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명박 정부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해운대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허백윤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압승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인도네시아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788
  • 민갑룡 경찰청장 “검경 수사권 조정안, 손 볼 부분 있어”

    민갑룡 경찰청장 “검경 수사권 조정안, 손 볼 부분 있어”

    민갑룡 경찰청장이 청와대가 제시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부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민 청장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은 정부 조정안이 되겠지만 구체적 내용에서 경찰로서는 손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현장 경찰관들에게 필요 이상 부담을 주는 내용들이 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수사기록 등본과 징계요구권을 거론했다. 민 청장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는데 사건을 경찰이 자체종결해도 수사기록 등본을 제출하라고 한다”면서 “수십건씩 사건을 갖고 있는 현장 경찰관들이 수사기록을 복사하는 것은 엄두가 안 나는 일이어서 현장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검사의) 징계요구권은 현재 국가공무원법이나 공무원 징계령 등에 다 들어가 있어 굳이 형사소송법에 표시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여성 대상 범죄를 총괄할 전담 추진기구 설치에 대해 “여러 대책을 추진하다 보니 업무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어 종합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경찰청 자체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며 현장 조직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경 확대 방침을 놓고 수사 현장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선진국에서도 여경을 많이 뽑고 남녀가 같은 기회에 동등한 조건 하에 일하고 있다”며 “치안 수요에서 여성을 점점 요구하고 있어 경찰도 그렇게 변화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민 청장은 “현재 책임자급을 조사중이고 조 전 청장도 조만간 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당시 국장급 인사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소환일정을 밝히거나 소환을 통보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청장 재직시절 경찰 관련 현안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 등 사안에 대한 댓글작업을 지시했다고 시인했지만 정치공작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 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공지영 작가 “신작 소설 ‘해리’는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위선자들에 대한 이야기”

    공지영 작가 “신작 소설 ‘해리’는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위선자들에 대한 이야기”

    “평소 ‘작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벌거벗었네’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이라고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제가 그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못가리고 어리석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아무 자리에서나 ‘벌거벗었다’라고 말했던 탓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과 관련해 김씨를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 작가는 그간 부당한 상황을 보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자신의 과거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새 작품을 내기 얼마 전이니까 나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가 어떨지 신경쓸 수는 없었다”면서 “한 여자를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듣고 본 바를 얘기했을 때 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세상에서 독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나. 지나가다 맞고 있는 여자를 봤지만 (신작 출간을 고려해) ‘나중에 구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책이 잘 팔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 작가는 자신의 등단 30년 기념작이자 5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 ‘해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소개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내가 목격한 악(惡)은 1980년대나 그 이전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다.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심해지는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예전과는 달리 돈이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지금부터 향후 몇십년 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리’는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그간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이면을 들춰낸 작품이다. 공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악으로 묘사한 사람들은 우리가 쉽게 선과 정의라고 믿었던 가톨릭과 사제들,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리고 수많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위선을 행함으로써 돈을 긁어모으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 이것이 막말을 내뱉는 극우 정치인보다 우리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새로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해리’는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권력자와 성직자를 쥐락펴락하는 여성 ‘이해리’와 그녀와 결탁해 돈을 가로채고 ‘성령의 뜻과 명령’이라며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신부 ‘백진우’ 등 선(善)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 이면에 도사린 악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인 ‘해리’는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해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인 ‘해리성정체감장애’를 가리키는 동시에 이 소설의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공 작가가 설명했듯 “수많은 인격들이 튀어나오는 정신병적 현상을 내재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표한다.이해리가 유력 인사들과 지역민들에게 봉침(벌침)을 놔주고 돈을 챙기거나 입양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몇몇 장면은 ‘전주 봉침 여목사 사건’과 겹쳐 보인다. 공 작가는 “이 소설은 사실에 의거한 것이 많지만 모두 허구다. 한 두 사람을 미화하거나 모델로 삼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수집했던 실화들을 짜깁기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특정 사건에 대한 작가의 직간접적인 비판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도시에서 지방 토호와 정치인들이 형성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약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왔다”면서 “작품 속 무진이라는 공간은 특정 장소를 지칭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압축해 놓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작품 후기에 쓴 대로 대구 희망원에서 9년간 (생활인) 312명이 사망했지만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던 일은 보도를 바탕으로 실화 그대로 다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이해리는 SNS를 통해 의지할 가족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사서 돈을 갈취한다. 진보적인 성향의 정치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은 백진우는 SNS를 통해 온갖 모금 활동을 진행하며 사리사욕을 채운다. 공 작가는 “21세기 들어 위선과 사기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SNS”라면서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악인들이 자기의 이미지를 어떻게 세탁하는지, 그들이 거짓말을 할 때 선의를 지닌 무구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기에 속아 넘어가는지 보여주고자 페이스북 이미지를 삽화로 책 속에 넣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엘리트 법관 이권 챙기기였나

    임종헌 USB서 김기춘·이정현 접촉 정황 朴 독대 후 대법원장 특활비도 3배 급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 파견 확대를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과 접촉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양 전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행정처 로비의 목적이 사법서비스 개선이 아닌 ‘잇속 챙기기’가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분석을 통해 행정처가 2012년부터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 추진 대책’ 등 법관 해외 파견 관련 문서를 다수 생산한 것을 확인했다. 이들 문건에는 “2010년 이후 중단된 주미 대사관과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구체 방안도 적시됐다. 문서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이 전 수석 등 인사위 인적구성도 담겼다. 2006년 해외 사법부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시작된 미국·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은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됐다가 2013년 부활했다. 특히 2013년엔 전에 없던 주유엔·주제네바 대표부 파견도 생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시 행정처의 전방위 로비 목적이 상고법원 도입 외에도 소수 엘리트 법관들의 이익까지 포함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3년 9월 작성된 ‘(일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등을 기대하며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적혀 있다. 또 이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2015년 1월 특활비 예산을 처음 편성한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9억 6480만원을 지급했다. 수령자는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월 400만~700만원씩 받던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2015년 8월 이후 한 달에 최대 1285만원까지 수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데, 얻은 것은 소수 엘리트들을 위한 이익”이라면서 “사법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비였는지, 소수 법관의 이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8·2 부동산대책 1년] ‘집값 폭등’ 잡았지만… 서울 아파트값 더 올라 양극화 부작용

    [8·2 부동산대책 1년] ‘집값 폭등’ 잡았지만… 서울 아파트값 더 올라 양극화 부작용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됐다. 8·2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허용 강화, 주택담보대출 억제, 청약자격 강화 등 주택 투기를 옥죄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담았다. 투기 거래를 차단하는 동시에 기존 다주택자에게는 주택 처분 압박을 줬다는 점에서 역대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주택 거래량 감소, 양극화 심화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우선 집값 폭등을 잡았다는 점에서 8·2대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후끈 달아오른 주택 시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이 담긴 8·2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간 6.60% 올랐다. 8·2대책 이전 1년 상승률(4.74%)보다 더 올랐다. 특히 서울 송파(13.56%)·강남(10.52%)·강동구(9.70%)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10.47%나 뛰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도 15.29% 상승했다. 그러나 대책의 수단이 본격 시행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 곡선은 눈에 띄게 완만해지는 등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강북권 아파트값 상승률을 밑돌았다.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묻지마 투자 분위기와 가격 오름세도 어느 정도 꺾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전방위적인 규제정책으로 2∼3년간은 집값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8·2대책은 주택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도 됐다.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임대차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냈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등록을 유도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임대사업 등록자 수는 7만 4000명이나 된다. 지난해 상반기 등록자 수보다 2.8배 많다. 임대사업 등록 확대는 정확한 임대주택정책을 펼 수 있는 통계 확보, 임대소득의 조세 형평성을 이루는 전제조건이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집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며 “주택 보유 가구 수에 비례해 무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택시장 양극화, 거래량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도 따랐다. 대책과 상관없이 주택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옥죄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지방 주택시장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8·2대책 이전 1년간 0.01% 올랐던 지방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이후 11개월 동안 1.70% 하락했다. 거래량 감소 부작용도 따랐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8·2대책 이전 1년간 월평균 주택 거래량은 8만 7167건에서 대책 발표 이후에는 7만 5302건으로 13.6% 감소했다. 주택대출 억제 정책으로 실수요자까지 주택자금 마련에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담보 1순위로 제공하는 신규 아파트마저 중도금, 잔금 대출 규모가 축소돼 입주 지연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증여를 통한 자산 대물림 증가도 나타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으로 거래량이 줄고 시장 가격 형성 왜곡현상도 나오고 있다”며 “매물이 충분히 돌고 거래가 활성화되게 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기무사, 참여정부 집권 중인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지원 의혹

    기무사, 참여정부 집권 중인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지원 의혹

    ‘계엄령 문건’ 작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국군기무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대선은 물론 참여정부 때인 2007년 대선에서도 보수 세력 집권을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 MBC 보도에 따르면 기무사는 18대 대선을 다섯달 앞둔 2012년 7월 27일 ‘박근혜 캠프’ 지원을 위한 기획 문건을 작성했다. 기무사는 이 문건을 통해 보수세력 결집을 기획했다. 176개 보수단체, 900만명의 예비역들을 박근혜 지원세력으로 관리하고, 예비역 장성들은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명은 기무사 정보망을 활용해 집중 사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로 여론 조작 공작을 펼쳤다. 더 놀라운 것은 기무사가 박근혜 캠프 지원 활동과 관련해 참고한 사례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17대 대선을 들었다는 것이다. 즉 참여정부 집권 시기에도 기무사가 선거에 개입한 것은 물론 보수세력 집권을 위해 활동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인 것이다. MBC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기무사가 17대 대선을 앞두고도 이명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현갑의 틈새보기] 먹방, 대부업 규제는 나쁜 뽑기?

    [박현갑의 틈새보기] 먹방, 대부업 규제는 나쁜 뽑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철폐를 강조하면서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이나 철폐는 단골 메뉴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뽑기’, ‘대못 뽑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밑 가시뽑기’로 표현했죠. 그런데 아직도 규제 혁파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아직도 다 뽑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등 또는 조례·규칙에 규정되는 사항’ 행정규제기본법에서 말하는 규제입니다. 규제는 그 속성상 ‘뽑기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유지해야 하는 규제도 있습니다. 4년새 뚝 사라진 대부업 광고, 왜? 대부업 규제광고도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업 브랜드 광고는 최근 4년새 눈에 띄고 줄고 있습니다. 미디어데이터 집계 기관 TNMS가 2015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최근 4년간 상반기 기준으로 지상파, 종편, PP 채널과 라디오, 신문, 잡지, 인터넷 베너광고 등을 통해 집행된 브랜드별 광고 빈도수를 집계한 결과입니다.2015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노출된 브랜드 10개 중 9개가 대부업(6개) 및 신용금고(3개)의 브랜드광고였습니다. OK저축은행이 1위였고, 러시앤캐시가 2위였죠. 2016년과 2017년 상반기에는 상위 10개 노출 브랜드 중 대부업 광고가 3개로 줄었구요. 그런데 올 상반기에는 러시앤캐시 하나로 뚝 떨어졌습니다. 종편이나 케이블TV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대부업 광고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업 광고 규제 강화때문입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지상파 방송에서 대부업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2015년 8월부터는 종합편성 및 케이블TV에 대해서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대부업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있구요. 정부는 최고금리 수준도 규제하고 있습니다. 최고금리 수준은 2002년 66%에서, 2007년 49%로, 올 2월부터는 27.9%에서 24%로 다시 낮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까지 낮추겠다고 대선공약을 한 바 있구요. 잘 아시겠지만 대부업은 이른바 명동 사채시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연 1000%를 넘은 고금리 사채 를 이용했다 제때 갚지못해 폭행 및 협박을 당하는 등 사회문제가 불거지면서 2002년 대부업법을 만들고 금리상한을 연 66%로 했습니다.정부가 대부업 광고규제를 하는 것은 지나친 광고로 인한 사회적 문제때문입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은 유명 연예인이나 귀여운 캐릭터에다 ‘쉽게’, ‘편하게’ 등 대출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광고문구를 내세운 고금리 대출상품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면서 이른바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정부가 대부업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은 더욱 더 대출받기가 힘들어집니다. 대부업의 최고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인상되는 효과가 생기거든요. 저신용자 자체가 줄지 않았다면 이들은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까요?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이와관련, “저신용자 대출규제로 대출받을수 있는 신용등급이 7.8등급에서 6.8등급으로 올랐다”면서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없게된 사람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이런 금융소비자를 위해 2016년 9월 서민금융진흥원을 만들었습니다. 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대출상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든 ‘안전망 대출’은 최고금리가 인하된 지난 2월 8일 전에 24% 초과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합니다. 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금리 12~24%의 은행대출로 대환해주는 상품이며,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최대 1%p의 금리 인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대부업 광고규제를 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서비스 방안을 더 꼼꼼히 챙겨야한다고 봅니다. 먹방 규제는?“혐오도 아니고 비윤리적인 것도 나오는 판에 식욕을 올린다고 규제? 먹는 건 지들이 알아서 컨트롤하는 개인의 몫 아니냐”,”벤쯔 박근혜 탄핵당하고 기뻐서 잔치국수먹었는데 문재인 대통령되니까 먹방규제 실업자행ㅋㅋㅋ”,“야동 몰카나 단속하세요” 정부가 일반인의 폭식을 유도하는 먹는 방송(먹방)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지난 26일 발표하자 나온 부정적인 반응들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에 대해 “먹는 방송이 비만을 유도한다며 규제하고 개인의 음주행태도 국가가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언젠가 국민의 사생활도 가이드라인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죠. 이른바 먹방 가이드라인은 지난 26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9개 부·처·청) 합동으로 마련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에 들어가 있습니다.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음주 가이드라인, 폭식조장 미디어(TV,인터넷,방송 등)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규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셈이죠. 대통령이 규제철폐를 외치는데 복지부는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06년 4조 8000억 원에서, 2015년 9조 2000억 원으로 10년간 약 2배 증가했고, 2030년에는 우리나라 고도 비만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전망 등 비만관련 건강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마련했다고 합니다. 먹방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국민건강에 꼭 필요한 정책”, “솔직히 티비 트는 데마다 먹방이다. 좀 심하긴 하다”는 등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먹방에 변화가 생기지않을까 싶습니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서관, 아크로폴리스 같은 지역문화 중심 돼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서관, 아크로폴리스 같은 지역문화 중심 돼야”

    전국에는 공공도서관 1010개를 비롯해 총 2만 2000여개의 도서관이 있다. 초중고 학교도서관이 1만 2000여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작은 도서관이 5900여개로 두 번째로 많다. 대학도서관과 전문도서관, 장애인도서관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도서관은 물론 병영도서관, 교도소도서관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형태의 도서관을 아우르는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기구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다. 2007년 6월 발족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2년 임기의 위원회 조직도 6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4월 9일 출범한 6기 위원회의 수장은 뜻밖에도 신기남(66) 전 국회의원이다. 1기 위원장인 한상완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전 위원장들은 모두 문헌정보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한 학자였다. 신 위원장은 4선 경력의 중진 정치인으로 대중에 각인돼 있지만, 알고 보면 도서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06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도서관협회연맹 주최 세계도서관대회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이를 계기로 위원회 창설을 주도했다. 한국도서관협회장도 두 차례나 역임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신 위원장을 지난 18일 만나 6기 위원회의 현안과 포부를 물었다.→위원장 자리를 제안받고 고심했다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노무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위원회 중에 경제 빼고는 다 없애라는 지시 때문에 폐지 위기에 몰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총리 소속으로 위상 축소가 추진되는 등 굴곡을 겪었다. 도서관계가 합심해 존속은 시켰지만 활동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무실해진 위원회에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하지만 결자해지라고 하지 않나. 위원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니 위원회를 살리는 일도 결국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3개월 가장 역점을 둔 일은 무엇인가. -10년간 위원회가 상당히 위축됐다. 위상도 저하됐고 체제도 허물어졌다. 위원회 내에 법적 기구로 두기로 한 사무기구는 고사하고 위원들이 회의할 사무실조차 없다. 우선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데 조직과 예산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쉽진 않다. 일단 리모델링 중인 국립중앙도서관에 공간을 확보해서 사무실 문제는 다행히 해결됐다. 도서관 발전 장기계획 수립 등 위원회가 할 일이 많은데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해 왔다. 도서관계 현장 목소리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애쓰고 있다. →도서관의 중요성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굳이 대통령 소속 위원회까지 둘 필요가 있나.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도서관은 핵심적인 사회 인프라다. 우리는 경제 수준에 비해 도서관 체제가 미흡하고,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서관 정책은 문화부가 주무 부처이긴 하나 모든 부처와 연관돼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행안부, 대학도서관은 교육부, 병영도서관은 국방부가 담당한다.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조사해 보니 미국이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두고 있더라. 그래서 세계도서관대회가 끝난 뒤 청와대에 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도서관법이 전면 개정됐고, 그에 따라 각 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대통령 위원회가 설립됐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겨우 명맥만 유지한 상태로 10년 세월을 보냈으니 안타깝다. →위원회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도서관 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을 점검하는 일이 가장 큰 임무다. 도서관법에 따라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해야 하는데 내년부터 시행될 3차 계획(2019~2023)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1차, 2차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하기엔 미흡했고 실제로도 큰 구실을 못했다. 3차 계획은 우리 도서관계 전반의 현안을 두루 살펴서 미래지향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도 새로 꾸렸다. 도서관의 인적·물적 기반 확충과 지역 격차 해소, 전문인력 배치 기준 등 과제가 쌓여 있다. →6기 위원회에는 이전에 없던 ‘4차 산업혁명’ 소위원회와 ‘남북교류’ 소위원회가 신설됐다. -새로운 시대 조류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도서관 정책을 연구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한층 고도화하는 지식정보사회에 맞춰 도서관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도 한 차원 높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같은 지역문화의 중심체가 돼야 한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도서관의 위치, 건축양식, 부대 시설 같은 하드웨어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남북 교류도 시대적 과제의 하나로 빼놓을 수 없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발해진 문화예술 교류 추세에 발맞춰 도서관 교류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남북 도서관 교류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 있나. -세계도서관대회를 앞두고 2005년 방북해 북한 도서관 관계자들과 만난 적이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최희정 인민대학습당 총장 등을 면담하고 서울대회에 참가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동도서관 지원, 남북도서관 고전적(古典籍) 조사 등 8가지 교류 사업도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대회 직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때 추진했던 교류 사업을 다시 해 보려고 한다. 우선 다음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세계도서관대회에서 북한 측 인사들과 접촉해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강원 정선에서 개최되는 전국도서관대회에 북한 대표를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두 대회를 계기로 교류 사업의 물꼬를 틀 생각이다. →대학들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대학도서관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초·중·고 학교도서관도 전담 사서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대학도서관과 초·중·고 학교도서관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 그동안 위원회가 신경을 못 썼다. 도서관은 대학의 상징이자 경쟁력이다. 재정이 어렵다고 자료 구입비 줄이고 사서 인력 줄이는 게 말이 되나. 대학평가에 도서관 항목을 넣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총장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래도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나서겠다. 초·중·고 학교도서관의 경우 전문 사서 배치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임시계약직 사서를 합해도 30%대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릴 때부터 전문가에게서 올바른 독서 지도를 받는 게 중요하다. 교육 예산을 늘려 내실 있는 독서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도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coral@seoul.co.kr ■신기남 위원장은 누구 변호사·정치인… “마지막엔 소설가일 것”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16대, 17대, 19대 의원을 지냈다. 2001년 도서관계의 간곡한 권유로 한국도서관협회장을 맡으면서 도서관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도서관발전 국회의원 포럼’을 구성해 국회 차원에서 도서관계 지원에 적극 나섰다. 2016년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징계를 받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소속으로 20대 총선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정치는 충분히 했다”면서 “원래 꿈이 작가였다. 위원장 일 때문에 당분간 집필은 어렵겠지만 마지막 직업은 소설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컬 강소 대학을 가다] “기술 인재 육성은 기술 입국”…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멘토’

    [글로컬 강소 대학을 가다] “기술 인재 육성은 기술 입국”…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멘토’

    개성공단의 관문으로 통하는 경기 파주시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두원공과대학이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멘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주기업을 위한 브랜드·디자인 개발 지원에서부터 근로자 교육 및 신기술 개발, 제품 설계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의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대외에 알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 탓에 음지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 화해 무드 조성으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두원공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A기업 관계자는 25일 “영세한 사업장이라 홍보는 물론 독자 브랜드 개발엔 엄두도 못 내던 터였는데 두원공대 덕분에 숙원을 해결했고 시장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두원공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0년 9월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5·24조치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5·24조치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두원공대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 등이 산·관·학 협약을 맺고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특히 두원공대는 지리적 위치와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춘 공업계 중심 대학교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기술 개발 및 애로기술 지원이 용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은 ▲인적·물적 지원을 통해 입주 기업의 기술인력 및 장비 부족 해소 ▲입주기업의 지역적 소외 극복 및 브랜드 경쟁력 향상 ▲개성공단의 인적 자원 개발 및 종합적인 민관 협력체계 기반 마련 등에 중점을 두고 지원 사업을 펼쳤다. 2013년 개성공단 입주 기업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SISBRO·Sister+Brother) 개발에 성공한 게 손꼽히는 결실이다. 남과 북은 ‘형제자매’라는 뜻이다. 브랜드 제작 산파 역할을 한 두원공대 브랜드디자인과 이종석 교수는 “기업 124곳 가운데 자사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는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판로 개척 및 자생력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브랜드가 절실했다”며 입주기업의 어려움을 전했다.입주기업들은 이 밖에 제품 개발 및 생산기술 향상을 위한 생생한 정보를 비롯해 근로자 교육훈련에 필요한 강의교재 및 교육과정, 기술 및 경영지도 등 적지 않은 도움을 대학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힘차게 기계를 돌리던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를 맞았으며 입주기업들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주기업의 96%는 재입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원공대는 ‘기술 인재 육성이 곧 기술 입국이요, 기술 입국의 길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건학 이념에 따라 전문 기술인 양성에 힘을 쏟는 공업계 중심의 전문화·특성화 대학이다. 경기 북부 첨단산업단지의 거점 및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파주캠퍼스(2008년 설립)와 기계, 자동차 계열 중심에서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로 넓히고 있는 안성캠퍼스(1994년 설립)로 나뉜다. 향후 평양에 제3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파주캠퍼스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맞춤형 인재 공급을 위해 2004년 9월 LG디스플레이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관련 기업에 우수 인재를 양성해 연결시켜 주고 있다. 또 신약개발업체인 ㈜지엔티파마와 ㈜아우라코스메틱스 등 1200여곳의 크고 작은 기업체와 ‘두원가족회사’로 인연을 맺고 홍보 및 디자인 개발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위탁해 파주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경기산업기술교육센터’는 수료생들이 10년 연속 취업률 9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취업사관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중앙정부로부터 최장 기간 산학협력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 ul.co.kr
  • 靑 “해군기지 관함식, 강정마을 주민투표 따를 것”

    청와대는 오는 10월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관함식과 관련, 강정마을 주민투표 결과에 따르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주민 의사에 반해 추진된 제주 해군기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추진 강행 과정에서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의 결정은 사회적 갈등 관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국방부(해군)의 34억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강정마을에서 내일 주민총회를 열고, 주말에 투표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부결이 되면 제주에서는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관함식의 취지는 제주 앞바다를 긴장과 갈등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강정마을이 기나긴 상처와 고통의 시간을 보냈는데 관함식을 계기로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그간 국제관함식 개최를 놓고 제주는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3월 말 개최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투표로 반대 의견을 모았다. 지난 18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의견 수렴을 위해 강정마을을 방문했고, 결국 재투표로 이어지게 됐다. 지난 22일 주민토론회가 열렸지만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갈등 해소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측과 ‘이미 반대 결정을 내린 사안을 두고 11년째 지속된 갈등을 더 깊어지게 한다’는 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했다. 국제관함식은 대통령이 군함 전투태세를 사열하는 해상 사열식으로, 해군력을 대외에 알리고 우방국과 안보협력을 도모하는 행사다. 오는 10월 10~14일 예정된 관함식에는 외국에서도 함정 30여척이 참가해 사열식을 비롯해 함정 공개행사, 심포지엄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평화의 시대 첫발… 대통합은 시대적 사명”

    “평화의 시대 첫발… 대통합은 시대적 사명”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유일한 길은 비핵화입니다. 기독교계가 국론 대통합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앰버서더 호텔 1층 커피숍.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법인 창립총회를 마친 직후 상기된 얼굴로 기자와 만난 이영훈(64)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 목사는 “지금 시점에서 대통합은 가장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라며 특히 기독교계야말로 그 엄중한 사명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한교총 법인이 사실상 출범한 날 개신교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에 힘을 모으자며 한목소리로 다짐하고 나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영훈 목사는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을 비롯해 맡고 있는 직책이 10여개가 넘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 총회장, 굿피플 이사장, 한국교회봉사단 공동대표, 사단법인 겨레사랑 이사장…. 그 다양한 직책 그대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한국 개신교계의 연합과 일치, 대통합 움직임을 주도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치중해 분주하게 매달리는 부분은 바로 한반도 평화이다. 그래서 이 목사는 보수 개신교계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왜 이 목사는 그렇게 한반도 화해와 비핵화에 치중할까. “올해는 우리 정부가 수립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00년 동안 흩어졌던 이스라엘이 독립 선언으로 건국한 지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고요.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신 기간이란 공통점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70은 ‘회복의 대희년’이란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고 귀띔한 이 목사는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평화의 시대로 들어가는 첫발을 뗀 만큼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우리와는 영 딴판인 의회의 활동상을 보고 인상 깊었습니다. 11개 정당의 의원 140명이 극보수에서 극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나라를 위한 결정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지요.” 나와 다르면 적으로 여기기 일쑤인 분열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란다. 그래서 여전히 60년 전의 프레임에 갇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일상화된 한국의 초상이 안타깝단다. “이제 막 첫 단추를 꿴 것일 뿐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통일 논의에는 꾸준한 대화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북한에서 비핵화의 조치가 지체되는 이유를 놓고도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지만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기대치에 미치면 완전한 비핵화로 반드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과정에서 견고한 한·미 동맹관계의 지속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동맹관계의 지속을 위해 기독교계의 역할과 노력이 절대적입니다.” 한반도 평화에 새삼스레 기독교계의 역할을 입에 올린 이유가 뭘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정부 수뇌부와 상·하원의 보수성향 의원들이 모두 개신교 신자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이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는 게 당연하지요. 기독교계의 신중한 노력과 역할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 목사의 주장은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의 기독교계가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여러 차례 만나 긴밀하게 협력해 온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워싱턴에서 기도회를 가졌고 애틀랜타, 뉴욕, 하와이에서도 한·미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었다. 따져 보면 4대에 걸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목사는 북한 기독교와 뗄 수 없는 관계의 개인사를 갖고 있다. 평양의 무역회사 이사장이었던 이 목사의 증조부와 같은 회사 회계 담당이었던 강양욱은 북한 지역에 들어온 초기 선교사로부터 함께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 목사의 증조부는 이후 평양 서문밖교회의 장로로 활동했고 칠골가계(김일성 주석의 친모 강반석 혈통) 일원인 강양욱은 북한 부주석까지 지낸 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을 창시한 인물이다. 현재의 조그련 위원장인 강명철 목사는 강양육의 손자이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이 목사가 위임목사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인도적 대북 지원 차원에서 늘상 선도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평양 심장병원 건립은 대표적인 예이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북한지역 200개 군 모두에 보건소를 짓는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20개가량을 세웠지만 역시 중단된 상태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측에서 심장병원을 빨리 완성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병원은 3~4개월이며 완성할 수 있고 보건소 짓는 일도 곧바로 재추진할 수 있어요.” 기독교 차원에서 북한지역 교회 복원은 미룰 수 없는 일일 터. 하지만 이 목사는 그런 것보다 인도적 차원에서의 의료, 교육, 복지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갈라진 한국 개신교계가 더욱 똘똘 뭉쳐 통합을 이뤄내자고 힘주어 말한다. “한국 기독교는 자체적인 개혁과 정화의 노력이 부족해요. 사회 대통합에 앞서 기독교계가 먼저 통합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역량과 노력으로 갖게 됐습니까. 국민들의 노력으로 된 것이지요. 교회들이 쌓고 누리려만 들지 나눔에는 소홀합니다.” 초기 교회가 칭찬받고 높이 평가되는 것은 바로 가진 것을 나눴기 때문이라는 이 목사. “기독교의 진정하고 영원한 정신은 나눔과 섬김”이라며 “이 명쾌한 진리는 한두 교회가 아닌 모든 교회가 함께 발맞춰 실천해야 한다”며 기독교 대통합의 큰 의미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지방선거 전후로 한동안 멈춰 섰던 공공기관장 인선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39개 기관이 새 수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낙하산 논란’이다. ‘대선 공신’ 등 여당 쪽 인사가 뜬금없이 내정되거나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 당연한 듯 내려오기도 한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지금 정부에서도 이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금융 등 갈수록 전문성이 부각되는 기관에서는 ‘자리 챙겨주기’가 아닌 실제로 ‘일할 사람을 앉히는’ 인사가 중시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서울신문이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서 338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까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된 공공기관은 총 39곳(11.5%)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5곳, 준정부기관이 16곳, 기타공공기관이 18곳이었다. 3개월 안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도 부산항만공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총 35개 공기업 중 현재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5곳이다. 그중에서도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다. 준정부기관 중에서도 산업부 산하인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새 기관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적폐 청산이 이뤄지면서 기관장 선임이 영향을 받고 있다. 기관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기관장이 부재중인 경우에는 ‘제 식구 챙겨주기’ 차원에서 자리를 비워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곤 한다. 수개월째 신임 기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몇 개월째 수장이 오지 않으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렵고 직원들도 지친 분위기”라면서 “계속해서 인사가 늦어지니 ‘우리 기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코바코 등 인선 늦어져 업무공백 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기관장 공백이 길다. 곽성문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8개월째 기관장이 비어있다. 곽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임기가 끝났으니 사실상 1년 가까이 후임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도 K 전 이사장이 불륜 의혹으로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4개월째 수장 공백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K 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아직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보통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선출되거나 소속 정부부처 장관이 임명한다. 절차만 따지면 수개월씩 걸릴 일이 없지만 사실상 윗선에서의 ‘시그널’(신호)이 없으면 새 기관장 선임에 돌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임 기관장 선출 절차에 들어간 곳들은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예보의 차기 사장에는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에서는 위성백(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전 기재부 국고국장과 진승호 전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예보는 이달 안에 사장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났을 때 바로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것은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많았고 이제는 ‘시그널’이 내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차기 사장에 전직 국토교통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설이 돌면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는 “지난 3월 국토부 출신인 김명운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사장까지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일환 전 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임기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해 정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사장 선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관장 4명 중 1명 상급 주무부처 출신 퇴임한 관료들이 공공기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건 어느 정권에서나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집계한 결과 공공기관장 4명 중 1명은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당시 공석인 곳을 제외한 286개 공공기관장 중 26.9%에 해당하는 77명이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장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고 상급 부처와 소통하기에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규모, 성격에 따라 기관을 나눠 수장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격요건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기관 수장 선임에 있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 논란이 심했다. 특정 ‘라인’을 등에 업고 잘나가다가 정권이 바뀌면 초라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이른바 ‘4대 천왕’이 득세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고려대·소망교회 라인’으로 평가받았다.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서는 4대 천왕이 물러가고 ‘서금회’가 주목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이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대표 인사다. 이렇듯 금융권 수장 자리를 ‘나눠 먹기’ 용도로 취급하다 보니 금융 산업이 계속해서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기관은 국내외 경제 정책과 연계된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낙하산 기관장이 이를 파악하는 데에만 임기 대부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코드 인사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느 한 세력이 주도하는 ‘싹쓸이’ 현상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또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여론 동향을 고려해 인사가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이다. 지난해 9월 임명 당시 일부에서는 “역시 현 정권과 가까운 코드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지뢰처리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산은 수장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맡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금융이 선진화되면서 전문성이 부각돼 ‘함부로 앉지 못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공공기관장은 아니지만 시중은행장이나 각종 금융협회장 인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코드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들어서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낙하산 논란은 줄어든 편”이라면서 “정치적 입김이 적었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장이 정부의 철학과 방향을 공유해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면서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금융기관은 특히 능력 있는 수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송영길 “김정은 8월 러시아 첫 방문할 듯”

    송영길 “김정은 8월 러시아 첫 방문할 듯”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제21회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중 첫 러시아 방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등을 내놨다. 송 위원장은 지난 13~14일 북한의 나진·선봉을 방문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수행했고 지난해 1월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관련한 외교적 행보도 이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집중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끝으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송 위원장의 강연 내용을 직접화법 형식으로 싣는다.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서 ‘스몰 기프트’(북한에 줄 작은 선물) 부분을 논의하고 온 것으로 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강성 군부가 ‘우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고 뭐고 다 중단했는데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의회 비준 요구도 안 받아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나올 수 있다. 북한 내 강경파를 설득하고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스몰 기프트가 필요하다. 북한이 잘한 행동에 대해선 보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너무 인색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중·러가 미국의 동의 없이 ‘우리는 일부 제재를 풀어 줄 용의가 있다’고 북한에 제안할 것이다. 6월 한·러 정상회담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러시아산 석탄은 유엔 제재에서도 제외돼 있는데 왜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냐고 불만을 표했다. 유엔 제재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한·미 단독 제재 때문에 안 된다. 내가 푸틴을 처음 만나 북방경제협력에 대해 설명했더니 (듣는 둥 마는 둥) 종이에 그림만 그리더라. ‘했던 얘기를 또 하는구나’ 하는 반응이었다. 푸틴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두 만난 사람이다. 러시아는 우리를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라고 한다. 행동은 없고 말만 한다고 믿지 못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EEF)이 9월 12일 열리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의 참석이 확정됐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도 초청해 둔 상태인데 문 대통령은 참석에 상당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북·미 간 관계가 진전이 안 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러·중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굉장히 부담스럽다. 김 위원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 위원장의 첫 방러는 국빈 방문이어야 하고 크렘린으로 가야 걸맞은 의전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8월에 첫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본다. 남북 경협 하면 또 퍼주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 경협은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북한에 우리가 퍼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퍼오는 거다. 석탄도 퍼오고 철광석도 퍼오는 것이다. 최근 나진·선봉을 다녀왔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거리에 반미구호나 핵구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경제구호, 그중에서도 이민위천(以民爲天), 즉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구호가 기억에 남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경제협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4회에 걸쳐 남북경협의 시야를 압록강과 두만강, 중국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몽골, 일본까지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지도’로 넓힐 것을 제안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5회에선 한·중·일·러 4개국 학자들과 함께 동북아 경제지도를 모색하는 지상대담을 싣는다. 이들은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동북아 경제지도에서 압록강·두만강 하구가 주목받고 있는데.-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 위원) 남북협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압록강·두만강 하구의 중요성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 북·중 경협의 70%가량이 신의주·단둥에서 이뤄진다. 두만강 하구는 아직까진 취약하다. 정치 바람에 취약하고 북·중·러 협력틀도 취약하다. 단둥은 열려 있는 공간인 반면 연변은 변경이다. 단둥은 돈이 많이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광도 꽤 활발하다. 연변은 백두산에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정도다. 연변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에서 관건은 현지 조선족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이다. 조선족과 동반자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족을 미래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아르촘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국제관계학 교수(루킨 교수) 러시아와 북한 모두 두만강 하구 프로젝트에 한국이 투자하길 바란다. 나진·하산 철도연결 사업을 재개한다면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대북 제재와도 무관하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한국의 기술과 자본, 러시아의 토지와 자원,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것은 투자가치가 크다.-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왕 교수) 북한은 40년 전 중국처럼 굉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압록강·두만강에서 경제협력이 급성장할 것이다.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이 많다. 물론 한국과 일본, 러시아도 나서야 한다. 가장 급한 건 서울에서 중국 단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직행할 수 있는 철도망이다. 그럼 압록강 하구와 두만강 하구는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중국 국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으로선 동북 3성 개발이 국가적 과제다.-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특임교수(미야모토 교수) 압록강·두만강 개발을 처음 시작한 건 일본이었다. 압록강철교, 수풍댐을 만들었고 조선총독부 직속 독립행정기관인 나진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북한 자원을 이용해 동북 3성의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다. 냉전 이후 압록강·두만강은 낙후지역이 돼 버렸다. 가치는 높지만 걸림돌이 많다. 북한에 투자해 성공한 중국 기업이 없다. 북한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는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은 조선족 문제로 한국을 경계한다. 두만강과 달리 압록강 하구는 좀 쉽다. 북·중 교역이 활발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동북아 경제지도를 바라보는 각국 입장은 무엇인가. -루킨 교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까진 말로만 투자했다. 한국 기업들은 연해주에 투자하는 데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미국 눈치를 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양한 한러 경제협력 사안이 미국 제재 조치에 막혀 있다. 러시아로선 금융, 첨단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왕 교수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남북경제협력과도 접점이 있다. 한반도와 중국 동북 3성, 러시아가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를 통해 낙후됐던 동북 3성이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동북아경제지도는 5개국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가장 많은 공동 사업을 할 것이다. 일본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하고 북한은 일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야모토 교수 일본은 북한과 무역을 했던 경험이 있다. 북한이 일본에 갚지 않은 채무 가운데 경제산업성에서 관리하는 게 4000억엔(약 4조원)가량이다. 북한에 차관으로 준 쌀 30만t도 있다. 일본 기업으로선 금전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투자하기를 꺼린다. 국교 정상화하면 경제협력한다는 말은 나오지만 그전에 북한이 빚을 갚아야 한다. 북한은 신용이 없으니까 아무도 투자 안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임 위원 박근혜 정부가 주장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결정적 약점이었다. 더구나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으며, 그게 안 되면 물리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접근법이었다. 북한 입장에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었다. 오히려 지금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주목할 수 있는 국면이다. 문재인 정부는 절실함에서 시작한 정권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전쟁만은 안 된다는 데서 출발했으니까 같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북한의 변화상을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퍼주기 논란, 불신, 붕괴론 등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비핵화 이후를 고민할 준비가 우리 스스로 제대로 돼 있는지 의문이다. -루킨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보다 독립적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러시아는 동북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러시아 입장에서 그런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가장 순수하게 지지하고 바라는 유일한 국가다. 미·일·중은 남과 북이 따로 있는 게 좋다. 통일 코리아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통일 코리아가 자리잡으면 일본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익이다. -미야모토 교수 한국에선 대체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으로 구분하는데 그걸로는 실상을 다 파악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핵실험과 미·일의 비판에 직면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수 정권은 다 잘못했고 진보정권은 다 잘했다는 건 사실과 맞지 않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임 위원 북한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반자로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은 자기들 방식으로 개방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핵심은 중국에서 다 가져갈 수도 있다. 중국은 10년 넘게 준비했다. 우리는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왕 교수 지도에서 한반도를 보면 고대 로마와 닮았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밥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순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아직 불확실성과 위험 부담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상만 앞세울 순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국제관계를 감정으로 접근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중립적인 마음으로 길게 보고 통일과 동북아경제지도를 생각하길 권한다. -미야모토 교수 북핵문제가 다 해결된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란이 미국 등과 핵 합의를 한 뒤 일본은 이란과 관계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파기했다. 국제관계는 언제라도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도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블라디보스토크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베이징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보수야당서도 장관 뽑겠다”… 文정부 2기는 ‘협치 내각’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 유력 다른 장관은 국회 협상 결과 따라 지목 한국당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 비판 청와대가 23일 ‘문재인 정부 2기’의 키워드를 ‘협치 내각’으로 제시하고, 야당 인사도 각료로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고, 지방선거 이후 야당 상황을 지켜보느라 개각 진도가 더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에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고,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과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 짓기 위해 기다려 왔다”면서 “더 기다릴 수 없는 자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데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이번 주에 하고, 이후는 국회 논의에 따라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장관으론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치 개각’ 구상에는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민생·경제 성과와 개혁 입법의 속도를 내려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협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인사청문회는 물론 내년 예산안 심의나 개혁 입법 처리가 난항을 겪는다면 국정운영 동력이 소진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느 범위까지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며 “(보수정당이 참여할 가능성도) 좀 많이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권력기관 개혁 및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어 가는 상황에서 한국당과의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다. 개각 시기는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및 향후 범진보 진영의 ‘개혁입법연대’의 추진 논의 진행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야당도 부정적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소득주도 성장 철회 없는 협치 제안은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협치 개각’ 구상이 ‘연정’이나 ‘정계 개편’의 단초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적 휘발성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론’에 대해 “새누리당, 바른정당과의 대연정에 찬성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 국정농단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어떤 모양새를 이룰지는 여야 협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흑산도 공항 건설 결론 못내…공원위 “계속 심의키로”

    찬반 논란이 치열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흑산공항 건설사업 결정이 보류됐다. 정부는 20일 서울 마포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실에서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를 열어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계속 심의키로 의결했다. 공항 건설에 따른 국립공원의 가치 훼손 수용 여부, 항공사고 우려 등 안전 문제, 주민 이동권을 보장하는 다른 실질적인 대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와 지역주민,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거쳐 9월 중 공원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흑산공항은 2011년 10월 이명박 정부에서 자연공원법시행령 개정으로 공원 안에 허용되는 ‘공원시설’에 ‘소규모 공항’이 추가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 일원 68만 3000㎡에 1.2㎞ 활주로를 건설해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소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만 1833억원이며 2021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철새에 발목이 잡혀 1년 8개월이 흘렀고, 이 과정에서 경제성·입지·생태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2016년 11월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공원위에 제출했지만 ‘철새 보호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이어 2017년 7월 보완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항공기 조류 출동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대책 등을 강구하라’며 재보완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전문가 대책 등을 담은 세번째 변경안을 제출했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돼 섬 주민과 관광객 교통편의 개선이 기대된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흑산도 주민의 교통 기본권과 응급상황 등 생존권 보장,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건설에 찬성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공항 건설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과 예산을 낭비를 지적하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흑산도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보존이 필요하고, 조류 충돌 등 항공사고 우려 및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한 ‘조건부승인(가결)’으로 몸살을 앓았던 공원위와 환경부는 철저한 보완 속에 심의에 들어갔다. 위원들에게는 국토부 계획안과 전문가 검토 의견만 제공됐고, 공항건설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와 주민을 각각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심의는 4시간 30분여 이어졌다. 공원위 위원장인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흑산도 공항 건설에 대한 이해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위원 검토, 현지 조사 등 법정 절차에 따라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준비했다”며 “사안이 중대성을 고려해 쟁점 사항들을 공정하고 충분히 논의,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文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文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적폐청산 경과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취임 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는다”면서 “주 내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과 개혁 성과를 격려하고 앞으로 흔들림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 폐지 및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조직개편이 보고의 골자”라면서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해외, 북한, 방첩, 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인력의 재배치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원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장용석 북한정보분석국장)와 여성 부서장(해외·국내 담당 2명)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6월 발족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과거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차례로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 보고서를 유출한 사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건 등도 포함됐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조사 결과를 검찰에 알려 수사를 의뢰하거나 각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에 전달해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적폐청산 TF의 지난 1년여간 활동을 요약해 보고를 받고 향후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빼는 등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공수사권을 비롯한 수사권을 모두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고, 불법감청을 금지해 정보활동으로 인한 직무 일탈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런 조직 개혁을 위해 한층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서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역할이 컸던 만큼,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는 남북대화 과정에서의 노고를 격려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 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文 대통령, 오늘 취임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적폐청산 경과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취임 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는다”면서 “주 내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 청산과 개혁 성과를 격려하고 앞으로 흔들림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 폐지 및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조직개편이 보고의 골자”라면서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해외, 북한, 방첩, 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인력의 재배치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원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장용석 북한정보분석국장)와 여성 부서장(해외·국내 담당 2명)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6월 발족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과거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차례로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 보고서를 유출한 사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건 등도 포함됐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조사 결과를 검찰에 알려 수사를 의뢰하거나 각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에 전달해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적폐청산 TF의 지난 1년여간 활동을 요약해 보고를 받고 향후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빼는 등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공수사권을 비롯한 수사권을 모두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고, 불법감청을 금지해 정보활동으로 인한 직무 일탈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런 조직 개혁을 위해 한층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서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역할이 컸던 만큼,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는 남북대화 과정에서의 노고를 격려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손성진 칼럼] 유연성에 인색할 필요 없다

    [손성진 칼럼] 유연성에 인색할 필요 없다

    정책이란 밀어붙이기만 하다 보면 탈이 나게 돼 있다. 유연하지 못하면 부러진다. 100% 좋은 정책도 없다. 열에 한둘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고 좋아 보이는 정책도 이해관계자 사이에 이익의 충돌이 따른다. 그런 점에서 대선에서 약속한 정책도 지키는 게 원칙이겠지만, 시행하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밀어붙이다 돌이킬 수도 없게 된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정책에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매출 규모가 크고 영업이 잘되는 대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임금이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5분의1도 안 되는 동남아로 떠나고 싶은 중소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매출 감소와 심한 경쟁으로 그러잖아도 위축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설상가상의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주 없는 근로자는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당장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소지가 있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이론적으로는 옳아도 결과가 달리 나온다면 이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려 준 임금이 소비 진작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고 생산이 늘어나 다시 소득이 증대된다는 게 이 이론인데, 통계는 반대로 나왔다. 고용은 최악의 상황이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도리어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역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와 그에 따른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조급한 평가는 금물이다. 좀더 시간을 두고 정책을 보완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궤도 수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전남·광주 출신 경찰총수가 20년 만에 탄생한다. 역대 경찰청장 중 전남·광주 출신은 1998년 재임한 김세옥(전남 장흥) 전 청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역대 경찰청장 20명 가운데 12명을 영남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기울어진 인사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결과물은 정반대로 ‘고소영’이었다. 문 대통령의 탕평 인사 약속은 지역적 안배, 특히 호남 출신 등용을 뜻했다. 요직에 호남 출신이 다수 진출해 균형이 잡혔다. 검찰과 경찰의 수장에 동시에 호남 출신이 오르게 된 것도 20년 만이다.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해군참모총장도 호남 출신이 내정됐다. 다만, 잇단 호남 출신 중용이 역으로 지역 안배를 해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물론 이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성공적 지역 탕평 인사로 보는 평도 있다. 영남, 특히 대구·경북(TK) 출신에 편중됐던 인사가 바로잡혔다는 말이다. 그러나 26개 정부 부처 1급 공무원 127명 중에 TK가 19명밖에 안 된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론과 유사한 불만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지역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능력 있는 인물을 놓칠 수 있다. 국민 공론화로 탈원전을 선택했지만 원전산업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사장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해외 수출에라도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태양열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가속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살펴보는 중간점검이 요구된다.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던 대만이 왜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지, 원전을 완전히 포기했던 일본이 다시 원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애써 외면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을 참고할 만하다.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쓴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업적으로 남았다. 우리의 원전 기술을 목청을 높이며 자랑했고 주요 산업으로 키우려 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의 경찰청장 3명 가운데 2명이 TK 출신이다.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라면 때로는 지지층과 다른 길을 걷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 또한 유연성 발휘와 궤도 수정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소신도 중요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는 이미 늦는다. 보완한다고 해서 실패가 아니다. 도리어 박수를 보낼 준비가 국민은 돼 있다. sonsj@seoul.co.kr
  •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늦은 봄 한반도에 분 훈풍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통일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여론도 통일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18일 이런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고 오랫동안 통일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을 둬온 전문가와 활동가 4명의 의견을 들었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세대별로 초청했다. 좌담회에는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53·이하 전 교수),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44·이하 박 연구위원), 박영철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북한대학원 박사과정(36·이하 박 대표), 안선영 여대생통일연구학회장·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23·이하 안 학회장)이 참여했다. 좌담 진행은 임주형 기자가 맡았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통일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에서 통일 찬성률이 눈에 띄게 급등했다.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교수 대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통일에 관한 수업을 하는데 3~5월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통일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안 학회장 평창올림픽 때 공동입장하고 4월 정상회담하면서 20대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다들 통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다더라.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취업, 진로가 더 급한 현실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박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이벤트이지만 이것으로 전체 20%, 청년층이 35%가량 확 바뀐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식구조가 그만큼 얕고 추상적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 여론이 긍정적으로 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불안보다는 평화를 많이 생각하고, 통일에 대해 더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선 중고등학교에 나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난해만 해도 ‘북한에 핵 있어요?’ 이런 질문이 주로 나왔는데, 요즘은 ‘통일이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어요?’ 식으로 질문이 달라졌다.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연구위원 통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20대, 30대, 40대, 50대 다 다를 것이다. 북에 있는 이산 가족을 만나고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정치적 통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 정도 상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족공동체로서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전 교수 100% 공감한다. 지금까지는 통일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만 생각이 고정돼 있다. 통일이라는 게 반드시 둘 중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만 통일해서 통일특구 형태로 가고, 나머지는 남북 체제로 가는 식의 지방분권형 통합 방안도 있다. →정부의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보나. -전 교수 그렇다. 지금까지는 남과 북이 선택한 정치체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통일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독일처럼 장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식으로 통일될 거라는 환상이 있다. 우리가 통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통일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박 연구위원 통일세의 개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붕괴론이 대두하면서 나왔다. 통일이 되면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비용이 들 것이니 준비하자는 것인데, 통일 이후가 불안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은 통일세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 가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이 어느 정도 개혁 개방 사회구조로 바뀌고,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 만나는 게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안 학회장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남북교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맨날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만 봤다. 그런데 갑자기 화해 분위기가 돼서 이제는 교류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통일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정보도 없다. 통일세 역시 이것이 어떤 식으로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낼 거야, 안 낼 거야’ 물어보니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교수 통일 재원은 이런 식으로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0~100을 놓고 보면, 남북 연합과 화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가 50이고, 그 이후 제도적 통합하는 데에 또 그만큼의 품이 든다. 남북 경협이나 왕래, 자원 협력이 충분히 이뤄지는 단계까지 가면 세금이라는 별도 장치보다는 이를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독일 통일을 예시로 많이 드는데. -전 교수 독일과 남북 관계는 절대 비교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동독은 북한에는 없는 자유로운 선거와 독재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 그리고 교회가 있었다. 동서독 통일 과정 역시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연방으로 들어간 것인데 우리는 자꾸만 장벽 붕괴만 떠올리고 있다. -박 연구위원 1972년도 동서독기본조약이 나오기 전부터 독일은 교류협력의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 이미 100만 명의 주민이 왕래했었다. -전 교수 오히려 중국과 대만의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더 알맞다고 본다. 형식적인 민간교류이긴 했지만 상거래를 했고(통상), 우편 거래(통우), 통신과 항공이 오갈 수 있었다(통항). 경제협력 단위를 차츰 늘리면서 지금은 투자까지 가능한데, 우리도 이 단계를 거쳐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는 통일이 북한을 위한 것이고, 남한이 퍼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많은데. -전 교수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이익이 있겠지만, 성격이 다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경제적, 물질적 이익이 커진다면,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나 폭력, 모순이 해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을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잖은가. 한반도 종단,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실제 경험하고 얻게 되는 사유의 확장이나 성숙은 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박 연구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통일세,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을 경제적 이익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통일의 발목을 잡은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이 안 되면 통일을 안 할 것인가. 북한 땅 재개발론 같이 개인의 수입을 늘린다고 접근하면 위험하다. 통일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수익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사회기반 시설의 확충은 사회 전반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안 학회장 남북정상회담 하니까 ‘파주 땅값 얼마나 오를까’ 이런 식으로 경제적 뉴스 많이 나오더라. 벌써 접경 지역 땅값이 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사는 곳은 집값 떨어지니까 그 사람들 살지 않게 해달라는 시위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한다는 것은 결국 남한만 잘사는 통일이다. 남녀별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한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교수 한 학부모님이 저에게 질문했다. 아이가 6학년인데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짓기 숙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통일에 반대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반대한다고 쓰면 점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의 기본 인식이다. 그렇게 쓰면 학교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에게 통일해야 한다고 설득할 논리는 없는 것이다. 통일 교육은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박 대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응답이 계속 바뀌는 것은 통일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현재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학회장 학교에서 통일전망대 같은 데 가서 영상물을 보면, 남북이 싸운 역사를 보여준 다음 갑자기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적이었는데, 지금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애국심이나 민족 등 당위성의 문제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도 윤리를 요구하고 부담감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신선했던 이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밥 먹는 것을 보면서 남북 교류도 결국 사람 간의 교류라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교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자. →네 분은 어떤 형태의 통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나. -안 학회장 지금 당장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우선은 남북교류와 평화적 정착 노력을 먼저 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남북 간에 정보도 오가게 되면 그때쯤 통일에 대한 카드를 슬쩍 꺼낼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표 우리 세대에 통일을 봤으면 한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큰 혼란이 올 게 뻔하다. 지금 3만 5000명 북한이탈주민도 포용하지 못하는 입장인데 통일되면 2500만명, 3000만명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충분한 교육과 교류, 이런 것들이 충족돼야 한다. -전 교수 향후 20~30년에 대한 설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통일 방안에 공통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통일에 대한 철학에 기반을 둔 큰 계획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서 논의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인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두 집단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도 교류 협력이 1단계인데, 그 이전에 0단계로서 제도적 평화 체제가 완성돼야 한다. 정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