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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이라크 다국적군 주둔 1년 연장

    ‘내전 수렁’에 빠진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안정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종파간 피의 살육전으로 혼미한 이라크 사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라크 집권세력 등이 요르단 암만에서 벌이는 연쇄회동(29∼30일)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8일 유엔 다국적군의 이라크 주둔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결의안 1723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군 14만명 등 모두 16만명의 다국적군이 2007년 12월31일까지 주둔하게 된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는 이날 “임무가 완료될 때까지 미군은 철수하지 않는다.”고 조기철군 반대를 재확인했다. 미국과 이라크 양국 지도부도 총력 태세에 나섰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데 이어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부통령도 요르단 암만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 나섰다. 앞서 딕 체니 부통령이 암만을 방문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30일과 새달 1일 ‘중동지역 민주주의와 발전회의’에 참석한다. 말리키 총리가 29일 암만으로 이동할 예정인 가운데 타리크 알 하셰미 부통령, 시아파 정파를 이끄는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은 이미 암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지도부는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안보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NBC방송 등 미 언론들이 ‘이라크 내전’이라는 용어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라크 수뇌부는 ‘치안 혼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수니·시아파 등 종파별로 구성된 현 집권 세력이 이라크 상황에 대해 여전히 ‘통제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셰미 이라크 부통령은 이날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만난 뒤 “현재 치안 혼란이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변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미국과 이라크 양국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국의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돌파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수니파 국가’와의 공조를 통해 말리키 총리를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알 사드르로부터 떼어내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말리키 총리는 사드르의 지원으로 총리직에 오른 정치적 한계를 갖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이라크 내전 한복판에 남겨진 자이툰

    정부가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병 연장안을 확정했다. 병력을 지금의 2300명에서 1200명 선으로 줄이되 주둔기간을 1년 연장한다는 것이다. 이라크 내전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조치다. 이미 이라크전은 끝났고,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오래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파병의 목적은 달성됐고 더 머물 명분은 소멸한 것이다. 종파간 갈등에 따른 내전이라는 새 국면에 접어든 이라크에 왜 우리의 자이툰 부대가 있어야 하는지 근본적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라크 재건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주둔지 아르빌의 지방재건팀(RRT)에 참여하는 한국인 경호를 자이툰부대에 맡기는 방안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RRT에 참여하는 미국인과 함께 이라크 반군세력의 공격 표적이 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지금껏 석유자원 확보 같은 실익을 전혀 거두지 못한 터에 새로운 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미 이라크 파병 39개 나라는 대부분 철군했거나 철군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심지어 미국 다음으로 대규모 병력을 보낸 영국조차 내년에 수천명을 감축할 태세이고, 폴란드도 내년에 완전 철수한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로 파병한 이탈리아 역시 이번 주 철군을 완료한다. 열린우리당의 철군계획서 제출 요구에 정부는 내년 중에 철군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어떻게든 파병연장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보자는 꼼수로 비친다. 당장 전원 철수가 어렵다면 단계적 철군안이라도 즉각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 美 ‘이라크 해법찾기’ 숨가쁜 중동외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동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은 4년 넘게 끌어온 이라크 사태의 향방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부시, 유럽에서 중동으로 부시 대통령은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요르단으로 날아갈 예정이다.부시 대통령은 우선 나토 정상회의에서 날로 악화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폭력사태를 안정화하기 위해 회원국들에 더욱 적극적인 군사적, 재정적 참여를 호소할 예정이다. 또 나토와 한국, 일본, 호주, 스웨덴, 핀란드 5개국의 협력 강화도 요청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29일 요르단 암만에 도착,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담한다. 이번 회담은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뒤 새 이라크 전략을 수립하라는 미국 내의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이라크 전략의 수정계기로 삼을 것으로 안보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부시 대통령이 말라키 총리와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 시리아와 협상해야 할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라크·이란 이라크 사태 협조방안 협의 부시 대통령은 이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시리아측에 레바논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강경 메시지를 보내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냈던 딕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압둘라 국왕과의 면담 결과를 보고받았다. 한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27일 이란을 방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 사태 안정을 위한 협조방안을 협의했다. 그동안 이라크 상황을 묘사할 때 ‘내전(civil war)’이라는 용어는 가급적 피해왔던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번 주 들어 ‘이라크 상황은 내전’이라고 본격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NBC방송은 27일 “다른 많은 언론사들처럼 이라크 상황을 내전이라고 묘사하기를 망설였지만, 세심한 검토 끝에 무장화된 파벌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싸우는 이라크 상황을 내전이라고 규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용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공표했다. 그동안 이라크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전은 아니라고 부인해오던 백악관도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말리키 이라크 총리간의 회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는 종파간 폭력사태가 점증하는 분명히 ‘새로운 단계’에 있으며, 두 지도자가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이라크에서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시인했다.●이라크 떠나는 연합군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영국은 내년 말까지 이라크 주둔 병력을 수천명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영국군 병력은 현재 7200명 정도이다. 또 이라크에서 880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폴란드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27일 밝혔다.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이라크에 남아있는 70명의 잔류 병력을 이번주 안에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dawn@seoul.co.kr
  • ‘자이툰 동의안’ 처리 진통 예고

    정부가 28일 국무회의에서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과 관련해 여당의 요구를 부분 수용한 형태의 수정 동의안을 의결했다. 열린우리당의 요구는 파병 연장안 처리에 앞서 ‘철군 계획서’를 내놓으라는 것인데, 정부의 수정된 동의안은 우선 파병 연장을 하고 내년 중 철군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여당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이날 국무회의 결과를 전해 들은 여당쪽 기류는 일단 부정적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철군계획서가 첨부되지 않은 동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해, 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진통을 예고했다. 특히 요즘 들어 당·청, 당·정간 대립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점도 처리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관계자는 “일부 의원의 의견이 아니라 정식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당론으로 채택한 사안인데, 섣불리 철회할 수 있겠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정부로서도 더 이상 물러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선(先) 철군계획 수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정부는 수정 동의안의 명칭을 ‘파견 연장 및 철군 계획’이 아닌 ‘파견 연장 및 감축 계획’으로 할 정도로 ‘철군’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부는 ‘29일 당정협의→30일 노무현 대통령 재가→다음달초 국회 상정’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반발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 한편, 병력을 현재의 2300여명에서 1200여명 선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자이툰부대의 내년 평화·재건 임무 축소가 불가피하다.일각에서는 자이툰부대가 유엔 이라크지원단(UNAMI) 아르빌사무소 요원에 이어 아르빌 지방재건팀(RRT)에 참여하는 한국요원 경호에 나서기로 한 것을 두고 ‘요인 경호 부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김상연 구혜영기자 carlos@seoul.co.kr
  • ‘라이스 오른팔’ 젤리코 보좌관 사임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미국 국무부 핵심 참모의 목이 달아났다. 유대계 로비단체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란 관측이 많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동문제 상담역으로 활동했던 필립 젤리코 보좌관이 최근 국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젤리코 보좌관은 최근 라이스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족과 직업상의 문제로 봉직했던 버지니아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젤리코 보좌관은 지난 9월 근동(Near East)정책학회 연설에서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랍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중요한 진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인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유대인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530만명에 이르는 미국내 유대인들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젤리코의 사표 수리 과정에 유대인들의 입김이 작용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워싱턴에서는 임기를 채우고 떠나는 공직자가 원래부터 드물다.”고 부인했다. 젤리코 보좌관은 지난해 이라크를 방문한 뒤 이라크 전쟁이 ‘파국적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가 이것이 밥 우드워드 기자의 책 ‘부인하는 국가’에 인용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與지도부 청와대만찬 거부

    與지도부 청와대만찬 거부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비대위와 상임고문단 등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당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과 부동산 문제, 출자총액제한제 등 국정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당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임기말 당·청 정책협의 마비 우려 특히 청와대가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가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된 데 이어 당·청간 정책협의 채널마저 마비될 경우 참여정부의 임기말 국정수행이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 의장측 핵심관계자는 “27일 점심 때쯤 청와대측으로부터 비대위와 상임고문단 등 지도부 전원을 초청해 만찬을 갖고 싶다는 전화연락이 왔다.”면서 “그러나 만찬 규모나 형식 면에서 당·청이 터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김 의장이)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당 면담요청 靑서 4번 거절 그러나 당측의 이같은 결정에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결정과 요구에 대한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지난주 초부터 청와대측에 네 번이나 면담 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효숙 헌재소장 논란과 정계개편, 정책 현안문제 등 국정 전반이 엄중한 상황이므로 당·청이 감정의 골을 메워야 한다는 취지로 거듭 면담을 제안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청와대가 당의 입장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다가 느닷없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더니 급기야 지도부 만찬 간담회 통보까지 일방통행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만찬은) 지난 26일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후 한나라당이 거부해서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당 지도부를 초청한 것”이라면서 “협의 과정에서 당측이 ‘오늘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서 다음으로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의장의 만찬 제의 거부에 대해 “(김 의장의) 말에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홍기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예측과 선점이 중요한 에너지 시장/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살다 보면, 특정 사안에 관련된 개인과 개별 조직은 열심히 할 바를 다했다는데 나타난 결과는 기대보다 못한 경우가 있다. 자원 때문에 비롯되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의 2006년 국내총생산(GDP)이 5% 성장이라 가정할 때 국민총소득(GNI)은 1.5%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자라는 3.5%포인트는 무엇을 의미할까? 생산한 만큼 소득으로 연결이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환율과 더불어 고유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가상승 부담은 산업 전반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요지다. 따라서 기업은 팔아 봐야 남는 게 없고 수익이 없으니 인력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당연히 청년세대는 취업난을 겪게 되고 각 가정에서는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를 실감하며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할 자식들을 돌보느라 허리가 휜다. 얼핏 보면 외부 환경 변화 때문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체념할 수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개선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는 ‘굳이 힘들게 해 봐야 나만 손해’라는 기류 때문에 결과가 더욱 악화되는 부분도 적잖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수단에서 2억배럴 규모의 유전을 60달러에 구입했을 때 이야기이다. 당시 유가에 비해 2∼3달러 비싸게 준 것은 사실이었다. 구조적으로 오를 게 확실하니 한국도 더 오르기 전에 가능한 한 최대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더니 나중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즉 내부적으로 “개인의 직관을 어찌 믿으며 중국의 유전 구매는 바가지를 쓴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은 작게는 수십억달러의 이익과, 크게는 경쟁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국가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작은 사례가 누적되면 결과는 확연해진다. 중국의 폭발하는 경제성장 동력을 이야기할 때 드러나는 요인만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인건비나 공장부지 사용료가 싸다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것 중에는 ‘미래를 정확하게 빨리 예측하고 적기에 행동에 옮기는 안목과 시스템’도 있다. 오죽했으면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가 각료회의 자리에서 “중국의 전략적 안목을 배워야 한다.”고 했을까?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근거 없는 중국 대안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필자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중국의 오일 자주(自主)개발률은 64%에 달한다. 우리는 4%에 불과하다. 이라크전에 그렇게 반대한 중국은 쿠르드 지역에 누구보다 빨리 진출했으며 터키와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했다. 현지에서 만난 쿠르드 자치정부의 한 장관은 “우리는 새마을운동 같은 기적을 이루고 싶다.”라며 한국기업의 참여를 적극 요망했다. 물론 오래전 이야기다. 틈새시장은 항상 열려 있지 않으며 기회를 놓치면 사라진다. 진입비용이 순식간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비슷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프랑스는 화석연료가 없다시피 한 태생적 한계를 해외자원 개발과 원자력이라는 쌍두마차로 극복했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지진대에 위치해서 원자력 강국이 되기 힘든 악조건하에서 프랑스와 원전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불과 4반세기만에 원자력 선진국으로 올라선 우리지만 이제는 저준위 시설 하나 세우는 것도 쉽게 합의가 안 되는 실정이다.“그만큼 우리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라는 한마디로 애써 외면할 만큼 우리 형편이 좋은지 궁금할 뿐이다. ‘빨리 빨리’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이다. 다소 뉘앙스가 다르긴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틈새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기질과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답답하다.”며 안 그래도 센 머리가 더욱 희게 보이던 원자력계 대부 격의 어떤 어른을 뵌 날의 소감이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사설] 야당과 대화하자며 당·청이 싸우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 양상이 심상찮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저녁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당측이 거부했다. 당·청간 의사소통 문제를 둘러싼 의견대립 때문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다가 한나라당에 거절당한 과정에서도 마찰음이 일었다. 야당에 대화하자면서 당·청이 이렇듯 다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청와대는 정치협상회의 제안에 앞서 여당과 사전협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당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만찬을 보이콧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여당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온다고 생각하는 청와대의 인식은 잘못됐다. 국회 운영에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기 없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여당의 행태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다. 당·청이 조용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대치구도로 몰고 가니 국민들은 그저 불안하다. 당·정·청은 부동산정책,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현안을 놓고 대립해왔다. 이번 파문으로 주요 현안들이 더욱 표류하게 되고 민생·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노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하락하더니, 이번에는 여당 지지도가 한 자리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권이 정치적 미숙과 무능력, 불협화음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자초한 결과라고 본다. 여권의 자중지란을 즐기면서 대화 제의를 무시하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옳지는 않다. 그러나 당·청간에도 반목하고 질시하는 상황에서 야당에 대화 제안을 하는 모양 자체가 우습다. 여권은 내부 결속부터 다진 뒤 대야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이라크·미군 운명 알 사드르 손에?

    이라크·미군 운명 알 사드르 손에?

    26일(현지시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지난 23일 폭탄테러 등으로 200명 이상이 한꺼번에 희생된 사드르 시티를 찾았다. 그러나 시아파들의 해방구 격인 이곳의 ‘영주’를 만날 수는 없었다.올해 33세의 땅딸막한 키에 쏘아붙이는 눈매가 매섭기 짝이 없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중부 나자프에 머무르고 있었다.종파간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이라크와 미군의 운명이 마피아 후계자를 연상시키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선택한 새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어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7일 발행된 최신호(12월4일자)에서 지적했다. 최근 그는 나자프 근거지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힘이 빠질 대로 빠진 미군이 물러나기만 하면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지지를 등에 업고 정국을 한손에 틀어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미군 점령 초기부터 영적 지도력을 활용해 반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민족주의 성향과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도 하나로 통합했다.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에 핍박받은 시아파 주민들은 미군과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호천사 이미지를 그에게 부여했다. 잡지가 인터넷을 통해 ‘이라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세력’을 묻는 설문에는 그가 통솔하는 알 마흐디 민병대를 비롯한 시아파 무장집단이 57%로 수니파 저항세력(19%)과 미군(24%)를 크게 앞섰다. ●민족주의와 극단 이슬람 교리 통합 사드르 시티는 바로 그의 가문 이름을 딴 것이다.이곳뿐만 아니라 나자프·바스라에선 그의 ‘살인 명령’이 통한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다.반면 수니파 저항세력은 바그다드와 사마라·라마디·팔루자 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의 행동 양식은 ‘존경받으려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마피아식 불문율로 설명될 수 있다고 잡지는 짚었다.권한의 범위도 모호하기만 하다.군대나 경찰에서의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민병대는 탱크도 전투기도 갖고 있지 않지만,미군들도 함부로 그와 추종자들을 건드리지 못한다.미군의 역할이라야 유혈 보복이 이들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의 위상은 미국이 직면한 딜레마를 압축한다.미군이 조기 철수하면 무장조직 지도자들이 활개쳐 전면적인 내전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만,점령 기간이 길어지면 미군은 인기를 잃고 그의 지지도만 올라갈 것이다. 미군은 점령 초기 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저질렀다.시아파 금융가문 출신의 아마드 찰라비 전 주미 대사,영국에 망명했다 돌아와 미 중앙정보국(CIA) 자금으로 친미 공작을 한 압둘 마지드 알 호에이 등의 말에만 귀기울인 것이다. 미군의 이러한 방관은 후세인 정권이 모스크,율법학교,친교모임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젊은이를 주목하고 끊임없이 감시해 발을 묶어둔 것과 대조된다. 이렇게 방치된 사이 알 사드르는 이슬람교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추앙받는 열두번째 이맘,즉 세계를 구원할 메시아 이미지를 민족주의적 성향과 버무렸다.시아파 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그는 알 호에이 암살 의혹에서 풀려나 지난해 1월 총선에 참여,시아파 새정부 구성에 일조할 수 있었다. 사드르 블록은 당시 275석 의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했고 현재는 30석으로 늘린 상태다.지난달 괴한에 피랍된 통역사를 찾기 위해 미군이 사드르 시티 수색에 들어가자 알 말리키 총리가 철수를 종용한 것은 그의 권능에 대한 신화를 공고히 했다. 미군도 사드르 시티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1억 2090만달러(약 1024조원)를 들여 건설 프로젝트를 벌였는데,알 사드르 추종자들은 재빨리 ‘미군 기증’ 딱지를 ‘보스’의 것으로 바꿔버렸다고 잡지는 전했다. 마흐디 민병대는 바그다드 전역의 주유소를 장악하는 한편,천연가스 판매권을 독점해 자체 수익원을 갖고 있는 한편,주민들을 보호해주는 명목으로 기금을 증식하고 있다.알 사드르 자신은 모스크에서 모금되는 헌금 ‘쿰’을 장악했다. ●이란과도 소원…미국 해법 요원 최근 미국 일각에서 이란과 시리아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이라크 유혈을 종식시키는 대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아마도 이란과 이라크 모두 시아파 주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이라크 정부가 시아파 주도라는 점이 이런 모색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이런 접근은 알 사드르나 시아파 주민들의 민족주의 성향을 간과한 것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알 사드르는 옛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를 기억하는 이란과 이란 민족을 태생적으로 경원하고 있다.그의 부관은 벌써 민병대 조직에 이란 스파이들이 적잖이 침투해있어 알 사드르가 이들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수니,시아파,쿠르드족 3분할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그는 미국과 영국,이스라엘 등 ‘저주받을 트리오’가 이라크인들을 이간질하는 데 놀아나선 안된다고 단언한다. 미국과 이라크 외교관들은 알 사드르가 추종자들을 다독일 수 있도록 그를 정치적 틀 안에 가둬놓으려 노력하고 있다.따라서 열쇠를 쥔 것은 미군이나 이라크 새 정부가 아니라 알 사드르 자신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라크인의 단결을 외칠 때 거짓말을 하는 건지,실제론 전면적인 내전을 준비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그러나 분명한 건,그를 과소평가하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잡지는 결론 내렸다. 한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27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의 테헤란 회동을 위해 바그다드를 출발해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 팔 가자지구 불안한 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평화의 싹이 움트고 있지만 종파 충돌로 내전으로 치닫는 이라크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AP통신은 26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이날 오전 6시(이하 현지시간)부터 가자지구의 모든 전투를 중단하고 휴전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휴전이 발효된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이 가해져 휴전 체제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슬람 지하드는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발표, 로켓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5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휴전을 제의했다. 나빌 아부 루데네 자치정부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내 모든 무장단체 분파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 중단을 합의했으며 이를 이스라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측도 군사작전 중단과 병력 철수 개시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자국 병사 납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해 그동안 400여명이 숨졌고 희생자 절반이 민간인이다. 한편 수니파 저항세력 근거지인 바그다드 동쪽 디얄라주에서 24일 무장괴한이 시아파 마을을 공격, 주민 21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시아파 무장세력도 이날 바그다드에서 수니파 주민 25명을 사살했다. 한편 이날 미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 일수는 1349일을 기록,2차세계대전 참전 일수를 경신했다. 미국은 당시 1348일 동안 전쟁을 치렀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정치협상회의 제안 진정성 담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와 여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환영했으나 한나라당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번 정치협상회의 제안이 지난해 대연정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를 정상화하려는 취지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정성이 의심받으면 회의체 구성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만들어지더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본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치협상회의 의제와 관련해 민생법안, 개혁입법, 예산안 처리와 함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들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거국중립내각 구성도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정운영 기조·방식과 내각 구성까지 조율하는 자리라면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다. 더구나 청와대는 정치협상회의 대상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을 뺐다. 한나라당과 큰 틀에서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깔렸으며, 연정 추진의 전단계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이미 여론으로부터 외면 당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접는 게 옳다. 지금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다. 부동산가격 파동, 한·미 FTA, 이라크파병 연장, 출자총액제한제 논란, 사법개혁, 국민연금개혁, 비정규직 입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부분 국회 입법이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사심을 버리고 한나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여야 협의체는 야합의 모습을 띠어서는 안 된다. 치열하게 토론해 절충점을 찾아내려면 어떤 수준의 협의체가 좋은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군소정당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여야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우선 당·정·청부터 하나의 목소리로 조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피로 물든 이라크 내전 치닫나

    피로 물든 이라크 내전 치닫나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아파 주거지 사드르 시티에서 23일(현지시간) 차량 5대가 연이어 폭발했다. 연기 자욱한 도로 위엔 선혈이 낭자하고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채 검게 그을린 시신들이 도처에 나뒹굴었다. 사망 202명에 부상 252명. 단일 사건에 의한 인명피해로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라크가 ‘내전’ 상황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해온 미국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현지 상황을 ‘무정부 상태’로 진단한 영국의 이라크 전문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유엔은 10월 한달에만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가 37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바그다드에는 24시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남부 바스라의 공항 항만도 폐쇄됐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아·수니파와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회합을 갖고 주민들에게 평정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런던 퀸 메리대학의 토피 다지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복수를 부르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면서 “지난 2월 최악의 종파 충돌을 불러온 사마라의 시아파 성지 테러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몇 시간도 안 돼 바그다드의 수니파 거주지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10여명이 희생됐다. 치안당국은 시아파의 보복공격으로 보고 있다. 사드르 시티는 급진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가 치안을 장악하고 있다. 수니파는 이 민병대를 바그다드에서만 수천명의 희생자를 낳은 납치·고문·살해 공작의 배후로 지목해 왔다. 이라크 정부 일각에선 이번 공격의 배후로 알 카에다와 후세인 추종세력을 의심하고 있다. ●꼬여가는 철군 시나리오 중간선거 패배 뒤 철군 압력에 시달려온 부시 행정부는 더욱 난처해졌다. 이라크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미군 희생이 커지기 전 철군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 때문에 후세인 통치 때보다 이라크 주민들의 삶이 더 악화됐다는 여론도 큰 부담이다. 후세인의 압제에서 주민들을 해방시켰다는 전쟁의 ‘마지막 명분’마저 잃게 될 형편이다. 그러나 알 말리키 정부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병력을 증파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면적인 철군에 반대하는 측에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저항세력의 공격이 미국의 정세 변화를 틈타 철군 여론을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란 논리를 전개할 게 분명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책꽂이]

    ●논어금독(論語今讀)(리쩌허우 지음, 임옥균 옮김, 북로드 펴냄) 5·4신문화운동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중국에서 배척받았던 공자의 사상이 중국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내세우는 인본과 친민(親民)주의는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의와 맥을 같이 한다.‘중국 사상계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는 저자는 공자 사상의 진수가 담긴 ‘논어’에 자신만의 해설을 붙였다. 헤겔은 일찍이 ‘논어’를 ‘처세격언’에 불과하다고 비웃었지만, 공자 이후의 동아시아 사상사는 ‘논어’ 다시 읽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만 9000원.●에라스무스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아롬미디어 펴냄) 고대언어·문법학자, 종교사상가, 성서번역가 그리고 작가로서 16세기 유럽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에라스무스. 그는 종교전쟁이라는 시대의 혼돈 속에서 모든 극단을 거부하며 가톨릭과 개혁파 사이에서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비록 역사의 현실에서는 패배했지만 광신의 격류 속에서 이성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특히 종교개혁과 관련해 그의 주변 인물들(루터, 후텐 등)과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렸다.9500원.●인상주의의 역사(존 리월드 지음, 정진국 옮김, 까치 펴냄) 인상주의의 등장은 미술사에 획을 그은 엄청난 사건이었다.19세기 후반, 프랑스 화단에서 전개된 인상주의자들의 집단활동은 고전미술의 시대를 마감하고 근대미술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 미술사학계의 거물인 저자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드가, 세잔, 모리조 등 화풍이 제각각이던 이들이 어떤 인연으로 만나 뭉치고 공동의 운명을 인정하게 됐는가를 밝힌다.2만 9000원.●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이선 지음, 수류산방·중심 펴냄) 궁궐과 향교 등 전통 조경공간에 심은 나무와 꽃 등에 관한 이야기. 성균관이나 지방의 향교 등 교육 공간에는 반드시 은행나무를 심었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 배경이 됐다는 은행나무는 학문의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창덕궁을 들어서면 안내판 뒤에 세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선비의 지조를 나타내는 회화나무는 영의정과 우의정, 좌의정을 뜻한다.4만 3000원.●기로에 선 미국(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유강은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네오콘) 이론가로 꼽혔던 저자(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가 지적하는 신보수주의의 오류. 신보수주의 옹호자였던 저자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후 맹렬한 비판자로 돌아섰다. 저자는 신보수주의를 미국의 외교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를 꼽는다. 이라크 전쟁후 발생한 이라크 내의 혼란은 그 자체가 미국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다.1만 2000원.●김우창의 인문주의:시적 마음의 동심원(문광훈 지음, 한길사 펴냄)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우창의 학문세계를 인문주의라는 키워드로 조명. 독문학자인 저자는 ‘김우창 인문학’을 구성하는 수많은 주제들 가운데 특히 내면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내면성이란 고립된 자폐적 개념이 아니라, 자아의 내부로부터 외부로, 나아가 주체를 넘어 사회전체로 확장되는 개념이다.2만원.
  • 자이툰 절반 감축 파병은 1년 연장

    정부는 24일 청와대에서 장관급 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 중인 자이툰부대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되 파병기한을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2330명 규모의 자이툰 부대를 1200명선으로 줄이면서 1년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머지 자이툰 부대원 1100여명은 내년초 철수하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바탕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와 당정협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파병연장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전날 제출을 요구한 자이툰부대 철군계획서와 관련,“규모 감축과 파병기한 연장을 토대로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병기한을 1년 연장하지만 이라크 현지 사정등 동향을 봐가면서 추가 철군 여부 등을 자이툰 부대의 파병 목적에 부합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무장괴한 이라크 보건부 청사 공격

    이라크 바그다드 한복판에 있는 보건부 청사에 23일 무장괴한 30여명이 침입해 30분 동안 보안군과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 무장괴한은 이날 오후 2시쯤 박격포와 기관총을 동원해 보건부 청사를 습격, 장악을 시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건부가 시아파 관할인 점으로 미뤄 수니파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한때 알리 알 셰마리 보건부 장관과 직원 2000여명이 청사에 억류됐다. 괴한들은 미군 헬기가 도착하자 모두 달아났다. 사망자는 없었으나 4명이 다쳤고 박격포 세 발에 청사 건물이 심하게 파손됐다. 알 마리 장관은 시아파 급진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는 현 이라크 정부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지만, 미국의 해체 요구를 거부한 채 그동안 수니파 무슬림 수천명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수니파 관할인 고등교육부 직원 100여명이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사건에 대한 일련의 보복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라크군의 취약한 치안 능력과 내전 발발의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날 메흐디 민병대의 본거지이자 시아파 빈민가인 바그다드의 사드르시티에서도 3건의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25명이 숨지고 75명이 다쳤다. 지난 19일에는 암마르 알 사파르 보건차관이 납치됐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여, 자이툰 철군계획서 요구 당론 채택… 당청 이별 전주곡?

    여, 자이툰 철군계획서 요구 당론 채택… 당청 이별 전주곡?

    여당이 23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구하기로 당론을 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18일 한·미 정상이 상호 확인한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라는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적으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한 현안의 해결방식으로 여당이 ‘정책 건의’가 아닌 ‘당론 요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당청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철군 기정사실화’ 요구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자이툰 부대의 철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키로 당론을 정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임종석·송영길 의원 등 당내 개혁성향 인사들의 ‘자이툰 철군 기정사실화’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파병연장 동의안 제출과 별개로 철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라는 것”이라면서 “의총에서는 즉각 철군, 단계적 철군 등 여러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기립 표결 결과 116명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철군계획서 제출 요구안’에 찬성해 박수로 단일 당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성향 의원은 “당장 철군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찬성표를 던졌다. 당 관계자는 “파병 연장동의안의 찬반 결정은 철군계획서를 검토한 뒤 그때 가서 따로 정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만간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최종 방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 떼라는 것” 여당의 ‘당론 요구’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일종의 ‘이별 전주곡’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혁 성향의 민병두 의원은 “당이 국민 여론을 토대로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전선은 실용과 개혁이 아니라 관료와 정치인의 구도”라고 밝혔다. 당청 관계에 밝은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의 신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청와대가 정치에서 손을 떼라는 신호 아니냐.”고 말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은 “한마디로 통합 이전의 분화과정”이라면서 “노 대통령의 지나친 정치 개입을 견제하고, 무력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부동산 대책과 출총제 존폐 관련 논의를 다음달로 미뤄 실용·개혁간 벼랑끝 충돌을 비켜갔다. 노 부대표는 “당내 부동산대책 특위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9일까지 잠정보고서를 마련, 의총에 보고하고, 연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와 협의키로 했다.”면서 “출총제 문제도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찬구 구혜영기자 ckpark@seoul.co.kr
  • ‘이라크 해법’ 다시 꼬일 듯

    ‘이라크 해법’ 다시 꼬일 듯

    반(反)시리아 노선을 걸어온 피에르 게마일 레바논 산업장관이 21일 무장괴한들에게 암살되면서 중동정세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됨에 따라 개선 조짐이 희미하게 비치던 미국과 시리아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리아를 이라크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부시 행정부 일각의 구상에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한 셈이다. ●대규모 反시리아 시위 계획 게마일 장관 피살 소식이 알려지자 레바논의 기독교 정파 지도자들은 일제히 시리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 사드 알 하리리는 “시리아의 마수가 레바논 전역에 뻗쳐 있음을 확신한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장례식이 열리는 23일 대규모 시위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반시리아 정치지도자 왈리드 줌블랏도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오직 국제법의 심판만이 다마스쿠스의 살인자를 제지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관저를 향해 행진을 시도했다. 게마일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주변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기독교인들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처럼 이번에도 시리아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 사건이 하리리 사건의 시리아계 용의자들에 대한 국제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도 이들의 확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리아 배후설’엔 의견 분분 시리아는 배후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무셴 빌랄 시리아 정보부 장관은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말의 진실과 신빙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바샤르 자파리 유엔주재 대사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우리가 새로운 문제거리를 만들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시리아가 자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한 이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으리라 예단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친시리아계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사건 직후 역풍을 우려해 예정된 반정부 시위의 연기를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개선 가능성에 자신을 얻은 시리아가 약화된 레바논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체니 등 강경파에 힘 실릴 것”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 철군을 위해 시리아 정부의 도움을 얻으려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딕 체니 부통령 등 대(對)시리아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바논의 종파갈등이 악화돼 잠복해 있던 내전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외신들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사회가 충분히 성숙한 만큼 또 다른 내전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레바논이 새로운 종파간 유혈충돌에 바짝 다가섰다고 보도했지만 ‘내전’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긴장을 확실히 고조시킬 것”이라고만 내다봤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10월 이라크 민간인 3709명 사망 개전 이후 ‘최다’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이후 올해 10월에 가장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유엔 보고서를 인용, 여성·어린이 461명, 언론인 18명 등을 포함, 모두 3709명이 10월 한달새 숨졌다. 지난 7월에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 3509명을 훌쩍 넘은 수치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고문 흔적이 있는 시신 수백구가 수갑이 채워지거나 눈이 가려진 채 바그다드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고 개탄했다. 이라크 민간인 사망이 급증하는 원인은 종파간 유혈 충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에 미군 사망자도 103명을 기록,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열린세상] 北 체제보장 수단은 개혁·개방뿐이다/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이제 6자회담 재개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다음 달 초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리고 일단 회담이 열리면 뭔가 수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래서 지난달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래 전쟁의 공포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한반도에 다시 희망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눈부시게 환한 햇살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온기가 느껴진다. 회담이 재개되면 뭔가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최근 미국 정부의 태도가 상당히 유연해졌다. 중간선거에 참패한 부시는 현재 사면초가이다. 공화당 정부와 가까운 키신저마저 이제는 이라크에서 군사적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더 이상 강경한 대외정책을 고집하면 2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북한에서라도 뭔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적어도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한국 전쟁의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최근 발표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미국의 침공위협 때문이라고 하니까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확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당사자 간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북한 핵포기를 이끌어 내려고 할 정도로 부시의 입장이 달라졌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입지가 약해지긴 했지만 부시의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핵문제 해결의 원칙도 바뀌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며 북한이 먼저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시설을 동결시켜야 비로소 금융제재를 본격적으로 해제하고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는 큰 변함이 없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요구에서 순서를 뒤집어 놓으면 된다. 바늘이 먼저냐 실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놓고 시간을 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근본적인 문제는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해도 북한의 체제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과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도 대내적 요인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신 개혁과 개방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북한이 알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한 결단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최고지도자만이 내릴 수 있는 그런 결단이 있어야 한다. 한 가지 해법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한과 미국이 고위특사를 통해 직접 협상하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부시 대통령은 수용하고 특사를 통해 북한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 특사는 의회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그의 지시를 받아 전권을 가지고 교섭해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일과 직집 대화가 가능하게 된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게 된 지금의 상황에서 북핵문제는 통상적 외교교섭이나 기교로 해결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가 되었다. 고도의 전략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김정일만이 그런 극단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과감한 용단의 소유자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하면 전쟁을 택하는 대신 핵을 포기하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하고 그게 바로 비핵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궁극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자이툰 철군론’ 정치권 달군다

    ‘자이툰 철군론’ 정치권 달군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한인 다음달 31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열린우리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철군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파병기간 연장을 합의한 데 반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내 진보성향의 임종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21일 자이툰 부대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이미경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해 유승희·이광철·정청래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여야 의원 37명이 서명했다. 결의안은 “이라크는 이라크인의 손에 맡기고, 미군과 자이툰 부대를 비롯한 다국적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임종석 의원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자이툰 부대 철군계획서를 당론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임 의원은 “정부가 철군 계획 없이 단순히 병력을 감축한 채 파병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국내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90명이 서명했다. 오영식·박영선·이목희 의원 등 당내 초재선 의원 20여명도 이날 모임을 갖고 파병연장 등에 대한 당론 정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철군 신중론도 일고 있어,23일 의원총회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정동영 전 의장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적어도 철군일정을 검토할 때는 됐다.”면서 “국민 앞에 언제까지는 자이툰부대를 철군시키겠다고 약조하기 위해 일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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