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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IN 블로그] “세금으로 해준 게 뭐냐”→“세금으로 나라 바꾸자” 되는 그날까지

    [퍼블릭IN 블로그] “세금으로 해준 게 뭐냐”→“세금으로 나라 바꾸자” 되는 그날까지

    세금 징수가 본업인 세무공무원조차 자신이 내는 세금을 “뜯긴다”고 표현하는 게 현실이다. ‘피’와 ‘폭탄’은 우리말에서 세금을 달리 부르는 단어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지만 우리 국민들의 조세 거부감은 유별나다. 게다가 갈등 수위도 갈수록 높아진다. 노무현 정부는 ‘세금 폭탄’에 휘청댔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에 요동쳤다. 박근혜 정부는 ‘서민 증세’에 홍역을 치렀다.# 고혈·폭탄… 의무보단 착취의 상징 된 세금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조선 말기 ‘삼정(전정·군정·환곡)의 문란’에서 시작해 일제 식민지, 6·25전쟁, 권위주의 정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이어진 200여년 동안 우리는 세금을 권리이자 의무로 인식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온 국민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생존 원리로 체득한 나라에서 세금이란 그저 수탈과 착취를 고상하게 부르는 이름이었을 뿐이다. 세금을 이르는 흔한 표현인 ‘혈세’(血稅)가 그 증거다. 혈세란 원래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에서 ‘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병역 의무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하지만 이 땅에선 이미 1920년대부터 ‘민중의 고혈을 빠는 세금’이라는 용례로 나타난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발하면서 나온 ‘세금 폭탄’ 역시 조세에 대한 적대감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다. ‘불공평한 세금’은 가뜩이나 불만에 찬 민초들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은 막대한 세제 특혜를 받는 반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지출은 턱없이 부족했다. 부당한 세금에 저항하는 것은 독립운동이요 민주화운동이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 발표한 결의문에서 두 번째 요구사항이 바로 “서민의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국민경제의 밑받침인 근로대중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라”였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조차 부가가치세 시행에 반발해 세무서 직원들이 피습·살해당하고 세무서가 불탔다는 보고에 긴장하기도 했다. # 모두를 위한 ‘보편 증세’, 국가 신뢰에 달렸다 천만다행으로 세상은 바뀌었다. 이 나라는 더이상 세월호 참사로 국민 노릇 하는데 자괴감을 주던 최모씨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빛나는 ‘촛불 혁명’의 온기가 지속되려면 우리도 이제 발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냐’에서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우리 나라를 나라답게 가꾸자’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헌법은 인권 증진(제10조),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제32조 제1항), 사회복지와 재해예방·재난안전(제34조), 환경 보전과 쾌적한 주거 보장(제35조), 소득 분배와 경제 민주화(제119조 제2항) 등 국가의 의무로 가득하다. 다만 역대 정부가 ‘국민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거나 ‘증세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 뒤에 숨었을 뿐이다. 국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 구실을 하려면 결국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인 조세·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획재정부가 좀더 담대한 조세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보편 증세’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군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서상문 고려대 연구교수

    [열린세상] 군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서상문 고려대 연구교수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군 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대통령까지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광복 이후 쌓이고 쌓인 적폐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군을 국조 단군 이래 최고의 강군으로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어떻게 해야 군 개혁이 성공할까. 먼저 개혁의 정도는 내과 처방이 아니라 외과 대수술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군 개혁의 집도의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개혁의 대상과 내용, 수단과 방법도 주어진 여건에 맞게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크도록 계획을 잡아야 한다. 개혁의 주체와 관련해선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국가관과 공사 구분이 투철하고,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애국심이 요구된다. 국익과 군 개혁을 위한 것이라면 때로 군 통수권자는 물론 미국에도 “노”라고 할 수 있는 강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적폐 세력에 휘둘려 좌고우면하게 돼 개혁의 호기를 놓치기 쉽다. 둘째, 비군인 출신으로서 군을 잘 아는 군사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현역 군 지도층이나 예비역들에게 맡겨 두어선 안 된다. 출신을 따지고, 선후배, 기수 관계가 칡덩굴처럼 얽혀 있는 상명하복의 군 문화에서 홀로 고고하고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사심 없는 추진을 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군 개혁의 대상과 내용과 관련해선 먼저 우리 군의 역사적 정통성이 광복군에 있음을 재인식하고 군인정신 회복, 합리성 제고, 한국군이 관행적으로 행해 온 구습과 조직 이기주의 제거, 시대착오적 군 정신문화의 혁신, 군인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군 개혁의 목적인 강군 건설은 광복 후부터 수십 년간 누적된 적폐청산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건군 초기 한국군은 광복군 출신이 배제되고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 군의 근간이 됐다. 제1~3 공화국 동안 국방장관 18개, 합참의장 11개, 육군참모총장 19개를 합한 총 48개의 군 요직 중에서 광복군 출신은 광복군 참모장을 지낸 이범석이 1948년 8월부터 8개월가량 국방부 장관을 지낸 게 유일했다. 일본군, 만주군 출신들을 주축으로 한국전쟁을 치르다 보니 그들의 제거가 어려워졌고, 전쟁을 거친 뒤로는 미국 유학파가 군의 주류가 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광복군이 군의 정신적 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 군은 미군의 군사제도, 교리와 전술, 무기 장비를 받아들여 현대식 군대의 위용을 갖추고 있지만, 이면에 이 요소들을 작동시키는 정신과 문화는 오랜 세월 군이 스스로 만들어 온 구습이다. 일본군 잔재는 사라지고 없다지만, 병사와 부하를 인간으로 대하기보다는 일왕의 부속물로서 엄격한 상하 관계로만 본 일본군의 통솔 방식이 우리의 고질적인 출세지향주의, 강자에게 빌붙고 약자에게 군림하는 ‘갑질’ 의식과 결합돼 있다. 미군이 모든 경우에 다 전범이 될 순 없지만, 우리 군에겐 미군의 장점인 합리성, 지성성이 태부족이다. 합리성이란 단적인 예로 부하가 상관의 비리나 잘못에 대해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면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군사기밀, 군사보안을 명분으로 밝혀도 될 범법 관련 자료를 거부해 온 고약한 조직 이기주의 관행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고 사건 진상을 밝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전략 측면에선 북한이 우리 군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한국전쟁 시기에 만들어진 현행 작전 개념, 즉 북한의 ‘전전선 전면 기습남침’에 대비한 전제부터 재고해야 한다. 북한의 전면 남침에 대비하자니 군이 비대해지고 전력 낭비가 심할 수밖에 없다. 또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비는 이미 시간을 놓쳤기에 사이버전과 정보전 능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북한의 국지전(수도권, 서해 5도 점령)을 상정해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사이버전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또한 군이 왜 수세에 처했는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 발본색원해 군을 공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북한이 위협하면 늘 슬그머니 물러섰던 숱한 사례가 누적된 결과다. 군 개혁은 국내외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필요성이 절실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고조된 지금의 분위기에 올라타야 한다.
  • ‘마약과의 전쟁’ 두테르테, 아들 마약 밀수 정황에는 ‘모르쇠’

    ‘마약과의 전쟁’ 두테르테, 아들 마약 밀수 정황에는 ‘모르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사범 수천명을 사살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정작 가족의 마약 밀수 정황에는 ‘모르쇠’로 대응해 비난을 받고 있다.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파올로는 7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필로폰 밀반입 혐의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의 부시장인 파올로는 중국에서 1억 2540만달러(약 141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위도 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세라와 결혼한 마나세스 카피오는 파올로와 마찬가지로 “불법 마약밀수에 연루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루머와 가십“이라고 주장했다. 이 두 사람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은 한 세관 브로커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세관 브로커 타구바는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마약밀수를 위해 세관 직원에게 뇌물을 줬으며, 이 돈이 파올로가 이끄는 ‘다바오 그룹’이란 조직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정부에 비판적인 한 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파올로의 등에 마약 갱단의 조직원임을 증명하는 문신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자 파올로는 “뜬소문에 근거한 주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문신에 관해 설명하기를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자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는 “저항하는 마약 용의자는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필리핀에서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38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다. 국제사회와 필리핀 국내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숨진 마약사범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여기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가족이 마약밀수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달 야당인 자유당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난한 마약사범 단속을 즐기면서도, 세관을 슬쩍 통과한 수 톤의 불법 마약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 대변인은 “파올로와 카피오 두 사람이 상원에 출석한 것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악의적인 주장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들의 마약밀수 연루설이 불거지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도쿄방재 vs 국민행동요령/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쿄방재 vs 국민행동요령/황성기 논설위원

    한국 사정에 밝은 일본 외교관이 얼마 전 부임한 직후 필자에게 “한·일 간에 역전된 게 있다. 안보에 관한 생각이다”라고 해서 뜨끔한 적이 있다. 19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살아 본 적이 있는 그는 당시 나이 든 한국인들로부터 “일본은 평화롭게 살 수 있어 좋겠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늘 불안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위협에 변함이 없는데도 한국은 태평하게 살고 있고, 일본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그 외교관은 지적했다.일본인들은 1945년 패전 이후 동맹국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헤이와보케(平和ボケ·평화가 지속돼 둔감한 상태)로 살아온 자신을 자조하곤 했는데,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더불어 이런 자조가 거의 사라졌다. 8월 29일 일본 상공을 지나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가 보여 준 신속하고 기민한 자세는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모범적 매뉴얼로 꼽을 만하다. 유튜브에 ‘전쟁 가방’이란 검색어를 치면 관련 동영상이 4800개나 나온다. 인기가 높은 게 ‘30만원짜리 일본 지진 대비 생존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인데, 조회 수 180만을 넘었다. 일주일 전 방송인 강유미가 올린 ‘전쟁가방 샀어요’도 36만 조회를 기록 중이다. 전쟁 불안에 차분히 대비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직후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쌀과 생수 등을 사재기했던 기억이 23~24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도쿄도가 2015년 펴낸 재난 대비 매뉴얼북 ‘도쿄방재’(2015년 초판 무료 750만부 발행)의 무료 파일이 한국의 블로그나 카페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323쪽의 책자를 다운로드해 보니 무력 공격을 비롯해 지진, 풍수해 등 어떠한 재난에도 꼼꼼히 대비할 수 있을 만큼 충실한 구성이 놀랍다. 시민 세금을 잘 쓰고 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우리의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의 몇 쪽 안 되는 ‘국민행동요령’과는 비교가 안 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7월 28일)와 6차 핵실험(9월 3일) 사이의 급박한 시기에 실시된 8월 말의 민방위훈련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관(官), 그들만의 행사였다. 외국 언론들이 “한국 너무 태평하다”고 비웃을 정도였다. 2017년 위기에 대비하려고 우리 국민이 유튜브, 심지어 일본 관청의 방재 매뉴얼로 공부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민 세금으로 ‘한국 방재’라도 만들어 조용히 배포하면 어떤가.
  • [세계는 지금 新냉전시대] 7년간 33만명 앗아간 ‘미·러 대리전’… 시리아 불안한 휴전

    [세계는 지금 新냉전시대] 7년간 33만명 앗아간 ‘미·러 대리전’… 시리아 불안한 휴전

    시리아 내전 7년 동안 33만명이 죽었다. 이 전쟁은 일정 부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었다. 미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반군 편에, 러시아는 현 체제 유지를 원하는 정부군 편에 서서 내전에 개입했다. 시리아에서 격화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신냉전’에 대한 우려 또한 깊어지고 있다.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미국과 러시아의 결정에 따라 휴전이 결정됐다는 점은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었음을 보여 준다. 미국과 러시아의 참전 이유에 대해서는 시리아 차기 정권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등 설이 분분하다. 러시아는 중동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려고 전쟁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시리아 내전은 몇 개의 변곡점을 거쳐 국제 대리전으로 비화됐다. 2011년 3월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전쟁의 도화선이었다. 정부군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자 시민들은 무장단체를 꾸려 저항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리아 내전은 ‘내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2013년 정부군의 생화학무기 폭격이 전쟁의 국면을 바꿔 놓았다. 정부군은 그해 8월 다마스쿠스 인근 구타의 교외 지역에 생화학무기 ‘사린가스’ 로켓을 떨어뜨려 어린이를 포함한 1300여명을 숨지게 했다.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은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목적으로 하는 시리아 공습을 추진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 등 가톨릭계는 전쟁 확산으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습에 반대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뜻을 접었다. 미국은 시리아에 거점을 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을 소탕하겠다면서 시리아 내전에 우회적으로 개입했다. IS는 내전 초기 시아파인 정부군과 대립했으나, 곧 수니파 세력인 반군과도 등을 돌렸다. 이후 오히려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반군 점령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9월 10일 “IS를 격퇴할 것이다.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2일 뒤 미 공군은 시리아 내 IS 거점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2015년 2월에는 터키와 함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미 특수부대원 등 400여명의 병력이 파견됐다. 러시아는 2015년 9월 참전을 결정했다. 러시아의 개입 이유 역시 IS 소탕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가 정부군을 지원하려고 전쟁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실제로 9월 30일 러시아는 IS 거점이 아니라 반군 지역에 첫 공습을 가했다. 수호이 전투기 20대가 동원됐다. 목표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중부의 도시 홈스였다.●올 7월 G20회의서 봉합된 시리아 내전 이로써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이 시리아 땅에서 맞붙게 됐다. 크고 작은 공방으로 고조되던 양국의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절정으로 치달았다. 지난 4월 6일 미 해군은 지중해 동부해상의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공습은 이틀 전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지역 칸셰이쿤에 화학무기를 살포해 83명의 사망자를 낸 것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이었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미국이 IS가 아닌 정부군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러시아군은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호위함 어드미랄 그리고로비치함을 시리아 해역에 급파했다. 시리아 군사작전 중 비행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려고 미국과 체결한 의정서의 효력도 중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폭격은 주권국 시리아에 대한 침공”이라며 “이번 공격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봉합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은 9일 정오부터 발효됐다. 미국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후 알아사드 정권 퇴진이 지지부진한 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휴전 이후 미국은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 대통령이 성공했다”면서 “러시아의 폭탄과 무기, 병사들이 시리아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알아사드를 구했다”고 평했다. 휴전이 시작됐음에도 시리아를 향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불안하다. 휴전을 중재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말 주러 미 공관 직원 1000여명 중 750여명에게 추방 조치를 내렸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과 워싱턴DC 대사관 부속 건물, 뉴욕총영사관 부속 건물 등 3곳을 폐쇄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주러 미 외교관 155명을 추가로 추방할 수 있다”고 맞섰다. 휴전이 철회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 12월 30일 터키와 러시아의 중재로 반군과 정부군은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반군과 정부군이 충돌했고 2월 14일 휴전이 철회됐다. 이 외에도 여러 차례 1주일 시한을 두고 휴전했지만, 1주일 만에 전쟁이 재개되곤 했다. ●‘시리아 내전’ 어린이·여성 3만여명 희생 영국에 본부를 둔 내전 감시기구 ‘시리아인권관측소’는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6년 동안 총 33만 1765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사망자 가운데 민간인은 9만 9617명으로 3분의1을 차지한다. 이 중 어린이가 1만 8243명, 여성이 1만 1427명으로 집계됐다. 오랜 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 돼 인구의 절반인 약 10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시리아 출신인 림 투르크마니 런던경제대학 선임 연구원은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에 “미국과 러시아가 휴전 협정을 하기는 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의견 차가 있다. 양국의 입장 차로 인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차히네 가이스 레바논 노트르담대 교수는 “시리아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마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불행하게도 양국의 관계가 좋지 못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군에 대한 지원을 끊는 등 시리아에서 모스크바의 계획에 동참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 줬다”면서 “여러 차례 휴전 협상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한다면 미국과 러시아의 더 깊은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시리아 내전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주변국 간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사안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와 함께 정부군을 지원했다. 이란은 시리아의 오랜 동맹이자 같은 시아파로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다. 또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는 이해도 맞아떨어진다. 연합군 내부 입장도 제각각이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정부의 전복을 바라고 있다. 미국의 우방 터키의 입장은 조금 난처하다. 터키는 미국과 함께 연합군을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남동부 반군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토벌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PKK가 터키의 1600만 쿠르드족을 자극해 분리독립에 나설 것을 우려해서다. 몰려드는 난민이 부담스러운 프랑스·영국 등 유럽 열강은 빠른 전쟁 종식을 바라고 있다. 중동전문가 데이빗 레시는 “미국이 이대로 내전에서 발을 빼면, 정부군을 지원한 이란이 시리아의 대외 정책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면서 “필연적으로 (이스라엘의 최대 적국)이란이 조종하는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지금 우리는 김정은이라는 ‘폭주기관차’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한 손엔 수소탄을, 다른 한 손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틀어쥔 괴물 같은 존재다. 북한은 엊그제 가공할 위력의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 뒤 발생한 인공지진 규모를 보고, 실험한 핵탄두의 위력을 50~100㏏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자탄의 100배가 넘는 위력으로, 50㏏ 수소탄 한 발이 서울에 떨어지면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유사시에 어디 한 발만 쏘겠는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서울 전역이 쑥대밭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북한의 핵 노선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일관되게 이어져 왔고, 김정은에 이르러 완성을 눈앞에 뒀다. 지금 같은 핵·미사일 발전 속도라면 수소탄 탄두를 소형화해 ICBM에 장착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수소탄을 ICBM에 장착한다고 해서 미국만 간담이 서늘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단거리용인 스커드미사일과 중거리용인 노동미사일에 실어 언제든지 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 사정권’에 이미 들어갔다. 사정이 위중한데도 우리의 정서는 ‘설마 전쟁이 나겠어’이다. 남의 일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순진한 생각이며 환상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지금까지 한순간도 남조선 해방이라는 목표를 수정한 바 없다. 남조선 해방이라는 북한 정권의 근본 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약화되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그의 입에서 평화의 ‘평’ 자조차 나온 적이 있는가. 북한군 화력 타격연습 참관 때마다 “남조선 모두 쓸어 버려야 한다”며 도발 의지만 키우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접근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왜 대화를 하느냐다. 대화의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처럼 김정은 정권이 레드라인을 넘은 상태에서는 무의미하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운전대를 잡았다고 할지라도 지금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상대가 받아주지도 않는다. 북한이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제 푼수도 모른다’느니, ‘운전석 운운하며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느니, ‘남조선은 대화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우리의 대화 의지를 짓이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한 북한은 머지않아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북·미 대화를 전격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할 것이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은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운전대를 잡으려 할 것이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가 소외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이 되고 만다. 결국 핵무기를 손에 넣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에 견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상대방의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송영무 국방장관이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는 반대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핵으로 무장하면 저들(북한)에게 비핵화를 어떻게 요구할 수 있느냐’는 전술핵 재배치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북한이 수소탄과 ICBM을 손에 넣은 상황에서는 더이상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중국을 통한 압박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도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북한과는 혈맹”이라며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제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961년 체결한 중·조 우호조약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할 때 즉각 지원’한다고 돼 있다. 결국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길은 북한과의 힘의 균형이다. ykchoi@seoul.co.kr
  • “제발 이 일만은” 신태용호 플레이오프 떨어지면 어디랑?

    “제발 이 일만은” 신태용호 플레이오프 떨어지면 어디랑?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긴 어려울 수 있으나 어떻게든 올라가긴 가겠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막연한 믿음일지 모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9연속 본선 진출 확정에 도전한다. 이기면 본선에 직행하고, 비기거나 지면 ‘경우의 수’에 내몰린다. 신태용호가 이겨 본선에 직행하길 바라는 마음 굴뚝 같으나 비기거나 졌을 경우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미리 그려보려 한다. 한국이 비기고 시리아가 같은 시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을 잡으면 한국은 골 득실에서 뒤져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된다. 시리아 역시 비기거나 지면 한국은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만약 한국이 지고 시리아가 이기면 한국은 조 4위로 플레이오프에조차 나가지 못한다. 시리아가 비기거나 지면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자칫 플레이오프에 내몰리면 글자 그대로 험난한 길이 된다. 각 조 2위 안에 들어 본선에 직행하는 팀보다 무려 네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을 차출해 비행기를 타고 그 힘든 길을 오가게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위와 홈 앤드 어웨이를 치러 이겼을 때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진출, 북중미카리브해 4위와 티켓을 다툰다. 현재 아시아 최종예선 B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가 승점 16으로 같고 골 득실 6-4로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4위 아랍에미리트(UAE)는 승점 13이어서 호주-태국, 이라크-UAE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3위가 가려지는데 모든 팀들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북중미 4위와 또다시 막차 전쟁을 역시 홈 앤드 어웨이로 치른다. 북중미 예선은 현재 멕시코가 승점 17로 이미 본선 직행을 확정한 상태고, 코스타리카가 승점 14로 유력하다. 현재 미국이 온두라스와 나란히 승점 8이지만 골 득실 1--7로 단연코 앞서 3위를 달리고 있다. 5위 파나마가 승점 1 차이로 뒤쫓고 있다. 최종전만 남겨둔 아시아와 달리 북중미 예선은 6일, 10월 7일, 같은 달 11일까지 세 경기나 남아 있어 어떻게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시론]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김정은/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시론]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김정은/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9월의 첫 일요일 김정은은 이른 아침 땅콩형의 수소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에 실린 이 모습을 보면서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 시점은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예상을 깨고 3일 낮 12시 29분에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핵 폭발 규모로 보아 적어도 증폭핵분열탄이거나 또는 북한이 공개한 수소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북한은 진입해서는 안 되는 ‘금지구역’(레드존)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디게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고위 관료도 북한의 어떤 행동이 ‘금지선’(레드라인)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이것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금지선이지 않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물론 그 ICBM에는 핵분열탄이나 핵융합탄의 탄두가 탑재돼 있음을 전제로 한다. 사실 선(線)이란 것은 불편한 개념이다. 선을 규정하기도 힘들지만 상대방이 그 선을 넘어서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선은 공갈이 되고 만다. 그래서 선의 개념보다 면(面)의 개념이 더 자주 등장한다. 레드라인이 아니라 레드존의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북한은 이미 레드존에 들어와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고각 발사함으로써 레드존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북한이 레드존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은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이라는 ICBM을 고각 발사한 이후였다. 8월 8일에는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8월 29일에는 일본 열도를 넘어 미국 본토 방향으로 화성12형을 훈련사격함으로써 레드존에 더 깊이 진입했다. 그리고 9월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이제는 레드존 전체가 레드라인이 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정은은 자신의 능력 과시에만 집착할 뿐 상대방의 대응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 같다.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많이 한 나라다.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국익이 직접 위협받으면 반드시 군사적 조치를 하는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1993년 북한의 제1차 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25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위협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북한이 작년에 중거리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뒤 새로운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자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북한이 올해 5월 레드존에 진입하자 미국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의 위협을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테러 분자들에 의한 9·11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테러의 주범으로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을 지목했다. 아프가니스탄이 당시 그 곳에 머물고 있던 오사마 빈라덴을 넘겨주기를 거부하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1993년에는 이라크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후세인은 미군에 체포돼 전범 재판에 회부됐고 결국 사형에 처해졌다. 오사바 빈라덴도 미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2011년 5월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북한이 레드존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미국은 분명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김정은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의미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정은은 지기(知己)에만 도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미국을 지피(知彼)해야 한다. 이것이 전쟁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 [北 6차 핵실험] “韓 유화적” 언급한 트럼프… 한·미, 대북 先제재·압박 공감대

    [北 6차 핵실험] “韓 유화적” 언급한 트럼프… 한·미, 대북 先제재·압박 공감대

    靑 부랴부랴 발언 경위 문의… 美 “한·미 간 이견 없다” 답신“내가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 한 줄의 글이 북한 6차 핵실험 국면에서 한·미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외교적·평화적 해법 기조를 유지해 온 한국에 노선 수정을 요구하는 뉘앙스로 읽힐 소지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발언의 경위를 문의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한·미 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는 답신을 보내 왔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의 평화 노선을 적극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맡기겠다고 공언했던 과거와는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핵우산 논의 정례화 합의 애초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주장했다. 한국은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외치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한·미 동맹에 공을 들였다. 양국 정책의 균형점을 맞추는 데 주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해법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저울추가 기우는 양상이다. 극단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려면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제재 방안도 중국의 협조 없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의 타격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29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 결정을 내린 이후 ‘사드 대못’에 발목 잡혀 대중(對中) 외교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핵 실험 하루 만인 4일 문 대통령은 일본·독일·러시아 정상과 통화하고 북핵 문제를 숙의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통화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중국 정상과의 소통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과의 통화 여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미·일 정상과 연달아 통화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력히 압박했으나 중국과는 통화하지도, 협조를 얻지도 못했다. 국제사회가 실효성 없는 제재에 몰두하는 동안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략적 목표로서 ‘평화노선’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양방향 외교 수단도, 독자적 제재 방안도 마땅치 않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이전 정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북핵 국면은 미국과 북한의 대결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예고와 함께 ‘군사적 옵션’의 가능성을 다시 내비치는 등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급속히 높였다. ●北 유엔총회서 ‘핵보유국 주장’ 관측 한·미는 북핵 억지력 확보를 위해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2+2 장관회의와 차관급 EDSCG를 번갈아 개최하고 매년 국장급 회의도 열기로 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에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우산’ 등 방어 전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논의에 반발해 추가 미사일 도발을 준비하는 한편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월드피플+] “영웅은 나 아닌, 너”…퇴역군인과 그를 지원한 5살 꼬마

    [월드피플+] “영웅은 나 아닌, 너”…퇴역군인과 그를 지원한 5살 꼬마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30일(현지시간) 영국 ITN방송은 영국 군인들과 희생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헬프 포 히어로즈’(Help for Heroes)의 후원자인 템피 패틴슨(5)이 퇴역 군인 시몬 브라운(38)과 처음 만난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잉글랜드 동북부 더럼주 달링턴에서 사는 템피는 세 살 때 TV를 통해 퇴역 군인을 처음 보았다. 엄마 에밀리에게 ‘희생’에 대해 물었고, 희생이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태로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결과물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이후 템피는 자선단체의 후원자가 됐다. 그러나 실제 자신이 지원하는 전직 참전 군인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자선단체의 새 캠페인 ‘함께 부딪치다’(Facing it Together) 시리즈를 통해 브라운을 만났다. 브라운은 전쟁 과정에서 입은 부상과 질병으로 인해 삶이 180도로 바뀌면서 도움이 필요한 6만 6000명의 퇴역군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라크 병사에게 얼굴을 저격당해 큰 상처를 입었고 왼쪽 시력을 잃었다. 엉망이 된 얼굴을 재건하는데 25번의 수술을 받기도 했다. 템피는 브라운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얼굴에 총을 맞았지만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호전될 수 있도록 힘과 자금을 모아주었고, 지원해주었기 때문이다. 너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영웅이다”고 화답했다. 이에 템피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바로 내 사람, 내 편이다”라는 간단 명료한 대답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자선단체의 협력대사 마크 엘리엇은 “브라운은 비범한 사람이다. 삶에 대한 긍정적 관점과 정신력, 불굴의 용기로 끔찍한 부상도 이겨냈다. 이는 자선단체의 후원이 실제 퇴역 군인과 그 가족들의 삶을 다르게 만든다는 점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히 다른 환경, 나이의 사람들이 공통의 이유로 연결 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템피와 브라운의 만남을 통해 영국 국민들에게 상처입고 병든 영웅들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 수천 명의 열정적인 지원자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로힝야족 눈물 외면… “아웅산 수치 노벨상 박탈을”

    로힝야족 눈물 외면… “아웅산 수치 노벨상 박탈을”

    이슬람권 “실권자 수치, 학살 묵인”… 유엔 등 “인종청소 시도” 비난도 “아웅산 수치의 노벨평화상을 박탈하라.”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사망자와 난민이 급증하며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미얀마 정부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3일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이날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는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를 주도한 ‘로힝야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직업 공동체’의 안디 시눌링가는 “아웅산 수치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 행위와 강제적인 축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 그리고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수치는 앞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비폭력적 방식으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수니파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없는 공동체다. 이들은 몇 대에 걸쳐 미얀마에 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불교로 개종을 강요받거나 토지 몰수, 강제 노역, 이동의 자유 박탈 등 각종 차별·탄압에 시달렸다. 로힝야족과 미얀마의 갈등은 역사가 깊다. 1800년대 세 차례 전쟁 끝에 미얀마를 점령한 영국은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쫓겨났던 로힝야족을 데려와 중간지배계급으로 앉혔다. 이후 미얀마 독립과 함께 지금까지 불교도들의 보복을 받아 왔다. 로힝야족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6월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불교도와의 대규모 유혈충돌 때문이었다. 양쪽에서 약 200명이 사망했고 14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2012년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10월 라카인주 국경 마을에서 경찰초소 습격사건이 벌어진 뒤에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란 단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ARSA는 갑자기 나타난 반군 무장단체로, 미얀마군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 미얀마군은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8만 7000명의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아시라풀 아자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가 원하는 것은 모든 로힝야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비판했다. ARSA가 지난달 25일 30여개의 경찰초소를 습격한 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미얀마 군경과 공무원,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가 400명에 달하자, 지난달 27일 미얀마군이 국경을 넘으려던 로힝야족을 향해 박격포탄을 발사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5일 이후 발생한 로힝야족 난민이 7만 3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난민 중 50여명이 총상을 입어 콕스 바자르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방글라데시의 난민 수용소가 포화 상태라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의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캠프에서 만난 로힝야족 여성 라미자 베굼은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많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로힝야족이 국경 나프강에서 배를 타고 방글라데시로 들어가려 시도하다 익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난민선 한 척이 전복돼 어린이와 여성 등 21명이 숨졌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뉴스 분석] 김정은 “태평양 군사작전 첫걸음”… 북·미 강대강 국면 9일이 분수령

    [뉴스 분석] 김정은 “태평양 군사작전 첫걸음”… 북·미 강대강 국면 9일이 분수령

    “美 언동 주시”… 속내는 ‘협상’ 文대통령·아베 “北 극한 압력”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하던 한반도에 다시금 ‘북한발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9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초대형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미 주도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찬 북한은 이번 도발이 “태평양 군사작전의 첫걸음”이라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한·미도 고강도 대북 제재·압박으로 대북 정책의 무게 추를 옮기면서 9월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인민군 전략군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면서 이번 도발이 ‘괌 포위사격’을 염두에 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김 위원장은 또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해 전략 무력의 전력화·실전화·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행보에 따라 추가 도발을 언제든지 자행할 수 있으며 도발 무대가 한반도에서 태평양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화성12형의 사거리는 4500㎞를 넘나들며 괌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 및 위협 언행 중단을 조건으로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던 미국도 발끈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 공식 성명을 통해 경고의 뜻을 담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이번 도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럼에도 대북 원유 차단을 포함한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한반도에서의 어떤 혼란이나 전쟁에도 반대한다”며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안보리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도발에 언론성명보다 격이 높은 의장성명을 즉각 채택한 것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추가 대북 제재가 어떻게 논의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31일 종료되지만 북한이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예상되는 9월 중순 유엔 총회도 도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의도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3형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의 정보를 노출했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이슬람 테러는 여성 청바지 때문?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이슬람 테러는 여성 청바지 때문?

    이란 정부가 청바지 단속에 들어갔다. 이란 정부 기구인 피복연합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찢어진 청바지는 ‘이란의 관습 및 무슬림의 존엄’에 어긋난다”며 “경찰과 협조해 전통에 어긋나는 옷을 파는 의류업체 및 상점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청바지를 둘러싼 이슬람권 국가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이자 파키스탄의 유력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 이슬람’의 지도자는 공식 석상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것은 모두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가 이토록 청바지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강조하는 종교적 관습의 배경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여성들이 신체 전체나 일부를 가리는 부르카나 니캅, 히잡, 차도르 등을 착용하는 이유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부르카’나 ‘니캅’ 같은 특정 복장의 명칭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가려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순결과 정숙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청바지를 살펴보자. 이란은 최근 발표에서 단순히 찢어진 청바지뿐만 아니라 발목이 드러난 짧은 바지나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진 등도 함께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의 청바지가 여성의 몸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바지가 서구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서구에 대한 반감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슬람의 서구에 대한 반감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녔다. 11세기 말~13세기 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십자군 원정은 유일신을 믿는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와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종교전쟁으로 불렸다. 결과적으로 십자군은 예수살렘을 탈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십자군과 이슬람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슬람을 ‘악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일으킨 십자군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서구와 백인의 존재는 이슬람 입장에서도 ‘또 다른 악’으로 각인된 셈이다. 이후 서구의 존재는 이슬람의 뿌리를 뒤흔드는 타락의 상징이 됐다. 이집트의 하산 알반나가 만든 이슬람 신앙 부흥운동 조직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창설 당시 영국 점령하의 이집트가 서구화의 영향 아래 이슬람 신앙을 버리고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교리를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이전의 순수주의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근본주의와 맥이 통한다. 20세기에 들어 이슬람은 또다시 서구와 충돌한다. 프랑스와 영국이 이슬람을 믿는 아랍의 여러 국가를 식민지로 삼았고, 무슬림은 피지배자로 전락했다. 자로 잰 듯 일직선으로 구분된 아랍 국가들의 국경선은 서구 열강이 자신들의 의사대로 정한 국경이자 이 국가들의 자존심에 남은 상처로 대표된다. 이러한 역사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서구문화는 끊임없이 무슬림의 삶에 파고들었다. 2015년 BBC의 다큐멘터리 ‘혁명의 아이들’에 따르면 전체 무슬림 중 20~30대의 사원 출석률이 가장 낮았다. 당시 다큐멘터리는 서구문화가 확산되면서 중동 젊은이들의 신앙심도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이슬람권 국가가 청바지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청바지가 신체부위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종교적 관습에 어긋나서라기보다는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및 서구문화를 즐기느라 종교를 등한시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뒤섞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종교와 문화, 그에 따른 복장의 차이나 제재를 두고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청바지를 반대하는 이슬람권 국가와 무슬림 여성의 복장 제재를 비난하는 비이슬람권 국가의 대립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이슈 포커스] 금호타이어 인수전 새 국면… 채권단 “박삼구 회장 더 유리”

    [이슈 포커스] 금호타이어 인수전 새 국면… 채권단 “박삼구 회장 더 유리”

    더블스타 매각가 16% 인하 요구 현실화땐 박삼구 우선매수권 부활 ‘자금 조달’ 컨소시엄도 구성 가능 더블스타(중국 타이어 제조업체)로 기울었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생때같은 자회사를 중국으로 넘겨야만 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선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채권단 일각에선 “전세가 역전돼 현재 상태는 박 회장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금호타이어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매각가격을 종전 9550억원에서 8003억원으로 16.2%(1547억원)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인하 요구를 들어준다면 박 회장의 우선 매수청구권이 부활하게 돼 인수전은 박 회장과 더블스타의 양자 대결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회장에게 최대 걸림돌이었던 매각가격이 달라지고 종전과 달리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박 회장에게 다소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에선 “이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박삼구 회장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박 회장 쪽이 인수를 못 할 이유가 없다”면서 “특히 우호적인 지역 여론 등이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국내 정치적인 요인 등 대내외적인 상황도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광주 등 호남권을 중심으로는 대표적인 향토 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 모두 국책은행이라 금융위원회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금융위원회는 여당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여론이 신경쓰일 텐데 박삼구 회장 카드가 적절하다면 그쪽으로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 여러 모로 여당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태인데 더블스타한테 넘겨 주지 않는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추가로 악화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박 회장에게 유리한 요인”이라면서 “특히 더블스타가 가격 조정을 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면서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20일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가 나간 이후부터 금호타이어를 되찾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장기화되는 이유가 박 회장의 ‘버티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10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박 회장은 1조원에 이르는 금액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단에 컨소시엄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주주협의회와 더블스타가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한 3월 13일 당일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어 “더블스타에만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선매수권자에게는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채권단은 구체적이고 타당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며 자금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박 회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4월 19일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했다. 이번에도 관건은 박 회장이 돈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일단 박 회장 측은 8000억원에서 1원이라도 더 쓰면 회사를 다시 인수할 수 있고 원래 재입찰하자는 입장이었던 만큼 인수에 적극적이다. 채권단도 재무적 투자자에게 무리하게 보증을 하거나 계열사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컨소시엄을 허용할 방침인 만큼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시중에서는 박 회장이 이미 인수 자금을 모았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박회장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채권단이 지난 3월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시 자금 계획서를 요구한 이유도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돈을 끌어들이고 일정 수준의 주가를 보증하지 못해 그룹 전체가 부실화돼 금호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 개인의 자금 동원력이 1000억원도 채 안 되는 상태에서 우량 회사가 컨소시엄에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박 회장이 또다시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간을 끌면서 스스로 투자자를 구하는 한편 경쟁자는 제 풀에 지칠 것이란 포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자금 동원에 실패하더라도 장기전을 펼쳐 회사가 부실해져 결국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이슬람은 왜 여성의 청바지를 불허할까?

    [송혜민의 월드why] 이슬람은 왜 여성의 청바지를 불허할까?

    이란 정부가 청바지 단속에 들어갔다. 이란 정부기구인 피복연합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찢어진 청바지는 ‘이란의 관습 및 무슬림의 존엄’에 어긋난다”며 “경찰과 협조해 전통에 어긋나는 옷을 파는 의류업체 및 상점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청바지를 둘러싼 이슬람권 국가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이자 파키스탄의 유력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 이슬람’의 지도자는 공식 석상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것은 모두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등 이슬람국가가 이토록 청바지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강조하는 종교적 관습의 배경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여성들이 신체 전체나 일부를 가리는 부르카나 니캅, 히잡, 차도르 등을 착용하는 이유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부르카’나 ‘니캅’ 같은 특정 복장의 명칭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가려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순결과 정숙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청바지를 살펴보자. 이란은 최근 발표에서 단순히 찢어진 청바지뿐만 아니라 발목이 드러난 짧은 바지나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진 등도 함께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의 청바지가 여성의 몸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바지가 서구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서구에 대한 반감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슬람의 서구에 대한 반감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녔다. 11세기 말~13세기 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십자군 원정은 유일신을 믿는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와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종교전쟁으로 불렸다. 결과적으로 십자군은 예수살렘을 탈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십자군과 이슬람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슬람을 ‘악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일으킨 십자군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서구와 백인의 존재는 이슬람 입장에서도 ‘또 다른 악’으로 각인된 셈이다. 이후 서구의 존재는 이슬람의 뿌리를 뒤흔드는 타락의 상징이 됐다. 이집트의 하산 알-반나가 만든 이슬람 신앙 부흥운동조직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주의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창설 당시 영국 점령하의 이집트가 서구화의 영향 아래 이슬람 신앙을 버리고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교리를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이전의 순수주의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맥이 통한다. 20세기에 들어 이슬람은 또다시 서구와 충돌했다. 프랑스와 영국이 이슬람을 믿는 아랍의 여러 국가를 식민지로 삼았고, 무슬림은 피지배자로 전락했다. 자로 잰 듯 일직선으로 구분된 아랍 국가들의 국경선은 서구 열강이 자신들의 의사대로 정한 국경이자 이들 국가들의 자존심에 남은 상처로 대표된다. 이러한 역사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서구문화는 끊임없이 무슬림의 삶에 파고들었다. 2015년 BBC의 다큐멘터리 ‘혁명의 아이들’에 따르면 전체 무슬림 중 20~30대의 사원 출석률이 가장 낮았다. 당시 다큐멘터리는 서구문화가 확산되면서 중동 젊은이들의 신앙심도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이슬람권 국가가 청바지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청바지가 신체부위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종교적 관습에 어긋나서라기보다는,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및 서구문화를 즐기느라 종교를 등한시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뒤섞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종교와 문화, 그에 따른 복장의 차이나 제재를 두고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청바지를 반대하는 이슬람권 국가와 무슬림 여성의 복장 제재를 비난하는 비 이슬람권 국가의 대립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프간에 4000명 추가 파병”… 개입주의 전환 모색하는 美

    “아프간에 4000명 추가 파병”… 개입주의 전환 모색하는 美

    미국 정부가 미군 추가 파병이 포함된 새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서 국제사회 ‘개입주의’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 및 선임고문의 전격 경질로 인한 ‘변화’로 현지 언론은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등 공신이자 트럼프 행정부 설계자인 배넌은 대외 정책에서 미국의 역할을 제한하는 ‘고립주의’ 노선을 주장했었다.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TV 연설로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쟁 대응전략을 발표한다고 백악관이 20일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성명에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남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여 대책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설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저녁 ‘프라임 타임’(오후 9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미 현지 언론은 4000여명 아프간 추가 파병이 이번 전략의 핵심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8400명의 미군과 나토군 5000명이 탈레반 등 무장세력과의 싸움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지만 올 들어 2500명의 아프간 경찰과 군인이 사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배넌의 경질로 “미국의 대외 군사작전에 대한 내부 브레이크 제거됐다”고 평했다. 배넌은 지난 4월 무고한 주민에게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폭격도 보복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등 다른 국가들의 분쟁에 미국의 개입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배넌의 개입으로 입지가 축소됐던 정통 외교·안보 라인이 힘을 받으면서 대외정책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존 켈리 비서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군 장성 출신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호흡을 맞추며 ‘힘’을 바탕으로 한 미 ‘개입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배넌은 틸러슨 장관이 추천한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국무부에서 몰아내는 등 동아시아 정책에 혼선을 가져왔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한 매체에 “(배넌의 경질로) 국무부와 국방부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평했다. 폴리티코는 “이는 공화당 매파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주의 강화는 북핵 문제 해법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추가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 정부의 대응이 더욱 단호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군 장성 출신으로 꾸려진 트럼프 행정부의 2기 백악관 안보·외교라인은 힘을 바탕으로 한 ‘강한’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의 일부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에 할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배넌의 경질로 ‘주한 미군 철수’ 발언도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배넌은 지난 16일 한 진보매체에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고, 검증 가능한 사찰을 보장한다면 미국은 그 대가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마산 여양리서 발견된 200여구 시신의 비밀

    ‘그것이 알고싶다’…마산 여양리서 발견된 200여구 시신의 비밀

    19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경남 마산 여양리에 있는 뼈 무덤의 비밀을 파헤친다.여양리에는 골짜기를 따라 몇 개의 작은 마을이 흩어져있다. 도둑골로 들어서면 저수지를 따라 낡은 집들이 있다. 도둑골엔 이따금씩 흉흉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사고에 관한 것이었다. 여양리 버스 운전기사는 “여긴 혼자 오기가 무서워요. 아무도 없는데 버스 벨이 울린다니까”라고 말했다. 여양리는 마산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피하고 싶은 노선이다. 여양리 버스 종착역에 다다르면, 희끄무레한 여인의 형상이 보인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오래전 마을의 비극을 떠올렸다. 그리고 침묵했다. 마을의 비극이 세상에 드러난 건 2002년이었다. 태풍 루사로 여양리에 큰비가 내렸다. 비에 휩쓸려 수십 여구의 유골이 밭으로 쏟아졌다. 밭 주인은 놀라 경찰에 신고했지만 마을 노인들은 묵묵히 유해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이내 오랜 침묵을 깼다. 이 마을의 맹씨 할아버지는 “국민 학교 올라올 때 여기서 죽이는 거 봤거든. 총으로 쏴 죽이는 거”라고 말했다. 마을 이장 박씨는 “온통 빨갰어요. 비가 와서 냇가가 벌겋게 물들어있었다고”라고 증언했다. 마을에 유골이 쏟아져 내려 한바탕 난리가 나고 2년 뒤에 경남 지역 유해 발굴팀에서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수 십 여구에 불과한 줄 알았던 유골은, 구덩이마다 쌓여있었다. 총 200여구의 시신이 여양리 뒷산에 긴 시간 잠들어있었던 것이다. 해진 양복과 구두 주걱, 탄피 등도 유해와 함께 발굴됐다. 발굴팀은 유류품을 토대로, 죽음을 당한 인물이 누구였는지 추적에 나섰다. 동네 주민은 “모내기하는 사람도 끌려갔고 뭐 집에서 그냥 일 보던 사람도 끌려갔고. 여긴 얼마 안 죽였어. 한 200명”이라고 말했다. 1950년 여름날의 마산 여양리, 맹씨 할아버지는 그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고 기억했다. 미끄러운 길을 뛰어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할아버지가 가던 길을 멈춘 건 수십 대의 트럭 때문이었다. 여양리 너머에서부터 낯선 얼굴들이 트럭에 실려 왔다고 했다. 이내 어디선가 큰 총소리가 들려왔고, 비명이 이어졌다. 얼마 후 경찰은 마을 청년들을 시켜 죽은 사람들을 묻으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포승에 묶인 채 총을 맞은 시신과, 도망가려다 시체에 깔려 죽어 뒤엉킨 시신을 묻어주었다.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그런데 조직을 키운다는 이유로 사상과 무관한 국민들도 비료며 식량을 나눠 준다며 가입시켰다. 심지어 명단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는 전투와는 관련 없는 지역에서 보도연맹원을 대량 학살했다. 좌익 사상을 가진 적이 있다며, 언제든 인민군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가 나서 보호하겠다던 보도연맹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불순분자로 간주됐다. 당시 여양리 유해 발굴 취재 기자는 “지금도 유족회에 나오지 않는 유족들이 많아요. 아직도 빨갱이 집안이라는 낙인을 두려워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보도연맹의 원형은 친일파와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반대자들과 독립운동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 이른바 ‘보국연맹’이며 ‘야마토주쿠’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해방 후 친일 검사와 경찰들이 야마토주쿠와 꼭 닮은 보도연맹을 창설한 것이다. 보도연맹을 기획한 검사 선우종원은 “빨갱이 만들면 어떻게 해요? 큰일이지. 그걸 막으려고 한 게 보도연맹이지. 일제시대 야마토주쿠 그런 걸 만드려고 한 거거든”이라고 밝혔다. 친일파는 친일이라는 치부를 덮고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자들을 ‘빨갱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실체조차 불분명한 오랜 혐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남하한 우익민족주의자도,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저항한 시민들도,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도 ‘빨갱이’로 불리고 위험한 존재로 몰렸다. 그리고 그 낙인은 지금도 이어진다.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보도연맹 위원의 아들은 “세상이란 건 그런 거예요. 언제든지 공평하지 않은 게 인생이라고요. 과거로 세월 보내는 사람들 때문에 국가의 힘이 낭비된다고요”라고 말했다. 보도연맹 학살 피해자의 아들은 “우리 빨갱이 자손으로 보니까 그렇잖아요. 우리 아버지 빨갱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길에 나가서 고함지르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광복절 주간을 맞아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와 국가 폭력 간의 관계를 파헤치고, ‘빨갱이’와 ‘친일파’라는 한국 사회의 오랜 갈등의 근원을 풀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백인 목숨은 소중”… 나치 깃발 아래 핏빛 ‘백인 우월’ 과시

    “백인 목숨은 소중”… 나치 깃발 아래 핏빛 ‘백인 우월’ 과시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17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 샬러츠빌 유혈사태의 중심인 ‘해방공원’(Emancipation Park·리 공원)에서 만난 로이 스미스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공원 앞 주차장에서 일한다는 그는 “그야말로 ‘폭동’이었다.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가면을 쓰고 욕설과 고함뿐 아니라 각목 등을 휘두르고 신문 판매대 등을 집어던지며 지나가는 행인을 위협했다”고 지난 12일 당시를 떠올렸다. 20여년 공원 인근에서 살고 있다는 제시카 무어는 “공원을 가득 메운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붉은색의 남부연합기뿐 아니라 독일의 나치 깃발을 흔들며 ‘우파는 집결하라’, “(인종) 다양성은 집단 사기”, “백인 목숨은 소중하다” 등 섬뜩한 구호를 외치며 광기를 보였다”면서 “평생 잊기 힘든 공포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는 리 장군의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인 제임스 알렉스 필즈 주니어(20)가 동상 철거를 찬성하는 시위대를 향한 차량 테러에 나서, 헤더 헤이어(32)가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공원 안에는 이번 유혈사태를 촉발했던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영웅’ 리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어른 키의 세 배가 넘는 게, 서울의 동네 놀이터만한 작은 공원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컸다. 공원에는 주변에는 당시 유혈사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인터뷰하는 현지 언론인과 삼삼오오 모여 있는 마을 주민들, 간간이 유혈사태 현장을 찾는 사람 등으로 복잡했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인권운동단체 관계자는 “갑자기 차 한 대가 인권시위대로 돌진하면서, 부딪친 사람들이 튕겨져 나갔고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비명과 신음소리와 함께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면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차량 테러뿐 아니다. 곳곳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인권단체 회원들을 각목 등으로 때리고 집단구타에 나서는 등 폭력이 난무했다”면서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방공원에는 지난 주말인 12일 벌어진 유혈사태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원 입구 바닥에 빼곡한 ‘평화’를 염원하는 글들만 참혹했던 유혈사태를 말하고 있었다.●‘시위 도화선’ 로버트 E 리 장군은 누구인가 이번 샬러츠빌 유혈사태는 미국의 남북 전쟁에서 남부연합의 ‘영웅’인 리 장군의 동상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동상 철거를 반대했고, 인권단체들은 동상 철거를 찬성하면서 이들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미국의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를 둘러싼 갈등은 남북 전쟁(1861~18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북군(39개 주)과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11개 주가 뭉친 남군이 벌인 내전이 남북전쟁이다. 1865년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노예 해방과 인종차별 철폐 등 지금 미국의 근간인 ‘다인종국가’의 기틀이 마련됐다.이번 유혈 사태의 핵심이며 미 남부에 수십개의 동상이 있는 리 장군은 당시 남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리 장군은 멕시코 전쟁(1846~1848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의 군인으로 ‘명성’을 쌓는다. 남북 전쟁이 발발하고 상관인 윈필드 스코트 장군이 남부동맹군과 싸우라며 남부군진압 사령관 직위를 제안한다. 리 장군은 고향인 버지니아주와 싸울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남부동맹군의 지휘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1865년 4월 9일 버지니아주 법원에서 북군에 항복했다. 그럼에도 리 장군은 오늘날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장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뛰어난 전략가이기도 했지만 부하들에게 소리 한번 지른 적이 없는 ‘덕장’이었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1925년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 부근에 있는 리 장군 저택의 복원 경비를 국비에서 지원했으며, 미국 조폐국은 리 장군을 기리는 동전을 내놓았다. 또 그의 사진이 들어간 우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리 장군은 남부뿐 아니라 미국 전체를 대표 군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남부빈곤법률센터(SPLC)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리 장군 등 남부연합의 상징물은 미국 31개 주 700여개에 달하며 지명·도로명·학교명 등 무형의 상징물까지 합치면 1500여개에 이른다. 또 미시시피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남부연합군 깃발의 디자인 일부를 차용, 주의 깃발로 사용하고 있다. ●‘남부연합 = 백인우월주의’ 과격 시위 잇따라 하지만 백인우월주의가 남부연합과 결합하면서 상황이 180도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 난사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백인우월주의자인 범인의 컴퓨터에서 남부연합군 깃발 등이 발견되면서 남부연합이 백인우월주의로 강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흑인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은 노예 해방을 반대했던 남부연합의 기념물이나 깃발 등을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이후 미국 각지에서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텍사스와 뉴올리언스,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이미 남부연합의 기념물과 동상을 철거했고 플로리다 등은 철거 예정이다. 지난 4월 버지니아 샬러츠빌 시의회도 ‘남부연합의 영웅’이라 불리는 리 장군과 남부군 사령관 스톤월 잭슨 장군의 동상 철거안을 가결했다. 또 두 장군 이름을 따 지은 리 공원과 잭슨 공원도 해방공원, 정의공원(Justice Park)으로 바꿨다. 이에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두 장군의 동상이 그들의 고향인 버지니아에서 철거된다는 데 분개해 이미 몇 차례 시위를 벌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샬러츠빌’로 몰려든 이유는 또 있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곳이었다. 흑인과 백인은 식당과 화장실, 버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없다는 이른바 ‘짐 크로’ 법은 1964년 폐지됐다. 그러나 샬러츠빌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을 정도로 ‘백인우월주의’가 강했던 곳이다. 이렇게 보수의 ‘아이콘’ 도시였던 샬러츠빌이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번도 공화당이 승리하지 못한 민주당 텃밭인 진보 도시로 변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에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도가 높았다. 이런 변화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그래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이곳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양비론’ 거론… 인종갈등에 기름 부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성명에서 ‘양비론’(백인우월주의자와 인권단체 모두 사태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미 사회에서 인종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동상까지 거론하면서 ‘남부연합 동상 철거’를 비꼬는 등 연일 인종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가뜩이나 민감하고 복잡한 ‘역사 논쟁’이 갈피를 잃고 감정싸움으로 격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백인우월주의 등 극우 단체들은 이번 주말(19~20일)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C 등 9개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노예 해방을 이끈 링컨 전 대통령을 기리는 워싱턴 DC 기념관엔 지난 15일 붉은 스프레이로 쓴 욕설 낙서 ‘FxxK law’(망할 법)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소셜미디어에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상도 때려 부수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징물을 철거하는 것은 ‘역사를 지우고 바꾸려는 행동’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어떤 한 시대의 역사가 좋건 나쁘건 간에 그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이고, 수치스러운 역사의 상징물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남부연합 기념물을 무조건 파괴하지 말고 역사를 좀더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해 전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방공원에서 만난 지역주민 매슈 애덤스는 “리 장군 동상의 철거를 주장하는 측도, 동상을 마치 자신들의 우상으로 생각하는 측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뛰어난 군인을 기리는 동상이며 그 자체가 우리 역사”라고 말했다. 샬러츠빌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MLB] 보스턴 구단주 “요키 웨이 이름 바꿔야 할 적기”

    [MLB] 보스턴 구단주 “요키 웨이 이름 바꿔야 할 적기”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인 팬웨이 파크 앞에는 요키 웨이가 있다. 경기가 열리기 전이나 후 팬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런데 보스턴 구단주 존 헨리가 17일 일간 보스턴 헤럴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1933년부터 1976년까지 구단주였던 톰 요키의 인종차별 유산이 이 이름에 깃들어 있다며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헨리 구단주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거리 이름을 바꾸는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키는 야구명예의전당에 입회했으며 MLB로 통합해 출범할 때 마지막으로 보스턴을 합류시켰다. 그로부터 12년 뒤에야 재키 로빈슨이 피부색 장벽을 무너뜨렸다. 통합 뒤에도 보스턴은 유색 인종 선수가 뛰기에 불편한 구단으로 악명을 떨쳤다.헨리는 요키 트러스트가 벌이는 좋은 일들을 훼손하지 않고 나빴던 과거는 흘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키가 구단을 매각하면서 챙긴 7억 달러의 일부를 종잣돈으로 요키 트러스트를 만들었다. 대안으로는 은퇴한 슬러거들의 이름을 따 ‘데이비드 오티스 웨이’나 ‘빅파피 웨이’ 등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과거에도 시 정부와 여러 차례 논의를 했는데 그들은 벌레통조림캔으로 보이는 것을 열고 싶어하지 않았다. 물론 같은 이름의 건물과 단체도 많다. 요키 재단이 이 도시에 해낸 많은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우리 역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헨리 구단주는 나아가 구단은 거리 이름을 붙이거나 수정하는 데 끼어들 여지가 없다면서도 거리 이름이 다문화를 표방하는 차원을 넘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도미니카공화국 커뮤니티를 포용해야 하는 것이 구단의 사명이란 점을 늘 되새기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상징물들을 재평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의 백인 우월주의자 난동도 남북전쟁 때 남군을 지휘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거꾸러뜨리려는 진보 성향 단체들의 움직임 때문에 촉발됐다. 미국프로풋볼(NFL)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감독을 지냈고 명예의전당 입회자인 토니 덩기는 플로리다주 탬파 법원 앞에 세워진 리 장군 동상 철거에 앞장섰고 그의 행동은 MLB 레이스, NFL 버캐니어스, 북미아이스하키(NHL) 라이트닝 등 연고지 프로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싸우면서 닮는다… “혁신보다 보완” 프리미엄폰 하반기 전쟁

    싸우면서 닮는다… “혁신보다 보완” 프리미엄폰 하반기 전쟁

    3사 모두 신제품에 ‘베젤리스 디자인’… LG·애플도 OLED 화면 채택 전망 음성 비서 한국어·영어 버전 강화… 듀얼카메라·대용량배터리도 공통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가 올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다. 1주일 후인 31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LG전자 ‘V30’이, 다음달에는 애플 ‘아이폰8’가 베일을 벗는다. 그동안 큰 화면, 듀얼카메라,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등에서 각각의 특장점을 뽐냈다면, 이번에는 각 사가 약점을 보완하면서 제품 간 격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스마트폰이 거듭한 수많은 변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큰 혁신은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우선 3사의 프리미엄폰 모두 테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베젤리스 디자인’을 적용해 대화면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올 상반기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8’, ‘G6’에 각각 베젤리스 디자인을 도입했고, 애플이 아이폰8에서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은 갤럭시노트8가 6.3인치로 가장 크고 V30은 6인치, 아이폰8는 5.8인치로 추정된다. 3개 모델 다 액정표시장치(LCD)보다 화질이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폰에 꾸준히 OLED를 넣어온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와 애플은 첫 도전이다. V30에는 LG디스플레이의 자체 생산 제품이 들어간다. 아이폰의 경우 그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세우며 LCD를 채택했는데, 선명한 화질을 위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I 음성 비서는 아이폰8의 ‘시리’가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인 G6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영어 버전만 탑재했던 LG전자는 V30에는 한국어 버전을 장착한다. 갤럭시노트8의 빅스비 역시 한국어 버전만 제공하는 게 세계시장에서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갤럭시노트8에는 영어 버전도 들어간다. 치열한 혈투가 예상되는 이유다. 3개사 모두 듀얼카메라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V30의 경우 이미 일부 스펙을 공개했는데 전문가급 렌즈를 장착했다. 조리개값은 F1.6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스마트폰 카메라 중 최고 수준의 밝기다. 그간의 프리미엄폰 듀얼카메라(F1.8)와 비교해 25% 정도 더 밝아졌다. 아이폰8의 듀얼 카메라는 피사체는 뚜렷하게, 배경은 흐릿하게 표현하는 ‘심도 효과’에 특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8에 처음으로 듀얼 카메라를 장착하면서 야간 촬영, 흔들림 방지 등에서 강점을 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8와 V30의 배터리 용량은 3300mAh, 아이폰8는 2760mAh로 예상된다. 각 제품의 크기를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서 탑재 가능한 최대 용량이다. 안면인식, 음성인식, 지문인식 등으로 잠금 화면을 해제하는 기술도 모든 제품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V30의 경우 사용자가 미리 정한 키워드를 말하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하는 기능을 공개한 바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경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8895’를 장착하되 미국 출시 모델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를 넣을 것으로 보인다. V30에도 역시 ‘스냅드래곤 835’가 탑재될 예정이다. 아이폰8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A11’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포, 비보 등 중국의 후발주자들도 선두 3개사의 기능을 채택한 프리미엄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눈길을 확 끌 만한 혁신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끝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연말쯤 휘거나 접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말했다. 접는 스마트폰은 ‘갤럭시X’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제품이 선두주자로 여겨진다. 중국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BOE와 비전옥스 등도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몇 년 안에 돌돌 말아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종이처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A4 용지 크기의 화면을 명함 크기로 줄일 수 있다. 다만, 경제적 양산 가능성과 소비자 선호도가 관건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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