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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20일 구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풀뿌리 시장경제’ 역할을 하는 장마당이 400개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멜빈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 장마당은 약 396개로 2010년의 200여개에서 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은 장마당이 규모나 거리, 정책에 상관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북정보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현재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 국면을 띠고 있지만 장마당을 완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기존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북한 주민들의 다수는 사실상 비공식적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이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일명 보따리 장사고 다음으로는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뒀다가 비쌀 때 파는 투기 형태의 장사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2010년 이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비공식 경제활동은 바로 장마당 장사다. 또한 비합법적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역시 장마당이다. ●여성 상인 90% 넘어… 주민 절반 이상 장사로 생계 특히 장마당은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경제난 이후 주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중요 터전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와 억제정책을 폈음에도 장마당은 날로 비대해지고 확산되고 있다. 통제와 억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주민들은 위험보다는 이득이 더 큰 불법거래에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존은 물론 신분 상승의 통로로 이용된다. 기간 산업이 붕괴된 이후 중국과의 무역으로 큰 돈을 번 ‘신흥 부유층’뿐 아니라 장마당을 주 무대로 투기와 매점으로 자산을 형성한 ‘중산층’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 상인들 가운데 40~50대가 가장 많고, 지역 주민의 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의지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마당 상인의 90% 이상이 여성인 점에 미뤄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향상되고 가계 수입에서 높아진 위상도 엿볼 수 있다. 가끔 기계 부속품이나 자전거 판매대에 남성들이 앉아 있는 것도 눈에 띄지만 그 비율은 5% 수준으로 전해진다. ●오전 9시~오후 6시 개장… 철·시기 따라 약간 차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족한 전력난을 고려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주민들이 국가적 생산활동에 동원되는 모내기철(3~4월)이나 김매기철(7월), 가을 걷이 기간(9~10월)에는 시장 개장시간이 2시간 이상 줄어든다. 도로 보수나 건설 등 국가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벌어져도 시장 개장시간이 줄어든다. 장마당에서 중고품 판매는 돈이 꽤 되는 장사다. 여기서 중고품이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온 옷들이고, 한국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이 북한산 새 옷보다 질이 좋고 저렴해 주민들에게 선호되다 보니 수요가 높다. ●금·외화·휘발유·마약 밀거래… 인력시장도 형성 북한 장마당에서는 암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암거래되는 물품들 가운데는 금, 은, 동과 같은 금속도 포함돼 있는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동(구리)과 같은 경우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되는 품목에는 골동품,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제품도 포함됐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밀거래 품목이 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들어 있는 ‘알판’(CD)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외에 북한에서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류 필로폰도 몰래 거래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을 통해 외화 거래도 이뤄지고 막노동, 가정부, 가정교사 등 인력 시장도 형성돼 있다. ●장마당 세대 부당 사회에 저항 않고 사상에도 무관심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하경제’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없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격렬히 저항하지는 않지만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0일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국가와 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전혀 없다”면서 “국가의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생존과 시장화에 노출된 특별한 경험을 가진 계층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내부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고, 장마당 세대에서 나타나는 탈정치화 경향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 내 장마당 세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속에 상인 저항 늘어… 보안원과 집단 난투극도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장마당 상인들이 단속반에 저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3일 RFA에 “도로상과 골목 장터 등에서 보안원과 군인들에게 항거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강원도 원산지방의 무허가 골목장터, 일명 ‘메뚜기장터’로 불리는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주민 10여명에게 보안원과 규찰대가 물건을 회수하려고 달려들자 집단적으로 행동해 이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 상인들과 보안원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장사 물품을 압수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장사꾼들이 집단으로 저항한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무장한 군인들과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들을 대거 급파하고 나서야 이 소요를 수습할 수 있었고 시장은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집단 저항 사건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당국의 보호 아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에 순종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붕괴된 현재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할 주민들 입장에서 필사적인 저항을 통해서라도 재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시장 봉쇄 고민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 탈북청년들의 인권 단체인 ‘위드 유’(with-U)의 강원철 대표는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장마당을 이용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 당국도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은 역설적으로 ‘식물 경제’가 된 북한 체제 유지에도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자니 다른 대안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한순간에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장마당이 ‘필요악’이라는 뜻이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장마당을 통한 북한 사회의 시장화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고 북한체제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오늘의 눈] ‘경찰대 출신의 관료화’ 우려가 현실로/이천열 사회2부 부장급

    [오늘의 눈] ‘경찰대 출신의 관료화’ 우려가 현실로/이천열 사회2부 부장급

    김귀찬 대전경찰청장에게 전달된 ‘한 경감특진 후보가 골프 접대 후 승진압력을 넣게 했다’는 보고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인사위원회는 이 허위보고로 심사한 뒤 최종 후보군에서 그를 배제시켜 청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했다.<서울신문 5월 29일자> 경찰 지휘부가 마타도어(근거 없는 흑색선전)까지 만들어내면서 조직의 근간으로 엄정해야 할 지휘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김 청장의 말은 보고 및 정보전달 루트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시 출신인 김 청장을 경찰대 출신 참모들이 둘러싸 내부에서 ‘인의 장막’이란 말이 흘러나오는 터다. 김 청장을 보좌하는 2명의 부장(경무관)과 12명의 과장급(총경) 등 현 대전경찰청 지휘부 14명 중 9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경찰대 2기 동기만 5명이고, 대부분 김 청장에게 인사 관련 보고와 정보제공을 할 수 있는 핵심 보직에 앉아 있다. 강 청장이 지방청장 인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김 청장이 그의 동기 등이 제공한 보고를 놓고 사실 여부를 다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세력의 균형이 깨져 있는 구도다. 1981년 개교한 경찰대는 간간이 폐지론에 시달렸다. 경찰대 출신이 간부진을 독점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경찰대 출신만으로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걱정했을 정도다.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였지만 매년 50명인 간부후보생이나 10명 안팎인 고시 출신 선발인원을 여전히 압도한다. 우려대로 경찰대 출신은 수많은 요직을 차지했고, 끈끈한 동지애(?)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경찰 생활을 밑바닥부터 하지 않아 일찍 관료화될 수 있다. 내부 권력에 더 신경을 쓰는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허위보고 사건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아 씁쓸하다. 경찰대 1호 경찰청장인 강 청장과 대학의 명예를 깎아먹지 않고, 앞으로 ‘경찰대 마피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의 진정한 손발이 돼 ‘참 경찰관’이 될 때만 경찰대 출신이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sky@seoul.co.kr
  • [씨줄날줄] 사스(SARS)의 교훈/오일만 논설위원

    13년 전인 2003년 2월 베이징 특파원 시절에 중국 광저우에서 목격한 일이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뭔가 불안한 기색으로 식초를 뿌리거나 태우는 행동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큰 감기가 돌고 있다. 식초가 특효약이란 소문을 듣고 따라 하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이 말한 큰 감기는 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실체를 몰라 ‘괴질’로 불렸다. 이 괴질은 불과 한 달 후에 수도 베이징으로 옮겨 와 최악의 상황으로 변했다. 보건 당국이 사실을 축소, 은폐하면서 초기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주요 이유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시점에도 중국 당국은 “베이징은 안전하며 사스는 곧 억제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는 법. 사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외국인들과 그 가족들의 베이징 ‘탈출 러시’가 이어졌고 중국 당국은 수도를 봉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이나 백화점, 목욕탕은 물론 술집도 모두 폐쇄됐다. 베이징은 활기를 잃은 채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막 출범한 4세대 지도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정권 자체의 위기를 맞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영웅 장옌융(蔣彦永)이 등장한다. 인민해방군 301병원에 의사로 재직 중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사망자를 목격한 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중국 당국의 사스 은폐 사실을 폭로했다. 중국 당국이 비밀주의를 버리고 ‘사스와의 공개 전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의사 장옌융의 의지를 실현한 인물은 왕치산 현 상무위원이다. 중국 지도부는 당시 금융위기를 처리해 ‘소방대장’으로 불린 왕치산 하이난성 당서기를 그해 4월 22일 베이징시 시장대리로 전격 임명한다. 그는 취임 직후 전체 회의를 소집한 뒤 “1은 1이고 2는 2다. 누구도 거짓 정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엄명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낱낱이 공개했다. 3개월 후인 6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베이징 지역에 내린 ‘사스 경보’를 취소했다. 사스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가 확인된 순간이다. 전체 사망자(775명)의 84%(648명)를 차지했던 중국은 경제적 손실만 2100억 위안(약 37조원)에 달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이었다. ‘중동판 사스’로 불리는 메르스 사태에 직면해 우리 보건 당국은 사스 초기 중국 관료들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미숙한 초기 대응 등 후진적 방역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고위험 의심 환자를 ‘사스 트라우마’가 심한 중국으로 출국시켜 국제적 ‘민폐국’이란 오명도 뒤집어썼다. 2009년 신종플루 창궐 당시 질타를 받았던 방역 시스템에 다시 구멍이 뚫린 것이다. 반성없는, 안일한 대응이 빚은 전형적 인재(人災)로 보는 이유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北송금액 90%가 통치자금… 차단 땐 金에 직격탄

    北송금액 90%가 통치자금… 차단 땐 金에 직격탄

    강력한 대북 압박을 경고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북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 해외 근로자의 대북 송금을 차단하는 방안 등 추가 대북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근로자의 대북 송금이 막히면 북한 정권 유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송금 중단 조치의 구체적 실행 여부와 별개로 북한 지도부에 주는 심리적 불안감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그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해외 불법 외화벌이가 위축돼 상당수 통치자금을 해외 파견 근로자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급여에 의존해 왔다.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는 러시아, 중국 등 16개국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해 최대 23억 달러(약 2조 5500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한 달에 1억~2억 달러(약 1110억~2220억원) 정도의 금액을 북한으로 송금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 한 사람당 급여는 1년에 170만원 정도로 근무자가 5만 4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880억원 정도에 해당하며 한 달에 약 70억~80억원이 북한에 들어가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매달 들어오는 자금 가운데 90% 이상을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화가 들어와야 대외 무역결제와 김 제1위원장의 치적용 건설 자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전략무기 개발 등에 사용되며 이곳 종사자에게 종종 ‘격려’용으로 고가의 선물 등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한·미·일이 추진하는 해외 근로자의 대북 송금 차단 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북한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북한 해외 파견 근로자의 송금 차단을 한·미·일이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으로 흘러가는 대부분의 자금이 중국, 러시아를 통해 전달되면서 각 은행의 계좌를 불법 자금으로 규정하고 동결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화 송금의 경우 미국 뉴욕을 거치도록 돼 있어 어느 정도 미국의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3국의 계좌 봉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 자금 루트를 봉쇄한다는 심리적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제재조치 실행 이전이라도 김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불안감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일 “한·미·일 3국이 북한 지도부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외화를 막겠다고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 효과 중에 하나는 북한 근로자를 채용하는 각국 정부에 대해 채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넣는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화약고’ 예멘 일촉즉발… 제2 중동전쟁 확전하나

    ‘세계 최대의 화약고’로 떠오른 예멘을 둘러싸고 중동 국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슬람 시아파 후티 반군과 남부 아덴항을 근거로 저항 중인 수니파 친정부 민병대의 내전에 시아파 국가인 이란, 수니파 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이 개입하면서 대리전이 확산 중이다. 복잡하게 얽힌 이슬람 종파 간 세력 다툼의 또 다른 변수는 동부 사막지대를 할거하며 예멘을 삼분한 수니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다. 수니파 친미정권 수립을 원하는 미국, 34년간 권좌를 지키다 2012년 ‘아랍의 봄’ 때 쫓겨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제2의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7일 밤(현지시간) 사우디 전투기들의 공습 재개로 전운이 팽배한 예멘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사우디군은 인도적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지난 12일 이후 닷새간 설정된 휴전이 끝나자마자 남부 아덴항 인근과 수도 사나에 폭탄을 퍼부었다. “휴전을 연장해 달라”는 유엔 측 호소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공습 재개 이후 예멘 앞바다에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구호선 샤헤드호가 예멘에 전달할 구호품과 의료진을 싣고 아덴만에 진입하면서 미 군함들은 해상 봉쇄에 나섰다. 구호를 명분 삼아 이란이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설 것이란 의심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유엔을 통해 간접 지원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호선은 조만간 예멘 후데이다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샤헤드호의 향방에 따라 물리적 충돌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종전에 대한 기대도 무산됐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예멘의 정파 간 대화에 후티 반군은 불참했다. 반군은 축출된 수니파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재옹립하려는 아랍국들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대신 시아파인 살레 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의회 다수당 국민의회당(GPC)이 모습을 내비쳤다. 살레는 1990년 통일 전 북예멘 시절까지 합하면 무려 34년간 나라를 통치하다 쫓겨났다. 최근 후티 반군과 정략적으로 손잡고 사우디에 양다리를 걸친 것으로 서방 언론들은 보고 있다. 자신을 추종하는 5000여명의 경찰과 10만명의 군 병력을 동원해 장남 아흐메드를 대통령에 옹립하려는 게 복안이다. 한편 미군은 이날도 알카에다 예멘지부를 무인기를 이용해 잇따라 정밀 타격하면서 화약고를 달구고 있다. 알카에다의 준동과 미군의 충돌이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AP의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美기지 건너편에… 中, 홍해에 해외 첫 군사기지 추진

    美기지 건너편에… 中, 홍해에 해외 첫 군사기지 추진

    중국이 홍해 입구에 있는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에 사상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지부티 정부와 협상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 등 중화권 매체들은 11일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대통령이 지난 9일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과 기지 건설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부티는 중국군의 입성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원유 수송선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북부 항구도시 오보크다. 중국은 이미 지부티에 항만, 공항 건설 등을 위해 90억 달러(약 9조 8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가 만나는 지부티는 세계 강대국이 전략적 요충지로 삼는 국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협으로 정평이 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폭이 26㎞에 불과한 이 해협을 거쳐야만 홍해와 수에즈 운하, 지중해로 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수도 지부티 인근에 레모니어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 벌이는 테러 및 해적 퇴치 작전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레모니어 기지이다. 프랑스와 일본도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다. 중국이 지부티에 기지를 설치한다면 미군과 중국군이 처음으로 한 국가에 기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중국을 해상에서 봉쇄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이어서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중국은 자국 영토만 지키는 ‘방어적 전략’을 펴왔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핵심 이익’이란 개념을 내세워 세계 주요 요충지에 있는 항구에 자국 해군이 정박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해 왔다. 이 중 지부티와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공화국, 파키스탄 서남부 과다르항, 탄자니아 바가모요항에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해 왔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인도양 주변국에 대규모 항구를 건설해 에너지 수송 노선을 확보하는 일명 ‘진주목걸이’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군은 러시아군과 함께 11일부터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했다. 21일까지 계속될 이번 훈련에 중국군은 북해함대 소속 미사일 호위함 웨이팡함과 린이함, 종합보급선인 웨아산후함, 함정 이착륙 헬기 2대, 특전부대를 파견했고 러시아는 흑해함대 소속 순양함 모스크바함을 비롯해 각종 호위함과 상륙함을 투입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난민 나눠 받자는 독일… 그건 싫다는 나머지 EU국들

    난민 나눠 받자는 독일… 그건 싫다는 나머지 EU국들

    리비아 난민선 침몰로 1000명가량이 사망한 사건 때문에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당분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강력한 반이민 정서 때문에 ▲난민 수색, 구조를 위한 트라이톤 작전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불법 난민을 부추기는 밀수조직 일망타진 외엔 딱히 내놓을 만한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난민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해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해안선을 봉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얘기다. 전혀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독일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접한 이탈리아, 그리스의 난민 수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중유럽, 북유럽 국가들이 일정 정도 난민들을 나눠 받자고 제안했다. 시험적으로 5000명 정도 규모의 난민을 분산 수용해 보고 비용도 공동 부담한 뒤 이를 확대해 보자는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등은 이를 거부했다. FT는 앞서 22일 열린 EU외무장관 회담 참가자의 말을 빌려 “독일 측은 이런 방안을 다시 강력하게 제안했으나 다른 국가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독일이라고 이런 제안이 마냥 신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보라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르포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은 인구 1000명의 소도시 보라에서 난민정착사업을 시도해 봤다.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난민들에 대한 무료 의식주 제공, 각종 문화·언어교실 개설, 지역민과의 교류 프로그램 마련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주민들이 건설 중이던 난민촌을 야밤에 무너뜨린 사건이 벌어졌다. 주민 설득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볼커 헤어초크 보라시장은 “보라 시민들은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독일인일 뿐”이라면서 “우울한 예상이지만 더 많은 난민이 온다면 이 같은 일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나치라는 악몽 때문에 편협한 민족주의를 가장 경계하는 독일이 이렇다면 다른 유럽국가들은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U의 대응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대응”이라며 EU를 맹비난했다. ‘난민 망명자를 위한 유럽이사회’도 EU 지도자들에게 “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태성 기자 cho904@seoul.co.kr
  • [사설] 이란 핵협상 타결… 이젠 북한이다

    이란과 미국 등 주요 6개국이 이란의 핵(核) 개발 중단과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잠정 합의안에 전격 서명했다. 오는 6월 말까지 세부적·기술적 협상이 남아 있지만 국제사회가 역사적 성과라고 환영하고 있고 양국 모두 만족을 표시하고 있어 최종 결렬 가능성은 낮다. 기본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15년간 핵 개발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1만 9000개의 원심분리기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인다. 반대급부로 국제사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심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검증하는 직후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다시 가동되는 안전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란이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현재 2∼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효과와 IAEA의 전면적 사찰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란 평가도 있다. 어느 일방의 완전한 승리가 아닌 탓에 미국과 이란 모두 보수세력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란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며 제한적 핵 주권을 선택했고 미국과 서방은 이란의 우라늄 저농축 활동을 인정하는 선에서 핵무기 개발을 막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란 핵 문제의 타결로 국제적 시선은 자연스럽게 북핵 문제로 옮겨지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NPT에서 탈퇴해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지금은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한 상태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떼를 쓰는 단계에 와 있다. 북한은 이란 핵협상 결과물과 같은 성격의 ‘제네바 합의’를 이미 1994년에 체결했으나 비밀리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진행하면서 파기한 전례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 행정부는 이미 “북한은 이란과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분리 대응 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미국과 우리의 입장은 타당하지만 대북 고립 및 경제제재 전략은 아직까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핵협상 타결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이란 경제봉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폐쇄 상태에서 수십년간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제재 속에 버텨 온 북한의 경제상황에서는 위력도 크지 않고 중국이라는 뒷문마저 열려 있다. 북핵 문제의 복잡성과 국제적 성격을 감안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북한은 핵 활동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모순된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렀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핵 문제의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미국도 인정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 최고위 당국자도 비공식 접촉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남북 간, 북·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 [오늘의 눈] 말이 없는 KBL, 팬들의 분노만 키운다/임병선 선임기자

    [오늘의 눈] 말이 없는 KBL, 팬들의 분노만 키운다/임병선 선임기자

    하루가 지나도록 프로농구연맹(KBL)은 말이 없다. 지난 2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 하프타임과 4쿼터 도중 일부 홈 팬들이 ‘더이상은 못참겠다 KBL의 무능행정’ ‘먹고살기 바쁜 평일 오후 5시가 왠(웬)말이냐’ ‘소통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하프타임 때는 KBL 직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펼침막 수거에 협조했는데 팬들은 미리 준비한 두 번째 펼침막을 4쿼터에 내걸어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바람에 중계 카메라에까지 포착돼 파문이 더욱 커졌다. 팬들은 지난 20일 챔프전 경기 일정을 확정했던 KBL이 27일 늦은 오후에 2차전과 4차전 시간을 바꾼 데 대해 격분하고 있다. 두 경기의 지상파 중계를 관철시키느라 2차전은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4차전은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로 시간을 변경했다. 2차전은 화요일 열리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직접 관람하기 어렵게 됐다. KBL은 지난 시즌에도 같은 이유로 오후 2시 시작하기로 했던 챔피언결정 3차전과 7차전을 한 시간씩 늦췄지만 토요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 팬은 1년 동안 열심히 모비스를 응원해 온 자신들의 ‘직관’ 기회를 KBL이 원천봉쇄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비스 구단은 4강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때 온라인 예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1300장 정도의 티켓이 팔려나간 상태였다. 벌써 수백장이 취소됐고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1차전 입장 관객 6629명에 한참 못 미치는 팬들이 동천체육관을 찾을 것으로 우려된다. 팬들이 내건 것처럼 ‘독재정치’라고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펼침막을 두 개씩이나 준비해 온 팬들도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정도로 팬들이 KBL과의 소통에 답답증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직장인들이 유독 많은 울산이란 도시의 특성을 살펴보지 않고 ‘지난해에도 그랬는데 뭘’ 하는 식으로 밀어붙인 무신경이 더 문제다. bsnim@seoul.co.kr
  • [사설]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논의 물꼬 함께 터야

    여야와 정부가 뒤엉켜 정국에 3각 파도를 몰고 온 복지·증세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긴급 회동을 가지면서다. 박 대통령이 ‘선(先) 경제활성화 후(後) 증세 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당정 간 난기류는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증세 통한 복지’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청와대든 여야든 비현실적 도그마는 버리고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두 갈래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합리적 타협점을 찾을 때다. 박 대통령은 그제 정치권의 증세론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는 “경제 활성화가 안 되면 증세를 해도 모래성(城)”이란 논거에서 보듯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화하겠다는 의지일 게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 지도부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한 뒤끝이라 공허하게 들린다. 더욱이 복지 수요는 급증하는데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 9000억원이나 부족해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치였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비록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에 집착하는 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개울물이 불고 있는데도 위험한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우직하게 지킨 미생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기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도 그런 관점에서 ‘선 경제활성화 후 증세 논의’에 공감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제가 당장 살아나지 않는데 증세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건 가당치 않다. 언제까지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늘리면서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다수 국민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꼼수 증세’를 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 구조조정과 신중한 증세 논의 등 두 트랙으로 접근해 ‘복지 대란’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까닭에 지금이야말로 이를 위한 국민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시점이다. 박 대통령도 65세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70%로 줄이는 과정에서 우리의 부실한 ‘복지 체력’을 실감했을 게다. 차제에 전면 무상보육 공약이 재원 부족으로 벽에 부딪힌 한계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야당이 먼저 불을 지핀 무상급식도 속도 조절할 명분이 서지 않겠는가. 선별적 무상복지를 위해서도 재원이 넉넉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증세의 항목과 폭을 놓고 전문적 토론을 해야 할 이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와 전면전 불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거위의 털을 아프지 않게 뽑는’ 방법은 없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는 기업에 고율의 법인세를 매길 경우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기업의 서민 근로자들이 유탄을 맞으면 누가 책임질 건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세수 확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 [사커는 추억이다] 무결점의 짐승이 넣은 두 골 ‘릴리앙 튀랑’

    [사커는 추억이다] 무결점의 짐승이 넣은 두 골 ‘릴리앙 튀랑’

    역대 프랑스 선수들 중에서 국제경기(A매치)에 가장 많이 출전했던 선수를 아십니까? 화려한 족적을 남겼던 미셀 플라티니(Michel Platini, 現 UEFA회장)도 아니고, 레블뢰 군단(‘Les Bleu’는 프랑스 어로 파란색. 프랑스 국대의 유니폼에서 유래된 애칭)의 최전성기를 진두지휘했던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도 아닙니다. 1991년에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장 피에르 파팽(Jean Pierre Papin)도 아닙니다. 답은 ‘무결점의 짐승'(zero defects beast)이라 불렸던 릴리앙 튀랑(Lilian Thuram)입니다. 그는 신인 때부터 냉철한 판단으로 탁월한 위치선정을 보여주었으며, 특유의 피지컬과 스피드로 ‘이 선수는 결점이 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AC파르마, 유벤투스, FC바르셀로나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에서까지 튀랑은 가는 곳마다 주전으로 활동했고, 이 모든 팀을 정상반열에 올려놓은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그의 활약상이 인상적으로 뇌리에 꽂히기 시작한 건 97년 가을이었습니다. 튀랑이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파르마라는 팀에서 활약을 펼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의 파르마는 세리에의 우승후보였습니다. 파르마를 비롯해 유벤투스,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AS로마까지. 총 7개 팀이 우승경쟁을 펼치며 ‘세븐 시스터즈’라 불리며 영국의 텔레그래프 지로부터 “세리에가 상향평준화되었다”고 평가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AC파르마는 강력한 수비진을 바탕으로 안전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팀이었습니다. 수비수로서 발롱도르를 받은 사나이 ‘파비오 칸나바로’(Fabio Cannavaro)를 중심으로 아르센티나의 국가대표 센터백 ‘로베르토 센시니’(Roberto Sensini)와 릴리앙 튀랑의 스리백은 최강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분명히 스리백임에도 불구하고 상대편 공격수에게는 포백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수비조합이었습니다. 최후방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키퍼 ‘지안루이지 부폰’(Gianluigi Buffon)이 든든하게 골망을 지키고 있었으며, 당시 남미의 최고 테크니션이라 불렸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Juan Sebastian Veron)이 중원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에르난 크레스포’(Hernan Crespo) 또한 1996년 리버플레이트에서 이적 온 이후로 팀의 주포로서 파르마의 우승경쟁을 도왔습니다. 센시니-베론-크레스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남미 특유의 빠른 템포의 공격과 2대1 패스플레이로 공격을 주고하던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피지컬을 교묘하게 섞어 전형적인 남미축구에서 탈피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선수가 바로 릴리앙 튀랑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던 인테르의 호나우도(Ronaldo)가 “파르마와의 경기는 항상 긴장된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검은 흑인 선수가 제일 무섭다. 그는 마치 사나운 날짐승 같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그를 짐승이라고 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호나우두와 세리에 최고의 공격수로 손꼽히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Gabriel Batistuta)도 1997년 파르마와의 원정경기에서 “짐승이 파르마에 온 이후로 나는 그 팀과 상대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 저번 홈경기에서 나의 완벽한 헤딩을 그가 시저스 킥으로 걷어내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것 같다”며 튀랑을 치켜세웠지요. 특히 칸나바로와의 호흡은 가히 그 어느 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강의 수비조합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전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 봐도 그보다 나은 수비조합을 찾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델 라 포스트지의 1면 기사제목은 당시 파르마의 수비가 얼마나 견고했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96/97시즌에 아쉽게도 승점2점 차로 유벤투스에게 우승을 내어주며 준우승을 차지해야만 했던 튀랑은 자국에서 열린 98년 월드컵에서 자신의 진가를 만천하게 알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축구는 ‘예술’(Art Soccer)이라고 불리며 유일무이하게 신의 레벨에 도전하는 축구였습니다. 마르셀 드사이(Marcel Desailly)-로랑 블랑(Laurent Blanc)-릴리앙 튀랑-비셍테 리자라쥐(Bixente Lizarazu)가 구성했던 포백은 베를린 장벽처럼 견고했습니다. 지네딘 지단과 엠마뉴엘 쁘띠(Emmanuel Petit), 그리고 디디에 데샹(Didier Deschamps)이 구성했던 미드필더 진은 공수전환이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구현하기에 한 점이 부족함도 없었지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미드필더였던 카람뵈우가 벤치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맴버가 탄탄했습니다. 더불어 최고의 크로스 능력을 선보였던 유리 조르카예프(Youri Djorkaeff)와 로베르 피레(Robert Pires)가 양쪽 측면을 담당했습니다. 그들이 패스해 준 볼을 논스톱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크리스토프 뒤가리(Christophe Dugarry)와 다비드 트레제게(David Trezeguet)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예 티에리 앙리(Thierry Henry)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줄 정도로 빈틈이 없는 최고의 엔트리였습니다. 튀랑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대표적인 경기는 8강 이탈리아전과 4강 크로아티아 전이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전에서 로베르토 바조와 측면대결을 펼쳤습니다. 바조는 오른쪽으로 측면 공격을 시도했지만 튀랑은 한 번의 크로스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튀랑은 묵직한 오버래핑을 여러 차례 시도하며 말디니를 힘으로 제압했습니다. 공수에 걸친 거의 완벽한 활약이었습니다. 결국 프랑스는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를 4-3으로 제압하며 준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했던 이탈리아 전과는 달리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전은 처음부터 다소 어렵게 흘러갔습니다. 당시의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첫 출전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있던 팀이었습니다. 특히 발칸의 폭격기라 불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다보르 수케르'(Davor Suker)의 존재감은 프랑스가 여태껏 이기고 올라왔던 다른 모든 강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선취골도 수케르의 발에서 나오면서 프랑스의 홈 관중들은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사상 초유의 결승행을 바랬지만 다시 4강에서 꿈을 접어야 할 것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드리웠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튀랑은 기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부터 2대1 패스를 하면서 2명의 센터백을 무력화시켰고, 넘어지면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그것이 튀랑의 A매치 첫 골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말 그대로 ‘천금같은’ 골이었습니다. 그것이 튀랑의 발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는 10분 후 다시 황소처럼 공을 페널티 박스까지 몰고 오더니 오른쪽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습니다. 공은 빨래 줄처럼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모든 수비수들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지단, 데샹, 조르카예프를 철벽처럼 봉쇄하며 팽팽한 경기를 이어갔던 흐름에서 나왔던 골이었기 때문에 더 믿기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국민들도 튀랑이 저기서 저런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프랑스 국민의 염원에 감복한 신이, 튀랑에게 잠시 동안 지단의 재능을 빌려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골이었습니다. 그 골이 튀랑이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넣은 두 번째 골이자 마지막 골이었습니다. 훗날 SKY SPORTS 인터뷰에서 티에리 앙리는 “만약 그 때 튀랑이 프랑스 대선에 출마했으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겁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옆에 있던 트레제게도 “그만큼 튀랑의 두 골은 프랑스가 가장 필요로 했던 한 경기에서만 나왔고, 그 후로 어떤 상황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고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튀랑의 골로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에메 자케 감독님은 튀랑에게 고마워합니다”라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튀랑을 칭찬했습니다. 2008년까지 142경기를 출전하면서 프랑스 A매치 최다 출전자가 된 릴리앙 튀랑. 그리고 그의 유일한 두 골. 그것은 정말 드라마처럼 기적적인 한 경기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후 튀랑은 파르마를 98/99시즌 코파아메리카 정상에 올려놓았고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부폰, 칸나바로와 함께 유벤투스로 이적했습니다. 유벤투스에서는 파르마시절과는 달리 라이트백으로 더 많이 활약했습니다. 튀랑-칸나바로-몬테로-제비나가 주축이 되었던 수비라인은 98년의 프랑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고 튀랑은 그의 커리어 역사상 첫 리그 우승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의 칼치오폴리로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보낸 그는 파리 생 제르망에서 1년을 더 뛰고 고국에서 은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 축구 팬들을 찾아왔지요. 메디컬 테스트에서 ‘심장비대증'(심장이 커지는 병)이 발견되어 입단이 취소된 것입니다. 그는 일전에 똑같은 병으로 가족을 잃었던 경험이 있어 2008년 돌연 현역은퇴를 결심하게 됩니다. 은퇴 후 그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로 변신해 전시회, 이벤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역시절부터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했었던 그는 2011년 말 '인간동물원 : 야만인의 발명'이란 전시회를 기획하여 팬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종차별 캠페인을 하면서도 자신은 축구와는 떨어져 살 수 없다며 일주일에 한번은 꼭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는다는 튀랑. 앞으로도 그의 파워풀한 활동량과 스피드, 무엇보다도 그가 넣었던 두 골은 영원히 프랑스 국민들의 가슴속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뇌리 속에 전설로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김용표 인턴기자 nownews@seoul.co.kr
  • [사설] 개헌 논의 뺀 정치개혁 의미 없다

    여야 수뇌부가 다음달 임시국회 중에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정치개혁에 나섰다. ‘김영란법’ 처리와 인구수 편차 조정에 따른 선거구 획정 문제 등도 논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여야의 시각차가 커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미지수지만 4류 정치라는 혹평을 받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일보 전진하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특위 구성은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가 1시간 가까운 난상토론 끝에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추진은 경제블랙홀’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집권 세력이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경제 회생과 민생 우선이란 논리로 개헌 논의마저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2년 대통령선거 전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헌법의 폐해를 지적하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그 진정성에 더 의문이 간다. ‘19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군부독재에 시달려 왔던 국민들의 최대 염원인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현행 헌법은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1노(노태우)·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의 산물이다. 창의를 생명으로 하는 21세기의 변화와 사고를 담기에는 너무도 낡은 그릇이 됐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 규모는 10배 이상 성장했고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 자체도 변했다. 국정의 모든 정책이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따라 5년 단위로 바뀌면서 국가의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정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운영의 모든 틀을 결정하고 국민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 규범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임에도 논의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개혁안을 마련해 왔지만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지 않고는 정치개혁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총리로 권한이 나뉘는 이원집정부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어떤 체제가 적합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의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채택 여부와는 별개로, 5년 단임제를 유지할지 4년 중임제나 6년 단임제를 할지에 대한 활발한 의견 개진도 필요하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헌 논의의 적기일 수 있다. 정치개혁 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개헌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 개헌 중 권력구조는 차기가 아닌 차차기(2022년 대선)부터 적용하면서 일종의 연착륙을 강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국정이 마비될 것이란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개헌과 관련한 논의는 할 필요도 있다. 여야가 추후 합리적인 선에서 개헌 특위를 구성하는 문제를 진정성을 갖고 논의하기 바란다.
  • [뉴스 분석] 쿠바 손 잡은 오바마… 北 김정은만 남았다

    [뉴스 분석] 쿠바 손 잡은 오바마… 北 김정은만 남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레임덕’으로 평가받는 임기 2년을 남기고 ‘승부수’를 띄웠다. 53년간 적대 관계였던 쿠바와 국교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절대로 가까워질 것 같지 않았던 미국과 쿠바가 지난 2년여간의 물밑 협상 끝에 대사관 재설치 등 관계 정상화를 위해 손을 잡게 되면서 이제 미국에 남은 숙제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 적대 국가들과도 대화하겠다며 쿠바와 이란, 북한을 거론한 바 있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선언에 앞서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로 두 나라와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북한과는 2012년 ‘2·29합의’가 파기된 뒤 불신이 커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그동안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쿠바 정부가 자국민들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대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북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서울신문 12월 18일자 6면> 향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검토키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피델 카스트로가 북한에 대한 애착이 많아 당장 수교하기는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교 정상화로 가는 것은 당연한 외교 목표”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임기 말 ‘업적’ 관리 차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커다란 외교적 성과로 후대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아프간 전사 濠군인 유족에 증오편지 보내”

    “아프간 전사 濠군인 유족에 증오편지 보내”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수십명을 상대로 16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인 범인은 이란에서 이주해온 49세 자칭 이슬람 지도자인 하론 모니스(49)로 16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중무장한 호주 경찰은 이날 새벽 2시 10분쯤 범인의 신원이 확인되자마자 진압작전을 펼쳐 인질 구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오갔으며 최소 2명이 심하게 다쳐 들것에 실려나오는 것이 목격됐다.무장 괴한이 생포됐는지, 아니면 사살됐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호주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모니스가 전 부인 살해 및 50여건의 성폭력 등의 혐의를 받는 난민 출신의 이란인이라고 익명의 경찰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니스는 시드니 남서쪽에 살고 있으며 소수파 이슬람주의자라고 현지 신문은 보도했다. 이슬람 사회·조직의 지도자인 ‘셰이크’를 자칭하는 이 용의자는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해외에서 전사한 호주 군인들의 가족들에게 ‘증오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국영 ABC방송 등 외신들은 모니스가 이날 오전 시드니 시내 금융 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카페에 침입해 손님과 종업원 등 20여명 안팎의 인질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모(20)씨가 포함됐으나 무사히 탈출했다고 주시드니 총영사관 측이 밝혔다. 스카이는 모니스의 단독 범행으로 보도했으나 호주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들은 다른 동조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NN은 화면에 잡힌 괴한의 모습을 분석해 아랍계 남성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인질범이 창문에 검정 바탕에 흰 아랍어 고서체가 쓰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 깃발을 걸어 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모니스가 IS의 조직원이거나 동조 세력이라고 추정했다. ‘블랙 스탠더드’로 불리는 이 깃발은 지난 8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몸에 지니기만 해도 체포하겠다고 공표한 이슬람 극단주의의 상징이다. 다만 IS의 깃발과는 달라 현지에선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호주 출신 이슬람계 주민이 벌이는 ‘외로운 늑대형’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태를 지켜봤다. 클라이브 윌리엄스 호주 국립대 교수는 “기술 수준은 낮지만 큰 충격을 주는 방식이 IS가 지지자들에게 흔히 권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당국은 오전 9시 45분 신고 전화를 받고 경찰특공대를 출동시켰으며 현재까지 인질 구조작전을 벌이고 있다. ABC는 밤 11시쯤 카페 내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고 전하면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CNN은 협상 전문가들이 무장괴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인질극이 발생하자 마틴플레이스 인근 도로와 지하철 역, 주요 건물 등을 봉쇄하고 중무장한 경찰을 주변에 배치했다. 현지 언론들은 범인들이 린트 카페와 시드니 상업지구(CBD)에 각각 2개의 폭탄을 설치해놨다고 보도했다. ABC는 괴한이 인질극 직후 “토니 애벗 총리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최근 경찰이 시드니와 브리즈번 일대에서 벌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무차별 검거작전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차별이 불만을 폭발시켰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괴한이 마틴플레이스의 카페를 범행 장소로 삼은 이유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근에 쇼핑객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상업 번화가인 마틴플레이스에는 시드니 주재 미국총영사관과 맥쿼리그룹 본사, 호주연방준비은행 등 주요 외국 공관과 기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학’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학’

    현대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들로 흔히 마르크스, 프로이트, 소쉬르, 니체를 꼽는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은 인간 문화는 외부의 존재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내재적인 힘에 의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마르크스는 ‘실천’으로, 프로이트는 ‘무의식’으로, 소쉬르는 ‘구조’로 그리고 니체는 ‘초인적 힘’으로 표현했다. 니체는 “세상에는 진짜보다 우상들이 더 많다. 나는 망치를 들고서 의문을 제기한다”며 19세기를 지배했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당시의 ‘도덕’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 속에 당대의 ‘도덕’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니체의 판단에서 신, 이데아, 보편정신 등 기존의 진리는 인간을 노예화하는 작용과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그중 19세기 유럽의 도덕기호 이면에는 기억, 국가, 문명, 종교 등의 계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니체는 도덕적 가치의 연원이 서구 역사를 통해 강요되어 뿌리내린 것으로 보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도덕 개념의 발생사를 세 개의 논문을 통해 분석하는데, 첫 번째 논문에서는 기독교의 심리학을 다룬다. 기독교를 약자의 ‘원한’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당대 도덕의 기준인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이란 개념을 고찰한다. 두 번째 논문에서는 양심의 심리학을 다룬다. 양심은 ‘인간 내부에 있는 신의 음성’이 아니며 ‘내부로 향하는 잔인함의 본능’, 즉 ‘자학’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논문에서는 금욕주의적 이상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에 답한다. 그 답은 ‘신이 사제의 배후에서 활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유일한 이상으로 그것의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니체가 도덕의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고찰하며 문제 삼은 도덕적 가치 기준은 두 가지 형식으로 ‘좋다’와 ‘나쁘다’의 가치평가를 하는 주인도덕과 ‘선하다’와 ‘악하다’의 가치평가를 하는 노예도덕이다. 니체의 생각에 당시의 도덕관은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의 작동으로 형성되었으며 게르만 전사 귀족과 기독교의 영향이 컸다. ‘좋다’와 ‘나쁘다’의 가치 기준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속성을 ‘좋다’고 정의하고 피지배계층의 속성을 ‘나쁘다’고 정의하여 강제한 결과이며 ‘선하다’와 ‘악하다’는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역사적으로 표현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독교는 고대로마의 피정복민족, 즉 약자로서의 원한과 증오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역사는 권력의 작동에 영향을 받아 선과 악, 양심 등의 도덕적 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험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당시의 도덕관은 인간이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 극복하고 새로 창조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주인도덕’과 ‘노예도덕’의 구분은 계급적인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지닌 도덕에 대한 판단의 힘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주인은 스스로 도덕적 판단의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 없이 ‘좋음과 나쁨’을 기준으로 삼지만 약자인 노예는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을 부정하려는 원한 때문에 그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지 못한다. 늘 타인에게 대비되고 대립된 존재로서 자신을 한계 짓고, 그런 대비 속에서만 존재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은 맹수가 자신에게 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맹수의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원한 감정을 갖게 된다. 원한 감정은 맹수를 절대 관계 맺지 못할 선악의 대립으로 상정하며 ‘나는 선하고 맹수는 악하다’라는 자기방어를 합리화시킨다. 그러나 맹수에게 양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자기 생존에 유익한 가치를 지닌, 나와 다른 존재일 뿐이다. 원한 감정이 생길 리 없다. 그런데 노예는 양이 맹수를 비난하듯 원한을 가지고 주인을 비난한다. 자신에게 온 고통을 부정하고 회피하며 자신을 긍정한다. 그러나 주인은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원한이 필요하지 않으며 ‘고통’에도 과감히 맞선다. 존재하는 그대로의 실존을 인정하는 것이다. 니체는 이 예시에서 오히려 양은 악이고 맹수는 선이라고 말하며 ‘힘에의 의지’의 강함과 약함을 왜곡 없이 직면해야 한다고 새로운 도덕관점을 제시한다. 도덕적인 감정인 ‘양심’의 기원에 대해서도 니체는 권력을 지닌 자가 무기력한 개인에게 각인시킨 결과로 보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에게 생기는 욕구나 욕망인 자연 본능을 나쁜 눈초리로 보게 하여 자기를 학대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본능의 금지는 그것을 사라지게 하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도록 만들었는데, 그것이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에게 양심은 동물성을 극복한 주권적 개인이 자신에게 갖는 좋은 감정이며 자신에 대한 긍정의 표현이다. 니체에게 인간의 완성은 ‘자신만의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의지를 갖는 인간’, ‘자유로운 의지의 주인’이다. 니체는 이러한 인간이 갖는 자유의 의식, 힘에 대한 느낌, 특권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양심’이라고 말한다. 니체에 따르면 기독교적 이상은 ‘금욕적 이상’으로 현실적 쾌락을 ‘악’으로, 내세에 대한 믿음을 ‘선’으로 상정한다. 니체는 그것을 ‘병든’ 공기라고 보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압하여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한 종교적 구원으로써 금욕주의 실천을 제시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금욕주의적 이상은 다른 해석이나 다른 목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와 심신의 건강과 예술과 문학 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니체의 입장에서 욕구나 욕망은 신체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을 억제할 경우 인간 삶은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왜곡은 근원적인 생명활동을 왜소화하고 병리적인 도착상태에 빠지게 하므로 금욕주의적 도덕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을 봉쇄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개인적, 사회적인 원한이 쌓이면 그 개인 또는 사회에 독이 되어 돌아오므로 자신을 극복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인간 구현을 위해 자유주의가 확산되고 창의력을 독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도덕관은 우리의 의식이나 행위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그것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획일화된 교육, 자본의 논리, 다양한 대중매체, 무한경쟁의 압박, 종교와 사상의 이론들, 정치와 권력의 의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가치들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능동적으로 추구하며 산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한 우리에게 니체는 “그런 것들이 당신을 주인으로 이끄는가, 노예로 이끄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너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라. 너 자신이 네 삶의 주인이 되어라. 가치의 비판자이며 새로운 가치의 창조자가 되어라. 그래서 네 삶의 예술가가 되어라”라고 말한다. 멘토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니체를 멘토 삼으려 한다면 “제자가 되려 하지 마라. 자기의 가치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글로벌 시대] 편견과 한·중·미의 삼각관계/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편견과 한·중·미의 삼각관계/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석가모니의 고제자 아나률이 석가모니에게 여자는 왜 그토록 많이 지옥에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석가모니는 “여자는 아침에는 인색함으로써 마음을 더럽히고, 낮에는 질투로써 가슴을 태우고, 밤에는 욕정으로써 몸을 사르며 산다. 늘 집에 있으면서 이 세 가지를 되풀이하니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석가모니보다 열다섯 연하의 공자는 “오직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 어려우니 가까이 하면 겸손치 않고, 멀리 하면 원망하게 된다”고 하면서 여자와 소인은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는 어려운 관계라고 해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을 남겼다. 인색하고 질투하고 욕정을 부리는 건 남녀가 다르지 않은데 그것들을 여자만의 것으로 이해한 것이나, 소인과 여자는 그렇다 해도 대인과 남자도 불가근불가원해야 할 때가 없지 않다. 다만, 있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석가모니와 공자가 그렇게 말한 것은 편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 그들의 주장을 편견이라 속단하기는 조심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나 경험해 보지 않은 사실에 대한 속단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편견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상실했을 때 생긴다. 이 세상에는 편견의 사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배척하려고 한다. 심지어 생존 그 자체를 부정해버리기까지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북한의 김 씨 세습 과정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의 망언과 망동도 중증 편견에 속하는 것들이다. 개별 국가가 편견에 빠지는 경우는 그들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하려 할 때이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는 동맹관계에 있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에 있다. 남녀 간의 삼각관계가 불편하고 불안한 것처럼 한ㆍ중ㆍ미 간의 삼각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남녀관계가 지속 불가한 것이라면 한ㆍ중ㆍ미관계는 지속 견지의 것이라는 점이라 하겠다. 한국이 이런 관계를 지속 견지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강화하려고 하면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확대 심화시키려고 하면 미국은 알게 모르게 제동을 걸어온다. 이상과 같은 사실은 지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각기 친중적 내지 친미적이라고 해서 한국은 적지 않은 불편과 불안을 겪어야 했다. 이 같은 중ㆍ미의 반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 중국인 전문가는 “사드 시스템이 한국에 구축되면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가장 확실한 파트너가 된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중국의 주도하에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한국 가입 문제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이러한 중ㆍ미 두 나라의 반응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과 이 봉쇄망을 뚫으려는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으로 하여금 정책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자국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하려는 편견에 기인하는 것들이다. 실로 한국의 대중ㆍ대미관계는 불가근불가원의 어려운 관계가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들 두 나라가 수용할 수 있는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이에 따른 객관적인 논리와 합리적인 설득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朴 “전쟁중에도 대화 필요”… 北 도발에도 2차접촉 성사 의지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朴 “전쟁중에도 대화 필요”… 北 도발에도 2차접촉 성사 의지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최근 북한의 도발과 공세에 ‘전향적인 제안’으로 대응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교류를 봉쇄해 온 5·24 조치를 공식 석상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언급하며 2차 고위급 접촉 시 의제로 올려놓자고 전격 제안한 것이다. 포괄적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남북대화의 본격적 물꼬의 최대 장애물이란 인식과 함께 최근 북한의 도발이 대화의 판을 근본적으로 깨자는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북한에 적극적인 대화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으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형국이 됐다. 앞서 북한은 고위급 3인방의 전격 방남(訪南)으로 남북 간 대화모드를 조성한 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 개최의 공을 우리 쪽에 떠넘겼다. 이날 박 대통령이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천명함과 동시에 통일부가 전단 살포 제지까지 시사함으로써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고위급 회담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시했다. 물론 우리 정부의 ‘통 큰 제안’이 고위급 접촉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5·24 조치를 논의의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말 그대로 의제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라는 한 당국자의 말처럼, 5·24 조치 논의 과정에서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우리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이 대화 재개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5·24 조치 논의는 논의대로 진행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등의 현안은 현안대로 추진하는 방법을 도출해 낼 여지도 없지는 않다. 한편으로 박 대통령은 임기 중반 대북 기조의 큰 틀도 정리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박근혜 정권 임기 내 대북정책은,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준위에 “남북관계를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거나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 주셔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정부의 대북 기조를 새롭게 구체화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의 5·24 조치 언급에 대해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할 경우 야당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하고 5·24 조치를 해제할 의향을 비춘 것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진일보한 정부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인 결단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며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씨줄날줄] 단통법과 통신요금/정기홍 논설위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이달 초에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단통법 도입 이후 단말기 보조금이 줄면서 시장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조금 최대 지급액을 3만원을 올려 30만원이 됐는데도 현장에선 되레 혜택이 줄었다. 100만원짜리 단말기를 구입할 때 단통법 시행 이전엔 최대 27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약정요금제 선택 때 음성적으로 수십만원을 더 받았지만 지금은 고작 10만원대의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단통법을 ‘호갱법’(호갱은 호구라는 뜻)이라며 비꼰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지금의 이동통신시장 변화는 복잡다기하다. 단통법은 왜곡된 보조금 시장을 바로잡고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고 도입됐다. 편법적인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고, 경우에 따라 달리했던 보조금 지급액 차이도 없앴다. 음성적 보조금이 없어지면 저가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제도에는 긍정적인 게 많다. 그동안 이통업계에는 한 해 7조원(일부 제조사 장려금 포함)이란 천문학적인 마케팅 자금이 뿌려지는 등 과열돼 있었다. 시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줄어든다는 것이 예견됐는데도 왜 투정일까. 최 위원장의 언급처럼 시행 초기의 과도기 현상에서 발생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빠진 게 있다. 보조금 혜택은 줄었는데도 정작 민감한 통신요금의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약정요금제란 명목으로 요금 상품과 연동해 단말기 값을 쪼개서 내고 있다. 이통업체로서는 단통법에 요금제가 명시되지 않아 이를 감안할 이유는 없었겠지만 요금은 기존과 엇비슷한데 보조금 혜택만 줄어들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의 통신요금은 내려야 한다고 본다. 마땅한 이치다. 경우의 수에 능한 이통업체들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비켜서고 숨어버린 것이다. 최 위원장이 “이통업체에 보조금을 더 주라고 권유를 하는 건 어렵다”고 했지만 정부가 인가하는 통신요금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통업체로서는 단통법 이전처럼 법적 보조금에다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얹어주는 것이 원천 봉쇄돼 고가의 요금제를 활용하기 쉽지 않은 고충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초기에 요금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초기에 보조금을 상한선까지 주지 않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도 이러한 한 수로 읽힌다. 이는 30년간 익히 경험한 바다. 정부는 요금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단통법의 시행은 궁극적으로 가계에 부담이 되는 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홍콩 시위대, 청사 봉쇄 일부 풀어… 대화 국면 진입

    6일로 9일째를 맞은 홍콩 민주화 시위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위대가 이날 오전 정부청사의 동쪽 길을 열어 줌에 따라 3000여 공무원들의 출근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위대가 주요 차도를 점거한 서부 지역의 중·고등학교도 안전을 우려한 자체 휴교를 끝내고 수업을 정상화했다. 이는 렁춘잉 행정장관이 이날까지 청사 주변을 봉쇄한 시위대에 최후 통첩을 보내고, 시위로 생계를 위협받는 시민들의 불만 여론이 점차 높아지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명보는 홍콩 주요 대학의 총장들이 전날 당국의 강제 해산 조치가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듣고 학생들을 상대로 안전을 위해 시위 현장에서 철수할 것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학생 시위대는 무력 사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정부청사 인근 도로 일부에 대한 봉쇄를 풀었으며, 정부와 만나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 연합 단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 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 밤에도 라우콩와 정치개혁·본토사무국 부국장 등 정부 관계자와 만나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예비 만남을 가졌다고 홍콩라디오가 보도했다. 시위대는 그러나 정부 청사와 연결된 다른 주요 통로는 여전히 봉쇄한 상태다. 청사 인근 행정장관 집무실 주변에서도 학생 시위대가 계속 농성을 벌여 렁 장관은 이날 관사에서 업무를 봤다. 인근 주요 대로인 애드미럴티에 운집한 시위 인파는 이날 수백명 수준으로 줄었으나 점거를 풀지는 않고 있다. 렁 행정장관은 이날 TV 담화에서 “몽콕에서 시위대와 기타 군중 간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이 협상을 주도할 공간이 크지 않아 정부와 학생 간 대화를 하더라도 학생들을 만족시킬지 미지수여서 시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친중파가 아닌 일반 시민의 지지를 받은 사람도 입후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한국 주도 한반도통일 기대·우려 교차”

    중국 내에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과거 중국과 북한을 순망치한의 관계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다가올 남북통일이란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 논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통일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25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반도국제포럼’에서 리난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발제문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양분된 상태”라고 밝혔다. 리 연구원은 “일부 전문가는 평화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로서 통일 한국을 지지하지만, 통일 한국이 미국의 위성국가가 될 것을 우려하면서 미국이 중국 봉쇄정책을 펼칠 경우 미군을 안전한 거리에 두지 못하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면서 중국 내에서 제기되는 남북통일에 대한 의견 대립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한국·미국이 고위급 정치·군사적 접촉을 통해 미·중 간 전략적 신뢰를 제고하고 공포감을 완화하며 오해를 해소할 경우 3국은 한반도 통일에 관해 궁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후지와라 기이치 일본 도쿄대 교수도 “중국은 한반도 통일로 미군이 자국 국경에 더 가까이 진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본은 통일에 대한 기대나 불안감보다 오히려 무관심한 입장”이라며 중국이 지역 안보에서 미국을 경계하는 것을 해소하게 하는 것도 한국 몫이란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중국과 일본의 이런 입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중국에 북한은 오히려 자국의 동북지방 번영을 가로막고 있는 골칫덩어리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이 과거 소련과 흡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국제경제·관계연구소(IMEMO) 부원장은 “지금 북한은 소련이 붕괴될 당시와 비슷한 점이 있다”며 “소련은 1991년 8월 쿠데타로 붕괴가 촉발됐는데 북한은 언제 어떤 식으로 붕괴될 것인가가 문제”라며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이라고 언급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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