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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상이라던 원자바오, 웬 정상회담?

    “병 때문에 못 왔다고요? 그러면 그동안 이 많은 공식행사 참석은 뭡니까?” 중국 고속철도 추돌 참사의 여파가 ‘원예예’(溫爺爺·원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서민 총리’ 이미지로 국민적 신뢰를 쌓아온 원자바오 총리에게까지 미쳤다. 사고 발생 엿새 만인 지난 28일 현장을 찾아 “11일 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 오지 못했다.”고 한 해명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원 총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흔들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는 29일 원 총리의 ‘늑장 방문’과 와병을 놓고 네티즌들이 하루 종일 갑론을박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병석에 있었다.”는 원 총리의 설명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원 총리의 공식행사 참석 기록까지 등장했다. 실제 원 총리는 병석에 누워 있었다는 17~28일 외견상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지난 18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는 등 현장 방문 전날까지 외빈을 접견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각종 행사에도 참석했다. 한 네티즌은 “올해 오스카상을 받으려는 것이냐.”며 원 총리가 ‘쇼’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병상에서 이라크 총리와 회담했느냐.”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원 총리에게 변함 없는 신뢰를 보내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원할아버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라며 응원을 보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너희들이 믿건 안 믿건, 나는 원 총리의 말을 믿는다.”며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자오선’이라는 필명의 한 블로거는 “이미 70세 노인인 원 총리는 육체적으로 약하지만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다. 설사 아팠다고 하더라도 11일 동안 일을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원 총리는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을 비롯해 대형 재해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현장을 방문해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아 왔지만 홍콩의 정치평론가 위제(余桀)는 자신의 저서에서 원 총리를 ‘정치 조작에 능한 중국 최고의 연기자’라고 혹평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고 중상자 가운데 한 명이 전날 밤 숨져 사망자는 40명으로 늘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한화 “신성장동력 사업에 집중”

    한화그룹이 올 하반기 태양광과 바이오시밀러 등 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한다. 한화는 지난 25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상반기 실적을 검토하고 하반기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고 27일 밝혔다. 한화는 올해 상반기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로 19조 9000억원의 매출과 1조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연간 예상 매출액 41조 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채용의 경우 상반기 3200명에 이어 하반기에 2800명을 새로 뽑아 올해 초에 계획한 5200명보다 800명 늘어난 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투자는 당초 계획한 2조 2000억원 수준에서 이뤄진다. 한화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지난해 인수한 한화솔라원이 세계적인 수준의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로 발돋움했고, 7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하반기에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셀과 모듈 생산라인 증설 등 태양광과 바이오시밀러, 2차 전지 등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생명은 베트남에 이어 중국 및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시화, 수익다변화를 꾀하고 금융 네트워크의 시너지 확대를 통해 고객의 편의와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단일민족국가/이도운 논설위원

    노르웨이 연쇄 테러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는 범행 직전 공개한 ‘2083 유럽의 독립 선언’이란 제목의 문서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민자의 유입 없이 잘 조직된 교육체계만으로도 충분한 직업인을 배출했고,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비크는 한국과 일본을 단일민족국가로 간주하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20세기 이후 민족과 종교는 어찌 보면 국가 내부 간, 그리고 국가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의 ‘용장’ 티토는 발칸반도에 유고슬라비아라는 다민족(슬라브족, 세르비아족, 이슬람족, 게르만족), 다종교(가톨릭, 이슬람, 동방정교) 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그러나 티토 사망 이후 유고슬라비아가 6개 나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의 게르만계가 보스니아의 이슬람계 주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인종 청소’라는 참극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수단에서는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이슬람과 기독교 등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이 충돌하면서 무려 30만명이 희생되는 내전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같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아랍계 중동 국가들은 아리안계 페르시아 민족이 주축인 이란과 대립하고 있다. 여러 인종과 민족, 종교가 어우러진다고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우 원주민은 정치권력을, 화교는 경제권력을, 인도 출신은 전문직을 주로 담당하는 등 나름대로 공존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다문화 사회에 대비하라는 촉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단일민족국가 의식이 강하다. 지난해 2월 5일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국회에 출석, ‘1민족 1국가 체제’의 통일헌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기업 조직 내에서 ‘순혈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뿌리깊은 단일민족 의식의 방증이다. 이 때문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우리 정부에 “단일민족 국가의 인종적 우월성을 극복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하기도 했다. 테러 사건으로 노르웨이 전체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24일 연설에서 “우리는 더 큰 민주주의와 개방성, 그리고 인류애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에 이주민이 증가하고 다문화 사회로 바뀌는 길을 피할 수 없다면 고심 끝에 나왔을 스톨텐베르그 총리의 연설이 좋은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극단주의자 손 잡고 탄저균 확보 노렸다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32)가 유럽 테러에 대비해 대량살상무기(WMD)를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손을 잡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외신들은 브레이비크가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일시적인 ‘휴전’을 통해 탄저균 등을 입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범행 직전 웹사이트에 올린 1500쪽의 ‘2083:유럽 독립선언’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중동에서 그들의 국가를 장악하려 하고, 우리는 서유럽에서 우리의 국가를 장악하려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서 그는 탄저균을 실험하고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협조를 받아 100만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탄저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브레이비크는 또 선언문에서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소개했으며, 그의 부친 옌스 브레이비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과 말을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으며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브레이비크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10대 초반이던 1991년 서방의 다국적군과 이라크 간의 1차 걸프전쟁 때였다고 술회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그는 당시 이슬람 친구가 미군 부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에 환호하는 것을 보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선언문에 썼다. 이어 그의 성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르비아 폭격이었다. 당시 그는 세르비아계에 의한 알바니아 무슬림 학살에 공감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스스로를 ‘반이슬람 혁명’을 꿈꾸는 운동가 정도로 묘사했지만, 실상은 광인(狂人)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그는 ‘우토야섬 학살’에서 목표물에 맞으면 탄체가 터지며 납 알갱이 등이 인체에 퍼지게 하는 덤덤탄을 사용해 희생자들의 인체 내부에 끔찍한 내상을 입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이미지 연금술사’ 스핀닥터 그들은

    1996년 재선에 도전했던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여론조사 컨설턴트 마크 펜은 ‘사커맘’(soccer mo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자녀 교육에 헌신적인 중산층 여성들을 공략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클린턴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조치와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잇따라 공약으로 발표했다. 투표에 관심이 없던 여심이 움직였고 클린턴은 ‘전쟁 영웅’ 밥 돌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클린턴은 섹스 스캔들로 탄핵 재판에까지 몰렸지만 60% 안팎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클린턴의 핵심 선거참모였던 딕 모리스가 제시했던 ‘스몰 딜’(small deal) 전략이 비결이었다. 거대한 국정담론보다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성향을 아우르며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크 펜, 딕 모리스 등과 같이 정치 지도자의 측근에서 여론을 수렴해 정책으로 구체화시키거나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정치 전문가들을 두고 ‘스핀닥터’(spin doctor)라고 한다. 클린턴은 조지 스테파노폴로스·토머스 매커리 대변인, 선거 컨설턴트인 제임스 카벨 등 최고의 스핀닥터를 거느린 인물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피터 만델슨 현 기업부장관과 토니 블레어의 ‘부총리’로도 불렸던 앨리스테어 캠벨 전 총리실 공보수석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제3의 길’을 노동당의 새 진로로 채택해 1997년 노동당 집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집권 후에도 정권의 홍보 전략을 책임졌다. 그러나 스핀닥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역할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캠벨 전 공보수석은 2003년 영국 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위협을 과장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물러났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성찰과 준비 없는 ‘민주당 486’

    한때 ‘386’이라는 이름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엄혹했던 군사 독재 시절, 최루탄 자욱한 거리에서 함께 손을 잡았고 뒷골목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겪은 뒤 각 분야에서 조직 활동가로 일하며 그렇게 시대를 건넜다. 일찌감치 정치적 훈련을 받았고 기존 6·3세대나 4·19세대에 견줘 집단화된 세대이기도 하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이 등장했다. 386세대에 대한 기대였다. 물론 세대 교체 바람으로 자민련을 압박하고 내각제 논의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었다. 386세대들이 전면에 나선 후부터 정치권 지형 개편 때마다 세대 교체 슬로건이 나부꼈다. 40대 기수론 등이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정계 개편이라는 힘의 논리에 빠졌다. 386정신은 정치에 투영되지 못했다. 오히려 계파 정치에 얽매여 행동대장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0년 4·13총선 당시 ‘권노갑 장학생’ 명단엔 386정치인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랐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철회를 외쳤지만 끝까지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 이쯤 되니 수혈이 아니라 흡혈이라는 말마저 나왔다. 민주당 486그룹인 ‘진보행동’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복수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운영위원장인 우상호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는 총선의 얼굴이다. 구태의연한 사람은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에도 486 정치인이 3명이나 들어갔다.”고 말했다. 씁쓸했다. 한나라당의 세대 교체는 잇단 선거 패배와 지도부 공백 등 위기 타개책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황이 다르다. 세대 교체가 필요한 배경부터 어긋난다. 프랑스 6·8혁명 세대들은 이후 녹색당을 통해 생태, 환경 등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만들었다. 세대 교체에 걸맞은 비전과 콘텐츠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 486그룹은 10여년 동안 정치 중심부에서 주류로 있었다. 성찰과 준비 없이 뛰어드는 당권 경쟁은 패거리 정치와 다를 바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게이츠 전 美 국방장관 회고록·리더십 책 집필

    로버트 게이츠(67) 전 미국 국방장관이 오는 2013년 출간을 목표로 회고록과 리더십 관련서 집필에 들어간다. 출판사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게이츠 전 장관이 회고록과 리더십에 관한 2권의 책을 출간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게이츠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공화·민주 행정부에서 두 대통령과 일한 경험을 비롯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략과 이라크 주둔군 철수, 동성애자 군 복무 금지 정책의 폐지 등 재임 기간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다룰 계획이다. 또 미국 잡지 ‘롤링 스톤’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해임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전 사령관에 대한 뒷이야기도 담을 예정이다. 게이츠 전 장관은 리더십 철학을 담을 책에서는 미 중앙정보국(CIA) 말단 직원에서 국장에까지 오르게 된 경험을 토대로 리더십 철학과 훌륭한 지도자들에 대한 견해, 공공기관을 성공적으로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방법 등을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엔터프라이즈艦 취역 50주년] “어디든, 언제든 전 세계서 임무 수행”

    [美 엔터프라이즈艦 취역 50주년] “어디든, 언제든 전 세계서 임무 수행”

    “우리는 세계 어디든, 언제든 갈 수 있다.”(엔터프라이즈 사령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의 항공전력을 총지휘하는 테리 크래프트(해군 소장) 미 해군12항모전단 사령관은 15일 노퍽 해군기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유사시 엔터프라이즈가 파견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번 파견 임무에서 엔터프라이즈가 보여 준 유연성(해적소탕 등 임무의 다변화)이 훌륭한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훈련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에 쉽게 배치될 수 있고 어디든 등장할 수 있다. 그것이 항공모함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추가도발할 경우 엔터프라이즈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우리는 군 통수권자의 지시에 의해 파견된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언제든 명령을 수행할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작전(오디세이 새벽)에 엔터프라이즈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 베리함이 참여해 토마호크 미사일 10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엔터프라이즈는 이라크의 ‘새 새벽 작전’과 아프가니스탄의 ‘항구적 평화작전’에도 참여했으며, 특히 9개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 가담해 75명의 해적을 붙잡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엔터프라이즈에서 복무한 장병은 25만명에 이른다.”면서 “엔터프라이즈의 장수 비결은 배 자체가 아니라 수병들”이라고 했다.
  • 이라크 무장단체 “韓기업 공사중단”

    이라크 무장단체가 쿠웨이트에서 항만 건설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컨소시엄에 공사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케타에브 헤즈볼라’라는 시아파 계열 무장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인들은 이라크를 경제적으로 질식시키기 위해 항만을 건설하고 있는 쿠웨이트 정부의 처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타에브 헤즈볼라는 지난달 6일 이라크에서 미군 6명을 숨지게 한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공사 중단 요구를 받은 곳은 쿠웨이트 북부 부비얀 섬의 무바라크 알카비르 항만 건설 현장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공사를 수주했으며 지난 5월 공사에 착공했다. 공사 규모가 11억 3000만 달러나 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짓고 있으며 향후 리조트 등 배후 도시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이라크 정부는 그동안 국경 지역인 알카비르에 항만을 조성할 경우 이라크 해상 운송로가 더욱 협소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케타에브 헤즈볼라 성명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공사중단 요구 소식을 들었다.”면서 “지금으로선 왜 공사를 문제삼는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극도로 나빠졌지만 최근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상 경계 분쟁 등 갈등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상도·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 엔터프라이즈艦 취역 50주년] 세계 첫 핵 항모… 최강 ‘군사대국 파워’ 과시

    [美 엔터프라이즈艦 취역 50주년] 세계 첫 핵 항모… 최강 ‘군사대국 파워’ 과시

    “여러분, 저기를 보세요.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과연 저 멀리 항구 어귀에서 ‘항공모함의 전설’ 엔터프라이즈함(CVN-65)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이 ‘여성’(영어에서는 선박을 여성명사로 표현)의 등장에 두어 시간 전부터 부둣가에 나와 기다리던 5000여명의 장병 가족들은 일제히 부두가 떠내려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펼쳐진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귀항식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의 파워를 뽐내려는 애국주의와 뭉클한 가족애가 버무려진 미국 특유의 행사였다. 미 해군 2함대 측은 엔터프라이즈 취역 50주년을 맞아 이날 귀항식을 서울신문 등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1961년 11월 25일 취역한 엔터프라이즈는 항모 역사상 처음으로 50회 생일을 맞는 최장수 항모가 됐다. 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0년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베트남전, 이라크 ‘사막의 폭풍작전’ 등 미국의 현대 전쟁사에서 주역으로 영욕을 함께했다. 중국이 날로 군사대국화하는 추세에서 50년간 끄떡없이 임무를 수행한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귀항식에서 만난 수병 가족 스테파니 램스티는 “엔터프라이즈가 50살이 된 게 자랑스럽다.”면서 “엔터프라이즈가 50년 뒤에도 살아남아 100주년 기념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월 13일 노퍽을 떠나 지중해와 아라비아해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6개월 만에 모항(母港)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항공모함으로는 처음으로 해적 소탕 작전에 참여함으로써 전통적 항모 임무를 뛰어넘은 ‘유연성’을 발휘했다. 엔터프라이즈가 정박할 노퍽 기지 12번 부두에는 아침 8시부터 4600명의 항모 장병을 맞는 가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손에 아들이나 남편, 아빠의 이름을 적은 팻말과 성조기를 들고 있었다. 마이크 슈미츠(75) 부부는 외손자 크리스토퍼 랜돌트(23) 일병을 환영하기 위해 온 가족이 위스콘신에서 이틀을 꼬박 운전해서 왔다고 했다. 슈미츠는 “나도 해군이었다.”면서 “엔터프라이즈 수병인 손자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오전 10시 예인선 2척이 부두 앞으로 다가와 선박 화재 진압용 분수기를 하늘로 내뿜으며 가족들을 위한 쇼를 펼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쇼가 끝난 뒤 엔터프라이즈가 먼 발치서 모습을 드러냈다. 예인선 4척이 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엔터프라이즈 선체 앞뒤에 달라붙어 낑낑대고 있었다. 2함대 사령부 공보장교 마이클 시핸은 “몸집이 큰 항모가 좁은 부두에 정박하려면 엔진 출력을 최대한 낮추고 예인선의 물리적 힘만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외로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헬기 1대가 항모 상공 위에 떠서 예인을 지휘했다. 결국 거구의 엔터프라이즈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부두에 도달할 때까지 1시간이나 걸렸다. 항모가 다가오면서 수병들이 갑판 주위에 부동자세로 도열한 장관(壯觀)이 눈에 들어왔고, 가족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환호했다. 도착한 항모를 밑에서 올려다 보니 거대한 운동경기장 천장 같았다. 특이하게도 갑판 아래 옆 선체 부분이 개방돼 있었고 거기에도 많은 수병이 도열해 있었다. 항모 지휘부 건물 벽에 ‘USS ENTERPRISE’라는 글씨가 선명했고, 해골이 선글라스를 쓴 익살스러운 그림이 보였다. 그 아래 ‘비행기나 헬기가 내뿜는 추진가스에 주의하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이 배가 항모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회자가 “여러분, 엔터프라이즈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외치자 가족들이 열렬히 환호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어 항모에서 우렁찬 기적 소리가 울리자 수병들은 비로소 부동자세를 풀고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수병들이 땅을 밟기까지는 다시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거대한 항모를 밧줄로 고정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낮 12시쯤 부두에 접한 쪽 갑판이 엘리베이터처럼 아래로 꺼지더니 지상의 트랩 높이까지 내려갔다. 트레일러가 철제 다리를 갑판과 트랩 사이에 육교처럼 설치했다. 제일 먼저 엔터프라이즈 함장이 지상으로 내려와 2함대 사령관에게 거수경례와 함께 도착보고를 했다. 이제 4600명의 장병들이 항모에서 내릴 차례였다. 엔터프라이즈는 이날 추첨을 통해 뽑힌 수병 6명에게 제일 먼저 하선해 지상의 부인과 만나게 하는 ‘퍼스트 키스’(First Kiss) 이벤트를 했다. 커플들이 부두에서 감격적으로 상봉해 멋진 키스를 나누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이어 ‘뉴 파더’(New Father)가 된 수병 74명이 트랩을 내려왔다. 6개월간 바다에 나가 있는 사이 태어난 아기의 아빠들에게 상봉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출항 한달 만에 엔터프라이즈에서 딸 탄생 소식을 접한 제임스 존스(25) 상병은 강보에 싸인 딸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존스는 “가족들을 만나 정말 기쁘다.”면서 “버지니아에서 훈련을 거친 뒤 내년 3월에 다시 엔터프라이즈를 타고 임무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수병이 모두 하선해 가족과 함께 부두를 떠나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기지에 들어설 때는 엄청나게 크게 보였던 군함들을 부두를 떠날 때 다시 보니 엔터프라이즈의 체구와 비교돼 작은 보트처럼 보였다. 글 사진 노퍽(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같이 갑시다” 서먼 韓美연합사령관 취임

    “같이 갑시다” 서먼 韓美연합사령관 취임

    “같이 갑시다. 한국 사랑합니다.” 14일 한미연합·유엔군·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취임한 제임스 서먼 미 육군 대장은 서투른 한국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오전 서울 용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서먼 신임 사령관은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의 지휘관으로 온 것은 특권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1975년 소위로 임관해 합참부의장과 제4보병 사단장을 지낸 그는 독일 주둔 미 육군 5군단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비롯해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야전 경험을 쌓았다. 서먼 사령관은 이어 “한국전쟁을 통해 다져진 한·미 동맹은 그동안 강해졌고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라면서 “훈련을 함께하며 어떠한 도발이나 공격도 억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월터 샤프 전임 사령관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3년간 한·미 동맹은 북한으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았으나 리더십과 고생을 함께하며 동맹이 더욱 강해졌다.”면서 “어떠한 위협도 억제하고 필요시에는 물리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북한이 정책을 바꾸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면서 “그때 한·미 동맹이 북한을 도와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6월 부임한 샤프 전 사령관은 미국으로 돌아가 9월 전역할 예정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압박… 美, 파키스탄 군사원조 年 3분의1 중단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를 일부 중단했다. 연간 원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8억 달러 규모다.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이후 파키스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던 미국이 당근보다 채찍을 선택했다. ‘미국과 테러 단체에 양다리를 걸치지 말고 하나만 선택하라.’는 고강도 압박이다. 윌리엄 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10일(현지시간)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BBC는 미국이 파키스탄의 행동에 불쾌감을 표시하려는 목적으로 지원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빈라덴의 은신을 도왔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그동안 미국에서는 파키스탄 원조를 둘러싸고 회의론이 증폭돼 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전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손잡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파키스탄 고위 관계자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군사 원조를 줄여도 지난 10년간 구축한 중국과의 긴밀한 군사동맹이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도 미국의 압박에 몰렸다. 리언 패네타 신임 미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라크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는 11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 연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패네타 장관은 기자들이 미군 주둔 기간을 연장하도록 압박할 것이냐고 묻자 “그들이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의 연장 요청이 없는 한 올해 말까지 4만 6000여명의 미군을 철수시킬 계획이다. 다만, 패네타 장관은 시아파 무장단체가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무기로 미군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미 많은 미국인이 숨졌다면서 “우리는 이런 위협을 독자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지난해 8월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 종료를 선언한 뒤 1년 만에 다시 독자적인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군 주둔 연장은 양국 모두에 부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시아파와 연정을 구성한 알말리키 총리도 연장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라크의 치안 상태는 여전히 위태롭다. 지난달 사망한 미군은 15명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국회의원 추첨으로 뽑게 된다면…

    국회의원 추첨으로 뽑게 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청 앞 광장이나 청계천 광장은 수 만 개의 촛불로 환히 밝혀지곤 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국제법 위반에, 명분도 없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탄핵하는 사태에 분개할 때도 모였다.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인하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도 모였다. 또 졸속적인 외교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때도 촛불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밤하늘에 내질렀다.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 시민들이 부르던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다지만, 소통 부재의 상징과도 같은 ‘명박산성’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고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막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법을 만들고 바꾸는 고유한 역할을 가진 국회 또한 민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몇 차례 촛불집회를 통해 특정한 정치 이슈에 직접 참여하며 그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의 결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여는 절실해도 방법은 제한적이다. 흔히 드러나는 방법은 시위다. 아무리 유쾌하고 즐겁게 해도 경찰의 몽둥이와 방패, 물대포 세례는 감수해야 한다. ‘집시법’, 도로교통법 등 갖다 붙이면 되는 실정법 위반으로 경찰서 철창 또는 감옥행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참가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단히 높은 결의를 요구하는 방법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민투표, 주민소환제, 주민발의제 등이 시행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원 서명이 조작, 대필 논란을 낳고 있거나 제주도의 주민소환제가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듯, 직접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주민발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발의운동이 펼쳐질 때마다 다국적 자본이나 대기업 등의 이익집단이 막대한 돈의 위력을 앞세워 이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각성된 시민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투표율을 끌어올려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대표자’를 뽑자는 주장이다.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몇 년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보았듯 그조차 또 다른 선출자(입법부)에 의해 언제든지 전복될 수 있다. 선거 때면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이 필요하고,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부패의 고리 안에 엮이게 되고, 재벌이나 특정 이익집단 등에 휘둘리는 국회, 정쟁으로 점철되며 냉소와 무관심을 자초하는 국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추첨 민주주의’(손우정·이지문 옮김, 이매진 펴냄)는 ‘무작위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자고 제안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현실화다. 대단히 담대하거나 아니면 황당할 정도로 엉뚱한 정치적 상상력을 진지하게 펼쳐 나간다. 책에 따르면 무작위로 추첨해서 국회의원을 선발할 경우 궁극적으로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계급·계층별 비례가 반영된다. 추첨 의원들은 진정한 국민 전체의 대표성을 가짐으로써 ‘직접 대의’(direct-representation)가 가능해진다. 지나치게 복잡한 법안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정되고 제정될 수 있으며, 소수정당의 활동 공간도 넓어질 수 있고, 젊은 의원이 늘어나 획기적인 세대교체가 가능하며,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 시민사회의 영역이 늘어나는 등 무수한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사상가 샤를 몽테스키외(1689~1755)는 “추첨에 의한 선발은 민주정의 특성이요, 선거에 의한 선발은 귀족정의 특성이다. 추첨은 각각의 시민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희망을 준다.”고 얘기한 바 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82) 박사 역시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대표자를 통한 간접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일찌감치 내다봤다. 그런데 왜 시행되기는커녕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을까. 책을 함께 쓴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생태환경운동가이고, 마이클 필립스는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명예교수다. 이들은 추첨으로 선발되고 연임이 불가능한 의원들이 경험을 쌓기 어렵다는 문제점, 뛰어난 입법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시민들의 통제를 받을 수 없게 되며 경솔하고 무책임한 의정활동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부정부패에 노출될 위험성 등 여러 반론들을 스스로 던진다. 그리고 꼬박꼬박 반박한다. 임기를 3년으로 하되 매년 3분의 1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며, 배심원제 운영 원리를 의원 추첨제에 준용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큰 걸림돌이야말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팽배한 지배 엘리트주의에 대한 막연한 추종,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계층에 대한 비하 의식, 무작위 추출이 갖고 있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수학이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음을 들며 논박한다. 또한 흑인이나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자 할 때 제기된 우려와 반대 논리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음을 얘기하며 추첨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추첨 민주주의’를 번역한 이지문(43)씨는 1992년 당시 육군 중위 신분으로 군대 부재자투표 부정선거를 양심선언한 인물로 구속, 일병 불명예 제대, 대기업 입사 취소 등 고초를 겪었다. 삶의 관성, 제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담대한 상상력이자 구체적인 용기다. 1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홍명보호 vs 사우디·카타르·오만…런던행 죽음의 A조

    ‘중동 모래바람을 뚫어라.’ 한국은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최종(3차)예선 조추첨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죽음의 조’에 편성되면서 7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도 가시밭길이 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중동팀이라 장거리 이동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올림픽대표팀 간 상대 전적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1무1패)와 카타르(2무1패)를 이겨보지 못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껄끄럽다고 지목했던 상대다. 오만과의 올림픽팀 상대전적에서 2전 2승으로 우세한 게 위안거리다. 홍 감독은 “세 팀 모두 중동국가여서 원정 준비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최종예선에서 쉽게 생각할 경기는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런던올림픽 본선에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9월 21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총 6경기를 치른다. 조 1위는 런던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조 2위 세 팀은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2위 중 승리한 한 팀이 아프리카지역 예선 4위팀과 대륙간 PO를 거쳐 마지막 런던티켓의 주인공이 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편성 ▲A조=한국·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 ▲B조=호주·이라크·우즈베키스탄·아랍에미리트연합(UAE) ▲C조=일본·바레인·시리아·말레이시아
  • 군축 의장국 北, 핵 보유국 행세 속셈?

    북한이 지난달 28일 한달 임기의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CD) 순회 의장국을 맡은 데 대해 미국 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1996년 CD에 한국과 동시 가입한 북한은 2001년 8월 순회 의장국을 맡을 차례였으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장직을 포기했었다. 이라크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을 집중 제기한 2003년 2월 의장직을 포기하는 등 뒤가 구린 나라들은 그동안 의장국 맡기를 꺼려 왔다. 반면 한국은 1998년 3월 의장직을 맡은 바 있다. 6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CD는 영어 알파벳 순으로 매년 6개 나라가 4주씩 의장국을 맡는다. 그동안 한번도 의장국을 맡지 않았던 북한이 이번에는 의장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당당하게’ 핵 보유국 행세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서세평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군축회의에서 “회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30일 “회원국들이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북한이 의장국으로서 실질적으로 CD를 농락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선 CD 자체가 유명무실한 회의체가 됐기 때문이다. CD는 1994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체결할 때가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 조약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자로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된 44개국의 비준이 있어야 공식 발효되는데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 비준을 하지 않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 CD는 핵 보유국들의 입장 차를 좁히는 데 한계를 드러내며 지난 10년여간 ‘식물기관’으로 연명해 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국방장관 앞에 도열한 대통령

    대통령도 참석했고, 부통령도 참석했다. 강대국 정상을 환영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부하’인 장관을 환송하는 자리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퇴임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국방부 뜰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오바마는 게이츠에게 “겸손한 애국자이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 가운데 한 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공화당원인 게이츠가 민주당 대통령인 자신의 밑에서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 데 대해 오바마는 “당파성보다는 국가에 대한 헌신을 앞세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오바마는 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게이츠에게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도 벌였다. 오바마는 “이렇게 매우 특별하게 인정하는 것 외에 국가가 감사를 표현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게이츠는 감격스러운 듯 “커다란 영광이며 감동”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퇴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자유의 메달이라는 오바마의 ‘깜짝 선물’에 대해 지난 5월 극비리에 진행됐던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빗대어 “당신(오바마)이 이런 비밀 작전에 능통하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았어야 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게이츠는 자신을 국방장관에 처음 임명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외교안보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엄청난 여성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는 국방부를 떠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이츠와 나란히 걸으며 마지막 한 걸음까지 배웅했다. 대통령 임기 중 개각을 거의 하지 않는 미국은 장관이 임명되거나 퇴임할 때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소개하거나 환송해 주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다. 하지만 이날 게이츠 환송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예우라 할 만했다. 게이츠가 민주, 공화 양당으로부터 두루 존경받는 인품의 소유자인 데다, 아프가니스탄 조기 철군을 앞두고 군의 사기를 각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등 인기 없는 전쟁을 묵묵히 수행한 데 대한 미안한 감정도 섞여 있을 수 있다. 오바마와 부인 미셸 여사는 전날 게이츠 부부에게 백악관에서 고별 만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국방장관으로 역사에 남을 게이츠는 퇴임식을 마친 뒤 군용기를 이용, 부인과 함께 서부 워싱턴주의 한적한 호숫가에 있는 자택으로 떠났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라크·아프간 파병 4년간 짓눌려왔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군 병사들에게 국방장관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퇴임을 하루 앞둔 이날 그는 “지난 4년 반 동안 우리는 2개의 전쟁과 셀 수 없이 많은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여러분의 헌신과 용기, 기량이 미국을 안전하게 지켰고, 이라크전은 성공적인 결말을 이뤘으며, 마침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세를 뒤집게 됐다.”고 장병들의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특히 “지난 4년 반 동안 나는 여러분을 파병하는 명령들에 서명했고, 그 명령들의 대부분은 험지로 보내는 것이었다.”면서 “이는 나를 매일 짓눌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여러분의 곤란과 어려움, 희생을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며서 “개인적으로 여러분 개개인 모두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여러분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분을 이끌고 봉사한 것은 내 일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면서 “여생 동안 날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겠다.”는 말로 고별사를 맺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영화프리뷰] ‘초(민밍한)능력자들’

    [영화프리뷰] ‘초(민밍한)능력자들’

    상사와 바람난 아내에게 뭔가를 증명하고 싶었던 기자 밥 윌튼(이완 맥그리거)은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로 떠난다. 어느 날, 묘한 분위기의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난다. 캐서디가 털어놓는 얘기는 황당 그 자체. 자신이 초능력자로 구성된 미 육군 비밀부대 ‘뉴 어스 아미’의 일원이라는 것. 적의 생각을 조종하고 원격 투시나 투명인간, 벽을 통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윌튼은 허무맹랑하게 여기면서도 기자의 본능이 발동한다. 자취를 감춘 ‘뉴 어스 아미’의 창설자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를 찾는 캐서디의 비밀임무에 동행한다. 새달 7일 개봉하는 ‘초(민밍한)능력자들’(원제: The Men Who Stare at Goats)은 론 존슨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염소를 노려보는 남자들’을 영화로 만들었다. 저널리스트인 존슨은 2000년대 들어 기밀이 해제된 미 육군 극비문서와 인터뷰를 통해 책을 완성했다. ‘이것은 실화다’란 문장으로 시작되는 책(영화는 ‘이것은 의외로 사실인 것이 많다’는 자막으로 시작된다)은 미 육군이 특수부대를 만들어 황당한 초능력 훈련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환상적인 캐스팅만으로도 끌린다. 클루니와 맥그리거, 브리지스, 케빈 스페이시가 받은 아카데미 주·조연상 트로피가 4개, 후보 지명만 12차례다. 자신을 ‘스타워스’의 제다이라고 생각하는 클루니는 물론, 뉴에이지 운동에 심취해 초능력부대를 창설한 브리지스, 질투심에 불타는 쫀쫀한 초능력자 스페이시(래리 후퍼)는 힘을 빼고 천연덕스럽게 몸 개그를 펼쳐 보인다. 물론 화려한 특수효과나 액션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대놓고 웃기지도 않는다. 외려 부지런히 잽을 던지는 부조리극에 가깝다. 빵 터지는 웃음보다는 ‘풉~’하는 실소를 연발하게 한다. 정말 초능력자 부대가 존재했는지는 믿거나 말거나. 냉전시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초능력자 부대를 만든다거나 이라크 전쟁에서 헤비메탈 음악으로 군인의 잠재의식을 조정하려고 하는 등 비이성적인 광기를 유쾌하게 꼬집는다. 북미에서 2009년 11월에 개봉했다. 제작비 25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6896만 달러를 회수했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카고 선타임스의 로저 에버트는 별 4개 만점에 3개 반을 부여했다. 온라인 영화사이트 릴뷰스의 제임스 베랄디넬리는 별 3개(4개 만점)와 함께 “영화를 보는 동안 몇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 준 진지한 현실감은 날 울고 싶게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의 조 모겐스턴은 “이 영화가 겉보기처럼 재미없고 이상할 정도로 감상적이지 않을까 우려할 것이다. 보고 나면 당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갈수록 교묘해지는 중동 테러수법

    이라크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상습적 테러 위협에 시달려 온 중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테러 공격에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테러범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한가로이 주변을 지나던 자전거가 폭발하는 등 일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수법 앞에서 시민들은 잔뜩 겁에 질렸다. 탈레반 등 이 지역 테러 조직은 무력 시위를 통해 “세력이 위축됐어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고 호언한다. 아프간 출구 전략 및 파키스탄과의 공조 회복 등을 꾀하는 미국은 새로운 골칫거리 앞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26일(현지시간) 휠체어를 이용한 자폭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2명 등 3명이 숨졌다. 휠체어를 탄 테러범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타르미야의 경찰서를 찾아가 “테러로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민원인처럼 행세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카심 칼리파 타르미야 시의회 의장은 “범인이 실제로 장애인인지, 아니면 보안요원의 시선을 돌리려고 휠체어를 탔는지 불명확하다.”면서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경찰이 몸수색을 철저히 하지 않았고 무방비 상태로 경찰서 대기실에 들여 보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드즈주의 한 시장에서는 지난 24일 자전거를 이용한 폭탄테러가 발생, 경찰 1명 등 모두 6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 수법뿐 아니라 테러범들의 신분도 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접경지역인 와지리스탄에서는 지난 25일 부부로 이뤄진 테러팀이 이 지역 경찰서를 자폭 공격해 경찰 7명 등 모두 8명이 숨졌다. 이 부부는 부르카(전신을 덮는 이슬람 전통 의상) 안에 소총과 수류탄, 폭탄 조끼 등을 숨긴 채 경찰에 항의할 것이 있는 것처럼 속여 경찰서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경찰서 직원을 붙잡고 몇 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자폭했다. BBC방송은 파키스탄에서 부부가 자살 폭탄테러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 측은 이번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공격은 지난달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따른 복수다. 우리는 기존과 다른 (공격) 전략을 쓸 것”이라고 협박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2일 빈라덴이 미국 특수부대에 사살되자 보복을 공언하고는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잇단 테러를 벌여 왔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에서는 지난 25일 여덟 살된 여자 아이가 폭발물이 든 줄 모르고 반군이 건네준 가방을 든 채 경찰서 인근으로 이동하다가 폭발해 숨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美 유권자 45% “차기에 오바마?… N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현재 경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34%에 그쳤다. 향후 2년 안에 미국의 실업률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인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한 응답자는 10명 가운데 1명도 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3분의1도 되지 않았다. 앞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이달 초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5%, 오바마 대통령을 찍겠다는 응답이 39%로 나타났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최대 관건으로 작용할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재선을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초 내년 연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3만명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에서 내년 여름까지로 기간을 앞당기고 인원도 3만 3000명으로 더 늘려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국내 분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으로 미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대규모의 아프간 철군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에 지난 10년간 모두 1조 3000억 달러가 투입됐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경제사정이 악화됐다는 점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앞서 미국 시장협의회는 지난 20일 결의문을 내고 미국이 더 이상 해외에서 치르는 전쟁에 많은 돈을 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조 맨친 민주당 의원은 상원 의회연설에서 “아프간 재건을 위해 더 이상 미국 내 일자리나 복지 프로그램을 줄일 수 없다.”면서 “미국을 재건할 것인지, 아프간을 재건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재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군사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요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한편 이날 오바마의 철군 발표 수시간 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아프간 주둔 프랑스군 4000명을 점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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