원금을 회복하곤 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고요. 여러분들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도록 결자해지 심정으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민준의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가려는데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딸 지영과 마주쳤다. 평소와 달리 얼굴이 하얗게 질린 민준을 보고 지영이 물었다. “아빠, 왜 그래? 어디 아파?” “응, 아무 일도 아니야. 들어가서 쉬어. 아빠 바람 좀 쐬고 올게.” 밖으로 나온 민준은 담배를 물고 생각에 잠겼다. 처음 채팅방에 들어올 때부터 ‘투자 결과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라는 방장 김 대표의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터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김 대표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겼다. 몇 분 뒤 그에게 답이 왔다. “오늘 손실에 대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일단 투자금을 되찾으려면 추가 투자금이 필요해요. 그 돈이 마련되면 선물 거래를 재개해서 원래 투자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제 경험상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원금을 회복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시고요.” 일주일이면 된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문제는 잃어버린 투자금을 되찾기 위한 ‘추가 투자금’이었다. “대표님, 그러면 새 투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일주일 안에 원금을 되찾으려면 적어도 10만 달러 정도는 있어야겠죠.” 민준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10만 달러면 우리 돈 1억 4000만원이다. 2년간 대리운전으로 모은 2100만원을 종잣돈삼아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해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8000만원 넘는 액수가 계좌에 담겨 있었는데, 이게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이걸 되찾으려면 1억 5000만원 가까운 돈을 새로 입금하라는 얘기다.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는 줄담배를 피우며 곰곰 생각해봤다. ‘여기서 투자를 멈추면 예비클럽 가입비 5만 달러(7000만원)를 고스란히 날리게 돼. 내 돈 2100만원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예비클럽에 가입하려고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3500만원과 이성조 교수에게 빌린 1만 달러 등 5000만원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데. 하…’ 야간 대리운전의 고통이 민준을 강하게 짓눌렀다. 이 돈을 갚으려면 늙어 죽을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최근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긴 친구 신형철이 생각났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형철아, 나 정말로 급한 일이 생겼어. 이유는 묻지 말고 돈 좀 빌려줬으면 좋겠네. 제발 부탁이야.”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묻다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민준의 통곡 소리에 크게 놀랐다. 형철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민준아, 식당 사업 준비하려고 들고 있는 시재가 5000만원쯤 있어. 그거면 될까? 그 돈으로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구입해야 하거든. 오래는 못 빌려줘. 한 달 안에 돌려줄 수 있겠지?” 민준은 ‘일주일이면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김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형철에게 ‘2주일 내로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약속에 약속을 거듭하니 5000만원이 들어왔다. 민준은 곧바로 IEKAF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이 돈을 USDT로 환전했다. 대략 3만 6000 USDT였다. 허공으로 날아간 5만 달러를 복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희망이 느껴졌다. 상대방을 패닉 상태로 빠뜨려 이성을 마비시킨 뒤 끊임없이 계좌로 돈을 밀어 넣게 만드는 ‘파멸 기획자들’의 작전에 완벽하게 걸려든 것이다.
  • “저 패딩도 죽은 내 아들 것” 엄마의 절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전말[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저 패딩도 죽은 내 아들 것” 엄마의 절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전말[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저 패딩도 내 아들 거예요.”러시아 국적의 어머니는 검은색 패딩 점퍼를 입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한 중학생을 향해 인터넷에 처절한 러시아어 글을 올렸다. 그 패딩은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 중학교 2학년 A군(당시 14세)이 생전 입었던 옷이었다. 2018년 11월 13일 오후 6시 40분경,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 A군은 그곳에서 동갑내기 이모군 등 남학생 3명과 여학생 김 모 양을 포함한 4명의 집단폭행을 당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이었던 이들은 A군을 “우리가 빼앗은 네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라는 말로 유인해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갔다. 이어 1시간이 넘도록 욕설과 함께 주먹, 발로 A군의 얼굴 등 전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가해자들이 잠시 폭행을 멈춘 사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A군은 옥상 난간에 매달렸다. 그리고 아래 에어컨 실외기 위로 몸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실외기에서 중심을 잃은 A군은 아래로 추락했고,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의 신고로 119가 출동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BJ 닮았다’라는 사소한 말로 시작된 복수극이 비극적인 옥상 폭행은 A군이 당일 겪은 두 번째 집단폭행이었다. 잔혹한 폭력의 발단은 지극히 사소했다. A군이 다른 동창과 통화하며 이군 일행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못생긴 BJ(인터넷 방송진행자)를 닮았다’라고 말한 것을 이들이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이군 등 4명은 2명을 더 합세시켜 남녀 중학생 6명이 보복에 나섰다. 이날 새벽 2시경, 이들은 피시방에 있던 A군을 인근 공원으로 끌고 갔다. 가해 학생들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원 두 곳을 옮겨 다니며 A군을 폭행했다. 이들은 폭행과 함께 A군이 입고 있던 패딩 점퍼와 14만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았다. 결국 폭행을 견디지 못한 A군이 달아났으나, 가해자들은 빼앗은 전자담배를 미끼로 다시 불러냈고, 이는 옥상에서의 2차 폭행, 그리고 A군의 비극적인 추락사로 이어졌다. 폭행 은폐를 위한 ‘자살 위장’ 공모와 피 묻은 패딩 소각A군이 추락해 숨지자, 가해 학생들은 곧바로 범행 은폐를 모의했다. 이군 등은 옥상 현장에서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하자”며 ‘자살’로 위장하기로 입을 맞췄다. 경찰 조사 초기에도 “옥상에서 대화하던 중 A군이 갑자기 ‘자살하고 싶다’라며 난간을 붙잡아 말렸지만 듣지 않고 뛰어내렸다”고 진술하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파트 CCTV 분석을 통해서 이 군 일행이 A군을 강제로 옥상에 끌고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발견 당시 A군 시신이 굉장히 차가웠다’라는 아파트 경비원 등의 진술이 더해지면서, 단순 추락사가 아닌 ‘살해 후 추락사 위장’ 의혹까지 불거지며 공분을 샀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추궁 끝에 가해자들은 폭행 사실을 자백했다. 이군 등 남학생 3명과 김 양은 상해치사,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에 의한 사망’이었으나, 이들의 잔혹성은 이후 진술에서도 드러났다. 1차 폭행할 때 있었던 여중생의 진술에 따르면, 이군 등 2명이 주도해 A군을 무릎 꿇린 뒤 폭행했고, A군은 코피를 흘려 빼앗다시피 바꿔 입힌 패딩 점퍼가 흠뻑 젖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군 일행이 피에 젖은 이 점퍼를 나중에 불에 태워 없앤 것으로 밝혀진 대목이다. ‘이방인의 설움’... 괴롭힘과 착취의 ‘물주’였던 A군A군이 가해자들의 폭력과 괴롭힘의 표적이 된 배경에는 그의 사회적 취약성이 있었다. A군은 작은 체구에 러시아 혼혈로 이국적인 외모를 지녔고, 단둘이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정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동급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가해 학생들은 A군의 이러한 취약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A군은 이군 등 동급생들에게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을 사주면서 관계를 이어가야 했다. 사실상 A군은 이들 무리의 ‘물주’ 역할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A 군이 이 군 등의 집에 옷을 놓고 왔고 ‘잃어버렸다’라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빼앗기고도 되찾지 못했던 착취의 흔적이었다. 어머니는 또한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치킨을 사줬는데 아들은 정작 하나도 먹지 못했다고 눈물지었다. 이는 A군이 평소 가해자들에게 얼마나 위축되고 억압되어 있었는지, 집 안에서조차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가해 학생들은 A군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진 친하게 지냈으나, 6학년 말부터 괴롭힘을 시작해 중학교에서 본격적인 폭력과 학대로 발전시켰다. 이들 가해자 중에도 다문화가정 출신이나 위기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어, 복잡한 사회적 배경이 얽힌 학교 폭력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구치소에서 비웃음... “너나 잘 사세요” 무반성의 태도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 15부(부장 표극창)는 2019년 5월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군 등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3년, 단기 4년∼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군에게 소년법 대상 미성년자를 상해치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군은 이군 등의 계속된 폭행을 피하려고 3m 아래 실외기 위로 탈출하려다가 실족해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 A군은 성인도 견디기 힘든 장시간 가혹행위에 극심한 공포심과 수치심에 시달렸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추락했다”며 “이군 등은 A군이 극단적인 탈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 또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는 2019년 9월 주범인 이군에 대해 장기 6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감형했다. A군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이군은 1심에서 장기 7년~단기 4년 징역형을 받았었다. 나머지 3명은 이군보다 낮은 1심의 형량이 그대로 선고됐다. 재판부는 “A군은 극심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피하려고 했고, 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며 “사망이란 결과를 고려하면 이군 등은 일정 기간 징역형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죽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모두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 만큼 사회에 복귀해 건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 학생들의 반성 없는 태도는 더욱 큰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구속된 이군 등을 면회했던 지인들은 언론에 “이군 등이 웃고 즐거워 보이고 아주 편안해 보였다”고 전했다. 한 지인은 “(그들이) 구치소에 누워서 TV도 볼 수 있고, 오후 9시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 콩밥을 먹고 그냥 편하다”라고 전해 듣기도 했다. 또 다른 지인이 ‘구치소에서 나오면 제대로 살라’고 충고하자 가해 학생들은 “너나 잘 살라”며 비웃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들의 발언은 후회나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뒤틀린 인성과 낮은 죄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군 등 10대 4명은 항소심 형량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12월 이를 기각했다. 주인을 잃고 가해 학생의 손에 넘어갔던 A군의 패딩 점퍼는 결국 경찰을 통해 어머니에게 반환됐다.
  • “추석인데 아들 답장도 없어”…캄보디아 여행 떠난 40대 행방불명

    “추석인데 아들 답장도 없어”…캄보디아 여행 떠난 40대 행방불명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난 40대 남성이 일주일 넘게 소식이 끊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MBC 보도에 따르면 전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42살 이모씨는 지난달 24일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5박 6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사흘 후부터 갑자기 가족과의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이씨 가족은 소셜미디어(SNS)와 카카오톡을 통해 수십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전화해도 ‘받을 수 없다’는 신호만 나온다”며 “(아들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다”고 호소했다. 마지막 GPS 기록이 잡힌 곳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호텔이었다. 가족은 현지 가이드를 통해 이씨의 숙박을 확인했으나 이씨는 애초부터 해당 호텔에 투숙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신변 안전을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씨 가족은 이씨가 범죄 피해를 본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씨 어머니는 “(최근) 캄보디아로 여행을 가도 납치를 당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증가하자 지난달 프놈펜, 시아누크빌 등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 경보를 격상하고, 주캄보디아대사관 경찰 인력 등을 증원한 바 있다.
  • ‘사랑’이라 믿은 파멸의 덫,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4]

    ‘사랑’이라 믿은 파멸의 덫,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다인의 연락을 받은 성진의 몸은 배터리에 전기가 100% 충전된 것처럼 활기로 넘쳤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자신이 다인의 사랑 덕분에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코인 선물 거래로 잃어버린 1000만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임무는 다인을 행복하게 지켜주는 것이었다. 성진은 자신감을 갖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는 네가 돌아와서 너무 기뻐. 아버님이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야.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꼭 알려줘.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 그의 문장에는 다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성진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오빠. 대부분 문제가 순조롭게 풀렸어요. 이제 아빠 수술비만 해결하면 돼요.” 성진은 ‘수술비’라는 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느꼈다. “수술비? 얼마나 들어가는데?” 다인은 깊은 한숨을 쉬는 듯한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했다. “아빠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셔서 1000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 같아요. 며칠 전 코인 거래에서 강제 청산만 당하지 않았어도 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고모들이 다들 아빠 일을 모른 척해서 저도 무척 답답해요.” 아빠에게 보험이 없고 고모들까지 병원비 문제를 외면한다는 다인의 절망적 이야기는 성진의 ‘구원자 콤플렉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졌다. “다인아, 걱정 마. 오빠가 해결해 줄게.” 성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빠, 무슨 말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저번에 제 병원비도 대신 내줬잖아요. 오빠도 투자금을 모두 잃어서 형편이 여의치 않을텐데요.” 다인의 걱정 어린 우려가 성진의 허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다인 앞에서 결코 무능력한 남자로 보여선 안 됐다. “다인아, 오빠를 믿는다면 하루만 기다려줘.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아버님 수술비도 네 투자금도 모두 해결한 테니 딱 하루만 기다려.” 성진은 다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원룸의 불을 켰다. 며칠간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다인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당장 수천만원의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섰다.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다인을 만날 때 입으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리 사둔 가장 비싸고 세련된 옷이었다. 거울 속 성진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굳게 닫혔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을 검색해서 오래 전 저장해 둔 ‘김관조(우성캐피탈)’를 찾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다인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법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장님, 전에 만났던 연수 친구 성진이라고 합니다. 연수가 대출 받으려고 사무실 찾아갔을 때 같이 만났던…” “아,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관조는 어렴풋하게나마 성진을 기억하는 듯했다. 성진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 사장님께서 저한테도 ‘돈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전화 드렸어요. 지금 돈이 필요해서요.” “예, 긴급 대출은 이자가 좀 쎈데 괜찮으시겠어요?” 성진은 이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 괜찮습니다. 금방 해결할 수 있어요. 당장 3000만원이 필요한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사무실에 오셔서 몇 가지 정보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택시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성진은 대출을 받아 다인이 부친의 수술비(1000만원)와 그녀가 청산당한 투자금(1000만원), 그리고 자신이 선물 거래로 날린 돈(1000만원)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캐피탈 업체에서 빌린 3000만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성조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가면 오래지않아 갚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소중한 여인 주다인이 실제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을. 성진은 스스로를 ‘다인의 위대한 구원자’라고 믿으며, 사채의 세계에까지 발을 담그고 있었다. (25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분식집 아니다”…‘메뉴 통일’ 요구한 진도 식당 불친절 응대 논란

    “분식집 아니다”…‘메뉴 통일’ 요구한 진도 식당 불친절 응대 논란

    전남 진도군에 있는 한 식당이 다양한 메뉴를 주문한 손님에게 메뉴를 통일해 주문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자 식당 측이 사과에 나섰다. 구독자 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A씨는 최근 여자친구와 함께 전남 진도군에 있는 한 식당에 방문해 전어구이 1개와 물회 1인분, 전복죽 1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던 한 여성 종업원은 “그렇게는 안 된다”며 “(메뉴를) 통일해야 한다. 분식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그러면 그냥 나가겠다. 죄송하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지난달 30일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식당 측의 불친절한 응대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음날 식당 주인의 딸이라고 밝힌 B씨는 댓글을 통해 사과했다. B씨는 “영상 속 여성분은 서빙을 도와주고 있는 종업원”이라며 “어찌 됐든 식당에 온 손님에게 무례하게 대한 점은 무조건 저희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어머니는 주로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하시는데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불편함을 드리고 진도에 안 좋은 인상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해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상 속 이모님(종업원)도 영상을 함께 봤고, 이모님도 직접 사과드리고 싶어 한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지 몰라 댓글을 남기니 따로 연락해주시면 직접 사과드리도록 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B씨는 추가 댓글을 통해 “영상 속 종업원은 금일까지만 근무하게 됐다”며 “종업원 교육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 ‘구원자 콤플렉스’ 폭발한 취준생, ‘로맨스 스캠’에 빠져 더 깊은 늪으로 [파멸의 기획자들 #22]

    ‘구원자 콤플렉스’ 폭발한 취준생, ‘로맨스 스캠’에 빠져 더 깊은 늪으로 [파멸의 기획자들 #22]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그날 밤 성진은 심장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천둥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는 다인의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을 수백 번 맴돌았다. ‘그녀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까?’ 밤새도록 온갖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섣불리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 두려웠다. 취업 전선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그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터라 다인과의 관계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성진은 서점으로 향했다. 채팅방에서 투자와 경제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다인에게 다소 지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그녀의 이상형이라는 ‘지적인 남자’로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감성적인 에세이와 시집, 명언집을 닥치는 대로 샀다. 집에 돌아와 다인을 생각하며 여러 책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긋고 노트를 마련해 따로 적어놓았다. 그날 밤이었다. 10시를 훌쩍 넘겼지만 다인에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어제 그 메시지에 내가 너무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기분이 상했나…’ 성진은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뒤져 친구 집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하나 골라서 보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동물 사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밤이 새도록 다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성진은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잔 성진은 눈을 뜨자마자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텔레그램을 열었지만, 곧바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사진 속 고양이가 오빠처럼 귀여워요. 혹시 직접 키우는 냥이인가요? 나중에 꼭 직접 보고 싶어요… 그런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어제 학교에서 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지금 병원에 있어요.” ‘병원’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인아, 어느 병원이야? 몸은 괜찮아? 내가 지금 갈게.” 성진에게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구원자 콤플렉스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예요, 오빠. 사고를 당했을 땐 너무 아파서 경황이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경찰이 오토바이 뺑소니였다고 말해줬어요.” ‘뺑소니’라는 말에 성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이 대신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혼자서 그 고통을 삼키고 있다는 게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이때 다인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데 실은 지금 병원비가 모자라요. 교통사고 당했다고 하면 천안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실 것 같아서 연락 드릴수도 없고…” 다인도 성진과 함께 이성조 교수의 리딩방에 함께 있었다. 그녀 역시 이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갔으면 수백만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다인의 말을 한 번쯤 의심해볼 법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 있던 성진은 이상한 점을 굳이 찾고싶지 않았다. 성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인에게 답장했다. “병원비는 내가 마련할게.” 그러자 다인은 교묘하게 이를 거절했다. “아니예요. 제가 있는 대학 동아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오빠가 있어요.” 다인이 ‘돈 많은 오빠’를 언급하자 성진은 죽기보다 싫은 굴욕을 느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경제적인 무능함을 보여선 안 된다는 허세와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는 다인에게 병원비와 은행 계좌번호를 다그치듯 물었다. 몇 번을 거절하던 그녀는 결국 성진을 못 이기겠다는 듯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다인아, 그런데 예금주가 네 이름이 아니네?” “아, 이건 병원 사무장님 계좌예요. 그쪽으로 돈을 보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성진은 ‘사무장 계좌’, ‘할인 혜택’ 등 다소 터무니없는 이야기에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돈 많은 오빠’와 더 가까워지는 걸 막고 싶었다. 성진은 병원 사무장이라는 남성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만년 졸업생’인 성진에게 작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의 리딩 거래 한 번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날 오후 다인에게서 퇴원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말미에 ‘고마워요, 오빠가 최고예요’라는 글과 함께 키스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성진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이모티콘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에게 100만원을 투척했다는 ‘불편한 진실’은 깨닫지 못한 채. 한술 더 떠 성진은 ‘고백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준비에 나섰다. ‘일단 다인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직접 만나자. 반지와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 그녀도 나에게 마음을 열거야.’ 그의 머릿속은 코인 거래로 벌어들일 천문학적 수익과, 그 돈으로 산 선물을 받고 기뻐할 다인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금 다인의 병원비 100만원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23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세계 4위 누른 신유빈, 주천희 꺾고 WTT 준결승 진출…왕만위, 하이모토 미와 승자와 결승 놓고 격돌

    세계 4위 누른 신유빈, 주천희 꺾고 WTT 준결승 진출…왕만위, 하이모토 미와 승자와 결승 놓고 격돌

    전날 세계 4위인 콰이만(중국)을 누르고 극적인 8강에 진출했던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이 주천희(삼성생명)을 잡고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중국 스매시에서 4강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주천희에 4-2(14-16 7-11 11-8 11-9 11-9 11-7) 역전승했다. 준결승에 오른 신유빈은 세계 2위 왕만위(중국), 하리모토 미와(세계 6위·일본)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된다. 8강전에서 세계 4위 콰이만(중국)에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탄 신유빈은 여세를 몰아 주천희와의 대결에서도 역전승을 거뒀다. 중국 출신의 귀화 선수인 주천희는 세계랭킹이 35위지만 이번 대회 32강에서 일본의 이토 미마(8위), 16강에서 중국의 스쉰야오(12위)를 각각 잡는 이변을 일이키며 8강에 올라 세계 17위 신유빈과 만났다. 첫 게임을 14-16으로 내준데 이어 2게임에서도 7-11로 밀리며 두 게임을 내준 신유빈은 3게임부터 전술을 바꾸며 흐름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3게임을 11-8로 승리한 신유빈은 4게임에도 3-3 균형을 깨고 7-4 리드를 잡은 뒤 11-9로 잡았다. 5게임에서도 11-9로 승리한 신유빈은 마지막 6게임에서도 초반 주도권을 잡아 그대로 경기를 매조졌다.
  • ‘천고마비, 오감만족’ 천안·공주·계룡·태안 특별한 가을 여행

    ‘천고마비, 오감만족’ 천안·공주·계룡·태안 특별한 가을 여행

    10월 ‘먹고 보고 체험’ 오감 만족 여행충남 오감 만족 여행 눈길눈과 마음으로 즐기는 충남 충남도가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10월 입으로 즐기는 천안·예산·홍성 등 충남의 맛과 멋의 명소 소개에 나섰다. 3일 충남도에 따르면 매월 새 관광 주제를 선정해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월간 충남’을 운영 중이다. 10월은 ‘맛과 멋의 계절’을 주제로 가족·연인·친구 등과 방문하기 좋은 다양한 먹거리 축제를 선정했다. 천안 빵빵데이, 더 빵빵해져 빵의 도시 천안을 대표하는 ‘빵빵데이’가 오는 18~19일 천안종합운동장 일원에서 대전 대표 ‘빵축제’와 진검승부를 펼친다. 천안시와 대한제과협회 천안시지부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빵빵데이는 지역 농축산물을 활용한 ‘건강 빵’을 주제로 한 차별화된 축제다. 올해 빵빵데이 일정은 공교롭게도 대전 대표 빵 축제와 일정이 같다. 1934년 호두과자를 시작으로 천안에는 50여개의 호두과자 점과 500여개 빵집이 있다. 천안을 대표하는 53개 동네빵집이 참여한다. 각 빵집은 대표 제품과 함께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원재료로 한 빵을 1종 이상 선보인다. 제과 기능장이 직접 선보이는 공예·실용빵 전시관도 마련된다. 제과협회와 백석문화대학교는 어린이를 위한 쿠키 만들기,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컵케이크·빼빼로 만들기, 호두과자 굽기 체험 등이 준비된다.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서 남당항까지 홍성에서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이 열려 다양한 바비큐 음식을 저렴하게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함께 들러볼 관광지로는 남당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홍성 유일한 섬 죽도와 음악분수와 레이저 쇼, 남당항 해양분수공원,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천수만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홍성 스카이타워 등도 있다. 성군은 신바람 관광택시를 운영해 기차 여행객이 편리하고 부담 없이 지역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홍성 여행 코스로는 홍주읍성 →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 죽도 → 남당항 해양분수공원 → 남당노을전망대 → 홍성스카이타워 코스를 추천한다. 국밥·국수·국화 ‘삼국축제’에 예산사과도 예산에서는 23~26일까지 ‘삼국축제(국밥·국수·국화)’와 ‘예산 사과 축제’가 동시에 열려 풍성한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다. 인근 관광지로는 수덕사, 덕산 메타세쿼이아길, 덕산온천 족욕장과 황톳길 등 휴식을 즐기기 좋은 곳들이 많다. 예당호에선 ‘2025∼2026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출렁다리와 음악분수를 만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예당호 어드벤처 체험도 할 수 있다. 1일 신규 개장한 예당호 전망대에서는 자연 풍경과 아름다운 야간 경관조명을 즐길 수 있으며, 10월 한 달간 문화체육관광부 ‘여행가는 가을’ 캠페인 연계 ‘잔망루피’ 이모티콘 이벤트도 진행한다. 예산 여행 코스로는 수덕사 → 덕산 메타세쿼이아길→ 덕산온천 족욕장과 황톳길 → 예당호 전망대·어드벤처 → 예산장터시장→ 삼국축제·사과축제 코스를 추천한다.
  • [단독]초등학생도 즐겨 쓰는 이모티콘에 “입 열어 술 들어간다”

    [단독]초등학생도 즐겨 쓰는 이모티콘에 “입 열어 술 들어간다”

    ‘난 물 대신 술을 마셔’, ‘적셔’, ‘술 조지고 올게’, ‘입 열어 술 들어간다’. 아동과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권장하는 표현이 수두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이모티콘으로 술에 관대한 인식이 커질 위험 있는 만큼 구매 연령 인증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신문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음주 조장 이모티콘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보면, 음주를 권장하거나 조장하는 이모티콘은 149개에 달한다. 특히 10대 인기 이모티콘 상위 100개 중 음주 관련 언급이 있는 이모티콘도 14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규제 대상인 술은 광고 시간대, 방법, 공간 등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모티콘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모티콘의 내용을 보면 ‘소주의 효능,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함’ 등 술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적힌 경우가 많고, ‘소주로 소독하자’, ‘생각이 많을 땐 마시자’, ‘소주 한 잔은 슬픔을 모두 지워버린다’, ‘먹고 죽자’ 같은 자극적인 내용도 있다. 두 자녀를 키운다는 이모(54)씨는 “‘죽을 때까지 마시자’, ‘부어라’ 등의 자극적 문구가 적힌 이모티콘에 노출되면 ‘술은 그렇게 마셔야 하는구나’라는 이미지가 심어질 수도 있다”며 “표현을 순화하거나 청소년 이용은 금지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중학생 동생을 둔 공모(24)씨도 “동생이 술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거나 음주를 해야만 사회성이 있다고 생각할까 걱정된다”며 “술에 관대한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모티콘이 주류 광고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유해성 논란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이모티콘 사용과 노출을 연령별로 제한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남 의원은 “주류 광고의 경우 음주를 권장·미화·유도하거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이지만, 이모티콘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적극적인 계도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지혜, 가족여행 중 항공사 저격…“다시는 안 타” 무슨 일

    이지혜, 가족여행 중 항공사 저격…“다시는 안 타” 무슨 일

    그룹 샵 출신 방송인 이지혜(45)가 가족과 함께 떠난 하와이 여행길에서 항공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30일 이지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이들 데리고 다시는 안 간다고 하면서도 또 여행을 계획했다”며 가족들과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도착하면 시댁과 시누이까지 합류하는 대가족 여행”이라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다녀오길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비만 안 와도 선방”이라고 덧붙이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당 게시물에 모델 겸 방송인 이현이의 남편인 사업가 홍성기는 “라운지를 보아하니 하와이안항공 타고 가는 칼라운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지혜는 “정답”이라면서 “말도 마라. 하와이안항공 다시는 안 탈 예정이다. 남편, 아이랑 헤어져서 탔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홍성기는 “헉 왜요? 비행기 좌석 구조가 좀 이상하긴 했는데”라며 놀란 듯한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2017년 세무사 문재완과 결혼한 이지혜는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밉지 않은 관종언니’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구독자 99만명을 보유했다.
  • “저는 마약 중독자입니다”…SNS에 단약 의지 밝히고 ‘마약 극복자’로

    “저는 마약 중독자입니다”…SNS에 단약 의지 밝히고 ‘마약 극복자’로

    “마약을 다시 하고 싶어도 구독자들이 붙잡아 줄 것 같아요.” 이모(22)씨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마약 투약 전력과 1년 정도 단약(약을 끊는 것)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씨의 SNS에는 “당신의 단단함을 존경한다”, “할 수 있어요 파이팅” 등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댓글을 보며 약을 끊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며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새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이씨는 중독·정신질환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SNS에 공유할 예정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마약류 사범 단속 인원은 32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28명)보다 13.9% 증가했다. 해마다 마약에 손을 대다 검거되는 인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마약을 끊어내는 재활 치료 체계 등은 아직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마약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마약을 끊어내려 하는 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재활 치료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독재활센터인 인천다르크의 최진묵(50) 센터장은 3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마쓰형’(마약으로 쓰레기가 됐던 형)을 운영 중이다. 최 센터장은 대마초, 필로폰 등 23년 동안 마약에 중독됐고 마약 전과 9범으로 교도소에서 8년 동안 복역했다고 한다. 최 센터장은 입소 중인 이들과 본인의 아픈 경험을 담은 영상 등을 채널에 업로드하며 치료에 나선 이들에게 응원을 건네고 있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도 “많은 중독자가 재활의 문턱이 높다고 느낀다”며 “한 때 저도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약을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마약사범 대부분은 부잣집 딸이나 연예인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라며 “중독자들의 재활 치료 인식 개선에 나선 이들을 지원하고, 중독자 사회 복귀를 위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추석 연휴 고양이 돌봄 알바에 수십명 몰려…“고향은 무슨, 돈 벌어야지”

    추석 연휴 고양이 돌봄 알바에 수십명 몰려…“고향은 무슨, 돈 벌어야지”

    대학생 박모(24)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을 가지 않고 단기 과외 아르바이트(알바)를 할 예정이다. 오는 4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오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30만원 정도를 받기로 했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향을 가기 때문에 이번 연휴에는 돈을 벌려고 한다”고 했다. 긴 연휴 기간 고향 집을 찾는 대신 단기 알바를 택하는 청년들이 이번 추석에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에 ‘추석 알바’를 검색하면, 연휴 기간 고양이나 자녀를 돌보는 알바, 판매, 가사도우미, 포장 등 다양한 업무 지원자를 모집하는 공고들이 즐비하다. 추석을 맞아 서울을 떠나야 하는 이모(32)씨는 “고양이 한 마리를 돌봐줄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4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했다. 떡집도 추석 단기 알바를 구하는 업종 중 하나다. 서울 은평구의 한 떡집은 추석 때마다 매년 일할 사람을 구하는데 올해는 ‘당근마켓’에 공고를 올렸더니 지원자가 30명이나 몰렸다고 한다. 떡집 대표는 “40년째 떡집 하면서 판매 알바에 이렇게 사람이 몰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연휴에 홀서빙 알바를 한다는 강신영(25)씨는 “알바하던 곳이 추석이라고 쉬는 바람에 다른 식당의 단기 알바에 지원했다”며 “일주일이 넘는 기간 바짝 벌어두면 한 달 동안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추석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언제 취업하냐’는 소리만 들어야 한다”며 “차라리 알바하며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푹 쉬는 게 낫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해 알바생 13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단기 알바를 하는 이유(복수 응답)는 ▲단기로 용돈벌이(53.9%)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 없음(25.6%) ▲고물가로 인한 추가 수입 필요(22.2%) ▲여행 경비·등록금 등 목돈 마련(18.2%) 등이었다.
  • 대학생 없는 대학가…‘핫플’에 밀려 한산

    대학생 없는 대학가…‘핫플’에 밀려 한산

    대학생 김이영(20)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찾을 예정이다. 평소에도 수업이 끝나면 학교 주변보다는 성수동이나 중구 을지로 등을 주로 찾는 김씨는 “학교 근처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긴 추석 연휴로 ‘대학생 없는 대학가’의 썰렁함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 상인들은 개강 후에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겨 조용하던 와중에 다시 찾아온 연휴가 달갑진 않다. 경희대 인근에서 5년째 요식업에 종사하는 고모(34)씨는 “대학가라면 밤에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요즘은 10시만 되면 조용해진다”고 했다. 15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대표도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연말부터 쭉 손님이 없었다”고 전했다. 썰렁한 대학가와는 대조적으로 성수동은 평일에도 20대들로 북적인다. 대학생 김예진(19)씨는 “소금빵이나 베이글처럼 요즘 유행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성수까지는 나가야 한다”며 “학교 근처는 조모임이나 개강총회를 하는 곳이지 친구들과 노는 곳은 아니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23)씨도 “학교 근처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며 “성수동이나 홍대, 을지로로 주로 가는 편”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권의 격차는 임대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 자료를 보면, 경희대 인근은 2022년 2분기 기준 ㎡당 4만 8900원이었지만, 3년이 지난 올해 2분기에는 4만 82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서울 성동구 뚝섬 인근은 2022년 2분기 기준 ㎡당 4만 900원으로 경희대보다 저렴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5만 7600원으로 훌쩍 올랐다.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은 일부 대학가를 제외하면 이런 상권 양극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 여력이 한정된 상황이라 일부 지역에 소비가 쏠릴 수밖에 없다”며 “입지가 좋지 않은 대학가는 재개발이 되지 않는 이상 추세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20년 결혼’ 끝내고 새 출발 꿈꾼 男, 20억 날렸다…‘로맨스+암호화폐’의 결말

    ‘20년 결혼’ 끝내고 새 출발 꿈꾼 男, 20억 날렸다…‘로맨스+암호화폐’의 결말

    이혼을 앞두고 새 출발을 꿈꾼 미국 남성이 연애 사기(로맨스스캠)에 휘말려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평생 모은 돈을 잃고 좌절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 매체 KDVR과 9뉴스 등에 따르면 A(남)씨는 불화를 겪던 20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었다. 그는 기혼자들의 은밀한 만남을 주선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에린’이라는 여성을 알게 됐다. 결혼 생활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A씨에게 에린은 자기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한 그들은 점점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A씨는 “에린이 자신의 사진은 물론 자신이 사는 곳을 실시간 영상 통화로 보여 줬다”고 말했다. A씨는 에린을 실제 만나기도 전에 이미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됐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에린은 이모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와인 농장과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 참고로 저는 암호화폐에도 투자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에린은 투자와 관련한 표와 그래프, 여러 수치들을 보냈다. A씨는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몰랐지만 에린의 설명에 설득됐다고 밝혔다. A씨는 “솔직히 에린의 아름다운 외모에 매력을 느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뿐만 아니라 에린이 알려준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이혼 합의로 큰돈을 잃을지도 모를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에린을 따라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에린처럼 A씨가 투자한 비트코인은 매일 수익을 냈다. A씨는 6주 동안 4건의 투자 거래를 진행했다. A씨가 투자한 금액은 총 140만 달러(약 19억 6300만원). 그는 평생 저축한 돈과 은퇴 자금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깨달았던 것은 얼마 뒤였다. 그는 투자금과 수익을 현금화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대신 ‘자금을 인출하려면 40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A씨는 누나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고 그의 누나는 “바로 관계 당국에 신고해라”라고 일러줬다. 사건은 콜로라도 수사국(CBI)이 넘겨 받았다. CBI 경제범죄수사부 소속 특수요원 젭 스미스터는 “A씨가 처음엔 합법적인 암호화폐 앱으로 송금하고 있었으나 나중에는 사기꾼들이 조종하는 가짜 앱으로 송금했다”면서 “A씨의 투자금은 콜드 스토리지, 즉 동결된 암호화폐 지갑으로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미스터 요원은 “콜드 스토리지는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식별 정보도 없어서 그냥 닫혀 있는 금고나 마찬가지”라며 “금고 안에 얼마가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제3자가 접근할 방법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내 문제는 탐욕과 외로움이었다”면서 “꽤 깊이 빠져 있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그는 익명으로 이 사건 관련 인터뷰에 나서면서 경각심을 당부했다. 스미스터 요원은 “돈 문제에 밝은 사람도 로맨스 사기에 속을 수 있다”면서 “사기꾼들은 가상의 인물, 때로는 실제 인물을 겁박해 끌어들여 영상 통화에 이용한다”고 말했다. ‘에린’에 대해 스미스터 요원은 “인신매매 피해자로서 강요당했을 수도 있고, 사기에 연루됐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사기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암호화된 채팅 앱으로 옮긴다거나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일, 합법적인 금융 플랫폼 밖으로 자금을 이체하라는 요청을 받는 것은 커다란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스미스터 요원은 “그들이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면서 “그게 그들의 목표이고, 여러분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물론이고 영상 통화 속 해변의 풍경까지도 모든 것이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너무 늦기 전에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A씨는 비슷한 상황에 있을지 모를 이들에게 “한발짝 물러나 보세요. 그리고 직접 만나보지 않았다면, 신중하게 조사해 상대가 누군지 알아내세요”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즉시 은행과 수사기관에 신고하세요”라고 덧붙였다.
  • 제주 5년간 917억 투입… 메밀산업의 허브로 뜬다

    제주 5년간 917억 투입… 메밀산업의 허브로 뜬다

    제주 들녘은 매년 5월과 10월에 하얀 메밀꽃으로 일렁인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밀 2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제주메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심의를 거쳐 ‘제3차 제주메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년)’을 최종 확정하고 향후 5년간 917억원을 투입해 ‘대한민국 메밀 산업의 심장부’로 도약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획은 기후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신품종 개발은 물론, 생산·가공·유통·관광까지 잇는 종합 전략을 담았다. 제주는 지난 2023년 기준 재배면적은 2169㏊로 전국의 62.2%, 생산량은 1703t으로 전국의 57.2%를 차지한다. 척박한 화산회토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빙떡 등 제주의 전통 음식으로 이어지며, 제주 농경의 여신 ‘자청비’ 설화에도 등장한다. 제주도의 농경의 신 자청비는 제주 신화 ‘세경본풀이’의 주인공으로, 오곡의 씨앗을 하늘에서 가져와 인간 세계에 농사의 풍요로움을 전한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하얀 메밀꽃밭은 이제 단순한 농작물이 아닌, 제주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관광을 아우르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는 지난 10년간 메밀 산업을 다져왔다. 2015년 조례 제정, 2017년 통합 브랜드 ‘제주메밀’ 개발,농촌융복합산업 최우수상 등 각종 경진대회에서 성과를 이뤘다. 지난 6월에는 신협과 손잡고 메밀 가치 확산을 위한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문화·관광과 연계한 제주메밀 가치 확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과 품질 경쟁력 강화 ▲통합브랜드 위상 제고 및 가공·판매 다각화 ▲메밀문화관광 활성화 등 3대 전략과 9개 세부 과제가 추진된다. 투자 규모는 국비 50억원, 지방비 565억원, 자부담 302억원 등 총 917억원으로 신품종 개발·보급, 계약재배 확대, 디지털 농작업 기계화, 고부가가치 가공품 개발, 온라인 판매 다각화, 메밀꽃 축제와 연계한 체험 관광 조성이 이뤄진다. 또한 농업기술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수량 25% 증가와 병해 저항성이 강화된 신품종 ‘햇살미소’를 개발해 농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형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제주메밀을 농업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관광까지 아우르는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제주가 ‘메밀의 본고장’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농가 소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허복·김일수·김용현·황두영 도의원, 추석 사회복지시설 위문

    허복·김일수·김용현·황두영 도의원, 추석 사회복지시설 위문

    경북도의회 허복·김일수·김용현·황두영 도의원(국민의힘, 구미)은 29일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구미시에 소재한 달팽이모자원과 구미직업재활센터를 방문해 시설 관계자를 격려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구미시 지산동에 소재한 달팽이모자원은 폭력이나 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결혼이민여성 가족을 위한 쉼터로, 지난 2014년 달리는 스님으로 유명한 진오스님이 1㎞를 달릴 때마다 100원씩 모금한 기금으로 설립했다. 임은동에 소재한 구미직업재활센터는 2010년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발달장애인이 직업재활서비스를 통해 자립생활을 영위하도록 돕고 있다. 이날 함께 시설을 방문한 도의원들은 시설 관계자로부터 운영에 따른 어려움을 전해 듣고 “인력수급 문제 등 복지시설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텐데 그동안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면서 “우리 도의회에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시설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권광택 경북도의원, 인생이모작 지원 대상 장년층 이외 연령으로 확대

    권광택 경북도의원, 인생이모작 지원 대상 장년층 이외 연령으로 확대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 권광택 의원(국민의힘, 안동)은 지난 24일 ‘경북도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인생이모작 지원 사업 대상을 기존 장년층(50세 이상 65세 미만) 이외의 연령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권 의원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환경 불안정으로 인해 조기 은퇴, 경력 단절 등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40대와 같이 장년층 이전 세대에서도 인생이모작 지원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연령 범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도민들은 재취업·창업, 평생학습, 사회참여, 건강관리 등 생애 전환기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시·군 여건에 따라 조기에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권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은 저출생으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노인 복지비용 증가 등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도민들이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지역사회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女 3명 고문·살해’ SNS 생중계에 아르헨 ‘발칵’…“마약 조직 연루”

    ‘女 3명 고문·살해’ SNS 생중계에 아르헨 ‘발칵’…“마약 조직 연루”

    아르헨티나에서 여성 3명이 고문·살해당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된 사실이 알려져 현지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여성 혐오 살인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피해 여성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성 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모인 사람들은 “마약범이 저지른 여성 학살이다”, “우리의 삶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지난 24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부 교외의 한 주택 마당에서 암매장된 여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라라 구티에레스(15)와 모레나 베르디(20), 브렌다 델 카스티요(20) 세 사람으로 이들은 지난 19일 이후 실종된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지난 19일 밤 파티에 가는 줄 알고 밴에 올라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이 고문당하고 살해되는 장면은 인스타그램으로 생중계됐으며 당시 45개 비공개 계정이 이를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마약 밀매 조직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총 5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해당 조직의 두목으로 알려진 20세 페루인 남성은 도주 중이다. 체포한 용의자 심문 과정에서 경찰이 발견한 영상에는 마약 밀매 조직 두목이 “내게서 마약을 훔친 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스타그램 모기업 메타는 해당 사건이 자사 플랫폼에서 생중계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경찰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피해자들이 성매매 목적으로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보도를 쏟아냈고, 시위대는 이 같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 참석자 야밀라 알레그레는 “언론은 항상 피해 여성들을 탓한다. 피해자들의 삶, 가족 등에 대해서는 모두 보도하지만 정작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구티에레스의 이모 델 바예 갈반은 그녀가 마약이나 성매매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갈반은 “우리 동네는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라라에 대해 하는 말은 거짓”이라며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어떤 것도 은폐되지 않고, 모든 진실이 밝혀져 책임자들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코인 대박’ 욕심 빠진 가장에 다가온 30대 여성…‘덫 안의 덫’ 걸린 소시민 [파멸의 기획자들 #14]

    ‘코인 대박’ 욕심 빠진 가장에 다가온 30대 여성…‘덫 안의 덫’ 걸린 소시민 [파멸의 기획자들 #1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그가 가입 인사를 남기자 많은 이들이 이모티콘으로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있다가 채팅방 방장인 김승대 대표가 등장했다. “민준님 반갑습니다. 가영이가 어떻게 소개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너무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입니다. 운 좋게 이성조 교수님을 알게 돼 큰 부를 일궜지만 여전히 교수님에 비하면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는 수준에 불과하죠. 그래도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민준님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가 메시지를 남기자 다른 회원들이 ‘대표님 최고’라며 감사의 글과 이모티콘을 남겼다. 나중에 김 비서에게 들어보니 김승대는 이 교수의 선물 거래 리딩 덕분에 큰 돈을 벌었고 이걸 종잣돈 삼아 강원도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여러 개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원들이 그를 ‘대표’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3일에 한 번 정도 선물 거래 기회를 포착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저녁 매매 신호가 잡혔습니다. 수익률이 높진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용돈 번다고 생각하고 따라오실 분 있을까요?” 그가 거래를 제안하면 보통 5~6명 정도 회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주로 밤 10시 반쯤 거래를 시도했다. 이성조 교수와 사전에 조율을 했는지 두 사람의 리딩 시간은 겹치지 않았다. 이 교수의 수제자답게 그 역시 성과가 탁월했다. 하루 거래에서 20~30%를 거뜬히 챙기곤 했다.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민준은 김 대표를 100%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었다. 이 교수처럼 24시간 투자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리딩을 따랐다가 손실을 기록하는 ‘첫 사례’에 동참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만 그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채팅방 회원들은 하나같이 매너가 좋았다. 누군가 이상한 소리를 해도 다들 웃음으로 넘기며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애썼다. 힘든 일을 겪으면 서로 위로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등 인간적인 정도 돈독했다. 민준이 김 대표의 텔레그램 채팅방에 들어간 지 일주일쯤 지난 금요일 오전이었다. 한 회원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서영이라고 해요. 김승대 대표님 텔레그램 방에 같이 있는데 잘 모르셨죠?” “아, 안녕하세요. 서영님을 왜 모르겠어요. 늘 화기애애한 대화로 단체방 분위기를 띄우시잖아요. 우리 방에서 서영님 모르면 간첩이죠.” “아 다행이다. 워낙 말이 없으셔서 저를 모르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오늘 텔레그램 회원 목록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제 오빠 또래이신 것 같아서 감히 용기를 내 연락드렸어요.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반드시 통성명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요. 민준님께 사기 치려고 연락드린 것 아니니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세요. 하하하!” 반나절 가까이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며 민준은 그녀와 서로 통하는 게 많다고 느꼈다. 30대 후반의 독신녀 서영이 보여준 일상 사진들을 보며 참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에 대한 끌림과 함께 고독한 세상에서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동시에 샘솟았다. 퇴근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회식을 하던 때였다. 김가영 비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성조 교수님이 예비클럽에서 첫 번째 거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준은 밖으로 나와 식당 옆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기고 IEKAF 거래소 앱을 열었다. “거래품목: DAINT, 거래방향: 롱오픈, 선택배수: 100X, 투자비중: 20%.” 리딩 메시지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매수 주문을 넣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차트를 보며 담배를 피웠다. 10분쯤 지나자 등락을 거듭하던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 이 교수가 이를 놓치지 않고 매도 지시를 내렸다. 수익률 35%, 수익금 3500 USDT! 1만 USDT(1400만원)를 넣어서 불과 10분 만에 우리돈 500만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예비클럽에 가입하려고 투자 규모를 5만 달러(7000만원)로 늘린 덕분에 이에 비례해서 한 번 거래로 얻는 수익 규모도 커진 것이다. 500만원이면 딸아이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이다. 5만원짜리 장거리 대리운전 콜을 100번은 잡아야 벌 수 있는 돈을, 저녁 회식 자리에서 잠깐 나와 담배를 피우며 벌었다.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쾌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낮에 대화했던 서영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준님, 조금 있다가 김승대 대표님이 리딩을 하겠다고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함께 하실래요?” (15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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