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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북한을 다루는 법/김상연 정치부 차장

    [오늘의 눈] 북한을 다루는 법/김상연 정치부 차장

    “북한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묻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것을 해서 이로울 게 없는데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질문이다. 이 물음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문의 근거로 내미는 논리와도 닮았다. 문제는 바로 ‘상식적으로’에 있다. 북한도 우리처럼 상식적으로 사고하는 집단이라는 착각이 오류로 인도한다. 북한을 독해(讀解)하지 못하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이 있다. 북한(정권)을 김정일이라는 두목을 정점으로 한 조폭집단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들의 모든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북한이란 조폭집단은 큰 형님(김정일)이 작은 형님(김정은)한테 권력을 넘겨주는 시기다. 조폭세계에서 두목으로 인정받으려면 주먹이 세고 성품이 잔인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더 센 제재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천안함을 격침시킨 것이나 연평도에 대놓고 포격을 가한 것은 바로 김정은이 주먹을 뽐내려는 행위다. “우리가 쌀을 지원하는데 어떻게 북한이 이럴 수 있느냐.”는 의문 역시 조폭의 본질을 간과해서 생긴다. 깡패들은 상인들을 등 쳐 먹고 살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않는다. 오히려 상납액이 적거나 미적거리면 좌판을 뒤엎고 폭력을 행사한다. 가진 것 많은 사람이 이웃의 조폭한테 해코지당하지 않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먹을 것을 쥐어주고 살살 달래면서 공생하는 것, 아니면 다시는 찍소리 못하게 그들보다 더 잔혹한 주먹으로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two-track)전략’이니 하는 고상한 말을 써 가며 우물쭈물하면 우습게 보일 뿐이다. 우리의 무슨무슨 현학적 전략으로 조폭집단이 개과천선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오류다. 김상연 정치부 차장 carlos@seoul.co.kr
  • 민간인마저 희생… 분노의 대한민국

    민간인마저 희생… 분노의 대한민국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민간인 사망 피해가 24일 처음으로 확인돼 북한의 만행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해경 특공대는 연평도 일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 오후 3시쯤 해병대 관사 건설 공사현장에서 김치백(61)·배복철(60)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들은 당시 공사장에서 일하던 12명의 인부들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포탄으로 산화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한·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로 규정하고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해상에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9만 7000t급)가 참가하는 무력시위 성격의 연합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대북 공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일본·영국 등 우방국 정상들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갖고 협조를 당부했으며, 외교통상부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검토하는 등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부로 수해지원 물자를 비롯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모든 대북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반면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전날 북한군이 연평도에 대포 170발을 발사했으며, 그중 80발이 연평도 내륙에 떨어졌다고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통해 “추가적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 응징하겠다.”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지도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 연평도에 K-9 자주포를 증강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는 연평도 도발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사·북한군 간 장성급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했다. 해군과 해병대는 이송을 원하는 주민과 군인 가족을 인천 등으로 이송했으며, 본격적인 피해 실태 조사와 복구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포격사건 초기 우리 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한·미 양국이 이날 내놓은 군사적 수습방안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뒷북 대응이란 비판도 일고 있다. 김학준·김성수·오이석기자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carlos@seoul.co.kr
  • 외국인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변화

    외국인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변화

    북한은 우리 경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안겨주는 상수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감안하면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새로운 기회로 삼는 역발상의 투자전략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북한 관련 이슈가 우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날은 2002년 1월 30일이었다. 미국 뉴욕의 9·11 테러가 나고 4개월 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정의했다. 한반도에 북한과 미국의 전운이 감돌면서 이날 하루 코스피는 749.45까지 밀려 전일 대비 3.18%가 빠졌다. 외국인들의 프로그램 매물로 하루 53포인트가 빠진 지난 11일 등락률이 -2.70%란 점을 고려하면 당시 시장의 충격을 짐작할 만하다. 외국인들이 하루 224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게 결정적이었다. 두 번째 큰 충격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했을 때 나타났다. 코스피는 1319.4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2.41%가 빠졌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한국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는 외국인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당일 하루 동안 외국인들은 481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도 53억원에 그쳤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2년 후인 2008년 8월 북한이 핵 불능화 중단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1572.19를 기록하며 전일보다 0.61%가 올랐다. 46명의 희생자를 낸 올 3월 26일 천안함 침몰 때에도 코스피는 1691.99(사태 후 첫 개장일인 29일)로 전일 대비 0.34%만 빠지는 약보합세를 지켜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우리나라 주식을 3276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1822억원을 한국에 투자했다. 이런 모습은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4일 국내 금융시장이 장 초반에만 출렁이고 이내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의 심리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을 맞아 개인들은 증권 시장에 각각 3438억원과 5718억원의 물량을 순매도 했다. 결국 잦은 북한의 도발 속에 시장을 지킨 후 이득을 챙겨가는 것은 외국인들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北 연평도 공격] 향후 남북관계 어디로…

    23일 북한군의 고강도 도발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휴전 이후 최악의 군사도발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앞으로 일촉즉발의 ‘뜨거운 냉각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 사건은 천안함 사건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한두 달 사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현 정부 임기 중 북한과의 의미있는 관계개선은 이제 가망이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정부가 이번 사안을 특히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전면전 성격의 도발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도 충격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북한이 몰래 도발한 것이고 그나마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개선의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반면 이번 건은 북한이 보란 듯이 실제 표적을 향해 포를 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게 됐다. 더욱이 민간인까지 무차별 겨냥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성격은 지극히 악성(惡性)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한·미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우라늄 핵 개발 사실을 과시했음에도 한·미가 ‘나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겠다고 외면하자 더욱 파탄적인 나쁜 행동을 불사한 셈”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엔 한·미가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대화의 여지는 극히 좁아졌다.”고 했다.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건 때와 같은 수준의 ‘채찍’으로는 북한의 망동을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특단의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참에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잡아 제재에 동참케 해야 한다는 얘기도 정부 내부적으로 들린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 예컨대 서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일본의 핵 무장에 이르기까지 극단적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가느다랗긴 하지만 이런 극단적 충돌이 역설적으로 대화를 촉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처럼 책임관계가 비교적 명백한 사안이기 때문에 ‘통 큰’ 유감 표명으로 대화 국면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北 핵위협에 해안포 공격… 軍 단호히 대응하라

    북한이 어제 오후 연평도 부근에 10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해 남측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연평도 일부 지역이 쑥대밭이 되면서 주민뿐만 아니라 일부 군병력까지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었다. 우라늄 핵폭탄 개발 위협도 모자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무차별 포사격을 해대는 북의 무모함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군은 북의 호전적 도발 의도가 무엇이든 자위 차원에서 의연하고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이번 해안포 공격은 한국전 휴전 후 가장 심각한 고강도 국지 도발로 간주된다. 북의 해안포 도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다. 북측은 연초에도 NLL 북방 인근까지 포탄을 날려 보낸 적이 있다. NLL 수역에서 긴장을 고조시켜 이를 무력화하려는 기도는 북의 오랜 습성이었지만, 이번 도발은 차원을 달리한다. NLL 남쪽의 육지로 조준해 포사격을 한 데다 큰 인명피해까지 입혔다는 점에서다. 북측은 NLL 남쪽을 겨냥한 우리 해군의 ‘사격훈련’과 관련해 그들의 영해에 대한 공격이라고 억지를 쓰며 남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훈련 자체가 NLL 남쪽에 대한 북의 잇단 도발, 특히 천안함 폭침에 따른 우리의 평상시 대응훈련 성격을 띠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NLL 너머로 무차별 포사격을 하게 되면 민간인을 포함한 불특정의 인명 사상 가능성이 농후함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북의 이번 도발이 다분히 의도적인,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 측이 즉각 대응사격을 하고 추가도발 시 강력한 응징을 경고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였다. 오히려 우리 측은 초동단계에서 비례성과 충분성이란 교전수칙을 엄격히 적용했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북의 이런 호전적 자세는 총칼에 의지해 세습독재 체제를 지켜내려는 발상과 무관치 않을 게다. 이는 선군주의란 미명으로 주민들을 굶기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플루토늄탄에 이어 우라늄탄에 이르기까지 핵 개발을 강행하는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북을 상대하려면 평소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유사시 단호한 억지력을 보여 줘야 한다.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 모두 확고한 안보관과 국가관을 다져 나갈 때다.
  • [北 연평도 공격] “對美·對南 압박 의도… 사실상 전쟁 발발 다름없다”

    [北 연평도 공격] “對美·對南 압박 의도… 사실상 전쟁 발발 다름없다”

    북한이 민간인이 거주하는 연평도 육지 일대에 10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 민간인을 공격한 것을 놓고 북한 전문가들은 “전쟁이 발발한 것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북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공격 시기 ▲공격 장소 ▲공격 대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 내 최고 핵 과학자로 손꼽히는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북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북 간 군사 분쟁지역인 연평도에서 과거와 달리 해상이 아닌 남한 영토 내에 10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 남한 병사와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을 들어 북한의 도발이 의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민간인 공격 사상 초유의 사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3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거 북한이 연평도 서해상에서의 해안포 도발을 일삼아 왔던 것과는 달리 민간인을 대상으로 영토에 10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 “북한이 최근 헤커 박사를 초청해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했는데 되레 한·미·일 3국이 공조해 북한의 의도를 무시하고 나오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무리한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공격 지역을 연평도로 결정한 건, 북한 입장에선 연평도가 분쟁지역이란 점에서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원하는 정전협정, 평화협정 체결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의 공격을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도발”로 규정한 뒤 “북한이 남한에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식량지원을 요구했고, 미국에 대해선 천안함 국면 전환을 위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지만 한·미 양국이 이를 들어주지 않자 압박하기 위해 과거 해상 도발과는 달리 육지 공격이라는 상당히 충격적인 방법을 동원, 최후의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김정은 후계 체제 과정에서 외부와의 긴장 조성을 통한 내부 결속 차원에서 이뤄진 선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이 100여발의 해안포를 쐈다는 것은 단순히 서해지구 사령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방위원회 등 상층부의 판단,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후계자 김정은의 결정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우리 군의 호국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군의 도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호국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북한의 이번 공격은 민간인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협적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단순한 실수에 의한 공격이라기보다는 군사적 긴장 및 모험을 감수하며 3대 세습의 주인공인 김정은의 북한 군에 대한 통제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어 “천안함 사건이 수면 아래에서 은밀히 이뤄졌다면 이번 사건은 수면 위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이 두 사건 모두 김정은 후계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北 사과땐 대화 물꼬 틀 수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거의 사망단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과 및 유감 표명 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이번 사건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파문 등으로 한반도 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실질적인 군사 행동이란 점에서 남북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북한은 선군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남측에 선(先) 사과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명백한 북한의 도발이란 점에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또한 굉장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본으로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수밖에 없지만 미국 등 주변국들도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북한의 선(先) 사과가 이행될 경우 대화의 물꼬를 트는 흐름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미·중 간 ‘국력의 전이’가 의미하는 것/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미·중 간 ‘국력의 전이’가 의미하는 것/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에서 국가의 대외 행위를 상대국과의 국력관계에서 설명하려는 이론 중 ‘국력의 전이’ 가설이 있다. 가치와 이익이 대립하는 두 국가 간에 국력의 격차가 줄어들면 들수록 양국은 협력보다는 갈등관계가 되기 쉽다는 가설이다.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거나 맞설 수 있는 국력을 가질 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도전 받는 미국은 국력의 격차가 더 좁혀지기 전에 도전국가를 제재하려는 행동을 취하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은 2050년이 되면 종합적 국력과 경쟁력에서 미국에 이어 진정한 세계 주요 2개국(G2)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첫 시도는 1972년 닉슨과 저우언라이(周恩來) 공동성명이다. 아·태 지역에서 미·중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성명에 삽입했다. 이후 미·중 관계를 복기해 보자. 화해의 배경에는 소련 견제를 위한 공동의 이익이 있었다. 1979년 초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제휴 하에 소련의 동맹국인 베트남에 대한 단기 응징전을 감행한다. 명분은 소패권주의 확대의 견제였다. 긴밀한 안보협력은 옛 소련 붕괴와 톈안먼 사태가 발생하는 1980년대 말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미국은 중국에 우방국에 준하는 비 살상 군사장비와 군사기술을 넘겼다. 중국은 신장(新疆)에 소련의 핵실험을 모니터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감청기지 설치를 미국에 허용했다. 미국은 단교와 미군 철수에도 타이완에 무기판매를 계속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에 실크웜 미사일 등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했다. 중국은 이 기간 중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편을 들지 않았다. 1983년 중국은 양곤 폭파사건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 되었을 때 북한을 지목, 비난하지 않았다. 1987년 북한이 민항기 폭파 사건을 저질렀을 때 중국은 유엔 안보리 의제 채택을 거부했다. 의제 상정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한·중 국교 수립 이전이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른 지금이나 지속되는 그 정책의 일관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미국과 세 번의 군사 분규를 겪는다. 1993년 화학무기 제조 물질의 적재를 의심받았던 중국 화물선 은하호는 공해상에서 미국 군함의 정선명령을 받고 검색을 당했다. 주권 제약의 수모를 겪었던 이 사건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미래를 기다린다)를 대외전략의 방침으로 삼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9년 유고 베오그라드 소재 중국 대사관에 대한 미 전폭기의 공습, 2001년 남중국해에서 미국 정찰기와 이를 추적하던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도 중국은 타협했다. 이 기간 중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첨단 전투기와 잠수함을 도입했다. 또 2005년 중국군은 연합훈련을 하면서 훈련의 성격을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견제하려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태 지역의 역학구도는 ‘1초 다강체제’에서 ‘2초 다강체제’로 전환 중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 동맹체제의 약화를 노리며 역내 안보문제에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려 한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국과의 반미 연합 결성에는 신중하다. 미국은 지역안정을 위해 공공재를 제공하고, 대중 견제를 목적으로 한 지역국가의 결속과 지역질서 유지를 위한 중국의 협조 추구라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경제력에도 달러화를 대체할 국제통화를 창출할 수 없다. 중국의 대미 군사적 균형 달성도 장기 과제이다. 앞으로 영토문제 등 핵심 이익문제에 중국은 강경태도를 지닐 것이나 역내질서 재편은 미국과 장기간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다. 미·중의 세력 각축에 민감한 한반도는 현상유지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G20 반열에 오른 강국이다. 과거의 피해 의식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주도권 확립과 국론통일의 과제를 명심해야 한다.
  • [서울 G20회의-정상외교] 오바마 “위안화절상”… 후진타오, 美양적완화 비판

    [서울 G20회의-정상외교] 오바마 “위안화절상”… 후진타오, 美양적완화 비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1일 오후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환율·통상 등 경제문제와 함께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80여분간 진행된 회담 분위기는 최근 환율과 경상수지 등을 두고 이어진 양국의 갈등을 그대로 반영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의 상당 부분이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에 할애됐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먼저 꺼낸 뒤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촉발시키고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통화 재평가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지금까지 이뤄진 위안화 절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응수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했다. 또 후 주석은 “환율 개혁은 매우 건전한 외부 환경을 요구하고 오직 점진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후 주석은 미국의 정책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감안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고 CCTV가 보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남한에 대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달라고 중국에 주문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전환, 인권 문제 및 정치범 석방 등 민감한 사안도 거론했다고 기브스 대변인이 밝혔다. 반면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강화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두 정상이 양국관계 발전과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두 정상이 중요한 인식의 일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관계는 지난 몇년간 부단히 발전했다.”며 양국 관계의 진전을 평가한 뒤 “양국은 핵 안전 확보와 경제의 강력하고 안정된 발전에 대해 모두 특별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균미·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수감자 인도적 처우 OK” “사형제 폐지 NO”

    미국 정부는 9일 인종차별, 국내외 수감자에 대한 인도적 처우 문제 등을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부합하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국제법도 허용하고 있다.”면서 전면 폐지하거나 중단하라는 유럽국가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북한과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이 미국 내 일부 재판 사례를 거론한 데 대해서는 ‘정치적 도발’이라며 관련 권고안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에는 쿠바인 5명을 간첩 혐의로 유죄판결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 5일 열린 유엔인권위 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228개에 이르는 인권 개선 사항을 지적받은 데 대한 응답 차원으로 이뤄졌다. 미국 정부는 이들 권고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한 뒤 내년 3월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권위는 내년까지 4년에 걸쳐 192개 전체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검토할 예정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유엔 인권위 참여를 거부했다가 지난해 다시 정식 회원 자격을 회복했다. 미국 대표단은 특히 오바마 정부가 외국인 테러 용의자 구금 시설인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어느 수용 시설에서든 고문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대표단의 고홍주(헤럴드 고) 국무부 법률고문은 “우리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앞으로도 (인권 개선에) 계속 노력하고 이런 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법 당국이 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인종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청소년 혐의자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 구입, 은행 거래, 구직, 교육 등에서 모두 동등한 접근권을 갖도록 관련 법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소수 인종에 대한 불공평한 사법 체계, 비인도적 수감자 처우 등에 관해 많은 국가, 인권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자밀 다콰르는 수감자를 학대한 조사관은 물론 그를 승인한 부시 행정부 당시 고위관리들에 대해서까지 범죄 혐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미 법무부에 요구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매리~ 성스 뒤를 부탁해!

    매리~ 성스 뒤를 부탁해!

    스물세살 동갑내기 스타 장근석-문근영이 또 한번 일을 낼 수 있을까. 8일 첫선을 보이는 KBS 2TV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극본 인은아, 연출 홍석구·김영균)이 시청률과는 별개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전작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를 이을 수 있을 것인지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매리는’은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성균관 스캔들’처럼 2004년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끈 만화 ‘풀하우스’의 원작자 원수연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등 성균관의 꽃선비들이 줄줄이 나오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는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아이돌 그룹 리더 황태경 역을 맡아 꽃미남 스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장근석이 남자 주인공을 맡아 다시 한번 뮤지션 역할에 도전한다. 전작 ‘신데렐라 언니’에서 다소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의 은조 역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던 문근영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깜찍 발랄함으로 돌아왔다. 그가 맡은 위매리는 두번의 결혼을 감행하는 인물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속칭 88만원 세대지만 밝고 낙천적인 캐릭터다. 작품의 성패는 이 두 배우의 연기 호흡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이들은 지난 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에게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작품 선택의 이유로 상대역 장근석을 꼽은 문근영은 “대본도 매력적이지만, 예전부터 장근석씨와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달달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았다.”면서 “나이도 같고 겪어왔던 상황이 비슷해서 첫 촬영부터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문근영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불렀다는 장근석은 “문근영이란 배우의 성장과정이 저와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다 싶어서 근영씨라면 얘기가 통할 거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첫 회식을 하고 배우들끼리 뭉쳤을 때 서로가 동시에 ‘나 정말 너랑 꼭 해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대진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SBS ‘자이언트’와 MBC ‘역전의 여왕’의 틈새에서 ‘성균관 스캔들’처럼 밝고 풋풋한 매력으로 승부한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극본을 쓴 인은아 작가는 “이중 가상결혼 이야기라 도발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공중파에 맞춰서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결혼과 가족,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연말 분위기에 맞춰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창경궁 담장의 높이/김상연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창경궁 담장의 높이/김상연 정치부 차장

    162번 시내버스를 타고 창경궁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는 궁의 담 높이에 절망한다. 아름답고 단아한 그 담장의 디자인은 외국인 누구라도 붙잡고 마구 자랑하고 싶지만, 안보적 측면에서 그 담의 키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어쩌자고 우리 선조들은 무인경비시스템도 없었던 시대에 왕궁의 담을 그토록 낮게 만들었을까. 무동 한번 서면 훌쩍 넘어갈 그 담의 높이는 문(文)의, 문에 의한, 문을 위한 나라 조선의 긴장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조선의 백성들은 왕궁의 담을 감히 넘어올 만큼 성정이 사납지 않았을 테니 담장을 높게 쌓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창경궁·덕수궁·경복궁의 담벼락에 익숙했기에 몇년 전 일본 교토(京都)에서 맞닥뜨린 어떤 궁의 담 높이는 내게 충격이었다. 궁을 두르고 있는 담의 키는 창경궁의 몇배나 됐고, 그것도 안심이 안 됐는지 담의 주위를 해자(垓子)가 휘감고 있었다. 담장이라기보다는 성벽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궁 안의 나무 복도를 걸을 때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에 물어봤더니 잠잘 때 자객이 침입하는 것을 알아채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단다. 긴장 때문에 하루도 발 뻗고 잘 수 없었던 봉건국가가 일본이었다. 이 긴장도의 차이가 100여년 전 우리를 식민지로, 일본을 동아시아의 강자로 가른 근인(根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양의 힘으로는 서양에 맞설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대낮처럼 훤히 드러났을 때 일본은 스스로를 개조할 힘이 있었다. 무(武)의 긴장 속에서 칼을 갖고 있었던 젊은 사무라이들은 ‘위로부터의 쿠데타’를 일으켜 일본을 신속하게 변신시켰다. 반면 칼을 천대했던 문약(文弱)한 조선은 이러저리 휘둘렸고, 아름다운 왕궁의 담장 안은 동물원으로 전락했다. 문(文)을 숭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선조들의 DNA는 세월이 흐르고 국체(國體)가 바뀌고 강산이 몇번을 변해도 우리의 피 안에 면면히 흐르는가 보다. 나라를 지키는 군함이 적의 공격에 무참하게 두 동강 나 46명의 아들들이 불귀의 객이 된 이후 우리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의 삼엄함이 창경궁의 담 높이에서 한 치도 자라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무력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를 것이란 이유로, 그리고 무력 이외의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로 무력 응징을 제외한 응징들이 채택됐다. 그리고 사건 발생 6개월밖에 안 지난 지금 북한과 이제 그만 화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어디선가 솔솔 들리기 시작한다.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데 피해자가 먼저 그만 털고 가자는 것은 어떤 나라, 어떤 국민들한테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이상한’ 정서다. 이런 특유의 정서에 대한 분석은 구구하지만, “잃는 게 두려워서”라는 게 가장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휴전선이 시끄러워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군에 보낸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이다. 미국 군함이 자기네 바다에서 멕시코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침몰했을 경우 미국이라면 우리처럼 했을까. 영국의 함정이 프랑스 어뢰에 격침됐을 경우 영국이라면 우리처럼 했을까.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지만 여론이 이른바 ‘출구전략’ 쪽으로 기운다면 선거로 뽑힌 정부는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평화’나 ‘화해’ 같은 말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나약함을 감추는 교언(巧言)으로 이용되면 그것처럼 추악한 단어도 없다. 이런 우리한테 정말 두려운 시나리오는 북한이 또 도발하는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한번 더 참겠다고 할 명분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응전할 자신도 없을 텐데 어떻게 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이런 ‘굴신(屈身)의 처세’ 덕분에 약소한 우리 민족이 스러지지 않고 반만년 동안 생명을 부지해온 것이라고 누군가 강변한다면 할 말이 없다. 162번 버스는 오늘도 창경궁을 스치고, 창경궁 담벼락엔 가을빛이 완연하다.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北의 전자戰 /박대출 논설위원

    지난달 중국에서 사이버 대란이 일어났다. 피해는 무려 컴퓨터 600만대와 산업시설 1000여곳. 스턱스 넷(Stuxnet) 웜이란 컴퓨터 바이러스에 공격당했다. 그 일주일 전 이란 핵시설에 침투한 것과 같은 종류다. 웜 바이러스가 무기화된 사례로 꼽힌다. 이른바 사이버전(戰)이다. 걸프전 때 미군 전투기들은 전자파를 쏘았다. 공격 대상은 이라크 공군의 컴퓨터. 이라크군은 전자파 교란으로 미 전투기를 찾기 어려웠다. 전자전(戰)이다. 사이버전은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다. 트로이 목마, 논리폭탄(logic bomb) 등은 사이버무기다. 전자는 상대 정보망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거나 파괴시킨다. 후자는 일정한 환경이 조성되면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장애를 발생시킨다. 전자전은 전자파를 이용한다. 전자기 펄스(EMP) 폭탄이 대표적인 무기다.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전자회로를 녹여버린다. 인명 손상은 없다. 전자기 펄스는 핵 폭발 때 발생하는 것이다. 고출력 마이크로 웨이브총(herp gun)도 있다. 높은 에너지의 전파로 전자장비를 마비시킨다. 사이버전·전자전 경쟁이 뜨겁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달부터 사이버 사령부를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250개 사이버 부대에 사이버 전사가 5만여명에 이른다. 북한군은 대규모의 사이버 테러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전 부대는 총참모부 예하에 1개 연대와 전방 4개 군단에 각각 1개 대대 규모라고 한다. 물론 이것도 2005년 국방부 자료다. 이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국가 주요 기관들의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다. 북한의 해킹 전담 110호 연구소가 배후라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북측의 사이버 도발은 여러 형태로 전개돼 왔다. 전자전 도발이 공개된 건 최근이다. 지난 5월 한 선교단체가 공개한 ‘2005년 북한 인민군 전자전 참고자료’를 통해서다. 석달 뒤 첫 도발 사례가 나왔다. 서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위성위치확인 시스템(GPS) 전파수신 장애가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GPS 재머(jammer)라는 전파방해 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GPS 재머는 전자기 펄스 폭탄을 만드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최근 북한군의 전자전 비밀교범이 공개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이 명시돼 있다. “현대전은 전자전이다.” 북한군이 종합적인 전자전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미지수다. 하지만 최소한 국지 도발은 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방심하면 또 당한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나이와 경험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후계자의 능력은 정권을 잡은 뒤의 행태로 판단해야 한다.”이스라엘 내 최대 싱크탱크인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의 마크 헬러(64) 연구실장은 30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미디어홍보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재단 초청으로 전날 방한한 헬러 실장은 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중동을 비롯한 세계 안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김정은 세습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개인적인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기 전엔 속단하기 어렵다. 후계자가 실력이 있는지는 정권을 잡은 뒤 행태를 보고 나서야 판단이 가능하다. 대부분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고 무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 →김정은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 도발 등 모험주의에 빠질 우려는 없을까. -타당한 걱정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후계자는 전임자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부주의한 액션을 취하는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1인 독재를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한테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평양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반드시 무책임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김정일은 나이와 경험이 많아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테러 가능성을 분석할 때는 테러 동기를 갖는 누군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G20에 참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에도 이슬람 테러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도 있을까. -한국 정부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목적으로 가능하다. →천안함을 북한이 공격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승계 과정에서 시도된 도발일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 일회성인지, 지속적인 계획에 따른 도발인지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 사회는 무력 보복에 회의적이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로서는 전쟁 위험이 높아질지 아닐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본 원칙은 도발이 일회성인지, 지속되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이라면 시간을 두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도발이라면 응당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란이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한다고 보나. -정황으로 보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확증이 없을 때는 의구심의 대상이 신뢰할 만한지 아닌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못 믿을 나라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순히 에너지 개발 차원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요구를 회피할 필요가 있겠나. →2020년까지 중동에 핵 보유국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변국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보유하려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여러 국가에서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언제든 무기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의 비협조적 자세로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도 결국 한계를 느끼고 지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비슷한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군사력을 유지하고, 미국과 가깝게 지내며 이스라엘처럼 같은 비전을 공유한 나라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26일로 꼭 6개월이 됐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은 16년 전 언론인의 밥을 먹으면서부터 숱한 대형사건을 다뤘던 기자도 감당하기 벅찼던 취재대상이었다. 아직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국민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기자도 신(神)이 아닌 이상 100% 진실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신문에 싣지 못했던 남은 비화들을 추려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의 판단에 얼마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기자는 천안함 사건을 취재하면서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자부한다. 독자들도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떠나 공정한 심판자의 자세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헤아려 봤으면 한다. 3월 26일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금요일 밤이었다. 자잘한 기사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 밤 10시 야간 회의에서 “특별한 것 없습니다.”라는 보고를 하고 회사를 나섰다. 그날 따라 버스에 타고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집 앞 정류소에 내려 신선한 밤 공기를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였다. ‘이 시간에 무슨….’ 조금은 불길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야근 중인 김정은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선배, 서해에서 군함이 침몰했대요.” 버스로 돌아 온 길을 택시를 잡아타고 한달음에 되밟았다. ‘혹시 북한이? 설마…단순 사고일 거야. 그런데 만약 북한이라면 보통 일이 아닌데….’ 회사로 향하는 그 길지 않은 시간에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난무했다. 11시30분쯤 회사로 돌아오니 편집국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든 부서의 야근자들이 TV 긴급뉴스를 체크하며 정치부의 야근을 거들고 있었다. 마감이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와 청와대 쪽에서 들어오는 제한된 정보를 취합해 1면 스트레이트와 3면 박스 등 최소 3~4개 기사를 출고해야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사의 방향, 즉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북한의 도발 같다는 정보가 청와대 쪽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해설 기사를 쓰고 있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북한 연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기사를 다시 고쳐야 했다. 일단 이날은 내부폭발에서부터 외부공격, 암초충돌까지 모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한’ 톤으로 신문을 만들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처음에 청와대 쪽에서 여과 없이 나온 정보, 즉 북한 소행인 것 같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집중했다면 진실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사건 초기에 청와대가 북한 연관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사려깊었다는 호평이 나중에 국내외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북한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냉전시대식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 정부가 어떤 동기로 이런 변화된 자세를 보였는지를 취재하러 입국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천안함 침몰 다음날 미국 쪽에서 “북한군의 개입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공식 반응이 나왔다. 세계 최고의 첨단 탐지장비를 운용하는 미군의 얘기였기에 무시하기 힘들었다. 3월 28일 하지만 일요일인 28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을 뒤쫓다가 당한 것 같다는 정보가 국방부를 출입하는 오이석 기자의 취재망에 걸렸다. 이 역시 지금 돌이켜보면 진실에 좀 더 근접한 정보였지만, 당시는 기사로 채택하기 어려웠다. 책임있는 당국자의 발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도 기자가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다면 미군 첨단 장비가 못 잡아낼 리 있겠느냐.’고 묻자 “아무리 미군이라도 물밑에서 움직이는 잠수정을 100% 잡아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역시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발언이었으나, 당시만 해도 북한 관련성 부분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었던 탓에 정색하고 보도하지 못했다.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튀어나왔고, 침몰 원인에 대한 온갖 분석이 홍수를 이뤘다. 어뢰공격 가능성, 기뢰폭발 가능성, 내부폭발 가능성, 암초충돌 가능성에 더해 일각에서는 노후한 선체가 저절로 쪼개지는 ‘피로 파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파고들수록 더욱 진실이 아리송해지는 역설이 펼쳐졌다. 모든 가설에 모든 반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4월 1일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북한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였기에 내용을 1면톱으로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며칠 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이때부터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북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4월1일의 국방부 발표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오보를 유발한 셈이다. 이 즈음 기자가 쓴 기사는 한마디로 춤을 췄다고 할 수 있다. 군함 침몰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고 정부 발표가 못미더운 상황에서 찔끔찔끔 드러나는 정황과 많지 않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입각해 진실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이때 기자가 쓴 기사는 어제는 내부폭발 가능성, 오늘은 어뢰공격 가능성 하는 식이었다. 당시 몇몇 지인들은 기자가 천안함 사건 취재 현장에 있다는 이유로 사석에서 진짜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곤 했다. 그러면 기자는 뭔가 깊은 정보를 알려준다는 투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많아 지금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4월 7일 사고 당시 정황과 관련한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국방부는 환자복을 입은 천안함 생존 병사들을 TV 카메라 앞에 앉히는 ‘극약 처방’을 불사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존장병들은 “쿵” “꽈앙~”하는 폭발음이 2차례 연속으로 들렸고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암초충격설과 피로파괴설을 부인했다. 이 회견으로 외부충격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었으나 이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발언도 있었다. 한 병사가 “당시 갑판 위 함교 옆에서 배가 진출하는 쪽을 관찰하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물기둥 같은 특이한 점은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4월 15일 침몰 원인을 놓고 분분하던 분석들은 천안함 함미(艦尾)가 인양되면서 북한 어뢰 공격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물 밖으로 드러난 함미의 절단면이 단순 사고로 보기엔 너무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민간 해양·선박 전문가들은 TV 화면으로 나타난 절단면만 보고도 이구동성으로 어뢰 공격을 침몰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가 인터뷰한 전문가 중 피로파괴나 암초충돌, 내부폭발, 기뢰폭발 가능성을 거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어뢰에 의한 직접 타격이냐, 버블제트(비접촉 수중 어뢰폭발)에 의한 절단이냐에 대한 견해만 갈렸다. 피로파괴는 절단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천안함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암초충돌이라면 배 밑바닥에 강하게 긁힌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천안함은 그렇지 않았다. 내부폭발이라면 배 안에 폭탄이 터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민·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그런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기뢰 폭발이라면 배가 산산조각 나야 하는데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났고, 미군 오폭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배를 요격하려면 여러 관측장비를 동원해 정조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심코 무슨 단추 하나를 잘못 눌러서 오발탄을 날리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일반시민들의 견해는 전문가들과 차이가 났다. 북한 소행이라고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고,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 쪽에 더 치우쳤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정황상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뿌리깊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4월16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내부폭발보다는 외부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처음으로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무게를 실었다. 5월 2일 기자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정적인’ 발언을 들었다. 합조단의 조사가 상당히 진척된 시점에서 나온 언급이라 의미가 컸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한국 정부가 너무 북한 어뢰 쪽으로 몰아가는 건 아니냐.’고 공격적으로 묻자 “북한이 아니라면 누가 했겠느냐.”고 정색하고 답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정황으로 판단할 때 어뢰 공격일 가능성이 99% 이상 확실하다.”고 했다. 이후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일인 5월20일까지 관심은, 합조단이 과연 북한을 꼼짝못하게 할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5월10일을 전후해 엇갈린 정보들이 포착됐다. 외교부 쪽에서는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것 같은 기류가 감지됐으나 국방부 쪽에서는 스모킹 건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20일 발표에서 합조단은 불과 5일 전인 5월15일에야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발표대로라면 드라마와 같은 기적이 막판에 일어난 셈이다.) 20일이 임박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확연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신중한 답변으로 취재진의 원성을 샀던 한 외교부 당국자는 5월19일 기자들이 ‘국제사회가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증거가 말해줄 것”이라고 한 줄로 자신있게 답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외국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합조단은 예상을 뛰어넘는 스모킹 건을 제시했다. ‘1번’이라고 씌어진 어뢰 추진체를 증거로 공개한 것이다. 합조단 윤덕용 공동단장(민간측)은 “천안함은 북한제 CHT-02D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버블제트)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미군의 에클레스 준장은 “여러 가지 증언과 과학적 상상을 통해 분석했다.”면서 “현재 결과에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 발표 이후 어뢰 추진체에 손으로 숫자를 쓴 점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바닷물 속에서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점, 그리고 북한은 ‘1번’이 아니라 ‘1호’라고 표기한다는 식의 또 다른 의문들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1번’이라는 표기가 너무 ‘남한스럽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과거의 예를 들어 북한도 ‘1번’이란 표기를 하며, 손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바닷물에서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씌어졌다고 설명했다. 5월 24일 합조단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 나흘 뒤 정부는 외교·통일·국방부 합동으로 전방위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6월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했다. 6월10일 감사원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침몰한 직후 군 당국의 대응이 허점투성이였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는 ‘전쟁을 치르지 않는 군대’가 얼마나 형편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늑장보고, 허위보고, 근무태만, 기강해이 등 온갖 부조리가 드러났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같은 지휘관만 군에 있었어도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7월 9일 이후 결국 유엔 안보리는 7월9일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의 반대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직접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는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으며 이에 따라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한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정부는 “이번 의장성명은 강력하고 충분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자평했다. 반면 북한도 직접적 문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외교적 승리’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핵 6자회담을 운운하며 ‘대화공세’를 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당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증거를 차치하고라도, 북한이 진정 결백하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느냐. 볼펜 한 자루 훔쳤다는 누명을 써도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나는데 북한이 정말 누명을 썼다면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이제 그만 대화하자고 할 수 있겠는가.” 다른 당국자는 “북한 소행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도 북한 잠수정이 어뢰로 천안함을 쏘는 동영상이 있다 하더라도 조작됐다며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도 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어느 언론보다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사견을 말하자면,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이런 말이 될 수 있다. 즉, 천안함 생존장병 58명이 모두 진실을 숨기기로 입을 맞추고, 합조단 조사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도 군 당국과 짝짜꿍이 돼 모두 거짓말을 하고, 역시 합조단에 참여한 스웨덴(북한과도 수교하고 있는 나라), 호주 등 제3국 전문가들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개명한 시대에 이렇게 완벽한 다국적·다층적·대규모적 사기(詐欺)가 가능한가. 더욱이 북한을 비호한다는 중국,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징계에는 이견을 보일지언정 합조단 조사결과가 틀렸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극소수 핵심라인만 관여했기 때문에 대다수 북한 당국자들은 실제 알지 못하는 일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우리로 치면 과거 실미도 부대원 같은 비밀 특수부대가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천안함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돌아가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던 4월2일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26일과 비슷한 야근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별다른 일이 없어 밤 10시가 넘어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도중에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택시로 귀사해야 했다. 그날 “선배, 배가 또 침몰했대요.”라고 전화한 야근자는 3월26일 밤 전화로 천안함 침몰 사실을 알린 김정은 기자였다. 기자는 지금 밤 11시 넘어 휴대전화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는 트라우마(trauma)를 안고 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만약에… 北 천안함 사과 가상 시나리오는

    북한은 과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할까. 최근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꿈틀거리고 있지만 이 대목에선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사과를 하려면 일단 ‘사실 인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사건이 남한의 날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최종 보고서를 내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즉각 “용납 못할 엄중한 도발이자 모략 소동”이라고 발끈, 태도가 불변임을 드러냈다. 아무리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도 자기들이 결백하다고 주장해온 사건에 대해 하루아침에 “사실은 우리가 저지른 일”이라고 안면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쉽게 입장을 바꿀 것으로 낙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이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그리고 있는 북한의 사과는 어떤 식일까.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어렵다면 비공개 남북 접촉이나 회담에서 사과의 뜻을 우리 측에 밝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과의 뜻을 우리가 남한 언론에 알리고 그것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리하면 ‘북한 비공개 사과→남한 공표→북한 묵인’의 수순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말을 뒤집는 모양새를 피함으로써 체면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남한으로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공표를 반박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사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남한에서 ‘비공개 사과라도 좋다. 이제 그만 대화하자.’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북한이 비공개적으로라도 사과하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많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이나 정책은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뀐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정책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북한은 하릴없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판단하는 눈치다. 마침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천안함 사건 사과와 대규모 대북 지원을 연계시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경석, 결혼앞두고 임산부 ‘여장’…김구라 유혹 ‘깜짝’

    서경석, 결혼앞두고 임산부 ‘여장’…김구라 유혹 ‘깜짝’

    오는 11월 웨딩마치를 울리는 예비신랑 서경석이 파격 여장을 하고 임산부로 변신했다. 케이블채널 E채널 ‘와우맨’의 최근 녹화에 참여한 서경석은 임신 9개월 임산부로 분했다. 또한 이종수와 마르코, 김영철은 임산부로 변신해 ‘나쁜남자’ 김구라와 ‘어린신랑’ 인피니트 동우의 부인으로 투입돼 여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중 서경석은 임산부의 모습을 완벽 재현하며 임신 중 예민해진 여자의 미묘한 심리를 표현했다. 또한 서경석은 스킨십을 거부하는 남편 김구라를 거칠게 유혹하기도 해 출연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요염한 자태로 등장한 서경석의 도발적인 태도에 강심장으로 유명한 김구라 조차 손사래를 치며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출연진은 서경석에게 “예비신랑이 너무 혈기왕성하다”며 ‘에로 경석’이란 별명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마초들의 변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와우맨’은 ‘여자 체험 버라이어티’다. 서경석은 “어느덧 임산부의 마음이 다 됐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여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세상이 달리 보인다”고 준비된 예비신랑의 면모를 보였다. 9월 22일 오후 11시 방송. 사진 = E채널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김태희, 바가지머리 파격변신…"여전히 여신"▶ 보아 "이연희 환상비율, 부러우면 지는 거"…댓글 ‘폭소’▶ ’1박2일’ MC몽 후임…네티즌들, 김병만-이정 지목▶ ’연기파아역’ 주다영, 공항패션으로 "학다리 청순인형"▶ 한반도 위성사진, 중부지방에 하얀 점…"비구름 저주?"▶ "초보운전, 차가 뒤집혀?" 운전실수담 베스트10 ‘폭소’
  • ‘大洋해군 꿈’ 잠시 접는다

    세계평화를 외치며 ‘대양해군’의 꿈을 키워 오던 해군이 한발 물러나 한반도에 전념하기로 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협이 국가적 문제가 되면서 ‘대양해군’이란 구호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군 관계자는 15일 “해군이 내부적으로 ’대양해군’과 ’미래 첨단전력 건설’이란 구호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천안함 사건 이후 해군의 전력을 국내 상황에 맞춰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대양해군을 꿈꾸며 그 동안 전투함의 대형화와 첨단화에 맞춰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원양작전 능력 향상에 치중하다 보니 연안 방어 능력 확충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자 발전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해군은 해상교통로 보호와 원양작전 능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1980년대 말부터 대양해군이란 구호를 사용해왔다.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을 전력화한 것도 대양해군 건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해군은 천안함 사건 이후 군사력 건설 방향을 대잠수함 작전과 연안에서의 북한의 기습도발, 북한의 해상 특수작전부대를 격퇴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무기확보로 군사력 증강 방향을 전환했다. 초계함의 수중음파탐지 장비를 보강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기습도발을 사전 탐지하는 레이더와 격퇴 수단 등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해군은 초계함 등에서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하는 음파탐지사를 확충할 계획이다. 또 대잠전 수행 능력의 지표인 음탐부사관의 임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해양전술정보단의 대잠수함 순회교육 및 음향분석 교육을 강화하고 전투준비 전대의 모의훈련장비도 확충했다. 해군 관계자는 “경비함정의 해상작전구역 수온측정기 투하 횟수를 하루 네 차례로 확대하고 해역별 대잠 탐지거리 예보체계를 개선해 해양정보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정기국회 현안진단] ① 외교·통일·국방 분야

    [정기국회 현안진단] ① 외교·통일·국방 분야

    2010년도 정기국회의 막이 올랐다. 4대강 사업 관련법과 예산을 비롯, 곳곳에서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 분야별 이슈와 관련 법안을 정리, 정기국회를 미리 조감해 본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외교·통일·국방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 방지와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국제공조 체제 구축 문제다. 1년 10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북한인권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시키고 ‘통일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남북협력기금법을 개정할 계획이어서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회기 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어떻게든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 실무협의를 마무리하고 미국 의회 인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쇠고기 파동을 겪은 비준 동의안은 2008년 10월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와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갔지만 1년 넘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FTA는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이란 점에서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유럽연합(EU) FTA 비준 동의안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졸속·선(先)비준’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민주당 소속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북한인권법은 지난 4월 법제사법위로 넘어간 뒤 5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법안은 북한 인권자문위와 인권재단을 만들고 북한 인권대사를 임명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해 정부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기 위해 마련됐다. 한나라당은 최근 연찬회에서 이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다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8·15 경축사로 점화된 ‘통일세’ 법안 신설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화 한나라당 국회 부의장은 지난 1일 관련 법안을 상임위에 제출,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남북협력기금법을 ‘남북협력 및 통일기금법’으로 변경해 통일계정을 별도로 만들고 해마다 내국세 총액의 100분의1을 재원으로 충당, 활용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대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 등을 우선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달째 북한에 나포돼 있는 어선 ‘대승호’와 관련해선 여야 공조가 절실하다. 현재 121개 업체가 대체로 정상 가동 중인 개성공단은 특수성을 감안해 그대로 유지하자는 데 여야간 이견이 없다. 신변 안전대책에 논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드러난 군사능력에서의 결함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어떤 실질적 대북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국방분야의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지난 7월 동해에서 실시한 한·미 연합군 해상훈련 외 대북 관련 경계 조치를 G20 정상회의, 남북관계,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감안해 진행할 예정이다. 군 비행장·훈련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률도 10개월째 대기 중이다. 또 군의 우수한 자원 확보를 위해 여군의 예비역 복무를 허용하는 군인사법 개정이 예정돼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軍 ‘김정은 후계구도’ 촉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은을 대동하고 방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군 안팎에서도 북한 후계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급랭시킨 천안함 사건이 김정은의 작품이란 설이 제기된 바 있는 데다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후계 세습 구조가 단기간에 이뤄진 점 등이 군으로서도 껄끄러운 모습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그 동안 우리 군도 간과하고 있었던 비대칭 전력에 의한 과감한 도발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김정은의 권력 세습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 방식도 변칙적이고 대범한 도발에 대한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내부 정서가 위태로운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이 외부로부터의 위기를 만들어 내부결속을 다지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사설] 北 3대세습 본격적인 대책 마련해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그제 전용 특별열차편으로 중국 지린성을 찾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는 전격 중국을 방문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 1월 불법으로 북한에 들어가 억류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와 함께 어제 평양을 떠났다. 김 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주요 목적은 3남 김정은으로의 세습체제 구축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방중 첫 일정으로 김일성 주석이 다녔던 위원 중학교를 둘러봤다. 항일유적지인 베이산 공원도 찾았다. 지린성에는 김일성이 다녔던 학교와 항일유적지들도 있다. 김정은도 중국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김일성 왕조의 성지순례를 하면서 후계세습에 관한 정통성을 인정받으려고 한 듯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국내용뿐 아니라 ‘세자 책봉’을 추인 받듯이 중국의 지도자에게도 세습체제를 인정받으려는 뜻도 물론 깔려 있다. 다음 달 초에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당의 권력서열 2위인 조직비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김 위원장은 어제 중국 최고 지도자도 만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현대판 왕조국가다. 김일성·김정일의 부자세습도 모자라 김정은에게까지 3대가 대를 이어 가며 통치한다는 게 가당한 일인가. 먹을 게 없어 아사자가 속출하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주민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김일성 왕조는 세습체제 구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은 좋지 않다. 김정은으로의 세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혼란과 권력투쟁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판단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북한은 내부가 혼란스러울 경우 서해상에서 도발하며 내부단합을 꾀하려 할지도 모른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3대세습 체제 구축과 급변사태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해이해진 듯한 군의 기강확립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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