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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산층 복원으로 갈등의 골 메워야

    중도세력 강화론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 첫걸음을 서민에게로 뗀 모습이다. 어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두라.”고 당부한 데 이어 곧바로 서울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것이 그의 코먼스 프렌들리(commons friendly), 서민친화적 행보를 예고한다.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에서 건진 값비싼 교훈이자,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지금 우리는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10년째 중산층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소득 불균형 지표인 지니계수가 지난해 0.325를 기록하며 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 그런가 하면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국민총생산(GDP)의 27%에 이른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도 나와 있다. 이념적 대립을 비롯한 사회갈등의 상당 부분이 계층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계층간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한, 중산층을 되살리지 못하는 한 국민 화합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중산층 복원이 곧 중도세력 강화의 첩경인 것이다.이 대통령이 꺼내 든 친서민 행보도 결국은 중산층 복원에 지향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재래시장을 찾아 영세서민의 애환을 들으며 흐트러진 민심을 보듬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멀리 내다보고 구체적 비전과 면밀한 정책방안을 마련해 서민 생계를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이들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들이 펼쳐져야 한다.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각종 서민대책을 꺼내 들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럽다. 혹여라도 서민을 위한 행보 속에 서민에 기대어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는 의도를 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수 국민들은 이를 가려낼 눈을 지니고 있음을 여권은 명심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 생활정치 통해 ‘중도강화론’ 실천

    생활정치 통해 ‘중도강화론’ 실천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이문동의 한 골목상가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한 뒤 곧바로 서민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민고통 생각하면 마음 아파 이 대통령의 민생현장 방문은 지난달 20일 경기 안성에서 모내기를 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이다. 최근 경제난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서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챙기려는 취지로 여겨진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중도’ 개념과 관련,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논쟁을 뛰어넘어 손에 잡히는 ‘생활정치’를 통해 이른바 ‘MB다움’으로 복귀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한국외국어대 인근 골목상가는 최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소상인들이 고통받는 곳이다. 이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한 ‘중도강화론’을 실천하기 위한 첫 현장점검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과 함께 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10㎡ 남짓한 구멍가게와 빵집, 떡볶이집, 과일과게, 식품가게 등에 들러 상인들을 위로했다. 특히 지역상인, 상인 대표자들과 함께 골목식당에서 불낙버섯전골을 함께 하면서 시장경영지원센터, 슈퍼마켓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대표 등으로부터 건의사항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더라도 서민이 제일 마지막까지 고통받는다.”며 “서민들은 앞으로 1, 2년 더 고생을 해야 하니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여의도 금융민원센터에서 일일상담원으로 활동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밥장사 하는 분이 사채를 100만원 빌려 썼는데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조사를 시켰다.”면서 “어제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보증 3조원으로 확대 이 대통령은 슈퍼마켓과 영세상인의 갈등과 관련,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식은 안 되니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없는지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양측의 해법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지방에 갔더니 상공인과 마트가 의논해 어떤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서울 권역을 나눠서 직거래해 나눠서 팔고 하면 마트보다 더 싸게 팔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 대통령은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소상공인 보증규모를 3조 3000억원 확대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영세상인 간 ‘사업조정제도’를 검토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골목상가 방문은 사회안전망 구축, 서민들에 대한 배려에 끊임없이 신경쓰고 노력하는 ‘MB다움’으로 복귀하는 사실상의 첫 행보로 보면 된다.”며 “앞으로도 정책연계형 행보를 통해 ‘중도·실용’의 개념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중도 비교우위 좀 더 살렸으면”

    “중도 비교우위 좀 더 살렸으면”

    서울신문 제30차 독자권익위원회가 24일 오전 7시30분 ‘국제, 외교와 북한문제’를 주제로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독자권익위 김형준(명지대 교수·정치학) 위원장과 이청수(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문형(산업연구원 연구위원)·박연수(소방방재청 차장)·이영신(이화여대학보사 편집국장) 위원이 나와 서울신문의 정치·외교·국제 보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본사에서는 이동화 사장을 비롯해 김인철 미디어연구소 부소장, 편집국 구본영 수석부국장, 곽태헌 정치부장, 김규환 국제부장, 손석구 미디어연구소 CRM 팀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일 후계 문제 신중히 접근을” 위원들은 최근 이슈가 된 김정일 후계자 및 개성공단 등 북한·외교 문제와 관련해 독자의 정보 욕구와 언론의 정도(正道), 국익이 지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를 했다. 특히 김정운 사진 오보를 낸 일본 아사히TV와 관련해 우리 언론이 김정일 후계 문제에 좀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청수 위원은 “일본 언론이 흥미 위주로 김정운이 다닌 스위스 베른학교, 어디 살았는지 등을 다뤘다.”면서 “우리 언론에는 3대 세습 과정에서 수반되는 위험, 부정적 측면 등 분석적 기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이영신 위원은 “북한이 전체주의 국가라서 취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하는 데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취재 경로까지 밝힌다면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원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차별적 접근도 주문했다. 박연수 위원은 “개성공단 문제는 전부 밖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 쓰느라 차별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영신 위원도 “북한학 전공자들에게 주로 북한 문제를 듣는데 국제협상 전문가에게 듣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위원장은 “얼마 전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식이 있었는데 전 정권의 일이라서 그런지 너무 소홀하게 취급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반정부 시위 등 국제 이슈와 관련해 해당국의 역사와 배경에 대한 해설을 통해 국제 기사의 심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욱 다양한 의견 다루기를”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서울신문의 역할론도 강조됐다. 김형준 위원장은 “남남갈등이 언론에 의해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들은 이념 갈등을 작게 생각하는데 언론은 크게 다룬다.”고 지적했다. 이영신 위원은 “우리 언론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논객을 고른다.”면서 “중도적 입장의 서울신문은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만큼 다양한 의견을 지면에서 다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문형 위원도 “우리 사회에는 중도가 많지만 신문에서는 중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서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보수 논객을 함께 초청해 좌담회를 갖는다면 어느 신문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들은 또 특파원들의 차별화된 취재를 당부하며 통신원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서울광장] 공공기관장 평가의 역설/박재범 논설실장

    [서울광장] 공공기관장 평가의 역설/박재범 논설실장

    지난주 정부는 차일피일 미뤄진 공공기관장 92명에 대한 경영평가를 마무리지었다. 이 결과 4명의 기관장이 해임 대상으로 지목됐다. 결과 발표 이후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3월 서둘러 출범한 평가단이 고작 2개월 남짓 짧은 기간에 수많은 기관을 평가한 것 자체가 졸속이라는 게 비난의 주된 내용이다. 이는 온당치 못하다. 평가 역량은 몇 년 새 잘 갖춰져 있다. 실행키만 누르면 될 정도로 준비가 된 상태였다. 힘세고 ‘빽’ 좋은 기관은 빠져나갔다는 지적도 오해라고 본다. 그 이유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고유의 사업장이나 부지 공장 등 유형의 사업영역을 갖고 있기에 투입과 산출의 계량화가 쉽다. 또한 덩치가 큰 기관은 ‘숨을 곳’이 많아 노사갈등이 겉으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평가단 역시 회계사 등 경영전문가 일색이어서 이런 식의 실적 평가에 능숙하다. 이렇기에 기획재정부의 주도로 치러진 평가에서 중후장대한 장비와 인력, 사업장을 갖춘 기관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전혀 흠잡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문화에 대한 천착이 실종됐다는 부분이다. 이번 평가대상은 주로 과천 경제부처 소관 기관들이다. 예술의 전당과 영화진흥위원회 등 서너 곳만이 세종로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할이다. 이들의 점수는 모두 나쁘지만, 특히 영진위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따져 볼 여지가 있다. 영진위는 고유업무, 즉 사업지원에서는 중상위를 차지했으나 노사관계인 경영선진화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연하다. 영화계야말로 이념 대립이 가장 뜨거웠던 분야 중 하나인 탓이다. 영화계에서는 10여년 전 뜬금없이 기존질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를 주도한 몇몇 영화인들은 당시 정권 창출 이후 영화계의 주요자리와 돈줄을 장악했다. 누구를 통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식의 소문이 횡행했다. 이런 일이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항만공사, 마사회, 석유공사 등 다른 분야에서 있었을까. 만일 육군 사단이 이번 평가대상이었다면 몇 점이나 나왔을까. 보나마나 0점이다. 안보관련 기관을 경영의 잣대로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 없듯이 문화 분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게다가 영진위의 경우 사실 작년 9월 이후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번 평가는 고작 너댓 달의 성적표다. 물론 영진위 스스로 기존의 노사관계를 바꾸려는 적극적 시도가 부족했다. 이념갈등이 첨예하다는 핑계에 분명 기댔다. 그렇다고 해도 기재부는 평가항목을 작성할 때 대차대조표뿐 아니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항목을 마련했어야 했다. 적어도 평가단에 문화관련 인사를 한둘이라도 포함시켰어야 했다. 선진국을 보면 세계적인 기업의 수에 못지않게 문화계의 강자도 많다. 선진화는 경제와 문화의 두축으로 이뤄진다. 이번 평가가 문화분야를 단순 계량화의 늪에 빠뜨린다면, 문화의 선진화는 커녕 후퇴가 초래될 것이다. 교각살우이고, 공공기관 개혁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문화기관의 점수는 해당분야의 맹성을 촉구하는 용도에 그쳤으면 싶다. 나아가 내년에는 천민자본주의의 싸구려 문화를 불식시키고 품위와 격조 높은 선진형 문화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발하기를 바란다. 문화 전반에 대해 시각을 새롭게 다져야 할 시점이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 [모닝 브리핑]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8월 발족

    이념·계층·지역·세대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오는 8월 중 발족한다. 위원회는 ▲사회 갈등 해소 ▲차별 요소 제거 ▲양성 평등 구현 등을 목표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앞으로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경쟁력위원회와 사회 분야를 맡을 사회통합위원회가 각각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이라는 양대 축을 놓고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검찰·국세청 조직에 변화줘야”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내정 인사와 관련, “조직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인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찰은 법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하고 기존의 수사관행에 무엇이 문제가 있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일부에서 검찰의 수사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는 것과 관련, 개선할 점이 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국세청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른바 국세행정의 개편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외부 출신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세청장으로 낙점됐기 때문에 국세청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대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국세행정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국세청 개혁을 준비해 왔다. 개혁안에는 ▲외부 감독위원회 신설 ▲지방국세청 폐지를 통해 조직 구조를 본청-세무서 2단계로 축소 ▲납세자와 직접 접촉을 줄이는 ‘비대면 세무행정’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중도 강화론’을 새롭게 내세웠다. 최근 우리사회의 이념 갈등 양상에 대해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나치게 좌·우, 진보·보수라고 하는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이 아니냐.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취임 초부터 내세웠던 ‘중도 실용’을 앞으로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정국혼란이 지나친 이념 갈등과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중도 실용주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념 문제를 우회하겠다는 구상으로 여겨진다. 보수 진영을 다독이고, 소통복원을 내세워 진보진영도 끌어안는 중도 실용주의를 국정운영의 철학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여권 쇄신론 재점화

    여권의 쇄신론이 재점화됐다. 청와대가 인적쇄신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내 쇄신파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여권내 갈등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권영진·김성식 의원 등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인적쇄신은 국면전환용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국정운영과 국민통합을 알리는 청신호가 돼야 한다.”면서 “조속한 단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靑·내각 인적쇄신 조속히 단행해야” 또 탈(脫)이념과 중도실용의 국정기조 재확립도 요구했다. 관리형 당 대표 체제의 종식과 지도부 면모 일신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촉구하면서 “박희태 대표와 당 지도부는 국정쇄신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국정동반자 약속’ 이행 등을 대통령에게 직(職)을 걸고 건의한 뒤 용퇴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모임의 공동간사인 김 의원은 “민심은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고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형’을 넘어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범여권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을 폭넓게 기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민본 21’이 발표한 쇄신안에는 공정한 공천제도 확립, 오는 10월 재·보궐선거 공천 시 청와대 영향력 배제, 강제적 당론 금지, 사회적 이슈와 정책현안에 대한 국회 청문회 및 국정조사 적극 활용, 능력 위주의 당직 탕평인사 등이 담겼다. ‘민본 21’이 마련한 쇄신안은 이제까지 논의됐던 국정쇄신과 당·정·청 쇄신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A4용지 20쪽 분량이나 됐다. ‘민본 21’은 이를 당 쇄신특위에 제출했으며 곧 청와대와 박희대 대표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다. 쇄신특위는 이번주 초 쇄신안을 최종 확정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공식 건의한다. 쇄신특위의 안은 국민통합과 민생중심으로 국정 운영기조 전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쇄신 및 청와대 개편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친이 ‘성명파 7인’ 활동 재개 움직임 권력 핵심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강성의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쇄신 성명파 7인’도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경 쇄신파는 쇄신특위의 안이 전달된 뒤 청와대 반응을 지켜보며 공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경파는 청와대의 조치가 기대에 못 미치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당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본 21’의 쇄신안이 나온 직후 “새로운 게 없다.”면서 “스스로를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것도 없지 않으냐.”며 평가 절하했다. 조해진·김영우·강승규 의원 등 온건 성향의 친이 직계가 주도하는 초선 48명도 이번주 초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강경파가 주도하는 쇄신론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여 친이 내부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감지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설] 욕설과 저주의 문화 탈피해야

    원주시 시정홍보지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담은 만평이 실려 물의를 빚고 있다. 만평의 ‘이명박 죽xx’‘이명박 개xx’같은 문구들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덕수궁 돌담엔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논란이 되고 있다. 현 정권과 대통령을 ‘학살정권’ ‘살인마’로 적은 내용이 위험수준을 넘었다. 공공출판물·장소에서의 국가원수와 체제를 향한 극한표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적 권리이다. 우리 헌법 제21조도 엄연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명예며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표현권은 인정받을 수 없음을 우리는 분명히 지적한다. 파급력 큰 출판물과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국가원수를 욕하고 체제를 공격하는 행위를 마땅히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원주시 홍보지는 엄연한 공공출판물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욕설을 썼고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는 해명에도 국가원수에 대한 공공출판물 속의 저질 욕설은 비난받을 만하다. 덕수궁 현수막도 시민들의 항의에 서울시·중구가 노 전 대통령 분향소측에 뒤늦게 철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상식수준을 뛰어넘은 현수막을 방치한 늑장대응은 문제가 있다. 경직된 남북관계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조문정국, 경제위기로 해서 나라가 어수선하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수단이 잘못되면 갈등과 혼란을 불러온다. 거듭 강조하건대 특정 이념과 목표를 강요하거나 몰아세우는 욕설·저주식의 일방적 주장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노스케 템푸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스케 템푸스/김종면 논설위원

    지난달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수첩에 메모하는 사진이 ‘취재하는 MB’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그것을 굳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토제닉 정치’로 깎아내리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좀처럼 보지 못하던 진풍경에 신선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치밀하고 꼼꼼한 면모는 분명 이 대통령의 미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양날의 칼이다. ‘장고 또 장고’가 언젠가부터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인사의 경우 한층 극명하다. 국세청장이라는 큰 자리가 반년이 되도록 비어 있다. 이것저것 살피는 것도 좋지만 때를 놓치면 만사휴의다. 인사든 뭐든 국민이 기다리다 지쳐 진이 빠질 정도면 그것은 통치의 도가 아니다. 노스케 템푸스(Nosce tempus, 알맞은 때를 알라)! 이 대통령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경구다. 민심이반을 몰고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여일 만에 마침내 ‘근원적 처방’이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처방이 아니라 그 예고편이다. 구체적인 그림을 보기까지는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 대통령의 주초 라디오 연설 요지는 이념·지역갈등이나 권력형 비리, 정쟁의 정치문화 같은 고질적 병폐를 고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잇단 시국선언 속에 당장 국정 쇄신하라고 아우성인데 그런 선언적인 거대담론을 접하니 뜨악한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멀리뛰기를 할 때도 홉, 스텝, 점프 세 단계로 나눠 뛴다. 권력구조 개편이니 뭐니 하는 것도 와글대는 민심을 좀 가라앉힌 다음에 해야 힘을 받는다. 국면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따져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깜짝쇼도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인적쇄신을 떠밀려서 할 수 없다는 논리는 군색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용이다. 반대세력조차 수긍할 만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어느 국민이 그걸 ‘항복’으로 여기겠는가.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다 끌어모아야 한다. 태산이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하가 그처럼 깊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작은 물줄기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기’에 나오는 고사처럼 초나라 사람이든 진나라 사람이든 누구도 물리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손을 내밀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반전의 힘을 얻은 쪽에서는 국정기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라고 외친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정통성 있는 정권의 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방통행 스타일이 늘 문제되기 때문이다. ‘화합형 쇄신안’이 나온 뒤에도 많은 이들이 떨떠름해한다. 정치력 회복과 소통이란 해묵은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다. 해외 언론에 기고하고, 앞치마 두른 채 꼬치를 구워주고, 사우나 회동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초(超)적극’ 정상외교를 벌여 성과를 거두는 이 대통령 아닌가. 그런데 왜 그 신축자재한 소통의 솜씨를 국내 정치무대에서는 발휘하지 못하나. 왜 누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나. 진정한 쇄신의 출발은 대통령 자신부터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이제 집권 중반. 부디 더 힘껏 정치하고 더 힘껏 소통하시라.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사설] 국정쇄신, 행정구역 같은 나라 근본 다뤄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어제 저녁 귀국함에 따라 정국의 화두는 이제 그가 펼쳐 보일 국정쇄신 구상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방미 전 라디오 연설을 통해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이에 상응한 폭과 깊이를 지닌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표출된 우리 사회의 분열상은 그저 장관 몇 명 바꾸는 땜질식 처방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며, 국가대계를 생각하는 보다 근본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임을 일깨워 준다. 이런 점에서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민심과 권력형 비리, 정쟁의 정치문화를 우리 사회의 3대 고질적 병폐로 지목한 이 대통령의 진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국정쇄신의 방향도 제도적 개혁을 통해 이를 치유하고, 국민 화합과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행정구역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전국을 16개 시·도로 나눈 행정체계를 정비해 영·호남의 경계부터 허물어야 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를 70~80개의 중역 행정권으로 통폐합하는 등 몇가지 방안이 제시돼 있다. 행정안전부도 2010년까지 행정체계를 3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이며, 정치권의 결단이다. 권력구조 개편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나 개헌이라는 지난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행정구역부터 손을 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을 국면 호도용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이는 조문 정국을 정치공세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인하는 고백일 뿐이다. 소통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몫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시·군·구 통합만으로 지역갈등이 해소되지는 않겠으나 그 첫발임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 그게 저희 세대 방식이죠”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 그게 저희 세대 방식이죠”

    ‘정말 첫 소설집이야?’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 이름을 들어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첫 소설집이라니…. 최근 한국 SF소설은 그를 빼고 거론할 수가 없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물론 ‘누군가를 만났어’, ‘U, ROBOT’ 등 공동창작집과 계간지 ‘판타스틱’ 등에 글을 발표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그. 지면으로 나온 글만도 17편 정도니 소설집 2권쯤은 묶었어야 했다. 11일 ‘진짜’ 첫 소설집 ‘타워’(오말라스 펴냄)를 낸 작가 배명훈(32)을 서울 프레스센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책보다는 혼자 낸 책이라는 감흥이 더 크죠. 이제 새로운 길을 열 진짜 이정표를 세웠다는 기분이랄까요.” 처음같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674층 지상 최대 마천루가 배경 타워는 높이 2408m, 674층의 가상공간 ‘빈스토크’라는 지상 최대 마천루를 배경으로 그 안에 사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렸다. 건물 하나가 자체적인 법률로 움직이는 도시국가. 환상적인 배경을 설정했지만 그 안에는 ‘수평주의’ ‘수직주의’라는 이념간 갈등도 있고, 불법을 동반한 권력투쟁도 난무하는 등 우리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농담처럼 발뺌을 하려 했다.”지만 결국 그도 “아무리 변명해도 배경은 우리가 사는 이 나라”라고 실토를 한다. 그러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광장을 가리킨다. “환상적인 배경이지만 그 안에 쓸 소재는 현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어요.”라며. ●정부가 내게 무한한 영감 제공 농담처럼 던지는 “정부가 내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말처럼 소설 곳곳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소재로 한 게 많다. ‘타클라마칸 배달사고’ 같은 작품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배경이다. 하지만 소설은 절대 심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현실문제를 유머러스한 알레고리로 전부 무장했기 때문. 예를 들면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 같은 작품. 타워 내의 권력장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박사들은 태그를 붙인 선물용 고급 양주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한다. 그 결과 양주가 ‘배우P’라는 인물에게 모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배우P’는 사람이 아닌 개, 결국 ‘권력의 중심에 개가 있다.’는 주제가 도출되는 식이다. 어찌 보면 너무 가볍지 않은가. 그는 “이런 이야기를 진지한 목소리로 전했다면 너무 심각해졌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치열할수록 성스럽다는 생각은 이미 낡은 겁니다.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할 수 있죠. 그게 저희 세대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인다. 타워라는 배경은 세계 최고층 건축물인 ‘버즈 두바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떠올랐다고 한다.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보니 그 안에 집어 넣을 이야기는 계속 쏟아져 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작업을 했다. 매일 하루 A4 한 장 분량으로 두 달 정도 알라딘에 연재를 했고, 거기에 추가로 3편과 부록까지 붙여서 이번 책을 엮었다. “글은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쓰고 있었다.”는 작가. 그 말처럼 그는 정말 시나브로 작가가 됐다. 하지만 정식 등단에는 큰 관심이 없다. “정식 등단을 했다면 제 글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다르겠죠. 하지만 제가 쓰는 글이 다를 리는 없습니다. 주변에서 어떤 이름을 붙이든 저는 제가 쓰는 걸 쓰는 거죠.” ●초월적 깨달음을 글로 쓰고 싶어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언어로 전할 수 없는 초월적 깨달음을 글로 쓰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도자처럼 그 순간을 준비하며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음 작품도 배경은 환상적이지만 역시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다. 한 행성을 배경으로 종교적 문제를 빗댔다고 한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광장]피맛골 백자와 바돌로뮤의 한옥/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피맛골 백자와 바돌로뮤의 한옥/김성호 논설위원

    ‘피맛골에서 최상급 조선백자가 출토됐다.’ 지난주 불쑥 전해진 피맛골의 백자 발굴소식. 재개발이 한창인 피맛골 청진동에 조선초기 보물급의 희귀 순백자 항아리 3점이라니. 고고학 발굴서 보물급의 백자를 수습하기란 아주 드문 일일 터. 그것도 예상치 않은 엉뚱한 곳에서 왕실의례용 고급 자기가 모습을 드러낸 연유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림은 괜한 게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종로 일대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서민들이 드나들던 피맛골. 큰 길 양쪽의 좁은 골목길이 자연스럽게 서민들의 공간으로 형성된 채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서민의 골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백자는? “후대인이 소장하다가 급하게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굴팀의 설명.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황급히 묻었을까. 발굴 자체보다 지켜내기 위한, 누군가의 절박한 몸짓에 신경이 쏠린다. 빌딩 올려세우기가 한창인 서민의 거리에서 500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자. 사라져 가는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라.’는 소리없는 외침으로 들림은 왜일까. 지난주 피맛골 백자 출현과 함께 전해진 동소문동의 한옥 지킴이 소식 역시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울림이 아닐까. 재개발이 한창인 지역에서 철거될 뻔한 한옥 43채를 살려낸 미국인 바돌로뮤씨. 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35년째 동소문동 한옥에 몸담아 살며 한옥이 들어있는 동소문동 재개발 취소소송을 낸 지 3년만에 결국 취소 판결을 끌어냈다고 한다. 경제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채 스러져 가는 우리 것들을 못 본 척 지나치는 세상. ‘한옥을 살려내야 한다.’는 한 외국인의 힘겨운 싸움을 향해 많은 이들이 보내는 박수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건 왜일까. 피맛골에서의 백자 출토와 동소문동 한옥 지킴이의 소식에 얹어 멀지않은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을 떠올려 본다. 원래 고종이 황제 자리에 오른 뒤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한다.’는 통합의 뜻을 담은 핵심공간으로 일궜다는 서울광장의 유래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덕수궁 대한문을 중심점으로 해서 방사선형 도로를 닦아 이룬 서울광장. 고종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광장은 현대사를 관통하며 분열과 갈등의 공간에 치우쳐온 파란의 궤적을 담고 있다. 3·1운동, 4·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민주화운동…. 이 서울광장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또다시 관심의 극단적 초점이 되고 있다. 서로 다른 구호와 이념이 엇갈린 채 난무하는 각축장으로서의 서울광장은 분명 슬픈 공간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이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과 그로 인해 치열했던 광장 개방의 공방.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뜨거운 6월’의 서울광장은 혼란스러운 가치 다툼이 난무한 채 가파른 충돌을 또 겪어내야 할 것 같다. 나라의 갈라짐을 한군데로 모으기 위한 통합의 공간이었던 광장은 실종된 채. 허물고 다시 쌓아올리는 불도저 소리에 파묻힌 피맛골서 나온 백자, 그리고 동소문동의 쓰러져 가는 한옥을 지켜 내려는 고달픈 싸움은 그래서 반갑다. 우리가 정작 지켜 내야만 하지만, 휩쓸린 채 잊고 살아가는 것들의 가치를 서울광장에서 먼저 찾을 길은 없을까. 날 세운 구호와 가치의 충돌을 잠재울 평화와 통합의 광장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뜨거운 6월 피맛골의 백자, 아니 ‘서울광장의 백자’는 그래서 더 애틋하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환각에 빠진 연예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마약 왜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6월 모의고사 후 고3 수험 전략 “영역별 성적 고려 목표대학 정해야”
  • 한국 민주주의 어디로…9일 학술토론회

    보수 진영이 이전 진보 정부의 집권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은 현 보수 정권이 1987년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민주화 20년의 성과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한국민주주의는 어디쯤에 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1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월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민주주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학술 토론회를 연다. 이른바 ‘87년 체제’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는 여야간 정권교체, 시민사회 활성화, 남북 긴장완화와 같은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세계화의 도전이나 새로운 정치질서를 갈망하는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한국 민주주의가 정체 또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 또한 존재한다. ‘한국민주주의와 87년 체제’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에선 손호철(서강대), 박명림(연세대), 정일준(고려대), 이영훈(서울대), 이병천(강원대) 교수 등 진보·보수 학자들과 원희룡(한나라당), 김부겸(민주당)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인이 87년 체제의 현재적 계승과 한국민주주의의 좌표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박명림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 ‘한국민주주의: 온 길, 선 곳, 갈 길’에서 “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화는 여러가지 문제를 안은 채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정치의 탈정당화와 지역화, 대통령과 여당간 갈등의 반복, 법원의 과도한 사회개입과 결정권한, 개헌문제의 지속적 제기 등 한국 민주화의 제도적 불완전성과 불안정성이다. 둘째는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보수와 진보간 이념과 정서적 갈등이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수준에 돌입했다는 것이고, 셋째는 정치적 민주화와는 달리 기업·언론·교육·종교 분야에서의 양극화와 보수화 추세 등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형평성과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며, 시민사회 역시 좌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합의가능한 공동의 기준을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정일준 교수는 ‘통치성을 통해본 한국 현대사: 한국의 사회구성과 87년 체제’를, 손호철 교수는 ‘한국체제 논쟁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뮌헨회담은 실패작이었다

    뮌헨회담은 실패작이었다

    등산에서 흔히 쓰는 정상(Summits)이라는 단어를 외교 용어로 처음 가져다 쓴 이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었다. 그는 1950년 2월 에든버러 연설에서 소련 최고위층과의 또 다른 회담을 제안하며 이 단어를 사용했다. 이후 언론도 자주 사용하며 외교 용어로도 대중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게 했다. 두 적수 사이의 위험한 만남,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순간, 명성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결정하는 건곤일척의 기회, 일단 시작하면 물러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여행 등 정상회담은 서사시적 특성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을 유혹하곤 한다. 그런데, 이미 원시시대부터 외교와 협상이라는 관습이 있었음에도 안전과 체면 문제로 정상회담은 기피됐다. 적어도 19세기까지는 그랬다. 정상회담은 항공기 여행, 대량 살상무기의 등장, 대중매체에 의한 가정 내 뉴스 보급 등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기준에서 데이비드 레이놀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에 열렸던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과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뮌헨 회담을 현대적인 정상회담의 출발점으로 본다. 레이놀즈 교수는 ‘정상회담-세계를 바꾼 6번의 만남’(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20세기를 움직인 6대 정상회담을 집중조명한다. 뮌헨 회담을 비롯, 2차 대전을 빨리 끝내려고 했던 1945년 미국·소련·영국의 얄타 회담, 1961년 빈 회담, 1972년 모스크바 회담, 1985년 제네바 회담 등 냉전시대에 이뤄진 미국과 소련의 세 차례 회담, 1978년 중동 평화를 위한 캠프 데이비드 회담 등이다. 저자는 정상에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정상에서의 회담은 잘 진행됐는지, 어떻게 지상으로 내려왔는지 등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즉, 정상회담 3단계인 준비, 협상, 실천 과정을 두루 살피고 있는 것. 실패한 정상회담의 대명사는 뮌헨 회담이다. 레이놀즈 교수는 배짱이 없는 체임벌린이 히틀러에게 유화책만 제시했고, 아마추어 외교를 펼친 끝에 히틀러에게 속았다고 본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착각했으나 1년 뒤 2차 대전이 일어났다. 성패와 관련해 다소 엇갈리는 의견도 있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스탈린, 처칠이 함께 했던 얄타회담은 히틀러 체제를 구제하고 전쟁을 1년 더 지속시켰다. 빈 회담은 만남 자체가 강조된,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으로 실패작이 됐다. 존 F 케네디와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탐색전과 이념 논쟁만 벌였다. 이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미국의 베트남 참전이 뒤따랐다. 반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제네바 회담은 개인적인 화학작용과 함께 보좌관들의 팀워크를 활용, 끈기 있게 대화를 지속해 냉전 종식을 이뤄냈다. 지미 카터도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합의를 끌어냈다. 저자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주인공들 개개인의 품성과 건강, 회담 과정도 중요하지만 실천도 그에 못지않다고 강조한다. 회담 뒤 자국으로 돌아와 국민과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회담은 물거품이 된다는 것. 2003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에 대한 유엔 결의안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믿었지만, 미국 정부는 결국 자국 내 보수적 여론에 휘둘려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만 9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황석영의 변절? 편협한 사고의 논리/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황석영의 변절? 편협한 사고의 논리/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소설가 황석영씨의 행적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길에 황석영씨가 수행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평양을 잠입한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고 지난 대선 때 반MB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외쳤던 그가 대통령을 수행하고 우파 정부에 협조하겠다니 논란이 생길 만하다. 그의 행적이 어색하고 낯선 면이 있기는 하지만 과연 변절일까. 진중권씨는 그를 두고 ‘욕할 가치도 없고’,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이라는 저급한 말들을 쏟아 냈다. 복거일씨는 우파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이문열이 아닌 황석영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황석영씨가 이 대통령을 수행한 것은 과거 개인적 인연과 함께 이 정부를 보수가 아닌 ‘중도실용정부’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MB정부의 기본 노선이 중도실용인지 보수인지는 개인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MB정부가 보수정권이라면 진보지식인 황석영은 이 대통령을 만나서도, 국정운영에 협조를 해서도 안 되는 것일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정책을 들여다보자. 그는 민주당 경선 내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공화당 소속의 주드 그레그 상원의원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했고, 부시행정부의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를 계속 유임시켰다. 최근에는 중국주재 미국대사에 공화당 소속인 존 헌츠먼 유타주지사를 지명했다. 오바마의 포용적 인사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는 찬사를 보냈다. 이명박 정부에 오바마의 초당적 인사를 배우라고 충고까지 했다. 오바마의 인사정책을 평가한 잣대를 이명박과 황석영의 만남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촛불정국, 석 달 넘게 타오른 촛불에서 얻은 교훈은 소통의 중요함이었다. 소통이 무엇인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반쪽짜리 소통일 뿐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소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은 보수와 진보의 만남일 것이다. 진보세력이 보수정권을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고, 보수정권이 진보인사들을 배척하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다. 이 정부가 집권 후 정무직뿐 아니라 산하기관과 문화예술 분야까지 보수인사들로 채우는 것에 대해 지난 정권보다 더한 코드 인사를 자행한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번엔 이념성향이 다른 자들은 만나서도 안 되고 함께 일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라고 비판하는가. 이 기회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자신은 좌파적 신자유주의라 하였다. 당시 진보와 보수 집단 모두 그런 궤변이 어디 있느냐고 힐난하였다. 그러나 이는 결코 궤변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다차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공동체 대 개인의 문제로, 보수가 공동체를 중시하는 반면 진보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 둘째로 시장경제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진보(좌파)가 분배를 중시하는 반면 보수(우파)는 시장원리와 성장을 강조한다. 보수(우익)와 진보(좌익)는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구분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공동체 가치의 문제, 시장경제,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곧 분배론자이면서 햇볕정책주의자로 인식하고, 보수는 신자유주의자이고 대북 강경론자로 취급하는 데서 인식의 오류가 발생한다. 신자유주의자가 햇볕정책을 찬성하고, 다른 한편 분배론자가 공동체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인식체계이다. 허구적 이념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소통을 중요시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 [단절과 반목의 정치풍토 끊자] ④ 정치권 과제 좌담

    [단절과 반목의 정치풍토 끊자] ④ 정치권 과제 좌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쇄신과 통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전반에서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지닌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남긴 과제를 정치권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서울신문은 지난 2일 본사 편집국에서 구본영 부국장의 사회로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가졌다. 1 추모정국 민심 평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민심을 총체적으로 정리한다면. -김부겸 의원(이하 김 의원) 국민 감정을 미안함과 원망스러움으로 나눌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국민이 희망을 잃게 된 데에 대한 원망스러움이다. 국민은 “현 정부가 해도 너무 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정당하다고 항변했지만 매일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생채기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모든 권력을 가진 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사회적 강자의 편만 들었다. 이번에 500만 조문객이 밀려든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국민의 적극적 의사표현이다. 대통령에 보내는 마지막 호소이자 경고다. 소통이든 화합이든 다시 생각해 달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나경원 의원(이하 나 의원) 국민 모두 안타깝고 애석하다는 생각이 많다. 여권으로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국민의 마음이 갑자기 돌아선 것에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분들이 이명박 정부나 여권에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 반영돼 있다. 여권에도 반성의 기회가 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과잉수사나 보복수사를 떠나 국민에게 그렇게 비쳐진 것 자체가 책임질 일이다. -김민전 교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민심은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국민의 기대수준이 점점 높아졌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국민 반감이 표출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고 정책도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가는 것 같다는 우려가 많았다. 또한 실업률이 높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적 어려움을 이 기회에 같이 아파한 부분도 있다. ‘말없는 다수’라고도 볼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마음 속에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다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밖으로 한꺼번에 표출시킨 것이다. -김형준 교수 미안함과 분노, 성찰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현 정부에 대한 분노, 노 전 대통령이 지키려고 했던 가치의 재발견에 대한 성찰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정치 문화에 ‘소용돌이 정치’와 ‘온정주의’가 내포됐다고 볼 수도 있다. 2 국민통합의 길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나 의원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야당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에 ‘박연차 리스트’에 관련됐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선을 그으려고 했다. 그런데 정국이 바뀌자 야당이 정치적 이해를 따지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도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를 비롯해 개헌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여러가지 있다. -김 의원 우선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셨으면 좋겠다. 국정 전반 상황과 노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 국민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법무부 장관 등 관계자들의 책임도 추궁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야당은 전직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점을 감안해 더 겸손해져야 한다. 추모 열기를 정치적 유산으로 여기는 못난 행동은 하지 않아야겠다. 오히려 여당에 호소하고 설득해 법적·제도적 틀을 바꿔야 한다. -김형준 교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용서·소통·화합’이다. 가장 최상의 통합은 피해자가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진보의 가치를 배격하지 말아야 한다. 여권에서 끊임없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진보정권 10년을 무능과 부패의 역사로 보는데 그런 속에서 통합은 어렵다. 역사는 항상 발전을 향해 간다. 지난 정부에서 잘된 것이 있으면 현 정부에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배제와 배격의 정치를 하고 있다. -김민전 교수 역대 정부가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차별화’다. 이전 정부는 모두 잘못한 것이라고 치부하다 보니 진행돼 오던 정책 수단을 제한시켜 더 폭넓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을 방해한다. 대북정책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단 터를 닦아놓은 대규모 국책사업 등 중요한 공공정책들이 다음 정부로 넘어가면 중단된다. 다른 사업을 추진하며 재원과 국가 에너지를 낭비한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시기를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시기에는 국민의 지지와 기대가 매우 높다. 이때 대통령은 자기 당 만들기에 나선다. 여기에 국민이 실망하면서 민심 이반이 나타나고 이때 야당을 비롯해 반대 세력에 의해 대선불복 현상이 나타난다. 노 전 대통령 때 탄핵정국과 이명박 정부의 촛불정국과 같은 상황이 그렇다. 2기에 들어선 대통령들은 다른 세력에 대한 불신이 강해진다. 대선 불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중도진영을 더욱 불신하고 자기 세력만 챙겨 좌경화 또는 우경화로 나간다. 이 상태로 3기에 들어가면 민심 이반으로 지지율이 더 낮아지고 여당은 갈등과 분열을 경험한다. 이러한 불행의 첫 단추가 대통령의 자기당 만들기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여당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보면 민심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형준 교수 18대 국회 들어 ‘속도전, 입법전쟁, 전투’ 같은 호전적 용어가 남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전투를 하면서 무슨 통합이 있겠나. 6월 임시국회부터는 각 원내대표가 이런 단어를 쓰면 안 된다. 정치는 화합과 통합이다. 통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세력이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 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독점할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특정 계파가 독점하고 있다. 당연히 갈등요소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통령 역시 야당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이념 과잉을 넘어 실용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념 과잉으로 가고 있다. -김 의원 6월 국회부터 여당이 미디어관련법을 비롯해 갈등을 유발할 요소가 있는 무리한 법안을 거둬들였으면 한다. 야당도 추모열기를 이용할 게 아니라 노무현의 가치인 민주주의, 인권, 남북평화 문제에 관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과 여당을 설득하는 성숙한 자세로 가야 한다. 고인의 죽음을 국민 통합의 징표가 되도록 하자. -나 의원 대통령이나 정부는 좀더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정치에 대해 배제하는 부분이 있다. 정치를 배제한다는 것은 역시 소통을 멀리하는 것이다. 결국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과의 관계에서도 정부가 여당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야당과 정책 브리핑 제도 등을 도입해 야당이 스스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법안을 떠나 법안을 추진할 때 국민에게 널리 의견을 구해보고 야당과도 미리 소통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야당도 이제는 정책적 문제로 여당과 논의하는 틀을 가져야 한다. 국회가 이념적으로 싸울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논의하고 어떤 것이 국민에게 좋은 것인지 평가받도록 전환해야 한다. 3 대통령 권한 견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는 -김 의원 제도개선을 얘기하기 전에 문제제기하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은 맞다. 그러나 그 정도로 수습하기에는 500만 추모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본질적 원인은 대통령이 국정 전체를 바라보는 데 착오가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국정운영 기조와 소통방식을 모두 바꾸고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먼저 국민에게 겸손하게 사과한 뒤 제도 개선으로 넘어가면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지 않은 채 덮어두면 더욱 커지기만 할 것이다. -김형준 교수 국회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무력화시켰고 이 대통령은 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부분이 무너지고 있다. 여당이 입법부의 일원으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공천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현재 정당이 국회 상임위 중심이 아닌 당정협의회 등 원외 비대조직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국회의원이 무력화됐다. 의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국회법과 정당법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쇄신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아주 중요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김민전 교수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천제도의 민주화가 매우 중요하다. 공천제도가 개정되지 않으면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임기를 맞추면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하기 어려워져 공천제도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개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의 헌법 구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정된 것이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이상을 다 녹여내지 못했다. ‘민주화 2기’에 맞는 형태를 반영할 수 있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나 의원 검찰 내부의 개혁도 필요하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회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말에 공감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대통령의 거수기보다는 계파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어 상당히 우려된다. 국회의원이 독립된 입법부로서 권한을 가지려면 상임위 중심의 국회, 원내중심의 정당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공천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포함된다. 4 정치문화 개선 →정치 문화는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나 의원 우리 정치문화를 보면 안 싸워야 될 것을 놓고 싸우는 게 많다. 정책적으로 충분히 타협될 수 있는 것도 이념화하고 정쟁화한다. 원내 중심의 정당이 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입법기관 역할이 보장된다면 자연스럽게 타협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형성된 이후에야 제도 개선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개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김형준 교수 역대 대통령이 크게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견제받는 것을 발목잡기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의회 정치가 강하고 능동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행정부가 입법부의 견제를 건강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예방적 차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역대 대통령 모두 ‘마이웨이’식으로 고독한 결단가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자기의 가치를 몰라주지만 민심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고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을 모두 옳다고 밀어붙이게 돼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당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원외가 당 대표로 있는 체제를 빨리 없애야 한다. 원외 대표가 비대해진 중앙당을 좌지우지하고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곧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당이 무력화된다는 의미다. 당의 운영 체제를 원내 중심으로 다지고 의원들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통령을 엄격하게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민전 교수 정당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큰 이슈에 따라서 여기저기 휘둘리는 모습도 보인다. 어떻게 하면 정당을 더 건강하게 제도화시킬지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국고 보조금을 분기별로 나눠주지 않고 선거 당시 얻은 득표율에 따라 준다든지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 의원 결국 서로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 동의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이 대통령 권력과 의회권력, 지방자치 권력까지 독점하고 과잉질주하고 있지만 국민이나 민심이 옛날처럼 순응하고 따라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부끄럽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이 줬던 과반의 힘을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국민 편에서 발휘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렇게 무서운 민심 앞에서 국회가 국민 공동체를 위해 할 일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공존하고 상생해야 한다. 민주당은 소수 야당이기 때문에 지금은 격렬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을 풀 힘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 -김형준 교수 우리는 너무 다름만 얘기하고 같음은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치에 대한 논의가 없다. 진보는 항상 진보만 얘기하고 보수는 보수만 고집한다. 다름보다는 같음을 좀 더 많이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정리 이재연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갈등 골 깊어지는 인도 - 파키스탄

    파키스탄 법원이 ‘인도판 9·11’로 불리는 뭄바이 테러 배후로 지목된 조직의 지도자를 석방했다. 이에 따라 테러 이후 팽팽해진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지난 2일 자마트 우드 다와(JuD)의 지도자 하피즈 모하메드 사이드를 석방했다. 과격 자선단체인 JuD는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의 전신이다. 미국과 인도는 테러 배후로 LeT를 지목했으며 특히 인도 정부는 사이드가 테러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미국과 인도의 압력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1월 사이드를 비롯한 테러 용의자를 가택 연금하거나 구금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사이드를 가택 연금 5개월 만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풀어줄 것을 명령한 것이다. 사이드의 변론을 맡고 있는 AK 도가르 변호사는 “재판부는 사이드를 구금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사이드와 그의 동료들을 풀어주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이 반복적으로 인도를 공격하고 있는 과격 단체 척결에 비협조적이라며 즉각 불만을 드러냈다. 인도 외무장관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사이드의 이념이나 주장들을 보면 그가 테러리스트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는 최근 몇개월간 뭄바이 테러가 파키스탄에서 비롯됐다는 데 파키스탄이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반면 파키스탄은 사이드에 대해 어떤 혐의 사실도 발표한 적이 없다. 대신 모호한 공공질서유지법으로 그를 가택 연금 상태에 뒀을 뿐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인도와 함께 LeT를 테러 배후로 지목했던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가 정부군과 탈레반의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날 파키스탄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서 탈레반 관련 문제만을 논의하고 싶은 파키스탄의 바람과 달리 홀브룩은 “(사이드의 석방은) 우리 모두의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에 예기치 않은, 불리한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 부산한 모습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대변인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택 연금 자체가 법적 근거 없이 행해진 만큼 상고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광장의 열기 의회가 수렴하라

    현대사에서 광장은 종종 나라를 바꿔 왔다. 특히 21세기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온라인에서 응축된 개개인의 에너지가 광장에서 분출되면서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변혁시켰다. 1987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 100만명을 불러모은 6·10항쟁은 대통령 직선제의 결실을 일궈 냈다. 2002년 효순이, 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이에 따른 반미(反美) 시위 역시 서울광장에서 꽃을 피우며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쇠고기 촛불시위는 정부가 무엇이며, 어떻게 국정을 펼쳐야 하는지를 새삼 일깨우기도 했다. 그러나 광장이 역사의 영광만을 싹 틔운 것은 아니다. 이념과 계층의 갈등 속에 화염병과 최루탄, 죽창과 물대포가 춤을 추면서 사회를 갈라놓고 경제의 덜미를 잡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맞아 광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2007년 대선 이후 설 땅을 찾지 못하던 야당과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고인의 빈자리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조각들을 모아 반정부 투쟁의 동력으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와는 별개로 노동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웅크렸던 자세에서 벗어나 이달 초부터 대대적인 하투(夏鬪)에 나설 태세다. 그런 분기(憤氣) 앞에서 정부는 이렇다 할 수습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경찰 버스로 서울광장을 꽁꽁 동여매고 입을 굳게 닫은 채 속수무책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하며, 겸허한 수용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질서와 타협이 수반돼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광장 아고라가 혼돈과 아귀다툼의 각축장이 아니라 직접민주주의의 요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하게 논쟁하고 대립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한 발씩 양보하는 시민들의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는 경기 침체의 한파 속에 무력도발 운운하는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역할이 긴요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응축된 광장의 열기를 수용해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제도적으로 펼쳐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6월 임시국회를 열기 바란다. 그곳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장에서 표출된 민의를 수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의 안위와 민생도 함께 논해야 한다. 의회가 바로 광장이 되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
  • [노 前대통령 국민장] 弔辭 무슨 내용 담았나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꽃 피우게 해주십시오.”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國民葬) 영결식에서 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조사(弔辭)를 통해 고인의 서거를 애도했다. 한승수 총리는 “애석하고 비통하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님의 일생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바친 삶이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삶을 요약했다. 한 총리는 이어 “재임 기간 동안 대통령 스스로 낮은 곳에 내려와 국민과 함께하는 서민대통령이 돼 권위주의를 청산했다.”고 회상했다. 한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념·정쟁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우려한 듯,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각종 갈등에 대한 타개 의지를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하신 님을 지키지 못한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자책감을 토해냈다. 한 전 총리는 또 “님은 실패하지 않았다. 님의 꿈을 따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겠다.”면서 “분열로 반목하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고 대결로 치닫고 있는 민족간 갈등을 평화로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이제 울음을 삼키고 죽음을 넘어서자/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울음을 삼키고 죽음을 넘어서자/김종면 논설위원

    하루하루 부대끼는 삶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판에 죽음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은 지금 죽음에 관한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사색에 빠져 있다. 그것이 어떤 색깔이든 어떤 무늬이든 우리는 모두 ‘죽음의 철학자’로 하나가 됐다. 진보도 보수도 없다. 가진 자도 없는 자도 없다. 오직 불꽃 같고 바람 같은 한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오열할 뿐이다. 인간의 죽음 앞에선 최소한 그래야 옳다. 목 놓아 울어야 한다. 이제 영결식도 끝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단한 속세의 짐을 내려놓고 영영 이별의 길을 떠났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자연으로 돌아갔다. 고인은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그 말 그대로 우리는 울음을 삼키고 죽음을 넘어서야 한다. 슬픔도 힘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피폐한 마음을 추스르고 도저한 슬픔의 힘으로 희망의 싹을 키워내야 한다. 고인이 떠난 뒤에도 꽃은 피고 새는 운다. 그런데 속 모를 검은 구름이 혀를 빼물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또 무리 지어 싸움을 벌일까. 아고라의 정치가 재현되는 건 아닌가. 증오의 그림자가 일렁대지 않을까. 가슴이 떨려 온다. 그렇게 고초를 겪고도 모자라 또 시련의 계절을 맞아야 하나.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삶이 있는가 하면 죽어도 산 것 같은 죽음이 있다. 지금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를 궁리해야 한다. 그의 죽음에서 어떤 비극적 숭고미마저 느끼도록 해야 할 책무가 그를 진정으로 따르는 많은 이들에게 있다. 다시 고인이 남긴 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의 유언은 이미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됐다. 너도나도 인용해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교훈을 이끌어 낸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정치적 의도의 과잉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굳이 그 뜻을 외면하는 것도 잘못이다. 상대가 없는 다툼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법. 그러니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 다 옳고 다 그르다. 피아(彼我)의 편 가르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두 내 탓이다. 그게 바로 ‘바보정신’이다. 원망하지 않으려면 결국 크게 용서하고 크게 화합하는 길밖에 없다. 혹자는 거기에 조건을 달기도 한다. 사랑에 조건이 있나. 마찬가지다. 서로 용서하는 데도 조건이란 있을 수 없다. 노무현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그걸 못 견뎌 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자는 살아야 하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노무현’의 공과를 엄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과(過)를 청산하는 데만 골몰하지 말고 공(功)은 공대로 살려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분열과 갈등을 딛고 화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라면 조건이다. 우리 사회는 이념에 따라, 지역에 따라, 빈부에 따라 조각조각 갈라져 있다. 진보든 보수든 한 줌도 안 되는 이 땅의 이른바 지식인들이 나라를 위한답시고 툭툭 던지는 말들이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여전히 진영논리에 갇힌 그 분열의 언어, 참 경박하다. 하고 싶은 말이라고 다 하는 게 아니다.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했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짊어지고 간 노 전 대통령을 이제 편안히 놓아줘야 한다. 그의 죽음이 그를 사모하는 이들의 가슴에 독기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갈등의 대못을 박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노무현의 비극’이다.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아침, 나는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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