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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8) 동물원의 을지훈련 (上)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8) 동물원의 을지훈련 (上)

    어렵게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쪽에선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계기’라는 찬사가, 다른 쪽에선 ‘대선용 회담’이란 폄하가 엇갈린다. 이런 때 동물들이 “동물도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란 성명을 내면 어떨까.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전쟁과 동물원의 함수관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전쟁의 상처는 동물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전쟁때 등장하는 동물 살생부 평화로운 동물원 풍경과 어울리진 않지만 동물원도 매년 전쟁 상황에 대비해 을지훈련을 한다. 올해는 다음주 20∼22일 3일간이다. 소집하고 흩어지고…. 늘 그렇지만 분주한 쪽은 사람이고 동물은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하지만 훈련 속에 숨어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마음이 심란해져야 하는 쪽은 오히려 동물들이다. 실제 전쟁이 나면 동물원 식구들은 어떻게 될까. 먼저 정답을 말하자면 매뉴얼에 따라 일부 동물은 죽임을 당하고 일부는 풀어준다. 일종의 ‘전시용 살생부’인 셈이다. 희귀종이라고 해서 또는 예쁘거나 인기가 있다고 해서 살려주는 것은 아니다. 생사는 방사 후 사람에게 해가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밖으로 풀려나가는 동물은 주로 조류와 초식동물 중에서도 순한 사슴류다. 풀어놔도 해가 될 것 없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종들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맹수는 비록 새끼라고 해도 ‘살(殺)처리’가 원칙이다. 맹수의 개념에는 흔히 생각하는 육식동물 이외에도 초식동물 중 성격이 포악하거나 덩치기 큰 녀석들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호랑이나 사자, 늑대, 악어 외에도 코끼리, 하마, 코뿔소 등도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동물원 관계자는 “폭격에 우리가 무너져 맹수들이 밖으로 탈출 할수도 있고, 그렇다고 사육사가 계속 근무하며 먹이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쩔 수 없다.”면서 “다른 국가들도 전시 동물 처리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슬픈 현실이지만 달리 마땅한 대안도 없다. ●새들은 풀려나고 호랑이는 죽고 단계별 대비도 철저히 매뉴얼에 따른다.1단계로 ‘전쟁이 생길 징후’가 보이면 동물원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우선 유동적인 시장상황을 고려,30일 분 정도의 사료를 비축한다.2단계로 ‘전쟁이 일촉즉발’인 시점에는 동물원이 폐쇄된다. 총 79종인 먹이의 종류도 22종으로 단순화되고 지급되는 먹이량도 평소의 반으로 줄인다. 마지막으로 실제 전쟁이 터지면 앞에서 언급한 방사와 살처분을 동시에 진행한다. 먹이에 약을 타거나 총기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총기사용권이 있는 경찰이 참여한다. 동물원측은 “이런 세부계획은 5·16 군사혁명 이후로 생긴 것”이라면서 “훈련 매뉴얼에 존재하는 내용일 뿐으로 결코 현실화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달 말이면 남북정상들이 다시 만난다.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이 땅의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원 동물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황석영 “지리산에 문인고을 세울래요”

    황석영 “지리산에 문인고을 세울래요”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 황석영(64)씨가 지리산에 ‘문인 고을’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황씨는 13일 전남 순천만 등지를 돌아보는 ‘남도문학기행’이란 프로그램 참석차 순천을 방문,“후배 문인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나 문인들의 글방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은 이와 관련, 황씨 등 4명이 지난달 지리산 자락인 산동면 둔사리 둔기마을 뒷산 14만 8500㎡를 인터넷 경매를 통해 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던 황씨는 이달 초 사업계획 현장을 둘러봤으며, 사업 추진과 관련해 다시 10월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례군은 황씨의 문인고을 조성에 진입로 개설 등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둔기마을은 반야봉과 노고단을 거쳐 만복대를 잇는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전쟁 이전에 작은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주민 1명이 농장을 일구면서 살고 있다. 그는 지리산 자락에 글쓰는 공간이나 문인 고을, 학교 등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유신독재 시절 전남 해남에 살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1980년 5월을 광주에서 맞는 등 10년 가까운 세월을 호남에서 둥지를 틀었다. 순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열린세상] 3金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열린세상] 3金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이나라 정치판은 왜 이리도 살벌할까. 여야는 물론 당내에서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마치 전쟁터의 적군들 같다. 상대를 마치 사라져야 할 악당처럼 저주한다. 이 나라 정치판은 왜 이리도 패거리 작당과 이합집산이 횡행할까. 자고 일어나면 탈당이다, 창당이다, 신당이다, 합당이다 하며 난리다. 사람들이 저리도 부지런할까 싶을 정도다. 국민들은 또 어떠한가. 지금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늘 한 쪽 지역은 거의 다 한 쪽 당이고, 다른 한 쪽 지역은 또 다른 한 쪽 당이다. 과거와는 꽤 달라졌다 해도 이번 대통령선거도 그 뚜껑을 열어 보면 아마도 그 색깔이 그 색깔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런 행태는 과거 3김(金)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3김씨들이 그 뿌리가 아닌가 싶다.3김씨는 이 나라 민주화시대를 이끌어온 주역들이다.3대에 걸친 군사정권들을 타도한 후 이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해 왔다. 그들은 많은 업적도 남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이 이 나라 정치판에 남긴 해괴한 행태들은 지금도 그대로 학습효과로 남겨져 있다. 그들은 1인 정당을 이끌었다. 정당이 있고 그 지도자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정당이었다. 그들은 정당안에서 절대자들이었고, 그들을 추종한 자들은 죄다 졸개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특정 지역들을 확고하게 장악했다. 한때는 그 지역에서 그 당의 공천만 받으면 말뚝을 박아도 당선된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돌았다. 지역민들은 모조리 그들의 볼모가 되었다. 그들은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붙었다, 헤어졌다 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을 축출할 때는 YS와 DJ가 연합했다. 국민들은 그들을 민주화의 우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권력을 눈앞에 두고는 여지없이 갈라졌다. YS와 JP도 연합했다. 소위 3당 합당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얼마 안 가 깨어졌다. 그러다가 그 다음엔 DJ와 JP가 연합했다. 소위 DJP연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얼마나 갔던가. 세 사람이 고루고루 연합했다가 고루고루 깨어지는 진기록을 세운 이들이다. 그들이 연합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로를 칭송했다. 그러나 갈라서서는 거의 독설에 가까운 악담을 내쏟았다. 그들은 정책과 이념을 기초로 정당활동을 한 이들이 아니었다. 정책이 아니라 눈앞의 권력을 위해 마구 연합했다 깨곤 했던 것이다. 그들은 또 수없이 많은 정당을 만들었다 부수었는데, 그들이 만든 정당 또한 온통 잡탕투성이였다. 그때그때 표를 긁어모으는 데 여념이 없었으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던 것이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와 정책정당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정당이 아니라 작당이었다. 최고지도자라는 이들의 행각을 보고 우리 국민들은 어떠했던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얼마나 똑같이 울고 웃었던가. 아직까지도 온 국민이 이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선동술에 뛰어났는가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의 여야 정치인들을 보면 1인패거리작당과 이합집산, 적대적 대립과 선동술수까지 그대로 3김시대를 답습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험악한 경선과정이나 여권의 간판 바꿔달기 과정이 모두 그러하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아직까지 정책보다는 지역감정과 이미지에 현혹되어 비이성적이 되어 있다. 우리가 성숙한 민주정치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구태정치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3김씨의 악폐가 죽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죽어야 할 것은 악폐다.3김씨는 부디 오래 사셔서 만수무강하시길 빈다.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문학 위기는 현장감 외면 탓”

    “문학 위기는 현장감 외면 탓”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새달 법인화된다. 애초 법인화 목표 시한은 지난해 상반기였다. 1년이 늦어졌다. 포럼의 모태인 민족문학작가회의와의 관계설정을 놓고 고심한 것도 이유가 됐다.2004년 10월, 포럼은‘임진강 문학축전’으로 첫발을 뗐다.‘상생·평화·공존’을 화두로 세웠다. 한국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서울 중심의 문화적 섹트주의를 극복하자고 외쳤다. 문학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했다.3년여 동안 30여 차례의 문학축전을 꾸렸다. 한국의 상처난 땅을 샅샅이 밟았다.11일과 12일엔 전북 고창 전봉준 생가터에서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을 위무했다. 두 달 뒤면 창립 3주년이다.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중앙대 교수)회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되짚어봤다. 그는 1대 고은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법인화 왜 1년 늦어졌나 포럼의 법인화가 늦어진 데는 새로운 단체 결성에 대한 작가회의측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작용했다. 작가회의 명칭에서 ‘민족’을 떼는 데 반대한 포럼측 문인들의 목소리조차 일각에선 ‘독립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했다. 임 회장은 “적극적으로 지지할 줄 알았던 작가회의 문인들로부터 포럼 초기 뜻밖의 오해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오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회의 회원들의 현실인식이 안이해지는 것이 아쉬워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작가회의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면서 “작가회의를 쪼갤 목적이었다면 포럼은 애초에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법인화 추진은 참여도와 신뢰도 강화를 통해 포럼 문제의식의 확대심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럼의 근본적인 관심사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 제고다. 문학과 사회를 갈라놓은 유미주의적 경계선을 넘으며,1970∼80년대 민족문학운동은 사회개혁의 주체로 우뚝 섰다. 굳이 찾지 않아도 시대는 늘 문인들 옆에서 고민을 강제했다. 지금은 다르다. 작가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시대는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민주화’나 ‘경제성장’이란 화려한 겉옷 속에 ‘비민주적 잔재’와 ‘경제적 양극화’를 꽁꽁 숨겼다. ●문화예술운동 단체로 자리잡아 포럼은 시대와 대면하는 ‘제2의 민족문학운동’이라 할 만하다. 포럼이 찍어온 문학축전의 발자국은 참여 문인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미 공군의 폭격으로 찢긴 매향리를 어루만졌고, 우토로 강제철거를 반대했다. 논에 모를 심으며 한·미 FTA 타결 후 농업을 근심했고,‘나눔의집’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맞잡았다.“문인들이 가본 적 없는 소외지역을 최우선으로 하되, 오늘날 한국사회의 예리한 쟁점을 드러내는 지역을 위주로 찾아갔다.”고 임 회장은 설명했다. 포럼은 이제 한국 사회의 가장 활발한 문화예술운동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서사의 빈곤은 현장과의 유리서 기인 임 회장은 “B학점은 되는 것 같다.”며 포럼의 성적을 매겼다.“현장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포럼이 아무리 용을 써도 문단의 흐름을 바꿀 순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단의 ‘안타까운 흐름’은 포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포럼이 결성된 2004년은 과거 민족문학진영의 대가들마저 현실문제에서 발을 빼는 분기점이었다고 임 회장은 회고했다.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만심으로 문인들이 너무 성급하게 긴장감을 잃었어요. 과연 그런가요? 한국과 무관한 전쟁에 군대가 파병됐고, 민중의 삶은 더 극악해졌습니다.” 임 회장은 올 2월 ‘기초예술연대’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작가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잃었다.”는 날선 비판으로 문단을 달군 바 있다. 장편소설 하나 써낼 능력 없는 서사의 빈곤은 현장과 유리된 데서 오는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10월엔 카자흐스탄서 포럼 “문학의 가장 큰 위기는 대중들이 문학을 외면한다는 겁니다. 현장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드라마보다 현실감이 없습니다. 자기 이야기가 아닌데 독자들이 읽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가 “각 대학의 문예창작학과가 한국 문학을 망쳤다.”는 논쟁적 언사를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시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작가들의 단견은 인문학 교육 없는 문창과가 원인”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포럼이 외연 확대를 꾀하는 것도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향후 문인들만의 행사를 지양하고 문학축전 현지 자치단체와 관련 연구자, 타 장르 예술인 등이 함께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올 10월, 포럼은 중앙아시아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을 찾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아프간 사태 26일째] ‘석방 보류’ 혼선 왜?

    탈레반이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대면접촉에서 몸이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조건없이 우선 석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피랍 사태가 탈레반측의 ‘석방 보류’로 혼선을 빚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12일 새벽(현지시간)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간밤의 결정을 바꿔 석방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불과 수시간 전 외신을 통해 “여성 인질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사에 넘겼다.”고까지 얘기했던 탈레반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내부 불화로 인한 혼선인 듯 아마디 대변인은 “여성 인질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사에 넘기려고 가던 도중 지도부가 결정을 바꿔 안전한 곳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부 반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크다. 즉 지역 조직이나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하자 지도부가 이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 석방 시한을 보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여성인질 2명을 우선 석방한다는 기본 결정은 바뀌지 않았으며, 석방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아마디의 말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탈레반은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은 아무런 조건도 붙지 않은 ‘선의와 인도주의’의 표시라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외에는 협상 여지가 없다고 주장해온 탈레반 내 강경파나 인질 몸값을 노려온 지역 조직 모두에 충분히 불만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여론 비난 비켜가는 등 1석2조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석방 대상자들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탈레반으로선 몸이 아픈 여성 인질을 먼저 풀어줌으로써 국제 사회 여론의 화살을 비켜나는 동시에 잦은 이동에 따른 물리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이중효과를 노린 측면이 크다. 아사히신문은 “인질을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등 관리과정에서 현장 탈레반 요원들의 피로가 겹쳐 현지 사령관에 불만을 털어놓는 사례가 잦다.”고 전했다. 또 피랍 사태 이후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은 한국 정부에 ‘선물’을 안겨줘 향후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여성 인질 2명을 풀어준다고 해도 여전히 19명의 인질을 데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프간 정부를 압박해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하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2명의 석방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을 위한 압박 카드를 얻은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적신월사 이슬람권의 적십자사다.1876년 러시아와 터키 전쟁 당시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의 간호 부대가 적십자는 십자군을 연상시킨다며 대신 적신월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적신월(赤新月)은 ‘붉은 초승달’을 뜻하며, 초승달은 무슬림의 정체성과 형제애를 의미한다.
  • [2차 남북정상회담] 정상회담중 을지훈련 ‘엇박자’

    북한 군부가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에 열리는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에 대해 “2·13 합의와 6자회담에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대규모 전쟁연습”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통일부와 외교부 등 외교안보 부처들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 주목된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일 ‘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해 UFL을 축소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한·미훈련이 남북관계에 문제가 안 되는 시대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미 계획된 일정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UFL에 대해) 북측에서 정확한 의사표시나 요구가 아직 없었다.”면서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제의한다면 적절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 당시 팀스피리트훈련을 취소했던 전례를 들어 일정 변경이나 축소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하지만 한·미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다 자칫 안보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어 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측은 이날 판문점에서 가진 북·미 대령급 군사접촉에서 UFL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성명을 미군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대규모 전쟁연습이 강행되는 조건에서 이에 대응한 위력한 타격 수단을 완비하는 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한 언약을 실지 행동으로 적극 추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오늘 조선에서 6·15 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정상회담이 차질을 빚는 것을 원치 않지만 UFL 문제를 회담에서 반드시 거론하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UFL 등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문제를 ▲혁명열사릉 등 참관지 제한 철폐 ▲북방한계선(NLL) 재조정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결돼야 할 ‘4대 근본문제’라고 주장해 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8월 15일의 신화/사토 다쿠미 지음

    8월 15일의 신화/사토 다쿠미 지음

    ‘일본천황’이 항복조서를 발표한 것은 1945년 8월15일 정오이다. 라디오로 방송된 내용은 8월14일 오후 11시25분부터 궁내성 내정청사 2층 정무실에서 녹음됐다.‘천황’직속의 전쟁 통수기관이었던 대본영(大本營)이 육해군에 전쟁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8월16일, 일본이 미국전함 미주리호에서 항복문서에 조인한 날은 9월2일이다. 8월15일이란 그저 ‘천황’이 읽은 항복조서를 라디오로 방송한 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든 일본인은 8월15일이 명실상부한 ‘종전기념일’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8월15일의 신화’(사토 다쿠미 지음, 원용진·오카모토 마사이 옮김, 궁리 펴냄)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현재 8월15일을 종전일로 하는 나라는 일본과 광복절로 기념하는 한국, 그리고 해방기념일이라고 부르는 북한뿐이라고 한다.‘8월15일 종전’ 논란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은이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서 1960년 태어난 미디어역사학자이다. 현재 교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8월15일의 모습을 담았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사진 몇장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항복방송 다음날인 8월16일 ‘홋카이도신문’은 ‘천황의 조서발표 방송을 듣는 직원들’이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항복방송이 아닌 1941년 12월8일 미국과의 전쟁 개시를 알리는 방송을 듣던 시민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홋카이도신문’은 1995년 8월15일자에 ‘종전 특집’으로 ‘죽음으로 보답하지 못한다-천황 목소리에 무릎 꿇는 아이들 무리’라는 제목으로 항복방송에 엎드리거나 서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는 아이들의 사진을 실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당사자들이 “꾸며진 것”이라고 증언했다.“그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방송의 의미는 몰랐다. 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신문사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다. 종전기념일에 내 사진이 실릴 때마다 도망가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진은 역사책에도 실릴 만큼 8월15일의 역사적 순간을 담은 사진으로 일본에서는 유명세를 떨쳤다. 지은이는 8월만 되면 종전 관련 메뉴로 넘치는 일본 신문의 이른바 ‘8월 저널리즘’이 정착한 시점은 미군의 점령이 끝나고 ‘9·2 항복기념일’이 망각된 1955년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일본 언론은 종전 10주년을 기념한 이벤트를 펼치는데 ‘9월2일’은 사라지고 ‘8월15일’만 언급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 이유가 ‘일본인에게 8월15일 종전기념일은 좌우의 이데올로기가 절충할 수 있는 편한 균형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1955년은 사회당의 좌우파벌이 통합했고, 민주당과 자유당이 통합하여 자민당이 성립되었다. 미소 냉전 시스템을 투영시킨 형태의 양당구도에서 우파는 ‘평화의 날’이 시작되었다며 일본의 원폭 피해를 강조했고, 좌파는 ‘천황’에서 민중으로 정치권력이 넘어온 ‘혁명의 날’로 보고 싶어했다. 이렇게 8월15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달랐지만 이 날을 종전일로 보고자하는 데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언론매체가 소재를 발굴하고 재편성하여 국민들의 뇌리 속에 굳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18년이나 지난 1963년 5월14일 에케다 하야토 내각은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실시요항’을 의결하여 8월15일에 종전기념일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8월15일은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천황’이 포츠담선언을 수락하는 방송을 했다고 항복 시점으로 보았지만 지은이의 기준으로는 타당성이 없다. 최근 국내에서 8월15일을 ‘정부수립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8월15일의 신화’는 우리 학계에도 커다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1만 3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열린세상] 남북정상회담을 철저히 지켜보자/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남북정상회담을 철저히 지켜보자/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8월8일 오전8시쯤. 언론사마다 엠바고가 걸렸다. 반가운 소식 때문이다.28일부터 30일 사이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단다. 운 좋은 숫자와 관련된 만큼 좋은 결과가 만발하길 기원한다. 물론 이 소식이 모든 이에게 반가운 것은 아니다. 넉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남북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면 오히려 시빗거리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러나 초당적으로, 전국민적으로 환영해 주자. 사실 어느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성사시켜도 의심을 살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아닌가.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남북을 포함한 관련국가들 사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선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기나 한가. 2000년 6월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후속 회담이 미뤄진 것은 남북간 관계도 관계려니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입장차도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기 전에 북한체제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이 챙길 것은 최대한 챙겨야 하지 않는가.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4월 총선을 사흘 앞두고 발표됐다. 그래도 한나라당이 133석(48.7%)을 획득해 115석(42.1%)에 그친 여당을 이기고도 남았다.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획기적인 6·15선언을 했어도 임기 말이던 김대중 대통령의 인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됐다. 퇴임 후에는 또 어땠나. 정상회담과 관련된 뒷거래 의혹으로 여진도 오래갔고 역사적 성과가 얼룩지지 않았나. 일단 이 기회에 일이 잘 풀리길 기대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철저히 감시해 보자.2000년에는 남북관계 물꼬를 열었다면 2007년에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어야 한다. 이제는 남북 간에 인적 교류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진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불안전한 정전협정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동시에 북·미관계를 정상화해 항구적으로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과 국회도 딴 데 정신팔지 말고 철저히 검증해 나가자. 이 마당에 정상회담을 반대만 한다면 득표전략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구체적인 준비사항을 주문도 하고 대선공약으로 개발한 정책을 생산적으로 제안하는 모습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문제·평화문제에 준비된 후보, 포용력 있는 후보로 감동을 줄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정부도 국민의 걱정을 새겨야 한다. 야당의 우려도 씻어줘야 한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최대한의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예를 갖추는 첫 걸음이라고 본다. 임기 말에 추진한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선거 뒤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비생산적인가. 이에 대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백보 양보해도 아쉬운 것은 이번에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는 사실이다. 형식이 뭐 중요하겠나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이나 제주에 왔다면 더 큰 통일의 전기가 되었을 것 같다. 2000년 6·15 정상회담 후 더 큰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가 미국을 방문하고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서로 북·미간 평화체제를 준비했다. 그러다 임기를 3개월 남긴 클린턴 대통령이 중동문제에 발목 잡혀 희망과 달리 북한 땅을 밟지 못하고 말았다. 이제 임기를 1년 넘게 남긴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큰 전기를 마련할지 자못 궁금하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치이는 현실에 네오콘 전략을 수정해 북·미관계에 큰 수확이 있으면 부시 대통령에게도 이만한 업적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 이슬람권 평화활동가 시각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자업자득’이라며 피랍인들을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역할론과 책임론을 두고 ‘반미운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사대응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가족들은 그때마다 피가 마른다. 이슬람권에서 평화활동을 해온 청년 운동가 두 명이 만났다. 안영민(36) ‘경계를넘어’ 활동가와 이동화(33)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두 사람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레바논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평화운동을 해왔다. 이동화씨는 최근 무슬림이 됐다. 피랍사태를 지켜본 두 사람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입말 그대로 옮겼다. ●“‘람보’ 기대하는 건 인질 죽으란 말” 이동화:“잘됐네”“이번 기회에 순교하면 되겠네”…. 피랍사실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 반응이 이랬잖아. 너무 놀랐어. 냉소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까웠어. 안영민:국제평화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기독교의 봉사활동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미전도 종족’이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니까. 이:내가 2005년 요르단에 머무를 때 정말 화났던 게 뭐였냐면 말야. 이라크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선교사들 중 일부는 한국 강남쯤 되는 곳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가난한 무슬림을 하찮게 보는데, 정말 기가 막히는 거야. 안:그렇다고 ‘너희가 선교하러 갔으니까 너희 책임이다.’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이:형 말이 맞아. 비판할 건 비판해야겠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 지금은 비판보다는 생명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니까. 안:더 심각한 건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납치된 사람들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이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아닐 거야. 하지만 실제 군사작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야. 지금은 말뿐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돼서 더 이상 기다려도 소용없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밀고 들어갈 수도 있어. 이: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 네티즌들이 군사작전 운운하는 게 더 놀랍지. 할리우드 인질구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현실에서 람보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인질 다 죽어라’잖아. 안: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미국 책임론’을 반미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지? 사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 사람 목숨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정부 협상력이 제대로 안 통하는 거 봐. 벌써 두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미국을 거론하는 건 미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인 데 말이야. ●“국내 무슬림 희생양 돼선 안돼” 안:언론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가로운 요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이유가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때문이란 사실, 한국인은 두 명이 죽었지만 그간 미국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죽어간 아프간 국민이 수만명이었다는 사실 등도 한번쯤 보도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이:속보도 중요하지만 아프간 정부-탈레반, 아프간 정부-미국, 탈레반-미국 간의 역사·정치적 배경을 함께 짚어줬다면 독자들이 피랍사태의 전후 맥락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안:얼마 전 부산에서 술 취한 사람이 이슬람사원 유리창 깨고 그랬다면서? 무슬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이:내 무슬림 친구들이 정말 우려했던 게 바로 그거야.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을 무슬림과 동일시하냐고 그래. 자기들도 탈레반이 싫고, 아랍권에선 탈레반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억울하다는 거야.‘우린 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깽판을 쳐도 한국 사람 전체를 욕하진 않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의 행태를 두고 이슬람 전체를 욕하냐’는 거지.9·11사태 이후 ‘무슬림=테러, 코란=칼’로 각인된 이미지 탓이 크다고 봐. 안:탈레반은 정말 나쁜 짓 많이 했지. 사람도 많이 죽였고, 여성 인권도 억압했고. 하지만 탈레반은 무슬림의 일부분일 뿐이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원리주의자’‘근본주의자’란 표현인데, 자꾸 이 부분만 부각되니까 결국 이게 전부인 것처럼 되는 거야. 이:2003∼2004년 이라크 전쟁 때 현지에 있었는데,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평안한 거야. 도대체 알 수 없는 평안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어. 결국 찾은 답이 무슬림이란 종교였어. 난 총도 안 쏘고 폭탄도 안 터지는 한국에서 늘 머리가 깨지는 듯 했는데…. 내가 무슬림이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들의 실제 삶을 봤기 때문이야. 안:아프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많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이슬람제국 건설이 아닌 여성인권과 민주주의를 원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 자꾸 오해가 생긴다고 봐. 그 오해를 없애는 게 우리 할 일이기도 하고. 정리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아프간 사태 분수령] “NGO에 중재 요청하라”

    피랍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랍자 가족 모임이 국제비정부기구(NGO)와의 연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외교통상부가 아프간이나 파키스탄행 등 가족 모임의 직접적인 활동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국가 및 탈종교적인 성향을 가진 NGO가 큰 거부감 없이 탈레반 측에 피랍자 가족들의 간절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NGO가 세계 각지에 광범위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만큼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도 상당 부분 역할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단체로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꾸준히 빈민 및 난민 구호사업을 벌여 현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 온 굿네이버스나 옥스팜 등 구호개발사업 관련 단체들이 꼽힌다.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신규섭 교수는 “종교적인 색채가 없는 단체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면서 “같은 구호전문 단체라도 기독교적 이미지가 강한 곳은 제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유엔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포괄적 협의 지위를 획득하거나, 공익성을 갖춘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으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나 ‘세이브더칠드런’ 등은 중동 지역에서 다년간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가족의 눈물’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임정근 교수는 “인질들이 전쟁 상태에서 피랍됐고,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으므로 민간 구호단체가 나설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면서 “국제적인 인권 및 구호단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단체, 특히 반미·반전 단체 등 이데올로기가 강한 집단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는 “국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은 탈레반이나 미국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는 데다 정치적으로 이용을 당할 우려가 크다.”면서 “반미·반전 단체의 경우 내부에서도 강경 및 온건 노선간의 논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어 가족들에 도움을 주다가도 미국이나 탈레반을 자극할 수 있는 주한미군 철수 요구, 이슬람 폄하 발언 등의 돌출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건형 이은주기자 kitsch@seoul.co.kr
  • [아프간 사태 분수령] 인질 육성속엔 탈레반 전술이?

    [아프간 사태 분수령] 인질 육성속엔 탈레반 전술이?

    잇달아 공개된 인질들의 육성은 탈레반이 펼치는 강온 전략에 주파수가 맞춰진 기획작품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시간대별 역순으로 보면 뚜렷해진다. 부시·카르자이 정상회담을 앞둔 6일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전파를 탄 임현주씨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녀는 “여기 17일이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주 힘듭니다. 우리 모두 집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6일 사건발생 뒤 처음으로 공개된 육성과는 달리 다급하게 들렸다. 미국과 아프간이 군사작전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였다. 지난 4일 현지 소식통이 국내 통신사에 알려온 인질과의 통화내용은 약간 달랐다. 이 여성은 “2명이 매우 아픕니다.”면서 “빨리 약을 보내주세요.”라고 울먹였다.2명이 위독하며 구급약이 부족하다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주장과 같다. 결국 우리 정부가 마련한 약품은 이튿날 탈레반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성주 한국 대사는 여성 2명 등 한국인 인질 3명과의 통화에서 인질들의 건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협상에 만족한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직후 이같은 통화를 ‘허가’한 것이다. 당시 한국과의 대면협상에는 유엔으로부터 신변안전을 보장받는 게 선결요건이라는 탈레반 요구를 전달했다는 한국 대사관의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직전에는 “(탈레반이)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죽고 싶지 않다.”는 여성 인질의 육성이 전해져 긴장감을 높였다. 죽음을 입에 올리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처럼 극도로 불안한 상태를 공개한 것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뒤 처참하게 살해된 고 김선일씨의 마지막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지영씨가 지난달 30일 국내 신문과의 통화에서 “건강은 괜찮다. 물의를 일으켜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도 이틀 전인 28일 유정화씨 육성과 대조적이다. 유씨는 “전쟁(인질구출 작전)은 안된다.”며 군사행동 여부를 둘러싸고 급박했던 상황을 비관적으로 대변했던 셈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현대작가 27명 ‘상상충전’展

    경기도미술관은 10월7일까지 ‘상상’을 주제로 현대미술 작가 27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상 충전’전을 연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소개하기 위해 거울, 마음, 이야기, 물음표, 꿈, 놀이란 6가지 주제로 중견작가와 신진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강익중, 노은님, 안규철,YP, 손동현, 정연두 등 인기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남경민은 베르메르, 고흐, 세잔, 리히터 등 그가 존경하는 화가들의 작업실을 그렸다. 강익중은 자신의 가난했던 유학 시절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단함을 가로 세로 3인치의 작은 캔버스에 담아냈다. 자그마한 캔버스는 한 권의 일기처럼 읽힌다. 박은선은 엽기적인 꿈의 세계를 보여 준다. 녹용을 바치는 사슴, 웅담을 꺼내든 곰 등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을 고발한다. 동물의 희생을 그린 작품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031)481-7042.
  • [길섶에서] 선한 사마리아인/구본영 논설위원

    한국인 맹인 목사가 공공봉사 부문 막사이사이상을 받는다는 조간 신문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수상자 김선태 목사는 6·25전쟁 때 부모와 시력을 잃고 걸인으로 자랐다고 한다. 그런 그가 안과병원을 설립해 2만여명 시각장애인에게 무료 시술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니 큰 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기자에게 시쳇말로 ‘필이 꽂힌’ 대목은 따로 있었다.“개인의 상이 아니라 실명예방과 개안수술을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고 밝힌, 겸손한 수상 소감이었다. 이는 재계와 교계의 숱한 독지가들이 김 목사의 봉사활동을 음지에서 도왔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문득 ‘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이란 말이 떠올랐다.“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논어의 고사성어다. 남의 선행을 소리없이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이웃이 많았다니, 우리 사회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엔 교통사고로 장기입원 중인 선배 문병이라도 가야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기초자치단체들의 변신

    기초자치단체들의 변신

    ‘만들고, 바꾸자.’ 기초자치단체들의 변신 몸짓이 성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동네 명물거리 만들기’ 분위기가 완연하고, 대구·경북에서는 공무원들이 학습동아리를 통해 현안을 깐깐히 훈수한다. 명물거리 조성은 동네 유명인들을 내세워 관광 효과는 물론 볼거리, 즐길거리를 준다는 취지다. 또 공부하기 열풍은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 행정현안을 연구하고, 외부 전문가그룹의 조언을 듣고서 활용한다. 연구 실적이 좋으면 해외연수 기회도 줘 학습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 부산, 현인광장·명품거리·대학로 등 조성 부산의 구청들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명물거리 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부산 서구는 5일 송도해수욕장에 부산출신 ‘국민가수’인 고 현인 선생을 기리는 ‘현인광장’을 조성, 준공식을 갖는다. 해수욕장 녹지공간 1500㎡에 들어서는 현인광장에는 현인 선생의 동상과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등 대표곡과 고인의 약력을 새긴 노래비가 세워진다. 또 현인 추모 쉼터 및 현인 선생의 대표곡 10곡을 감상할 수 있는 노래 감상쉼터도 만들어졌다. 해운대구는 우동 수영만 매립지에 세계적인 명품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수영만 매립지에는 50∼7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특급호텔이 들어선다. 구는 이곳에 일본의 록본기힐, 홍콩 캔론로드, 서울 청담동에 버금가는 명품거리를 만들기로 하고 최근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남구는 경성대, 부경대, 동명대 등 5개 대학이 있는 대연동에 대학로를 만든다. 최근 남구 대학로 조성사업 추진협의회를 설립했으며 경성대와 부경대 옛 차량등록사업소간 1㎞를 젊은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방침이다. 구는 대학로에 쇼핑, 영화, 영어상용화거리를 만들고 옛 차량등록사업소 부지는 젊음의 광장을 조성, 공연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구는 지난 2000년 중앙동 40계단 일대에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의 애환을 담은 조형물 등을 설치한 테마거리를, 동구도 2001년 초량동에 상하이거리를 조성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명물거리 조성은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홍보를 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대구·구미 車요일제 등 현안 연구 구슬땀 대구·경북의 공직사회에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4개 학습팀이 구성돼 매주 한차례씩 현안을 연구하고 구체적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베스트 대중교통팀(교통국)은 ‘승용차요일제 정착’을 주제로 지정요일제에서 선택요일제로의 전환과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자가용 승용차의 요일제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비즈토피아팀(기업지원본부)은 ‘마케팅 지원체제 효율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조성’이란 주제를 놓고 연구와 토론을 했다. 동성로 판타지팀(문화체육관광국)은 도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 간판·조명 등의 정비사업과 다양한 문화 컨셉트 도입 등을 통해 동성로를 많은 사람이 찾는 명품거리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머신 탑, 크레디에이트팀(신기술산업본부)은 기계부품소재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4개 학습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이날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발표했다. 경북 구미시에도 시정 연구모임인 ‘미래디자인팀’과 40여개 학습동아리팀이 구성돼 연구활동 중이다. 미래디자인팀은 29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월 2회 정례모임을 갖는다. 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모여 토론을 벌인다. 이 팀은 6년전 발족됐으며 올해는 33개 시정 현안 과제와 시장 공약사항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학습동아리팀은 조직내부의 문제해결 및 발전방안 제시로 시정 추진에 도움을 주는 것이 활동 목표다. 현재 전체 직원의 30% 정도인 450여명이 40개 학습동아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구실적이 우수한 팀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구미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문화마당] 서울에 박수근 미술관을/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영문학

    근자에 김홍남 국립중앙미술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지금 사대문 안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 등을 보세요. 모네 전, 비엔나 미술 박물관전, 중국국보전 등 온통 외국 전시 일색입니다. 우리 것은 간 데 없고, 문화 사대주의가 따로 없습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화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교류해야 발전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불교미술도 토착적으로 자생한 것이 아니라 인도 및 중국 등과의 문화 교류에서 얻어진 것이다.‘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은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보아야만 하는 세계적인 유산에 속하는 명화들인데, 우리가 서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필자는 수련을 그린 모네의 그림을 보면서, 사대주의보다는 자연을 빛의 변화에 따라 다원적 시각으로 포착했을 때 나타난 아름다움이 ‘추상화의 출발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기에 바빴다.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사대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한 독립 미술관을 갖는 것이다. 서울에도 물론 경복궁, 종묘, 국립미술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간송미술관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국내외의 관객들에게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쉽게 보여주기에는 미흡할 뿐 아니라, 그것을 다시금 찾아와서 보기를 갈망할 만큼 그들에게 큰 미학적인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값진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전혀 없는가. 우리에게도 한국인의 특성과 정서를 오롯이 보여주는 세계성을 지닌 미술품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박수근 그림이다. 그러나 서울에는 파리의 모네 미술관과 같은, 박수근 미술관이 없다. 박수근 기념관은 강원도 양구에 있지만 아직 그 수집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서울에서 너무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정부와 뜻있는 사람의 힘을 모아, 프랑스 파리처럼 서울에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한곳에 집대성할 수 있는 독립된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막대한 경제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성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6.25전쟁 때문에 우리가 그의 그림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암흑기에 미국인 실리아 지머맨과 밀러가 첫 상설 반도 화랑을 세워 그를 후원하는 동안 200점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또 지난 5월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는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었고, 그의 유화,‘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몇 년 전에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23만 9500달러에 팔렸으니, 위에서 언급한 일이 얼마나 어려울 것이란 것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집가들이 그의 그림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해 그것을 벽장 속에 사장시키지 않고, 우리 민족은 물론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생각해서 박수근 미술관에 기증해 세상의 빛을 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사업은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여러 박물관에서 황홀경에 빠져 바라보았던 미술품들이 모두 다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이름 아래 새겨진 또 다른 이름의 사람에 의해 기증된 것이란 사실을 알고 크게 감동받은 적이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세계화 시대에도 국제 문화교류를 ‘사대주의’란 말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산업화 이전 한국인의 소박함과 성실함을 화폭에 담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박수근 미술관을 파리의 모네 미술관 못지않게 독립된 형태로 수도 서울에 세우는 일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영문학
  • “위안부 운동 이제부터 진짜 시작”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일이었는데 결국 미 하원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지난 20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주춧돌을 놓은 1세대 운동가 김혜원(73)씨.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창립멤버다. 운동을 시작하던 1988년, 그는 이미 54세 중년 여성이었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맞춰 그가 책을 냈다. 제목이 ‘딸들의 아리랑’(허원미디어 펴냄)이다. 이 땅의 여성들이 숨죽여 불러온 아리랑이자, 이야기로 쓴 ‘위안부’ 운동사다. 김씨는 지난 20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으며 그 자신이 흘린 눈물 자국과 지난했던 순간순간을 되밟아 갈무리했다. 평생 피맺힌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 이야기도 찬찬히 풀어냈다. 김씨는 “미 하원의 움직임을 지켜 보면서 미 의회를 움직이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끈질기게 진실 알리기에 매달려 왔는지 역사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책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이번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작은 산을 넘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의안 통과를 기점으로 일본을 더욱 압박해야 합니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됐으니까 전보다는 나아질 거라 기대해 봅니다.” 김씨가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시작한 건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1970년대부터 국가 차원의 기생관광사업 반대운동을 펼쳐 오던 연합회는 88년 ‘국제관광문화와 여성’이란 국제세미나를 개최했고, 그 일환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해 2월 그를 비롯한 윤정옥(정대협 초대 대표)·김신실씨 등 초기 정대협 ‘3인방’은 연합회의 정신대 조사위원 자격으로 일본열도를 훑으며 정신대 피해자들을 찾아다녔다. 자비를 털어 여비를 마련했고, 답사 장소나 만나볼 사람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사명감 하나로 떠났다. 그때 처음 만난 이가 배봉기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대인기피증에 걸려 있었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외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도 만나 주지 않았어요. 위안부로서 받았던 고통과 멸시가 할머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 한번 제대로 나눠 보지 못한 할머니는 김씨가 다녀간 지 3년 만인 91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현재 정대협 운동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는 “몸으로 뛰어 다니며 할머니들을 도왔던 운동 1세대의 역할은 자원봉사자나 국가가 어느 정도 채워 주고 있다.”면서 “이젠 노동법과 국제법 지식으로 무장한 후배들이 한 걸음 진전된 결과를 이끌어 낼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공동건립위원장 일만은 여전히 내려 놓지 않고 있다.김씨는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고 동일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은 꼭 세워져야 한다.”면서 “건물 짓는 데만 53억원이 필요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겨우 4억원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국민 모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그는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송종의 전 법제처장

    [어떻게 지내십니까] 송종의 전 법제처장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서울을 떠났다. 피할까 싶어 연락도 넣지 않았다. 숱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10년간 피해온 그다. 세 시간을 달려 당도한 곳이 논산시 양촌리다. 있을까, 있더라도 만나줄까, 이런 저런 근심이 머릿속에 쌓여가는 사이 어느덧 양촌영농조합법인이란 큼지막한 글씨의 공장과 창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동남쪽에 틀어 앉은 ‘天古齋(천고재)’란 옥호의 2층짜리 빨간 벽돌집이 객을 맞는다. 정원 잔디에 서있는 주인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성성한 백발이다. 장맛비가 걷힌 후텁지근한 오후, 흙 묻은 바지를 입고 선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오가는 길에 들렀다.”고 하자 “먼 길 오신 손님이니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며 조합 사무실로 안내한다. 1998년 문민정부의 마지막 법제처장을 끝으로 세상에서 얼굴을 감춘 송종의씨. 참여정부에서도 법무장관, 부패방지위원장 등 요직에 천거됐으나 끝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총리를 빼고는 다 거론됐다.”고 손사래를 친다.“노무현 대통령과는 악연이 있어요. 부산지검 시절 그렇게 구속시키려고 했는데, 그때 구속시켰어야 했는데….”라고 껄껄 웃는다.87년 2월 부산에서 열린 박종철 추모집회 현장에 있다가 붙들려온 노무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결재했던 이가 바로 당시 송 부산지검 차장검사였다. 그러나 이런 악연 때문에 벼슬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어서였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악연이…” 법제처장 퇴임사 말미에 그는 열여섯자 자작 한시를 남긴다.‘귀거래혜(歸去來兮) 영고무상(榮枯無常) 산수자한(山水自閑) 좌간부운(座看浮雲)’. 풀이하면 “돌아가네, 영화와 쇠락이 무상하니 자연에서 한가로이 뜬구름 바라보리.”라는 뜻일 게다.“이렇게 떠나왔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거지.”어릴 때부터 한학을 했던 그는 한시와 시조에 능하다. 검사 시절 송도사, 한학도사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의 첫 낙향은 95년이었다. 대검 차장이던 당시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1기 후배인 김기수(사시 2회) 당시 서울고검장과 경합했다. 그러나 김영삼(YS)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경남고 후배인 김 고검장에게 고배를 마시고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심정으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며 훌훌 밤농장이 있는 이곳으로 내려왔다.YS는 1년 뒤 법제처장으로 그를 불러들인다.“검찰총장 건으로 빚을 졌다고 생각한 게야.YS가 조각을 해놓고는 통보한다고 나를 찾았던 모양인데, 휴대전화도 잘 안 되던 시절이라 집에 와보니 집사람이 ‘청와대에서 급하게 찾는다는데 무슨 큰일난 거냐.’고 하는 거야. 전화를 넣었더니 YS가 ‘니는 와 그리 연락이 안 되노, 내일부터 법제처장이니까 그리 알아라이.’라면서 응대할 틈도 안 주고 전화를 끊더라고.” ●서재에는 불경과 고서·역사서로 가득 1년여의 법제처장을 마치고는 다시 양촌으로 돌아왔다. 양촌과 연을 맺게 된 것은 71년 강경지청 검사를 하면서이다. 이곳의 국유지를 불하받아 밤나무를 심었다.10∼20년생이 가장 튼실한 열매를 맺는 나무인지라 30년쯤 된 ‘1세대’를 2000년대초 베어내고 새로 심은 ‘2세대’가 이제 탐스러운 과실을 머금기 시작했다. 그가 나무를 심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육군 법무관 시절인 67년 베트남에서 귀국할 때였다. 여수 상공에서 내려다 본 조국의 강산은 온통 황토색 민둥산이었다.“비행기에서 지은 시조 2수가 지금의 내 인생을 만들었어.” ‘전략…눈비벼 다시 보아 민둥산을 알았네/이렇게 헐벗었더냐 꿈에 그린 내조국’,‘옷을 입히리라 초록으로 덮으리라…중략…이 결심 헛되이 마라 천지신명 다 안다’ 나무를 심어놓은 양촌으로 오면서 그는 법전을 비롯한 법률 서적을 모조리 고물상에 줬다. 법전을 불태웠다거나 창고에 넣어뒀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조합 사무실의 ‘천목헌(天目軒)’이란 서재와 집 어딜 둘러봐도 불경과 고서, 역사서뿐이다.“이렇게 사는데 시비를 둘로 갈라야 하는 법이란 게 왜 필요한가?”그런 법을 배우려고 법대에 갔지만 원래 그는 공대 체질이었다. 손수 조립한 4구 라디오로 클래식을 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형이 서울대 법대를 다녔는데 전쟁통에 졸업도 못 하고 고시도 안 됐어. 그래서 집에서 인정받으려고 법대도 가고 고시도 봤어.” 사시1회의 선두주자 검사 송종의의 인생 갈림길은 그렇게 여러 차례 있었다.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애지중지하던 스무살된 아들을 교통사고로 96년 잃은 것이다. 그때의 충격으로 한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부인을 부산의 어느 절에서 발견했다. 묵었던 절방이 ‘천목단(天目壇)’이었다.“스님이 던져준 화두를 풀면서 열사흘을 있었는데 하룻밤도 못 잤어. 뭔가 옆구리를 쿡쿡 쑤시는 귀신 같은 게 있다는 그 방에서 이틀 이상을 버틴 스님이 없었다는데 말이야. 결국 열사흘을 보내고 그 절에서 내려왔지.”이때 부부가 법명을 받았는데, 그는 천목, 부인은 고불법(古佛法)이다. 앞 글자를 한자씩 따 양촌 집의 옥호로 삼았다. “이제는 (슬픔을)다 털어버렸다.”고 한다. 쌍둥이 외손녀(13)를 위해 ‘외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을 쓰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 A4용지로 180장 남짓 썼다. 재경부 사무관을 거쳐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사위와 딸 사이에 낳은 손녀들이다.‘딸에게 주는 편지’는 이미 340장을 탈고했다. 사시에도 합격했던 이 사위에게는 법조인의 길을 안 걷는다는 조건으로 딸을 줬다. ●농촌기업 성장시킨 성공한 귀농 사업가 가끔 찾아오는 선후배들을 위해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왜 낙향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천목거사의 생활’을 비롯한 그의 인생을 53개의 파일,370분 분량으로 손수 제작했다.“파워 포인트를 1년간 배워 하는 장난”이라는 이 영상물은 귀한 손님에게만 보여준다. 사무실 거실에 아예 스크린을 걸어놓았다. 첫 관객이 법제처장 시절 모신 이수성 전 총리였다. 낙향이라곤 하지만 사실 그는 성공한 귀농 사업가라고 하는 편이 옳다.96년 세운 양촌영농조합은 “전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밤농장에서 나는 밤 40t을 비롯해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한해 1500t가량의 밤을 가공하고 있다. 딸기가공에도 손을 대 전국 딸기생산의 7%를 차지하는 논산 딸기를 포함해 한해 1800t을 처리한다. 뿐만 아니라 사과, 포도, 유자, 자두, 복분자, 매실 가공도 하고 있다.11년 만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모범적인 농촌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예까지 왔으니 저녁을 먹고 가란다. 성화에 못 이긴 척 이웃한 전북 운주의 음식점으로 옮겨 소주잔을 주고받는다. 서울을 오가며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며 세상일을 전해들었을 법하다. 대통령선거와 특수부 시절 데리고 있던 김성호 법무장관의 거취가 자못 궁금한 모양이다. 결국 자리는 폭탄주로 이어졌다.66세의 나이에도 술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예닐곱잔의 폭탄주에도 꼿꼿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관직에 나갈 생각이 없으시냐고 하자 그의 꼬장꼬장한 목소리는 단호하다.“꽃은 피고 지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양촌(논산)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선거·사회적 이슈에 프레임을 장악하라

    이른바 ‘노무현 프레임’(노 대통령이 올 대선의 단계적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정국의 판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없다’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범여권에서만도 ‘노무현 프레임’을 깨야 대선승리가 가능하다, 유지해야 이길 수 있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소득 중간층 감소 대책을 정부측에선 ‘양극화 해소’라고 말하고, 한나라당측에선 ‘중산층 되살리기’라고 달리 표현한다. 바로 프레임 장악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인지언어학 용어인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구조화된 정신 체계를 뜻한다. 프레임을 장악한 세력은 해당 분야의 주도권을 쥐고, 대중은 이미 형성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정치권이 프레임에 그토록 민감한 까닭은 한번 세력을 얻은 프레임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대중의 무의식을 장악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 참패하자 독자적인 프레임 구축 없이 한나라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다닌 결과란 분석이 나왔다. 당시 정치권에선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미 캘리포니아대 언어학과) 교수의 프레임 이론이 주목받았다. 최근 그의 새 책 ‘프레임 전쟁’(창비)이 출간됐다. 미국 민주당의 연이은 선거패배 원인을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 패배에서 찾은 레이코프의 분석은 한국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레임이 이슈의 성격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먼저 이라크전쟁을 꼽는다.‘이라크점령’이 아닌 ‘이라크전쟁’이란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전쟁의 대의 획득은 물론 진보주의자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옮긴이인 나익주 전남대 영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비슷한 예로 한국의 ‘세금폭탄’을 든다.‘종합부동산세=세금폭탄’이란 보수언론의 프레임 설정은 종합부동산세가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해를 끼친다는 인식을 퍼뜨려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설정하지 못하고 상대 프레임을 단순 부정하는 것의 역효과도 경고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이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변호했을 때 모든 미국인들은 닉슨을 사기꾼으로 생각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대운하 검증논란을 두고 범여권이 수세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결국 이 후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면서, 같은 예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청계천 개발을 비판한 김민석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패배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이전을 비판한 이회창 후보의 패배 등을 꼽았다. 반면 노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무시전략은 철저한 외면으로 프레임화 자체를 차단한 경우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여권의 대통합논의는 선거 때만 되면 부각되는 ‘민주-반민주’ 구도의 민주대연합 프레임을 답습하는 것으로 진보정치나 생태주의와 같은 새로운 프레임 형성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고은이 말하는 ‘시대·역사·개인’

    “나도 문둥병에 걸려야겠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발가락이 썩어서 떨어져 나가고…. 그 다음에 떠돌다가 시 몇 편을 써야겠다.” 십리길 통학로에서 주운 ‘한하운 시초’는 중학생 고은에게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나병 시인 한하운의 시집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밤새도록 읽은 고은은 그날로 ‘한하운처럼´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EBS 인터뷰 다큐 ‘시대의 초상’은 31일 오후 10시50분 ‘시인 고은이 말하는 시대와 역사와 개인’을 방송한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영어·불어·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된 시집이 적어도 17개 나라에서 읽히는 시인 고은이 육성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들려준다. 한국 전쟁으로 3년만에 500만명 가까이가 죽어나갔다. 죽음과 폐허만이 가득한 시기에 고은은 피란을 다니며 하루에도 10여편씩 습작 시를 짓는다. 훗날 그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고통과 죄의식이 자신을 ‘죽음’이란 화두에 매달리게 했다고 고백한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겪으며 작가의 사회적·역사적 책무를 깨달은 그는 군사독재시절 민족과 현실을 질타하다 네 차례나 구속된다. 이후,2000년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고,2004년에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는 등 현대사의 중심에서 민족적 사업을 이끌어나간다.“우리 민족에게 통일이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의 문화적 고향으로 가는 것이다.” 한민족과 언어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음성이 절절하게 다가온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책꽂이]

    ●트레킹-세계의 산을 걷는다(채경석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트레킹이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던 데서 유래했다. 전문 산악인들이 개발한 네팔의 히말라야 등 험한 산악길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정착된 말이다. 오지문화여행을 전담하는 여행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지은이가 세계 각국의 트레킹 코스를 소개했다.3만 5000원.●이보디보-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션 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지호 펴냄) 이보디보(Evo Devo)란 생명과 관련된 모든 학문 분야를 하나로 묶는 진화발생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을 말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지은이는 지난 20년동안 축적된 이보디보의 연구성과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소개한다.1만 8000원.●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여인형 지음, 한승 펴냄) 동국대 화학과 교수인 지은이가 일상생활 속 화학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그는 ‘철이 든다.’는 것은 분별이 있어서 정신적으로 성숙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몸 속에 정신발달에 도움을 주는 철이 풍부해진다는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기지 넘치는 문구라고 설명한다.1만원.●색연필화 쉽게하기(김충원 지음, 진선아트북 펴냄) 명지전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교수인 지은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교육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 책은 어린이가 아닌 미술 초보자인 어른들을 위해 많은 화구 가운데 가장 다루기 쉽고 사용이 편리한 색연필 기법을 소개함으로써 채색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기법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9000원.●프레임 전쟁(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창비 펴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에 연패한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화제를 모았던 지은이의 신작.‘보수에게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이라는 부제처럼 진보세력에 가치와 원리에 집중하고 도덕성과 진정성을 무기로 프레임을 재정비하라고 충고한다.1만 1000원.●꽃아 꽃아 문열어라(이윤기 지음, 권신아 그림, 열림원 펴냄) ‘그리스 로마 신화’로 밀리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지은이가 우리 신화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그동안 ‘가까이 있는 우리 신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 데 있는 서양 신화에만 관심을 둔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결국은 우리 신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1만 2000원.●약탈자들(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 김시현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지은이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로 자본주의에 의한 숲의 파괴를 고발한다. 이상기후,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는 숲의 파괴에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인간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자본의 잣대를 아무데나 휘두르는 근시안적 사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1만 2000원.●신대역동의보감(허준 지음, 동의문헌연구실 옮김, 진주표 주석, 법인문화사 펴냄) 동양3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활용되는 ‘동의보감’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새로 번역하고 체제를 다시 꾸몄다.20여명의 전문학자가 세밀하게 교정을 보고, 경희대·대구한의대·동국대·원광대 등 전국 11개 한의대 교수 35명이 감수하여 정확도를 높였다.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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