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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우새’ 이하늬, 남다른 승부욕 “‘런닝맨’ 이름표 뜯다 손가락 깁스”

    ‘미우새’ 이하늬, 남다른 승부욕 “‘런닝맨’ 이름표 뜯다 손가락 깁스”

    ‘미우새’ 이하늬가 남다른 자존심과 승부욕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배우 이하늬가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MC 신동엽은 이하늬에게 “자존심 때문에, 오기 때문에 억지로 뭘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하늬는 “많다”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하늬는 “‘이거는 끝까지 해야 해’ 이런 마인드가 있다. 지금 세번째 손가락이 다친 상태다. 얼마 전에 SBS ‘런닝맨’을 출연했다가 이름표를 뜯다가 다쳤다. 사실 그 이름표 안 뜯어도 괜찮지 않냐. 그걸 뭐 그렇게 뜯겠다고 하다가 결국 깁스를 하게 됐다. 집에 오는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SBS ‘미우새’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살아 있는 화석, 메타세쿼이아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살아 있는 화석, 메타세쿼이아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고, 그 호수 근처에는 거대한 직삼각 수형의 나무가 있었다. 네모난 학교 건물과 동그란 호수, 세모난 나무를 한 페이지에 그린 그림이 내 생에 처음 그린 풍경화다. 어렸을 때는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몰랐고, 커서도 도무지 무슨 종이었는지 기억해낼 수 없이 그저 직삼각 수형의 바늘잎나무라고만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2년 전 모교에 초대받아 강의를 하게 되면서 20여년 만에 그 나무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그 나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메타세쿼이아였다. 연둣빛의 가느다란 잎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거대한 나무. 나무 앞에 커다란 이름표까지 떡하니 꽂혀 있었는데 왜 어릴 적 나는 그걸 보지 못했을까. 나무는 내 기억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20m는 족히 돼 보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여전히 똑같은 그 나무가 대견해 가까이 다가가 붉은빛 수피를 쓰다듬으니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나면서 울컥했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준 메타세쿼이아. 재밌게도 이 나무는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되살아난 나무’ 혹은 ‘여전히 살아 있는 화석 나무’라고 불린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 존재했던 이 나무가 19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멸종된 줄만 알았으나 1944년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노목으로 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속 3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 종은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리에 중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 전파되고 증식돼 세계적인 원예식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52년 현신규 박사에 의해서 처음 도입됐다. 흔히 메타세쿼이아와 같은 과의 식물인 낙우송이 수형도, 잎 형태도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기가 쉬운데, 가장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은 잎이 마주나면 메타세쿼이아, 어긋나면 낙우송이다. 가까이 다가가 잎을 보지 않더라도 낙우송은 공기뿌리가 땅 위로 볼록 솟아나 있어서 나무 주변에 뿌리가 보이는지 둘러보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메타세쿼이아는 1952년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된 후 한창 가로수 식재가 많던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도시 가로수와 공원 조경수로 널리 이용돼 왔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도시 녹화에도 유용하고, 수고가 워낙 높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색적인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식물은 내 모교에도 식재됐을 것이다.그러나 안타까운 건 이 나무가 최근 베어지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 나무의 수고가 높아 햇빛을 가리다 보니 주변이 늘 그늘지고 주변 상가의 간판을 가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뿌리가 하수도를 파고들어 공사가 연이어진다. 계획도시 창원을 가로지른 명물, 메타세쿼이아는 이제 이곳의 애물단지가 됐다. 뿌리가 높이 뻗어 보도블록이 깨지고 뒤틀려 해마다 공사하느라 말이다. 그렇지만 그 누가 메타세쿼이아를 원망할 수 있을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 세상에 나쁜 식물 또한 없다. 커피의 카페인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잠을 못 이루게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흥분을 유도해 정신 건강에 활력을 주듯이, 모든 식물에게 유용성과 독성은 공존한다. 그것을 우리 인간이 어떻게 얼마나 이용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도심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의 거대한 수고와 수형이 사람들에게는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주지만 주변 상인들에게는 햇빛과 간판을 가리는 불편이고, 잘 자라는 성격, 뿌리가 넓게 뻗어나가는 특성이 땅을 초록으로 만드는 데에는 이롭지만 뿌리가 하수도를 막히게 하고 있다. 모두 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적재적소에 식재하지 못한 탓에 생긴 문제다. 물론 당시에는 그 누구도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타는 바람에 급격히 원예식물로 이용돼 그에 기반한 연구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라도 이들을 깊숙이 알게 됐으니, 이런 부작용을 또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나무 한 그루를 베는 건 그 나무가 살아온 수십 년의 시간을 베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초등학교 호수 곁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는 비교적 행복한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뿌리를 마음껏 내디딜 수 있는 한가로운 운동장, 좋아하는 물 곁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도시의 모든 식물이 행복할 2019년을 희망한다.
  • ‘나쁜형사’ 신하균, 이설에 “너 누구야” 강렬 엔딩..시청률 12.5%

    ‘나쁜형사’ 신하균, 이설에 “너 누구야” 강렬 엔딩..시청률 12.5%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했던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가 두 번째 방송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MBC 새 월화드라마 ‘나쁜형사’(허준우, 강이헌 극본, 김대진, 이동현 연출)가 이틀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자리를 차지, 시청률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안방극장을 또 다시 휩쓸었다. 지난 4일(화) 방송된 ‘나쁜형사’ 3회는 9.8%, 4회 11.5%로(닐슨코리아 수도권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은 물론, 순간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12.5%를 돌파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모든 채널을 통틀어 동시간대 시청률 왕좌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전날 방송된 1, 2회 시청률 대비 각각 1.7%P, 2.3%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3회가 3.3%, 4회가 4.2%를 기록, 이 역시 전날의 수치를 가뿐히 뛰어 넘은 것은 물론, 특히 4회는 전날 방송에 이어 이틀 연속 전 방송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나쁜형사’는 방송 첫 주 만에 시청률을 물론 화제성까지 단 번에 사로잡은 것에 이어 그 지표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나쁜형사 우태석(신하균) 캐릭터의 매력과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어 시청자들의 시선을 싹쓸이했다. 13년만에 형사와 검사로 다시 마주하게 된 장형민(김건우)과 치열한 추격전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우태석은 높은 계단 위 난간에 매달리게 된 그를 끝내 구해주지 않고 떨어지는 것을 방관했다. 그 결과, 장형민은 겨우 목숨만을 부지한 채 혼수상태에 빠졌고, 우태석은 형사로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오히려 우태석은 경찰과 검찰 사법 시스템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도구로 이용되었고, 자신과 함께 일하던 다른 경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순식간에 영웅이 된 우태석을 중심으로 채동윤(차선우), 반지득(배유람), 이문기(양기원), 신가영(배다빈)까지 강력연쇄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S&S(Serious&Serial)팀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거칠지만 팀원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우태석의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져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은선재(이설)는 자신의 부모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 현장에 출동하게 된 S&S팀 우태석은 최초 발견자이자 피해자 가족인 은선재와 다시 만나게 되고, 취조실에서 채동윤과 대화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우태석은 “목소리는 꾸며낼 수 있어도 표정은 숨길 수 없어. 은선재 기자, 부모가 죽었는데 슬프지 않아”라고 말하며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천재지만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지닌 그녀의 진짜 모습을 대번에 알아본 우태석은 은선재를 직접 찾아간다. 집 곳곳을 훑어보던 우태석은 한선재가 본명임을 알아보고는 그녀를 도발했고, 은선재 역시 그가 이전과는 다르게 결혼 반지를 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결혼생활에 문제 있죠?”라며 지지 않고 맞받아 쳤다. 이 장면에서는 형사와 용의자로 만난 두 사람의 관계에서 미묘하면서도 치명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앞으로 이들이 어떤 전개를 맞이하게 될 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이후 은선재는 태석의 아내 해준(홍은희)를 찾아가 귀에 날카로운 비녀를 들이대며 “네 남편이 나를 건드렸어”라며 협박을 하는 예측 불가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우태석은 그녀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 범행 도구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한 개의 유골 항아리를 훔치고, 이를 일부러 은선재에게 드러내면서 그녀를 더욱 도발한다. 은선재는 그 어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집에서 조용히 부엌칼을 집어 든 채 우태석을 쫓아갔고, 그렇게 다리 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날카로움을 거두지 않고 미묘한 대립 관계를 형성하던 중, 태석이 유골 항아리에 있던 배여울의 이름표를 발견하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이 장면에서는 4회의 마지막을 차지한 엔딩신이 압권이었다. 배여울의 이름표를 발견한 신하균이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너 누구야”라고 외치며 이설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엔딩을 장식한 것. 때문에 사건을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에서 살인사건의 최초 발견자이자 피해자 가족에 이어 용의자로 급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신하균과 이설에게 어떤 또 다른 사건이 펼쳐지게 될 지, 그리고 과연 이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 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나쁜형사’는 신하균, 이설, 박호산, 김건우 등 배우들의 미친 존재감과 더불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과 배경음악 등을 바탕으로 안방극장에 최강의 몰입도를 선사하며 60분 시간을 순삭시켰다. 무엇보다 왜 그 동안 ‘나쁜형사’가 2018 대미를 장식할 가장 강렬한 기대작이자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을 꼽힐 수 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차원이 다른 웰메이드 범죄 수사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MBC 새 월화드라마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더 독한 형사와 연쇄살인마보다 더 위험한 사이코패스의 아슬아슬한 공조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로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린세상] 문체부 장관이 안 보인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문체부 장관이 안 보인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기대가 컸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빼고는 제대로 정책과 행정을 이끌어 간 문화예술인 출신 장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시인으로서 행정 경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도종환 장관에게는 소중한 국회 의정 활동 경험이 있다.구색 맞추기로 ‘이름표’만 달고 다니는 비례대표들과는 달리 장관이 되기 전까지 5년 동안 그는 ‘문화 불모지’나 다를 바 없었던 19, 20대 국회에서 문화진흥과 예술인들의 복지, 문화 경쟁력 확대를 위한 법안 발의와 제정,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미르재단 의혹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슈를 주도한 것도 그였다. 이런 활동과 경험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도 그에게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를 맡겼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문화적 통찰력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의정 경험이 있어 문체부 장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창의적이면서 역동적인 문화예술관광 분야의 새 틀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청와대의 설명이 이를 말해 준다. 그런 만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문화생태계를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복원시켜 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동안 그의 모습은 이런 판단과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의원 시절의 날 선 각과 장관 취임 때의 각오와 공언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늑장 부리기, 결단력과 소신 부족, 눈치 보기와 정치적 안주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장관 스스로 “차별과 배제, 불공정한 지원으로 예술인들에게 불이익을 줬으며, 문화생태계를 왜곡하고 다양성을 잃게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분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부터 그렇다. 장관이 의욕적으로 위원장까지 직접 맡았으면 역량을 집중해 빠르고 과감하게, 공정하고 엄격하게 끝내야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야말로 이 정부가 정의와 정상회복을 위한 시급하고 상징적인 과제이자 새로운 문화정책을 위한 출발이라고 강조했으니까. 그러나 조사는 너무나 느렸고, 1년이나 질질 끌면서 내놓은 ‘문체부 공무원 징계 제로(0)’란 결론도 허탈했다. 더구나 그 이유가 연루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형평성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라니 어이가 없다. 그래 놓고 장관이 문체부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관료주의에 투항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문화예술계에서 터져 나오고, 정치권도 마뜩잖게 여기자 두 달 만에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건 또 뭔가. 소신이 아니다. 전형적인 눈치 보기다. 이미 신뢰와 공정성을 잃어버린 억지 춘향식 재검토로 몇 명을 징계한들 그것을 블랙리스트 청산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나마 또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 때의 누구처럼 마구잡이 칼춤을 추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장관 자신이 호언한 개혁의 칼만은 정확하게, 거침없이 휘둘러야 하지 않을까. 늑장 부리기와 결단력 부족은 체육계 적폐청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해 급기야 최근의 컬링까지 끝없이 터져 나오는 체육계에 만연한 고질적 비리와 전횡을 바로잡는 것에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정말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았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했다면 누구보다 앞서 현장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듣고,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말 편안히 장관 자리를 지키다 1년 뒤인 선거철에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노태강을 2차관으로 발탁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문체부 장관이 이런저런 행사에서 축하와 격려를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바쁘다. 그렇다고 이 정부가 중점을 두는 남북 평화를 위해 문화체육 교류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정치나 경제에 밀려 문화는 늘 뒷자리다. 그럴수록 문체부 장관은 문화를 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장관도 잘 알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눈치를 보면 문화는 힘과 가치를 잃는다는 것을. 삶이 힘들수록 문화가 더 간절하며, 즐거움과 위안을 준다. 정부가 외치고 있는 것도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 [포토] ‘이렇게 만날줄이야’…제주4·3 유해 70년 만에 가족 품으로

    [포토] ‘이렇게 만날줄이야’…제주4·3 유해 70년 만에 가족 품으로

    22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 희생자 발굴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에서 유족들이 가족 유해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 “큰 키로 여자농구 품는 엄마 리더십 보여드릴게요”

    “큰 키로 여자농구 품는 엄마 리더십 보여드릴게요”

    영원한 농구인… 환갑 맞아 새로운 도전 다득점 경기 운영·파울 작전 배제 계획 안방마님이란 심정으로 매경기 찾을 것지난 13~1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챌린지 위드 코리아3X3’ 대회에서는 출전 선수들보다 박찬숙(59)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 더 주목을 받았다.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 은메달,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에 앞장서며 ‘한국 여자 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박 본부장이 경기장에 나타나자 그를 알아본 농구팬들이 몰려들었다. ‘얼굴이 명함’일 정도로 스타인 그이지만 점퍼 뒤에도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박고 나타나 팬들과 인사를 나누며 ‘WKBL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25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WKBL 사옥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영원한 농구인으로서 죽을 때까지 코트를 떠날 수 없단 생각을 했다. 여자농구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늘 준비를 했었는데 WKBL에 합류하게 되어서 기쁘다”며 “제대로 맞는 신발을 신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3대3 농구 대회에 이름표를 달고 나선 것은 이병완 신임 총재님의 아이디어”라며 “오랜만에 그런 옷을 입고 팬들을 만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WKBL 경기운영본부는 지난 7월 취임한 이 총재가 기존의 심판위원회와 경기부를 합쳐 신설한 조직이다. 박 본부장은 지난 1일부터 경기운영본부의 수장으로 뛰고 있다. 2012년에 WKBL 혁신위원장을 맡았지만 금세 사임한 뒤 가끔 ‘아르바이트’로 연맹 일을 도왔지만 본격적으로 WKBL 행정 업무에 합류한 것은 6년 만이다. 한국 나이로 환갑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박 본부장은 “나는 복이 많은 것 같다. 환갑에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 개막하는 WKBL 새 시즌에는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 운영을 하겠다”며 “비정상적인 수비에는 바로 파울을 불고, 막판에 경기 진행을 끊는 ‘파울 작전’도 배제할 계획이다. 비디오 판독도 4쿼터 종료 2분 전에만 가능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부와 심판위원회에 있던 칸막이가 사라지니 소통이 잘되는 것 같다. 현재 팀워크가 최고다”며 “내가 키(190㎝)도 크고, 풍채도 크니까 모두를 안아주겠다. (여자 농구계의) 엄마 같은 사람으로서 모두를 품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소 침체에 빠진 여자 농구 인기에 대해서는 “국민은행의 박지수 같은 선수가 인기 스타로 커야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국제대회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님이 북측 선수들이 WKBL에 와서 뛰는 것에 관심이 있다. 아시안게임 단일팀에서 보니 북측의 로숙영이 끈기 있게 플레이하는 것 같다”며 “만약 북측 선수들이 리그에 오면 동포 선수 신분인지, 국내 선수 신분인지 연맹에서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결론은 못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구계 상황이 어려운데 나라도 열심히 뛰어 홍보를 해야 한다”며 “WKBL의 안방마님이라는 심정으로 매 경기 코트를 찾아갈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염색과 파마 강력 규제함”/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염색과 파마 강력 규제함”/손성진 논설고문

    학생의 머리 염색과 파마 허용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상상도 못했을 문제다. “외출시에도 항상 학교 배지를 달고 제복과 모자를 착용할 것이며 다방과 당구장, 기타 유흥장에 출입을 금한다.”(동아일보 1961년 6월 1일자) 이 기사의 대상은 중고생이 아니라 성인인 대학생이다. 5·16 직후에 대학생을 포함해 학생의 규율을 바로잡겠다는 군사정부의 의도였다. 교복이 없는 여대생에게는 간소한 옷차림을 예시해 그대로 입으라고 했다. 중고생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깎고 군복 같은 교복과 모자를 착용해야 했다. 4·19혁명이 일어나 각계의 요구가 분출했던 1960년에는 두발 규제에 불만을 품은 중고생들이 동맹휴학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듬해 군사정부는 초·중·고생의 교복, 두발, 모자, 운동화, 이름표와 심지어 양말색까지 기준을 세세하게 정해 지키도록 했다. 1980년대 초 교복과 두발 자율화가 시행될 때까지 이 규정은 20년 동안 지켜졌다. 가령, 여자 중고생의 경우 양말은 학교 단위로 통일하고 검은색 운동화를 신어야 하며 한글로 쓴 이름표를 달도록 했다. 파마를 금지한 것은 물론이고 머리에 머플러를 쓰지 못하고 겨울 외투는 검수한 국산품을 쓰라고 했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할 수도 없었다. 중고생 교복과 두발 자율화는 1979년 12·12 직후 정국 혼란기에 최초의 여성 교육수장이 된 김옥길 당시 문교부장관의 지시에서 시작됐다. 환영하는 의견도 많았으나 학부모 부담을 늘리고 탈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1981년에 서울의 고교 15% 정도가 변형된 교복을 채택했다(경향신문 1981년 2월 25일자). S고교는 교복을 검은색 신사복으로 바꾸었다. 머리는 스포츠형을 허용했다. D고는 상의를 군대 예복처럼 바꾸고 모자를 없앴다. 그러나 교복과 두발을 바꾸었다가 반발에 부딪혀 원래대로 돌아간 학교도 있었다. 전면적인 교복 자율화는 1982년 새해 벽두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그다음 해부터 시행하게 됐다. 자유로운 조발도 허용하나 염색이나 파마는 강력히 규제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막상 시행하고 보니 학생들의 행동이 거칠어졌다. 두발 검사에 반발한 고교생들이 수업 중에 학교를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청소년 강력사건이 나왔다 하면 자율화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탈선을 막는다며 유해업소에 경찰관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후 자율화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정치권이나 교육계에서 툭 하면 나왔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뷰티인사이드’ 이민기, 서현진에 “내 눈엔 계속 당신” 설렘 폭격

    ‘뷰티인사이드’ 이민기, 서현진에 “내 눈엔 계속 당신” 설렘 폭격

    ‘뷰티인사이드’가 예열을 끝내고 본격 설렘 폭격을 시작했다. 지나 2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서로의 비밀에 조금씩 가까워진 한세계(서현진 분)와 서도재(이민기 분)의 모습이 짜릿한 로맨틱 훈풍을 일으켰다. 이날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레 중년의 얼굴로 변한 한세계(김성령 분)는 서도재의 도움으로 공항을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비밀을 들켰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심지어 두고 온 캐리어를 찾으러 간 자리에서 서도재는 단번에 한세계를 알아봤다. 상황이 납득가지 않는 것은 서도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한세계의 가사도우미라고 소개한 그녀 역시 서도재의 눈에는 한세계로 보였던 것. 커피 영수증에 남아있는 사인 역시 한세계의 것이 분명했다. 의심스러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도재는 한세계의 집을 찾았다. 변한 한세계를 주인처럼 따르는 강아지, 지나치게 고급스런 옷차림을 단서로 한세계의 비밀을 추론하던 서도재 앞에 원래의 얼굴로 돌아온 한세계가 나타났다. 옷차림과 술 냄새, 목걸이까지 그대로였다. 낯선 얼굴은 단번에 알아보더니 본 모습으로 돌아온 한세계에게 누구냐고 묻는 서도재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세계는 서도재가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티로드 항공 본사로 찾아간 한세계는 직원 이름표를 달고 서도재를 시험했다. 포커페이스로 한세계를 못 알아본 척하던 서도재는 “자꾸 나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한편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텐션과 달리 ‘핑크빛 밀월여행’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스캔들이 터졌다. 서도재의 약점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고 홀로 돌아가려던 한세계는 몰리는 인파와 쏠리는 관심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곤혹스러워하는 한세계 앞에 다시 나타난 서도재는 재킷을 씌워 그를 철벽 보호했다. 서도재에게 이끌려 묵묵히 걸어가던 한세계는 “믿을 자신 있냐고 물었죠? 안 믿을 자신이 없는데 난. 내 눈에 당신, 계속 당신이었으니까”라는 말에 놀랐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 맞춤은 그 어떤 순간보다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시작해 서로의 비밀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모습은 운명적인 설렘으로 이어졌다. “이런 나를 보고도 ‘세계야’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한 명쯤 더 있으면 어떨까” 하고 바라던 한세계에게 서도재가 나타났다. 얼굴이 바뀌어도 한세계만을 알아보는 서도재의 행동 하나하나는 ‘심쿵’을 유발하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높였다. 무엇보다 서현진 특유의 섬세한 연기는 모두가 알아보는 톱스타지만 정작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한세계의 외로움에 공감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JTBC ‘뷰티인사이드’는 매주 월, 화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JTBC ‘뷰티인사이드’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뷰티인사이드’ D-1, 톱스타 서현진X이민기, 묘한 엘리베이터 만남 포착

    ‘뷰티인사이드’ D-1, 톱스타 서현진X이민기, 묘한 엘리베이터 만남 포착

    ‘뷰티 인사이드’ 첫 방송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현진과 이민기의 만남이 기대를 모은다. 오는 10월 1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측이 본 방송을 앞두고 사진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한세계(서현진 분)의 항공사 위장 침입 현장과 서도재(이민기 분)와의 의미심장한 만남이 포착됐다. 공개된 사진 속 한세계는 톱스타의 필수품인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비밀보장 3종 세트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서도재가 있는 항공사를 찾았다. 무언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한세계. 중무장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감출 수 없는 여배우의 아우라가 시선을 끈다. 또 다른 사진 속 한세계는 위장 침입 작전 2단계를 펼친다. 이번엔 블라우스에 이름표를 달고 항공사 직원으로 변신한 한세계. 연기파 배우답게 금세 단정한 직원의 모습으로 변신한 한세계의 능청 매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톱스타 한세계의 등장에도 일말의 동요조차 없는 서도재의 포커페이스는 다른 의미에서 흥미를 자극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묵묵히 앞만 바라보는 서도재의 시크한 카리스마와 당황스러운 상황에 흔들리는 한세계의 눈빛. 결코 평범치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한 달에 한 번 얼굴이 바뀌는 톱스타 한세계와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항공사 본부장 서도재.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치명적인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도재를 찾아가 첩보전 뺨치는 위장 잠입 작전을 선보이는 한세계의 모습은 앞으로 전개될 예측 불가한 두 사람의 마법 같은 로맨스에 기대를 높인다. 한세계의 다채로운 얼굴을 소화할 서현진과 자신의 색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민기의 시너지 역시 흥미로운 설정 위에 유쾌한 공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뷰티 인사이드’ 제작진은 “서현진과 이민기는 ‘얼굴이 바뀌는’ 한세계와 ‘타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서도재의 특별한 설정을 맞춤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며 “각자의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두 사람, 서로만을 알아보는 운명적 로맨스가 참신한 설렘을 선사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송현욱 감독은 “‘뷰티 인사이드’는 로코와 멜로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작품”이라며 “한세계는 한 달에 한 번 얼굴이 변하지만, 다시 원래 얼굴로 돌아온다. 그와 로맨스를 펼칠 서도재는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 원작과는 다른 두 가지 설정의 변주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한 달에 일주일 타인의 얼굴로 살아가는 한세계와 일 년 열두 달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서도재의 조금은 특별한 쌩판 초면 로맨스를 그린다. 얼굴이 바뀌는 원작의 설정을 여자주인공으로 변주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1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스튜디오 앤 뉴, 용필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포도의 그림 기록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포도의 그림 기록

    비로소 가을이 되어 여름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복숭아 대신 포도의 달콤한 냄새가 공기를 메우는 계절이 되었다.얼마 전 나는 마트에서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리를 지은 젊은이들이 청과물 매대 앞에서 ‘샤인머스캣’을 찾는 광경이었다. ‘포도’도 ‘거봉’도 아닌 ‘샤인머스캣’을 찾는다니. 직원에게 신품종 과일명을 정확히 대며 분주히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게는 낯설면서도 인상 깊게 느껴졌다.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마켓과 오프라인 시장 등에서 ‘샤인머스캣’이라는 청포도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씨가 거의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데다 ‘포도 사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포도는 다른 포도들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싼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선 꼭 한 번쯤 먹어 봐야 하는 과일로 여겨진다.이것이 한시적인 유행일지라도, 샤인머스캣 포도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육성한 품종일지라도, 과일이란 식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슈거리가 된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들이 품종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선택해 소비한다는 건 우리나라 식물 문화의 커다란 발전으로 보인다. 와인 문화의 발달로 역사적으로 포도가 가장 널리 재배되고 이용되어 온 프랑스에선 이미 이런 문화가 널리 자리잡혀 있다. 동네 작은 과일 가게만 들러도 늘 색과 형태가 다른 두세 종의 포도가 벽에 걸린 모습으로 판매되고, 원예 상점 중심엔 다섯 품종 이상의 포도나무 묘목이 서 있다. 묘목 이름표에는 식물세밀화와 함께 이 나무가 커서 어떤 형태의 포도 열매를 생산하는지, 당도와 산도는 몇인지, 어떤 용도로 이용하면 좋은지 등의 정보가 꼼꼼히 적혀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품종 각각의 특성을 인지하고 소비한다는 증거다. 파리식물원 정원의 한 벽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는 화훼식물이 아닌 과수작물인 유럽산 야생 포도가 덩굴로 덮여 관상식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이 피는 봄과 열매가 맺는 여름이 아닌 가을과 겨울이 되어서도 이 나무가 포도나무임을 알 수 있는 건, 포도 덩굴 앞에 서 있는 이름표 때문이다. 이름표에는 이들의 꽃과 열매, 종자가 그려진 식물세밀화가 있고, 이를 통해서 언제든 이 식물의 일 년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프랑스에선 그 문화 역사만큼 포도 식물세밀화도 많이 기록되어 왔다.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의 포도 그림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르두테는 산과 들의 자생식물이 아닌 인류가 이용하는 원예식물을 그림으로 그려 현대 원예식물 연구와 대중화에 큰 공로를 세운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물화가다. 언젠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내 소개를 할 일이 있어 “나는 식물세밀화를 그린다”고 했더니 “아, 조제프 르두테와 같은 일을 하는군요? 그는 훌륭한 식물화가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프랑스의 국화인 장미 컬렉션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장미뿐만 아니라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당시 프랑스에서 재배되던 포도 품종 수십 종을 그림으로 그려 냈다. 그가 그린 포도 중에는 현존하지 않아 우리가 볼 수 없는 종도,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품종의 부모와 같은 원종도 있다. 이 그림들은 연구 기록물로서, 또 복사되어 현대 세계인의 주방에 걸리는 인테리어용 그림으로도 애용된다. 식물세밀화가 인테리어용 그림으로 걸리는 것은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으로서 본래의 기록 목적에는 어긋나지만 식물의 보존을 위해 널리 이용하고자 유도할 수 있다면, 더구나 프랑스에서 육성한 포도가 세대를 넘어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것을 생각하자면 그리 반감을 살 일은 아닐 것이다.나도 언젠가 포도를 그려야 할 텐데 하던 차에 얼마 전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신품종 포도를 그리게 되었다. ‘홍주시들리스’. 씨가 없고, 붉은빛이 도는 포도다. 아직 널리 보급이 되지 않아 시장과 마트에서 사 먹을 수는 없지만, 몇 년 내에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 육종가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았는데 포도의 꽃도 함께 그려 달라는 조언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우리가 늘 먹는 과일이 식물의 열매이다 보니 꽃 생각은 놓치고 만다. 개화해 수술과 암술이 보이는 꽃의 모습을 그려 그림을 완성했다. 홍주시들리스 외에도 흑보석, 흑구슬, 청수 등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신품종 포도는 스무 종이 넘는다. 나는 이들을 하나하나 그려 갈 생각이다. 르두테의 그것처럼, 이 기록도 2010년대 후반 한국에서 육성하고 재배된 포도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애니멀구조대] 북극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북극곰 통키 이야기

    [애니멀구조대] 북극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북극곰 통키 이야기

    북극에 가보지 못한 북극곰 한 마리가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통키'입니다. 통키는 1995년 경상남도 마산시에 위치한 돝섬해상유원지에서 태어났습니다. 통키는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1997년에 에버랜드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에버랜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통키의 사육장은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사육장입니다. 사육장에는 에어컨도 없으며 바닥과 벽이 모두 시멘트로 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키는 21년 동안 흙을 밟아보지 못한 채 한국의 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 북극곰은 이름 대로 북극권에 사는 곰입니다. 북극의 육지뿐만 아니라 주변 바다를 이동하며 살아갑니다. 북극곰은 곰 중에서 특이하게도 '해양포유류'로 분류됩니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는 육지에서 태어나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북극곰의 학명(Ursus maritimus)은 '바다의 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바다를 헤엄치고 육지를 걸어 다니며 하루 동안 약 100km를 이동합니다. 또한 추운 북극에 살기 적합하도록 지방과 털이 두터워지고 귀가 작아져서 추위를 잘 견뎌 낼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영하 40도의 추위와 시속 120km의 강풍도 견뎌낼 수 있는 동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통키는 여름이면 영상 40도가 훌쩍 넘는 한국에서 넓이가 약 250㎡ 되는 사육장에 갇혀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갇혀 있었기에 통키에게는 정신병이 찾아왔습니다.정형행동, 갇혀 있는 동물들의 정신병 자연에서 동물이 갇혀서 평생을 살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자연에서 동물이 어딘가에 갇힌다면 굶어 죽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동물을 가두었고 계속 먹이를 주어서 죽지 않게 했습니다. 이때 동물들은 자연에서 하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침팬지는 침을 뱉었고, 코끼리는 계속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고, 너구리는 같은 곳을 계속 돌았고, 일본원숭이는 자신의 성기를 계속 만졌습니다. 좁은 곳에 갇혀 있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상행동을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합니다. 에버랜드의 통키 또한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통키는 계속 같은 곳을 돌고 또 돌고 또 돕니다. 아래 영상을 통해 통키의 정형행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키의 삶을 바꾸자동물권단체 케어는 2015년 통키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고자 통키의 사육환경을 고발하는 기자회견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더위 때문에 몸에 이끼가 낀 통키의 모습을 표현한 북극곰 인형 옷을 만들었습니다. 한여름에 북극곰 인형 옷을 입으면 얼마나 더울까요? 이러한 고통을 통키는 매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케어는 통키 인형 옷을 시민들이 입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2015년 에버랜드는 사육환경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통키는 여전히 에어컨 없는 실외 방사장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통키 전시를 중단했습니다. 통키의 사육장에 천막을 두르고, 이름표를 떼어 버려서 북극곰이 에버랜드에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전시가 중단된 통키 사육장 당시 사육사에게 물어보니 통키는 실외에 나와 있지 않고 내사에서 시원하게 있다고 했습니다. 빈 사육장이라도 찍고자 천막 사이로 핸드폰을 넣어서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통키가 실외 사육장에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물이 없는 사육장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해양포유류인 북극곰에게 물은 생존과 직결됩니다. 물 없는 사육장에 있던 통키는 작은 웅덩이에 발과 코를 담그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케어는 이런 에버랜드의 통키 사육장 환경을 다시 한번 폭로했습니다. 통키 한국의 여름에서 구조되다 오는 11월 말, 통키가 영국의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으로 떠납니다. 2015년부터 이어온 지속적인 요구가 관철된 것입니다. 북극곰의 평균 수명은 25년에서 30년 정도가 됩니다. 현재 24살이 된 통키는 사람 나이로 치면 80살이 넘었습니다. 이제라도 넓은 사육장에서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고 넓은 호수에서 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키가 떠나면 한국에는 북극곰이 한 마리도 남지 않습니다. 케어는 앞으로도 북극곰이 한국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에 북극곰은 없어야 합니다. 북극곰은 '북극'곰이니까요. 이권우 동물권단체 케어tv PD
  • [이정수의 덕업일치] 망원동 원석들 자정까지 ‘맹훈’… YG, 게 섰거라

    [이정수의 덕업일치] 망원동 원석들 자정까지 ‘맹훈’… YG, 게 섰거라

    ‘덕업일치’ 기획사 탐방이 어느덧 4회째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기획이지만 사실 단 한 군데도 쉽게 진행된 곳은 없었다. 가진 거라곤 아이돌들의 ‘본가’를 방문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뿐. 인맥도, ‘이 바닥’ 경력도 하나 없이 들이대기에 기획사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발만 겨우 들였다 실패한 곳이 여러 군데고 발조차 못 들인 곳은 더 많았다. 그래도 이 기획을 밀고 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면 결국 아이돌! 기획사에서 우연히 만난 무대 아래 아이돌들의 모습은 지쳐가는 ‘덕심’에 다시 불을 붙인다. YG, 큐브, DSP에 이어 문을 열어 환대해 준 WM엔터테인먼트에서 그런 행운을 다시 만났다.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WM 사옥을 찾은 지난 10일은 소속 걸그룹 오마이걸이 새 앨범을 들고 컴백한 다음날이었다. 컴백 직전에 방문했다면 오마이걸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은 오마이걸이 ‘더쇼’(SBS MTV)에서 ‘불꽃놀이’의 첫 컴백 무대를 갖는 날이라 회사에서 볼 수는 없었다.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내려 코너 하나를 도니 바로 WM 사옥이 보였다. 정겨운 모습의 주택가 사이로 흰 정장을 빼입은 듯 말끔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건물이다. 주요 기획사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 목동, 상암동의 중간 지점에 있어 입지가 좋다. 근처에는 아메바컬쳐, 문화인 등 기획사가 자리잡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울림엔터테인먼트도 멀지 않다. 2014년 지하 1층, 지상 6층의 사옥을 새로 건립하고 방배동에서 망원동으로 터전을 옮길 때 이런 입지를 고려하지 않았을까.1층에 출입문 두 개가 나란히 보였다. 왼쪽 검은색 문은 외부인, 오른쪽 작은 흰색 문은 직원 등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왼쪽 문으로 들어갔더니 이 사옥을 지어 준 것이나 다름없는 B1A4의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하 연습실부터 구경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오른쪽 통로에 까만 사물함이 보였는데 열쇠고리에 인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심재영(와이엇), 김민석(라운), 이창윤(이션) 등 온앤오프 멤버들의 본명이 쓰인 이름표도 붙어 있었다. 바로 옆 연습실에서는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슬그머니 문을 열니 온앤오프의 제이어스가 춤을 추다 말고 인사를 건넸다. 지난 6~7월 두 달간의 활동을 마치고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매일 출근해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을 한다고 한다. 무슨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 묻자 제이어스는 “안무만 추다 보니 기본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져 리듬에 동작을 넣어 보는 식으로 기본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밥은 잘 챙겨 먹고 연습을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묻자 그는 “오늘은 점심 밥이 땡기는 게 없어서 망원시장에서 닭강정을 먹고 왔다”며 웃었다. 땀 흘리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져서인지 ‘노메이크업’에도 잘생긴 얼굴이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듯 보였다. 지하에는 안무 연습실 2개 외에 보컬과 연주 등을 겸한 연습실 6개가 빼곡했다. 방마다 개인 소지품과 팬들이 준 선물 등이 놓여 있었다.주방 공간이 있는 1층을 지나 연습실과 운동 공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온앤오프 막내 라운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 러닝머신을 30분에서 1시간가량 뛰고,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등 근력 운동을 한다”는 라운은 “운동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체력적인 차이를 많이 느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최대한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운동 공간 안쪽에는 간이 미용실이 마련돼 있는 것이 특이했다. 바쁜 스케줄 와중에 주로 청담동 쪽에 있는 ‘헤어숍’에 가기 힘들 때는 이곳으로 미용사가 오기도 한단다. 3층에는 녹음실과 함께 곡을 만드는 작업실이 2곳 있었다. 작업실을 구경하는 사이 복도에서는 온앤오프의 메인 보컬 효진이 방송 촬영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4~5층 사무 공간과 6층 이원민 대표 집무실 등을 건너뛰고 옥상으로 향했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망원동 일대를 내려다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WM은 B1A4가 데뷔한 2011년을 기점으로 독창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중소기획사로 자리매김했다. 청춘 콘셉트 걸그룹의 대표주자 오마이걸은 신선한 음악, 확실한 팀 컬러로 인기를 얻고 있고 온앤오프는 ‘믹스나인’(JTBC) 출연을 통해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쌓았다. 바로의 여동생 아이와 ‘프로듀스48’ 데뷔 그룹 아이즈원에 합류한 이채연도 WM 소속이다. 1층 로비 정면을 장식하고 있던 WM 로고 아래 ‘원석은 저마다의 색과 개성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가치 있는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이곳은 존재한다’는 글귀처럼 WM 소속 아티스트들이 찬란한 보석이 돼 빛을 낼지 기대된다. tintin@seoul.co.kr
  • “너 이름 뭐야!” 고객님 고함에…오늘도 명찰 단 가슴 움츠립니다

    “너 이름 뭐야!” 고객님 고함에…오늘도 명찰 단 가슴 움츠립니다

    “명찰 사진 찍어 무슨 불만 올릴지 몰라” “개인정보 실명공개는 인권침해” 지적 SNS 등 이용 스토킹·범죄 노출 우려도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업무 중에 착용하는 실명 이름표가 고객들의 갑질에 악용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직원의 책임감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터넷으로 이름만 검색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스토킹이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판매직이나 승무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실명 명찰이 고객의 협박 도구로 쓰일 때가 잦다고 호소한다. 승무원으로 일한 김모(35·여)씨는 28일 “기분이 상한 승객이 ‘이름을 기억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명찰을 손으로 잡고 사진을 찍어 가기도 하는데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관 직원 배모(21)씨도 “불편을 느낀 고객이 ‘이름이 뭐냐’며 명찰을 보여 달라고 하고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고객의 ‘갑질’에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명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고객이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면 근무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직원 이모(30)씨는 “고객의 불만 제기 건수가 누적되면 퇴사 처리되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도 대부분 참고 들어준다”고 전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임모(25·여)씨도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손님이 이름표를 유심히 쳐다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는 행정 신뢰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공무원 명찰 패용을 추진했지만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됐다. 경기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민 78%가 명찰 패용에 찬성했으나 공무원들은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78%가 반대했다. 이에 이 지사는 “공직자들과 논의를 거쳐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학 신입생에게 명찰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노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실명 명찰 착용에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우수 직원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한층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29)씨는 “명찰이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만들어 달라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백화점에는 고객이 직원의 명찰을 보고 재방문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명 명찰 착용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별명 명찰’이 시선을 끈다.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 미용실 등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별명 명찰’을 착용하는 식당 알바생 김모(21·여)씨는 “진상 손님이 이름을 부르며 따져도 별명이어서 부담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객의 ‘명찰 갑질’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관 광운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부당한 고객에게 강력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해가 진 뒤 밤이 조용히 찾아온다. 인적은 없고 매미만 시끄럽게 울어댄다. 고개 들어 까맣디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빛나는 큰 별, 그리고 그 옆에 반짝반짝 작은 별. 우리가 보는 별은 ‘물체’가 아닌, ‘빛’이다. 빛이 빠르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웠다. 우주는 아주 넓다. 빛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밤하늘 건너 우리에게 온 저 별의 빛은 결국 아주 오래전 것이란 이야기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이 우주는 얼마나 크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따라 우주를 다룬 신간 3권을 펼쳐본다. ◆빛 분석해 우주 지도 그린다-매일 밤 우리가 보는 수천 개의 별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우주 안에는 모양·크기·나이가 제각각인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은하마다 또 수천억 개의 별을 저마다 거느린다. 우리 지구는 이런 은하들이 각기 방출하고 흡수한 뒤 결합한 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 빛을 연구한다면 우리는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또 우주의 구성 성분도 밝혀낼 수 있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글항아리 사이언스) 저자 제임스 기치는 관측 천문학자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매일 빛을 모은다. 광자 가운데 일부를 포착하고 분석해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방출되었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던 100년 전 ‘나선성운들’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진화했는지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은하에서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의 성질과 진화 방식에 관한 최신 관측 자료는 물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관측 천문학 연구 분야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주에 대한 ‘세계 모형(world model)’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108장에 이르는 컬러 도판이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몰랐던 우주물리학 쉽고 재밌게-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런데 왜 우주는 텅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우주에 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뿐이다. 우주는 인류의 직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우주를 ‘코스모스 오디세이’(사회평론) 저자 호르헤 챔과 대니얼 화이트슨이 우주물리학으로 풀어낸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많이 들어봤지만 알지 못하는 개념에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쿼크와 반물질 등 우리가 밝혀내야 할 미지의 존재까지 드넓은 우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호르헤 챔은 앞서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시절, 대학원생의 고달픈 삶과 이공계의 현실을 그린 ‘PHD COMICS’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저자는 우주물리학의 개념과 원리를 일러스트와 적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예컨대 ‘질량’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량이란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 아니라 입자에 붙여진 신비한 양자 이름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해를 돕고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반물질,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력과 공간, 그리고 시간과 차원 등을 비롯해 빅뱅과 우주 너머까지, 우주물리학을 재밌게 즐겨보자. ◆우주 바라보고 인간을 돌아보다-천체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다. 버지니아대 천체물리학 교수 트린 주안 투안이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이곳을 찾았다. 청색 밀집 왜소은하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저자는 땅거미에서 새벽녘까지 은하를 분석하고, 우주의 기원을 발견하려고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흑색물질의 수수께끼를 조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을 겪었다. 그에게 밤이란 포탄소리가 울리는,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이후 스위스의 로잔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밤중에 유탄이 날아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밤에 관한 이런 생각을 저자는 다양한 문학·예술작품과 함께 녹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밤에 드리는 시’를 비롯해 고흐, 샤갈, 피카소, 뭉크,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밤을 돌아본다. 사랑과 두려움,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해발 4207m의 천문대 연구 과정과 결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명화와 글이 잘 어울린다. ‘과학과 아름다운 예술의 조화’라는 찬사 속에 프랑스 천문학회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천문학 도서’로 선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거대한 파도들이 깊은 물이랑을 뒤로 끌면서 말 위에 높이 앉듯 흉흉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서정인, 물결이 높던 날. 1963> 소설 속 주인공 ‘현수’는 다방 아가씨 ‘명자’를 사랑한다. 거북섬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송도해변의 높은 파고와 모래밭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다방과 문 앞만을 맴도는 서툰 염정(艶情). 자신도 어찌할 줄 모르게 솟아오르는 연민과 증오, 욕정의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송도 해변을 현수는 한없이 걷고 또 걷는다. 소설은 송도해수욕장 주변을 배경으로 한 젊은 청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쉼없이 드러내고 뱉어낸다. 처음이자 최초로 다가 온 사랑의 감정앞에 현수는 결국 좌절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어느 쪽에서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용한 일이 분명하다. 더구나 사람이나 물건이 아니라 붙박여있는 지역이나 건물이 그런 이름표를 걸게 되면 마을 하나가 살아갈 요량은 더더욱 확실해진다. 그러하다보니 제각기 서로가 원조이자 처음이고, 시작임을 내세우고 싶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터.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이라는 명찰 확실히 붙이고 있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부산에는 현재 해운대, 광안리, 송정, 일광, 임랑, 송도,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총 7곳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있다. 이중에서 송도와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서남권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자 부산의 구도심과 연결되어 있어 역사가 만만치가 않다. 특히 송도해수욕장의 경우 부산역과 부산항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해수욕장 자리로는 제대로였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송도(松島)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 개장한 우리나라 제1호 공설 해수욕장이자 최초의 근대 해수욕장이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거류민을 중심으로 송도 해변가 주변이 조금씩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하다가, 1913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송도(지금의 거북섬)에 ‘수정(水亭)’이라는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게 되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6.25전쟁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이름값을 날린다. 1964년에는 길이 420m의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거북섬을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지면서 해수욕장의 인기는 지금의 해운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이 꼭 가봐야하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려 구름다리와 거북섬은 하루 종일 연인들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비하여 해수욕장 주변 환경 개선 사업은 전무하였는데 각종 생선 부산물 및 음식찌꺼기와 생활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내려갔다. 또한 부산 남항에서 배출된 각종 선박들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하여 2000년에 들어서서는 송도는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해안도로 200여 미터가 파손되어 송도 해수욕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부산시는 해수욕장 앞쪽 300m에는 너비 40m, 길이 300m에 이르는 수중방파제인 잠제(潛堤)를 설치하여 모래유실을 막는 공사를 하였고 이에 더해 27만m³의 모래를 백사장에 더해 지금의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현재는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800m, 폭은 공식적으로는 50m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수변공원의 넓이는 30,000m2에 이른다. 이 외에도 바다 위를 강화유리로 밟아보는 길이 104m, 폭2.3m의 ‘구름산책로’가 있어 바다 위를 걸어 거북섬에 닿을 수도 있으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1.6Km 길이를 둘러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2018년 여름. 하루 종일 머리 위 불덩이 하나씩 얹고 보낸 올 여름의 중순. 송도해수욕장에서 여름과의 시원한 작별을 고하는 것도 괜찮지는 않을까. <송도해수욕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부산 해운대 지구가 아닌 부산 서구쪽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산 구도심과 가까운 해수욕장이서 가벼운 산책길로 괜찮다. 2. 누구와 함께? - 수심이 깊지 않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서면역(1호선 승차) -> 자갈치역(하차) -> 96번 버스(환승)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 부산역에서 26번 버스(승차)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4. 감탄하는 점은? - 구름다리의 야경. 송림 공원의 시원한 바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이름에 비하여 피서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6. 꼭 봐야할 공간은? - 거북섬. 케이블카. 구름다리.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예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은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해안가 주변 횟집들의 수준은 비슷한 수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ongdo.bsseogu.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국제시장, 이바구 거리, 산복도로, 자갈치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예전의 바가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정찰제로 운영이 되며 인근 식당의 경우도 주거공간과 아울러 있는 송도해수욕장 특유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도심 여느 식당과 가격 차이가 없을 정도로 준수한 수준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이모가 남긴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반세기 전 한 가족의 출발을 보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 뒤로 드문드문 들어선 새하얀 양옥 주택, 젊은 부부와 두 어린 아이가 함빡 웃는다. 1970년대 초 울산의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 사택이다. 막내의 가슴에는 유공유치원 이름표가 달랑거린다.울산에 정유공장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사택 단지나 사원 아파트가 함께 조성되었다. 서구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공장과 함께 사택과 클럽을 조성하고, 유치원과 볼링장, 실내 수영장도 운영했다. 도심의 사원 아파트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시간마다 운행되었다. 사택이라고 하면 탄광촌이나 철도 관사 등이 쉽게 떠오르지만, 노동자들의 살림집으로 회사에서 공급하는 주택(社宅)도 있다. 앞서 소개한 옥타비아 힐의 아버지가 추종했던 200년 전 영국 사람 로버트 오언(초상화·1771~1858)은 대개 공상적 사회주의자이자 협동조합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에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들의 주거를 기업의 주된 과제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최초의 실험을 한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계곡 골짜기의 뉴 래나크에서 말이다. “오언은 그전에 맨체스터에 있었어요. 같은 산업혁명 상황이라고 해도, 맨체스터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후에 엥겔스(1820~1895)가 나쁜 주거 환경을 묘사해서 보고서를 낸 곳이죠. 소셜리스트라는 말로 워낙 알려졌지만, 오언은 도시를 만드는 것, 타운 플래닝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이에요. 도시 계획 자체가 오언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이념을 적용한 것입니다. 오언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면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문제로 들어가서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오언은 웨일스 대장장이의 아들로, 9살 때 런던으로 상경해 포목점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면 방적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맨체스터로 옮겼고, 20대 초에는 작은 공장을 인수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맨체스터에서 철학과 문학 클럽을 드나들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워 나갔다. 20대 말인 1800년엔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산골로 들어가 뉴 래나크 면 방적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발명된 리처드 아크라이트(1732~1792)의 수방적기를 도입해 데이비드 데일(1739~1806)이라는 기업가가 차린 공장이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여러 공장이나 탄광이 그렇듯, 수력을 기계 동력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낙차가 큰 물 근처에 공장을 두어야 했고, 클라이드 강의 수려한 계곡이 바로 그랬다. “맨체스터에서 왜 래나크로 갔을까. 맨체스터에서 스스로 일하면서 노동자들 현실을 봤겠죠. 산업 혁명에 따른 문제를 풀지 못할 문제라고 보느냐, 아니면 풀 수 있느냐, 거기에서 두 길이 나뉘는 거예요.” 오언이 래나크로 간 것은 사랑에 빠져서였다. 데이비드 데일의 딸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출신의 격차가 컸다. 장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업의 주주가 된 것이다. 공장을 인수하고 보니, 운영이 문제였다. 인근 주민들은 전통적인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공장에 출퇴근을 할 생각이 없었고, 기술자들은 먼 도시에 살았다. 공장에는 교회 구빈원에서 노동력이랍시고 보낸 수백 명의 어린 아이들과 일에 별 의욕이 없는 떠돌이 임시 노동자들뿐이었다. 돈만 생기면 술 마시고 뻗어 버리는 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적게 먹는 아이들을 초과 노동시키면서 영국은 위대한 산업화를 이루어 내는 중이었다. 몸집이 작고 손가락이 가는 아이들은 거대한 방적기 아래를 드나들며 실오라기를 줍고 실을 잇는 데 동원되었다.오언은 맨체스터 생활을 접고 뉴 래나크로 이사를 갔다. 그는 뉴 래나크에서 일하려고 먼 곳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반듯한 집과 더 많은 월급을 먼저 주기로 했다. 공장 곁에 사택을 조성해 한 가족이 한집에서 살게 했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었고, 노동자들은 출퇴근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일이 줄어도 월급을 주고, 하루에 8시간만 노동하게 했다. 마을 안에 매점을 조성해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했는데, 월급은 적게 주면서 공산품은 턱없이 비싸게 팔아 두 배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식민지에서나 모국에서나 제국의 기업가들이 꾀한 기본 모델이었다. 1817년에 오언은 뉴 래나크에 노동자 자녀와 고아들을 위해서 영국 최초로 초등학교를 두었다. 오언의 경영 방식은 해마다 더 높은 수익률로 되돌아왔지만, 다른 주주들은 노동자를 위하느라 기업주의 이익을 줄인다며 투자에 훼방을 놓았다. 오언은 1813년에 반대자들의 주식을 몽땅 사 버렸다. 이후 10여 년간 이 산골 공장 마을은 유럽 곳곳의 정치가, 왕족의 방문 행차를 맞았다. 방문객들은 청결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에 만족한 활기찬 노동자들이 사업성을 높이고 수익 목표를 달성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한번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목도하고 대단히 놀랐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소개한 글이 1817년에 발표한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의견’이다. “오언의 상상도는 뉴 래나크를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글로 썼는데, 나중에 그림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거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엄청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도시가 그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그걸 직접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닌가. 가난한 노동자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달라진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찾은 거지요. 물론 이상 도시 계획은 그전에 르네상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언이 다른 점은 당시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산업, 기계 시대에 먹고사는 문제하고 연결한 거죠. 그리고 권력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해 냈어요.” 오언은 실업의 원인을 기업주들의 잘못된 수익 목표에 두었다. 나폴레옹 전쟁(1804~1813)을 거치면서 영국의 공장은 기계화되어 엄청난 공산품을 생산했지만 전쟁이 끝나고서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결국 불황이 닥쳤다. 그러자 기업주들은 노동자부터 대량 해고해 버렸다. 경기에 따라 해고되고 취업되는 노동자들은 결코 기술을 쌓거나 기계를 이기지 못한다. 오언의 대안은 인구 1000명 안팎의 작은 일자리 공동체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언론에 실리면서 환영과 함께 맹렬한 비난도 받았는데, 먹고살 만한 노동자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서 결과적으로는 실업 빈민 수가 더 급증할 것이라는 위협이었다.아무리 수익성으로 증명해 보여도 기업주들의 욕심이 멈추지 않는 데 질린 오언은 1925년에 큰 이익을 본 뉴 래나크를 매각했다. 그 돈으로 한 건축가와 함께 만든 도면과 모형을 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워싱턴 하원에서 모형을 전시하고, 마침내 인디애나주의 개신교 정착촌 뉴 하모니에서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어중이떠중이 몰려든 사기꾼과 알코올 중독자들은 월급만 받고 일하려 들지 않았다. 뉴 래나크에서 25년 동안 모은 재산을 2년 만에 날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오언에게 공상가라느니, 협동주의 운동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 하원에서 발표한 오언의 개념도는 이렇다. 네 방향의 반듯한 도로와 텃밭에 둘러싸인 블록이 있다. 블록 한가운데에는 공공시설과 어린이집, 각급 학교, 공동 부엌, 강당, 클럽, 도서관과 종교 시설이 들어간다. 야외는 녹지로 조성되어 운동과 여가 장소로 이용된다. 블록의 세 변에는 노동자를 포함한 4인 가족마다 방 4개짜리 주택들이 계획된다. 나머지 한 변은 독신자와 고아 숙소, 먼 곳에서 놀러 온 친지나 가족들을 위한 손님방, 교사나 의사의 관사, 공동 창고가 들어선다. 한쪽 도로 건너편에는 이들이 노동할 공장이나 회사가, 반대쪽 건너편에는 입주민들에게 식량으로 공급될 논밭과 과수원이 배치된다. 공장과 주거, 곧 사택 단지 사이에는 키 큰 나무를 심어 적절히 분리한다. “그 그림이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공상적이었는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거죠. 오언은 미봉책으로 조금조금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새로 만들어서 해결해 보자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이런 내용을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잘 몰랐어요. 우리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언제부터 쓸 수가 있었느냐고요.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서로 얘기를 못했잖아요.” 오언의 계획은 이후 여러 추종자들을 거쳐 20세기 미국과 일본, 수많은 근대 국가에서 실현되었다. 그를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가르쳤던 우리의 학교도 바로 그렇게 조성된 사택 단지나 아파트 안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오언은 공상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뉴 래나크라는 공장에서, 동시대 현실에서 직접 마주친 문제를 해결해 보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갔을 뿐이다. “우리가 1960년대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왔기 때문에 도시 주택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도 어떻게 보면 피상적이에요. 서구 사례에서 대응하기 쉬운 짝을 찾아서 사지선다형처럼 고르려고 한 거지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요. 결과물로 나온 도시의 모양은 비슷한데, 근본적인 해결이 나오지는 않아요.”사택 살던 아이들이 그렇듯 이모네 가족도 이모부의 전근에 따라 몇 년 후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들의 주소는 사택이 아니라 강남의 아파트가 되었다. 오언의 개념도가 착실하게 실현된 200년 후 대한민국의 귀결은 협동조합이나 화폐 없는 공동체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서 월급보다 더 큰 재미를 보았다.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오언을 따른다며 사택을 짓고 특정 종교나 생활 방식을 강요하려 든 기업주도 역사상 많았다. 강점기 일제 관료의 사택은 문화재가 될지언정, 우리 노동자의 공단 사택과 클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주택 청약권이 아니라 노동자가 이사하지 않고 일터 가까이에 거주할 권리, 회사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따질 수는 없었을까. 새벽 5시부터 30도를 오가는 날, 아득하게 펼쳐진 아파트 숲 사이를 매일 1시간 넘게 땀 흘리며 출근해야 하는 신도시 노동자들은 벌써 피곤하다.
  • “네 이름 좀 보자”…제주행 여객기서 승무원 강제추행한 50대 남성

    “네 이름 좀 보자”…제주행 여객기서 승무원 강제추행한 50대 남성

    이륙 예정인 비행기에서 승무원을 강제 추행한 50대 남성으로 인해 출발이 1시간 넘게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비행기 승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김포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한 저가 항공사의 제주행 여객기에서 승무원 B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승객 탑승 완료 뒤 승무원들이 비상구 등을 안내하자 “다 아는 것을 교육한다”면서 짜증을 냈다. 이어 승무원 B씨가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자 A씨는 “네 이름 좀 보자”면서 이름표에 손을 갖다 대며 B씨의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황을 지켜 본 동료 승무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 A씨를 경찰서로 데려오는 등의 과정에서 여객기 출발이 1시간 10분쯤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전직 수장들이 줄줄이 구속·소환된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다. 공정위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어제 노대래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같은 혐의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동수 전 위원장도 소환한다. ‘경제 검찰’이니 ‘공정’이니 하는 이름표를 반납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태는 공정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충격이다. 37년 공정위 역사상 위원장과 부위원장 출신들이 한꺼번에 구속되고 줄소환된 일은 처음이다. 그 사유가 딴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짬짜미한 ‘슈퍼 갑질’이다. 그동안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기업체 재취업은 뿌리 깊은 관행으로 소문이 짜했다. 암묵적 악습을 뿌리 뽑자는 비판 여론이 거셌는데도 알고 본즉 수장들이 불법 고리를 앞장서 엮은 사실이 낱낱이 들통났다. 검찰에 구속되거나 소환된 수장들의 혐의는 거의 판박이다. 풍문으로만 듣던 관행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구속된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은 4급 이상 퇴직 간부 17명의 특혜 채용을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인사 부서인 운영지원과에서는 ‘퇴직자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재취업 리스트를 따로 관리했다. 행정고시 출신은 2억 5000만원선, 비고시 출신은 1억 5000만원선으로 재취업 연봉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2+1’이라는 재취업 원칙도 요지경 속이다. 2년의 취업 기간이 끝나면 공정위의 자체 의견에 따라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갑질 전횡이 또 없다. 공정위의 칼끝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로비 수단으로 취업 요구를 알아서 들어줬으니 그들끼리의 ‘윈윈’ 거래인 셈이다. ‘전관예우’ 재취업 관행은 기업체뿐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도 심각하다. 그 사실을 국민도 이제 다 알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혁신을 떠들썩하게 약속했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특단의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 불신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 “원래부터 예뻐야 하나요?” ‘강남미인’이 쏘아올린 ‘아름다움’에 대하여

    “원래부터 예뻐야 하나요?” ‘강남미인’이 쏘아올린 ‘아름다움’에 대하여

    성형을 소재로 성장 이야기를 그리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 담긴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베일은 벗은 후 단 2회의 이야기로 “외모와 성형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몹시 씁쓸하지만,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얻은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 성형 수술로 ‘오늘부터 예뻐진 여자’ 강미래(임수향)를 통해 그간 누구도 비추지 않았던 성형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미인’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못생긴 외모로 놀림 받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외면받아 불행했던 소녀 강미래. 스무 살을 앞둔 어느 날, 미래는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성형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누가 봐도 화려하게 예뻐 주변의 시선을 끄는 미인이 된 것.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된 미래의 새 출발은 꿈꿨던 만큼 행복하지 않다. 뚱뚱해서 ‘강돼지’, 못생겨서 ‘강오크’였던 옛 별명은 사라졌지만, 오늘부터 예뻐진 얼굴이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성형을 했으니까 ‘성형 미인’, 강남 가면 많으니까 ‘강남미인’, 더 나아가 성형을 많이 해서 ‘성괴(성형 괴물)’. 이 모든 것들은 성형을 이유로 미래에게 생긴 새로운 아이디들이다. 그리고 앞에서는 “여신이다”, “정말 예뻐졌다”고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저런 게 예뻐?”라고 수군거렸다. 드라마 속에서 적나라한 대사들로 표현되는 ‘오늘부터 예뻐진 ’ 미래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 역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이면을 담고 있다. 못생기거나 뚱뚱하면 놀림을 받고, 그래서 예쁘고 날씬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예쁘고 잘생긴 것에도 급이 있는 세상. 무엇보다 ‘원래부터’ 예쁘지는 않았다는 것이 감춰야 할 약점이 되는 미래의 이야기는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를 꼬집고 있기에 많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는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최성범 감독이 전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성형으로 인생역전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형’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는 성장을 이야기”가 앞으로의 전개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 속에서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매주 금, 토요일 밤 11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런닝맨’ 톰 크루즈 통아저씨 게임, 시청률 최고의 1분 “정말 재밌었다”

    ‘런닝맨’ 톰 크루즈 통아저씨 게임, 시청률 최고의 1분 “정말 재밌었다”

    ‘런닝맨’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동시간대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평균 시청률 1부 7.1%, 2부 10%(이하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해 MBC ‘복면가왕’(9.7%), KBS2 ‘해피 선데이’(8.2%) 등을 모두 제쳤다. 특히, ‘런닝맨’의 두 자릿수 시청률 기록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으로 올해 최고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 방송에는 예고편만으로 화제가 된 영화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의 배우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가 전격 출연해 ‘여름특집! 잡아줘 프로젝트 2탄 : 잠입요원을 잡아줘’ 특집으로 함께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이 9번째가 된 톰 크루즈는 “‘런닝맨’에 나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고, 한국을 첫 방문한 헨리 카빌도 “너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이먼 페그 역시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며 뜻밖의 ‘손가락 하트 어택’으로 ‘런닝맨’ 멤버들을 열광시켰다. 이에 톰 크루즈와 헨리 카빌도 하트 어택에 동참하며 다양한 하트를 만들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철가방 퀴즈 대결, 미스터리 박스 대결, 통아저씨 게임 등 3종 게임이 진행됐다.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는 단순한 게임에도 최선을 다하며 바닥을 기어다니는 열정을 보여줬다. 사이먼 페그는 톰 크루즈와 대결을 앞둔 김종국의 눈을 가리는 반칙과 재치로 웃음을 자아냈고, 헨리 카빌은 깐족거리는 유재석을 단번에 제압해 “미국 김종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톰 크루즈는 마지막 통아저씨 게임에서 패해 ‘꽝손계 신입’으로 인정 받는 등 크게 활약했다. 톰 크루즈가 통 아저씨 게임을 하는 장면은 11.6%까지는 기염을 토하며 ‘최고의 1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예능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 ‘런닝맨’ 멤버들도 깜짝 놀랐으며, 하하는 “예능 천재”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유재석은 “녹화 시간이 1시간 밖에 없다”며 아쉬워했고 실제 방송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톰 크루즈는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런닝맨’ 멤버들이 대단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멤버들은 세 배우들에게 ‘런닝맨’의 시그니처 ‘이름표’를 선물로 증정하며 감사를 표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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