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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행정부, 동결자금 해제 절박…한국 이달 중순까지 대안 내놔야”

    “이란 행정부, 동결자금 해제 절박…한국 이달 중순까지 대안 내놔야”

    한국, 美와 빨리 협의해 동의 얻어야스위스 채널로 자금 이전 도움 될 것“이란은 절박한 상황이다. 이달 중순까지는 대안을 줘야 할 것 같다.” 국회의원 시절 한·이란의원친선협회장을 지낸 6선 의원 출신 천정배(67) 한국이란협회 이사장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와 관련, “이란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다녀간 뒤로 한 달 내에는 한국 정부가 건설적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란 내 분위기를 전했다. 최 차관은 지난 10~12일 이란을 방문해 한국 선박 억류 해제와 함께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해 양국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국이란협회의 이사장을 맡은 그는 지난 29일 정영훈 사무총장, 김혁 사무국장과 함께 서울신문과 만나 “이란 행정부가 (강경파) 의회의 압력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조속한 협의를 통해 (제재 면제)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는 걸 이란에 적극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심정적인 측면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제한하겠다고 하는 등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지난해 2월 총선에서 압승한 보수파가 행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천 이사장은 “이란이 7조원 넘는 자금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과의 지속적 교류로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로의 자금 이전을 동결자금의 해법으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결국 미국 승인을 받는 게 핵심인데 금액이 크진 않을 것 같다”면서 “이란도 스위스 채널을 통해 자금 전부 받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 채널이 성사된다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측이 선박 억류와 동결 자금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과 관련해선 “우리로서는 분리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천 이사장은 “두 사안을 연결하면 오히려 선원들을 석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란도 코로나19, 인권 문제, 배 안에 실려 있는 화학 물질 변질 가능성 때문에 길게 끄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여름휴가 때 딸(현직 외교관)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하면서 이란에 관심을 두게 된 천 이사장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 국익을 위해서도 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중동 제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면서 “이란 재진출을 애타게 기다리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 800곳은 이란서 3억 달러 정도를 아직 못 받았다”며 “미수금 회수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한·이란 가교 역할 맡은 천정배 “이란이 원하는 건 한국과 교역 재개”

    한·이란 가교 역할 맡은 천정배 “이란이 원하는 건 한국과 교역 재개”

    미국 제재보다 지나친 조치에 실망감 키워이란, 차관 방문 한 달 내 건설적 제안 기대이란 행정부가 강경파 의회 압박 막고 있어스위스 채널 성사되면 ‘코로나 피해’ 큰 도움이란 진출 중소기업 3억불 미수금 확보 노력연초부터 ‘선박 억류’라는 악재를 만난 한국 정부는 이란을 설득하기 위해 실무 대표단을 보내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미국 제재로 인해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는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부터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지만 미국 제재가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선박 억류와 동결 자금 그리고 이란과의 관계 개선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한국 정부는 과연 이란에 만족스러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6선 의원 출신 천정배(67) 한국이란협회 이사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국이란협회에는 전직 대사, 교수, 법조인, 기업인 등 이란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 29일 서울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천 이사장은 “이란이 원하는 건 한국과의 교역 재개”라면서 “이란은 동결자금을 풀어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영훈 사무총장과 김혁 사무국장도 함께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란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여름, 둘째 딸(현직 외교관)을 보러 이란을 방문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휴가를 간 거지만 그 기회에 이란 인사들도 만났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된 후 한국 대통령도 방문한 직후여서 분위기는 지금과 달리 굉장히 좋았다. 이후 국회에서 한이란의원친선협회장을 맡아 이란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란은 중동의 제조업 ‘허브’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 국익을 위해 극히 중요하다.” -한국에 대한 이란의 감정이 예전과 다른 것 같다. “2016년 당시 이란은 한국에 큰 기대를 했다. 이란 국민들도 한국에 대한 호의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류 드라마는 시청률이 90%를 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란은 한국에 ‘동결자금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해결을 못 해줬다. 이란 국민 중 다수가 한국산 TV, 냉장고를 쓰는데 한국 제품의 공급 중단이 이란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심각했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 않나. “이란 사람들은 한국이 ‘지나치다’는 거다. 주한 이란대사관은 한국에서 은행 계좌를 못 연다. 이란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계좌 개설조차 못하는 건 한국밖에 없을 거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동결자금 규모가 큰 것도 대이란 수출을 더 타이트하게 (규제)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불만이 지난 2~3년 동안 누적돼 왔다.” -선박 억류가 길어지고 있다. 장기화에도 대비를 해야 하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외국의 상선을 억류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부분 석방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란 정부도 길게 끄는 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란이 한국 선박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장기화되면 인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화학 물질이 배 안에 실려 있어 사고가 날 우려도 있어 이란 측도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환경오염이 문제라면 증거를 제시해야 될텐데 늦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3부(행정·입법·사법부)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호 독립돼 운용되고 있다. 이란 행정부가 사법부와 군의 억류에 개입할 여지가 제한적이란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물론 환경오염 입증은 이란이 해야겠지만, 한국 선박 측에도 환경오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거 자료를 요청한 모양이다.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게 아닐까 싶다.”-선박 억류 사건 초반에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국 정부는 일종의 프로토콜에 따라 신속히 대응했다고 본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 보면 선박 나포는 환경 오염 문제로 인한 사법권의 행사일 뿐인다. 그런데 한국이 군함(청해부대)을 파견하고 주한 이란대사를 공개적으로 초치했다. 초치 자체가 외교적으로 일종의 양국간 불편함을 드러낸 것인데 이란 입장에선 상당히 서운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더라.” -이란은 선박 억류와 동결자금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리 대응하는 게 맞나. “당연하다. 두 사안을 연결시키면 오히려 선원들 석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신속하게 사법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촉구하면서 동결자금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당장 성과를 내는 거지만, 성과를 못내더라도 ‘한국이 진심 어린 노력을 하고 있구나’라는 태도를 이란에 보여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무리 이란 사법부가 선박 억류를 했더라도 이란 내 여론이 조성되면, 예컨대 구형량을 낮춘다든가 하지 않겠나.” 인터뷰 당일, 이란 현지에선 모즈타바 졸누리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동결자금 해결은 선박 석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지난 27일 졸누리 위원장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화상 회담에서 “한국이 이란의 동결된 자산을 신속히 돌려주면 억류 해제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0~12일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졸루니 위원장과 면담을 한 바 있다. -동결자금은 미국 제재와 관련돼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이란이 원하는 안은 뭔가. “이란은 7조원 넘는 동결자금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억류 사건 전부터 이란 측은 세 가지 정도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던 것으로 안다. 우선 한국에서 공급 가능한 인도적 물품이 있으면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백신처럼 한국에서 공급을 할 수 없는 물품에 대해선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 방식 등을 활용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 정부가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뒤 정부와 은행의 보증 아래 대출을 받아 이란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해 보내고, 나중에 동결자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2019년 2월 이란 핵합의에 참여했던 영국, 프랑스, 독일도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는 특수목적법인(SPV)을 발족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뒤 이란을 붙잡아 두기 위한 방책이었다. ‘인스텍스’(INSTEX·무역거래 지원 수단)로 명명된 SPV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뒀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달러화 결제를 거치지 않고 이 법인의 중개로 이란산 원유·가스와 유럽산 물품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차용하자는 안이 ‘한국판 인스텍스’(K인스텍스)다. -정부는 일단 스위스 계좌를 이용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인스텍스 방식은 실제 가동이 되지 않아 이란이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은 인스텍스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스위스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이란에 절실한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미국 제재와도 거리가 멀다. (현재로선)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 방식을 이용한다거나 이를 참고해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공급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과 충분한 협의와 이해가 선행돼야 하지만 스위스 채널이 성사된다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란도 스위스 채널을 통해 70억 달러를 전부 받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란 내 상황을 보면 해결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최종건 차관이 왔다 갔으니 한 달 내에는 한국 쪽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단 이란에선 최 차관이 현지에 왔을 때 만나고 싶어 하는 주요 인사를 다 만날 수 있게 했다. 이란 입장에선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이란 행정부가 강경파 의회의 압박을 막고 있는 형국인데, 이번에 대안책을 제시 못하면 의회가 법적 대응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설 전에는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국을 빨리 설득하는 게 중요하겠다. “그렇다. 미국 정부와 조속한 협의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번에 미국 승인(제재 면제)을 받으면 미국 정부가 이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걸로 인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는 걸 이란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 이란을 생각하면 심정적인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선원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석방이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이지만, 양국이 다시 직접 접촉하게 됐고 해묵은 과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며 한국의 주요 에너지 수입국가였다. 다만 2년 넘게 한국과 상당히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를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져서 기업들 진출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협회가 창구 역할을 맡아 재진출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란에 진출한 중소기업만 2000개가 넘었다고 들었다. “이란 재진출을 애타게 기다리는 기업들이 많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미국 제재 이후 이란서 못 받은 돈이 3억 달러 정도 된다. 70억 달러에 비하면 작은 것 같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돈이다. 800개 정도 기업이 미수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수금 회수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일각에선 경제사절단을 파견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 당장 경제사절단이 이란을 방문한다고 해도 교역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협회는 선박 억류가 풀리고 동결자금 해법도 어느 정도 나오면 무역협회와 함께 이란 재진출 설명회를 해볼 생각이다. 한·이란 기업들 대상으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하려고 한다. 경제사절단 파견은 (미국 제제가 풀리는) 마지막 단계에서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광장] 이란 핵합의 모델과 북핵 출구전략/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란 핵합의 모델과 북핵 출구전략/오일만 논설위원

    ‘바이든 시대’, 강성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미국 외교안보 라인에 대거 포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을 비롯해 실무자 격인 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까지 북한 체제에 부정적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북한 역시 최근 8차 당대회를 통해 강대강(强對强)의 대외 전략을 내놓은 상황이라 한반도 정세는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년 가까이 외교안보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로 규정한 바 있다.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엔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이 낙점됐다. 특히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인 한국계 정 박(한국명 박정현)은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 출신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과 취향 등 세세한 대목까지 꿰차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비판적이다. 그가 북한 담당 책임자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조만간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트럼프 시대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북핵 문제 역시 ‘단칼 협상’에서 지루한 장거리 마라톤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권력 변동과 함께 한반도 주변을 감싸는 동북아 정세는 더욱 암울하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미중 패권경쟁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은 중국을 주적으로 상정한 지 오래다. 바이든 시대 역시 반중(反中)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무역·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싸움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군사 영역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낙인찍은 상황에서 공존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과거 진영이 갈라진 미소 냉전과는 차이가 있지만 미중 대결 구도가 신냉전으로 접어들 경우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관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초대 외교안보의 두톱으로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다자주의에 기반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이끌어 낸 주역들이다. 블링컨은 지난 대선에서 과거 이란 핵합의를 거론한 뒤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는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 이란”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바이든 역시 지구촌 핵문제의 모범 답안은 이란·미국의 핵합의라는 믿음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전쟁 불사를 외치는 공화당 네오콘들과는 달리 평화적 해결을 중시하는 점에서 다르다. 이란 핵합의는 공화당 매파가 선호했던 ‘제2의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보상·비핵화 병행 모델’의 해법이다. 2015년 7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했다. 여기에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서명함으로써 합의 이행의 구속력을 높였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서를 전격 폐기했지만 바이든 취임 이후 협정 복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동맹의 가치를 복원하고 다자 협력주의를 표방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로운 북핵 출구전략으로 이란 모델은 유효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다자주의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북 정책이 도출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태도는 완강하다. 북한은 최근 8차 당대회를 통해 핵무력 강화 등 대미 강경 노선과 자력갱생의 경제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대북 제재로 경제 기반 자체가 약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고슴도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올 상반기까지 북미 대결 구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 정권 교체기에 빈번했던 북한의 무력시위가 재발될 가능성도 있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 역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운 만큼 시차가 있겠지만 결국 북미 협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유엔 경제제재 완화를 협상 타결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임기 마지막 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지만 북미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oilman@seoul.co.kr
  • [단독]정부, 스위스 계좌 활용해 이란 동결자금 푼다…억류 선박 구출 총력전

    [단독]정부, 스위스 계좌 활용해 이란 동결자금 푼다…억류 선박 구출 총력전

    기재부 “SHTA 방식이 최선” 국회 보고스위스가 인도적 물품 구매해 이란 수출美 재무부 승인받아 제재엔 저촉 안 돼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가 장기화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한국 정부가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 2곳에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란은 선박 억류와 동결자금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동결자금 해결에 물꼬가 트이면 선박 억류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기획재정부가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게 제출한 ‘이란 원화자금 관련 검토 보고’ 자료를 보면, 이란 동결자금 해법과 관련해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로의 자금 이전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이라고 나와 있다.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돈을 스위스로 보낸 뒤 스위스에서 약품,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의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반면 상세한 거래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앞서 스위스 정부도 지난해 2월 이 방식을 통해 이란에 의약품을 보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이 방식을 먼저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 자금 이전 방안을 마련해 제안서 제출 및 제재 면제를 요청했지만 미국이 돌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의지를 내비치는 등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리 정부도 미국에 라이선스(제재 면제 허가) 발급과 관련한 조속한 답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억류 해제를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한계를 넘어야 할 새로운 대북 전략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한계를 넘어야 할 새로운 대북 전략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예고됐다.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흘 후인 22일에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언급했다. 새로운 전략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만 보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문제를 최우선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 북한에 대해 압박과 외교를 병행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도 굳이 새로운 전략이라고 강조한 걸 보면 트럼프처럼 북한과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동맹국과 협력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북핵 문제에 아래로부터 접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일찍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제시한 바 있는 ‘핵 군축의 해법’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바이든 측 인사들의 언급은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북한 비핵화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장기적인 목표이므로 지금은 북한의 핵을 관리하면서 위협이 더 악화되지만 않도록 관리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북한 핵을 동결하거나 북한 핵무기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핵 군축 협상”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도 덧붙여진다. 굳이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중간 목표인 핵 군축을 위해서라면 한미 군사훈련 중지나 전략자산 한반도 반입 금지 등 무엇이든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핵 군축이 여의치 않다면 미사일방어체계(MD)를 비롯한 첨단 전략자산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핵 군축 구상은 일본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한국 역시 선뜻 응하기가 어렵다. 검토는 가능하지만 미 정부가 공식화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굴욕적 상황을 인정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검토해 볼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북한은 안전만 보장된다면 경제에 전념하는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핵화의 전망은 충분히 낙관적이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명예롭게 비핵화의 길에 나올 수 있도록 경제제재 완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평화 프로세스가 대안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항공모함 건조, 핵 추진 잠수함 도입, 탄두 중량 무제한의 미사일 개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개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등은 도대체 무엇인가.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남한을 표적으로 한 전술 핵미사일 개발을 공언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그 누구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말하고 있지 않고, 바이든 정부도 압박은 지속된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이 비관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낙관론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설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북한 비핵화라는 편협한 목표를 초월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영역으로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더 크고 담대하고 적극적인 평화 공세를 전개하면서 한반도 주변 지역을 비핵지대로 전환하는 안전보장 체제, 즉 ‘동북아판 헬싱키 체제’를 설계하면 어떨까?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강화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미 평화연구소 수석대북전문가 프랭크 아움은 남북미에 중국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한반도에 갇힌 핵 문제를 넘어 넓은 국제질서에서 갈등을 녹여 버리자는 이 발상은 주목할 만하다. 중견국가 대한민국은 대륙과 해양의 교량 역할을 하는 평화 선도 국가로서 이제는 지역의 평화를 말해야 한다. 평화의 당사자로서 우리는 충분히 그럴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다.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미 육군의 차세대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OpFires’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미 육군의 차세대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OpFires’

    극초음속이란 음속의 5배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속도를 뜻한다. 지난 2019년 러시아가 Kh-47M2 킨잘과 아방가르드 같은 극초음속 무기들을 선보였고 뒤이어 중국도 둥펑-17을 공개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속속 극초음속 무기들을 선보이면서 미국도 이를 추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극초음속 비행체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미 육군은 특히 극초음속 비행체를 내장한 미사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극초음속 비행체란 발사체의 추진력을 이용해 높이 상승했다가 이후 분리되어 활공하면서 비행한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기존 탄도미사일의 재돌입체와 달리 독특한 비행 궤적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극초음속 비행체의 무기화를 처음 시도한 것은 미 육군이었다.2011년 극초음속 비행체를 내장한 AHW(Advanced Hypersonic Weapon)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과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실상 개발을 중단했다. 그러나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미국이 탈퇴하고, 미 육군이 새로운 군사교리로 다영역작전을 채택하면서 사거리 2000km 이상의 장거리극초음속무기인 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을 개발해 2023년까지 전력화할 계획이다.또한 미 육군은 중국과 러시아간의 준중거리 미사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 국방성 고등기술연구원(DARPA)과 함께 OpFires(Operational Fires)라는 새로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다. 장거리극초음속무기인 LRHW와 마찬가지로 극초음속 비행체를 내장한 OpFires는 사거리가 1600여km에 달한다. 또한 마하 5이상으로 날아 20분 내에 1600여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OpFires는 A2/AD(Anti-access/Area Denial) 즉 반접근/지역거부에 사용되는 적의 방공망을 재빠르게 파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OpFires는 크기가 큰 LRHW와 달리 C-130 수송기로 공중수송이 가능하도록 콤팩트하게 만들어질 예정이다. OpFires 발사차량에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내장한 3발의 지대지 미사일이 장착되며, 미 육군의 고기동 대형 전술트럭을 차체로 사용한다. 미 록히드마틴사가 만들 OpFires는 2023년에 완전 비행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추진체의 지상연소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사설] ‘북핵’ 언급한 바이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라

    미국 백악관은 그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동맹과 긴밀한 협의하에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며 ‘새로운 전략’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새 전략’ 언급은 지난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노선과 기조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대신 실무협상부터 밟아가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대북 접근법을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과 맥을 같이한다. 당초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선순위라는 점을 시사한 점은 다행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점검에 착수한 만큼 한미 간 소통과 이견 조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 외교안보 라인과 바이든 외교팀의 협의를 거쳐 북한과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한반도프로세스의 재가동 필요성을 호소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제 40분간 유선 협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면서 “앞으로 한국과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어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양국 국방 당국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초래한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 서둘러 북한에 메시지를 내고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이유다. 빌 클린턴 정부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북미 관계를 개선했으나 임기 말이라는 한계에 부딪쳤었다. 북미 정상대화를 중재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상해야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과 한국 진보 정권이 겹치는 기간은 북미·남북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이다. 이런 차원에서 양국 정부는 전략적 판단과 협의를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 미국 정부도 북핵 문제의 중요성, 복잡성, 시급성을 인식한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 “북미 앞으로 6개월 눈치싸움… 한미 공조 통해 승부 걸어볼 시점”

    “북미 앞으로 6개월 눈치싸움… 한미 공조 통해 승부 걸어볼 시점”

    “이렇게 완전히 ‘통합’이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취임사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김준형(58)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미국 역사뿐 아니라 인류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완전히 깨져 버렸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일단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그는 “시작도 하기 전에 (통합에) 성공할지 얘기하는 건 가혹하다”면서 “바이든 말처럼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사 전반에 대한 인상은. “미국은 현재 보건·경제·분열·인종차별·기후변화 위기 등 5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왔다고 한다. 취임사 곳곳에 이러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바이든에게는 과제이자 도전이다. 이를 극복하겠다는 게 취임사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취임사에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동맹 회복’이란 표현 속에 기본적으로 다 녹아 있다고 본다.” -동맹 강화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는. “미국의 동맹 복구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한다는 현실적 인식이다.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동맹이 필요하다. 두 번째, 트럼프 때와 달리 동맹국으로부터 보호비를 갈취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협박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의 동맹 강화는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원칙, 이념을 중시해 자칫 이념 전쟁으로 갈 수 있다. 근본적인 가치 싸움이 되면 미중 간 냉전이 재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한미일이 북한 문제 등에서 부분적으로 군사협력을 할 수는 있어도 한미일 동맹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맹은 자동적으로 모든 일에 개입하기 때문에 중국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하길 기대하지 않았을까. “취임사에 북한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북한이 실망을 하거나 이를 도발의 이유로 삼는다면 미국을 모르는 것이다. 대북 메시지는 거대한 취임식보다는 미국 외교안보팀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는데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까. “앞으로 6개월간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이벤트 접근방식을 거부한다고 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상황이 아주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면 오바마 정부 때처럼 도발의 패턴만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빅딜’보다는 ‘스몰딜’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일시에 비핵화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중간 단계로 스몰딜도 필요하다. 일단은 북한의 핵을 동결시키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외교라인도 진용을 재정비했다.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진보 정부가 겹칠 때 항상 한쪽은 임기 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간표상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래도 정의용(외교부 장관 후보자)·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투톱 체제’ 카드를 내민 건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대화의) 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고,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은.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서로 의심하지 않도록 공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승부를 걸어볼 시점이다. 미국에 ‘과감하게 나아가겠다’고 설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3월 한미군사연합훈련이 걸림돌이 될까.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훈련은 어렵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축소를 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고 ‘포장’을 잘해야 한다. 한국보다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발전시키자는 우리 측 제안이 역효과를 낼까.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때의 모든 성과를 뒤집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등이 담긴 싱가포르 합의는 원칙을 표명한 거다. 이것 자체를 버린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다. 이를 추인하는 게 트럼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바이든 반복적인 ‘통합’ 메시지는 미국의 위기의식을 담은 것”

    “바이든 반복적인 ‘통합’ 메시지는 미국의 위기의식을 담은 것”

    분열 가속화에 일단 ‘브레이크’북한 언급 없는 건 예상됐던 일한미일, 부분 군사협력 가능해도한미일 동맹은 한국에 큰 부담싱가포르 선언은 원칙 표명일뿐“이렇게 완전히 ‘통합’이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취임사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김준형(58)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미국 역사 뿐 아니라 인류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완전히 깨져 버렸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일단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그는 “시작도 하기 전에 (통합에) 성공할 지 얘기하는 건 가혹하다”면서 “바이든 말처럼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이든 취임사에서 눈에 띈 부분은. “민주주의, 통합 등 핵심 단어를 표현을 달리하면서 계속 반복하고 재강조했다. 그만큼 미국 내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간에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며 묵념한 것도 울림이 있었다.” -취임사 전반에 대한 인상은. “미국은 현재 보건·경제·분열·인종차별·기후변화 위기 등 5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왔다고 한다. 취임사 곳곳에서 이러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바이든에게는 해결해야 될 과제이자 도전이다. 이를 극복하겠다는 게 취임사를 관통하는 메시지 아닐까 싶다.” -미국이 과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10년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 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거치면서 통합 분위기는 완전히 깨졌다. 트럼프가 ‘촉매’ 역할을 했다고 본다. 바이든이 브레이크를 밟고 ‘일단 멈춤’에는 성공했지만 유턴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미국에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치유자’ 이미지를 가진 바이든일 수 있다.” -취임사에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동맹 회복’이란 표현 속에 기본적으로 다 녹아 있다고 본다.” -동맹 강화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는. “미국의 동맹 복구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한다는 현실적 인식이다.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동맹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두 번째,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동맹국으로부터 보호비를 갈취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방위비 분담감을 통해 협박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동맹 강화는 한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원칙, 이념을 중시하면서 자칫 이념 전쟁으로 갈 수 있다. 근본적인 가치 싸움이 되면 실제적으로는 미중간 냉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한미일이 북한 문제 등에서 부분적으로 군사협력을 할 수는 있어도 한미일 동맹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맹은 자동적으로 모든 일에 개입하기 때문에 중국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북한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하길 기대하지 않았을까. “취임사에 북한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북한이 실망을 하거나 이를 도발의 이유로 삼는다면 미국을 모르는 것이다. 대북 메시지는 거대한 취임식보다는 미국 외교안보팀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는데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까. “앞으로 6개월 간 눈치 싸움이 될 거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이벤트 접근방식을 거부한다고 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에는 조심스럽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황이 아주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면 오바마 정부 때처럼 도발의 패턴은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빅딜’보다는 ‘스몰딜’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일시에 비핵화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중간 단계로 스몰딜도 필요하다. 일단은 북한의 핵을 동결시키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외교라인도 진용을 재정비했다.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진보 정부가 겹칠 때 항상 한 쪽은 임기 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간표상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래도 정의용(외교부 장관 후보자)·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투톱 체제’ 카드를 내민 건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대화의) 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고,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은.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서로 의심하지 않도록 공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승부를 걸어볼 시점이다. 미국에도 ‘과감하게 나아가겠다’고 설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3월 한미군사연합훈련이 걸림돌이 될까.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훈련은 어렵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축소를 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고 ‘포장’을 잘 해야 한다. 한국보다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발전시키자는 우리 측 제안이 역효과를 낼까.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때의 모든 성과를 뒤집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완전한 비핵화 등이 담긴 싱가포르 합의는 원칙을 표명한거다. 이것 자체를 버린다는 건 아무 것도 안 한다는 거다. 이를 추인하는 게 트럼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폐기할 이유 없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와 파기를 약속했다. 위치는 영변 등이다. 미국은 북미 양측에 신뢰를 가져올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와 싱가포르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지킬 준비가 돼 있다.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 다만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핵화 최종 단계 전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신고하고 이들의 제거·파괴를 보증해야 한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서 물러난 스티븐 비건이 2019년 1월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발언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기대하며 카운터파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압박하던 비건의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됐다고 해서 북핵에 접근하는 미국 정책이 ‘비건 연설’을 벗어나 축소되거나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의사당 난입과 트럼프 탄핵으로 집약되는 미국 분열의 수습과 치유는 정치 인생 50년 바이든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에서 중국, 중동에 이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 예측하지만 북한 또한 바이든에게 던져진 작지 않은 숙제다. 버락 오마바 시대와 달리 북한 핵·미사일은 양적·질적 진화를 거듭해 코 묻은 장난감이라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당하면 때린다’는 보복에서 ‘먼저 때린다’는 선제공격으로 군사의 개념도 전환했다. 남한에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한 조국통일”을, 바이든에는 선제공격용 핵잠수함 개발을 내밀었다. 북한이 변할 때까지 대화하지 않는다는 미국식 전략적 인내, 반대로 미국이 ‘행동 대 행동’으로 협상 방식을 바꿀 때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 모두 구시대 유산이 된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 4년을 보면서 바이든 임기 내 북핵이 해결될 것이란 꿈은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3대에 걸쳐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키워 ‘핵보유국’을 자랑하는 총비서 김정은 위원장이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충분히 보여 줬다. 하지만 목표 없는 ‘비전략적 방치’는 핵·미사일 능력 증강, 그에 비례할 북한 경제의 피폐를 초래해 세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안보 풀, 특히 대북 인재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오바마 정권 전부터 관여한 원로 등 대북협상 지지 그룹부터 강경파까지 바이든이 어떤 비핵화 접근을 쓰느냐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사람은 널렸다. 다만 트럼프 때처럼 정권 출범 첫해 극한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고 이듬해 가서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능력만 키우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대북특별대표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겸임하든 별도로 선임하든 최선희 등 미 민주당, 공화당 정권을 두루 겪어 본 북한 외무성 베테랑과의 상견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상반기 내로 끝내고 대화와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북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파국은 그만큼 빨리 온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자책점은 북미 모두에 있다. 미국 쪽 실책이라면 북미 정상회담 하나로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보텀업(상향식)을 경시했던 트럼프의 장삿속이 크다. 착실한 실무급 협상으로 토대를 쌓지 않으면 어설픈 톱다운(하향식) 하나로 승부 나지 않을 정도로 북핵은 고차원이다. 트럼프 실패를 청산하겠다고 바이든이 클린턴, 오바마 정권의 차관보급 대북 협상에서 실무 교섭을 끝내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정상회담에 맡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톱다운과 보텀업의 배합이 답이다. 그나마 바이든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노이의 실패는 대북특별대표였던 비건의 실패와 동의어다. 북한에 밝은 민주당 정부라 해서 대북 협상에서 용뺄 재주는 없다. 비건 실패를 원점 삼아 북한의 전략무기가 더 고도화하기 전에 비핵화 입구에 들어서야 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다시 강조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입버릇이라 흘려듣지 말고 주목했으면 한다. 신뢰 구축 조치로 북한에 먼저 다가설 것을 권한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 될수록 중국으로 기울 북한의 핵 해결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marry04@seoul.co.kr
  • 블링컨·설리번·타이… 외교라인 對中 강경론자 대거 포진

    블링컨·설리번·타이… 외교라인 對中 강경론자 대거 포진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라인 ‘투톱’인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미국 우선주의’ 같은 트럼프식 용어를 빠르게 지울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대신 ‘다자주의’나 ‘린치핀 동맹’과 같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제조기업 우대를 지향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통상 정책은 오바마 시절 재탕에 그치진 않을뿐더러 오히려 트럼프와 비슷한 정책 방향이 눈에 띄는 빈도가 늘 전망이다. 오바마 시절(2009~2017년)에 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할 이유가 늘었기 때문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2014년 미·쿠바 관계 정상화를, 설리번 지명자는 2015년 이란 핵합의 막후 조율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외교라면 ‘중국 때리기’ 일변도 정책만 펴던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다양한 권역별 질서 구축에 미국이 다시 관심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두 지명자는 트럼프식 즉흥외교 대신 실무협상을 통해 인내심을 갖고 조율을 이어 가는 정통외교 방식을 선호한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략적 인내’ 기조를 강조해 온 장본인이 이들이다. 그렇더라도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 시절과 똑같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한꺼번에 뒤집지는 못할 처지다. 미중 무역갈등은 오바마 정부 시절의 관세전쟁 단계에서 진화해 지금은 반도체, 5G(세대 이동통신)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비화돼 있다. 여기에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하며, 중국은 미국의 전 세계 민주주의 확산 기조를 거스른 상태다.미중 무역을 직접 담당할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설파한 인물이다. 타이 지명자는 중국에 대해 관세보다 더 나은 공격이 필요하다고 밝혀 ‘트럼프식 관세전쟁’ 대신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대중국 압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선원 억류’ 이란 “자금 동결은 불법”…입장 차만 확인(종합)

    ‘선원 억류’ 이란 “자금 동결은 불법”…입장 차만 확인(종합)

    우리 측, 신속한 억류 해제 요구이란 “환경오염 증거 제출 노력” 한국과 이란의 외교당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에 대해 10일(현지시간)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11일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전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 6일 만에 고위급 교섭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 교섭에 나선 반면, 이란 측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자금 문제에 집중해 대화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줄곧 선박 억류 문제가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대표단의 이란 방문 역시 선박 억류 전 예정된 일정이었으며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 차관은 한국 선원들의 신속한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면서 그들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이란 측의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 측이 억류 이유로 주장하는 한국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 차관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란 외교당국은 한국 측 요구사항을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며 관련 증거가 신속하게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 자리에서 자금 동결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몸값 요구’라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최 차관은 12일까지 이란에 머물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당국자 등과도 만나 억류 선원의 조속한 석방을 거듭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억류 당사자인 혁명수비대와는 직접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한국의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됐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보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 대금이 크기 때문에 이 계좌에 잔고가 쌓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이 중단돼 이란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계좌를 계속 운용하면 한국의 두 은행은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내 영업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 사용과 외화 거래가 차단돼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국도 핵잠수함 추진?…국방부 “결정된 바 없다”

    한국도 핵잠수함 추진?…국방부 “결정된 바 없다”

    김정은 ‘핵잠수함’ 언급에 ‘한국도 보유해야’ 목소리국방부 “기술 수준·국방재정 등 종합 검토 필요” 국방부는 11일 한국군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여부에 대해 기술 수준과 국방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군의 핵잠수함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추진체계에 대해서는 지금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잠수함에 핵 추진체계를 탑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잠수함이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쓰는 잠수함이다. 핵잠수함은 몇 달마다 연료 주입을 해야 하는 일반 동력원 잠수함과 달리 10년 넘게 항행할 수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한국군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문 부대변인은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기술 수준과 국방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추진돼야 할 사안임을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장보고-Ⅲ 배치(Batch)-Ⅲ 사업의 일환인 4000t급 잠수함에 기존의 디젤 엔진이 아닌 원자력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군의 핵잠수함 개발 사업은 노무현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다가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신문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를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선원 억류’ 이란 “자금동결 불법”…입장 차만 확인

    ‘선원 억류’ 이란 “자금동결 불법”…입장 차만 확인

    우리 측, 신속한 억류 해제 요구이란 “억류는 사법부 문제” 일축 한국과 이란의 외교당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에 대해 10일(현지시간)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11일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전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 6일 만에 고위급 교섭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 교섭에 나선 반면, 이란 측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자금 문제에 집중해 대화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줄곧 선박 억류 문제가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대표단의 이란 방문 역시 선박 억류 전 예정된 일정이었으며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 차관은 한국 선원들의 신속한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면서 그들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이란 측의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 측이 억류 이유로 주장하는 한국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 차관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 자리에서 자금 동결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몸값 요구’라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최 차관이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아락치 차관은 “이란 영해에서 발생한 선박 억류는 오직 기술적, 환경 오염 문제다”라며 “이란 사법부가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한국의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됐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보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 대금이 크기 때문에 이 계좌에 잔고가 쌓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이 중단돼 이란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계좌를 계속 운용하면 한국의 두 은행은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내 영업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 사용과 외화 거래가 차단돼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트럼프 끝내 “바이든 취임식에 안 갈 것” 펠로시 “핵 단추 못 누르게”

    트럼프 끝내 “바이든 취임식에 안 갈 것” 펠로시 “핵 단추 못 누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8일 밝혔다.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다가 전날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그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스스로 취임식 불참의 뜻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물어봤던 모든 사람에게, 난 1월 20일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참하는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 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이자 뒤늦은 승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직접 ‘승복’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이후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빠지는 첫 현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임기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단서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후임자 취임식 불참은 152년 만의 일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17대 존슨 대통령은 후임인 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고 1869년 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존슨 대통령은 미 역사상 하원에 의해 탄핵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존슨이 1868년에 권력남용 문제로,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1998년에 사생활 문제로 각각 하원 탄핵을 당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돼 사임을 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역대 세 번째로 2019년 하원의 탄핵을 받았지만, 역시 상원에서 무죄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존슨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탄핵을 당한 단임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45대 대통령이며 바이든 당선인은 46대 대통령이다. AP는 후임 대통령과 퇴임하는 대통령은 평화적 정권 이양의 상징으로 취임식을 위해 함께 의회 의사당으로 함께 이동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고 전했다. 취임식은 지난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가 난입해 시위대원 네 명과 경찰 한 명이 숨진 연방 의회 의사당 앞 층계에서 거행돼 왔다. 이 전통을 깬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전날 플로리다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루 전 움직이는 것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란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취임식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온다는 풍문이 돌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입국을 불허한다고 밝히는 소동도 빚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생존하고 있는 네 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들이 밝혔다. 고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여행이 불가능해 참석하지 않기로 얼마 전에 밝혔다. 한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 적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군에 주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대통령을 통제하기 위해 가능한 조치에 관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털어놓았다. 퇴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안으로의 시위대 난입과 난동을 선동했다는 비판과 함께 사임, 탄핵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즉흥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대비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 행위를 개시하거나 핵 공격을 지시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안정한 대통령의 상황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와 민주주의에 대해 균형감각을 잃은 대통령의 공격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개시를 희망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장치가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행정부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중단시키라는 요구에 관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긍정적 답변을 듣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상·하원이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해임을 강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펜스 부통령이 25조 발동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거나 펜스 부통령이 25조 발동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녀는 “대통령이 즉각, 그리고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의회는 우리의 행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실세 차관’의 이란행...개선장군이 될 수 있을까

    ‘실세 차관’의 이란행...개선장군이 될 수 있을까

    선박 억류 사건 전부터 방문 논의외교 차관회담으로 해결 쉽지않아일본과 다른 한국 대응에 서운함도동결자금과 분리 접근·민간 활용도문재인 정부의 신임이 두터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을 찾는다. 한국에 묶인 7조원대에 이르는 이란의 원유 수출 자금 문제의 해법을 찾고 소원해진 양국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된 방문이었지만 갑작스런 선박 억류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한국인 선원을 구출해 내야 하는 ‘특명’을 받은 셈이다. 반면 이란은 선박 억류에 대해 외교적 협상이 아닌 사법 절차를 통해 풀어갈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차관이 이란 외무부 차관을 만나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개입돼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실세 차관이라도 해도 외교부 차관이 가서 ‘담판’을 짓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의 이란행은 지난 4일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선박 억류 전부터 논의돼 왔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이란 간의 관계가 제재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이란과의 관계를 다져놓기 위해 양국간 외교차관 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자금 일부를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기 위한 용도로 쓰기 위한 협의가 진행돼 왔고, 미국 재무부의 특별승인까지 받아낸 터라 이번 회담은 양국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었다. 그러다 난데없는 선박 억류 사건이 발생했다. 차관회담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이 이란에 억류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청해부대(최영함)를 사고해역으로 급파했고,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였지만 이란도 발끈했다. 이란 정부는 해양오염 조사를 위한 것으로 단순히 기술적 사안인데 한국 정부가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난 5일 한국 선박(선원)을 인질로 삼았다는 의혹에 반박하면서 “인질범은 70억달러(약 7조 6000억원)를 인질로 잡고 있는 한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년에 두 차례나 친서를 보냈다는 건 그만큼 이란 내부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동결자금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했는데 너무 미국 눈치만 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일본에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이 있지만 이란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처럼 일본을 대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대이란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9년 6월 미·이란 간 중재역을 맡겠다며 직접 이란을 찾았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이후 ‘최대 압박 전략’에 따른 제재로 이란의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전격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은 41년 만이었다. 당시 아베 총리 방문 중에 일본 관련 화물을 실은 대형 유조선 2척이 걸프 해역에서 피격되면서 일본 내 여론은 악화됐지만 일본·이란 관계는 발전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게 빛을 발한 셈이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란에) 특사라도 보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의 상황은 아베 전 총리의 방문 때보다 더 열악하다. 1년 전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사건과 경기 침체 지속으로 로하니 행정부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보수파의 압력이 거세진 상황에서 한·이란간 외교차관 회담이 열리다보니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원하는 바를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주요 의제는 한국에 있는 이란 자금에 대한 접근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라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란은 동결 자금 7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의료장비·의약품 구매에 쓸 수 있도록 한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경 입장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란을 설득하려면 우리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동결 자금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타임라인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원 구출 작전의 일환으로 협상에 임했다가는 선박 억류 해제와 동결 자금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겸임교수는 “동결 자금과 선박 억류 문제 모두 해결하려면 두 이슈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란 정부가 선박 억류는 기술적 사안이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환경오염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고 신변 보장을 확실히 해두는 쪽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선박 억류 주체가 혁명수비대라는 점에서 외교 차관이 이란 정부를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부분은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지적했다. 태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란은 종교, 군대(혁명수비대), 행정부 등의 권력기관이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된 특이한 정치 구조를 가진 국가”라면서 “우리 정부도 외교부를 통한 공식 창구 활용과 더불어 최고 권력기관인 혁명수비대와 직접 소통하는 접근법을 함께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사실상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며 막강한 권한을 지닌 혁명수비대를 설득하려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천정배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이란협회 등 민간 차원의 채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장은 “신정체제인 이란에서는 종교지도자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정부 관료만 보내선 안 되고, 이란을 잘 알고 꾸준히 교류를 해온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에는 2000여개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있다”면서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이란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이란도 실제로는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바이든, 국무부 부장관에 북한통 웬디 셔먼 지명”

    “바이든, 국무부 부장관에 북한통 웬디 셔먼 지명”

    이란 핵합의 때 미국 협상단 실무 총괄2000년 올브라이트 장관과 김정일 면담“주한 미군 배치는 미국에 이익이기 때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무부 부장관에 웬디 셔먼(72)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마바 행정부 때는 이란 핵협상의 주역이었고, 클린턴 행정부 때는 대북관계에 깊이 관여했다. 2011년부터 4년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셔먼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당시 미국 협상단의 실무를 총괄 지휘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 때는 대북정책조정관으로서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나던 자리에 배석했다. 이어 셔먼은 당시 국무장관이던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셔먼이 실제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된다면 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처럼 대북특별대표를 겸임하면서 대북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셔먼은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순위라는 대북관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통해) 여러모로 억지능력을 구축했다”며 “우리 혼자서 해낼 수는 없다.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나라면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을 충분히 내고 있는지를 놓고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관계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및 일본과 관계를 재건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들(한국)은 미군 부대를 위해 돈을 내고 있다. 미군을 거기에 배치한 것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보도에서 국무부의 3인자인 정무차관에는 빅토리아 눌런드(60) 전 국무부 차관보가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무부 대변인,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 유럽 담당 국무부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실제 셔먼과 눌런드가 임명될 경우 여성이 국무부의 2인자와 3인자를 모두 차지하게 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韓선박 억류·우라늄 농축 상향… 바이든, 이란에 칼 뽑나

    이란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 국적의 유조선을 억류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상향키로 하자 미국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곧 출범할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감행한 도발에 한국 선박이 희생양이 됐다는 게 미 언론들의 해석이다. 이번 사안으로 바이든 정부가 이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 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국무부 관계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하겠다는 것은 ‘핵을 통한 강탈’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이 시도는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이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드론기 폭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1주기인 지난 3일 이란에서 반미 시위가 격화되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폭격기를 배치하고 본토 복귀 예정이던 니미츠 핵 추진 항공모함을 페르시아만에 계속 주둔시키기로 했다. CNN은 이란이 도발 수준을 신중히 계산한 것으로 봤다. 우라늄 농축 농도 20%는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정한 기준(3.67%)은 크게 넘지만,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농축 수준인 90%에는 크게 못 미친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국지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한국)을 막대기로 찌르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실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면 “결정을 뒤집고 합의 내용을 모두 지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의 도발은 외려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면 미국도 재참여를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선후가 정반대다. 또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핵합의 재협상이 중요한 만큼, 도발만 허용하는 ‘나약한 정부’라는 비난도 피해야 한다. 특히 이란 정부가 내부 민병대 등의 반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임무가 이라크, 시리아 등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이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영국이 떠나고 난 뒤… 독일·프랑스 리더십 강화된 EU 향배는

    영국이 떠나고 난 뒤… 독일·프랑스 리더십 강화된 EU 향배는

    EU 재정운용 ‘매파’ 영국 탈퇴… 코로나 계기 회원국 부양책 강화 기조美·英 ‘특수관계’ 유지… 美-EU 집행위 소통 매개로의 英 역할은 축소유럽연합(EU)에게 영국은 어떤 회원국이었을까.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한 핵무기 보유국,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무엇보다 미국과의 ‘특수 관계’를 발판 삼아 영국은 EU 내 강한 발언권을 행사해왔다. 특히 영국은 EU 재정 긴축을 요구하는 ‘매파’ 역할을 자임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매파’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에 따라 새해 1월 1일 EU를 떠나게 된 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에선 대규모 보조금과 안보적 필요를 바탕으로 한 결속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10년 동안 유로존 개혁을 밀어 붙이던 독일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장을 바꿔 7500억 유로를 회원국에 지원하는 EU 집행위원회의 부양 계획을 지지했고, 프랑스는 미국 주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별도로 유럽 군사력을 한데 묶어 안보위기에 대처하는 ‘유럽 신속 대응군’ 구상을 추진 중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단행하던 2016년 즈음만 해도 이탈리아, 헝가리 등이 추가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다. 막상 영국이 떠날 무렵이 되자 남은 EU 27개국의 결속이 강화된 배경엔 유럽 내 상황에 더불어 유럽 바깥의 정치환경도 작동했다. 일방주의 노선을 걷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다자주의 외교를 중시하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EU 탈퇴 뒤 영미관계의 재부흥기를 열겠다는 기대를 품었지만, 산통이 깨진 형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 입장에선 EU를 탈퇴했기 때문에 영국의 매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더 이상 미국이 영국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 EU 집행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미국과 영국은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문화적으로 ‘특수한 동맹 관계’이기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가 눈에 띄게 소원해질 여지는 크지 않다. 이란 핵협상, 러시아 안보위협 억지,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정상화, 중국의 패권화 견제, 주요 7개국(G7) 협의체계 강화 등 공동 과제는 여전히 많다. ‘EU에서 떠난 영국의 미래‘ 못지 않게 ‘영국이 떠난 EU의 미래’가 더 큰 변화폭을 보일지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핵잠수함 호르무즈 해협서 이례적 위치 공개

    美핵잠수함 호르무즈 해협서 이례적 위치 공개

    미국 해군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핵잠수함 조지아호가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미국이 작전 중인 핵잠수함의 위치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미군에 의해 사망한 군부실세 가셈 솔레이마니의 1주기가 다가오면서 이란이 보복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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