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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보스 포럼 화두 ‘경제·환경’

    다보스 포럼 화두 ‘경제·환경’

    세계 정·재계, 학계를 비롯한 각 분야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다.‘변화하는 힘의 균등(The shifting power equation)’을 주제로 28일까지 진행되는 포럼에선 지구촌 곳곳에서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세계 경제와 더불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경제와 환경이 핵심 화두 포럼 주최측은 회의에 앞서 포럼 참석예정자등 27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환경문제가 세계 경제에 이어 두번째 순위를 차지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조사에선 환경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응답자가 9%였으나 올해는 20%에 달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강조해온 ‘테러와의 전쟁’은 6%에 불과했다. 회의에선 특히 교토기후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막 연설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다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 등 10개 미 대기업 총수들도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기후협약준수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냈다. 포럼은 또 중국·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부상, 시장에 대한 원자재 공급국의 영향력 강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한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 워크숍과 미래 워크숍이 각각 5회 열린다. 포럼측은 “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도전과 기회를 자세히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도하 라운드 재개, 중동 문제도 관심 지난해 7월 중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DDA)와 관련한 사항도 주요 이슈.27일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과 30개국 통상장관들의 회담에서 DDA협상의 회생 여부에 관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뤄진다. 포럼 기간 중 이라크 내 종파간 협의를 위한 자리와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팔레스타인 총리가 참석하는 토론이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탈당 둑 터진 與 어디로] 탈당1호 임종인 의원은

    임종인 의원은 22일 “(큰 바늘이 아닌)주사 바늘로도 바람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말을 남기며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당 내에서 개혁주의자 혹은 독불장군으로 불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이번 탈당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민노당에 바로 입당하는 거냐.”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그동안 당론과 상관 없는 소신발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은 여과되지 않은 말로 빛을 바래기도 했다.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품고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난한 것이 TV 화면에 잡혀 곤욕을 치렀다. 또 김부겸 의원이 초선의원들을 겨냥해 “군기를 잡겠다.”고 하자 “물어뜯어 버리겠다.”고 한 말은 2004년의 ‘말·말·말’이었다. 절친한 사이인 천정배 의원이 “조금만 더 기다리자.”며 탈당을 만류했으나 임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힐러리의 ‘3가지 고민’

    힐러리의 ‘3가지 고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이 200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하자마자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의원은 이처럼 높은 지명도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많은 강점을 갖고 있지만, 선거전 돌입 이전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세가지 고민을 갖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1. 남편에게 어떤 역할 맡기나 첫째는 남편이자 진보진영의 ‘슈퍼스타’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빌이 힐러리에게는 커다란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짐’이라고 분석했다. 빌이 옆에 서면 힐러리는 작아진다. 타임은 다음 선거가 빌 클린턴의 ‘세번째 대선’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일 빌을 선거전에서 빠지도록 한다면 “빌과 힐러리의 결혼 생활은 무엇인가.”라는 의혹과 야유가 나올 것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인들 가운데는 벌써 20년째 이어지는 부시 가(家)와 클린턴 가(家)의 정권 장악에 신물을 내면서 “다른 인물은 없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2. 여성표 얼마나 기댈것인가 클린턴 의원의 두번째 고민은 여성표에 얼마나 기댈 것인가 하는 문제다. 클린턴 의원은 현재 미 여성들로부터 나이나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59%가 클린턴 의원을 지지했다. 특히 모든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50%를 넘었고,18∼34세의 젊은 여성들로 부터는 66%에 이르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클린턴 의원이 여성표에 매달릴 경우에는 ‘유약한’ 이미지로 비쳐져 이라크 전 등 안보 이슈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클린턴 의원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다면 민주당 내의 라이벌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좀더 민감한 이슈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내세울 수 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3. 진보세력 이탈 어떻게 막나 세번째 고민은 어떻게 보수층을 흡수하면서도 진보 세력의 이탈을 막느냐 하는 것이다. 클린턴 의원이 2000년 뉴욕 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을 때만 하더라도 확실한 진보성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이후 클린턴 의원은 보수층을 끌어 안으려는 노력을 공개적으로 엿보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에 찬성하고 동성애와 낙태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낮춰 왔다. 또 보수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과도 손잡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 때문에 진보층에서는 클린턴 의원을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클린턴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서 이같은 이슈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가 됐다. dawn@seoul.co.kr
  • 이라크 폭탄테러 75명 사망·160명 부상

    지난 주말 이라크에서 미군 27명이 숨지면서 개전 이후 하루 최대 사망자를 기록한 데 이어 22일 바그다드 시내에서 폭탄 테러로 이라크 민간인 75명이 한꺼번에 사망, 이라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CNN 등은 이날 이라크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이라크 중부 시아파 지구인 밥 알 샤르키의 상가 지역에서 정오쯤 수초 사이로 폭탄 두 발이 터져 적어도 75명이 숨지고 16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이날 알 샤르키 시장의 DVD 자동판매기 및 헌옷 판매용 진열대 위에 놓여진 가방에서 폭발물이 터졌으며, 수초 뒤 사건 현장에서 수m 떨어진 곳에 주차된 자동차에서도 폭탄 폭발로 이같은 참사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인근 알킨디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관리는 “이번 테러는 민간인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면서 “여기저기 시신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며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상가에선 지난달에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적어도 63명이 숨졌으며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저항세력의 공격 대상이 돼 왔다. 이날 폭발사고 수시간 전에는 수니파 지역인 바그다드 서부 카드라에서 한 여중 교사가 승용차편으로 출근하던 중 움직이는 차량에서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지고 운전사가 부상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또 바그다드 남부의 위험한 지역인 도라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이날 박격포탄 2발이 발사돼 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여성 한 명이 숨지고 학생 8명이 다쳤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김수정기자 외신 종합 crystal@seoul.co.kr
  • [열린세상] 아포칼립토, 폭력의 고고학/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멜깁슨이 또 한편의 문제작을 만들었다. 폭력과 피가 난무하는 마야문명 말기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리 수작이라고 볼 수 없다. 무기도 없는 포획자 한 명이 추격대를 모두 물리치는 시나리오는 서부활극의 식상한 스토리고, 정글을 누비며 벌이는 스프린터들의 긴박한 움직임과 속도 역시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지극히 서구적인 발상인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타락한 도시와 목가적인 인디언 수렵사회란 이분법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럼에도 왜 이 영화가 대중들과 평론가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뛰어난 폭력의 영상미는 대중들을 사로잡고, 평론가들은 어딘지 모자라는 부분을 긁는다. 게다가 아람어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더빙했듯이, 이번에는 유카탄 마야방언으로 녹음을 하여 마치 마야문명 말기의 역사물처럼 보이게 한다. 과연 마야의 민족지, 고고학, 언어학에 충실한 시나리오일까? 영화는 유카탄의 치첸잇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의 장면은 그럴 법하다. 고전기 마야문명의 비문들은 도시들 사이의 잦은 전쟁을 기록하고 있고, 벽화나 부조에도 포로의 머리를 베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처럼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수많은 포로들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끄집어내고, 머리를 쳐서 계단으로 내리굴리는 것은 마야문명의 인신공희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멕시코의 아스테카문명의 것을 교묘하게 합성시킨 것이다. 치첸잇사의 인신공희는 주로 세노테란 연못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우주의 운항을 제의화한 구기경기장에서 산 사람을 바치는 것이었다. 두개골이 많이 발견된 곳도 주로 세노테였다. 영화는 마야문명의 재현물로 균형감을 잃었다. 마야인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과테말라의 정부 관리가 정식으로 항의를 했다. 유카탄에서 멀리 벨리즈까지 수준이 높은 문명을 이룬 마야인은 영(零)을 발견한 수학자이기도 했다. 이십진법을 개발한 마야인들은 백만단위를 단 세 개의 기호로 표기했다. 마야문자는 오늘날 거의 해독되었지만, 실러버스가 있는 소리글자의 특성도 지닌 표의-상형문자로 높은 문화적 성취를 보여준다. 이들은 금성의 운행을 기록했고, 운행주기별 특성까지 적시한 천문록을 남겼다. 옥수수 문명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신화로 기록한 ‘포폴 부’나 ‘칠람발람의 서’도 남겼다. 마야 화병이나 채색벽화를 본다면 당대 어느 곳의 예술가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예술 수준을 엿볼 수도 있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이 된 유카탄 반도와 치첸잇사는 중남미를 아우르는 원격지 교역망이 있는 세계체제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백악관은 ‘아포칼립토’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상징물로 읽힐까 두려워한다. 멜 깁슨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이라크 개입은 미국의 패배를 가져올 것이다. 타당한 이유도 없이 병사들을 전쟁터로 파견하는 것은 인신공희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반전영화로 읽히지는 않는다. 영화 끝부분에서 명확히 드러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나쁜 신앙과 올바른 신앙의 이분법 때문이다. 이래서 이 작품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도 연결된다. 마야 신전의 제사장들은 유대 제사장들과 비유된다. 둘 다 피비린내를 좋아한다. 아마도 코르테스의 정복대가 타고 온 범선이리라. 백인 정복자들과 십자가를 든 사제가 배를 타고 막 해안 가까이 다가온다. 드디어 피비린내 나는 인신공희는 끝나고,‘올바른 신앙’이 악마들의 대륙을 치유할 것이란 암시를 주며 종결부의 막은 내린다. 하지만 다가올 백인 정복자들의 잔인한 폭력과 원주민들의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아무런 암시도 없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길섶에서] 20세기 화보집/이목희 논설위원

    은퇴하신 선배가 책을 선물했다. 영국 페이든출판사가 펴낸 20세기 주요 사건 화보집이었다. 연도별로 정리된 1000여장의 사진을 훑어보면서 ‘광기(狂氣)’를 떠올렸다.1차대전,2차대전, 한국전쟁, 여러 내전…무수한 살육의 현장. 짐짝 같은 시체들, 그래도 어른을 미워하지 않는 듯 평온한 아이의 주검…. 도대체 평화란 언제 존재했을까. 이런 험한 세기에서 살아남아 21세기에 안착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갖게 했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바버라 터치먼은 ‘바보들의 행진’이란 저서를 통해 3000년 동안 이어온 인간의 잘못을 꼬집었다. 고대 트로이전쟁부터 베트남전쟁까지, 독선과 아집이 점철된 역사의 반복. 철학자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를 억압하는 이성의 횡포를 나무랐다. 이성에 대한 확신 위에 구축되어 온 서양 근대사상을 근본부터 뒤흔듦으로써 지성사회에 일대 충격을 줬던 푸코였다.20세기 화보집은 푸코와 다른 측면에서 인간 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라크전, 북핵….100년 후 21세기 화보집은 어떤 모습일까.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울광장] ‘고난의 행군’을 멈추게 하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고난의 행군’을 멈추게 하라/황성기 논설위원

    # 상황1 2007년 5월 하순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중국의 우다웨이 부부장이 밝은 표정으로 6자회담 개회를 선언한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핵 폐기의 초기이행 조치를 재확인하고 다음 단계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이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입장을 개진하고 나머지 4개국이 차례로 기조연설을 한다. 테이블은 어느 회담보다 기대로 가득하다. 같은 날 저녁 네그로폰테 부장관과 강 부상은 베이징 시내의 모처에서 통역자만을 배석시킨 채 고성과 침묵, 웃음이 오가는 회담을 심야까지 가진다. # 상황2 2007년 9월 중순 평양. 제임스 베이커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 특사 초청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특사 자격으로 북한의 고위급과 연쇄 회담을 가진다.1개월 뒤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가 든 가방을 들고 워싱턴으로 향한다. 이모두 가상의 일이다. 베를린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을 만나러 북한 대사관까지 들어가는 모습에 밝은 미래를 그려봤다.6자회담 무용론, 북핵해결 무망론이 싹 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회담이 실질적 재량권을 지닌 차관급으로 격상할 조짐은 별반 없다.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된 2003년 대표 격상 얘기가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열쇠를 쥔 미국에 달려 있으나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정세에 집중하는 부시 대통령에게서 해결의지는 잘 읽히지 않는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한 지침을 들고와서 읽고 본국에서 검토하는 일이 지난 3년 5개월처럼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시한을 넘긴 대북정책조정관 임명도 그렇다. 힐이건 베이커건 의지만 있다면 부시 대통령이 당장에 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쏙 들어갔지만 리비아식 해결이 북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은 적이 있다. 국내의 북·미 전문가는 재미난 아이디어를 들려줬다. 미·리비아간 협상은 미국과 세계 최고 수준의 동맹국인 영국, 부시와 친밀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막후 중재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아는 얘기다. 그의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간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최고 수준의 동맹국과 부시와 가장 친한 정치가는 누구냐고 묻는다. 일본과 고이즈미라고 했더니 블레어가 했던 역할을 고이즈미 전 총리가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한반도 상황에 일본의 개입이라는 점이 찝찝하지만 그럴싸한 카드이다. 북한의 핵동결과 사찰 수용으로 시작되는 일련의 로드맵과 부시의 결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갈 길이 지난하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선택지에서 제쳐놓을 수는 없다. 북핵 해결에 진전을 낳는다면 남북정상회담도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힐차관보가 어제 북·미 베를린 회담 설명차 서울에 왔다. 북한 외무성은 화답하듯 보기 드물게 긍정적인 성명을 내놓았다. 다음주쯤 방코델타아시아(BDA)회담이 열릴 예정이다.6자회담이 설 전에 재개된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 동결한 계좌 중 합법적인 돈은 해제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돈다. 미 재무부는 금융제재는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했으나 강경한 태도로는 북핵 해결의 첫 단추를 꿸 수 없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북한 또한 시간이 많지 않다. 앞의 가상의 일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핵과 함께하는 북녘의 ‘고난의 행군’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반총장 “유엔 개혁위해 美예산 늘려달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유엔 개혁의 의지를 강조했다. 반 총장은 또 유엔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이 예산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총장은 이날 미 의사당에서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외교위원들을 만나 “유엔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시사했다. 반 총장은 이와 함께 미국이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분담금 제한 규정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05년 이라크 석유와 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부실관리, 평화유지군의 성적 학대, 사무국의 부패 의혹 등 유엔의 문제점들이 불거지자 분담금 전체 비용의 25%까지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 총장은 미국이 전체 비용의 27%를 부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면담에서 랜토스 위원장은 “유엔 개혁을 다짐하고 자신의 재정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유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반 총장이 개혁 분위기를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dawn@seoul.co.kr
  • [데스크시각] “부시! 문제는 집착입니다” /박건승 국제부장

    10여일전 조지 W 부시 대통령께서 2만명이 넘는 병력의 이라크 증파를 발표했을 때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친 것은 ‘팔루자 사태’의 악몽이었습니다. 대통령의 ‘결단’을 보면서 놀라움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미군은 2004년 말 이라크 수니파세력 3000여명을 소탕하려고 일주일새 무려 540차례가 넘는 공중폭격을 가하고도 결국 발목이 잡혔었지요.2003년 이라크전 개전 이래 한달새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군의 월 사망자로는 가장 많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이 ‘팔루자 사태’의 진실입니다. ‘집념’인가요,‘집착’인가요? 이라크에서 단계적으로 철군하라는 미국 초당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ISG)의 권고를 대통령께서 묵살한 까닭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 연유가 ‘미군을 증파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JD 크라우치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의 판단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를 접하고 나서 실망감이 앞섰습니다. 대통령의 ‘집착’일 것이란 생각 탓이었습니다. 크라우치는 90년대 중반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땐 남한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클린턴정부 때 쿠바공격을 주장한 ‘매파 중의 매파’이기도 합니다. 물론 핵심참모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창(窓) 밖의 ‘지저귐’에도 귀를 기울여야 ‘세상날씨(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전쟁과 평화’는 무엇일 까요? 최근 1000명이 넘는 현역 미군이 이라크 철군 요구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한 사실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날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었지요. 이들이 베트남전 철군을 요구했던 킹 목사의 연설문을 낭독했다는 보고를 받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파병은 ‘이라크내 폭력사태 해결을 위한’ 단순 선택인가요, 아니면 이란이나 시리아를 염두에 둔 것인가요. 추가 파병을 결정하던 날, 미군이 이라크 북부 이란 영사관을 급습해 외교관을 5명씩이나 억류해 조사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피의 악순환은 안됩니다. 미국의 강공책이 성공한다면 당분간 이라크의 폭력사태는 잦아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입김은 더 거세질 것이고, 이는 친미정권인 이라크와 이를 견제하려는 이란·시리아의 경색관계로 이어질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미군은 이라크에서 발을 빼면서 이라크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겠지요.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로라와 애견만 남더라도 이라크전쟁 노선은 고수할 것”이라고 얘기하셨다지요. 그런데 정작 그로 인해 인류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 하나 묻습니다.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요? 유혈사태로 당장 몇명이 죽는 것보다 더 큰 일은 ‘미래의 지하디스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으로 부모와 집을 잃은 이라크 어린이는 1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속에서 미래 성전(聖戰)의 전사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미국 국방부도 테러와의 전쟁은 ‘기나긴 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래의 희망인 아동들이 미래를 잃고 무기를 집어든 채 ‘모든 게 미국탓’이라고 여기는 것을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자는 요즘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국가라는 미국 지도자의 절대주의적 정신풍토와 절대권력의 위험성을 절감합니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할리우드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부디 저 초롱초롱한 소년들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게 하지 마십시오. 박건승 국제부장 ksp@seoul.co.kr
  • 부시 ‘막판 승부수’ 뭘까

    부시 ‘막판 승부수’ 뭘까

    수세에 몰린 조지 W 부시는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까. 오는 23일로 예정된 새해 국정연설은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 승부수가 담길 전망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압박과 이라크 전쟁이란 수렁속에서 임기 말년의 국정 운영 해법이 응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이라크 추가 파병 등 부시의 새 이라크 정책에 예산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부시 지지율도 32%로 내리막 길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핵 문제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지적될 전망이다. 북핵 실험에 이어 이란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라크 및 중동문제 북한과 관련해서는 핵 폐기 촉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폐기 등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겠지만 직설적인 비난은 피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그동안의 양자회담 거부 방침을 바꿔 베를린에서 전격 미·북회담을 가진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북한을 ‘악의 축’,‘무법정권’,‘가장 위험한 정권’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 2005년 이후 비판 강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북핵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조에 무게를 둔 다자외교 노력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동 및 이라크 문제 뭐니뭐니 해도 이라크 안정화 문제가 핵심 주제다. 종파간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부시는 전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2만명 증파 등 새 이라크정책이 야당의 반대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터라서 국민여론 설득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AP 등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회복 등 부시 외교정책의 구호들이 다시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탄올 적극 사용 제창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탄올 적극 사용 및 대체 연료 개발의 가속화도 제안될 예정이다. 백악관 소식통들은 부시가 “에탄올 사용의 엄청난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부시는 “미국이 석유에 중독됐다.”면서 독자적인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민생·안보를 위한 적극적이며 포괄적인 의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대한 민주당 논평은 이라크에 파견된 해병대원을 아들로 둔 제임스 웹 상원의원이 맡게 됐다. 웹 의원은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조지 앨런 전 상원의원을 꺾고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일찍부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 결정을 소리높여 반대해 왔다. 부시 대통령과 웹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상ㆍ하원 초선의원 리셉션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부시가 “아들은 어떻게 지내나요.”라고 묻자 그는 “우리 부자간의 문제”라며 냉랭하게 응수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두자일 사건과 무관… 혐의자료 조작”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이복 동생이자 전 이라크 정보국장이었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가 사형 집행 1주일 전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구명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AP통신이 확보한 편지에 따르면 이브라힘은 “나는 1982년의 두자일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며 “목숨의 위협을 받는 나를 구해주기 위해 개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문으로 된 편지는 이브라힘이 자필로 썼다. 편지를 쓴 날짜는 1월8일이었다. 이브라힘은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 자료들은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자료의 서명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며, 특히 자신이 1983년 초 정보국을 떠난 이후의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이브라힘과 아와드 알 반다르 전 혁명재판소장은 1982년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148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15일 새벽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브라힘은 교수형 집행 과정에서 목이 떨어져 나갔다. 유엔측은 반 총장이 이 편지를 받았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암만(요르단) AP 연합뉴스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2007년 세기의 대선(大選)레이스가 펼쳐진다. 오는 4월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를 두고 ‘혁명 선거’의 기운마저 일고 있는 프랑스, 연말 대선을 치를 한국과 인도·베트남·아르헨티나 등 모두 24개국에서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갈 지도자를 뽑는다.2008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대선도 유력 대선 주자들의 탐사위원회 출범이 잇따르면서 본격 점화됐다. 국제사회 정치·외교 지형의 방향을 가를 미국의 대선 동향과 ‘21세기 혁명’을 앞둔 프랑스 대선, 그리고 각국 대선 관전포인트를 상·하로 나눠 소개한다. 16일 미 정계의 검은 핵(核) 배럭 오바마(46·일리노이주·민주당)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탐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발표하면서 2008년 11월 제 44대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한 전쟁에 불이 붙었다. 같은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60·뉴욕주) 상원의원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전망이다.2008년 미 대선의 화두는 ‘미 국민의 상처난 자존심 회복’. 이라크전 실패 등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추락한 미국의 이미지를 복원할 지도자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넘쳐 나는 ‘최초’의 가능성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217년간 지속돼온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출신 대통령 전통이 깨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40대의 오바마와 70대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앨라바마)간 세대간 대결 가능성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또 1928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정·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채 치러진다. 공화당 후보들의 군웅할거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빌 클린턴 42대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41·43대 조지 부시 가문의 부자 대통령에 이어,42·44대 대통령을 클린턴 가문의 부부가 맡게 된다. ●공화·민주 4강 후보로 압축 지난해 중간 선거 이후 여론 조사 결과로는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존 매케인 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으로 압축됐다. 민주당내 최대 강자는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백악관 안주인 역할을 한 힐러리다. 퇴임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원은 큰 자산.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당선은 빌의 3선이며, 한표로 두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힐러리의 장점은 많은 경력과 언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 동원 능력이다. 오바마는 그가 가진 신선함 덕분에 날로 힘을 얻고 있다.4년 전 그는 이라크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반복하는 연설은 유명하다. 흑백 통합 이미지로 돌풍을 몰고 있는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와 미국에 유학온 케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두살때 케냐로 돌아간 뒤 하와이,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법대학원 졸업 뒤 시카고로 돌아가 빈민 지역민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주 상원의원으로 7년간 일한 뒤 2004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힐러리에 비해, 경험 부족이 최대 약점이다. 힐러리 대통령, 오바마 부통령 연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최대 강력 주자는 존 매케인 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63) 전 뉴욕시장이다. 고희를 맞는 4선 의원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참전,5년여 포로 생활을 했다. 가족 대대로 군대에 복무했고, 본인도 23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이라크전에는 부시 정책과 입장을 같이 한다. 이민개혁법안 등에서 좌파적 입장을 취하고, 우파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막말을 하는 언행으로 골수 보수파의 불신을 얻기도 하지만 초당파적 드라이브로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미국의 시장’이란 명성을 얻은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동성결혼, 낙태 등에서 공화당 주류와 다른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차례의 결혼과, 도나 하노버와의 결별시 불거진 혼외정사 등 사생활 문제로 정통 보수표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이에서 미트 롬니(5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동 보수의 이미지로 도전장을 냈지만, 모르몬교도란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역대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 2008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의 정치·외교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이다. 냉전부터 베트남 전쟁, 소련 붕괴, 중동 사태와 북한 핵문제까지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의 중심엔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있었고, 미 국익 극대화를 중심에 둔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집권 초기인 2001년 일어난 9·11 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對)테러전 수행을 위한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로 집중됐다.‘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의 노선은 베트남 패전 후 미 외교의 주류가 된 ‘현실주의 외교’에 대한 반발이 그 뿌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도덕적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그는 외교에선 탁월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핑퐁외교’ 등 실용 노선을 견지했다. 닉슨은 미·소 군축을 통한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경제 분야의 낙제점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주창했지만 대외 정책에서 큰 성공은 맛보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강력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강경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구사했다. 그는 소련과의 대결 구도로 신냉전을 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3세계 분쟁에 적극 개입했던 그의 외교정책은 집권 후반기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 소련의 개방 정책을 이끌어 낸다. 레이건 행정부의 외교노선은 현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았다. 전임자인 레이건의 정책을 견지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이 주요 외교전략이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가 벌인 이라크전의 전초전인 걸프전쟁(1990-1991)을 감행한 주역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한 행정부가 됐다.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일련의 핵 위기가 난제가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체결했지만, 핵은 제거하지 않은 채 북한 요구에 굴복, 당근(중유와 경수로 제공)만 줬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시달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클린턴 때 한 것 빼고는 다 한다.”는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에서 출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대통령 어떻게 뽑나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을 선거인으로 뽑아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때문에 미국 대선은 각 당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와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본선거 등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민주, 공화 양당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예비선거는 1월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각 주에서 전당대회에 참가할 대의원들을 뽑는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당직자회의를 통한 당대회(코커스)와 유권자 투표로 결정하는 예선대회(프라이머리)로 구분된다. 이어 각 당은 8·9월중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공식후보를 지명한다. 11월초 대통령 선거일에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각 당이 내세운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여기서 뽑힌 선거인단이 12월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 538명중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미리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패는 선거인단 투표일에 결정난다. 미 대선 제도의 또다른 특징은 승자독식제도. 한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이 때문에 전체 유권자 득표율이 높아도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생긴다.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 비해 전체 유권자로부터 53만여표나 더 얻고도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라크 폭탄테러 200여명 사상

    16일(현지시간)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의 한 대학 근처에서 차량폭탄 등이 터져 최소 70명이 숨지고 138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AP통신은 이라크 경찰을 인용, 이날 오후 3시45분쯤 무스탄시리야 대학 입구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타고 가던 미니밴 2대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보안 관리들은 자살폭탄과 부비트랩이 설치된 차량의 폭발로 방과 후 집으로 향하던 학생과 교직원들이 주로 희생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5분 후 바그다드 북동부 시장에서도 미니밴과 모터사이클을 탄 괴한들이 자동화기를 발사해 시장을 보러 온 주민 1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안팔리는 ‘부시 새 이라크 정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이 연초부터 새 이라크 정책을 ‘세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에 해당하는 미국과 이라크에서는 새 정책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야프 드 후프 스헤페르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게이츠 장관은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을 확대하는 것은 이란의 ‘부정적인 행위’를 반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이란과 외교적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게이츠 장관은 나토 방문에 이어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게이츠 장관은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미군 및 나토군 지휘관들을 만났다. 게이츠 장관의 아프간 방문은 미군이 이라크에 전투병 2만 1500명을 증파하기로 함에 따라 아프간 주둔 미군이 감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나토측의 우려를 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미군은 현재 아프간에 2만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문을 마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아메드 아불 게이트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라이스 장관은 16일에는 쿠웨이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과 이집트, 요르단의 외무장관이 모이는 ‘6+2’ 회담에 참석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표시할 예정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독일을 방문,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유럽 우방국의 지원도 요청할 예정이다.dawn@seoul.co.kr
  • 아베 5월초 방미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의 5월 황금연휴 기간에 미국을 방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쪽으로 미국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취임 후 첫 방미로, 미·일 동맹의 결속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 해병대 후텐마 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일미군 재편과 미사일방어(MD)체제 등 양국간 현안, 그리고 북한 및 이라크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 외교의 최대 숙원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미국의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이라크 정세와 관련해 오는 7월 말 기한이 만료되는 이라크부흥지원특별조치법을 연장, 항공자위대의 수송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방미를 초청했다.taein@seoul.co.kr
  • ‘후세인 측근 교수형’ 비난 확산

    지난 15일 새벽 집행된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 전 이라크 정보국장과 아와드 알 반다르 전 혁명재판소장의 교수형은 이라크 전범 처형 논란을 넘어선 ‘엽기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바르잔 이브라힘의 목이 처형과정에서 몸과 분리됐기 때문이다. 수니파 주민들은 물론, 시아파 주민들까지 경악하고 있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미셸 몽타스 유엔 대변인은 15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사형집행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처형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도 “이들의 처형이 이라크에서 정의의 실현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정부도 “사고였다.”면서 방어에 급급하고 있다. 형집행 과정에 언론사 카메라를 참석시킨 사실도 시신을 의도적으로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개했다. 알리 알 다바흐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국제 규정에 부합되게 사형대를 설치했다.”면서 “매우 드물게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AP등 외신들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과학적·효과적으로 사형수의 목숨을 앗기 위해 고안된 교수형’의 결말은 목이 부러지거나, 질식사, 또 목이 몸과 분리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후세인 측근 2명 사형 집행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함께 사형이 확정됐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 전 이라크 정보국장과 아와드 알 반다르 전 혁명재판소장이 15일 새벽(현지시간) 교수형에 처해졌다. 후세인 최측근에 대한 사형 강행으로 수니파 등 반정부 세력의 폭력 소요 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라크 정부 대변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수형이 집행되는 도중에 알 티크리티 전 정보국장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교수형 집행도중 목이 분리되는 현상은 드물긴 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들의 사형집행을 둘러싸고 국제적 비난도 거세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여론도 ‘시아파의 보복 처형’이라며 사형 집행을 반대해 왔다.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는 후세인의 이복동생으로 후세인 집권시 비밀 경찰 ‘무카바라트’를 이끌다 2003년 4월16일 체포됐다. 두자일 마을 사건이 일어났던 1982년 정보 당국 총책으로 대량학살과 고문을 명령하고, 인권유린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아와드 알 반다르는 140여명의 시아파 주민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혐의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난민들도 끌어안으면 소중한 친구”

    “난민들도 끌어안으면 소중한 친구”

    “난민들은 짐이 아닙니다. 모두 젊은 인재들이며 그 나라의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땅을 한민족만 사는 곳으로 생각하지 말고 끌어안으면 또하나의 이웃과 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개종했다는 이유로 탄압받다 한국으로 도망쳐 온 중동인, 소수민족으로 방글라데시에서 탄압받던 줌마족들. 이들이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받을 수 있도록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도와준 인물이 있다. 민간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48)대표다. 이 대표는 1994년부터 외국인노동자를 돕다 99년부터 ‘피난처’를 설립,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난민을 돕고 있다. 난민지위 취득을 위한 서류작성·자료수집부터 행정소송에 따른 변호사 선임, 취업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전임간사와 5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그동안 도와준 난민만 해도 중국의 탈북자부터 이라크의 쿠르드족, 아프리카 콩코난민, 미얀마의 난민, 방글라데시의 줌마족까지 세기가 힘들 정도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 대표는 무슨 이유로 이 길을 택했을까. 그는 “사법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이끌어온 궤적과 같이 했다. “97년부터 1년 6개월 정도 탈북 난민들과 동고동락을 하게 됐습니다. 그들과 같이 먹고 자고 또 쫓겨다니다 보니 난민들이 겪는 긴장과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되었습니다. 모국에서 환영받기는커녕 박해받는 그들의 처지를 보니… 그때부터 그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난민 사례가 무엇이냐고 묻자 2000년 처음 맡았던 쿠르드족을 꼽았다. 얼마 전 사형된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박해를 받다 한국으로 온 세명의 쿠르드족에게 한국정부는 냉담했다. 당시까지 한국에서 난민을 인정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고, 법무부의 최우선 목표도 외국인의 정주화를 막는 것이었다. 당시엔 우리나라의 난민 판정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보였다. 결국 이 대표의 노력으로 이들 중 한 명은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했다. 다른 한명은 법무부로부터 인도적 지위를 얻었다. 인도적 지위는 법원의 난민 판정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얻을 수는 없지만 3개월마다 심사를 받아 계속 거주할 수는 있다. 외국인들에겐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벽이 이 대표의 노력으로 조금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중동인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준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나서서 난민 인권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럼 이 대표가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역시 난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취업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 제 목표입니다. 이들을 제조업에만 활용하지 않고 본국에서 익혔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군을 찾아내 새로운 사회적 기업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힐러리 이라크 방문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로드햄 상원의원(뉴욕주)이 이번 주말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다고 A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10일 2만 1500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추가 파병할 것을 제안하고 다수당인 민주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 대선 주자의 방문인 것이다. 그녀의 방문이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제안이 적절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이라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민주당 이반 베이 상원의원, 공화당 존 맥휴 상원의원과 동행한다. 세 의원 모두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내일 박종철 열사 20주기

    내일 박종철 열사 20주기

    ■ “80년대 이해하는 고갱이 무명씨로 잊혀질까 걱정” 한낮이지만 한 점의 볕도 들지 않는 좁은 방. 철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왠지 모를 한기가 밀려 왔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모텔촌에 자리잡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5층으로 올라가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조사실 509호가 나타났다. 12일 오후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소설가 김윤영(36)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려왔다. 세면대 위에 놓인 영정사진 속의 박종철 열사는 편안해 보였지만, 고인의 폐를 압박했던 욕조와 알 수 없는 죽음의 냄새는 보는 이를 힘겹게 했다. 14일 20주기에 맞춰 ‘박종철-유·월·의·전·설’<서울신문 1월5일자 9면보도>을 내놓은 김씨는 말을 잇지 못하다 긴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말문을 열었다. “자료 수집하면서 고문받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긴 처음이에요. 추운날 이 좁은 방에 4명의 조사관에 둘러싸였는데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요.”라고 입을 뗐다. 스스로 “화염병을 만지긴 했지만 던진 일은 별로 없었던 세대”라는 그가 박종철 열사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데는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출산 뒤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에서 집필을 제안했고, 전부터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에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등단 이후 한동안 논술강사로 뛴 그는 중·고생들이 ‘박종철’이란 이름조차 모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이런 식으로는 완전히 잊혀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집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박종철이란 이름에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글을 쓰는 동안 꿈에서 고인을 두번 봤어요. 마음에 안 드시는지 혀를 차시더라고요.” 20년이 지난 지금 박종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1980년대를 팔아넘긴, 상품화된 정치권 386세대가 아니라 무명씨로 잊혀진 386세대를 기억해야 해요.‘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설거지하는’ 성격이었던 박종철과 그의 친구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80년대를 이해하는 고갱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권보호센터란 어정쩡한 명목으로 조사실은 보존되고 있지만 아직 기념관조차 없다. 그의 말대로 제2, 제3의 관련 책이 나오고, 다음 세대가 박종철과 1980년대를 기억한다면 미래로 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박종철 열사의 벗 최인호씨의 표현처럼 고인은 “무슨 씰데 없는 짓이야.”라며 순박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역사의 물줄기바꾼 죽음 어느해보다 마음 무겁다” 1987년 1월14일,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학생’ 이인영은 서울 삼청동 자취방에서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학교로 달려갔다.‘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공안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었다. 박 열사를 살려내라는 온 국민의 절규가 전국을 뒤덮었다.2·7 국민추도대회와 3·3평화대행진을 거치면서 ‘학생’ 이인영은 동료들과 스크럼을 짜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는 또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 의장을 맡으며 전국 학생운동을 주도하는 중심인물로 섰다. 그러나 5월27일 결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창립과정에서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6·10항쟁’을 지켜봐야 했다.‘학생’이인영은 거리마다 넘쳐났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호송차 안에서 들으며,‘아름다운 청년’ 박종철이 바꿔놓은 역사의 물줄기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12일, 당시 ‘학생’ 이인영은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박종철 열사 20주기’를 맞았다. 이 의원은 어느 해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20주기를 맞고 있다고 고백했다.‘정치인 이인영’에게 ‘박종철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박 열사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의 죽음이다. 보편적 가치가 왜곡될 때 국민의 폭발력이 어떠했는지 경험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어느새 ‘386’ 정치인들은 ‘무능’과 ‘오만’의 상징이 됐다. 이 의원은 “386의원들은 독재가 사라진 공간에서 시장의 왜곡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자,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386정치인들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왜곡하려는 시선도 많다는 것이다. 무능은 차치하고라도 이념이라도 지키고 있냐며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의원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때 맨 앞자리를 지켰던 사람들도 386정치인이었고 다들 추가성장을 말할 때 복지도 선순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우리였다.”고 항변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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