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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찰총장은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습니다.”4일 오전 11시, 대검찰청 기자단에 급작스런 공지사항이 전달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비공식적으로 결정 취지를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바로 30분 뒤에 열겠다는 통보도 함께였습니다. 하필 이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도 진행되고 있어 법조기자들은 매우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러웠죠. 통상 대검이나 법무부와 같은 기관은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있으면 미리 기자단에 상의해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보도를 중지하는 것) 시간을 정합니다. 그러나 이날 결정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뤄졌습니다. ‘전면 폐지’라는 큰 결정이 얼마나 급박하게 공지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개소환을 폐지한다고? 윤 총장의 지시사항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검찰은 그간의 수사공보 방식과 언론 취재 실태 등을 점검하여,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검찰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제 역할과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공개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총장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하였습니다.”간단히 요약하면 ‘미리 검찰 소환 대상과 소환 시간을 알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사실, 즉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피의사실공표죄’는 엄연히 존재하죠. 다만 수사기관의 공보 원칙을 규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제17조 예외적 실명 공개 조항에 따르면 오해의 방지 또는 수사 및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실명과 구체적인 지위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소속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등 ▲정당의 대표, 최고위원 및 이에 준하는 정치인 ▲대규모 공공기관의 장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명시된 금융기관의 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등이 그 대상입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검찰은 사전에 소환 일시를 밝히는 ‘공개소환’을 하고, 언론은 그에 맞춰 검찰청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합니다. 앞서 언급한 세 고위공직자들은 안전 유지 차원에서 모든 기자들이 다가가진 않고 미리 선정한 기자 1~2명이 대표로 질문하지만, 일반적인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소환자를 둘러싸고 여러 질문을 던지는 풍경으로 기억됩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장면이겠죠. ●폐지, 언제부터 준비했나? 사실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시작했던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입니다. 그전에도 문제제기는 있었으나, 이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법행정권남용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공개적으로 소환됐죠. 나아가 피의자뿐만 아니라 참고인 신분에 불과했던 현직 법관들도 포토라인에 서야 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공보준칙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언론 상에 얼굴까지 공개되진 않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기소되지 않은 법관들까지 포토라인에 서야 했죠. 이에 판사들을 중심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수사대상이 되니까 갑자기 문제 삼느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권보호 차원에서 포토라인이 폐지돼야 한다는 쪽이 많은 설득력을 얻었죠. 전임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포토라인을 본격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공보준칙 변경에 나섰습니다. 비록 본격적인 시행까지 나서진 못했지만, 사전 준비작업을 상당히 끝마쳤습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체제에 들어서 본격적인 공보준칙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검찰도 이를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데 법무부가 공보준칙을 완성 짓기도 전, 이날 대검이 갑작스럽게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선언하고 나선 겁니다. 대검은 윤 검찰총장 취임 직후 준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라는 문장을 통해 법무부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선제조치는 먼저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죠. 대검 관계자는 별도로 “시행 가능한 인권보장 정책은 바로 즉시 시행 가능하도록 발표하고, 일선에서 실행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공개소환 폐지는 공보준칙 개정이 없더라도 검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미죠. 문제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황제소환’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현관이 아니라 수사관과 함께 직원들이 사용하는 지하통로를 통해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비공개 소환이었던 것이죠. 이후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출석 8시간 만에 다시 비공개로 검찰청사를 빠져나갔습니다. 정 교수는 현재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입니다. 일반 피의자들 대부분, 특히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현관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히 ‘특혜’라고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는 수차례 더 예고돼 있고, 나아가 조 장관 본인 역시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 교수는 5일에도 비공개로 재소환됐죠.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공개소환 전면폐지안은 결국 조 장관 일가 수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이 같은 지적을 했지만, 대검 관계자는 ‘계기가 무엇이든지를 떠나서’ 인권보장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자 시행한다고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원활한 조 장관 수사를 위한 발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와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 수사를 검찰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일컫는 ‘깜깜이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검은 ‘공개소환 전면폐지’라는 큰 방향으로 향후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세부방안은 추가로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고 인권친화적인 검찰로 거듭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카와조에 아이 지음, 윤재 옮김, 니케북스 펴냄)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기계언어 전문가인 저자는 대량의 데이터에서 추출한 통계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논리적인 추론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음성 언어 처리의 원리와 대화형 AI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빗대 소개한다. 380쪽. 1만 8000원.세금 폭탄,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강국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노무현 정부의 ‘세금 폭탄’,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박근혜 정부의 ‘서민 증세’ 논란까지 조세 정책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는 영역이었다. 서울신문 기자인 저자가 조세 정책이 언론 프레임에 따라 어떻게 제약되고 강화되었는지를 종합 일간지 사설 517건을 바탕으로 확인했다. 368쪽. 1만 8000원.래디컬 마켓(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박기영 옮김, 부키 펴냄) 불평등, 경기 침체, 포퓰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 세계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전면 재설계를 주장하는 저작. 세계적인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은 독점·불균형 시장의 대안으로 경매 제도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 시스템을 제시한다. 472쪽. 2만 5000원.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북스 펴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 낭만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눈앞에 펼쳐진 그림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림이 되기까지의 과정, 화가의 삶과 다른 이들의 감상까지 아우르는 17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424쪽. 1만 8000원.맨해튼의 반딧불이(손보미 지음, 마음산책 펴냄) 2011년 등단한 이래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하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 가는 작가의 짧은 소설 모음집. ‘잃어버린 7시’를 찾아주는 탐정부터 고양이 도둑, 불행 수집가까지 20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치 않은 결말에도 소중했던 기억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불완전한 우리와 닮았다. 240쪽. 1만 3500원.호재(황현진 지음, 민음사 펴냄) 2011년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무책임한 부모 대신 고모 내외에게서 성장했으나 지금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여성 ‘호재’와 무능한 아버지들의 세계에서 희생을 자처한 여성이자 호재의 고모 ‘두이’의 시선과 회고로 구성된다. 208쪽. 1만 3000원.
  •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1기는 굵직한 거대담론 집중, 2기는 피부로 느끼는 실사구시”“법무부에선 수사 오해 없게 개혁해야 수사 뒤 본격 개혁될 것”“촛불 때 檢 제대로 작동했으면 국정농단 없었을 것 인식 퍼져”“특수부 축소 檢 자체방안 서울중앙지검은 남아 있어 두고 봐야”“3~4개월 집중 권고 후 나머지 기간은 이행 점검 주력할 것” 김남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오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찰개혁이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개혁위를 이끌겠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2일 서울신문과 만나 법무부와 청와대의 지속적인 검찰개혁 메시지가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개혁위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수사에 신경 쓰지 않고 권고안을 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무부에선 (수사 관련)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고, 실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브레인’ 역할을 맡는 2기 개혁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3~4개월 내로 주요 권고를 마친 뒤 나머지 기간은 실제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데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기와 2기 개혁위의 차이를 ‘거대담론’과 ‘실사구시’로 설명했다. 1기 활동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입법 절차가 필수적인 굵직한 검찰개혁에 집중됐다면 2기 활동은 대통령령 개정, 법무부령 개정 등 법무부가 독자 시행할 수 있는 검찰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인 김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1기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개혁위는 지난달 30일 1호 권고안으로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개정 실무작업 착수를 의결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놓은 ‘특수부 축소’ 방안에 대해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혁안을 신속하게 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부가 여전히 건재하고, 사실상 특수부 역할을 하는 형사부 일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비직제부서도 있기 때문에 언제든 특수수사를 이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기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2기에선 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법무·검찰 개혁 분야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선 사법위원장을 지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기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실현된 부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2기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이루는 것이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위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발대식에서 ‘1기에서 충실한 권고를 했기 때문에 2기가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1기에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1기 활동은 이론적으로 따지면 거대담론에 가깝습니다. 수사권조정을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국회 통과가 필요한 굵직한 개혁안들이죠. 그래서 1기 위원들이 열심히 논의해서 개혁안을 권고했는데, 권고안을 수용할지는 또 법무부의 몫입니다. 실제로 국회에 가있는 법안들은 저희가 권고했던 내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고, 여전히 미이행된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면 2기는 1기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2기는 ‘실사구시’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에 주안점을 두려고 합니다. 대통령령, 법무부령 등 개정을 통해 조직과 인원을 바꾸려고 합니다. 특수부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은 대통령령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입니다.” -2기에선 현직 검사들을 포함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검찰 내부 의견은 검사가 잘 알기 때문에 제가 포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무래도 형사나 공판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권고안을 만드는 데 실무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직 검사들과 민간 위원 간에 시각도 다를 것 같습니다. “네, 차이점이 있습니다. 민간 위원은 검찰 권한 축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죠. 반면에 검사들은 검찰인사의 불공평성, 상명하복으로 인한 의견 제시의 어려움 등을 주로 얘기했습니다.” -천 전 장관님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개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혁위로선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라 수사를 신경 쓰지 않고 권고합니다. 다만 법무부에선 그런 부분은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법무부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고요.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에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여정부 때와 지금의 검찰개혁 환경이 어떻게 다를까요? “참여정부에 힘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당시엔 검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이 훌륭하다는 말도 나왔잖습니까. 당시 검찰이 정치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렇게 검찰개혁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죠. 이는 인식부터 잘못됐습니다. 권력기관, 특히 검찰처럼 권력이 집중된 조직은 스스로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특히 외부 개입이 힘든 조직은 내부 논리가 강하기 때문에 검사들 스스로도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지금은 검찰개혁 동력이 강해졌다고 보시나요? “그때보단 훨씬 강해졌죠.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집회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이번엔 다시 서초동에서 촛불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검찰 특수수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절차는 분리돼야 합니다.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재판은 법원에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죠. 문제는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꺼번에 쥐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까지 갖고 있죠. 마치 군주국가처럼 권력 분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권을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사법통제를 하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기소하는 등 특수수사가 ‘적폐청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인데요. “검찰개혁 문제는 좌우에 따른 차별이 있어선 안 됩니다. 적폐청산 수사도 결국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들이 진행했습니다. 그 수사에서도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관계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거라고 봅니다. 좌우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검찰 특수수사는 지양돼야 합니다.” -어제(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를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개혁 방안을 낸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알 수 없습니다. 특수수사 비중은 서울중앙지검이 제일 크고, 나머지 검찰청들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3개 특수부를 남기더라도 힘을 더 키울 수도 있고요. 또 형사부를 특수부처럼 운영하거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처럼 비직제부서를 특수수사 팀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대검이 제대로 특수수사를 줄일 의지를 갖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특수부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앞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해온 부정부패범죄와 금융범죄 수사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수사를 갑자기 멈춰버리면 공백이 발생하겠죠. 그래서 현행 수사권조정안에서도 일정 영역에선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으로 남겨놓고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론 검사가 직접수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야겠죠.”-점차 직접수사 권한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흐름인데요. 경찰에서 같은 폐해가 발생하진 않을까요? “기소권은 어디까지나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는 이뤄질 것이라 봅니다.” -수사종결권은 경찰에 있는 방향으로 법안이 짜였는데, 사법통제가 가능할까요? “사실 1기 개혁위에선 수사종결권을 검찰에 줘야 한다는 권고를 냈습니다. 경찰이 불기소하더라도 사법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권고안과 달리 실제 법안에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담겼지만, 그럼에도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권고안에 ‘형사부와 공판부로의 중심 이동’도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적인 이목을 끌기 쉽고, 대형 정치사건 등 ‘거악 척결’ 차원에서 훨씬 검찰권력을 발현하기 쉬운 부서이기 때문이죠. 또 과거엔 권력기관에 가까이 있는 공안부가 더 강했고요. 그에 비해 형사부와 공판부는 검찰 본연의 일이라 할 수 있는 기소권과 공소유지에 충실하지만,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떨어져 있죠. 개혁위는 형사부와 공판부로 중심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많은 권고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갈 계획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법무부가 검사에 대한 1차적 감찰권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검 자체적으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법무부는 2차적 감찰권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외부에서 감시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만 감찰이 이뤄지면 특정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거나, 속된 말로 ‘묻어버릴’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개혁을 위해선 법무부가 감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고를 넘어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은 ‘이행 여부’가 감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국정원의 경우 개혁발전위원회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위원을 남겨 이행 상황을 계속 보고받았습니다. 저희도 3~4개월 집중적으로 권고안을 내놓고, 그 뒤에 필요하면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자 합니다.” 글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소주성 전환 필요” vs “민부론 분석 틀려”… 경제정책 공방

    野 “국민 67% 한국 경제 위기로 인식” 與 “전 정부 때문에 잠재성장률 저하” 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등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은 이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악화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질의와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0%가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고, 경제 상황이 나빠진 원인으로 48.9%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꼽았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도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8월 취업자가 45만명 증가했다고 내세우지만 이는 지난해 8월 2500명과 비교한 기저효과의 결과이자 세금으로 만든 파트타임·알바·노인 일자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의 정책이 자리잡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야당도 이를 지켜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은 잠재성장률 저하 원인을 이념 문제, 좌파 정책, 복지 퍼주기로 진단했지만 원인 분석이 틀렸다”면서 “잠재성장률 저하를 가져온 총요소생산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반 토막이 났는데, 이때 실질적인 연구개발(R&D), 경제혁신을 못 하고 오로지 ‘4대강 삽질’, 토목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포용성장의 취지를 보면 1~2년 만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노조는 존재 조건상 ‘친기업’… 양극화된 노동운동 통합 필요”

    “노조는 존재 조건상 ‘친기업’… 양극화된 노동운동 통합 필요”

    한국의 노사문화는 전투적이고 대립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이정식(58)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노사문화를 피상적으로 바라본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산별노조 체제가 자리잡은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노사관계가 형성돼 있다.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는다는 점에서 노조는 태생적으로 기업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언저리다. 노조가 기업보다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강성노조에 날개를 단다’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총장의 논리는 오랜 노동운동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수십년간 몸담은 그는 정책본부장, 사무처장 등을 거치면서 한국노총의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2017년 4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일문일답.-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와 재단을 이끌어본 소감은. “시골 농사꾼의 아들로 자랐다. 재수해서 81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부모님 등골이 많이 휘었을 테다. 아들이 판검사가 되어 그동안의 온갖 설움을 날려달라는 부모님의 바람도 있었겠다. 하지만 서울에 와보니 느낀 점이 많았다. 내가 특별한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인 거라.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자연스레 학생운동도 한 것이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끌려갔으며 누군가는 분신투쟁하던 시절이었다. 살아 있으면 공장으로 많이 갔다. 농민운동도 고민했다. 앞으로 산업사회에서 노동이 중요하다고 봤다. 노동운동이 건강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을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을 몸소 거치면서 갖게 된 신념은 ‘상생과 협력’이다. 내 메일 아이디가 ‘윈윈메이커’(winwinmaker)다. 노총에 있을 때도, 정부부처 정책보좌관을 할 때도, 잠시 대학 강단에 설 때도 신념대로 움직였다. 그동안은 주로 조언하는 역할이었다. 직접 기관을 이끌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직원들의 고용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갖게 된다. 재단으로 넘어오는 위탁사업은 많은데 예산과 정원은 정해져 있다 보니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임기 중 이뤄 낸 성과는. “사회적 대화가 잘 안 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가 크다. 재단은 노사정이 합의해서 노사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라고 만들어졌다. 지역마다 노사미래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민주노총 산 하 전국보건의료노조를 초청해 2013년부터 사회적 대화를 이어왔다. 보건의료의 핵심 쟁점은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이다. 인력 충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노조는 산별이지만 사용자인 병원은 대학병원, 대형병원, 의료원 등 다양하다. 병원급마다 노사 대표를 주기적으로 모이도록 해서 쟁점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 그 결과를 가지고 각 정당을 찾아서 60만명의 인력을 충원하는 것에 대한 답변을 얻어냈다. 사회적 대화로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4년마다 열리는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세미나도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했다. 노동분야 학술올림픽대회라고 할 정도로 석학들이 모인다. 한국노동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실상을 알리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의 노사문화를 평가한다면. 전투적이고 대립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나치게 왜곡돼 있다. 기업별 노조다. 노사관계가 기본적으로 협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도 망한다. 우리나라에서 노조를 얘기할 때에는 어느 회사에 취직했으며, 그 회사가 얼마만큼 괜찮은 회사인지 등도 함께 보게 된다. 그런데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없다. 힘의 우위는 사측이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조는 존재 조건상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일부 대기업에서 전투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는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으면서 가격을 하청업체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으로 가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를 제외한 대부분 노사문화는 협조적이다” -문제나 개선점은.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사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중구조다. 노조와 노사관계가 개별화, 양극화돼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 노조와 그렇지 못한 많은 기업의 노조는 분명 다르다. 이는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평등과 통합, 연대를 지향해야 하는 노동운동이 저마다 고립된 것이다. 이를 완화해야 한다.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낮은 신뢰와 높은 불신을 해결하는 열쇠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가 노동계의 뜨거운 이슈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공익위원안이지만 그래도 근사하게 만들었다. 국회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노사는 물론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이 완승, 완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조는 전략전술을 잘 짜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도 7~8년 전에 나온 얘기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려다 보니 합의가 안 되고 자꾸 늦어진 것이다. 이번이 가장 좋은 기회다. ILO 회원국으로서 국제적인 책임도 있다. 서로 만족스럽지 못해도 노사관계의 위험요소는 제거하고 가야하는 것이 맞다. 다만 국회가 불안하다. 이것을 차분하게 다뤄서 처리할 것 같지 않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강성노조에 날개를 단다’는 주장도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다른 나라들을 보라. 경찰도 노조를 만들고, 외교대사도 조합원인 세상이다. 그 나라들이 과연 망했나? 그렇지 않다. 국제기구의 회원조직이 된다는 것은 그 규범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당장 망할 것 같아도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기업별 노조에서 칼자루는 사측이 가지고 있다. 일부 노조에서 실력을 자꾸 과시하는 이유도 달리 보면 힘이 없다는 방증일 수 있다. 노조를 너무 극단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사문화를 믿고 서로 상생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단 운영 계획은. “재단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노사가 협력하는 사업장을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임 정권에서 친기업, 친시장 논리로 가면서 재단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방치된 측면이 있다. 다른 회사나 조직이 본받을 만한 모범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곳곳에서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사의 상생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으려면 노사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노사발전재단은 협력적 노사관계 발전 등 고용문제 전문서비스 제공 노사발전재단은 기업의 협력적인 노사관계 발전과 자율적인 일터 혁신 기반 조성, 중장년 경력 개발 및 전직 지원 등 다양한 고용노동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06년 노사공동의 정책사업 추진을 위한 재단 설립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고용노동부,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했다. 기업에는 스마트 공장을 비롯한 일터혁신컨설팅, 노동자에게는 근로단계별 경력 개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노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홍보하고 해외 투자기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 경실련 “文정부 아파트값 상승폭 최고”

    경실련 “文정부 아파트값 상승폭 최고”

    강남 25평 기준 5억 1000만원 급등 “20년간 한 푼도 안 써야 겨우 한 채”최근 20년간 집권한 5개 정권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년 동안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값은 평당 78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6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노동자 임금은 월 121만원에서 292만원으로 겨우 2.4배가 됐다.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별 서울 아파트값 시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난 20년 동안 서울 강남권 17개 단지와 비강남권 17개 단지의 아파트 가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최근 20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장 컸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2017~2019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평당 2034만원, 25평 기준으로 5억 1000만원 급등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내림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강남 아파트 가격은 평당 4207만원이었지만 임기 말에는 3575만원으로 632만원 하락했다. 20년간 강남권 아파트는 1999년 평당 876만원에서 2019년 8월 6511만원으로 7.4배가 됐다. 비강남권 아파트는 687만원에서 3064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노동자 임금은 1999년에 비해 약 170만원(1.4배) 올랐다. 고용노동부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1999년 노동자 평균 임금은 121만원, 지난해 평균 임금은 270만원이다. 올해 평균 임금은 292만원으로 추정된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2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 중간 가격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실련과 민주평화당은 현 정부에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전면 실시, 보유세 강화 등을 촉구했다. 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투기를 조장해 집값을 상승시킨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 시민들이 건 기대가 높았지만 현 정부에서도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을 위한 주거안정책과 투기근절책은 시행되지 않고, 오히려 다주택자 규제 완화로 투기세력의 집사재기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경율 “조국 비판 눈 감은 참여연대, 본연 임무 망각한 것”

    김경율 “조국 비판 눈 감은 참여연대, 본연 임무 망각한 것”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으로부터 여러 석연찮은 의혹들이 제기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김경율(회계사)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시민단체는 권력감시기관으로서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현재 참여연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그 전에 공동집행위원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경율 회계사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연대가 조국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단 한 줄도 발표하지 않은 일을 비판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조국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를 운용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최대주주였던 2차 전지업체) WFM의 감사보고서를 봤다. 또 법인 등기부등본과 유료화된 신용정보, 많은 언론들이 가지고 있는 제보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언론사보다도 더 깊게 공부한 상태다. 그렇게 봤을 때 조국 장관의 임명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경율 회계사는 “‘개인적으로 조국 장관이 사퇴하는 것이 맞다. 다만 참여연대의 이름으로 (논평이) 나갔을 때 회원 탈퇴가 이어질 것이고, 항의 전화가 많이 올텐데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따라서 조국 장관 사퇴라는 의견은 내지 말되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건의를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WFM은 조국 장관의 5촌 조카(구속)와 관련이 있다.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코링크의 대표 이상훈씨 등과 함께 WFM 등 투자처의 자금 약 50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경율 회계사는 또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본연의 임무”라면서 “조국 장관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 분에 대해선 더 강하게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참여연대 출신들(참여연대 출신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입을 막고 어떤 감시 행위도 하지 않는, 눈을 감고 넘어가는 행위가 지금 참여연대 안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조국 장관이 국민 앞에 제대로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논평조차 발표하지 않은 참여연대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보고 징계를 하겠다고 공표한 일에 “저는 참여연대에 20년 넘게 있었다.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앞서 김경율 회계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 것에 비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때 사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고 평가했다. 이날도 김경율 회계사는 “저 역시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과 20년 가까이 싸워왔다. 그런데 과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온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라면서 “저는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김경율 회계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가 기억하는 것만 MB 구속, 사법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등을 처리 내지는 처리하고 있다”면서 “전자가 불편하냐, 후자가 불편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의 교수, 변호사 및 기타 전문가들, ‘권력 예비군’,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 예비군’들 모두 더럽고 지저분하다”면서 “이 위선자들 구역질이 난다. 입말 열면 ‘개혁, 개혁’. 촛불혁명 정부에서 권력 주변을 맴돈 거 말고 한 게 뭐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김경율 위원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참여연대의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이 글은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해 온 사람들에 대한 폄훼로 볼 수 있어 김경율 위원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국당, 개천절 대여 투쟁 집회 강행…“150만명 모일 것”

    한국당, 개천절 대여 투쟁 집회 강행…“150만명 모일 것”

    자유한국당은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넘어 청와대와 여당 등 여권과 지지 세력을 비판하며 개천절인 내달 3일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제18호 태풍 ‘미탁’이 전국에 영향을 미칠 예정인 가운데 한국당은 대여 투쟁 집회에 150만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은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친문세력은 검찰의 쿠데타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 정권이 사법 계엄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촛불집회를 두고는 “친문 세력이 조국과 이 정권이 저지른 불의와 불공정에는 눈을 감고 도리어 검찰을 겁박했다”며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적폐 청산의 책임자로 내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의 적폐를 들춰내자 마치 소금 맞은 미꾸라지마냥 발악하고 있다”며 “정권이 문 대통령의 홍위병을 앞세워 사법체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이 집권 세력은 결국 헌정질서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며 “사법체제 전복 시도는 정권 전복을 향한 민심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왕적 권한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있느냐”며 “‘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재인 정권은 취임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라”고 촉구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권력을 남용해 범죄자를 비호하려는 것으로, 이는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 정권은 조국 사태로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관제 데모로 검찰을 협박하고 나섰다”며 “수사 개입을 통해 법치주의와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개천절인 3일 태풍 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광화문에서 대한문,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약 15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며 “10월 3일 개천절 범국민규탄집회에서 분노한 민심의 현주소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집회 규모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집회에 200만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대전 인구 150만명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으로서 판타지 소설급으로 뻥튀기하고 선동한다”며 “이때 되면 광우병 선동을 주도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반정부 폭력 시위로 도심을 마비시켰던 세력이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중우정치, 진중권/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중우정치, 진중권/박록삼 논설위원

    진중권(56) 동양대 교수는 TV 정치예능 논객이자 대중적 지식인이다. 1990년대 초반 그가 쓴 3권짜리 ‘미학 오디세이’는 지금까지 80만부 이상 팔린, 뜨거우면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인문교양서다. 시인 김지하(78), 유홍준(70) 전 문화재청장, 시인 황지우(67) 등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각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많았다. 낯설었던 ‘미학’이라는 학문은 진 교수로 해서 대중적 관심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머리 아픈 철학이 실상은 우리가 늘 접해 왔던 소설, 시, 영화, 그림 등 문화예술의 형태를 빌려 우리의 삶과 교직돼 왔음을 확인하며 더욱 그에게 열광했다. 남들 다 보는 베스트셀러가 됐으니 대중 편승 효과도 있었겠다. 대중의 열광과 별개로 학자로서 진 교수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중앙대ㆍ홍익대 등에서 겸임교수를 지냈으나 박사 학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강의가 끊겼다. 이명박 정부 때였다. 권력자 입장에서 사사건건 비판해 대는 그의 존재가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다 2012년 동양대 교양학부 전임교수가 됐다. 벌판을 떠돌며 풍찬의 설움을 겪던 진 교수로선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하나 지은 듯 안정감을 느꼈을 게다. 당시 최성해 총장은 “사회 유명인사를 교수로 임용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을 석좌교수로 들이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에게 석좌교수를 제안하는 등 유명인사들을 대학 인지도 제고에 활용하길 즐기는 최 총장으로서도 ‘윈윈’이었다. 최근 진 교수의 ‘사소한 행위’가 새삼 논란이 됐다. 조국 법무장관에 반대하지 않았던 점을 비판하며 정의당에 탈당계를 냈다가 반려됐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27일 한 토론회에서 “(조 장관이 10여년 전부터 사법개혁 의지를 다졌던 것처럼) 지금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적격자라고 본다”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중우정치로 흘러간다는 것”이라고. ‘중우(衆愚)정치’는 어리석은 대중들이 이끄는 정치 형태를 일컫는다. 아고라 광장에 모여 연설 듣고 의견 나누던 그리스 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들이지만 자칫 제한된 정보와 군중심리로 우중(愚衆)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 말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할 때 흔히 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로 정보와 견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세상이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확증편향, 과잉확신 등 인식의 한계가 있다. 진 교수 책에 열광했던 이들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우리 모두가 ‘깨어 있는 시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합리와 상식에 근거한 판단을 하기 위해 애쓴다. ‘중우정치’라는 단어로 많은 이들의 행동을 뭉뚱그리는 것은 폄훼에 가깝다. youngtan@seoul.co.kr
  • 검찰청 앞 대규모 촛불 집회…“검찰 개혁”, “조국 수호” 외쳐

    검찰청 앞 대규모 촛불 집회…“검찰 개혁”, “조국 수호” 외쳐

    중앙지검-대검찰청 사이 8차선 도로 인파로 채워집회 측 “200만명 모여”…“조 장관이 개혁 완수해야”참가자들 “검찰 스스로 개혁 대상임을 드러내” 비판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적폐청산연대)는 이날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 도로에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참여 시민들은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이들은 “조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6시 공식 행사가 시작되면서 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 왕복 8차선 도로는 몰려든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 측은 집회 시작 뒤 “100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해 발표했다. 이후 집회가 끝날 쯤에는 참여 인원이 2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자체적으로 추산한 참여 인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최근 조 장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개혁 대상임을 자인했다”고 비판했다. 대전의 한 대학 공과대 교수라고 밝힌 50대 참가자는 “두 달 동안 검찰이 보여준 (조 장관 일가) 수사 과정은 문제가 있었다. 개인적 인적사항과 가족 문제를 두고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현직 법무부 장관을 공격하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면서 “이런 식의 수사를 통해 검찰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스스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부 유모(46)씨는 “조국 장관과 가족이 검찰의 칼 앞에 휘둘리는 모습을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왔다. 이 사태 탓에 두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집회 참여 시민들은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조 장관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는 울지 말자, 이번에는 지켜내자.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정치검찰 물러나라! 공수처 설치하라!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의 첫 번째 사회자로 나선 방송인 노정렬씨는 “2004년에는 노무현 탄핵을 국민이 온몸으로 막아냈고, 2016년에는 박근혜 탄핵을 (촉구해) 온몸으로 몰아냈다. 2019년에는 조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5000만 촛불로 지켜내자”고 말했다. 이들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연단에 오른 ‘21세기 조선의열단’ 김태우 단장은 “검찰이 (이명박 정부 때 사업인) 4대강 사업이나 자원 외교 비리, 방위산업 비리 등을 제대로 수사했느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검찰은 정의롭지 않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검찰이 ‘짜장 검찰’, 조폭 검찰’이라는 소리를 국민에게 듣는다면 무능한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또 광주, 청주 등 수도권 외 지역과 독일 등 해외에서 온 시민들도 여럿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검찰 다음은 언론이 개혁 대상”이라며 함께 비판했다. 전·현직 여권 국회의원들도 개인 자격으로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조국의 동지는 (항일운동을 했던) 백범 김구와 독립투사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이다”라면서 “조국은 무죄다. 조국의 아버지는 웅둥학원에서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고, 조국의 딸은 아빠 ‘빽’으로 뒷문으로 (대학·대학원 등을) 들어간 게 아니라 공부를 잘해서 들어간 우등생이며 사모펀드는 사모님(조 장관의 부인) 펀드가 아니라 익성펀드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 평화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검찰은) 조국의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고 정치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성향 시민단체 ‘자유연대’는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서초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힘내라 정의 검찰’ 등 피켓을 들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적폐청산연대 집회에 맞불을 놓았다.그러나 참여 인원은 1000명(집회 측 추산) 정도로 적폐청산연대에 비해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됐다. 자유연대는 ‘조국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치면서 조 장관과 그의 가족들이 사모펀드 의혹과 입시 부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그가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집회 현장 주변에 45개 중대, 25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밀려오는 ‘지방소멸’… 세입 확대보다 광역화·거점 개발 논의 시급

    밀려오는 ‘지방소멸’… 세입 확대보다 광역화·거점 개발 논의 시급

    지난 5월 22일 서울시와 29개 기초자치단체가 ‘서울·지방 상생을 위한 서울선언문’과 ‘서울시 지역상생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중앙정부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역격차 해소에 나서겠다고 자청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민들 반응은 생각보다 우호적이진 않았다. ‘왜 서울시 예산을 지방에 퍼주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서울 등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력과 자원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 국민적 통합 혹은 지역 간 연대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국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지역격차는 런던 시민들은 여타 지역을 귀찮게 느끼고, 여타 지역은 런던에 박탈감을 느끼게 하며 국가적 통합을 훼손했다. 그 결과는 브렉시트라는, 모두가 불행한 시나리오였다.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다. 하지만 두 과제가 상호보완 관계가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이라는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에 비하면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소멸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는 전남 고흥군이 꼽힌다. 추세대로라면 고흥군은 노인층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다가 2040년이면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된다. 이미 2017년 전체 인구 6만 6736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약 36%나 된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인구로 계산하는 ‘소멸위험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89개(39%)를 차지한다. 전국 3463개 읍면동을 기준으로 보면 1503곳(43.3%)이다. 지방소멸을 재정분권에 대입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지자체, 특히 비수도권 시군은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을 8대2에서 6대4로 늘리겠다는 게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방세 비중이 늘어나 교부세가 줄어들면 재정부담만 더 커질 뿐이다. 거기다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농어촌 지자체는 공공서비스 관련 예산 부담 급증으로 예산 효율성이 급감한다. 주민 1인당 지자체 평균 세출액을 비교해 보면 대도시 지역은 약 162만원인 반면 군 지역은 약 737만원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7년에는 약 247만원과 1174만원으로 더 벌어진다. 지역 간 격차 문제 해소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덩치를 적절한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행정구역개편과 거점개발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지방소멸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잘게 나눠진 기초지자체에 1/n 식으로 재정규모를 늘려주는 방식은 지자체 생존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행정구역개편은 역대 정부 모두 추진했던 숙원사업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도를 폐지하고 5~6개 정도 시군을 묶어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대중 정부는 기초지자체를 130~160개로 줄이려 했고 노무현 정부 역시 지자체 통합을 검토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행정체계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자체 간 이해관계, 주민 간 자존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실제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1995년 지방선거 전에 탄생시킨 도농복합도시 39곳을 빼면 사실상 2010년 통합 창원시, 2014년 청주시 정도에 그친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 A씨는 “이제는 더 늦출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등한시하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십년에 걸쳐 굳어진 게 있다. 소지역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헤쳐모여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부산에서 서울 가는 것보다 경남 가는 게 더 힘든 상황에선 자생적인 지역경제권이 불가능하다”며 행정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북 울릉도와 경기 수원의 1인당 세출규모가 1만배나 된다”면서 “기초지자체 단위에선 행정구역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기본 구도로 한다. 이에 대해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원 이사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심각한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킬 수는 없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할 분담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수도권은 어차피 연구개발(R&D) 집약형 산업이 클 수밖에 없다. 대신 비수도권에는 수도권에 비해 매우 취약한 R&D 인프라를 확충해주는 정책과 함께, 그곳의 훌륭한 제조 및 설계 인프라를 상대적 비교우위로 활용하는 다른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수도권은 조선업이나 기계공업 등 R&D만 아니라 설계 및 제조 능력이 중요한 지역 산업 특색을 감안하여 제조업 현장과 연구개발이 가까운 거리에서 상승작용을 낼 수 있는 클러스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2030년 국민소득 5만弗 목표는 현재 성장률 등으로 볼 때 너무 높게 잡아”

    “2030년 국민소득 5만弗 목표는 현재 성장률 등으로 볼 때 너무 높게 잡아”

    자유한국당이 지난 22일 황교안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民富論) 알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민부론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착수했다. 한국당은 민부론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 부문의 올바른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업과 시장 중심’이라는 정책의 선명성을 내세웠지만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과 판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민부론에 담긴 정책이 실현되면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달성 ▲중산층 비율 70% 등 3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빠져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3434달러다. 앞으로 11년 뒤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올해 이후 연평균 약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물 경우 향후 10년간 4%에 육박하는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기저 효과로 성장률이 급등한 2010년(6.8%)을 제외하고 우리 경제가 최근 10년간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전례가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장 유형을 보면 국민소득 1만 달러 증가에 대략 11~12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를 높여 잡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민부론이 제시한 수치의 비현실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5~2.6%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과 자본의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4%대 성장률은 한국 경제가 2000년대 후반에나 가능했던 수치”라면서 “물가와 원화가치 폭등을 전제하지 않고는 4%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국당의 경제전문가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부적절한 정책도 눈에 띈다. 민부론은 가계의 재산축적 활성화 방안으로 “선진국 수준의 주택융자(구입가격의 90% 이상 융자) 제도를 정립한다”고 제시했다. 3억원짜리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를 적용해 2억 7000만원 이상의 대출을 해 주겠다는 뜻이다. 현재 LTV는 40~70%다. 건설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덜 하락했던 이유는 LTV 등 대출 규제 때문”이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국민들의 재산 축적에 도움이 되겠지만 하락 때는 브레이크를 없애 거품이 터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 관련 정책도 친기업을 넘어 반노동적이라는 평가다. ▲노동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법 전환 ▲파업기간 대체근로 허용 등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아예 부정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도 눈에 띈다. 민부론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로 헌법에 못박자고 하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증가의 대안은 생략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한 채 복지 지출을 늘리려면 증세밖에 답이 없는데도 오히려 법인세 등을 줄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의 중심을 정부에서 기업과 시장으로 옮긴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시각이 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시장과 기업 친화적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 이미 한계를 내보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친기업 정책을 그대로 내놓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의료 및 관광서비스 규제 완화와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산업 경쟁력 혁신 부문은 현 정부가 이미 추진하는 내용”이라면서 “결국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민부론’ 꺼낸 황교안… ‘소주성’ 뒤집은 경제처방전

    ‘민부론’ 꺼낸 황교안… ‘소주성’ 뒤집은 경제처방전

    ‘국부 경제’서 민간 중심 전환 4대 전략 2030년 GDP 5만弗·중산층 70% 제시 “실현 방안 부족… 대선 공약집” 비판도 與 “황대표 PT는 극장 우상 퍼포먼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자신의 경제정책 비전으로 ‘민부론’을 제시했다. 지난 6월 황 대표 직속으로 설치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가 마련한 경제정책을 황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공개했다. 지난 16일 삭발한 황 대표는 짧은 머리에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운동화 차림으로 무대에 서서 설명에 나서 아이폰을 소개했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부론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의 원인을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국부 중심의 관치경제로 규정하고 민간이 창출하는 민부(民富)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다. 민부론은 한국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황 대표가 내놓은 첫 경제 비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크고 느린 정부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민부론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병을 치료할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민부론의 목표로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2030년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 달성, 2030년 중산층 70% 달성을 제시했다. 4대 전략으로 경제 활성화,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시장, 지속 가능한 복지를 제시하고, 그 아래에 20대 정책 과제를 내놨다. 대표적 정책 과제로는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은산분리 규제 합리화, 공정거래법의 경쟁촉진법 전환, 최저임금 동결, 대체근로 전면 허용, 해고 법제 완화 등이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제시한 4대 전략 20대 정책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구체적 실현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백화점식 발표 아니냐는 것은 어떤 정책을 발표하면 항상 나오는 지적”이라며 “먼저 할 일, 나중에 할 일을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 세부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황 대표의 민부론을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민부론이라는 말은 ‘국부론’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애덤 스미스가 무덤에서 콧방귀를 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황 대표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에 “‘극장의 우상’을 섬기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애덤 스미스의 권위에 의존해 새로운 이론과 비전으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결국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조국 윤석열 끝까지 싸우라/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조국 윤석열 끝까지 싸우라/이창구 사회부장

    ‘조국’과 ‘윤석열’의 싸움이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조국’은 조국 법무부 장관은 물론 조 장관에 투영된 청와대와 여당까지 포괄하는 말이다. ‘윤석열’ 역시 검찰총장 개인은 물론 한국에서 가장 힘센 집단인 검사 전체를 지칭한다. 양쪽 모두 명분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화력(지지세력)도 든든해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국’ 측의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실시된 전격적인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포 의혹, 청문회 마감 직전의 기습적인 기소만 보더라도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 의지가 확고한 대통령이 최적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이 극렬 반발하는 것 자체가 개혁의 필요성을 웅변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검찰이 정치 영역을 무력화하는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게 이쪽 진영의 생각이다. 반면 ‘윤석열’ 측은 “범죄 혐의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덮으라는 말이냐”고 항변한다. 살아 있는 권력까지 수사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누가 말했느냐고 되묻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도려냈던 특수부의 ‘칼’을 지금 정권에 댈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좌초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 지지를 보낼 기미가 전혀 없는 사람들 중 상당수도 내심 검찰을 응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활을 건 이 싸움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타협을 주문한다. 상대 진영을 향해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양측이 타협·항복 없이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타협은 집권 세력과 검찰 권력이라는 두 기득권의 야합일 뿐이며, 어느 한쪽의 투항은 권력에의 굴복 또는 검찰 개혁의 좌절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조국 사태에서 그나마 건진 건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와 각자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나는 믿고 싶다. 이를 ‘계급’의 자각이라고 해 두자. 말과 행동이 달랐던 ‘조국’을 욕하면서 학벌과 부동산에 찌든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정 정치 진영에 대한 관성적인 지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사회·경제적 자본의 세습과 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 불평등을 확인했으며, 이를 ‘조국’과 ‘윤석열’ 중 어느 한쪽이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다만 불평등 해소라는 장기적 과제와 달리 집권 세력의 도덕성 검증과 검찰 개혁은 양측이 끝까지 싸운다면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검찰은 조국을 둘러싼 의혹은 물론 세간에서 회자되는 집권 세력의 다른 의혹까지도 철저히 밝혀 문재인 정부가 과연 촛불혁명 이후의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검증했으면 좋겠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법무부는 차제에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적당히 나눠주는 수준의 개혁을 넘어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해 검찰 권력을 시민에게 넘기는 개혁까지 밀고 갔으면 좋겠다. 과격한 주장이라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측이 더 처절하게 싸워야 ‘조국’이라는 기득권과 ‘윤석열’이라는 기득권이 조금이나마 해체된다. 기득권을 가져 본 적 없는 대다수 민중은 이 싸움으로 잃을 게 없다. 고속도로 요금소 건물 옥상에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 고용하라”며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는 50대 여성 노동자들에게 50대 ‘386 기득 진보’의 기득권이 아무 의미가 없듯 말이다. window2@seoul.co.kr
  • 정부예산 통계에도 빠진 추가교부금 3년 20조원…지방재정 계산법 틀렸다

    정부예산 통계에도 빠진 추가교부금 3년 20조원…지방재정 계산법 틀렸다

    재정분권은 더 많은 재정권한에만 초점을 맞춘, 중앙에 대항한 지방의 원심력으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초점을 맞춰 보면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과연 지방재정 현황은 파악이 되고 있는가, 그리고 지방은 준비가 돼 있는가와 지자체의 이해관계는 하나인가라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분권을 강조할 때 늘 강조하는 표현은 “열악한 지방재정”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열악한지, 열악한 원인은 무엇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시군과 자치구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재 정책은 시군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또한 지방재정에 가장 부담을 주는 건 낮은 지방세 수입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등 국가정책에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분담하도록 한 게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쏠린다. 정부가 발표한 지방교부세는 올해 52조원 규모다. 하지만 통계에 누락된 실제 액수는 57조원이라는 게 여영국 정의당 의원의 설명이다. 서울신문이 여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2016년부터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서 다음 연도 4월에 세계잉여금을 정산해 지방교부세(지자체)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청)을 추가 교부했다. 그 액수가 2017년 약 4조원, 2018년 약 6조원, 2019년 약 10조원으로 모두 2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추가 교부한 20조원이 결산서 등 정부예산 통계에 포함도 안 되고 국회 보고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추가 교부받은 예산이 결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받은 기관은 장부에 기입하는 데 나눠 준 기관은 기입하지 않는 셈이다. 지자체로선 올해 4월에 추가 교부받은 지방교부세만 5조 2475억원이나 된다. 이는 재정분권 차원에서 지방소비세율 인상해서 지자체에 가는 돈보다도 규모가 크다. 정부 정책을 위한 기초 통계조차 지방재정 규모를 잘못 계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재정분권 방안에 대해 지자체에서도 각기 처지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이다. 가령 지방소비세에서 수도권이 출연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만 해도 인천은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기도는 지역상생발전기금 세율을 모든 지자체에 동일하게 적용하자고 하고, 강원도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의 비율을 높이자고 맞서고 있다. 19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방사무이양에 따라 감소하는 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을 보전하는 방법을 둘러싼 시도별 입장도 천차만별이다. 지자체 사회복지예산 비중을 보면 지자체 간 재정부담 양상이 잘 드러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자체 통합재정개요 자료에서 사회복지예산 비중을 살펴보면 69개 구 평균은 54.8%인 반면 75개 시 평균은 29.9%, 82개 군 평균은 20.7%다. 군과 구 차이가 세 배 가까이 된다. 광주와 부산 자치구 평균은 각각 63.0%와 62.0%인 반면 강원,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은 관내 군 평균이 각각 18.4%, 18.6%, 20.8%, 18.9%, 19.0%에 그친다. 경기 의정부(53.0%)와 경북 문경(21.3%), 부산 기장군(44.2%)과 경북 울릉군(9.2%) 등에서 보듯 동일한 시와 군끼리도 격차가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지자체에선 언제나 돈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일종의 알리바이”라면서 “특히 군 지역은 돈 쓸 곳을 찾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B교수는 “정부에서 재정분권 로드맵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지자체로 가는데 정작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얘기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자체 고위공무원 C씨 역시 “특히 군 지역에서 순세계잉여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초과 세수에 따른 지방교부세 정산분 증가 등으로 최근 지자체 재정 상황이 많이 호전됐는데 그걸 어디에 쓸지를 찾질 못하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자체 재정현황을 보면 82개 군 지역은 결산상 잉여금(2017년 기준)이 평균 1575억원이나 된다. 가장 액수가 큰 경북 울진군은 4717억원, 대구 달성군은 3501억원, 울산 울주군은 2970억원이다. 세 곳만 더해도 1조원이 넘는다. 2000억원 이상인 곳도 12개 군이다. 69개 구의 결산상 잉여금 평균(1028억원)과 비교하더라도 규모가 엄청나다. 최근 전국 지자체에선 타워, 대형 동상, 조형물 추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난데없는 이순신 경쟁이 대표적이다. 경남 창원에선 대발령 쉼터(해발 180m)에 33층 건물 높이인 100m짜리 이순신 동상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예상사업비는 200억원이다. 공교롭게도 경남 통영시 역시 이순신 타워(사업비 300억원) 건립을 검토 중이다. 전남 광양 역시 초대형 이순신 동상을 비롯한 테마거리 사업을 2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이다. 전북 무주는 최근 향로산(해발 420m) 정상에 33m 높이로 만화 캐릭터 태권브이 조형물을 설치하려다 예산 낭비 논란 끝에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지자체 재정 상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축소 등 이른바 ‘부자 감세’에 더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지방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거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하면서도 그 재원의 상당분을 지자체에 떠넘겨 지방재정은 더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국세수입에서 초과 세수가 발생해 지방교부세 정산분이 늘어나고 2018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편성하는 등 지방재정 부담도 줄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文정부 재정분권 정책 계속 후퇴해 실망…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지방세 늘려줘야”

    “文정부 재정분권 정책 계속 후퇴해 실망…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지방세 늘려줘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산하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역임한 윤영진(67) 계명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이 초기 내세웠던 목표에 비해 대폭 후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TF는 2017년 11월 결성된 후 지난해 4월 청와대에 TF안을 보고했다. 범정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지난해 9월 발표됐다. 하지만 윤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반발과 청와대의 의지가 약해진 걸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지방재정 분야 권위자인 윤 전 위원장은 “재정분권은 지자체에 돈만 더 주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도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 문제가 재정분권의 전부인 양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분권TF 활동을 평가한다면. “2017년 11월 재정분권 TF를 구성하고 지난해 4월 TF 차원의 방안을 만들었다. 청와대에 제출하고 나서 제대로 보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당시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TF에서 수립한 방안과 큰 차이가 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 반대가 특히 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재정분권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막상 접해 보니 재정분권을 이해하는 수준도 떨어지고 의지도 부족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많이 느꼈다.” -TF의 논의 내용은 무엇이었나. “토론 끝에 지방세 확충 규모를 20조 3000억원으로 정했다. 개별소비세 일부와 주세까지도 지방에 이양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 문제는 지방세 비중을 늘리면 자동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는 타격이 생긴다. 지방교부세 자연감소분 3조 5000억원을 보전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2.16%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 가운데 생활계정사업도 지방으로 넘기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 공공부문 일자리창출 등 국정과제에 5조원가량 지방이 부담하는 걸 고려하면 지방재정 순 확충은 11조 1000억원 규모로 계산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는 지방소비세 확대와 국가사무기능 이양 정도만 남았다.” -국고보조금 개혁도 오랜 과제다. “국고보조금 재구조화는 결국 국가가 할 일은 국가가 하고 지방이 할 일은 지방이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TF에선 국고보조사업 규모를 6조원가량 줄이도록 제시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세 가지는 국가사업으로 바꿔서 지방재정에 5조 3000억원 규모의 플러스 효과가 생기도록 했다. 사실 국고보조사업 재분배는 중앙부처 안에서도 부처 간 역학관계가 복잡하다. 사무를 지방에 넘기면 부서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사안도 있다. 그런 사안은 청와대에서 조율을 해 줘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제대로 안 됐다.” -성과를 꼽는다면. “물론 국회 논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방소비세율을 순차적으로 10% 포인트 늘려서 부가가치세의 21%까지 늘리기로 한 건 분명히 성과다. 지방소비세는 원래 노무현 정부에서 준비했지만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현 기재부)가 반대해 시행을 못 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취득세 인하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던 제도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정부가 이달 초 2단계 재정분권 TF를 구성했는데. “정부가 발표했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보면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서 재정분권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2단계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다. 총론 차원에선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3까지 한다고 하지만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재정분권 TF 모두 정부 간 재정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립할 다시 없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본다.” -재정분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은. “일차적으로 중앙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당장 기재부는 국정과제를 수행할 예산도 빠듯한데 지방에 줘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다. 지자체끼리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지방소비세만 해도 수도권은 찬성하는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선 사석에서 “분권 싫습니다”라고 할 정도다. 한국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한 나라에선 지방세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까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에선 일단 지방소비세를 4% 포인트 인상했는데 그럼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지자체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아직 공론화되진 않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3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에 정답은 없다. 6대4가 맞니 7대3이 맞니 하는 건 핵심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회, 지자체,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마치 국세와 지방세 비중 문제가 재정분권의 전부인 양 다루는 건 문제가 있다. 재정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정분권은 지자체가 돈이 없어서 추진하는 게 아니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을 더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지방세를 늘려 주고 자율적으로 쓸 수 없는 국고보조금은 줄여야 한다. 재정분권이 의미가 있으려면 돈만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능과 권한도 같이 넘겨줘야 한다. 이는 곧 정부 간 기능을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서대문 최초 3선 성공 ‘복지 구청장’…무장애 안산 자락길 만든 발상의 힘

    서대문 최초 3선 성공 ‘복지 구청장’…무장애 안산 자락길 만든 발상의 힘

    민주화운동을 지원한 회계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서대문 최초 3선 구청장으로 시의원을 포함해 서대문에서만 네 번 당선됐다. ‘복지 구청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민선 5기 초선 시절인 2012년 서대문에서 실시한 동 복지허브화 사업이 현재 서울시 대표 복지 브랜드가 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과 보건복지부의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의 모태가 될 만큼 전국적으로 히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야당 구청장인 그를 청와대로 불러 복지 관련 정부·민간 관계자들에게 복지 강의를 요청한 일화가 유명하다. 2013년 서대문구 중심에 있는 안산을 에둘러 완주할 수 있는 총연장 7㎞의 자락길을 만들면서 유모차나 휠체어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길로 조성한 점도 그의 복지 감각을 보여 준다. 1955년 전남 장흥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광주를 거쳐 서울로 전학해 대광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웅변 실력을 다졌고 대학 시절에는 이념 서클인 목하회를 중심으로 학생운동을 했다. 1978년 졸업과 함께 취득한 회계사 자격증은 민주화운동을 돕는 데 큰 힘이 됐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노사문제협의회 등 당시 국내 대표 노동운동과 시민단체의 회계 감사 보고서를 대부분 작성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 정계에 입문했다. 최민화, 김학민 등 같은 연세대 학생운동(민청학련) 출신들이 그를 정치로 이끌었다. 선거는 일곱 번 나와 4승 3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35세 때 김대중 당시 신민주연합당 총재가 지원한 첫 선거에서 서울시의원으로 나왔다가 민주당이 갈라지면서 고배를 마셨고, 이어 2002년과 2006년에도 서대문구청장에 출마했으나 연거푸 낙선했다. 2010년 민선 5기 때 처음 당선돼 복지에 두각을 나타낸 뒤 내리 3선 고지를 찍었다. 지방정부 수장 모임인 목민관클럽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방분권을 이끌고 있다. ■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1955년 전남 장흥 출생 ▲서울 대광고, 연세대 경영학과 ▲공인회계사시험 합격(1978) ▲서울세무회계사무소 대표(1993~2010) ▲제4대 서울시의원(1995) ▲경실련 예산감시위원(2000~2002)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2016~2017)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2018~현재) ▲목민관클럽 상임대표(2018~현재) ▲현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 ▲민선 5·6·7기 서대문구청장(2010∼현재). 부인 박효숙씨와 1남 1녀
  • ‘조국 사태’ 뒤 소모적 정쟁… 그 뒤엔 바뀌지 않은 친일파 세상

    ‘조국 사태’ 뒤 소모적 정쟁… 그 뒤엔 바뀌지 않은 친일파 세상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난 한 달여 시간을 보냈다. 전 국민이 조국 사태에 매달렸다. 그 상황의 중심에 정부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적대적 대결이 존재했고 그 가운데 조국 사태가 있었다. 특이하고 낯선 광경이지만 비슷한 상황을 2년 내내 겪었다. 그러나 그 전인들 달랐으랴. 정치권의 후진적인 광경을 언제까지 봐주어야 할지 의문이다. 인류사회의 가장 오래된 질문은 싸움에 관한 것인데 한반도는 지난 200년 동안 원치 않는 싸움을 겪었다. 조선 후기의 농민반란과 동학혁명, 망국에 저항한 의병운동, 식민통치하에서의 독립운동과 전시동원 등 형극의 길을 걸었다. 동학혁명 후 자행된 대량 살육과 식민지 말기에 군국주의가 강요한 징병과 징용, 정신대와 위안부 등 전방위적인 수탈은 가혹한 고통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독립으로 보상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해방된 조선은 역사로부터 배신당하고 강대국에게서 배신당했다. 조선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친일파에게 점거되면서 해방의 꿈은 사라졌다. 해방된 조선에서 친일파의 부활은 모든 환란의 원인이었고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구약 말씀을 빌리면 ‘태초에 친일파가 있었다’. 해방으로 일본군은 물러갔지만 친일파로 인해 일본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제1공화국에서 지금의 제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은 거듭 바뀌었지만 친일파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4월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이 군사쿠데타로 무너졌을 때 그 자리는 일본 육사를 나온 박정희가 차지했다. 일본군 장교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음지의 친일 권력은 양지로 확장됐다. 이 상황은 1960~70년대의 박정희 시대를 관통했고 박정희가 사라진 1980년대로 연장됐다. 1990년대에도 무늬만 바뀌었다. 그러므로 친일파 문제는 1945년 이전의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반일종족주의로 드러난 식민지근대화론은 그 하나의 병증에 불과하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비극적으로 되풀이된다. 그래서 역사청산에 거듭 실패했다. 1940년대에는 해방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 반민특위는 해산됐고 애국자가 학살되고 배제된 자리를 친일파가 채웠다. 1960년대에는 4월혁명에도 불구하고 제1공화국을 청산하지 못했다. 1980년대에는 전두환의 광주학살로 박정희를 청산하지 못했다. 1990년대에는 6월항쟁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시대를 청산하지 못했다. 그래도 역사는 발전했고 그 정점에 6월항쟁이 있다. 해방 후 정치는 6월항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특히 정치변동의 경우 1987년 이전의 정변이 6월항쟁 후에는 대통령선거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승만 정권은 4월혁명으로, 장면 정권은 군사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은 부마항쟁 직후 암살로, 전두환 정권은 6월항쟁으로 무너졌다. 모두가 정변이었다. 그러다가 6월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선거가 정치변동의 제도적 계기로 작동했다.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이룬 것이다. 1987년 6월항쟁은 1980년 광주항쟁의 좌절을 7년 만에 성공으로 복원해 낸 희망의 횃불이었고 한국 현대사의 거듭된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다. 그러나 6월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의 첫 번째 결과는 노태우 집권이었고, 두 번째 결과는 3당 합당이었다. 기대에 반하는 두 번의 실패로 전두환 독재는 사실상 살아남았다. 전두환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굴절된 현대사가 살아남았고, 부패 기득권 세력은 반성도 처벌도 없이 민주사회에 정착해 민주화의 혜택을 누렸다. 오늘날의 모순적인 정당체제, 언론체제, 재벌체제, 신앙체제, 교육체제가 그 미완성의 산물이며 소모적인 정치적 대결도 여기서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과 역사청산의 실패, 이 두 가지 언어의 모순적인 조합이 6월항쟁 이후 한국 정치의 갈등 구조를 만들었다. 민주주의 제도는 작동하지만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민주주의를 껍데기로 만드는 상황,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열망은 간절하지만 친일파와 부패 기득권 세력이 압도하는 상황, 정의와 도덕을 향한 의지는 강하지만 불의와 부도덕이 판치는 세상,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끝없이 소모적인 대결, 이것이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한국 정치는 이렇게 구조화된 역사사회적 대결 구조를 여의도 방식으로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표출한다. 이것이 여의도 현실 정치의 민낯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청산하는 과제와 맞닥뜨려 있다. 이 과제는 지난 9년간의 국정 파탄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그 속에 청산되지 못한 현대사가 오롯이 녹아 있다. 두 전직 대통령과 몇몇 측근이 구속됐지만, 중요한 것은 인신 구속이 아니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한계도 있지만, 역사청산에 반대하는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탄핵 이전의 헌정 질서 문란과 탄핵 이후의 정치적 갈등 역시 그 저항의 일환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의 국회는 소란한 동물국회와 무능한 식물국회를 합친 동식물 합동국회로 전락해 버렸다. 삼권의 한 축인 국회에서는 모든 안건이 논란으로 비화하고, 논란은 저급하기 짝이 없고, 어떤 형태의 시시비비조차 가리지 못하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렸다. 국회는 가장 나쁜 사람들의 집합소인 양 타락해 버렸다. 국회가 실종되고 삼권분립체제가 무너진 상황이다. 그 근저에 친일파가 있고 친일파에서 변신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 부패 기득권 세력이 있다. 친일파는 해방 정국에서는 반공주의자로, 군사쿠데타 후에는 경제역군으로, 6월항쟁 후에는 자칭 산업화 주역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뿌리가 친일파이고 근본 속성이 부패 기득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화 과정에서 친일 전력과 부패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은 반공안보 논리에 기대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화가 부패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추상적 이념 대결이나 단순한 정책 대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상을 만들어 가는 본질적인 과정이다. 결국 현대사의 누적된 이 갈등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역사적 대결일지 역사적 타협일지를 결정해야 할 양자택일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는 묵인과 지연이 용납됐지만, 더이상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소모적인 정파적 대결이 계속되면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도 없고 장차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저급한 정파적 대결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역사적 대결론은 확실한 역사청산을 통해서 현대사를 바로잡고 그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역사적 타협론은 부패 기득권 세력이 역사적 과오를 시인하고 우리 사회가 그 반성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공존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그 후의 대통령선거가 역사청산의 마지막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이 역사의 전환기 국면에서 촛불이 혁명으로 발전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촛불은 과거를 태워 미래를 밝힌다. 촛불혁명은 30년 전 거세게 타올랐던 6월항쟁의 횃불을 계승해 6월항쟁의 미완성 의지를 복원하기 위한 혁명으로 자리잡았다. 촛불혁명은 부패 권력의 국정농단에 대한 저항이라는 1단계 현재시제를 표상하지만 아울러 6월항쟁이 이루지 못한 역사청산의 최종적인 종결을 지향하는 과거완료형인 동시에 조만간 다가올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완료형으로서 과거와 미래까지 함축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 2단계와 3단계를 기대한다. 상지대 총장
  • ‘朴정부 무상보육’ 재정 떠맡은 지자체 자율정책 좌초

    DJ 국가사무 232건 지방정부로 이양 盧 지방교부세율 19.13%까지 인상 MB 지방재정 위기, 건전성 강화로 대응 재정분권 논의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부활과 함께 시작된 오래된 과제다. 역대 정부마다 내놓은 정책은 낙제점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금씩 늘어났지만 재정분권의 취지는 잊혀졌고 근본적으로 중앙정부가 핵심 권한을 쥔 채 휘두르는 ‘승자독식’ 구조는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 김대중 정부는 지방자치제도 정비와 지역차별 개선 차원으로 지방분권에 접근했다. 1999년 ‘중앙행정권한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사무 전수조사를 실시해 612건에 이르는 지방이양사무를 확정해 이 가운데 232건을 지방으로 이양했다. 이를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재정분권 정책을 본격 시행했다. ‘지방활력을 통한 분권형 선진국가’를 내걸며 2004년 11월 발표한 지방분권추진 종합계획은 47개 과제를 제시했고 이 가운데 재정분권 관련 과제만 14개였다. 노무현 정부는 ‘내국세의 15.0%’이던 지방교부세율을 19.13%까지 인상했다. 국고보조사업 중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했고 이를 위해 내국세의 0.83%를 재원으로 하는 분권교부세를 만들었다. 담배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를 신설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도 정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나눠 주려는 노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제동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는 소득세·법인세 감세와 종부세 축소를 추진했고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맞물려 심각한 지방재정 위기를 초래했다. 지방재정 보전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했다. 지방소비세로 인한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지방소비세수 중 35%를 재원으로 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만들었다. 지방재정 위기 비판에 이명박 정부는 방만한 지방재정 운용에 책임을 돌리는 ‘지방재정건전성 강화’로 대응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무상보육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지방에 떠넘기면서 청년수당(서울)이나 청년배당(경기 성남) 등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을 억눌렀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대거 들어선 ‘진보 지방권력’과의 충돌로 이어졌다. 재정분권 요구는 ‘부당한 중앙권력에 대항’하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부자감세로 인한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증세는 안 된다는 도그마에 빠져 재정 확충 노력은 부족했다. 재정 악화로 인한 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려 하면서 중앙·지방 갈등이 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두드러진 특정 지역으로의 인사 및 예산 편중 등 ‘승자독식’ 구조는 재정분권론이 힘을 얻는 강력한 배경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의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5개 국장 자리 중 호남 출신은 1명 이상 임명하지 않는다는 ‘호남 쿼터’가 공공연한 규칙이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모 장관은 ‘그러려고 정권 잡은 것 아니냐’는 말을 대놓고 했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지방분권’이라는 이름으로 뒤섞거나 지방분권과 민주화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1990년대 이후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 주민참여 촉진 등 다양한 의제가 모조리 ‘지방분권’으로 뒤섞여 버렸다”면서 “특히 이명박·박근혜 집권기 동안 진보층에 ‘국가’가 혐오의 대상이었다면 ‘지역’은 희망이었다. 이런 경험이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정책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기록관/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기록관/장세훈 논설위원

    조선왕조실록은 1대 태조부터 25대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시간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다. 현재의 청와대처럼 왕을 보필하는 승정원에서 작성한 승정원일기, 사관들이 관리들의 언행을 보고 들은 대로 직필한 사초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대체로 왕이 승하하면 차기 왕 때 임시로 실록청을 만들어 편찬했다고 한다. 진실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한 조치다. 기록은 현세대, 관리와 평가는 후세대의 몫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 말기 고종과 순종의 실록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일제에 의해 첨삭된 탓에 조선왕조실록과 동등한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 기록은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 기록에 대한 작성과 관리가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휘둘리거나 사유화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9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유다. 국가 기록은 공적 자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역사적 변곡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업무 기록에는 보완 지시와 함께 ‘미안합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정책 결정권자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당시 심정까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기록이 정치적 무기로 변질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대통령 기록물 76만 9000여건을 복제해 봉하마을로 가져간 ‘이지원’(e-知園)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기록물 유출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져온 자료는 모두 사본이고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보장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가져간 사본을 반환하며 일단락됐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개관을 목표로 부산 인근에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로 32억여원을 편성하는 등 총 172억여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재임 기간에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만드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기록물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공적 자산이다. 현직 대통령은 기록물 작성 의무에만 충실하고, 이를 관리·공개하는 권한까지 행사해선 안 된다. 국가 기록에 대한 통합 관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세종에 위치한 통합대통령기록관에서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 선진 국가에선 재임 중 대통령 기록관 설립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으로 독이 오른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놔둘 리도 만무하니, 이 설립 계획이 자칫 ‘긁어 부스럼’이 아닐까 우려된다.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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