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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북핵 불용 원칙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정치학

    결국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는 9일 보도를 통해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0월3일 과학연구부문에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지 6일만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무모한 도박이라고 여겨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은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국제사회의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핵실험을 전격 감행했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결국 핵보유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북한은 핵보유에 필요한 3대 요소, 즉 기술과 물질, 정치적 의지 중 처음 두 가지는 이미 구비했고 정치적 결단만을 남긴 상태라고 여겨졌다. 핵실험은 통상 핵보유로 가는 최종단계로 간주되며,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핵보유 그림이 완성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북한이 내외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핵보유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이라크와 파키스탄을 대하는 미국의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게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핵무기는 보유한 국가가 보유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사용한다는 게 역사적인 교훈이다. 북한은 여기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미국의 무력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핵보유가 수령체제를 보위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제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금지선을 넘었다. 핵무기는 한번 보유하게 되면 그것을 되돌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유일한 경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흑인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인 정권이 서둘러 핵무장을 자진 해제한 특이한 사례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일본의 핵무장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고, 한국도 핵을 개발하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이 뒤를 이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과 일본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도 핵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의 핵보유를 막는 것이 한국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 최선의 길이다. 이제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구도는 분명해졌다. 더 이상 북한 핵보유 의도에 관한 의혹이나 미온적 대처는 용납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 실체에 관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제야말로 북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순간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더불어 항구적인 위협 아래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남북관계가 일시 단절되더라도 핵을 안 가진 북한을 상대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북핵 불용’을 북핵 문제 해결의 첫번째 원칙으로 강조해왔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닥쳐올 남북관계의 경색을 우려해 북핵 불용 원칙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한국은 북한에 대해 1991년 비핵화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핵을 가진 북한과는 결코 관계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은 분명한 대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북한정권에 현금 수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성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기해야 한다. 특히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들과의 공조와 정보교류를 강화하고, 유엔안보리결의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은 북한에 끌려다니고 국제사회의 신뢰도 상실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 美서 이라크 분할안 다시 고개

    美서 이라크 분할안 다시 고개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이라크를 3개 지역으로 나누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완전 분할(partition)은 아니지만 연방제 개념에 가까운 분리(division)를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앙정부는 국경수비, 석유분배 역할만” 미국의 초당파 단체인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은 다음달 중간선거 이후 보고서를 내고 이라크를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나누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신문은 ISG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제임스 베이커(76) ISG 위원장이 이라크를 3개 독립국으로 분할하지는 않지만 형식적인 중앙정부 아래 폭넓은 자치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각 자치정부에 치안권 등 대부분의 권력을 주고 바그다드에 있는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경수비, 석유수입 분배 역할만 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베이커 위원장은 지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외교전문가로 부시 일가와 가깝게 지낸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자주 만나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토론한다고 지난주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분할(리)안’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새 헌법을 제정할 때 사실상 연방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었다. 유전지대는 별로 없고 말썽만 피우는 수니파 거주지를 떼내자는 복안으로 받아들여져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다. 또 더 많은 폭력과 외세 개입을 부를 것이란 걱정 속에 이 카드는 쉽게 서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라크의 종파별 영토 문제는 항상 이란(시아), 시리아(시아), 사우디아라비아(수니), 터키(쿠르드) 등과 무관할 수 없다. ●“쿠르드 이미 자치 중…연방제는 운명” 하지만 종파분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일 사상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자 이대론 안 된다는 여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80년 가까이 소수인 수니파가 외세를 등에 업고 다른 종파를 억압하며 유지해 온 체제인 만큼 수니파가 힘을 잃은 지금 이라크의 통일성은 극도로 취약해졌다. 이 소식통은 “쿠르드족은 자기 지역을 이미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라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방제로 갈 것이며 다만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가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중간선거에 단일한 이라크 정책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또다른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예비 대선주자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이라크 내전의 위험을 피하면서 미군의 조기 철군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얼마전 내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아랍연맹(AL)의 이라크 연방제 구상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안은 석유이권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수니파를 달래려는 데 초점이 있다. 그러나 이라크 인구의 절반 이상이 4대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이들 도시에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이 섞여 있어 분할이든 분리든 쉽지 않아 보인다. 타 종파의 ‘씨를 말리려는’ 행위는 연방제 논의가 부상할수록 더 극심해질 수도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북 핵실험 임박했나] 美 군사행동 실제론 힘들듯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군사적 제재에 나설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군사적 조치에 대한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지만 실제로 군사 행동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모호성 유지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일단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유엔 헌장 제7장에 따른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공격 목표도 불투명” 주미대사관 관계자도 “테이블 위에 모든 선택이 남아 있지만 미국이 즉각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은 일단 유엔 헌장 7장을 통해 군사적 제재의 요건을 확보한 뒤 상황 전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실제로 군사적 제재를 취할 전략적 의지와 전술적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군사 소식통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소식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장기화로 미군의 병력 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또 다른 지역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미국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수십만명의 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다른 핵실험국과의 공평성 문제도” 워싱턴의 한반도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미국이 군사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 이미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들과 달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만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군사적 대응시 북한의 보복공격으로 사태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로버트 아인혼 고문은 “북한이 10개나 11개의 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단서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공격하며 군사적 공격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dawn@seoul.co.kr
  • [공직초대석] 이성열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공직초대석] 이성열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요즘 공무원이요? 사고에 거침이 없고 발표를 아주 잘하죠. 약점으로 지적되던 팀 플레이도 뛰어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승부욕은 강한 편입디다.” 이성열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은 요즘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받는 새내기 공무원들을 이렇게 평했다. 1976년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들어온 대(大)선배인 이 원장의 눈에 비친 후배들의 모습은 발랄하고 당차다.30년 전의 자신과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은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원장실과 구내식당, 교육원 강의실, 산책로를 돌며 3시간 동안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자신의 교육관을 자세히 털어놨다. ●“새내기들 당차고 거침없어”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국가직 공무원으로 처음 공직에 발을 내딛는 ‘초보’부터 수십년 동안 공직생활로 잔뼈가 굵은 ‘왕고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신임 공무원들에겐 공직에서의 기본 소양을 일러준다. 기존 공무원들은 ‘승진리더 과정’,‘핵심인재 과정’,‘고위공무원단 후보자 과정’,‘고위정책 과정’ 등 맞춤형 교육을 한다. 국가직 공무원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곳을 거쳐갔다고 보아도 좋다. 우리나라 공무원 교육기관의 ‘맏형’인 셈이다. 이런 탓에 이 원장은 공직사회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는 요즘 여성의 공직 진출 추세가 놀랍다고 했다. 자신이 공직에 들어올 때 행정고시 동기에 여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여성이 40%를 육박한다. 시대변화를 실감한다. 외형적인 면에서 가장 큰 변화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새내기 공무원들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성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공직사회는 획일성이 무척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강한 승부욕이라고 했다. 흔히 ‘요즘 젊은이들이 승부욕이 약하다.’고 하는데 공직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율성과 책임감도 뛰어나다. 팀 단위로 과제를 주면 과거보다 훨씬 잘 뭉치고 조화롭게 사고하여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교육원은 최근 행정고시 합격자들을 팀 단위로 나누어 전 세계 50개 남짓한 나라들을 찾아가는 연수를 실시했다. 방문기관을 자유롭게 정해 접촉을 하고 보고서를 내도록 했는데,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이 많고 인터넷으로 정보습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정말 잘들 해내더라고 이 원장은 감탄했다. 새내기들의 어학실력은 뛰어난 사람이 많지만, 조금 떨어지는 층도 적지 않다. 시험위주의 공부만 했으면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개월 동안 집중적인 어학교육을 받으면 전체적으로 어학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원의 교과과정은 이론은 되도록 줄이고, 올바른 공직관과 세계관을 키우는데 집중한다.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어학이 중요해지는데, 시험용 영어를 ‘살아있는 어학’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5급 고시 출신자는 8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정책부서에 곧바로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주로 리더십과 정책실습, 현장 실무 등에 집중한다.7급과 9급 새내기 공무원들은 실무능력과 보고서 작성요령 등에 비중을 둔다. ●공직은 일반 직장과 다르다? “고시를 준비하고 합격한 사람들은 독특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의 취업관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이 원장의 공직관이다. 물론 공무원도 하나의 직업이지만, 반드시 국가관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신입 공무원들의 입교식 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제도화했다. 교육도 국가관과 공직관을 세우는데 집중한다.“당신들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하는 인재”라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시장에서 실패는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만 공직은 그렇지 않죠.” 이 원장이 국가관과 공직관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정책 실패는 곧바로 국민과 국가에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보면 훗날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도 힘을 갖고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직접 강의실에 들어가 그동안의 근무경험,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지녀야 할 정신자세 등을 후배들에게 들려준단다. ●“고위공무원단의 성패는 재교육에 달려” 교육원에는 올해 ‘고위공무원단 후보자 과정’이 생겼다. 이 원장은 “고위공무원단이란 고위직으로서의 역량이 되는 사람만 편입시켜 평가를 하고 성과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 시절 이 제도 도입에 깊이 관여했다. 따라서 성공적인 안착에도 관심이 많다. 고위공무원단 후보자 과정은 역량강화에 역점을 둔다. 정책능력 개발방법도 중요하다. 개인별로 진단하고, 처방과 함께 맞춤형 교육을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GE는 직원들의 재교육에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교육훈련비는 그 10분의 1밖에 안되죠.” 경영학 교수들은 GE의 발전동력을 ‘사람에 대한 투자로 본다.’고 했다. 재교육에 대한 투자가 GE를 오늘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재 육성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 정부도 효율을 높이려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언론과 국회에서 사람에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앙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의 재직기간을 보면 교육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수준이 아직 떨어진다고 답답해한다.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밖에 안된다. 잠시 거쳐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많다. 제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전을 갖고 인품이 있는 분들이 각 기관의 교육원을 맡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면서 교육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한파 양성의 요람”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외국인 교육생도 눈에 띈다. 한국의 발전상을 배우기 위해 찾은 외국 공무원들이다. 해마다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중국,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서부터 태평양의 섬나라까지 다양한 국가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11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1984년 이후 올해까지 103개 국에서 2759명이 이 과정을 거쳐 갔다. 우리나라의 정부혁신, 경제발전, 행정정보화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등 또 다른 ‘외교의 현장’이다. “외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은 이들은 친한파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곳을 거친 외국 관료들은 모두 우리나라에 큰 힘이 됩니다.” 이 원장이 외국 공무원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종종 외국 공무원 교육생들과 교육원 뒤 관악산을 오른다. 그는 등산이 익숙지않은 외국 공무원들의 배낭을 대신 들어주며 동고동락한다. 이런 노력으로 처음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는 ‘낯 설고 물 설었던 나라’ 한국이 돌아갈 무렵에는 ‘친근한 나라’로 변신하게 된다. 당연히 이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간 뒤에는 적극적인 ‘친한파’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바둑·탁구·당구등 공무원 대표급 ●이성열교육원장 이성열(55)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두고 주변에서는 “평상심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중앙과 지방행정업무를 두루 거쳤다. 총무처와 행정자치부,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특히 인사·조직·의전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앞장서 소리를 내며 일하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총무처 공보관과 행정자치부 공보관을 거치면서 언론 쪽에도 발이 넓은 편이다. 경남 마산 출신이면서도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소청심사위원장 시절에는 청구를 기각당한 이유를 따지는 공무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어 오히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다보니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는 편이다. 서울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행정고시 17회. 운동을 즐긴다. 스스로 “‘둥근 것’은 모두 자신있다.”고 큰소리친다. 탁구는 옛 총무처 대표선수였고, 당구로는 공무원당구대회에서 준우승했다. 바둑도 아마 4단 정도의 고수이다.
  • [북 핵실험 천명 파장] 美 “예방적 외교” 강경… 中 “자제”

    [북 핵실험 천명 파장] 美 “예방적 외교” 강경… 中 “자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실험 예고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15개 안보리 회원국 모두가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나라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놓고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웠던 ‘예방적 선제공격’을 연상시키는 ‘예방적 외교’를 들고나오는 등 북한의 핵 실험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전례없이 강경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해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핵 실험을 공언하자 북한은 물론 유엔 안보리의 권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핵무기와 결합하면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안보리가 단지 성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예방적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대사의 이같은 주장은 안보리가 북한의 핵 실험 강행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볼턴은 “우리는 단지 북한 발표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으로서가 아니라 핵 실험을 할 경우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시키기 위한 일관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마르크 드 라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핵 실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는 ‘대북 성명’ 채택을 요구했다. 이달부터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일본의 오시마 겐조 대사는 “북한의 핵 실험 발표에 대단히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어떠한 핵 실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 국제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핵 확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변국의 핵 확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왕광야 중국 대사는 “북한의 핵 실험 발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면서 “모든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대응에 반대했다. 왕 대사는 특히 “볼턴 대사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가장 좋은 길은 이 문제를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이라며 “만약 6자회담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안보리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dawn@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영국은 운전대를 맡긴 뒷자리 승객으로서 미국의 대(對) 테러정책에 협력해 왔다. 미국에 대한 종속적 동맹국의 지위를 선택한 것은 영국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로 만든 위험한 정책이었다.’ 영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www.chathamhouse.org.uk)는 지난 해 여름 테러리즘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원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55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를 낸 7·7 런던테러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테러나 다름없었다. 영국 정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모든 언론과 여론은 채텀하우스의 용기있는 지적에 박수를 보냈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으며, 권위를 지닌 채텀하우스를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 시내 버킹엄궁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10번지.18세기초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 입구에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라고 적혀있다. 국제문제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The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RIIA가 대외적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채텀하우스는 건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RIIA는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짓기 위한 파리평화회의(1919년)의 영국측 대표단을 주축으로 해 1920년 영국국제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연구소는 1926년 특별 헌장에 따라 ‘왕립(Royal)’의 칭호를 받으면서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정부의 영향권을 벗어났다는 얘기는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쓰지 않으며,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독립성’은 채텀하우스가 다른 영미권 국가의 싱크탱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채텀하우스의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채텀하우스가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연구결과 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독립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버넷 국장은 “정부는 물론 특정 정당이나 기업, 이익단체에 귀속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국제문제와 관련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0여년간 채텀하우스는 어떻게 흔들림없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빅터 벌머-토머스 채텀하우스 소장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함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하고 “객관적이고 수준높은 분석은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채텀하우스가 발간하는 다양한 분야의 보고서와 정기간행물, 단행본 출판물들은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지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채텀하우스의 연구원들은 정치적이나 국제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들이 믿고 찾는 취재원이다. 이같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각종 연구 간행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텀하우스 내부에서 자체 심사를 철저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경우 개인적으로 보수·진보, 좌·우 등의 정치적인 소신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채텀하우스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연구 결과물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명정대하고 수준높은 연구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내부 규율로 정해 놓은 ‘채텀하우스 룰(Rule)’이다.1927년 정해진 이 규율의 골자는 ‘채텀하우스에서 진행되는 모든 토론 내용은 정보로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발언자, 참가자의 이름은 물론 소속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 공유와 투명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재정적 자립 역시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채텀하우스는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기업체들과 국제적 금융기관, 각국 대사관, 비정부기구 등이 주축을 이루는 260여개의 협력 회원들과 1500명에 이르는 개인회원들이 내는 연회비가 운영비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채텀하우스의 영향력과 권위는 협력회원의 면면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협력 회원들은 기여금 규모에 따라 주력, 보통, 일반의 3개로 나뉘는데 가장 많은 기여금을 내는 주력 협력회원의 경우 연회비가 1만 250파운드(1850만원)다.53개 주력 협력회원은 국적, 업종을 불문하고 쟁쟁한 멤버들뿐이다. 멤버가 되면 채텀하우스가 주관하는 연 200여개의 강연회, 콘퍼런스, 포럼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달 발간되는 뉴스레터 외에 월간 ‘월드투데이’, 격월간 ‘인터내셔널 어페어스’를 받을 수 있다.15만권의 장서와 300여종의 정기간행물이 비치된 고색창연한 도서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텀하우스의 멤버가 된다는 것 자체에 개인이나 기업들은 큰 자부심을 갖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텀하우스의 연단에 서면 일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때문에 세계의 유명 지도자들이 외교 및 국제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정책구상을 밝힌 곳으로 유명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넬슨 만델라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미 재무장관,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연설자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연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3월31일 영국의 블랙번에서 열린 채텀하우스와 BBC 라디오가 공동 기획한 좌담프로 BBC 투데이에 출연했다. 대회장 밖에서 반전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 이 토론회 내내 라이스 장관은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녀는 70여명의 기자들과 20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결국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당연히 이 뉴스는 다음날 아침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면서 또 다른 실토를 했다.“채텀하우스는 정말 놀라운 곳이다.” lotus@seoul.co.kr ■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 “시의적절·가치중립적 연구결과 노력”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채텀하우스의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은 독립성과 중립성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면서 “세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의적절하고 가치중립적인 연구결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 은퇴예정인 벌머-토머스 소장은 남아메리카 지역 전문가로 채텀하우스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게 된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채텀하우스는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싱크탱크이다. 채텀하우스가 설립 이래 지금까지 줄곧 추진하는 일은. -우리는 많은 정부 관료들, 크고 작은 기업의 사업가들과 폭넓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핵심 어젠다와 변화를 분석하고 탐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주요 임무다. ▶채텀하우스가 영국 최고권위의 싱크탱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 분야에 걸쳐 정부관료, 기업계, 학계, 언론계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함께 손을 잡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지키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조사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우리의 업무는 학문적으로 정밀하며 우리 구성원에게도 아주 가치있는 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결과물들은 언제나 학계나 정계, 그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채텀하우스의 정치성향은.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어떤 정부나 정치적 집단, 기업과도 이해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독립성은 싱크탱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자 우리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중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부, 정당, 기업,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과 언제나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채텀하우스와 같은 싱크 탱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늘날 비즈니스 이슈들은 중요한 국제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된 국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기업과 정부들이 이런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이해를 돕는데 있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채텀하우스 뭘 다루나 |런던 함혜리특파원|채텀하우스는 세계적인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전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을 목표로 현재 10개의 연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러시아 및 유라시아 등 6개 지역프로그램과 에너지 및 환경, 국제 경제, 국제 법규, 국제 안전 등 4개의 주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은 상근 연구스태프 25명과 겸임 연구원 100여명. 이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 저술활동 외에 브레인스토밍, 컨설팅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펼친다. 지역 분쟁, 에너지 연구, 지속가능한 발전 및 환경문제, 국제적인 경제이슈, 정치적 위기 평가, 방위 및 안전문제와 같은 독립적인 연구 이슈와 함께 여러가지 주제가 복합된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민 문제, 테러리즘, 핵 이슈, 에이즈, 기후변화와 정책,NGO의 역할, 자원고갈과 공급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는 시대의 흐름을 신속하게 반영해 적절한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다. 지역 프로그램 가운데서 최근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는 아시아 프로그램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의 팀장을 맡고 있는 가레트 프라이스 박사는 “최근 중국과 인도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개혁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의문점에 해답을 제시하고, 이들 국가의 발전이 다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영국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대개 파키스탄 출신이며 국제적인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연구그룹은 파키스탄의 정치·경제적 발전 외에 세계 언론에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딜레마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에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와 관련한 토론그룹이 구성돼 있다. 한국 관련 토론그룹의 모임에서는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긴장문제, 대미관계, 납치문제와 관련한 북·일관계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토론모임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1기때 미국국제개발협력처 부관장을 지낸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박사가 ‘한반도의 평화구제’에 대해 강연한다. 이어 25일에는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문정인 연세대교수가 한·미동맹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lotus@seoul.co.kr
  • [한국인 유엔총장 ‘눈앞’] 美, 中·러 입김에 ‘폴란드 카드’ 버려

    [한국인 유엔총장 ‘눈앞’] 美, 中·러 입김에 ‘폴란드 카드’ 버려

    |워싱턴 이도운·베이징 이지운 특파원|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결정되지만 실질적인 선출권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P5)이 갖고 있다. 이들의 거부권을 넘는 일이 우선과제였다. 인도와 일본 후보는 중국 등의 ‘비토’세력이 있어 관문을 넘기 어려웠다. ●부시 대통령 “반기문은 훌륭한 후보”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올해 초 총장 출마를 공식화한 뒤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반 장관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나라는 없었다. 미국은 선거전 초반에 한국 출신의 후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져 사무총장을 내기에는 국력이 강하고, 분단국인데다가 최근 한·미관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순번에 따라 아시아에서 사무총장이 나올 필요는 없다.”며 적극적인 이라크전 지원자였던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을 한때 밀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과거 위성국가였다가 ‘친미’로 돌아선 폴란드의 후보를 반대하는데다 중국도 ‘아시아 몫’을 강력히 주장하자 미국은 싱가포르의 챈홍치 주미대사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반 장관이 점점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자 미국은 반 장관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시작했다. 미국은 특히 반 장관이 유엔 개혁과 북한 인권 등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 결정적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 때였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 배석했던 반 장관에게 “당신이 훌륭한 후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또 지난달 27일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한·미동맹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반 장관은 친 중국 성향이어서 사무총장이 되면 곤란하다.”고 발언하자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는 최고의 외교관으로 미국에서도 오래 근무했고, 결코 친중 인사가 아니다.”고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러, 친미로 돌아선 폴란드의 후보 반대 중국이 사무총장 선출 과정 초기부터 확고하게 ‘아시아 후보 지지’를 표시한 것은 반 장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미국이나 유럽쪽에서 염두에 두던 라트비아, 폴란드 후보를 초반부터 강력하게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차기 선출을 12월까지 미루지 않고 조기에 확정하자고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중국이었다. 예비투표를 통해 일찌감치 선두를 확보했던 반 장관으로서는 빨리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변수를 줄이는 데 유리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3일 “반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직에 한걸음 차로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신화사는 4차 투표 결과를 전하면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는 상황이어서 안보리 회의에서 (단일후보로) 추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발표를 통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바람으로 국제사회부터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dawn@seoul.co.kr
  • “벼슬은 체질에 안맞아 시골서 농사 짓고 싶어”

    “워크숍 때문만은 아니고, 일정이 짜여 있는 관료나 벼슬이 내 체질에 맞지 않아 내심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던 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한 2일 사퇴 배경과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의표명 후 설악산과 통일전망대 등을 여행했다는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늘 정도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반포동 집 앞에서 인터뷰에 응했다.●“내게 가장 잘 맞았던 건 시골판사” 조 위원장은 “변호사 30년, 판사 4년, 국민고충처리위원장(비상임직) 1년을 하고 인권위원장을 했는데 내게 가장 잘 맞았던 것은 시골판사였던 것 같다.”면서 “일정이 짜여져 있고 이에 대한 감독과 책임이 따르는 관료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그만둘 생각이 있었는데 미리 말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안 했을 뿐”이라면서 “전원위원회는 공개석상이었고 기자도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내부갈등설 부인하지 않아 인권위원들과의 워크숍에서 언쟁 중 자리를 먼저 뜨지 않았느냐고 묻자 조 위원장은 “인권위 내부문제는 기관장으로서 가능하면 말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얘기가 (언론에)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답해 내부 갈등설을 부인하지 않았다.조 위원장은 특히 인사권과 관련해 상임위원들과의 이견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제2기 최영도 인권위원장 시절 인사자문위원장을 상임위원에서 사무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상임위원들이 종전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사무처 직원 인사평가에 관여하고 싶어했으며 보좌관을 배치해 달라고 했지만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원들이 무엇인가 하고픈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인권 문제는 `인권´ 자체로 봐야”조 위원장은 또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 대한 노선도 갖고 있지 않다. 인권문제는 ‘인권’ 그 자체로 봐야 하고 이라크파병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가 간혹 있지만 인권의 범위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니까 변호사를 다시 하거나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노인 인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면서 “1년6개월 동안 혁신을 했다고 자부하며 후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남기고 싶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
  • 美백악관 ‘책들과의 전쟁’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이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책들과의 전쟁’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부시가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여 진언하는 참모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게 돼 정책적 오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저서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의 최근 저서에 대해 반박했다고 AP가 2일 전했다. 백악관은 이라크주재 미군이 직면한 폭력적인 상황을 사실대로 전하지 않았다는 우드워드의 지적과 관련, 대통령이 지난해 연설에서 이를 인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로라 여사 사무실도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영부인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2차례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사임을 건의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우드워드 기자는 지난달 30일 출간한 테러와의 전쟁을 다룬 ‘부인하는 국가(State of Denial)’를 통해 이라크전쟁 등에 관한 정책 실패를 공격했다. 오는 10일 출간되는 ‘군인, 콜린파월의 생애’란 저서에서 캐런 디 영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보도 파월 전 장관이 부시에게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을 건의했으나 무시당했고, 럼즈펠드 장관 등 이라크전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파월이 사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고르비 “美, 더이상 민주국가 아니다”

    “미국은 더이상 민주국가가 아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미국 정부를 향해 또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일방주의에 대해 “미국이 비민주적 국가가 됐다는 방증”이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2월 말 외신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오만 때문에 세계가 더 안정되고 안전해질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꼬집은 지 7개월 만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20주년을 맞아 크로아티아 프리모스텐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미국은 동맹국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세계여론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면서 “그들이 ‘전 세계의 이름으로’ 국제문제의 해결에 나서는 것은 용납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미국 일방주의의 사례로 언급한 것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대(對)이란 강경 드라이브 등이다. 그는 이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폭력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으며, 국제적 협력만이 최선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테러리즘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모든 위협이 이슬람 세계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문명 충돌론’,‘이슬람 책임론’의 시각과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국제무대에서 유럽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미국은 기술적으로는 가장 발전된 국가로 남아 있지만 오래전 ‘사회적 지도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면서 “더 많은 지역이 유럽의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스티페 메시치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 롤랑 뒤마 프랑스 전 외무장관, 야노스 마르토니 전 헝가리 외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동시대에 재임했던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는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만이 비디오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2년 전 세상을 떠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건강이 좋지 않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녹색공간]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오랫동안 에너지 수요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소위 ‘에너지 맨’으로 세상을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세상 모든 것들을 에너지의 눈으로 보고, 석유환산톤(TOE)이니 에너지 절감이니 하는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당시 했던 계산으로는, 이젠 오래된 통계이지만,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석유 소비 1t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 6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교통 분야에서 줄이기 위해서는 80만원 그리고 가정에서 줄이는데 120만원 정도가 추산되었다. IMF를 즈음한 이 기간 동안에 원유 가격은 딱 한 번 있었던 배럴당 10달러대를 지나서 20달러대에서 가끔 30달러대를 왔다갔다 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총에너지의 98% 정도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약간의 무연탄 생산과 폐기물 소각열에서 회수되는 지역난방 같은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체 공급되는 2%의 전부였다. 그 시절에는 풍력발전과 태양광 같은 것들이 조심스럽게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재생가능에너지’ 혹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같이 미래 에너지의 주공급원으로 얘기되는 것들은 경제학의 시각으로 보면 ‘비싼 에너지’일 뿐이었다. 물론 환경개선과 같은 사회적 편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소비자에게 비싼 에너지를 사서 쓰라고 할 정도로 IMF를 넘어가던 우리나라 경제에 미래 에너지에 대한 고려는 서 있을 공간이 별로 없었다. 그 시절에 나와 동료들이 장관이나 총리 혹은 대통령 보고를 준비하면서 습관처럼 쓰던 말들이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이었다. 당시의 계산으로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혹은 지열회수와 같은 기술에 공공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원가계산과 수익률 계산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면 비로소 이런 기술들에 약간의 경제성이 생기기 시작하고, 태양광은 80달러를 넘어서면 경제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 긴 시각으로 본다면 이라크 전쟁이 전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은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고 7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90년대에는 예측하지 못한 외부요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유가라면 90년대에는 꿈의 기술로 불렀던 풍력발전이나 연비가 좋은 디젤의 환경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오염저감장치들이 대폭 보급될 것 같았고, 건물마다 분산형 전원을 설치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사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에너지가 일종의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의사결정을 미리 내리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옳은 길이 어딘 줄 알면서도 단기간에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과거의 균형에 갇히는 ‘잠김현상(lock-in)’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그래도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면서 변화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민간 부문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자출사’가 예전의 노사모만큼이나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그러다 보니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도로의 일부를 자전거에 양보하고, 위험한 커브길이나 교차로를 개선하자는 정책적 변화가 등장하게 된다. 민간의 변화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장관이나 정부출연기관의 CEO들의 관용차는 이 와중에도 더 커졌다. 시대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100% 석유의존국인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고유가를 이기기 위해서 관용차라도 크기를 줄이거나, 환경부장관이나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제 곧 경차로 인증받을 ‘1000㏄ 경차’로 바꾸는 형식적인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테지만 그런 논의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세금 올리자고 하면 고개가 끄덕거려지지가 않는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부시 강경책 배후인물은 키신저”

    “부시의 강경책 뒤에는 키신저가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대(對)이라크 강공 드라이브와 관련, 미·중 화해를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살아있는 외교 교과서’로 불리는 키신저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및 중동에 대한 미 외교정책을 힘에 의존한 강경 일변도로 잘못 이끌고 있다는 비판이다.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 기자는 28일 미 CBS 방송 ‘60분’ 프로그램에 나와 “부시의 강공 일변도 배후에는 키신저가 있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켰던 영향력 있는 언론인. 그는 “부시와 딕 체니 부통령이 최근 키신저 전 장관을 자주 만나고 있으며, 키신저가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에 대해 “‘승리만이 유일한 의미있는 탈출 전략’이란 것이 키신저의 메시지”라면서 이라크 전쟁의 오도에 키신저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의 지적은 키신저로 대변되는 미국내 보수적인 외교·안보 관련 전문가 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키신저는 최근 “핵으로 무장한 중동의 부상에 따른 ‘문명간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이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슬람권·중동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부시는 끓어오르는 미국내 반전 여론에도 불구,“이라크 전쟁은 문명을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극단주의 세력 중 한쪽이 이길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日 ‘국수주의 작가’ 인생과 사상의 정수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자기 나라 지폐에 얼굴이 등장할 만큼 그는 일본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사의 전환점에 설 때마다 그의 사상은 어김없이 재조명됐다. 자위대 이라크 파병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썩였던 2003년 말에도 일본의 국영방송은 그의 사상을 조명하는 특집을 내보냈다. 사회가 불안할 때일수록 그는 일본인의 정신적 등대 구실을 해온 셈이다.‘국민작가’ 대접을 받고 있는 그의 주요 작품들은 국내에도 거의 다 소개돼 있다. 지난달 ‘나는 소세키로소이다’라는 평전이 출간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장편 ‘길 위의 생’(김정숙 옮김, 이레 펴냄)이 나왔다. 소세키가 죽기 일년 반 전에 쓴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로 꼽히지만 엄밀히 말해 자전소설이라기보다는 ‘자전적인’ 방법으로 쓴 창작물이다. 주인공 겐조의 유년기는 곧 소세키의 과거이며, 겐조의 현재는 소세키가 런던에서 돌아와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쓸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길 위의 생’에는 ‘칙천거사(則天去私)의 완성’이라는 평이 따른다. 칙천거사는 나를 버리고 하늘에 따른다는 선적(禪的)인 의미의 조어. 그만큼 만년에 이른 소세키 자신의 인생과 사상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그의 사상과 문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문학적 자율성과 순수성을 온전히 지켜온 작가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로서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소세키 문학이 일제의 한국침략, 식민통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군국주의적 발상, 독단적인 사회진화론적 사고, 호전적인 정치적 요소들이 노골적으로 혹은 은미하게 녹아들어 있다.‘길 위의 생’은 다행히 그런 혐의에서는 벗어나 있다. 소세키는 죽을 때까지 조선과 조선인을 천시하고 경멸했다. 문학평론가 이보영 전북대 명예교수는 “그처럼 집요한 민족적 적대감은 세계문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세키의 국수주의적 애국심, 자기모순을 지적한다. 대문호의 작품도 배경을 알고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설] 혼란스런 이라크 파병연장 약속 논란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이라크 파병 연장을 약속했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힐 차관보는 그제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세미나 연설에서 노대통령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힐 차관보의 말뜻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반드시 거쳐야 할 국회의 동의도 없이 파병연장을 약속했다는 말이 된다. 청와대가 힐 차관보의 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 국무부도 어제 계속 주둔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힐 차관보의 발언으로 빚어진 논란에 혼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힐 차관보가 연설 이후 계속되는 확인 질문에도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힐 차관보의 연설로 논란이 빚어지기 이전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이 이라크 파병 연장을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정상회담이지만 파병 연장처럼 중대한 문제를 두고 양국간에 혼선이 빚어져서는 안된다. 레바논 국제평화유지군 파견에 대한 언급도 석연치 않다. 노 대통령이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 의사를 피력했으며 조만간 조사팀을 파견한다고 언급했다는 힐 차관보의 말이 나오자 바로 우리 정부가 조사팀 파견 방침을 발표했다. 힐 차관보가 뒤늦게 이 부분도 부인했지만 이미 파병 쪽으로 큰 흐름이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혼란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라크 파병 연장은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거니와, 정부는 우물우물 파병을 연장해 보겠다는 방침을 버려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약속한 것이 있다면 취소하고, 오해가 있었다면 그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레바논 파병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할 문제일 것이다.
  • ‘盧대통령 이라크 파병연장 약속’ 진실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박홍기기자|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문제가 논의됐는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조선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 관계 세미나에서 “지난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 문제가 논의됐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이 조만간 레바논에 조사팀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또 “정상회담에서는 이라크 상황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면서 “이라크에 한국군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한국의 (그동안의)지속적인 약속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 결정은 노 대통령으로서는 쉬운 게 아니었지만, 그 당시 그 결정을 했고, 계속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발언은 곧바로 언론에 의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군 파병 연장을 약속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와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가 논의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이라크 등 파병에 대해 사의를 표했지만, 양국 정상 사이에 이라크 파병 연장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대통령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라크 주둔군 파병 연장과 관련,“힐 차관보의 발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노 대통령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도 이날 오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열린 한·미 동맹 청문회와 이날 저녁 열린 국무부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및 레바논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과 상황을 계속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병력을 줄인다거나 늘린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계속 주둔하겠다고 말했다. 레바논 파병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이 없었으며 노 대통령이 먼저 말을 꺼냈다.”고 정상회담에서 두가지 사안이 논의가 됐던 사실은 거듭 확인했다. 이같은 논란이 크게 불거진 것은 정상회담 직전에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위한 ‘선물’을 가져갈 것이며, 이는 중동 문제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이번 논란은 지난주 이태식 주미대사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속 조사 요청’ 발언 논란에 이어진 것이다. 이 대사는 지난 13일 노 대통령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BDA의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를 조속히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dawn@seoul.co.kr
  • 美·中 ‘스타워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과 중국이 ‘스타워스(우주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최근 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던 미 첩보위성에 초강력 레이저를 발사했다고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25일 보도했다. 중국이 미 위성에 레이저를 발사한 것은 우주선을 레이저로 쏘아 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는가를 시험해본 것으로 보인다고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강력한 레이저를 쏘게 되면 전자광학 촬영장치를 가진 인공위성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으며, 레이더 송·수신용 인공위성의 활동도 방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위성 활동을 방해하거나 고장낼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라크가 러시아에서 도입한 인공위성 방해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폭격했다. 이후 자국 위성의 위치추적장치 시스템을 이용해 바그다드 등 전략적 요충지를 정밀 폭격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 위성에 레이저를 발사한 것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위성과 우주선을 공격하는 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 위성에 레이저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그동안 자국 영공에서 사진을 찍는 미 광학 위성에 강력한 레이저 빛을 쏘아 촬영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은 최소한 미국의 우주장악력을 상쇄할 만한 준비를 해왔다.”고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미 국방부는 미 위성에 대한 중국의 레이저 공격에 대해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중국이 자국 영공에서 첩보 위성에 맞서는 것을 예측했던 것이고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첩보 위성이 외부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 고도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신형 인공위성과 우주선들을 개발중이라고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인공위성과 우주선은 일단 제작된 뒤에는 하드웨어를 바꿀 수 없지만 운영 시스템인 소프트웨어는 외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공위성은 워낙 덩치가 크고 예정된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조준이 쉬운 표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3대의 ‘키홀’ 대형 광학 첩보위성을 가동중이며, 이 가운데 한 대만 가동이 중단돼도 우주 작전 능력에 큰 차질을 가져온다고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미군은 현재 키홀 위성을 대체할 신형 위성을 보잉과 록히드마틴에 주문해 놓고 있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이클 그리핀 국장은 이날 “미국이 중국과 민간 우주개발 분야에서는 협력하겠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도하는 우주 프로그램에는 참여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dawn@seoul.co.kr
  • “한국 특허청 첨단시스템 부러워요”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해 필리핀의 심사관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국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특허청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17일부터 29일까지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특허행정 정보화세미나’를 갖고 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로데스 알라바르카(53) 필리핀 특허청 정보기획관실 부국장은 26일 우리 특허청의 최첨단 시스템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가 개발한 인터넷 기반 전자출원시스템인 특허넷(KIPO-Net) 등 특허청의 정보화가 주제. 중국과 이라크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3개국에서 15명이 참가했다. 알라바르카 부국장은 “정보시스템 운용분야 책임자로 앞선 한국 특허청을 배우러 왔다.”면서 “전자출원뿐 아니라 내부사무처리, 검색, 공보발간이 통합·연계되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빠른 처리속도가 놀랍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특허출원이 내국인 210건을 포함해 620건이다. 올들어 상표분야에 온라인 출원시스템이 구축됐지만 전자출원율은 2%선이다. 알라바르카 부국장은 “한국의 지원으로 구축된 경영정보시스템(MIS)으로 특허와 상표 등의 심사대기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투명성도 높아졌다.”면서 “상표는 9개월, 특허는 등록까지 2년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1996년과 2003년에도 방한했던 ‘친한파’. 세미나 일정에 포함된 현대자동차 방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필리핀에서 인기가 있어 친근하다는 것이다.알라바르카 부국장은 “특허청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대전 박승기기자skpark@seoul.co.kr
  • “이라크전이 테러 키웠다”

    ‘테러 막겠다던 전쟁이 오히려 테러를 키웠다.’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진영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 정보기관 스스로의 판단이다.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침공 및 점령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양산해 전세계적 테러 위협을 높였다는 것이 이제 정설로 굳어지게 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16개 정보기관들이 2004년부터 지난 4월까지 작성한 ‘세계 테러경향-미국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이 테러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기밀로 분류돼 있어 신문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 10여명을 인터뷰해 이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이들 중에는 부시의 대테러 정책을 지지하는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이 서명한 이 보고서는 백악관과 하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보다 훨씬 더 많은 테러리즘 확산의 책임을 이라크전에 돌리고 있다. 이라크전에 참여한 외국의 무슬림 전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급진적 이념을 전파하고 국내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이라크 침공 두 달 전에 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전망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라크전이 정치적 이슬람 세계를 더 공고히 하며 테러리스트의 목적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NIC는 지난해 초에도 이라크가 차세대 테러리스트의 기초 훈련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슬림의 라마단이 시작된 23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종파분쟁에 따른 테러가 잇따랐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빈민가 사드르시티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38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자마트 준드 알 사하바’는 “시아파 자살테러단이 22일 수니파 가정과 사원을 공격,4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의 한 저항단체는 이날 미군의 이라크 소녀 강간·살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부대 소속 병사 2명을 납치, 화형시킨 비디오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시체에서 절단된 다리에 불을 지르고 머리를 발로 차는 장면도 포함됐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토요영화]

    ●러시아 하우스(MGM 오후 7시)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냉전 시절, 군비경쟁을 벌였다지만 소련은 미국의 적수가 못됐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무시무시한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해도 이라크가 미국을 이기리라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기술적 의미로든, 정치적 의미로든 북한이 미국까지 실제 핵탄두를 날릴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도 없다. 어찌보면 상식인 것 같은데 ‘국가안보’ 딱지가 붙으면 그만 어깨가 딱딱하게 굳는다. 소련과 동구권 붕괴 직후에 만들어진 작품답게 영화 ‘러시아 하우스’는 공산주의 국가의 힘이란 게 알고보니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당시로는 드물었던 소련 현지 촬영을 통해서다. 작가모임에 끼어 소련을 여행하던 영국 출판인 발리. 여행 중에 소련 작가 단테를 만나는데, 그 뒤 이 사람은 출판을 검토해달라며 책 한 권을 전달한다. 냄새를 맡은 정보부는 바로 따라붙는다. 책을 확인해보니 내용은 단순했다. 소련의 핵무기 관련 기술이란 게 너무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서방세계에 위협이 되기 어렵다는 것.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정보부는 발리를 첩보요원으로 훈련시켜 소련으로 투입, 단테와 접촉하게 한다. 발리는 미모의 연락책 카티야를 통해 단테를 만나는데, 단테가 실은 소련 최고 과학자 야코프이고 책을 만든 것도 소련과학자들의 협동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야코프를 매개로 해서 CIA와 KGB가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가지만 발리는 이 대결에 회의를 느끼는데…. 이제는 많이 늙어버린 숀 코너리와 미셸 파이퍼의 매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1990년작,122분. ●아홉살 인생(채널CGV 오전10시 40분) 70년대 가난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위기철 작가의 베스트셀러 ‘아홉살 인생’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에피소드 위주인 원작과 달리 성장드라마의 낯익은 공식, 서울에서 전학 온 새침데기 여자와 시골에 사는 순박하고 우직한 남자의 결합이라는 고전적인 레퍼토리를 도입했다. 뻔한 설정임에도 지겹지 않았던 것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4명의 아역배우들이 나이를 뛰어넘는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 특히 이세영과 김석은 주인공 장우림과 백여민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한국에서도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일본 개봉 때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을 제치고 관객만족도 1위를 기록했었다.2004년작,10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ook Review] ‘불가피한 선택’ 가슴열고 보기

    남미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한국의 시각은 때때로 능멸에 가깝다. 사뭇 “쟤들은 안돼.”라는 투이다. 언제나 남미는 ‘포퓰리즘 때문에 망조난 사례’, 팔레스타인은 ‘극렬 테러리즘의 진앙지’이다. 처음부터 망조나려고 작정하거나 폭탄이나 던지면서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없다. 남미와 팔레스타인,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당대 펴냄)는 수십년간 남미를 취재해온 전 영국 가디언 기자 리처드 고트가 쓴 간결한 보고서다. 책 제목과, 가디언의 성향만 놓고 차베스에 바치는 ‘용비어천가’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물론 차베스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숨기지는 않지만, 겨누는 지점은 차베스라는 인물 자체보다 그가 딛고 서 있는 남미와 베네수엘라의 과거다. 왜 차베스일 수밖에 없는가를 규명하는 방향이다. 그러다보니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끝낸 시몬 볼리바르(‘볼리비아’는 그를 기념하는 국가 이름이다.)부터 다루는 제3장 ‘19세기 혁명전통의 재발견’에서는 남미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맛볼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은 우리를 연상케 하는 6장 ‘반동의 물결’. 집권에는 동참했으나 기득권은 버릴 수 없었던 기존 노조와 진보 정파들, 민주적 선거를 거쳤다 해도 차베스 정권만은 인정할 수 없다며 끊임없이 쿠데타를 기획하는 백인보수기득권층, 혼혈과 인디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묵살하고 부유한 백인들의 보수적 이익에만 맹종하는 국내·외 언론 등…. 또 70년대 국가개입형 경제개발을 주도했지만 80년대말 열렬한 신자유주의자로 ‘전향’한 페레스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을 채운 미국 시카고학파 신자유주의 경제관료들애 대한 스케치도 남 얘기 같지 않다. 기자다운, 간결하고 건조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의 눈물’(아시아 펴냄)은 팔레스타인 작가 9명이 쓴 11편의 짧은 산문을 모은,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최루성 드라마처럼 이런 저런사연을 절절하게 늘어놓는다는 애기가 아니다. 그냥 담담하게 ‘이슬람 전사’ 혹은 ‘조국에서 쫓겨난 유랑민’으로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는 형식인데 그게 읽는 사람 마음을 그만 불편하게 만든다. 일제시대 만주벌판에서 치러졌던 무장독립투쟁과 군부독재시절 이런저런 고문사건과 오버랩되어서다. 비슷한 경험 덕에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을 법도 한데, 각 페이지 아랫부분마다 가득한 용어 해설은, 서로에 대한 관심 부족을 드러내는 것 같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라크전 취재작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누볐던 소설가 오수연이 팔레스타인의 현대시인 자카리아 무하마드와 함께 편집했다. 부록으로 실린 홍미정 한국외대 교수의 ‘팔레스타인의 이해를 위하여’도 짧지만 중동사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출판사가 기획하고 있는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의 문제’ 시리즈 첫 권이다. 핵심은 오수연 작가가 쓴 서문의 도입부다.“우리가 흔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라고 알고 있는 사태는 사실 분쟁이 아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막강 이스라엘 군대의 꾸준한 군사작전 대상은 고작해야 구식 총을 쏘는 민병대나 돌 던지는 소년들이며, 그보다는 그저 재수없는 민간인들이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자기 집에 앉아 있다가, 또는 길바닥에서 난데없이 폭탄이나 총알을 맞는 보통 사람들이다. 거기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다.” 각각 1만 4000원,9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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