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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수의 덕업일치] 망원동 원석들 자정까지 ‘맹훈’… YG, 게 섰거라

    [이정수의 덕업일치] 망원동 원석들 자정까지 ‘맹훈’… YG, 게 섰거라

    ‘덕업일치’ 기획사 탐방이 어느덧 4회째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기획이지만 사실 단 한 군데도 쉽게 진행된 곳은 없었다. 가진 거라곤 아이돌들의 ‘본가’를 방문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뿐. 인맥도, ‘이 바닥’ 경력도 하나 없이 들이대기에 기획사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발만 겨우 들였다 실패한 곳이 여러 군데고 발조차 못 들인 곳은 더 많았다. 그래도 이 기획을 밀고 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면 결국 아이돌! 기획사에서 우연히 만난 무대 아래 아이돌들의 모습은 지쳐가는 ‘덕심’에 다시 불을 붙인다. YG, 큐브, DSP에 이어 문을 열어 환대해 준 WM엔터테인먼트에서 그런 행운을 다시 만났다.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WM 사옥을 찾은 지난 10일은 소속 걸그룹 오마이걸이 새 앨범을 들고 컴백한 다음날이었다. 컴백 직전에 방문했다면 오마이걸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은 오마이걸이 ‘더쇼’(SBS MTV)에서 ‘불꽃놀이’의 첫 컴백 무대를 갖는 날이라 회사에서 볼 수는 없었다.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내려 코너 하나를 도니 바로 WM 사옥이 보였다. 정겨운 모습의 주택가 사이로 흰 정장을 빼입은 듯 말끔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건물이다. 주요 기획사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 목동, 상암동의 중간 지점에 있어 입지가 좋다. 근처에는 아메바컬쳐, 문화인 등 기획사가 자리잡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울림엔터테인먼트도 멀지 않다. 2014년 지하 1층, 지상 6층의 사옥을 새로 건립하고 방배동에서 망원동으로 터전을 옮길 때 이런 입지를 고려하지 않았을까.1층에 출입문 두 개가 나란히 보였다. 왼쪽 검은색 문은 외부인, 오른쪽 작은 흰색 문은 직원 등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왼쪽 문으로 들어갔더니 이 사옥을 지어 준 것이나 다름없는 B1A4의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하 연습실부터 구경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오른쪽 통로에 까만 사물함이 보였는데 열쇠고리에 인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심재영(와이엇), 김민석(라운), 이창윤(이션) 등 온앤오프 멤버들의 본명이 쓰인 이름표도 붙어 있었다. 바로 옆 연습실에서는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슬그머니 문을 열니 온앤오프의 제이어스가 춤을 추다 말고 인사를 건넸다. 지난 6~7월 두 달간의 활동을 마치고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매일 출근해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을 한다고 한다. 무슨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 묻자 제이어스는 “안무만 추다 보니 기본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져 리듬에 동작을 넣어 보는 식으로 기본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밥은 잘 챙겨 먹고 연습을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묻자 그는 “오늘은 점심 밥이 땡기는 게 없어서 망원시장에서 닭강정을 먹고 왔다”며 웃었다. 땀 흘리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져서인지 ‘노메이크업’에도 잘생긴 얼굴이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듯 보였다. 지하에는 안무 연습실 2개 외에 보컬과 연주 등을 겸한 연습실 6개가 빼곡했다. 방마다 개인 소지품과 팬들이 준 선물 등이 놓여 있었다.주방 공간이 있는 1층을 지나 연습실과 운동 공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온앤오프 막내 라운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 러닝머신을 30분에서 1시간가량 뛰고,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등 근력 운동을 한다”는 라운은 “운동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체력적인 차이를 많이 느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최대한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운동 공간 안쪽에는 간이 미용실이 마련돼 있는 것이 특이했다. 바쁜 스케줄 와중에 주로 청담동 쪽에 있는 ‘헤어숍’에 가기 힘들 때는 이곳으로 미용사가 오기도 한단다. 3층에는 녹음실과 함께 곡을 만드는 작업실이 2곳 있었다. 작업실을 구경하는 사이 복도에서는 온앤오프의 메인 보컬 효진이 방송 촬영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4~5층 사무 공간과 6층 이원민 대표 집무실 등을 건너뛰고 옥상으로 향했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망원동 일대를 내려다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WM은 B1A4가 데뷔한 2011년을 기점으로 독창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중소기획사로 자리매김했다. 청춘 콘셉트 걸그룹의 대표주자 오마이걸은 신선한 음악, 확실한 팀 컬러로 인기를 얻고 있고 온앤오프는 ‘믹스나인’(JTBC) 출연을 통해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쌓았다. 바로의 여동생 아이와 ‘프로듀스48’ 데뷔 그룹 아이즈원에 합류한 이채연도 WM 소속이다. 1층 로비 정면을 장식하고 있던 WM 로고 아래 ‘원석은 저마다의 색과 개성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가치 있는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이곳은 존재한다’는 글귀처럼 WM 소속 아티스트들이 찬란한 보석이 돼 빛을 낼지 기대된다. tintin@seoul.co.kr
  • “너 이름 뭐야!” 고객님 고함에…오늘도 명찰 단 가슴 움츠립니다

    “너 이름 뭐야!” 고객님 고함에…오늘도 명찰 단 가슴 움츠립니다

    “명찰 사진 찍어 무슨 불만 올릴지 몰라” “개인정보 실명공개는 인권침해” 지적 SNS 등 이용 스토킹·범죄 노출 우려도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업무 중에 착용하는 실명 이름표가 고객들의 갑질에 악용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직원의 책임감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터넷으로 이름만 검색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스토킹이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판매직이나 승무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실명 명찰이 고객의 협박 도구로 쓰일 때가 잦다고 호소한다. 승무원으로 일한 김모(35·여)씨는 28일 “기분이 상한 승객이 ‘이름을 기억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명찰을 손으로 잡고 사진을 찍어 가기도 하는데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관 직원 배모(21)씨도 “불편을 느낀 고객이 ‘이름이 뭐냐’며 명찰을 보여 달라고 하고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고객의 ‘갑질’에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명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고객이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면 근무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직원 이모(30)씨는 “고객의 불만 제기 건수가 누적되면 퇴사 처리되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도 대부분 참고 들어준다”고 전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임모(25·여)씨도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손님이 이름표를 유심히 쳐다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는 행정 신뢰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공무원 명찰 패용을 추진했지만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됐다. 경기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민 78%가 명찰 패용에 찬성했으나 공무원들은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78%가 반대했다. 이에 이 지사는 “공직자들과 논의를 거쳐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학 신입생에게 명찰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노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실명 명찰 착용에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우수 직원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한층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29)씨는 “명찰이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만들어 달라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백화점에는 고객이 직원의 명찰을 보고 재방문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명 명찰 착용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별명 명찰’이 시선을 끈다.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 미용실 등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별명 명찰’을 착용하는 식당 알바생 김모(21·여)씨는 “진상 손님이 이름을 부르며 따져도 별명이어서 부담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객의 ‘명찰 갑질’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관 광운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부당한 고객에게 강력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해가 진 뒤 밤이 조용히 찾아온다. 인적은 없고 매미만 시끄럽게 울어댄다. 고개 들어 까맣디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빛나는 큰 별, 그리고 그 옆에 반짝반짝 작은 별. 우리가 보는 별은 ‘물체’가 아닌, ‘빛’이다. 빛이 빠르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웠다. 우주는 아주 넓다. 빛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밤하늘 건너 우리에게 온 저 별의 빛은 결국 아주 오래전 것이란 이야기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이 우주는 얼마나 크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따라 우주를 다룬 신간 3권을 펼쳐본다. ◆빛 분석해 우주 지도 그린다-매일 밤 우리가 보는 수천 개의 별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우주 안에는 모양·크기·나이가 제각각인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은하마다 또 수천억 개의 별을 저마다 거느린다. 우리 지구는 이런 은하들이 각기 방출하고 흡수한 뒤 결합한 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 빛을 연구한다면 우리는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또 우주의 구성 성분도 밝혀낼 수 있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글항아리 사이언스) 저자 제임스 기치는 관측 천문학자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매일 빛을 모은다. 광자 가운데 일부를 포착하고 분석해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방출되었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던 100년 전 ‘나선성운들’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진화했는지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은하에서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의 성질과 진화 방식에 관한 최신 관측 자료는 물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관측 천문학 연구 분야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주에 대한 ‘세계 모형(world model)’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108장에 이르는 컬러 도판이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몰랐던 우주물리학 쉽고 재밌게-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런데 왜 우주는 텅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우주에 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뿐이다. 우주는 인류의 직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우주를 ‘코스모스 오디세이’(사회평론) 저자 호르헤 챔과 대니얼 화이트슨이 우주물리학으로 풀어낸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많이 들어봤지만 알지 못하는 개념에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쿼크와 반물질 등 우리가 밝혀내야 할 미지의 존재까지 드넓은 우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호르헤 챔은 앞서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시절, 대학원생의 고달픈 삶과 이공계의 현실을 그린 ‘PHD COMICS’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저자는 우주물리학의 개념과 원리를 일러스트와 적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예컨대 ‘질량’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량이란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 아니라 입자에 붙여진 신비한 양자 이름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해를 돕고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반물질,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력과 공간, 그리고 시간과 차원 등을 비롯해 빅뱅과 우주 너머까지, 우주물리학을 재밌게 즐겨보자. ◆우주 바라보고 인간을 돌아보다-천체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다. 버지니아대 천체물리학 교수 트린 주안 투안이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이곳을 찾았다. 청색 밀집 왜소은하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저자는 땅거미에서 새벽녘까지 은하를 분석하고, 우주의 기원을 발견하려고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흑색물질의 수수께끼를 조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을 겪었다. 그에게 밤이란 포탄소리가 울리는,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이후 스위스의 로잔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밤중에 유탄이 날아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밤에 관한 이런 생각을 저자는 다양한 문학·예술작품과 함께 녹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밤에 드리는 시’를 비롯해 고흐, 샤갈, 피카소, 뭉크,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밤을 돌아본다. 사랑과 두려움,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해발 4207m의 천문대 연구 과정과 결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명화와 글이 잘 어울린다. ‘과학과 아름다운 예술의 조화’라는 찬사 속에 프랑스 천문학회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천문학 도서’로 선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거대한 파도들이 깊은 물이랑을 뒤로 끌면서 말 위에 높이 앉듯 흉흉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서정인, 물결이 높던 날. 1963> 소설 속 주인공 ‘현수’는 다방 아가씨 ‘명자’를 사랑한다. 거북섬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송도해변의 높은 파고와 모래밭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다방과 문 앞만을 맴도는 서툰 염정(艶情). 자신도 어찌할 줄 모르게 솟아오르는 연민과 증오, 욕정의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송도 해변을 현수는 한없이 걷고 또 걷는다. 소설은 송도해수욕장 주변을 배경으로 한 젊은 청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쉼없이 드러내고 뱉어낸다. 처음이자 최초로 다가 온 사랑의 감정앞에 현수는 결국 좌절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어느 쪽에서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용한 일이 분명하다. 더구나 사람이나 물건이 아니라 붙박여있는 지역이나 건물이 그런 이름표를 걸게 되면 마을 하나가 살아갈 요량은 더더욱 확실해진다. 그러하다보니 제각기 서로가 원조이자 처음이고, 시작임을 내세우고 싶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터.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이라는 명찰 확실히 붙이고 있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부산에는 현재 해운대, 광안리, 송정, 일광, 임랑, 송도,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총 7곳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있다. 이중에서 송도와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서남권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자 부산의 구도심과 연결되어 있어 역사가 만만치가 않다. 특히 송도해수욕장의 경우 부산역과 부산항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해수욕장 자리로는 제대로였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송도(松島)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 개장한 우리나라 제1호 공설 해수욕장이자 최초의 근대 해수욕장이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거류민을 중심으로 송도 해변가 주변이 조금씩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하다가, 1913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송도(지금의 거북섬)에 ‘수정(水亭)’이라는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게 되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6.25전쟁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이름값을 날린다. 1964년에는 길이 420m의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거북섬을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지면서 해수욕장의 인기는 지금의 해운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이 꼭 가봐야하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려 구름다리와 거북섬은 하루 종일 연인들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비하여 해수욕장 주변 환경 개선 사업은 전무하였는데 각종 생선 부산물 및 음식찌꺼기와 생활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내려갔다. 또한 부산 남항에서 배출된 각종 선박들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하여 2000년에 들어서서는 송도는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해안도로 200여 미터가 파손되어 송도 해수욕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부산시는 해수욕장 앞쪽 300m에는 너비 40m, 길이 300m에 이르는 수중방파제인 잠제(潛堤)를 설치하여 모래유실을 막는 공사를 하였고 이에 더해 27만m³의 모래를 백사장에 더해 지금의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현재는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800m, 폭은 공식적으로는 50m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수변공원의 넓이는 30,000m2에 이른다. 이 외에도 바다 위를 강화유리로 밟아보는 길이 104m, 폭2.3m의 ‘구름산책로’가 있어 바다 위를 걸어 거북섬에 닿을 수도 있으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1.6Km 길이를 둘러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2018년 여름. 하루 종일 머리 위 불덩이 하나씩 얹고 보낸 올 여름의 중순. 송도해수욕장에서 여름과의 시원한 작별을 고하는 것도 괜찮지는 않을까. <송도해수욕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부산 해운대 지구가 아닌 부산 서구쪽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산 구도심과 가까운 해수욕장이서 가벼운 산책길로 괜찮다. 2. 누구와 함께? - 수심이 깊지 않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서면역(1호선 승차) -> 자갈치역(하차) -> 96번 버스(환승)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 부산역에서 26번 버스(승차)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4. 감탄하는 점은? - 구름다리의 야경. 송림 공원의 시원한 바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이름에 비하여 피서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6. 꼭 봐야할 공간은? - 거북섬. 케이블카. 구름다리.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예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은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해안가 주변 횟집들의 수준은 비슷한 수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ongdo.bsseogu.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국제시장, 이바구 거리, 산복도로, 자갈치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예전의 바가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정찰제로 운영이 되며 인근 식당의 경우도 주거공간과 아울러 있는 송도해수욕장 특유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도심 여느 식당과 가격 차이가 없을 정도로 준수한 수준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이모가 남긴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반세기 전 한 가족의 출발을 보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 뒤로 드문드문 들어선 새하얀 양옥 주택, 젊은 부부와 두 어린 아이가 함빡 웃는다. 1970년대 초 울산의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 사택이다. 막내의 가슴에는 유공유치원 이름표가 달랑거린다.울산에 정유공장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사택 단지나 사원 아파트가 함께 조성되었다. 서구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공장과 함께 사택과 클럽을 조성하고, 유치원과 볼링장, 실내 수영장도 운영했다. 도심의 사원 아파트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시간마다 운행되었다. 사택이라고 하면 탄광촌이나 철도 관사 등이 쉽게 떠오르지만, 노동자들의 살림집으로 회사에서 공급하는 주택(社宅)도 있다. 앞서 소개한 옥타비아 힐의 아버지가 추종했던 200년 전 영국 사람 로버트 오언(초상화·1771~1858)은 대개 공상적 사회주의자이자 협동조합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에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들의 주거를 기업의 주된 과제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최초의 실험을 한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계곡 골짜기의 뉴 래나크에서 말이다. “오언은 그전에 맨체스터에 있었어요. 같은 산업혁명 상황이라고 해도, 맨체스터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후에 엥겔스(1820~1895)가 나쁜 주거 환경을 묘사해서 보고서를 낸 곳이죠. 소셜리스트라는 말로 워낙 알려졌지만, 오언은 도시를 만드는 것, 타운 플래닝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이에요. 도시 계획 자체가 오언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이념을 적용한 것입니다. 오언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면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문제로 들어가서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오언은 웨일스 대장장이의 아들로, 9살 때 런던으로 상경해 포목점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면 방적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맨체스터로 옮겼고, 20대 초에는 작은 공장을 인수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맨체스터에서 철학과 문학 클럽을 드나들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워 나갔다. 20대 말인 1800년엔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산골로 들어가 뉴 래나크 면 방적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발명된 리처드 아크라이트(1732~1792)의 수방적기를 도입해 데이비드 데일(1739~1806)이라는 기업가가 차린 공장이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여러 공장이나 탄광이 그렇듯, 수력을 기계 동력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낙차가 큰 물 근처에 공장을 두어야 했고, 클라이드 강의 수려한 계곡이 바로 그랬다. “맨체스터에서 왜 래나크로 갔을까. 맨체스터에서 스스로 일하면서 노동자들 현실을 봤겠죠. 산업 혁명에 따른 문제를 풀지 못할 문제라고 보느냐, 아니면 풀 수 있느냐, 거기에서 두 길이 나뉘는 거예요.” 오언이 래나크로 간 것은 사랑에 빠져서였다. 데이비드 데일의 딸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출신의 격차가 컸다. 장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업의 주주가 된 것이다. 공장을 인수하고 보니, 운영이 문제였다. 인근 주민들은 전통적인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공장에 출퇴근을 할 생각이 없었고, 기술자들은 먼 도시에 살았다. 공장에는 교회 구빈원에서 노동력이랍시고 보낸 수백 명의 어린 아이들과 일에 별 의욕이 없는 떠돌이 임시 노동자들뿐이었다. 돈만 생기면 술 마시고 뻗어 버리는 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적게 먹는 아이들을 초과 노동시키면서 영국은 위대한 산업화를 이루어 내는 중이었다. 몸집이 작고 손가락이 가는 아이들은 거대한 방적기 아래를 드나들며 실오라기를 줍고 실을 잇는 데 동원되었다.오언은 맨체스터 생활을 접고 뉴 래나크로 이사를 갔다. 그는 뉴 래나크에서 일하려고 먼 곳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반듯한 집과 더 많은 월급을 먼저 주기로 했다. 공장 곁에 사택을 조성해 한 가족이 한집에서 살게 했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었고, 노동자들은 출퇴근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일이 줄어도 월급을 주고, 하루에 8시간만 노동하게 했다. 마을 안에 매점을 조성해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했는데, 월급은 적게 주면서 공산품은 턱없이 비싸게 팔아 두 배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식민지에서나 모국에서나 제국의 기업가들이 꾀한 기본 모델이었다. 1817년에 오언은 뉴 래나크에 노동자 자녀와 고아들을 위해서 영국 최초로 초등학교를 두었다. 오언의 경영 방식은 해마다 더 높은 수익률로 되돌아왔지만, 다른 주주들은 노동자를 위하느라 기업주의 이익을 줄인다며 투자에 훼방을 놓았다. 오언은 1813년에 반대자들의 주식을 몽땅 사 버렸다. 이후 10여 년간 이 산골 공장 마을은 유럽 곳곳의 정치가, 왕족의 방문 행차를 맞았다. 방문객들은 청결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에 만족한 활기찬 노동자들이 사업성을 높이고 수익 목표를 달성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한번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목도하고 대단히 놀랐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소개한 글이 1817년에 발표한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의견’이다. “오언의 상상도는 뉴 래나크를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글로 썼는데, 나중에 그림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거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엄청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도시가 그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그걸 직접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닌가. 가난한 노동자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달라진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찾은 거지요. 물론 이상 도시 계획은 그전에 르네상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언이 다른 점은 당시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산업, 기계 시대에 먹고사는 문제하고 연결한 거죠. 그리고 권력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해 냈어요.” 오언은 실업의 원인을 기업주들의 잘못된 수익 목표에 두었다. 나폴레옹 전쟁(1804~1813)을 거치면서 영국의 공장은 기계화되어 엄청난 공산품을 생산했지만 전쟁이 끝나고서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결국 불황이 닥쳤다. 그러자 기업주들은 노동자부터 대량 해고해 버렸다. 경기에 따라 해고되고 취업되는 노동자들은 결코 기술을 쌓거나 기계를 이기지 못한다. 오언의 대안은 인구 1000명 안팎의 작은 일자리 공동체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언론에 실리면서 환영과 함께 맹렬한 비난도 받았는데, 먹고살 만한 노동자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서 결과적으로는 실업 빈민 수가 더 급증할 것이라는 위협이었다.아무리 수익성으로 증명해 보여도 기업주들의 욕심이 멈추지 않는 데 질린 오언은 1925년에 큰 이익을 본 뉴 래나크를 매각했다. 그 돈으로 한 건축가와 함께 만든 도면과 모형을 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워싱턴 하원에서 모형을 전시하고, 마침내 인디애나주의 개신교 정착촌 뉴 하모니에서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어중이떠중이 몰려든 사기꾼과 알코올 중독자들은 월급만 받고 일하려 들지 않았다. 뉴 래나크에서 25년 동안 모은 재산을 2년 만에 날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오언에게 공상가라느니, 협동주의 운동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 하원에서 발표한 오언의 개념도는 이렇다. 네 방향의 반듯한 도로와 텃밭에 둘러싸인 블록이 있다. 블록 한가운데에는 공공시설과 어린이집, 각급 학교, 공동 부엌, 강당, 클럽, 도서관과 종교 시설이 들어간다. 야외는 녹지로 조성되어 운동과 여가 장소로 이용된다. 블록의 세 변에는 노동자를 포함한 4인 가족마다 방 4개짜리 주택들이 계획된다. 나머지 한 변은 독신자와 고아 숙소, 먼 곳에서 놀러 온 친지나 가족들을 위한 손님방, 교사나 의사의 관사, 공동 창고가 들어선다. 한쪽 도로 건너편에는 이들이 노동할 공장이나 회사가, 반대쪽 건너편에는 입주민들에게 식량으로 공급될 논밭과 과수원이 배치된다. 공장과 주거, 곧 사택 단지 사이에는 키 큰 나무를 심어 적절히 분리한다. “그 그림이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공상적이었는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거죠. 오언은 미봉책으로 조금조금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새로 만들어서 해결해 보자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이런 내용을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잘 몰랐어요. 우리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언제부터 쓸 수가 있었느냐고요.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서로 얘기를 못했잖아요.” 오언의 계획은 이후 여러 추종자들을 거쳐 20세기 미국과 일본, 수많은 근대 국가에서 실현되었다. 그를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가르쳤던 우리의 학교도 바로 그렇게 조성된 사택 단지나 아파트 안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오언은 공상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뉴 래나크라는 공장에서, 동시대 현실에서 직접 마주친 문제를 해결해 보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갔을 뿐이다. “우리가 1960년대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왔기 때문에 도시 주택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도 어떻게 보면 피상적이에요. 서구 사례에서 대응하기 쉬운 짝을 찾아서 사지선다형처럼 고르려고 한 거지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요. 결과물로 나온 도시의 모양은 비슷한데, 근본적인 해결이 나오지는 않아요.”사택 살던 아이들이 그렇듯 이모네 가족도 이모부의 전근에 따라 몇 년 후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들의 주소는 사택이 아니라 강남의 아파트가 되었다. 오언의 개념도가 착실하게 실현된 200년 후 대한민국의 귀결은 협동조합이나 화폐 없는 공동체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서 월급보다 더 큰 재미를 보았다.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오언을 따른다며 사택을 짓고 특정 종교나 생활 방식을 강요하려 든 기업주도 역사상 많았다. 강점기 일제 관료의 사택은 문화재가 될지언정, 우리 노동자의 공단 사택과 클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주택 청약권이 아니라 노동자가 이사하지 않고 일터 가까이에 거주할 권리, 회사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따질 수는 없었을까. 새벽 5시부터 30도를 오가는 날, 아득하게 펼쳐진 아파트 숲 사이를 매일 1시간 넘게 땀 흘리며 출근해야 하는 신도시 노동자들은 벌써 피곤하다.
  • “네 이름 좀 보자”…제주행 여객기서 승무원 강제추행한 50대 남성

    “네 이름 좀 보자”…제주행 여객기서 승무원 강제추행한 50대 남성

    이륙 예정인 비행기에서 승무원을 강제 추행한 50대 남성으로 인해 출발이 1시간 넘게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비행기 승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김포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한 저가 항공사의 제주행 여객기에서 승무원 B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승객 탑승 완료 뒤 승무원들이 비상구 등을 안내하자 “다 아는 것을 교육한다”면서 짜증을 냈다. 이어 승무원 B씨가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자 A씨는 “네 이름 좀 보자”면서 이름표에 손을 갖다 대며 B씨의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황을 지켜 본 동료 승무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 A씨를 경찰서로 데려오는 등의 과정에서 여객기 출발이 1시간 10분쯤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전직 수장들이 줄줄이 구속·소환된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다. 공정위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어제 노대래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같은 혐의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동수 전 위원장도 소환한다. ‘경제 검찰’이니 ‘공정’이니 하는 이름표를 반납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태는 공정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충격이다. 37년 공정위 역사상 위원장과 부위원장 출신들이 한꺼번에 구속되고 줄소환된 일은 처음이다. 그 사유가 딴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짬짜미한 ‘슈퍼 갑질’이다. 그동안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기업체 재취업은 뿌리 깊은 관행으로 소문이 짜했다. 암묵적 악습을 뿌리 뽑자는 비판 여론이 거셌는데도 알고 본즉 수장들이 불법 고리를 앞장서 엮은 사실이 낱낱이 들통났다. 검찰에 구속되거나 소환된 수장들의 혐의는 거의 판박이다. 풍문으로만 듣던 관행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구속된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은 4급 이상 퇴직 간부 17명의 특혜 채용을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인사 부서인 운영지원과에서는 ‘퇴직자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재취업 리스트를 따로 관리했다. 행정고시 출신은 2억 5000만원선, 비고시 출신은 1억 5000만원선으로 재취업 연봉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2+1’이라는 재취업 원칙도 요지경 속이다. 2년의 취업 기간이 끝나면 공정위의 자체 의견에 따라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갑질 전횡이 또 없다. 공정위의 칼끝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로비 수단으로 취업 요구를 알아서 들어줬으니 그들끼리의 ‘윈윈’ 거래인 셈이다. ‘전관예우’ 재취업 관행은 기업체뿐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도 심각하다. 그 사실을 국민도 이제 다 알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혁신을 떠들썩하게 약속했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특단의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 불신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 “원래부터 예뻐야 하나요?” ‘강남미인’이 쏘아올린 ‘아름다움’에 대하여

    “원래부터 예뻐야 하나요?” ‘강남미인’이 쏘아올린 ‘아름다움’에 대하여

    성형을 소재로 성장 이야기를 그리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 담긴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베일은 벗은 후 단 2회의 이야기로 “외모와 성형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몹시 씁쓸하지만,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얻은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 성형 수술로 ‘오늘부터 예뻐진 여자’ 강미래(임수향)를 통해 그간 누구도 비추지 않았던 성형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미인’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못생긴 외모로 놀림 받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외면받아 불행했던 소녀 강미래. 스무 살을 앞둔 어느 날, 미래는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성형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누가 봐도 화려하게 예뻐 주변의 시선을 끄는 미인이 된 것.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된 미래의 새 출발은 꿈꿨던 만큼 행복하지 않다. 뚱뚱해서 ‘강돼지’, 못생겨서 ‘강오크’였던 옛 별명은 사라졌지만, 오늘부터 예뻐진 얼굴이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성형을 했으니까 ‘성형 미인’, 강남 가면 많으니까 ‘강남미인’, 더 나아가 성형을 많이 해서 ‘성괴(성형 괴물)’. 이 모든 것들은 성형을 이유로 미래에게 생긴 새로운 아이디들이다. 그리고 앞에서는 “여신이다”, “정말 예뻐졌다”고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저런 게 예뻐?”라고 수군거렸다. 드라마 속에서 적나라한 대사들로 표현되는 ‘오늘부터 예뻐진 ’ 미래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 역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이면을 담고 있다. 못생기거나 뚱뚱하면 놀림을 받고, 그래서 예쁘고 날씬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예쁘고 잘생긴 것에도 급이 있는 세상. 무엇보다 ‘원래부터’ 예쁘지는 않았다는 것이 감춰야 할 약점이 되는 미래의 이야기는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를 꼬집고 있기에 많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는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최성범 감독이 전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성형으로 인생역전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형’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는 성장을 이야기”가 앞으로의 전개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 속에서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매주 금, 토요일 밤 11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런닝맨’ 톰 크루즈 통아저씨 게임, 시청률 최고의 1분 “정말 재밌었다”

    ‘런닝맨’ 톰 크루즈 통아저씨 게임, 시청률 최고의 1분 “정말 재밌었다”

    ‘런닝맨’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동시간대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평균 시청률 1부 7.1%, 2부 10%(이하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해 MBC ‘복면가왕’(9.7%), KBS2 ‘해피 선데이’(8.2%) 등을 모두 제쳤다. 특히, ‘런닝맨’의 두 자릿수 시청률 기록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으로 올해 최고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 방송에는 예고편만으로 화제가 된 영화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의 배우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가 전격 출연해 ‘여름특집! 잡아줘 프로젝트 2탄 : 잠입요원을 잡아줘’ 특집으로 함께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이 9번째가 된 톰 크루즈는 “‘런닝맨’에 나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고, 한국을 첫 방문한 헨리 카빌도 “너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이먼 페그 역시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며 뜻밖의 ‘손가락 하트 어택’으로 ‘런닝맨’ 멤버들을 열광시켰다. 이에 톰 크루즈와 헨리 카빌도 하트 어택에 동참하며 다양한 하트를 만들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철가방 퀴즈 대결, 미스터리 박스 대결, 통아저씨 게임 등 3종 게임이 진행됐다.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는 단순한 게임에도 최선을 다하며 바닥을 기어다니는 열정을 보여줬다. 사이먼 페그는 톰 크루즈와 대결을 앞둔 김종국의 눈을 가리는 반칙과 재치로 웃음을 자아냈고, 헨리 카빌은 깐족거리는 유재석을 단번에 제압해 “미국 김종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톰 크루즈는 마지막 통아저씨 게임에서 패해 ‘꽝손계 신입’으로 인정 받는 등 크게 활약했다. 톰 크루즈가 통 아저씨 게임을 하는 장면은 11.6%까지는 기염을 토하며 ‘최고의 1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예능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 ‘런닝맨’ 멤버들도 깜짝 놀랐으며, 하하는 “예능 천재”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유재석은 “녹화 시간이 1시간 밖에 없다”며 아쉬워했고 실제 방송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톰 크루즈는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런닝맨’ 멤버들이 대단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멤버들은 세 배우들에게 ‘런닝맨’의 시그니처 ‘이름표’를 선물로 증정하며 감사를 표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런닝맨’ 톰 크루즈X헨리 카빌X사이먼 페그 출격 ‘한글 이름표’ 인증샷

    ‘런닝맨’ 톰 크루즈X헨리 카빌X사이먼 페그 출격 ‘한글 이름표’ 인증샷

    오늘(22일) ‘런닝맨’에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가 출격한다. 22일 SBS 예능 ‘런닝맨’에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 주연 배우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가 출연한다. 이날 방송에 앞서 세 배우는 나란히 이름표를 붙이고 포즈를 취한 인증샷을 공개했다. 한글로 된 이름표를 붙인 이들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런닝맨’ 녹화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런닝맨’ 멤버들과 ‘미션 임파서블’ 멤버들은 빠듯한 내한 일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동안 만났음에도 마치 한 팀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고. ‘런닝맨’ 멤버들과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 멤버들 간 특별한 맞대결은 이날(22일) 오후 4시 50분 공개된다. 사진=S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땅의 이야기 속으로 - 영암 전라남도농업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땅의 이야기 속으로 - 영암 전라남도농업박물관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섭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應果)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눌은 차라리 못 믿을 때두 많다. 그러나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이태준, 돌다리, 1943> 일제강점기 시절이나 광복 이후, 아니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라를 통째로 들었다 놓았다하는 것은 땅이다. 지금에서야 재산으로서의 땅, 자본으로서의 땅, 욕망과 소유의 대상으로서의 땅이 되어버려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린 야속한 땅이지만 한때는 우리 민족의 삶을 튼튼히 지탱해준 생명으로서의 고마운 땅이었던 적도 있었다.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의 뿌리가 담겨 있는, 쇠똥 내음 가득한 땅의 역사가 잘 담겨 있는 박물관이 있다. 영암에 위치한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다. 으레 지역 박물관 수준이 그저 그런 정도이겠거니 짐작하며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을 방문한다면 큰 코 여러 번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 기실 그동안 정치적 이해에 얽히어 만들어졌던 전국 방방곡곡의 숱한 박물관들, 사실 박물관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그런 박물관들과는 애초부터 결이 사뭇 다른 곳이 바로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우선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3만 6,922m²에 달하는 광대한 시설부지에 건물면적이 6,052㎡, 전시면적은 2,423㎡에 이르니 말 그대로 단연 국내 최대 농업박물관이라는 이름표를 걸어줄만하다. 여기에 더해 7,500여점이 넘는 남도의 희귀한 전통 농기구를 비롯한 민속 생활유물 및 중국 농기구 등도 소장되어 있기에 전시품 수준으로만 보아도 단연 으뜸 수준을 자랑한다. 박물관 구역은 크게 농경문화관, 남도생활민속관, 쌀문화관, 야외전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농경문화관은 박물관 개관 당시부터 설치된 곳으로 선사시대의 농기구부터 각종 농경 유물을들이 보존 전시되어 있다. 남도생활민속관은 남도민의 전통 생활상과 민속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전형적인 남도의 마을과 가옥 모형을 옮겨 놓은 곳이다. 또한 쌀문화관의 경우 우리 겨레와 함께 한 쌀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체험 중심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4년 6월 9일 신축 개관한 쌀주제 전시공간으로 찻집, 먹을거리 장터, 혼례청 등으로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많다. 마지막으로 야외전시장에는 민속자료인 석장승 20기를 비롯하여 물레방아, 통방아, 디딜방아, 전통 초가삼간 등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농촌 분위기를 그대로 자아내고 있다. 이 외에도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는 관람객들이 전통놀이인 그네, 널뛰기, 투호, 윷놀이, 줄다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토끼·닭·오리·염소·진돗개 등 가축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동물원도 갖추어져 있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생각보다 훨씬 유익한 곳이다. 꼭 가 보길 권유한다. 2. 누구와 함께? - 아이들과 함께 방학 체험으로는 제대로인 공간이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녹색로 653-11 - 목포역에서 300번, 500번, 700번 버스 4. 감탄하는 점은? - 모든 것에 대하여. 모처럼 만나는 박물관다운 박물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영암에 위치하다 보니 한산한 편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야외전시장에 있는 농촌의 모습.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낙지와 육회 ‘영빈관’, ‘수궁한정식’, 닭백숙 ‘월출산이야기’, 콩나물해장국 ‘구림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jam.go.kr/web?site_id=19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월출산 국립공원, 왕인박사 유적지, 도갑사, 국립나주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우리네 삶의 중심이었던 농업에 대한 완벽한 스토리텔링 장소. 각종 체험행사도 다양하여 쥐불놀이,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등과 같은 전통 놀이 경험도 가능한 곳이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나라꽃 무궁화를 그린다는 것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나라꽃 무궁화를 그린다는 것

    무덥고 습한 기후가 지속될 때면 나는 하루가 다르게 생장하는 식물들을 관찰하느라 여느 때보다 바빠진다. 그러다 보면 매일 일로써 그려야 하는 식물들을 관찰하는 데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내가 평소 개인적으로 그리고자 했었던 식물들의 생장 과정을 놓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렇게 자꾸만 시기를 놓쳐 다음해를 기약하다 수년이 지나버리게 되는 식물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무궁화다.내가 다니던 수목원에는 커다란 무궁화 정원이 있었다. 수목원의 중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길목에 무궁화 정원이 있는 건 이들이 우리나라 국화라는 이유에서였다. 한여름 무더위에 사람들이 산책조차 마다할 시기, 정원엔 무궁화 꽃이 가득 핀다. 그 꽃은 희거나 붉거나 푸르렀고, 꽃잎이 겹꽃으로 화려하거나 홑꽃으로 단아하기도 했다. 이들은 나무마다 모두 각기 다른 색과 형태의 꽃을 피웠다. 그 다양한 색에 감탄하며 이름표를 들여다보면 ‘선녀’, ‘아사달’, ‘첫사랑’과 같은 우리말 이름이 쓰여 있었다. 무궁화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이 든 건 이들을 보고 난 후부터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이지만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아니다. 중국 원산의 식물이다. 물론 수백년 전 중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에 심어지기 시작했지만, 그조차도 일제시대에 거의 모두 베어져 버렸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오게 된 무궁화는 오래 꽃을 피우는 특성이 우리나라 사람의 끈기와 닮았고, 흰 꽃이 백의민족을 상징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다.물론 그 나라에 자생하지 않는 식물이 국화인 경우는 많다. 네덜란드의 국화인 튤립은 터키 원산이며, 프랑스의 국화 장미는 서아시아 원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무궁화와 이들 국화의 차이점은, 각국의 국화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궁화를 널리 애용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은 국화인 무궁화의 보급을 위해 그들의 효용성을 연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잘 생육하거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색과 형태를 띠는 무궁화를 육성해 왔다. 그렇게 육성된 무궁화만 200여종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로수나 공공기관 혹은 공원, 도시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는 이 무궁화가 그만큼 다양하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물은 늘 우리가 기존에 보지 못했던, 특이하고 신기한 형태의 외국 식물이다. 그에 비해 무궁화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뻔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수목원의 무궁화 정원에서 보았던 그 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궁화의 형태와 성질을 넘어서는 것들이었다. ‘선녀’는 꽃이 새하얗지만 꽃잎이 빛을 따라 은은한 연보랏빛을 띠고, 아사달은 분홍색 물감을 묻힌 붓이 스친 듯 꽃잎 부분 부분에 분홍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양하고 아름다운 형태였다. 늘 생각했다. 이런 무궁화의 존재를 누군가 그림으로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이 기록은 기록의 의미를 넘어 사람들에게 무궁화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가 되어 줄 것이다. 네덜란드는 튤립 버블이라 불리는 황금시대가 지나고 경제가 붕괴되면서 튤립 문화는 잠식될 뻔했다. 그러나 곧 국내가 아닌 주변 국가에 눈을 돌려 세계에 튤립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튤립 문화는 살아난다. 네덜란드가 외국에 튤립을 수출하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식물세밀화가들을 모아 네덜란드에서 육성하고 재배한 튤립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기록된 튤립 세밀화로 인쇄물을 만들어 주변 국가에 네덜란드 튤립을 홍보하고 수출하여 지금까지 튤립 문화가 지속될 수 있었다. 여전히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튤립 세밀화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그때의 그 그림은 현재 중요한 튤립 연구 데이터로 이용된다. 언젠가 일본 진다이식물원의 무궁화 정원에 간 적이 있다. 정원 입구에 무궁화에 대한 설명이 쓰인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 표지판엔 무궁화 연구를 이토록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쏙 빠진 채 일본과 중국 이야기만 쓰여 있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 무궁화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은 더해진다. 어제는 무궁화를 그리려 수목원의 무궁화 정원을 다녀왔다. 조생종인 몇몇은 이미 만개했고 대부분은 봉오리를 맺은 채 꽃이 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두어 종의 무궁화를 그릴 생각이다. 이렇게 매년 꾸준히 조금씩 그리다 보면 언젠가 우리나라의 무궁화 컬렉션을 완성할 날이 오지 않을까.
  • ‘서른이지만’ 신혜선-양세종, 인생 바꾼 13년 전 사고 “나 때문에..”

    ‘서른이지만’ 신혜선-양세종, 인생 바꾼 13년 전 사고 “나 때문에..”

    SBS 새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본편 예고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이번 예고엔 신혜선-양세종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13년 전 이야기가 담겨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름진 멜로’의 후속으로 오는 23일 밤 10시 첫 방송될 하반기 로코 기대작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제작 본팩토리)(이하 ‘서른이지만’)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이 펼치는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연출한 조수원PD와 ‘그녀는 예뻤다’를 집필한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이다. 이 가운데 우서리(신혜선 분)와 공우진(양세종 분)의 인생을 바꿔 놓은 13년 전 이야기가 담긴 ‘서른이지만’의 본편 예고 영상(https://tv.naver.com/v/3631336)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예고 영상은 공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서리의 모습으로 시작돼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고 있다. 이와 함께 열일곱 우진(윤찬영 분)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슬픈 눈빛을 띤 채 “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표정이 담겨 관심을 모았다. 이어 노수미라는 이름표가 달린 체육복을 입고 육교 위에 서 있는 열일곱 서리(박시은 분)를 바라보는 열일곱 우진의 모습이 그려져 무언가 꼬여가는 듯한 두 사람의 인연을 예상하게 했다. 이때 서리와 우진의 인생을 요동치게 만든 13년 전 사건이 그려져 충격을 선사했다. 버스에 타 있는 열일곱 서리에게 “이번 말고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요”라고 말하고 부끄러운 듯 서둘러 내리는 열일곱 우진. 하지만 이내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귀를 막고 움츠린 열일곱 우진의 모습이 이어져 사고가 났음을 짐작케 하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특히 “나는 열일곱 살인데 어떻게 이 사람이 나예요?”라며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허망한 표정을 짓는 서리와 세상에 관심 없다는 듯 공허해 보이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우진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서른 살이 서툰 그녀와 세상이 서툰 그 남자’라는 자막이 ‘서른이지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에 흘러나오는 “사람의 인생이란 반드시 드라마틱한 사건에 의해서만 바뀌는 건 아니다”, “열일곱 어느 날에 작고 사소했던 내 착각이 나와 그녀의 인생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처럼”이라는 양세종의 내레이션은 극중 열일곱에 겪은 사고로 180도 바뀌어 버린 인생에 적응해가는 서리와 우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런닝맨’ 제니, 애교+두부심장+꽝손 매력 폭발 ‘시청자 홀렸다’

    ‘런닝맨’ 제니, 애교+두부심장+꽝손 매력 폭발 ‘시청자 홀렸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런닝맨’에서 다양한 매력을 터뜨리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5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여름 특집으로 워터파크에서 진행된 가운데 블랙핑크 지수와 제니, 배우 한은정, 가수 황치열, 씨스타 출신 보라, 배우 표예진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제니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는 달리 귀여운 매력과 허당미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꾸미지 않은 해맑은 매력이 ‘런닝맨’ 멤버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광수와 커플이 된 제니는 직접 가방을 택했다. 그러나 폭탄이 있었고 이광수는 “분명 내가 다른 걸 집었는데, 네가 이걸 줬다”라고 투덜거렸다. 제니는 “바꿀 기회가 있을 거다. 처음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한 게 아니냐”라고 해명했고 이광수는 “무슨 소리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방 교체 첫 번째 미션은 재능 대결. 제니는 ‘애교 삼행시’ 대결에서 극강 애교를 선보이며 1등을 차지했다. 이어 호러룸을 택한 제니는 “이기기 위해 제가 먼저 가겠다”라며 무섭지 않다고 앞장섰다. 하지만 그 말도 잠시. 제니는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려 웃음을 안겼다. 제니가 너무 무서워하자 ‘런닝맨’ 공식 겁쟁이 이광수가 제니를 달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눈물범벅으로 탈출한 제니는 ‘런닝맨’ 멤버들에게 “안 무섭다고 않았냐”고 원망했고 하하는 “근데 너무 귀엽다”고 말하며 제니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최종 레이스에서도 제니의 꽝손은 계속됐다. 멤버들이 “제니도 만만치 않은 꽝손이다”라고 하자 제니는 “이 오빠 영혼의 영향이”라며 이광수의 탓으로 돌려 웃음을 자아냈다. 제니는 양세찬&표예진 커플의 이름표를 뜯었지만, 폭탄을 또 뽑았다. 데스매치를 앞두고 제니는 이광수에게 “마지막 벌칙은 안 받을 거라고 확신한다”라며 가위바위보를 했지만 가위바위보에도 패했다. 그리고 뽑은 최종 결과 역시 폭탄이었다. 멤버들은 “제니 자체가 꽝손”이라며 꽝손 모임에 초대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文대통령 “마주라 싱가뿌라”… ‘문재인·김정숙蘭’ 명명식 참석

    文대통령 “마주라 싱가뿌라”… ‘문재인·김정숙蘭’ 명명식 참석

    “오른손만으로 소리 못낸다” 싱가포르 속담 인용 협력 강조“특별히 감회가 깊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5년 만의 국빈방문이기도 하지만,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의 여운 때문입니다… 특히 싱가포르 국민께서 미국 치즈와 북한 김치를 곁들인 ‘평화버거’, 북·미 정상 얼굴을 그려 넣은 ‘김정은-트럼프 라떼’ 같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기념해 주셨습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문재인 대통령) “특히 문 대통령께 북한과의 대화 촉진을 위한 개인적 노력을 포함해서 한국 정부가 취하는 대대적 노력에 대해 사의를 표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 있어서 싱가포르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평화를 위한 여정의 성공을 위해 동참할 것을 기원하는 바입니다.”(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2박 3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과 리센룽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변곡점이 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꼭 한 달만인 12일 정상회담을 갖게 된 데 대해 각별한 의미를 교환했다. 15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문 대통령은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199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양국의 인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층 건물인 탄종파가 센터, 세계 최고수준의 창이 국제공항에는 한국 건설회사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다”고 했고,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상징이 됐다”고도 밝혔다. 이어 양국의 경제·문화·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싱가포르의 속담처럼 오른손만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서로에게 배우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 마주라 싱가뿌라(말레이어로 ‘전진하자’라는 뜻)”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앞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리 총리 내외와 함께 보타닉가든을 방문해 ‘난초 명명식’에 참석했다. 난초 명명식은 싱가포르 정부가 귀빈에 대한 각별한 환대와 예우의 의미를 담아 새롭게 배양한 난초 종에 귀빈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다. 한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정상들이 명명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만들어진 난초는 ‘문재인·김정숙 난초’로 명명됐다. 문 대통령 부부는 리 총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난초 화분에 이름표를 꽂기도 했다. 청와대는 “금란지교와 같은 우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 내외는 행사가 끝난 뒤 함께 오찬을 했다. 김 여사는 리 총리의 부인 호칭 여사와 함께 싱가포르 장애인 사회통합 지원센터인 ‘이네이블링 빌리지’도 방문했다. 장애인을 고용한 카페와 식당을 비롯해 장애인용 체육관, 의료 클리닉, 보조기구 시연장을 한 자리에 모은 시설이다. 호칭 여사는 이네이블링 비리지에서 만든 금색 공룡 무늬 가방을 들고 왔고, 김 여사는 평창 패럴림픽 때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평창 에코백’을 들고 왔다. 김 여사는 챙겨온 평창 에코백을 호칭 여사에게 선물했다. 싱가포르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넘어…대학로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넘어…대학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中 일부. 김광규, 1982>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은 애당초 뜨거운 곳이었다. 386세대, 아니 훨씬 이전 세대들도 이 거리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였고, 4.19의 밤이 무르익었으며, 호헌철폐와 유신타도를 외쳤고, 80년 봄을 뺏긴 울분을 최루탄 내음 핑계 삼아 목 놓아 쏟았다. 그러다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낭만의 거리, 예술의 거리, 연인의 거리라는 달달한 이름표를 달기 시작하면서 대학로는 대표적인 젊음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2004년 5월에 이르러서는 종로구 인사동에 이어 대학로는 서울의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이 될 만큼 대중 문화 예술 활동 중심지역이 되기도 하였다. 그룹 동물원의 '혜화동' 노래 가사처럼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야만 할 것 같은 골목, 내일이면 멀리 떠나가는 친구와 함께 한 추억이 담긴 거리, 대학로다. 지금의 대학로는 예전에도 대학로였다. 조선 태조 7년(1398)에 성균관이 이 지역에 터를 잡으면서 지금의 명륜동, 혜화동, 동숭동 일대 전역을 ‘가르침을 높이 여긴다’라는 뜻으로 '숭교방(崇敎坊)'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숭교방 동쪽에 있다하여 동숭(東崇)동이 생겨났고 이곳에 1924년 현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이 자리를 잡는다. 왜냐하면 이 주변에는 공업전습소(현 한국방송대학교 본관), 대한의원(현 서울대학병원), 부속의학교(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도심 내의 교육환경으로서는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광복 후인 1946년 8월, 국립 서울대학교가 정식으로 발족하면서 현 마로니에 공원과 아르코미술관 일대는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이 모여드는 낭만의 거리로 변모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대학로라는 명칭보다는 서울대 문리대 앞길이라 하여 ‘문리대길’이라 불렀으며 지금은 복개된 작은 하천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대포 탁주를 파는 작은 실비 주점들과 다방들이 모여들었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옮긴 뒤 정부는 그 자리를 1976년 3월에 마로니에 공원으로 지정 조성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 본관 건물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본관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레 주변에는 소극장, 미술관,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선다. 건축가 김수근의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샘터 사옥 등의 붉은 색 벽돌 건물들뿐만 아니라 샘터파랑새극장, 바탕골소극장, 성좌소극장, 연우소극장 등이 골목 골목에 들어서면서 대학로는 명실상부한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로 변모하였다. 1985년 5월에는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까지 폭 40m 6차선의 길이 1.2km의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서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대학로라는 거리명칭이 통용되었다. 이후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현재의 대학로는 100여개의 공연장과 더불어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 의학박물관 등 4개의 박물관과 아르코미술관, 갤러리정미소, 목금토갤러리, 샘터갤러리 등의 미술관, 하이퍼텍나다와 영화관 등이 모여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연중무휴로 이루어지는 서울 대표적인 문화 특구로 지금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학로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90년대 이전까지는 서울 도심 최고의 젊음의 공간. 아직도 옛 향수와 더불어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접할 수 있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과 함께. 3. 위치는?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 꼭 봐야하는 곳은? - 마로니에 공원, 샘터 사옥 건물과 아르코 미술관, 골목 골목에 위치한 작은 소극장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대학로에는 현재 홍익대를 포함하여 동덕여대, 상명대, 중앙대, 우석대, 청운대 등의 각 대학 예술학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늘 젊음 특유의 생동감이 있는 살아있는 거리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추억을 담고 있는 학림다방, 아르코 미술관, 샘터 파랑새 극장 7. 주의할 점은? - 이곳에는 순수 연극을 사칭하여 질 낮은 공연을 유도하는 거리 호객꾼들도 많다. 미리미리 공연정보를 알아보고 와야 한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tour.jongno.go.kr/tour/cultureInfo.do?menuNo=400165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창경궁,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 의학박물관, 주말 농부시장 마르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대학로는 아직도 젊음의 에너지가 약동하는 거리다.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과는 결이 다른 순수한 낭만이 아직은 살아 있는 곳이다. 싸구려 음란 공연 티켓은 항상 주의! 조심!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여기는 중국] 11세 소년 키가 무려 206cm…세계서 가장 큰 ‘초딩’

    [여기는 중국] 11세 소년 키가 무려 206cm…세계서 가장 큰 ‘초딩’

    중국의 한 11살 소년의 키가 무려 206cm에 달해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큰 소년으로 불리고 있다. 성도상보(成都商报)는 26일 쓰촨성(四川省) 러산시(乐山市)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샤오위(小宇)의 키가 206cm에 달한다고 전했다. 샤오위는 일찌감치 학교에서 ‘거인’으로 불리며 유명 인사가 됐다. 학기 초에는 담임 선생님이 샤오위를 고등학생으로 오인해 “교실을 잘못 찾았다”며 돌려보낸 적도 있다. 책상과 의자도 특별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샤오위는 유치원 입학 당시 키가 벌써 130cm가량 되었다. 이후 키는 계속해서 자랐다. 아이가 지나치게 커버리자 부모들은 4살 경 병원에 데려가 정밀 검사를 했다. 병원에서도 처음에는 ‘거인병’을 의심했지만, 성장호르몬, 뇌하수체 등 각종 항목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이후 가족들은 유전에 의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외할머니의 키는 175cm,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키는 모두 190cm가 넘는다. 아빠의 키도 180cm가 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키도 모두 170cm 이상이다. 키가 너무 커서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다. 5살 유치원에 다닐 무렵에는 책가방과 이름표를 손으로 가려야 했다. 사람들이 "다 큰 애가 유치원에 다닌다"면서 놀려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칠판 높은 곳을 지우거나 높은 창문을 닦고, 심지어 학교의 감시통제 카메라를 닦기도 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머리가 부딪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버스를 타면 손잡이에 걸핏하면 머리가 걸렸다. 세계기네스북등록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최고 신장의 청소년은 215.9cm나 당시 나이가 18살이 넘었다. 따라서 올해 11살인 샤오위는 전 세계 키가 가장 큰 초등학생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기네스북등록컨설팅은 샤오위의 보호자가 기네스북세계기록 공식 사이트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런던 본부와의 상의를 거쳐 최종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성도상보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사설]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 업무 처리와 처신

    그제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공정위는 신세계, 다음 등 대기업들의 위장 계열사 지분 차명 보유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직 간부들이 퇴직 간부들을 유관기관에 몰래 취업시킨 사실도 꼬리를 잡힌 모양이다. 대기업 봐주기와 퇴직 간부들의 유관기관 재취업을 통한 전관예우는 여러 말이 필요 없는 공정위의 ‘적폐’다. 공정위가 연일 벌집 쑤셔진 분위기인 것은 당연하다. 이번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곳이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12년 만에 부활한 기업집단국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등을 집중조사하라고 힘을 실어 준 핵심 부서다. 검찰은 올 초 이중근 부영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직원들이 주식 현황 신고 누락 사실을 묵인한 단서도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기업과의 뒷거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다. 전관예우 의혹도 보통 심각하지 않다. 전·현직 간부들은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기관에 취업하면서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승인 심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기관이나 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불법 취업의 수사 대상에 지철호 부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이러고도 공정위가 ‘경제검찰’이라는 이름표를 달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이후 재벌개혁과 공정위 혁신을 떠들썩하게 약속했다. 그런데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전한 내부 적폐에 제 환부가 썩고 있는 마당에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돼야 한다는 비판이 다시 들끓고 있다. 공정거래 분야의 대기업 불법 행위는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는 이상 공정위의 기업 유착과 전관예우 관행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일이 터질 때마다 공정위가 찔끔찔끔 땜질 방지책을 내놓다 마는 시늉에 국민의 피로감만 쌓여 간다. ‘불공정위원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정위는 적폐청산의 무풍지대에서 제발로 나와야 할 것이다.
  • 김희애 팬심 고백 “방탄소년단 연습하는 모습 감동적”

    김희애 팬심 고백 “방탄소년단 연습하는 모습 감동적”

    배우 김희애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21일 방송된 SBS 파워FM ‘박선영의 씨네타운’에서는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주연 배우 김희애가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희애는 DJ 박선영과 그룹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선영이 “멤버들 이름은 다 아느냐”고 묻자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저희 아들 이름도 헷갈린다”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김희애는 “이름을 앞에 붙이고 연습하는 연습실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어린 친구들이 연습하고 고독하게 보낸 시간이 지금의 그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며 “다 똑같이 느끼실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이어 “너무 짠하더라. 이름표 붙이고 연습한 모습이 우리 아들 같더라”며 “(멤버들)어머니들이 보셨을 때 저랑 비슷한 마음이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SBS 파워FM ‘박선영의 씨네타운’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토록 다양한 블루베리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토록 다양한 블루베리

    내가 다니던 수목원에는 블루베리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녹음이 짙어지는 오뉴월이면 나무엔 연두색과 보라색, 흑색의 동그란 블루베리 열매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전시원의 열매라 이들을 따먹을 수는 없었지만 연둣빛 잎에 검정 열매가 익어가는 탐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들의 맛을 보는 것 이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장마철이 되면 이들은 언제 열매가 달렸냐는 듯 바닥에 까만 과육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곤 했다.전시원이 리모델링되면서 그 블루베리 나무 세 그루는 없어졌지만, 이들은 내 생애 첫 블루베리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더위가 시작되는 딱 이맘때면 어김없이 나무에 매달린 동그랗고 귀여운 블루베리 열매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슈퍼에서 블루베리 한 팩을 사다 먹는다. 그다지 달거나 시거나 배부르지도 않은데 자꾸만 먹게 되는 까만 열매. 블루베리는 그들의 맛처럼 묘한 매력이 있는 과일이다. 수목원을 그만두고, 우연찮게 작은 세밀화 도감을 낼 일이 생겼다. 어떤 식물을 주제로 도감을 만들지 고민할 때, 머릿속 한켠에서 그 블루베리나무의 풍경이 떠올랐다. 수목원에서 보았던 블루베리나무의 이름표엔 ‘블루크롭’, ‘다로’라는 품종명이 쓰여 있었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블루베리 품종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블루베리만 들어 있는 블루베리 도감을 만들자 생각했다. 마침 그땐 우리나라에 블루베리가 한창 새로운 과일로 인기가 많아지던 시기였고, 과일 도감이라면 식물에 특별히 관심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자연스레 식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마트의 투명한 팩에 담긴 열매 몇 알만으로 이들의 정확한 품종을 식별하긴 무리지만, 우리 곁에 이토록 다양한 블루베리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이제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과일이 되었지만, 사실 블루베리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된 지는 이십 년이 채 되지 않는다. 만여 년 전 아메리카 대륙 인디언의 식량이자 약으로 이용돼 온 블루베리는 1920년대부터 미국에서 집약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들면서 소규모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농가도 하나둘 생겨났고, 비로소 국내산 블루베리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엔 이들의 항산화, 눈 건강, 노화 예방 등의 약효가 알려져 약용식물로 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빵과 음료, 디저트 등 많은 요리의 재료에 이용되어 어느 마트를 가도 살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 되었다. 블루베리 도감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뒤로 나는 강원도의 한 블루베리 농장을 드나들며 그림을 그렸다. 농장에는 열다섯 품종의 나무가 있었고, 이들을 관찰할 때면 농장주는 내게 다가와 그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건 엘리자베스라는 품종이고 이건 듀크라고 해요. 제일 알이 크고 맛있어서 인기가 많아요. 사과로 치면 부사 같은 거지.” ‘다로’는 늦게 숙성하며 수분이 많고 과육이 단단한 품종이고, 패트리어트는 열매가 크고 긴 편인데 가을에 단풍이 예뻐서 정원에도 많이 심는다. ‘블루크롭’은 블루베리계의 클래식 품종인데, 고전적인 맛과 향을 갖고 있다. 이곳의 블루베리는 열매와 잎의 크기, 형태뿐만 아니라 산도와 당도도 다르고 어떤 것은 무르고 달아 생과로 좋고 또 어떤 것은 단단해 디저트용 통조림으로 이용하기 좋았다. 이 작은 열매도 각자의 역할과 장점, 기능이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 순창에서는 ‘듀크’ 품종을 이용해 블루베리 막걸리를 개발한 바 있다.그렇게 나는 보름 동안 블루베리 그림만 그렸고, 도감은 완성되었다. 그림을 보고 누군가는 ‘블루베리가 이렇게 품종이 많았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그린 이들은 일부분일 뿐, 우리나라에는 백 종이 넘는 블루베리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다만 유통 과정에서 이들을 품종별로 정확히 분류하기가 어렵고, 제대로 된 이름으로 묘목이 판매되는 일이 적어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DNA로 블루베리 품종을 쉽고 정확하게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블루베리 주요 재배지에서는 특정 품종의 장점을 살린 블루베리 활용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블루베리를 찾고, 재배 면적이 증가할수록 블루베리 재배 기술 연구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블루베리는 모두 외국 품종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인기가 더 많아진다면, 사과나 딸기처럼 블루베리 역시 우리말 이름으로 출시될지도 모르겠다. 그때쯤이면 마트의 블루베리 매대에는 ‘부사’ 사과, ‘설향’ 딸기처럼 구체적인 품종명이 크게 쓰여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품종을 찾아가며 고를 것이다. 블루베리를 관찰하고 그리면서, 나는 이런 ‘미래 블루베리 풍경’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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