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란 사태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통상정책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비자 문제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스테이크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알카에다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883
  • [씨줄날줄] 설중송탄(雪中送炭)/정기홍 논설위원

    중국 천하를 놓고 싸운 초한전(楚漢戰)에서 초나라의 항우를 물리친 유방은 “장량처럼 교묘한 책략을 쓸 줄도, 소하같이 행정을 살피고 군량을 제때 보급할 줄도 모른다. 한신처럼 싸움을 이기는 일도 잘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가 세 영웅의 도움으로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를 이겼다 해서 오늘날에도 익히 회자되고 있다. 소하가 양식과 군량을 보급한 것은 전장의 후방에서 돕는 일로, 공적으로 치면 다소 뒤처지는 일이다. 침몰한 세월호의 구조·수습현장에서 공무원들의 손발이 안 맞아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현장에는 전문가가 없고 아마추어와 같은 ‘얼치기’만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주에는 화훼협회에서 분향용으로 국화 2만 송이를 무상 기부하려고 했지만 기관 간의 어깃장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의 장례지원단에 파견된 직원의 개인 전화번호를 거절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메모까지 남겼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단다. 그 시간, 경기 안산의 합동분향소에는 국화가 동나 검은 리본으로 대체되는 촌극을 빚었다. 구조에서 수습까지 끝없이 우왕좌왕하는 꼴에 헛웃음마저도 아까울 정도다. 전국은 ‘천붕지통’(天崩之痛)과 같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 채 슬픔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잘못의 끝이 어딘지 분간도 못한다. 모든 게 공무원 탓이라고 한다. 이러한대도 연수 외유를 떠난 무개념 공무원이 잇따르고 현장 수습은 부처 간, 기관 간 ‘따로국밥’처럼 돌아간다. 하지만 희망의 끈마저 놓아선 안 된다. 다행히 추모행렬은 줄을 잇고 성금과 구호품도 답지하고 있다. 만사를 제쳐놓고 현장을 찾는 자원봉사자도 힘이다. 남은 자의 양심이고 의무인 듯 모두가 동병상련, 십시일반이다. ‘설중송탄’(雪中送炭)이란 고사가 있다. 중국 북송의 태종 조광의가 귀족들이 토지 합병을 둘러싸고 탐욕을 부리면서 백성의 삶이 궁핍해지자 백성에게 돈과 쌀, 땔감을 보냈다는 데서 유래했다. 잇따른 농민의 난으로 불안했던 태종의 민심수습책으로 치부할 순 있지만 어려운 이를 도울 때 자주 인용된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EU에서 서로 돕자는 의미로 언급해 다시 알려졌다. 공직사회는 말 그대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연발하는 헛발질에 공직을 보는 노여움이 머리털이 갓을 찌르고 나올 정도라 해석해도 모자람이 없다. 만연한 보신주의의 결말을 보는 듯하다. 시중에는 ‘공직자 페이퍼 신드롬’까지 만들어졌다. 우리 공직에 소하와 같은 ‘장수’는 정녕 없는가. 그래도 국민의 마음에는 설중송탄의 뜻이 이어져야 하겠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29일 마무리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네 번째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다 방문 기록이다. 일본은 18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고, 말레이시아 방문은 미 대통령으로는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순방에서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음을 보여줬다. 정책의 두 중심축인 ‘동맹 협력’과 ‘경제 협력’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국으로 양대 동맹국이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국 또는 관심국인 한국과 일본을 골랐다. 말레이시아도 TPP 협상국이고, 필리핀도 협상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4개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TPP 협상으로 묶이는 것이다. 특히 한·일 방문은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부상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천명한 것은 2011년 11월 호주 의회 연설에서다. 그러나 이 정책이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2011년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시장 확대에 나섬과 동시에 중국의 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전략이 필요했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의 장기 전쟁이 끝나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유효했다. 이런 과정 속에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이 등장했지만 정책 추진을 위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자신들의 핵심 이해 지역인 중동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이란 핵 문제 등이 불거지자 이들 문제에 적극 개입했고, 이 결과 아시아 중시 정책은 말뿐만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1년 말 미얀마를 처음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물러난 뒤 그들의 자리를 이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시아보다는 중동 정책에 집중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불을 끄기 바빠지면서 아시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을 통해 주변국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미 서부에서 열었던 미·중 간 정상회담의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영토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우경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방문에 앞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최하면서 이들 동맹국의 화해를 유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아시아 중시 정책을 말뿐만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외 상황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모습을 드러내 동맹을 재확인하고 경제 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내부 지지로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순방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큰 만족을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사활을 건 TPP 협상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고, 센카쿠 지지 발언으로 중국만 자극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일 간 TPP 조율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의 참여 문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TPP를 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북핵 불용을 재확인하고 위안부 비판 발언을 통해 안심을 줬지만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등은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은 난관이 적지 않아 한·미 동맹 강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미군 병력의 필리핀 기지 순환 배치를 확대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로 평가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성난 민심이 묻다… “대통령은 왜 사과 안 하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여부가 정국의 초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28일 청와대 홈페이지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한 네티즌의 글로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한때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어제(27일) 자유게시판에 정모씨라는 분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반향을 일으키면서 접속이 폭주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올린 글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처에 대해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며 “대통령은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고 최우선 의제를 설정하며 (구조) 비용을 걱정하지 않게 책임을 지는 일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인데, 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없다”며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네티즌은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조회수가 50만건(누적 기준)을 넘는 등 관심이 폭주하자 이날 오전 “제가 쓴 게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퍼온 것인데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 (청와대) 운영자 분은 글을 삭제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다시 올렸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정씨는 글을 올린 사람에게 삭제 권한이 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이날 오전 글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글의 원작자는 다큐멘터리 감독 박성미씨로, 그는 지난 25일 오후 7시 25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게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최근 해외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프닝일 수 있는 사건이지만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는 민심의 일단일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때가 되면 나오지 않겠느냐”며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가 나올 것임을 암시했다. 지금까지 사과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박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했던 한 정치인은 “개인적인 성품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인 간의 문제를 사과할 때도 일이 커져 정말 미안한 일은 어느 정도 수습을 하고 나서 사과하려 하지 않느냐. 사안의 엄중성으로 보아 누가 봐도 사과하지 않고 지나갈 일은 아니다. 평소 진정성을 강조해온 만큼 ‘진정한 사과’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지난 50~60년 대통령들이 때마다 사과했지만, 사고는 되풀이됐다. 어느 정도 원인이 진단되고 사후조치가 윤곽을 드러낼 때쯤에 나오는 사과가 국민과 피해자들이 바라는 진정한 사과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29일에는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어 박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청와대 글 삭제…“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청와대 글 삭제 경위는?(전문 포함)

    청와대 글 삭제…“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청와대 글 삭제 경위는?(전문 포함)

    ‘청와대 글 삭제’ ‘대통령 하야’ 한 네티즌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 삭제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는 28일 한때 이 글을 보기 위해 접속한 네티즌들로 인해 한때 마비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자유게시판에 정모씨라는 분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게 반향을 일으키면서 접속이 폭주했다”고 설명했다. 이 네티즌은 전날 오전 글을 올렸고, 이날 오전 9시 현재 40만건이 넘는 접속 건수를 기록했다. 이 글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고 이후 정부 대처의 미흡함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네티즌은 이 글에 대한 관심이 폭주하자 이날 오전 “제가 쓴 게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퍼온 것인데 이렇게 반응이 클지 몰랐다. 파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 운영자 분은 글을 좀 삭제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다시 올렸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국정홍보비서관실 측은 “자유게시판 운영 정책상 본인이 작성한 글은 본인이 삭제할 수 있고, 삭제를 원하면 실명 인증을 거친 후 직접 삭제하면 된다”는 설명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한편 해당 네티즌에게도 전자우편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민 대변인은 “해당 글을 게시한 네티즌이 스스로 글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네티즌이 올린 글이 관심을 끌자 청와대 홈페이지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네티즌들이 들어오면서 접속이 불안정한 상태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청와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국정홍보비서관실의 소영호 행정관은 “평소 일일 접속자 수는 7000명 정도 되는데 지금은 2∼3배에 이르고, 동시 접속자 수도 많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맞춤법 등을 수정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를 옮깁니다)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번만큼은 분명히 그 잘못을 조목 조목 따져 묻겠다. 지금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대통령이란 직책, 어려운 거 안다. 아무나 대통령 하라 그러면 쉽게 못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쉬이 비판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 물러나라 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시민들이 정신만 차리면 그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 해야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 첫째,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 대통령이 구조방법 고민 할 필요 없다. 리더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밑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아래 사람들끼리 서로 조율이 안 되고 우왕좌왕한다면 무엇보다 무슨 수를 쓰든 이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행부 책임 하에서 잘못을 했다면 안행부가 책임지면 된다. 해수부가 잘못했으면 해수부가 책임지면 된다. 그런데 각 행정부처, 군, 경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책임소관을 따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면, 그건 리더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거다. 나는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모든 행정부를 통솔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딱 한 명 밖에 모른다.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현장에 달려가 상처 받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고 그런 일이 아니다. 그런 건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조 왜 못하냐, 최선을 다해 구조해라’ 그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잘못하면 책임자 엄벌에 처한다’ 그런 호통은 누구나 칠 수 있다. 대통령이 할 일은 그게 아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왜 쇼핑을 못 한답니까?’ 그런 말 하라고 있는 자리 아니다. 공인인증서 폐기하라고, 현장에 씨씨티비 설치하라고, 그러라고 있는 자리 아니다. 일반인들이 하지 못하는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대통령에 책임이 있는 거다. 대통령? 세세한 거 할 필요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일이 안 되는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는 일, 뭐가 필요하냐 묻는 일. 그냥 해도 될 일과 최선을 다할 일을 구분하고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포기할 일과 안 돼도 되게 해야 할 일을 구분해주고, 최우선 의제를 설정하고 밑의 사람들이 다른 데 에너지를 쏟지 않을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주는 일, 비용 걱정 하지 않도록 제반 책임을 맡아 주는 일. 영화 현장의 스탭들은 감독이나 피디의 분명한 요청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안 돼는 일도 되게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어려운 일을 되게 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오버 된다. 이 오버된 제반 비용에 대한 책임. 그것만 누군가 책임을 져 주면, 스탭들은 한다. 리더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 ‘안 돼도 되게 하려면’ 밑의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것이 구조 작업이던 뭐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면 무조건 돈이 든다. 엄청난 돈이. 만약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 그건 대통령이 정말로 누군가의 말단 직원인 적도 없었고 비용 때문에 고민해 본 적도 없다는 얘기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만약 리더가 너 이거 죽을 각오로 해라. 해내지 못하면 엄벌에 처하겠다 라고 협박만 하고 비용도 책임져주지도 않고, 안 될 경우 자신은 책임을 피한다면,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구하는데 돈이 문제냐 하지만, 실제 그 행동자가 되면 달라진다. 유속의 흐름을 늦추게 유조선을 데려온다? 하고 싶어도 일개 관리자가 그 비용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그건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힘 없는 시민들조차 죄책감을 느꼈다. 할 수 있었으나 하지 못한 일, 그리고 전혀 남 일인 것 같은 사람들조차 작게나마 뭘 할 수 있었을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고 이끌 수 있었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직접 시정할 수 있었던, 해외 원조 요청을 하건 인력을 모으건 해양관련 재벌 회장들에게 뭐든 요청하건,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그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무슨 일을 고민했는가? 둘째,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정부는 필요 없다. 대통령은 분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왜 지휘자들은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안았을까? 그것이 한 두 번의 명령으로 될까? 날씨 좋던 첫째날 가이드라인 세 개밖에 설치를 못했다면, 이러면 애들 다 죽는다. 절대 못 구한다 판단하고 밤새 과감히 방법을 바꾸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 이 리더 밑에는 왜 한 사람도 없었는가? 목숨걸고 물 속에서 작업했던 잠수사들, 직접 뛰어든 말단 해경들 외에, 이 지휘부에는 왜 구조에 그토록 적극적인 사람이 없었는가? 밑의 사람들은 평소에 리더가 가진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 급한 상황에서는 평소에 리더가 원하던 성향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평소 리더가 어떨 때 칭찬했고 어떨 때 호통쳤으며, 어떨 때 심기가 불편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리더가 평소에 사람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던 사람이라면 밑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던 말 하지 않아도 그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행동한다. 쌍용차 사태의 희생자들이 분향소를 차렸을 때 박근혜에게 충성하겠다 한 중구청장은 그들을 싹 쫓아냈고,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죽어가도 아무도 그걸 긴급하게 여긴 적이 없고, 모두 살기보다 일부만 사는 게 효율에서 좋고 자살자가 늘어나도 복지는 포퓰리즘일 뿐이고 세 모녀의 죽음을 부른 제도를 폐지하는 데에 아직도 대통령이 이끄는 당은 그토록 망설인다. 죽음을 겪은 사람들을 ‘징징대는’ 정도로 취급하고 죽겠다 함께 살자는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뿌렸다. 이곳에선 한번도 사람이,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적은 없었다. 아직도 이들에겐 사람이 죽는 것보다 중요한 게 많고, 대의가 더 많다. ‘사람은 함부로 해도 된다’ 는 이 시스템의 암묵적 의제였다. 평소의 시스템의 방향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이럴 때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라고 지시를 하면 밑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생명이 걱정되어서 그런 지시를 내린 건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줘라 라는 뜻인지, 정부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구조를 하라는 건지, 여론이 나빠지지 않게 잘 구조를 하라는 얘긴지 헷갈리게 된다. 대책본부실에서 누가 장관에게 전했다. “대통령께서 심히 염려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이 말이 ‘아이들의 안위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염려하고 있다는’ 건지 ‘민심이 많이 나빠지고 있어 자리가 위태로워질 걸 염려한다는’ 건지 밑의 사람들은 헷갈린다. 대신 지시가 없어도 척척 움직인 건 구조 활동을 멈추고 의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재빨리 대통령이 아이를 위로하는 장면을 세팅한 사람들, 대통령은 잘했다 다른 사람들이 문제다 라고 사설을 쓸 줄 알았던 사람들, 재빨리 불리한 소식들을 유언비어라 통제할 줄 알았던 사람들,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애를 쓴 사람들, 선장과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 사람들과 순식간에 부르자마자 행진을 가로막고 쫙 깔린 진압 경찰들이다. 이것은 이들의 평소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소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다. 내가 선거 때 박근혜를 뽑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가 친일파라서도 보수당이어서도 독재자의 딸이어서도 아니었다. 그녀가 인혁당 사태 때 보여준 반응, 자신의 부친 때문에 8명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거기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안타까움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에 대해 그토록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된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리더의 잘못은 여기에 있다. 밑의 사람들에게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 셋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막대한 권한과 비싼 월급, 고급 식사와 자가 비행기와 경호원과 그 모든 대우는 그것이 ‘책임에 대한 대가’ 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선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리더가 책임지지 않는 곳에서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 법을 알겠는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결정적으로,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덧붙임. 세월호 선장들과 선원들이 갖고 있다던 종교의 특징은 단 한 번의 회개로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잘못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라 한다. 이거, 굉장히 위험한 거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대통령,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사람에 대해 아파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은 더더욱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與, 국면 전환용 개각 카드 역풍될까 노심초사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여권 내에서 제기된 개각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고공행진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노출된 정부의 위기관리 무능력 등으로 급락하면서 이 상태로는 6·4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사고 수습이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구체적인 개각 범위, 시기를 두고 이야기가 조금씩 모아지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25일 “실종자 수색과 시신 인양 등 1차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되면 잘잘못을 따져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게 일의 순서”라며 “지금 가족들은 생사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개각이니, 인책이니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개각 논의보다 사고 수습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지방선거의 사실상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여권 내에서는 대규모 개각의 필요성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경선 캠프 관계자는 “개각이 급락한 지지율의 반전을 끌어낼 카드가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선거 이후에는 늦다. 하려면 선거 전에 해야 한다”며 “다음 달 초 후보들이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본선으로 접어들게 되면 개각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지도부는 섣불리 국면 전환용으로 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여권 수뇌부는 세월호 참사가 수습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참사 사태에 대한 반성과 향후 비전을 담는 국가 전면개조론 등을 앞세워 개각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개각 폭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폭 수준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징성을 가진 총리가 포함되지 않고서는 가시적 효과가 적고 내각 총사퇴는 외교·안보 분야 등 다른 국정에까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혁신연대에서는 일부 의원이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했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한 의원이 그런 의미의 발언을 한 것일 뿐 다수 의견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고 수습에 책임이 있는 부처 수장은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정도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인적 구성에 대해서는 1기 내각에는 관료, 학자 출신이 중용됐으나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유연한 대처가 안 돼 정치인을 발탁하는 정무형 내각을 꾸리자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1997년 경기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에서 부녀복지계장으로 일하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그는 화재에 취약하다며 관내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 허가를 반려했다. 그러자 요즘 말로 치면 “암덩어리 규제를 무기로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종북) 무사안일 공무원”이라며 항의에 시달렸다. 군청 간부들은 “허가를 내주라”고 난리를 쳤다. 아예 깡패들까지 찾아와 협박하는데도 그 계장은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군청에선 결국 그 계장을 좌천시키고 곧바로 청소년수련시설에 허가를 내줬다. 그리고 1년도 안 돼 그곳에서 화재가 났다.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화마가 앗아갔다. 온 국민은 이 시설이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 수십 개를 얹어 화재에 취약한 가건물 형태였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졌다. 화성군청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 계장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이듬해 명예퇴직했다. ‘씨랜드 화재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 제도정비가 이뤄졌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해훼리호, 대구지하철, 씨랜드, 세월호 악몽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기파괴적인 신념을 학습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계장을 ‘참 공무원’이라며 칭송했던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장덕’이란 이름 석 자를 금세 잊어버렸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개혁을 했다면, 국민안전을 위한 더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정비했다면, 공공성을 내팽개친 공직자를 고발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쥐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다 못해 이장덕 계장을 이장덕 과장으로,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면, 책임감 있는 공무원은 출세한다는 학습효과라도 줬다면, 세월호 참사로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스템 붕괴’에 국민이 절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공무원을 조롱하고 비난하기는 쉬운 일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무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공무원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우리는 더 많은 이장덕을 발굴하고 키워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성찰이다. 우리 사회는 이장덕 같은 일선 공무원들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격려해 줬는가. 현장 공무원은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르는 나라에서 ‘공무원’을 생각한다. betulo@seoul.co.kr
  • 지만원 “박근혜 리더십 위기, 정신 바짝 차려야”

    지만원 “박근혜 리더십 위기, 정신 바짝 차려야”

    보수논객 지만원(72)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인 지만원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시스템클럽’에 ‘박근혜, 정신 바짝 차려야’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지만원은 “박근혜는 국민 에너지를 총동원해 사회 곳곳에 시스템 심기 운동을 옛날 새마을운동 하듯 전개해야하고, 안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도권 밴드에서 국가를 전복할 목적으로 획책할 ‘제2의 5·18 반란’에 지금부터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무능한 박근혜 퇴진’과 아울러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봉기가 바로 북한의 코앞에서 벌어질 모양이다”라며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다. 선장과 선원들의 당당함을 보면서 그리고 마치 사전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없는가?”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지만원은 “‘이판사판’의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도박으로 살길을 뚫어야 하는 것이 김정은의 토정비결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도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제2의 5·18 폭동, 이것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 하에 대통령은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하 지만원 글 전문. ■박근혜, 정신 바짝 차려야■ 박근혜는 지금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처해있다. ‘알고 보니 매우 무능’하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정서다. 그를 포장해왔던 신비감도 이번 일로 싹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내공 없는 알몸 뿐이다. 그는 자기가 이끌고 나가야 할 대한민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리더십의 기본인 실태분석조차 없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현재 이 나라가 이런 모양으로 생겼는데 앞으로는 저런 모양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는 이 국가가 ‘이런 모양’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했고,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냥 국민에게 많은 복지 해주겠다고 선동만 했다. 게으른 국민에게 공돈을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기에 여념이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불만과 사회적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월호의 확대판이다. 2홉들이 4홉들이인 것이다. 이토록 자기가 이끌고 가야 할 대한민국은 엄청난 중병에 걸려 있는데도 박근혜는 매우 기이하게도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전을 써온 것이 아니라, 저 멀리에서 주민을 학대하고 있는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처방전을 열심히 써왔다. 그런 엉뚱한 일을 벌이다가 오늘과 같이 자기 국민이 자기 국민을 집단적으로 학살케 하는 사태를 맞았다. 평시에도 자기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이 판에, 전쟁이 나면 무슨 수로 국민생명을 보호하겠는가? 어림도 없다. ▽ 한편으로는 전 국민을 동원하여 시스템 식목운동을 벌려야▽ 이번 세월호 사건을 맞이한 박근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사회 곳곳에 시스템 심기 운동을 옛날 새마을운동 하듯이 전개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도권 밴드에서 국가를 전복할 목적으로 획책할 ‘제2의 5.18반란’에 지금부터 빨리 손을 써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2의 5.18폭동에 단단히 대비하라▽ ”무능한 박근혜 퇴진”과 아울러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봉기가 바로 북한의 코앞에서 벌어질 모양이다. 매우 위험한 도박인 것이다.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다. 선장과 선원들의 당당함을 보면서 그리고 마치 사전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없는가? 지금 남한의 빨갱이들은 큰 대목을 잡아놓고 있다. 남한 빨갱이들은 북한의 지령으로 움직인다. 북한 정권이 긴장하면 이 긴장은 곧바로 남한 빨갱이들에 명령으로 전달된다. 지금 북한 정권은 죽느냐 사느냐, 초긴장 상태에 있다. 미국이 김정은을 고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유엔이 김정은을 국제재판에 세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예전처럼 북한을 노골적으로 싸고 돌 수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김정은은 위험해 진다. ▽김정은의 이판사판 게임, 제2의 5.18반란으로 점화될 것▽ ’이판사판’의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도박으로 살길을 뚫어야 하는 것이 김정은의 토정비결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도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의 능력을 불신하고 있으며 점점 식상해 하고 있다. 저들은 온갖 유언비어와 선동으로 이런 물결을 더욱 거세게 증폭시킬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대통령에 힘이 빠진다. 이때를 저들이 놓칠 리 없다. 제2의 5.18폭동, 이것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 하에 대통령은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이번에도 광주 5.18행사에 참석하면 우익 애국자들의 분노는 박근혜에 대한 싸늘함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옆에는 누가 남는가? 좌익들에 둘러싸여 그들에 놀아나다 당하지 말고, 제발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주변에 있는 좌익들, 유사시에 누구 편을 들겠는가? 범국민적 시스템 운동으로 국민을 결집시키면서 그 힘으로 좌익들이 벌일 폭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14.4.22. 지만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세월호 사건이 드러낸 우리들의 치부/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세월호 사건이 드러낸 우리들의 치부/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 사건은 감춰져 있던 우리 사회의 수준과 치부를 드러내 보였다. 사고가 터지자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우왕좌왕 속에 희생자를 키운 무능한 당국. 325명의 학생들을 안전교육 없이 배에 태운 무지한 학교와 교육당국. 사고 뒤 대피 안내조차 없이 승객들을 선실에 묶어두고 자기들만 탈출해 대규모 희생을 발생시킨 선장과 승무원. 승무원들에게 기본적인 근무 수칙과 위기대응 교육도 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만 눈먼 해운사. 낡은 여객선과 부실한 해운사에 대한 관리감독은커녕 승객 안전에도 눈감은 채 해운관련 협회·단체에 퇴직관료 자리 마련에만 열중해 온 해운당국. 시행규칙까지 바꿔 낡은 배들이 더 오래 운항하고, 안전성에 부담을 준 시설 증축까지 합법화한 관료들. 무능과 태만, 무책임과 시스템 부재, 검은 먹이사슬 등이 한꺼번에 까발려졌다. 꽃다운 어린 생명들과 함께 국민적 신뢰와 한국의 대외이미지도 바닷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사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된 뒤에야 일하는 척 부산을 떨며 대통령 눈치만 본 정책결정자들과 혼선을 거듭한 당국의 무능력에 세계가 놀랐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위기관리 시스템도 부재한 현실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 채 허탈하고 막막하다. 국가의 으뜸가는 존재 이유는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다. 이번 사건은 선장 등 일부 개인의 일탈과 잘못으로 치부하고 그들에 대한 엄벌로만 마무리해선 안 된다.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과 행정의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환골탈태가 이뤄져야 한다. 책임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공언해 왔다. 담당부처 이름도 안전행정부라고 바꿨다. 결과는 참담하다. 안행부 당국자들은 올해 초 “지난해 10명 이상 사망한 국내 사고는 하나도 없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몇 주 전 안행부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대학교수는 “자랑일색이었으며 진단이나 반성은 전무했다”고 전했다. 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입으로만 지시해 온 안행부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겁에 질린 채 마비 상태다. 펼쳐지지 않은 구명뗏목들, 의례적인 선박 안전검사, 과적의 일상화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할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경각에 처한 생명들을 구할 신속하고 효율적인 시스템도 전무했다. 정부는 작동하지 않은 국가재난시스템을 뜯어고치고, 기본을 무시한 ‘비정상의 일상화’를 극복할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각급 학교에서 재난 대비 교육이 소방안전교육 말고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뭘 말해주는가. 먼저 대통령부터 국가재난 대비 행정이 3류 국가이며 후진국 수준이란 현실을 반성하고 책임질 때 새로운 출발이 이뤄질 수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브리핑 행정’, ‘전시행정’에만 열중하는 관료들 가지고는 달라질 게 없다. 각 부처의 국장급 인사까지 개입하던 청와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시스템 부재와 구조적 결함, 박근혜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반성과 재검토가 시급하다. 권한은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 jun88@seoul.co.kr
  • [씨줄날줄] 어처구니없는 선장/정기홍 논설위원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있다. 상황이 기가 막힐 때 사용한다. ‘어처구니’란 맷돌의 나무 손잡이인데, 콩을 넣고 맷돌을 돌리려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맷돌 손잡이가 없다는 뜻이다.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기 직전,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 승객들이 우왕좌왕한 사태에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선장이 제 살길을 찾는 사이 승객들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있었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꽃다운 젊은 학생을 포함한 260여명은 지금도 칠흑 같은 바다 깊은 곳에 있다. 생사도 알 길이 없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꽁무니 뺀 행동이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하고, 세상마저 허망케 한다. 그는 병원에서 신분을 묻자 “승무원이라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물에 젖은 지폐도 말리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온 선장’이란 비아냥 글을 올렸다.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분탕질해 놓아도 되는가. 102년 전 침몰로 1500여명이 사망한 영국의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남긴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그는 마지막까지 승객의 탈출을 지휘하다가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경황없는 중에도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구해 유람선 사고 역사상 여성(70%)과 어린이(50%)가 가장 많이 살아남았다. 1993년 전북 부안의 위도 해상에서 침몰된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의 백운두 선장도 배와 함께한 사례다. 백 선장은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에 힘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292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세월호의 선장과 같은 이도 있었다. 2년 전 이탈리아의 유람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부딪쳐 침몰했을 때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쳤다. 승객을 버린 그에게 검찰은 승객 1인당 8년형씩 2697년형을 구형했고,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실수로 미끄러져 구명보트를 타게 됐다”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2006년 1000명이 숨진 이집트 여객선의 선장도 배에서 불이 났는데도 갑판 위로 나가겠다는 승객들을 막고 문을 걸어 잠갔고, 배가 침몰하자 구명보트에 가장 먼저 올랐다. 선장은 배의 안전을 돌보는 최고 책임자다. 대형 사고 때는 책임자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 이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이 구명조끼도 마다한 채 승객을 구하다 숨진 20대 초반 여승무원 박지영씨와 너무 대비된다. 딸에게 타이태닉호의 비극을 말하며 이번 여행을 말렸다는 한 어머니의 소식도 안타깝게 다가선다. 시대의 ‘리더십 침몰’이다. 벌써 외신들은 이를 조롱하고 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에 호통치다 유족 화 돋운 국회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에 호통치다 유족 화 돋운 국회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최근 유명(幽明)을 달리한 감사원 홍모 감사위원(차관급)의 사퇴 외압 유무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의원은 “(청와대 등에서) 내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따졌다. ‘(홍 위원이) 권력기관에 불려가 강도 높게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한 언론의 기사내용이 단초가 됐다. 홍 감사위원이 전임 정부 때 사무총장을 거쳤고,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더했다. 논란은 황찬현 감사원장이 “두 달 전 우울증 병가를 낸 뒤 병이 더 깊었던 모양”이라면서 “헛소문”이라고 답변, 일단락됐다. 이를 다시 거론하는 건 유족들이 ‘사자(死者) 명예훼손’이라며 격앙했다는 뒷말 때문이다. 마치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포장됐다는 것이다. 유족과 복수의 지인의 말을 종합하면, 홍 위원이 꼼꼼한 성격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생해 온 듯하다. 유족도 “최근 들어 증세가 더 안 좋아져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기자가 오래전에 만났던 홍 위원은 상당한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홍 위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으니 용퇴 압력설이 나올 수 있긴 하다. 특히 최고위 공직자의 경우라면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직 감사위원을 비리 건도 아니고 느닷없이 불러 조사했다는 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은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의 눈에 의구심만 쌓이게 한 채 호통만 치고 끝내고 말았다. 꼬리가 없는 게 소문의 속성이지만, 이 건은 국가기강을 점검하는 감사원 최고위급 공직자가 자살을 택한 사안이 아닌가. 4대강 감사 등에서 보듯 감사원의 굵직한 감사 사안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여론에 휘둘릴 여지도 크다. 그래서 국민은 감사와 관련한 감사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본다. 이번 건도 국회가 파장을 예상했다면 최소한 사안의 전후를 따져본 뒤 접근했어야 옳았다. 국회가 의혹만 키운 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날 법사위의 한 의원은 “사실을 숨기면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본연의 임무는 추상 같은 업무 관련 감사다. 정치적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감사원 조직원들도 혹여 이번 사태의 단초가 내부에서 촉발된 것은 아닌가 자문해봐야 한다. 홍 위원의 생전에 진중했던 성격만큼이나 정치권은 이 문제를 보다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 홍 위원의 안타까운 선택을 놓고 오가는 ‘횡설수설’이 그래서 더 아쉽게 다가선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시진핑에 힘 실어주기?

    시진핑에 힘 실어주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관련이 깊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생가를 방문한 것을 두고 중국 정가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부패 운동으로 권력 투쟁이 촉발된 가운데 당내 최대 계파 중 하나인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의 대부가 공청단의 태두이자 중국인들로부터 널리 존경받는 정치인의 기치를 높이 든 것은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15일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서거 25주기를 앞두고 후 전 주석 부부가 지난 11일 후난(湖南)성 류양(瀏陽)시 중허(中和)진에 있는 후야오방의 생가와 기념관을 방문해 그의 동상에 꽃을 바치고 절을 하는 등 극진한 예를 표했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후야오방은 1987년 자산계급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원로들에 의해 실각당했다. 이어 1989년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대학생들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 그가 추구하던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6·4 톈안먼 사태가 발발했다. 베이징 정치평론가 가오위(高瑜)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사법처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는 등 시 주석의 권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후 전 주석의 후야오방 생가 방문은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로 두 사람을 대표하는 세력 간의 정치적인 연합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후야오방에 의해 복권됐으며, 1987년 후야오방 실각을 결정하는 원로 회의에서 후야오방 실각에 반대하는 등 후진타오와 시진핑의 공통분모로 통한다. 반면 톈안먼 강경 진압에 찬성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최근 시 주석의 반부패 행보에 제동을 걸며 시 주석과 대립 중이어서 이 같은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후진타오를 포함해 최근 전직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권력 부족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 주석을 향해 정치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개혁 세력들은 후야오방 사후 줄곧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후야오방의 복권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기초선거 논란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기초선거 무공천 악속은 결국 한바탕 봄꿈으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4%로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46.56%)는 견해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다. 이로써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기호 2번으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일단 ‘한 선거 두 개의 룰’이란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공천폐지 문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돼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지금까지 소모적인 논란을 거듭해 왔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의 취지 자체는 나무랄 게 없다. 국회의원의 공천권 남용에 따른 비리, 지방정치와 행정의 중앙정치 예속화 등 부작용을 막는다는 데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 올해 임기가 끝나는 민선 5기 기초단체장 227명 가운데 기소된 사람만 40여명이다. 이들의 혐의는 불법 헌금 같은 공천 금품비리나 공직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기초의원 등이 공천권을 틀어쥔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심지어 종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병폐를 막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지방정치는 있되 지방자치는 없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물론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책임정치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지방 토호세력에게 유리해 정치신인이나 여성의 진출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국민여론조사에서 당원조사와 달리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향식 공천을 말하지만 중앙의 ‘제왕적’ 공천권 행사로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가한 얘기다. 여야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불리를 따져 무공천 공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지만 정치개혁의 초심만큼은 잃어선 안 된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은 외형상 매듭지어졌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이슈는 사라지고 공약파기 공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당 최고의원이 야당 공동대표를 향해 ‘약속위반 바이러스’니 뭐니 하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내는 판이다. 새누리당 또한 대국민 약속을 깬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정치적 금도를 지키는 것이 옳다. 여야가 지금 할 일은 휘청거리는 지방자치의 본령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신당 창당의 핵심 명분으로 삼은 안 공동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무공천 파동’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작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선거를 치른 당사자들은 뒤로 빠져 있는데 왜 내가 정치적 책임을 짊어지느냐고 생각한다면 단견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자세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신념윤리에 앞서 책임윤리를 실천해야 마땅하다. 지방선거에 이어 오는 7월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숨 가쁜 정치상황이지만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 새정치연합과 안 공동대표는 구호뿐인 새 정치의 허울을 벗고 ‘바른 정치’의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 [오늘의 눈] MS 의존도를 낮춰라/명희진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MS 의존도를 낮춰라/명희진 산업부 기자

    “일개 외국 기업의 사업 단종이 국가 전반에 보안 위협을 가져오는 상황을 보니 씁쓸하죠.” 지난 8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XP의 보안서비스 지원을 중단했다. 악성코드, 해킹 등 보안 위협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언론과 정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공격을 앞세워 호들갑을 떨었다. 국내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를 두고 “아이러니하다. 한국이 ‘MS 공화국’이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MS 의존도가 오늘과 같은 혼란을 불러왔다는 일침이다. 윈도XP는 MS가 1년 전부터 종료 시점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원종료 사태를 맞았다. 지난 7일에서야 안전행정부가 부랴부랴 종합상황실 운영에 나섰고, 인터넷진흥원이나 보안 업체들이 긴급 보안패치를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MS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우리나라는 데스크톱 운영체계서부터 MS가 없으면 안 될 정도다. 윈도XP의 국내 전체 사용률은 지난 2월 기준 15.46%였다. 지난해 2월 33.52%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지만 미국(12.12%), 일본(11.24%)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윈도 기반 환경이 아니면 공공기관,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개인 PC는 그렇다 치더라도 보안에 가장 민감해야 할 현금자동 입출금기(ATM)나 공공기관 PC 등의 MS 의존도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윈도XP를 사용하는 ATM 기기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윈도XP 사용률은 30%가 넘고 국민의 진료기록을 보유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약 70%가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소프트웨어, 개방형 운영체제 개발, 도입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큰 틀에서 MS 의존도를 덜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탈(脫) 윈도를 선언하고 독자 운영체제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운영체제를 새로 만든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프로그램, 결제시스템, 정보기술(IT) 도구 등이 윈도 환경에 맞춰져 있어 꽤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MS와 이별하지 않으면 이 같은 혼란은 또 재연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IT 강국’에 걸맞지 않은, MS 공화국이란 부끄러운 딱지를 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mhj46@seoul.co.kr
  • 시리아 구호기금 바닥… 죽음의 땅 엑소더스

    시리아 구호기금 바닥… 죽음의 땅 엑소더스

    지난 6일 요르단 북부 자타리에 설치된 시리아 난민촌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일가족이 수용소 탈출을 시도하자 요르단 경찰이 이를 막았고, 이 장면을 목격한 5000여명이 순식간에 들고일어났다. 진압 과정에서 시리아 남성 한 명이 총상으로 숨졌다. 이튿날에는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된 격전지 홈스에 남아 피란민들을 돌보던 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시스 판데르 뤼흐트 신부가 머리에 총탄 두 발을 맞고 숨졌다. 시리아 내전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점점 식어가지만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로 인한 사망은 이미 일상이 됐고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도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 시리아 국민 2200만명 중 6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이 중 300만명은 국경을 넘었다. 8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난민 410만명에게 식량을 지급하고 있다. 쌀, 밀, 콩, 설탕, 소금, 채소, 기름 등 연명하는 데 필수적인 것만 나눠 준다. 3월부터는 이마저도 20% 줄였다. 구호 기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지난 1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시리아 구호 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23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로 납부된 금액은 11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안토니오 구터레스는 “필요 예산의 22%만 겨우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부 경제는 파탄난 지 오래다. 하루 800만 달러에 이르던 석유수출은 완전히 봉쇄됐고 연 80억 달러에 이르던 관광수입도 사라졌다. 내전 전에는 밀 수출국이었으나 이제는 농지가 황폐해졌다. WFP는 올해 밀 생산량이 170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수요량은 510만t이다. 이날 이란이 식량 4만t을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위한 것이지 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난민 사태는 이웃국가들도 위협하고 있다. 레바논으로만 100만명이 흘러들어 갔다. 레바논 인구의 4분의1에 육박한다. 터키에 67만명, 요르단에 58만 9000명, 이라크에 22만명, 이집트에 13만 6000명의 난민이 있다. 구터레스는 “이들 국가의 경제도 좋지 않은데 난민까지 밀려와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임금은 더 내려가는 반면 물가는 치솟았다”면서 “해당국 국민들과 난민 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中 청명절 자오쯔양 추모물결

    中 청명절 자오쯔양 추모물결

    조상을 기리는 청명절(淸明節)을 맞아 톈안먼 사태로 실각한 개혁파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그의 옛집에서 열렸다. 6·4 톈안먼 사태 25주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역사와의 화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5일 베이징 시내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 6호 골목에 있는 자오쯔양의 생가에서 추모객 수십 명이 모인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타이완 핑궈(?果)일보가 6일 보도했다. 추모객들은 자오쯔양의 서재에 있는 그의 사진을 향해 절을 하고 꽃을 바치거나 향을 피웠으며 방명록에 그를 기리는 글을 남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딸 왕옌난(王雁南)은 기자들에게 “톈안먼 사태 희생자에 대한 복권이 이뤄져야 우리 아버지(자오쯔양)도 복권될 수 있다”며 복권을 촉구했다.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 광장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을 반대하는 등 온정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실각해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2005년 사망했다. 자오쯔양의 집 주변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됐으나 추모객들의 발길을 막지는 않았다. 앞서 시 주석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연속 2년간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가 방해 없이 열린 것은 물론 지난해 말 1987년 민주화 시위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출판도 허용돼 이들에 대한 복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최근 벨기에 방문 당시 연설에서 “타국의 정치제도를 답습하지 않겠다”며 중국의 정치개혁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어 실제 복권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개혁 성향 잡지인 염황춘추(炎黃春秋)가 민주화 인사 200여명이 지난 2월 만나 민주와 헌정을 요구한 것을 4월 최신호에 정리해 게재했다고 해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회사채 금리 양극화 심화 왜?

    지난해 말 ‘AA-’ 등급의 우량 회사채와 ‘BBB-’ 등급의 비우량 회사채 간의 금리 차이는 5.70% 포인트였다. 올 2월에는 이 격차가 5.84%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우량 회사채 금리는 떨어지고 비우량 회사채는 오르면서 갈수록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통상 회사채 금리는 신용위험이 좌우한다. 하지만 신용만으로는 이런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설명이 안 되면서 ‘신용 스프레드 수수께끼’라는 말이 생겨났다. 김준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과 이지은 전문연구원은 그 수수께끼의 답을 ‘거래 용이성’(유동성)에서 찾았다. 거래 용이성이란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과 원하는 시점에 얼마나 원활하게 사고팔 수 있는가를 말한다. 두 사람은 4일 내놓은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의 양극화와 시장유동성’ 보고서에서 “회사채 금리 양극화가 극심했던 웅진사태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분석해 보니 ‘유동성 악화’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용위험 외에 거래 용이성이 악화돼도 금리 격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량 회사채보다는 비우량 회사채가 이런 거래 용이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연구원은 “거래 용이성이 악화되는 데는 투자자 간 정보 불균형, 가격, 물량 등 여러 요인이 있다”면서 “(회사채 양극화 현상을 누그러뜨리려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거래비용 등을 절감해 유동성 저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3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금융지주사 발행분과 프라이머리 CBO 제외)는 2분기 10조 6000억원, 3분기 6조 7000억원, 4분기 7조 3000억원 등 25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약 35조원이 대기하고 있다. 한은은 앞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당분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및 저신용기업의 부실 위험이 다른 업종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 차환발행 여부 등을 면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지진 안전지대 자만말고 철저한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징조가 잇따르고 있다. 그제 새벽 충남 태안군 서쪽 100㎞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1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 이후 네 번째로 큰 규모였다. 충남 태안·서산의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잠을 설치며 두려움에 떨었고,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주민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반도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93차례 발생,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점에 주목한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 내륙과 울릉도가 일본 열도 방향으로 2~5㎝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가 지진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우리나라가 대형 지진의 자연재해에 직면하지 않으리라고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는 벗어나 있다. 일본과 동남아, 태평양군도, 알래스카, 북·남미 해안으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진대 주민들은 전 세계의 지진 10건 가운데 9건이 일어날 정도로 잦은 강진과 쓰나미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 칠레 북부 해안에서도 규모 8.2의 강진이 일어나 칠레는 물론 인근 국가가 비상 상태에 돌입했고, 일본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사고의 악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한반도가 환태평양 지진대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진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섣부른 예단이나 근거가 불확실한 전망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괜한 공포감과 불안감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간의 과학과 지식으로 완전히 규명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의 특성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태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내진 설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는커녕 공사비 하도급액을 둘러싼 마찰로 철근이 부실한 고층 아파트를 버젓이 짓고 있는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선 지난해 발생한 지진 93건 가운데 50건이 집중된 서해안 지역의 단층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지진 상황의 분석과 내진 설계·시공, 경보·비상 체계 구축 등 지진 관련 로드맵을 통합 운영·관리할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철저한 사전 대비만이 만일의 강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특파원 칼럼] ‘초강대국’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초강대국’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두 달 전쯤 일이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이 나 떠나기 전 만난 한 고위 외교관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외교의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가는 것을 축하한다”며 “초강대국인 미국의 수도를 만끽하라”고 조언했다. 워싱턴 DC 한복판에 있는 내셔널프레스빌딩 사무실에 근무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의회 등에서 쏟아지는 성명과 각종 자료들, 회의 내용 등으로 볼 때 미국은 초강대국이자 정치·외교의 중심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이를 불안해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슈퍼 파워’ 미국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면서 국제질서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정부군의 화학무기 살상으로 정점에 달했던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다가 러시아에 밀려 사태를 봉합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이란 핵협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도 미국이 판을 벌였지만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져 러시아와 한판승부를 벌였으나 러시아가 크림을 기습 합병하면서 미국의 판정패로 끝나는 분위기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독일·영국 등에 상당히 의존했다. 미국의 불안감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초강대국을 떠받치는 펜타곤(국방부)에 의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중국이 올해 국방예산을 2013년 대비 12.2% 늘린다고 밝힌 지난 5일, 미국은 오히려 전년 회계연도보다 4억 달러나 깎았다. 이는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의 여파로, 정부 예산 삭감이 결국 국방비 감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방비 삭감 발표 후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비롯한 펜타곤 고위 관리들은 앞다퉈 예산 감축에 따른 전력 약화를 걱정했다. 새뮤얼 라클리어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25일 청문회에서 국방 예산 감축은 “유사시 대응력과 준비태세 약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신뢰를 갖고 역내 동맹국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크리스틴 워무스 국방부 부차관은 앞서 10일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국방비 감축에 따라 일본 등 핵무기 개발 능력을 갖춘 국가들 사이에서 핵확산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방비 삭감 여파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나선 마당에 일본의 핵개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현실에 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19일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미리 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은 “국방비가 줄었는데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도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떠미는 소위 ‘아웃소싱’ 외교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의 자리를 넘보는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설득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중국 등 자국의 룰을 어기는 위협 국가들에 맞서 힘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에 처했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미국을 보는 신임 특파원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앞으로 임기 3년간 미국의 향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chaplin7@seoul.co.kr
  • 美 “김정은 정권 파산 내몰 것” 제재법 본격 심의

    美 “김정은 정권 파산 내몰 것” 제재법 본격 심의

    유엔이 최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공개한 데 이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 하원이 북한의 돈줄을 죄는 강력한 제재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상정된 뒤 계류 중이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 제재 이행 법안’을 오는 5월쯤 본격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로이스 위원장은 “외교위는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인) 김정은 등이 인권 범죄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5월에 초당적인 대북 제재 법안을 심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로이스 위원장과 엘리엇 앵글 민주당 외교위 간사가 지난해 4월 공동 발의해 같은 해 6월 소위에 상정한 이 법안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하는 달러 확보를 어렵게 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은행·정부 등이 미국을 상대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란 제재법’을 본떠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제3자나 제3국도 미국 법에 따른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2005년 미 재무부가 취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조치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스 위원장은 “법안은 북한 정권의 최대 취약점인 돈주머니를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부하들에게 봉급으로 줄 현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을 파산으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발의 당시인 지난해 초순 북한의 도발 수위가 고조되고 정전 60주년 등 한반도 관련 행사가 이어지면서 순조롭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시리아·이란 사태 등에 밀려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멀고 먼 ‘아랍의 봄’

    멀고 먼 ‘아랍의 봄’

    “우리 앞에는 분열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단결하지 않으면 ‘아랍 공동 행동’은 좌초할 것이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미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25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아랍권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시리아 문제와 무슬림형제단 테러단체 지정 여부를 놓고는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반(反)이스라엘’ 기치 아래 1945년 아랍연맹을 출범시킨 이후 단결된 모습을 보였던 아랍 국가들이 분열하고 있다. 연맹에는 페르시아계로 민족이 다른 이란을 제외한 22개 아랍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연맹 내 페르시아만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의 분열이 심각하다. 걸프협력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바레인이 속해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이 지역의 ‘맏형’ 사우디아라비아와 신흥 ‘맹주’ 카타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이집트와 함께 중동 최대 이슬람운동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했고, 카타르에서 자국 대사를 전격 철수시켰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정권을 축출하고 민선 정부를 수립했으나 군부에 다시 정권을 내준 뒤 핍박받고 있으며, 사우디에서도 왕조를 붕괴하려는 위험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패권을 노리는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적극 지원하며 중동 민주화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랍연맹 차원에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표들이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테러단체는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조직을 말하는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무작정 테러 단체로 규정하면 진짜 테러단체들의 입지만 넓혀 준다”고 맞섰다. 시리아 사태 해결을 놓고서도 입장 차가 드러났다. 아랍연맹은 민간인 학살 책임을 물어 2011년 시리아 정부를 연맹에서 추방하는 대신 시리아 반군을 초청했다. 지금까지 연맹은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올해 정상회의에서 반군 대표는 헤드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이라크와 레바논, 알제리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우디의 살만 빈 아둘 아지즈 왕자는 “반군을 더 전폭적으로 지원해 정부군과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시리아 위기에서 우리 모두가 탈출할 수 있다”고 외쳤으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