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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가 대다수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많은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던 우리 국민은 허탈감에서 벗어나 변화의 방향을 주시해야 할 때다. 트럼프가 기존 한·미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비판적 언급을 해 왔던 것과 현재 우리 국정 공백의 위기 상황이 겹치면서 우리에겐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그간의 분열과 선동을 뒤로하고 자세를 낮추며 통합을 외쳤지만 열어 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닫을 수 없을지 모른다. 승리한 ‘화난 백인’은 인종차별과 혐오 폭력을 보이고 있다.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세계적 극우 포퓰리즘의 대대적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광폭의 통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정적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나 마지막까지 비판의 날을 세웠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했다. 트럼프가 이들을 만난 것이 엔터테이너의 쇼맨십일지 분열에 대한 치유와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북한의 김정은에 이어 트럼프가 합류하며 민주주의 훼손과 안보 장사꾼의 완전체를 이루어 강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트럼프 내각의 외교안보 라인의 면면을 볼 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립주의 성향과 함께 갈등을 불사하는 대결주의가 교차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미 동맹 중독에 의한 친미 편승으로만 일관한 한국 외교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 핵무장 용인론이나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같은 과격한 발언과 달리 한·미 동맹을 중시하겠다고 유화적으로 말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철저하게 국익을 앞세울 미국에 대해 한·미 동맹의 관성에만 의지한 막연한 희망적 사고로는 한국 외교는 실패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제도와 정당정치의 힘이 트럼프의 불예측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트럼프가 ‘백인 민족주의’를 자극해 필마단기로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는 핵심을 망각한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물론 주한 미군 철수나 핵무장은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협상 레버리지 삼아 한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이익을 뽑아 내고자 할 것이며, 방위비 분담이나 통상 압박은 우선적으로 실행할 공약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준 중하층 백인들의 눈에는 잘사는 한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방위 의존은 징벌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북아에서의 미국 이익을 위한 한국의 ‘방위 분담’까지 압박할 수 있다. 또 트럼프의 한반도에 대한 외교는 원칙이나 가치보다 이익과 힘을 앞세우며 매우 거칠어질 것이다. 동맹의 관성만 바라보고 아무런 대미 레버리지가 없는 한국 정부는 이대로 가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대중 봉쇄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한·미·일 군사협력, 대북 강경책 등의 일시적 완화 또는 수정을 가져올 수 있다. 국익을 앞세울 경우 북·미 관계는 의외의 빅딜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이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빅딜에서 소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다. 외교 비전문가인 트럼프가 학습하기 전에, 그리고 새 정부가 외교 진용을 갖출 때까지 우리에게 일종의 골든타임이 주어져 있다. 여기서 우리 외교의 공간이 열리게 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주어진 골든타임은 아주 길지도 않다. 문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우리 외교가 마비 상태라는 점이다. 미국 대선의 이변으로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범’ 대통령이 내치에서는 손을 떼는 대신 외치만 맡기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하루빨리 대통령이 퇴진하고 국정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국 외교가 회복될 수 있다.
  • 강남 재건축은 찬바람… 규제 외 지역 풍선효과

    강남 재건축은 찬바람… 규제 외 지역 풍선효과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타깃이 된 강남 재건축 시장은 얼어붙고 있는 반면, 분양권 거래 금지 대상이 아닌 곳에는 투자자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 4일 대우건설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문을 연 ‘용인 수지 파크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는 6일까지 사흘간 약 2만 5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11·3 부동산 대책이 전매제한 기한을 대폭 강화한 37개 지역에 속하지 않아 당첨 6개월 뒤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막차 탄 ‘분양권 전매’ 지역 청약 과열 ‘청약 조정대상지역’에는 포함됐지만 규제 기준인 3일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받아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아파트에도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3일 우미건설이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우미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 아파트는 834가구에 6만 5943명이 접수해 최근 동탄2 분양단지 가운데 최다 인원이 청약했다. 같은 날 청약을 받은 세종시의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세종’은 445가구 모집에 무려 11만 706명이 몰렸다.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오피스텔 분양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우미건설이 4일 분양한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 오피스텔에는 186실 모집에 총 6만 2383건이 접수돼 평균 335.39대1, 최고 401.66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반면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분양권 전매가 원천 봉쇄된 강남 3구와 강동구, 그리고 과천은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강동구 상일동 재건축 단지들에서는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고덕주공3단지 인근 D공인중개사는 “이곳은 강남 3구도 아니고 아직 전 고점에 비하면 80% 수준인데 이번 대책으로 피해가 크다”면서 “고덕3단지 62㎡형은 지난달 초까지 7억원에도 매물이 없었는데 요즘은 6억 7000만원 이하도 좋으니 팔아 달라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고덕주공5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규제 발표 직전 6억 4000만원까지 호가되던 65㎡형은 6억 1000만원에도 팔겠다는 매물이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는 설명이다. 강동구는 지난 10월 7일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그라시움이 1순위 청약 때 162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3만 6017명이 몰려 평균 22.22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강남 4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고덕 3·5·6·7단지 4곳 재건축으로 총 9494가구가 나오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일반분양으로 쏟아질 물량이 4000가구에 육박한다.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최근 호가가 이미 3000만원가량 빠진 상태다. 지난 10월 이전 15억 300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졌던 112㎡형은 15억원 이하도 가능하다는 매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개포시영과 개포주공1·4단지가 일반분양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관망세가 전개되고 있다.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권을 겨냥한 부동산 규제 소식이 나오면서부터 거래가 잠잠하고 호가도 최소 3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였다”며 “겨울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내년 초까지는 거래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재건축은 나중에 분양 시장에 나올 때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데 이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01.70㎡형 로열층의 경우 최근 가격이 12억원으로 5000만원까지 낮게 호가되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강남, 위축 일시적” 낙관론도 반면 ‘그래도 강남’이라며 낙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이달 서초구 방배아트자이(일반분양 96가구),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146가구) 등은 예정대로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경쟁률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어도 하루가 걸리느냐 한 달이 걸리느냐 속도의 문제이지 ‘완판’에는 결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남 3구는 장기적으로 관망 장세 이후 재고 아파트나 기존 분양권, 조합원 입주권 등에 수요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잠원동 C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에서 20년째 영업했는데 정부 규제로 강남 집값이 빠진 것을 본적이 없다”면서 “강남을 원하는 수요는 항상 일정한 만큼 이번 대책으로 인한 위축 장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시장 내 투기 수요가 억제된 만큼 실수요자들은 청약 시장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적극 나서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아베의 ‘초청 외교’… 안보·경제 손잡고 新밀월 과시

    아베의 ‘초청 외교’… 안보·경제 손잡고 新밀월 과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겸 외교장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5개국 정상의 일본 방문이 오는 연말까지 줄줄이 예약돼 있다. 지난 7월 참의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얼굴) 총리가 이번에는 외교 기반 강화와 현안 타결을 위한 광폭의 초청 외교를 가동한 것이다.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한·일·중 정상회담도 조율 중이다. 당장 25일 일본에 도착한 두테르테 대통령과 아베 총리 등의 26일 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중국 방문 기간 동안 미국과 결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두테르테가 일본 방문 기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과의 결별 발언’에 대한 진의를 직접 듣고 의사소통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맹방 일본으로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수치의 다음달 1~5일 방문의 포커스는 최고 지도자 간 교류 및 경제협력 강화다. 일본은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대대적인 기업 진출 및 투자를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수치가 1980년대에 체류한 교토에서 정상회담를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일정을 조율 중인 모디 총리의 방문은 아베 총리가 주창한 새 외교 전략인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도 무게를 지닌다. 두 나라 원자력 협정체결도 주요 안건이다. 대중국 견제 및 원자력 협력 등 경제, 안보 양축에서 모디의 방문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다음달 6~9일로 예정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방문 역시 안보 및 경협에서 중앙아시아의 거점 구축이란 의미를 지닌다. 초청 외교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12월 15일로 예정된 푸틴과의 정상 회담이다. 북방 영토 및 평화협정 체결 문제의 진전 등 양측의 전략적 주고받기가 일본뿐만 아니라 동북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새 지도자들과의 관계 구축’, 대중국 견제 및 봉쇄, 미 대통령 선거 대처 등이 이번 초청 외교의 키워드라고 지적했다. 어떤 내용이 됐든 전례 없이 활발하게 예정돼 있는 아베의 초청 외교가 일본 외교에 탄력을 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체육회의 독립성” 문체부 돌아보고 “신뢰·소통 회복” 이기흥號 살펴야

    지난 5일 끝난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이기흥(61)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당선자로 공표되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뜻밖의 결과에 놀란 이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10여분 전 비공식 개표 결과를 먼저 접한 기자를 비롯한 50여명의 취재진도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마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던 이 회장의 당선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 오늘 첫 공식업무 시작 그는 박태환의 포상금 지급을 미뤄 젊은 영웅을 아끼는 이들의 미움을 샀고, 수영연맹의 비리에 책임을 지고 체육계를 떠났던 인물이다. 비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는 모양을 갖췄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옛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에 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통합 과정과 이번 선거를 돌아보면 문체부는 늘 ‘상수’로 비쳤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누굴 민다더라는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소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체육회 규약대로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의 출마를 원천봉쇄하려 했지만 그는 법원 가처분 결정을 얻어 출마했고, 결국 장호성 단국대 총장과 표를 나눠 갖는 바람에 이 회장에게 어부지리를 안겼다. 만일 정부가 개입하고자 했다면 이 회장의 출마를 더욱 확실히 막았을 것이다. 지난 6월 관리단체로 지정된 종목단체 회장의 자격 상실 조항을 개정하면서 ‘한 달간 소급’이란 항목을 삽입, 3월 19일 수영연맹 회장에서 사퇴한 이 회장은 관리단체 지정일인 같은 달 25일로부터 소급해 한 달 안에 있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 역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얻어내 출마했다. 6일에는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 7일 충남 아산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정신 나간 집구석 반란” 지적 새겨야 이번 선거를 지켜본 체육계 밖 사람들은 체육계와 체육회는 ‘썩어빠진 집구석’이며 선거 결과는 ‘정신 나간 집구석의 반란’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체육계와 체육회에 덧씌운 부패 집단이란 낙인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체육회장에 출마했던 5명의 후보 중 4명이 ‘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목놓아 외쳤다는 점을 문체부가 진지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이 회장도 이제 더 큰 안목으로 체육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문체부와 소통하며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체육인들의 여망이라고 믿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北 국제금융망 원천 봉쇄” ‘SWIFT’도 제재 대상에

    미국 하원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북한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SWIFT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초강경 법안을 발의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SWIFT의 국제금융거래망에서 퇴출하는 것보다 훨씬 강경한 조치로 SWIFT가 북한과의 거래를 아예 중개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29일(현지시간) 의회에 따르면 공화당의 맷 새먼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북한이 직접은 물론 간접으로도 암호화된 특수금융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H.R.6281)을 지난 28일 발의했다. 암호화된 특수금융메시지 서비스는 국제금융 거래 시 필수 서비스로 SWIFT가 대표적이다. 북한 조선중앙은행이나 핵 프로그램 지원에 연루된 기관에 의도적으로 국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제금융망 접근을 돕는 모든 이를 조사해 대통령이 직접 제재하도록 했다. 북한에 국제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SWIFT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는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한 기관이다. 하루 평균 1800만 건의 대금이 SWIFT를 통해 이뤄지는데 각국 시중은행은 SWIFT를 통해 대금지급·송금업무 등을 위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 1000여개의 금융기관이 매일 SWIFT를 이용해 돈을 지불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WIFT에까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사실상 북한에 대한 국제금융서비스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미 정부와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7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청문회에서 “북한을 SWIFT의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배제하고자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EU는 2012년 3월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0곳을 SWIFT에서 강제 탈퇴시켜 이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음수사원과 배은망덕/주현진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음수사원과 배은망덕/주현진 산업부 차장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대인 554년. 양(梁)나라의 유명한 문인이자 신하인 유신(庾信)은 왕인 양원제(梁元帝)의 명에 따라 서위(西魏) 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된다. 직후 양은 서위에 멸망되고, 평소 문학적 명망이 높았던 유신은 서위의 왕에 의해 강제로 서위에 남겨진다. 유신은 출국을 금지당한 채 적국의 신하가 돼 패망한 고국을 그리워하는 고달픈 신세로 여생을 보내야 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은 유신이 고국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담은 징주곡(徵周曲)에서 유래했다.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쓴 음기류자회기원(飮其流者懷其源·물을 마실 때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이란 구절이 ‘근원을 생각하고, 그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음수사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반대어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이다. 음수사원은 중국의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담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2002년까지 푸젠(福建) 지역에서 17년간 근무한 시 주석은 국공내전(국민당과 공산당 간 전쟁)과 항일전쟁 당시 공산당의 일부 근거지로 쓰인 푸젠 내 혁명 지역을 자주 찾아 음수사원을 언급했다.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을 탄생시킨 은혜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며 혁명 지역에 대한 보은의 도리를 강조했다. 이 말은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항저우(杭州)에서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네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시 주석은 당시 양국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이 1996년 항저우 인근에서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을 남긴 일화를 소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 머물던 시절 중국인들이 김구 선생을 보호했다는 역사를 상기하며 언급한 김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중국이 과거에 도움을 준 만큼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도왔다.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에서 일제 군 수뇌부를 향해 던진 도시락 폭탄이 중국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당시 중국을 대표하던 지도자인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주석은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장제스 정부는 훗날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망해 대륙에서 쫓겨나 오늘날 대만으로 불리는 중화민국을 건립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장제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마오쩌둥(毛澤東) 정권이 1949년 수립한 나라다. 마오를 계승하는 시진핑 정권은 6·25를 공산당이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했다는 의미인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북한과는 피로 맺은 동맹임을 자처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음수사원을 언급한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요즘 북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이 지난 1월에 이어 최근 또 핵실험에 나서면서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이라고 보는 사드를 반대할 명분이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북의 목숨줄을 쥔 중국은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말로는 북을 지탄하면서도 계속 북을 지원하면서 작금의 상황을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상대로 음수사원을 운운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 중국에는 위협이라는 사드의 정당성을 제공한 북한의 배은망덕을 상대로 행동하길 바란다. jhj@seoul.co.kr
  • [‘북핵’대응 패러다임을 바꾸자] ‘核 셈법’ 꿈쩍 않는 北…“軍 ‘자위적 조치’ 재량권 확대 논의해야”

    [‘북핵’대응 패러다임을 바꾸자] ‘核 셈법’ 꿈쩍 않는 北…“軍 ‘자위적 조치’ 재량권 확대 논의해야”

    전문가 “北해상 봉쇄·영공위협 비행 北 지휘부 실질 타격 준비 등 검토를” 6개월간 이어진 고강도 제재에도 북한이 지난 9일 결국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고강도 제재가 북한의 ‘셈범’을 바꾸고 비핵화를 유도할 것이란 국제사회의 기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힘든 희망사항이란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5차 핵실험 직후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의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도발-제재-도발-제재의 순환고리를 끊고 북한을 변화시킬 대안은 없는 것일까. 북핵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전방위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하고 더욱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방안 마련을 위해 전방위 외교전에 나섰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논의, 한·미·일 등 개별국의 독자 제재, 국제사회의 압박이라는 ‘대북 제재 3대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이어 온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제재 효과에 대한 회의론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분위기를 전하며 “그동안 국제사회가 확실한 북핵 불용 메시지를 발신해 온 연장선으로 (북핵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핵실험 이후 이미 60여개의 국가 및 국제기구가 대북 규탄 성명을 냈다. 중·러 역시 북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특히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10일 한·중 6자 회담 수석대표 간 통화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이런 반발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4월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7월 아시아유럽(ASEM) 정상회의 등 거의 모든 다자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는 동안 ‘불량국가’ 북한은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성공시켰고 핵무기 완성 단계로 평가받는 5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국제사회의 ‘북핵 감수성’은 예민해졌지만 북한의 셈법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마땅한 추가 제재 카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보리는 제재 위반 시 자동으로 추가 제재를 논의토록 규정한 ‘트리거’ 조항에 따라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지만 지난 결의의 구멍(루프홀)을 메우고 예외사항을 축소하는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킨 이후 북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정책수단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제1차 북핵 위기 때부터 4자·6자 회담 등 대화, 안보리 결의 등 제재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여년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을 사실상 완성 단계까지 고도화시켰다. 더이상 언제 가시화될지 모르는 제재 효과만 기다리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핵무장론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 기댄 제재와 별개로 비대칭 전력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전술핵 재배치는 안보의 지나친 대미 의존도를 완화하고 남북 군사력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독자적 핵무장이 한국이 선택할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스마트 제재’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정권에 타격을 주겠다는 원칙에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에 각종 예외를 뒀다. 하지만 이는 제재가 인권탄압의 피해자인 주민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인 ‘자위적 예방 조치’가 가능하도록 군 당국의 재량권을 넓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은 국지 도발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군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대북 확성기 확대와 같은 심리전이 전부다. 이에 북한 해상 봉쇄, 영공 위협 비행 등 저강도 군사 조치부터 유사시 북한 지휘부 타격을 위한 실질적 준비 등을 검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이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으니 (물리적 타격 시)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군 당국이 북한 핵무기를 부술 방법이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작성하는 등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아르헨 리시브를 흔들어라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배구팀이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A조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선다. 대표팀은 11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마라카낭지뉴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여자배구는 12개국이 A조와 B조로 나눠 경기를 한 뒤 각각 상위 4개국이 8강에 진출한다. 각 조 1위 팀은 다른 조 4위 팀과 8강전을 치르고, 각 조 2~3위는 다른 조 2~3위와 추첨을 통해 8강 상대를 정한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1, 2위를 다투기 때문에 한국은 3위로 조별예선을 통과해 B조 1위를 피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현재 대표팀은 A조 조별리그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첫 경기였던 한·일전에서 화끈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9일 러시아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세계 랭킹 12위로 카메룬(21위)과 함께 A조 최약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잡아야 3승 이상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를 이기지 못하면 8강 진출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가 앞서 러시아에 한 세트도 못 따내고 무기력하게 무너졌지만 한국은 러시아와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는 점도 한국의 우세를 점치게 한다. 역대 전적도 한국이 6승으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못지않은 높이를 자랑한다. 특히 195㎝나 되는 큰 키를 활용한 공격이 장점인 루시아 프레스코(25)가 경계대상 1호다. 대신 공격력에 비해 수비 조직력과 리시브는 약점이란 평가를 받는다. 키는 크지만 블로킹도 러시아에 비해 떨어진다. 이정철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전 패배 이후 “비록 졌지만 대표팀이 작년보다는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면서 “희망을 봤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전에 대해 “잔볼 처리 등 작은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만 높인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메달을 따기 위한 대표팀의 시급한 과제는 김연경과 짝을 이룰 날개 공격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러시아는 190㎝가 넘는 장신 블로커 3명이 줄곧 따라다니는 작전으로 김연경을 집중적으로 봉쇄했다. 김연경의 공격 파트너인 김희진(IBK기업은행)과 이재영(흥국생명)이 나란히 7점에 그쳐 두 선수에게 수비수를 붙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과 만나는 팀들이 비슷한 작전을 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감독은 김연경을 뒷받침할 공격수를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現 금융환경은 사육사 없는 정글… 살아남아야 자유 누린다”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現 금융환경은 사육사 없는 정글… 살아남아야 자유 누린다”

    서울신문은 지난 석 달간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시리즈를 통해 우리 금융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금융당국과 금융사, 학계 전문가와 함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신문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금의 금융 환경을 “사육사가 사라진 정글”에 비유했다. 사육사가 있을 때는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대신 길들여져야 했다. 사육사가 없으면 자유를 얻는 대신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사육사가 정말 사라진 것인지, 사라져 가고 있다면 변화된 환경에서 금융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지 들어봤다. ■사회 유영규 서울신문 금융부 차장 →정부가 금융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국민의 체감지수는 낮다. 왜 금융개혁이 중요한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개혁이란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금융이 기본적으로 실물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일차적인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금융산업 자체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곧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어떤 개혁이든 실생활에서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회사에 대해 규제 완화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발의 토대는 닦였지만 본격 출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시장에서는 규제를 탓하는 목소리가 많다. 더 풀어야 할 규제와 쥐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그 전에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난 굉장히 어색하다. 금융회사라고 하지 않고 금융기관이라고 부른다. 호칭 자체가 기업을 이익과 계속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의 인식에도 ‘금융사는 공적기관’이란 이미지를 심어 “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은행장 임기제도 말이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구조다. 또 직원들을 계속 다른 부서로 순환근무시키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금융당국자도 임기가 있으면 안 된다고 본다. 못하면 바꿔야지, 잘하는데 왜 바꾸나.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건전성 규제도 소비자보호도 당연히 해야 하는 숙제다. 그런데 얼마만큼 할 것이냐는 판단의 문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들이, 아 이런 표현 쓰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위험 부담을 하도록 규제를 풀면 건전성 문제와 충돌한다. 상품개발이나 판매에 관한 규제를 대폭 풀면 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은 원리원칙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굉장히 세부적인 이슈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본다. -권 행장 금융회사가 이익을 못 내면 지속할 수 없다는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만 최근 비대면 채널이나 핀테크와 관련해 우리보다 빠른 진전을 보여 온 미국과 중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잘 알고 계실 거다. 규제가 없으면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반대로 후유증도 큰 만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정 부위원장 금융기관은 건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 재산을 매개로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영역보다 소비자 보호가 강하게 요구된다. 최근 이슈가 되는 부분은 영업행위 규제와 관련한 것인데 이 부분은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가격에 대한 규제, 보이지 않는 행정지도를 통한 그림자규제, 업권의 자율규제 등 다양하다. 이런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안 원장 앞서 존 리 대표가 언급한 국내 경영진의 단기경영 문제는 핵심적인 이슈다. 미국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약 7~8년이다. 우리나라는 대개 3년 내외다. 장기경영을 할 수 없다 보니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한다. 당기순이익에 집착하면서 장기적인 투자 안목은 잃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내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만 해도 미국은 연 1~2%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공짜다. 그러니 PB들이 자금을 계속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 금융 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 손해를 보는 게임을 반복 중이다. -리 대표 미국은 이자율이 내려가면 은행 주가가 오른다. 예금금리는 내리지만 대출금리는 안 내려 예대금리 폭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없다. 미국에선 금융당국의 간섭을 싫어한다. 오히려 협회 규제가 더 강하다. 회사 내부규정은 그보다 더 심하다. 그러니 감독기관이 할 일이 줄어든다. →정권이 바뀌면 금융정책은 일관성을 잃는다. 금융정책이 긴 안목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질 방법은 없을까. -안 원장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걸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공약과 관련된 사항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식인데 직업공무원이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점에서 새 정권이 들어섰을 때 언론과 학자들이 공약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정권의 정책 일관성을 위해 5년 단임제가 아닌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5년짜리 정책만 남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계승과 발전의 정치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최근 금융산업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권 행장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은행은 유휴인력이 없다. 과거엔 한 점포에 20~30명이 근무했지만 이제 대형점포를 제외하면 7~10명 수준이다. 은행마다 환경이 다르니까 은행에 맡겨 줬으면 한다. 스마트금융부라든지 문화콘텐츠, 핀테크사업부 등이 계속 생긴다. 인력 구조조정이 다는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조직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그동안 일상적으로 진행해 온 업무 프로세스도 효율적인지 봐야 한다. 한쪽은 이익을, 다른 한쪽에선 혁신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성 있는 방향이지 인력과 점포 줄이기만이 구조조정은 아니다. -정 부위원장 지금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획기적으로 시장이 증가해 비용 절감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도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인건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인건비를 무조건 줄이자는 게 아니고 성과에 따라서 보수를 지급하자는 거다. 연차가 아닌 수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보수가 정해져야 한다. 관성적인 보수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비효율적인 지출구조 개혁도 불가능하다. -리 대표 미국에서 20년 일하고 한국에 오니까 차이점을 많이 느낀다. 물론 한국에도 장점이 있고 미국에도 장점은 있다. 사실 한국에 왔을 때 신기했던 건 보수체계였다. 3% 오르면 전 직원이 3% 오른다. 그래서 보수체계를 제일 먼저 바꿨다. 지금은 보상 시스템도 완전히 바꿨다. 한국 금융사는 위계가 지나치게 철저하다. 빠른 결정을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이 돼야 하지만 한국은 수직적이다. 마인드는 꼭 공장 같았다. 금융에서는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걸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체계라면 누가 사장으로 와도 바뀔 게 없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금융개혁의 롤모델은. -정 부위원장 우리 금융체계는 미국과 유사하다. 은행, 증권, 보험사의 영역이 각기 다르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이를 하나로 합친 유니버설뱅킹 시스템이다. 유럽은 미국처럼 자본을 기반으로 할 수는 없기에 개인들의 전문성에 의존한다. 시스템 면에서 보면 우린 미국에 가깝지만 사회적 기반을 보면 영국처럼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양측 모두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안 원장 금융의 역할이 산업자본 형성 후 부가가치를 높여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영미식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다만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영미식 은행 모형이 사라지고 미국도 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영미식으로) 가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자산운용사로는 개인적으로 웰링턴이 괜찮았다. 파트너십 회사인데 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신입사원부터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아침마다 회의를 하면서 토론문화를 가져간다. 굉장히 감명 깊었는데 우리에게도 그런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낙하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 원장 사실 낙하산은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내려보내는 거다.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제외한 공기업은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다.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면 능력 위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전문성과 청렴도를 갖췄는지를 봐야 한다. 정권과의 관계에만 집착해 검증 초점을 맞추기보다 최소 자격을 갖췄는지, 적합한 인물인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 -정 부위원장 금융권은 전문가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낙하산이냐 아니냐 하는 잣대를 보면 통상 노조 시각이 크게 반영되는 듯하다. 일부에선 내부 승진이 아니면 다 낙하산이라고 한다. 사실 규제기관과 금융기업은 굉장히 상호 교환적이고 보완적이다. 그런데 때론 과도하게 낙하산의 병폐만을 부각한다. 시장과 정책당국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호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듯하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경쟁을 통하지 않고 금융기관 경영자가 되는 것은 분명히 낙하산이다. 다만 해당 회사의 소금 역할을 할 전문성 있는 외부인사까지 싸잡아 매도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금융개혁이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성공하려면. -리 대표 금융개혁은 나라만 쳐다보면 안 된다.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분야다. 지금도 많은 금융사가 회사가 아닌 기관처럼 움직이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안 원장 그동안 정부는 동물원 사육사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금융회사가 죽지는 않았지만 순치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런 동물을 자연에 풀어 주려 한다. 이제 금융회사에 공이 넘어온 것이다. 규제를 혁파하고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줬는데 그렇다면 금융회사가 화답할 차례가 아닌가. 정부에도 부탁이 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나왔지만 혹시 정권이 바뀌면 금융개혁이 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권 행장 금융회사도 최근 많이 변하는 환경에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다. 이런 위기의식 자체가 사실 금융개혁의 기본이고 본질이다. 모든 회사들이 스스로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정 부위원장 지금까지는 당국이 금융사의 코치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심판만 할 것이다. 코치를 안 한다는 건 경쟁에서 도태되면 안 봐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선수는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혁신하고 새 수익 모델을 만들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금융기관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변한 환경을 수용하고 정해진 룰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려는 금융회사, 그것이 당국이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정리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시리아 반군, 알레포 정부군 포위망 뚫어

    시리아 반군, 알레포 정부군 포위망 뚫어

     시리아 내전 최대 격전지인 북부 알레포에서 반군이 정부군의 포위망을 뚫어 교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시리아 주요 반군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트위터를 통해 “반군이 알레포 봉쇄를 뚫었다”고 밝혔다.  근본주의 반군조직인 아흐라르 알샴도 알레포 남서쪽에 있는 라무사를 장악해 알레포로 향하는 길을 뚫었다고 말했다.  유엔이 중재하는 시리아 평화협상 때 시리아의 반정부 대표 역할을 한 고위협상위원회(HNC) 대표 리아드 히자브 역시 “라무사 해방과 봉쇄 끊기는 시리아 해방의 좋은 징조”라고 전했다.  알레포 동부에 있는 AFP 기자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며 반군의 발표를 부인했다.  현지 관영 TV는 정부군이 앞서 반군이 점령했던 주요 군 시설을 탈환하는 등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정부 관리들도 알레포에서 밀려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BBC에 말했다.  알레포는 시리전 내전이 본격화한 2012년 반군에 장악된 지역이다. 최근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이 포위작전을 벌이면서 지난 3주간 주민 25만명이 사실상 갇힌 상태였다.  여기에 온건 반군뿐 아니라 최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절연을 선언한 ‘자바트 파테 알샴’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까지 정부군에 대한 공세에 가담하면서 알레포를 둘러싼 전황이 혼탁해졌다.  반군단체들의 주장대로 알레포 일부 포위망이 뚫렸더라도 여전히 정부가 장악한 지역은 봉쇄된 상태이며 반군이나 주민들이 오갈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확보된 것도 아니라고 현지 활동가들은 전하고 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달 말 알레포 교전이 시작된 이후 정부군과 반군 사망자가 700명을 넘으며 6일 하루에만 20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정부군이 점령한 동네 함다니야에서 6일 반군의 포격으로 7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인 사망자도 최소 130명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독일, 테러 공포 확산···안스바흐 식당 폭발로 1명 사망·11명 부상

    독일, 테러 공포 확산···안스바흐 식당 폭발로 1명 사망·11명 부상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18세 이란계 독일인이 독일 뮌휀 도심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사망한 사건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뉘른베르크 인근 안스바흐의 한 식당에서 폭발이 일어나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일이 터졌다. 24일 독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30분쯤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 안스바흐 내 ‘오이겐스 바인슈투베’라는 이름의 와인바 근처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1명이 숨지로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바이에른주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폭발 사건이 “의도된 폭발”이라고 밝혔다. 폭발 현장 인근에서는 음악축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날 예정됐던 콘서트는 이 폭발로 취소됐다. 콘서트에는 약 250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사고 발생 후 현지 경찰이 현장 주변을 봉쇄했으며 헬기와 구조팀이 동원해 추가 부상자가 있는지 수색과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은 지난 18일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에 들어선 통근 열차에서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의 도끼 난동 사건과 이틀 전 뮌헨 내 올림피아쇼핑센터 옆 맥도날드 가게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테러에 대한 긴장이 무척 높아진 상태다. 이번 폭발이 일어난 안스바흐는 앞서 두 사건이 발생한 바이에른주 안에 있으며 뉘른베르크에서는 남서쪽으로 40㎞, 뮌헨에서는 북서쪽으로 150㎞가량 떨어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사설]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 수교 후 불가리아 첫 방문… 또 北 절친국 찾는 尹외교

    외교부는 오는 1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우리 외교장관으로는 1990년 수교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불가리아를 찾는다고 9일 밝혔다. 윤 장관은 불가리아 소피아를 방문해 다니엘 미토프 외교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서울에서의 양국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에너지 인프라 및 과학기술분야 협력증진, 대북공조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증진 등에 대해 중점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남유럽 주요국인 불가리아와의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은 최근 이란과 우간다, 쿠바, 러시아 등 북한 우방국을 중심으로 봉쇄외교를 펼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연장선이라는 의미도 있다. 1948년 11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북한과 불가리아는 모두 구소련의 영향권 아래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주불가리아 북한대사관은 발칸 지역 6개국을 겸임 주재하고 있는 등 지역 거점 공관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 협력을 중단하기로 한 우간다 정부가 관련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우간다와 북한 간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 협력 계약이 이달 말 종료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간다 정부가 이를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우간다에 50~60여명 규모로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및 인민보안부(경찰) 등 고문단에 대해 철수를 통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란·우간다·쿠바 이어 러 껴안기 ‘北우방’ 공략… 北고립 포위작전

    이란·우간다·쿠바 이어 러 껴안기 ‘北우방’ 공략… 北고립 포위작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에 이어 오는 12~14일 러시아를 방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시작으로 정부가 외교의 초점을 ‘북한 포위 및 고립’에 맞추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윤 장관이 13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와 지역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에 총력을 기울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북한의 우방국들을 상대로 공세적인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앞세우고, 경제협력을 지렛대 삼아 적극적인 교류의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시작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다. 북한과 오랫동안 군사적 협력을 도모해 온 이란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경협은 물론 이슬람 문화를 존중해 ‘히잡’까지 착용하는 배려를 보여 현지인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어 북한과 공산권 동맹으로 돈독한 관계인 몽골의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는 성의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안방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며 북한 옥죄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같은 전략은 윤 장관에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대한민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 외교장관회담을 갖는 등 북한으로서는 매우 아픈 곳을 건드렸다. 이런 면에서 윤 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대북 봉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외교적 공세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며 “북한이 대북 제재를 상쇄시키기 위해 국제사회로 나갈 수 있는 곳은 비동맹 외교라든지 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들인데 이들을 정부가 미리 공략함으로써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 철강 등 무역통상 분쟁, 북핵 해법 등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상이 우리 정부의 대북 포위 전략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미국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서 북한의 숨통을 틔워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중국은 북한을 끌어들여 미국과 대항하는 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이미 그런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촘촘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한국으로서는 매우 안 좋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9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공조를 다잡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북한도 우리 정부의 포위 전략에 맞서 공산권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태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베트남에 이어 지난 6일 라오스를 방문했다. 앞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17~26일 적도기니를 방문했다.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지난달 24일 쿠바를 방문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결실 기대되는 한·쿠바 해빙 외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1959년 쿠바혁명으로 국교가 단절된 한·쿠바 간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은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윤 장관이 ACS 옵서버 국가 자격으로 참석하는 형식이다. 윤 장관은 어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회의 참석 자체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접촉면을 넓히면서 신뢰를 쌓아 가는 방식으로 양국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희망도 피력했다. 한국과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부터 관계가 끊긴 상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관계 진전에 대한 움직임이 보였지만 여전히 쿠바와 한국은 미수교 상태다. 한국 외교 수장의 이번 쿠바 방문은 양국 간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대한 발걸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바는 지난해 53년 만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했고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역사적 쿠바 방문 이후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회복을 겨냥한 교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미국의 경제봉쇄 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렸던 쿠바 역시 다양한 경로로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에 나서는 등 이른바 쿠바식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 진전은 국제적 흐름을 타고 있지만 쿠바와 북한 관계의 특수 관계 때문에 난관도 적지 않다. 양국은 피델 카스트로와 김일성 시대부터 반미 사회주의 전선의 동지 국가로서 뿌리 깊은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달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와 회담을 갖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형제적 관계’를 재차 확인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디딤돌이다. 북한과 형제국인 쿠바와의 관계 개선 자체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되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을 의식하고 있는 쿠바는 급격한 관계 증진을 바라지 않고 있지만, 쿠바가 대외적으로 비핵화를 표방하고 있어 우리와의 협력 여지도 적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이후 실용적 기류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쿠바 진출 등 다양한 경제, 문화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 감염병 공포에 격리 전 인권보호 ‘외면’

    감염병 공포에 격리 전 인권보호 ‘외면’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에는 정의로운 한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괴질’의 발병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폭격해 감염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군 사령관에게 영화 속 대통령은 이렇게 외친다. “분당 시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영화 속 이야기로 여겼던 대규모 감염병 유행 사태가 지난해 5월 재현됐다. 단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와 접촉했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1만 6000여명이 격리됐고, 격리자들은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됐다. 정부는 격리자를 출국제한 조치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으며 무단이탈자를 고발조치했다. 세종시 인구의 약 10%에 이르는 국민이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당했지만 적법성 문제를 제기한 이는 없었다. 감염병 공포 앞에 인권의 기본적인 원칙은 무시됐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당국이 격리 무단이탈자 처벌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다. 이 조항에 따라 제1~3군 감염병 중 일부, 제4군 감염병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감염병에 해당하는 환자는 진찰, 동행치료, 입원 등 강제처분 대상이 된다. 의무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당시 메르스는 제1~4군 감염병 범주 어디에도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메르스가 감염병 예방법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 6일 법 개정 이후다. 법 개정 전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정한 4군 감염병 중 ‘신종감염병증후군’에 메르스가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필규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는 “격리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 법은 범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정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돼야 하는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강제처분 대상 감염병 범주에 명기돼 있지 않아 격리와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데도 법 개정 전 행정 당국이 무증상 접촉자를 격리하고 이탈자를 처벌한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자유를 제한당한 시설 격리자가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격리의 위법성을 다투는 구제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인신보호법(제3조의 2)에 따라 보건당국은 메르스 접촉자를 격리하기 전 법적으로 구제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지만 실제 고지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혈액암을 앓았던 80번째 환자(35)는 메르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격리돼 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결국 숨졌다. 정부가 이 환자의 가족에게 구제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메르스 방역이 지상과제였을 때 숨죽이고 오열했던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공공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수원의료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와 노숙인 결핵환자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를 입원시키고자 갈 곳 없는 이들을 강제 퇴원시켰다. 어느 법에도 환자를 강제퇴원시킬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회적 약자가 제일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자 약자들이 제일 먼저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정부는 의심환자의 두려움과 개인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고 공중보건이란 이름 아래 격리하는 데 바빴다”며 “인권을 제한하는 일인 만큼 위기 상황일수록 수단의 적절성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 내부 동요… 中서 용인하면…대량 탈북·정치적 망명 시간문제”

    비슷한 ‘탈북 루트’ 봉쇄 우려 북한 해외 식당 종사자 13명이 한꺼번에 탈북에 성공하면서 추후 이와 비슷한 대규모 집단 탈북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집단 탈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 대북 압박이 커진 가운데 벌어졌고 중국이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 사건으로 중국 및 동남아 내의 비슷한 ‘탈북 루트’를 활용하기가 힘들어져 당분간은 추가 탈북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집단 탈북 이후 탈북자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과 중국, 또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들이 한국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에 해외에 나가 있는 (탈북자 지원) 선교 단체나 비정부기구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집단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 보호를 위해 루트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해당 경로가 알려지면 국경 보호나 북한과의 마찰을 고려해 국경 감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한 이후 대북 소식통이나 현지에서 관련 정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집단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태국, 라오스를 거쳐 항공편을 활용해 인천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탈북 소식을) 요란하게 발표하면 중국은 제3국으로 가는 루트를 봉쇄할 것이며 제3국도 당분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벌이 목표를 못 채울 경우 받는 문책을 두려워하는데 당국이 이 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며 북한 당국이 추가 탈북 방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이번 집단 탈북을 계기로 북한 내부의 동요 등이 커지며 제2, 제3의 대규모 탈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용인만 하면 대량 탈북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내부 동요가 있게 되면 대량 탈북이나 정치적 망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해외 북한 식당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국이 계속해서 대북 제재를 이행할 경우 상납에 압박을 느낀 사람들의 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시간 남기고 파국 피했지만… 총선 후 친박·비박 대결 격화될 듯

    김무성 대표의 ‘옥새 반란’으로 극에 달했던 새누리당 ‘공천 내홍’이 25일 후보 등록 마감 2시간을 남기고 극적으로 수습됐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양측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 24일 친박계 후보 공천지 5곳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밝힌 뒤 부산으로 홀연히 떠난 김 대표는 이날 아침 서울로 복귀했다. “당무만 보겠다”, “최고위원회의 소집은 없다”던 김 대표는 이내 입장을 선회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데 응했다. 회의는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오전 11시 38분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4시간 7분 동안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최고위원 가운데 누구도 회의 도중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김 대표와 나머지 최고위원들과의 ‘일대다’(一對多) 구도가 된 까닭인지 김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학용, 김성태, 김종훈 의원 등이 회의 시작 2시간여 뒤 회의장으로 들어가 배석하기도 했다. ‘마라톤’ 회의가 끝난 뒤 최고위원들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브리핑을 열고 “공천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 승리를 이뤄서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결정이 이뤄졌다”면서 “오늘부로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권 선거가 전멸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라면서 “(무공천 결정은)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말했다고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전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내내 공천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최고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새누리당사 앞에선 김 대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충돌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회원 100여명은 “김 대표는 유승민·이재오 의원을 따라 즉각 탈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삭발 시위를 벌였다. 길 건너편에선 김사모(김무성을 사랑하는 모임) 전국연합 회원들이 “사랑합니다 대표님”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옥새’라 불린 김 대표의 ‘직인’의 행방을 놓고도 “김 대표가 가져갔다”, “아니다 안 가져갔다”며 공방이 벌어졌다. 실제로 새누리당인(印)과 대표인은 당사에 보관돼 있으며 외부로 유출된 전례가 없다고 당직자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꼼수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공관위는 대구 수성을에서 낙천한 주호영 의원의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의 출마가 원천 봉쇄되자 여성우선 추천 지역인 수성을을 일반 지역구로 전환한 뒤 재공모 과정을 거쳐 이 전 부지사를 단수공천했다. 그런데 재공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만 진행됐다. 주 의원은 “후보자 공모 개시일 3일 전에 공고를 내야 한다는 당 규정을 위배했기 때문에 공모는 무효다. (공관위가) 막장 무법공천을 했다”고 반발했다. 주 의원은 현재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오는 28일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공천자 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계파 갈등의 깊은 골만 드러낸 이번 사태로 인해 선대위 출범에 온전한 추동력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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