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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댓글 공작 지휘’ 조현오 前경찰청장 오늘 소환

    경찰 ‘댓글 공작 지휘’ 조현오 前경찰청장 오늘 소환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경찰의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친정인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4일 조 전 청장에게 5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조 전 청장은 재직 당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경찰청 보안국 등 각 조직의 경찰관들에게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사이버 여론 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출석 요구에 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보안국, 정보국, 대변인실 등에 재직한 전·현직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댓글 공작을 지시한 윗선이 조 전 청장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조 전 청장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기획한 경위, 공작 활동 체계, 댓글 공작을 통해 대응한 현안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수사단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국 요원들은 2010∼2012년 차명 아이디(ID)나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해 일반인으로 가장하고 당시 구제역 파동 등 각종 현안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의 댓글 4만여건을 달았다. 정보 경찰관들도 가족 명의의 계정을 이용해 일반인으로 위장하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1만 4000여건을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댓글 공작에 깊이 관여한 전 경찰청 보안국장 황모씨, 전 정보국장 김모씨, 전 정보심의관 정모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MB 정부 댓글공작 지휘’ 조현오 전 경찰청장, ‘친정’에 소환

    ‘MB 정부 댓글공작 지휘’ 조현오 전 경찰청장, ‘친정’에 소환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친정인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 전 청장에게 오는 5일 오전 9시 경찰청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조 전 청장은 출석 요구에 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청장은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 등 각 조직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경찰관들에게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수사단은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보안국, 정보국, 대변인실 등에 재직한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댓글공작이 조 전 청장을 정점으로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청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 조사결과가 나오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본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어 지난 3월 치안감을 단장으로 한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사건건] 막아라, 은행 ‘재벌 사금고’ 될라… 허하라, 시대착오적 강제규제다

    [사사건건] 막아라, 은행 ‘재벌 사금고’ 될라… 허하라, 시대착오적 강제규제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낮춰야 한다. 대주주가 된 기업의 부실이 은행에 전이되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도 치명적이다.”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자본도 은행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주주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검사·감독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은산분리’를 둘러싼 논쟁은 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쪽에서는 재벌은 은행의 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은 강제적인 지분 제한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둘러싼 다양한 숫자들이 등장한다. 4%가 우리나라 은산분리 규정을 상징하는 숫자라면 9%·25%·34%·50% 같은 숫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길을 터 주기 위한 제각각의 대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끝내 마무리되지 못하고 9월 국회로 넘어온 만큼, 당분간 이 암호 같은 숫자들은 온갖 함의를 머금은 채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기업 주주권 행사 막으려‘ 5%보다 낮은 4%’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에 대한 규정은 은행법 16조의 2에 있다. 일명 ‘은산분리 조항’으로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4를 초과해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산업자본은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없고 설령 지분을 갖더라도 4%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4%는 1994년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법 개정 과정에서 제시된 재무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과점 주주의 담합에 의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가능성과 상법상 5% 이상을 소유하면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및 ‘이사해임청구권’ 등을 행사해 은행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을 감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상장사 지분 5%를 소유할 경우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긴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도 5% 이상을 보유하면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후 지분 변동에 대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산업자본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은행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막으려는 고민 끝에 5%보다 낮은 4%가 제시된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2년 제정된 은행법이 8% 제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절반으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통상 5%, 10%, 25% 등 5의 배수로 한도가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독특한 4% 규정을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9%때 은행지분 늘린 곳 없어… 실효성 논란 은산분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4%’가 잠시 흔들렸던 때가 2009년이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2년차로 규제 완화의 바람이 한창 불던 때였다. 결국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한도에도 손을 대면서 상한선을 9%로 높였다. 다만 당시 제출된 법안들을 보면 대부분 한도를 10%까지 설정해 뒀다. 은행법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일반 동일인에게는 10%까지 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비율을 조정해 양측을 똑같이 대우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측과 기존 4%의 두 배인 8%로 올리자는 주장 등이 뒤섞이면서 9% 한도를 설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4년 뒤인 2013년 국회에서 다시 은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4%로 한도가 재설정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약에서 이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축소를 약속했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심이 된 당시 야당 의원들도 은산분리 강화에 앞장섰다. 은산분리 9% 규칙이 4년 동안만 유지된 채 폐기된 이유다. 또 9%로 지분 한도가 잠시 늘어난 기간에도 은행지분을 늘린 산업자본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2013년 이후 잠잠하던 은산분리 논쟁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설립된 2017년 전후로 다시 불거졌다. 다만 이때부터 지분 한도를 둘러싼 대안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일반 은행의 ‘4% 한도’와는 무관하다. 2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 중 가장 낮은 지분 한도를 제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안이다.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에 한해 25%까지 은행 주식을 갖게 하자는 게 골자다. 당초대로 금융자본이 1대 주주자리를 갖는다면 산업자본은 경영 간섭은 제한되지만 증자에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美, 무조건 25%미만 보유 가능한 것 아냐 ” 이 25% 한도는 미국의 은산분리 규제를 차용한 측면이 크다. 미국은 은행지주회사법에 따라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5% 미만으로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해놨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5~25% 사이에서는 당국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무조건 25% 미만으로 보유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5%가 조금 넘는 지분을 갖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에 들어간다. ●국회 문턱 못 넘은 인터넷은행법 향방 주목 지난 8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지분 한도 34%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법에는 실패했다. 다만 34% 한도가 25%, 34%, 50% 규칙 중 중간에 위치하고 금융위원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여전히 합의 가능성이 높은 비율로 여겨진다. 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등장하는 34%는 산업자본에 2대 주주 자리를 보장해 최소한의 경영권을 인정하면서 1대 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상법에 보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3분의2(66.66%)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3분의1(33.33%)에 1%를 더한 34% 지분을 갖게 되면 특별결의에 언제든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별결의는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인수합병(M&A)이나 정관을 바꾸는 것처럼 큰 결정을 말하기 때문에 지분 34%를 확보해 비토권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전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강석진·김용태 의원이 제시한 50% 지분 한도는 사실상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별도 지분보유 규제 없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규제안과 유사하다. 이 중 김 의원 안을 보면 모든 비금융주력자에게 은행 대주주가 되는 길을 열어 주면서도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공여는 차단해 뒀다. 진입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34%든 50%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경영권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8월 국회의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점엔 여야가 공감하는 만큼 올해 국회 통과는 유력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최종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분 한도 논의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아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어느 선에서 정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서울광장] 더 담대한 세제개혁을 기대한다/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더 담대한 세제개혁을 기대한다/이두걸 논설위원

    2009년 초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책을 내놨다.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 등 최대 250만원의 세금을 깎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누구도 재벌 특혜 논란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망하는 줄 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천하’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려 미국 정부의 긴급 자금에 연명하고 있었다. ‘공공기관 대졸 초임 30% 삭감’ 같은 정책도 버젓이 시행될 정도였다. 당시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유일한 동아줄은 재정건전성이었다. 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0%를 크게 밑돌았다. 이후 4대강 사업 등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 비율은 39.5%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빚을 지면 후세가 고생한다’는 간명한 진리를 누구나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부는 내년부터 확장적 재정정책을 본격화한다. 급격한 고령화나 통일 등을 감안했을 때 나라 곳간은 충분히 채워져야 한다. 향후 경제가 더 나빠졌을 때 예금처럼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적금을 당겨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고용 부진과 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데다 서비스업 등 산업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어렵다고 무조건 지갑만 닫는 건 하수(下手)의 정책이다. 제대로만 쓴다면 재정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국가채무를 GDP 대비 45% 수준으로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권고할 정도다. 나라 살림의 최선은 쓸 돈은 쓰면서도 곳간은 튼실히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덜 쓰거나 세수를 통해 돈을 더 많이 거두면 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나라 가계부인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세수 확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년 국세수입은 지난해 법인세 인상 등의 효과로 11.6% 증가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증가율이 4% 초반대로 뚝 떨어진다. 통합재정수지가 2020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를 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중산층을 뺀 고소득층만의 증세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2016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소득수준별 세 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소득세율 3% 포인트 인상을 ‘초고소득층’, ‘중산층 이상’, ‘전 계층’에 적용했을 때 각각의 세수 증대 효과는 6.3%, 23.7%, 8.6% 등으로 분석됐다. 내년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 추정치가 대략 55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 이상 증세는 13조원, 전 계층은 21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반면 초고소득층만 적용했을 땐 3조원 남짓에 그친다. 소극적인 세제정책은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인 소득 양극화 해소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5.23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대치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실제 소득에서 세금을 떼거나 연금을 지급하는 등 국가의 재정정책이 적용된 뒤의 소득을 말한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균등화 전후 소득 증가율은 각각 10.3%, 10.2%로 변함이 거의 없었다.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재정정책이 상위층을 대상으로는 전무하다는 뜻이다. 고소득층의 소득 급증이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증세는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많이 걷을수록 민간의 경제 활력은 줄어든다.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 보유세 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서민 중산층을 기둥으로 삼는 ‘촛불 정부’의 모습으로는 부족하다. 빈부격차는 천정부지로 벌어지고 아파트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창업 욕구는 떨어지고 출산은 미루기 마련이다. 증세는 더이상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중부담 중복지를 통한 보편적 복지가 필수적이다. 복지확충 없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서민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현실을 이미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다행히 앞으로 1년 9개월간 선거가 없다. 중산층 이상의 보편증세를 위해 여론을 설득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래야 집토끼도 떠나지 않으면서 우리를 튼튼히 만들 수 있다. 더욱 담대한 개혁을 기대한다. douzirl@seoul.co.kr
  • ‘종부세 강화’ 카드 꺼낸 이해찬… 2005년 집값 트라우마 벗을까

    ‘종부세 강화’ 카드 꺼낸 이해찬… 2005년 집값 트라우마 벗을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급등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30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카드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가 10여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민생 현안 대책을 논의했다. 가장 논의가 뜨거웠던 주제는 부동산 문제였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동향을 보면 필요한 조치를 즉각 해야 한다”며 “특히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은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강력하게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하겠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강력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권이든 지지율을 출렁이게 하는 화약고 같은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종부세 트라우마’와 겹쳐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이던 시절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과세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부과기준이 개인이라 해당자가 많지 않아 조세저항이 적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로 낮추고 가구별 합산으로 기준을 바꿔 중산층의 반발이 컸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고 결국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종부세가 부유세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과세 기준과 과세율을 대폭 낮추면서 누더기 법안이 됐다. 최저치를 기록한 취업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 문제를 이대로 뒀다가는 2년 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때문에 정부는 집값을 잡고자 지난달 6일 6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을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별로 0.1~0.5% 포인트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과 맞물려 서울 지역 집값이 급등하게 됐다. 따라서 이 대표의 종부세 강화 발언으로 향후 민주당이 주도해 정부의 발표안보다 과표 기준과 세율이 강화된 종부세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에서 부동산 과세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종부세 강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이날 당·정·청 논의에서도 종부세율을 몇%로 하겠다고 확정하진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투기적 요인 제거를 선제적으로 하자는 의미였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장관 인사 5명] 이재갑 고용부장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고용정책 한우물

    이재갑(60)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고용 정책을 다뤄 온 전문가다. 학자 스타일에 조용하고 말수가 적지만, 소신이 강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상관으로 고용부 공무원들은 회고한다. 다만 반(反)노동 성향의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직을 수행해 개혁의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시 26회 ▲고용정책과장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파견 ▲고용부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대학원 대우교수
  • “나는 북파 공작원, 암호명은 ‘흑금성’…남북합작 애니콜 CF광고 성사시켜

    “나는 북파 공작원, 암호명은 ‘흑금성’…남북합작 애니콜 CF광고 성사시켜

    북파 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 ‘공작’의 실제모델 박채서(64)씨를 만났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북한 핵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채 중국과 북한을 무대로 활동한 안전기획부의 대북공작원이다. 1997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으며 이효리, 조명애가 나온 최초의 남북합작 광고도 성사시켰다. 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과 영화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했다.→영화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아내와 큰딸이 교도소로 면회 와서 내 얘기를 CJ에서 영화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고 하더라. 처음에 거부했다. 단순 용기만 갖고 할 수 없는 일 아니냐. 그런데 이미경 부회장이 원치 않던 외유를 나가야 할 정도로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도 영화 제작을 하겠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수감 중 작성한 노트기록이 토대가 됐다. →리 참사(영화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리명운의 실재 인물)는 어떤 사람인가. -리철은 북한의 몇 안 되는 자본주의 전공자다. 김일성대를 졸업했으며 박사논문이 `박정희의 경제개발 정책’이다. 1954년생으로 나와 동갑이라 쉽게 친구가 됐다. 리철은 아들이 둘이고, 나는 딸만 둘이다. ‘사돈 맺자’는 농담도 했다. →2005년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나오는 남북합작 광고인 애니콜 사업 전에 추진하던 ‘남남북녀 결혼작전’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지금 못지않게 힘들었다. 대량 탈북자가 나오고, 이에 북한이 반발해 미사일을 쏘는 등 대화가 안 됐다. 햇볕정책을 계승했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자문요청이 오더라. 북측은 미사일 쏘다가 평화 모드로 가려면 명분이 필요하다며 이벤트를 만들자고 하더라.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개막식에 북측 기수단으로 와 한국에서 인기 있던 조명애를 내 지인 중 한 분이 며느리 삼고 싶다고 말한 게 생각나 추진하게 됐다. 베이징에서 양가 상견례도 했다. 그런데 국정원이 방해했다. 신랑 어머니를 만나 ‘조명애는 기쁨조인데 결혼이 웬 말이냐’고 한 것이었다. 이벤트 무산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 3일 뒤 고영구 원장이 기관보고를 했던 것 같다. 비슷하게 나를 비난하는 보고에 대통령은 노발대발했다. 이 사건으로 원장은 강력경고 조치를 받고, 나머지 주요 간부들은 인사조치됐다. →결혼 무산으로 애니콜 광고는 힘들었겠다. -공작 실패에 대비해 늘 예비 계획을 세운다. 남남북녀 결혼작전이 무산되면서 내가 하면 또 국정원이 방해하니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해 애니콜 광고는 성사됐다. 삼성을 소개받았다. 다 돼 있더라. 감독이 차은택씨였다. 모델은 이효리고. 최고기업, 최고상품, 최고모델 콘셉트였다. 나머진 북한 몫이었다. 그런데 제동이 걸리더라. (광고 촬영지인) 상해로 갔는데 조명애가 도저히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 결혼이 미뤄진 충격으로 밥도 안 먹고 말이 없더라. 마음병을 앓은 것이다. 조명애는 ‘평양의 신데렐라’였다. 갑자기 남쪽으로 시집가야 하는 상황에 가족회의를 열고 “나 하나 시집가서 우리 가족이 잘산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더라. 그런데 남자를 만나 보니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딱딱한 북한 남자와 달리 함께 놀러 갈 때 손도 잡아주는 등 싹싹한 매너남이었다. 게다가 시아버지 될 사람은 핸드백, 신발, 바바리 코트 등 온갖 명품을 다 사줬다. 가족 용돈도 따로 준비하고 예술단 단장, 부단장 선물도 따로 줬다. 조명애가 예비 시아버지를 만난 다음날 무용단에 출근하면 그날 오전 업무는 마비된다고 하더라. 서로 옷 입어 보느라고 말이다. 예술단 부탁으로 20인승 출퇴근 버스도 사줬다. 2년간 쓸 타이어와 유류비도 지원했다. 촬영이 힘들 것 같아 시아버지가 될 뻔한 사람을 급히 오라고 했다. 이 양반이 오자, 소파에 말없이 앉아 있던 조명애가 벌떡 일어나 달려가 우는데,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우리도 다 울었다. 촬영은 일주일 동안 약 먹이고, 알로에 바르고, 얼굴 뾰루지 등은 화장술로 커버해서 끝냈다.→조명애는 그 이후 결혼했나. -소설 잘 쓰는 언론에서 북한군 장교와 결혼했다는데 거짓말이다. 완전히 폐인 됐다. 원래는 광고 찍고 나서 식당 같은 것을 마련해 중국에서 살게 할 계획이었다. 제가 2010년 보안법 위반사건으로 체포되기 전까지 들은 얘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떤가. -1997년 6월에 만났다. 유순한 편이다. 예능을 좋아해서인지 독하지 못하다. 김정일이 후계자를 정할 때, 자기 닮아 순한 김정철 대신 독한 김정은을 시켰다. →한·미 합동부대 있을 때 미군과 업무 협조는 잘됐나. -처음 3개월간은 많이 싸웠다. 양주 선물 등 온갖 유혹을 거절하고 한·미공조의정서에 따라 원칙대로 일했다. 오산공군기지는 통제가 안 된다. 전용기가 아무거나 싣고 온다. 나 보고 골프용품 거저 줄 테니까 하라고 하더라. 당시 골프채 등은 비쌌다. 안 했다. 결국 미군이 나를 인정해 미 대사관 등 우리나라의 어떤 미국시설도 24시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통행카드를 주더라. 이게 네 장뿐인데 대통령, 국방부 장관, 안기부장과 내가 받았다. 미국이나 북한을 나쁘게 버릇 들인 건 우리다. 우리나라에 ‘까만 눈 미국인’이 많더라. 미국에 가지도 않고 시민권은 갖고 있더라. 거래하기 위해서다. 각계각층에 다 있더라. 대학원 석사과정 때 일인데 조선 주둔 일본대위가 쓴 일본어로 된 비망록을 봤다. 명망 있는 독립운동가들은 회유작전에 바로 서약서 쓰고 넘어와 실망하게 되는 반면, 갖은 고문과 협박에도 굽히지 않는 조선인에 대해서는 존경한다고 적고 있더라.→북한의 정보수집력은 어떤가. -신상옥·최은희가 1978년에 납북됐다가 8년뒤 탈북했는데 당시 수사관들이 물었다. 베를린영화제 참석 때 왜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북 정보력에 겁이 나 애기 못 했다고 했다. 하루 전 남한 대통령이 결재한 것이라며 서류를 보여 주는데 실제로 그 날짜에 결재한 서류였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를 믿어야 할지,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는 거다. 사례를 더 들자면 1999년 평안북도 금창리에 숨겨진 지하 핵시설이 있다고 보도되면서 난리 난 적이 있다. 우리 공작원이 조선족을 시켜 흙을 파니, 우라늄이 검출됐다는 것인데 미국도 이를 믿은 것이다. 미국이 현장사찰을 했으나 핵 관련 움직임은 찾지 못했다. 빈 동굴뿐이었다. 왜 그랬냐. 북한 역공작에 당한 거다. 북한에서 돈 주고 우라늄을 넣어준 거다. →1994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사업에 미국의 공작이 있었다는 건 무슨 말인가. -북 핵무기 개발 자료를 1992년에 내가 입수했다. 미국 장비 등의 지원을 받아서 알게 된 것이라 미국에 보고했다. 난 당연히 그 사항이 김영삼(YS) 대통령에게도 보고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됐더라. 당시 YS는 북한에 쌀을 주려고 난리 칠 때였다. 만약 핵무기 개발 사실을 알았다면 막았다고 본다. 이어 1994년에 북핵 위기가 벌어진다. 북한의 신포에 한국형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데 재원의 70%인 32억여 달러를 우리가 부담한다. 여기엔 미 중앙정보국의 공작이 있었다. 평양을 다녀왔다는 한 재미목사가 YS에게 긴급 보고를 한다. 북이 서해 5도를 잠수함으로 봉쇄, 무력으로 점령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YS는 재미목사를 잘 만났다. 대통령이 놀라 해군참모총장을 긴급호출하고 제주도가 제일 취약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어 북측의 회담 요구를 받아들여 경수로 건설사업비를 떠안는다. 미국이 YS가 재미목사를 잘 만나주고 위기의식, 안보 개념이 없다는 걸 알고 공작한 거다. 서해 5도는 수심이 낮다. 잠수함 봉쇄가 말이 안 된다. 첩보 가치도 없었다. 보안이 최고 생명인데 어떻게 재미목사가 기습공격을 아느냐. →이명박 정부 시절, 북에서 대남파에 대한 공개 처형이 많았는데 우리 측에서 움직임이 있었나. -대남파는 빨치산세력에 맞설 실용주의자들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30~40명씩 공개 처형 등 다 숙청됐다. 숙청 자료를 우리 정보기관에서 줬다. 과거 10년 동안 남북교류하면서 뒷돈 준 자료를 다 준 거다. 한 예로 본명이 권민인 권영욱이라는 김일성대 나오고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항상 북측 대표단장으로 나온 유연한 사고의 실용주의자, 그 친구도 날짜별로 돈 받은 게 나와 숙청됐다. 사는 아파트 바닥을 파 보니 비닐에 쌓인 8만 달러 꾸러미들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대남파들이 결딴나면서 북한 내 강경파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 것이다. 난 절대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그런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본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대책·무대응이었다. 기본적으로 미국을 통한 정책이었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전에 북한에서 정책실패는 한 번도 없었다. 화폐개혁은 가진 자들의 돈을 뺏으려고 한 거다. 장성택도 모르게 말이다. 20분의1로 화폐가치를 낮췄다가 한 달 만에 원상복귀했다. 기득권세력의 저항 때문이었다. 개혁 전에는 베이징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김정일이가~”라고 말하면, 이 사람들이 눈알을 부라리며 반발했다. 그러데 화폐개혁이 되자 “개XX” 등 욕이란 욕은 다하더라. 뭘 의미하느냐. 화폐개혁 실패라지만, 기득권이 흔들린 거다. 볼셰비키 혁명, 중국 공산당 혁명 주도세력은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엘리트다. 모택동은 호남성 제일갑부였다. 형식만 노동자, 농민이지 가진 사람, 엘리트 그룹이 주도했다. 북한의 엘리트 변화를 우리가 뒷받침해야 한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전망은. -미국은 북이 비핵화하면 제재를 풀겠다는 것인데 북은 점진적으로 비핵화하자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못 받겠다고 한다. 일방적 행동 강요는 강압이다. 북 강경파들이 절대 받지 않는다. 김정은이 맘대로 못한다. 김정일은 아버지로부터 정식 후계자 교육을 받고 17년간 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당·정·군의 인사를 다 했다. 그런데도 김일성 사후 주석궁에 바로 못 들어갔다. 왜냐하면 호위총사령부는 자기 사람들이 아니라 반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2~3년 만에 아버지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해 지지기반이 약하다. 빨치산 세력은 손 못 대고 군부, 문화계 등 분야별로 중간층 중심으로 100인 그룹을 만들어 자신의 호위세력으로 만들었다. 이 그룹이 200인으로 늘어났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 눈에 벗어나면 김정은은 죽는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997년 북풍 공작 막아 DJ정권 탄생 기여·盧정부 땐 비선 활동… 6년간 ‘옥살이’

    1990년대 안기부 대북공작원 박채서(64)씨의 암호명이다. 박씨는 충북 청원 출신으로 1977년 육군 제3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대학에 진학한다. 1990년 소령으로 국군정보사령부 한·미합동공작대에서 일하다 1993년 안기부 공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중국 베이징에서 리철 대외경제연구원 심의처장 등 북한 측 인사들과 접촉하며 신뢰를 쌓아 북한에서 광고를 촬영하는 사업권을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회사 이름으로 따낸다. 1997년 6월엔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다. 1996년 4월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의 신한국당이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를 제치고 승리한 요인인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가 안기부 공작에 의한 것임을 알고, 이듬해 대선 국면에서 벌어진 북풍 공작을 막아 김대중 정권 탄생에 기여한다. 하지만 1998년 3월 당시 권영해 안기부장과 이대성 해외공작실장 등이 김대중 정부와 거래하거나 협박하려고 짜깁기해 만든 이른바 ‘이대성 파일’이 언론에 나오면서 그해 6월 안기부에서 퇴직당한다. 박씨 자신도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이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비선으로 활동한다. 2005년 삼성 애니콜 광고는 박씨가 기획한 남북협력사업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6월 군 기밀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긴급체포돼 6년간 옥살이를 하고 2016년 6월 출소했다. 한·중 합작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이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딸 둘이 있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진선미 여가부 장관 후보자…여성 인권 관심 가져온 재선 의원

    진선미 여가부 장관 후보자…여성 인권 관심 가져온 재선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변호사 출신 재선 의원이다. 전북 순창 출신으로 1996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김형태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덕수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5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여성인권위원장을 맡았다. 변호사로서는 BBK 사건 관련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정봉주 전 의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패널 김어준·주진우씨 등을 변호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법률 담당 원내부대표를 맡았고, 국가정보원 수사권 폐지와 국회 통제 강화를 위한 개혁 법안 7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법안, 경찰 물대포·차벽 사용 제한 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동갑 지역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초반 당 적폐청산위원회 간사를 맡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실정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후반기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여야 협상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올해 3월 재산 변동 신고에서 마이너스 12억 9000만원을 기록, 20대 의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채무만 17억 9000만원에 달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병우와 맞섰던 이석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에 관심 집중

    우병우와 맞섰던 이석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에 관심 집중

    30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된 이석수(55)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석수 신임 실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의 ‘최고 실세’인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면으로 맞서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우병우 전 수석의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 간 서울 강남역 땅 특혜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이석수 신임 실장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상대로 강력하게 어필했고, 이 과정에서 한 언론 매체가 “이 전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우 전 수석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취지로 보도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신임 실장은 “의혹만으로 사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아니었느냐.”며 맞섰지만 결국 관련 보도가 나간지 13일 만에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MB내곡동 사저) 특검, 특별감찰관 등을 역임하면서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인 그런 측면을 높게 산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에 들어가서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개혁작업을 해야 될 때도 있는데, 그를 위해서 필요한 덕성을 보유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이 신임 기조실장은 전임자인 신현수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수료 동기(18기)로 22년간 검찰에 재직하면서 대검 감찰 1·2과장과 춘천ㆍ전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다뤘던 이광범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를 지내기도 했다. △1963년 서울 △상문고등학교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등검찰청 △법무법인 승재 대표변호사 △초대 특별감찰관 △법무법인 이백 변호사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중요한 일 하는 직원 연봉 더 주고, 숙련도 따라 차등 지급

    중요한 일 하는 직원 연봉 더 주고, 숙련도 따라 차등 지급

    공공기관장 각계각층서 추천받아 선발 MB·박근혜 정부서 확대된 공모제 폐지 경영평가, 절대평가 도입·혁신지표 신설 4차 산업 등 혁신성장 분야 성과에 가점정부가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방향’의 핵심은 공공기관장 선임 방식과 임금 체계에 대한 개편이다. 공공기관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적임자를 기관장으로 뽑기 위해 공모제에서 추천제로 전환한다. 가만히 있어도 연봉이 쑥쑥 오르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일하는 만큼 월급을 받는 직무급제로 바뀐다.현행 공공기관 경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기관장 후보자를 모집할 때는 공모를 하거나 공모와 추천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 추천을 받더라도 공모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모제가 여러 장점도 있지만 기관장으로 유능한 분을 모시고 싶은데도 본인이 공모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에 주저해 아예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추천제로 운영하면 각계각층으로부터 적임자를 추천받아 기관장으로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장 인사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확대된 공모제가 간판을 내리게 됐다. 기재부는 기관장 후보를 누가 추천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 호봉제는 직무급제로 개편한다. 한 공공기관 안에서도 업무량이 많거나 중요한 일을 맡은 직원에게는 연봉을 더 주고,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보면 월급을 덜 주는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 숙련도에 따른 차등 지급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숙련도가 많이 오르는 업무 초기에는 연봉도 많이 올려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최대 관심사인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도 바꾼다. 지난해 말 사회적 가치 등을 중심으로 1단계 개편을 한 데 이어 상대평가로 등급을 매기는 현 제도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혁신지표도 신설된다. 4차 산업 등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낸 기관에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이 혁신성장 등 미래 대비에 힘써 달라”면서 “특히 교통, 에너지 등 공공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통해 공공 데이터의 공유와 개방에 공공기관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주무 부처의 갑질도 막는다. 우선 부처마다 산하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각종 지침과 규정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정은 삭제·수정해 공공기관에 대한 사전 규제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공공기관 호봉제→직무급제로 바꾼다

    공공기관장 공모제→추천제로 전환 文대통령 “공공성 강화가 혁신 첫발”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공공기관장 선임 방식을 공모제에서 추천제로 전환하고 호봉제인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장 모집은 ‘무늬만 공모제’라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 인사’ 때문에 유능한 적임자를 뽑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 부총리는 29일 강원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투명·공정한 임원 인사를 위해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하고 감사·비상임감사 등 견제 직위 결격 사유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호봉제 체계는 직무 중심으로 뜯어고친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업무특성과 직무가치 등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김 부총리는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워크숍에 참석해 행한 모두발언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혁신에 임해 주길 바란다”며 “기관 본연의 업무를 중심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특권과 반칙, 비리로 얼룩진 일부 공공기관 행태에 대해 고강도 혁신을 주문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성과를 효율과 수익 극대화로 평가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패러다임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몇몇 공공기관은 국민 편이 아니었고 오히려 특권과 반칙의 온상”이라며 “조직 명운을 걸고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며 “더이상 비리·부패로 좌절과 실망을 줘선 안 되며 정부도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뼈아픈 것은 이런 일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것으로 공공기관의 평가에서 효율과 수익 극대화를 우선에 뒀던 정부와 사회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공성 강화를 혁신의 지향점으로, 양질의 일자리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으로 삼도록 했다. 나아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한 경제 체질 개선에도 선도적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혁신성장의 마중 물이 돼야 한다”며 에너지 신산업·스마트팜·스마트시티에 대한 지원·투자 활성화와 공공기관의 데이터·시설 공유를 통해 혁신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하도록 주문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MB·조현오 등 책임자 처벌” “정부, 소송 철회 결단 내려야”

    “MB·조현오 등 책임자 처벌” “정부, 소송 철회 결단 내려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밝힌 28일 쌍용차범국민대책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을 살인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쌍용차 노조 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내린 장대비는 하늘에 있는 동지들이 통곡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복직 및 명예회복,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쌍용차 전 대표와 실무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고노동자 김선동씨는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철회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 ‘손잡고’도 “청와대는 손배 소송 철회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나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경찰청에만 맡길 수 없는 문제”라면서 “청와대가 전략적 봉쇄 소송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 소 취하에 준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먼저 소신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옛 권위주의 정부처럼 청와대가 먼저 지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찰청장이 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청와대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쌍용차 위법 진압 MB 청와대가 승인

    [서울신문 보도 그후] 쌍용차 위법 진압 MB 청와대가 승인

    조현오, 경찰청장 패싱 靑과 직접 접촉 경찰관 50명 투입해 댓글 여론전까지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농성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 작전을 승인한 당사자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압 작전을 지휘한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부터 ‘경기 평택 쌍용차 파업 사건’을 조사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경찰 측에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8월 10일자 1·4면 보도>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쌍용차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것을 대비해 파업을 강제로 진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회사 측도 긴밀히 협조했다. 경찰은 또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댓글부대’를 조직해 인터넷에 노조원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을 올렸다. 7월부터 공장 봉쇄, 단수·단전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취한 경찰은 8월 4일 노조가 점거한 공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진압 작전을 보고받지 못했던 강 청장은 “노사 간 협상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둘 필요가 있다”며 작전 중지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조 청장은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에 직접 전화해 작전 승인을 받고 다음날인 5일에도 재차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강 청장과 조 청장에 대한 조사에서 청와대가 진압 작전을 최종 승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왕년엔 세제실, 요즘엔 예산실… 기재부 별들의 ‘센터 전쟁’

    왕년엔 세제실, 요즘엔 예산실… 기재부 별들의 ‘센터 전쟁’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예산실은 정부 부처 안에서 최고의 ‘라이벌’ 실국으로 꼽힌다. 행정고시 재경직 중에서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기재부 안에서도 가장 경쟁 의식이 큰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일단 출신부터 경쟁 관계다. 기재부에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마피아)와 ‘EPB’(경제기획원의 영문 약자)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모태인 기획처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 탄생했다. 재무부는 세제와 국고, 금융, 통화, 외환 정책을 담당했다. 기획처는 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확대·신설되면서 예산과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맡았다. 두 부처는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다시 나뉘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기재부로 합쳐졌지만 여전히 간부들에게는 출신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세제실은 ‘세피아’(세제실+마피아)라는 별명까지 따로 갖고 있는 재무부의 대표이고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예산실은 EPB의 얼굴이다. 최근 세제실은 부진하고 예산실은 잘나간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실장의 장·차관 영전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면서 “과거 세제실장은 장관·부총리까지 올랐는데 최근에는 예산실장이 차관 이상 승진에서 승승장구”라고 말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세제실장의 면면은 화려하다. 강만수, 윤증현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냈다. 김진표 전 실장은 앞서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세제실장 출신이다. 이 시장은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은 물론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장관까지 맡아 ‘직업이 장관’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김영룡 전 실장 뒤로는 세제실장이 중앙부처 장·차관으로 영전하는 명맥이 끊겼다. 실장으로 옷을 벗거나 차관급이지만 기재부 외청인 관세청장, 조달청장이 마지막 자리였다. 예산실장은 기재부 2차관 등 정무직 승진의 ‘보증수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방문규 전 복지부 차관,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모두 예산실장·2차관 출신이다. 세제실 몰락의 원인으로 ‘폐쇄적 조직 구조’가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실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나가질 않는다”면서 “세법 전문성은 장점이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고 말했다. 세제실에 전통 세제맨은 넘쳐나지만 경제정책 전반을 꿰뚫는 경제통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재부에서 세제실은 1차관이 담당하지만 1차관은 주로 EPB 출신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 출신이 맡는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재무부에서는 거시경제 업무를 그나마 세제실에서 할 수 있어서 승진에 유리했다”면서 “EPB와 합쳐진 뒤로는 경제정책국에서 경제정책방향에 넣을 각종 세제 지원 대책을 만들라고 하면 갖고 오는 등 경제정책국의 2중대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고 밝혔다. 세제실 안에서도 이런 문제를 절감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이상 세제통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실이 그동안 세수 확보를 위해 보수적으로 세법 개정에 임했지만 최근에는 부서 간 협의에서 세제 지원 방안을 먼저 발굴·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제실 직원들 사이에서 김병규 세제실장이 꽉 막힌 정무직 승진길을 뚫어 주길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 실장은 세제실 법인세제과장, 재산소비세정책관 등을 지내 세제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예산실 교육과학예산과장, 주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등도 맡았다. 세제실과 예산실의 경쟁은 체육대회에서도 재미난 에피소드를 남겼다. 이석준 전 실장이 예산실장으로 부임한 2012년 예산실 간부들을 불러 첫 회의를 할 때 업무가 아닌 체육대회 관련 지시부터 내렸다. 이 전 실장은 “올해 축구에서 세제실을 꼭 이겨야 한다”면서 “세제실 연습 경기를 비디오로 찍어 분석하라”고 명령했다. 세제실은 전통의 축구 강호로 체육대회 종합우승을 도맡아 왔다. 그해 체육대회에서는 예산실이 세제실을 축구에서 꺾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세제실이 2차관 산하로 편입됐는데 당시 예산실장인 이 실장이 2차관에 오르면서 예산과 세제를 총괄해 ‘슈퍼 차관’으로 불렸다. 그는 당시 업무가 너무 많아졌다면서 이 별명에 대해 “슈퍼 차관이 아닌 ‘슬퍼 차관’”이라는 농담을 했다. 기재부 2차관에게 예산에 세제까지 몰아줘서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세제실은 1년 5개월 만에 2차관 산하에서 1차관 산하로 돌아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조현오, 상관 건너뛰고 직접 MB청와대에 ‘쌍용차 강제진압’ 승인

    조현오, 상관 건너뛰고 직접 MB청와대에 ‘쌍용차 강제진압’ 승인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파업 농성을 진압한 경찰 작전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최종 승인해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진압작전을 지휘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랑 경찰청장의 반대도 무시하고 직접 청와대와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차 노조 파업농성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경찰청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조현오 경기청장, 경찰청장 무시하고 청와대 접촉해 작전 승인받아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파업농성 강제진압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특히 이 진압 계획은 사측과 긴밀한 협조를 거쳐 수립됐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당시 경기청은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체포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 상세한 계획을 진작부터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명으로 ‘인터넷 대응팀’을 꾸려 온라인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렸다. 오프라인에서도 당시 시위용품 사진 등을 전시하는 등 경찰이 여론전에 적극 나섰다. 그해 8월 4~5일 경찰측공대를 투입해 이뤄진 강제진압 작전은 당시 경기청이 상급기관인 경찰청을 건너뛰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용노동담당 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여전히 노사협상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제진압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이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작전을 승인받은 것이다. 강희락 전 청장은 8월 4일 경찰 병력이 쌍용차 공장 안으로 대규모 진입할 당시 경기경찰청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보고받지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본청과 경기청 간의 의견 대립, 청와대 승인 등은 강희락 전 청장과 조현오 전 경기청장 등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최루액 섞은 물 20만ℓ 살수…테러 진압하듯 작전 당시 파업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을 향해 사용했다. 또 헬리콥터를 저공 비행시켜 하강풍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노조원을 해산하는, 일명 ‘바람 작전’도 펼쳤다.특히 농성 대응 과정에서 헬기에 물탱크를 장착, 최루액 원액 2000ℓ를 섞은 물 약 20만ℓ를 공중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혼합살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다. 조사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에 쓰여야 할 대테러장비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점, 시위를 해산하려고 헬기로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이 같은 위법행위에는 직권남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또한 사측 경비용역과 파업에 불참한 구사대가 파업 노조원과 시민단체, 가족대책위 회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찰은 쌍용차 노조가 파업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들을 추모하려고 설치한 대한문 분향소에서 열리던 각종 행사와 집회, 기자회견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기도 했다.조사위는 경찰청에 이번 심사 결과에 대한 의견 표명과 사과를 권고했다. 노동쟁의에서는 노사 간 자율 교섭을 원칙으로 하며, 경찰력은 최후적·보충적으로 투입하고, 경찰력 투입 결정 절차의 투명성 보장 방안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경찰이 진압 작전 당시 입은 각종 물적 피해 등과 관련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 6900만원 규모의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조사위는 노사 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당시 청와대가 경찰 물리력을 이용해 해결하려 한 사실이 있는 만큼 정부도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피해를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사위는 “이번 사건은 노사 자율 원칙으로 해결돼야 할 노동쟁의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결될 때 생길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잘 보여준다”면서 “향후 경찰력이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될 때 경계할 선례로 기억되기로 바란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종석 “UAE, 비공개 MOU 국회비준 요구 보도 뜬금없다”

    청와대는 28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한 비공개 양해각서(MOU)의 군사협정 전환 및 국회 비준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은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조만간 통화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칼둔 청장이 국회 비준을 계속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가 외교적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아침 (현안점검회의에서) 임 비서실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뜬금없다’는 것이었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이어 “임 비서실장은 기존의 상황에서 변화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느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UAE 순방을 다녀왔다. 당시 한국과 UAE의 포괄적이고 다양한 협력관계가 탄탄히 구축됐다”며 “그중에서도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고, 국방·외교와 관련해서는 차관급의 ‘2+2 전략대화 채널’이 구축돼 양국 간 국방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UAE 측과 비공개 MOU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진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임 비서실장의 발언이 답이 되리라 생각한다. 양국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타결이 지어진 이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일절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임 비서실장과 칼둔 청장의 통화는 추진 중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통화의 주된 내용은 UAE 왕세제의 방한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기금 고갈’ 프레임에 갇힌 국민연금…국민불신 차단 고강도 조치

    ‘기금 고갈’ 프레임에 갇힌 국민연금…국민불신 차단 고강도 조치

    정부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것” 정부 부채로 잡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국부펀드 지위 상실…과세면제 사라져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반대의견에 무산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언급한 것은 ‘기금 고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고 국민 불안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급 보장 명문화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낸 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불식하고 싶다”며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거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조를 같이 했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논쟁이 일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법에 명시된 지급 보장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각각 2조 3000억원, 1조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금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은 우리처럼 거액의 적립금을 쌓지 않고 해마다 보험료를 받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급 보장이 필요 없다. 논란이 거세지자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추상적인 내용일지라도 지급 보장 명문화를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급 보장 명문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지급 보장 명문화 시도가 있었지만 기재부가 “국민연금이 정부 부채로 잡히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 재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정부 자산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 지위를 유지할 수 없어 미국 등 해외 국가가 제공하는 과세 면제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상적으로 지급 보장을 하면 더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할 것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중병(重病)이 되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는 개혁안 중심의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지급 보장 명문화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기본 원칙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시대변화에 탈바꿈한 이산가족 상봉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6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상봉 때 이산가족들은 가족끼리만 식사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 등 이전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났다. 이전 정부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달라진 남북관계가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에서도 명맥을 유지했으나 지금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납북자·국군포로 상봉 문제로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07년 제8차 남북 적십자회담 때는 남측 언론이 ‘납북자·국군포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북측이 “이런 식으로 하면 회담 진행이 어렵다”며 우리 측 대표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하던 우리 언론의 방송 테이프에 ‘납북자’, ‘나포’ 등의 표현이 들었다는 이유로 방송 송출을 중단시키고 개별 상봉을 7시간 동안 지연시킨 일도 있었다. 2005년에는 상봉행사를 지원하는 북측 보장성원(진행요원)이 상봉장에서 남측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비롯한 특수이산가족들이 상봉하는 테이블에는 북측 보장성원들이 배치돼 대화에 관여한 일도 있었고, 북측 이산가족이 각종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고 나와 체제 선전을 해 남측 가족을 아연실색하게 하는 일도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장면이 줄었다. 이전보다 정치색이 상당 부분 배제된 게 특징이다. 북측은 이번에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배려해 동선을 최소화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탈바꿈한 셈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에 시작됐다.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란 이름으로 남과 북의 이산가족 각각 50명이 서울과 평양을 방문했다. 이후 남북은 1989년 2차, 1992년 3차 고향방문단 협의를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활기를 띤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다. 초기 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서울과 평양에서 교환방문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4차 때부터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자리 잡았다. 남북은 2005년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화상상봉이란 새로운 형태의 이산가족 상봉을 시도하기도 했다. 남측은 서울을 비롯한 7개 지역, 북측은 평양의 특정 장소를 지정해 화상으로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했다. 눈앞에 있으나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안타까움에 이산가족들은 더 몸서리쳤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상봉장에서 북측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대면상봉처럼 만나서 정을 나누지 못하다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나마 화상상봉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7년 이후 중단됐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oul.co.kr
  • 공정위·국세청·금융위·靑 4급 이상 퇴직 후 100% 민간기업 취업

    공정위·국세청·금융위·靑 4급 이상 퇴직 후 100% 민간기업 취업

    김앤장·삼성 등 대형로펌·대기업으로 타 부처는 10~20%가 공기관·학교 근무민간기업 재취업 국방부 최다 248명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민간기업 취업 비리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준 가운데 대통령실(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합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국세청, 금융위원회를 퇴직한 고위 공무원(4급 이상)들이 100%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인사혁신처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4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모두 1394건을 심사해 1226건(88%)에 대해 취업 가능·승인을 결정했다.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한 곳 가운데 민간기업은 85.0%(1042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9.6%(118건), 학교가 5.4%(66건)로 집계됐다.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이런 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해 취업 가능·승인 결정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26명), 대통령실(21명), 국세청(16명), 금융위(15명)의 경우 민간기업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 공무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취업 심사를 통과한 공무원 모두가 민간기업에 재취업했다. 재취업 규모가 비슷한 다른 부처들은 10~20%의 공무원이 공공기관이나 학교로 재취업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주로 태평양·광장·김앤장 등 대형로펌, SK·삼성·현대 등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 재취업이 가장 많았던 부처는 국방부(248명)였다. 국방부 퇴직 공무원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 업체나 군인공제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우이엔씨에 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찰청(69명)과 검찰청(69명), 대통령비서실(49명), 국가정보원(46명), 감사원(42명), 외교부(40명), 법무부(39명) 순이었다. 특히 검찰청과 법무부를 더하면 지난 5년간 민간기업으로 간 법조 고위공무원은 108명,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대통령실 등 청와대도 79명의 고위 공무원이 민간기업에 재취업했다. 군 출신이 대거 재취업한 방위산업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퇴직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곳은 삼성전자(16명), 김앤장 법률사무소(16명), 법무법인 광장(8명), KT(7명) 등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이 다수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수사와 조사,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 공정위, 국세청, 금융위와 정부 정책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감사원 출신 공무원에 대한 민간기업의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공정위 사례에서 보듯 취업을 강요할 수 있는 힘 있는 부처나 기관이기도 하다”면서 “형식적인 재취업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공정위의 취업 비리를 계기로 정부와 공공기관 퇴직자들의 재취업 행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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