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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핵실험 단시일 안에 또 가능”…日나가사키 원자탄 위력

    “북한 핵실험 단시일 안에 또 가능”…日나가사키 원자탄 위력

    북한이 단시일 안에 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9일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계속 해왔고 관련 동향을 봤을 때 단시일 내에 또 다른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의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북한이 감행한 핵실험 위력이 10kt(킬로톤)이라는 것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 폭발력과 같은 것이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그 정도 위력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의 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핵을 제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질의에 “여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북핵 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선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여러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더욱 엄중해졌기에 유엔 차원의 추가제재 조치가 취해지면 북한에 더욱 압박이 가고 태도 변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김정은의 현재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그때까지 핵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면서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이 3년 주기로 하던 핵실험을 올해만도 2번 한 근저에는 국제사회가 계속 압박해도 계속 개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북핵 개발 의지를 꺾으려는 의지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북핵 개발을 용인하면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압박에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의 교훈은 국제사회가 합심해 지속해서 제재하면 한 나라의 핵 개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북한 모델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현재로선 북한을 대화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제재와 압박”이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975년 무력통일 승인받으려던 김일성… 마오에 사전차단”

    “1975년 무력통일 승인받으려던 김일성… 마오에 사전차단”

    “북한과 중국 관계는 1992년 한·중 국교관계 수립 시기를 지나 이제 특수성은 사라졌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지만 중국이 과거의 사고방식을 갖고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역사학자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는 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특수 관계는 이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합치하지 않지만 북한은 이런 이전 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여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만 속에서도 혈맹이란 말로 얼버무리면서 신화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일성과 마오쩌둥은 ‘혈맹’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강한 불신을 느꼈다”면서 “(적대적) 대외환경 속에서 북·중 모순을 대외적으로 숨기면서, 양자는 강온을 오가는 밀고 당기기의 관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오는 5일 일본에서 출간되는 저서 ‘최후의 천조(天朝), 마오쩌둥·김일성 시대의 중국과 북한’(이와나미서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중국과 소련의 문서 및 증언 등 미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저자가 밝혔다. 천조는 제후들을 거느리는 천자가 다스리는 조정이라는 뜻이다. 선 교수는 마오쩌둥이 1975년 4월 18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마지막 회담을 했을 당시 김일성에게 “나는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남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허가받으려는 김일성의 ‘의중’을 미리 파악한 선수 치기였다고 해석했다. 이 마지막 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핵 개발을 진척시키는 등 독자노선을 걸은 것으로 선 교수는 풀이했다. 그는 마오와 김일성 두 지도자의 갈등을 사례로 들었다. 마오가 1956년 중국을 찾은 북한 고위 관료를 접견한 자리에서 김일성의 친중국적인 북한 연안파 숙청을 거론하며 “당신들 당 내부에 공포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언급했고 “김일성에게 한국전쟁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1956년 11월 30일 마오는 중국주재 소련대사에게 “김일성은 ‘너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너지는 (사회주의 진영에서) 이탈하려다가 실패했지만, 김일성은 성공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고 말했다. 너지는 1956년 헝가리 반(反)소혁명의 주역으로, 소련에 처형된 너지 임레 전 총리를 말한다. 뒤에 소련으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김일성은 “중국의 지도자는 얼굴을 마주하고 말하는 것과 뒤에서 하는 게 너무 다르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선 교수는 “마오의 대북 자세는 양보와 인내였으며 그는 ‘북한은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 했다”면서 “그런 태도는 중앙 왕조가 주변 종속국을 대하는 자세와 같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北 SLBM 대응할 ‘핵잠’ 도입 국회서 검토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어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하기 위해 핵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도 핵잠수함 배치를 군에 요구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내부에서 핵잠수함 도입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밀착 감시하려면 핵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이 이미 예고한 대로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하고 여기에 SLBM을 탑재할 경우, 이에 대해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로 핵잠수함을 꼽고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더 구체적으로 3000t급 핵잠수함을 최소 4척 이상 갖춰야 효율적으로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사실 북한 잠수함이 은밀하게 남쪽 해역으로 이동해 SLBM을 발사한다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육상의 모든 방어체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SLBM을 비롯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민족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 등불처럼 언제 소멸할지 모르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이 그런 도발을 자행하지 않길 바랄 뿐이지만 우리 군은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한 상태에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만 한다. 3차 핵실험과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 아닌가. 이제 북한의 SLBM은 1~3년 내 전력화된다고 한다.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여유만만하게 평가했던 우리 군이다. 더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와 군은 진화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에 대응해서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북한은 고정·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 지상발사 능력을 넘어 이제 잠수함을 이용한 수중발사 능력까지 갖췄다. 핵탄두 소형화와 투발(投發) 수단 다양화를 통해 핵·미사일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실질 대비책에는 핵잠수함 문제 등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군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물론 핵잠수함 도입이나 건조는 농축 우라늄 사용 문제 등 때문에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사드와는 다른 차원에서 주변국과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수조원대의 도입 비용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다. 그래서 국회가 나서야 한다. 사드와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에서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부와 군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줘야 한다. 정치의 역할이란 그런 것이다.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남순건의 과학의 눈]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120년 전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고갱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뇌에 가득 찬 시기에 순수함이 살아 있던 타히티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 벌거벗은 채 태어나는 아기와 자연에서의 삶을 위한 노력,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줌으로써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질문을 부각시킨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다 보면 결국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빅 히스토리의 처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빅 히스토리의 실마리는 20세기에 들어와서 물리학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을 만들기 위해서도 전우주적 역사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빅뱅 후 3초에 만들어진 원자핵들, 38만년쯤 되었을 때 만들어진 수소원자, 3억년쯤부터 별 속에서 핵반응으로 탄소, 산소들이 만들어지고 나중에 철이 만들어져 우리 몸 대부분의 성분이 나타났다. 요오드와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수명이 다할 때의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졌다. 인체에는 우주의 진화과정 하나하나가 다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근원적인 질문들, 즉 시간과 공간의 기원이 무엇인지, 물질의 기원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과학자들은 고민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물리법칙 자체의 기원은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다. 생명체인 인간이기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는 ‘생명은 정보의 집합체’라고 생각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생명현상은 구성요소들의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인 관계에서 나타나고 외부와의 정보교환, 구성요소 안에서의 정보의 저장과 전달이라는 답. 생명의 기원과 본질은 우주의 기원보다 더 가깝지만 멀게 느껴진다.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인 질병, 노화, 죽음도 생명현상의 근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더 어렵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디로 가는가를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생명현상, 사회현상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르네 데카르트가 설파한 대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 확실한 것은 없다. 눈을 감아도 스스로의 인식이 있는 것이다. 전자나 힉스입자 같은 것들보다도 우리 내면의 의식이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의 문제는 에드워드 위튼 같은 천재 과학자들마저도 ‘인류의 끝까지 신비롭게 남아 있을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물질 덩어리인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창발적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데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맥스 테그마크는 복잡한 뇌의 신경망에서 나타나는 정보체계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말한다. 물 분자 하나만 놓고 보면 점성을 가진 액체인지 고체인지 의미가 없지만 이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우리가 아는 물이란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과 흡사하게 새로운 성질이 발현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반면 크리스토프 코흐는 우리의 몸을 포함한 폭넓은 환경까지 포함한 ‘범신론적’ 의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좀비 영화를 보면서 의식이 과연 무엇인가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지. 과학은 가장 심오한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우수한 지성을 모을 수 있다. 단기적 성과를 얻는 기술의 시녀로서의 과학만으로는 안 된다. 최고의 지성이 인간의 가장 깊은 고뇌에 대해 역할을 할 수 있게 사회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역대 두 번째로 더웠던 올여름 끝자락에 수학자 힐버트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 것이다.”
  • [시론] 北 붕괴론, 아직 이르다/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北 붕괴론, 아직 이르다/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연이어 대북 고강도 제재 효과의 자신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과 간부, 주민에 대한 분리 대응을 언급하는 등 ‘레짐체인지’(정권교체)를 시사했다. 이어 22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정권의 심각한 균열 조짐’, ‘체제 동요 가능성’, ‘자멸’ 등의 표현을 사용해 정권 붕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 핵심 엘리트층마저 이반하면서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망명 등 엘리트들의 탈북을 그 징후로 제시했다. 대통령이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좀더 분명히 한 느낌이다. 하지만 해외 체류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외교관의 망명 등으로 김정은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1997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귀순 때도 수많은 언론 매체가 조기 붕괴를 예측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경제난과 식량난이 엄습한 ‘고난의 행군기’에 벌어진 황 비서 탈북에 세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쿠바는 수많은 사람들이 망명하고, 심지어 쿠바 국가평의회의 의장 피델 카스트로의 딸 알리나 페르나덴스 레브엘타마저 체제를 비판하며 미국으로 망명했는데도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탈북, 귀순 사례들을 북한의 분열과 붕괴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들의 탈북을 전체 주민의 체제 비판 혹은 반감으로 확대할 만한 근거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 체제는 정보 유통이 종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횡적으로는 잘 이뤄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주민들의 상호 정보 유통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태 공사 망명에 대해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 내부에는 망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철저한 통제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체제 균열로 나타나고 그것이 곧 붕괴로 이어진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확정 이후 대북 제재 전선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후 감소했던 북·중 간 교역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액 통계에 따르면 북·중 간 올 6월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5억 37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과 5월 교역량이 전년 대비 각각 9.1%와 8.2% 감소세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북·중 국경 1000㎞에서 이뤄지는 밀무역, 즉 밀수는 뺀 수치다. 최근의 세계사를 봐도 내부 문제로 붕괴된 국가의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 리비아 카다피 정권도 내부 분열로 붕괴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망명이 이어졌으나 이들 정권은 외부 침공으로 붕괴됐다. 미국의 엄청난 분열 공작에도 이란 호메이니 정권은 건재했다. 쿠바, 리비아, 이란 등의 사례를 보면 이들 국가에 30~40년에 걸친 오랜 국제 제재가 가해진 결과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수년 정도 제재를 가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난 예를 찾기 어렵다. 몇 번이나 세계사를 다시 봐도 그렇다.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지속하는 한 제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제재에만 올인한다 해도 버티는 쪽이 피죽만 먹고라도 버티기 시작하면 답은 막막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한·미·중 3국 중 한 국가라도 빠지면 효과는 사라진다. 중국이 빠진 제재는 성공 확률이 낮다. 중국은 제재 전선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제재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가고 있는데, 체제 균열과 붕괴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희망 사항이다. 압박과 제재만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이 시점에 제재와 대화의 병행, 뭔가 알파가 필요하다. 제재와 대화의 양 날개로 북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 [열린세상] 위기의 순간에 더 중요한 ‘소통’/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위기의 순간에 더 중요한 ‘소통’/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소통과 공감’이라는 방송이 있을 만큼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국가, 사회, 조직, 개인 등 모든 영역에서 큰 문제부터 작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중요성은 늘 따라다닌다. 홍보실과 대변인실이 주요 부서로 자리매김되고, 정책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대변인실이나 홍보실을 통해 ‘소통’의 장을 최대한 빨리 여는 것이 기본이 될 만큼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에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핫라인’을 만드는 것도 바로 ‘소통’의 중요성 때문이다. 바로 소통의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모든 비판에는 항상 ‘불통’의 문제가 뒤따른다. 최근 사드 도입을 둘러싼 비판에도 ‘소통’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와 국민, 여당과 야당, 국방부와 성주군, 대변인실과 기자 등 모든 영역에서 ‘소통’ 문제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어떤 정부도 ‘소통’과 관련해 뭇매를 맞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정부가 발표해 왔던 정책들 뒤에는 늘 ‘소통’의 문제가 뒤따랐다. 그때마다 정부는 홍보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고 확대하고, 많은 시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할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불통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회는 소통을 항상 갈급해 왔다. ‘소통의 부재’는 왜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먼저 ‘소통의 충분성’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구글 운영과 관련해 한두 번 말하면 바빠서 귀 기울이지 않고 몇 번을 말하면 그제야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반응하고 열다섯 번, 스무 번 정도 반복해 지칠 정도가 되면 알아듣는다며 ‘지나친 소통’이란 없다고 한다.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주어진 정보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30% 정도이고, 70%는 정보의 일부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업 경영자들은 70%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한다. 즉 전달자로서 생각하는 충분성과 수용자로서 받아들이는 충분성 간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가 주변국과 국내에 아무리 충분히 설명했다고 할지라도 수용자로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소통의 목적’이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소통을 하는 이유는 바로 서로 막힘 없이 통하는 것, 즉 ‘공감’을 하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는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잘하라는 탈무드 이야기처럼 소통의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데는 전달자나 수용자 모두 서로 견해를 잘 들어야 한다. 아무리 소통의 횟수를 늘린다고 해도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면 소통은 겉돌 수밖에 없다. 상호 공통분모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 결정 발표에 앞서 배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었는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없다면 사드 포대를 배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러한 상황하에서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취할 수 있는 군사안보적 조치는 무엇인가. 물리적 대응 수단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사드 배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선택된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가 정쟁의 문제, 외교의 문제로 발전한 데는 ‘상호 공감’의 문제가 크지 않았나 싶다. 중국과의 관계나 성주 군민들과의 관계 등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뢰’가 기저에 흐르지 않는다면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어쩌면 소통의 문제는 ‘불통’이 아니라 ‘불신’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불신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소통과 신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나 더 엄밀히 들여다보면 국가나 조직, 그리고 개인 모두 자기의 경험과 세계관이 고착된 인지도(cognitive map)에 따라 정보를 처리해 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상대방과 다른 렌즈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상대방에게 열린 자세로 소통을 하고자 하는가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소통’ 문제에는 ‘공감’과 ‘신뢰’의 문제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 국무·국방·재무도… ‘여성 내각’ 꿈꾸는 클린턴

    국무·국방·재무도… ‘여성 내각’ 꿈꾸는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꾸릴 미래 내각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특히 클린턴이 지난 4월 유세에서 내각의 절반을 여성 몫으로 할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성이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재무장관 등에 여성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셰릴 밀스(51)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변호사 출신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근무를 시작해 ‘르윈스키 스캔들’ 변호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그녀가 비서실장이 되면 첫 여성·흑인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다만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무장관 출신 클린턴이 가장 엄선할 것으로 보이는 국무장관에는 ‘이란 핵협상’의 주역인 웬디 셔먼(67) 전 국무부 차관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셔먼은 국무부 장관을 지낸 빌 번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원장과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등과 함께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셔먼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어 의회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56) 전 국방부 차관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현재 신미안보센터(CNAS)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플러노이가 미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이 될지도 관심이다. 재무장관은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진보적 경제정책을 이끌 인물을 선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인 출신 발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셰릴 샌드버그(47)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첫 여성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역시 여성인 게리 겐슬러 전 재무차관도 후보군에 속해 있다. 법무장관에는 국토안보부 장관과 애리조나 주지사 등을 지낸 재닛 나폴리타노(59) 캘리포니아대 총장이 히스패닉계 토머스 페레스 노동장관 등과 함께 거론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민주 “北, 독재자가 통제하는 가장 억압적 정권”

    美민주 “北, 독재자가 통제하는 가장 억압적 정권”

    미국 민주당이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가 통제하는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하고 핵과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정강을 공식 채택했다. 민주당의 정강은 앞서 공화당이 정강에서 제시한 대북 강경 기조와 일면 유사하나 한·미 동맹을 비롯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신(新)고립주의 성향을 지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각을 세웠다. 민주·공화당 모두 정강에서 북핵 폐기를 강조하며 대북 강경책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목차의 ‘글로벌 위협’에 테러, 사이버위협, 온라인 사생활 보호와 함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북한, 러시아 5개국을 차례로 언급하며 “북한이 그동안 몇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정강에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남용에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내년 1월 집권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공화당은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 국가’로 규정하며 “중국 정부가 노예 국가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또 핵 재앙으로부터 모든 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확연히 갈린 부분은 동맹에 대한 시각이다. 공화당은 정강에서 “우리는 환태평양의 모든 국가, 그리고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동맹을 맺은 국가들과 경제·군사·문화적으로 긴밀히 묶여 있는 태평양의 한 국가”라고 언급하는데 그쳤으나 민주당은 한·미·일 동맹을 중시할 것임을 천명했다. 클린턴 캠프의 제이크 설리번 외교정책조정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맹은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근본적 원칙으로 북한 문제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높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북 레버리지를 활용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에 따라 현행 동맹의 틀이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2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을 공격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 “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지를 검토한 뒤 방어에 나설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서유럽 집단 안보 체제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항상 협상장에서 걸어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주둔 미군 철수도 검토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을 정강에 그대로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트럼프의 극단적 발언이 미국의 입장에서 최상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아시아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공화당은 트럼프가 정치적 인기를 위해 제시했던 자극적 구호들을 점차 정리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공화당도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포기하고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정책 조정이 더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공화 정강 “北, 김씨일가의 노예국가… 中, 北核 포기 도와야”

    美공화 정강 “北, 김씨일가의 노예국가… 中, 北核 포기 도와야”

    미국 공화당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라고 공식 규정하고 체제 변화의 필요성과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했다. 공화당은 이날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전당대회 첫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선 정강을 채택했다. 공화당은 “우리는 환태평양의 모든 국가 그리고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조약 동맹국들과 경제·군사·문화적으로 긴밀하게 묶여 있는 태평양의 한 국가”라면서 “우리는 이들 국가와 함께 북한 주민의 인권이 제대로 정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특히 “우리는 중국 정부가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노예 국가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또 핵 재앙으로부터 모든 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북한에 대한 ‘변화의 불가피성’, ‘긍정적 변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에도 이를 인정하도록 압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공화당이 북한의 체제 변화와 더불어 한반도 통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공화당은 앞서 2012년 정강에서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취지의 문구를 담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공화당은 올해 정강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 촉구와 더불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우리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맞설 것을 다짐한다”고 못박았다. 공화당은 또 “핵무기 하나만 고고도에서 폭발해도 미국의 전력망과 핵심 기간시설은 붕괴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험하게 된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거의 보유 단계에 있는데 ‘전자기펄스’(EMP) 또한 더이상 이론적인 걱정거리가 아닌 진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전쟁계획의 하나로 (시설물 파괴 등) 사보타주도 포함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미국은 그동안 EMP 공격으로부터 수백 개 전기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정강에서 EMP의 위협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다짐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강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무역정책과 관련해선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 노선이 반영됐고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강한 비판 논조를 유지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아쉬운 두 가지 ‘레거시’/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아쉬운 두 가지 ‘레거시’/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가 비통한 얼굴로 지난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 총격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을 기리기 위해 열린 추모식 연단에 섰다. 그는 지난주 벌어진 경찰의 잇따른 흑인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군 출신 흑인이 쏜 총에 스러져 간 경찰 5명의 사연을 일일이 밝힌 뒤 “최근 우리가 본 총격 사건들은 인종 증오 행위다.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단층선이 갑자기 드러났고 더욱 넓어진 것 같다”며 “이런 분열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더욱 악화됐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보이는 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고 말하려고 여기에 왔다”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민운동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문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흑인 희생자 가족의 고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평화적 시위를 말썽꾼이나 편집증, 역차별 증상으로 치부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40분간 이뤄진 연설에서 흑인 대통령의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중 했던 20여 차례의 흑백충돌·총격사건 관련 연설에서처럼 “인내와 희망”을 얘기했지만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 느껴졌다. 차별을 딛고 첫 흑인 대통령이 됐지만 흑백 갈등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만큼 높아졌다는 미 언론의 지적도 부끄러울 것이다. 모든 인종의 화합을 강조하고 경찰 등 사법 시스템 개혁, 구매자 신분 조회를 강화하는 총기규제법안의 의회 통과 등을 외쳐 왔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사태가 악화된 현실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누리고 있는 오바마에게는 다음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레거시’(유산)일 것이다. 인종갈등 악화가 오바마에게 지우고 싶은 대내적 레거시라면 대외적으로 그를 절망스럽게 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2009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북한과 이란, 쿠바 등을 거론하며 “적국과도 악수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피력했던 그는 취임 4개월 뒤 북한이 강행한 2차 핵실험으로 펀치를 맞았다. 북한은 그 뒤로 수차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이어 가며 미국을 위협했고, 미국 기업에 해킹 공격까지 불사했다. 이에 오바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공법으로 맞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돈줄을 죄는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대북 제재 강화법을 통과시키더니, 급기야 김정은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해 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상주 배치 결정까지 발표하면서 오바마와 김정은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도 이란처럼 제재를 강화하면 백기를 흔들고 나올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다르다)의 영향을 받아 길을 잃었고, 결국 최악의 북·미 관계로 끝나고 있다. 임기 중 쿠바와도, 이란과도 화해하고 손을 잡은 오바마에게 북한만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다음 정부로 넘기게 됐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측은 이란식 제재만 강조하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의 8년 전처럼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오바마의 대북 레거시만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chaplin7@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생명윤리 논란 속 탄생 20종 동물복제 길 열어

    [사이언스 톡톡] 생명윤리 논란 속 탄생 20종 동물복제 길 열어

    안녕, 난 ‘돌리’라고 해. 내 20살 생일을 맞아 여러분을 찾아왔어.1996년 7월 5일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 미국 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고, 내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연극과 만화, 오페라도 나왔다고 들었어. 광고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었지. ‘미인박명’일까. 난 6년밖에 살지 못했어. 6살짜리가 무슨 미인박명이냐고? 깜박했네. 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복제양이야. 지금이야 동물 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당시에는 실험실에서 번식이 이뤄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어. 심지어 과학자들도 ‘복제 동물 탄생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한 상황에서 내가 태어났으니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복제 인간을 꿈꾸는 과학, 인간의 몰락’이라는 제목과 함께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박사, 메릴린 먼로의 모습으로 가득 찬 표지로 내 탄생을 알리기도 했어. ‘타임’에서는 나에 대한 특별기사를 14쪽이나 실으면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양털 스웨터에 헐렁한 파카를 입고 부드러운 영국 말투에 은행원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나를 태어나게 해준 이언 윌멋 박사님을 묘사하기도 했어. 나는 ‘체세포 핵 치환법’으로 태어났어. 핵을 제거한 난자와 6년생 암컷 양의 젖샘에서 떼어낸 체세포의 핵을 융합해 수정란을 만드는 방법이야. 지금도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동물을 만들려면 이런 방식이 쓰여. 내가 태어난 이후 전 세계에서는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20종이 넘는 동물 복제가 이뤄졌고 최근 미국에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의 마지막 단계 연구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더라고. 이렇게 동물복제 가능성을 연 나는 고작 6살 때 폐샘종증에 걸렸어. 2003년 2월 초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심한 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라구. 어른 양에게서 흔한 폐샘종증에 걸린 거야. 일종의 진행성 폐암이지. 윌멋 박사님과 다른 연구자들은 내가 곧 죽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하셨어. 사실 연구자들에게 나는 연구 대상이 아닌 반려동물과 마찬가지 존재였거든. 내가 폐샘종증에 걸린 건 풀밭에서 햇빛을 받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야.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지. 태어나면서부터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날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람들과 납치하려는 범죄자들, 심지어 동네 아이들의 장난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했거든. 폐샘종증 진단을 받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나는 바르비투르산염 주사를 맞고 안락사했지. 그날 오후 나는 스코틀랜드 왕립 박물관에서 파견된 박제사들에 의해 처리돼 지금은 밀짚으로 뒤덮인 받침대 위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날 그저 박제된 동물로 볼지 모르지만, 난 생명과학의 전망과 위협을 동시에 보여준 아이콘이야. 나로 인해 과학자들이 자연법칙을 파괴하고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 한편에선 생명공학기술의 무한한 미래를 전망하면서, 두 진영에서 논쟁을 벌였거든. 언젠가는 인간 복제도 가능해지겠지. 기술 발전이 인류의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그런 기술들은 통제할 수 있는 사회의 분별력이 더욱 확고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셀프 대관식’ 김정은 도발 망상 키우진 않을까

    북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버리고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새 직위에 올랐다. 그제 최고인민위원회에서 기존 최고 권력기관이었던 국방위를 국무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모자를 바꿔 쓴 것이다. 지난 5월 노동당 대회에서는 당 제1위원장이란 명칭 대신 당 위원장이란 감투를 썼던 그다. 김정은이 3대 세습체제의 완결을 대내외에 선포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뜻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외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한 그가 앞으로 개혁과 개방에 소극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짙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평화통일로 가야 할 남북 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이 확고한 1인 체제를 구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김일성의 직책인 주석직과 김정일의 국방위원장직을 ‘영구결번’으로 남겨 놓고 새 감투를 잇달아 쓴 배경이 뭐겠나.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그의 시대가 열렸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노동당 위원장’ 직으로 당을 틀어쥔 뒤에 국무위원장이란 간판 아래 경제·외교와 국방·통일 등 국정 전반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각인시킨 셈이다. 그제 조선중앙TV에 비친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서 조는 그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지난해 회의석상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한 그였다. 북 권부에서 그에게 ‘직언’할 인사가 더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의 당·정·군 친정체제 구축이 북한 주민들에게 축복일 수는 없다. 최근 열린 북한 경제 세미나에서 한 전문가는 “북한 경제는 성장하면서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시장인 장마당이 성장하면서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 가고 있지만, 배급 체계가 와해한 지 오래라고 한다. 이처럼 무너진 경제를 다시 세우려면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외부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북 외무성은 어제 “핵 억제력 강화 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해 나가겠다”며 핵·경제 병진노선 사수 입장을 천명했다. 국무위원회라는 유일 독재용 기구가 있다고 중장기적으로 세습체제가 공고화될 것인가. ‘인민 생활’의 획기적 향상이 없는 한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박봉주 북한 총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구체적 생산 목표도 없는, 공허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해 한계를 자인했다. 북한 정권은 ‘개혁 울렁증’이나 개방을 거부하는 ‘자폐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 국무위원장 김정은 ‘김정일 유산’ 정리

    국무위원장 김정은 ‘김정일 유산’ 정리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저녁 늦게 특별방송을 통해 김 위원장을 ‘국가 최고 수위’에 추대한다고 밝혔다. 국무위원회는 이번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통해 신설된 국가기구로서 지금까지 최고통치기구로 기능하던 국방위원회를 대체한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국가직책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국무위원장으로 바뀌게 됐다. 군부가 주도하는 선군정치를 명분으로 하던 국방위원회 체제에서 정책 심의·집행·감독을 포괄하는 국무위원회 중심으로 통치체제를 바뀌었다.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임명했다. 또 국무위원회 위원에는 김기남, 리만건, 김영철, 리수용, 리용호, 박영식, 김원홍, 최부일이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박 총리의 제의에 따라 리주호와 리룡남 대외경제상이 내각 부총리에 올랐으며, 고인호는 내각 부총리겸 농업상에 임명됐다. 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새로운 국가직 추대와 더불어 조직 개편 문제 등이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하고 경제 부문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최근 무수단(화성10) 미사일 성공으로 핵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축적됐다고 북한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동당은 정무국이 중심이며, 국가기관은 국무위원회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7차 노동당 대회에 이어 이번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따라 당과 국가의 최고 영도자로서의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가 개막됐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당의 정상화를 선언했다”면서 “이에 걸맞은 국가기관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국무위원회로 정리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브렉시트 쇼크 이후] 美의 안보 리더십 약화

    [브렉시트 쇼크 이후] 美의 안보 리더십 약화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미국이 영국을 고리삼아 구축한 서방 세계의 안보질서가 균열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영국이라는 핵심 동맹의 유럽 내 위상이 약화되면서 미국의 안보 리더십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아시아 중시 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지위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EU 탈퇴로 영국의 유럽 내 정치·경제적 지위가 흔들리면 발언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미국의 가장 적극적인 안보 동맹국인 영국이 유럽에서 이전처럼 미국의 결정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피터 웨스트마콧 전 주미 영국대사는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우리는 러시아의 전횡, 이란의 핵 야망에 대한 EU의 대응 및 외교·안보정책에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미국 친화적인 EU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유럽에서 영국을 대신할 만할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독일과 프랑스가 거론되나 독일은 소극적이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투자와 상품 수입을 제한한 경제 제재는 영국이 주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내전과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하려던 미국의 움직임에 미온적으며 러시아와 타협하려는 자세를 보였고 유럽의 긴축 정책 등에서 미국과 시각차를 보여 왔다. 프랑스도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때로 미국과 다른 독자노선을 걸어오곤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체로 브렉시트가 서방과 대결을 펼쳐 온 러시아에 지정학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이 나머지 유럽 국가들로부터 러시아 정책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졌다”면서 “브렉시트는 결국 러시아의 부상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브렉시트는 당장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정치·경제 질서 주도국으로 나서려는 중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마이클 슈만은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영국의 탈퇴로 EU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09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집중해 온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대니엘 엘런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동의 안정을 이루지 못했고 유럽이 2008년 경기침체와 그리스 국가부채 위기, 시리아 난민 사태를 겪는 동안 유럽 곁에 있지 않았다”라며 “미국의 관심을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시킨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브렉시트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골드가이어 아메리카대 학장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의 중대한 피해자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미국의 재균형 외교정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와 중동 등을 견제하는 책임을 나눠서 지도록 함으로써 ‘아시아 중시’ 정책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유럽이 역내 정치에 더 힘을 쏟게 되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세계 항공시장 큰손 된 이란…보잉사에도 28조 대박 안겨

    이란이 세계 항공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에어버스와 270억 달러(약 31조 1600억원)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보잉에서 250억 달러(약 28조 8600억원)어치의 여객기를 사들인다. 이번 거래는 1979년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령사건 후 미국·이란 간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고 AP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잉과 이란항공은 이날 보잉737과 보잉777 등 여객기 100대 판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계약은 재무부 등 정부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는 보잉과 이란항공 간의 계약 체결을 환영한다”며 “2015년 7월 타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민간 항공기의 대이란 판매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보잉이 1979년 이후 이란에 진출하는 첫 미국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이번 계약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1월 에어버스와 항공기 118대를 270억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인 ATR과도 여객기 20대 구매 계약을 맺었다. 보잉의 첫 번째 인도분은 빠르면 10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항공은 현재 60대의 보잉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모두 구형 기종으로 상당수가 부품 부족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은 모두 250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162대만이 운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상에 방치된 상태다. 그러나 보잉이 이란 주문량을 계약 시기에 맞춰 인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잉이 지난 5월 말까지 전 세계에서 받은 주문만 해도 5762대에 달한다. 여기에 여전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가 핵 협정 이행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계약대로 항공기 인도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지난 4월 경영진이 이란을 방문해 항공기 수출을 타진하는 등 이란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 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문경근의 남북통신] 뜨는 신의주와 지는 원산…북한 지역 간 ‘흥망성쇠’

    [문경근의 남북통신] 뜨는 신의주와 지는 원산…북한 지역 간 ‘흥망성쇠’

    서울과 인접한 ‘인천’의 인구가 3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만간 제2의 도시 ‘부산’을 앞지를 기세입니다. 남북이 38선을 경계로 국경을 맞닿아 있는 현 상황에서 항만과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은 다른 의미에서 ‘접경도시’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은 인천이 부산을 추월할 수 있는 근거로 지목됩니다. ‘14억 인구’, ‘세계의 공장’,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리는 중국과 인접하고 있는 인천은 그야말로 ‘복터졌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1970~80년대 부산이 일본의 호황과 맞물려 번성했듯이 지금은 인천이 중국‘덕’을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일본의 침체와 중국의 부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 있습니다. 바로 ‘신의주’와 ‘원산’ 입니다.  뜨는 신의주와 ‘화교·조선족’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90%이상이 중국과의 교역이고, 압록강 철교를 통한 육로 수송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내 대부분의 무역활동이 신의주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지속하면서 신의주 인근 황금평, 위화도 등 대표적인 북중 경협 프로젝트들이 모두 중단돼 현재는 괄목할 만한 개발이 없지만, 핵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면 북중 간 사업들은 봇물 터지듯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뜨면서 덩달아 북한에 살고 있는 화교들과 조선족들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전세계에 화교들이 안 가있는 나라가 없듯이 북한에도 많은 화교들과 조선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1960~70년 중국 ‘문화대혁명’ 때 정권의 핍박을 피해 북·중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피신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간 사람이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인생사 돌고 돈다’는 말이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화교들과 조선족들 대부분은 북·중 국경이 맞닿아 있는 신의주와 룡연, 정주, 선천 등 평안북도를 중심으로 분포돼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중국이 발전을 시작한 1990년대 친척방문을 통해 북한과 중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잇점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보짐장사를 하면서 ‘부’(富)를 축적했습니다. 단동-신의주, 신의주-평양 열차를 이용해 봇짐장사를 하는 화교들과 조선족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그들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권이 형성돼 갔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부터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중국과의 정상 교역이나 밀무역을 통한 상거래는 더욱 활발해지고, 화교들과 조선족들의 영향력은 확대됐습니다. 중국에서 ‘부’의 상징은 ‘집’입니다. 중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옮겨온 화교들은 신의주에서 정원과 주차장을 곁들인 ‘고대광실’(높은 누대(樓臺)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에서 살고 있습니다.  화교들과 조선족들이 1990년대는 봇짐장사로 부를 늘려나갔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식당과 상점 등을 통해 북한 상권을 잠식해 갔습니다. 신의주와 룡연, 정주 등지에서 웬만큼 큰 식당들은 화교, 조선족들과 북한 당국간의 합자형태로 인해 생겨난 식당들이었습니다. 신의주를 터전으로 삼고 평양과 남포 등 대도시로 진출한 이들은 고리대금업, 부동산 개발·임대, 당구장, 노래방, 사우나, 오락실 등은 물론 운수업, 광물거래, 자원개발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가 침체되지 않는 한, 북한 내 화교들과 조선족들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는 원산과 ‘재일동포’ 원산은 남한의 부산과 마찬가지로 항구도시이자 북한과 일본을 연결하는 ‘접경도시’입니다. 원산항을 중심으로 길게 뻗은 항구도시는 1980년대 세워진 북한 내 지방도시 중 가장 화려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현재는 낡은 아파트들과 상가들이 줄비하지만 과거에는 평양 다음으로 부유한 도시였습니다.  원산은 북한에서 평양을 제외하고 재일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2006년 북한인권법을 시작으로 독자 대북제재에 나서기 전까지 일본과 북한을 왕래하던 여객선 ‘만경봉 92호’는 재일동포들의 생명줄이었습니다. 이 배는 사람만 실어나른게 아니었습니다. 일본에 남겨진 재일북송동포 가족들은 가난한 조국에서 고생하는 형제·자매, 친척들에게 갖가지 생필품과 돈을 보내줬습니다. 수많은 물자들이 이 배를 통해 원산항에 도착해 북한전역으로 펴져갔습니다. 또한 일본의 중고제품은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도 수요가 높아, 북한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 교역국가 역할도 했습니다. 덩달아 원산에 거주한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 보내온 물자들을 팔아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일제 물건은 북한에서도 ‘최상품’으로 취급돼 고가에 거래됐습니다.  2000년대는 화교와 조선족의 세상이었다면, 1980~90년대는 재일동포들이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요타, 니싼, 마즈다, 미쓰비시 등 일제차를 타고, 화려한 옷을 입은 재일동포들은 북한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재일동포들이 부러운 나머지 “우리 가족이나 친척들은 일제시대 때 왜 일본에 안갔나”며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1970~80년대 일본 내 도쿄, 오사카 지역에서 ‘빠칭꼬’(일본의 도박 게임)와 ‘야끼니꾸’(일본식 불고기), ‘다다미’(일본식 주택에서 쓰는 돗자리) 등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재일조선인들 중 일부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합작사업을 하면서 점차 북한에도 부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시 중구역에 거주했던 재일동포 배모씨는 1990년대 기준으로 400만 달러(약 45억원)를 ‘조선합영은행’에 예치하기도 했습니다. 재일동포들 중 일부는 일본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도요다 크라운’ 승용차를 타며, 평양과 원산 등지에 2층 규모의 서양식 단독주택을 짓고 살 정도였습니다. 또 평양과 원산의 고급식당과 호텔 등지에서 돈을 펑펑 쓰며 사치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만경봉 92호’를 통해 일본에서 중고 자동차,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을 들여와 높은 값을 받고 팔아 이익을 챙겼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기모노’(일본 전통옷)를 들여와 북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옷깃이나, 소매에 ‘수예’를 놓은 뒤 일본에 되파는 방법으로 큰 돈을 버는 재일동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일본인 납치문제에 반발한 일본이 독자제재를 시작하면서 북한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일본정부는 우선 재일조선인들이 북한 내 가족, 친척들에게 보내는 대북송금을 차단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는 물론 교역도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직격탄을 맞은 곳이 원산입니다. 원산 주민들 대부분이 일본과의 무역을 통해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대일 관련 운송, 가공, 판매, 외환거래 등 연계사업들이 하루 아침에 도산하게 되면서 원산은 부유한 도시에서 가난한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일본과의 무역이 중단되자 원산을 중심으로 살던 재일교포들도 길고 긴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일부는 그동안 모아둔 재산으로 다른 사업을 통해 현상 유지에 나섰으나, 대부분은 일본에서 주는 돈을 받고 살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생활고에 찌들게 됐습니다. 북한 내 재일동포들은 ‘오매불망’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를 바라고 있지만, 그 바람은 아득히 멀어 보입니다.   앞으로 주목해 볼 지역은? 북한에서 주요 거점으로 뜰 지역은 평양을 제외하면 우선 ‘나진-선봉’(나선)과 ‘남포’가 될수 있습니다. 나선과 남포 모두 항구 도시로서 이미 북한에서는 특구로 지정돼 있습니다. 북·중·러·일 모두와 교역할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 나선은 향후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한 무역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선의 주변에는 청진과 혜산 등 대도시들이 있어 인구 흡수 측면에서도 다른 곳보다 유리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나선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카지노를 비롯한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내놓습니다. 실현 여부는 역시 북핵 문제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남포 역시 평양과 인접해 있는 항구 도시로 남한의 인천과 비슷한 환경입니다. 바다와 수도를 잇는 항구도시로서 평양과도 2개의 고속도로로 연결돼 접근성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유리합니다. 북한 내 몇 안되는 특급시로 인구면에서도 평양 다음으로 많습니다. 정확한 인구는 파악되지 않지만 약 80만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남포는 정련소, 제강소를 시작으로 철강, 유리, 조선, 화학공업이 발달했습니다. 남포는 현재는 북한 내에서도 유리, 기계, 유색 금속류 중심 산업 지역입니다. 이미 남한의 대우그룹이 세운 남포공단 등 합작기업을 한 경험도 있어,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 될 경우 첨단 산업단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朴대통령 “비핵화 없는 北의 대화제의, 국면전환 위한 기만”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북핵 문제와 관련,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해 대화 제안 등 국면전환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핵 능력 고도화를 꾀해 왔다는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면서 “정부는 확고한 방위능력을 토대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제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 대(對) 북한의 구도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단합된 입장하에 북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외교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대화 공세에도 대북제재·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 당국회담을 제안하는 등 대화 공세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안보 문제는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호히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핵과 전쟁의 공포가 없고 남북 주민 모두가 자유와 정의, 인권을 누리는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앞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폐쇄와 고립에서 벗어나 남북이 보다 평화롭고 번영된 삶을 누리는 길을 열어 가는데 제20대 국회가 함께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진행된 이란과 아프리카·프랑스 순방과 관련, “제가 이런 블루오션을 향해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리카 정상외교와 관련, “새마을운동은 그들의 국가발전전략이 되었고 보건과 음식과 문화를 융합한 코리아에이드(Korea Aid)는 우리 대한민국의 세계를 향한 인류애를 상징하는 모델이 됐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
  • [위클리 포커스] 윤병세 장관, 첫 러시아 방문… 오늘 외무장관 만나 대북 압박

    [위클리 포커스] 윤병세 장관, 첫 러시아 방문… 오늘 외무장관 만나 대북 압박

    20대 국회가 13일 개원식과 함께 사실상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다. 이날 국회의장단 구성에 이어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마치면 20대 국회는 ‘원 구성’이라는 시험대를 비교적 이른 시간에 넘는 셈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개원 연설을 통해 밝힐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대북 압박 움직임을 이어 간다.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불가리아를 방문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행보는 이란, 우간다, 쿠바 방문에 이은 대북 압박 외교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양국 간 북핵 문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이어 14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차 한·러 대화 정치경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고(故) 이범진 주러시아 대한제국 특명전권공사 순국비 헌화,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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