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폭동」이 미국에 안겨준 짐
◎「빈부의 골」 메워줄 복지청사진 마련 고심/소수민족의 박탈감 해소할 방안 시급/중산층 떠난 도심슬럼화 예방도 긴요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사태가 일단락됨에 따라 미국내에선 도시공동화등 그동안 미국 사회에 잠복해온 사회경제·복지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번 폭동이 발생한후 여론의 표적은 초반엔 로드니 킹사건의 평결에 대한 비판과 살상,방화,약탈등 폭력에 대한 혐오및 법과 질서의 존중에 집중되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사회가 현재 안고있는 본질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관심표적의 이동은 지난 30년간 계속되어온 도시의 공동화현상에서부터 인종간의 갈등,실업문제,빈곤계층에 대한 생계지원,의료보장등 사회복지정책전반에 관한 재검토를 부시행정부에 요구하고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부각된 이러한 복지정책문제는 공화민주 양당간의 보수진보성향을 더욱 증폭시켜 정책대결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사회,좁게는 미행정부가 당면하고있는 사회복지정책문제의 핵심은 복지수요는 점증하고있는 반면 이를 충족시켜나갈 재정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데다 빈곤계층에 대한 보조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될 우려가 있는데 있다.
지난 60년대 후반 왓츠,디트로이트 폭동사건이후 당시 존슨 민주당 행정부가 주창,시행한 「위대한 사회」프로그램(빈곤퇴치 계획)이 지금까지 미국의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뤄왔으나 이 정책의 부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도심의 빈민화,빈곤계층을 중심으로한 각종 사회문제의 빈발등 본질적인 해결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위대한 사회」계획에서 출발했던 65세이상 노령자에 대한 의료보험제도,빈곤층에 대한 생계지원 제도등은 비교적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를 받고있고 공화당정부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60년대 35%에 달했던 빈곤율은 70년대는 25%로 줄어들었고 오늘날에는 다시 12%로 줄어든것으로 관련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당시에는 이같은 사회복지정책이 납세자들의 부담이 덜 되었으나 최근 수년간 불황이 계속되자 사회복지분야의 재원분배확대를 위한 증세는 중산층이상의 반발을 불러왔다.레이건부시로 이어진 지난 12년간의 공화당 행정부는 이러한 중산층이상의 기류를 정책에 반영,빈곤층에 대한 직접적인 무상보조는 가급적 억제하면서 고용창출,주거여건개선등 간접적인 지원방식을 모색하는등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사회복지예산의 급증은 공화당행정부의 이같은 정책방향을 더욱 촉진시켰다.이를테면 지난 67년에 34억달러였던 노령자의 의료보험예산은 금년엔 1천2백90억달러로 늘어났고 당시 17억달러로 족했던 저소득자및 신체장애자의 의료보장예산은 올해엔 1천40억달러에 달했다.
또한 그동안의 사회복지정책에도 아랑곳없이 도심은 점점 빈민층의 집단거주지로 변해 범죄·마약·소수 인종간의 갈등 현상이 심화되어갔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20년간 「중산층의 도심탈출현상」이 계속돼 도시는 점점 비백인계의 비율이 높아가고 있고 실업률도 도시가 도시 외각지대보다 훨씬 높다.뉴욕시의 경우,70년엔 22%에 불과했던 비백인계가 90년엔 절반에 가까운 48%로 급증했고 마이애미는 20년전 15%에서 지금은 35%로 늘어났다.이러한 수치는 곧 도시는 점차 흑인·남미계·아시안등 소수인종이 늘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들간의 갈등 소지가 그만큼 늘어날수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부시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 폭동사태로 부각된 이같은 사회복지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무엇인가 미국 국민들에게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더구나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자리를 굳힌 클린턴이 공화당행정부의 복지정책부재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고 이에대한 여론의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대통령은 8일 이틀간에 걸친 LA방문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결코 현상유지로 되돌아 가서는 안된다』고 다짐함으로써 도시 빈곤계층에게 생활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복지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시사했다.그의 청사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표의 향방도 크게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