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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떼쓰는 당신, 서비스는 공짜 아닙니다”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떼쓰는 당신, 서비스는 공짜 아닙니다”

    사례1. 박민정(가명)씨는 A은행에서 연회비 30만원의 프리미엄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다. 이 카드 고객은 1년에 한 번씩 해외 동반 1인 무료항공권(40만원 상당)을 제공받는다. 박씨는 일찌감치 내년 초 동남아행 항공권을 예약해 뒀다. 한데 최근 카드를 해지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A은행에 내년에 예약한 무료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다섯 차례나 요구했다. 은행 측이 거절하자 박씨는 “카드 가입 당시 항공권을 무료로 받기 위해선 카드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을 직원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미 납부한 올해 연회비 30만원도 돌려 달라며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사례2. 준공무원인 한상만(가명)씨는 B은행에서 5년 전부터 신용대출 6000만원을 이용하고 있다. 1년마다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꼬박꼬박 은행을 방문한다. ‘금리 협상’을 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한씨는 B은행을 찾아 “안정된 직장이 있으니 금리를 최대 한도로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한씨가 제시한 금리는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나는 수준이다. 거절하자 한씨는 B은행 영업점을 수시로 찾아가 1~2시간씩 소란을 피웠다. 결국 은행은 금리 0.05% 포인트 손해를 감수하고 한씨에게 금리를 깎아 줬다. 한씨는 “내년(만기)에도 영업점을 찾아갈 테니 최저 수준 금리를 준비해 놓으라”며 되레 큰소리쳤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고객들은 은행 문턱이 높다고 불만이지만 떼쓰면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사회 분위기가 금융의 공적 기능을 중시하다 보니 ‘떼법’이 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C은행 영업점 직원은 27일 “우리나라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놀이로 손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나 수수료는 100원도 아깝다며 부르르 떤다”고 말했다. 금융업이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임에도 여전히 “금융서비스를 중국집 군만두(공짜) 정도로 생각한다”(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원에 죽고 사는’ 금융권의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해 온 금융감독 당국 탓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2002년부터 금융사별 민원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매월 민원접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지점 경영평가(KPI)와 직원 승진, 성과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은행의 경우 영업점 KPI(1000점 만점)에서 민원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0점)이다. 민원 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1점이 감점된다. 금감원에 직접 접수되는 민원은 때에 따라 한 건에 5점 감점되기도 한다. D은행 직원은 “금감원 접수 민원으로 KPI 5점이 한 방에 감점되면 신규 카드 고객을 수백명 유치한 실적이 없어지는 것과 맞먹는다”며 “악성 민원인(블랙 컨슈머)이라도 일단 민원 접수를 못 하도록 ‘어거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민원 평가 방식을 ‘소비자보호실태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는 선심성 채무탕감 대책도 “버티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권 출범 첫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약 38만명이 채무를 최대 50%(소득 없는 특수 채무자 최대 70%) 탕감받았다. ‘신용카드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도 신용회복위원회(2003년)와 한마음금융(배드뱅크·2004년)을 잇따라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권에선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2012년)을 선보였다. 모두 채무 탕감(최대 50%) 및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E시중은행장은 “금융사와 고객의 정상적인 계약에 의해 이뤄진 대출이라도 고객 떼법과 정부 개입에 따라 계약 관계가 쉽게 무너지고 있다”며 계약보다 떼법이 우위에 있는 풍토를 아쉬워했다. 떼법이 통하는 금융 여건에서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도 형성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수수료다. F은행 부행장은 “서비스 이용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수수료인데 국내에선 무조건 공짜(수수료 면제)를 외친다”며 “우리나라는 수수료를 죄악시하지만 해외에선 고객에게 계좌 유지 수수료까지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여건에서 어떻게 이익을 내고 어떻게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우리 금융산업이 수십 년째 제자리인 것은 시장 참여자(정부·금융사·고객) 모두 그동안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 교수는 “금융서비스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고객 마인드가 변하진 않겠지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 소비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박근혜 아베 새달 2일 만나

    박근혜 아베 새달 2일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월 2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고 NHK가 27일 밤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는 만찬을 하지만 아베 총리와는 오찬을 하는지도 주목된다. NHK는 “일본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11월 1일·서울)를 계기로 한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 간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조율을 진행한 결과, 3국 정상회담 다음 날인 11월 2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한국 청와대 당국자가 11월 2일 개최 방안을 일본 측에 제의했다고 밝힌 데 대해 이튿날 일본 정부는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신경전’의 와중에 아직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일정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사이의 회담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 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위안부 문제 논의 어떻게?”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위안부 문제 논의 어떻게?”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위안부 문제 논의 어떻게?” 1일 한일중 정상회의, 2일 첫 한일 정상회담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다음달 1일 청와대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8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박 대통령 주재 하에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계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3년 5개월여 만이다. 한일중 3국 정상은 정상회담 종료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날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 참석해 3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환영 만찬을 함께 한다.김 수석은 이어 “박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에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발전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김 수석은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양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오찬 계획은 없으며 한일 양국간에 일정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포스코 비리’ 이상득 前의원 불구속 기소

    檢 ‘포스코 비리’ 이상득 前의원 불구속 기소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협력업체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의원의 신병처리 방향에 관한 대검찰청의 의견을 따라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전 의원의 혐의가 중대하고 비난 가능성은 높지만 80세 고령인 데다 관상동맥협착증 등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09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과정에 개입하고, 포스코의 경영 현안이었던 신제강공장 공사 중단 사태를 해결해 준 대가로 자신의 측근들이 대표 등으로 있는 몇몇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검찰이 7개월 넘게 진행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수사에 정점에 있었던 이 전 의원을 구속하지 못함으로써 ‘무기력한 수사’라는 비판을 검찰이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1일 한일중 정상회의+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

    1일 한일중 정상회의+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

    1일 한일중 정상회의+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1일 한일중 정상회의, 2일 첫 한일 정상회담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다음달 1일 청와대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8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박 대통령 주재 하에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계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3년 5개월여 만이다. 한일중 3국 정상은 정상회담 종료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날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 참석해 3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환영 만찬을 함께 한다.김 수석은 이어 “박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에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발전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김 수석은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양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오찬 계획은 없으며 한일 양국간에 일정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이어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이어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이어 2일 첫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 논의하나?” 1일 한일중 정상회의, 2일 첫 한일 정상회담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다음달 1일 청와대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8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박 대통령 주재 하에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계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3년 5개월여 만이다. 한일중 3국 정상은 정상회담 종료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날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 참석해 3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환영 만찬을 함께 한다.김 수석은 이어 “박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에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발전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김 수석은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양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오찬 계획은 없으며 한일 양국간에 일정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日 과거사 매듭지은 뒤 미래로 나아가야

    다음달 2일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회담 이후 3년 반 만이다. 상대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교토에서 노다 총리와 만난 이후 4년 만이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국민 정서가 악화돼 있어 양국 관계는 4년째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2011년 12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노다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는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급격히 냉각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2013년 2월 아소 다로 부총리가 미국 남북전쟁을 비유하며 과거 침략 역사를 두둔하는 망언을 하면서 양국 관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핵심 현안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며 한국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요구를 거부해 오고 있다. 한·일 국장급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지난해부터 9차례나 회의를 가졌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도 양국 정부가 처음 갖는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경색의 주요 원인인 역사인식,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위안부 문제와 관련, “우리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도 어떤 진전이 있게 된다면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미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구체적인 성과물 없이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올해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은 양국 간에는 위안부 문제 말고도 현안이 쌓여 있다. 과거사 문제는 분명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단호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안보·경제 분야는 유연하게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북핵 공조, 군사협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당국도 변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당국도 변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내정자 신분이었던 올해 2월 기자들과 만나 “금융 당국의 역할은 코치가 아닌 심판”이라며 규제의 틀 전환을 예고했다. 금융사에 ‘자율과 경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얘기였다. 앞서 취임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담임교사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융 당국 수장의 잇단 ‘변신’ 발언에 금융권은 기대에 들떴다. 시간이 흐른 지금 금융권의 반응은 어떨까. A시중은행 부행장은 26일 “심판은 떠나고 시어머니만 남았다”고 총평했다. 금융사들은 아직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관치’를 꼽는다. B시중은행장은 “임종룡-진웅섭 체제가 들어선 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며 “구조조정만 해도 지원 안 하면 우산 뺏는다고 뭐라 하고 지원하면 부실기업 연명시킨다고 뭐라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부행장과 국민카드 부사장을 지낸 지동현 삼화모터스 대표는 “금융을 정권의 소유물로 인식하다 보니 과도하게 (경영에) 간섭하고 인사에도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수료 논쟁도 비슷한 매락이다. 2011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 탐욕 규탄 시위’ 직후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자동화기기(ATM) 수수료와 각종 수수료를 인하했다. 들끓는 ‘민심’을 의식한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탓이었다. 2006년 6900억원이었던 시중은행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5000억원으로 27.5% 급감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가격 통제는 금융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대표 사례”라며 ‘수수료 자율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자 임 위원장은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가격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외국계 C행장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가격이나 부품 원가에 대해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했다면 오늘날의 삼성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금융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은 ‘청년 채용 재원으로 쓰겠다’며 임금의 10~30%를 반납했다. 형식은 ‘자진 반납’이었지만 금융 당국이 ‘옆구리를 찔렀다’는 설(說)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명박(MB) 정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로 은행 신입 행원 초봉을 20% 삭감했다. ‘청년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권의 행보에 발맞춰 은행권 공동의 청년창업재단이 2012년 설립되기도 했다. 은행권은 해마다 1000억원을 재단 기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학생 ‘반값등록금’은 은행권 공동의 ‘반값 기숙사’로 변형됐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7년까지 4년 동안 총 326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정책으로 풀어 갈 문제들을 금융사에 떠넘기면서 어떻게 금융개혁을 하겠느냐”면서 “정부 스스로 금융산업의 기본 원칙을 흔들다 보니 금융개혁의 ‘주체’에서 ‘대상’이 돼 버린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과도한 간섭도 문제이지만 정권에 따라, 금융 당국 수장에 따라 춤추는 정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치적 쌓기용 전시행정’에 번번이 금융사가 동원된다는 것이다. 2008년 3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분리된 뒤 지금까지 위원장 평균 임기는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집무실에 ‘현황판’까지 설치해 두고 매일 실적을 챙기던 기술금융은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 기업 대신 (은행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 기업에만 퍼주기 했다”는 논란과 함께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전임 최수현 금감원장이 강조했던 ‘관계형 금융’은 최 원장 퇴임 이후 반 년도 되지 않아 폐지됐다.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은 정치권의 변화를 주문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 입김이 금융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관료만 탓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관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요치 않다”며 “금융개혁 철학이 없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현시점에서 한국 금융의 사명이 뭐냐’에 대해 직을 걸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D증권사 사장은 “금융권의 삼성전자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정치금융과 관치금융의 위험한 동거를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4대강 반대론자 안희정의 유연한 정치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4대강의 하나인 금강을 활용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면서도 그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가뭄 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가 속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물을 활용하겠다며 지류·지천 정비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조차 4대강 사업의 연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충남 지역은 지금 어떤 물이라도 끌어와서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최악의 가뭄난을 겪고 있다. 올해 평균 강수량은 예년의 62%에 그치는데 충남 지역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식수원인 주요 댐의 저수율도 충남 보령댐(21.3%)은 다른 지역의 댐과 비교해 최저치다. 상황이 이러니 4대강의 보(洑)에 저장한 물을 끌어다가 가뭄 지역에 공급하는 사업에 충남 도정을 책임지는 그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안 지사가 최근 ‘가뭄 대책회의’에서 “금강 공주보와 예산 예당저수지 용수 공급관로(30㎞) 건설이 조기에 완공되도록 해 달라”고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건의한 것을 놓고 4대강 찬성론자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안 지사 측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기본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이미 확보된 물 자원을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4대강이라면 무조건 비판하는 당내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이처럼 대놓고 4대강 사업을 활용하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당론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0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를 응원하기 위해 운행된 ‘희망버스’도 “정치권이 노사 간의 문제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그가 한 잡지사의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정치인’ 1위로 3년 연속 뽑혔다고 한다. 당내에서조차 패권주의에 사로잡혔다고 비판받고 있는 친노 세력의 핵심 인사이면서도 그들과 달리 비교적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일 게다. 정치란 이념도 소신도 좋지만 모름지기 민생 챙기기가 먼저라는 것을 안 지사는 앞으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 법원, 135억원 횡령 코스틸 박재천 회장에 징역 5년 선고

     법원이 13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포스코 협력업체 코스틸의 박재천(59) 회장에게 검찰 구형량 2년6개월의 배인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동근)는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지배주주로서 기업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해 경제정의를 왜곡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형이 확정될 때까지 보석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항소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뇌경색과 우울증, 공황장애, 기억장애 등을 호소해 구속재판 중이던 7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회장은 2005∼2012년 슬래브 등 철강 중간재의 거래대금과 매출액 등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135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고, 법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130억원이 넘는데다 임직원을 동원, 회계를 조작해 자금을 불법 인출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수법이 치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주주, 종업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에게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친 만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흐름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코스틸이 포스코그룹 주력사인 포스코와 오랜 기간 거래하면서 ‘비자금 창구’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냈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MB, 호찌민 시장에게 자서전 선물

    MB, 호찌민 시장에게 자서전 선물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 중인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레호앙꾸언 호찌민 시장에게 베트남어로 번역된 자서전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제공
  • [구본영 칼럼] 숙의 민주주의, 한국정치가 가야 할 먼 길

    [구본영 칼럼] 숙의 민주주의, 한국정치가 가야 할 먼 길

    최근 영국 하원의 토론 풍경을 보고 새삼 놀랐다. 오래전 국제부 기자 때 즐겨 봤던 BBC 방송을 통해 남루하고 좁아터진 회의장을 다시 보면서다. 질문하는 의원들과 답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얼굴에 침이 튈 만큼 가까이 있었다. 순간 저 웅장한 여의도 의사당의 널찍한 본회의장이 뇌리를 스쳤다. 부러운 건 따로 있었다. 회의장 시설 따위의 겉모습이 아니라 영국 하원의 밀도 있는 토론 양상이었다. 충실하게 따져 묻고 진지하게 답하는, 정책 공방이 인상적이었다. ‘여의도 스타일’과는 너무 달랐다. 호통 섞인 질타는 장황하게 이어지지만, 구체적 답변은커녕 들을 생각도 없어 보이는 게 우리 국회의 초상이라면.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한 대정부 질문과 같은 날 캐머런 총리가 출석한 영국 하원 회의록을 정밀 분석한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총리·장관의 답변 1건당 평균시간은 한국이 21.2초인 반면 영국은 41.7초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우리의 경우 총리가 답변하려 하면 “가만 있으라”고 말을 끊기 일쑤 아닌가. 게다가 오전에 질문을 쏟아낸 뒤 오후엔 답변도 듣지 않고 지역구로 달려가는 의원들도 부지기수라니…. 이러니 쟁점은 넘쳐나지만 뭐 하나 가(可)든, 부(否)든 적기에 논란을 매듭짓거나 후속 대책이 세워질 턱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논란이 아직도 진행형인 게 단적인 사례다. 사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늘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자는 게 4대강 사업의 선의라 하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질이나 생태계가 오염될 가능성을 우려할 만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도 찬반 진영 간 삿대질만 끝없이 이어지는 건 뭘 말하나. 정책의 명암에 대한 전문적 토론은 않고 상대 측을 살인·강도나 사기·절도 같은 범죄 집단인양 단칼에 단죄하려 드는 꼴이다. 언론도 흙먼지 자욱한 난장에 뛰어들어 타협을 어렵게 하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일방적 ‘주창 저널리즘’으로 어느 편을 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요즘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충남 등 지역민들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지 않나. 4대강 보 중 하나인 금강 백제보엔 물이 가득한데 말라붙은 보령댐 주변에선 농업용수는커녕 곧 식수를 걱정할 판이다. 4대강 물 활용방안에 대해 여야 간 타협이 안 되면서다. 한 전문가의 한탄이 가슴에 와 닿았다. “4대강 사업에서 고칠 건 고치고 쓸모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전면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흑백논리만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의견의 평행선이 감정의 평행선으로 번지면서 합리적 절충이 불가능해지는 게 우리의 고질인가.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과 진보단체가 뒤엉켜 드잡이를 벌이는 작금의 ‘역사 전쟁’을 보라. 교과서에는 근현대사의 팩트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담겨야 한다는 본질을 놓고 벌이는 열린 자세의 토론이라면 다행일 게다. 그러나 한쪽은 현행 8종 검인정교과서의 편향성을, 다른 쪽은 앞으로 나올 국정교과서의 편향 가능성만 지적하면서 반대쪽은 쳐다볼 생각조차 않는다. 조선조 예송 논쟁의 재판이 될까 자못 걱정스럽다. 민초의 삶과는 무관하게 임금의 사후 상복을 몇 년 입느냐를 놓고 싸우는 식이라면 시쳇말로 ‘노 답’이다. 민주주의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가 가장 소망스러운 단계다. ‘숙의’(熟議)란 공적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일구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문화의 현주소는? 해묵은 4대강 논쟁이든, 작금의 교과서 논란이든 상대의 견해에는 귀를 막은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영국과 같은 숙의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대한다고?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 ‘올바른 국사’ 교육보다 더 급한 건 서로 의견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대화로 이견을 좁혀 가는 민주시민 양성 교육이란 생각도 든다. 논설고문
  • [씨줄날줄] 세무조사와 담합조사/주병철 논설위원

    한참 전의 일이다. 탈루·탈세 얘기다. 국세청장과 신임 세무사협회장이 만났다. 국세청장이 덕담을 건네며 에둘러 한마디 던졌다. “세무사들 잘 좀 챙겨주시죠” 납세자들과 세무사들 간의 담합을 두고 한 말이다. 세무사협회장이 나지막하게 답했다. “세무 공무원들이 더 잘해야죠” 세무사들이야 납세자를 상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세무 공무원들이 잘하면 세무사들의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힐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대화 중에는 세무 공무원과 납세자들 간의 직거래에 대한 걱정도 오갔다. 이명박 정부 때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A씨는 세수 문제를 꼬집는다. 어느 날 세제 관련 실무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세수가 너무 많이 걷혀 문제라는 것이다. 적은 게 문제지, 많은 게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반문했단다. 올해 너무 거둬 내년에 세수가 구멍 날 수도 있고, 세율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세무조사가 빚은 후유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계 담합 등 불공정 거래 조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 기업에 근무한 전직 관료가 공정위의 후배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조만간 선배가 계시는 곳에 담합 관련 조사가 나갈 테니 알아두시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관료는 부득이 이를 회사에 알렸고, 회사는 후배가 알고 지내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결정했다. 이 법무법인이 소송을 대행해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가 패소했다. 돈을 듬뿍 챙긴 건 법무법인이었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올 7월 말까지 세수가 129조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조 7000억원이 늘었다고 한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가 세입예산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세수 부족 사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공정위는 지난 5년간 소송에 져 과징금을 돌려주는 건 물론 이자(환급 가산금)와 소송 비용만 1070억원을 물어줬다고 한다. 국세청 세무조사의 고유 업무는 탈세·탈루를 일삼는 기업을 잡아내고, 공정위의 불공정 거래 감시는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있다. 이걸 방심하거나 소홀히 하다 보면 기업은 탈세의 온상으로, 시장은 경쟁 체제로부터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세수 증대는 세무조사를 줄이면서 빅데이터 활용 등 세무행정을 통한 성과라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다. 공정위가 번번이 패소한 건 부실한 조사와 무리한 과징금 부과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기에 안타깝다. 분명한 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위의 담합조사 등이 무리하거나 상식의 틀을 벗어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자칫 전직 선후배들과의 먹이사슬에 얽혀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잘잘못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정부와 여당이 21일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학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향후 논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실제 실행이 되면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여성의 취업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것이 저출산 문제 완화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자녀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내면 그만큼 양육비용과 유아기 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똑같은 방안을 내세웠을 때 이뤄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취학 연령 1세를 단축하면 초등학교 입학에서 고교 졸업까지의 사교육비가 6.8%(2675만원→2494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도 있지만 실제 실행에는 혼선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기거나 현행 6년인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각각 5년 만에 끝내는 것으로 바꿀 경우 자연히 2019년에 취학한 아동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의 변화와 함께 수조원 이상의 예산도 투입돼야 한다. 앞서 2006년과 2009년에 유사한 학제 개편 논의가 실행되지 못했던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초·중등부터 대학까지 9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9월 학기제’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날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여당의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 수준의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학제 개편이 쉽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교육과정, 학생들 발달단계, 재정 추계, 사회 환경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안건은 2007년 이후 정식으로 교육부에서 논의된 적이 없었다. 당시 교육부도 아이디어 차원이었고, 정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저출산위원회의 안건으로 들어갔을 때 교육부는 반대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 개편에 따른 장점이 있지만 변동에 따른 학년별 유불리가 굉장히 크다”며 “워낙 사회적 변화가 큰 사안이라 교육부로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 분야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대에 북한(11년), 영국(13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초등 및 중등 과정을 한국과 같은 12년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도 주요 고려대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우리나라보다 1년 이른 만 5세”라면서 “두 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학령을 앞당겨서라기보다는 국가의 보육 부담 확대, 시간근로제·탄력근로제 시행 등에 주로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단독] 民도 官도 “금융 개혁 철학이 없다”

    관(官), 민(民) 할 것 없이 설문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금융 개혁에 대한 철학 부족’을 개혁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 개혁을 바라보는 관과 민의 인식 차가 상당히 크지만 정부의 금융 개혁에 철학이 없다는 점에는 양쪽이 같은 생각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직 관료(정계 포함) 21명 중 15명(71.4%), 업계 최고경영자(CEO) 27명 중 19명(70.4%)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하는 금융 개혁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가장 큰 이유로 ‘철학 부족’을 들었다. 전문가들도 금융 개혁 실패 원인으로 철학 부족(8명)을 가장 많이 택했다. ●권태신 “매번 임기응변식 단편적 정책 뿐”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매번 금융 개혁을 들고 나오지만 임기응변식의 단편적인 정책만 내놓았다”면서 “금융을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바라보고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장기 비전 없이 ‘미주알고주알’ 간섭만 하니 금융이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학계도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 교수는 “영국, 호주는 전면적인 금융 개혁을 추진할 때 전문가들이 오랜 세월 연구한 보고서가 밑바탕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작업을 하는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완 “정치권은 개혁보다 이해관계 우선” 철학 부족과 함께 금융 당국 수장의 짧은 임기(17명)가 금융 개혁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업계에서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금융사 CEO 7명은 하나같이 “감독 당국의 수장이 단명하는 현실에서는 금융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16명)도 개혁 실패 사유로 지목된다. 노대래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는 “개혁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개혁 후유증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금융도 도마에 올랐다.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이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나머지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이산 상봉, 남북 관계 개선 계기로

    우여곡절 끝에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늘 금강산에서 열린다. 오는 26일까지 1, 2차로 나뉘어 진행되는 상봉 행사에 참석하는 우리 측 이산가족들이 어제 속초에 집결해 설레는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은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버스편으로 60여년 동안 꿈꿔 왔던 가족을 만나 이산의 한을 풀게 된다. 이번 행사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8·25 합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도 크다. 남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목과 갈등을 지속하다가 지난 8월 급기야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아픔을 겪었다. 이번 행사가 남북한의 극한 대치 국면을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시급하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 통합 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 6292명에 이른다. 이 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이번에 최종적으로 90명만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 무려 736대1의 경쟁률이다. 추첨에서 떨어진 고령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뒤돌아서는 광경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측 이산가족 중 81.6%인 5만 4123명이 7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다. 90세 이상 최고령자만도 7896명에 이르고 80∼89세도 2만 8101명이다. 이분들의 한을 살아생전에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정례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정례화의 전 단계로서 화상 상봉과 서신 교환, 생사 확인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 이산가족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늘 소극적 태도로 나오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남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악화일로를 걷다가 이제 다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어렵사리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져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의 물꼬가 돼야 한다. 남북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상봉 행사를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섣불리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다가는 자칫 남북 관계의 안정적 발전은커녕 대화 유지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8·25 합의’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김관진-황병서 남북 고위급 채널’이 언제든지 정상 가동될 수 있는 대화 시스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남북 관계는 북한 핵 문제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엄청난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 안보 전략에서 추동력을 갖게 되는 의미가 있다. 남북 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굳어지면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최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한·미·중 3각 공조와 기존의 한·미·일 및 한·중·일 다자협력 구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동북아 평화 정착의 첫걸음이자 능동적 외교의 실마리가 바로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교사 83% “정치적 편향 집필” 학계 “독립기구로 검정 강화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싸고 이념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의 반복을 종식할 중립적인 기구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역대 정권에서 국사 교과서 논쟁이 반복돼 온 주된 이유가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는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인 경우가 많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일선 중·고교 역사 교사 5명 중 4명이 집필이 정치에 좌우된다고 생각할 만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인식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학계 연구를 종합하면 그동안 역사적 사실보다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이념 논쟁이 한국사 교과서 갈등의 발단인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정학준씨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 구조 분석’(2014) 논문에서 2002~2013년 사례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02년 교과서 갈등은 김대중 정부를 이전 정부와 다르게 치적만 기술해 미화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전 정부인 김영삼 정부를 ‘비리정부’로 규정하고 김대중 정부를 ‘개혁정부’로 기술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일어났다. 2004년에는 국정감사장에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가 친북·좌파 편향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를 ‘매카시즘’으로 규정해 대응했다. 2008년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2년 뒤인 2010년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가 거론되면서 ‘한국사 필수’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한 개념 차이가 쟁점이 됐다. 국사 교과서의 갈등의 핵심이 정치적 사안이라는 인식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단국대 최정희 박사의 2013년 논문 ‘역사 교과서 집필 국가기준의 개선 방향 탐색’에서 집필기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조사에 교사의 8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교사의 5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한경 전국역사교과서 모임 회장은 “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으로 한다는 가정하에 독립된 기관을 둬 검정체제를 강화해야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완벽하게 배제된 독립기구가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을 별도로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가뭄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

    가을 가뭄이 악화되자 정부가 4대 강에 저장된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그제 내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4대 강 지류·지천 정비 사업을 재개한다는 요지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마련한 당정 협의안이다. 댐·보·저수지 운영을 현행 4대 강에서 12개 하천으로 확대하고 추가 저수지 준설 등에도 예산을 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고 중부 지역에서는 급기야 제한급수에 들어간 뒤의 조치다. 특단의 카드를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팔짱 끼고 미적댄 까닭이 딱하다.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쏟아부어 건설한 4대 강의 16개 보(洑)에는 7억여t의 물이 있다.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 가는데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 물을 정작 가뭄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관개수로 등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눈앞의 물을 보고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 민심이 오죽하겠는가. 4대 강 사업이 여러 골칫거리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미운털이 박혔어도 기왕에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십분 활용하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댔어야 한다. 확보한 물을 비상시에 요긴하게 쓰려면 송수관이나 관수로를 연결하는 사업은 기본이다. 4대 강 문제를 정쟁거리로만 삼았으니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야당은 4대 강 사업을 계속하지 말라며 지류·지천 정비를 반대하기에만 열을 올렸다. 여당도 나을 게 없다. 야당과 환경단체를 설득하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이제라도 입체적인 가뭄 대책을 세우는 데 고삐를 죄어야 한다. 정부가 올 초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가뭄은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번 가뭄은 내년 봄까지 계속될 거라 한다. 만성 물 부족에 대비하는 중장기 대책은 하루가 급하다. 물관리 행정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여러 부처가 한 발씩 걸치는 ‘물관리협의회’가 총리실에 있지만 추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저수지 준설 작업에도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저수지 확충과 중소 규모의 댐 건설은 계속돼야 할 사업이다. 가뭄이 극심한 20개 지역에 4대 강 물을 우선 공급하도록 시설을 만드는 비용만도 1조원쯤 든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부담은 몇 배 커질 게 뻔하다. 가뭄과의 전쟁에서만큼은 앞으로도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할 것이다.
  • MB, 베트남 국가주석 초청 21일부터 4일간 방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한다.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한국과 베트남 벤처기업인 교류를 위한 ‘한·베트남 벤처기업 포럼’에 참석해 양국 간 경제적, 인적 교류 방안 등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쯔엉떤상 주석과의 만찬도 예정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호찌민시 시장과 면담하고, 이어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과도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는 국내 중소기업인 10여명과 함께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박석환 전 외교통상부 차관 등이 동행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당정 “가뭄 해소에 4대강 물 활용”

    정부와 새누리당이 14일 역대 최악으로 불리는 가뭄 해소를 위해 4대강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던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가뭄 대책 관련 협의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4대강에 저장된 물을 전혀 가뭄 대책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농업용수와 식수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종합적으로 4대강 물을 활용할 방안을 빨리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시작된 4대강 사업으로 바닥을 준설하고 16개 보가 건설됐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최종 단계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현 정부 들어 중단됐다. 당정은 지류·지천 정비를 위해 예산을 추가 배정할 방침이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정은 또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해 저수지 준설과 대체 수자원 개발에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구적 가뭄 예방과 수자원 대책으로 보·저수지의 연계 운영을 현행 4대강에서 12개 하천으로 확대해 신규 수자원을 확보하고 해수 담수화와 지하 댐 등 대체 수자원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가뭄예고경보제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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