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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 용산 여성 취업·창업 박람회 개최

    용산구가 여성 구직자들을 위한 ‘용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박람회는 13일부터 이틀간 구 종합행정타운 용산아트홀에서 마련된다. 박람회는 ‘취업박람회’와 ‘창업교육’ ‘용산 여성 참여 한마당’ 등으로 구성됐다. 취업박람회에서는 취업 상담은 물론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와 관련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역에 위치한 우수 중소기업과 연계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창업교육에서는 중부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교육을 통해 창업 절차 및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을 수료하면 3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창업 특별 보증금과 5000만원 한도의 사업장 임차 보증금 신청이 가능하다. 18세 이상 용산구 거주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따로 없다. 문의는 구 가정복지과(2199-7143) 또는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714-9762~5)로 하면 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Job 잡으려면… 마포, 7일 취업박람회

    마포구가 7일 취업 박람회를 개최한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구청 1층 로비에서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스카우트가 공동 주관하고, 서울상공회의소 마포구상공회와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가 후원한다. 이날 행사에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입주 기업인 ㈜게임어스, ㈜메인라인 등 지역의 12개 업체를 비롯해 구가 엄선한 10개 업체가 참여한다. 구는 박람회에서 500여명의 구직자와 업체의 현장 매칭을 시도할 예정이다. 지난해 구는 취업 박람회를 통해 66명의 채용을 성사시킨 바 있다. 행사장에는 신입 및 경력 구직자를 대상으로 채용 면접이 진행될 ‘채용관’과 구직 정보 제공을 위한 ‘홍보관’이 운영되며, 면접 스킬 컨설팅과 이미지메이킹, 이력서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이벤트관’도 마련된다. 전문 컨설턴트가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방법을 알려주는 취업 특강도 마련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지참해 박람회장을 찾으면 당일 면접이 가능하다. 구 일자리진흥과(3153-8671~3) 혹은 일자리센터(3153-9950~4)로 문의하면 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차 한잔 하실까요] 진익철 서초구청장

    [차 한잔 하실까요] 진익철 서초구청장

    진익철(60) 서초구청장은 “우리 구내식당은 주민들에게도 자랑거리”라고 말을 건넸다. 손님을 모실 때도 고급 음식점보다 구내식당을 선호한단다. 그를 30일 서초구청 구내식당에서 만났다. 편한 장소여서 인터뷰는 무겁지 않았다.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진 구청장과의 대화를 ‘키워드’로 엮어 본다. ●구내식당 자연히 구내식당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직원들이랑도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하시나 보죠?”라고 묻자 “그럼요. 직원들과 돌아가며 식사하면서 표정을 살피는 거죠. 물론 구를 대표하는 자리지만 내부 고객의 마음부터 느끼는 게 구정의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라고 진지한 답변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진 구청장에게 이런 식사 자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얼마 전에는 강남대로 노점상을 단속하는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애로사항을 들었어요. 구내식당은 저와 직원들 간의 소통의 장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내 호기심이 생긴다. 과연 직원들이 애로사항을 순순히 털어놓을까. 구청장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닐까. 우문현답이 되돌아왔다. “맞아요. 처음에는 얘기 잘 안 해요. 그래서 예전엔 폭탄주를 이용하기도 했죠. 하하…. 그런데 그건 취중 발언이니까 지양해야죠. 그래서 계속 들으려고 추궁해요. 그러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 쏟아지죠.” ●로맨스 진 구청장의 과거사(?)를 캐물었다. 스스로 ‘울산 촌놈’이라고 말하는 진 구청장은 27세 때 대학에 입학한 늦깎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과수원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대학 3학년 시절인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서울시에서 공직의 길을 걸었다. “대학 때 학생들이 ‘영감이 학교에 들어왔다’고 장난도 많이 쳤죠. 마음고생도 했고요. 하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고생을 해 보니 남 힘든 거 알겠더라고요.” 맞선을 본 지 한달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고 웃는 진 구청장. 30차례 이상 선을 봤지만 아내(김경희씨)를 보는 순간 ‘아, 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버지께 며느릿감을 빨리 소개시켜 드리려는 마음에 부산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를 데리고 울산까지 택시를 타고 갔죠. 당시 수습공무원 월급이 16만원이었는데, 택시비가 5만원이나 나왔어요. 아직도 아내랑 그 얘기를 하면 배꼽을 잡아요.” ●귀양살이 그가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 구청장의 이력서는 본인 말대로 ‘정신이 없다’. 30여년 공무원 인생, 맡았던 보직도 수십여개에 이른다. 여기에 2차례 해외 파견, 대통령 비서실 등 근무 반경도 넓다. “베이징에 4년, 뉴욕에 1년 6개월 파견됐죠. 사실 인사에서 밀려나 일종의 ‘귀양살이’를 한 것인데, 그때 배운 게 너무 많았어요. 다문화 사업을 기획할 때, 당시 익힌 감각이 약이 됐죠.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진 구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보직으로 2001년 맡았던 서울시 ‘공보관’을 꼽는다. 대(對)언론 홍보 업무를 맡으며 시정의 큰 그림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민감한 현안이 생기면 공보관은 시의 모든 부처와 긴밀히 협동을 해야 합니다. 해결책을 논의하고 언론,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공보관이거든요. 이미 모든 현장에 다 다녀온 셈이 되니 이만한 보직이 없었죠.” ●소통 최근 ‘소통’은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돌고 있는 말. 조직의 수장 가운데 소통을 말하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 하지만 진 구청장의 소통 어젠다는 더 구체적이다. 일단 결재 시간을 대폭 줄였다. “관료제이다 보니 어떤 사안을 보고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요. 주무관은 팀장한테, 팀장은 과장한테, 과장은 국장한테, 국장은 부구청장한테, 부구청장은 청장한테…. 어떨 땐 결재가 15일 뒤에 올라와요. 이러면 주민들이랑 소통이 가능하겠어요? 그래서 중요 현안이 있으면 이들이 모두 모여 의사 결정을 해요. 그렇게 처리한 현안이 지금까지 200건이 넘습니다.” 구청장을 하면서 가장 감동을 받았을 때도 주민과 소통을 할 때라고 했다. 진 구청장은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구청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를 확인하는 것이다. 매일 20~30개의 지적사항이 올라오는데 곧바로 해결하도록 지시한다. 이따금 해당 주민에게 불만사항이 잘 해소됐는지 전화를 건다. “구민들은 이런 세세한 모습에 고마워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감동을 받고요.” 다시 구내식당 이야기로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아, 구내식당에서는 남은 반찬을 포장해서 값싸게 팔아요.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부담도 덜고,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어 건강도 챙기고, 잔반도 처리하고, 구 예산에 기여도 하는 일석사조(一石四鳥)입니다. 이 기자도 반찬 좀 사서 구 예산에 기여하시죠. 하하….”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고시&취업플러스]

    ●고용노동부 인턴 150명 채용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 전국 고용센터 고용 서비스 인턴 150명. 사무보조 또는 지원 업무. 29세 이하로 고교 졸업자 이상을 대상으로 하나 센터별 배정인원의 50% 범위 내 연령제한 없음. 장애인, 가정부양 책임자, 저소득층 등 우대. 고교·대학(원) 재학생 및 입사 대기자는 지원 불가. 지원자는 오는 14일까지 고용노동부 워크넷 e-채용마당(www.work.go.kr)에 입사지원서 및 자기소개서 입력 후 제출. 문의는 각 지방청. ●노동연구원 연구인턴 모집 연구 참여 및 지원 인턴. 40세 이하로 경영학·경제학·사회학 박사 및 석사학위 취득자.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 우대. 양성평등 및 지방인재 채용제 적용. 응시원서는 연구원 홈페이지(www.kli.re.kr) 및 나라일터(gojobs.mopsa.go.kr)에서 내려받아 오는 16일까지 우편(서울 영등포구 은행길 35 한국노동연구원 경영지원팀) 또는 방문 제출. 경영지원팀 (02)782-1902.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한국지방세연구원 채용 지방세 행정 및 지방재정 조사, 연구, 분석 담당. 지역 경제·사회 현상에 대한 종합 연구 및 관련 사업 수행. 정규직 연구원. 경제학·경영학·법학·행정학·이공계 석사 및 박사 등. 남자는 군필 또는 면제자로 외국어 능력 우수자 및 외국 기업 근무 경험자 우대. 지원자는 오는 16일까지 이메일(kilfhr@gmail.com)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1부 제출. 인사담당자 (02)761-7715. ●공무원연금공단 신입 공채 사무직 및 전산직 신규직원. 학력, 연령, 전공 제한 없음. 남자는 군필 또는 면제자. 전산직 응시자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소지자. 일반상식 공통평가. 사무직은 기본 3법, 행정, 경영, 경제 관련 지식 평가. 전산직은 전산 지식 평가. 지원자는 오는 16일까지 워크넷에 온라인 지원. 최종합격자는 1년간 인턴과정. 인사실 (02)560-2132~4.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모집 네트워크 담당 일반직 4, 5급. 보안 및 보안과제 담당 5급.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전산통계학, 산업공학, 보안학 등 IT 관련 학과 출신자. 일반직 4급은 관련분야 2년 이상 경력자. 지원자는 오는 14일까지 워크넷에 성적 및 졸업증명서, 자격증 등을 1개 파일로 압축해 첨부. 운영지원팀 (02)2629-7124.
  • [고시플러스]

    ●행안부 일반계약직 채용 행정안전부 일반계약직 4호 1명. 교육훈련 연구개발 분야. 경기 수원 지방행정연수원 근무. 교육설계·인적자원개발 분야 박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실무경력자 또는 학사학위 취득 후 7년 이상 실무경력자 등. 응시원서는 나라일터(http://gojobs.mopas.go.kr)에서 내려받아 15일까지 우편(서울 종로구 세종로 55 정부중앙청사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 1206호) 또는 방문 제출. 문의 행안부 인사기획관실 (02)2100-3253. 연수원 행정지원과 (031)250-5512.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관세청 영문에디터 모집 영문에디터 1명. 각종 영문자료 및 연설문 작성·교열, 통역 업무 등 담당. 영문연설문 작성·회화 및 통역 가능한 내국인. 외국대학 졸업자 및 해당분야 실무경력자 우대. 지원자는 국·영문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별도 양식 없음) 작성해 우편(대전 서구 둔산동 920 관세청 국제협력과) 또는 이메일(kcsicd@customs.go.kr) 제출. 문의 국제협력과 (042)481-7755. ●해양경찰청 고정익항공기조종사 특채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일반계약직 5호) 2명. 사업용조종사, 계기비행 및 항공무선통신사 자격증 소지자로 최근 3년 이내 비행 경험이 있고 CN-235급 이상 항공기 비행시간 1500시간 이상인 자. 응시원서는 해양경찰청 홈페이지(www.kcg.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17일까지 우편(인천 연수구 해돋이로 130 해양경찰청 인재평가팀) 또는 방문 제출. 문의 인재평가팀 (032)835-2336, 2436. ●기재부 전문계약직 채용 기획재정부 전문계약직 나급 4명, 다급 1명. 조세법령 개혁 분야. 나급은 조세법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 또는 세무사·공인회계사 및 변호사 자격 취득 후 3년 이상 조세 분야 경력자. 다급은 조세법 분야 석사학위 취득자 또는 세무사·공인회계사 및 변호사 자격 취득 후 1년 이상 조세 분야 경력자. 응시원서는 기재부 홈페이지(www.mosf.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18일까지 우편(경기 과천시 관문로 88 과천정부청사 1동 707호) 또는 방문제출. 문의 인사과 (02)2150-2254. ●경북대 체육진흥센터 특채 헬스장 주임 및 트레이너 각 1명. 18세 이상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대구인 자. 관련분야 지도 1년 이상 경력자 및 4년제 대학 관련학과 졸업자(예정자) 또는 이와 동등한 수준의 학력 보유자. 응시원서는 체육진흥센터 홈페이지(http://sports.knu.ac.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14일까지 방문(경북대 체육진흥센터 제2체육관 행정실) 제출. 방문시 신분증 지참. 문의 체육진흥센터 (053)950-6822.
  • 50대 “난 죽지 않았어”… 위기에 강했다

    50대 “난 죽지 않았어”… 위기에 강했다

    K기업에 다니던 이모(54)씨는 2009년 12월 말 회사로부터 명예 퇴직을 권고받았다. 나올 때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는 것도 막막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업체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해 합격 통보를 받았다. A중소기업에서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황모(58)씨는 2009년 5월 초 정년 퇴직을 했다. 퇴직 뒤 한달간 공백기 동안 재취업을 하고자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나이 제한에 걸려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아주는 곳조차 없었다. 지난해 1월 그는 천주교 재단에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6대1이나 됐지만 합격통보를 받았다. 50대의 고용률이 올라가고 있다. 은퇴를 시작하는 베이비부머(1955~1965년생)들을 대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기업도 채용에 있어 신참자보다는 경력자를 우대하기 때문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50대(50~59세)의 지난해 고용률은 70.6%로 2008년 이후 3년 연속 70%대를 기록했다. 50대 고용률은 1989년 71.0%로 70%대로 올라선 뒤 1997년까지 70%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6.4%로 떨어졌다. 이후 2007년까지 계속 60%대 후반의 고용률을 보여 왔다. 반면 취업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연령대인 20대(20~29세)의 고용률은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9.1%로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대에 머물고 있다. 정동원 취업포털 커리어 팀장은 “요즘은 퇴직 후에도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이라도 꾸준히 일하려는 의지가 높으며 지원자의 경력을 인정해 연령에 관계없이 채용하는 고용주들의 인식 개선이 고용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0대 취업 증가는 (베이비부머에 따른)인구효과가 크지만 50대에 대한 기업의 수요도 적지 않다.”면서 “재취업 시장에서 일정 영역을 만들고 사회 경제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의 질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8월 기준) 50대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9.3%로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 33.3%보다 6% 포인트가 높다. 2008년(5.6% 포인트), 2009년(5.7% 포인트)보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0세 이상 고령자의 약 24%가 근로시간이 일정한 임금근로자다. 50세 이전에 정규직 임금근로로 일하던 사람들의 절반이 정규직으로 남고 나머지는 자영업이나 기타 근로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50대 퇴직자의 절반만이 정규직으로 남는 것이다. 전경하·황비웅기자 lark3@seoul.co.kr
  • 국경 무너뜨린 자본 짙어진 국력의 경계

    국경 무너뜨린 자본 짙어진 국력의 경계

    서로 다른 것들의 사이에는 늘 경계가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산 또는 바다 등의 울타리가 있고, 빼앗음과 빼앗김 사이에는 폭력과 탐욕이 경계로서 둘을 가르고 있다. 민족과 민족의 경계, 자본과 노동의 경계, 세대와 세대의 경계, 인간과 자연의 경계, 개인과 집단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 굶주림과 배부름의 경계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렇게 약간은 모호하게, 때로는 명징하게 나뉘어 있다. 하종오(57)의 시집 ‘제국’(문학동네 펴냄)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며 또한 그 경계를 거부한다. 시인은 일찌감치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 등을 통해 우리 사회 현실 안에 엉켜 있는 세계화의 문제, 자본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통찰한 바 있다. ‘제국’의 시 전편을 통해 문제의식은 전 지구적 범주로 확장된다. 그리고 시인의 시선이 향하는 통찰의 지점은 ‘제국(諸國 또는 帝國)의 공장’ 연작시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리즘은 늘 그렇듯 인간이다. 연작시 중 ‘소액주주들’이라는 소제목의 시편에서는 ‘자사주 가진 소액주주’가 공장 폐쇄로 인해 직장을 잃어버렸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주가는 올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노동자 개인들이 자본주의 질서 안에 깊숙이 편입됐음을 보여 준다. 또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서 인도로, 또 더 가난한 나라로 옮겨 가는 ‘어패럴 공장 관리책임자’의 탄식(‘갠지스 강’ 중)을 통해 더욱 많은 이익을 위해 국경을 무화(無和)하는 자본의 생리를 명확히 짚어 낸다. ‘숙련공’에서는 ‘수트리스나 씨’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며/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으면서도/ 크나큰 자연을 이룬 나무들 베어내는/ 목재공장에 취직하려고 이력서’를 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낸다. 하지만 거기에 그친다면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을 그저 시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시인은 경계 너머에 있는 경계에 주목한다. 스스로 몸을 불리려는 자본은 이미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자본은 자신의 국적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다. 한국 혹은 미국이 차려 놓은 공장을 다니건 한국으로 건너와서 공장에서 일을 하건 인도, 베트남, 체코, 파키스탄 등 사람들은 각자 조국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 ‘…서아프리카 출신 청장년들과 / 동남아시아 출신 청장년들은 / 독재와 가난에서 조국을 구할 수 있다면 / 역난민으로 귀국하여 저항’(‘한국의 공장에서’ 중)하려는 꿈을 키운다. 이는 ‘젊은 고려인’의 ‘김예카테리나 씨’ 일가의 얘기를 하며 비극적인 한국식 디아스포라(離散)를 상기시킨 이유와 마찬가지다. 시인은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최소한의 자존을 지켜낼 수 있는 경계를 만들고픈 약자의 역설적이지만 소중한 꿈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 한국에서 몸푼 베트남인 산모와 / …필리핀 산모와 / …태국인 산모와 / …캄보디아인 산모는 시어머니가 끓인 미역국을 먹고요 / 시방 / 아기들은 똑같은 소리로 우네요’(‘지구의 해산바라지’ 중)라며 함께 어우러져 있는 세상을 그린다. 시인은 자서(自序)를 통해 확장된 자기 시 세계의 정수를 밝힌다. ‘같은 시각에 다른 장소에서 좌절하고 환희하는 세계의 시민들에게 제국(諸國)은 공존해야 하고, 제국(帝國)은 부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차별 짓고 착취하는 수단으로서의 경계가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서의 경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말 서툰 이주여성·노인 면접 동행해 내가 열변”

    “우리말 서툰 이주여성·노인 면접 동행해 내가 열변”

    #1. “도와주세요. 먹을거리는 고사하고 당장 땔거리도 없어요.” 최근 30대 후반의 여자가 충남 당진군 일자리종합센터로 들어오자마자 이같이 하소연하며 일자리 알선을 요청했다. 필리핀 이주여성 P(38)씨였다. 시집와 아들 둘을 뒀지만 지체장애 3급인 남편은 직업이 없어 처지가 딱했다. 이 센터 직업상담사 이경수(45)씨는 P씨가 영어를 한다는 것을 알고 원어민 교사를 구하는 학교를 수소문해 직장을 얻어 줬다. 남편도 아파트 공사장 경비원에 취직시켰다. #2. 지난해 2월 초 송악읍에 사는 조모(43·여)씨가 찾아왔다. 멍투성이인 조씨는 대뜸 “이혼하고 싶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중졸인 그녀는 매달 60만원을 받고 주점에서 주방 보조원으로 일했으나 남편이 “손님들과 바람이 났다.”면서 마구 때렸다. 이씨는 적성검사 후 조씨를 공공기관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시켰다. 남편과도 화해하게 했다. 행정 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직업상담사 이씨는 2006년부터 5년간 혼자 2150개 업체에 2802명을 취직시켰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에 당진군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있던 이씨를 지난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무기계약직으로 바꿔 주고 상담원 2명을 지원해 주면서 붙잡았다. 이씨가 상담원으로 들어온 것은 센터가 문을 연 2002년 10월이었다. 유치원 원장을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잠시 쉬던 때였다. 처음에는 가사도우미 알선이 전부였다. 이씨는 “파트타임인 이 직업을 알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발굴해 취직을 알선했다. 주로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이나 노인은 면접 때 동행했다. 업체에 구직자의 장점을 입술이 부르트게 설명했다. 이씨는 “동행하면 취직 성공률이 높다. 어떤 때는 업체에 떼를 써 채용하도록 했다.”면서 “어렵게 사는 이주여성이 찾아오면 한국인으로서 미안했고,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문화센터에서 이주여성들에게 직업의 종류를 설명하고 이력서·자기소개서 쓰기, 면접요령 등 취업교육도 한다. 그러나 성이 안 찼다. 2008년부터 당진읍 대덕리 이 센터에서 ‘구인구직 매칭데이’를 열었다. 지난해만 16차례 열어 100명 정도 취직시켰다. 당일 건강검진까지 마쳐 서둘러 직장을 얻게 했다. 여성, 노인은 물론 전문계 고교생까지 일자리를 주선했다. 이씨는 “당진은 구직자보다 사람을 찾는 업체가 많아 천안과 대전까지 전문계고를 찾아가 맞춤형 일자리를 알선한다.”면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을 들을까봐 건강가정사, 미술치료심리사 등 자격증을 땄고 지금도 계속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고학력 여성을 위한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이들의 재취업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박민규 소설 다시 읽기/허진

    1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오감도’ 시 제2호에서 이상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이상의 토로는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을 보여 준다. 그 고민은 ‘나도 언젠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이 제시한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세상의 질서에 동화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아를 억압하고 순치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자아가 찢기고 쪼개지고 일그러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아비 되기’의 관점에서 박민규 소설의 서사를 재배열하면, 세상에게 “닥쳐 개새끼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나’(‘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50쪽)가 학창 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맞벌이를 해서 “한국의 표준이라 봐도 무방한 34평 아파트”를 마련하고(‘코리언 스탠더즈’, 183쪽), 그 집을 팔아 자식들에게 돈을 마련해준 뒤(‘누런 강 배 한 척’) 요양원에 들어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아버지… 일어나요, 예?”라는 말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는(‘낮잠’, 200쪽) 시간적 스펙트럼이 도출된다. 그 시간적 스펙트럼을 아비의 질서와 규율을 내면화하고, 그에 맞게 자아를 변형시키는 ‘아비 되기’의 과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과정에서 분열되고 일그러지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은 ‘아비 되기’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비 되기’를 받아들이고 아비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비의 세계를 부정하며 그 세계의 전복을 꿈꾼다. 박민규가 종종 구사하는 모순적인 문장은 그러한 분열의 징후를 보여 주는 단서이다. ⑴ 서늘한 창에 이마를 맞대고서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빨리 핼리가 와 주기를 바랐다. 다행할수록, 삶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그래서 짧게, 나는 가혹해지고 싶었다. (‘핑퐁’, 95쪽) ⑵ 죽어간 이들의 진실을 보았고, 살아 진실을 논하는 자들의 거짓을 참아야 했었다. 변질과 변절, 변이와 변태…, 적도 동지도 사라진 세상 속에서 그는 홀로이 외롭고 외로웠다.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 다시 만난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龍龍龍龍’, 108~109쪽) 인용문 중 굵게 표시한 부분은 하나의 문장 안에 모순되는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경우이다. 여러 작품에서 박민규는 이러한 문장을 빈번하게 구사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련해서 읽을 수 있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를 바라거나 상징세계의 아비가 되었을 때, 그들 내면의 다른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에너지가 추동된다. 아비가 된다는 것은 박민규 식으로 말하면,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에서 “갸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는 일”이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2쪽),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코리언 스탠다즈’, 184쪽). 그것은 한때 몸담았던 학생운동 판을 “운동권(運動圈)이란 단어가 있다.”고 낯설게 말하게 되는 것이며(‘코리언 스탠다즈’, 182쪽), 록 음악을 하던 청년이 남색(男色) 취향을 가진 부장의 추행을 “잠깐만 참으면 돼”라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62쪽). 요컨대 ‘아비 되기’는 아들의 자아가 찢기고 쪼개어져 아비의 문법에 맞게 재배치되는 손상 혹은 훼손의 과정이다. 박민규의 모순적 진술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아들의 세계’와 ‘아비의 세계’가 충돌한 끝에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용문 ⑴에서 ‘핑퐁’의 ‘나’는 중학생이다. 아직 성인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은 이 중학생에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일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또래집단이 행사하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점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소년에게 “무난한 옷을 입고… 무난한 취미를 가지고… 절대 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바람직한 얼굴로 살아가”(87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다행”한 삶을 오히려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핑퐁’의 ‘나’가 아직 소년인 상태에서 ‘아비 되기’를 모순적인 진술로 표현했다면, ‘龍龍龍龍’의 이장록은 어른의 입장에서 ‘아비 되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이장록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징역 20년을 언도받고 복역을 마친 변호사이다. 이장록에게 세계는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109쪽) 곳이다. 아비가 되기 전 세계는 ‘싸워야 하는 곳’이었지만, 아비의 세계에 진입해 변형되고 일그러진 주체에게 세계는 ‘싸울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장록은 그가 ‘지향했던 세계’와 ‘지금 사는 세계’의 간극을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라는 모순적인 어법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박민규의 소설에서 ‘아비 되기’는 아들이 ‘아버지’라는 상징의 옷을 덧입어 변형되고 일그러지는 일이며, “뜨고 싶은”(‘龍龍龍龍’, 115쪽) 일인 동시에 “할 일이 더 많아”지는(‘龍龍龍龍’, 115쪽) 모순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아비 되기 : ‘잔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기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는 과정에서 자아와 세계의 충돌을 경험한다고 할 때, 이 인물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세상에 순응하든가, 혹은 거부하든가. 놀랍게도 박민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순응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흔세 번이나 이력서를 낸 끝에 유원지의 직원이 되어 오리배를 관리하기도 하고(‘아, 하세요 펠리컨’),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한다(‘갑을고시원 체류기’). 또 운동권이던 선배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선배의 애인과 결혼을 하는가 하면(‘코리언 스탠다즈’), 253명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헤드록을 감행하다가 나중에는 순백의 얼굴을 가진 아이를 낳고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한다(‘헤드락’). 하지만 그 ‘순응’의 과정은 눈물겨운 것이어서, 그것은 ‘실존(實存)’이라는 말보다는 ‘생존(生存)’이나 ‘잔존(殘存)’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러한 생존 혹은 잔존의 간난신고가 여실하게 드러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헤드락’이다. ‘헤드락’에서 ‘나’는 평화롭게 산책을 하다가 헐크 호건에게 린치를 당한다. 이 린치는 소설에서 ‘헤드락’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에서 ‘헤드락’의 정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잠시 ‘호두’로 우회하도록 하자. ‘헤드락’은 <호두나무 아래에서>와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장을 이루는 소제목은 모두 ‘호두’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 이 ‘호두’의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두가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임을 기억하면서 다시 ‘헤드락’의 소제목을 따라가 보자. <호두나무 아래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헤드록을 당한 뒤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인간’에서 ‘인형’으로 전락한 ‘나’는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를 생각하며, 다른 인간들의 ‘호두’를 파먹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를 보며,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갖는다. 이상의 서술로 미루어 보면,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인 ‘호두’가 ‘헤드락’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다시 헤드락으로 돌아오자. 어 헤드락이네? 그리고 직장에서, 도처에서 나는 종종 습격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헤드락 강좌, 헤드락 세미나, 헤드락 부흥회, 헤드락 워크샵, 헤드락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 아무튼 헤드락도 이젠 한국의 보편적인 생활문화가 되었지만 나로선 쓴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헤드락’, 264쪽) 인용문을 보면 레슬링에서 상대의 ‘머리’를 붙잡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인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민규는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이 세계가 어느 정도 헤드락을 묵인하거나 권장한다”(262쪽)고 쓰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가 아들에게 가하는 폭력, 혹은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아들이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나’가 ‘헤드록의 세계’, 즉, 아비의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258쪽)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제로 체력을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폭력의 대상”에서 “폭력의 주체”(259쪽)로 다시 태어난다. 헤드록의 상처를 내장한 채, “건강”하고 “건장”한 “완전히 다른 생물”(259쪽)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갖고, “순백의 얼굴”(263쪽)을 한 아이를 낳고, 심지어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가 아비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입증하듯 ‘나’는 다른 상대들에게 253번의 ‘헤드록 습격’을 감행하고, 마침내는 “헤드록의 쾌감 같은 것을 깨쳐나가기”(263쪽)에 이른다. 이처럼 박민규 소설의 인물은 한편으로는 아비의 질서에 상처받고,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반복, 재생산하는 상징 세계의 ‘아비’가 된다.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우리는 박민규의 다른 소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은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아버지의 회사에 다녀온 뒤 ‘나의 산수’를 생각하게 된 고등학생,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취업과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는 ‘나’, ‘아, 하세요 펠리컨’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 ‘누런 강 배 한 척’에서 이십구 년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자살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등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3 아비부정 : ‘배제’된 자들의 세계 교란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해서 박민규가 ‘아비 되기’를 긍정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박민규의 인물들은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아비 되기’에 대해 뿌리 깊은 반발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발심은 어른보다는 주로 소년에게서 잉태된다. ‘핑퐁’은 세상으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라는 두 중학생의 이야기이다. 소위 ‘왕따’인 이들은 치수 패거리에게 불려 다니며 매일 얻어맞는데, 맞으면서도 “그냥, 사는 게 이런 것 같다.”(12쪽)고 생각할 뿐, 저항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폭력적인 세계에서 잔존하기 위해 탁구 치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에게 탁구는 “이상하리만치 경쾌한”(23쪽) 것이었고, “국경 따위 없는 거”(43쪽)였으며, “지루하지 않은”(186쪽) 유일한 것이다. 그러한 소설의 진술로 미루어 우리는 탁구가 폭력적이고 지루한 세계, 즉, 인종과 국경이라는 상징계적 질서(아비의 세계)에 대립되는 어떤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못’과 ‘모아이’는 탁구를 치면서 비로소 소심하나마 “이것이 나의 의견이다”(47쪽)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고 “맞은 자리의 통증 같은 것이 땀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는”(23쪽) 해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핑퐁’에서 박민규는 ‘탁구’와 ‘핑퐁’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탁구’가 대타자의 세계에서 배제당한 소년들이 즐기는 소심하지만 전복적인 오락이라면 ‘핑퐁’은 보다 중립적인 용어이다. 핑퐁은 “인류가 깜박해 버린 것과 절대 깜박하지 않을 것 간의 전쟁”(219쪽)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탁구를 즐기는 자(못과 모아이)와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연습한 자(쥐와 새)가 벌이는 한판 ‘대결’을 의미한다. 이 ‘핑퐁(대결)’의 결과 ‘탁구(유희)’를 즐겼던 못과 모아이가 승리하고, 이들은 인류의 ‘언인스톨’(전복)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전복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사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핑퐁’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다른데, 우선 폭력적인 상황을 종식시키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담임선생’이라는 상징세계 내의 합목적적인 권위를 빌려 엄석대의 만행과 폭력에 안녕을 고한다면, ‘핑퐁’에서는 상징계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의 선택(언인스톨)에 의해 인류의 폭력적인 삶이 종결된다. ‘핑퐁’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결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교실이 결국 안정과 평온을 찾는 것과 달리, ‘핑퐁’에서는 인류가 생활을 지속해 왔던 모든 공간이 언인스톨되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박민규의 ‘핑퐁’에는 이 세계의 문법이 아닌, ‘핑퐁’이라는 상상적 대결을 통해 아비의 세계를 뒤집어엎는 발칙함이 도사리고 있다. 허구적인 방법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경향은 ‘대왕오징어의 기습’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나’는 어렸을 때 잡지에서 몸길이가 150미터에 이르는 대왕오징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그 기사는 오보인 것으로 판명이 나지만, ‘나’와 ‘B’는 각각 ‘대왕오징어로부터 인류를 지키겠다.’는 꿈과 ‘외로운 괴수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가졌던 꿈과는 달리 “해변의 모래알처럼 평범한 인류”(230쪽)가 되고, 대왕오징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점검하도록 하자. 소설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심해에서만 활동하는”(219쪽) “신비의 대상”(219쪽)이고, 고등학생이 된 뒤(예비 성인)로 ‘나’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기도 하다. 또 대왕오징어는 “순식간에 뭍으로 올라”(232쪽)와, “일시에 모든 것을 마비시”(232쪽)키는 파괴적인 에너지라고도 묘사된다. 그러한 단서를 통해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유추하면, ‘대왕오징어’가 상징계 너머에 있으면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괴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대왕오징어는 사우나로 향하던 샐러리맨, 자녀의 도시락을 걱정하던 주부, 속도위반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 잡지 ‘사상계’를 버리기로 결심한 교육자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유년의 판타지 속에 존재했던 괴수가 장년의 현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아비의 세계를 위협하고 교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전복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핑퐁’을 통해 세계를 ‘언인스톨’할 수도 없고, ‘대왕오징어’가 나타나 일상의 공간을 교란해주지도 않는다. 아비의 세계는 견고하고, 그 세계의 진입 문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설혹 그 세계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잔존’의 과정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박민규의 가련한 주체가 떠올리는 방법이 바로 ‘죽음’이다. 4 경계에 선 아버지들 최근 발표한 소설집 ‘더블’에서 박민규는 ‘죽음’이라는 다소 묵직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 등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에서 박민규가 보여 주었던 중요한 코드가 ‘유머’ 혹은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죽음’이라는 테마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박민규 소설의 유머 이면에 생(生)에 대한 씁쓸함, 분노, 반박, 체념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민규의 ‘죽음’이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말하자면 박민규의 소설은 지금까지 묶여 나온 작품집에서도 ‘죽음’의 징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치’는 자살을 기도하는 사내와 그를 말리러 출동한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사내의 신세한탄과 그에 대한 김 순경의 동조로 이루어진 소설의 서사는 역시나 ‘아비 되기’의 고단함을 생각하게 한다. ㈀ 노력해 봤냐고……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도 마. 나처럼 열심히 산 사람 있음 나와 보라 해! 손 다치기 전까지…… 나 백수 같은 놈 아니야. 그래, 별 볼일 없는 일거리지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아? 월급 못 받은 적은 많아도 일 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응? (‘아치’, 262쪽) ㈁ 딸들 이제 시집보내야 돼. 곧 그럴 나이야. 이것들 공부시킨다고 돈도 별로 못 모았어. 줄줄이…… 이제 겁나. 요새 딸 시집보내려면 돈 얼마나 드는지 알아? 겁나 죽겠어. 그래, 또 대출받아야겠지. 그때 가서 옷을 벗든가, 퇴직금을 또 어떻게 하든가. (‘아치’, 263쪽) 인용문 ㈀과 ㈁은 각각 사내와 김 순경의 독백이다. 사내는 자신이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음을 강변한다. 사내는 열심히 살았고, 별 볼일 없는 일거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를 위무하고, 죽음의 의지를 철회하도록 종용하는 김 순경의 삶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비’로 살기 위해 김 순경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김 순경에게 돌아온 현실은 양로원에 갈 돈도 안 남은 답답한 상황뿐이다. 김 순경은 사내를 설득해 아치에서 내려오게 하지만, 설득의 근거가 빈약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십 년을 더 살아도 여전히 이 아치에 뒤엉켜 있겠지”(269쪽)라는 자조 섞인 독백은 김 순경이 그 스스로에게도 살아야 하는 당위를 설득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한 속사정으로 김 순경은 “나도 한 번쯤, 이곳에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269쪽)을 하고, 검은 강물을 내려다본다. ‘누런 강, 배 한 척’은 중년의 가장(家長)이 치매에 걸린 아내와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십구 년을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나’는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65쪽)에 지쳐 “더는 살고 싶지 않다”(65쪽)고 생각한다. ‘나’는 자살을 결심하고 “지나온 수십 년과는 다른, 한 달”(68쪽)을 보내기 위해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이를테면 자살 여행인 셈이다. 하지만 자살을 결행하려는 순간 ‘나’와 아내에게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사가 중노인 두 명이 묵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다소 이상한 결정이었지만, ‘나’는 마사지를 받기로 결정하고, 아내에게 먼저 마사지를 받게 한다. 아 아내가 신음을 지른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담배를 나는 떨어트릴 뻔했다.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의 신음이었다. 아…… 낮은 신음이 또다시 아내의 입에서 새 나왔다. (‘누런 강 배 한 척’, 74쪽) 이 소설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나’에게 죽음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상징의 세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나려는 순간 출현한 아내의 신음 소리는 상징계의 기표로는 포획되지 않는 ‘어떤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신음 소리는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74쪽)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아비’, ‘남편’, ‘가장’, ‘영업사원’의 이름(상징)으로 살던 수십 년 동안 ‘나’가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이다. 상징계의 질서와 영원한 안녕을 고하려는 순간, 돌연히 출연한 이 신음 소리가 ‘나’를 착란에 빠지게 하고, 확고했던 ‘나’의 자살 의지를 유예시킨다. 이 소설은 끝내 ‘나’가 자살을 결행했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설은 “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75쪽)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종결된다. 박민규의 ‘죽음’이 가진 미덕이 여기에 있다. 박민규는 그의 소설에서 성급하게 ‘죽음’을 실현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아치’의 마지막 문장(“이제 아치를 내려선다”)과 ‘누런 강 배 한 척’의 마지막 문장(“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은 그 자체로 화자가 죽음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두 문장은 화자가 죽음의 세계를 넘겨다보고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이보다 앞서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치’의 경찰관은 죽겠다고 아치에 올라간 사내에게 “당신 진짜 이러면 안 돼.”(258쪽)라고 말했고, ‘누런 강 배 한 척’의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삶을 즐긴 후 아내와 함께 죽고 싶었다.”(67쪽)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처럼 박민규의 인물들은 삶의 순간에서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삶을 넘겨다보는 딜레마 속에 위치한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아버지와 동료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신용불량을 면하기 위해 대리 운전을 하고(‘별’),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의 택배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으며(‘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하늘에 떠 있는 직경 10킬로미터짜리 아스피린을 보고도 “자, 일해야지”라는 부장의 말에 “예”라고 대답한다(‘아스피린’). 또 그들은 12년간 용역 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마침내 괴물이 되어 버린 사내이기도 하다(‘루디’). 그래서 나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손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나는 그들이 삶의 긴장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외롭고 고단한 곡예를 계속해주기를 바란다. 삶을 이어 나가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의 소설을 읽으며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끝>
  • “돌아갈 팀 없지만 행복했어요”

    “돌아갈 팀 없지만 행복했어요”

    정말 일어났던 일이었을까. 아침에 눈 뜨면 아직 모든 게 꿈만 같다. 쏟아지던 강력조명, 관중들의 환호, 가슴을 휩쓸고 지나던 경기장의 진동. “내가 정말 그 경기들을 뛰었을까. 내가 거기 있었던 게 사실일까.” 혼자 되묻고 또 되묻는다.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닌 것만 같다. 오랫동안 상상하던 걸 그냥 사실로 믿어버린 느낌. 한국 최초 여자 럭비 대표팀 민경진(26)은 매일 아침, 같은 질문을 던진다. 바보 같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 믿기 힘들 만큼 꿈 같은 시간이었으니까요.… 아마 다른 선수들도 다 비슷할 거예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난 7일, 민경진은 아직 그때 기억에 홀려 산다고 했다. 민경진은 광저우 대회, 여자 럭비 대표팀 주공격수였다. ● 성적은 나빠도 자랑스러워 사실 결과만 놓고 보면 행복한 기억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한국은 대회 내내 239점을 내주고 15점을 얻었다. 1승도 못했다. 6경기를 뛰어 모두 졌다. 8개팀 가운데 꼴찌. 단순히 숫자가 전해 주는 결과는 참혹한 수준이었다. 1승 꿈을 안고 광저우로 떠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민경진은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대회 직전, 지더라도 비겁하게 지진 말자고 서로 얘기했었어요. 도망가지 말고, 겁먹지도 말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우리는 한번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성적은 나빴어도 우리 스스로는 자랑스러워요.”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최초 여자 럭비 대표팀은 성공작이었다는 얘기다. 민경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민경진이 처음 럭비와 인연을 맺은 건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 시절이었다. 미국에선 15인제 경기에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당시엔 취미 수준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선 럭비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외국인들이 모인 클럽에 끼어 가끔 경기에 나섰다. 올해 6월, 대표 선발전 소식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다. “과연 지금 일을 관두고 럭비를 해도 될까. 미래가 있을까.” 제약은 많고 여건도 좋지 않았다. “한국엔 여자 럭비팀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먹고살 고민도 해야 하고….” 그래도 일단 시작했다. 더 나이를 먹으면 다시는 이런 도전을 못할 것 같아서다.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저 스스로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었고….”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귀국 하자마자 해산… 일자리 찾아나서 꿈같은 시간은 다 지났다. 여자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해산 절차를 밟았다.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갈 실업팀도, 학교팀도 없다. 그저 각자 일상으로 복귀할 뿐이다. 현재 민경진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저기 자리 알아보고 이력서도 적고 그러고 있어요. 그동안 공백이 길어서 자리 얻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선수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몇명 빼면 다들 원래 생활로 돌아갔어요. 동료들 모두 지난 시간이 꿈 같을 거예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경기에서 뛰는 동안은 국가대표지만 대회가 끝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사실 이력서에 럭비 대표 경력을 쓰는 것도 꺼려져요. 자랑스러운 경력이지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민경진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 민경진은 이제 럭비를 포기했을까. 대답이 묘했다. “현실적으로는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계속하려 해도 할 방법도 없죠.” 그런데 단서가 붙었다. “정말 선발 공고가 뜬다면 이번 대표 12명이 모두 다시 모일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말하겠죠. 너 또 왔느냐.” 현실은 어두워도 희망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아홉 번째 파스텔톤의 작은 행복들

    아홉 번째 파스텔톤의 작은 행복들

    TV 화면에서 보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TV 동화 행복한 세상’의 9번째 책(박인식 기획·구성, 샘터 펴냄)이 출간됐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은 2001년 4월 전파를 타기 시작해 올해로 방영 10년째를 맞은 5분짜리 미니 프로그램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이야기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파스텔톤 애니메이션이 한데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선물한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은 작가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발굴하기도 하지만, 주로 시청자에게 소재를 제공받고 있다. 현재 KBS 1TV를 통해 매주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 50분에 방송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의 ‘아버지의 이력서’까지 모두 2344회가 방송됐다. 책은 2002년 발간되기 시작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은 2002년과 2004년에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각종 영상물과 오디오북, 사운드트랙까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발간된 9권은 2009년 방송됐던 작품 250편 가운데 일상의 작은 행복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주제로 60편을 엄선했다.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방송 장면 사진과 활자로 펼쳐진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천은실이 표지를 그렸다. ‘아들은 청소부’ ‘할머니의 오른손’ ‘사랑의 반창고’ 등 9권의 베스트 영상 5편과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QR코드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인식 바코드도 7, 8권에 이어 삽입됐다. 특수 제작된 휴대용 스캐너 보이스아이를 이용하면 책의 내용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박인식 PD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늘 잊곤 한다.”면서 “짧은 5분간의 메시지, 그러나 그 온기와 여운이 24시간 내내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격은 1만 2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예쁜 여성 취업에 유리? 편견일뿐”

    “예쁜 여성 취업에 유리? 편견일뿐”

    여기 취업을 앞둔 여성 2명이 있다. 한명은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 미인이고 다른 한명 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성이다. 같은 조건을 가졌다는 가정 하에 두 사람 중 누가 취업에 더 유리할까. 대부분은 전자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심리학 연구진이 발표한 외모와 취업률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상과 반대로 취업에서 ‘미모 혜택’은 전혀 없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 지이브 슈디너 박사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성 구직자가 남다른 미모를 뽐내는 여성 지원자에 비해서 기업의 서류 통과를 할 확률이 30% 더 높았다.”는 내용을 28일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연구진은 남녀 지원자 5312명의 사진이 붙은 이력서와 사진이 없는 이력서 2가지 버전을 구인광고를 낸 유럽 및 이스라엘 회사 2656곳에 보냈다. ▲잘생기거나 예쁜 남녀▲평범한 외모의 남녀▲아예 사진이 없는 이력서로 나눠보내 결과를 비교한 것. 그 결과 미모의 여성 구직자들은 평범한 외모를 가졌거나 사진이 아예 없는 이력서를 낸 지원자들보다 서류통과 확률이 현격히 낮았다. 세가지 경우 중에서 사진이 없었을 때가 전화를 받을 확률이 가장 높았으며, 평범한 외모의 여성은 예쁜 여성에 비해서 30%나 서류통과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았다. 오히려 남성의 취업에는 ‘미모 프리미엄’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잘생긴 남성의 이력서가 서류심사를 통과할 확률은 19.2%인데 반해 평범한 외모의 남성은 13.7%, 사진이 아예 제출하지 않은 구직자 중 9.2%만이 서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내와 달리 이스라엘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함께 제출하지 않는 등 국내 사정과 다른 점이 많아서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연구진은 “예쁘거나 평범한 여성보다 사진 없이 낸 여성들이 서류합격률이 20~30% 높았다.”면서 “이는 직장 내에서 존재하는 여성 직원들의 질투심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풀이했다. 한편 이전에 발표한 심리학 연구진은 미모의 여성 근로자가 평범하거나 더 못생긴 경쟁자에 비해서 직장에서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입사 일찍 하길 잘했지”

    “일찍 들어오길 잘했네.” 이색 면접으로 이름 난 샘표식품과 SPC그룹의 기존 입사자들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다. 두 회사 모두 식품기업답게 각각 요리면접과 미각테스트 등을 실시해 오고 있다. 올해 두 기업은 다소 생뚱맞은 한 가지 ‘미션’을 추가했다. 짱짱한 스펙을 평면적으로 나열한 이력서에서 볼 수 없는 지원자들의 ‘+α’를 찾아내겠다는 심산이다. 샘표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1박2일 합숙면접을 치른다. 새달 초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될 첫날 면접에선 마치 환경미화원 시험장이나 차력사가 묘기를 부리는 장터에서나 볼 만한 장면들이 펼쳐질 듯하다. 150명의 지원자들은 요리면접을 하기 전 ‘행동역량면접’이란 이름으로 실시되는 체력장(?)을 먼저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 들고 뛰기, 얼음 위에 서서 오래 견디기, 외줄 타고 장애물 건너기 등으로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시험받게 된다. 샘표식품 인사팀 김서인 이사는 “기존의 정형화된 면접에서 탈피해 다양한 상황에서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다.”면서 “지원자들의 끈기와 도전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확인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을 운영하는 식품전문기업 SPC그룹은 지원자들에게 미각과 더불어 ‘심미안’까지 요구하고 있다. 맛과 향을 구별하는 ‘관능평가’로 지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이 회사는 디자인 테스트를 추가했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회사이니만큼 매장 인테리어나 제품 포장을 보는, 감각 있는 사람을 뽑을 필요가 있다.”는 허영인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갑작스러운 주문에 지난해 시험은 다소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그룹 내 주요 브랜드의 디자인 자문을 맡고 있는 현직 미대 교수에게 정식 의뢰해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A, B형 두 가지로 각각 12문항이 담겼다. 지원자들은 4분 동안 인테리어 배면도나 공간을 찍은 사진을 보며 공간 지각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기업 로고를 보며 차이점과 유사점을 골라내야 한다. 4지 또는 5지 선다형이지만 난이도가 꽤 높아 “나라면 풀지 못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직원들도 상당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매달 19일은 ‘1자리 9하는 날’

    경기 성남시가 매달 19일을 일(1)자리 구(9)하는 날로 정하고 새청사 1층에서 구직행사를 벌인다. 시는 19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성남시청 1층 로비에서 ‘일자리 구하는 날’ 행사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성남시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역 내 구인 업체인 미성산업개발, 삼군네트웍스, 케이티스, 해정산업, 부일정보링크, 현대로지스틱 등 8개 업체가 현장에서 면접과 채용절차를 진행해 88명을 채용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성남시민은 신분증과 사진이 부착된 이력서를 지참하고 행사장으로 오면 구인업체 면접을 볼 수 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공무원 특채 대해부] 외국도 채용방식 변화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공무원 채용 및 운영제도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이 같은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실시 중인 5급 공무원 특채를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채용 박람회’처럼 각 부처의 특채 수요와 기준, 방식을 제출받아 객관성·공정성 심사를 거친 뒤 일괄 채용공고를 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 공무원 채용제도의 모델이 된 일본은 2012년부터 ‘국가공무원 1·2·3종 시험’을 폐지한다. 일본 공직체계는 지정직(임명직)인 국장급 이하 11계급으로 운영되는데 부국장급 이상의 88%가 우리나라 행시에 해당하는 1종시험 승진자다. 이런 이유로 1종시험은 인사운영의 경직성과 하위직 의욕상실의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일본 정부는 1·2·3종 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종합직(정책기획), 일반직(사무처리), 전문직 등 3개 분야로 나눠 공무원을 뽑을 예정이다. 또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계장급 이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중도채용시험’ 대상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할 ‘5급 특채 확대’와 같다. 미국 행정부는 이달부터 공무원 신규 채용 절차를 간소화했다. 미국은 공무원 선발시험을 매년 시행하지 않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최적임자를 채용하고 있다. 부처별로 결원이 생기면 연방정부인사관리처(OPM)에 통보하고 채용공고를 낸다. 공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학력, 경력을 기술한 이력서를 작성해 OPM에 제출하면 부처별로 검토해 상급자에게 후보군을 평가토록 한다. 지금까지는 선발인원의 3배수만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추천제한을 없애고 영역별 업무 특성 중심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영국도 채용권한은 각 부처에 있다. 결원이 발생하면 자체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군은 외부 전문가 지원을 받아 내부심사를 통해 충원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11일 대구대에 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 초청 취업박람회

    대구·경북지역 취업준비생에게 국내 SW전문기업에 대한 취업기회 제공과 함께 기업체의 최신 채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업 박람회가 열린다.  한국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는 11일 오전 10시~오후 4시 경북 경산시 대구대 성산홀(본관) 1층에서 취업관련 박람회를 갖는다. 40개 업체가 참가하며,15개 업체에서는 입사 상담직원이 배치된다. 대구대 취업학생처와 산학협력단이 주관하고 경북도와 대구·경북중소기업청, 대구고용노동청이 후원한다.  부대 행사로는 입사서류 관련 컨설팅을 해주며,이력서 부착용 사진을 찍어준다.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품 500개가 제공된다.  관련 세미나도 이 날 오후 2시~4시 대구대 정보통신원 1층 멀티미디어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전강원 경북도 일자리경제본부 일자리창출단 사무관은 ‘경북도 일자리정책의 추진 방향과 현황’이란 주제로,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녹색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홈(그린홈) 사업의 현황과 평가’란 주제로 발표한다. 또 종합토론에서는 ‘대구·경북지역의 일자리 창출사업과 스마트홈(그린홈) 사업의 연계방안’을 주제로 ▲김은수 구미 경운대 교수 ▲전경구 대구대 교수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 ▲여용석 대구고용센터 취업지원과장 ▲오세헌 대구·경북중소기업청 공공판로지원과장 등이 토론을 한다. 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자치구 ‘일자리 중매’ 앞장

    자치구 ‘일자리 중매’ 앞장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일자리 중매’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취직을 못해 속이 타는 청년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만 태우는 중소기업들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1일 자치구 등에 따르면 중랑구는 매월 19일을 일자리 구하는 날로 지정하고 ‘1·9 데이(Day)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구청 취업정보센터에서 구직자와 구인업체 간 1대1 현장면접이 이뤄지는 ‘미니 취업박람회’ 형태이다. 지난 8월부터 행사를 운영한 결과, 지금까지 50여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 19일 열린 행사에서도 구직자 51명이 중랑고령자취업알선센터와 크린토피아, 마임(재활용 분리수거 업체), 효원노인복지센터, 베스트실버요양원 등 5개 업체에 지원서를 내고 현장 면접을 봤다. 이를 통해 모두 14명이 업체로부터 일차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구로-전문가 특강, 마포-중견인력 알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효원노인복지센터에 이력서를 냈다는 김광석(49)씨는 “공공기관 일자리지원센터를 찾기는 처음”이라면서 “채용 인원은 많지 않지만, 실낱 같은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경우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장년층 전문인력과 이들의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업체 간 만남인 ‘4050 중견전문인력 Job Fair’를 주선해 눈길을 끈다. 행사는 오는 30일 구청에서 열리며, 종업원 10인 이상인 우수 중소기업 20곳과 구직자 700여명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중·장년층 구직자 700여명 중 10%인 70여명이 채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구는 22일 오후 1~6시 충무아트홀에서 구직자와 유망 구인업체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 지역에 위치한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체 30여곳이 참여한다. 행사에서는 취업정보와 면접노하우 등 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동작구는 22일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구직자를 직접 찾아가는 현장취업상담실을 운영한다. 전문직업상담사가 현장상담을 거쳐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와 워크넷 등을 통해 구직자가 원하는 맞춤형 일자리를 찾아준다. ●도봉·서초·중구도 박람회 개최 도봉구와 서초구는 각각 26일과 28일 구청 대강당에서 ‘찾아가는 중소기업 리쿠르트 투어’를 연다. 투어에서는 1대1 맞춤상담 채용관과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을 돕는 취업지원관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구로구는 성공회대와 손잡고 다음 달 3일 성공회대에서 ‘사회적 기업 박람회’를 연다. 30여개 업체로부터 다양한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전문가 특강도 펼쳐진다. 강동삼·장세훈기자 kangtong@seoul.co.kr
  • 전문계高 취업 박람회 12일 성남시청로비서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와 졸업생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한 ‘전문계 고등학교 취업박람회’가 12일 오후 2~4시 경기 성남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성남시가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오리엔트전자, 에스텍시스템, 에스알에스코리아 등 성남지역 내 25개 우량 중소기업이 참여한다. 성남 지역 내 전문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과 졸업생은 박람회 당일 사진을 첨부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원하는 기업의 면접을 볼 수 있다. 성남시는 박람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300여명의 졸업 예정자에게 일자리 정보 제공, 면접 컨설팅 등의 지원을 하고, 성남일자리센터 홈페이지에 박람회 참여 기업 정보를 올릴 계획이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재를 찾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재를 찾습니다”

    해외 어학연수는 기본에다 이력서에 줄줄이 써넣을 자격증 섭렵에 바쁜 취업 준비생들과 없는 시간 쪼개서 영어학원 등을 전전하는 직장인들에게 미안한 소리다. 소위 ‘스펙 쌓기’라 불리는 ‘동분서주’식 자기개발이 어쩌면 조만간 ‘약발’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만 보더라도 변화는 감지된다. 기업의 채용 관계자들은 최근 조사에서 해외 어학연수 경험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저 1~2년 ‘외국물’ 좀 먹고 온다 해서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들 다 하니까.”라는 불안감에 쌓여 ‘피리 부는 사나이에 끌려 가는 쥐 떼’ 마냥 관성적으로 돈과 시간, 노력을 허비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됐기에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제 멈춰 서서 새롭게 숨을 골라야 할 때다. 왜냐하면 차별화 없는 스펙 쌓기는 당신을 언제든 누구와도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로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근 나온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마케팅 서적 ‘보라빛 소가 온다’로 바람을 일으킨 세스 고딘의 새 책 ‘린치핀’(Linchpin·21세기북스 펴냄). 평범한 인재를 가르키는 ‘톱니바퀴’에 대항해 그는 ‘린치핀’이란 개념을 꺼내 들었다. 사전적 의미는 1.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 2. 핵심, 구심점, 요체다. 저자는 여기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 핵심인재”라는 의미 하나를 더 보탰다. ‘린치핀’의 예가 될 수 있는 사람들로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을 꼽는다. 천재들만 골랐다며 미리 언짢아 하지 말길. 그는 “누구나 다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아니 “그 전에 당신도 천재가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한다. 틀에 짜여진 배움과 업무를 강요하는 시스템이 당신을 평범한 ‘누구나’로 만들었다. 학교, 회사, 조직을 그가 ‘공장’으로 부르는 까닭이다.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에 세뇌 당하지 마라. 우리 안에 잠든 린치핀의 재능을 깨워야 한다.” 어떻게 깨울까. ‘감정노동’을 주문한다. 컴퓨터, 아이폰과의 머리싸움에서 이길 인간은 없다. 똑똑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일터에서 웃음과 놀라움을 주고 솔선하며 창조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미국 저가항공 업체인 제트블루의 예를 들며 최근 더 많은 기업들이 감정노동가들을 채용하여 보상한다고 강조한다. 감정노동가들은 따뜻한 관계 맺기를 중시해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도 기꺼이 나눈다. 우리가 아는 웬만한 CEO들은 먼저 베풀고 그 이상을 받아 성공한 인물들이다. 여기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10년차 직장인들에게 후배의 가장 큰 단점을 물었다. 대다수가 “개인중심적 행동”을 들었다. 주변에 널린 독불장군식 똑똑이들은 ‘톱니바퀴’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이 될 것인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마흔 이후에도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의 36가지 비밀’(기노시타 미치타 지음, 김정화 옮김, 명진출판 펴냄)은 식상한 제목과 달리 ‘막가파식 조언’이 박혀 있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회의만큼 비생산적인 것이 없다며 “정례회의에 정기적으로 빠져라.”라는 둥 전날 폭음했다면 숙취에 절어 일찍 나올 생각 말고 “적당한 핑계를 대고 출근을 늦추라.”는 둥 대놓고 “가끔은 불량사원이 되라.”고 한다. 잘하면 직장에서 내쫓기기 딱 십상인 조언들이다. 어쩌자고 이런 소리를 해댈까. 저자는 일본 유아용품 업계 1위 기업인 콤비의 전무를 지냈다. 2005년 창업 이래 첫 적자의 쓴맛을 본 회사를 1년 만에 V자로 회복시켜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통하는 인물이다. ‘사표를 쓰게 하는 방법’으로 젊은 인재를 길러내 화제를 일으켰던, 그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이 곳곳에 번뜩인다. 그의 말은 적당히 눈치나 살피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독립적인 직장인이 되라는 충고다. 진짜 일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약속을 앞두고 그토록 퍼마시겠느냐고 반문했다. 애플의 혁신을 놓고 우리의 기업 문화와 한창 비교가 됐었다. 수직적인 구조에서 결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창의력을 외치지만 우리의 학교와 기업들은 여전히 ‘공장’ 수준이다. 두 권의 책은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뿐 아니라 경영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더 크다. 각 1만 5000원, 1만 1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美구직자가 피해야 할 10가지

    美구직자가 피해야 할 10가지

    취업의 성패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결정한다? 취업난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내 16~24세 청년층의 취업률은 47.6%에 그쳐 194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취업 전문가 포드 마이어스가 말하는 ‘구직자가 피해야 할 10가지 실수’를 전했다. 우선 온라인을 통한 구직 활동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노력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어스는 지난 5년 동안 자신의 고객 가운데 온라인으로 일자리를 구한 구직자는 2명뿐이라고 말했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 곳에나 이력서를 보내는 것도 금물이다. 구인업체 대부분이 자신이 원치 않는 이력서를 열어보지 않거나 서랍 속에 수북이 쌓아 놓는다. 이력서를 마구잡이로 뿌리면 전문성이 있는 구직자로 비쳐지지도 않는다. 공개채용에만 목을 매는 것도 치명적 실수다. 공개채용으로 최고의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구인 수요의 40% 이상은 이미 채용될 사람이 정해져 있다. 고용 사정이 나쁘다고 묻지마 식으로 구직하려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일자리를 구할 때는 적성과 업무 수행에 따른 보상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마이어스는 이 밖에도 ▲철저한 계획 없이 구직활동하기 ▲비효율적인 인맥에 의존하기 ▲전문가 도움 없이 일자리 찾기 ▲허술하게 면접준비하기 ▲구직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자신의 시장가치를 모르고 일자리 구하기 등의 실수를 피해야 구직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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