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란 특사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미국-일본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교과서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입장 절차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명예 훼손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32
  •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중대기점 맞은 한반도 평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최완규 前북한대학원대 총장 긴급 대담 지난 11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으나 시한은 연말’이라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북미 정상회담 의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호응한 형식은 갖췄으나 시정연설은 지극히 엄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일괄타결’이란 계산법을 접어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절을 분명히 한 데다 ‘제재 해제 때문에 미국과의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 해제를 넘어선 군사분야의 요구도 시사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14일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의 긴급 대담을 마련해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을 짚어 봤다. 두 전문가는 북한이 강조하는 연말 시한과 자력갱생의 의미를 미국이 오독(誤讀)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황성기 평화연구소장이 진행했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완규 긍정적 평가도 있고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부정적 평가를 하는 기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우선 북미 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측면도 있고 또 빅딜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이 스몰딜의 여지를 남겨 놨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용하는 듯했고, 스몰딜 차원에서 인도적 측면의 지원 사업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척시킬 여지와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측면이 긍정적이다. 정세현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촉박하게 문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것으로 봤을 때 손에 큰 걸 쥐여줄 줄 알았다.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던 시점인 데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시점이라 뭔가 큰 선물을 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레버리지를 쥐여줄 줄 알았는데, 공개되지 않는 대화 과정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 발표에선 그런 것은 없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노’(No)라고 했는지 아니면 그 정도 얘기를 시작해 보라고 북한과 얘기해서 오케이 하면 우리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언질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돌아와서 남북 정상회담을 곧 할 것처럼 얘기하고, 그러기 전에 대북특사 파견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선 워싱턴에서 발표는 안 됐는데 뭔가 있는 것 같다.-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어떻게 보는지. 정세현 미국이 하노이에서와 같은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나온다면 한 번쯤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또 연말까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력갱생을 27번이나 강조하는 것 보고, 제재를 추가로 불러들이는 도발적 행위는 안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고슴도치처럼 버티려고 하면 우리가 빨리 3차 회담을 열어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만 당신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외부 경제 지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해 끌어내야 하는데 버티겠다고 하니 조금 답답하다. 5월 말 일왕 즉위식이나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할 때 남·북·미 정상회담이든지 회동 같은 것을 할 수 있어 저렇게 움직이는 것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최완규 북한은 6·12 싱가포르 1차 회담 이전에 점증 상호주의를 채택해 상대의 획기적 보상을 기대하고 먼저 양보하면 더 보상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행동했다. 싱가포르 회담 때 합의한 4개항을 구체화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노이에서 패전국한테 요구하는 일방적 양보, 항복하란 얘기로 들릴 수 있는 요구를 해 와 북한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얘기가 김정은 시정연설에 그대로 반복된다. ‘우리가 원래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은 체제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이 그 문제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차선책으로 민수 민생분야의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란 얘기다. 차원이 같은 것끼리, 안보의 문제는 안보의 문제끼리 딜을 해야 한다. 외교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차원이 다른 가치를 등가로 교환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알 수 있는 하나는 미국이 그런 사고의 전환이 돼 있으면 한 번 더 회담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 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한 것으로 보여 하노이 회담 때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스몰딜 차원보다 더 꼬이고 어려워졌다. -우리가 중재자 혹은 촉진자로서 창의적 해법을 가질 수 있는지. 정세현 하노이에서 빅딜만 필요하지, 이걸 단계적으로 쪼개고 하는 거 관심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스몰딜을 여러 개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연말까지가 아니라 조금 더 이른 시간 안에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위임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그걸 잘 활용하면 된다. 미국도 우리가 자세를 바꿨으니까 북한도 나와,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만 하지 말고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건 남북 경협 등 교류 협력을 속도 있게 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표현은 고약하다. 최완규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얘긴 북의 언술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중재자, 촉진자가 될 수 없다. 그거보다는 안내자 역할, 내비게이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획기적이든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아니든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포괄적 합의 문제를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면서 결국 실행 과정은 단계적으로 동시 병행하는 일종의 타협안 정도는 한 번 제시해 볼 수 있지 않는가. 큰 틀의 그림을 미국에 보여 주는 정도를 우리가 정교하게 다듬어서 특사가 가서 설명하고 어느 정도 조정이 되면 그 뒤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그러나 실제 이행과정은 북이 강조하는 단계적 동시병행하는 과정에 서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결렬 요인은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는 협상이란 점이었다. 북한은 누가 봐도 약자인데 사람들은 강자인 것처럼 얘기한다. 또 북한은 합의한 내용을 되돌리는 비용과 시간이 미국보다 엄청나게 드는데 북한 보고 먼저 양보하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정세현 북핵 문제가 올해로 26년째다. 늘 북한이 먼저 움직이면 미국은 상응해 보상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북미 협상이 잘되면 미국 행정부 안에서 그걸 어그러뜨리는 움직임이 늘 있어 왔다. 미국인들은 나이브하거나 비현실적인 구석도 적지 않았다. 미국은 늘 밀어붙이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쓰거나 더 큰 사고를 치면 달래며 협상장으로 불러내곤 했다. 리비아 핵합의 이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외관에 있어서 허술한 점, 치밀하지 못하고, 도덕적 우위를 전제로 일방적 압박부터 하고 본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 그나마 협상 국면으로 끌고온 것이 문 대통령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최완규 4·27 1주년에 맞춰 하는 건 어렵다. 지금 시점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대북 정책, 대미 정책, 남북 관계 어떤 측면이든 국내 정치적으로 운신의 기반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데 청와대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이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된다. 남북 정상이 신뢰가 두터워도 국내 정치가 이를 받쳐 주지 못하면 개인적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 정책에 쏟는 힘의 절반 정도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 영광을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는 식으로 가면 정책 추진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세현 대통령 참모들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런 건 도와주십시오’라면서 이른바 ‘퍼블릭 디플로머시’를 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북한이 절대로 싫다고 하면 쓸 수 없고, 북한이 좋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반대하면 못 쓴다. 국민 중에 잘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 주는 쪽이 51%는 돼야 한다. 국제사회 지원을 끌어내든지 미국을 설득할 때도 대통령 논리만 갖고 되는 것 아니다. 밖에서 비판 들어가면 더 움츠려든다고 할까, 국회에 일체 설명도 안 하고 하는데,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가. 북한이 버틴다고 하지만 시한을 넘기면 새로운 길을 걸으려는 모양새인데 그러면 이 정부 임기가 얼마 안 남아 힘 빠진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하면서 해 보니 실제로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조금은 편들게 하는 효과가 나더라. 열린통일포럼을 만들어 지방까지 돌았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거다. 야당에선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 대통령 참모든 통일, 외교, 국방부든 장관부터 아랫사람까지 올코트프레싱으로 뛰어야 한다. 너무 수줍어하는 것 같다. -지금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해야 할 시점 아닌가. 정세현 남북 정상회담을 북에서 먼저 제안할 가능성은 북한 외교 행태로 봐서 없다. 속으로 아쉬워도 상대에게 칼자루 내줄 것 같은 행동은 안 한다. 못 이기는 척 나올 수는 있다. 특사에게 들어 볼 만한 얘기가 있다는 암시가 있어야 받는 북한이다. 과거에도 사전에 친서 보자고 하고 특사 보고 밥만 먹고 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다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북 특사를 보낸다느니, 남북 정상회담을 조만간 할 거라고 얘기하는 거 보면 물밑에서 얘기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최완규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도 미국이 계산법을 고수하는 한 대화를 안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빛 샐 틈 없는 한미 공조와 제재 공조 고수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김 위원장이 먼저 남북 정상끼리 만나자고 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외치고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로 설정한 것은 적어도 핵·미사일 발사는 없다는 뜻인가. 정세현 그렇다. 추가 제재를 자초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견딜 것으로 본다. 자강도 도당위원장 김재룡을 총리로 불러들인 것이 상징적이다. 자강도 강계는 어려운 시기를 버틴 자력갱생의 모범지역이자 대명사이다. 자력갱생으로 북한 경제를 끌고 갈 인물로 김재룡을 앉힌 것이다. -북한이 제재를 견딜 만한 체력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완규 특히 보수 쪽, 미국 주류에선 철벽 같은 제재를 유지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북 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데 강력한 제재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제재 자체가 비핵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강계 정신’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의 메시지는 자력갱생으로 현 상황과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것보다 절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 주는 측면이 강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이 굴복하고 비핵화로 가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정세현 외교정책에서 상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강계정신을 상징하는 자강도 출신을 총리로 앉히는 의미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 제재만능론을 지속하느냐, 그걸로는 안 되겠다고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우리 정부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보이는 결연한 의지는 허장성세가 아니다. 미국은 최근 며칠 북한의 흐름, 시정연설에 등장한 단어의 숨은 뜻, 행간을 잘 읽어야 하고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읽도록 미국을 도와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이 올 들어 정체됐다. 최완규 모든 민간 교류협력이 다 중단되고, 북한의 반응도 없다. 지금 북한이 민간교류를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남북의학자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하려고 명단을 보낸 지 꽤 됐는데 반응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은 사업 계획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전혀 진전이 없다. 북측을 파트너로 배려하지 않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간주해선 안 된다. 정세현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알아서 승인하지 않은 것도 많다. - 정부에 당부를 한다면. 정세현 북한을 설득해서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우리 대통령 임무이고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처지에서 대북 설득도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대통령 참모들이 올코트프레싱으로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대북 정책의 지지를 높여야 한다. 최완규 남북 문제는 체제와 이념을 놓고 갈등하고 대결하는 관계가 본질이다. 군사 대결로 보이지만 사실 착시이고 본질은 정치 투쟁이다. 비핵화, 평화체제, 한미동맹 셋 모두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없다. 서로 조금씩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이 셋을 어떻게 얻어낼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여야와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정세현 전 장관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세 정부에 걸쳐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통일부 차관·장관을 역임했다. 남북 접촉이 활발하고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던 2002~2004년에 통일부 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 최완규 전 총장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40여년 북한을 연구해 온 원로다. 2004년부터 2년 동안 북한연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신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도 역임하는 등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 전 총장도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회담 직전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주도했다.
  • [美싱크탱크 브레인 ①] 페리얼 A 사에드-비건을 특사로 승격시켜야

    [美싱크탱크 브레인 ①] 페리얼 A 사에드-비건을 특사로 승격시켜야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내 매체들은 늘 싱크탱크 브레인들의 생각과 판단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짤막하게 인용하는 데 그친다. 기사의 집을 미리 짓고 그에 맞춰 대들보나 서까래, 벽 마감재로만 부분적으로 인용한다. 해서 그들의 시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한다. 서울신문의 평화연구소에서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발빠르게 싱크탱크 브레인의 생각을 들여다보려 한다. 첫 사례로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격월간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실린 페리얼 A 사에드의 글 ‘실무 대화를 더 끈질기게(double down) 할 때’를 소개한다. 그녀는 기업과 정부가 위기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 트렌드와 위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텔레그래프 전략 LLC의 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북동아시아와 중동 전문 외교관으로 일했고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북한 정책을 다뤘고, 북한과 협상을 벌인 경험도 갖췄다.북한과의 협상 창구는 닫히지 않았다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둘쨋날 아침 갑자기 스키드 마크를 찍듯이 끝났다. 트럼프는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영변 핵 연구센터를 해체하겠다는 김정은의 제안을 뿌리쳤다. 동시에 김정은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를 끝내기 위해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 전체를 한방에 해결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해달라는 트럼프의 구상에 아니라고 답했다. 점심도 취소하고 헤어졌다. 트럼프의 제안은 이전의 강경 정책들로 돌아간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지난 8개월 동안 북한은 워싱턴에 딱지만 놓았다는 현실과도 결별한 것이어서 조금 더 변죽만 울린 언동으로 보였다. 긴장을 끌어올렸다가 내렸다 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협상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트럼프와 참모들이 내놓은 언급들은 북한의 긍정적인 회담 보도와 맞물려 어느 쪽도 상대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여전히 협상 중이란 점을 보여준다.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실리적인 단계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미국은 변죽만 울리고 있지, 정책이 바뀐건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하노이에서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이성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김에게 제안한 합의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둘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물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개월 전 윤곽을 제시한 내용과 닮은 구석이 없다. 비건은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 도중 비핵화가 북미 대화의 출발점이 더이상 아니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유연한 과정을 밟을 의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비핵화를 끄집어내면 강경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이뤄졌던 모든 약속은 워싱턴 정부가 “동시에 (모든 것을) 병행하는 것을” 추구해 평양 정권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단계별 접근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후 한 주도 안돼, 그리고 한달 뒤에도 미국은 모든 다른 단계에서도 비핵화는 물론 화학 및 생물학 무장 프로그램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까지 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한달 만에 미국 정책이 바뀐 것처럼 보인 것은 고지식한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트럼프는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실험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하노이에서의 강경함과 달라 보이게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북한은 미국 정책이 급격하게 바뀌었다고 인식하지도 않았고, 워싱턴이 골포스트를 옮겼다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은 국무부와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비난했다. 더 나아가 정상회담 후 트럼프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가운데 “커다란 덩어리”를 기꺼이 하려는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했으며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을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통증이 따른다는 점을 느꼈다.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또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데 미국이 밑천이 더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됐다. 평양 역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지만 두 지도자들의 관계를 좋게 평가하면서 협상에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미 협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다음 단계 지금의 문제는 누구의 텍스트를 협상의 토대로 삼느냐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두 제안 가운데 북한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다. 부시 행정부 때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은 최근 김정은의 제안이 탐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옳다.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을 해체하는 것은 핵폭탄 제조로 나아가는 길 하나를 없애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저속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을 시작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해체를 위해 블록을 세우고 국제 사찰단이 증명하게 하는 일은 미국에 서류 쪼가리만 보여주고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북핵 프로그램 폐기 선언보다 훨씬 중요하다. 더욱이 10년 동안의 공백을 끝내고 북한에 사찰단을 파견하는 것은 비핵화를 실행하도록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할 것이며 결국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평양의 부담이라면 대화의 기초가 되는 신뢰를 쌓을 만큼 제안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늘 협상을 질질 끌고 맹세해놓고 발을 뒤로 빼는 짓을 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북-미가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워싱턴 정가에 회의론이 뿌리깊은 이유다. 미국의 협상 대표들은 미국 정부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해외 정책 커뮤니티에 의해 확장되는 불신의 광산을 미리 살펴야 한다. 모든 협상 라운드마다 진전이 있을 때는 설득할 사례를 포장해야 하는 더 거친 압력을 받고, 회담장을 걸어나올 때에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사례를 만들 수 없을 때 미국의 태도와 정책은 강경해진다. 그러므로 북한은 해체하겠다고 제안하는 시설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미국이 제재를 풀 때마다 뭘 대신 할 것인지에 대한 일정표를 제공해야 한다. 진지한 협상 과정이 실무 차원에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비건 특별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협상에 참여하면 이득이 주어지고 실무 차원에서의 적절한 준비가 이뤄지게 해 비건의 협상 권한이 커지게 된다. 실무 협상자가 대통령에게 직보하면 대리자들의 정책 결정 권한이 줄어들게 된다. 협상 재개를 늦추려는 것은 위험이 높다 이 순간 북한이 WMD 무기고를 늘리려는 것에서 발을 빼야 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안하면 그 대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거래는 들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는 전례없는 글로벌 플랫폼을 선사했다. 김정은은 실험을 실시해 국제적인 비난을 한몸에 사는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북한은 협상과 실험 유예를 재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이해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에게 상기시켰다. 양쪽이 실무 차원에서 진지한 협상 과정을 구축하는 것을 늦출수록, 한반도 상황은 더욱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내가 살해돼도 특명 다하라”…헤이그특사단에 내린 고종의 밀명

    “내가 살해돼도 특명 다하라”…헤이그특사단에 내린 고종의 밀명

    헤이그특사 관련 고종 구체적 전언 나온 건 처음1907년 7월 인터뷰 실은 독일 신문 보도 첫 공개신문 “특사단, 밤마다 주권보장 논의…특명 실행”특사 “고종 강제퇴위, 일본 돈과 韓 변절자 합작”“내가 살해돼도 나를 위해서 아무런 신경을 쓰지 마라. 너희들은 특명을 다하라. 대한제국의 독립주권을 찾아라.” 고종의 ‘헤이그 특사’ 이위종·이상설이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가 1907년 7월 25일자 당시 독일 일간지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실린 내용의 일부이다. ‘대한제국 대표사절단’이란 인터뷰에서 이들은 이를 “황제의 마지막 전언”이라고 했다. 헤이그 특사와 관련해 고종의 구체적 전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일본에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긴 고종은 1907년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이상설, 이준, 이위종을 특사로 파견했다. 1905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준은 헤이그에서 순국했다. 일본의 방해 속에서 특사단이 만국평화회의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외교전을 펼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헤이그 특사 파견을 빌미로 일본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켰다. 올해는 고종 승하 100주년이다. 이위종과 이상설은 만국평화회의가 끝난 뒤 7월 24일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외교전을 펼치기 위해 떠났다. 헤이그 특사단은 미국행 배에 오르기 전 로이터 통신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이는 독립기념관이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중국학과의 고혜련 초빙교수에 연구 의뢰해 지난해 12월 발간된 ‘독일어 신문 한국관계기사집’에 실려있다.이위종은 당시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왕자’로 표현됐다. 이위종은 아버지 이범진을 따라 외국 생활을 하면서 영어와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유럽의 외교 언어였던 프랑스어에도 능통했다. 이런 이유로 헤이그 특사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기사에는 “대표사절단이 사우샘프턴에서 미국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고 돼 있었다.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위종 왕자는 미국에 가서 일본의 한국탄압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알리고 미국의 주요 도시들을 방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리고 나서 몇 주 후에 런던으로 돌아와 런던에 회사를 차리고, 대한제국에서 펼치는 일본의 식민정치에 대항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헤이그에서 그들의 임무가 실패했더라도, 그들에 대해 뭐라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대영제국, 프랑스, 독일, 미국의 대표사절단은 한국의 상황에 깊은 동정심을 표했고 도움을 줄 것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고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헤이그 특사가 만국평화회의에 들어가지 못해 실패했다는 게 일반적인 역사 인식이지만,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의 외교·군사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회담장 앞 국제주의자들이 상주하던 공간(프린세시넨그라흐트 6A번지)에서 ‘살롱 외교’를 통해 상당한 홍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특사단의 특명 활동과 관련 “그들은 (헤이그 살롱에서) 밤마다 대한제국을 네덜란드와 같은 중립국을 만들고 대한제국의 독립주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논의를 일으켰다”면서 “인터뷰 말미에 대표단은, ‘고종의 강제퇴위는 일본의 돈과 한국인 변절자들이 만든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文대통령 사과 진심이라면 진상조사 후 강정 주민들 명예회복을”

    “文대통령 사과 진심이라면 진상조사 후 강정 주민들 명예회복을”

    대통령 특별사면 발표가 난 후 찾아간 제주 강정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며칠째 오던 비가 그친 터라 서울과 달리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쾌했다. 강정마을은 예전부터 ‘일강정(一江汀)’으로 불리며 제주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혔다. 강정마을에는 수량이 많기로 유명한 강정천이 흐르고 있어 쌀이 귀한 제주에서 강정 쌀을 최고로 쳐줬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로 교류하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평화로운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대조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살아온 토박이 강동균(63)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장을 지난 4일 만났다. 강 회장은 2007년 정부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부지로 발표할 때부터 10년 넘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는 “강정마을 주민은 사면을 바란 적이 없다”며 최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특별사면을 비판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강정마을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진상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지 3년. 그는 해군기지가 보기 싫어서 바다 쪽으로 통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가요. “강정마을 주민들은 사면해달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명예회복을 요구했죠. 2007년부터 시작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과정에서 정부, 해군, 제주도정 모두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우리는 불법, 편법에 항거해왔습니다. 그 과정에 육지 경찰까지 와서 인권 침해를 했죠. 이런 것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겁니다. 10년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주민과 활동가 450여명이 사법처리됐고, 60여명이 수감됐고, 벌금이 4억원에 달합니다. 지금 재판 받는 사람도 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달랑 19명 사면했습니다. 가뜩이나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뉘어진 마을 주민들을 또 싸움 붙여놓은 겁니다. 10년 갈등이 100년 갈등으로 이어질 판입니다. 저희 주민들은 신음하는데, 19명이라뇨. 물론 사면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주민의 10%도 사면을 못 받은 겁니다. 사면증 받으라는 전화가 왔는데 거절했다는 주민도 있고요.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거죠.” 제주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벌이다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특사를 두 차례 공식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특사였던 지난 3·1절 100주년 특사에서 강정마을 주민 19명이 포함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경찰에서 그거 조사한다고 몇 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해군기지 갈등이 시작된 게 2007년이니까 12년 됐죠. 퇴직한 사람들이 많아요. 전직 경찰관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사 결과에 기속력도 없다고 하고요. 정부가 정하는, 대통령이 정하는 기구에서 진상조사를 해서 정부·해군·제주도정·경찰이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문 대통령이 마을에 와서 유감 표명했지만 한 마디로 될 일이 아닙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통령이 그랬잖아요. 그럼 잘못을 인정한 거잖아요.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진상조사해야죠.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강정 주민의 명예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물론 반대투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어쩔수 없는 충돌 상황도 있었고요. 확실한 것은 저희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불법 공사한다고 항의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법처리된 것도 대부분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이런 거에요. 그런데 경찰은 몇 십명 안 되는 주민을 포위하겠다고 수백명이 육지에서 내려왔어요.”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1일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도민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며 “지역주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군기지 들어서고 그나마 잠잠했던 마을을 다시 들쑤셔놓은 게 국제관함식입니다. 관함식 진행 과정이 해군기지 때랑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아주 똑같아요. 지난해 3월 해군에서 관함식 설명회를 했어요. 강정마을회에서 임시총회 열어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주도의회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청와대 비서관들이 제주에 내려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저는 대통령이 강정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내려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함식을 개최하기 위해서 온거죠.” -해군기지를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기억이 맞다면 1993년부터 국방부가 제주도 해군기지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2002년 공식 발표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안덕면 화순으로 발표가 났죠. 화순 주민들은 물론이고 안덕면민 전체가 반대하니까 갑자기 남원읍 위미로 바뀌더니 며칠 후에 강정이 돼 버렸습니다. 국책사업이란 게 이런 식으로 진행돼도 되는 건가요. 졸속으로 강정마을이라뇨. 화순으로 결정하는데 10년이 걸렸는데 위미에서 강정이 되기까지 13일이 걸렸어요. 강정은 제주에 태풍이 오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에요. 지도를 보면 화순, 위미 말고 강정만 돌출돼 있습니다. 그런 곳이 해군기지로 적합하지 않죠. 조금만 풍랑이 일어도 배가 도망가는 곳이 강정인데요.” -해군기지 완공 후 마을 상황은 어떤가요. “강정마을 앞바다는 조류 흐름이 바뀌었어요. 저는 농사를 짓지만 어부들한테 물어보면 인근에서는 조업이 안 된다는군요. 원래는 갈치, 옥돔 등 제주에서 유명한 물고기는 다 잡히던 풍요로운 곳이에요. 천연기념물 연산호군락지는 전부 망가져 버렸죠. 관광미항 크루즈 항로 개설 때문에 준설 작업을 또 해야 한다는군요. 저희가 반대주민회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감시해야죠.” “옆집 제사까지 다 가던 강정마을이었는데 이제 제사 때도 안 만나고 친구들끼리도 다 갈라섰어요. 겉으로 보면 엄청 평온해보이죠? 속으로는 엄청나게 싸우고들 있어요. 돈독했던 마을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바른말을 해도 인정 안 해요.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져 있죠. 반대를 위한 반대, 찬성을 위한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포구로 가는 사거리에는 슈퍼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데 해군기지 유치 초기 때부터 한 가게는 해군기지 찬성, 다른 가게는 해군기지 반대 쪽에 섰다. 지금도 주민들은 편에 따라 슈퍼를 간다고 한다.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했던 전임 강정마을 회장과 강 회장은 강정초, 서귀중, 서귀포고 동문이지만 이제 교류하지 않는다. 강 회장은 전임 회장 해임 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마을회장을 지냈다. -마을 주민들의 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정부가 진심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동체지원사업으로 강정마을에 96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더군요. 실제로 3분의 1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습니다. 사업비 대부분이 해군박물관, 해군기지 진입도로 등 사실상 다른 명목으로 사용돼요. 강정마을 자전거길 조성, 생태탐방로 습지조성 이런 건 그냥 자연 그대로 놔두면 되는 일입니다. 친환경농공단지를 주민들이 기대했는데 유보돼 버렸고요. 비가림하우스 지원도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주민과 못 받는 주민 간 갈등이 커졌어요. 행정가와 군이 주민들을 이간질시키는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갈등 기간보다 해소 기간은 더 길겠죠. 정부도 돈만 쏟아부을 게 아니라 강정 주민들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文대통령 ‘포스트 하노이 해법’ 고심…北과 물밑 접촉 추진

    文대통령 ‘포스트 하노이 해법’ 고심…北과 물밑 접촉 추진

    금강산관광·개성공단, 北 유인책될 수도 전문가 “남북미 실무협의체 정례화 필요”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북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판’을 깨지 않았지만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시각차를 확인했다. 당초 2차 북미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공동체로 나가는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종전선언 및 부분적 제재 완화 등 전제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운전자론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당장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우선 하노이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종합적·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둑으로 치면 복기인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북한과도 접촉해 입장을 들어 보고 진단을 내린 뒤 문제를 풀기 위한 계획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서둘러 중재안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현재로선 정의용 안보실장 등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물밑 접촉이 선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실마리는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경협에서 ‘포스트 하노이의 해법’을 찾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며 “미국과 교감이 있거나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보다 높은 수준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유인책이 될 수 있고 진전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며 ‘영변+α’가 아니면 근본적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북측도 시간을 두고 입장 변화에 나설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안에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 대한 제안이 담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담은 북미처럼 신뢰가 얕은 상황에서 ‘초치기’로 의제 협의를 해서는 ‘디테일의 악마’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때문에 북미 또는 남북미 실무협의체의 정례화·상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남북미 3자 실무협의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북미도 수시로 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일종의 남북미 워킹그룹이 될 텐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김정은, 체제 불안 감수한 통 큰 결정…남북경협 속도 실질적 성과땐 경제 총력 노선 박차 2차회담 이후 서울 답방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그 결과에 따라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집권 후 최장 공백에 따른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고 66시간에 걸친 ‘열차 행군’을 강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만큼 올해 안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두 지도자가 다시 마주 앉기까지의 8개월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과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통해 공개된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이고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간절함이 묻어 있다. 북한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재 완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김 위원장은 향후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개방을 반대하는 내부 세력에 본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려면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3.5%로 추정했다. 1997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서울 답방’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철도, 도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속도가 붙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내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만큼 북미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문재인, 고비마다 ‘촉진자’ 역할…新한반도체제 날개 제재 완화·경협 화두로 막판 중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도 의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북미 정상이 27일 마주 앉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가슴 졸이는 순간이 많았다. 북미 대화가 마찰음을 빚을 때마다 국내 보수진영과 미국의 일부 정치권·전문가 그룹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전히 남북 관계·북미 관계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고비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 ‘교황 방북’, ‘김정은 연내 답방’, ‘남북경협’ 등 화두를 던져 북미 대화의 막힌 ‘혈’을 뚫으려 했다. 지난해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이어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맞물리면서 북미 대화의 소강 국면이 장기화됐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10월 유럽 순방 때는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설익은 구상’이라고 보수진영은 비판했지만 하노이선언에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노이 회담이 임박하자 ‘촉진자’로 나섰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제안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맞춰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한의 경제개방 상황을 상정하고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이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노이선언에서 북미가 ‘종전’을 어떤 형태로 담아내든 1953년 이후 66년간 지속된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가 실질적으로 종식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종전선언은 필연적으로 남·북·미·중 등 6·25전쟁에 참전한 4자를 비롯해 다자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가 물꼬를 튼 국제질서 변화를 적극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청와대는 ‘포스트 북미 회담’ 행보와 직결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디테일을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트럼프, 양면술로 북핵 해결 ‘전진’…노벨평화상 기대 승부사적 기질로 대북 회유·압박‘빅딜’ 성공땐 새 북미관계 수립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이 원칙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8개월간 미국 내 강경파의 회의론을 뚫고 북핵 해결에 박차를 가해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트럼프의 목표는 미국 전직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을 뒤엎고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등 파격적인 외교정책을 펴 왔지만 이는 오바마의 흔적을 지운 것뿐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교 성과를 낸 첫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에 ‘내가 오바마보다 낫다’고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로 노벨평화상이라도 받는다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 리스크를 한번에 뒤엎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를 잡고자 승부사적 기질을 발동해 말 그대로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돌연 취소하고 추가 대북 제재 조치까지 내놓으며 북한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제동을 걸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미공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를 내고 뉴욕타임스가 곧바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는 거대한 기만이라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김 위원장을 향해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면 바라는 것을 이뤄 주겠다”며 ‘회유와 압박’의 양면술을 폈다. 그의 행보와 미국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사찰과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받고 양국 간 연락사무소를 징검다리 삼아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이벤트를 연 것 자체에 ‘빅딜’에 합의할 것이란 자신감이 깔렸다.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지정학적으로 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역사에 남을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독립운동가 이상설의 삶으로 꾸며진 고등학교 눈길

    독립운동가 이상설의 삶으로 꾸며진 고등학교 눈길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오자 독립운동가의 삶으로 꾸며진 한 고등학교가 새삼 눈길을 끈다. 23일 진천 혁신도시에 위치한 서전고에 따르면 이 학교는 곳곳에서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헤이그 밀사였던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애국혼을 느낄수 있다. 학교이름은 이 선생이 1906년 만주에 세운 민족학교 ‘서전서숙’에서 따왔다. 마을 이름인 ‘석장’이 교명으로 검토됐으나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학교와 차별화된 미래형인재 교육기관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제기돼 ‘서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서전’은 상서로운 배움터란 뜻이다. 교장이던 이 선생은 이 학교에서 직접 수학을 가르쳐 한국수학교육의 아버지로 불린다. 학교 입구에는 이 선생 청동좌상을 세웠다. 좌상은 무명옷을 입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체육관 벽면은 고종황제의 헤이그 특사파견 밀서로 꾸몄다. 학교 후문에는 서전서숙 실제 사진이 확대돼 자리잡았다. 1층 현관에는 이 선생 생애와 활동상이 담긴 이상설존이 마련됐다. 교내 행사도 남다르다. 2017년 개교 이후 이 선생 추모제 시화전, 연해주와 북만주 독립운동 해외역사 유적지 탐방, 위안부할머니 배지 공모전 등을 진행했다. 이 선생의 인류애 정신을 실천하기위해 지진피해를 입은 네팔 초등학교 돕기 바자회도 열었다. 다음달 1일에는 학생들이 3.1운동 기념식을 가진 뒤 3㎞ 거리행진에 나선다. 이어 학교 앞 돌실공원에서 애국가 제창, 기미독립선언문 낭독, 만세삼창을 하기로 했다. 이석호 학생회장은 “서전서숙을 계승한 학교다보니 자연스레 독립운동에 관심이 가고, 관련 행사를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2학년 교육과정에 ‘독립운동가 생애와 사상’ 과목이 개설된다. 1학기동안 1주일에 2시간을 배정했다. 이 선생 생애와 사상은 별도로 자료를 만들어 깊이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군가 경연대회, 역사탐방, 연해주·만주 조선족학교와 자매결연, 이상설 미니학술제, 명사초청 강연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상훈 교장은 “이 선생은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지식인”이라며 “올바른 인성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양성이라는 교육방향에 비춰볼때 귀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 소속 일반계고인 서전고 전교생은 480명이다. 음성·진천 혁신도시 공공기관 자녀들이 50%를 차지한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UAE 특임으로 돌아온 ‘왕특보’ 임종석

    UAE 특임으로 돌아온 ‘왕특보’ 임종석

    文대통령 신뢰 방증… 내년 총선 나올 듯 한병도 前수석은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 김영배 민정비서관 등 4명 후속인사도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아랍에미리트(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특보)을 신설하고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촉했다. 임 특보는 일단 ‘UAE 특임’으로 발탁됐지만 여권 잠룡이라는 정치적 체급을 감안하면 향후 무게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퇴임한 지 불과 13일 만에 없던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의 조언자’ 성격인 특보를 맡긴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서실장 재직 시 UAE에 대통령 특사로 방문하는 등 특임 외교 특보로서 양국 신뢰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특보는 20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현 정부의 연착륙에 공헌했다. UAE와 비밀 군사양해각서(MOU) 논란이 불거진 2017년 12월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해 논란을 일단락 짓는 과정에서 UAE 최상층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비서실장 재임 시 남북정상회담 준비·이행을 총괄했기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나 중구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병도(53) 전 정무수석은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로 위촉됐다. 김 대변인은 “2009년부터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을 맡아 이라크 내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 특보는 아델 압둘 마디 이라크 총리와 10여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27일부터 외교부 등 관계부처 및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로 꾸려진 특사단과 이라크를 방문한다. 비서관 후속 인선도 단행됐다. 김영배(52) 전 정책조정비서관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을 관리하는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2020년 총선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서울 성북구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이진석(48) 전 사회정책비서관이 이동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거쳤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공약 입안에 참여했다. 사회정책비서관에는 민형배(58) 전 자치발전비서관이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사회조정3비서관, 광주 광산구청장을 거쳤다. 자치발전비서관에는 은평구청장을 지낸 김우영(50) 전 제도개혁비서관이 임명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 말에 열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 말에 열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 열린다. 하지만 북·미는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등을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워싱턴정가에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 후 2차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국무부 등 정부부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2차 정상회담의 세부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북·미가 대북 제재완화에 대한 이견을 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세라 샌더슨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서 방미한 김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90분간 면담을 했다”면서 “2차 정상회담은 2월 말쯤(near the end of February)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회담 장소는 다음에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2월 말 개최’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제자리를 맴도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19일쯤 스웨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도 주목된다. 앞서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에 도착했다”고 최 부상의 스웨덴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이어 AP 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 말을 인용,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 회의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될 경우 두 사람 간 만남은 지난해 8월 비건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처음이다. 또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오후 서울을 출발, 스웨덴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남북 간, 북·미 간은 물론이고 남-북-미 3자 회동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방문으로 2차 정상회담이 ‘공식화’ 됐다”면서 “이제부터 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28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2차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30%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무부가 이번 주말까지 모든 인력의 복귀를 지시했으나, 1달여 남은 정상회담의 세부일정을 조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도 워싱턴정가의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지 못한 것도 ‘셧다운’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 등을 ‘대북 제재 완화’를 놓고 북·미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면담에 대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북·미 대화를 계속할 것이고 대통령은 그의 회담(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요구해온 비핵화 문제나 북한이 제기해온 제재 완화 문제에 양측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은 이날 낮 12시 15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된 것으로 보이나, 백악관은 친서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50분여 김 부위원장의 숙소인 듀퐁서클호텔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듀퐁서클호텔 옆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고위급회담을 마친 정오쯤 차편으로 백악관으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오후 2시쯤 폼페이오 장관과 같이 숙소로 돌아와 오찬을 함께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2차 북미정상회담 2월말쯤, 장소는 추후 발표” 19일 스톡홀름 접촉

    “2차 북미정상회담 2월말쯤, 장소는 추후 발표” 19일 스톡홀름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쯤(near the end of February) 개최될 것”이라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회담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한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90분간 비핵화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며 “2차 정상회담은 2월말께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김 부위원장 면담은 낮 12시 15분부터 1시간 30분 진행됐다. 샌더스 대변인은 회담에 앞서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두 나라 관계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지속적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찾은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비핵화 의제 조율에 난항이 있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최장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장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앞서 오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가졌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 부위원장과 (지난해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 노력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고위급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의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을 방문해 이뤄졌다. 김 부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료 후 정오께 차편으로 백악관으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오후 2시쯤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오찬을 함께 했다. 한편 미국과 북한 양쪽은 조만간 회담 의제 등을 논의할 실무협상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이르면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회동이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시작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면 지난해 8월 비건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오후 서울을 출발, 스웨덴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톡홀름에서 남북 간, 북미 간은 물론이고 남북미 3자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사전 조율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면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논의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정은 고비 때마다 ‘톱다운 친서 외교’…트럼프 “그리 머지않아 북미 2차 회담”

    김정은 고비 때마다 ‘톱다운 친서 외교’…트럼프 “그리 머지않아 북미 2차 회담”

    “협상 드라이브… 북·미 빅딜의 열쇠될 것” 책상엔 이란 제재 포스터… 비핵화 압박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지를 밝힌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톱다운 방식의 외교에 다시 한 번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 위원장에게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히 일부 인사에게 친서를 보여줬다면서 “훌륭한 친서”라고 말했다. 친서는 A4용지 1장짜리로 3등분으로 접힌 흔적이 있었으며 국문이 아닌 영문 번역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우리는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데 대해 “나도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공개한 집무실 책상에 이란 핵협정 탈퇴에 따른 제재 복원을 예고했던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 포스터를 깔아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미 협상은 이어 나가겠지만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제재 완화·해제는 없다는 뜻을 밝히며 강온양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등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아가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 ‘핵 개발·시험·사용·전파 금지’,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 등 유화적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북·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거나 교착 상태를 돌파하려 할 때 정상 간 친서 외교를 활용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언론에 확인된 것만 이번이 여섯 번째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방북한 정의용 대북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추가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언급한 친서를 보내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가동시켰다. 지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김계관·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난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취소 선언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김 위원장은 6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회담을 성사시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그만큼 북·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직접 공개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은 북·미 협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틀 뿐 아니라 톱다운 방식의 북·미 ‘빅딜’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남북 간 연락창구 통해 첫 金친서 전달…김여정·김영철 판문점서 보냈을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내온 친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전달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을 공식 방문한 북한 고위급 인사가 공개적으로 전달한 형식이 아니라 청와대가 돌연 공개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사이 여러 소통 창구가 있다”며 “(북측이) 그중 한 창구, 통로를 통해 전달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달 방법이나 장소 등 구체적인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인편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 방식은 모른다”고 했다. 다만 “사람이 오간 적은 없다”고 밝혔다. 북측 인사가 서울로 와서 친서를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측 인사가 극비리에 서울에 온 게 아니라면 개성공동연락사무소나 판문점을 통해 인편으로 친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런데 휴일에는 개성공동연락사무소에 당직자만 근무하는 만큼 북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고 남측 인사가 판문점에 가서 직접 수령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남북 간 연락 창구를 통해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내온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특사단이 직접 친서를 들고 왔다. 최고지도자의 친서이니 만큼 인편으로 격식을 갖춰 전달해 온 것이다. 그랬던 친서를 상시 연락 창구를 통해 주고받았다면 그 자체로 큰 변화인 셈이다.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면서 상시 연락 창구를 통해 실무적으로 친서를 주고받는 단계로까지 남북관계가 발전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판문점 같은 연락 창구를 통하더라도 최고지도자의 친서이니 만큼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을 통해 친서를 전달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영철 부장은 지난 6월에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었다. 북에서 김여정이나 김영철 급의 인사가 나왔다면 우리 측에서도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직접 수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란 금색 인장이 찍힌 붉은색 봉투에 A4 용지 2장 분량의 친서가 들었다. 친서 앞머리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라고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도 조만간 답신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측처럼 비공개 인편으로 보낼 것인가, 특사를 파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시리아 철군 반대” 매티스 이어 IS 특사도 사퇴

    제임스 매티스(68) 미국 국방장관에 이어 ‘이슬람국가’(IS) 격퇴 담당 브렛 맥거크(45) 미 대통령 특사도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발해 사퇴하기로 했다. 측근의 잇단 사퇴와 함께 미국과 보조를 같이해온 우방들의 혼돈도 가중되고 있다. 국무부 출신인 맥거크 특사는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제출한 사퇴 서한을 통해 “IS 전투원들은 도주 중이지만 그들은 아직 완전 격퇴되지 않았으며 미군의 조기 철군은 IS가 (시리아에서) 다시 발호할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2015년 IS 격퇴 담당 특사로 임명된 맥거크는 내년 2월 물러날 예정이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결정은 미군을 등에 업고 IS 격퇴전을 수행한 시리아 쿠르드족에겐 결정적 배신 행위이다.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DG)는 IS로부터 탈환한 시리아 국토의 30%를 장악하면서 쿠르드족 자치 지역을 보장받길 원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분리주의 테러분자로 규정해 이들을 소탕하겠다고 별러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쿠르드를 돕고 싶다. 쿠르드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35억 달러(약 4조원)가량의 패트리엇3 미사일 수출을 승인한 다음날인 19일 시리아 주둔군 철수를 발표해 석 달만에 약속을 깨고 쿠르드족을 터키군과 IS, 시리아 정부군 위협 속에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시리아 철군을 비판하고 나섰다. 개빈 월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IS 격퇴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헤즈볼라, 러시아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엔 지원 아래 예멘 정부-후티 반군 협상 스웨덴에서 시작

    유엔 지원 아래 예멘 정부-후티 반군 협상 스웨덴에서 시작

    4년 가까이 이어져 근래 최악의 인도주의 참상을 초래한 예멘 내전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저멀리 스웨덴에서 6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외신들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특사가 이날 후티 반군 대표들을 대동하고 스톡홀름에 도착해 전날 먼저 도착한 예멘 정부 대표들과 스톡홀름으로부터 북쪽으로 50㎞ 떨어진 림보의 요하네스베르크 성에서 마주 앉는다고 전했다. 일주일 가량 실무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예멘 내전은 2015년 초 후티 반군이 이 나라의 서부 대부분을 점령해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면서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다른 아랍 7개국이 예멘 정부 재건을 지원하고, 이란 정부가 후티 반군을 편듦으로써 해결의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번 협상은 2016년 8월 쿠웨이트에서 100일 동안 대좌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선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지난 9월에도 양측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좌할 예정이었지만 후티 반군 측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언론들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홍해 연안 도시 후다이다(호데이다)에 대한 다국적군의 포위를 풀어 아사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구해내는 게 이번 협상의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엔은 2700만명이 갇혀 있으며 840만명이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포로 수백 명을 석방해 신뢰를 쌓았다. 그리피스 특사는 50명의 후티족 부상자를 이웃 오만으로 탈출시켜 치료받게 만든 것도 성과라면 성과였다. 유엔은 휴전은 요원하다고 보고, 이번 협상에서 앞으로 어떻게 협상할지에 대한 틀만 확보해도 좋다고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양측을 함께 앉힌 것만 해도 의미있을 것이다. 다른 이슈에 대해선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이나 예멘 정부 모두 후티 반군이 후다이다를 떠나면 내전을 끝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반군측은 이란이 내전에 더욱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고 매달리고 있다. 그리피스 특사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우선 인도주의적 재앙부터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양측 모두 겉으로는 공감하는 듯하지만 전쟁의 논리가 더 굳건하고 참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희생된 민간인 숫자만 6660명에 이르고 1만 560명이 다쳤다. 포격이나 총격 같은 전쟁 위험도 위험이지만 영양실조, 질병 등 예방할 수 있는 이유들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월 콜레라 감염 사례가 매주 1만건씩 보고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은 예멘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2220만명이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며 1780만명은 다음 끼니를 어떻게 때울지 모른다고 전했다. 1600만명은 안전한 식수와 기본적인 위생이 갖춰지지 않았으며 어린이 넷 중 한 명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200만명이 집 없이 떠돌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엄마의 숨은 김치맛 비결, 알고보니 요녀석 젓갈이네

    엄마의 숨은 김치맛 비결, 알고보니 요녀석 젓갈이네

    충남 논산시 강경과 홍성군 광천은 해마다 젓갈 전쟁(?)을 벌인다. 두 지역은 젓갈 산지로 충남에서 쌍벽을 이루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9년 전인 2009년 10월에는 실제로 두 지역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당시 논산시장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경젓갈의 우수성을 자랑하면서 “광천 토굴새우젓은 위생적으로 상당히 안 좋다. 토굴의 천장에서 낙숫물이 떨어지고 벌레도 생기고…”라고 한 게 발단이 됐다. 광천토굴젓갈 상인들은 즉각 반발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토굴에서 숙성시키는 곳인데 위생적으로 안 좋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요구했다. 당시 홍성군수 권한대행(부군수)도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사건은 논산시장이 홍성군에 특사를 보내 사과하면서 수습됐지만 젓갈 명산지로서 두 지역의 ‘라이벌 의식’은 강하다. 올해도 김장철을 앞둔 지난달 중순 강경젓갈축제와 광천토굴새우젓축제를 동시에 열어 경쟁을 펼쳤다.새우젓 라이벌… 토굴숙성 광천·맞춤 강경 토굴새우젓은 예나 지금이나 광천 젓갈 상인들의 자랑이다. 국내 유일의 젓갈 숙성법이란 점도 있지만 맛이 좋다는 것이다. 신경진(50) 광천새우젓축제 사무국장은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새우젓보다 맛이 깊고 감칠맛이 난다”며 “온도가 항상 13~15도를 유지하고 습도가 70% 안팎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천읍 옹암포에는 젓갈을 숙성시키는 토굴 42개가 있다. 고려 때부터 형성된 시장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토굴에 새우젓을 숙성시키면서 전통 숙성법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들어 홍보지구가 건설되면서 바다와 분리돼 포구는 사라졌지만 젓갈 시장은 명맥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젓갈 가게는 120개다. 강경도 금강하구둑 건설로 광천과 같은 운명을 맞았지만 오랜 전통의 젓갈 명성은 여전히 높다. ‘1 평양, 2 강경, 3 대구’로 불리던 조선 후기 전국 3대 시장의 자존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곳은 새우젓을 냉장고로 저온 숙성한다. 최충식(61) 강경전통맛깔젓협동조합장은 “냉장고는 같은 새우젓이라도 반찬용, 김장용 등 용도에 맞게 숙성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강경에서는 짜지 않고 감칠맛 나게 하는 염장법이 이어져 왔고, 그게 특징”이라고 했다. 젓갈 가게는 145개다. 두 지역 명성을 유지해 주는 젓새우 원산지는 전남 신안이다. 전국 생산량의 85% 이상을 생산해 유통하며 신안젓갈타운이 중심에 있다. 주부들이 사랑하는 오젓과 육젓은 음력 5월이나 6월 산란기 직전에 알이 꽉 찬 젓새우로 담근다. 특히 6월에 잡히는 새우는 살이 통통하고 우윳빛이 감도는 최상품이다. 이른바 ‘육젓’이다. 신안은 새우 품질도 으뜸이지만 젓을 담그는 소금도 일등품이다. 청정한 신안 갯벌에서 나오는 미네랄 풍부한 천일염을 쓴다. 대부분 선상에서 갓 잡은 새우에 소금을 얹어 절인 게 신안 새우젓이다. 값싼 중국산에 밀리지 않고 비싸게 팔 수 있는 게 여기에 있다. 신안군 일대 230어가는 연간 젓새우 9300여t을 생산하고, 최상품은 드럼(300㎏)당 1000만원에도 후딱 팔려 나간다.기장 멸치젓갈·곰소 까나리액젓 ‘우등생’ 김장철만 되면 부산 기장시장은 몰라보게 활기를 띤다. 시장 인근 도로는 멸치 액젓을 사려는 차량으로 뒤엉킨다. 젓갈 가게가 50여개에 이르지만 상인들은 멸치 액젓 판매하랴, 전국에서 밀려오는 택배 신청 전화 받으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1970년대부터 형성된 멸치젓갈 생산 중심지로 국내 멸치젓갈의 65% 이상을 공급하는 명소라는 사실을 알면 놀랄 일이 아니다. 기장멸치젓갈은 뼈를 발라 낸 뒤 반찬용으로 먹어도 환상적이다. 액젓은 김장용으로 인기 만점이다. 1~2년 숙성 기간을 거친 액젓 맛은 깊이가 있다. 김치 맛을 크게 좌우한다. 기장에서는 멸치젓갈을 통째로 넣어 김장을 담기도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전북 부안군 곰소항은 까나리액젓이 유명하다. 까나리는 어리고 싱싱하며, 소금은 질 좋은 곰소만 천일염을 쓰기 때문이다. 칠산어장을 낀 곰소 일대는 예로부터 젓갈이 유명하다. 명란, 낙지, 오징어, 가리비, 토하, 꼴뚜기, 황석어, 갈치속, 아가미, 멍게, 밴댕이, 전어, 개불, 바지락 등 해산물이라면 무엇이든 맛깔스러운 젓갈로 담아낸다. 곰소만 천일염이 일등공신이다. 조선시대 때부터 염전이 발달한 곰소만 소금은 타지산보다 쓴맛이 적은 명품 천일염으로 통한다. 이 소금으로 젓갈을 담가 담백하고 풍미가 좋다. 게다가 곰소 까나리액젓은 어린 것을 써 담백할 뿐 아니라 고소하기까지 하다. 비리거나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하다. 까나리는 성어기가 지나면 잡어가 섞이고 액젓이 적게 나올 뿐 아니라 내장 특유의 쓴맛이 있다. 곰소 까나리액젓은 일년 내내 10~15도에서 영양분을 보존한 채 저온 보관하면서 발효시키는 전통 젓갈 숙성법을 고수하고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만 출하한다. 멸치액젓과 자웅을 겨루는 까나리액젓은 김장에 넣으면 김치의 시원한 맛을 더해 준다. 곰소젓갈단지에서 10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향토젓갈 다양… 제주 자리젓갈 명성 제주도 자리젓갈은 제주 바다에서 나는 자리돔으로 만든 전통 젓갈이다. 주로 반찬으로 먹는데 자리돔과 소금을 4대1로 버무려 항아리에 넣고 4~5개월 숙성시켜 풋고추·고춧가루·참깨·참기름·마늘 등과 무쳐 먹으면 입이 벌어진다. 옛날부터 서귀포 보목 바다 자리돔은 뼈가 부드럽고 맛이 담백해 최고로 쳤다. 젓갈은 배추나 구운 돼지고기를 찍어 먹거나 무와 함께 조려 반찬을 한다. 초여름에 담가 가을에 먹지만 3년 넘게 숙성시킨 젓갈을 김장에 넣는 집도 일부 있다.갈치속젓 등을 넣는 지역도 있다. 해방 전만 해도 충남·경기 황석어젓, 강원 아가미젓, 경북 고등어새끼젓, 경북 꽁치젓 등 다양한 젓갈을 김장에 썼다. 김미리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옛날에는 서산 실치(뱅어)젓 등처럼 56종의 생선을 젓갈로 담갔고 상당수는 김장에도 넣었는데 일부 어종이 귀해지고, 유통망이 발전하는 등의 현상으로 김장 젓갈이 전국적으로 비슷해지는 추세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젓갈은 김장 김치에 풍부한 영양과 감칠맛 나는 풍미를 제공한다.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을 비롯해 알리신, 글리신 등 성장 발달에 효과가 있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새우젓은 김장을 시원하게 하고, 멸치·까나리젓은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게 한다. 젓갈을 넣으면 김장 김치를 덜 짜게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간을 적절히 조절해 주면서 염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옛날에는 양반 등 살림이 넉넉한 집일수록 젓갈을 많이 먹고 김장에도 다양하게 넣었다”며 “젓갈 재료와 숙성법에 따라 맛 차이가 많이 나는 게 김장”이라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부안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기념비만 남긴 항일기지 ‘신한촌’… 핏방울처럼 맺힌 광복의 혼

    기념비만 남긴 항일기지 ‘신한촌’… 핏방울처럼 맺힌 광복의 혼

    3·1절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항일독립운동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발원지였던 러시아와 중국 지역은 사실상 잊힌 상태다. 통일을 바라보는 지금, 북한 접경 지역인 이곳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한민족평화나눔재단과 새에덴교회가 주최한 ‘연해주·동북 3성 항일독립 유적지 한민족순례’에 동행해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좇았다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40분을 날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했다. 10월 중순을 넘겼지만 바람이 선선했다. 먼저 독립운동가들의 근거지였던 ‘신한촌’으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루스키섬 방향으로 50여분 떨어진 라게르산 정상에 있다. 검은색 철 울타리에 둘러싸인 이곳에는 직사각형 모양 3.5m짜리 기둥 3개와 네모난 돌 8개가 자리한다. 3개의 기둥은 남북한과 재외동포를, 8개의 돌은 조선 8도를 각각 상징한다. 3·1 독립선언 80주년을 맞아 1999년 8월 15일 해외한민족 연구소가 한국에서 석재를 가져와 세웠다. 연해주 지역에는 1863년 한국에서 건너온 13가구가 지신허에 자리를 틀며 한인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국내외 애국지사들이 이곳에 결집했다. 새로운 한국이란 이름의 ‘신한촌’은 1911년 5월 구개척리에 거주하던 한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와 건설했다. 연해주 한인들의 자치기관이었던 권업회와 한민회, 한민학교 등이 생겨나며 항일독립운동의 전진기지가 됐다.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때까지 연해주에 한인들이 17만명이 넘게 있었고 신한촌에만 1만여명이 거주했다고 알려졌다. 고향을 등지고 이곳으로 와 치열하게 살며 항일운동을 펼쳤지만, 지금은 기둥 세 개짜리 탑만 흔적으로 서 있다. 철 울타리에 걸린 태극기 정도가 이곳에 한인촌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4㎞ 정도 떨어진 곳에는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이 있다. 모스크바까지 꼬박 1주일이 걸리는 전체 길이 9288㎞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 역이다. 강제로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열차에 태워진 채 이주당한 고려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북쪽으로 100㎞ 떨어진 우수리스크로 향하는 밤 동안 머릿속에 당시 풍경이 그려졌다.다음날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연해주 한인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지키고 친선을 도모하고자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2009년 건립한 박물관이다. 입구 오른쪽에 ‘인류의 행복과 미래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라는 글귀가 적힌 추모비가 서 있다. 현지 가이드는 “블라디보스토크 의과대 학장이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 만들었는데, 학장이 바뀌면서 학교에서 버린 것을 7년 전쯤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고려문화센터를 나와 볼로다르스카야 38번지에 들렀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이 살던 집이다. 고려문화센터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한국 정부가 10년쯤 전 사들여 현재 기념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1860년 함경북도에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최재형 선생은 아홉 살 때 연해주 지신허로 와 정착했다. 이후 열한 살에 가출했다가 포시예트 항구에서 만난 러시아 선장의 배려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식인으로 거듭났다. 많은 돈을 번 그는 크라스키노 연추 마을에 첫 한인 자치기관을 설립하고 한인들을 돕기 시작한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때에는 빨치산을 조직하기도 했다. 최재형 선생의 집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왕바실재 언덕에 다다른다. 최재형 선생은 1920년 4월 5일 일본군의 빨치산 토벌로 이곳에 끌려와 재판 없이 총살당했다. 한인과 러시아인 240여명이 이곳에서 잔혹하게 죽었다. 이른바 ‘4월 참변’이다. 10분 남짓 언덕을 올라 마을을 내려다봤다. 함께한 소강석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이사장이 하모니카를 꺼내 아리랑을 연주했다. 동행한 고려인들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하게 젖었다. 소 이사장은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이곳을 유적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최재형 선생 집에서 5㎞ 정도 떨어진 수이푼 강변에는 이상설 선생 유허지가 있다. 이상설 선생은 1907년 헤이그 특사, 1914년 결성된 대한광복군 정부 대통령으로 잘 알려졌다. 고종의 밀지를 받아 이준,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에 국권회복을 위해 파견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에도 활발하게 항일운동을 하던 그는 1917년 연해주 니콜리스크에서 병사했다. ‘내가 죽거든 불태워 유해를 강에다 뿌려 달라’던 유언대로 그의 유해는 이곳 수이푼 강변에 뿌려졌다. 연해주에서 190㎞ 정도 떨어진 크라스키노에는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가 있다. 높이 4m 정도 큰 비석에 ‘1909년 3월 5일경 12인이 모이다’, 높이 1m 정도 작은 비석에는 ‘2001년 8월 4일 102년이 지난 오늘 12인을 기억하다’라고 쓰여 있다. 애초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2001년 10월 크라스키노 추카노프카 마을 강변에 기념비를 세웠지만 물에 잠기고 현지인들이 훼손하는 사례가 잦았다. 비석을 옮긴 지역이 국경지대로 편입되면서 러시아 당국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게 돼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 사방이 허허한 벌판에 핏방울 모양의 비석이 홀로 서 있다. 목숨 바쳐 항일운동을 펼친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잊힌 역사인가, 아니면 잊은 역사인가. 중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차디찬 바람에 가슴이 시렸다. 글 사진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러시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트럼프, 압박 거세자 “카슈끄지 사망” 첫 인정…신난 푸틴은 “미국 책임”

    트럼프, 압박 거세자 “카슈끄지 사망” 첫 인정…신난 푸틴은 “미국 책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 가능성을 결국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카슈끄지 살해 의혹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 손인 사우디 배후론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지만, 끔찍한 살해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되고 국제사회의 반(反) 사우디 여론이 확산되자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몬태나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카슈끄지가 죽었다고 믿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매우 슬프다”고 답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가 죽었다고 인정할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보이는 증거가 그렇게(카슈끄지가 죽은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카슈끄지 사망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사우디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주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언은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사우디와 터키를 방문하고 귀국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백악관을 찾아 귀국 보고를 한 이후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세 가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곧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세 가지 조사 결과는 이해관계국인 터키와 사우디, 미국의 조사를 의미한다. 사우디 지도자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어떻게 하겠나’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엄혹할 것이다. 내 말은 그것이 나쁜 일이라는 뜻.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카슈끄지의 행방이 묘연해진 이후 줄곧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죽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우디의 주장에 무게를 둬 왔다. 그는 지난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며 “(사우디의) 결백함이 입증되기 전까지 유죄라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에 특사로 파견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에 며칠의 말미를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이 카슈끄지 사태를 다루며 파장이 커지고, 왕세자 측근의 사우디 영사관 입장 사실이 터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사우디 왕실과의 연관성이 계속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정보기관 출처의 보고서를 통해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로부터 살해된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이와 관련,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측근인 아흐메드 아시리 장군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反)사우디 정서도 심화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주요 인사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인사들은 사우디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 불참했고,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결국 이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콜로라도 타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사우디가 제공한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면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처럼 무고한 사람이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CNBC가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사우디 규탄 성명을 낸다고 하더라도 제재 등 실제적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사우디는 매우 좋은 동맹국이었고, 미국에서 많은 것을 수입했다”고 강조했다.사우디와 미국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자 러시아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소치에서 열린 국제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회의 클럽에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해 “실종된 언론인(카슈끄지)은 미국에서 살곤 했다. 러시아에 살지 않았다”면서 “이와 관련해 미국에는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카슈끄지 실종 사건으로 사우디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란이 정치적, 경제적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외교정책 핵심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이란 원유 제재 조치가 취해질 때 시장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카슈끄지 사태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이란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이란의 경제적, 정치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비핵화·대북제재 완화… 유럽서 ‘북·미 중재’ 끌어낸다

    이란 비핵화 경험… 북·미와 모두 교류 佛·英 등 북핵사찰 참여 가능성도 높아 北, 글로벌 자금 유입에도 입김 필수적 文 “교황에 김정은 방북 환영 뜻 전할 것 한반도 평화 깃들게 교황의 지지 당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유럽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 등을 방문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강조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유럽의 관계는 동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몇 안 되는 중재자·촉진자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의 핵심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유럽 통합 비전을 동아시아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에 유럽 각국의 지속적 지지와 협력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광복절에 밝힌 동북아 6개국 및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의 선례로 프랑스의 로베르 슈만 외교장관의 제안으로 시작돼 EU를 만든 ‘유럽석탄공동체’를 들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EU 국가 중 에스토니아와 함께 유일하게 북한과 미수교국이지만,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역사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역할을 해왔다. 2009년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북정책 특사를 임명해 6자회담 회원국과 대북 정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고 2011년에는 대북 인도지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주북한 협력사무소’를 설치했었다. 유럽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핵보유국으로 곧 시작될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사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대사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함께 주요한 대북 소통 채널이다. 독일의 통일 모델도 남북 관계에 좋은 참고서다. 무엇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유럽에서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해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을 유치하려면 국제사회의 주요한 세력인 유럽의 입김이 중요하다. 이번 문 대통령의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확정된다면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교황의 방북을 매우 환영할 것이라는 뜻을 내게 밝혔는 바, 이를 교황께 전할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이런 기운이 세계 평화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게 교황의 지속적 격려와 지지를 당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럽은 이란 비핵화 협상에 참여한 경험도 있고 북·미 모두와 교류가 가능하다”며 “향후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모두 추동할 수 있는 촉진제 및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문 대통령이 프랑스부터 간 까닭…유럽의 비핵화 역할이 보인다

    문 대통령이 프랑스부터 간 까닭…유럽의 비핵화 역할이 보인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 등을 방문하는 7박 9일 내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유럽의 관계는 동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몇 안 되는 중재자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4일 “최근 유럽을 방문해 학자를 만나보니 유럽은 이란 비핵화 협상에 참여한 경험도 있고 북·미 모두와 교류가 가능하다”며 “향후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모두 추동할 수 있는 촉진제 및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 유럽국가는 최근 북한의 급변 상황에 대해 정보가 부족해 한국의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프랑스를 먼저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에스토니아와 함께 유일하게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1992년부터 전당대회에 북한 노동당을 초청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역할을 해왔다. 2009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대북정책 특사를 임명해 6자회담 회원국과 대북 정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고 2011년에는 대북 인도지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주북한 협력사무소’를 설치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핵보유국으로 곧 시작될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사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대사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함께 주요한 대북 소통 채널이다. 독일의 통일 모델도 남북 관계에 좋은 참고서다. 무엇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유럽에서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하려면 역시 국제사회의 주요한 세력인 유럽의 입김이 중요하다. 북측은 IMF 가입을 통해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문 대통령의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확정된다면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화의 상징인 교황의 방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각인시키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부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민감한 인권 문제에서 미국과는 대화가 힘들지만 EU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유럽은 한반도 평화 구축 및 대북 제재 완화의 분위기 조성뿐 아니라 북 인권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설] 폼페이오 방북, 종전선언 ‘빅딜담판’ 디딤돌 돼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다고 미국 국무부가 현지시간 2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일본을 거쳐 평양을 당일치기로 방문한 뒤 1박2일간 서울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방북 성과를 공유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확정됨에 따라 7월 이후 교착 상태를 보여 온 북·미 간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이란 경직된 태도를 보여 온 미국은 뉴욕 한·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 친서 전달 이후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유연성을 갖게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예상보다 빠르게 방북하게 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1월 미 중간선거 전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게를 가지게 된 만큼 북·미가 추가로 내놓을 맞교환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미국은 북한에 핵 신고 리스트를 요구했으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외에 이렇다 할 체제보장 조치를 보이지 않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북한은 ‘강도 같은 요구’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표 하루 만에 8월의 폼페이오 방북을 돌연 중단시켰다. 교착 돌파 국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그제 논평에서 “종전은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전선언 요구를 보류하는 게 아니라 종전선언만으로는 대담한 비핵화 조치로 나아갈 수 없으며 미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읽는 게 맞을 것이다. 북한이 핵 개발의 심장부라고 표현하는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위한 ‘상응 조치’, 즉 종전선언 외의 ‘플러스알파’를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초 우리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을 비핵화 시한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시간표와 초기적이지만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영변 핵시설 폐쇄까지 언급한 만큼 북한이 성의 있는 미국의 태도라고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상응 조치를 폼페이오 장관이 가방에 넣고 갈 수 있는지가 회담 성공의 관건이다. 제재 완화와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적대관계 해소의 상징적 행동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강경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조치를 폼페이오 장관의 가방에 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