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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 인터뷰] 美 칼더 교수 한국 자원외교 성공조건 조언 “전략적으로 선택, 조용히 추진을”

    [집중 인터뷰] 美 칼더 교수 한국 자원외교 성공조건 조언 “전략적으로 선택, 조용히 추진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15일 방미를 시작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 실용외교의 중요한 한 축은 ‘자원외교’다. 에너지 안보 및 일본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라이샤워 동아시아 연구소장인 켄트 칼더 교수를 만나 세계 자원외교의 현황과 한국 자원외교의 전망과 성공전략 등을 들어봤다. ▶자원외교가 국제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촌 경제가 성장하면서 에너지 수요도 크게 늘고 동시에 에너지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한 에너지원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원외교라고 하면 흔히 석유나 천연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 확보와 같은 1차원적 의미만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다. 석유나 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에너지원은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안전한 수송로 확보가 중요하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관련이 있다. 자원외교는 결국 안보와 경제성의 복합적인 문제다. 남북한 모두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 국제화돼 있어 다양한 에너지원 접근이 자유로운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원외교에서 중국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바람직한 자원외교 전략은. -경쟁을 가열시킬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때문에 자원외교 대상 국가들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협상을 통해 상대국에 무엇을 제공할지 염두에 둬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조용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상관없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한국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에너지 절감 산업기술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술개발과 관련, 국제적인 협조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1) 자원 외교의 범위-공급원 다변화에서 대체에너지 개발까지 ▶중국의 자원외교에 대해 평가는. -자원외교에서 중국이 가장 활발하고 인도가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특히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에 집중하고 있다. 남미에도 관심이 많은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이 워낙 빨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해외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또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네크워크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정학적인 역할도 자원외교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중동의 경우 이라크는 상황이 불투명하고, 이란은 미국·유럽과 핵문제가 걸려 있어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일본의 자원외교를 비교하면.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가깝기 때문에 현재는 주로 러시아에 자원외교를 집중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는 중앙아시아와 연결이 돼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아직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일본은 원유의 9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중동의존도가 엄청난데도, 아직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부다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좋다. 반면 아프리카에는 관심이 적다.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이 더딘 측면이 있다. 에너지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아 자원외교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다. (2) 한국이 살릴 강점-중국패권 경계하는 친미국가 공략해야 ▶한국은 어떤가. -새 정부가 자원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하다. 아프리카와 남미에 관심이 많은데 이 지역에 먼저 진출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자원외교가 성공하려면 중국과 과도한 경쟁을 피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하는데. 실현 가능한가. -중국과의 과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상 국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좋은 쪽을 부각시켜 접근하면 된다. 국제사회가 중국만큼 한국을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유리하다. 타이완과 가까운 나라, 아니면 최소한 친중국 정부가 아닌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적용한다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중국과 관계가 매우 긴밀한 나라들은 한국에 아무래도 불리하다. 역으로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 예를 들어 리비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더욱이 한국과는 과거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유리하다. 베네수엘라도 지정학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고, 중국은 차베스와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보다는 브라질이 한국에는 더 좋은 자원외교 상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경우 타이완을 인정한 나라를 고려할 수 있다. 우라늄의 경우 니제르 공화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승인했다. 중동에서는 예멘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옆에 있고, 친서방 정책을 펴며, 중국과의 관계도 특별히 우호적이지 않다. 오만도 마찬가지다. 걸프지역 소국들,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사우디와는 1970년대부터 한국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사우디와 미국 관계를 고려할 때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도로 등 인프라 건설뿐 아니라 주요 항만 등 군사시설 건설에도 한국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보안이 중요한 만큼 한국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카타르가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어떤가. -이란도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국제사회와 핵개발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남미나 아프리카 이외의 관심지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빠뜨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곳이다.1997∼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리스크도 많이 줄었다. 이 국가들은 중국에 경계심을 갖고 있고, 외국인 투자도 다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캄보디아와 중앙아시아도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인권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자원외교와 인권외교가 충돌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자원외교 대상 국가들이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고, 정치적 상황이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에 인권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경계를 해야 한다. 지나치게 억압적인 나라들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화제를 돌려 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가스관 개발 사업이 동북아와 북한 안정에 기여할까. -가능한 얘기다. 전제조건은 북한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다. 한국은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은 장기적인 과제이고, 대신 단기적으로는 사할린의 LNG를 염두에 두는 것이 낫다. (3) 인권 외교와 충돌 주의-지나치게 억압적인 개도국은 피해야 ▶한국 정부는 자원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공관을 대폭 확대했다. -바람직한 조치들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흑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특히 동북아의 상황은 훨씬 더 역동적이 될 것이다.LNG 파이프라인, 중동 상황도 훨씬 유동적이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아프리카 경제적 상황의 심각성을 점점 인식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수출은 아프리카 경제를 지원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한국이 아프리카에서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에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개발원조(ODA)도 마찬가지다.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동북아지역이 매우 역동적으로 바뀔 거라고 했는데.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당선된다면 중국 중심의 동북아정책을 펼 것이고, 존 매케인 의원이 당선된다면 일본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반면 오바마라면 한국 등 더 광범위한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둘 것이다. 아시아의 지역구도에 대해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자원외교의 향방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은. -자원외교를 하는 데 세 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첫째 효율성과 에너지 절약, 둘째 에너지원의 다양화, 셋째 지정학적 요소다. kmkim@seoul.co.kr ■ 켄트 칼더 교수는 누구 동아시아, 특히 일본 및 에너지 안보 분야 전문가다.2005년 서울대에서 교환교수로 강의를 하는 등 한국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버드대학(1973∼83), 프린스턴대학(1983∼2003) 교수를 지냈다. 주일 미국대사의 특별 자문(1997∼2001),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특별자문(1997)으로 활동했으며 동아시아 정치경제와 안보에 관한 4권의 저서가 있다.
  • 타이완 親中정권 중국엔 천군만마?

    |베이징 이지운특파원|‘59년 만의 최고위급 회담이 양안(타이완-중국) 정상회담의 길을 닦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타이완 부총통 당선인이 지난 12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포럼에서 회동을 갖고 경제협력과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샤오 당선인은 후 주석에게 ▲직항의 신속한 실시 ▲중국인의 타이완 관광허용 ▲경제무역의 정상화 ▲양안 협상 틀의 복원 등을 제안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이 타이완 대표단 왕위치(王郁琦)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1949년 국공(國共)내전이 종결되고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쫓겨난 이후 최고위급 지도자 간의 만남이다. 정부 당국자 간 접촉도 99년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를 통한 공식 대화가 중단된 이래 9년 만에 처음이다. 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 당선인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의사를 밝혔고, 중국을 방문해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그는 “이번 회동은 양안의 미래 대화를 위한 좋은 준비작업이 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총통 취임 전에, 그것도 대선이 끝난 지 불과 20여일 만에 양안 지도자 간 회담이 이뤄진 ‘속도’에 주목했다. 또 정기 직항노선 개통 방안 등이 처음으로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공식 제안됐다는 점에서 각종 협력방안이 조기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 당선인은 회동 뒤 “솔직하고 진지했으며 우호적이었고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마 총통 당선인의 친서나 메시지를 후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샤오 당선인은 보아오 포럼에 ‘양안공동시장 재단 이사장’이라는 민간인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중국측은 외국 수뇌급에 준한 ‘의전’을 베풀었다. 개막식에서 샤오 당선인은 외국정부 수뇌들과 함께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하이난성 정부가 주최한 만찬에서도 샤오 당선인을 각국 정상 및 정부 수뇌들과 나란히 주빈석 식탁에 앉혔다. 만찬이 끝난 뒤 후 주석은 문 밖으로 먼저 나가 샤오 당선인을 배웅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샤오 당선인을 ‘양안 경제전문가 샤오완창 선생’으로 불렀다. 민간인임을 강조한 것은 타이완의 외교·정치적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한 의도다. 후 주석은 샤오 당선인으로부터 타이완 대표단을 소개받고 일일이 악수한 뒤 20분간 면담했다. 후 주석은 “양안 경제협력은 역사적인 계기를 맞고 있으며 양측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 당선인도 “양안의 경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2000여명의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7차 보아오포럼 총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13일 폐막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자리를 빌려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후 주석은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만나 “티베트 사태는 민족 문제도, 종교 문제도 아니며 인권 문제는 더더욱 아니며,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고 말해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항의시위와 올림픽 불참 움직임에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jj@seoul.co.kr
  • “곡물값 폭등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곡물값 폭등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12달러를 기록하고, 곡물가격이 1년새 45%나 급등하는 등 원자재 상승 압박이 심해지면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구촌 경제를 휩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물가급등의 충격이 세계 빈곤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더 힘을 얻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10일(현지시간)“인플레이션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경고했다.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선진7개국(G7)연차회의를 앞두고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얼음과 불인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위협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올해 소비자물가는 2.6% 상승,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할 경우 7.4%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에 4% 상승, 전년 동기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유로존 15개국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치를 넘어선 3.5%를 기록,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국제 식품가격이 지난 3년간 83%나 급등하면서 그동안 국제사회가 이룬 빈곤 퇴치의 성과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옥수수 같은 곡물이 대체에너지 원료로 부상하면서 식품가격이 상승했으며, 식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개발도상국들의 사회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이날 곡물가격 상승이 33개국에서 소요사태를 촉발시켰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가들이 유엔 식량원조에 5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곡물가격이 2015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식량원조를 2배로 늘려 8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한 치 혀의 설화(舌禍)/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교수

    [열린세상] 한 치 혀의 설화(舌禍)/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교수

    글을 잘못 써서 화를 당하는 것은 필화, 혀를 잘못 놀려서 화를 당하는 것은 설화다. 말을 잘못 해서 실수가 되기도 하고,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쓸데없이 여론의 분노를 사기도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해야 할 말은 안 하고, 안 해도 될 말은 해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사례는 많다. 본심과는 다른 말이 실수로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 속에 있던 본심이 튀어 나와서 설화로 번지기도 한다. 공직자의 말실수는 한번 엎질러진 물처럼 되담을 길이 없다. 그 말은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공인의 말실수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급속도로 전달되면서 파장이 커진다. 전후좌우 상황을 다 떼어내고,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버린다. 공인일수록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은 조심해야 한다. 일만 잘하면 되지, 말 한마디 가지고 사람을 매도해서야 되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은 냉정하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얼마나 충실한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저 대중에게 알려진 말 한마디를 가지고 평가하기도 한다. 대중의 인식이란 ‘이미지’와의 싸움이다.‘현실’과의 싸움이 아니다. 예전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에 “우리는 미국을 해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실언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백악관 대변인은 “가장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도 부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말실수는 단순한 말실수라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부시 대통령이 ‘또’ 실수를 했다는 어록 하나를 덧붙인 정도였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이 그 후로도 계속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는 실추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광주학살은 중국 천안문 사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동영 전 대표가 예전 선거에서 “노인들은 투표 안 하시고 집에 계셔도 된다.”는 실언을 해서 국민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어느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변명을 하느라고 “술이 취해서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서, 전국의 식당 여주인들이 다 분노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실수는 5년동안 거의 매일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나와서는 안 될 말’들이 줄이어 나왔다. 공직을 맡을 사람들이 여론에 대해서 저렇게 감각이 없을까 싶은 말들이었다. 일단 고위 공직에 오르면 사적인 자리는 없다.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해야만 기사화되는 것이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다 기삿거리가 된다. 어떤 발언도 미디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말실수를 한 내용도 그렇고, 말실수에 대한 반응까지도 그대로 동영상에 담겨져서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다매체 시대가 될수록, 예전처럼 공식적인 내용만 걸러주는 친절함은 점점 기대하기 어렵다. 거르거나 정화하지 않고 생생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인기를 끌다 보니 말실수 장면도 인기다. 일단 말실수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 솔직한 사과가 상책이다. 섣부른 해명이나 어설픈 발뺌, 또는 남 탓을 하게 되면 1차 스캔들로 끝날 수 있던 일도 2차 스캔들로 확산된다. 말실수라는 죄명으로 끝날 일에 거짓말이라는 죄명이 붙으면, 스캔들은 더욱 커져 치명적인 사태로 번진다. 말실수로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되면 국민 앞에 솔직하고 겸허하게 자기반성과 사과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을 엎어도, 엎은 상을 자신이 치우는 겸허한 태도를 보여주면 여론은 한번쯤 용서받을 기회를 준다. 그런 태도가 안 보일 때 여론은 가차없이 돌아선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교수
  • 보아오포럼, 양안협력 물꼬 틀까

    보아오포럼, 양안협력 물꼬 틀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 양안 관계의 전기를 만들어낼까. 11일부터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 제7차 연차총회가 다른 때보다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환경 문제 논의 지난달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 당선으로 순풍이 불고 있는 양안 관계에 최고위급 접촉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타이완 부총통 당선자는 이번 포럼 기간중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전이지만 중국의 국가주석과 사실상의 타이완 부총통의 첫 접촉이란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후 주석은 샤오완창에 단독 회담을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마 총통 당선자의 방중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민진당 8년 집권동안 중국과 타이완 관계는 틀어져왔고 경기침체기에 들어간 타이완 국민들은 양안 관계회복 및 경제회복을 내세운 국민당의 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티베트 사태로 궁지 몰린 중국으로서도 오랜만에 중국에 긍정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번 회의는 ‘녹색 아시아;변화를 통한 윈-윈으로 가기’란 주제를 채택, 세계적 이슈에 보폭을 맞추려 노력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부부장은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 및 세계금융위기 등을 주제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보아오포럼과 아시아협력대화(ACD)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했던 만큼 회의의 동력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과의 ‘교류의 장’이란 점을 활용, 그동안 주춤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한다는 자세다. 중국과학원은 ‘2008 현대화보고’를 통해 아시아 국가간에 유엔과 유사한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사무국을 하이난다오에 두자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보아오포럼을 아시아연합의 토대로” 올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수장으로 참석했던 지난해보다 격을 높였다. 양제츠(楊潔) 외교부장,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등 장관급 주요인사들이 뒤따른다. 해외에서는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스웨덴 존 라인펠트 총리,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 11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세계 각국의 전직 지도자들과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1500여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jj@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4) 고누와 나무하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4) 고누와 나무하기

    김홍도의 작품 ‘풍속화’다. 그림 오른쪽에는 상투를 튼 어른이 나무에 기대어 곰방대를 물고 물끄러미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보고 있고, 그림 중앙에는 아이 둘이 웃통을 벗고 놀이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왼쪽에 아이 둘 역시 구경을 하고 있다. 그림의 위쪽에는 집채만 한 나뭇짐을 얹은 지게 둘을 언덕에 기대어 놓았고, 그 왼쪽에 다시 더벅머리 아이 하나가 나뭇짐을 지고서 오고 있다. ●아무 곳에나 말판 그리고 놀이… 방식도 다양 이 그림은 고누 두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누는 흙 마당이나 종이 등 아무 곳에나 말판을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잡아먹거나, 상대의 집을 차지하거나,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이기는 놀이다. 지방에 따라 꼰, 고니, 꼬니, 꼬누 등 여러 가지로 부르고, 그 놀이의 방식도 다양해서 우물고누, 네줄고누, 밭고누, 호박고누, 샘고누, 강고누, 줄고누, 팔자고누, 십자고누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장기와 바둑은 놀이하는 판이 정해져 있지만, 고누는 다양한 이름만큼 말판의 종류도 많고, 노는 방식도 다양하다. 또 말판이 간단하여 언제 어디서나 둘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어릴 적에 적잖이 즐겼다. 한데 이 그림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이 그림의 고누판은 둥근 원을 그리고 그 속에 다시 십자를 그리고 있는데 이런 고누판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사실 이 그림은 윷판으로 보인다. 윷가락이 없으니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둥근 원형 안에 작은 물건 넷이 보이는데, 이것이 윷일 수 있다. 윷은 꼭 나무로 길게 만든 것이 아니라도 된다. 나는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작은 고동 껍데기를 윷가락 대신 쓰는 것을 보았다. 땅에 살짝 굴려도 도 개 걸 윷 모가 나왔다. 이제 나뭇짐 쪽으로 말머리를 옮기자. 도시에서 나고 자란 50대 이하의 세대는 나무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필자 역시 나무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 그리고 주변의 시골출신들은 나무 하러 다닌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나무가 없으면 취사와 난방을 할 수 없었으니, 나무는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었던 것이다. 필자의 직장인 부산대학이 있는 부산 동래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조 때부터 있던 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일제시대에 온천장을 소개하는 사진엽서가 만들어졌는데, 사진 속의 금정산을 보면 완전히 민둥산이다. 왜냐고? 땔감 때문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이 우거진 것은 연탄을 연료로 쓰면서부터일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식목정책도 한몫을 했지만. 김홍도가 살던 조선시대는 나무 하기가 쉬웠던가. 조선시대가 지금보다 환경이야 더 깨끗했겠지만, 국토가 온통 나무로 뒤덮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나무를 할 만한 곳은 모두 개인의 소유로 분할되어 있었고, 그 개인 소유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었다.‘경국대전-공전’을 보면 나무하는 곳, 즉 시장(柴場)이란 곳에 대한 흥미로운 조항이 있다.‘시장’은 땔나무를 하는 곳으로 관청에는 땔나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청마다 일정한 면적으로 땔나무 하는 곳을 분배해 준다. 예컨대 봉상시·상의원·사복시·군기시·예빈시·내수사에는 모두 사방 20리, 내자시·내섬시·사재감에는 15리, 사포서에는 5리의 ‘시장’을 지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뒷날 문제를 일으킨다. 명종 9년 12월10일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문의 일부를 보자. 서울 주위 30리의 꼴과 땔나무가 있는 곳은 모두 세도가가 독점하여, 베어가는 것을 금지합니다. 때문에 근방의 나무를 해서 파는 사람들이 그 위세에 눌려 손을 대지 못하고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넘어 가기 때문에 너무나 고생스럽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파는 나무 값이 극히 비쌉니다. ●나무 할 만한 곳은 모두 권세가들이 독점 권세가가 서울 근처의 나무를 할 만한 곳을 모두 독점해 버려 나무 값이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권세가를 한 명 밝히자면, 문정왕후의 오라비였던 윤원형이 있다. 박순(1523∼1589)의 상소에 의하면, 윤원형은 수락산 일대를 독차지하여 주민들의 무덤까지 파헤치면서 주민들을 내쫓은 뒤 시장(柴場)을 만들고는 그곳에서 땔나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중 일부를 세금조로 바치게 했다고 한다. 원래 수락산은 서울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나 땔나무를 하거나 꿩이나 토끼를 잡기 위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산이었는데, 이것을 윤원형이 독점했던 것이다. 한데 이것은 윤원형과 같은 일부 권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훨씬 전부터 시장의 독점은 있어왔고, 조선후기에도 사정은 동일하였다. 성종 연간의 인물인 서거정의 시에 나무꾼을 둘러싼 꽤나 진지한 시가 한 편 있다.‘토산(兎山)의 시골집에서 농부의 말을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긴 시를 남기고 있는데, 나무꾼의 하소연을 옮겨 적은 것이다. 앞부분을 요약해 보자. 이 농부는 불암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겨우 살아간다. 그런데 뜬금없이 간교한 자의 토지 소유권 소송에 걸려든다. 교활한 아전들의 협잡질로 오막살이 한 채만 남기고 땅을 죄다 빼앗기고, 근근이 남아 있는 묵은 땅을 경작해 보지만, 흉년까지 든다. 세금을 낼 형편이 아니건만 아전들은 날마다 찾아와서 세금을 내 놓으라 닦달이다. 급기야 산속으로 달아나 숨어 있자니, 굶주린 뱃속에 불이 붙는 듯 아리고, 얼굴빛은 날마다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나무를 해다 팔기로 한다. 이제 나무꾼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땔나무 하러 산 속으로 들어가면 산중에 땔나무 무성하지요 집에 누런 송아지 한 마리 있지만 한 해 내내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해 나뭇짐 나를 수 없기에 한 발짝에 두 번씩 꼬꾸라지며 걸음걸음 내가 지고 이고 나르니 두 어깨살은 벌겋게 부풀어 올랐지요 해 떨어질 녘에야 성으로 들어와서는 길에서 만난 야박한 장사치가 푼전까지 다투며 나무 값 후리치니 쌀값은 비싸고 내 품삯은 헐하기 짝이 없네요 농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한 짐 해서 나오는데, 뼈만 남은 몸이라 등에 지고 오자니 그것도 힘이 든다. 시내에 들어와 팔려하지만, 야박한 장사치가 값을 후리치니, 품삯도 안 나온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가족들이 있다. 그래도 집에 있는 열 명의 식구 밥 달라고 소리치는 걸 생각하면 한 되든 한 말이든 어찌 따질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주린 창자를 달래얍지요 집에 돌아와 마누라 자식놈과 마주 앉아 차츰 죽이라도 먹게 되었지만 이렇게 하여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삶이 정말 딱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나무를 해 팔아 처자식과 점차 죽이나마 먹게 되었다. 하지만 웬일인가. 사람 고생은 끝이 없다. 얼마 전부터 권세가의 힘이 나무며 돌까지 미쳐 산이란 산은 죄다 제 땔나무 밭으로 차지해 사람들 나무 하고 꼴 베는 것을 막고부터 서쪽 집은 땔나무 한 번 한 죄로 매질 마구 하여 피가 철철 흘렀고 동쪽 집은 소가 밭을 밟은 죄로 아비 아들 나란히 묶여 갔지요 아무런 이유 없이 백성의 재물 약탈해 낫과 도끼까지 모두 빼앗아 갔지요 ●땔나무 한번 잘못하면 가혹한 私刑 힘 있는 권세가의 힘이 나무와 돌에까지 미쳐 산마다 줄을 치고 자기 땔나무 밭으로 삼는다. 만약 그 독점 공간에 들어가 땔나무를 하게 되면, 찾아와서 피를 흘릴 정도로 가혹한 사형(私刑)을 가하고, 낫과 도끼까지 빼앗아 갔던 모양이다. 시를 지은 서거정은 이 비극적 사태를 보고하면서 시의 끝에서 “나는 지금 이 말을 듣고 나서/ 한밤중에 홀로 흐느끼어 우노라”라고 깊은 동정을 표했지만, 조선조 말까지 백성들의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김홍도의 이 한 장의 그림에도 뜯어보면, 사실 조선조 백성들의 삶과 역사가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재벌 금융업 소유…위급시 사금고화 우려”

    “재벌 금융업 소유…위급시 사금고화 우려”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금융·산업자본 분리 완화 방침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 문제에 해박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를 만나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문제점과 보완책을 들어봤다. 동시에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주도한 이창용 부위원장에게서 반론 등을 들어보려 했지만, 금산분리 완화의 후속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인터뷰를 고사해 성사되지 못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금산분리 완화가 왜 우려스러운가.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의 은행에 대한 사금고화, 경제력 집중, 금융불안 등의 우려를 낳는다. 다만 금산분리를 완화했다고 해서 사고가 터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금융의 특성은 사고가 터질 확률이 1%밖에 되지 않더라도 한번 터지면 리스크는 무한대라는 점이다. 그래서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어떻게 막을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안이 없다. 규제는 빨리 풀고 사후적 규제가 미비하다면 이는 큰 문제다. 개인적으로 금산분리 완화는 2003년의 카드사태와 같다고 본다. 당시 카드사들의 길거리 카드 회원 모집을 일종의 마케팅쯤으로 생각했고, 건전성 규제는 뒷전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문제는 결국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 양산이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금융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된 미국의 증권거래소(SEC)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왜 미리 예견하지 못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 완화는 카드사태와 같아” ▶그렇다고 금산분리가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맞는 얘기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소유구조의 형태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금산분리를 완화하려면 적어도 사후적 규율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사회의 인프라 문제와 직결돼 있다. 어느 하나만 잘 돼 있다고 금융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를 들어 감독기능만 잘 돼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룰, 피해구제를 위한 소송제도, 노조의 경영참여 등의 사회적 통합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기능만 보더라도 공정위가 하는 일을 법무부가 모르고, 법무부가 추진하는 일을 공정위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말하지만 긴 안목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금융산업은 첨단산업이며, 제조업을 이끄는 중간재산업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금융업을 키우려면 제대로 된 CEO 경영과 투철한 기업가 정신 등이 전제 요건이다. 누가 소유할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경영지배구조의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의 메가뱅크 추진도 소유구조에만 얽매이면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재벌의 금융업 소유는. -재벌이 은행·증권·보험을 소유한다고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급한 경우에는 사금고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금융의 특성은 부실이 감지된 순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목적은 두가지다. 한 가지는 위기 때 한번 써먹기 위함이고, 둘째는 계열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때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로는 더없이 좋다.2003년 소버린사태를 겪은 SK가 2004년,2005년 주주총회에서 위기를 넘긴 것은 SK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넘겨받은 하나은행의 위력 때문이었다. ●“외국 사모펀드 진입 막을 수 없어” ▶금감위는 비금융지주회사의 형태로 미국의 GE를 벤치마킹한다고 하는데. -GE는 지주회사로 금융업과 제조업을 철저히 분리해 경영하고 있지만, 상호출자는 물론 신용거래까지 일절 못하도록 벽이 차단돼 있다. 미국은 보험지주회사의 소유 규제를 두고 있지 않지만, 공시체계가 완벽하다. 특수인과의 거래 때는 30일 이전에 보고해야 하고,3% 이상일 때는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후적 규제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80% 이상 보유하면 모회사와 자회사 등에 대한 법인세 부과때 연결납세방식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제상의 혜택이 크다.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주식 보유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해관계자들간의 충돌이 적고,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그런데 금융위가 내놓은 안을 보면 국내 재벌이 GE의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금산분리 완화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요건인 20%를 보유하지 않아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완화 내용 중 문제점은. -1단계에서 사모펀드(PEF)를 통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는 국내 자산운용업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단계에서 비금융업자도 10%를 소유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는 외국금융업자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 이를 막으면 외국금융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 특히 PEF는 자산운용자(GP)와 재무적 투자자(LP)로 분리했지만, 실제 LP가 GP의 역할을 하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PEF는 몇사람이 모여 만든 펀드로, 서로 다른 계약관계를 맺을 수 있고, 계약 내용은 당사자들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사설] 박근혜 마케팅, 지역감정 춤추는 총선

    4·9총선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넘친다. 친박계의 친박연대·무소속연대는 물론 친박계와는 관련 없는 일부 무소속 후보까지 박 전 대표의 후광을 업겠다며 난리다. 총선인지 박근혜 홍보행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도 다시 등장했다. 정책은 보이지 않고, 박근혜 마케팅과 지역주의가 춤추는 형국이다.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퇴보를 의미하는 퇴행적 행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마케팅의 기승은 지역구에서 칩거중인 박 전 대표나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한나라당의 지도력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천과정에서 친이·친박 싸움이 노골화되면서 예견됐던 터가 아닌가. 집권당의 정치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을 상대로 안정의석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정당 지도부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는 행태 역시 우려스럽다. 강재섭 한나라당대표는 그제 대구서 “대구·경북이 15년 동안 핍박받고 손해를 봤다.”고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지도부도 텃밭인 호남과 충청권에서 ‘호남 적자론’,‘곁불론’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여사까지 호남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역감정에 편승한 선거운동인가.3김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지역주의의 망령이란 말인가. 자신의 정책·정견이 아니라 특정인의 후광이나 지역감정에 기대어 표를 모으겠다고 나선 이들 역시 실망스럽다.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행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선거전이 일주일여 남았다. 정당 후보자 모두 제대로 선거전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길 당부한다.
  • “MB정부에 대한 경고… 입지강화 노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통해 북한의 의도와 향후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전개방향을 짚어보았다. ■ 일본 |도쿄 박홍기특파원|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일련 움직임과 관련,“기존의 남북관계를 수정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또 이 대통령의 방미·방일을 앞둔 상황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조교수는 이런 상황속에서 “북한이 앞으로 북·미 협상에 한층 더 치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측과의 관계가 경색된 데다 북·미 협상의 진전에 따라 한국의 대북관계도 바뀔 수밖에 없는 처지를 감안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의 궤도수정을 너무 시끄럽게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자 사전 경고의 성격이 짙다. 이 대통령의 다음달 미국과 일본 방문은 한·미·일 3국의 공조체제를 더 견실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북한의 강경한 행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행동 역시 더 구체적이고 커질 수도 있다.4·9 총선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을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전체적으로 나빠진다고는 예측하기는 어렵다. 남북 관계는 남북보다는 북핵의 해결, 즉 북·미 협상의 결과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북한의 행동은 전략적이다. 긴장을 고조시켜 6자회담이나 북·미 협상에서 더 얻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갑작스럽게 도발적인 사태를 낳기보다는 점차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남북대화를 중단할 의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북한은 상당량의 식량, 비료 등을 한국에서 받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인 까닭에서다. hkpark@seoul.co.kr ■ 미국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북핵 신고 등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북한이 앞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나가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던 28일에도 뉴욕채널을 통해 미측과 접촉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을 접겠다는 의도보다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관건이다. 존 박 미국평화연구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상품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상황은 계속 매우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캇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일련의 북한의 강경 움직임은 북한의 협상 전술로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자신들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신고안을 받아들일 것을 미국에 압박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주기 쉽지 않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최근 연설에서 밝혔듯이 북한의 요구를 현재의 미 정치적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협상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 북핵 협상이 삐걱거리며 진행될 것이며 북한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등 대북제재를 강행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북한의 잇단 강경 움직임은 이명박 대통령 출범 이후 한국 정부의 다자주의와 조건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에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신고가 지연되면서 6자회담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가 비관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미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지난 2006년 10월 통과된 유엔 회원국들의 북한에 대한 무기 및 사치품 수출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1718호의 이행과 북한의 가짜담배 유통 등 불법활동에 대한 국제법의 엄격한 적용 등이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다. kmkim@seoul.co.kr
  • 유럽 ‘이슬람 갈등’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이 다시 ‘이슬람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극우파 정치인이 반(反)이슬람 영화를 인터넷에서 상영한 데 이어 독일에서 30일(현지시간)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연극으로 공연하면서 이슬람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엔 덴마크 신문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다시 게재해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네덜란드 反이슬람 영화상영 이어 또… 이처럼 무슬림을 자극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2005년 마호메트 만평으로 촉발된 이슬람 세계의 격렬한 반발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이 무대에 올리는 원작 ‘악마의 시’는 1988년 영국 작가 루시디가 발표하자마자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으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여파로 루시디는 1998년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루시디에 대해 사형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힐 때까지 도피 생활을 했다. 독일 이슬람협회 알리 키질카야 회장은 “‘악마의 시’는 무슬림의 종교적 감정을 도발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만 마지엑 이슬람협회 사무총장도 “표현과 예술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것을 모독하는 것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일 내 이슬람 단체는 ‘악마의 시’ 공연으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데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마지엑 사무총장은 이슬람 교도들에게 감정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면서 “비판적이고 건설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마의 시’ 연극 공연은 지난 27일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인 게이르트 빌데르스(44)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비난하는 영화를 인터넷에 올려 무슬림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시도된 것이어서 테러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테러발생 가능성등 우려 목소리 커 외르크 치르케 독일 연방수사국장은 “무슬림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유럽 내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 독일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열차폭탄 테러 시도도 마호메트 만평 사건으로 촉발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높아진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초 덴마크·독일·프랑스 등 유럽 신문들이 마호메트를 희화화한 만평을 게재, 이슬람 세계의 격렬한 분노를 일으켰다. 당시 유럽 신문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마호메트가 폭탄모양의 터번을 두른 문제의 만평을 실었고 이슬람권에서는 폭력시위로 맞서면서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vielee@seoul.co.kr
  • 美軍, 이라크 바스라 폭격 초토화

    美軍, 이라크 바스라 폭격 초토화

    석유에 눈먼 미국이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바스라를 초토화했다. 미군은 친미 이라크 정부군과 강경 반미 시아파무장조직인 마흐디민병대가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이 도시를 처음으로 공습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BBC,AP 등 외신들은 “미군 전투기들이 27일 밤과 28일 새벽에 걸쳐 두 차례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면 공습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승전선언 이후 5년 만의 일로 미군의 본격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석유 수출의 관문인 바스라는 반미 아이콘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 민병대가 주요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바스라가 있는 남부지역엔 민병대의 세력권에 드는 시아파의 집단거주지가 많이 있다. 또한 남부는 세계3위를 자랑하는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 가운데 60% 이상이 있는 ‘검은 황금’지대다. 특히 지표에 가깝게 원유가 묻혀 있고 질도 좋아 배럴당 생산단가가 1달러밖에 되지 않는 최적 지대이다. 이들 유전지대가 이라크 종전 후 반미세력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은 공습이란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공습 이외의 카드로 친미노선인 누리 알 말라키 총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를 반미세력 제거의 선봉장으로 나서게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알 사드르의 위세에 눌려 미국의 ‘얼굴 마담’ 노릇을 했던 말라키 총리도 이번 기회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울 기회로 삼으려 미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군 3만명을 바스라에 투입해 25일부터 민병대에 대한 대대적 소탕에 나섰다. 말라키 총리는 28일 “민병대의 항복 시한을 당초 29일 자정에서 4월8일까지 연장한다.”며 “투항하는 민병대원에게는 현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민병대와 협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었다. 무력 충돌이 확산됨에 따라 이라크 전역은 포탄의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는 내전 모드로 진입했다.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바그다드의 미군 특별경계구역인 ‘그린 존’에도 마흐디 민병대의 로켓포와 박격포가 연일 날아들고 있다. 미국 대사관과 이라크 정부청사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이 지역은 이번주 들어서만 4일째 공격을 받고 있다. 수도 바그다드엔 시민 안전을 이유로 30일 새벽 5시까지 3일 동안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통금령 때문에 바그다드에서의 전투는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25일부터 바스라에서 시작된 양측의 무력충돌로 지금까지 1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교전은 각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 의회는 28일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 모색에 들어갔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말라키의 강경 노선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마흐디 민병대에 타격을 주기 위해 미국이 조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라크의 내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톰 엥겔하트 지음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톰 엥겔하트 지음

    명분을 잃은 채 세계의 냉소 속에 끝없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이라크 전쟁, 국가경제를 바닥부터 흔들어 놓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날이 갈수록 더 깊이 골을 파가는 사회 양극화…. 오늘, 미국 위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가 거치는 변화의 한 단계일 뿐일까, 아니면 ‘아메리카 제국’ 몰락의 한 과정일까.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톰 엥겔하트 지음, 창비 펴냄)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지은이는 미국의 대표적 대안언론 블로그인 ‘톰디스패치’의 운영자. 그가 2005년부터 2년 동안 10여명의 미국내 비판적 지성들과 가진 블로그 인터뷰를 모았다. ●美 비판적 지성인 10인 심층 인터뷰 미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에 참여한 진보인사들의 면면은 다양하고 화려하다. 컬럼비아대 역사학 명예교수이자 ‘미국 민중사’의 저자로 유명한 하워드 진을 비롯해 2005년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조시 부시 대통령의 별장에서 시위를 벌였던 반전운동가 신디 시핸, 캘리포니아대 역사학 교수 마이크 데이비스,‘빈곤의 경제’를 쓴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히 등이다. 책은 하워드 진이 포착한 미국내 저항의 목소리들을 들려주며 곧바로 본론에 들어간다.‘베트남:철군의 논리’(1967년)를 저술한 반전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이라크의 미군이 완전지원병으로 이뤄진 태생적 속성을 들며 미국내 반전운동은 유례없이 부모들의 몫이 돼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러고는 부시 행정부를 이라크에서 빠져나오게 할 방법으로는 “군대에서의 반란이 그 하나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쟁을 야기한 통치세력의 행위를 결코 범죄로는 몰아붙이지 않는 독특한 미국문화의 특성을 짚기도 했다. 미국문화가 어떤 경우에건 대통령과 통치세력을 매우 특별한 사람들로 보는 군주제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명백히 잘못된 리더십이 전쟁을 불렀다고 한들 그들을 ‘전쟁범죄’나 ‘전범’ 등으로 압박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제국주의’를 기획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솔직한 견해도 밝혔다. 이라크 전쟁을 “(더이상 나아갈 데가 없는)미 제국의 가장 바깥쪽 경계”라고 전제한 그는 “언젠가는 벌어질 이라크 철군은 곧 미 제국의 축소로 가는 첫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훗날 9·11테러 역시 미 제국 붕괴의 시초로 간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 블로그답게 주류 언론 현실도 파헤쳐 경제위기에 관해서는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 버클리) 일본정책연구소장인 찰머스 존슨의 견해를 집중소개했다. 미국경제가 도달한 위기의 본질을 군산 복합체에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에서 찾은 존슨은 미국 경제의 파산을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그는 “미국의 불황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미국 이외의 세계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훨씬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 경선에 대한 의미해석이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인이 민주당에 보이는 태도를 ‘비판적 수용’이란 개념으로 정리했다.‘보스턴 글로브’지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캐럴은 “민주당이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사회를 냉소주의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네이션’지 발행인인 카트리나 밴든 회블도 “민주당의 이러한 처신이 부시 행정부의 자멸을 바라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면서 “그러나 다수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철군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시각을 현 상황에 적용해 보면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선전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이다. 유권자들이 이라크전 등으로 보여준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막지 못한 민주당의 한계는 따갑게 비판하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안언론 블로그답게 비판의 촉수를 전방위로 뻗쳤다.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중매체와 주요 텔레비전의 뉴스가 약 5개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 언론의 현실을 신랄히 까발리기도 했다.1만 7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공천제도 정비가 정치개혁 첫걸음이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공천제도 정비가 정치개혁 첫걸음이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한나라당 공천 정국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에게 불공정 공천을 책임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연대 의원을 지원하지도 않겠지만 한나라당을 위한 지원 유세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강 대표는 계파 공천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 50여명은 ‘형님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공천을 반납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총선을 불과 보름쯤 앞둔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파국을 지켜보면 사자성어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순진하고 소박한 바람이 덧없음을 말하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백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대한 소망이 그야말로 백년하청이 아닐까 싶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공천과정을 지켜보면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말도 절로 떠오른다. 공천싸움 속에 그들이 입만 열면 내세우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염치는 없어진 지 오래이다. 그러고도 자신들을 믿고 밀어달라고 외친다. 참으로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이다. 민주정치의 기본 운영원리는 절차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예측가능한 공천 절차를 갖추지 못해 파행을 겪었다.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했다고 하나 그 방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전문성, 도덕성, 의정활동 역량, 당선 가능성, 국가·지역 및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이 심사기준이었다 하나,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천자 중에는 철새 정치인도 있고, 낙제점에 가까운 의정활동 평가를 받은 의원도 있고, 지난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낙천자들이 순순히 승복하지 못하고 ‘친박연대’라는 희한한 정파가 생겨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민주당이 이번 공천에서 그나마 한나라당보다 후한 점수를 얻은 것은 순전히 박재승 위원장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절차의 예측가능성이란 기준에서 볼 때 개인의 소신과 뚝심에 기대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또 다른 박재승을 찾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이번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같은 파행은 사실 공천 때마다 빚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경선 중에 규칙을 바꾸고 새로 정하면서 일부 후보들의 탈당 사태까지 불러왔다. 현재와 같은 공천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파행은 되풀이될 것이다. 낙천자들까지도 순순히 승복할 수 있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공천제도 재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천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 보자. 지금과 같은 공천위원회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 17대 총선에서 일부 시행된 예비경선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공천위원회 방식을 채택한다면 심사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해야 한다. 예비경선 제도를 취한다면 경선시기, 유권자 구성방법, 표 계산 방식 등을 자세히 정해야 할 것이다. 공천제도에는 공천시기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후보를 결정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과 공약을 보고 투표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태도이다.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거 두달 이전에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정치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소망이 백년하청이 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의 첫걸음을 공천제도 정비에서부터 시작하길 강력히 요구한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Metro] 덕수궁 소방훈련 27일 실시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는 제2의 숭례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훈련을 27일 덕수궁에서 실시한다.25일 본부에 따르면 이번 소방훈련은 ‘덕수궁 내 중화전 내부 일부 벽에서 원인미상의 화재가 발생, 천장 서까래 부분으로 연소 확대 중’이란 가상 상황을 설정해 열린다. 특히 화재대응 체제를 1단계 상황전파 및 인명대피,2단계 화재진압대책 강구 및 화재진압 활동,3단계 사고현장에 대한 유관기관의 수습과 복구활동 등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한 뒤 훈련 내용을 평가할 계획이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봄 기운이 완연한 요즘,30대 직장인들의 술자리에는 ‘벚꽃 구경’과 함께 ‘백골단’이 단골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경찰이 불법 시위 엄단 조치의 하나로 발표한 ‘체포 전담반’이 90년대 중반까지 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쓰고 대학생들을 잡아들이던 ‘백골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봄과 함께 시작되곤 했던 대학가 시위와 ‘백골단’을 둘러싼 30대들의 추억을 들어봤다. 90학번인 조모(37)씨는 봄만 되면 등줄기가 욱신거린다. 실제 상처가 남아 있다기보단 그저 화인처럼 남아 있는 곤봉 폭행의 상흔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이던 90년은 수업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었다. 매일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진압에 픽픽 쓰러지고,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비쩍 말라갔다. 책을 든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시절 조씨에게 ‘백골단(白骨團)’은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1991년 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학과 동료를 위해 법원 마당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대 앞에 전·의경들이 서 있었고, 경찰 기동대장은 해산을 요구했다.“평화시위를 해산할 이유가 없다.”고 호소한 지 10여분 뒤. 청재킷과 흰 운동화, 몽둥이를 든 백골단이 전·의경 머리 위로 날아오르듯 확 튀어나오더니 시위대를 마구 팼다.“몸집이 참 큰 사람들이었죠. 그저 공포였습니다. 철거예정지에 가면 가끔 조폭들과 연계해 나타나기도 했죠. 대학생들이 왜 정치적인 사건에 개입하냐고 말들 많지만, 배우는 학생들이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21세기가 원하는 협동심과 리더십을 공유한 사람이 되는 길이죠.” 직장인 이모(36)씨도 봄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벚꽃놀이 갈 생각에 설레는 게 아니라 대학 새내기 시절인 91년 봄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초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집회에서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다. “매일 집회가 계속 됐죠. 쩌렁쩌렁 울리는 스피커 굉음과 강의실까지 스며드는 최루가스가 절 그냥 놔두지 않았어요. 집회가 시작되면 친구들이 하나둘씩 강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그 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강씨 사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균관대생 김귀정씨도 을지로 골목에서 백골단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숨졌다. 이후 대학생들의 분신이 이어졌고, 매일 대규모 집회가 서울시청 주변에서 열렸다.“서울시청 광장을 놓고 백골단·전경과 매일 싸웠죠. 지금 생각하면 다른 장소도 많은데 왜 꼭 서울시청 광장만 고집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씨는 91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청바지·청재킷에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과 명동, 시청, 종로, 을지로 거리에서 숨바꼭질을 계속했다.“백골단은 전·의경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전투력’을 보유했죠. 한마디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는 경찰이 바로 백골단이었습니다. 두꺼운 진압복을 입은 전·의경은 그저 특정 장소를 지키는 일에 주력했지만, 백골단은 검거가 목적이었죠. 백골단에 잡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뛰었던지….” 최근 경찰이 체포 전담반을 꾸린다고 하자 이씨는 가슴이 벌렁거린다.“지금이 대체 어떤 때입니까. 진짜 과거의 백골단을 다시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겠죠?” ●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 통일운동가 황선(34·여)씨도 씁쓸한 추억담을 털어놨다.92학번인 황씨는 같이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백골단에 의해 숨지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 많이 닦아냈다고 돌아본다.“87년 민주화 이후에 집회시위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백골단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죠. 당연히 집회 참가자들은 더욱 분개했고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안진걸(37)씨도 백골단에 대한 ‘추억’ 아닌 ‘추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나온다. 안씨는 백골단이 단순히 시위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존재’였다고 말한다.“무작정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백골단이 누가 시위대고 누가 시민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죠. 이유도 모른 채 다치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때도 없었습니다.” 96학번인 대학생 황모(31)씨는 백골단의 끝물을 맛봤다.97년 노동절 집회 때 한양대 근처에서 당한 토끼몰이식 폭행을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집회는 80년대와는 달리 선배의 강압 없이, 자기 생각대로 나가든 말든 결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경찰은 96년 있었던 한총련 집회 뒤 또다시 강경 진압을 남발했다. 집회에 갔다가 여자 후배 한 명과 함께 백골단에 쫓겼고 여자 후배를 멀리 피신시킨 뒤 자신만 집중 폭행을 당했다.“백골단은 시위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생겼던 조직입니다. 해외에도 시위대를 곤봉으로 때리는 경찰들이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하다 시위대가 흥분해 주변 시민을 위협하면 그제서야 곤봉을 듭니다. 무조건적인 체포와 폭력진압을 위주로 하는 백골단과는 성격이 다르죠.” 중학교 교사가 된 96학번 이모(31·여)씨는 같은 대학, 같은 학번 노수석씨를 기억한다.96년 초 새내기였던 이씨는 선배들의 권유로 등록금 투쟁에 나섰다. 이씨는 “당시에도 등록금은 치솟고 있었고, 신입생 때는 무엇이든 참여하고픈 생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남대문에 다다르자 ‘등록금 투쟁’ 구호는 ‘정권 타도’로 바뀌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 무렵 최루탄이 터졌다. 이씨는 남자 동기의 손을 잡고 서울역 방향으로 무조건 뛰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백골단이다. 남대문엔 골목이 많다. 큰길로 뛰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었다.“대부분 서울역으로 뛰었죠. 하지만 나중에 들으니 노수석씨를 비롯한 몇몇이 골목으로 뛰었다는 거예요. 골목은 목격자도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데….”결국 노씨는 백골단에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유모(32)씨는 백골단하면 촌스러운 청재킷이 떠오른다.96년 여름, 신분증 검사도 떠오른단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측은했다고 말했다.“연세대에서 8월 사태가 있었죠. 그리고 교문을 들어갈 때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했어요.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위에서 시킨다고 폭력까지 휘둘렀던 백골단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백골단으로 불리는게 너무 싫었어요” 90년대 초반 광주에서 ‘백골단’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던 전남지방청 소속 한모(44) 경사에게도 그 시절의 기억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누가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당시엔 초임 경찰관 가운데 덩치가 좋고 날렵한 사람들이 대거 검거전담반으로 차출됐죠. 백골단으로 불리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진압복도 입지 않은 채 대학생들이 휘두르는 쇠파이를 막느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더이상 그런 아픔은 없어야 겠죠.” 회사원 이모(32)씨는 98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다. 그가 기억하는 백골단은 시위를 진압하는 ‘최후의 수단’이다.“의경 입장에서는 하얀 헬멧과 청재킷만 봐도 힘이 났죠.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대학생들 앞에서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백골단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이씨에게 대학 시절 백골단은 무섭고 혐오스러운 존재였지만, 전·의경 복무 시절 시위 현장에서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갑자기 시위와 관련된 모든 이론이 싫어졌어요. 어떤 생각도 뛰어넘은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었죠.” 사건팀 nomad@seoul.co.kr ■ 백골단을 아시나요? “백골단이요? 알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골부대를 모르는 사람 있나요.” 백골단이 한창 활동하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코흘리개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벌써 어엿한 대학생과 직장인이 됐다. 그들에게 백골단은 그저 생소한 이름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 김모(25·여)씨는 백골단을 백골부대의 다른 이름으로 알았다.“백골단, 유명한 부대잖아요. 여자인 저도 아는 걸요. 해골 부대 마크 있고…. 철원에 있잖아요. 백마부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대 중 하나 아닌가요.” 백골단은 80∼90년대 활동했던 사복 시위 진압대라고 알려주자 김씨는 몹시 당황했다.“그런 진압대가 있었나요. 처음 들어봅니다. 아무리 그 당시 유치원생이었지만 우리 근대사의 일부분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너무 부끄럽네요.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겠어요.” 새내기 대학생 정모(19)씨도 백골단을 부대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글쎄요. 왠지 군대쪽에 관련된 거 같긴 한데…. 학교 다닐 때 백골단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아직 대학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잘 모르겠네요.” 정씨는 기자로부터 백골단의 의미를 알게 되자 되레 의아해했다.“정말 그런게 있었나요. 진짜 조선시대 이야기 같습니다. 당당하게 경찰복을 입고 진압하지 왜 치사하게 사복을 입고 진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직장인 최모(26)씨도 백골단은 금시초문이었다. 최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모습을 담았던 영화 ‘화려한휴가’를 본 뒤 관련 책 등을 읽어봤지만 백골단은 난생 처음 듣는 단어였다. “사복경찰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그들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움직인 조직원들인지는 몰랐습니다. 고작 20여년밖에 안 된 일인데 정부가 교묘히 국민을 탄압했다는 사실에 그저 화가 나네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자회사 실적으로 얻은 나쁜 이익은 毒”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나쁜 이익은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임직원들에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3일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최근 임원회의뿐 아니라 창원, 구미 등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조직 체질을 바꿔야 할 중대한 시기인데도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외부 전망 때문에 변화 스피드가 늦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에도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이 있는데 거품을 빼고 실체를 보면 최근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과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 실적 호조로 얻는 이익은 결코 좋은 이익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나쁜 이익에 안주하면 변화 고삐가 느슨해지고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으며,3∼4년 뒤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등 대외 변수는 상황에 따라 이득이 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 부회장은 “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에도 우리가 목표한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기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값 급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와 관련,“가전제품 원가가 높아지고 있어 부담이 되고 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의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주일 단위로 판매, 재고, 채권관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베이징 개회식이라도 보이콧 하자”

    |파리 이종수특파원·서울 임병선기자|중국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해 베이징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 개회식에 초청된 각국 귀빈들이라도 참석을 거부해 중국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18일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제안한 개회식 보이콧이 “흥미롭다.”며 19일 유럽연합(EU)에 이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쿠슈네르 장관은 “다음주 EU외무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개회식 참석 거부가 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하는 것보다 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도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에서 “개회식 불참에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한스 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도 독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탄압이 계속된다면 올림픽 개회식 참관을 계획한 정치 지도자들은 베이징행이 책임있는 행동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중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티베트의 영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지지해온 찰스 영국 왕세자는 이미 중국의 올림픽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티베트 돕기에 앞장서온 미국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선수들도 나서고 있다. 남자 접영 50m 세계챔피언인 롤랜드 쇼먼(남아공)은 1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서 티베트의 인권탄압을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세 차례나 따낸 네덜란드의 수영영웅 피터 반 덴 호헨반트도 IOC가 선수들을 대신해 중국의 인권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큐슈네르 장관의 발언이 다수 의견은 아니라고 일축한 뒤 “중국 정부는 법과 질서를 복원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EU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IOC 역시 이 문제에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 티베트지지 네트워크는 이날 IOC에 서한을 보내 유혈사태가 발생한 티베트,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간쑤(甘肅)지역을 성화 봉송 루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날 스위스 로잔의 IOC본부 앞에선 400명의 시위대가 티베트 진압중단을 외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bsnim@seoul.co.kr
  • [씨줄날줄] ‘티베트에서의 7년’ /구본영 논설위원

    최근 티베트에서 유혈사태가 번지면서 맨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에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한 ‘티베트에서의 7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말라야 원정을 떠난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가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출, 티베트의 라싸에서 겪는 실화를 다룬 영화다. 고대 서양문명의 중심이었던 그리스에선 희랍인이 아닌 다른 민족을 ‘바르바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현대 영어의 야만인(Barbarian)의 어원이 됐다.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개 이런 시각에서 동양 문화를 한 수 아래로 그리기 일쑤다. 그러나 ‘티베트에서의 7년’은 동양 문화를 편견없이 다뤘다. 주인공이 어린 소년이었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인간의 삶에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대목이 그랬다. 중국 시짱(西藏) 자치구가 티베트인들의 분리독립 시위로 준내전 상태란다. 시짱 자치구는 티베트인들의 오랜 생활터전이었다. 당송 시절 토번(吐蕃)이란 강성한 통일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중국 고대사는 한족의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주변 민족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기록했다. 한족의 시각에선 티베트인들도 이런 ‘오랑캐 민족’중 하나일 뿐이다. 중화주의적 편견을 버리고 보면 고대 때부터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민족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영토의 4분의1에 이르는 시짱 자치구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광물과 목재 등 자원의 보고여서만이 아니다. 티베트가 분리되면 다른 55개 소수민족들의 연쇄 반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칭짱철도로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흡수 정책과 서부대개발이란 당근 정책을 함께 구사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20년래 최악이라는 이번 유혈사태는 57년에 걸친 ‘중국 우월적’ 동화정책이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웅변한다.20여년간 티베트 고유의 불교문화를 억제해 왔지만, 라싸 거리의 주민들은 여전히 염주를 쥐고 다닌다지 않는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의 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쪽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이 사태 해결을 위한 차선의 대안은 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中, 올림픽 성공개최 차질 ‘초비상’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14일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20년만의 최대규모인 이번 폭동은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이 이번 폭동을 유혈 진압함에 따라 중국의 반인권적인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단 다르푸르사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이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정책을 이유로 전세계적인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사태도 우려된다. 더불어 이번 폭동이 중국군의 강력한 탄압과 철저한 감시를 뚫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티베트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티베트 내 주요 사원에 군과 경찰을 배치,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라싸의 드레스풍 사원은 군인들이 3중으로 에워싸고 있었으며 세라 사원엔 200명의 경찰을 배치해 승려들을 외부와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봉쇄조치도 티베트인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티베트인들은 올림픽이 미디어와 세계의 이목을 끌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을 감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해로 판단하고 있다.”는 자유티베트 캠페인 간부의 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폭동은 중국의 일방적인 강압정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해석된다. 중국은 1950년대 초반 티베트를 강제로 합병한 이후 잇단 독립 요구 시위를 무력 진압해 왔다.1959년 3월10일 대규모 독립시위와 1989년 3월5일 대규모 독립시위의 강제 유혈 진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폭동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최소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계속되리란 전망이다. 티베트인들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57년간의 중국 지배를 끝내고 독립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티베트에서는 지난 10일부터 ‘티베트 봉기’ 49주년을 맞아 티베트와 인도 등지에서 동시 다발적인 시위가 시작돼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엔 라싸에서 세라 사원 승려 600명이 체포된 승려 12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공안 2000여명을 투입해 최루탄을 발사해 강제 해산했고 60여명을 연행했다. 앞서 10일에는 칭하이 북서부의 루창사원 승려 400여명이 시위를 벌이며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귀국을 주장했다. 또한 티베트 망명자들로 구성된 5개단체 회원 100여명은 지난 10일부터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를 출발,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하는 8월 말까지 약 6개월간 걸어서 고향인 티베트까지 가는 대장정시위에 돌입한 바 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中, 올림픽 성공개최 차질 ‘초비상’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14일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20년만의 최대규모인 이번 폭동은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이 이번 폭동을 유혈 진압함에 따라 중국의 반인권적인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단 다르푸르사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이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정책을 이유로 전세계적인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사태도 우려된다. 더불어 이번 폭동이 중국군의 강력한 탄압과 철저한 감시를 뚫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티베트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중국은 티베트 내 주요 사원에 군과 경찰을 배치,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라싸의 드레스풍 사원은 군인들이 3중으로 에워싸고 있었으며 세라 사원엔 200명의 경찰을 배치해 승려들을 외부와 차단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봉쇄조치도 티베트인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티베트인들은 올림픽이 미디어와 세계의 이목을 끌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을 감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해로 판단하고 있다.”는 자유티베트 캠페인 간부의 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폭동은 중국의 일방적인 강압정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해석된다. 중국은 1950년대 초반 티베트를 강제로 합병한 이후 잇단 독립 요구 시위를 무력 진압해 왔다.1959년 3월10일 대규모 독립시위와 1989년 3월5일 대규모 독립시위의 강제 유혈 진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폭동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최소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계속되리란 전망이다.티베트인들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57년간의 중국 지배를 끝내고 독립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티베트에서는 지난 10일부터 ‘티베트 봉기’ 49주년을 맞아 티베트와 인도 등지에서 동시 다발적인 시위가 시작돼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엔 라싸에서 세라 사원 승려 600명이 체포된 승려 12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중국은 공안 2000여명을 투입해 최루탄을 발사해 강제 해산했고 60여명을 연행했다. 앞서 10일에는 칭하이 북서부의 루창사원 승려 400여명이 시위를 벌이며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귀국을 주장했다. 또한 티베트 망명자들로 구성된 5개단체 회원 100여명은 지난 10일부터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를 출발,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하는 8월 말까지 약 6개월간 걸어서 고향인 티베트까지 가는 대장정시위에 돌입한 바 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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