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란 전쟁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수질기준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4강 진출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선박 발주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부산지검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380
  • 전국은 기름값과 전쟁 중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들은 너도나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예 승용차를 팔고 자전거를 구입하는가 하면 연탄이나 화목 보일러 설치와 하우스 시설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 주유소도 급격한 매출 하락에 따른 적자 보전에 고심하는 등 유류값 상승 여파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엔 ‘BMW족’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유명차 브랜드인 ‘BMW’를 빗댄 말로, 승용차를 집에 둔 채 버스(Bus)와 지하철(Metro), 도보(Walking)로 이동하는 ‘알뜰족’을 말한다. 광주시에서 전남 나주로 출퇴근하는 이모(37·회사원)씨는 지난달부터 승용차를 집에 놔두고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엔 일주일이면 10만원어치를 주유하면 됐는데 몇달 전부터 15만원, 지난 달부터는 20만원을 육박했다.”고 말했다. ●자가용족 시내·통근버스 이용 급증 이모(56·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최근 승용차를 팔고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씨는 “회사가 가까워 아예 차를 처분하고 자전거를 구입했다.”면서 “기름값 부담은 없어졌지만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자전거 판매량이 예년보다 20∼3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울산공단의 에쓰-오일은 직원들의 통근버스 이용이 늘어나 출퇴근 시간에 부산 해운대 지역을 비롯해 14개 노선에 18대씩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등 통근버스 운행 대수와 노선을 늘렸다. 단독주택에 사는 주부 박모(40·광주 북구 매곡동)씨는 “기름보일러용 등유 가격이 20ℓ당 2만원으로 지난해 1만 5000원보다 크게 올랐다.”며 “올 겨울은 전기매트를 구입해 난방비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싼 주유소 찾아 원정도 주말 등을 이용해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원정을 나가는 실속형 운전자도 늘고 있다. 박모(34)씨는 “전국 주유소의 판매가 비교 사이트인 ‘오일프라이스워치’를 통해 싼곳을 찾아 주유를 한다.”며 “가장 싼곳에서 주유할 경우 5만원어치에 2∼3ℓ를 더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름 보일러를 화목이나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계룡산 아래 마을인 충남 공주시 계룡면 중장1리 김철근(63)씨는 “우리 마을 40가구 가운데 20%는 화목보일러나 연탄을 때고 있다.”며 “아직 기름보일러를 때는 집은 노인들이 기름값이나마 벌기 위해 막노동판에 나가 일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시설 재배를 하는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남 나주시 세지면 멜론 재배농가들은 요즘 기름값과 전쟁이다. 염만준(60) 세지멜론연합회장은 “멜론은 28∼30도로 생육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말도 못하게 많이 든다.”며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예전에는 하우스 안에다 부직포 1장을 덮었으나 지금은 4장을 겹쳐서 커텐처럼 친다.”고 말했다. ●감귤 등 하우스 농사 포기 속출 김종훈(44·서귀포시 도순동)씨는 최근 하우스 감굴 재배를 포기했다. 김씨는 “치솟는 기름값에다 인건비 인상 등으로 남는 게 없다.”면서 “내년에는 기름값 걱정없는 노지 감귤 농사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설재배 농가들은 나무나 연탄 보일러로는 열효율이 기름보다 떨어져 기름을 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한 호접란 농장은 기름 보일러를 없애고 1000만원을 들여 지하공기(연중 15∼18도)를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설치했다. 농장주 오모(44)씨는 “지하 40∼60m에서 끌어 올린 지하공기를 공급하면 여름철에는 온도가 2∼5도 내려가고 겨울철에는 5∼6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초기 시설에 목돈이 들어가지만 기름값 인상에 촉각을 세우는 걱정에서는 해방됐다.”고 말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허용길 농촌지도사는 “지하공기를 이용하면 유류비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어 시설 재배농가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 소비가 줄어드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중소형 주유소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성남시 수정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4)씨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매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경제난 속에 매출이 줄어든 데다 기름값마저 크게 올라 업종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뿌리치기 힘든 종전선언의 유혹

    [정종욱 월드포커스] 뿌리치기 힘든 종전선언의 유혹

    종전선언을 두고 말들이 많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일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이었다.‘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말을 두고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3자가 되면 누가 빠지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문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종전선언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이 작년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였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얘기도 정부 쪽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막상 종전선언의 주체가 누구인지 논의하지 않았다니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종전선언의 주체에 대한 시비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선언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종전선언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협상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외교부 장관은 평화체제를 협상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인 데 비해, 외교부는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구체적 여건이 갖추어져 비로소 정전선언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서 어느 쪽의 생각이 맞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똑 같은 문제를 각각 다른 입장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본다.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킨 대통령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듯하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종전선언까지 하게 되면 적어도 남북관계에서의 대통령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역사에 보다 훌륭한 기록을 남기기를 원한다고 해서 인색해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선언을 한 다음에도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면 선언은 우스갯거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북한이 핵 시설의 불능 단계를 끝내고 보유한 핵 물질을 모두 성실히 신고해야 한다. 금년 말까지 이런 일들이 끝날 것이라는 게 힐 차관보의 말이지만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주변의 정세를 보면 걱정스러운 일이 한 둘이 아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란이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고 이라크 반군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혼자라도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대한 제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도 네 곳이나 자금을 동결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는 다시 보수파들이 강경입장을 내놓고 부시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부시가 이란을 보는 시각이다. 그에게 이란은 미국을 파멸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불사하는 악의 축일 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5년 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부시 자신도 얼마 전에 세계 3차 대전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중동 정세는 치솟는 기름값만큼이나 불안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과 관련이 있는 시리아의 핵시설에 대한 의문이 다시 나오고 있다.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 신중해야 할 때이다. 종전선언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반도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정전체제를 없애고 평화체제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놓으려 하는 것이지만 주변의 여건은 그렇지 않다. 국제정치에서 선언처럼 화려하면서도 실속 없는 행동도 없다. 선언이 나쁠 거야 없지만 그것이 실속 있는 역사적 업적이 되기 위해서는 여건이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美·이란 정면 충돌 치닫나

    미국과 이란 관계가 다시 정면 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중동의 테러단체 지원 조직으로 지목해 제재를 가하자 이란이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두 나라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란핵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타는 장작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러시아와 미국 민주당 일부에서도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은 이날 미국의 제재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단순한 군사조직이 아닌 이란을 움직이는 핵심권력인 혁명수비대가 테러 지원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이란의 자존심과 국가 정체성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오른쪽) 대통령도 이란-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혁명수비대 출신이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의 합법적인 조직들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은 국제법에 어긋나고 정당성도 결여돼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의회 외교안보위원회 대변인 카젬 잘랄리도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으로 두 나라 사이의 벽이 더 높아질 것이며 대화는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조치는 대략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이란 정치·경제를 움직이는 실체의 발목을 잡는 것. 혁명수비대는 정치뿐만 아니라 주요 인프라산업, 군수분야, 석유산업 등 경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이란 내부의 반정부 여론을 부추기고 핵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 최근 이란 내부에서는 아마디네자드정권이 핵주권에만 매달리면서 경제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년 이란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파 득세를 막아 아마디네자드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것. 강력한 경제제재로 경제 숨통을 조이면 국민들이 현정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이종화 교수는 “이란 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 카드”라고 분석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혁명수비대가 아닌 이란 자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핵 문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 민주당도 이번 조치가 백악관이 이란과 전쟁을 하기 위한 행진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인 크리스토퍼 도드는 “조지 부시(왼쪽) 미국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부시 대통령에게 대 이란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승인하는 첫번째 단계를 제공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희수 교수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수순의 하나”라며 “이라크 상황이 최대 변수”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종화 교수는 “임기말에 있는 부시가 이란과의 전쟁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라크와의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진 상태에서 전장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용어클릭] ●이란 혁명수비대 이슬람 최고혁명위원회가 창설한 정예군. 육군 10만명, 해군 2만명 등 총 12만명으로 구성돼 있다.50만명 규모의 우익 청년 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를 산하에 두고 있다. 정규군보다 처우가 훨씬 낫다. 최고 지도자 직속의 헌법기관으로 이라크전에선 바스라지역 전투에서 인해전술을 동원한 잔인한 백병전으로 악명을 떨쳤다.
  • [자이툰 쟁점 점검] (상) 한미동맹·국가브랜드 제고론

    [자이툰 쟁점 점검] (상) 한미동맹·국가브랜드 제고론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자이툰부대의 주둔연장 방침과 함께 다음달 국회에 파병연장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밝힌 파병연장의 논거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한·미공조의 중요성 ▲국제사회 기여를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자이툰 효과’를 통한 기업진출 촉진 등이다. 군도 해외·연합작전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파병 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이툰 파병 논란의 쟁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2004년 파병에도 미 대북압박 강화 정부가 내세우는 파병연장론의 핵심 논거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2003년 정부가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던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등장했다. 노 대통령도 23일 대국민담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한·미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파병의 당위성을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론 역시 만만찮다. 이라크 파병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2003년 정부의 파병결정 직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한편, 위폐문제와 방코델타아시아를 통한 돈세탁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가 해결의 길목에 들어선 건 역설적으로 미국의 이라크전 실패와 북한의 핵실험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가 악화된 이라크 상황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고, 때마침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미국 대외정책에서 북한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의 북핵 로드맵은 자체의 동력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라크에서 철군을 하더라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실제 미국의 북핵전략이 담긴 젤리코 보고서나 최근의 부시 대통령 발언 등을 종합하면 북핵 문제를 임기중 해결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북핵이 자국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는 판단에서다.1000명 안팎에 불과한 자이툰부대의 거취는 변수가 못 된다는 얘기다. ●“파병, 한국 이미지 악화” 정부도 인정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논란거리다. 국방부의 송봉헌 국제협력관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데 긴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2004년 파병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국제사회 보은론’의 변종이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입수한 외교통상부의 지난해 11월29일자 대외비 문서에서 정부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의 이점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 파병 등으로 아랍권에서 친미성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대외관계를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라크 파병이 중동지역에서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57개국이 참여하는 이슬람회의기구(OIC)가 5월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이라크 주둔 외국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던 사실도 파병국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여론이 얼마나 비우호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원혁 연구위원은 “국가 브랜드를 생각하면 파병에 소요되는 돈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게 낫다.”면서 “모두가 명분 없다고 비난하는 전쟁에 군대를 보내 국가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OECD국가들의 GDP 대비 ODA 규모가 평균 0.3%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0.06%에 불과하다. 한국의 최대 무기수출시장인 터키가 쿠르드반군 토벌을 위해 이라크 월경(越境)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분쟁 당사국 한쪽엔 무기를 팔고 다른 한쪽엔 군대를 보내 개발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자이툰 파병 연장 논란] 정부 ‘쿠르드 딜레마’

    [자이툰 파병 연장 논란] 정부 ‘쿠르드 딜레마’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 지역에 자이툰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우리 정부가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했다. 지난 17일 터키 의회가 쿠르드반군(PKK) 소탕을 위해 이라크 월경(越境) 공격을 승인한 뒤 터키군과 PKK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엔 무기 팔고, 쿠르드선 경제이권 확보? 터키·이라크 국경은 자이툰부대가 주둔한 아르빌로부터 직선거리로 85㎞밖에 되지 않는다. 터키군 수뇌부가 한국군 안전을 구두로 보장했다지만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일각에선 자이툰부대가 쿠르드반군의 ‘군사적 볼모’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터키가 한국 무기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이다.2001년 10억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엔 훈련기 KT-1과 차기전차 ‘흑표’ 5억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군대 주둔을 지렛대로 쿠르드 지역의 개발권을 확보하려는 정부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분쟁 당사국 한쪽엔 무기를 팔고 다른 한쪽엔 군대를 보내 개발이권을 챙긴다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쿠르드 경제력 커질수록 정치불안 심화 지정학적 특성상 쿠르드의 경제적 안정성이 높아질수록 정치 불안은 심화된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KRG는 올해 안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북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병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심각하다.KRG가 키르쿠크를 확보하면 석유생산 점유율이 지금의 3%에서 10%선까지 늘어 자립기반이 확보된다. 하지만 이는 쿠르드의 숙원인 분리독립 움직임을 촉발할 것이고 결국 터키 등 주변국의 군사개입을 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 입장에선 쿠르드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한 ‘파이’가 커지는 이점은 있지만, 동시에 정치 불안이 가중돼 활동폭이 제한되는 역설적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북부와 터키, 이란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소수민족으로 이라크 북부와 터키 남동부 지역에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9) 논산 연무~상월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9) 논산 연무~상월

    전북 여산에서 1번 국도와 갈라진 옛길은 충남 논산 연무대와 닿아 있다. 이 길로 접어 들면 연무읍 고내리에 봉곡서원이 나온다. 서원 앞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여자들이 꿈을 꾸면 옛날에 욕을 본 사람들이 나타난다며 (서원을) 옮기라고 해유.”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최근까지 사람이 살다가 떠난 흔적이 있다. 특별하게 보이는 서원은 아니지만 이계맹 등 조선시대 때 귀향을 갔던 선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기에 그리 생각하는 듯했다. ●논산훈련소 주변 경기도 옛말 서원 앞에는 ‘황화정(皇華亭)’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다. 황화정은 서원에서 400m쯤 북쪽에 있던 정자다. 옛날 현감(군수)이 관찰사(도지사)를 맞고 배웅을 하던 곳이다. 황화정이 훼손된 뒤 비석만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황화정이 있던 마을은 지금 한적하고 쇠락한 농촌일 뿐이다. 예전에 전라도 지역에 속했던 마을이다. 이 마을 끝에서 옛길은 다시 1번 국도와 만난다. 곧 이어 육군훈련소(옛 논산훈련소·연무대)와 입소 대대가 나온다. 훈련소 앞에서 식당 호객을 하던 김영심(74)씨는 “훈련소도 옛날 훈련소지, 지금은 아녀. 자꾸 오그라져.”라며 최근의 경기를 전했다. 흔한 술집도, 다방도 없다. 입소병의 ‘총각딱지’를 떼주던 아가씨촌도 사라졌다. 교통이 좋아져 입소날에 부모의 차를 타고 오고 면회 때도 멀리 나가 먹는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호객을 하던 70대 할머니는 “재수 있으면 하나 걸리고 공 치는 날이 많아.”라고 한탄을 했다.“밥 먹고 가슈.” 두 할머니는 끝내 객(客)의 소매를 잡아끈다. 훈련소 입소 대대 앞도 마찬가지다. 식당이 줄지어선 거리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논산은 역사상 최고 전쟁터 훈련소에서 옛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다 옆길로 2㎞쯤 빠지면 견훤 왕릉이 나온다. 이 왕릉은 기념물 26호로 연무읍 금곡리에 있다. 견훤은 완산(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세력을 키웠으나 아들 신검과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내분을 빚으면서 고려 왕건에게 멸망했다. 죽으면서 “완산이 그립다.”고 해 이곳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전주 모악산이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논산은 후백제가 왕건과 전투를 벌였고 백제가 멸망할 때 계백장군이 신라와 싸운 황산벌이 있는 곳이다. 육군훈련소도 이곳에 있고 계룡대도 있다. 삼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현재 계룡시에 속하지만 이전에는 논산 땅이었다. 논산지역 향토 사학자 류제협(61)씨는 “논산은 넓은 곡창지대여서 전투식량 조달이 손쉬워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치러졌다.”며 “삼국시대 때는 접경 지역이라 전쟁이 많았고 계룡대는 높은 계룡산이 둘러싼 천혜의 요새여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논산은 최대 전쟁터일 뿐만 아니라 삼국 통일을 이끌어 통일을 상징하는 고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견훤 왕릉에서 다시 탄 옛길은 연무터미널과 개태골을 거쳐 1번 국도와 갈라져 은진향교로 향한다. 은진면 교촌리에 있는 이 향교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으로 봄과 가을에 제향을 지낸다. 공자 등 성현 22명의 위패를 모신 향교는 평상시에 문이 닫혀 있다. 향교 안에 3000년 된 은행나무가 있어 떨어진 은행 열매가 옛 정취를 이어준다. 향교에서 1㎞쯤 올라가면 망보기마을이 나온다. 고개에서 적들이 오는지 망을 보았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양이나 전라도로 갈 때 선비들이 이곳에서 쉬었다고 한다. 큰 정자나무 밑에 계단식 서낭당이 있다. “20년 전만 해도 소몰이꾼들이 정자나무 밑에서 쉬다 갔어.” 나무 밑에서 붉은 고추를 널어 말리던 70대 할머니가 넋두리처럼 내뱉었다. 이 마을을 지나면 옛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촉사가 있다. 보물 232호 석등도 있지만 높이 18m의 국내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보물 218호)이 서 있어 유명하다. 고려 목종 9년(1006년)에 완공된 이 석불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절초가 절 안에 가득 꽃망울을 터뜨려 가을 분위기를 한껏 뽐냈다. 사찰로 들어가는 계단 옆에 세워진 이승만 박사 추모비는 이 곳의 옛 정취와 달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추모비는 방공청년회 논산지부가 1965년 건립한 것이다. ●‘춘향전´에 7군데나 지명 나와 옛길은 다시 논산시 부적면으로 이어진다. 향토 사학자 류씨는 “전북 여산에서 충남 공주 경천까지 가는 길의 지명이 춘향전에 7군데나 나와 이 구간이 ‘춘향전 옛길’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새다리도 이 가운데 하나다. 부적면 신교리 논산천에 있는 이 다리는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면서 다리를 놓았던 돌이 냇가에 묻혔다고 한다. 부적면사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진 옛길은 지금도 넓은 논 사이를 달린다. 호남선 건널목을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2리의 자연부락인 지밭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무당이 후백제를 멸망시키려 왔던 왕건의 꿈을 해몽해줘 왕건이 이를 믿고 공격, 끝내 멸망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서용호(81)씨는 “한양으로 가던 길은 농로가 됐거나 경지 정리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푸념했다. 4∼5㎞쯤 되는 비포장 농로를 달리다 보면 노성천이 나오고 이 하천을 건너자마자 초포마을이 나온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이 마을을 ‘풀개’라 불렀다. 주소는 광석면 항월리다. 이곳은 한양을 오갈 때 반드시 거치는 마을이었다. 자연히 주막촌이 형성됐고 왈패들이 많았다.‘최장사’니 ‘팔장사’니 하는 힘센 전설적인 장사 이름이 전설로 내려온다. 주민들은 이들이 들었던 거대한 돌이 있다고 전했으나 지금은 흔적이 없다. 새로운 교량이 들어섰지만 예전 다리를 쓰던 돌들이 냇가에 흩어져 있다.20∼30년 전까지만 해도 논산장을 가려면 지나던 길이다. 주막집들은 지금 슬래브 주택으로 바뀌었다. 허름한 기와집 한 곳에서만 막걸리를 팔았다. 주민 이유영(67)씨는 “주먹 깨나 쓰던 장사들이 많아선지 ‘아사리 풀개’라고 불렀다.”면서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곳에 5일장이 서면 노성, 상월 등 인근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 오는 걸 꺼렸다.”고 회고했다. 풀개를 떠난 옛길은 노성천 옆을 따라 올라간다. 노성면으로 들어서자 교촌리 ‘윤증고택’이 맞는다. 윤증(1629∼1714) 선생은 조선시대 숙종 때 한학자로 스승 송시열 선생의 논리를 비판하는 등 성품이 대쪽 같았다. 대사헌, 우의정 등에 임명됐으나 모두 사양했다. 고택은 윤증의 성품대로 간결하고 품위가 있다. 중부지역 양식에 남도풍이 가미돼 있다. 중요민속자료 190호다. 길은 이어 상월면을 거쳐 공주시 계룡면으로 들어간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부인2리 지밭마을 유래 “옛날 선비들이 한양에 말 타고 갈 때 서낭당 앞에서 내려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대유.” 논산시 부적면 부인2리 지밭마을 주민 오영근(65)씨는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전하면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마을안 논 옆에 세워져 있는 서낭당은 무당을 모신 곳이다. 이 무당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의 아들 신검의 후백제를 멸망시키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왕건이 후백제를 치려고 개태사 근처에 진을 치고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자신이 무쇠솥을 쓰고 물속에 빠지는 꿈이었다. 왕건이 “불길하다.”고 고민하자 부하들이 “이 마을에 해몽을 잘하는 무당이 있으니 한번 물어보자.”고 했다. 무당의 딸로부터 ‘흉몽’이라는 얘기를 듣고 낙심해 되돌아가던 왕건을 때마침 집에 돌아온 무당이 붙잡았다. 무당은 “길몽이다. 솥은 왕관을, 물은 등극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왕건은 무당의 말에 곧바로 후백제를 쳐 멸망시켰다.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뒤 무당의 은혜를 갚고자 ‘부인’이라는 작위를 내리고 땅을 하사했다. 지금의 마을 이름도 이 작위명에서 유래하고 있다. 지밭이란 자연부락명도 ‘제사를 지내는 데 쓰는 밭’이란 뜻에서 변형됐다. 오씨는 “쳐다봐서 보이는 땅은 전부가 무당 땅이었다고 해요.”라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왕건이 하사한 엄청나게 넓은 토지의 일부가 지금도 전해진다는 것이다. 이 땅은 두 마지기(400평 정도)로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경작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쌀로 매년 대보름 전날 마을 서낭당에서 무당의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 요즘 서낭당 앞에는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쌓여 있지만 제사 때는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지낸다고 한다. 제삿날이면 일부 주민이 풍물을 치면서 서낭당으로 올라간다. 제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 풍물소리를 들은 이웃들이 준비해놓은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뒤따른다. 제사는 성대하다. 오씨와 함께 도랑에서 우렁이와 참게를 잡고 있던 서일웅(67)씨는 “(제사를 지내는) 그날은 주민 모두가 멸치도 안먹는다.”고 웃었다. 비린 것을 피할 정도로 무당의 제사를 신성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여년 전만 해도 제사 때면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했다.”면서 “지금도 제삿날 직전에 초상집에 갔던 주민은 서낭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 하겠다는 분들이…/ 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 하겠다는 분들이…/ 육철수 논설위원

    5년 전 서울시청에 출입할 때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이명박 당시 시장의 어릴 적 사연을 알고 목이 멘 기억이 있다. 기자로서 출입처 장(長)의 됨됨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출입 첫날 그의 자서전을 구해 밤새워 읽었다. 그가 고교시절을 회상한 대목이었던 것 같다. 여동생과 자취할 때, 매달 양식이 모자라자 봉지 30개에 쌀을 나눠담아 하루하루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배고픈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오누이의 모습이 선하게 떠올라 그만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그런 연유로 치열하게 살아온 이 전 시장을 모질게 비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빼곡하게 담겨 있을 과거사가 자꾸 떠오른 탓이다. 이 후보는 지금 대통령을 향해 정신 없이 뛰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가까이서 지켜보니 그도 특별한 게 없었다. 가끔 함께 식사하다 보면, 그도 국물 흘리고 밥풀 떨어뜨리면서 밥을 먹었다. 말실수가 잦아 거슬릴 때도 있었고. 그런 그가 청계천 복원 때 주변 상인들을 수천번 만나 설득하고, 기어이 성공시켜 놓은 걸 보면서 보통사람하고는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며칠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인간승리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형 넷을 전쟁통에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삯바느질한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대학을 나왔다. 유신을 반대하다가 강제징집을 당하는 등 힘겨운 시절이 있었다. 스타 앵커에서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이면에는 분명 이런 고난들이 밑거름이 됐을 것 같다.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중당 심대평 후보, 그리고 문국현·정근모·이수성·장성민씨 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바삐 움직이는 인물들도 직·간접적으로 평판을 듣고 있다. 다들 나름대로 열정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누려온 분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살고 점잖은 양반들이 대권 욕심에 상식 이하의 언동을 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상대의 업적 폄하와 인신공격 발언이 지나쳐서 하는 얘기다. 공개 연설에서조차 상대 후보에 대한 호칭이 이따금 무례한 경우가 있다. 이름 석자 뒤에 ‘후보’라는 말을 붙이면 어디가 덧나나. 열세 후보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나, 그래도 기본예의를 갖추는 게 상호존중의 출발점이다. 후보중 한 명에겐 머잖아 ‘대통령’이란 묵직한 직책이 따라붙는다. 서로 옆집 강아지 대하듯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니다. 영영 안 볼 것처럼 남의 공약을 헐뜯고, 여전히 지역가르기나 하는 행태도 역겹다. 후보별 공약 평가는 국민에게 넘기고 당사자들은 자신의 정책만 잘 챙기면 될 일이다. 박터지게 지지고 볶아도 끝나고 화해하면 된다고? 하지만 말이 쉽지 악감정을 걷어내기가 어디 쉬운가. 의혹이 있으면 확실한 근거로 공격하는 게 정도다. 과잉충성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파행시키는데, 이들을 절제시키는 일도 결국 후보의 몫이고 책임이다. 대통령이란 하늘(민심)이 내리는 자리다. 앞으로 5년동안 대한민국을 빛낼 대표 브랜드이자 대표 상품이다. 품격이 변변치 않아도 중책과 국민 지지도, 언론으로 적당히 포장하면 카리스마가 절로 생길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선거과정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대통령은 제대로 건사하기 어려울뿐더러, 세계무대에 내놓기도 머쓱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국가의 핵심 지도자다. 나중에 어느 분처럼 “대통령으로서 말과 자세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소리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더욱 깊어진 ‘카카오 유혹’

    더욱 깊어진 ‘카카오 유혹’

    가을을 맞아 제과업계가 카카오 초콜릿 신제품 및 리뉴얼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지난봄에 이어 또다시 카카오 전쟁이 불붙고 있다. 롯데, 오리온, 해태·크라운 등 ‘제과업체 빅3’ 말고도 수입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카카오, 노화 방지는 YES, 다이어트 효과는 NO! 19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 초콜릿의 등장으로 초콜릿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국내 초콜릿 시장은 전년(2800억원)보다 25% 커진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 초콜릿이란 초콜릿의 주요 성분인 카카오의 함량을 기존(20∼30%) 대비 30% 이상 높인 제품.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에는 노화의 주범인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해 20,30대 여성에게 인기다. 특히 카카오 초콜릿에는 무게 기준 폴리페놀 함량이 토마토의 20배, 마늘의 2배, 포도의 3배 수준이어서 심혈관 질환, 만성피로증후군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웰빙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 달리 다이어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카카오 초콜릿도 일반 초콜릿처럼 g당 무게만큼 열량이 들어 있다. 지방 함량은 오히려 더 높은 경우도 많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교수는 “카카오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과일과 야채에도 폴리페놀이 많다.”면서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더라도 설탕이나 지방 함량 등은 일반 초콜릿보다 결코 낮지 않은 만큼 다크 초콜릿을 즐기면서 체중관리를 하고 싶다면 별도로 운동을 하거나 다른 식생활에서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초콜릿 봇물 제과업계에서 카카오 초콜릿은 자일리톨에 이은 제2의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그만큼 신제품 출시나 리뉴얼 제품도 많이 나온다. 오리온은 기존 카카오 함량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초콜릿 안에 오렌지(0.7%)와 브랜디(0.45%)를 첨가한 업그레이드 하이 카카오 제품인 ‘투유 오후의 휴식’을 최근 출시했다. 카카오 함량이 61%로 폴리페놀이 100g당 1319㎎ 들어 있다.20g 700원,80g(1055㎎) 3000원. 롯데제과는 기존 ‘드림카카오’의 디자인을 보강해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트레이드마크인 카카오 함량 표시 숫자가 인쇄된 금장라벨을 짙고 밝게 꾸미는 등 명품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였다. 유통 중에 변질을 막기 위해 업계 최초로 제품 상자를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 카카오 함량 56%는 한 통이 110g으로 폴리페놀이 1683㎎ 들어 있다. 가격은 3000원. 카카오 함량 72% 짜리는 106g(2270㎎)으로 역시 3000원이다. 해태제과는 연초 출시된 ‘秀(수)카카오’를 최근 새 디자인과 맛으로 리뉴얼해 내놓았다. 미국산 통 아몬드의 달콤한 맛을 보강했다. 갈색의 제품 포장도 짙은 검정으로 바꾸고 은박 붓글씨체로 제품명도 표기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카카오 함량은 57%, 폴리페놀은 100g당 985㎎이 들어 있다. 가격은 72g 2000원,104g 3000원이다. 이 밖에 수입 제품은 카카오 함량이 90%가 넘는 신제품이 많다. 스위스 브랜드인 린트는 종전의 엑설런스 다크 제품에 민트향을 첨가한 엑설런스 민트 다크를 내놓았는데 카카오 함량 99% 짜리도 나온다.50g에 5000원. 카카오 함량 70%와 85%는 모두 4500원(100g)이다. 미국 마스터푸드도 단일 원산지 카카오로 만든 도브 오리진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카카오 원산지에 따라 에콰도르, 도미니카, 가나 등 3가지 제품이 있다. 카카오 함량은 모두 61% 수준.100g에 3000원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盧정부 ‘美가 北공격땐 동맹파기’ 경고”

    “盧정부 ‘美가 北공격땐 동맹파기’ 경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진보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18일(현지시간) 노틸러스연구소의 온라인 정책포럼에 게재한 ‘김정일 부시와 맞서 이기다’라는 기고에서 부시 대통령과 미 정부의 강경파들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협상을 거부했으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결국 북핵 포기의 대가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게 된 사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또 부시 행정부가 2002년 9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천명하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들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미동맹은 파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은 한국측과의 긴밀한 협력없이, 또는 한국이 반대하는 경우 북한이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 거듭 노력했으나 결국 그같은 약속을 받지 못했다고 커밍스 교수는 소개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와 함께 딕 체니 미 부통령 진영 등의 일부 관리들은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 보유 사실이 드러난 뒤 북한에 대한 폭격 작전을 촉구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관리들은 그럴 경우 또 다른 한국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 논란이 빚어졌었다고 그는 전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은 이라크 전쟁의 빌미가 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처럼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미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이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자 9월에 석유 공급을 일시 중단했으며, 북한은 결코 그같은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나선 것은 이란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란이 더욱 큰 위협이라고 규정했고, 북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이란에도 핵 협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만일 부시가 이란을 무력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북한은 중립적이거나 문젯거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커밍스 교수는 주장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친구나 우방은 아니더라도 중립적 관계로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으로써 중국·러시아와 균형을 이루고 일본의 향후 행보에도 제동을 거는 것이 미국의 합리적인 21세기 동북아 전략이라는 것이다. dawn@seoul.co.kr
  • [女談餘談] 넘버 쓰리/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언젠가 아버지께서 성당 주보에 글을 쓰신 적이 있다. 그 글의 제목은 ‘넘버 쓰리’였다. 깜짝 놀라서 읽어 보니 말 그대로 우리 가족 중 아버지가 서열 3위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집은 요새 보기 드문 ‘3대 가족’이다. 할머니와 부모님, 언니와 나, 이렇게 다섯 명이 한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셔서 언니와 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 부분을 아쉬워하시지만, 언니와 나로선 어머니라는 모성과 할머니라는 대모성을 한꺼번에 겪은 운좋은 아이들이었던 셈이다. 아버지가 글에서 꼽은 ‘넘버 원’은 바로 할머니셨다. 할머니는 전쟁통에 사라진 할아버지를 대신해 증조할머니를 모시면서 생계를 책임지셨다. 삯바느질에서부터 시장바닥 보따리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신다. 그런 할머니에게 아버지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할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영원한 1순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넘버 투’는 당연히 어머니시겠지 싶었는데, 웬걸. 아버지는 우리집의 서열2위로 나를 꼽으셨다. 다 컸다고 말도 잘 안 듣고, 속상한 일 있으면 집에 와서 짜증만 내서 상전 모시듯이 한다고 농을 섞으시면서도, 잘 자라준 막내딸이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어머니도, 언니도 호랑이 같은 아버지가 나한테는 유독 약하다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 마음은 가장 잘 알았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다른 집 아버지와 좀 다르다는 것은 철이 든 뒤에야 알았다. 어렸을 때 나는 모든 아버지가 딸의 체육복에 직접 바느질을 해서 이름을 새겨주고, 일요일이면 모든 가족의 신발을 닦아주고, 휴일 청소와 점심식사 당번을 하시는 줄 알았다. 일전에 한 회사 선배가 나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널 보면 단순히 사랑받고 자란 아이라는 생각보다 믿음을 받고 자란 아이란 생각이 든다.”이제야 알겠다. 선배가 날 보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나에게 ‘넘버 쓰리’인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란 걸. 나는 아버지의, 아니 아빠의 보석같은 막내딸이고, 넘버 쓰리인 아빠 덕분에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단 걸. 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 [어떻게 지내십니까] 남장 여성정치인 김옥선 前의원

    [어떻게 지내십니까] 남장 여성정치인 김옥선 前의원

    7,9,12대 국회에 등원했던 김옥선(73) 전 의원.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남장(男裝) 여성 정치인으로만 유명했던 게 아니다. 그녀는 서슬 푸른 유신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가 금배지를 박탈당했던 이른바 ‘김옥선 파동’의 주인공이었다. 남존여비 풍조가 뿌리 깊은 우리 정치판에서 남자들보다 더 과감한 의정활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40세에 정치생명 박탈된 10년을 식물인간처럼 살아” 9대 국회 때인 1975년 10월8일. 김 전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딕테이터(독재자) 박’으로, 유신정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으로 맹공했다. 당시 여당인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들의 야유 속에 정회가 선포돼 발언도 마치지 못했고, 일부 발언은 속기록에서도 삭제됐다. 이상이 ‘김옥선 파동’의 시발로, 그녀는 그로부터 닷새 후에 의원직을 내놔야 했다. 의원직 사퇴 32돌을 며칠 앞두고 만난 그녀는 무척 정정해 보였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단정하게 빗어올린 신사풍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했다. 그러나 웅변조의 어투에도 불구하고, 여성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는 감지됐다. 특히 “40세에 정치생명을 박탈당해 인생 황금기 10년을 식물인간처럼 살았다.”며 명예회복의 당위성을 설파할 때가 그랬다. 그녀는 유신체제를 비난한 자신의 속기록 복원을 명예회복을 위한 최선의 자구책으로 보는 듯했다. 그러나 “속기록 복원은 사초를 바로잡는 일인데, 후배들이 너무 무성의한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난 2005년 국회운영위에 속기록 복원 청원이 제출돼 소위에서 여야가 사실상 합의하고도 위원장 교체 등 이런저런 이유로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속기록 복원 등을 통한 명예회복은 물론 손해배상 소송(고법에선 기각됐지만, 대법원 계류중) 등 법정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 회견을 통해 여론을 환기한다는 복안이다. ●“어머니가 죽은 오빠 그리워해 남장 하게 돼”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남장 여자 주인공을 등장시켜 시선을 끌었다. 서구에선 ‘드래그 킹’(남장 여자)이나 ‘드래그 퀸’(여장 남자)이란 속어에서 보듯 복장을 바꿔 입는 사람이 드물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파격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 전 의원은 퍽 선구적이다.1950년대부터 이미 남장으로 살아왔다는 점에서다. 그녀는 이에 얽힌 비화 두 가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선 “어머니가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가 죽은 오빠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1남3녀 중 막내인 자신이 남장을 하게 됐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환경에 적응하는 방편이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물들인 군복이나 작업복이 편해서 입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복장은 제쳐두더라도 그녀는 어떤 면에서 남성 의원들보다 더 치열한 정치활동을 펼쳤다.‘김옥선 파동’이 그녀의 의원직 사퇴로 결말이 난 뒤 당시 안국동 신민당사에는 예리한 1회용 면도날을 동봉한 항의 서신이 날아왔다고 한다. 남성 의원들에게 중요한 ‘뭔가’를 자르라는 힐난성 주문이었다. 굳이 이런 일화를 들추지 않더라도 그녀는 남성 지도자에 의해 ‘간택’되는, 정치판의 화초이기를 거부한 여성 정치인이었다. 그녀는 “(정치판에) 속좁은 남성들이 너무 많다.”면서도 “여성이기에 남성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후배 여성 정치인들에게 충고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여권 신장을 주장하면서 지역구 공천이나 비례대표에 여성 프리미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진정한 성 평등은 남성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쟁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악연을 맺었던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의외로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번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거물 정치인 한 사람이 “독재자의 딸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박 전 대표의 성장과정(유신 전)이 박정희 시대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YS·DJ 현실정치 훈수 그만뒀으면” 그녀는 2002년 대선에 입후보했다가 포기한 것을 끝으로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공사다망하다. 올 3월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회장 자리를 놓고 거물 정객인 이철승(素石) 전 신민당 대표와 경합했으나, 반탁 학생운동 대선배였던 소석에게 회장 자리를 내줬다. 내친김에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3김씨에 대한 인물평을 요청하자, 그녀는 “그 사람들은 너무 후배들을 안 키웠다.”고 받아넘기며 말을 아꼈다.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카리스마 같은 게 있었지 않았느냐.”고 되묻자,“그것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만큼 국민을 우려먹었으면 됐지, 이제 현실정치에 대한 훈수를 그만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올해 대선에선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엔 “나중에 후보자의 인물을 검토해 보고 후원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인터뷰 도중 김 전 의원은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느냐?”고 조크를 던졌다. 그러고는 “연애할 나이에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을 하느라고 경황도 없었다.”고 자답했다. 그러면서 “물론 결혼해서도 사회사업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모자원 아이들 옷가지를 사도 똑같은 것을 샀는데, 아무래도 친자식이 있었다면 좋은 것은 (친자식을 위해) 골라놓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부연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요즘 1955년 자신이 설립한 송죽학원을 종합대학교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즉 중국의 샨시(陝西) 중의학원 및 사범대학과 컨소시엄 형태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복지와 한의학에다 예술 분야까지 망라하는 교육의 전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은 “하느님이 생명을 연장해 주시는 만큼 나이와 관계없이 이 나라와 사회, 국민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운 필생의 소망을 토로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그녀는 누구인가 ‘알파걸’(α-girl)은 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자 댄 킨들런 교수가 만든 신조어다. 똑같은 조건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여러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이석(異石) 김옥선 전 의원은 ‘원조 알파걸’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그녀는 19세란 어린 나이에 사회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로 에벤에셀 모자원을 설립한 것이다. 한국전이 남긴 상흔인 전쟁 미망인과 고아들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21세 때인 1955년엔 고향인 장항에서 정의여중을,1959년엔 정의여고를 각각 설립해 교육사업에도 발을 디뎠다. 특히 서해의 낙도인 충남 보령시 원산도에 원의중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들의 이사장이나 초대 교장을 맡으면서 교장실이나 이사장실을 따로 만들지 않은 사실은 지금도 회자된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 지역구 국회의원 배지도 세 번이나 달았다.26세에 정계에 투신한 뒤 7대 국회에서 건국 이래 처음으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 1년만에 당락 번복 승소 판결을 받아내 배지를 달았다.9대 국회에선 당선 1년반 만에 이른바 ‘김옥선 파동’으로 물러난 뒤 10년 동안 공민권이 박탈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1984년 정치해금과 함께 12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1992년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의원은 사회사업가·교육자·정치인에다 기독교계 지도자 등 1인4역의 인생을 살아왔다. 부침이 많은 삶이었지만, 신앙과 낙천적인 생활관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보는 듯했다. 그녀는 “IMF 위기를 맞았을 때부터 자가용을 버리고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만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영업용 택시 기사들이 하루 일당도 못 번다는 얘기를 듣고 그 길로 승용차를 처분했다는 것이다.“이후 택시 이용 총횟수가 8000번은 넘는다.”고 통계까지 제시하며 웃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자이툰 파병 경제 실익 논란] 靑 “파병 연장” 선회 왜?

    “참여정부 업보, 임기 내 풀고 가자.”,“한·미공조 중요한 시기…철군 어렵다.” 당초 자이툰부대의 연말 철군일정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온 청와대가 파병을 연장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작스러운 입장선회 배경이 주목된다. 18일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안보·사회분야 수석실을 중심으로 자이툰 부대의 철군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정무팀과 시민사회수석실이 ‘당초 논란의 소지가 많았고,3년간 주둔하며 성의를 보였다.’며 철군을 압박했지만, 군 출신과 외교라인 동맹파가 포진한 안보정책수석실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미국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상층부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외교·안보라인의 설득이 주효했던 데는 가뜩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군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마당에 해외진출에 대한 군의 강한 욕구를 청와대가 마냥 외면하긴 어려웠다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원거리 작전경험과 외국군과의 연합작전 능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파병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예산과 병력 등 군 조직의 ‘특수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냉전 해체 뒤 유럽에서는 군부가 군축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파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경험하며 조직과 영향력을 키운 한국군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무샤라프·부토 ‘적과의 동침’ 최대 변수

    무샤라프·부토 ‘적과의 동침’ 최대 변수

    세계 3위의 무슬림대국 파키스탄호(號)가 정치적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대법원의 후보자격에 대한 심리가 17일 또다시 연기돼 5년 임기의 대통령 당선을 11일째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국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의 파키스탄호가 어디로 갈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짚어본다. 파키스탄 대법원이 이날 심리를 연기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반(反)무샤라프 성향의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앞으로 열릴 최종 심리에서 후보적격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대선 결과를 뒤집는 ‘깜짝 결정’을 내리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이 경우를 대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샤라프는 지난 9일 내년 1월초 총선에 대비해 과도내각을 구성하라고 내각에 지시했었다. 과도내각은 다음달 15일 이후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초 총선은 극단주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온건파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무샤라프의 의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무샤라프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의 협상에 착수하는 등 이미 총선 승리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양측의 협상은 이번 총선에서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이 다수당이 될 경우 권력을 분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친미성향의 두 사람은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서 갈수록 격화되는 이슬람세력의 무장투쟁과 관련해 온건파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무샤라프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에 따른 작업들이 하나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 정통성 시비… 무장세력 테러 우려도 하지만 파키스탄 정국은 그의 소망대로만 움직일 것 같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란 첫 고비를 넘는다 해도 그의 앞날은 가시밭길의 연속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정국 불안이 조기에 안정될지 여부는 5대 변수에 달려 있다. 첫 번째 변수는 PPP를 제외한 야당들의 반발이다. 야당들은 육군참모총장을 겸하고 있는 무샤라프의 출마자격이 없기 때문에 11월 총선을 치러 새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며 대선을 보이콧했었다. 특히 야당은 대법의 판결과 상관없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무샤라프와 부토의 권력분점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다. 벌써부터 밀실야합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보수 집권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도 자신들의 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성 시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AFP 통신은 무샤라프 정권에 반대하는 무장세력의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 변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집단반발이다.‘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해온 무샤라프가 지난 7월에 ‘붉은 사원’을 유혈 진압한 이후 이슬람 진영은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당시 동부 물탄에서는 이슬람주의 학생 500여명이 도로를 점령한 채 타이어를 불태우며 무샤라프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전문가들은 이슬람 급진세력과 무샤라프간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붉은 사원의 무력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종교 지도자들은 탈레반과 알카에다와도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보복의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샤리프 前총리 입국 등 행보 큰 변수 네 번째 변수는 무샤라프가 정국 안정 카드로 선택한 부토 전 총리의 행보다.9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18일 귀국하는 부토는 무샤라프와 지난 5일 극적으로 권력분점을 합의해 부패혐의에 대한 사면을 받고 차기 정권의 총리 자리를 약속받았다. 그녀가 이끄는 파키스탄 최대 야당인 PPP는 약속에 따라 대선에 불참했다. 무샤라프와 부토의 ‘적과의 동침’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3번째 총리를 노리며 권토중래를 모색해온 그녀의 귀국 후 정치적 행보에 따라 파키스탄 정국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 부토는 17일 두바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정대로 18일 귀국한다.”며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력분점 성사땐 정국 조기수습 가능성 마지막 변수는 나와즈 샤리프(57) 전 총리의 행보다. 무샤라프에게 1999년 쫓겨나 2000년에 망명길에 올랐던 샤리프는 지난달 10일 귀국을 시도하다 공항에서 체포돼 4시간 만에 다시 추방되는 설움을 겪었다. 그가 다음달 10일쯤 다시 입국을 시도한다. 그의 아들인 하산 샤리프는 지난 9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삼촌이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리프가 총수로 있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도 사우디 정부가 그의 출국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무샤라프가 정적들과의 화해 차원에서 샤리프의 입국을 허용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무샤라프와 정치적 앙숙인 그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슬람문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유달승(42) 교수는 “야당의 반발과 그에 대한 정부의 대처능력이 첫 번째 변수이고 북부 와지르스탄의 자치정부인 이슬람에미리트와 정부와의 관계가 두 번째 변수”라며 “파키스탄 정국불안정이 당분간 계속되고 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이란어과 장병옥(58) 교수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약속대로 군복을 벗어도 파키스탄은 ‘무늬만 민정’이 될 것”이라며 “무샤라프가 부토와 연대한 것은 부토를 얼굴마담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정국이 안정되면 부토를 내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키스탄 정국이 조기 수습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조선대 아랍어과 황병하(51) 교수는 “파키스탄은 이슬람원리주의의 본산이지만 북부를 제외하곤 나머지 지역의 국민적 정서도 최근 많이 유연해졌다.”면서 “무샤라프가 군부를 쥐고 있고 국민적 인기가 높은 부토가 국민들을 다독거리면 정국이 조기 수습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이종화(46) 교수는 “무샤라프정권에 대한 이슬람세력의 협조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며 “무샤라프와 부토 사이의 권력분점이 약속대로 된다면 정국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LPGA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오초아 8승 안방서 NO”

    ‘별이란 별은 다 모였다.´ 세계 여자골프계를 주름잡는 스타들이 16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거 입국했다.19일부터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골프장(파72·6381야드)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박세리(30·CJ)와 ‘슈퍼 땅콩’ 김미현(30·KTF)을 비롯해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여제의 천적’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US여자오픈 챔피언 크리스티 커(미국)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북적였다. 신인왕 안젤라 박(19·LG전자)과 이지영(22·하이마트), 장정(27·기업은행), 이선화(21.CJ) 등 ‘태극낭자’들도 당당한 모습으로 고국을 찾았다.17일에는 ‘필드의 패션모델’ 나탈리 걸비스(미국)가 들어온다. 2002년 이 대회 초대 챔피언 박세리는 “한국에 온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집에 오니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면서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 선수들의 각오가 아무래도 다를 것”이라며 좋은 성적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밀어내고 새 ‘여제’로 등극한 오초아는 “한국에 오는 것이 즐겁다.”며 “예전에 왔을 때보다 미디어나 팬들의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총상금 150만달러(약 13억 7500만원)가 걸린 이번 대회는 18일 프로암 대회에 이어 19일부터 3일간 3라운드로 진행된다.LPGA투어 상금랭킹 상위 50위 이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포인트랭킹 상위 12명, 주최측 추천선수 7명 등 모두 69명의 톱랭커들이 불꽃 샷을 과시하게 된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단연 오초아. 지난 15일 끝난 삼성월드챔피언십과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LPGA 투어 시즌 7승의 위업을 일궜다. 그는 “새로운 경험에 흥분되지만 우승 경쟁에 나서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초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 한국 자매로는 박세리와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막판까지 오초아를 추격하며 준우승한 김미현,KLPGA투어 시즌 7승에 빛나는 ‘지존’ 신지애(19·하이마트) 등이 꼽힌다. 김미현은 “이번 대회는 코스가 생소한 해외파보다 국내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면서 “코스 적응 속도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매들이 2002년 출범 이후 5년 내리 우승한 대회 전통을 이어갈지, 아니면 외국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줄지 팬들의 시선이 뜨겁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전쟁의 개’ 악명 佛용병 드나르 사망

    |파리 이종수특파원|196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아프리카·중동 국가의 쿠데타와 전쟁 등에 개입하며 ‘전쟁의 개’로 악명을 떨치던 봅 드나르가 13일(현지시간) 사망했다.78세. 프랑스 직업 군인 출신으로 본명이 질베르 부르조인 드나르는 가봉,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베냉, 알제리 등 아프리카와 이란, 예멘 등지의 내전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1995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섬나라 코모로에서는 1975년 독립 이후 네 차례의 쿠데타에 개입했다.1978년에는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아메드 압달라의 경호대장을 맡아 10년 동안 제2인자로서 권력을 행사했다. 압달라가 암살된 뒤 탈출한 그는 1995년 용병을 이끌고 코모로에 진격해 한때 당시 대통령을 억류하기도 했으나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출동한 프랑스군에 투항하면서 용병생활을 마감했다. 이 쿠데타 기도 혐의로 드나르는 지난해 프랑스 법원에서 5년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여러 차례의 재판을 받기도 했다. 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측근 암살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vielee@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40) 정묘호란과 모문룡

    [병자호란 다시 읽기] (40) 정묘호란과 모문룡

    1627년 4월21일, 용골산성의 영웅 정봉수로부터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평안도 구성부터 곽산까지 후금 군사들이 가득 차 있고 용골산성은 고립되어 있다. 성안에는 7000명 가까운 군사가 있지만 양식이 다 떨어져 굶어 죽은 자가 이미 30명이 넘었다. 후금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해 오는 백성이 무수히 많지만 그들을 먹여 살릴 방도가 없다.’고 했다. 정봉수는 죽어 가고 있는 평안도 백성들을 살릴 진휼(賑恤) 대책을 속히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북 백성들의 비극 정묘호란 시기 평안도와 황해도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는 끔찍했다. 조정에서 버림받은 채 후금군의 칼날 앞에 가장 먼저 노출되었던 그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후금군에 목숨을 잃거나 포로가 되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피란을 떠났다. 피란길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해에 있는 섬으로 들어갔다. 후금군이 바다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섬으로 들어가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갑자기 들어간 섬 안에 식량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을 리 없었다. 후금군을 겨우 피했지만 섬에서 굶어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강화가 맺어져 전쟁은 끝났지만 서북 백성들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 고을을 가든 굶어 죽기 직전까지 몰린 사람들로 넘쳐났다.‘황해도의 마을들은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어 있고, 평양성 안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압록강 부근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도 처참했다. 후금군에 끌려가던 포로들이 압록강을 건널 때 강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후금군은, 투신을 막으려고 포로들을 결박하고 배에다 울타리를 치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강으로 뛰어들어 압록강이 시체로 뒤덮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묘호란이 일어났던 초기, 평안도 백성들 가운데는 후금군의 앞잡이가 되어 모문룡 휘하의 명군(모병:毛兵)을 공격하는데 가담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난이 일어나기 이전 모병들이 자행했던 극심한 민폐 때문에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강화가 이루어지고 후금군이 철수하자 모병들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곽산, 구성, 삭주, 선천, 창성, 철산, 의주 등 모병의 주둔지 부근에 살고 있던 무고한 양민들까지 모병들에 살해되었다. 정묘호란 직후 모병들의 살육과 약탈은 극에 이르렀다.1627년 4월19일 무렵, 모문룡의 부하 모유후(毛有厚)는 안주에 정박해 있던 조선 선박 3척을 나포했다. 조선 피란민들이 타고 있는 배들이었다. 모유후는 배들을 기습하여 건장한 남자들과 노약자들은 모두 살해하고 여자들과 화물만을 남겨 끌고 갔다. 중군(中軍) 진계성(陳繼盛)이란 자는 조선 조정이 황해도 장연의 선박들을 쇄환하려는데 불만을 품고 조선인 역관을 잡아다가 곤장을 치고 귀를 자르는 악행을 저질렀다. 서북 지역에서 조선의 행정 체계와 공권력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모병들은 마구잡이로 날뛰고 있었다. ●정묘호란 중의 모문룡 후금의 홍타이지가 정묘호란을 일으키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운 것은 모문룡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조선에 대한 공격은 사실 부차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모문룡은 후금군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가도에서 다른 섬으로 도피하여 용케 목숨을 보전했다. 그는 이후 평안도 연해 일대를 돌아다니며 상황을 관망했다. 조선 조정은 그가 배후에서 후금군을 공격하거나 견제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선 정부의 통제력이 사라진 틈을 이용하여 청북(淸北) 지역 주민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시도했다. 실제로 정묘호란 당시 평안도 지역의 조선 의병이나 백성들 가운데는 모문룡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용골산성 싸움에서 공을 세웠던 중군 이립(李)과 품관 장희범(張希範)은 자신들이 벤 후금군의 수급(首級-머리)을 모문룡에게 가져다 바쳤다. 용천(龍川)의 군관 김여의(金汝義)는 수급뿐 아니라 후금군에서 노획한 말을 바쳤다. 모문룡은 그들에게 은이나 식량 등을 상으로 주었다. 적과 싸워 군공을 세워도 그에 합당한 포상을 받지 못하던 서북 지역 의병들의 입장에서는 모문룡이 상으로 주는 식량 등이 아쉬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문룡에게 수급을 바친 사람들 가운데는 조선인의 머리를 후금군의 것으로 속이는 자들도 있었다. 모문룡은 그렇게 얻은 수급을, 마치 자신이 적과 싸워 얻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명 조정에 군공으로 보고했다. 청북 지역에 대한 조선 조정의 통제력이 사라진 데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조선 조정은 강화가 성립된 후 모문룡에게 문안사(問安使)를 보냈다.1627년 4월27일, 문안사 신달도(申達道)는 모문룡을 면담했다. 신달도가 “수로와 육로가 모두 막혀 이제야 노야(老爺)를 찾아 뵙게 되었다.”고 공손히 안부의 인사를 전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문제는 신달도가 가져간 자문(咨文)의 내용이었다. 자문 속에는 ‘귀하의 진영에서 조선을 돕기 위해 한 무리의 군대도 동원하지 않아 섭섭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자문을 읽은 뒤 모문룡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는 ‘조선이 후금군을 끌어들여 명군을 도살했고, 의주부윤 이완(李莞)은 후금군이 자신을 죽일 수 있도록 고의적으로 그들을 방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선이 후금과 강화를 체결한 것은 명의 은혜를 배신한 ‘패륜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신달도가 ‘강화를 체결한 것은 조선의 본심이 아니며 적을 기미(羈-어르고 달래는 것)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득이하게 선택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모문룡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 백성들을 죽이거나 약탈하지 못하도록 부하들을 단속해 달라.’는 신달도의 요청도 묵살했다.‘조선 사람들이 먼저 자신의 부하들에게 적대 행위를 했기 때문에 보복한 것’이라며 입을 막았다. ●모문룡에 미곡 5만석·은 10만냥 하사 4월28일, 정묘호란의 전말을 명 조정에 보고하기 위해 북경으로 가고 있던 주문사(奏聞使) 일행이 가도에 도착했다. 주문사 일행은 모문룡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그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만나 주지 않았다. 모문룡은 부하들을 시켜 조선의 주문사 일행이 명나라로 가는 것을 저지하도록 했다. 주문사 일행의 보고를 통해 정묘호란 중 자신의 행적이 탄로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모문룡은 아예 주문사 일행에게 명 조정으로 가져 가는 보고서의 내용을 뜯어 고치라고 강요했다.‘조선이 후금군의 침략을 받아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는데 모문룡의 활약 덕분에 적이 크게 패하여 철수했다.’는 내용으로 고치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북경으로 가는 해로를 열어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주문사 일행은 북경으로 가기 위해 결국 그의 요구대로 따랐다. 정묘호란 직후 명의 천계제(天啓帝)는 모문룡의 사기 행각에 완전히 넘어갔다. 요동에 파견되었던 태감(太監) 유응곤(劉應坤)은 정묘호란과 모문룡에 관련된 보고서를 조정에 올렸다. 그것은 한마디로 ‘소설’이었다.‘오랑캐 군사 6만이 조선을 공격했는데 모문룡이 기책(奇策)을 내어 제압하여 그들이 심양으로 도망쳤다.’는 내용이었다. 모문룡은 다른 경로로 올린 보고서에서는 ‘자신이 세 차례 대승을 거둠으로써 조선이 보전되었다.’고 허풍을 치는가 하면 ‘조선이 요민들이 끼치는 민폐에 불만을 품고 후금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무고까지 했다. 1627년 5월 천계제는 모문룡의 ‘군공’을 치하하고 그에게 미곡 5만석과 양곡 구입 자금으로 은 10만 냥을 주도록 재가했다. 평소 위충현을 비롯한 환관들을 뇌물로 ‘구워 삶았던’ 모문룡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최고 지도자가 환관과 간신들에게 철저히 농락 당하고 있던 명의 앞날이 어떤 모습일지 예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2007 남북정상선언 평화분야 3대쟁점] (하) 군사적 신뢰·군축 로드맵

    [2007 남북정상선언 평화분야 3대쟁점] (하) 군사적 신뢰·군축 로드맵

    북한의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본격화하고 남북 정상이 한국전쟁 종결을 위한 3∼4자 정상회담을 제안함에 따라 조만간 평화체제 전환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리란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군과 안보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 평화체제란 정전상태를 항구적 평화상태로 바꾸는 과정인 만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군사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남북을 포함한 전쟁 당사국들이 새로운 ‘군사협정’을 맺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평화협정 맺어도 ‘행동´ 따라야 문제는 평화협정을 맺더라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실속 없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어디까지나 평화체제 구축의 ‘수단’이자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수반되는 군비통제 정책을 조율할 범정부적 ‘컨트롤 타워’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군비통제 문제는 남북관계를 넘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중대 사안”이라면서 “국방부 등 개별부처 소관으로 남겨둬선 통일된 정책수립이 어렵다는 건의가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각국이 군비통제기구를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실 산하에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국방·외교·통일부에 팀(과) 단위로 3원화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원(KIDA)은 올해 상반기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군비통제실을 설치하고, 총리실 산하에 군축 검증기구를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국 대비 전력증강도 논란 소지 주목되는 사실은 긴장완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접근법이 ‘선 신뢰구축·후 군비감축’인 반면 북한은 ‘선 군비감축·후 신뢰구축’이란 점이다. 일정한 신뢰가 조성된 뒤에야 본격적인 군비감축이 가능하다는 게 상식이지만, 북한 주장도 불가피한 구석이 있다. 군사력이 객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선 군사적 투명성보다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유럽의 군비통제 모델인 ‘선 신뢰구축’ 기조를 한반도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면서 “사안에 따라 ‘신뢰구축과 군축의 동시진행’ 등 신축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이 군비통제의 기본틀에 합의하더라도 실질적 긴장완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뢰구축의 핵심인 전방부대 후방배치의 경우 이질적인 사회 시스템이 걸림돌이다. 사실상의 ‘병영국가’인 북한은 언제든 전방 사단을 후방으로 옮길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주민 동의와 보상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군사력 감축은 더욱 간단찮다. 복잡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할 뿐더러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한 우리 군의 전력증강 사업을 북한이 용인할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북·미수교 땐 주한미군 문제 쉽게 풀릴 가능성 유엔사령부 문제도 민감한 사안이다. 평화협정 체결로 법적 해체수순을 밟게 되는 유엔사의 미래에 대해선 이해당사자마다 입장이 엇갈린다. 신속기동군 전환을 노리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부담을 덜기 위해 유엔사 역할강화론을 제기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을 전후해 한반도 평화보장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사를 북·미 적대관계의 상징으로 간주해 해체를 요구해온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주한미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지역 안정자’ 역할을 위해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는 게 한·미 양국의 입장이지만 기회마다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북한의 태도는 완강하다. 다만 ‘통일 뒤에도 미군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미뤄 북·미수교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美 테러와의 전쟁은 참패… 알카에다만 키웠다”

    “美 테러와의 전쟁은 참패… 알카에다만 키웠다”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극단주의와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먹여 살렸다.” 지난 2001년 9·11테러 뒤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로 끝났고 이슬람 극단주의운동이 불처럼 일어나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조사그룹(ORG)이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7일(이하 현지시간) “이날이 미국이 9·11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며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6년을 맞는 날”이라며 이렇게 보도했다. ORG 보고서 저자인 영국 브래드퍼드대학 폴 로저스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알카에다 지지자들에게 이라크를 지하드(성전) 전투지대로 만들어 준 재난급 실수”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테러와의 전쟁의 대안으로 이라크 주둔 모든 외국군의 철수와 함께 이란·시리아와는 외교로 문제 해결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지난 6년 동안 1600억달러(약 146조 3360억원)의 전비를 쏟아 부으면서 벌이고 있는 아프간 전쟁은 당초 단기전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빈 라덴을 넘겨주지 않은 탓으로 미군에 의해 축출됐던 이슬람근본주의자인 탈레반 무장세력은 헬만드, 칸다하르 등 남부지방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가즈니주를 포함해 수도 카불 인근까지 세벽을 뻗치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있다. ‘아프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국내외에서 고조되는 철군 여론에도 불구하고 바그람기지를 확장하며 장기 주둔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AP통신이 6일 전했다. 로저스 교수는 “핵개발을 둘러싸고 이란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하게 되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며 “중동지역은 극단주의자들의 수중에 바로 들어가고 중동 전체로 폭력이 확산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중동질서를 재편하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전파하려 했지만 그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며 동감을 표시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도 “테러와의 전쟁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석유와 달러 패권주의를 노린 것으로, 실패가 예견된 전쟁”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게 되면 중동에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석유 결제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이란은 세계석유의 생명선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미국도 이 점을 잘 알기에 이란을 공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씨줄날줄] 개혁과 개방/구본영 논설위원

    “‘더블 아치’ 광고판이 있는 국가간에는 전쟁은 없다.” 학구적이기로 소문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론이다.‘더블 아치’란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머리글자 M을 상징하는 로고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상륙한 나라들끼리는 경제·문화적으로도 밀접하게 얽히게 돼 싸울 가능성도 적다는 뜻일 게다. ‘세계화의 전도사’격인 프리드먼은 얼마전 네번째 문명비평서인 ‘세계는 평평하다’를 냈다. 올 상반기 중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 그는 이른바 ‘공급망(Supply-chain) 평화이론’을 주창했다. 이는 “델 컴퓨터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속해 있는 국가 사이에는 열전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정정이 불안해지면 가장 손해보는 쪽이 기업이므로, 기업가들이 충돌을 완충하는, 위험 회피 노력에 앞장서게 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 일각의 ‘개성공단 평화론’도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북간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북측도 군사적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희망이다. 그러나 세계화, 곧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은 이와는 아직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개성공단서 밝힌 언급이 이를 말해준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개성공단이 잘되면 북측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왔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곳은 남북이 함께 성공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혁ㆍ개방시키는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부정적 시각을 고려한 발언일 게다. 정상회담에 동행한 민주당 이상열 정책위의장도 “북측이 개혁과 개방을 번영의 길로 나간다는 게 아니라 체제 전복의 길로 나간다고 보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용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과는 별개로 북한 지도부도 내심 개혁·개방의 불가피성은 인정하고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지 않다면 평양 거리에 성조기와 함께 맥도널드 매장이 들어서게 될 대미 수교에 매달릴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이왕 세계화가 대세라면 김정일 위원장이 좀더 ‘통큰 결단´을 해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공동어로 위치등 최대현안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합의에 따라 11월 중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선 어떤 의제들이 논의될까. ‘2007남북정상선언’이 전쟁 반대와 불가침 의무에 대한 양측의 준수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대해선 장관급 테이블로 공을 넘긴 만큼 그동안 제기됐던 남북간의 군사 현안들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선언문 3항에 명시된 ▲공동어로수역 지정 및 평화수역 전환 방안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 보장조치 등은 다른 의제들보다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주목되는 점은 선언문에 담긴 국방장관회담의 의제가 지난 7월 열린 6차 장성급회담의 의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 당시 회담에선 ▲서해상 충돌방지 및 공동어로 실현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경의·동해선 통행 등 경협사업의 군사보장 조치를 두고 사흘간 회담을 벌였지만 북측의 ‘NLL 무력화’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한 우리측 대표단의 소극적 협상태도로 결렬됐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두 정상이 만나 문제 해결의 원칙과 방향성을 합의한 데다 회담 수준도 장관급으로 격상돼 의사결정을 위한 운신 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집중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공동어로수역과 관련해선 북측이 이미 후보수역 5곳의 좌표까지 제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우리측이 구상하는 수역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역의 위치와 면적을 두고 양측의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NLL을 중심으로 수역을 설정하되, 어족자원이나 지형적 특징, 안보상 문제를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협사업과 관련된 군사보장 문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북측 군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합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북측이 이른바 ‘4대 근본문제’의 하나인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 요구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기간 중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의 상당부분을 ‘근본문제’에 할애했던 점으로 미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도 거론하지 않았던 사안을 장관이 나서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또 북측의 NLL 재설정 요구가 상당부분 직항로와 공동어로 등 경제적 이익 확보 차원이란 점에서 굳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방안이 제시된 문제를 다시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