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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경제협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4회에 걸쳐 남북경협의 시야를 압록강과 두만강, 중국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몽골, 일본까지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지도’로 넓힐 것을 제안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5회에선 한·중·일·러 4개국 학자들과 함께 동북아 경제지도를 모색하는 지상대담을 싣는다. 이들은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동북아 경제지도에서 압록강·두만강 하구가 주목받고 있는데.-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 위원) 남북협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압록강·두만강 하구의 중요성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 북·중 경협의 70%가량이 신의주·단둥에서 이뤄진다. 두만강 하구는 아직까진 취약하다. 정치 바람에 취약하고 북·중·러 협력틀도 취약하다. 단둥은 열려 있는 공간인 반면 연변은 변경이다. 단둥은 돈이 많이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광도 꽤 활발하다. 연변은 백두산에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정도다. 연변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에서 관건은 현지 조선족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이다. 조선족과 동반자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족을 미래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아르촘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국제관계학 교수(루킨 교수) 러시아와 북한 모두 두만강 하구 프로젝트에 한국이 투자하길 바란다. 나진·하산 철도연결 사업을 재개한다면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대북 제재와도 무관하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한국의 기술과 자본, 러시아의 토지와 자원,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것은 투자가치가 크다.-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왕 교수) 북한은 40년 전 중국처럼 굉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압록강·두만강에서 경제협력이 급성장할 것이다.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이 많다. 물론 한국과 일본, 러시아도 나서야 한다. 가장 급한 건 서울에서 중국 단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직행할 수 있는 철도망이다. 그럼 압록강 하구와 두만강 하구는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중국 국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으로선 동북 3성 개발이 국가적 과제다.-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특임교수(미야모토 교수) 압록강·두만강 개발을 처음 시작한 건 일본이었다. 압록강철교, 수풍댐을 만들었고 조선총독부 직속 독립행정기관인 나진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북한 자원을 이용해 동북 3성의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다. 냉전 이후 압록강·두만강은 낙후지역이 돼 버렸다. 가치는 높지만 걸림돌이 많다. 북한에 투자해 성공한 중국 기업이 없다. 북한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는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은 조선족 문제로 한국을 경계한다. 두만강과 달리 압록강 하구는 좀 쉽다. 북·중 교역이 활발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동북아 경제지도를 바라보는 각국 입장은 무엇인가. -루킨 교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까진 말로만 투자했다. 한국 기업들은 연해주에 투자하는 데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미국 눈치를 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양한 한러 경제협력 사안이 미국 제재 조치에 막혀 있다. 러시아로선 금융, 첨단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왕 교수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남북경제협력과도 접점이 있다. 한반도와 중국 동북 3성, 러시아가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를 통해 낙후됐던 동북 3성이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동북아경제지도는 5개국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가장 많은 공동 사업을 할 것이다. 일본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하고 북한은 일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야모토 교수 일본은 북한과 무역을 했던 경험이 있다. 북한이 일본에 갚지 않은 채무 가운데 경제산업성에서 관리하는 게 4000억엔(약 4조원)가량이다. 북한에 차관으로 준 쌀 30만t도 있다. 일본 기업으로선 금전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투자하기를 꺼린다. 국교 정상화하면 경제협력한다는 말은 나오지만 그전에 북한이 빚을 갚아야 한다. 북한은 신용이 없으니까 아무도 투자 안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임 위원 박근혜 정부가 주장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결정적 약점이었다. 더구나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으며, 그게 안 되면 물리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접근법이었다. 북한 입장에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었다. 오히려 지금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주목할 수 있는 국면이다. 문재인 정부는 절실함에서 시작한 정권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전쟁만은 안 된다는 데서 출발했으니까 같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북한의 변화상을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퍼주기 논란, 불신, 붕괴론 등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비핵화 이후를 고민할 준비가 우리 스스로 제대로 돼 있는지 의문이다. -루킨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보다 독립적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러시아는 동북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러시아 입장에서 그런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가장 순수하게 지지하고 바라는 유일한 국가다. 미·일·중은 남과 북이 따로 있는 게 좋다. 통일 코리아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통일 코리아가 자리잡으면 일본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익이다. -미야모토 교수 한국에선 대체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으로 구분하는데 그걸로는 실상을 다 파악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핵실험과 미·일의 비판에 직면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수 정권은 다 잘못했고 진보정권은 다 잘했다는 건 사실과 맞지 않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임 위원 북한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반자로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은 자기들 방식으로 개방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핵심은 중국에서 다 가져갈 수도 있다. 중국은 10년 넘게 준비했다. 우리는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왕 교수 지도에서 한반도를 보면 고대 로마와 닮았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밥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순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아직 불확실성과 위험 부담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상만 앞세울 순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국제관계를 감정으로 접근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중립적인 마음으로 길게 보고 통일과 동북아경제지도를 생각하길 권한다. -미야모토 교수 북핵문제가 다 해결된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란이 미국 등과 핵 합의를 한 뒤 일본은 이란과 관계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파기했다. 국제관계는 언제라도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도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블라디보스토크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베이징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보수야당서도 장관 뽑겠다”… 文정부 2기는 ‘협치 내각’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 유력 다른 장관은 국회 협상 결과 따라 지목 한국당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 비판 청와대가 23일 ‘문재인 정부 2기’의 키워드를 ‘협치 내각’으로 제시하고, 야당 인사도 각료로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고, 지방선거 이후 야당 상황을 지켜보느라 개각 진도가 더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에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고,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과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 짓기 위해 기다려 왔다”면서 “더 기다릴 수 없는 자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데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이번 주에 하고, 이후는 국회 논의에 따라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장관으론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치 개각’ 구상에는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민생·경제 성과와 개혁 입법의 속도를 내려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협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인사청문회는 물론 내년 예산안 심의나 개혁 입법 처리가 난항을 겪는다면 국정운영 동력이 소진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느 범위까지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며 “(보수정당이 참여할 가능성도) 좀 많이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권력기관 개혁 및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어 가는 상황에서 한국당과의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다. 개각 시기는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및 향후 범진보 진영의 ‘개혁입법연대’의 추진 논의 진행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야당도 부정적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소득주도 성장 철회 없는 협치 제안은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협치 개각’ 구상이 ‘연정’이나 ‘정계 개편’의 단초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적 휘발성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론’에 대해 “새누리당, 바른정당과의 대연정에 찬성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 국정농단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어떤 모양새를 이룰지는 여야 협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흑산도 공항 건설 결론 못내…공원위 “계속 심의키로”

    찬반 논란이 치열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흑산공항 건설사업 결정이 보류됐다. 정부는 20일 서울 마포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실에서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를 열어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계속 심의키로 의결했다. 공항 건설에 따른 국립공원의 가치 훼손 수용 여부, 항공사고 우려 등 안전 문제, 주민 이동권을 보장하는 다른 실질적인 대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와 지역주민,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거쳐 9월 중 공원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흑산공항은 2011년 10월 이명박 정부에서 자연공원법시행령 개정으로 공원 안에 허용되는 ‘공원시설’에 ‘소규모 공항’이 추가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 일원 68만 3000㎡에 1.2㎞ 활주로를 건설해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소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만 1833억원이며 2021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철새에 발목이 잡혀 1년 8개월이 흘렀고, 이 과정에서 경제성·입지·생태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2016년 11월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공원위에 제출했지만 ‘철새 보호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이어 2017년 7월 보완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항공기 조류 출동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대책 등을 강구하라’며 재보완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전문가 대책 등을 담은 세번째 변경안을 제출했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돼 섬 주민과 관광객 교통편의 개선이 기대된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흑산도 주민의 교통 기본권과 응급상황 등 생존권 보장,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건설에 찬성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공항 건설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과 예산을 낭비를 지적하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흑산도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보존이 필요하고, 조류 충돌 등 항공사고 우려 및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한 ‘조건부승인(가결)’으로 몸살을 앓았던 공원위와 환경부는 철저한 보완 속에 심의에 들어갔다. 위원들에게는 국토부 계획안과 전문가 검토 의견만 제공됐고, 공항건설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와 주민을 각각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심의는 4시간 30분여 이어졌다. 공원위 위원장인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흑산도 공항 건설에 대한 이해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위원 검토, 현지 조사 등 법정 절차에 따라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준비했다”며 “사안이 중대성을 고려해 쟁점 사항들을 공정하고 충분히 논의,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文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文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적폐청산 경과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취임 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는다”면서 “주 내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과 개혁 성과를 격려하고 앞으로 흔들림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 폐지 및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조직개편이 보고의 골자”라면서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해외, 북한, 방첩, 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인력의 재배치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원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장용석 북한정보분석국장)와 여성 부서장(해외·국내 담당 2명)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6월 발족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과거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차례로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 보고서를 유출한 사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건 등도 포함됐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조사 결과를 검찰에 알려 수사를 의뢰하거나 각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에 전달해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적폐청산 TF의 지난 1년여간 활동을 요약해 보고를 받고 향후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빼는 등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공수사권을 비롯한 수사권을 모두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고, 불법감청을 금지해 정보활동으로 인한 직무 일탈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런 조직 개혁을 위해 한층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서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역할이 컸던 만큼,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는 남북대화 과정에서의 노고를 격려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 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文 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적폐청산 경과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취임 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는다”면서 “주 내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 청산과 개혁 성과를 격려하고 앞으로 흔들림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 폐지 및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조직개편이 보고의 골자”라면서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해외, 북한, 방첩, 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인력의 재배치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원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장용석 북한정보분석국장)와 여성 부서장(해외·국내 담당 2명)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6월 발족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과거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차례로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 보고서를 유출한 사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건 등도 포함됐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조사 결과를 검찰에 알려 수사를 의뢰하거나 각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에 전달해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적폐청산 TF의 지난 1년여간 활동을 요약해 보고를 받고 향후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빼는 등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공수사권을 비롯한 수사권을 모두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고, 불법감청을 금지해 정보활동으로 인한 직무 일탈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런 조직 개혁을 위해 한층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서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역할이 컸던 만큼,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는 남북대화 과정에서의 노고를 격려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손성진 칼럼] 유연성에 인색할 필요 없다

    [손성진 칼럼] 유연성에 인색할 필요 없다

    정책이란 밀어붙이기만 하다 보면 탈이 나게 돼 있다. 유연하지 못하면 부러진다. 100% 좋은 정책도 없다. 열에 한둘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고 좋아 보이는 정책도 이해관계자 사이에 이익의 충돌이 따른다. 그런 점에서 대선에서 약속한 정책도 지키는 게 원칙이겠지만, 시행하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밀어붙이다 돌이킬 수도 없게 된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정책에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매출 규모가 크고 영업이 잘되는 대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임금이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5분의1도 안 되는 동남아로 떠나고 싶은 중소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매출 감소와 심한 경쟁으로 그러잖아도 위축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설상가상의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주 없는 근로자는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당장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소지가 있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이론적으로는 옳아도 결과가 달리 나온다면 이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려 준 임금이 소비 진작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고 생산이 늘어나 다시 소득이 증대된다는 게 이 이론인데, 통계는 반대로 나왔다. 고용은 최악의 상황이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도리어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역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와 그에 따른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조급한 평가는 금물이다. 좀더 시간을 두고 정책을 보완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궤도 수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전남·광주 출신 경찰총수가 20년 만에 탄생한다. 역대 경찰청장 중 전남·광주 출신은 1998년 재임한 김세옥(전남 장흥) 전 청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역대 경찰청장 20명 가운데 12명을 영남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기울어진 인사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결과물은 정반대로 ‘고소영’이었다. 문 대통령의 탕평 인사 약속은 지역적 안배, 특히 호남 출신 등용을 뜻했다. 요직에 호남 출신이 다수 진출해 균형이 잡혔다. 검찰과 경찰의 수장에 동시에 호남 출신이 오르게 된 것도 20년 만이다.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해군참모총장도 호남 출신이 내정됐다. 다만, 잇단 호남 출신 중용이 역으로 지역 안배를 해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물론 이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성공적 지역 탕평 인사로 보는 평도 있다. 영남, 특히 대구·경북(TK) 출신에 편중됐던 인사가 바로잡혔다는 말이다. 그러나 26개 정부 부처 1급 공무원 127명 중에 TK가 19명밖에 안 된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론과 유사한 불만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지역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능력 있는 인물을 놓칠 수 있다. 국민 공론화로 탈원전을 선택했지만 원전산업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사장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해외 수출에라도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태양열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가속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살펴보는 중간점검이 요구된다.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던 대만이 왜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지, 원전을 완전히 포기했던 일본이 다시 원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애써 외면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을 참고할 만하다.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쓴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업적으로 남았다. 우리의 원전 기술을 목청을 높이며 자랑했고 주요 산업으로 키우려 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의 경찰청장 3명 가운데 2명이 TK 출신이다.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라면 때로는 지지층과 다른 길을 걷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 또한 유연성 발휘와 궤도 수정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소신도 중요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는 이미 늦는다. 보완한다고 해서 실패가 아니다. 도리어 박수를 보낼 준비가 국민은 돼 있다. sonsj@seoul.co.kr
  •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늦은 봄 한반도에 분 훈풍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통일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여론도 통일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18일 이런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고 오랫동안 통일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을 둬온 전문가와 활동가 4명의 의견을 들었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세대별로 초청했다. 좌담회에는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53·이하 전 교수),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44·이하 박 연구위원), 박영철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북한대학원 박사과정(36·이하 박 대표), 안선영 여대생통일연구학회장·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23·이하 안 학회장)이 참여했다. 좌담 진행은 임주형 기자가 맡았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통일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에서 통일 찬성률이 눈에 띄게 급등했다.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교수 대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통일에 관한 수업을 하는데 3~5월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통일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안 학회장 평창올림픽 때 공동입장하고 4월 정상회담하면서 20대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다들 통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다더라.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취업, 진로가 더 급한 현실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박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이벤트이지만 이것으로 전체 20%, 청년층이 35%가량 확 바뀐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식구조가 그만큼 얕고 추상적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 여론이 긍정적으로 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불안보다는 평화를 많이 생각하고, 통일에 대해 더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선 중고등학교에 나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난해만 해도 ‘북한에 핵 있어요?’ 이런 질문이 주로 나왔는데, 요즘은 ‘통일이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어요?’ 식으로 질문이 달라졌다.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연구위원 통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20대, 30대, 40대, 50대 다 다를 것이다. 북에 있는 이산 가족을 만나고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정치적 통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 정도 상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족공동체로서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전 교수 100% 공감한다. 지금까지는 통일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만 생각이 고정돼 있다. 통일이라는 게 반드시 둘 중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만 통일해서 통일특구 형태로 가고, 나머지는 남북 체제로 가는 식의 지방분권형 통합 방안도 있다. →정부의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보나. -전 교수 그렇다. 지금까지는 남과 북이 선택한 정치체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통일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독일처럼 장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식으로 통일될 거라는 환상이 있다. 우리가 통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통일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박 연구위원 통일세의 개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붕괴론이 대두하면서 나왔다. 통일이 되면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비용이 들 것이니 준비하자는 것인데, 통일 이후가 불안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은 통일세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 가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이 어느 정도 개혁 개방 사회구조로 바뀌고,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 만나는 게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안 학회장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남북교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맨날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만 봤다. 그런데 갑자기 화해 분위기가 돼서 이제는 교류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통일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정보도 없다. 통일세 역시 이것이 어떤 식으로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낼 거야, 안 낼 거야’ 물어보니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교수 통일 재원은 이런 식으로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0~100을 놓고 보면, 남북 연합과 화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가 50이고, 그 이후 제도적 통합하는 데에 또 그만큼의 품이 든다. 남북 경협이나 왕래, 자원 협력이 충분히 이뤄지는 단계까지 가면 세금이라는 별도 장치보다는 이를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독일 통일을 예시로 많이 드는데. -전 교수 독일과 남북 관계는 절대 비교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동독은 북한에는 없는 자유로운 선거와 독재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 그리고 교회가 있었다. 동서독 통일 과정 역시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연방으로 들어간 것인데 우리는 자꾸만 장벽 붕괴만 떠올리고 있다. -박 연구위원 1972년도 동서독기본조약이 나오기 전부터 독일은 교류협력의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 이미 100만 명의 주민이 왕래했었다. -전 교수 오히려 중국과 대만의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더 알맞다고 본다. 형식적인 민간교류이긴 했지만 상거래를 했고(통상), 우편 거래(통우), 통신과 항공이 오갈 수 있었다(통항). 경제협력 단위를 차츰 늘리면서 지금은 투자까지 가능한데, 우리도 이 단계를 거쳐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는 통일이 북한을 위한 것이고, 남한이 퍼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많은데. -전 교수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이익이 있겠지만, 성격이 다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경제적, 물질적 이익이 커진다면,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나 폭력, 모순이 해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을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잖은가. 한반도 종단,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실제 경험하고 얻게 되는 사유의 확장이나 성숙은 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박 연구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통일세,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을 경제적 이익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통일의 발목을 잡은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이 안 되면 통일을 안 할 것인가. 북한 땅 재개발론 같이 개인의 수입을 늘린다고 접근하면 위험하다. 통일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수익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사회기반 시설의 확충은 사회 전반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안 학회장 남북정상회담 하니까 ‘파주 땅값 얼마나 오를까’ 이런 식으로 경제적 뉴스 많이 나오더라. 벌써 접경 지역 땅값이 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사는 곳은 집값 떨어지니까 그 사람들 살지 않게 해달라는 시위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한다는 것은 결국 남한만 잘사는 통일이다. 남녀별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한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교수 한 학부모님이 저에게 질문했다. 아이가 6학년인데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짓기 숙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통일에 반대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반대한다고 쓰면 점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의 기본 인식이다. 그렇게 쓰면 학교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에게 통일해야 한다고 설득할 논리는 없는 것이다. 통일 교육은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박 대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응답이 계속 바뀌는 것은 통일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현재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학회장 학교에서 통일전망대 같은 데 가서 영상물을 보면, 남북이 싸운 역사를 보여준 다음 갑자기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적이었는데, 지금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애국심이나 민족 등 당위성의 문제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도 윤리를 요구하고 부담감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신선했던 이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밥 먹는 것을 보면서 남북 교류도 결국 사람 간의 교류라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교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자. →네 분은 어떤 형태의 통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나. -안 학회장 지금 당장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우선은 남북교류와 평화적 정착 노력을 먼저 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남북 간에 정보도 오가게 되면 그때쯤 통일에 대한 카드를 슬쩍 꺼낼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표 우리 세대에 통일을 봤으면 한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큰 혼란이 올 게 뻔하다. 지금 3만 5000명 북한이탈주민도 포용하지 못하는 입장인데 통일되면 2500만명, 3000만명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충분한 교육과 교류, 이런 것들이 충족돼야 한다. -전 교수 향후 20~30년에 대한 설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통일 방안에 공통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통일에 대한 철학에 기반을 둔 큰 계획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서 논의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인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두 집단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도 교류 협력이 1단계인데, 그 이전에 0단계로서 제도적 평화 체제가 완성돼야 한다. 정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정두언 “계엄령 문건, 1970~1980년대 사고에 머무른 사람의 지시일 것”

    정두언 “계엄령 문건, 1970~1980년대 사고에 머무른 사람의 지시일 것”

    정두언 전 국회의원이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을 검토하는 문건을 만든 군 기무사가 최고 권력층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6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윗사람의 지시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문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19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정 전 위원은 “국방위원장을 한 덕분에 군에 대해 조금 아는데 지금 군에서는 (계엄령을 자발적으로)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실행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 청문회를 할 때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 물으면 대답을 안 하고 얼버무린다”면서 “소신이 없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청와대에서 군 인사를 다 한다”면서 “옛날 같으면 참모총장이 어마어마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장성 인사도 못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보다 더 윗선에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군은)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이런 문건을 만들 간 큰 사람이 내가 보기엔 없다”면서 “한민구 전 장관이 지시한 게 아니라 (보다 윗선의) 직접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고방식이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가 봤지 않는가”라고 여운을 남겼다. 말의 문맥을 유추해보면 정 전 의원이 지목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 정부 청와대 핵심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에 간청하고 싶은 게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것을 변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손을 끊지 않으면 영원히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고 단언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눈총 받는 4대강 훈포장 1152명,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죄?

    [관가 인사이드] 눈총 받는 4대강 훈포장 1152명,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죄?

    위법으로 국고 손실 때 박탈 법안 추진 36명 유공표창 받은 환경부 특히 곤혹 “지난 정책 책임 물으면 누가 일하겠나” 부당지시 여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아감사원이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이 전 대통령이 사업 절차를 무시했고 치수 효과도 크게 부풀렸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공로로 받은 ‘유공자 훈포장을 취소하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4대강 사업 유공자에게 수여한 훈포장을 취소하기 위한 ‘상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4대강 사업 이후 취소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제화로 추진하는 건 처음이다. 신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의 위법·부당한 지시로 이뤄진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됐다”면서 “시효가 만료돼 징계는 불가능하지만 훈포장 서훈을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에도 훈포장 취소 규정은 있다.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국가 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이 적대지역으로 도피하거나, 형법·관세법·조세범 처벌법에 의해 3년 이상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내려지면 훈포장이 취소된다. 지난 10일 제30회 국무회의에서는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관련자 등 53명과 2개 단체에 수여된 서훈(56점) 취소를 심의·의결했다. 취소 사유는 ‘거짓 공적’이었고, 5.18 진압 관련자(7명·2개 단체)는 5·18민주화운동법의 ‘상훈 박탈’ 조항이 적용됐다. 상훈법 개정안은 위법 또는 부당한 직무수행으로 국고 손실을 초래했거나 그 사업에 협조한 사람에 대한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대강 유공자는 1152명(훈장 119명·포장 136명·대통령 표창 351명·국무총리 표창 546명)으로 2002년 월드컵 유공자(1615명)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신 의원은 위법과 부당한 지시, 27조원의 국고 손실을 들어 전원에 대한 서훈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36명이 유공 표창을 받은 환경부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 4대강 사업에서 환경부가 직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환경부에서는 4대강 포상이 ‘금기어’다. 당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어려움을 겪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4대강은 영원한 ‘마음의 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상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내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는, 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임을 알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 유공 표창을 받은 공직자들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혜택은 고사하고 부역자, 동조자로 간주돼 승진이나 인사 등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환경부 관계자는 “훈포장을 반납하고 싶다고 토로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며 “정책을 결정한 윗선이 현직을 떠난 상황에서 실무자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문제 삼으면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중앙부처 고위 간부도 “지난 정부의 정책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으면 앞으로 누가 나서서 일을 하겠는가, 공무원에게 복지부동을 강요하는 결과”라면서 “사회적으로 찬반이 갈리고 논란이 예상되는 일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4대강 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4대강 사업 훈포장 대상자에 대한 서훈 취소에 대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감사원의 정책감사 결과를 참고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실패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업무를) 처리한 직원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훈법은 일반법이라 개정되더라도 소급 적용이 어렵다. 특별법을 제정하면 가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4대강 사업 포상자들의 공적 취소와 재심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더라도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나 국고 손실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원 발표도 책임을 묻기보다 유사 사례에 대한 재발 방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에서 정부 포상에 대한 ‘반납’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법무부, 서울지검에 사상 첫 여성 차장 검사 발탁

    법무부, 서울지검에 사상 첫 여성 차장 검사 발탁

    13일 단행된 법무부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서울중앙지검 최초의 여성 차장검사가 발탁되는 등 여성 검사들이 약진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적폐 청산’을 지휘해온 검사들이 유임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여성 검사들의 약진 법무부는 13일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이노공(49·연수원 26기) 부천지청 차장을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임명했다. 인천 출신의 이 신임 4차장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형사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올해 초 신설된 4차장직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3차장 산하에 있던 강력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기존 첨단범죄수사2부)를 새로 지휘하고,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를 3차장에게 넘긴다. 전임 4차장인 이두봉(54·25기)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윤대진(54·25기)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을 대신해 1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성 공안검사 1호’ 서인선(44·31기) 신임 법무부 인권조사과장을 비롯해 김남순 신임 대검 수사지원과장, 김윤희 신임 대검 DNA·화학분석과장도 각 보직에 최초 발탁된 점이 눈에 띈다. 김윤선(42·33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는 ‘인사부장’으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검찰과 부부장 자리에 비(非) 서울대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윤석열 사단’ 적폐청산 지휘부 유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 ‘적폐청산’ 지휘부도 유지된다. 국정원 수사팀을 지휘해온 박찬호(52·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을 수사한 한동훈(45·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모두 유임됐다. 적폐 청산의 연속성 유지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특히 이들이 각각 최근 고용노동부 비위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특수·공안수사를 이끌어온 부장검사도 상당수 남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을 파고든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수사를 맡았던 양석조(45·29기) 특수3부장, 적폐청산 사건 특별 공소유지를 맡은 김창진(43·31기) 특수4부장은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논란을 파헤친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같은 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임 특수1부장인 신자용(46·28기) 부장검사는 ‘요직’으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임명됐다. 2차장 산하에서 삼성 노조 와해, 고용노동부의 ‘제3노조’ 불법지원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는 김성훈(43·30기) 공공형사수사부장도 같은 지검 공안2부장으로 이동했다. ◈‘인권 중시’ 검찰 조직 개편 이번 인사에선 검찰 조직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대검찰청은 인권부를 신설하고 인권기획과·인권감독과·피해자인권과·양성평등담당관을 설치했다. 인권수사자문관으로는 박종근(50·28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비롯한 5명이 새로 임명됐다. 지난해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지방검찰청 5곳(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에 새로 신설된 ‘인권감독관’도 12곳으로 확대된다. 검찰의 외부기관 파견도 대폭 축소됐다. 법무부는 국정원 파견검사를 5명에서 2명으로, 국내기관 파견 검사는 46명에서 41명으로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일어난 국정원 파견 검사들의 ‘사법방해’ 사건 등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씨줄날줄] ‘저승사자’ 조사4국/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저승사자’ 조사4국/김성곤 논설위원

    기업이 두려워하는 조직이 셋 있다.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다. 이들에게 수사나 조사를 받고 무탈(無?)하게 벗어난 기업은 흔치 않다.검찰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기업 수사를 도맡았지만, 조직 개편으로 요즘은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에서 맡는다. 공정위도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가장 무서운 곳은 기업집단국이다. 조사국이었던 것을 국민의 정부 때 바꿨다. 이후에 없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12년 만인 지난해 부활했다. 독점은 물론 기업 경영에서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탈·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덤빈다. 국세청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웬만한 기업은 한 번쯤 곤욕을 치렀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획·심층 수사나 조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명부에 들어가면 온전한 상태로 나올 수 없다. 오너 등을 안 다치게 하려면 팔이든 다리든 내놓아야 한다. 물론 팔다리 내놓고도 사주 구속으로 이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오죽하면 ‘저승사자’라고 했을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현장 조사 인력 15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인력 200명의 8%다. 정부가 부처 정원을 줄이거나 폐지할 때는 존재 의미가 미미하거나 아니면 힘이 너무 세 제어할 필요가 있을 때다. 조사4국은 후자다. 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사4국은 엘리트들이 가는 출세 코스다. 대신 정치적 세무조사를 수행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CJ와 롯데, 효성 등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이 집중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때 두 차례나 조사4국의 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노출하는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샀었다. 지난해 국회 등에서 조사4국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라는 주문이 폭주했다. 올해 국세청은 포스코, 기아자동차, 현대엔지니어링, LG그룹, 한국타이어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바쁜척 하더니 내놓은 것이 조사4국의 인원 15명을 감축하고,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를 줄이겠다는 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사4국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국세청은 “조사4국의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하지만, 이번 역시 조직 축소를 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표가 아닌가 싶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sunggone@seoul.co.kr
  • 기무사,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세월호 희생자 수장’ 제안

    기무사,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세월호 희생자 수장’ 제안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참사 유족을 사찰한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수장하는 방안을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제안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때 “감성적인 모습 시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때 희생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세월호 관련 조치 동정’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4년 6월 3일 박 전 대통령 보고용으로 작성한 ‘중요 보고’에서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는 ‘네티즌 여론’이 93%라며 “국민적 반대 여론 및 제반 여건을 고려해볼 때 인양 실효성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무사는 “실종자 가족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인양 불필요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면서 인양 관련 전문가의 인터뷰·언론 기고를 통해 “인양의 비현실성”을 홍보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특히 인양 비용만 최소 2000억원, 인양 기간도 6개월 이상 길어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6월 7일에는 청와대에 ‘해상 추모공원’ 조성을 제언했다고 문건에 적었다. 기무사는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예로 들며, 시체를 바다 또는 강에 흘려보내거나 가라앉히는 수장(水葬)은 “매장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장례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일일 보고 문건에서는 “실종자 수색 종료 시 전원 수습 여부와 관계없이 선체는 인양하지 않는 것으로 가족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인양 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인양 필요성 제기’ 차단”을 조언했다.세월호 참사 한 달쯤 뒤인 2014년 5월 14일 ‘조치 요망사항’에서 기무사는 “VIP의 사과와 위로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지율이 하락”했다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기무사는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을 하면서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사례로 들며 “대국민 담화 시 감성적인 모습 시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닷새 뒤인 그해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기무사는 또 박 전 대통령에게 가족 중 유일하게 생존한 5살 어린이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라고 건의했다. “생존자 중 유일하게 고아가 된 권모양에게 평생 장학금 지원 등 후원 시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모성애 이미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기무사의 제안이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인사 앞둔 檢… ‘적폐청산 공신’ 중용될 듯

    13일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가운데 ‘적폐 청산의 공신’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적폐 수사가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은 ‘대윤’(大尹)으로 불리는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법무부 검찰국도 ‘소윤’(小尹) 윤대진(54·25기) 검찰국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주 지방검찰청 차장·부장, 지청장 등 고검 검사급 인사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에게 최종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중앙지검 1차장이던 윤대진 차장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검찰국장에 보임했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해 인사 키워드인 ‘적폐 청산’이 올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윤 지검장과 보조를 맞추는 박찬호(52·26기) 2차장검사와 한동훈(45·27기) 3차장검사 등도 유임될 전망이다. 부장급 인사에서는 적폐 청산 수사 실무를 맡았던 검사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에는 신자용(46·28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장검사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다. ‘삼성노조’ 와해·탄압과 ‘제3노총’ 설립 지원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성훈(43·30기)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과 주영환(48·27기) 대검 대변인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윤대진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라면서 “특히 법무부 주요 보직에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시원(46·28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과 한정화(48·29기) 수원지검 공안부장, 안형준(46·29기)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강정석(44·30기) 춘천지검 영월지청장 등은 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무사 ‘민간인 사찰’ 악명… DJ·노무현 정부도 개혁 못했다

    기무사 ‘민간인 사찰’ 악명… DJ·노무현 정부도 개혁 못했다

    역대 정권에서 줄곧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국군기무사령부는 지속적으로 민간인 사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개혁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새 정권과 행보를 함께하며 결국 조직과 위세를 되찾았고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 개혁에는 실패했다는 게 중평이다.기무사는 1948년 정부 수립 직후에 만들어진 조선경비대 정보처 특별조사과가 전신이다. 특별조사대, 육군본부 특무대 등을 거쳐 1977년 육·해·공군 보안사를 통합해 출범한 보안사로 전성기를 맞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출신이었고 12·12 쿠데타에서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기무사령관은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통했다. 하지만 19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김대중·김영삼·노무현·문재인·김수환 등을 포함한 1300여명의 민간인 동향을 사찰했다고 폭로하면서 큰 위기가 왔다. 이때 보안사는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다. 군사정권 당시 기무사는 쿠데타를 방지하는 역할에 집중했지만 1993년 문민정부 출범으로 존재의 의미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했는데 이때 당시 기무사령관도 해당됐다. 기무사령관의 계급이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고 대통령 독대 보고도 사라졌다. 하지만 1년여 만에 회복됐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기무사를 국방부 정보본부 산하로 통폐합하는 국방개혁안을 마련했지만 기무사 조직의 영향력으로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도 개혁에 착수했으나 기무사는 거꾸로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안을 입안해 조직 확장을 시도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사이버사령부가 만들어졌지만 세력 확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기무사는 국방부 소속이 됐다. 하지만 이때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가 부활했다. 또 사이버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 정권을 비난하는 ID를 수집한 뒤 불법을 신원 조회를 하는 등의 행위가 잇따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2일 국방부가 발표했듯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하고 세월호 수색 중단을 위한 논리를 개발한 정황이 발견됐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까지 검토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임명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4차례의 고강도 개혁 TF를 운영하며 개혁을 추진했다. 1·2·3처 중에 군 인사정보와 동향을 파악하는 1처를 없애고 내부 고발·감시 기구를 만들었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4200여명의 현원이 유지되는 한편 세월호 유족 사찰에 관여한 내부 장성이 기무사 개혁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셀프 개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검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대신···

    검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대신···

    다스 소송비 대납 자수서 법정 공개 “이건희 사면 도움 기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 그룹 현안들에 도움 받을 것을 기대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증언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10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를 공개했다. 삼성이 미국의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내용으로, 이 전 부회장은 “상응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이 전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에 따르면 미국 현지의 다스 소송을 맡았던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Akin Gump)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2009년 초 무렵 이 전 부회장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삼성 미국 내 법인 일을 많이 해줘서 업무관계로 알고 내왕하던 사이”라고 이 전 부회장은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에게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에이킨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면서 “대통령을 돕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가 “이런 제안을 청와대에 했더니 대통령과 김백준 총무기획관도 그래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자수서에 적혀있다. 그 후에도 김 변호사가 몇 번 사무실에 들러 다스의 소송 비용에 대해 2~3차례 언급한 것으로 이 전 부회장은 기억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히 “(이건희) 회장께 보고드렸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김석한에게 삼성이 에이킨검프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면서 “이후 실무 책임자를 불러 김석한에게 요청이 오면 너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자수서에 밝혔다. 소송 비용에 대해선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에 청구하면 그 비용을 대신 지급했고, 300만~400만불 정도 된다”면서 “본사에서 직접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저의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면서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후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에서 공개된 이 전 부회장의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검찰 조사에서 소송 비용을 대납하면서 대가를 기대한 것도 맞다고 밝히는 내용도 나왔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이 “미국 소송(비용 대납)은 당연히 이 회장 사면 등 특검 사후 조치를 기대한 것인가”라고 묻자 “사면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협력하면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첫 공판에서 “저에게 사면을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삼성이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07년 10월부터 매달 12만 5000달러를 에이킨검프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소송비를 대납했고, 이 회장은 2009년 12월 31일 단독 특별사면 돼 다음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으로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져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이 선고된 지 불과 넉 달 만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학수, 검찰에 다스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한 자수서 제출

    이학수, 검찰에 다스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한 자수서 제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77)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삼성에서 다스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10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이 이런 내용으로 밝힌 진술조서와 자수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삼성에 다스 소송비를 대납해달라고 요청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인을 거쳐 총 67억여원을 지원했다고 본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초쯤 청와대를 다녀온 김 변호사가 ’엠비 관련 미국 내 소송을 맡고 있는데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김 변호사가 ’엠비의 법률 조력 업무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청와대에선 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주면 국가적 도움이 될 것이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청와대가 비용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보고하자 회장님은 ’청와대가 말하면 해야하지 않겠나, 지원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실무자에게 ’김 변호사로부터 요청이 오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며 “에이킨 검프가 삼성에 비용을 청구하면 이를 대신 지급했다”고 자수서를 통해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미국 내 법률서비스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회사 측에 여러가지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가진 게 사실”이라며 “(특검 수사를 받은) 이 회장이 유죄를 받는다면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당연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제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미국에서 조기 귀국해 자수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해 하는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이라 판단해 후회막급”이라고 털어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4대강 사업 유공자 서훈 취소 법률안 발의.

    이명박 정부가 수여한 4대강사업 유공자의 훈·포장을 취소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왕·과천) 등 10명이 발의한 ‘상훈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국고 손실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했다며 유공자의 훈·포장 서훈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4대강 사업으로 이명박 정부는 훈장 119명, 포장 136명, 대통령 표장 351명, 국무총리 표장 546명 등 1152명을 서훈했다. 신 의원은 “감사원 감사결과 4대강 사업은 위법, 부당한 지시로 이뤄진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됐다”라며 그러나 “시효가 만료돼 징계가 불가능해 서훈을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 “이에 위법 또는 부당한 직무수행으로 국고의 손실을 초래했거나 그 사업에 협조한 사람에 대한 훈, 포장을 취소할 수 있도록 상훈법 제8조(서훈의 취소 등)를 개정하고자 발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27조원의 국고를 낭비한 환경파괴 사업을 법이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고 부당하게 지시하고 협조한 공무원, 공기업 직원과 학자들에게 수여한 훈·포장은 취소해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부엉이 모임 해산했지만, 계파주의 여진 남은 민주당

    부엉이 모임 해산했지만, 계파주의 여진 남은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주류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계파주의 논란 끝에 해산됐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계파주의 여진이 남아있다. 자유한국당 내에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가 세력 다툼을 벌였다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계파는 존재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는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친안(친안희정),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86그룹(19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등 다양한 계파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초 대선 경선에서 계파 간 긴장감은 정점에 달했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단 대선 승리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경선에서 진 후보들도 힘을 모았고 ‘원팀’을 강조해서 대선을 치렀다. 그러나 잠시 잊혀진 계파주의가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출신 의원과 문 대통령 영입 인사 출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부터다. 또 부엉이 모임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친문 당대표 후보의 교통정리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단순 친목 모임으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당 내부의 계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커졌다. 지난 5일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계파와 관계없이 한자리에 모여 당내 공개토론회를 열고 당의 미래를 논의했다. 박정 의원은 “각종 인사에 대한 공천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당대표 나서는 분들에게 공천시스템을 당원에게 줘야 한다고 선언하도록 초선의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의원은 “대통령과 친목 관계, 정치활동 관계 등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는 친문인데 당대표 후보들만이 그걸 모르는듯하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은 “저희가 역할을 못하고 존재감 없이 1년이 지났는데 더 이상 아름다운 침묵을 할 순 없다”고 자평했다. 조 의원은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인 못 하고 묵인하고 따라가면 망하기 마련”이라면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차기 지도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이처럼 당에 쓴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이다. 7일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열린우리당 집권 시절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봐 왔던 우리로서는 그동안 문제의식을 느껴도 당을 위해 조용히 있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문(진짜 친문)까지 나오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류 의원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계파주의 색깔을 덧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던 한 의원은 “정치 활동을 하다 보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당대표 후보를 누구를 낼지 논의하지도 않았다. 그건 후보가 각자 알아서 판단하는 건데 너무 해석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부엉이 모임이 지금은 해산했지만, 전당대회 이후 언제든지 다시 뭉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활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안에서 너도나도 친문이 되려고 하는 상황인데 굳이 대통령과 가까웠던 정치인들이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울타리를 치게 되면 결국 거기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우린 비문이구나 하며 자조감을 느끼거나 할 수 있다”며 “국정 운영을 생각하더라도 도움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모임 해산을 넘어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된 사고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앞서가는 정당 안에서는 그 당이 어떤 당이든 계파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문제”라면서 “지금의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는 한 계파주의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밝혔다.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박현갑의 틈새보기] 수문장 교대식과 대한문 화단의 비밀

    [박현갑의 틈새보기] 수문장 교대식과 대한문 화단의 비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와 천안함 용사 추모 분향소 등 보수·진보단체 천막들이 있다. 보수와 진보간 ‘불안한 동거’현장이다. 그런데 조만간 이런 모습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2013년 대한문 앞에 집회를 차단할 목적으로 만든 화단을 철거하기로 했다. 현재 대한문 앞에는 삼각형과 마름모꼴로 된 8개의 미니 화단이 들어서 있다. 전체 화단 폭은 약 5m로 원래 보행로의 절반 정도다. 철거는 이 화단때문에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해소를 위해서다. 특히 대한문 앞에서 있는 수문장 교대식을 보려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불편이 많다고 한다. 대한문 앞에선 하루 3차례씩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재현되는데 많을 땐 하루에2000명의 관광객이 찾는다.서울시 관계자는 6일 “중구청에서 화단을 없애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화단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조경과 문화재 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화단 철거를 논의할 예정이다. 철거한 공간은 의자나 그늘막 설치 등 시민 휴식공간으로 꾸미거나 보도 목적에 맞게 아무 것도 설치하지 않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화단 철거 이후 대한문 앞에서의 집회가 어떻게 될 지 주목된다. 시 관계자는 “현재 덕수궁 앞에 쌍용차 해고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 천안함 용사 추모 분향소 등 보수·진보단체 천막들이 들어서 있어 이들 천막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화단 철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두 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도로 불법점용 상태긴 하나 경찰에 집회신고를 했기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집회때문에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대한문 앞에서의 수문장 교대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 사후 변상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면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견도 있어 고민”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화단 철거를 계기로 대한문을 둘러싼 보수·진보간 이념충돌과 수문장 교대식 추진 뒷얘기를 짚어본다. 대한문은 노동투쟁의 현 주소 대한문 앞 화단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집회가 한창이던 2013년 4월 만들어졌다. 2012년 4월 5일 민주노총 쌍용차 지부에서 쌍용차의 부당한 정리해고 이후 숨진 24명의 조합원들을 추모하기위해 설치한 분향소와 농성용 천막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중구청에서 1년간 도로교통법 위반을 이유로 자진 철거를 요구하다 2013년 4월 천막을 강제 철거한 뒤,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울타리를 친 화단을 꾸몄다. 보도에서의 불법집회로 서울관광 명소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불편을 줄 수 없다는 뜻도 있었으나 추가적인 분향소 설치를 막으려는 속내가 더 강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 보수단체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부터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대한문 앞에서 갖고 있다. 지금도 매 주말 집회를 연다. 게다가 지난 3일에는 6년 전 철거했던 쌍용차 해고자 추모 분향소도 다시 설치됐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주중(48) 조합원을 기리기위해서였다. 김 조합원은 23세 때 쌍용차에 입사했으나 2009년 정리해고 사태 때 회사를 떠나야 했고 이후 생활고를 겪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2009년 쌍용차 해고사태 이후 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서른번째다. 문재인 정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나 아직 진척이 없다. 쌍용차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고종 퇴위 반대에서 박근혜 탄핵까지 대한문은 구한말 고종황제 퇴위를 반대하는 민중시위 등 항일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1905년 11월 일제가 을사조약을 강제체결하고 국권을 박탈하자, 이동녕 이준 등 애국지사들을 중심으로 을사조약폐기 상소운동을 일어났다. 이준은 이 상소문을 짓고 대한문 앞과 서울 시내에서 일본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며 격렬한 시위운동을 전개하였다. 요즘말로 하면 탄핵 반대운동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촉구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부 때는 박근혜 탄핵 무효 집회가 잇따랐다. 왕궁 수문장 교대식도 집회방지용? 대한문 앞에서의 집회시위 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화단와 마찬가지로 왕궁 수문장 교대식 또한 집회와 시위방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고건 시장 때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한문 앞에서 계속되는 시위로 시장 등 본청 공무원들이 제대로 집중해서 업무를 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당시 시에서 낸 아이디어가 수문장 교대식행사였다. 덕수궁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사실은 집회를 못하게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묘책이었던 셈이다.초창기 수문장 교대식에는 공익요원이 동원됐고 플라스틱 창으로 된 무기를 들고 교대하는 등 엉성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으면서 지금은 경찰청의 기마까지 동원하고 전문 업체에 맡겨 교대식 행사를 재연하고 있다. 대한문 앞에서 시작해 서울시청 앞 광장을 거쳐 경복궁으로 가는 행렬도 있다. 영국 버킹엄 궁전 앞 근위병 교대식을 흉내낸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교대식 행렬이 아스팔트 도로의 차량 행렬 사이를 빠져가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전통 행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우리 환경에 맞는 교대식 행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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